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존엄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시사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발진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파산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트럭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889
  • 김정은, 이번 당 대회는 사회주의 위업 완성을 위한 투쟁에서 새로운 이정표 마련하는 역사적인 계기될 것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6일 “이번 당 대회는 영광스러운 김일성, 김정일주의 당의 강화발전과 사회주의 위업의 완성을 위한 투쟁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36년만에 개막한 노동당 제7차 당 대회 개회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 당과 혁명 발전에 뚜렷한 자욱을 남기는 역사적인 대회로 주체혁명 위업의 종국적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총진군대회로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밤 조선중앙 TV를 통해 녹화 방영된 당 대회에서 개회사를 직접 낭독한 김 제1위원장은 뿔테 안경에 회색 넥타이, 검은색 줄무늬 양복을 입고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제1위원장 오른편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자리잡았으며 왼편에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위치했다. 김 제1위원장은 “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올해에 우리 군대와 인민은 반만년 민족사에 특기할 대사변으로 되는 첫 수소탄시험과 지국관측위성 광명성 4호 발사의 대성공을 이룩하여 주체 조선의 존엄과 국력을 최상의 경지에서 빛내였으며 충천한 그 기세로 충정의 70일 전투를 힘있게 벌여 사회주의 건설의 전역에서 빛나는 위훈을 창조하고 전례 없는 노력적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온 나라 천만 군민이 70일전투에로 부른 당의 전투적 호소에 결사관철로 화답하여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최대의 성과, 최고의 비약을 이룩하고 당이 제시한 70일 전투 목표를 빛나게 넘쳐 수행하는 혁혁한 전과를 거두었다”고 덧붙였다. 조선중앙TV는 이번 대회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를 비롯해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 총화, 당규약 개정, 김 제1위원장의 당 최고수위 추대, 당 중앙지도기관의 선거 등이 다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조선노동당은 유례없이 엄혹한 환경 속에서 혁명발전의 매 단계마다 주체적인 조선을 제시하고 위대한 우리 인민에게 의거하여 혁명과 건설을 줄기차게 전진시킴으로써 사회주의 위업수행에서 빛나는 승리를 이룩하고 조국번영의 새시대를 펼쳐놓았다”고 치하했다. 그는 또 “우리 당과 인민이 사회주의 건설에서 이룩한 자랑찬 성과는 일심단결의 정치사상강국, 불패의 군사강국을 일떠세운 것”이라며 “당의 혁명사상으로 무장하고 당의 두리에 일심단결된 인민 강력한 총대를 틀어쥔 인민은 가장 위력한 혁명의 주체로 되는 것이며 이런 인민의 성스러운 위업은 필승불패”라고 주장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北김정은 “핵실험·광명성 4호 발사, 국력 최상으로”…이례적 넥타이 정장

    北김정은 “핵실험·광명성 4호 발사, 국력 최상으로”…이례적 넥타이 정장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6일 개막한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이번 당대회는 영광스러운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의 강화발전과 사회주의 위업의 완성을 위한 투쟁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는 역사적인 계기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밤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방송된 당대회 개회사를 통해 “우리 당과 혁명 발전에 뚜렷한 자욱을 남기는 역사적인 대회로 주체혁명 위업의 종국적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총진군대회로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를 비롯해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 총화, 당규약 개정, 김정은 제1위원장의 당 최고수위 추대, 당 중앙지도기관의 선거 등이 다뤄질 것이라고 조선중앙TV는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은 또 수소탄 및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활동보고를 통해 “올해 우리 군대와 인민은 반만년 민족사의 특이할 대사변인 첫 수소탄 시험과 광명성 4호 발사의 대 성공을 이룩해 주체조선의 존엄과 국력을 최상의 경지에서 빛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온 나라 1000만 군민이 70일전투에로 부른 당의 전투적 호소에 결사관철로 화답하여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최대의 성과, 최고의 비약을 이룩하고 당이 제시한 70일 전투 목표를 빛나게 넘쳐 수행하는 혁혁한 전과를 거두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인민복이 아닌 정장에 넥타이 차림을 했으며, 그의 옆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각각 자리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를 비롯해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 총화, 당규약 개정, 김정은 제1위원장의 당 최고수위 추대, 당 중앙지도기관의 선거 등이 다뤄질 것이라고 조선중앙TV는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나치지 마세요 가족이 돼 주세요

    지나치지 마세요 가족이 돼 주세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다가도 필요가 없어지면 버려진다. 고속도로 휴게소부터 외딴 섬까지…. 다시 집을 찾아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말을 못한다고 느끼지도 못할 리 없다. 사람으로 인해 아픔을 겪은 동물들에게 사람을 통해 희망을 찾아주는 행사가 열린다. 서울 광진구는 6일 ‘유기동물과의 만남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5번 출구 앞 ‘광진광장’에서 열린다. 2011년부터 시작한 행사로 구와 광진구 수의사회,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가 공동 주관한다. 올해는 건강하고 성격이 온순한 강아지, 고양이 20마리가 행사장에 나와 새 가족을 기다린다. 구는 유기동물을 입양한 후 다시 버리는 것을 방지하려고 사전에 입양 희망자를 모집했다. 사육 여건과 입양 경력 등을 미리 조사해 심사하는 과정을 거쳤다. 입양된 동물은 현장에서 무료로 동물등록을 한 뒤 건강검진과 각종 상담을 해 준다. 간단한 미용과 함께 머리나 꼬리털에 리본을 달면 입양 준비를 마치게 된다. 구는 다음달부터 오는 10월까지 매월 둘째 주 목요일을 ‘유기동물 입양 홍보의 날’로 운영하기로 했다. 동물복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어린이대공원 내 반려견 놀이터 앞에서 약 3시간 동안 입양 상담부터 반려동물 관련 상식과 동물보호법 등을 홍보할 예정이다. 김기동 구청장은 “입양자와 반려동물이 서로 든든한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며 “사회적 책임과 생명의 존엄성을 되새기는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주체적이지 못한 북한 ‘주체 로켓 기술’의 실체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주체적이지 못한 북한 ‘주체 로켓 기술’의 실체

    곧 다가올 제7차 노동당대회를 기념하기 위한 축포 성격으로 지난 15일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었지만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했다. 가뜩이나 화가 나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화를 더욱 돋우게 됐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28일 오전 6시 40분께 원산 일대에서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동해상을 향해 발사했지만, 이 발사체는 발사대를 떠난 지 몇 초 만에 수백 미터도 날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해안에 추락했다. 정상적인 미사일이라면 무서운 속도로 치솟아 우리 군의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에 탐지되었겠지만, 발사와 거의 동시에 추락했기 때문에 이번 발사 실패를 포착한 것은 미국의 정찰위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발사 실패는 최근 드러난 ‘광명성 4호’ 사기극에 이어, ‘위대한 수령의 영도 아래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주체조선의 로켓기술’의 수준을 국제적인 웃음거리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어서 당분간 북한 로켓 기술자들은 숙청의 공포 속에 살얼음판 위를 걷게 됐다. 모방으로 시작된 미사일 개발 북한이 처음 탄도 미사일(Ballistic Missile)이라는 물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 핵무기 만능론이 판을 치던 이 시절 주한미군 제7보병사단이 핵전쟁용 부대(Pentomic Division)으로 개편되면서 한반도에는 일명 ‘어네스트 존(Honest John)'으로 불렸던 MGR-1 단거리 로켓과 MGM-1 마타도르(Matador) 지대지 순항 미사일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주한미군에 핵무기가 배치되자 김일성은 소련에게 당시 소련군이 단거리 핵미사일로 운용하던 스커드(SCUD) 미사일을 제공해줄 것을 간청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스커드 미사일 제공은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브레즈네프가 스커드 미사일 대신 사정거리 50~70km 수준의 단거리 로켓인 프로그(FROG)-5/7 정도만 넘겨주기로 하면서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 확보에 실패했다. 소련으로부터 스커드 미사일 도입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김일성은 제3국으로 눈을 돌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던 이집트에 접근했다. 당시 이집트는 이스라엘 공군에게 호되게 당하면서 제공권 열세로 고전하고 있었는데, 이집트가 필요로 하던 것이 무엇인지 간파한 김일성은 소련으로부터 이제 막 선물 받은 최신형 MIG-21 전투기 1개 중대를 이집트로 파병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집트는 전쟁에서 졌지만, 김일성의 ‘의리’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김일성이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스커드 미사일, 그것도 미사일 본체와 발사차량, 심지어 정비 매뉴얼과 교범까지 통째로 북한에 넘겨주었다. 이집트의 이같은 조치에 소련은 노발대발했지만, 결국 김일성은 스커드 미사일을 손에 넣게 되었고, 이 미사일을 철저하게 연구한 끝에 1980년대 초, 스커드-B 미사일의 북한 복제판인 화성 5호 개발에 성공했다. 스커드와 동급의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북한은 이 미사일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는데, 이 미사일들은 북한군이 아니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먼저 공급됐다. 당시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고 있던 이란은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100여 발의 화성 5호 미사일을 수입했는데, 이란은 이 100발을 무차별 발사해서 이라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화성 5호는 이란에 100여 발이 수출된 이후 입소문을 타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도 25발이 수출되었지만, UAE는 이 미사일의 성능평가를 실시한 뒤 실전배치를 포기하고 전량 폐기했다. ‘정품’ 스커드 미사일이 아닌 ‘짝퉁’이었기 때문에 안전성이 크게 떨어졌고, 명중률 역시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란은 화성 5호에 크게 만족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기술진과 부품까지 수입해 화성 5호의 이란 버전인 샤하브(Shahab)-1을 개발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란이라는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화성 5호의 대량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었고, 화성 5호를 더욱 개량해 사정거리를 550km까지 늘린 개량형 화성 6호를 개발, 1990년대 중반까지 600발 이상의 화성 5/6호를 실전에 배치했는데, 이로써 북한은 1960년대부터 김일성이 가장 두려워했던 주한미군의 전술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를 손에 넣게 되었다. ‘주체식 로켓 기술’의 실체 화성 5/6호를 통해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 대한 기술적 바탕을 확보한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한반도를 넘어 일본까지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일본은 유사시 주한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침 전쟁에서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면 남침에 앞서 일본에 있는 주일미군 기지들을 파괴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개발이 추진된 것이 화성 7호 즉, 노동 1호였다. 화성 7호는 사정거리와 탄두중량을 화성 6호에 비해 2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었는데, 스커드를 모방한 500km급 로켓 기술만 가지고 있던 북한이 단시간 내에 이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때부터 북한은 외부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우선 1000km 이상 날아가는 미사일에 반드시 필요한 고출력 로켓 엔진 개발을 위해 소련 붕괴로 어수선하던 러시아에 검은 손을 뻗었다. 높은 보수와 고급 주택, 고급 자동차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북한이 빼돌리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자들이었다. 북한의 유혹에 가장 먼저 넘어간 것은 구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 Submarine Launch Ballistic Missile) 개발을 주관하던 마카예프 설계국(Makeyev Rocket Design Bureau)이었다. 과거 소련공산당 청년동맹 기관지이자 현재도 유력 일간지로 발행되고 있는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Komsomolskaya Pravda) 보도에 따르면 마카예프 설계국의 기술주임 이고르 벨리치코(Igor Velichko) 박사가 1992년 5월 평양을 방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로켓 산업의 과학적 토대 마련’이라는 명분하에 기술인력 파견 계약을 체결했다. 북한은 조선영광무역회사라는 업체를 설립한 뒤 이 회사를 통해 마카예프 설계국에 300만 달러, 이와 별도로 기술 인력들에 대한 급여와 주택, 차량 등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구소련 기술자들을 대거 평양으로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소련 붕괴 직후 러시아 정부는 전략 미사일을 개발하던 마카예프 설계국의 고급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할 여력이 되지 못했고, 연구원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앞 다퉈 평양행을 자원했다. 이들 가운데는 마카예프 설계국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로켓 엔진 개발에 관여하던 이자예프 설계국(Isayev Design Bureau)의 아르카디 바흐무토프(Arkdaiy Bakhmutov) 박사, 바츠코브 특수기계제작과학연구소(Scientific Research Institute of Special Machine Building in Bachkovo) 소장인 발레릴리 스트라호프(Valerily Strakhov) 박사, 미사일 설계 전문가 유리 베사라보프(Yuriy Bessarabov) 박사도 있었다. 러시아 미사일 기술 인력의 북한행 러시는 1990년대 초반에 집중됐다. 1992년 12월에는 모스크바 인근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북한으로 떠나려는 36명의 과학자들과 그들의 가족까지 무려 60여 명이 경찰에 체포, 구금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가운데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도 있었는데, 이들은 러시아 정부 종합기계건설부와 연방보안국(FSB)으로부터 출국 허가를 받고 평양으로 떠났다. 노동 1호는 이 러시아 기술자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 기술자들은 1960년대 개발된 SLBM인 R-21(SS-N-5) 기술을 바탕으로 R-21과 거의 유사한 형상과 크기, 성능을 갖는 노동 1호를 만들어낸데 이어 R-27(SS-N-6) SLBM을 바탕으로 무수단을 개발해 냈다. 서방측 정보기관들이 노동 1호를 노동-A(Nodong-A), 무수단을 노동-B(Nodong-B)로 분류하는 이유는 이처럼 태생이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탄생한 노동 1호는 전략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노동 1호는 이란과 파키스탄이 수입해 각각 샤하브(Shahab)-3와 가우리(Ghauri)-2 미사일의 원형이 되었다. 특히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와 현재는 사망한 전병호 前 조선노동당 군수담당비서가 주고받은 편지에 의하면 파키스탄은 노동 1호 미사일과 부품, 설계 기술을 이전받는 조건으로 북한에 우라늄 원심분리기와 핵탄두 설계기술, 부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화성 5/6호와 노동1호, 무수단 미사일 기술은 이후 개발되는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기술적 바탕이 되었다. 노동 1호와 무수단 미사일이 마카예프 설계국 출신 기술자들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그토록 자랑하는 ‘선군조선의 주체과학기술’의 실체는 비싼 돈을 주고 모셔온 러시아 과학자들의 작품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주체적이지 못한 주체식 기술 개발 우리 국민들에게는 대포동 시리즈로 더 익숙한 은하 시리즈는 한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을 갖췄다는 쇼크를 불러일으켰던 장거리 미사일이지만, 그 내부 구조를 뜯어보면 기술적으로 대단히 조악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을만한 고성능 로켓 엔진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북한은 그동안 개발했던 미사일들을 이리저리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은하 시리즈를 개발했다. 1998년 발사된 대포동 1호(은하 1호)는 1단 추진체에 노동 1호를, 2단 추진체에 화성6호를 붙인 것이며, 2006년 등장한 대포동 2호(은하 2호)는 화성5호 로켓엔진 4개를 묶어 만든 1단 추진체에 무수단 미사일을 2단 추진체로 이어 붙인 물건이었다. 이름만 바꿔 두 차례 발사했던 은하 3호와 광명성 4호는 1단 추진체로 노동 미사일 4개에 보조엔진 4개, 2단 추진체로 무수단 미사일의 변형 위에 3단 로켓을 얹은 물건이었다. 즉, 북한은 기존에 러시아 기술자들이 만들어 놓은 로켓 엔진들을 이리저리 붙이고, 여기에 압력센서와 온도감지기, 단 분리 원격 제어를 위한 송수신 장치 등 핵심 부품은 해외에서 수입하거나 기술 절취를 시도해 조달했다. ‘주체식 로켓’에 들어간 핵심 기술은 주체적이지 못했던 셈이다. 북한은 이후 개발한 대부분의 미사일도 기존에 마카예프 설계국 기술자들이 남긴 유산에 집착했다. 단거리 탄도 미사일 KN-02는 러시아의 OTR-21(SS-21) 전술 탄도미사일을 베낀 것이고, 300mm 방사포 쇼크를 일으켰던 KN-09도 실상은 중국제 WS-1 시리즈를 모방한 것이었다. 북극성 1호 SLBM은 무수단에 적용된 SS-N-6 SLBM 기술을 바탕으로 이란제 세질(Sejil) 지대지 탄도 미사일에 들어간 고체연료 로켓 모터를 가져와 개발한 물건이라는 사실도 이스라엘 정보당국 발표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렇게 ‘짝퉁’이 ‘주체기술’로 둔갑한 사례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동식 ICBM인 KN-08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했던 KN-08 개량형 ICBM은 그 형상과 크기, 심지어 탄두부 주변에 부착된 종말단계 자세 제어용 보조로켓까지 마카예프 설계국이 1980년대 중반 개발했던 R-29RM(SS-N-23) SLBM과 대단히 흡사하다. 북한이 2000년대 초부터 무수단 미사일을 생산해 2007년 실전에 배치하기 시작했고, 2012년에 KN-08 미사일을 선보인 후 실전배치를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단 한 번도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수십 년 전에 개발 및 배치되어 성능과 신뢰성이 검증된 미사일들을, 그것도 그 미사일을 직접 개발하고 제작했던 기술자들을 직접 데려와 미사일을 만들었으니 별도의 시험 발사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무수단은 개발 과정에서 소련제 원형보다 3m 가까이 커졌고, KN-08 역시 원형보다 2~3m 가량 커지고 형상 역시 다소 달라졌다. 크기가 커진 만큼 중량도 증가했을 것이고, 늘어난 중량만큼 액체연료와 산화제의 분사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도 교체하고 이를 검증해야했지만, 성능 검증보다 당장 한국과 미국을 위협할 협박용 카드가 급했던 북한으로서는 블러핑(Bluffing) 전략 즉, ‘뻥카’의 일환으로 무수단과 KN-08의 실전배치를 강행했지만, 무수단의 3차례 연속 실패로 인해 이제 그 밑천이 드러나게 됐다. 50여 발 이상 실전배치된 무수단은 당분간 쓸 수 없게 되었고, 비슷한 과정을 통해 개발된 KN-08 역시 그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당분간 미국과 한국에게 블러핑 카드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디자인만 살짝 바꾼 조악한 ‘짝퉁’, 그것이 북한 미사일 쇼크를 일으키고 ‘최고존엄’을 기만했던 북한의 ‘주체식 로켓기술’의 실체였던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아랍S다이어리] 아내를 ‘잘’ 때리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아랍S다이어리] 아내를 ‘잘’ 때리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가족요법사(family therapist)가 아내를 ‘훈육’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내용인즉슨, 아내가 복종하지 않아 훈육이 필요할 땐 바로 손찌검을 하지 말고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치라고 한다. 먼저 말로 해보고, 안되면 잠자리에서 등을 돌리고, 그래도 안 되면 때린다. 때릴 땐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쑤시개나 손수건을 사용해야 한다. 사실 이슬람식 ‘마누라 길들이기’와 다름없는 조언인데, 그래도 몽둥이가 아닌 이쑤시개를 잡으라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 무슬림 조언자는 “때리는 목적은 단순히 아내가 자신이 남편을 대우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깨닫게 만들기 위함이지 때려서 화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도 한다. 이 동영상을 본 영국의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컬처 쇼크’라는 식으로 앞다투어 보도했다. 특히 “아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남편과 동등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어, 악명 높은 사우디의 여성 차별적 시각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데일리메일은 ‘분명히, 그에 따르면 여자들은, 남자들 보다 낮은 위치에 있고 동등한 권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꼬집으며 ‘여자들을 폭력으로부터 지키려는 남자가 어떻게 여자들이 더 이상 남자들보다 하찮게 취급 받지 않는 시대라는 걸 부정하는지 경악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무슬림들은 이 동영상에 위화감이나 불쾌한 느낌을 받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서방의 외신들이 ‘악마의 편집’으로 곡해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한 무슬림 네티즌은 원본 영상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일부 언급들을 모아 놓은 것은 부정한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인을 대하는 사우디인 남편의 태도를 엿 볼 수 있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식당에서 찍힌 이 사진을 보면 불투명한 유리로 된 칸막이가 쳐 진 공간에서도 남편이 자신의 구트라(머리에 쓰는 천)를 펼쳐 부인의 실루엣이 보이지 않도록 가려 놓고 있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논란이 된 이 사진에 대한 반응은 상반됐다. 한 편에선 남편이 부인의 실루엣이 노출되는 것을 가리고 사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잘한 일이라며 칭찬했고, 다른 한 편에선 공공장소에서 과잉보호 하는 남편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들은 아내는 남편에게 부끄러움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아니고 존경과 존엄을 가지고 대우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시각이다. 한 여성 네티즌은 남편이 아내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표시라며 사진 속 부인은 남편의 질투를고마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네티즌은 남편의 질투가 지나치고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난 달 사우디에선 가정폭력신고센터가 생겼다. 문을 연 지 첫 3일 동안 걸려온 1890통의 전화 중 절반 가량(916통)이 신고전화였다. 물론 이 신고 전화가 모두 여성이나 아이들만이 신체적 학대의 대상은 아닐 것이다. 사우디에도 맞고 사는 남편이 있다. 전국인권협회에 따르면 2014년 가정폭력을 당한 남편에 대한 신고접수가 44건이었다. 가족상담치료사 나세르 알-라셰는 ‘행복한 가정을 위한 단체(Happy Home Organization)’가 마련한 세미나에서 남편은 부인들의 감정과 필요로 하는 것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결혼은 인정(人情)과 자비를 기초로 한다”며 “남자와 여자는 차이를 극복하고 조화롭게 함께 살 수 있다. 화해는 서로의 심리적 문화적 기질을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윤나래 중동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사랑하기 때문에 살인했다” 스페인 남자 집행유예 논란

    “사랑하기 때문에 살인했다” 스페인 남자 집행유예 논란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선 스페인 남자가 "사랑하기 때문에 죽였다"고 줄곧 주장한 끝에 결국 풀려나게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어 법원은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그나시오 올라소(42)에게 최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남자는 전과가 없어 2년 이하의 징역은 집행유예로 전환된다. 남자는 바로 석방될 예정이다. 천륜을 짓밟은 사건에 스페인 법원은 왜 이렇게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일까? 문제의 사건은 1년 전 스페인 사라고자에서 발생했다. 올라소는 비닐봉투를 머리에 뒤집어 씌워 어머니를 살해했다. 질식으로 사망하기 전 어머니는 비닐봉투를 벗겨내려 했지만 아들이 이를 저지한 사실도 확인됐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아들이자 피고인 올라소에게 최저 6년, 최고 10년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법정에 선 올라소가 "엄마를 진정으로 사랑했고, 존경했기에 살해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면서 사건심리는 이상한 쪽으로 흘러갔다. 남자의 어머니는 당뇨에 심각한 허리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심각한 '의사기피증'을 갖고 있어 병원치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10년째 외출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한 그는 통증이 점점 심해지자 죽고 싶다며 아들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스페인이 존엄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스스로 존엄사를 택했다"는 친필 유서를 남겼다. 아들은 "엄마를 사랑하고, 결정을 존중했다"면서 엄마를 죽인 건 사랑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비록 여자가 말기질병을 앓고 있던 건 아니지만 충분히 죽음을 택할 만한 상황이었다"며 어머니의 청을 들어준 아들에겐 형량을 줄일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사랑이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판결"이라며 법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법조계에선 "법원이 존엄사를 사실상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재판부가 오판을 했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엘파이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존엄사 논란 베스트셀러 원작 ‘미 비포 유’ 6월 2일 개봉

    존엄사 논란 베스트셀러 원작 ‘미 비포 유’ 6월 2일 개봉

    존엄사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으로 옮긴 ‘미 비포 유’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영화로 이어졌다. 영화 ‘미 비포 유’는 전신마비 환자 ‘윌’과 6개월 임시 간병인 ‘루이자’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다. 국내에서도 13주간 베스트셀러 1위는 물론 전 세계 3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큰 사랑을 받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유튜브에는 원작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책 관련 리뷰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팬들은 존엄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주제와 매력적인 캐릭터, 이야기의 감동 등 작품에 관한 생각을 꾸준히 나누고 있다. 덕분에 원작의 영화화 소식이 알려지자 유튜브에 공개된 예고편 조회수는 벌써 1천900만 뷰를 돌파했다. 이러한 반응은 블록버스터나 시리즈물이 아닌 로맨스 장르 영화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이번 작품에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로 주목받은 에밀리아 클라크가 엉뚱한 패션 감각을 지닌 순진무구, 유쾌 발랄 ‘루이자’ 역을 맡았다. 또 ‘캐리비안의 해적’, ‘헝거 게임’ 시리즈의 샘 클라플린이 불의의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까칠한 사업가 ‘윌’ 역을 맡았다. ‘행복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주인공들의 행동으로 존엄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 영화 ‘미 비포 유’는 원작자인 조조 모예스가 직접 각본을 담당했다. 연출은 영국 출신의 테아 샤록 감독이 맡았다. 6월 2일 개봉. 사진 영상=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박효순·최희진 기자 4월 과학기자상 수상

    박효순·최희진 기자 4월 과학기자상 수상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심재억)는 한국로슈진단(주)이 후원하는 이달의 ‘과학기자상’ 4월 수상자로 경향신문 정책사회부 박효순·최희진(사진) 기자를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한국과학기자협회는 박효순·최희진 기자의 [웰다잉–마지막까지 평화롭게] ‘희망 없는데도 “계속 치료해달라” 중환자실은 누구를 위한 곳 인가’가 “국가사회적 이슈인 호스피스-웰다잉(존엄사) 문제를 국내외 사례를 비교해 심층적으로 다루었으며, 한국의 실태 중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빚어지는 문제점들을 현장 취재 및 구체적인 심층적으로 분석 보도했다”면서 “또한, 환자와 가족이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지치고, 고통스런 죽음의 환경에 노출되고 있는 실태를 근거 중심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박효순 기자는 “이번 취재를 통해 죽음의 문제가 고령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로, 가족 및 사회관계를 해체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새롭게 깨달았다”면서 “연명치료에 대한 개인적인 결정과 사회적 합의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희진 기자는 “이번 취재를 통해 생애 말기를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한 번 더 고민하게 됐다”며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5월 7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2016 과학언론의날’ 행사에서 진행된다. 한국과학기자협회는 매달 과학 및 의료·보건 분야의 우수한 보도 기사를 가려 시상하는 ‘과학기자상’을 제정·운영하고 있다. 이 상은 현장을 지키는 과학 기자들의 취재 의욕을 고취하고, 노고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공모를 통해 접수한 기사에 대해 소속 매체와 기자 실명을 배제한 채 엄정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사랑해서 존속살인”…스페인법원 집행유예 판결 논란

    “사랑해서 존속살인”…스페인법원 집행유예 판결 논란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선 스페인 남자가 "사랑하기 때문에 죽였다"고 줄곧 주장한 끝에 결국 풀려나게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어 법원은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그나시오 올라소(42)에게 최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남자는 전과가 없어 2년 이하의 징역은 집행유예로 전환된다. 남자는 바로 석방될 예정이다. 천륜을 짓밟은 사건에 스페인 법원은 왜 이렇게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일까? 문제의 사건은 1년 전 스페인 사라고자에서 발생했다. 올라소는 비닐봉투를 머리에 뒤집어 씌워 어머니를 살해했다. 질식으로 사망하기 전 어머니는 비닐봉투를 벗겨내려 했지만 아들이 이를 저지한 사실도 확인됐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아들이자 피고인 올라소에게 최저 6년, 최고 10년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법정에 선 올라소가 "엄마를 진정으로 사랑했고, 존경했기에 살해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면서 사건심리는 이상한 쪽으로 흘러갔다. 남자의 어머니는 당뇨에 심각한 허리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심각한 '의사기피증'을 갖고 있어 병원치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10년째 외출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한 그는 통증이 점점 심해지자 죽고 싶다며 아들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스페인이 존엄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스스로 존엄사를 택했다"는 친필 유서를 남겼다. 아들은 "엄마를 사랑하고, 결정을 존중했다"면서 엄마를 죽인 건 사랑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비록 여자가 말기질병을 앓고 있던 건 아니지만 충분히 죽음을 택할 만한 상황이었다"며 어머니의 청을 들어준 아들에겐 형량을 줄일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사랑이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판결"이라며 법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법조계에선 "법원이 존엄사를 사실상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재판부가 오판을 했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엘파이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김욱동 창문을 열며] 알파고의 도전과 인간의 응전

    [김욱동 창문을 열며] 알파고의 도전과 인간의 응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인류 역사에서 그야말로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지금껏 인간은 직관과 추론이 자신의 고유 능력이라고 오만하게 생각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서양에서 근대 철학과 과학이 발달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르네 데카르트는 ‘코기토, 에르고 숨’, 즉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내세우면서 사유(思惟)에서 인간의 특성을 찾지 않았던가. 또 블레즈 파스칼도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것, 한낱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은 다름 아닌 사유 안에 있다고 지적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난달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바둑 대국을 지켜보면서 사유가 이제 더이상 인간의 고유 기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누가 뭐래도 인류는 이제 새로운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음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알파고 같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도전에 인간은 어떻게 응전해야 할까. 나는 그 답을 문학을 비롯한 예술, 좀더 범위를 넓혀 인문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상력이 빚어내는 찬란한 우주라고 할 문학과 예술만이 인간 지능을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도 인간처럼 직관, 추론, 인식, 의식, 자각, 의지 같은 능력을 담당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감성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이다. 인간은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과 달리 희로애락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슬픈 모습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불의를 보면 분노를 느끼며,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면 절로 입이 벌어지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런데 요즈음 디지털 기기가 범람하면서 안타깝게도 인간의 감성이 로봇처럼 점점 더 메말라 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갑자기 놀라거나 어떤 충격적인 일을 당하면 “헐, 대박!” 하고 말하기 일쑤다. 짧은 이 한마디 말로 젊은이들은 모든 감정을 표현하려 든다. 생물학적 결정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우뇌와 좌뇌의 두 영역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언어 뇌라고도 일컫는 좌뇌는 언어중추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좌뇌가 발달하면 언어구사 능력, 문자나 숫자, 기호의 이해, 조리에 맞는 사고 등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능력이 뛰어나다. 한편 이미지 뇌로도 부르는 우뇌는 그림이나 음악 감상, 스포츠 활동 등 순간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직관 같은 감각적인 분야를 담당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비록 인간의 우뇌 영역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좌뇌 영역을 넘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제 우뇌 쪽보다는 그동안 소홀히 했던 좌뇌 쪽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좌뇌를 발달시키려면 무엇보다도 문학 작품을 많이 읽고 음악과 미술 같은 예술과 가까이해야 한다.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어 봤느냐고 물어보면 ‘전쟁’은 읽었는데 ‘평화’는 아직 읽지 못했다고 대답하기도 한다. ‘한여름 밤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 ‘한여름 밤의 꿀’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몰라도 남녀 듀엣 San E와 레이나에 대해서는 훤히 꿰고 있는 것이 요즈음 젊은이들의 자화상이다. 이렇게 인간의 감성과 직관을 좀더 발전시키지 않고서는 인간은 한낱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문학과 예술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문학과 예술만이 메마를 대로 메말라진 인간의 감성을 봄비처럼 촉촉하게 적셔 주고, 돌덩어리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직관을 우뭇가사리처럼 부드럽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알파고의 도전에 직면해 문학과 예술 그리고 인문학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새삼 중요하게 부각됐다. 문학과 예술을 비롯한 인문학은 그동안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에 밀려 거의 빈사 상태에 놓여 있다. 하루빨리 정신 차리지 않으면 지난달 바둑 대국처럼 인간은 알파고에게 언제 또다시 무릎을 꿇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UNIST 초빙교수
  • [씨줄날줄] 살인狂의 정신 건강/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살인狂의 정신 건강/박홍환 논설위원

    통상 연쇄살인범이나 다중살인범 등 중대 범죄자들은 자살 등 ‘불상사’ 방지 차원에서 수용시설의 독방에 수감돼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다소 과장돼 보이기는 하지만 작가 토머스 해리스가 연쇄살인범의 심리 등을 다룬 작품 ‘양들의 침묵’에서 묘사한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의 수감 모습이 인상 깊다. 그는 사방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철창 독방에 갇혀 있다. 국내에서도 연쇄살인범 유영철이나 ‘희대의 사이코패스’ 강호순을 비롯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강력 범죄자들은 대부분 1평 이내의 독방에 격리돼 있다. 매일 한 시간씩 주어지는 운동 시간을 제외하면 독방을 나올 기회는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종종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유영철은 수감 초기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며 ‘단식투쟁’을 벌였는가 하면 몇 년 전에는 정기 거소(居所)검사 도중 교도관 한 명의 목을 잡고 “내가 사이코패스인 줄 모르느냐”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강호순은 그림 그리기와 조각 등을 하며 비교적 조용히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에는 유영철이 성인화보와 성인소설, 일본만화 등을 배송받아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져 주기도 했다. 사형이 확정된 희대의 살인마가 어떻게 반입이 금지된 19금 물품들을 버젓이 챙겨 볼 수 있었는지 교정 당국에 비난이 쏟아졌다. 유영철과 관련해선 검거 당시부터 ‘과잉보호’ 비난도 들끓었다. 유영철이 “24시간 폐쇄회로(CC)TV로 감시당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고, 이에 인권위가 실태조사까지 벌이자 “‘살인광(狂) 인권’도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논쟁이 격렬하게 불붙었다. 노르웨이도 지금 같은 문제로 시끄럽다. 2011년 총기 등을 난사해 어린이를 포함해 77명을 살해한 극우 살인광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인권침해 소송에서 그제 노르웨이 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 줬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정부가 장기간의 독방 생활로 브레이비크의 정신 건강을 위협했다”며 “비인간적 대우를 금지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 가치”라고 밝혔다. 검거 직후부터 TV, 냉장고, DVD플레이어, 러닝머신 등이 갖춰진 세 칸짜리 ‘호화 독방’에 수감돼 있는 그는 “정부가 나를 서서히 죽이고 있다”며 지난해 소송을 제기해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공분을 야기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해자 인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높지 않다. 강력 범죄자들은 사회적으로 응징의 대상일 뿐이다. 물론 헌법 10조에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과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가가 살인광의 정신 건강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노르웨이 법원의 판결은 여전히 우리 국민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난감하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열린세상] 4·13 총선은 불평등·불공정 사회에 대한 경고다/조인호 데이터엔비욘드 대표이사

    [열린세상] 4·13 총선은 불평등·불공정 사회에 대한 경고다/조인호 데이터엔비욘드 대표이사

    4·13 총선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온 원인에 대한 분석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하다. 필자는 지난 6년의 보수적 기조 아래서 강화된 현재의 사회적 구조에 대한 미래세대들의 불신과 불만이 높아진 20대 선거 참여와 야권 쏠림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이번 선거의 해석에 동의한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구조가 우리 세대에 와서 훨씬 더 가속화돼 가고 있는 것은 이미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정치적 불평등으로 전이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이러한 불평등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다수라는 것이다. 불평등 구조의 고착화와 이에 대한 반발, 갈등 구조의 확산은 한국 사회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가를 넘어 국제적인 부의 불평등과 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함으로써 가톨릭 공동체를 넘어 폭넓은 존경을 받고 있다. 파나마페이퍼스는 일부 사회 상류층의 부도덕성의 민낯을 드러내는 동시에 일반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고착화돼 가는 불평등 구조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기준이 되곤 하는 것이 자본이다. 재화나 용역의 생산에 사용되는 자산이라는 사전적 정의보다는 축적과 양도가 가능한 자원으로 자본을 이해하는 것 같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적 자본’, ‘문화자본’과 같은 새로운 개념들을 형성할 수 있게 했다. 사회적 자본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필자가 이해하는 사회적 자본은 자원의 동원이 가능한 인적 연결망의 양과 질이다. 부르디외가 개념화한 문화자본은 문화 취향의 계급적 차별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상징적 자원이다. 이제 불평등은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영역에서 중첩되고 강화되고 있다는 데 합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이러한 불평등의 전 생활영역 확산과 고정화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판단과 직결된다. 공정성도 결과공정성, 형평공정성, 절차공정성, 상호작용공정성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결과공정성은 투입에 따른 결과의 공정성 여부 판단에 근거하며, 형평공정성은 상대방과의 비교를 통한 공정성 판단 영역이다. 절차공정성은 자신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과정과 방법, 수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반면, 상호작용공정성은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쌍방 간 존경과 존엄성의 인정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많은 연구가 구성원들의 조직 및 사회에 대한 만족이 절차공정성과 상호작용공정성에 대한 인식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불공정성의 범위는 결과공정성과 형평공정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미래와 직결되는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가 봉쇄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수단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들은 개인으로서의 존엄을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존경의 대상이 되는 의사결정의 참여자가 되기보다는 수혜의 대상 혹은 사회적 부담으로 각인되고 있다. 4·13 총선의 결과를 받아 안은 정치인과 정당들은 아마도 조만간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 방안들을 쏟아 내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과거처럼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불평등의 구조를 개선하거나 구성원들이 느끼는 사회적 소외와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경제적 불평등의 개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분배의 불평등을 내생적으로 가진 사회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상존하는 사회임을 받아들인다면 불평등 구조 개선의 기준과 절차, 협상의 과정에 대한 이해가 의사결정자들에게 구해져야 한다. 또한 그 대상이 되는 개인 혹은 집단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엄을 인정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시 그 출발은 소통이다.
  • “홍콩식 대리가입은 주권 훼손” 대만, 中 주도 AIIB 가입 포기

    대만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역사상 중국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마잉주(馬英九) 총통 정부가 다음달 2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중국과 대립하게 된 것이다. 마 총통은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다음 정권은 독립성향이 강한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인이 이끈다. 13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 재정부는 “대만은 홍콩식 AIIB 가입모델 조건으로는 가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진리췬 AIIB 총재가 지난 7일 대만이 AIIB에 가입하려면 ‘홍콩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홍콩식 가입모델은 대만은 주권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홍콩처럼 중국 재정부를 통해 대리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대만 재정부는 “중국이 요구하는 가입 조건은 대만의 주권을 훼손한다”면서 “대등, 존엄의 원칙에 따라 AIIB에 가입할 수 없다면 우리는 더이상 가입 신청서를 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대만 가입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대만 명칭 문제이다. 대만은 그동안 수차례 ‘중화타이베이’(中華臺北·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명칭으로 가입 신청서를 냈지만, 중국은 ‘중국타이베이’(中國臺北·타이베이 차이나)로 가입할 것을 고집했다. 한편, 중국이 최근 케냐에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가 무죄로 석방된 대만인 8명을 중국으로 강제송환한 것도 양안 관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들은 밀입국했다는 이유로 케냐 당국에 체포됐던 중화권 77명 가운데 일부로, 대만이 케냐와 외교관계가 없는 탓에 개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과 상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런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마 총통은 “사법절차를 무시한 비문명적인 불법 납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케냐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킨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애완용과 실험용 동물 대하는 인간의 모순

    애완용과 실험용 동물 대하는 인간의 모순

    동물들의 소송/안토니 F 괴첼 지음/이덕임 옮김/알마/288쪽/1만 5000원 비폭력 평화운동의 상징인 마하트마 간디는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그 나라의 도덕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물 변호사’라는 공식적인 명함을 갖고 활동한 저자가 쓴 동물들의 보호받을 권리에 관한 이야기다. 스위스에서 동물 변호사로 3년간 일한 저자는 총 10장에 걸쳐 이제는 가족과 친구를 대신할 만큼 친근한 이웃이 된 동물의 다양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저자는 왜 고양이는 무릎에 앉히고 생선은 프라이팬에 놓는지, 귀여운 개 종류 비글을 동물 실험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왜 생쥐는 실험 도구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지 등 관념적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동물에 대한 인간의 모순적인 태도를 지적한다. 이와 함께 역사와 사상에서 동물 존엄성에 대한 기준과 근거를 찾고 이들을 위한 법적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트렌디한 아이템처럼 유행에 휩쓸리는 애완동물, 실험실과 서커스 무대로 무지막지하게 동원되는 개와 호랑이, 치료 수단으로 활용되는 돌고래와 말, 대량 사육되는 가축의 문제점 및 인간의 과도한 사랑 때문에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 짚어본다. 저자는 “동물을 우리의 필요의 관점이 아닌 동등한 생명체라는 관점에서 마주 본다면 인간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금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동물 보호를 위해서는 법적 조치도 시급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인간의 태도와 의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시론] 국민 행복의 조건, 좋은 국제뉴스/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시론] 국민 행복의 조건, 좋은 국제뉴스/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행복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먹고살 만한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부득이 더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남들에게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아도 불행하다. 자신의 생각과 선호를 분명히 말하는 것은 기본이다. 환경의 변화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숙한 판단을 못 하면 제 발등을 찍거나 결국에는 남에게 이용당한다. 급작스레 위기를 맞더라도 편하게 도움을 청할 친구도 필요하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있지만 ‘생명과 재산과 존엄’에 대한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국민 행복은 여전히 국가 책임이다. 약소국 국민이 굶주리고, 병들고, 피를 흘려도 강대국이 도와줄 의무는 없다. 행복의 조건 중의 하나가 부유하고 강한 나라에서 태어나는 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틀리지 않다. 국민은 그 대가로 세금을 내고, 노동을 하고, 국방의 의무를 감당한다.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국민 행복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선거와 여론을 통해 관련자들을 문책한다. 행복을 위해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몫이 있는 것처럼 국가 역시 비슷한 과제가 있다. 적절한 수준의 사회복지를 위해서는 우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노트북, 자동차와 첨단 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국가와 팔 것이라곤 커피나 옥수수밖에 없는 국가는 다르다. 통신망, 도로망, 공중보건과 교육시설 등도 갖추어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법 집행과 기회의 균등 및 신뢰와 같은 시민의식은 당연하다. 국가이익에 관련된 변화를 제대로 관찰하고 종합하고 적절한 전략도 찾아야 한다. 국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잘못 알려졌거나 왜곡된 정보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국제뉴스는 여기에 개입한다. 인터넷 혁명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국제뉴스는 더이상 특파원만 생산하지 않는다. 국내 언론에 보도된 뉴스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 나간다. 뉴스 접속 창구도 다양해졌다. 해당 언론사에 직접 접속하거나 번역된 뉴스도 많다. 그러나 현실에서 국제뉴스는 여전히 언론을 통해 ‘중재’된다. 관심이 많아도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은 한계가 있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인터넷을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신뢰할 만한, 권위가 있는, 정교하게 가공된 뉴스’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한다. 게다가 잘못 알려진 정보에도 침묵할 경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언제든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음에도 반박하지 않으면 인정하는 것으로 본다. 국제사회가 앞다퉈 24시간 영어 채널을 설립하고 제대로 된 국제뉴스를 수신하고 발신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2016년 한국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국제뉴스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를 단순 번역한다. 로이터, AP와 AFP 등 서방 통신사에만 주목한다. 외신도 소속 국가의 국익이나 여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무시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진실을 보여 주는 대신 정치적 입장에 맞는 뉴스만 골라서 전달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전문적이고 품격 있는 국제뉴스를 위한 지원이 가능한 규모다. 뉴스 품질을 평가하고 더 좋은 뉴스를 권장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출 수 있다.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담론 경쟁을 위해 가칭 ‘Korea 24’와 같은 영어 매체를 설립할 실력과 기술이 있다. 공동체 차원에서 국제뉴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이끌어 내는 것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반복되는 핵 위기에서 보듯 한반도 평화 문제는 우리가 관심을 갖고 우리의 관점을 내세우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발전과 민주화 등 국제사회와 나눌 수 있는 것도 많다. 우리를 대신해 외신이 이 역할을 해 줄 것 같지는 않다. 많은 국가들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국제뉴스에 쏟아붓는 이유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성숙한 눈으로 세상을 보지 못하고 제대로 된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국가의 미래는 암울하다.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2200년전 선거의 귀재’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2200년전 선거의 귀재’ 아우구스투스 황제

    18살의 노회한 지략가 로마 시대에 선거와 정략에서 불패를 자랑하는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란 인물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카이사르가 14명의 공화파 자객들에게 암살당한 후 원로원에서 공개된 그의 유언장은 그의 죽음 못지않게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카이사르가 그의 재정적, 정치적 후계자로 지목한 사람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인물이었다. 사람들은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7세 사이에 난 아들 카이사리온(작은 카이사르란 뜻)이 그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옥타비아누스! 듣도 보도 못한 인물 아닌가. 나이는 18살, 카이사르와의 인척관계는 조카딸의 아들이라는 가냘픈 핏줄이 이어져 있을 뿐인, 귀때기 새파란 젊은이였다. ​카이사르와 권력을 분점했던 2인자 안토니우스는 코웃음쳤다. 내 라이벌이 이런 애송이라니, 자신이 권력을 독점하는 데 걸리적거릴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나, 그것은 속단이었음이 뒤에 전개된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카이사르는 역시 매의 눈을 가진 사내였다. 18살의 이 소년은 알고 보니 기획과 조직의 귀재였을 뿐 아니라,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진 젊은이였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위선과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냉혈과 노회함 지닌 책사형 인간이었다. 그는 양부 카이사르가 죽고 그 후계자로 자신이 지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말의 지체함도 없이 몸담고 있던 소아시아의 병영을 떠나 로마로 향했다. 안토니우스가 그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주위의 충고도 그를 붙잡지 못했다. ​그는 안토니우스가 카이사르의 금고를 틀어쥐고 어깃장을 부림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자신의 계획을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우군을 끌어모았다. 정계 실력자인 키케로에게 아버지라 부르면서 그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노회함도 보였다. 그럼에도 나중에 안토니우스와 권력분점에 합의하고 정적 숙청에 나섰을 때 키케로의 이름이 살생부에 올라가는 것에 한마디 반대도 없이 묵인했다. 옥타비아누스는 13년에 걸친 안토니우스와의 오랜 권력투쟁에서 마침내 BC 31년 악티움 해전에서 승리를 거머쥔 뒤, 아우구스투스(존엄한 자)라고 불리는 초대 황제가 되어 본격적인 제정시대를 열었다. 그의 치세는 기원후 14년까지 계속되었다. 로마 입성 때부터 따지자면 무려 58년이나 되는 셈이다. 원래 아우구스투스는 병약한 체질이었다. 그리고 군사적인 재능도 별로 없었다. 카이사르는 이런 점을 간파하고 군사 재능이 뛰어난 아그리파를 그의 평생 친구로 엮어주었다. 동갑내기 아그리파는 죽을 때까지 아우구스투스 옆을 지키며 군사문제를 도맡아 해결해주었다. ​아우구스투스가 다스린 로마의 반 세기는 그야말로 평화로웠다. '팍스 로마나'는 아우구스투스가 연출한 것이었다. 그 시절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소아시아나 아프리카 북부를 여행하던 나그네는 지금보다도 더 안전한 여행의 자유를 누렸다고 한다. 로마 제국의 기초는 기획과 조직의 귀재인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거의 완결되었다고 역사가들은 보고 있다. ​아우구스투스가 반석에 올려놓은 로마는 이후 200년간 평화를 누리며 발전했다. 3개 대륙에 걸친 변경의 수비도 견고했고, 이민족의 침입도 없었으며, 국내의 치안도 확보되어 물자 교류도 활발했고, 제국 내의 각지에서 도시가 번영하여 전 로마인과 속주 주민들은 평화를 구가했다. "수고했다, 옥타비아누스"​ 그는 만년의 어느 여름날 나폴리 휴가지에서 그의 생애를 상징하는 듯한 일화 하나를 남기고 있다. ​나폴리 만 안에 뜬 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가까운 배의 어부들이 황제임을 알아보고는 합창하듯이 황제를 향해 외쳤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엔 이렇게 나와 있다. 당신 ​덕택입니다. 우리 생활이 이루어지는 것도. 당신 덕택입니다. 우리가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것도. 당신 덕택입니다. 우리가 자유롭고 평화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지배자에게 이보다 더 뿌듯한 상찬이 있을까? ​ 늙은 황제는 심히 감격해 그들에게 각자 금화 40량씩을 주게 했다. ​조건이 하나 있었다. 이집트 물산을 구입해 다른 곳에다 팔라는 거였다. 그래야 물산유통이 활발해지고 나라의 경제가 향상되어 민생이 나아질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 아우구스투스는 ​그후 얼마 안 되어 백년해로한 아내 리비아 드루실라의 품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리비아와의 사랑 인연을 잠깐 얘기하자면, 그녀는 원래 남의 유부녀였었는데, 한눈에 반한 24살의 옥타비아누스가 그 남편과 담판하여 양보받은 여자였다. 데리고 온 두 의붓아들까지 키운 옥타비아누스는 결국 리비아와의 사이에 아들을 얻지 못하고 첫째 의붓아들인 티베리우스에게 제위를 물려주었다. 홍안의 18살에 권좌에 올랐던 젊은이는 ​양부 카이사르에게서 부여받은 과업을 훌륭하게 마무리하고 77세의 성성한 노인으로 죽음을 맞았다. 만년에 그는 손자들이 몰래 키케로의 글을 읽는 것을 보고는 책을 받아서 뒤적거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사람도 참 애국자였지." 옥타비아누스, 그는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아낀 진정한 지도자였다. 카이사르의 선택은 탁월했다. 저승에서 카이사르가 양아들 옥타비아누스를 만났다면 이렇게 말하며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지 않았을까. "수고했다, 옥타비아누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서울시의회, 혼인 가정에 태국기 무상 보급키로

    서울시의회, 혼인 가정에 태국기 무상 보급키로

    앞으로 서울시 관내에서는 오염되거나 손상된 태극기가 사라지고, 서울시민 중 혼인하는 가정마다 서울시가 태극기를 무상 지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회 이종필 의원(새누리당, 용산2)이 2007년 제정된 「대한민국국기법」을 근간으로 하여 광역자치단체로는 13번째로 「서울특별시 국기의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에 따르면, 서울시민이 혼인을 하는 경우 세대에 1개의 태극기를 무상 보급하고, 시장 또는 자치구청장으로 하여금 가로기의 게양・관리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며, 국무총리훈령에 따라 국기와 게양대를 월1회 이상 점검 관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관공서 등에 게양된 태극기나 가로변에 단 태극기 중 일부가 심하게 오염되어 있거나 손상된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면서, 시대적으로 변화하는 국민의 정서에 따라 애국심을 표현하는 방법과 정도는 달라질 수 있으나, 한 나라의 역사와 전통 및 존엄성을 대표하는 국기 만큼은 올바르게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금 번 조례안을 발의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본 조례가 시행되면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애국심이 고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국기선양 조례를 제정한 곳은 강원도를 포함하여 12개 자치단체이며, 아직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광역자치단체는 서울시, 부산시, 충청남도, 경상남도, 제주도의 5개 광역자치단체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화 多樂房] ‘크로닉’, 호스피스의 시선 존엄한 죽음이란

    [영화 多樂房] ‘크로닉’, 호스피스의 시선 존엄한 죽음이란

    ‘동정’ 혹은 ‘연민’으로 번역되는 ‘컴패션’(compassion)은 고통스러워하는 이와 공감한다는 라틴어의 어원을 갖고 있다. 좋은 의미 같지만 고통의 본질이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는 것임을 감안할 때 이것은 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이 그보다 못한 상황의 사람에게 갖는 역학적 감정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 가령 중병을 앓는 환자들에게는 건강한 사람들의 섣부른 위로가 거북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어차피 불가능하므로-고통을 경감시켜 줄 실질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약 죽음만이 그 고통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면, 그리고 당사자가 그것을 원한다면 우리는 과연 죽음마저도 도와야 할 것인가. 미셸 프랑코 감독의 ‘크로닉’은 인간의 고통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동심원으로 의지와 선택, 운명의 문제까지 포괄하며 관객들의 성찰을 유도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데이비드(팀 로스)는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덜어 주는 뛰어난 호스피스 간호사다. 그는 환자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으며 때로 본인과 동일시할 만큼 깊이 이입되기도 하지만 환자들 앞에서만큼은 헌신적이되 침착함을 잃지 않는 숙련된 간호사의 모습을 유지한다. 데이비드는 신뢰와 애정 속에서 코앞까지 와 있는 환자들의 죽음을 함께 준비해 나간다. 중증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직업적 압박감과 피로감,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늘 운동으로 자신을 단련하는 그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카메라는 클로즈업을 기피하고 대부분 풀 샷으로 인물들을 관찰하듯 담아내는데, 밤낮 없이 일하는 데이비드의 고단함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그의 스트레스를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프랑코 감독은 데이비드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잡으며 그 감정에 몰입시키는 것과 간병하는 모습을 관조하며 그 피폐한 심리를 예측하게 만드는 것 중 후자를 택했는데, 이는 사막의 뜨거운 모래바람처럼 영화를 건조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으로 완성시켰다. 후반부에 데이비드는 환자의 죽음을 도와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로에 선다. 이것은 환자의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대두된 작금에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질문으로, 대단히 특별하고 신선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프랑코 감독은 마지막 장면을 통해 흔한 윤리적 논쟁에서 한발 나아가 운명론과 결정론까지 감싸 안는다. 관객들은 까다로운 질문을 툭툭 던져 놓고 속 시원히 답을 내놓지 않는 영화의 태도가 짐짓 얄미우면서도 그 용의주도함과 정교한 낚시질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인물의 행동 묘사에 집중하는 초반부부터 충격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차근차근 흘리며 은근히 감정을 고조시키는 내러티브 방식에서는 과연 2015년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다운 품위가 느껴진다. 여러모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 미하엘 하네케의 ‘아무르’(2012)보다 분절적이면서 다층적이고, 동적이면서 고요한 작품이다. 오는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총선 싸-롱] “내 아이의 얼굴이 선거 공보물에?”…유권자의 초상권에 대하여

    [총선 싸-롱] “내 아이의 얼굴이 선거 공보물에?”…유권자의 초상권에 대하여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며칠 전 우편물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4·13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자들과 정당의 공보물이 집으로 도착했는데 한 후보자의 공보물에서 자신의 아이를 발견한 것입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국회의원 후보자 B씨가 지역구 활동을 하면서 한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아이들과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자신의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과의 즐거운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이렇게 예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할 10가지 약속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선거 공보물에 실었고, 각종 홍보물에도 아이들의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자신의 공약 및 활동 내용을 알리기 위한 소재로 쓴 것입니다.  공보물과 SNS 등에서 아이들의 얼굴을 확인한 학부모들은 화가 났습니다. 아이를 무단으로 선거에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러나 공보물은 이미 집집마다 배포가 되어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B 후보의 행동은 공직선거법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후보자 측에서도 “늘 이런 식으로 공보물을 만들었다”며 그동안 전혀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습니다.  몇 차례의 항의 끝에 B 후보는 학부모들을 만나 정중히 사과했고, 4일 자신의 블로그와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이 후보는 사과문을 통해 “공보물에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사진 중 제일 잘 나온 사진을 올려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빚어진 저의 불찰”이라면서 “이 일로 마음 아파하신 학부모님들께 정말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뿐만이 아니라 지난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경기 지역 한 광역의원 후보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공보물에 담아 학부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똑같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선거는 일종의 홍보의 전쟁입니다.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는 각오로 눈에 불을 켭니다. 이 기사를 쓰는 저는 정치부 기자 시절 국회의원과 안부 인사를 나누는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가 그 의원이 제 이름까지 적힌 문자메시지 내용을 고스란히 SNS에 캡처해 올리는 바람에 당혹스러웠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만큼 정치인들은 자신을 알리는 일이라면 매우 기민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분별하게 누군가의 얼굴을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요? 후보자들의 SNS를 통해 쏟아지는 사진들 속에 내 얼굴이 나와도 되는 걸까요? 예쁜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 특정 정치인의 홍보 수단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실 B 후보자가 아이들의 사진을 공보물에 무단도용을 한 것을 제재하기 위한 방법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선거 공보물에 이용됐지만 선거법에 위배되는 사항도 아닙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공보물에 허위사실이나 비방 등의 내용이 있을 때 제재를 하지만 저작권이나 무단도용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이 문제되는 경우는 ‘합성’을 했을 때입니다. 유명 정치인 또는 연예인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조작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앞서 사례처럼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 자체는 허위가 아니기 때문에 처벌할 근거가 없게 됩니다.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는 ‘초상권’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습니다. 초상권은 자기의 초상(얼굴 등)이 허가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말합니다. ‘인격권’과도 연결되는 개념이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초상권과 관련된 직접적인 규정이 없습니다. 단지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에 근거해 일반적인 인격권에 포함될 뿐입니다.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초상권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었는가, 동의가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되었는가를 주로 판단하는 수준입니다.  초상권의 개념이 비교적 발달한 독일의 경우,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하지만 몇 가지 예외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 시사적 영역으로 사진이 이용된 경우 ▲ 풍경 사진에 우연히 사람이 찍힌 경우 ▲ 대규모 또는 단체 행사에서 사람이 찍힌 경우 ▲순수 예술적 목적 등으로 사진을 이용할 경우 초상권에 위배됐다고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이런 사항들 역시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사례는 좀 더 애매합니다. ▲어린이(미성년자)들의 단체 사진을 ▲ 어린이집 관계자나 보육교사의 동의 하에 촬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인은 대중에게 자신을 알릴 의무와 선거운동을 할 자유가 있습니다. ▲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은 아닙니다.  이 사례에 빚대어 초상권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설명합니다. 다만 비슷한 사례가 법적인 분쟁을 거친 경우도 없을 뿐더러 워낙 초상권과 관련된 법적 근거가 구체적이지 않다보니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안병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안의 경우 원칙적으로 부모에게 동의를 얻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어린이집 관계자나 보육교사가 있었겠지만, 이들은 아이를 돌보고 감독하는 책임이 있을 뿐 아이의 인격권은 원칙적으로 부모의 동의 하에 이뤄져야 합니다. -아이들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인이더라도 반드시 자신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안 교수는 “외국에서는 초등학교 학기가 시작될 때 학교 단체사진이나 행사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학교 홍보물에 올려도 되는지 사전에 동의를 구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초상권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가 가장 핵심인데, 이는 후보자가 사전에 이 사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용도와 범위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선거 공보물에 실을 사진을 촬영한다”고 확실히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겁니다. 만약에 “내부적으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공개적으로 이용을 했다면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는 이야깁니다.  안 교수는 “초상권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초상권 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을 때에는 사전에 미리 동의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기본적으로 정치인의 얼굴 외에는 모자이크를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비단 B 후보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거 뿐 아니라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보고서, SNS 등 각종 홍보물이 넘쳐납니다. 어쩌면 당연하게 해왔던 일, 그리고 관행이어서 크게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던 일일 겁니다. 사진 속에서 함께 웃고 있는 모습처럼, 유권자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외치는 후보자들. 가장 기본적인 ‘인격권’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신다면 초상권과 인격권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과 기준에 대해서도 고민해 주길 당부합니다.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생계형·자발적 性판매 처벌도 ‘합헌’… “건전한 성풍속 우선”

    생계형·자발적 性판매 처벌도 ‘합헌’… “건전한 성풍속 우선”

    착취나 강요를 당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규정한 성매매특별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성적 자기결정권’ 같은 국민의 기본권보다 건전한 성 풍속 등의 공익적 가치가 우선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생계형·자발적 성매매 여성의 처벌이 위헌인지를 다툰 것은 처음이다. 헌재는 31일 성을 사거나 판매한 사람을 모두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성매매특별법) 21조 1항에 대해 제기된 위헌 법률 심판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성 구매 남성이나 알선·건물임대업자 등이 7차례 헌법소원을 냈지만 모두 이번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위헌 법률 심판은 서울북부지법이 2012년 12월 13만원을 받고 성매매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5·여)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제청한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 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며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업소와 성 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점을 보면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성 구매자와 성 판매자를 함께 처벌하지 않으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 공급이 확대될 수 있고, 포주 조직이 불법 인신매매 등을 통해 조직범죄화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건전한 성 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성 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면서 “청소년이나 저개발국의 여성까지 성매매 시장에 유입돼 그 규모가 비약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초기인 2002년 69곳이었던 집결지 수는 2013년 44곳으로 36%가 줄었다. 성매매 여성의 수도 9092명에서 5103명으로 44% 감소했다. ●“공동체 가치관 훼손 보호 안돼”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절제되지 않은 본능에 좌우돼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훼손하는 욕망과 이를 추구하는 행위까지 행복추구권으로 보호되지는 않는다”며 “성매매를 범죄화하지 않으면 성산업 팽창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만 성 판매자들의 보호 및 선도에 노력해야 하며 입법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단속이 있다면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밝힌 재판관이 그동안 7번의 결정에서 단 1명뿐이었지만 이번에는 3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은 “건전한 성 풍속 내지 성도덕의 확립이라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반면 기본권 침해는 중대하고 절박하다”며 “성 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도한 형법권 행사”라고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전부 위헌’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특정한 도덕관을 확인하고 강제하는 것”이라며 “지체장애인, 홀로 된 노인, 독거남 등 성적 소외자는 심판 대상 조항 때문에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약자 배려 없어… 유엔인권위 제소를”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관련 단체의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성매매 종사자 단체인 한터전국연합 강현준 사무국 대표는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있는 자의 논리를 따라가는 결정”이라면서 “유엔 본부에서도 성매매 합법화를 권고하고 있어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은경 회장은 “성매매는 금전을 매개로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 대상화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성매매특별법은 성을 매매의 대상으로 삼아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해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