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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우병 위험” 폭발한 민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마침내 거리로 뛰쳐나왔다. 인터넷에선 수십만명이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문화계 인사들의 릴레이 글과 만화 등으로 미 쇠고기의 위험을 알리는 목소리도 폭발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미 쇠고기 수입 전면 재개방에 반대하는 시민 1만여명은 2일 오후 7시쯤부터 밤 늦게까지 서울 광화문과 청계천 주변에 모여 촛불시위를 벌였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경찰은 참여자를 300명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나 저녁 무렵이 되자 젊은이들은 물론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빠르게 증가했고, 청계천 일대는 순식간에 ‘촛불 바다’로 변했다.●“학교 급식도 美쇠고기 참을 수 없다” 특정 운동단체가 아닌 네티즌이 제안한 집회인 만큼 시종일관 자율적으로 이뤄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파도타기’를 했고, 대학생들은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반대 국민서명’을 즉석에서 벌였다. 참가자들은 “너나 먹어, 미친소,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다 이날 밤 10시쯤 자진해산했다. 지난달 28일 자신이 운영하는 다음 카페 ‘2MB 탄핵투쟁연대’에 촛불시위 제안 글을 올린 김은주(35·여·학원강사)씨는 “1000명만 모여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민들이 너무 많이 동참해줘 가슴이 벅차다.”면서 “국민의 힘으로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남가좌동에 사는 류재희(34·주부)씨는 딸(5)을 데리고 나왔다. 류씨는 “딸이 유치원에 다니는데 급식에도 미국산 쇠고기가 사용된다는 얘기를 듣고 참을 수가 없었다.”면서 “돈 없는 서민들은 위험한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라고 하는데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현장을 찾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촛불집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다.”면서 “잘못된 협상에 대해 국민들이 직접 나섰다. 입법부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계속된다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된다.3일 오후 종로 보신각 앞에서는 시민단체 ‘광우병 국민감시단’이 문화제를 연다. 이 단체는 매주 수요일을 ‘광우병 잡는 날’로 정하고 정례 집회를 열 방침이다. 네티즌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지난달 6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에는 무려 62만여명이 서명했다. 지난달 30일 올라온 ‘미 쇠고기 졸속협상 무효화 특별법 제정 촉구’ 청원에도 이틀 새 18만 5000여명이 서명했다. 인터넷 인기 만화가인 ‘강풀’ 강도영(34)씨도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시사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강씨는 이날 ‘강풀닷컴’에 ‘미친소 릴레이’라는 제목의 만화를 실었다. 네티즌들은 이 만화를 퍼나르고 있다. 참여연대는 오는 7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시국회의를 열 예정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동언 간사는 “‘참여연대는 뭐하냐.’며 질책하는 회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급식네트워크도 같은 날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의사 단체도 미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정범 공동대표는 “식재료 외에도 화장품, 젤리 등 국민들이 부지불식간에 마주치게 되는 많은 제품이 있는데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 인식이 우려스럽다.”면서 “전문성을 살려 국민에게 실상을 알리겠다.”고 밝혔다.김정은 장형우기자 kimje@seoul.co.kr
  • [단독]도축 1년 넘은 美쇠고기도 통관

    정부가 광우병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압력에 밀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졸속’으로 체결했다는 비난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새 수입위생 조건에 또 다른 ‘허점’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이달 미국 현지 수출 재개 시 선적될 물량에 대한 ‘유효 생산 시점’을 설정해 놓지 않아 오래된 재고나 내수용 제품이 국내로 반입될 가능성이 높아 국민 안전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22일 입안 예고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는 위생조건 발효 뒤 미국 수출업자가 배나 항공기에 선적 가능한 제품에 대한 명확한 ‘가공(도축) 시점’이 명기돼 있지 않다. 때문에 오래 전에 도축·가공해 놓은 물량을 위생조건 발효 뒤에 선적해도 우리 검역 당국이 수입을 거부할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만일 ‘위생조건 발효 후 도축·가공된 물량만 해당한다.’는 내용의 조건이 붙었다면 미국은 비교적 ‘신선한’ 쇠고기들만 수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수개월에서 심지어는 1년 이상 냉동창고에 쌓여 있던 재고 물량도 위생조건 시행일 이후 선적·수출할 수 있다. 과거 한·미간 수입위생조건에 위배돼 수입이 불가능했던 등뼈·소머리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 M) 등 ‘30개월 이상, 뼈 붙은 쇠고기’까지 소급해 수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역당국 관계자는 “계속 수입이 전면 개방돼 왔다면 문제 없지만, 상당 기간 수입이 중단돼 왔고 수입조건도 지금보다 제한됐었기 때문에 ‘위생조건 발효후 도축된 쇠고기’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어야 한다.”면서 “미국 수출업자가 선적일 기준을 고집해 우리측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여 난감하게 됐다.”고 협상단의 실수를 인정했다. 다른 관계자도 “과거 문제가 됐던 ‘내수용의 수출용 둔갑’ 사태 등 예방 차원에서라도 ‘가공일 기준’을 미국측에 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농식품부에는 미국측과 계약을 앞둔 국내 수입업자들로부터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당국자들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난감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문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협상 타결 직후 정운천 장관에게 수입위생조건 개정 합의문 영문·한글본을 공개하라고 청구했으나 농식품부는 문구 수정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민변은 정 장관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소했다. 민변은 “아직 미국산 쇠고기 검역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 국민의 걱정과 여론을 수렴해 전면적으로 다시 협상해야 한다.”면서 “최종 합의문이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예고를 하고 이에 대해 의견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입법예고 절차의 본래 목적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영표 김정은기자 tomcat@seoul.co.kr
  • 美 쇠고기 수입 “광우병 쇠고기는 싫어요”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과 관련, 소비자단체들이 협상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iCOOP생협연합회와 전국 학부모들로 구성된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국민감시단’은 30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과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에 관해 5월 한달 간 대국민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미국의 도축장에서 광우병 의심 소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협상을 성사시켰다.”며 “이는 건강주권과 검역주권을 포기한 졸속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현실화된다면 우리아이들의 학교급식에만은 절대로 미국산 쇠고기가 쓰이지 않도록 할 것”이며 “대형유통업체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두 단체는 5월 7일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하여 6일부터 협상 철회를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청와대 앞에서 전개할 예정이다. 글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김상인 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MB “민생법안 처리 도와달라”

    MB “민생법안 처리 도와달라”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취임 후 처음으로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 등 통합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가졌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의 17대 국회 처리와 미국산 쇠고기 협상 등 쟁점 현안에 대한 민주당의 이해를 요청했지만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앞서 농민·축산업자를 위한 ‘선(先)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쇠고기 청문회’ 개최에 응할 것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북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전향적인 자세와 함께 대선 당시 ‘BBK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들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등 정치적 해결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이 졸속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참여정부 시절에 세워놨던 조건이 성취됐기 때문에 합의한 것”이라며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조건이 완료돼 협상을 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민주당에 “전(前) 정부 협상의 연장선상에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미 FTA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이뤄놓은 가장 큰 업적”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BBK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이 고발한 내용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가 점진적인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면서 “야당을 탄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에 25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초당적인 협조도 구했다. 미성년자 납치 방지 등을 위한 혜진·예슬법(가칭)과 식품안전기본법 등 민생법안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 완화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외국인 공무원 채용 논란 왜

    외국인 공무원 채용 논란 왜

    외국인 공무원 채용을 앞두고 수험생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외국인 응시생들이 공시(공무원시험)에 어느 정도 파장을 몰고올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파장이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보는 반면, 일부에선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단언하기도 한다. 이 탓에 굳이 외국인까지 공직에 채용할 필요가 있느냐와, 외국계 인물을 통한 경쟁력 제고의 효과가 있다는 엇갈린 의견으로 공방이 뜨겁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국가공무원법에 이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외국인 채용을 대폭 완화하도록 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안보·기밀유지를 제외한 모든 분야, 모든 직급별 별정·계약직 공무원 채용이 가능하다. 현재 외국인 공무원수는 중앙부처 31명, 지방 18명 등 총 49명으로 미미한 실정이다. ●국내 미취업자도 넘쳐나는데… 24만명에 달하는 공시생들은 즉각 반발했다. 우선 외국인 채용 방안이 적절한 여론수렴의 과정 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 정부의 ‘외국인 프렌들리’ 정책에 따라 통상과 투자유치, 통역 등 특정 분야에서 45개 중앙부처와 4000여개의 특별지방행정기관, 지자체 등에서 한 명씩만 선발해도 수천명의 외국인들이 자리를 꿰찰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지는 도미노현상을 빚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청년실업자 가운데 우수 인력이 넘쳐나는데도 불구하고 기업도 아닌 정부가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채용한다는 데 불만의 소리가 높다. 아이디 ‘오나가나’는 “공무원수를 줄인다더니 우린 내쫓고 외국인을 채용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비꼬았다.‘사대주의’를 지적한 한 수험생(lady)은 “외국인 우대정책에 밀려 또다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하나.”며 치솟을 경쟁률을 우려했다. ●평등권 침해 사회문제 야기 “병역 기피자가 세금을 받는 공무원이라니요.”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국적을 포기한, 사실상 병역 기피자를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부유층이나 기득권층이 자식들을 편법으로 공직사회에 진출시키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공무담임제는 국민으로서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다했을 때 생긴다.”면서 “유학을 떠나서 국적을 포기한 뒤 다시 한국 공직에 진출하려는 행태 등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고,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 경직된 시각 버려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경직된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외국 전문가들의 영입으로 정부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고 선진 기법을 배울 수도 있다는 것. 다만 임용 분야에 있어 한국인으로 대체 가능성이 있다면 국내 미취업자들을 우선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국내 우수 인력과의 경쟁에서 승리할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최순영 한국행정연구원 인적자원연구센터 소장은 “국적 문제는 심도있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는 국적 제한을 완화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선우 한국인사행정학회장은 “공복으로서 서비스 정신이나 애국심이 낮을 수는 있지만 부유층 등에 대한 편협한 시각으로 진입 자체를 막는 건 옳지 않다.”면서 “선발 과정에서 불법 요소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경력에서 (국내 수험생들이) 손해를 보는 건 사실이지만 특수직에 한정될 것으로 보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최종 결정 과정에서 법무부의 신상조회를 거치는 만큼 문제가 있을 경우 선발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민주, FTA비준 “17대 처리” vs “연기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둘러싸고 민주당 지도부간 파열음이 고조되고 있다. 다음달 원내대표 선출과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간 힘겨루기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당 지도부 중 손학규 대표만이 FTA 비준에 ‘적극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손 대표는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주도로 FTA 비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17대 국회에서 통과시켜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자는 입장이다. 손 대표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가 협상을 타결시킨 한·미 FTA를 결자해지 차원에서 17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는 의원들은 노무현만도 못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민주당 출신 지도부는 손 대표의 의견에 강력 반발하며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박상천 공동대표는 “FTA 졸속 처리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효석 원내대표도 18대 국회 원구성 이후로 처리를 미루자는 연기론을 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FTA 처리 시기와 관련해 손 대표와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2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피해 농가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고 미국 의회에서의 통과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4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 의장은 “이 문제는 김효석 원내대표와도 이미 의견을 같이 하기로 했다.”며 ‘공동전선’을 펼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한·미 FTA 처리 문제는 국회 처리 여부와 맞물리면서 당권 경쟁과 자연스레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효석 원내대표가 당 대표, 최인기 정책위의장이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황에서 각 계파간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구 민주당계는 자파 출신의 원내대표 후보군과 짝을 맞춰 대표 경선에 나설 구 민주당 출신 추미애 전 의원을 지원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당내 최대 계파로 부상한 손학규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대표가 김부겸, 송영길 의원 등을 직접 내세워 ‘추미애-구 민주당계’와 맞서는 구도가 짜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표에 출마하는 정세균 의원과의 제휴설도 퍼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 FTA 처리가 4월 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민주당내 파워게임의 기폭제가 된 셈이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대운하 환경평가 격론

    대운하 환경평가 격론

    ‘경제성 없는 선거용 졸속 기획이다.’‘아니다. 지구온난화의 대안이다.’ 한국환경영양평가학회가 18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한반도대운하와 영향평가’를 주제로 마련한 춘계 학술발표대회에서 전문가들 간에 대운하의 ‘친환경성’을 놓고 격론이 펼쳐졌다. 대운하 건설 반대 입장을 피력한 이상훈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경부운하가 선거용으로 졸속 계획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조령산맥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에 대한 확정된 노선도 아직 없으며, 홍수 위험에 대해서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종호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사업의 경제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산업과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 당시 20시간까지 걸리던 서울∼부산 이동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시킨 경부고속도로와 3시간이면 도착하는 서울∼부산을 72시간이나 걸리게 하는 경부운하는 분명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반면, 찬성 입장에 선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대운하가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구 온난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풍부한 수량”이라며 “일부 반대론자들의 우려도 있지만 결국 운하 건설이 생태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하가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여줄 것”이라며 “운하를 통한 운송이 도로 운송보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줄여 지구온난화 방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재광 위스콘신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도 일부 반대론자들과 언론이 구체적인 검증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대운하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 초청된 찰리 울프 미국 사회영향평가소장은 대운하와 관련해 여론이나 전문가 의견 수렴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高물가… 古대책… 苦처방

    새 정부 경제 운용의 화두는 연 6% 성장이 아닌 물가다. 지난해 말부터 상승하고 있는 유가, 곡물가 등이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리며 서민 생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부처에서 다양한 물가 잡기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단기 처방보다 유통구조 개선, 자원 확보 등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는 한편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상반기 중에는 국제유가의 구조적인 수급불균형 등에 따라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투기자금의 곡물시장 유입 등으로 곡물가의 추가 상승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교육비 등 서비스요금 인상 억제 등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서비스 부문의 물가 상승 기여율이 48.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9% 중 1.9%)에 이르는 만큼, 공공서비스 요금 관리는 물가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졸속 대책을 남발하기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교통 요금은 오르지 않고 있지만 정부 재정으로 뒷받침해줘야 하는 만큼, 결국 국민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면서 “또한 공공 부문을 민영화한다면서 물가 상승의 고통을 운영하는 측에 떠넘기는 것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서 정작 큰 정부로 군림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단독]장관들 “현장 다녀왔다” 앞다퉈 발언

    [단독]장관들 “현장 다녀왔다” 앞다퉈 발언

    6일로 출범 열흘을 맞은 이명박 정부 내각엔 아직도 참여정부의 장관 4명이 들어 있다.‘무임소 국무위원’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지난 3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도 참여했다. 통일·복지·환경·여성부 장관이 아직 임명되지 않아 부득이 지난 정권의 장관 4명이 임대(?)된 것이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박명재 전 행자부 장관이다. 노무현 정부의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달라진 국무회의를 어떻게 지켜 봤을까. 참여정부의 장관 눈에 이명박 정부,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5일 박 전 장관에게 들어 봤다. ●“국무회의가 확 바뀌었다” “한마디로 일하는 정부의 장관들입디다.” 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첫 국무회의의 열띤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첫 회의인데도 장관들이 전혀 서먹서먹하지 않고 앞다퉈 발언하더라. 일하는 정부의 의욕이 잘 드러났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이 현장을 강조한 탓에 장관들마다 “어디 어디를 다녀왔다.”는 말도 꼭 붙이더라고 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1997년 청와대 행정비서관 시절 이후 11년간 국무회의를 지켜본 인물이다. 정권만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네 정부에 이른다. 세월만큼 국무회의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노무현-이명박 두 대통령의 회의 방식은 많은 공통점 속에 차이점이 눈에 띈다고 했다. 우선 공통점. 박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나 이 대통령 모두 토론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때문에 회의가 오래가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노 전 대통령은 대체로 장관들의 보고나 발언이 다 끝난 뒤 자기 의견을 내놓은 반면 이 대통령은 그 때 그 때 사안별로 발언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해서 새 정부 국무회의는 드물게 차관이 발언할 정도로 토론이 활발하고 자유로웠다고 전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논리적으로 자신의 원칙을 강조하는 반면 이 대통령은 비료값을 묻는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토론을 하면서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고 했다. 특히 “국무위원이 모자라면 간담회로 가름할 수도 있을 텐데, 정권을 따지지 않고 앞 정권 장관들을 국무위원으로 참석시킨 것은 이 대통령의 사고가 대단히 유연하다는 반증”이라고 평했다. 국무회의장 배치를 바꿔 국무위원간 사이를 좁힌 것도 분위기를 바꿨다. 박 전 장관은 “솔직히 말해 전엔 다른 장관 보고 때 눈 감고 명상도 했는데, 국무위원들이 바싹 붙어앉다 보니 그럴 계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당·정·청 트로이카 기대 크다” 박 전 장관이 새 정부에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대목은 인선이다. 특히 이명박 내각의 핵심 포스트인 한승수 총리와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잘 조화된 인선으로, 찰떡궁합이 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촌평했다. 우선 한 총리의 경우 청와대 비서실장과 상공부 장관, 경제부총리 등 풍부한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첫 국무회의부터 폭넓은 국정 식견을 발휘했다고 전했다. 자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현안을 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역대 총리와 달리 지역 안배나 정치적 고려 없이 이뤄진 인선이라는 점에서 ‘일하는 정부’의 색깔을 잘 내보일 것으로 평했다. 류 실장에 대해서는 “박정희 정권 때의 김정렴 비서실장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류 실장이 ‘대통령은 4시에 일어날 수 있어도 우리는 그렇게 못합니다.’라며 청와대 직원들을 대신해 이 대통령에게 아침 회의시간을 늦출 것을 건의한 점 등을 들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고, 필요하면 브레이크도 걸 수 있는 인물 같다.”고 평했다. 박재완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정권 인수인계 문제로 그동안 수시로 접촉하며 받은 인상을 들어 “높은 학식에도 불구, 겸손한 자세로 당·청간, 여야간 관계를 매끄럽게 조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고언도 내놓았다.“현장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자세는 옳지만, 장관들이 현장으로만 내몰리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면서 “이 대통령도 앞으로 너무 세부적인 문제에는 관심을 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류 실장이 완급을 조절하고 미시적인 것을 거시적으로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자칫 실용과 속도를 강조한 나머지 졸속이 될 가능성도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첫 인상은 정권교체에 따른 타임 랙(공백)이 어느 정권보다도 줄어들 것 같다”며 “그만큼 일하는 정부로서의 자세와 능력이 갖춰진 만큼 국민들의 경제살리기 여망에 부응하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열린세상] ‘경제’가 ‘울화’를 누그러뜨릴까/최성각 작가 풀꽃평화연구소장

    [열린세상] ‘경제’가 ‘울화’를 누그러뜨릴까/최성각 작가 풀꽃평화연구소장

    국보 1호가 타고 있을 때 나는 네팔에 있었다. 숭례문이 탄 다음날 새벽 인터넷을 통해 나는 그 사실을 알았다. 짧은 여행이든, 장기 체류든 이국에서는 더 애국의 감정에 사로잡히기 쉽다. 나는 그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그 뉴스가 확고부동한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이튿날 출근길의 시민들이 불에 탄 숭례문을 바라보며 그랬듯이 엄청난 거리를 격하고 있던 나 역시 충격에 휩싸였다.‘한국인’이라 말할 수 있는, 이 행성에 살고 있는 누군들 그 소식을 듣고 그러지 않았으랴. 그 비보를 접하던 즈음에는 마침 네팔에서 치러야 할 연구소의 몇가지 일들이 거의 끝나갈 즈음이었다. 누구를 만나도 머릿속은 불타버렸다는 숭례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곧 돌아갈 내 나라는 국보를 태운 나라이고, 나의 세대는 원치 않았지만 육백년 동안 같이 살아오던 국보 하나를 잃어버린 세대가 되고 만 것이다. 수원성 화재나 낙산사 화마 때와는 또 달랐다. 이내 숭례문 방화범이 잡혔고, 범행 동기가 재산이 저가로 수용된 데 대한 울화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가 한국사회 고속성장기의 부패와 졸속증을 상징했다면, 이번 방화는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충격과 상실감만큼이나 불길한 생각이 계속 마음을 어둡게 덮었다. 국가란 무엇이고, 문화재는 무엇인가? 군대와 경찰을 마련한 국가는 영원하리라는 믿음에 휩싸여 있지만 일시적인 권력 형태라 자주 국명이 바뀌곤 한다. 하지만 문화재는 시간의 침식을 버텨낸 감성적 재화로서 그것이 탄생하고 존속하고 있는 대지에 속하는 어떤 것으로 느껴진다. 흐르는 강물을 그대로 놔둬야 하는 것처럼 문화재를 잘 보존해야 하는 이유도 그 존재에 우리 삶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정신 생리학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가는 차라리 ‘짧은 기억’이고 문화재는 ‘긴 기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졸지에 긴 기억 한 올이 타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잿더미에 꽃을 바치는 일을 오버하고 있다고 쉽게 폄하할 일이 아니다. 민초들이 바치는 그 꽃 한 송이보다 문화재가 인간의 심성에 끼치고 있는 영향을 잘 드러내는 행위도 따로 없을 것이다. 귀국하기 직전 메일을 한 통 받았는데,“무슨 일로 가셨는지 모르지만, 그 나라는 설마 국보를 태워 없애지는 않겠지요?”라고 묻고 있었다.7년여 내전을 치른 네팔은 자생 마오이스트의 노력과 거기 동조한 민초들에 의해 300여년 지속된 왕정을 종식시키기 위한 변화 속에 있었다. 비록 가난하고 여러 가지로 엉망진창인 나라이긴 하지만, 인도나 중국 같은 강대국과 미국의 은밀한 간섭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적합한 정부형태를 선택하려는 자존심 있는 나라였다. 거기 사람들도 온 세상이 그렇듯이 돈에 환장한 것은 사실이나 우리처럼 개인적 복수심 때문에 나라의 문화재를 태울 지경으로 망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 귀국한 다음날 방화범의 현장검증이 있었는데, 방화범이 말했다.“사람은 안 다쳤고, 문화재는 복원하면 그만이지 않느냐?”고. 그래서 우리 모두 그에게 “너무나 고맙다.”고 감사해야 할까. 이건 방화만큼 충격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방화범과 같은 울화를 지닌 이들을 너무나 많이 양산하지나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서둘러 복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도 불태워버릴 곳을 찾고 있는 이웃들이 저지를 수 있는 ‘다른 끔찍한 일’에 대한 공포가 결여된 성급한 호들갑으로까지 여겨진다.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온 세상의 나라들 중 한국이 가장 높다고 한다. 경제를 더 키운다고 잠복되어 있는 울화들이 누그러뜨려질까. 단언컨대, 아니다. 그래서 불길하고 무섭다. 최성각 작가 풀꽃평화연구소장
  • [열린세상] 졸속 선거구획정,이젠 바꿔야 한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졸속 선거구획정,이젠 바꿔야 한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결국 이렇게 끝나버렸다. 이틀 전 국회 정치관계법 특위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2개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2석 줄여 현행 299명의 의원정수에서 변동없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안을 확정했다. 정권 인수인계와 각종 화재사건에 국민들의 정신이 쏠려 있는 동안 국회의원들끼리 뚝딱 해치워버린 것이다. 헌정 60주년을 맞이하는 2008년, 한국에서는 선거구획정위가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다.‘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르면 획정위는 선거구를 인구변동에 따라 공정하게 나누어 국회의원선거 1년 전까지 획정안을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획정위는 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국회는 그 안을 존중해야 한다. 선거 1년 전부터 객관적인 선거구 재획정을 통해 출마희망자는 물론 유권자가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법을 제정한 국회부터 이러한 법조문을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4월9일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국회의 정치관계법 특위가 법에 아랑곳하지 않고 올 1월18일이 되어서야 획정위를 구성했다. 여느 총선 때와 같이 느지막이 가동된 획정위는 시간에 쫓겨 한달도 안 된 지난 2월15일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그로부터 1주일도 안 돼 국회에서 확정되었다. 애초 획정위는 두 가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구 243개에서 인구 변동을 반영하여 2개 또는 4개를 더 늘리는 방안이다. 또한 획정위는 56석의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거나 최소한 현행대로 유지할 것도 건의했다. 많은 정치학자들이 비례대표를 56명보다 더 늘려 표가 의석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왜곡을 줄이고 대표성도 향상시킬 것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에 규정된 것과 달리 국회가 국회의장에게 제출된 획정안을 그리 존중한 것 같지 않다. 국회는 의원정수의 증가가 국민정서에 반하고 ‘작은 정부’에 역행한다면서 299명으로 묶어 놓았다. 국민들은 능력없는 국회의원들이 정쟁에만 몰두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기 때문에 국회의원 증원보다 구조조정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299명의 의원정수를 유지하기 위하여 비례대표 2석을 줄인 것은 객관적 기준과 합리적 논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헌법의 ‘200명 이상’이라는 조문에 얽매여 299명까지만 의원정수로 해석하는 구태를 반복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이번에 의원정수가 300명을 넘어가면서 증원의 물꼬가 터진다면 그간 소수만 누렸던 국회의원으로서의 권력과 특혜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국회의원선거 때마다 법을 어겨가면서 획정위를 급조하고 획정안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거나 졸속으로 선거구를 재획정하는 구습을 단절해야 할 때가 왔다.2001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유권자가 가장 적은 곳의 유권자 숫자와 가장 많은 곳의 숫자가 1대3 아래로 되도록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같은 결정에서 헌재는 이 비율을 1대2로 낮추어 유권자 표의 등가성과 당선자의 대표성을 더욱 향상시키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꾸고 선거구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 불가피하다. 정치학자들이 다양한 공식과 다른 국가들의 비교연구를 통하여 한국에 적합한 의원정수를 산출한 결과는 306명,346명,572명 등이다. 제18대 국회는 이러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시기구인 획정위도 이해당사자인 국회가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 소속으로 상시기구화해야 한다. 획정위는 국회뿐 아니라 지방선거의 선거구까지 상시적으로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공정하고 예측가능한 선거를 위해 획정위의 위상과 권한을 대폭 강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 [사설] TV 가상광고는 시청자 주권 침해다

    정부가 지난 4일 국회에 제출한 방송법 개정안은 TV 가상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그제 문화관광부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가상광고 도입은 사회적 합의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사안으로 정부 교체기에 졸속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가상광고가 명백한 시청자 주권침해라고 판단한다. 가상광고란 현장에 없는 이미지를 컴퓨터그래픽 합성으로 만들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TV 화면에 내보내는 광고방식이다. 현행 방송법은 프로그램과 광고를 엄격히 구분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넘쳐나는 광고로부터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가상광고가 허용되면 그 구별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시청자는 의사와 관계없이, 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광고를 봐야 한다. 이는 프로그램 안에 광고를 슬쩍 숨겨넣어 내보내는 부당한 끼워팔기다. 심각한 권익침해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광고시간이 방송프로그램의 100분의10을 초과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으나 시도 때도 없이 광고에 노출되기 때문에 실제 광고시간이 지금보다 현저히 늘어나는 효과를 초래한다. TV 가상광고 허용은 지상파 방송사만 살찌우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매체 다양화 시대에 오히려 매체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국회는 신문협회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시청자 주권이 침해되는 일을 막아주기 바란다.
  • 신문협 “가상광고 도입 반대”

    정부가 지난 4일 가상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대해 한국신문협회(회장 장대환)는 19일 “가상광고 도입은 사회적 합의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사안으로 정부 교체기에 졸속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정부조직개편 협상 난항] 昌 “정부개편 논의 총선 뒤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17일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을 ‘전형적인 밀실협상’이라고 비판하며 총선후 새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주장했다. 이 총재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과 관련해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인수위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 총재는 “인수위에서 2주 만에 졸속으로 만든 정부조직 개편안은 국정기능의 조정과 효율화보다는 부처 줄이기에 급급한 것처럼 보이며 이마저도 여당과 정략적 협상을 거치면서 원칙 없이 표류하고 있다.”며 “이는 현 국회에서 정부조직개편을 통과시키려는 이명박 당선인의 조급증 때문”이라고 이 당선인을 비판했다. 이 총재는 또 “지난 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한 통합신당측과 새 정부의 골격과 조직을 흥정한다는 것은 시대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기존 정부조직으로 새 정부를 출범시키고 4월 이후 새 국회에서 새로운 정부조직을 논의하는 것이 정도”라고 주장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서울대교수 대운하 반대 공개강좌

    ‘대운하 건설반대 서울대교수 모임’이 대운하를 반대하는 공개 강좌와 만화책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이 모임은 15일 대운하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개 강좌를 다음달 초부터 개설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강좌는 학생과 일반인을 상대로 경제나 환경 등 각 전공 영역에서 대운하 졸속 추진에 따른 문제점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되며 10차례 정도 진행된다. 모임은 또 대운하의 위험성을 알리는 만화책 제작을 추진하는 한편 블로그(anticanal.tistory.com/)도 개설해 활동 알리기에 나섰다. 현재 대운하 건설에 반대한다고 서명한 서울대 교수는 240명이 넘는다. 모임 간사인 최영찬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다른 지역 교수도 많이 문의하고 있어 모임의 전국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다음달 10일쯤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어 활동 방향과 입장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자치구 디자인 열풍은 ‘허풍’

    자치구 디자인 열풍은 ‘허풍’

    “‘디자인 서울’ 어디로 가나?” 국제 디자인 도시로 거듭나려는 서울시 정책에 발맞춰 일선 자치구도 디자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거리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하는 등 ‘디자인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가 신통찮다. 전담조직만 만들었을 뿐 직원들의 전문성과 경험 부족으로 업무의 윤곽조차 잡지 못한 자치구가 적지 않은 탓이다. 사업에 착수한 경우도 설계와 디자인은 모두 대학이나 민간업체에 용역을 준 탓에 자치구는 예산만 집행하는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개 자치구 디자인 전담부서 설치 14일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디자인 전담부서를 두지 않은 종로·서대문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가 전담과나 팀을 신설했다. 종로구와 서대문구도 각각 3월과 5월에 부서를 신설할 예정이다. 지난해 강남·마포·송파·영등포·관악구 등이 전담과를 설치했고, 올해엔 광진·노원·성북구가 전담과를 신설한 데 이어 중구가 디자인팀을 과로 승격시켰다. 동작구도 이달부터 도시관리국 산하에 디자인추진반을 가동하고 있다. 각 자치구가 디자인 전담부서를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서울시가 ‘디자인서울 거리’ 사업을 공모하며 전담조직의 유무를 평가 항목에 포함시키면서부터다. 한 자치구 디자인부서 관계자는 “디자인서울 거리로 선정되면 시에서 사업비 45억원을 지원해준다고 해 대부분의 구가 기존 광고물팀과 경관팀 등을 통합해 부서를 급조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부서가 신설됐지만 업무는 기존 팀단위 부서에서 담당하던 불법간판 단속이나 보도블록 교체 등 가로정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서울시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한다. 시 디자인본부 관계자는 “구 담당자들은 만날 때마다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면서 “가이드 책자도 내고 매달 구 담당자를 불러 교육도 하고 있지만 워낙 생소한 분야라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직원들의 전문성 부족도 심각하다. 관악구의 최병진 도시디자인추진반장은 “대부분의 자치구가 행정직을 부서장에 임명하다보니 업체에 용역을 주고 행정지원이나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5급 부서장 14명 가운데 디자인 전문가는 별정직을 임명한 강남구뿐이다.5급 건축직이 부서장을 맡고 있는 곳도 관악구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행정직이 10곳, 토목직이 2곳이다. 부서장이 행정직으로 채워지는 것은 각 자치구들이 동 통폐합으로 생긴 여유 인력을 디자인부서에 우선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 계약직을 활용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인건비가 비싸 웬만한 구에선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디자인도 ‘빈익빈 부익부’ 자치구별 역량 차이로 전체 도시미관의 부조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강남·서초구의 경우 시설 인프라가 뛰어나 비교적 적은 투자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가로 환경이 열악한 몇몇 자치구는 재정자립도마저 낮아 시의 지원에만 목을 멘 형국이다. 전문가들도 자치구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무시하고 일사불란하게 추진되는 디자인 개선사업이 또 다른 졸속과 획일성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민수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건축물과 경관에 대한 종합적 고려 없이 케이블을 지중화하고 광고물과 가로시설물을 정비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의 구시대적 환경미화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최저가낙찰제부터 없애야”

    “최저가낙찰제부터 없애야”

    정부가 3년 내에 숭례문을 복원할 방침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졸속 복원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문화재 복원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저가낙찰제, 복원 망치고 업체 병든다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13일 우선 최저가낙찰제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재 복원을 품질이 아닌 돈으로 결정하는 체계는 문제가 있다.”면서 “모든 것을 업체에 맡기니까 이윤 등 거품이 끼면서 복원예산이 200억원이나 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6년 12월에는 문화재 보수공사를 수주한 뒤 무자격 업체에 하도급을 맡겨 고려왕릉 보수공사 등 27건을 부실시공한 공사입찰 브로커가 수원지검에 적발되는 등 부실시공 논란은 수없이 많았다. 복원 업체들도 최저가낙찰제의 폐해를 인정했다. 낙찰을 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입찰했다가 도산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S건설 관계자는 “숭례문만큼은 돈이 아닌 능력을 위주로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윤명오 재난과학과 교수는 “소방시설의 경우 더더욱이 최저가낙찰제로 입찰시키면 추후 관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관리감독해야” 지금까지의 문화재 복원 사업은 대부분 문화재청이 전문업체에 의뢰해 만든 도면을 바탕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공사를 관리·감독했다. 문화재청은 복원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결국 설계와 공사, 관리·감독이 제각각이었다. 황 위원장은 “국가가 직접 나서 복원공사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면서 “국가는 이 사건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누각의 잔해들을 모아 ‘통곡의 벽’을 세우는 부수적 관리 방침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자리 싸움 안 된다… 신중한 복원을” 역사학자 등 전문가들은 신중한 복원을 주장했다. 서울대 이태진(국사학과) 인문대학장은 “숭례문을 1963년 중수했는데, 고종 때 찍힌 사진과 비교하면 처마 밑 부분이 달랐다.”면서 “‘밀어붙이기식’ 복원을 하지 말고 사료와 잘 비교해서 원형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원 사업을 최소 5년 이상의 장기 사업으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2005년 6월에 복원 사업을 시작한 낙산사 공사도 3년 6개월 만인 올해 말에 끝날 예정이어서 ‘졸속 복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다른 문화재 전문가는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권이나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게 문화계의 뼈아픈 현실”이라면서 “이번 복원사업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반드시 골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서재희기자 kdlrudwn@seoul.co.kr
  • 한·미FTA 비준안 통외통위 상정

    한·미FTA 비준안 통외통위 상정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1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국회 제출 5개월만에 상정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노동당이 졸속 처리는 안 된다며 극력 반대하고 있어 국회 논의에 진통을 겪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2월 국회 처리와 관련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 가운데 일부 의원이 민노당에 동조하는 데다가 총선을 앞두고 당론과 상관없이 농촌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17대 국회 처리는 불투명하다. 민노당 의원들과 당원들은 이날 회의장 입구에서 통외통위 소속 의원들의 입장을 저지하면서 상정을 반대했다. 이들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졸속처리를 즉각 중단하고 국정조사부터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회의장 안에서는 통합신당 최성 의원이 조기 처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 의회는 물론 유력 대선 후보조차 반대하는데 굳이 우리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익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미 의회와 병행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은 “미 국회의원도 정치인인데 상대국 정부 국회가 비준하면 그(반대) 주장이 다소나마 약화될 가능성 있다.”고 맞받아쳤고,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우리가 조기 비준하는 게 압력을 (미국에) 주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인수위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인수위가 뭐하는지 모르겠다. 국민모금운동 말고 이런 것 좀 하라.”고 쓴소리를 했고, 같은 당 김광원 의원은 “인수위가 FTA 취약 분야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어 이런 인수위가 다 있나, 깜짝 놀랐다.”고 비판했다. 김원웅 위원장도 “말로는 조기 타결을 주장하면서 인수위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소극적 입장 견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데스크시각] 책을 내동댕이치고 싶을 때/김규환 문화부 부장급

    [데스크시각] 책을 내동댕이치고 싶을 때/김규환 문화부 부장급

    문학·출판을 담당하다 보니 한 주일동안 수십권의 신간을 받아본다. 하지만 지면이 한정된 만큼 한두 문장의 짧은 책 소개를 포함해 기껏해야 10권 정도를 지면에 내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나머지 여러 책들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한 채 뒷전으로 밀어내야 하는 까닭에 마치 생떼 같은 자식을 밖으로 내돌리는 것처럼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한해동안 발간된 신간은 모두 1억 3250만 3119권. 하루 36만권꼴로 펴내 출판시장 규모로는 세계 9위권이다. 출판 대국이지만 책을 보면 허탈하게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어떤 책은 오·탈자가 많아 내동댕이치게 만들고, 어떤 책은 수많은 오역이 담겨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책은 한 문장이 수백자나 돼 절망 속으로 빠뜨린다. 한마디로 ‘악서(惡書)’가 춤을 추고 있는 셈이다. 먼저 책의 가장 기본인 오·탈자 문제를 짚어보자.‘킬리만자로의 눈꽃’(세계사 펴냄)은 1992년 ‘잃은 꿈 남은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인 이후 부분 개작해 1997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최근 또다시 손질을 해 재개정판으로 펴낸 작품이다. 그런데도 ‘생각’이 ‘행각’(14쪽),‘방송국’이 ‘방속국’(35쪽),‘미 달러’가 ‘미 달’(127쪽)로 오·탈자가 난무하고 있다. 책에 몰입하다 보면 웬만한 오·탈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슨 생각을 갖고 이 책을 만들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다음은 오역 문제.‘소설 십팔사략’(자음과모음 펴냄)’에서는 오역들을 너무 자주 만난다. 중국 중부 ‘섬서(陝西)성’을 ‘협서성’(1권,220쪽), 중국 전국시대 시인 굴원이 몸을 던져 죽은 곳인 ‘멱라(汨羅)수’를 ‘골라수’(1권,280쪽), 한비자의 ‘세난(說難)’을 ‘설난’(1권,291쪽),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邯鄲)’(1권,300쪽)을 ‘감단’, 삼황오제의 ‘복희(伏羲)’를 ‘복의’(1권, 역자 서문)로 오역해 아연실색케 한다. 마지막으로 문장의 길이. 짧을수록 좋다는 게 기본임에도 문장이 너무 길어 요령부득인 경우가 많다.‘북한 외교정책’(서울프레스 펴냄)은 한 문장의 길이가 얼마나 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두번째의 어려움은…(중략)…전파될 수 있다.”(424쪽) 이 문장은 1개의 인용문을 포함해 6개의 쉼표가 들어 있는 등 무려 400자를 넘는 만큼 사실상 독해가 불가능하다. 무성의하고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책이 나오는 것은 ‘양서’를 펴내겠다는 책임감보다 출판을 ‘돈벌이’수단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무엇보다 돈이 중요하지, 꿈을 키우고 재미를 주거나 교양을 쌓는 ‘양서’를 만든다는 것은 강 건너 남의 얘기인 것이다. 물론 모든 출판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열악한 경영사정에도 좋은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노력한다.‘궁핍한 날의 벗’(박제가 지음) 등 태학사 산문선시리즈,‘말똥구슬’(유금 지음) 등 돌베개 고전 100선,‘슬픈 열대’(C 레비 스트로스 지음) 등 한길 그레이트북스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사기(史記)에는 ‘일자천금(一字千金)’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진나라 재상 여불위는 천지·만물·고금에 관한 모든 것을 망라한 ‘여씨춘추(呂氏春秋)’(26권,20만자)를 지었다. 그는 이 책을 수도 함양(咸陽)에 내걸고 “여기에 한 글자라도 덧붙이거나 줄이는 사람에게 상금으로 천금을 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그 누구도 고치지 못해 그의 말은 괜한 허튼 소리가 아니었다. 무리한 주문인지는 몰라도, 책을 내는 이들은 모름지기 이 정도의 자신감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전은 인류의 정신과 지식의 정수를 담고 있기에 수백년, 수천년이 흘러도 필독서로 남아 있다. 출판인들이 한번쯤 ‘일자천금’의 고사를 새겨봤으면 ‘악서’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는 ‘악서’가 추방되는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규환 문화부 부장급 khkim@seoul.co.kr
  • 전자여권 졸속도입 논란

    정부가 올해 하반기 일반인을 대상으로 발급을 추진 중인 전자여권 도입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외교통상부 및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자여권 도입을 골자로 한 여권법 개정안이 최근 임시국회 통외통위 법안심사소위를 거치면서 전자여권에 지문정보를 담는 시기를 올해 하반기 첫 발급시에서 2010년 1월부터로 미루는 것으로 수정돼 심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부는 지난해 5월 전자여권에 얼굴·지문 등 생체인식정보를 저장한 칩을 내장하기로 결정한 뒤 9월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 등이 “지문정보 수록은 인권침해 소지에 보안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지만 정부측은 “지문정보 수록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보안에도 문제가 없다.”며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최근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문정보 수록에 대한 인권·보안문제 등이 다시 제기되자 법안 통과가 늦어질 것을 우려한 정부측이 서둘러 수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지문정보를 수록하는 시스템 마련 등 발급을 위한 모든 준비를 해왔는데 연내 전자여권을 발급하려면 국회 통과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타협안을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문정보 수록을 미루면서까지 연내 전자여권 발급을 서두르는 이유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목표로 추진 중인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가입하려면 전자여권 발급이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음달 중 미국측과 VWP 가입 약정(MOU)을 맺을 예정인데, 여권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VWP 가입이 어렵다는 것이 외교부측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자여권을 발급하는 38개국 중 현재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 등만 지문정보를 담고 있다.”며 “미 VWP 가입조건이 지문정보 수록은 아닌 만큼 우선 지문정보를 빼고 전자여권을 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 VWP 가입에 급급해 전자여권 발급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진보네트워크센터 관계자는 “미 VWP 가입조건에 맞추다 보니 지문정보 수록이 어쩔수 없이 연기됐지만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인권침해 소지와 보안문제”라며 “정부가 지문정보 수록을 2010년으로 미룬 것도 이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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