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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선 제지에도 임종석 또 박원순 찬사 “시민의 요구에 순명”

    박영선 제지에도 임종석 또 박원순 찬사 “시민의 요구에 순명”

    “청렴” 발언으로 2차 가해 논란 부른 임종석“이명박·오세훈과 달리 박원순은 ‘사람’ 존중” 박영선 “피해자 상처 건드리는 발언 자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청렴했다”고 평가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또다시 박 전 시장을 치켜세웠다. ‘청렴’ 발언으로 2차 가해 논란이 제기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직접 자제를 요청한 가운데 또 비슷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임종석 전 실장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에는 속도와 효율이 강조됐다면 박 전 시장 시절에는 안전과 복지가 두드러졌다”면서 “안전하고 깨끗한 서울을 원하는 시민의 요구에 순명(명령에 따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뉴타운 개발로 대표되는 토목행정이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 시절의 상징”이라며 “20개가 넘는 자율형사립고를 허가해 고교 서열화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의 행정에 대해도 비판적 시각이 많다. 시장의 질서나 기업의 효율 등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라며 “하지만 박 전 시장이 (재선 및 3선 도전에서) 당선된 것은 서울시민의 생각이 변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임 전 실장은 ‘더디 가도 사람을 생각하자’는 것이 박 전 시장의 생각이었다며 “아픔과 혼란을 뒤로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시점에 이런 문제에 대한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전날에도 박 전 시장에 대해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에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영선 후보 역시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피해 여성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상처를 건드리는 발언은 자제해주시는 게 좋겠다”며 선을 그었는데, 임종석 전 실장이 또 다시 박 전 시장의 공을 강조한 것이다. 임종석 전 실장은 “아픔과 혼란을 뒤로 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이 시점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한다”면서 “서울이 어떤 철학과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는 우리 자신와 아이들에게 어떤 과거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행복한 부부생활, 자녀가 꼭 필요할까? 다둥이족과 딩크족의 만남

    행복한 부부생활, 자녀가 꼭 필요할까? 다둥이족과 딩크족의 만남

    ‘맞벌이로 자녀 없이(Double Income No Kids, DINK) 살아간다’ 딩크족이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고 살아가는 맞벌이 부부를 말한다. 딩크족은 서로 배우자의 자유를 존중하고, 자신의 일에서 삶의 보람을 찾으며 경제적 안정을 목표로 삼는다. 최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한 명의 수입으로는 가정을 유지하기 어려워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딩크족들이 급증하고 있다. 어려워진 경제 상황만이 원인일까. 요즘 뉴스들을 보면 대부분 ‘아동살해’와 관련한 험악한 뉴스들이 쉽게 등장한다. 작년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은 물론이며 10살 조카를 ‘물고문’해 숨지게 한 이모의 사건, 경북 구미 빌라에서 숨진 3세 여아 사건 등 무책임한 부모들과 친척들의 끔찍한 아동살해 사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출산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지도록 만든다. 과연 자녀 문제에 대하여 요즘 부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결혼 2년 차에 접어든 신현정(38)·김도완(39)씨 부부는 결혼 후, 자연스레 딩크족으로 살아온 부부다. 아내 신 씨는 “결혼 전부터 사실 자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결혼 이후 남편과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더욱더 자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 영원히 딩크족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은 아니지만, 현재 생활이 만족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편 김 씨도 “자녀를 키울 경제력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현재 상황에 자녀를 낳으면 아내에게 쏟았던 관심이 모두 아이에게 갈까 봐, 하는 걱정도 있다”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또한 “주변에서는 애를 낳지 않을 거면 결혼을 왜 했냐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애를 낳으려고 결혼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딩크족과 반대로 아들 둘에 딸 하나, 총 세 명의 자녀와 살아가는 다둥이 부부 장민경(38)·유대호(38)씨 또한 자녀에 대한 생각은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남편 유 씨는 “아이들이 저에게 깨달음을 주고, 저를 성장시켜주기도 한다는 장점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자녀를 갖는 것을 추천하는 입장이지만, 사실 요즘 흉흉한 뉴스들이 많이 보이기도 하면서 책임질 수 있을 때 아이를 낳는 것이 무엇보다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책임지지 못한 부모들의 행동들이 이슈화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내 장 씨는 “사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만큼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하면서 “아이를 낳으려고 할 때 책임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 배우자와 서로 돈독한 사랑을 유지하고 있는지, 함께 정말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여건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하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개인적인 책임 문제와 별개로 사회적 구조에 대한 생각도 두 부부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딩크족 아내 신 씨는 “요즘 시대가 경쟁도 너무 심하기도 하고, 코로나로 악화된 사회 속에서 아기를 낳고 힘들게 살아가는 주변 친구들을 볼 때면 지금 자녀를 갖겠다는 생각이 들기가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 김 씨도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같은 사건들도 사실 자식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국가 차원에서 나서서 관련 법 개정이나 처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특히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인 다둥이 남편 유 씨는 “실질적으로 다둥이 부모가 되어보니 사실 사회적으로 무언가 큰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못했다. 다자녀 청약의 경우는 당첨될 확률도 극히 낮을뿐더러 나머지 혜택들도 말하자면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은 국가적 지원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입장이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어 아내 장 씨 또한 “사실 요즘은 특히 아이 하나도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꼭 다둥이 가구에 한정 짓지 말고, 한 자녀 가구부터 다자녀 가구까지 전반적으로 아이를 가진 가정에게 국가의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비혼주의나 딩크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녀를 낳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출산에 대한 결정은 한 개인, 한 가정의 선택이지만 결국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국가의 제도적 지원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들의 현상을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국가가 나서서 보육의 문제부터 교육, 복지까지 제반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여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글 임승범 인턴기자 seungbeom@seoul.co.kr영상 문성호·김민지 기자 임승범·장민주 인턴기자 sungho@seoul.co.kr
  • [열린세상]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박산호 번역가

    [열린세상]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박산호 번역가

    그것은 우연한 만남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교보문고가 있어서 종종 가는데 얼마 전부터 소설 베스트 코너에 ‘파친코’라는 책이 보였다. 그때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두 번째 우연히 찾아왔다. 내가 즐겨 찾는 SNS에 파친코 작가 이민진의 강연 영상이 올라온 것이다. 7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명문대를 나와 변호사로 일하다 작가로 전향한 그는 한 대학에서 열린 강연에 나와 참석해 준 가족과 동료 연구자들과 교수들을 하나하나 빼지 않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 부분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싶으면서도 별 감흥이 없다가 마지막 부분을 듣는 순간 울컥했다. 그날은 눈이 많이 왔던지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분들은 바로 이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셨지만 그 노고를 인정받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이 강연장에 의자를 놓아 주신 분들, 이곳에 전등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해 주신 분들, 이곳이 따뜻하고 쾌적한 곳이 될 수 있게 애써 주신 분들, 우리가 여기 들어올 수 있게 눈을 치워 주신 분들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 말에 느닷없이 눈물이 쏟아져서 내가 왜 이러지 싶었던 순간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나온 대학교는 외국어대학교라 과마다 전공어로 하는 원어 연극을 한다. 우리 과도 내가 3학년 때 하기로 했다. 연극반 출신인 선배가 연출, 아버지가 방송국에 계셔서 각종 소품을 조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선배가 조연출, 그리고 내가 의상과 분장과 그 외 모든 잡일을 맡았다. 최진사댁 셋째 딸이란 전통적인 이야기를 각색한 대본으로 동기들과 선배들이 배역을 맡아 연습하는 동안 우리 삼총사는 뒤에서 공연 준비를 했다. 공연장을 섭외하고, 매번 연습실을 찾고, 의상과 분장을 챙기고, 그 외에도 생각보다 일이 많아서 공연하기로 결정한 날부터 실제로 무대에 올린 날까지 우리 삼총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나서 일했다. 드디어 공연하는 날 여의도 방송국까지 가서 가져온 의상과 분장은 완벽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완벽했고, 무대도 화려했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심지어 “뒤풀이까지 완벽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가는 길이 몹시 허전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 허전함의 정체를. 나도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공연 준비를 했는데. 모든 스포트라이트와 찬사, 모든 격려는 배우들과 연출들에게로 갔다. 아무도 내게 수고했다고 어깨 한번 두드려 주지 않았다. 나는 그날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지나 이국의 한 강연장에서 작가의 진심 어린 인사를 듣자 그때 못 받은 격려를 받은 것 같은 마음에 그만 눈물이 쏟아진 것이다. 그가 언급한 그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그 다정한 말을 듣고 있었다면 나처럼 몰래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소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시대에 정말이지 피치 못할 이유나 사정이 있어 일본에 건너간 한국인들이 일본인들 속에서 보이지 않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슬픈 역사를 그린 이야기다. 허나 보이지 않는 인간이 되어 차별받으며 인간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과 존중과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본에만 있을까. 매일같이 밥을 짓고, 청소와 빨래를 해서 가족의 일상을 유지하는 주부들, 제시간에 배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택배와 배달 노동자들, 쉴 곳도 없는 청소 노동자들, 우리가 보는 모든 영상물의 크레딧에 오르지 못하고, 우리가 읽는 책의 뒤표지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 다치고 죽어야만 뉴스에 잠깐 나오는 무수한 한국인과 외국인 노동자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이재용과 같이 보통 명사화된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선망과 부러움과 열망의 스포트라이트를 그들에게 비추기란 너무도 쉽다. 또한 그 스포트라이트 밖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못 보고, 혹은 외면하고 지나치는 것 역시 너무나도 쉽다. 그러나 그 쉬운 길의 여정에서 그들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 소외된다. 나와 그들이 다른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이다. 내가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 성소수자 극단 선택 부른 혐오… 그들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다

    성소수자 극단 선택 부른 혐오… 그들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다

    성적 지향·정체성 강제 노출 ‘아우팅’ 등사회서 존재 자체 부정당하는 공포 불러전문가 “스스로 돌보라고 떠밀면 안 돼”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트랜스젠더들이 최근 연이어 사망하자 대학교수 등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성소수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에 참여한 변상우 서울예대 예술창작기초학부 교수와 오현정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스스로 정신건강을 돌보라고 성소수자를 떠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러 성소수자를 상담해 본 변 교수와 오 대표는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가 이들에게 배제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우팅’에 대한 공포다. 아우팅은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오 대표는 “존재 자체를 사회에서 부정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성소수자의 내면에 늘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제에 대한 불안감은 특히 ‘발달 이행기’에 높아진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나아가는 이행기에 심리적으로 더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예컨대 대학 공간 안에서 조금씩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고 살다가 취업 활동에 접어드는 등 변화가 생기면 새로운 집단에서 거부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스트레스가 커지기 쉽다”고 했다. 성소수자의 잇단 사망이 알려진 지금 같은 시기야말로 ‘베르테르 효과’를 경계하고 성소수자의 마음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변 교수는 “서울시장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도 트랜스젠더들의 심리적 위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리적 위기를 겪는 성소수자에게 일반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을 제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성소수자의 심리적 위기를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요인이 이들을 배제하는 사회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마음 건강을 개인의 몫으로만 돌리지 말고 사회가 약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심리적 위기를 겪는 성소수자들이 있다면 빠르게 사회 안전망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담사들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모임을 만든 것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들은 지난 10일 트랜스젠더의 죽음을 추모하고 성소수자와 연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틀 만에 상담사 600여명이 동참했다. 지지 모임은 오는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에 맞춰 트랜스젠더 용어에 대한 미국 자료를 번역해 배포하는 등 연대를 계속할 예정이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심리상담사들이 본 성소수자 심리적 위기, “김기홍·변희수·이은용 사망은 사회적 타살”

    심리상담사들이 본 성소수자 심리적 위기, “김기홍·변희수·이은용 사망은 사회적 타살”

    변희수 전 육군 하사,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이은용 작가 등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트랜스젠더들이 최근 연이어 사망한 가운데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서울신문은 지난 19일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에 함께 하고 있는 변상우 서울예대 예술창작기초학부 교수와 오현정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와 공동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모두 심리상담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로, 연이은 트랜스젠더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정체성 받아들여주지 않는 사회…배제에 대한 공포로 전문가들은 성소수자들이 ‘아웃팅’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웃팅은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드러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웃팅을 당하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공포다. 이들의 심리적 어려움은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구조와 맞닿아 있다. 성소수자들은 성장과정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수용되기 어려운 환경에 있어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내면화될 위험성이 크다. 오 대표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회에서 부정당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사회구조적 어려움이 성소수자 개인 내면의 모든 이슈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변 교수도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우려하다보니 늘 조심스럽게 주의하고,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등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배제에 대한 불안감은 특히 ‘발달 이행기’에 높아진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나아가는 이행기에 심리적으로 더 취약해질 수 있다. 변 교수는 “예컨대 대학 공간 안에서 조금씩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하고, 자신의 정체성 그대로 존중받고 살다가 취업 활동에 접어드는 등 변화가 생기면 다시 사회적 배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금과 같은 시기 성소수자의 마음 상태를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변 교수는 “지금처럼 성소수자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서울시장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하는 경우 심리적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접적으로 혐오 표현을 듣거나, 증오범죄의 피해자가 된 경우에도 심리 상태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지난 2018년 반대 세력의 폭행과 고성에 무산됐던 인천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상당한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 “성소수자 스트레스 관리, 개인에게 돌려선 안돼” 심리적 위기를 겪는 성소수자에게 일반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을 제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성소수자의 심리적 위기를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요인이 이들을 배제하는 사회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스스로 자신의 마음 건강을 돌보기란 쉽지 않다”면서 “마음 건강을 개인의 몫으로만 돌리지 말고, 사회가 개인의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문화를 정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교수도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면 된다’, ‘생각을 달리하면 된다’는 메시지들이 모든 문제를 개인의 몫으로 치환하며 오히려 개인을 더 힘들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 위기를 겪는 성소수자들이 있다면, 빠르게 사회 안전망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소수자들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기관 등에서 지원을 받는 것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성소수자 자살예방프로젝트 ‘마음연결’에서 언제든지 온라인 상담(https://chingusai.net/xe/online)을 받을 수 있으며,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 사이 전화 상담(02-745-7942) 예약도 가능하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마음이음(1577-0199)에 연락하거나 성소수자 친화적인 사설 상담센터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자신이 애착을 갖고 있는 대상과 연결되는 것도 중요하다. 좋아하는 친구나 가족과 연락하거나, 좋아하는 장소에 가거나 반려동물을 떠올려보는 것도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오 대표는 “자신의 존재를 수용해주는 사람, 성소수자들이 안전하다고 느껴질만 한 공간 등이 사회적으로 갖춰져 있을 때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사들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모임을 만든 것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성소수자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상담사들이 카카오톡 채팅방을 중심으로 모였고, 연이은 트랜스젠더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 10일 트랜스젠더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성소수자와 연대하겠다는 내용의 연서명을 발표했다. 연서명은 박도담 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 선임상담원의 주도로 시작해 이틀만에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학회 등 소속 상담사 600여 명이 참여했다. 지지 모임의 활동은 연서명으로 끝이 아니다. 오는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에 맞춰 트랜스젠더 용어에 대한 미국 자료를 번역해 배포할 예정이다. 모두에게 안전한 상담실 환경을 만드는 캠페인도 기획 중이다. 성소수자들의 힘이 되고 싶은 상담사가 있다면 지지 모임의 공식 계정(allly.counselors2021@gmail.com)으로 연락해 모임에 함께할 수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차기 검찰총장 인선 잰걸음…유력 거론 이성윤은 검찰 4차 출석요구 불응

    차기 검찰총장 인선 잰걸음…유력 거론 이성윤은 검찰 4차 출석요구 불응

    국민들이 검찰총장 후보를 추천하는 ‘국민 천거제’가 마무리되며 총장 인선 절차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조만간 총장 제청 대상자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추려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에 제시할 예정이다. 차기 총장에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 거론되고 있으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의 주요 피의자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조만간 국민들이 전날까지 추천한 피천거인과 자체 추천 후보 명단을 1차로 추려 추천위에 넘길 예정이다. 이후 추천위가 적격 여부를 따져 3명 이상의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장관은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대통령에게 후보자 한 명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당시 국민 천거가 마감일(2019년 5월 20일)로부터 24일 뒤 추천위(2019년 6월 13일)가 열렸고, 나흘 뒤(2019년 6월 17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임명 제청을 받은 윤 전 총장을 지명했다. 국민 천거 마감 이후 지명까지 한달여가 소요된 셈이다. 현재 차기 총장의 유력 후보로는 친정권 성향의 이 지검장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김학의 사건의 주요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수원지검은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 지검장에게 4차 소환 통보를 했지만 이 지검장은 ‘검찰의 강제수사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지검장이 네 차례 출석에 불응하며 검찰의 강제수사 전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지검장은 자신의 사건에 대한 전속적 관할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에 이 지검장 사건을 이첩했다가 다시 돌려받은 수원지검이 재차 사건을 이첩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있다. 또 수원지검의 수사팀장은 해당 사건의 공소권이 공수처에 있다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주장도 정면 반박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이 이 지검장을 직접 기소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는 이 지검장 총장 임명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조 차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국면에서 검찰 내부 의견을 담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또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을 대검 부장회의에서 재심의하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데 대해 전국 고검장 6명을 참석하게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 차장의 묘수가 심의의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외에 차기 총장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봉욱 전 대검 차장, 김오수·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제주도의회 지방의회 첫 부동산 거래신고제 도입 추진

    제주도의회 지방의회 첫 부동산 거래신고제 도입 추진

    제주도의회가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부동산 거래 신고제’ 도입을 추진한다.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김용범 위원장(윤리특별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 마련을 위해 ‘제주도의회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개정안은 지방의원이 소속 상임위원회(특별위원회 포함) 직무와 관련된 부동산을 보유ㆍ매수하는 경우 의장에게 신고토록 하고, 법령위반으로 의심되는 경우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거쳐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토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의원 본인이나 의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ㆍ비속(배우자의 직계존속ㆍ비속 포함)이 소속 상임위원회 또는 특별위원회의 직무에 해당하는 사업과 관련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매수하는 경우 의장에게 그 사실을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부동산 보유 또는 매수 신고를 받은 의장은 해당 부동산 보유ㆍ매수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부동산 획득 등 법령위반으로 의심되는 경우,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고, 그 결과를 해당 의원에게 통보해야 한다.또 의장은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거나 고발조치토록 했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의장으로부터 의견 제출을 요구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그 의견을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김용범 위원장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직자에 대한 부동산투기 전수조사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예방대책마련을 위해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전국 최초로 자발적으로 부동산투기를 사전에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신고 조치 등을 마련해 공직사회 전반에 청렴하고 공정한 직무환경 조성에 이바지하고자 조례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하버드 일본학연구소도 “램지어 논문 심각한 실증적 우려”

    하버드 일본학연구소도 “램지어 논문 심각한 실증적 우려”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해당 논문에 대해 그가 속한 하버드대 일본학연구소마저 학문적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하버드대 라이셔 일본학연구소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최근 출판물은 하버드대의 일본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학문의 실증적인 근거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기관 중 첫 비판적 입장 표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표명한 하버드대 기관은 이 연구소가 처음이라고 하버드대 교내 신문 크림슨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하버드대 카터 에커트 교수와 앤드루 고든 교수가 지난달 17일 이 논문의 문제를 지적하는 학술성명을 내고, 램지어 교수의 로스쿨 동료인 한국계 석지영 교수도 뉴요커 기고문을 통해 이를 비판했으나 대학 내 기관 차원의 대응은 아직 없었다. 특히 라이셔 연구소는 램지어 교수도 소속돼 있어 이번 성명은 그에게 뼈아픈 지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셔 연구소는 지난 15일자 성명에서 “연구소는 하버드대의 모토인 ‘진리’(Veritas)를 재확인하다”면서 “우리는 진실의 추구와 최고 수준의 학문적 완결성 지지 약속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램지어 논문의 실증적 근거에 우려를 제기한 라이셔 연구소는 에커트-고든 교수의 학술성명, 글로벌 역사학자 5명의 세부 반박문, 석 교수의 기고문 등을 링크와 함께 소개했다. 그러면서 “연구소는 학술지 편집자들에게 미국과 국외 학자들이 제기한 우려 사항을 충분히 다뤄야 한다는 요구를 재확인한다”고 촉구했다. 법경제학국제리뷰(IRLE)가 역사학자들의 문제 제기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램지어 교수 논문의 철회 또는 수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협박·증오 메일 등 찬반 과열 양상은 경계 다만 “우리는 유익하고 정중한 지적 대화와 논의를 증진한다는 연구소의 목적을 재확인한다”면서 “그렇게 함으로써 어떠한 형태의 증오 발언, 괴롭힘, 협박도 명백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증오발언 규탄’은 램지어 망언 사태로 램지어 교수 본인과 하버드대, 그리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한 외부 학자들을 향해 찬반 양측에서 과도한 공격적 반응이 쏟아지는 것 역시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크림슨에 따르면 램지어 교수는 지난달 5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살해 협박과 증오 발언을 담은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고, 메리 브린턴 라이셔 연구소장을 비롯한 다른 일본학 연구자들도 비슷한 메일을 받았다. 브린턴 소장은 지난 8일 램지어 교수와의 이메일 대화에서 “하버드의 전체 일본학자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며 “당신도 이런 일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심각한 불안감을 주는지 잘 알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메일에서 고든 교수 등 2명이 대학 측에 이번 논란에 관한 공식 성명을 내거나 아니면 교수들이 스스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지침을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크림슨이 보도했다. 라이셔 연구소뿐 아니라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들도 ‘증오 메일’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 램지어 교수를 앞장서 비판한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와 에이미 스탠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도 협박 메일을 받고 경찰에 이를 신고한 상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시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예술’/백선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예술’/백선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레오 리오니의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프레드릭’은 발표된 지 4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걸작 그림책 중 하나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부지런한 들쥐 가족이 추운 겨울을 대비해 밤낮없이 식량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프레드릭만은 바삐 움직이는 형제들 곁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왜 일을 하지 않느냐는 형제들의 질문에 프레드릭은 자신도 일을 하고 있노라고 대답한다. 춥고 어두운 겨울을 대비해 햇살과 색깔, 이야기들을 모으는 중이라고. 춥고 긴 겨울을 보내며 식량이 동나고 모두가 힘겨워졌을 때, 프레드릭이 모았던 양식이 진실로 빛을 발한다. 프레드릭은 따사로운 햇살이며 아름다운 풀밭 이야기를 들려주며 형제들을 위로하고, 형제들은 기뻐하며 프레드릭에게 박수를 보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던 지난해,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긴급 예술지원 정책들을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독일 문화부 장관인 모니카 그뤼터스가 했던 말이 계속 필자의 뇌리에 남아 있다. 요약하자면 문화는 좋은 시절에만 누리는 사치품이 아니라 인류의 표현방식이며, 위기의 시기일수록 예술가들이 발휘해 온 창조적인 힘이 더욱 요구된다는 것이다. 프레드릭을 대하는 형제들의 태도나 그뤼터스 장관의 말에서, 예술을 대하는 자세가 우리와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프레드릭의 형제들은 프레드릭의 일을 자신들의 노동과 동일하게 대우한다. 그뤼터스 장관은 사회가 어려울수록 예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예술을 ‘있는 사람이 부리는 여유’ 정도로 치부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러니 예술 지원을 논할 때면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왜 지원해 주느냐는 질문이 잇따르곤 한다. 예술이 사회 유지에 필수적이지 않은데 세금을 써 가며 지원해 줘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견 예술은 우리가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거리가 있어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실 우리는 아주 일상적으로 예술의 효용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고 영화를 보면서 위안을 얻지 않는가. 긴장을 풀고 상처를 달래는 힘 덕분에, 인생은 짧아도 예술은 긴 것일 터이다. 앞으로 예술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문화적으로 다양한 시대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발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갈등과 배척으로 이어지는 균열의 순간 역시 비례해 늘어나고 있다. 문화다양성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는 차이를 차별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는데, 이를 해결하는 근본 바탕에는 각자의 입장을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예술가들이 처한 어려움은 심각 단계를 넘어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술 지원정책이 예술가가 어려우니 도와야 한다는 시혜적 차원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술 활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이미 1980년에 ‘예술인의 지위에 관한 권고’를 통해 사회가 예술 활동을 지속가능하게 할 책무가 있음을 천명한 바 있다. 예술 활동의 유지를 위해서는 예술 활동을 그 결과물로서만 인정하는 사회 통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 공공지원은 작품이나 전시와 같은 결과물에 대한 지원금 지급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 시간 역시 예술 활동으로 인정하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프레드릭의 형제가 햇살과 색깔 모으기 같은 프레드릭의 일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자신이 모은 양식을 풀어 보기도 전에 굶어 죽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예술 지원정책의 범위를 넓히고 있어 반갑다. 기존의 지원체계에 더해, 창작 사전준비단계 및 연습ㆍ발표공간, 예술인 연구모임 등 작품 준비부터 연습, 발표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긴 호흡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예술 현장과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시도되는 변화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물론 아직은 예술 현장에서 불충분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고 제도적 한계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술 지원체계에서 의미 있는 시도임에 분명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들이 계속 확장되기를 바란다.
  • 외교부, 유네스코 포럼서 “인종차별 대응은 시급한 과제”

    외교부, 유네스코 포럼서 “인종차별 대응은 시급한 과제”

    최종문 2차관 개회사, 국제연대 역설“혐오 발언, 코로나19 국제협력 저해”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2일 인간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인종차별 대응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 차관은 이날 우리 정부와 유네스코가 공동개최한 ‘인종주의와 차별 반대 국제포럼’ 개회사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종차별 사례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국제 사회가 새로운 다짐을 할 때”라고 말했다. 혐오 발언, 차별, 폭력은 반인권적일 뿐 아니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필요한 국제 협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최 차관은 또 “편견과 혐오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인류애, 관용, 다양성 존중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배우고 실천하는 세계시민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급한 과제인 인종주의와 차별 대응을 위해 유네스코 등 다자기구를 통한 국제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포럼에선 ▲인종차별 반대 정책 수립 및 문화 조성 방안 ▲편견과 차별 철폐를 위한 양성평등 증진 방안 ▲인종차별 반대 국제 파트너십 형성 방안 등이 논의된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미첼 바첼렛 유엔인권최고대표,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외교부는 “혐오와 차별 문제 대응에 있어 우호그룹의 다양한 활동 지원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을 지속 강조하고, 국제사회와 연대 및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 ‘서울특별시 공동주택노동자 좋은 일자리 상생협약식’ 개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 ‘서울특별시 공동주택노동자 좋은 일자리 상생협약식’ 개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 공동주택 노동자가 손을 맞잡고 경비, 관리, 청소 등 공동주택 종사 노동자의 권리 증진과 처우 개선에 나선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이하 민생실천위원회)는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 서울일반노동조합이 함께 하는 「서울특별시 공동주택노동자 좋은 일자리 상생협약식」을 19일 서울시청에서 개최했다. 최근 공동주택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이 공포·시행되었지만, 입주민의 폭행이나 갑질 문제는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관리비 절감이나 무인경비화로 인한 상시적 고용불안도 마찬가지다. 금번 협약식은 이 같은 공동주택 종사 노동자의 고충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로 삼아 지방의회와 정책 담당자, 이해당사자 간 상생을 모색하는 틀을 마련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날 협약에 참여한 6개 기관은 ▸공동주택 종사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협력 ▸상생하는 공동주택 조성을 위한 실천과제 이행 ▸실천과제 세부실행계획 수립 ▸상생협약의 25개 자치구 확산 등 4개 과제에 합의했다. 이후 협의체 간담회와 민생현장점검, 전문가 의견청취 등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모색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보완하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앞서 이경선 민생실천위원회 위원장은 제299회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 인권 증진에 관한 조례」제정을 통하여 공동주택 노동자의 인권보호와 처우개선을 위한 실질적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 해당 조례는 공동주택 노동자 보호를 위한 시장의 책무와 함께 근로환경 개선, 정신적‧신체적 피해지원, 입주자 등 주택관리업자의 책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경비노동자 뿐만 아니라 공동주택 관리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지원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경선 위원장은 “공동주택 노동자 인권이 존중되는 지역사회 실현을 위한 마중물”이라고 상생협약식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한 “주택건축본부, 노동민생정책관, 갈등조정담당관 등 서울시 관계부서의 정책적 노력과 다양한 사회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상생협약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를 대표해 축사자로 참석한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축사를 통해 공동주택 이해 당사자 간 이해와 존중으로 차별의 사회가 아닌 어울림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서울시의 정책적 지원을 당부했다. 이 밖에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 등도 협약취지에 공감하며 격려와 지지를 전했다. 이경선 위원장과 민생실천위원회 위원들은 “서울특별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는 상생과 공정의 가치 위에서 노동자의 인권 증진을 위해 언제나 노력할 것”이라며 ‘을이 행복한 사회, 을이 없는 사회’를 위한 연대의 의지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동권리보장원 ‘2021년 제1회 아동권리포럼’ 개최

    아동권리보장원 ‘2021년 제1회 아동권리포럼’ 개최

    아동권리보장원(원장 윤혜미)이 지난 19일 ‘2021년 제1회 아동권리포럼’을 열었다고 22일 전했다. ‘아동권리 시각으로 아동학대를 보다’라는 주제로 관련 전문가 및 아동단체, 언론인 등 약 100명이 참여해 웨비나(온라인 세미나) 형식으로 열린 포럼은 이번 주중 아동권리보장원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포럼에서는 최근 증가하는 아동학대 사건 관련 언론보도와 제도, 실천현장의 문제점이 아동권리 측면에서 진단됐다. 또 아동 중심 개선방안 모색이 이뤄졌다. ‘아동학대 관련 제도와 정책을 본 아동권리’를 주제로 첫 발표에 나선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아동학대 관련 제도와 정책의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이어 남형도 머니투데이 디지털컨텐츠부 팀장이 ‘아동학대 관련 언론을 통해 본 아동권리’를 주제로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자극적인 언론보도의 원인과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또 전종대 김해시아동보호전문기관장이 ‘아동학대 관련 실천현장에서 본 아동권리’를 주제로 아동학대 정책 실천에 있어 아동권익 존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김영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부 교수, 박은정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이 토론을 했다. 윤혜미 원장은 “포럼에서 제시된 의견과 관련 분야 전문가 자문을 받아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아동권리 기반의 언론보도 환경 조성과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출범한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학대 예방, 아동 돌봄, 아동 자립지원, 아동 권리증진 등 아동복지정책과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개발,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기억·약속·책임…“文정부, 세월호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약속 지켜야”

    기억·약속·책임…“文정부, 세월호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약속 지켜야”

    4·16연대 등, 참사 7주기 ‘기억의 달’ 선포 기자회견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피해자 가족 단체 등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의 약속을 지키라고 거듭 촉구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연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과 약속의 달’ 선포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가 책임을 다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경근 4·16연대 집행위원장은 “이 정부가 안전사회를 만드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며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지 않고는 우리 사회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4·16연대 등은 7주기 기조로 참사 피해자를 기리는 ‘기억’, 생명존중·안전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 진상규명에 성역을 두지 않는 ‘책임’ 등을 선정했다. 이를 위해 특검 도입이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한 강화, 4·16생명안전공원 등 기억사업 공론화, 목포에 있는 세월호 선체 보존 계획의 구체화, 팽목항·서울·제주 기억관 건설 및 정비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다른 재난참사 피해자 운동이나 시민들과의 연대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음 달에는 온라인 추모 릴레이 콘서트와 ‘세월호 참사 7주기 안전사회포럼’을 개최하고 광화문광장 공사로 문을 닫은 세월호 기억공간을 다시 열 예정이다. 참사 당일인 내달 16일에는 안산에서 기억식과 4·16생명안전공원 착공 선포식을 진행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달라진 오스카, 다양성 눈뜨다

    달라진 오스카, 다양성 눈뜨다

    “지난해 ‘기생충’의 수상에도 불구하고 오스카는 여전히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재능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미나리’의 배우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미국인 중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후보가 된 것은 그만큼 역사적이다.”(지난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미나리’가 오스카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발자취를 따를 가능성이 생겼다. 경쟁작 ‘맹크’가 10개 부문이나 후보에 올랐지만, 지난해 ‘조커’가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앞서 갔어도 결국 남우주연상과 음악상만 받은 것을 기억해야 한다.”(같은 날 미국 에스콰이어)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제93회 아카데미(오스카) 6개 부문에서 후보로 선정됐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주요 부문에 줄줄이 이름을 걸었다. ‘기생충’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어 영화가 오스카 트로피를 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29년 시작된 아카데미상은 세계 1위 영화 시장인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수상작을 정해 최고의 권위를 가진 영화상으로 꼽힌다. 올해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예정보다 두 달 연기돼 다음달 25일(현지시간) 열린다. 수상 부문은 작품상 이외에 감독상, 남우·여우주연상, 남우·여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등 23개다. ‘벤허’(1959), ‘타이타닉’(1997),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 3편은 각각 11개 부문을 휩쓸어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할리우드 시상식 전문 매체 골드더비에 따르면 후보작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9362명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후보작을 선정할 때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문별로 영화 5편을 골라 1~5위까지 순위를 매겨 한 표씩을 행사하고, 최대 10편까지 후보로 선정할 수 있는 작품상 후보를 선정할 때는 부문에 상관없이 모든 회원들이 투표한다. 여기서 일정 정도의 표를 얻으면 후보가 되고, 먼저 후보가 된 영화를 빼고 다시 두 번째 후보작을 뽑는 ‘선호투표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종 수상작은 후보작보다 간단하게 부문별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영화가 선정된다. 다만 작품상은 모든 회원이 선호투표제로 1~10위까지(올해는 1~8위) 순위를 정해 투표한다. 1순위 표를 집계해 과반을 얻은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최하위 득표를 얻은 영화를 배제하고, 최하위 득표 영화에 1순위를 부여한 회원들이 2순위로 선정한 영화에 던진 표를 다른 후보작들의 1순위 표에 합산하는 방식으로 과반 득표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올해 수상작 투표는 다음달 15일 시작돼 20일에 끝난다. AMPAS는 세계 영화 제작자, 배우, 기술자 중 뛰어난 공헌을 한 인물을 심사해 매년 새로운 회원을 위촉하고 오스카 투표권을 부여해 왔다. 한국인 회원은 50여명으로 알려졌다. 임권택·봉준호·박찬욱·이창동 감독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뿐 아니라 송강호·최민식·이병헌·배두나·하정우·장혜진·조여정 등 배우들이 포함됐다.아카데미상의 트로피는 오스카로 불린다. 34㎝ 높이의 황금빛 오스카는 남성이 가슴 높이까지 오는 장검을 두 손으로 짚고 있는 모양이다. 이를 두고 1931년 AMPAS 직원 마거릿 헤릭이 “우리 오스카 삼촌과 닮았다”고 한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과 미국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가 자신의 첫 남편 하먼 오스카 넬슨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오스카상은 작품성 위주의 드라마 장르 영화를 중심으로 시상이 이뤄진다. 블록버스터라도 마블 영화처럼 흥행에 주안점을 둔 상업 영화보다는 ‘글래디에이터’(2000), ‘덩케르크’(2017),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등 인물 간 드라마가 뚜렷이 드러나야 유리하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오스카상을 받으려면 탄탄한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를 납득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 영화의 오스카 도전은 1963년 고 신상옥 감독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출품하면서 시작됐지만 ‘기생충’ 이전까지는 어떤 작품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기생충’이 지난해 가장 권위 있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한 것은 경이적이다. 자막 읽기를 번거로워하는 관객이 많은 미국에서 최초로 비영어 영화가 작품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1999년 71회 오스카 3관왕을 달성한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미국 관객 입맛에 맞춰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소련군 대신 미군이 해방한 것으로 각색하기도 했지만, 작품상은 받지 못했다.‘기생충’의 성공은 최근 오스카가 다양성을 강조하게 된 분위기 덕도 있다. 오스카는 2015~2016년 연속으로 남녀 주·조연상 후보를 백인 일색으로 채워 거센 비난이 일었다. 당시 사회파 감독인 스파이크 리는 ‘#Oscars_So_White’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듬해 시상식에서는 흑인 배우가 한꺼번에 남녀 조연상을 받고, ‘문라이트’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마허샬라 알리는 무슬림 최초로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2019년 ‘그린북’이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는 인종차별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백인 구원자 서사’라는 비판도 받았다. 영화평론가인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장은 “‘기생충’의 선전은 다양성을 무시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는 만큼 시대적 흐름을 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생충’ 배우 가운데 누구도 연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 있었다. 이런 점에서 ‘미나리’가 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을 포함해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된 것은 고무적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기생충’이 좋은 영화라는데 왜 연기상이 없느냐는 비판에 시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나리’는 이런 부담을 덜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어 대사 때문에 외국어영화상만 허용한 골든글로브와 달리 오스카가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로 선정한 것은 이 영화를 미국의 가치에 부합하는 진정한 미국 영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포브스는 “낯선 곳에서 뿌리를 내리려 고군분투하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 이야기지만, 이민자들이 어떻게 미국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91개 상을 받은 ‘미나리’는 오스카 작품상을 놓고 ‘노매드랜드’와 ‘더 파더’, ‘맹크’,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유다와 검은 메시아’, ‘프라미싱 영 우먼’, ‘사운드 오브 메탈’ 등 7개 작품과 접전을 벌인다. 골드더비는 ‘노매드랜드’를 작품상 수상 후보 1순위로 꼽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감독 클로이 자오가 연출한 ‘노매드랜드’는 붕괴한 기업 도시에 살던 여성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이 보통의 삶을 뒤로한 채 홀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194개 상을 받은 ‘노매드랜드’가 오스카 작품상을 받으면 ‘기생충’에 이어 2년 연속 아시아계가 작품상을 받는 셈이다.미국 연예 매체 버즈피드 뉴스는 “지난해 ‘기생충’이 미국 영화 산업의 자아도취에 경종을 울렸다면 ‘미나리’와 ‘노매드랜드’는 모두 자신의 방식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성을 지적했다”고 호평했다. 다만 전찬일 회장은 “‘기생충’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해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준 반면 ‘미나리’는 미국 사회의 차별을 다루지 않았고, 미국 밖에서는 큰 감흥을 주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나리’가 상을 받는다면 한국인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로 선정된 윤여정 배우의 수상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본다. “윤여정은 미나리를 장악하고 잊을 수 없는 눈부신 연기를 펼친다”는 시카고선타임스의 평가처럼 관객들은 국적과 상관없이 보편적 할머니의 가족애를 떠올릴 수 있어서다. 윤여정은 여우조연상을 놓고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과 경쟁하게 됐다. ‘보랏 서브시퀸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도 여우조연상 경쟁자다. 현재까지 ‘미나리’로 33개 상을 받은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으면 1957년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아시아 배우로서는 두 번째다. 미국 언론이 윤여정과 비교하는 메릴 스트리프는 역대 최다인 21차례 오스카 후보 선정(수상 3회) 기록이 있다. 남우주연상 후보 스티븐 연은 앤서니 홉킨스(‘더 파더’)와 채드윅 보스만(‘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게리 올드먼(‘맹크’) 등과 경쟁해야 하나, 채드윅 보스만의 수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허남웅 평론가는 “어쨌든 한국어 영화가 오스카에서 상을 받을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오스카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블링컨 작심발언에도 잠잠한 北

    블링컨 작심발언에도 잠잠한 北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7~18일 방한 중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 정권하에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며 강한 스파이크를 날렸으나, 북한은 즉각 대응하지 않고 있다.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도 북한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던 만큼 북한은 구체적 내용을 탐색하며 맞대응 수위를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7일자 담화에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고 미국에 경고했으나, 블링컨 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에서 이틀 연속 북한 인권을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국가 정책에 따라 자행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라는 표현은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면서 쓴 표현이라 북한을 의도적으로 자극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북한의 군사적 행동까지 예견되지만 21일 현재까지는 조용하다. 북한은 지난 20일 외무성 홈페이지에 한대성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가 지난 12일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유엔헌장에 명기된 자주권 존중,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특정 나라들을 부당하게 취급하는 정치화되고 차별적인 관행을 중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발언한 내용을 소개하며 서방국가들이 중국과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비판하는 데 그쳤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중국 압박 차원에서 북한을 연계한 것이기에 이에 반발하면 대응 카드를 초기에 소진해 버리는 꼴이 된다”면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4월 중하순쯤 미국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되면 그때 전략적 수를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흡연 학생 훈육”…고교 행정실장, 결국 형사처벌 받는다

    “흡연 학생 훈육”…고교 행정실장, 결국 형사처벌 받는다

    “담배 6개비 한 번에 피우라고 해”고교 행정실장 검찰 송치 흡연을 한 학생에게 폭행과 욕설 등을 한 광주 한 고등학교 행정실장이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21일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7일 폭행 등 혐의로 광주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이 학교 교장 B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송치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초 흡연을 한 3학년 5명을 행정실 앞에서 폭행하고 욕설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일부 학생은 몸에 피멍이 들었고, 한 학생의 휴대전화는 파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 학생들에겐 담배 5∼6개비를 입에 물도록 한 후 강제로 피우도록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광주시교육청은 “A씨의 폭행 혐의가 중대하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관계자는 “학교에서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에 이뤄지는 체벌은 가장 비교육적인 처사”라며 “학생이 교내 흡연 등 학생 생활 규칙이나 교칙을 위반했더라도 교육적 지도 활동은 인권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 한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광주시교육청은 이들을 징계해야 한다. 더는 폭력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광주 학생인권조례를 기반으로 인권침해 및 상담 활동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애틀랜타 총격 한국인 희생자 둘 이름 공개, 바이든 곧 방문

    애틀랜타 총격 한국인 희생자 둘 이름 공개, 바이든 곧 방문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스파 두 업소에서 연쇄 총격에 희생된 한국계 여성 4명 가운데 두 명의 신원이 알려졌다. 애틀랜타 경찰은 18일까지 용의자 로버트 에런 영(21)이 두 번째와 세 번째 총격 범행을 저지른 골드 스파와 아로마테라피 스파에서 희생된 한국계 여성들의 신원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간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찰스 햄프턴 주니어 부서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들의 가장 가까운 친족에게 통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00% (친족에게) 통보되면 곧 그것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햄프턴 부서장은 또 피해자들의 시민권 지위나 해당 지역 또는 미국에 가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코리아타임스 애틀랜타는 애틀랜타 두 군데 스파 업소에서 숨진 한인 여성 가운데 줄리 박, 현정 박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이름은 교민들의 트위터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고 인사이더 닷컴이 전했다. 이 가운데 현정 박의 아들들이 어머니의 사망을 알리며 딱한 사정을 호소해 고펀드미 닷컴에서 모금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고 국내 언론에 이미 소개됐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의 이름이나 신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롱은 당일 체로키 카운티 악워스의 마사지숍에서 총격을 가해 4명이 숨지고 한 명이 크게 다쳤으며 그 뒤 애틀랜타 시내 스파 두 곳에서 총격을 이어가 한인 여성 4명이 사망했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은 관할 지역에서 숨진 희생자 4명과 부상자 1명의 신원을 전날 공개해 이틀이 지나도록 한인 희생자 4명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것과 대조를 이뤘다. 체로키 카운티의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서 희생된 4명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이 업소를 운영하던 샤오제 탄은 고객을 가족처럼 편안하게 대해줬다고 한다. 중국 출신인 탄은 친구들 사이에 ‘에밀리’로 통했다. 50번째 생일을 이틀 앞두고 희생됐다. 이 업소의 단골은 탄에겐 딸이 한 명 있었고, 평소 딸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고 WP에 전했다. 탄의 손님이면서 친구였던 그는 총격 소식을 듣고 곧바로 마사지숍에 갔지만 이미 도착해 있던 경찰차를 보고 망연자실했다. 종업원이던 아시아계 여성 다오위 펑(44)도 업소에서 근무한 지 불과 몇개월 차였다. 백인 여성인 딜레이나 애슐리 욘(33)은 남편과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총성이 울릴 동안 다른 방에 있던 남편은 생존했다. 욘의 유족은 WP에 “남편이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욘은 와플 식당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결혼 전까지 13살 아들을 홀로 키웠다고 한다. 슬하에 8개월 된 딸도 뒀다. 폴 안드레 미컬스(54)는 육군 복무를 마친 사업가였다고 유족은 전했다. 백인 남성인 그는 결혼 20년차로 가톨릭 신자이자 보수주의자였다고 WP는 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애틀랜타를 방문해 아시아계 지도자와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은 코로나19 경기부양 예산안이 의회에서 처리된 뒤 전염병 대유행 극복 의지와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미리 잡힌 일정이었으나 애틀랜타 총격사건이 발생하자 간담회 일정이 긴급히 마련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는 연쇄 총격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연방 관공서와 군에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 그는 포고문을 발표해 “애틀랜타 대도시권 지역에서 저질러진 무분별한 폭력 행위의 희생자들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조기 게양을 명령한다”고 말했다. 조기 게양은 다음주 월요일인 오는 22일 일몰 때까지 미국 전역과 영토에서 적용된다. 백악관과 모든 공공건물 및 부지, 군 초소와 기지, 군사 시설을 비롯해 해외의 미 대사관과 공사관, 영사관 및 해군 함정, 기타 시설 등이 대상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분노’ 북한 “단교, 문 닫는다” 말레이 “그래? 48시간 내 떠나라” [이슈픽]

    ‘분노’ 북한 “단교, 문 닫는다” 말레이 “그래? 48시간 내 떠나라” [이슈픽]

    말레이 “북, 단교 결정 깊은 유감” 공식 성명“北결정, 우호관계 무시…부당·확실히 파괴적”북, ‘자금세탁’ 北사업가 美 인도에 단교 결정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외교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9일 북한의 단교(斷交) 선언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48시간 이내 떠날 것을 명령하는 맞대응 조치를 단행했다. 또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사실상 폐쇄된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의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김정남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제로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살해를 당했다. 북한은 불법 자금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 자국 국민을 말레이시아 정부가 미국에 인도한 데 대해 “미국에 무턱대고 아부한 말레이시아가 특대형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며 “배후조종자와 미국 역시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때 우호적 관계였던 두 나라는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험악한 독설을 내뱉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드러내게 됐다. 주말레이 北대사관 “맞다, 문 닫을 것”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북한의 3월 19일 (단교)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비우호적이고, 건설적이지 못하며 상호존중 정신과 국제사회 구성원간의 우호관계를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북한의 일방적 결정은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촉진하는데 있어 부당하고, 확실히 파괴적”이라고 강조했다.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역시 이날 자국의 단교 선언에 따라 대사관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유성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 대리는 이날 “맞다. 우리는 문을 닫을 것”이라면서 “직원들과 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본국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스트레이츠타임스가 보도했다. 김 대사 대리는 평양의 추가 지시를 기다린다면서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다만, 북한 대사관의 공식 성명이 발표될 것인지 묻자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말레이시아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 대사관은 쿠알라룸푸르 서부 부킷 다만사라(Bukit Damansara) 지역에 있다. 이날 북한 대사관 앞에는 말레이시아 취재진이 몰려든 것으로 전해졌다.北 “특대형 적대행위 말레이와 단절” 이날 북한 외무성은 말레이시아가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56)씨를 불법 자금세탁 등 혐의로 미국에 인도한 사건과 관련해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미국에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문씨가 대북제재를 위반해 술과 시계 등 사치품을 북한에 보냈고,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며 2019년 5월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문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말레이시아 법원은 같은 해 12월 인도를 승인했고,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신병 인도 거부를 요청한 문씨의 상고를 기각해 이를 확정했다. 외무성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성명에서 “17일 말레이시아 당국은 무고한 우리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용납 못 할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면서 “특대형 적대행위를 감행한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한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北 “말레이, 미국에 무턱대고 아부…배후조종자·美도 응당 대가 치를 것” 외무성은 “문제의 우리 공민으로 말하면 다년간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인 대외무역 활동에 종사해온 일꾼으로서 그 무슨 ‘불법자금세척’에 관여하였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날조이고 완전한 모략”이라면서 “(말레이시아가) 그를 입증할 만한 똑똑한 물질적 증거를 단 한 번도 내놓지 못한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또 송환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 법기관의 주요 인물들이 현지 미국 대사의 술좌석에 초청돼 사례금을 약속받고 ‘무장장비 무상제공’ 흥정판까지 벌여놓았다며 말레이시아 당국을 거칠게 비난했다. 이어 “조미(북미) 관계는 70여 년 동안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라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우리 국가의 최대 주적인 미국에 무턱대고 아부하여 죄 없는 우리 공민을 피고석에 앉혀놓은 것도 모자라 끝끝내 미국에 인도함으로써 자주권 존중에 기초한 두 나라 관계의 기초를 여지없이 허물어버렸다”고 질타했다. 외무성은 “쌍방 사이에 초래될 모든 후과에 대한 책임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조종자·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말레이-北,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냉랭대사 맞추방, 주말레이대사관 폐쇄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1973년 외교 관계를 수립한 후 우호적으로 지냈으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VX신경작용제로 암살당한 뒤 급격히 멀어졌다. 두 나라는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고,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은 폐쇄된 상태다. 쿠말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에는 대사 없이 외교관 2∼3명과 이들의 가족, 행정직원 등 10여명이 현재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단교 결정에 따라 이들은 일시 폐쇄가 아니라 아예 철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외교 전문가는 “북한 직원들이 일시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는 ‘폐쇄’가 아니라 ‘철수’를 하려면 부동산, 집기류 등 정리 때문에 준비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속보] 北 단교선언에 말레이 “北대사관, 48시간 내 떠나라” 맞불

    [속보] 北 단교선언에 말레이 “北대사관, 48시간 내 떠나라” 맞불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의 단교(斷交) 선언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48시간 이내 떠날 것을 명령하는 맞대응 조치를 단행했다. 또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사실상 폐쇄된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의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9일 오후 성명을 통해 “북한의 3월 19일 (단교)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비우호적이고, 건설적이지 못하며 상호존중 정신과 국제사회 구성원간의 우호관계를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북한의 일방적 결정은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촉진하는데 있어 부당하고, 확실히 파괴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북한 외무성은 말레이시아가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56)씨를 불법 자금세탁 등 혐의로 미국에 인도한 사건과 관련해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미국에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애틀랜타 총격에 주한 미대사관 조기 게양 “깊은 애도”

    애틀랜타 총격에 주한 미대사관 조기 게양 “깊은 애도”

    주한 미국대사대리 “증오에 맞설 것”바이든, 연방관공서에 조기게양 명령주한 미 대사관이 지난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조기를 게양했다.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19일 트위터를 통해 조기 게양 사실을 알리며 “이 사건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고 우리도 함께 슬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이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와 함께 하며 증오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한인 4명 등 8명이 숨진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범행의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연방 관공서와 군에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포고문을 통해 “애틀랜타 대도시권 지역에서 저질러진 무분별한 폭력 행위의 희생자들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조기 게양을 명령한다”고 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도 지난 17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큰 충격을 받은 한인사회 모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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