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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다 한국도 핵개발” 충격 전망…이란전이 흔든 ‘핵 금기’

    “이러다 한국도 핵개발” 충격 전망…이란전이 흔든 ‘핵 금기’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안보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는 30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이번 전쟁이 국제 비확산 체제에 새로운 균열을 낼 수 있으며,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 자체 핵무장 논의가 더 거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을 둘러싼 의문이 동맹국 사이에서 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국제 핵비확산 체제가 이미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군축 조약인 뉴 스타트(New START)가 종료된 데 이어 중국은 핵전력을 확대하고 있고, 프랑스 역시 핵 프로그램 확장과 유럽 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와 함께 튀르키예, 폴란드, 한국 등 일부 비핵국가에서는 자체 핵능력 확보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텀하우스는 이란 전쟁의 ‘위험한 교훈’에 주목했다. 핵을 가진 국가는 공격받지 않고, 핵을 갖지 않았거나 포기한 국가는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접은 이라크와 리비아, 반대로 핵무장을 이룬 뒤 외부의 군사행동을 피하고 있는 북한의 사례가 겹치며 이런 판단이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이란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협상에 나선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핵을 갖지 않은 상태가 생존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라는 메시지가 국제사회에 각인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불안은 동아시아에서 특히 민감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국의 핵전력 증강, 미국의 다중 전선 부담 확대라는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부가 중동으로 재배치됐다는 보도는 단순한 군사자산 이동 이상의 의미를 띤다. 채텀하우스는 이를 미국이 여러 전선을 동시에 감당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신호로 해석했다. 동맹국의 시각에선 유사시 미국의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공백을 결국 스스로 메워야 한다는 압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실제로 미국이 중동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부터 파트너들을 완전히 보호하지 못한 점도 이런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동아시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도 미국의 안보 공약을 둘러싼 불안은 점차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가능성을 거론하고 유럽의 안보 분담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미국이 더는 과거처럼 자동 개입하는 존재가 아닐 수 있다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이 한발 물러설 경우 유럽은 영국과 프랑스의 제한된 핵전력에 더 의존하거나, 각국 차원에서 독자적 억지력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개별 지역의 안보 불안이 아니라, 중동에서 시작된 충격이 동아시아와 유럽으로 연쇄 확산하는 구조에 가깝다. 이란이 실제 핵무장으로 기울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응 압박이 커질 수 있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자체 핵무장론이 더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 역시 ‘미국 없는 억지’를 더 이상 가정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핵확산은 특정 지역의 일탈이 아니라, 국제 비확산 체제 자체를 뒤흔드는 구조적 연쇄 반응으로 번질 수 있다. 다만 채텀하우스는 핵무장이 결코 손쉬운 해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핵개발은 강도 높은 국제 제재와 금융망 차단, 외교적 고립, 개발 과정에서의 선제 타격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고비용 선택이라는 것이다. 핵을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억지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을 보유하는 과정 자체가 국가를 더 위험한 국면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동맹국들이 실제로 보호받고 있다는 신호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군사 배치와 연합훈련, 공식적 방위 공약 재확인 등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오는 4~5월 예정된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비확산 원칙을 분명히 재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반복되는 얼굴, 사라지는 인간 [으른들의 미술사]

    반복되는 얼굴, 사라지는 인간 [으른들의 미술사]

    ●두 개의 화면 1962년 앤디 워홀(1928~1987)은 마릴린 먼로를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선택했다. 그것은 영화 ‘나이아가라’의 홍보 사진 속 얼굴이었다. 그는 이 이미지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반복 인쇄해 ‘마릴린 두폭화’를 제작했다. 두폭화(diptych)란 두 개의 패널로 연결된 형식을 의미하며, 중세 제단화에서 유래한 전통적인 종교 회화 형식이다. 가톨릭 신자였던 워홀은 이 고전적 형식을 차용해 하나의 이미지를 좌우로 나누어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각 화면에는 동일한 얼굴이 25번씩 50번 반복되지만, 왼쪽은 강렬한 색채로, 오른쪽은 점차 흐릿해지는 흑백으로 인쇄돼 있다. 이 작품은 먼로가 사망한 직후 제작됐으며, 하나의 이미지를 끝없이 복제하는 방식 자체가 이미 당대 대중문화의 구조를 드러낸다. 하나의 스타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니라, 끊임없이 소비되는 대중들의 이미지로 존재하기 시작했다. ●스타 이미지의 메커니즘 워홀이 만든 마릴린 초상은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생산되고 소비되는 얼굴’이다. 그는 동일한 이미지를 반복함으로써 할리우드가 스타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실제로 영화 산업은 배우를 하나의 상품처럼 포장하고 유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워홀은 이를 소비재 이미지와 동일한 방식으로 스타를 탄생시켰다. 반복되는 얼굴은 친숙함을 강화하는 동시에 개별성을 지워버린다. 관객은 마릴린이라는 인물을 본다고 믿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복제되는 이미지의 표면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대중문화가 만들어낸 스타를 숭배하면서도, 그 스타가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되는지를 동시에 폭로하는 이중 구조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사라지는 얼굴 더 중요한 것은 화면의 오른쪽이다. 색을 잃고 점차 흐릿해지는 얼굴들은 단순한 변주가 아니라 이미지의 소멸, 더 나아가 개인의 죽음을 암시한다. 선명하게 반복되는 왼쪽의 얼굴이 대중문화의 영속성을 상징하는 반면, 오른쪽의 희미한 얼굴들은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드러낸다. 일부 연구자들이 지적하듯 이 작품은 화려한 스타 이미지 뒤에 가려진 개인의 소멸과 죽음을 동시에 드러낸다. 먼로의 죽음 이후 대중은 스타의 죽음을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이미지의 상실로 받아들인다. 애도는 실제 인물보다 매체 속 이미지에 집중되며, 죽음은 오히려 개인의 신화를 강화한다. 먼로는 사망했지만 먼로 이미지는 신문, 잡지, TV 등 대중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한다. 사라진 존재는 반복 소비되며, 먼로는 부재 속에서 더 강렬한 상징으로 남는다. 특히 먼로의 죽음 직후 제작됐다는 점에서 반복되는 이미지는 오히려 부재를 강조하는 역설적 장치로 작용한다. 이 작품은 화려한 스타 이미지 뒤에 가려진 스타의 탄생과 개인의 죽음을 동시에 드러낸다. 먼로는 죽었지만 먼로의 이미지는 살아남았다. 우리가 사랑한 것은 한 스타였는가 아니면 끝없이 복제된 이미지였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앤디 워홀도, 먼로도 모두 사라졌다. 끝없이 복제되던 얼굴도, 그것을 찍어내던 손도 멈췄다. 그러나 이미지는 여전히 남아 우리를 바라본다. 어쩌면 우리가 소비해온 것은 영원한 스타가 아니라 사라지지 않게 하는 기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미지는 살아남고 인간만이 유한하다는 이 아이러니야말로 워홀이 바란 결말일 것이다.
  • [영상] “미군의 천적”…82공수사단 잡는 ‘이란 최정예 인간 병기’ 정체 공개 [밀리터리+]

    [영상] “미군의 천적”…82공수사단 잡는 ‘이란 최정예 인간 병기’ 정체 공개 [밀리터리+]

    미국이 82공수사단과 네이비씰을 전진 배치하며 이란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란도 ‘살인 병기’로 불리는 최정예 특수부대를 전격 공개했다. 최근 이란 국영 매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중무장한 병력이 실탄을 이용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영상 속 병력은 이란 육군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제65공수특전여단 ‘노헤드’(NOHED)다. 과거 이란 혁명 이전인 팔라비 왕조 시절부터 존재해 온 노헤드는 낙하산을 이용한 공수 침투와 기습 작전에 특화된 부대로 유명하다. 산악과 도시전, 특수 침투 등 고난도 작전을 수행하며 이란 육군 내 전통적인 특수부대의 핵심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노헤드는 이란 혁명 이전 미국과 관계가 원활했던 당시 직접 이란을 방문한 미 육군 특수부대인 그린베레와 공수부대, 특수전 교관들로부터 특수 작전, 공수, 대테러 전술을 교육받았다. 현재 미국과 전쟁을 벌이는 이란 입장에서 역설적으로 미군의 전술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특전 여단이자 ‘천적’이 바로 노헤드인 셈이다. 미 82공수사단과 네이비씰을 기다리는 또 다른 이란 최정예 부대는 ‘사베린’(Sabereen) 유닛이다.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소속 지상군이자, 이란 군대 중에서도 가장 정치‧이념적으로 강한 조직인 사베린은 고위험 특수 작전을 전담하고 미‧이스라엘 특수부대 대응을 위해 창설됐다. IRGC 내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초정예 대원만이 소속될 수 있으며, 산악전과 대게릴라전, 특수 침투, 비정규전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한다. 일각에서는 ‘이란판 델타포스’로 부르기도 하며, 무엇보다 비대칭 게릴라전의 대가로 유명하다. 사베린은 애초에 미국과 이스라엘 등 강대국에 쉽게 이길 수 없다는 전제하에 탄생한 부대인 만큼 적보다 약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적의 약점을 헤집어 무너뜨리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의 사베린은 적을 완전히 이기도록 하기보다는 계속 피를 흘리게 만드는 전략을 쓴다”고 설명한다. 대체로 정면 승부보다는 매복, 기습 공격, 야간 침투, 소규모 분산 작전 등을 활용한다. 이 밖에도 이란은 미국의 지상 침투가 예상되는 요충지마다 ‘알마스’, ‘데홀라비예’ 등 최신형 대전차 미사일과 공격 드론을 전면에 배치하고, 미 기갑부대가 투입되는 즉시 초토화하겠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미군 5만 명? 어림도 없다”…우려 나오는 이유미국이 중동에 병력을 추가 배치해 총 5만명이 중동에 집결했으나 여전히 전면적인 지상전을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미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9일 “군사 전문가 대다수는 현재 중동에 배치된 미군이 5만명 이상이라 해도, 이는 대규모 지상 작전을 수행하기에 적은 인원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시작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 30만명이 넘는 병력을 투입했다. 2003년 미국 주도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전쟁 당시에도 초반에 약 25만명의 병력이 동원됐다. 더불어 이란의 지정학적 위치도 미국에 상당히 불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란은 ‘천연 성벽’ 역할을 하는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고 광활한 고원과 사막이 혼재하는 지형이다. 수도 테헤란은 사실상 요새에 가까우며 폭이 좁은 호르무즈 해협 역시 이란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병력 5만명으로 이란 정도의 규모에 복잡함과 무기를 보유한 나라를 점령하는 것은 물론, 점령 후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현재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 미군의 가장 큰 고민은 지상군 투입에 따른 대규모 인명 피해 가능성이다. 미군 관계자는 “점령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그곳에 들어간 우리 사람들을 보호하기가 어렵다”며 미군 병력 보호를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 KT ‘박윤영 시대’… 비대한 조직 쳐내고 ‘기술·보안’ 본업 집중

    KT ‘박윤영 시대’… 비대한 조직 쳐내고 ‘기술·보안’ 본업 집중

    30년 경력 내부 전문가 사령탑으로임원 30% 축소… 부서장 전면 교체고강도 인적 쇄신과 조직 슬림화주주 환원… 자사주 2500억 매입 중 KT가 3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윤영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박윤영호’가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발생한 보안 사고로 홍역을 치렀던 KT는 30여년 경력의 내부 전문가를 사령탑으로 조직 재건에 나선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직후 임원급 조직을 30% 축소하고 주요 부서장을 전면 교체하는 등 고강도 인적 쇄신과 조직 슬림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박 대표는 1992년 한국통신 입사 이후 기업사업부문장과 컨버전스 연구소장 등을 거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대를 주도해 KT의 핵심 성장축을 다졌다. 그는 취임식 대신 사내 메시지를 통해 “대한민국 네트워크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이자 AI(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는 ‘AX 플랫폼 회사’로 도약하겠다”며 경영의 두 축으로 ‘단단한 본질’과 ‘확실한 성장’을 제시했다. 이어 첫 공식 일정으로 경기 과천 ‘KT 네트워크·보안 관제센터’를 찾아 통신 본연의 안정성과 보안 경쟁력 점검에 나섰다. 조직 운영의 최우선 순위로는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보안을 KT의 존재 이유로 정의하고, 기존에 분산됐던 보안 기능을 ‘정보보안실’로 통합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했다. 박 대표는 실무형 리더십을 전진 배치했다. 옥경화 IT부문장을 KT 최초의 여성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기술 총괄을 맡겼고, 박현진 KT밀리의서재 대표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동시에 커스터머(소비자) 부문 사내이사로 보임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의 통합 사령탑을 맡겼다. 또한 네트워크부문장에 김영인 부사장,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에 김봉균 부사장을 각각 배치해 책임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미래 전략인 AI 분야는 기능을 결집해 전문성을 높였다. 전략부터 실행까지 통합한 ‘AX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삼정KPMG 출신 박상원 전무를 수장으로 영입했다. 현장 조직은 7개 광역본부를 4개 권역으로 통합해 본사와의 전략적 정렬성을 높였다. 영업 조직인 ‘토탈영업센터’는 폐지하고 인력을 고객 서비스 및 보안 점검 분야로 재배치했다. 주주 환원 방안도 강화했다. KT는 오는 9월까지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며, 이번 주총에서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승인 계획’을 의결해 투명성을 높였다. 김영한 숭실대 교수,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대표, 서진석 OCI홀딩스 고문 등이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 나무위키·가드닝·수목의학… 기후변화 중심에 선 ‘나무’를 읽다

    나무위키·가드닝·수목의학… 기후변화 중심에 선 ‘나무’를 읽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는 요즘 나무와 숲은 더욱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다. 그러나 식목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과거와 달리 나무 심기 행사를 보기는 쉽지 않다. 식목일을 앞두고 나무를 다룬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책은 ‘고규홍의 나무’다. 1300쪽이나 되는 압도적인 두께를 자랑하는 벽돌책이다. 자칭 나무 칼럼니스트이자 나무 인문학자인 고규홍 작가가 쓴 이 책은 4억년 전 나무의 출현을 중심으로 생명의 탄생, 인류와 나무의 관계를 집대성한 나무 백과사전, 그야말로 진짜 ‘나무위키’다.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처럼 이 책도 목차를 보고 눈길이 가는 부분을 필요할 때마다 읽으면 된다. 저자가 시종일관 강조하는 것은 나무란 단순히 생물학적 가치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숱하게 많은 사람살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이다. ‘숲으로 출근합니다’는 한국 최초 민간 수목원이자 아시아 최초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됐던 천리포수목원에서 일하는 나무의사가 쓴 책이다.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지내다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수목원에 입사해 두 번의 사계절을 겪으며 느낀 점과 수목원에 있는 1만 7000 분류군의 식물 중 33종을 계절별로 소개한 가드닝 소개서다. 책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벚나무, 소나무, 무궁화 같은 식물은 물론 산딸나무, 태산목, 야고, 큐슈곤약 등 일부러 찾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종들도 포함돼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앞선 책들과 달리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조경수목관리’는 나무 키우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무서에 가깝다. 이 책은 나무 키우기는 단순히 감각이 아니라 과학과 수목의학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머지않아 병충해 판독, 농약 처방, 관수량, 시비량 결정까지 인공지능(AI)이 대신해 주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그럴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식물을 생명으로 이해하고,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 “호르무즈 개방 내가 도와줄게”…이란 전쟁판 흔드는 젤렌스키 승부수 [핫이슈]

    “호르무즈 개방 내가 도와줄게”…이란 전쟁판 흔드는 젤렌스키 승부수 [핫이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존재감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들과 온라인 대화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해 “우리가 모두 보듯이 전 세계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러시아의 흑해 봉쇄를 뚫는 데 성공한 우크라이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상 드론 등을 활용해 해상 무역로를 개방한 경험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그들(걸프 국가)은 이 분야에서 우리의 전문성을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흑해 항로 운영 경험과 작동 방식에 대해 자세히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을 방문해 잇따라 장기 방위산업 협력 협정을 체결한 후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이들 국가에 드론 제작과 운용 노하우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에너지 등을 공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맹국들로부터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줄일 것을 촉구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시설을 먼저 공격하는 것을 중단해야만 공격이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가 공격 자제를 촉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의 발트해 최대 석유 수출항인 우스트루가를 비롯해 프리모르스크, 노보로시스크 항구 등에 연이어 드론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전체 해상 석유 수출 능력의 약 40.00%(하루 약 200만 배럴)가 가동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전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설상가상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를 연이어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으로 최대 구매국은 중국과 인도다. 또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가스(14.00%)와 LNG(19.00%)의 주요 구매국이다.
  • “모즈타바 ‘생존 신호’ 전혀 없다”…철저히 모습 감추는 진짜 이유는? [핫이슈]

    “모즈타바 ‘생존 신호’ 전혀 없다”…철저히 모습 감추는 진짜 이유는? [핫이슈]

    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연이어 대외 공개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음에도 행방불명 또는 사망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하메네이의 생존 신호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하메네이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버지이자 전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뒤 이란의 3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으나, 개전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동영상과 육성이 아닌 서면으로만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31일 YTN ‘뉴스UP’에 출연해 “이란 내부에서도 도대체 최고지도자가 살아있기는 한가에 대해 소문이 계속 돈다. 의구심이 커지고 의혹은 계속 증폭되고 있다”면서 “살아있다는 신호가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음성 메시지는커녕 사진도 없다. 계속해서 글(서면)로만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혹시 말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인 건지, 아니면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인데 혁명수비대가 뒤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개인적으로 이란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런 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하메네이의 생존 여부를 입증하지 않은 채 서면으로만 최고지도자의 존재를 내세울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란이 하메네이를 감추는 이유일각에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로 ‘보안’을 꼽는다. 김대영 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위원은 YTN ‘뉴스PLUS’에 출연해 하메네이가 서면 인터뷰만 고집하는 상황과 관련해 “첫 번째로는 본인이 직접 어딘가 나타나고 만약 육성이 공개될 경우 대략 어디에 숨어 있는지 파악될 수 있다. 최근 기술이 좋기 때문”이라며 “인공지능(AI) 등을 동원하면 본인이 직접 나타나지 않더라도 녹음된 음성만으로도 분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이유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도 모즈타바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라면서 “부상이 심해서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송됐다는 설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모즈타바의 상태를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개전 초반부터 이란 수뇌부 제거 작전을 꾸준히 진행하는 상황에서, 모즈타바의 모습이 공개된다면 그 즉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모즈타바의 사망설 또는 중상설에 꾸준히 무게를 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하메네이의 아들(모즈타바)은 죽었거나 (부상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전혀 소식이 없다. 그는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모즈타바 ‘안 보이는’ 이란, 미국과의 협상 상대는 누구?현재 미국은 파키스탄의 중재를 통해 이란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며 협상 대상자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뉴욕포스트에 “미국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협상 중”이라면서 “갈리바프가 미국이 진정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인지 약 일주일 후면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폭격을 유예하고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내건 시한인 오는 4월 6일을 의미한다. 다만 이란은 꾸준히 협상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파키스탄이 주최하는 역내 종전 회의와 관련해 “회의는 파키스탄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틀 내에서 진행되는 것이며 이란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무엇보다 분명히 할 점은 지금까지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현재 거론되는 내용들은 중개인을 통해 전달된 미국의 협상 의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협상 원칙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입장은 처음부터 확고했다”면서 “미국 측이 전달해 온 요구사항들은 지나치게 과도하고 비이성적”이라며 협상의 걸림돌이 미국임을 강조했다.
  • 보너스만 400억? 이번엔 부모 4000명 여행…中 ‘통 큰 회장’ 화제 [여기는 중국]

    보너스만 400억? 이번엔 부모 4000명 여행…中 ‘통 큰 회장’ 화제 [여기는 중국]

    연봉 보너스에 이어 이번엔 부모 여행까지. 중국의 한 기업인이 또 한 번 ‘통 큰 복지’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언론 지우파이신문에 따르면 허난성의 중장비 제조업체 허난광산그룹(허난 마인)이 직원 부모 4000여명에게 6일간 무료 여행을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단순 복지를 넘어 ‘효(孝) 문화’를 기업 운영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 24일 열린 ‘제14회 효문화 감사 여행’ 출정식 현장에는 대형 버스 78대가 줄지어 섰고, 직원 부모 4000명이 환한 표정으로 차례차례 탑승했다. 이들은 쉬저우·난징·쑤저우·우시 등 장쑤성 일대를 돌아보는 6일 일정이다. 비용은 전액 회사 부담으로, 예산만 약 1000만 위안(약 22억원)에 달한다. 이 행사는 올해로 14년째를 맞았다. 근속 3년 이상 직원이라면 부모님 여행을 신청할 수 있고, 근속 기간이 짧더라도 모범 직원으로 선정된 경우 참여 기회가 주어진다. 참가자들은 신분증만 챙기면 된다. 창업자 추이페이쥔 회장은 출정식에서 “마음껏 즐기고 편히 쉬다 오시라”고 당부하면서, 기사와 가이드에게도 “어르신들을 더 세심하게 챙겨달라”고 따로 일렀다. 한 직원의 아버지는 “자식이 바빠 자주 못 보는데, 회사가 대신 효도를 해주는 셈”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추이 회장은 이미 ‘돈 잘 쓰는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연말 행사에서 현금 6000만 위안(약 130억원)을 직접 지급했고, 연간 보너스 총액은 1억 8000만 위안(약 397억원)에 달했다. 여성의 날엔 160만 위안(약 3억 5304만원) 상당의 현금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부담이 크다. 회사가 부모님 여행을 지원해 그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가 존재하는 한 이 행사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곳곳에는 효를 강조하는 문구가 붙어 있고, 추석 효문화 행사 등도 매년 정기적으로 열린다. 2002년 설립된 허난광산그룹은 기중기 등 특수 설비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로, 여러 계열사와 연구기관을 두고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른 민간 기업 사장들도 눈 똑바로 뜨고 배웠으면 좋겠다”, “직원을 사람으로 대우하면 직원도 회사를 자기 집처럼 여긴다”, “이런 회사가 더 있어야 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반면 “결국 직원을 쥐어짜는 방식인데 몇 푼 쓰고 자화자찬하는 격”이라거나, “이익이 워낙 높은 업종이라 가능한 것”이라며 냉소적인 시각도 있었다.
  • 외계 행성 이렇게 만들어진다…생성 중인 외계 행성을 포착한 과학자들 [우주를 보다]

    외계 행성 이렇게 만들어진다…생성 중인 외계 행성을 포착한 과학자들 [우주를 보다]

    태양계와 지구는 약 46억년 전, 태양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가스와 먼지가 뭉치며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론은 지금까지 다양한 관측을 통해 꾸준히 뒷받침돼 왔다. 다만 생성 중인 행성은 너무 어두운 데다 보통 가스 성운 안에 숨어 있어 과학자들은 주로 간접적인 증거를 통해 그 존재를 추정했다. 생성 중인 외계 행성을 직접 망원경으로 포착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오랜 과제로 PDS 70 정도가 극소수 성공 사례로 기록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일랜드 골웨이 대학교 박사 과정 연구자인 클로이 로러를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생성 중인 거대 가스 행성을 새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운영하는 거대망원경 VLT에 적용된 최신 기술을 활용해 WISPIT 2 원시 행성계를 관측했다. 연구팀은 VLT에 장착된 고대비 이미징 장비 SPHERE를 통해 해당 원반의 구조를 촬영했으며, 이어 간섭계 시스템인 VLTI에 탑재된 GRAVITY+ 장비를 활용해 관측 대상을 정밀 분석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해당 천체가 단순한 원반 구조가 아니라 실제로 형성 중인 행성이라는 점을 분광학적으로 확인했다. 이 행성계에서 처음 발견된 WISPIT 2b는 2025년에 보고된 신생 행성으로, 질량은 목성의 약 5배에 달하며 중심별로부터 지구-태양 거리의 약 60배에 해당하는 매우 먼 궤도를 돌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WISPIT 2c는 이보다 중심별에 약 4배 더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질량은 오히려 2배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이처럼 상대적으로 질량이 큰 행성이라 하더라도, 중심별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 직접 관측은 쉽지 않다. 지름 8m급 주경을 갖춘 VLT 단일 망원경으로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망원경을 결합해 하나의 큰 망원경처럼 활용하는 간섭계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성능이 향상된 GRAVITY+ 장비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관측의 의의는 단순한 행성 발견을 넘어, 실제로 형성 과정에 있는 행성을 직접 확인하고 그 물리적 특성을 분석했다는 데 있다. 이는 행성, 특히 거대 가스 형성 이론을 검증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 연구팀에 따르면 두 행성이 위치한 영역 바깥쪽 원반에서도 추가적인 틈 구조가 확인됐는데, 이는 또 다른 행성의 존재 가능성을 암시한다. 해당 틈의 규모를 감안하면 여기에는 토성 정도 크기의 행성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추정이다. 다만 현재 인류가 가진 어떤 망원경으로도 이를 직접 관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연구팀은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 유럽초대형망원경(E-ELT)이 완공될 경우, 이러한 더 작은 행성까지 직접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초대형망원경의 주경 지름은 39.30m에 달해 간섭계 기술 없이도 더 희미한 외계 행성을 포착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목성이나 토성 같은 가스 행성이 실제로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성과로 평가된다. 이 연구는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 “우크라 드론은 주부가 만드는 레고 수준”…독일 라인메탈 사장 독설 논란 [핫이슈]

    “우크라 드론은 주부가 만드는 레고 수준”…독일 라인메탈 사장 독설 논란 [핫이슈]

    독일 최대 군수업체 라인메탈 사장이 우크라이나 드론 산업을 비하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아르민 파페르거 라인메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제조업체들을 겨냥해 레고를 가지고 노는 주부나 어린이에 비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어떻게 러시아군에 대항하는 치명적인 무기로 변모시켰는지 묻는 말에 “레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과 같다”며 비웃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최대 드론 생산자는 부엌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해 드론 부품을 만드는 주부들”이라면서 “이것은 혁신이 아니다”라고 깎아내렸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의 드론 산업을 조롱하는 발언이 알려지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모든 주부가 드론을 생산할 수 있다면 이들은 모두 라인메탈의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다”며 응수했다. 올렉산드르 카미신 대통령실 전략 담당 고문 역시 엑스(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훌륭한 주부지만 군수공장에서도 열심히 일해야 한다.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며 “우리 레고 드론이 1만 1000대가 넘는 러시아 전차를 불태웠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라인메탈 측은 고개를 숙였다. 29일 회사 측은 엑스에 “우크라이나 국민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기울인 엄청난 노력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모든 여성과 남성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파페르거 사장은 유럽 군수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며 평소에도 직설적인 발언으로 유명한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인 무기 지원으로 인해 러시아의 ‘공공의 적’으로 불린다. 특히 2024년에는 파페르거 사장에 대한 러시아의 암살 계획이 노출돼 현재는 독일 총리 수준의 최고 등급 경호를 받고 있다. 한편 라인메탈은 독일 뒤셀도르프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의 방산업체다. 독일 방위산업의 상징적인 존재로 레오파르트, 링스를 비롯한 전차와 장갑차 생산은 물론 세계적인 수준의 대포와 탄약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특수를 누리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액은 약 72억 유로에 달한다.
  • [열린세상] 호르무즈 호위 작전의 난제

    [열린세상] 호르무즈 호위 작전의 난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우리를 포함한 서방 7개국에 선박 호위 작전 목적으로 해군 함정 파견을 요청함으로써 여러 정부를 놀라게 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이 요청을 거절했고 일본은 종전 후 기뢰 제거 작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락가락 말을 바꾸고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협 봉쇄를 풀기 원하며 이에 한국이 기여해 주기를 바라면서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다. 우리는 이 해협 봉쇄로 가장 피해를 보는 나라 중 하나이다. 또한 해양 수송로의 자유 통항 보장을 원하며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나라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그 요청 방식이 거칠고 불투명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동맹국인 미국이기에 거절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불가피성이 존재하더라도 우리의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참전에 준하는 사안이므로 깊은 전략적 고려를 한 다음에 결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호위함 파견이라지만 이는 전쟁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지역에 미국을 도와 참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베트남 전쟁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미국의 전쟁에 참전국이 된다는 결심을 먼저 해야 한다. 이는 이란을 우리의 적대국으로 간주한다는 말이며 이란과 교전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호위 함정만 파견하더라도 이란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란은 여태까지 우리의 선린국이었으며 미국 제재 이전에는 우리와 교역도 많이 한 나라였다. 두 번째, 미국을 도와 참전하더라도 미국의 전쟁 목표와 출구 전략을 명확히 파악한 다음에 참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말이 서로 다르고 또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계속 바뀌고 있어 미국의 전쟁 목표는 종잡을 수가 없다. 이란 공격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으니 곧 종전할 것이라고 하다가 지상군 투입을 말하고 있다. 미국 측의 진정한 의도를 모르고 참전한다면 우리는 출구 없는 미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세 번째, 단순한 호위 작전이라 하지만 미 해군도 아직 이란의 지대함 미사일이나 기뢰, 수중 드론을 피해 가면서 선박을 호위하는 작전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호르무즈 해협의 전투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도 없다. 이 상황에서 함정을 파견한다면 함정의 무장 수준이나 교전 수칙을 정하지도 못한 채 애매하게 파견할 수밖에 없다. 군함 파견을 하려면 이란군으로부터 어떤 수준의 피해를 입을 때 어느 수준으로 대응하라는 명백한 교전 수칙이 있어야 현지 함장이 부대를 지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원칙도 없이 군함을 파견한다면 어불성설인데, 지금 이것을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네 번째, ‘무력은 모든 외교적 방법을 다 소진한 연후 사용해야 한다’는 게 국제정치의 불문율이다. 미국 말만 듣고 파병하지 말고 이란과 외교적 담판을 해 봐야 한다. 이란은 적국 함정이 아닌 경우 통항을 허용한다고 했으며 중국과 인도 선박들은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를 인정받게 되면 호위 작전의 필요성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우리는 글로벌 강국 지향을 외교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강국은 전략적 판단에 입각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동맹인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중요한 나라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하는 포괄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우크라이나전에 우리가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했다면 종전 후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란과의 미래 관계를 생각해야 하고 유럽 등 다른 서방국들이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사유도 감안해야 한다. 복잡하고 불안정한 정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단답형 답변을 내밀면 안 된다. 미국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어느 정도 필요한 준비는 하면서 국내 여론과 전쟁 동향, 타국 움직임 등을 고려해 맞춤형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 [서울광장] 예고된 비극, 방임하는 국가

    [서울광장] 예고된 비극, 방임하는 국가

    스토킹이 지금처럼 중대한 범죄로 인식되지 않던 시절, 영화 ‘스토킹 로라’는 뒤틀린 집착이 초래하는 파국을 경고했다. 영화의 모티프는 1988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방위산업체에서 일어난 실화다. 엔지니어 로라 블랙은 동료 남성의 집요한 구애에 시달려야 했다. 거절에도 멈추지 않은 남성의 접근은 자택 침입과 노골적인 위협으로 번졌고, 그녀의 평온한 일상은 단숨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한 회사가 그를 해고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해고는 증오에 불을 지피는 기폭제가 됐다. 앙심을 품은 해고자는 총기와 수천 발의 탄약으로 무장한 채 다시 회사에 나타났다. 평화롭던 사무실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고, 7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한 여성을 향한 빗나간 순애보가 무고한 목숨까지 앗아간 집단 살해로 귀결된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거대한 파열음을 냈으며 범죄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반복된 위협을 사소하게 취급한 대가를 처절하게 목격한 미국은 비로소 ‘스토킹’을 법의 테두리로 끌어올렸다.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처벌 규정이 신설됐고, 스토킹은 강력한 공권력 개입이 필요한 중범죄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사건이 커지기 전에 가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이 제도 운영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한국에서 스토킹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위험성은 일찌감치 환기됐으나 제도는 늘 한발 늦었다. 1999년 첫 법안 발의 이후 입법은 무려 20년 넘게 공전했다. 그사이 수많은 피해자는 일방적인 괴롭힘에 고통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원 세 모녀 피살 사건’ 같은 잔혹한 비극을 겪고서야 2021년 ‘스토킹 처벌법’이 뒤늦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법 시행 후에도 현실의 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최근 2년 사이 스토킹 검거 건수는 40% 이상 급증했으나, 실제 구속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경고가 거듭되고 신고가 쌓여도 상대의 신병 확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무력한 대응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법은 존재하되 현장에서 폭력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경찰의 조치는 턱없이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제도적 빈틈 속에서 최근 경기 남양주의 대낮 거리에서 보호 대상이던 20대 여성이 살해됐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로 간절히 구조를 요청했지만, 공격은 경찰 도착 전에 끝났다. 가해자는 접근금지 대상이자 전자발찌 착용자였으나 그 어떤 장치도 살의를 막지 못했다. 사전에 동선을 파악하고 차량에 위치추적장치까지 부착하는 등 계획 범행의 징후가 뚜렷했음에도 공권력은 제때 개입하지 못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범행을 국가 시스템이 사실상 방치한 것에 가깝다. 참변이 일어난 후에야 경찰은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며 분주하지만, 문제는 현장의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에 있다. 법원이 반복성과 위험성을 지나치게 엄격히 따지며 잠정조치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를 떨어뜨려 놓는 조치조차 상당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법부의 소극적 판단이 일선의 적극적 대응 의지를 꺾고 있는 형국이다. 스토킹은 관계 속에서 서서히 수위를 높여 가며 결국 극단적 폭력으로 치닫는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수사와 사법 판단은 사건의 전체 맥락이 아닌 개별 행위 단위의 법리에만 함몰되어 있다. 전자발찌를 부착하고도 보란 듯이 접근을 시도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현실은 현재의 보호 체계가 범죄 억제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음을 보여 준다. 피해자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국가의 약속이 현장에서는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법이 없는 게 아니라 법이 숨 쉬지 않는 것이다. 스토킹은 예고된 범죄이며, 집요한 괴롭힘은 이미 국가의 단호한 개입을 요구하는 절박한 신호다. 초기 단계에서 집착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한다면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박상숙 논설위원
  • [공직자의 창] 어려운 세법 질문, 국민 눈높이로 답합니다

    [공직자의 창] 어려운 세법 질문, 국민 눈높이로 답합니다

    국세청은 매년 세목별 안내 책자를 발간해 국민의 세법 이해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세법은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할 때가 많다.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할 때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은 전문적인 세법 해석을 필요로 한다. 세법 해석을 놓고 두 가지 원칙이 팽팽하게 맞서곤 한다. 하나는 법문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엄격 해석의 원칙’이다. 자의적 해석을 막아 법적 안정성을 지키는 근간이 된다. 하지만 복잡한 현실을 법에 완벽히 담아내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법 문구에만 매몰된다면 국민에게 억울한 세금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세청은 법의 테두리를 지키면서도 입법 목적과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는 ‘목적론적 해석’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이런 법리적 고민 끝에 최근에는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집행에서 벗어나 국민의 시각에서 보다 합리적으로 세법을 해석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산모·신생아 사회복지서비스 이용 시 본인부담금에 부과되던 부가가치세를 면제했다. 제도의 구조, 용어 변화,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해 세금을 면제하는 것으로 해석을 변경한 덕분이었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제공 업체의 운영상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귀향을 준비 중인 A씨는 수도권 주택을 양도하고 고향의 노후 상속주택을 재건축해 이사하려던 중 자칫 비과세 혜택이 사라질까 봐 국세청에 세법 해석을 신청했다. 법 문언대로 해석하면 노후 주택과 신축 주택은 별개의 주택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를 ‘상속주택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덕분에 A씨는 양도소득세 부담 없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은 법 해석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발견된 불합리한 규정을 재정경제부에 건의해 법 개정을 이끌어 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양도소득세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 적용 시 납세자는 양도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2개월 이내 신고해야 하기에 신고일 이전의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보고 신고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법문상 평가 기간이 ‘양도일 전후 3개월’로 돼 있어 신고 이후 발생한 가액이 적용돼 세금이 달라지는 혼선이 생기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를 불합리하다고 보고 시가로 인정되는 유사매매사례가액의 범위를 ‘신고일까지’로 한정하도록 법 개정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국민들의 복잡한 경제활동 과정에서 세법 해석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위해 국세청에서는 세법 해석 ‘사전답변 제도’와 ‘서면질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전 답변은 본인의 구체적인 거래에 대해 법정신고기한 전까지 신청해 국세청의 공식적인 답변을 받는 제도다. 답변에 구속력이 있어 납세자에게는 가장 강력한 법적 안전장치가 된다. 한편 서면질의는 일반적인 세법 해석을 요청하는 것으로 구속력은 없으나 판단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세법 해석 신청은 국세청 누리집에서 서식을 내려받아 작성 후 관련 서류와 함께 우편으로 제출하거나 홈택스를 통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올해 개청 60주년을 맞이한 국세청은 세금 징수 기관을 넘어 국민의 고충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 세무 불확실성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이드를 제공하고 국민이 경제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는 각오다. 만약 세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언제든 세법 해석의 문을 두드려 보기 바란다. 이성진 국세청 차장
  • 풍경에 새겨진 시간의 얼룩을 담다

    풍경에 새겨진 시간의 얼룩을 담다

    같은 풍경 속에 서로 다른 감정과 기억이 녹아 있다. 현재는 분절된 시간이 아니라 과거,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을 관통한다. 하나의 풍경 속에 각자의 감각과 여러 시간의 층위를 녹여낼 수 있을까. 풍경 속 ‘시간의 얼룩’과 ‘시간의 밀도’를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 이우성(43)이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너에게 물으면 알 수 있을까’ 전시를 선보인다. 한동안 ‘인물’을 집중적으로 그려 왔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선 다층적인 시간과 감각을 포괄하는 ‘풍경’에 주목한다. 캔버스 작업부터 대형 걸개그림까지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이우성은 “이번에는 인물이 있던 상황과 배경을 더 그려 보려고 시간을 많이 썼다”면서 “어쩌면 사람을 더 드러내기 위해서 주변 배경을 더 많이 그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작에는 서울 한강대교, 종로3가역, 뚝섬유원지, 제주 성산일출봉, 정방 폭포와 같은 특정 장소부터 논과 밭, 계곡, 폭포 등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 친화적 공간까지 다양한 장소가 등장한다. 작가는 직접 방문했던 장소에서 촬영하거나 기록한 장면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하고 이후 감각, 상상을 더해 화면을 재구성했다. 최근작인 ‘새벽녘 폭포 아래서’(2025~ 2026)는 제주의 3대 폭포 중 하나이자 1948년 제주 4·3 사건 당시 학살터였던 정방 폭포를 배경으로 한다. 그 속에 만화처럼 그려진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둥켜안고 있는 사람, 자연 풍광을 즐기는 사람,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 등이 한 폭에 담겨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사람을 만화처럼 묘사한 점에 대해 작가는 “누구도 아니지만 누구도 될 수 있는 존재”라며 “구체성이 덜한 작업으로 자유로울 수 있고 저 멀리 풍경과 인물이 공존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물의 구체성을 지움으로써 관람객은 상상하는 그 누군가와 작품 속 인물을 치환하며 각자의 드라마를 펼칠 수 있게 된다. 이번 전시 작품 속 시간은 대부분 새벽이나 해질녘이다. 세밀하게 묘사된 풍경과 달리 현실적이지 않은 구름, 물결 등은 작품을 초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는 “사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찰나, 경계의 시간”이라며 “그 시간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풍경 속에서 녹음한 다양한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어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는 4월 26일까지.
  • “전체 학교 10곳 중 8곳에 상담교사… 학생 자살률 30% 급감”

    “전체 학교 10곳 중 8곳에 상담교사… 학생 자살률 30% 급감”

    SNS 통한 비교·입시 강박 짓눌려불안한 가정 환경이 가장 큰 요인예방~사후관리 대책 ‘그립’ 구축상담교사↑… ‘긴급 위기지원단’도‘우리 애는 괜찮다’ 부모 인식 문제자살의 71%가 ‘정상군’ 분류 학생돌보는 교사들 마음건강도 중요맞춤형 심리 상담·치유 휴식 제공‘상대평가’→‘자기 성장’ 교육으로AI시대 협력·문제 해결 능력 초점 “학생들은 많은 경우 자신이 ‘쓸모 없는 존재’라고 여길 때 위험에 빠집니다. 학생들에게 모두 ‘가치 있는 인간’이라는 걸 알려주고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2024년 첫 취임 당시 최우선 중점 사안으로 ‘학생 마음건강’을 꼽았을 정도로 정신건강 문제에 진심이다. 취임 이후엔 매번 교육감실로 올라오는 자살 학생들의 ‘사안보고서’를 하나 하나 꼼꼼히 읽으면서 직접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정 교육감은 “보고서를 읽으면서 ‘교육청이 제대로 도와준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지난해 9월 ‘그립’(GRIP)이라는 종합 대책을 만들었다. 올해부턴 전문상담교사를 45개교에 추가로 배치하며 대응 강화에 나섰다. 현장의 ‘1차 방어선’인 전문상담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마음 건강 대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초등학교에 집중적으로 추가 배치해, 초·중·고 전체 학교 10곳 중 8곳에 배치를 마쳤다. 이러한 노력에 보답하듯 실제 올해 2월까지 집계된 자살 학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엔 자살 학생수가 전년 대비 27.5% 증가했었다. 정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이 생명존중과 자살 예방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는 만큼 현장에서도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최근 학생들의 마음건강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원인은. “크게 보면 세 가지다. 첫째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기술 환경변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출된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둘째는 입시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강박이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가정 환경이다. 실제 위기 학생들을 분석해 보면 가정이 불안정한 경우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사회적으로는 결혼과 이혼이 자유로워졌다고 이야기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엄청나게 큰 불안 요인이 된다.” -교육청 차원에서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 “‘마음 건강’과 ‘생명 존중’을 단순히 강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고 있다. 아무리 극단적인 환경이라고 해도 ‘사회적 보호망’이 작동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방, 조기 발견, 위기 개입,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종합적인 마음건강 시스템’(그립)을 구축했다. 교육청 단위에선 처음으로 시도된 종합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나. “첫 번째는 상담 체계다. 현재 대부분 학교(80.3%)에 상담교사가 배치돼 있다. 지난해에 비해 45명 늘렸다. 초등학교(28곳), 특성화고(16곳)의 상담교사가 크게 늘었다. 2029년엔 ‘1학교 1상담교사’ 체계를 완비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위기 대응 시스템이다. ‘긴급행동 위기지원단’을 구성해 올해 강동구와 송파구에서 먼저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다. 자살 시도 등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개입하고, 병원과 연계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학부모 인식이다. 학교에서는 위기 학생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안다’며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인식 차이로 인해 개입 시기를 놓치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실제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에서 정상군으로 분류된 학생들의 자살 시도도 늘고 있는 만큼 학부모의 신뢰가 중요하다. 정상군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은 지난해 71.0%에 이른다.”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는 교사들의 마음건강도 중요한 것 같다. “맞다. 교사가 건강해야 학생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교사들이 악성 민원이나 과중한 행정 업무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교사의 마음 건강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개인별로 맞춤형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선생님들 상담건수는 2024년 연간 2838건이었지만, 2025학년도엔 상반기에만 3060건을 기록했다. 학교 현장을 잘 아는 ‘마음닥터’(정신의학과 전문의)도 확보했다. 정신과 진료비 30만원도 올해부터 새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2박 3일 제주도 여행, 진관사 템플스테이 등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실제 참여한 교사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앞으로 여러 종교 기관들과 협력해 이러한 프로그램을 늘릴 예정이다.” -입시 중심 교육 구조가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상대평가 중심의 교육은 친구를 협력 대상이 아니라 경쟁자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런 구조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크게 증가시킨다. 그래서 ‘자기 성장’ 중심으로 교육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객관식 평가를 서·논술형으로 전환하고, 내신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 평가의 패러다임을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닌, ‘무엇을 할 줄 아는가’로 바꾸는 거다. 학생들이 등급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의대 쏠림 현상과 이공계 기반 약화가 계속 문제로 지적된다. STEM 교육을 강화할 방안은 뭔가. “수학, 과학, 융합 교육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K-STEM’을 추진 중이다. 실생활에서 수학·과학적 사고가 왜 중요한지를 가르치려고 한다. 아이들이 좋은 실험 기자재를 바로 빌려 쓸 수 있도록 ‘교구 공유 은행’(K-STEM Bank)을 만들었다. 또한 여러 과학 탐구를 중점적으로 할 수 있는 학교들을 운영 중이다. 과학고가 3곳, 과학중점학교가 22곳, 과학 중점 방과후교실을 운영하는 학교가 85곳 있다.” -향후 서울시 교육 정책의 방향은. “AI 시대에 맞는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었다면 이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고유한 역량, 즉 창의력과 공감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서 역량 기반 교육, 학생 성장 중심 교육으로 가려고 한다.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시민들이 맡겨준 교육감으로서의 책무에 우선 최선을 다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향후 두 번째 임기 때 학생 마음건강과 K-STEM 등의 정책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1957년 전북 익산 출생인 정 교육감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전남대학교 사회학과에 전임강사로 부임하며 교육자로서 첫 발을 뗐다. 서울대 사회학과에 교수로 복귀해 사회학 연구와 교육 활동을 이어갔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교토대, 시카고대, 베를린 자유대 등 세계 굴지의 교육기관에서 방문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전쟁과 냉전, 민주화운동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한 그는 여러 정부에서 공직을 맡았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장관급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2024년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선출직에 도전해 당선됐다.
  • 공시가대로 증여세 냈다가… 1300만원 세금 폭탄

    아파트 증여세를 공시지가 기준으로 산정해 납부한 부부가 세금이 1300만원 가까이 추가로 부과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증여일 1년 전에 거래된 같은 단지 유사 주택의 매매가를 기준 가격으로 본다’는 과세당국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봤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영민)는 A씨 부부가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 부부는 2022년 8월 서울 성동구 아파트를 증여받았다. 이들은 아파트 공동주택 기준 가격(공시지가)인 11억 600만원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산정해 부부 합산 약 5723만원을 성동세무서에 신고·납부했다. 성동세무서는 같은 아파트 동일 단지의 다른 집이 2021년 3월 14억 5500만원에 매매된 것을 확인하고 해당 거래액을 시가로 볼 수 있는지 심의를 신청했다. 서울지방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는 해당 매매가를 현재의 시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고, 2023년 9월 A씨 부부에게 약 6955만원의 증여세를 결정·고지했다. 이에 A씨 부부는 “해당 매매가는 평가 기간(평가기준일 전 6개월부터 평가기준일 후 3개월까지) 내 시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평가 기간을 벗어난 기간에 존재하는 유사 재산의 거래액도 요건을 충족하면 시가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증여세는 공시지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납부하는데, 평가 기간 내 매매가 없다면 평가심의위를 거쳐 평가기준일 전 2년간 있었던 매매 가격도 시가로 정할 수 있다.
  • 이란 배후는 러시아?…젤렌스키, 중동 파고들며 ‘군사적 밀착’ 주장하는 이유 [핫이슈]

    이란 배후는 러시아?…젤렌스키, 중동 파고들며 ‘군사적 밀착’ 주장하는 이유 [핫이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적 밀착을 주장하며 연일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공격 며칠 전 이란에 공유해줬다”면서 “러시아는 이란이 중동 전역에서 미군을 공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 왔다. 100%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7일 이란은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로 탄도미사일 6발, 드론 29대를 동원해 공격했으며 미군 병사 최소 12명이 부상하고 이 중 2명은 중상을 입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지에 배치된 KC-135 공중급유기 최소 2대와 E-3 센트리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1대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미국의 방공망을 뚫고 공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 러시아가 있다는 점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강조한 것이다. 최근 그의 움직임을 요약하면 러시아가 이란을 돕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부각해 서방의 경각심을 키우고, 중동 국가들과는 방어 동맹을 맺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8일부터 3일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란 드론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중동 국가들을 연이어 방문해 우크라이나의 실전 경험을 전수하는 대가로 안보 협력을 끌어냈다. 아랍에미리트(UAE)와는 안보 파트너십을, 카타르와는 10년 안보 협정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간 미국과 유럽 중심의 전쟁 지원에 목말라하던 우크라이나가 이란과 러시아를 한데 묶어 이에 대항하는 글로벌 연합을 형성해 가는 것이다. 이란 전쟁과 관련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견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에도 연이어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우스트-루가, 프리모르스크, 노보로시스크 항구 등에 대한 연이은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전체 해상 석유 수출 능력의 약 40.00%(하루 약 200만 배럴)를 가동 불능 상태에 빠뜨렸다. 특히 러시아의 발트해 최대 석유 수출항인 우스트-루가가 우크라이나의 집중적인 드론 공격을 받고 있는데, 피해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지난 27일 미국 상업 위성업체 밴터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우스트-루가항이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모습이 확인된다. 이곳은 러시아의 핵심 석유 수출 거점으로 평상시 하루 약 70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 제품이 처리된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정유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이유는 이란 전쟁 이후 원유 가격 상승과 일부 제재 완화로 반사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수익 증가는 미국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女군인, 男 동료 사타구니 잡고…고립된 배 안에서 성범죄 발생 [핫이슈]

    女군인, 男 동료 사타구니 잡고…고립된 배 안에서 성범죄 발생 [핫이슈]

    영국 해군 최전선 구축함에서 복무 중이던 한 여성 해군 병사가 남녀 동료들을 대상으로 6건의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의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시안 도셋(25)은 HMS 돈틀리스호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총 4명에게 6차례 성추행을 저질렀다. 군사재판에서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다른 여성 동료들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엉덩이를 때리거나 가슴을 움켜쥐는 등의 행동을, 남자 동료들에게는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몸을 쓰다듬거나 젖꼭지를 꼬집는 등 남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성추행을 저질렀다. 이번 사건은 2023~2024년 영 해군 구축함 돈틀리스호 내에서 발생했으며, 남성 피해자 A는 경찰 조사에서 그녀를 “배의 암적인 존재”라고 표현했다. A는 “파병된 지 불과 2주 만에 그가 내 엉덩이를 만지고 찰싹 때렸다. 당시 장기간 파병을 앞두고 있었고 좋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지 않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 후 도셋은 다른 선원 앞에서 또 다시 내 엉덩이를 때렸고 다시 한 번 그런 행동을 한다면 신고하겠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사건에서 도셋은 여성 상급자의 가슴을 움켜잡았고,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남성 동료에게는 “나는 크고 강한 남자를 좋아한다”며 성희롱적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 나와 증언한 해군 병사는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셋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한 질문을 받자 “현재는 이성애자이지만 과거에는 양성애자 성향이 있었다”면서 “원래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어서 배 안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성적으로 희롱했다”고 진술했다. 검사 측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동에 불평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만 골라 경고를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도셋은 최근 열린 재판에서 총 7건의 성추행 혐의 중 6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추후 최종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 [기고] 우리의 길은 중국과 다름에 있다

    [기고] 우리의 길은 중국과 다름에 있다

    올해 중국 춘제(春節) 최고의 인기 스타는 휴머노이드였다. 춘제 갈라쇼에서 휴머노이드들이 공중제비를 돌고 아이들과 쿵후 약속 대련을 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 전파를 탔다. 지난해 빨간 손수건을 들고 뒤뚱뒤뚱 어색한 걸음걸이로 오와 열을 맞추는 수준의 군무에도 세계가 경탄했는데 중국의 휴머노이들은 불과 1년 사이 오작동으로 넘어진 척 연기까지 했다. 중국에서 휴머노이드가 신속하게 발전한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관련 법률의 부존재다. 중국에서 법률은 목동이 양떼를 몰 듯 처음에는 앞서 나가는 현실을 방임하는 것 같지만 선을 넘어 과하게 무리를 벗어나는 양은 엄하게 통제하는 패턴을 띤다. 가성비 높은 인공지능(AI)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중국 회사 딥시크는 2023년 7월 설립됐는데, 중국 국가인터넷정보사무처가 반포한 ‘생성형 AI 서비스 잠정 관리 방법’은 같은 해 8월부터 시행됐다. 올해 춘제에서 휴머노이드가 세상을 놀라게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2월 말 공업과정보화부 산하 ‘휴머노이드 및 현물형 AI 표준화 기술위원회’는 관련 표준 시스템(2026년판)을 반포했다. 이는 휴머노이드 산업체인 전반, 라이프 사이클 표준에 관한 중국 최초의 국가 차원 규정으로 휴머노이드 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법률 통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평가된다. 신흥산업 굴기에는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와 박자를 맞추는데 항저우시가 제정한 ‘현물형 AI 로봇 산업 발전 조례’에는 중국 지방법규 최초로 휴머노이드에 관한 정의 규정을 뒀다. 중국의 이런 쌍끌이 법규 시스템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끊임없이 밀당을 하며 관련 산업의 파이를 키움과 동시에 규제 감독의 그물코도 촘촘하게 만들어 간다. 중국도 최고인민회의나 상무위원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이 있지만 생성형 AI, 휴머노이드, 현물형 AI와 같이 낯선 분야들은 현업 부서에서 제정한 가이드라인 수준의 급이 낮은 법규들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이렇듯 ‘장밋빛 현실이 법률적 당위를 선도하는 시스템’은 중국의 빠른 성장에 큰 동력을 제공했다. 이러한 중국 시스템은 최대한 여러 부정적인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많은 이익단체 의사를 수렴하며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비해 법률을 제정하려는 우리의 사고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누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국 휴머노이드 굴기를 보며 자괴감을 느끼거나 이를 보여주기식 산물로 폄하하며 중국의 물량 공세에 대해 우리는 질적 성장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기술이 서방으로 가면 진출, 중국으로 가면 유출이라고 평가하는 경직된 이분법적 사고하에서 일등, 선두, 격차를 강조하는 우리의 대안들이 단순히 구호에만 그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는 법률을 대하는 시각 외에도 수많은 분야에서의 다름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다름을 우열로 인식하지 말고 서로 다름 속에서 우리만의 강점을 찾아내는 노력일 것이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한강의 ‘눈부신 우울함’… 4·3 상흔을 어루만지다

    한강의 ‘눈부신 우울함’… 4·3 상흔을 어루만지다

    소설 분야서 한국인 첫 수상… 비영어권 문학선 3번째 영예심사위원장 “속삭이는 문체… 강렬한 꿈처럼 오래 머물러”李대통령 “고통스러운 역사, 시적으로 풀어내며 깊은 울림”수상 계기로 소설 판매량 다시 급증… 최대 10배 이상 늘어 “나는 여전히 우리들 안에 깜빡이는 빛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 빛을 굳건히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에서) 국가 폭력이 만든 역사의 비극을 되살리고 ‘기억의 윤리’라는 인류 보편의 주제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을 받은 것은 제주 4·3 사건 78주년을 앞두고 전달된 낭보라 더 각별하다.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We Do Not Part’)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소설 심사위원장을 맡은 헤더 스콧 파팅턴은 작품에 대해 “눈부신 우울함, 황량한 날씨, 그리고 속삭이는 문체가 어우러진 작품”이라면서 “대기처럼 감싸면서 강렬하게 사로잡는 꿈처럼 오래 머문다”고 평가했다. NBCC는 도서평론가들이 전년도에 미국에서 출간된 책 가운데 최고의 작품을 선정해 시·소설·논픽션·전기·번역서 등 부문별로 시상한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은 퓰리처상, 전미도서상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도서상으로 꼽힌다. 비영어권 번역 문학에 대해선 보수적이라 지난 50년간 단 두 편의 번역 소설이 상을 받았는데 ‘작별하지 않는다’가 세 번째로 역사를 썼다. 한국인으로는 2024년 김혜순 시인의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s) 이후 두 번째다. 2021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와 그의 친구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인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입원한 인선의 부탁으로 그의 제주 집을 찾은 경하가 환상 속에서 4·3 피해자인 인선 어머니의 아픈 과거사를 마주하게 된다. 영어 번역본은 2025년 초에 출간됐다. 당시 많은 서평에서 관광지로 잘 알려진 제주에서 한국전쟁 전후 최소 3만명이 사망한 민간인 대량 학살이 벌어졌다는 것을 언급하며 제주 4·3 사건을 상기시켰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그해 1월 22일자 서평에 “1948~1949년에 미국의 지원을 받아 제주 인구의 10%를 학살했다”면서 “한강은 위장(stomach-wrenching)이 뒤틀릴 정도로 고통스러운 역사를 자연의 이미지를 빌려 시적인 산문으로 엮었다”고 표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월 2일자 서평에 “제주 4·3은 미국 군대가 반공주의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학살에 공모했는데도 많은 미국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면서 “지금 펼쳐지는 권위주의적 위협에 맞서려 애쓰는 우리에게,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사건이 소름 끼치는 경종을 울린다”고 썼다. 영국 가디언 역시 2025년 2월 6일자 서평에서 “최근에 탄생한 걸작을 읽는 것, 이 문장들 이 시대를 견디며 영원히 살아남으리라는 것을 깨닫는 일은 참으로 보기 드문 특권”이라면서 “실로 경이롭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상 소식이 알려진 27일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며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이라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인간의 존엄과 기억, 서사로 승화시킨 작품”이라며 “고통스러운 역사를 시적으로 풀어내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밝혔다. 수상을 계기로 해당 소설의 판매량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지난 27일 예스24는 오전 9~12시까지 3시간 동안 ‘작별하지 않는다’의 판매량이 전날 하루치보다 5배 늘었다고 집계했다. 교보문고는 지난 27~28일 판매량이 수상 전인 25~26일과 비교해 10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한강은 1970년 겨울 광주에서 태어나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했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수많은 국내 문학상의 주인공이 됐고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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