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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식 직후 존엄사 선택한 어느 말기암 환자의 사연

    결혼식 직후 존엄사 선택한 어느 말기암 환자의 사연

    미국에서 한 말기암 환자가 생애 마지막 파티를 열고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연이 세상에 공개됐다. 26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 5월 10일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노인복지아파트에서 거주민 로버트 풀러가 만 75세의 나이로 합법적으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여름 목이 아파 방문한 병원에서 악성종양인 설암을 진단받은 풀러는 같은 암에 걸린 환자들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항암치료 대신 의사조력자살을 선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조력자살은 환자가 치사량의 수면제 등 약물을 처방받아 자신에게 직접 투여해 생을 마감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말한다. 워싱턴주는 미국에서 이런 존엄사를 허용하는 9개 주 중 하나다. 현지 존엄사법에 따르면, 환자가 의사조력자살을 하려면 기대여명이 6개월 이내인 말기 상태임을 두 명의 의사에게 각각 진단받아야 한다. 그러면 환자는 두 번의 요청서를 제출하고 구두로도 직접 요청해야 존엄사에 필요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이때 환자에게는 의사결정능력이 있어야 한다.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친 풀러는 약국에서 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 400달러(약 48만원)어치의 수면제를 살 수 있었다. 사실 풀러는 몇 년 전부터 생을 마감할 준비를 마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 년간 에이즈 환자로 살아온 그는 오래전 친구들이 먼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면서 반면 난 충분히 오랫동안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세상을 떠나기로 한 날,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했던 것이다. 또 그는 지역신문 기자들과 사진작가들도 초청해 존엄사를 선택한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도록 했다.풀러는 이날 오전 자신의 파트너인 리스 백스터-풀러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공용 거실로 내려왔다. 풀러는 자신의 오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그렇게 시간이 흐른 오후, 그는 갑자기 손에 든 지팡이로 천장을 몇 번 두드리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게 한 뒤 “이제 정말 갈 준비가 됐다”면서 “피곤하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을 자신의 방으로 초대했다.침대에 앉은 그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자신이 후원한 사람들과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 후 그는 침대에 누워 세상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복부에 연결된 호스에 두 개의 주사용액을 직접 주입했다.“난 아직 여기 있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뒤 그가 숨을 거두자 옆에 앉아 있던 몇몇 사람은 그의 몸에 손을 얹으며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워싱턴주에서 지금까지 존엄사로 세상을 떠난 1200명 중 1명이 된 풀러는 생전 은퇴 전까지 간호사로 일하며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됐다가 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후원했다. 이번 파티에는 그가 평생 후원했던 사람들 중 일부가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A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여성 인격 건드린 남성 성적 사생활…뜨거워진 ‘리얼돌’

    여성 인격 건드린 남성 성적 사생활…뜨거워진 ‘리얼돌’

    35㎏의 실리콘 인형이 한국 사회에 가져온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여성 신체를 모방한 전신형 성인용품 ‘리얼돌’의 수입 통관을 허가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사생활 영역’이라는 찬성 입장과 ‘인격권 침해’라는 반대 입장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선다.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짚어 봤다.●1심 재판부 “존엄성 훼손”… 2심에서 판결 뒤집혀 논란은 2017년 한 성인용품 판매업체가 인천세관에서 길이 159㎝, 무게 35㎏ 리얼돌에 대해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을 받으며 시작됐다. 리얼돌은 실리콘으로 사람의 피부는 물론 가슴, 성기까지 그대로 재현한 전신 인형이다. 당시 세관은 관세법에 따라 리얼돌이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입을 금지했다. 업체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막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세관을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봤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리얼돌을 ‘성 기구’로 보고 “은밀하고 사적인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성인용품 판매업체 부르르닷컴 대표 이상진(31)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성욕을 해결하는 데 쓰이는 성인용품이 인간의 모습을 닮아 가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일본의 유명 리얼돌 제조사는 고객이 구매 상담을 하러 왔다가 인생 상담을 한다고 ‘상담실’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며 “리얼돌은 장애인, 노인 등 평소 성관계를 하지 못하는 ‘성 소외자’의 외로움을 달래는 등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에 따르면 판매 초반에는 30·40대 남성의 비율이 높았지만 최근 들어 50대 이상 남성의 문의가 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여성계를 중심으로 “리얼돌이 인간 존엄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에서 연예인 등의 얼굴을 본떠 ‘커스터마이징’(맞춤형) 제작을 한다거나 아동을 연상케 하는 인형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직장인 유모(27·여)씨는 “아무리 인형이라고 해도 실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그대로 모방해 만들 수 있다는 건 여성으로서 소름 끼친다”며 “인형이라고 막 다루다가 현실에서도 상대를 더 가볍게 대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엔 한 달 동안 26만명 이상이 동의해 정부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여성가족부는 지난 6일 대책회의를 열고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제작해 초상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 문제, 아동·청소년 모형 문제 등을 논의했다. 무소속 정인화 의원은 8일 아동 리얼돌의 수입과 제작, 판매 등을 금지하는 청소년성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동 형태 리얼돌을 제작·수입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소지자 역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외국에서도 아동형 리얼돌은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리얼돌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 아동의 신체 형태와 크기를 묘사한 리얼돌은 수입·유통이 모두 금지된다. 국내 판매업자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선 동의한다. 한 리얼돌 판매업체 대표 A씨는 “예전에는 100㎝ 길이 제품부터 있었지만 아동 피해 부분에 공감해 이제는 145㎝ 이상인 제품만 판매한다”고 말했다. ●여성들 “성인용품 반대 아냐… 핵심은 성적 대상화” 그러나 불씨는 여전하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모방한 리얼돌이 다른 성인용품과 다르며 그 자체로 잘못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리얼돌은 단순한 인형, 도구가 아니라 실제 여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한다”면서 “여성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성인용품이 잘못된 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이 만연한 한국 사회의 맥락을 같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여성과 거의 똑같은 리얼돌이 자유롭게 유통되면 대상의 신체를 폄하하거나 상품화하는 게 당연시될 수 있다”며 “실제 여성도 인형처럼 돈으로 살 수 있고, 강간할 수 있고, 버릴 수 있다는 등의 인식이 더 쉽게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리얼돌의 주된 목적은 남성에게 여성 신체에 대해 일방적인 통제 능력을 실현하는 듯한 환상을 주는 데 있다”면서 “예뻐해 주는 대상인 동시에 언제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훼손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는 인형의 특징은 이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위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들은 끊임없이 여성 대상 폭력이 벌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 신체를 형상화한 리얼돌은 단순히 인형, 도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활동가는 “현재도 불법 촬영, 얼굴 합성 등 지인 능욕 범죄가 빈번하게 벌어지는데 처벌은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리얼돌이 자유롭게 유통되면 실제 현실의 여성을 닮은 제품이 나오는 등 악용될 여지도 충분하다”면서 “리얼돌은 여성을 단순히 남성의 성욕을 풀어 주는 대상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물론 판매업자들은 이 같은 의견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상진씨는 “리얼돌과 상관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법원 판결문에도 나오듯이 성적 활동은 어디까지나 사생활”이라며 “실제 범죄와 리얼돌 사용은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술이 더 발전해 3차원(D) 프린터 등이 상용화되면 주위 사람의 얼굴을 모방한 인형을 만들어 사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악용에 대한 문제는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등 현행 민형사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수진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성기를 대체하려고 만든 기존 성인용품과 달리 인체를 형상화한 리얼돌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상대로 일방적인 행위를 실현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현재도 불법 촬영, 데이트 폭력 등 수많은 젠더 폭력이 벌어지는데 리얼돌이 일상적으로 쓰이면 인형의 수동성이 실제 여성들에게도 강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성별에 따라 성인용품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게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안현진 활동가는 “여성 성인용품은 성욕 해소라는 본래 기능에 충실하게 만들어지는 반면 남성 성인용품은 계속 현실의 여성을 닮아 간다는 특성이 있다”며 “여성의 성기 모양을 본뜬 남성 자위기구는 ‘23살 대학생, 28살 간호사’같이 구체적인 여성의 특성이 부여되고 특정 인물을 떠올리게끔 홍보한다”고 지적했다. 리얼돌 역시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크다. 실제 판매 사이트에서 여성 리얼돌은 종류가 100가지 이상이지만 남성 리얼돌은 서너 종류에 불과하다. 또 여성 리얼돌은 헤어스타일부터 눈 색깔, 가슴 크기, 성기의 모양까지 선택할 수 있는 데 비해 남성 리얼돌은 선택의 폭이 좁고 제품의 질도 낮다. 이에 대한 판매자들의 반박도 있다. 판매업자 A씨는 “여성용 성인용품 매출을 보면 남성의 성기를 그대로 재현한 제품이 제일 종류도 다양하고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성인용품 시장 꾸준히 증가… 사회 논의 계속될 듯 전 세계적으로 성인용품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는 전 세계 성인용품 시장이 2020년까지 520억 달러(약 6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성에 대한 인식이 개방되면서 더 다양한 제품이 빠른 속도로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성적 대상화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한 남성용 성인용품은 ‘실제 여대생의 몸을 일대일로 본떠 만들었다’고 광고해 뭇매를 맞았다. 손, 발 등 신체 일부를 절단한 모양으로 만든 성인용품도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손목이 닿는 부분을 여성의 신체 일부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가슴 마우스패드’,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모아 놓은 ‘데스크 매트’ 등 성을 상품화한 제품은 많다. 한 생활용품 온라인몰에서는 여성의 가슴을 연상케 하는 ‘×× 탱탱볼’이란 제품을 팔았다가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성인용품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민우회 이편 활동가는 “아동 리얼돌에 대한 규제는 당연히 환영하지만 일반 여성과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길이가 120㎝인 건 괜찮고, 119㎝인 건 불법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아동만 따로 구분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데 꼭 여성의 신체 모습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진 활동가는 “아동 리얼돌을 규제할 때는 개별적,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리얼돌이 가지는 성적 대상화라는 사회적인 함의를 좁힌다”며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승희 부대표는 “누군가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단순히 ‘사생활’, ‘성적 자기결정권’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무조건 ‘개방’하거나 허용하는 게 진보적인 가치는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해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무한히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2년 전 ‘대학살’ 피해 도망친 73만 로힝야족…“돌아갈 순 없어”

    2년 전 ‘대학살’ 피해 도망친 73만 로힝야족…“돌아갈 순 없어”

    오는 25일 미얀마군이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해 ‘인종학살’로 불릴만한 대학살을 자행한 지 2주기를 맞는다. 지금까지 73만여명의 로힝야족이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벌어진 미얀마군의 토벌작전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향했다. 같은 해 11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는 ‘2년 내 송한’에 합의하며 지금까지 수 차례 송환 작업을 시도했으나 로힝야족은 미얀마 정부가 시민권 인정과 신변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고국으로 돌아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로힝야족의 본국 송환에 대한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간의 합의가 잇따라 깨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여러차례 송환 프로그램이 진행됐음에도 고국으로 돌아간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양국이 여전히 신변에 위해를 염려하는 로힝야족에 대한 안전 보장을 명백히 하지 않고 있어서다. 방글라데시 로힝야족 난민촌인 콕스 바자르 테크나프 난민캠프 내 지도자 중 한 명인 바즈룰 이슬람은 DPA통신에 “잔학 행위를 피해 도망친 나라로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느냐”면서 “그곳으로 갔다가 또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와 안전에 대한 보장을 하지 않는 이상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 첫 송환 계획에 따라 1200명이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송환 계획이 금세기 최악의 인종청소로 일컬어지는 대학살을 경험한 이들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국제적인 비판에 송환 계획을 연기해야 했다. 그러나 그해 4월에도 두 국가는 ‘안전하고 자발적이며 존엄한’ 본국 송환에 합의했다며 이후 수 차례 송환 작업을 추진했으나 로힝야족 가운데 자발적인 송환을 원하는 이들이 없어 무산됐다. NYT는 양측 모두 로힝야족에 대한 송환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뿐 진짜 이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평했다. 로힝야족이 미얀마로 돌아가더라도 다른 미얀마 국민과 마찬가지의 권리를 누릴 수 없다. 정부가 1982년 새로운 시민권법을 통과시키면서 무슬림인 로힝야족을 자국 내 소수종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이민자’로 규정하며 시민권을 박탈해서다. 이와 관련해 미얀마 정부는 최근 시민권 대신 ‘귀화시민권’을 요청할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놨다. 지난달 28일 우 민트 투 미얀마 외무부 사무차관은 콕스바자르 쿠투팔롱 난민캠프를 찾아 “우리는 그들(로힝야 난민)에게 시민권 부여 가능성과 관련해 설명하려 노력했다”면서 “로힝야족이 귀국하더라도 현행법에 따라 시민권을 신청할 자격은 안 될 수도 있지만 대신 귀화시민권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얀마군이 2년 전 대학살을 하던 당시 광범위한 성폭행이 자행됐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송환 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AP통신 등은 유엔 미얀마 진상조사단이 전날 뉴욕에서 보고서 발표회를 갖고 “미얀마군이 국제적인 인권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며 로힝야족 여성과 소년, 소녀는 물론 남성과 트렌스젠더를 상대로 정례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강간, 윤간, 그리고 그 밖의 다른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성폭행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진상조사단은 미얀마군이 가임기 여성과 소녀들을 조직적으로 골라 성폭행하는 것은 물론 임신한 여성이나 아기를 공격하고 뺨이나 목, 가슴, 허벅지 등에 물어뜯은 자국을 남김으로써 낙인을 찍는가 하면 심각한 상처를 입혀 남편과 성관계를 갖지 못하게 하거나 임신을 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군의 이런 잔학 행위가 유엔에 의해 확인되면서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정부가 추진 중인 로힝야족 송환 작업은 안전에 대한 우려로 힘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장애인 비하는 차별… 표현 신중히” 문희상, 의원 모두에게 당부 서한

    “장애인 비하는 차별… 표현 신중히” 문희상, 의원 모두에게 당부 서한

    문희상 국회의장은 20일 “그 누구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과 정치인은 마땅히 장애인과 관련된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최근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일부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발언에 대한 관리·감독을 국회의장이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며 “이와 관련해 문 의장이 오늘 여야 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서한에서 “본의 아니게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께 큰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국회 수장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명시한 헌법 조항과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언급했다. 문 의장은 “평소 언어 습관대로 무심결에 한 표현들이 장애인과 그 가족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언어폭력이자 차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존중은 바르고 고운 말의 사용에서부터 출발한다”며 “격조 있는 언어 사용으로 국회와 정치의 품격을 지켜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앞서 장애인 단체는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쏜 발사체에 대힌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며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문희상 의장 “의원들, 장애인 관련 표현 신중해야” 당부

    문희상 의장 “의원들, 장애인 관련 표현 신중해야” 당부

    문희상 국회의장은 20일 “그 누구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과 정치인은 마땅히 장애인과 관련된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최근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일부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발언에 대한 관리·감독을 국회의장이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며 “이와 관련해 문 의장이 오늘 여야 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문 의장은 서한에서 “본의 아니게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께 큰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국회 수장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명시한 헌법 조항과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과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언급했다. 문 의장은 “평소 언어 습관대로 무심결에 한 표현들이 장애인과 그 가족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언어폭력이자 차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존중은 바르고 고운 말의 사용에서부터 출발한다”며 “격조 있는 언어 사용으로 국회와 정치의 품격을 지켜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앞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쏜 발사체에 대힌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며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김포시, 내부정보 잇단 유출 수사의뢰 “공직기강 다잡기”

    김포시, 내부정보 잇단 유출 수사의뢰 “공직기강 다잡기”

    최근 업무사항과 개인정보 등 내부정보가 잇따라 유출되자 경기 김포시가 공직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김포시는 20일 개인정보 누출을 포함해 잇단 시정 관련 내부정보 유출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자문관과 관련한 지적에 대해 김포시 관계자는 “초과근무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적법한 절차를 통해 초과근무가 이뤄졌고 초과근무 당시 직무수행도 확인됐다”고 말하고, “근무시간 중 근무지 이탈은 일부 사실로 밝혀져 문책했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언론에 보도된 정책자문관의 출퇴근 정맥인식 시간과 월별 초과근무 내역은 내부 유출자가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실”이라며 “개인정보 누출은 공직자의 기강해이 중 대표적인 범법행위이므로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누출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개인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개인의 존엄과 가치구현을 목적으로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업무내용이나 공직자 개인정보의 유출에 대해 더 이상 간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5일 김포 일부 언론이 김포시의 개인정보 유출자 수사 의뢰에 대해 ‘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등 자극적인 제하 기사를 게재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나서자 공직자 기강 해이를 바로잡겠다는 시의 강력한 의지다. 일부 언론들은 김포시의 개인정보 유출자 수사의뢰와 관련해 “시는 사실상 내부유출자로 시의회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거나 “정책자문관 근무상황 자료를 집행부에 요청한 시의원은 서너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하며 시와 시의회 간 정쟁으로 비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자 수사의뢰가 시의회를 겨냥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이전부터 개인 이력서 등 김포시 공직자들만이 알 수 있는 내부 정보의 유출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게 되는 등 심각한 일로 공직기강을 바로세우기 위해 유출자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수사의뢰는 공직자에게는 내부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시 집행부에는 유출방지 등 보안강화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北 “방위비 청구서 콱 찢어버려라” 한미동맹 이간질

    北 “방위비 청구서 콱 찢어버려라” 한미동맹 이간질

    노동신문 “남한을 종으로 보고 수탈”“남조선 집권자들, 굴욕적 추종행위”방위비 협상 시점에 노골적 이간질북한이 남북협력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을 막말에 가까운 언사로 비난하더니 이번엔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청구서를 찢어버려야 한다”며 한미동맹을 이간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또다시 가해지는 상전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압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당국이 미국의 계속되는 ‘방위비분담금’ 증액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며 “미국의 증액 요구는 남조선을 한갖 저들의 탐욕을 채워주는 수탈의 대상으로 제 마음대로 빼앗아내고 부려먹을수 있는 노복(종살이하는 남자)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상전의 심보가 얼마나 오만무도하고 날강도적인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한 한일 갈등을 거론하며 “바로 이런 때에 미국은 남조선에 동정과 위로를 보내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청구서를 연방 들이대고있다”며 “남조선을 얼마나 하찮은 존재로 여겼으면 그런 무리한 행위를 서슴지 않고 강행하고 있겠는가”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심지어 “분담금 증액요구가 날로 거세지고 있는 것은 역대 남조선 집권자들의 굴욕적인 대미추종행위가 초래한 것”이라며 남한 정부의 굴종적 자세를 문제 삼기도 했다. 신문은 “돌이켜보면 역대로 남조선 집권자들은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떠들어대고 미제 침략군의 남조선 강점을 그 무슨 ‘억제력’으로,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여’로 묘사하면서 상전에게 별의별 아양을 다 떨었다”며 “미제 침략군의 남조선 영구강점을 애걸하며 상전의 끊임없는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를 고스란히 받아물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날 대남선전매체 메아리가 낸 ‘불 난 집에서 도적질하는 격-한미동맹의 진모습’이라는 제목의 글도 한미동맹을 헐뜯는 내용을 담았다. 이 매체는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거듭되는 방위비분담금 증액요구로 진땀을 뽑고 있다”며 “상황을 보면 마치도 미국이 빚을 빨리 갚으라고 남조선에 독촉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남조선을 그 어떤 동맹이나 외교상대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한갖 수탈의 대상으로밖에 여기지 않는것”이라면서 “대체 티끌만한 존엄이라도 있는 것인가. 어째서 세상이 보란듯이 치욕의 ‘청구서’를 콱 찢어버리지 못하는가”라고 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이날부터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위한 본격적인 만남을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협상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우리의 마지막은 왜? 병원이어야 하나

    우리의 마지막은 왜? 병원이어야 하나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웰 다잉’(well dying)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어떻게 잘 죽을 수 있을까’쯤으로 해석되는 그 말엔 간단치 않은 철학과 현실 문제가 숨어 있다. 생의 마지막까지 얼마나 인간답게 살다가 존엄한 최후를 맞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다. 관련 책들이 숱하게 출판됐지만 새 책 ‘인간의 마지막 권리’는 조금 색다르다. 의사·법의학자등 과학자가 아닌, 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의 관점에서 풀어냈다는 점에서다. 특히 ‘수동적인 자세를 깨고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우리나라 100세 이상 노인 1만 7000여명 ‘생명의 종말이자 모든 관계의 정지’인 죽음은 문학과 철학, 종교의 영역에서 중대한 주제로 다뤄진다. 그리고 그 주제는 대개 죽음(death) 자체나 죽음의 대항개념인 ‘살아 있음’의 소중함에 치중한다. 하지만 저자는 죽어감(dying), 특히 어쩔 수 없이 생명을 의료진 등 타자에게 맡긴 채 수동적인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에게 집중한다. 수명이 짧았던 시대에 사람들은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죽음을 신의 섭리에 따른 운명적 징벌이나 사후 세계를 향한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 혹은 자연적인 과정으로 해석하는 상황에서 죽음의 거부나 저항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달과 환경 변화에 따른 생명 연장은 ‘죽어감’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늘렸고 실제로 생명 연장과 관련한 목숨의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논쟁이 지구촌 곳곳에서 첨예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 세기만 해도 65세 이상 생존자는 전체 인구의 13%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2179명에 불과했던 100세 이상 노인이 2017년 7월 1만 7468명으로 무려 8배나 증가했다. 2017년 전체 사망자의 44.8%는 80세 이상 고령 노인이었다. 저자는 특히 80%의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차단된 채 의료진 도움으로 연명하다가 한계에 달하는 순간 고립돼 죽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바로 프랑스 역사학자 필리프 아리에스가 지적했던 ‘가려진 죽음’, 혹은 ‘보이지 않는 죽음’이다. ●죽어가면서도 인간의 존엄성 지킬수 있어야 고대 로마시대 전쟁에서 승리해 군중의 환호 속에 귀환하는 장군에게 노예들은 ‘메멘토 모리’(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를 외쳤다. 인간은 언젠가 스스로의 죽음 앞에 서게 된다는 점을 일깨우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죽음이 있기에 삶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저자는 “살아가면서나 죽어가면서나 인간다움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서로서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평화로운 죽음’, ‘인간다운 죽음’을 고려하지 않은 낡은 생명윤리로는 지금의 ‘가려진 죽음’과 ‘보이지 않는 죽음’을 해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안락사 찾아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도 평화롭고 존엄하게 죽을 인간의 마지막 권리 찾기는 어떻게 해결할까. 저자는 삶과 죽음을 포괄하는 죽음의 윤리를 새로 구성한 뒤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에선 지난해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돼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커졌다. 하지만 ‘죽을 권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첨예하게 엇갈린다. 올해 초 한국인 두 명이 2016, 2018년 조력자살을 돕는 스위스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의 도움을 받아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서울신문 3월 6일자 1면> 디그니타스에 따르면 한국인 107명이 같은 방법으로 죽기 위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사망자 76%가 집 아닌 의료기관 등서 생 마감 2018년 사망자의 76.2%가 집이 아닌 의료기관 등에서 생을 마쳤다는 사실을 꼬집은 저자는 신학자이기도 하다. 가족과 함께 집에서 맞는 죽음이란 이미 낯선 것이 된 지 오래라는 그는 천주교를 포함한 종교계도 열린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누구와 어디에서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 질문하고 죽음을 미리 상상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죽음을 제대로 알 때 이를 관리할 수 있으며 스스로 죽음을 관리할 때 의료화된 ‘낯선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끝까지 #함께 #싸웁시다

    #끝까지 #함께 #싸웁시다

    12개국 37개 도시서도 연대 집회 文 “피해자들 존엄 회복 위해 최선”일본 정부에 전쟁 범죄 인정과 위안부 동원 사죄 등을 촉구하며 27년간 이어져 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1400번째로 열렸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이기도 한 이날은 서울뿐 아니라 일본, 미국, 대만, 호주 등 세계 12개국 37개 도시에서 집회가 함께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수요시위가 열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는 중고생과 시민 등 2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배상을 포함한 법적 책임 이행 등을 요구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91) 할머니도 자리를 지켰다.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시작한 미투(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 고발하는 것)는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의 위드유(피해자에 연대와 지지 뜻을 밝히는 것)를 통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전시 성폭력 추방을 위한 연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북한 측 단체인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도 연대 서한을 통해 “일본의 과거 죄악을 청산하고 그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반일 연대 운동을 더욱 힘차게 벌여 나가자”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평화와 여성 인권에 대한 메시지로서 국제사회에 공유하고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해 다른 나라 피해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셨던 수많은 할머니들과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겠다”고 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日정부 “상대방 비판 자제 명시한 위안부 합의 지켜” 韓에 요구

    日정부 “상대방 비판 자제 명시한 위안부 합의 지켜” 韓에 요구

    文 “위안부 문제 국제사회 확산” 발언 공격교도 “일본 가해 책임은 언급 안해” ‘위안부 기림의 날’ 文 페북글에 항의 차원 일본 아베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준수할 것을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측에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14일 보도했다. 교도는 이날 “위안부 합의는 국제 사회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을 서로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렇게 보도했다. 교도가 인용한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제 사회에 공유하고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힌 데 대한 언급에서 나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평화와 여성 인권에 대한 메시지로서 국제 사회에 공유하고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도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거론하며 “일본의 가해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14일은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로, 이날은 201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 의해 ‘세계 위안부의 날’로 지정됐다.이후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 13일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함으로써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해 다른 나라의 피해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셨던 수많은 할머니와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오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릴 수 있는 것은 28년 전 오늘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피해를 증언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날 할머니는 ‘내가 살아있는 증거입니다’라는 말씀으로 오랜 침묵의 벽을 깨셨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할머니들의 희망을 이어 나가는 것”이라면서 “오늘 기림의 날, 항상 슬픔이 희망으로 승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한·일 양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를 하고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의 지원사업을 수행할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으로 설립됐다.그러나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당시 정부가 일본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협의나 상의도 없었고 잘못에 대한 반성 없이 돈으로 보상하는게 아닌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다. 할머니들의 주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이 합의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지난해 11월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방침을 발표했다. 이로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성과라고 평가했던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파기된 상태가 됐고, 일본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문 대통령 “위안부 피해자들 명예 회복에 최선 다할 것”

    문 대통령 “위안부 피해자들 명예 회복에 최선 다할 것”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가해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1400번째를 맞은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했고, (올해로) 두 번째 기림의 날을 맞았다”면서 “오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릴 수 있었던 것은 28년 전 오늘, 고 김학순 할머니의 피해사실 첫 증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할머니는 ‘내가 살아있는 증거다’라는 말씀으로 오랜 침묵의 벽을 깨셨다”고 말했다. 이어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에 힘입어 슬픔과 고통을 세상에 드러낸 할머니들께서는 그러나, 피해자로 머물지 않으셨다. 여성인권과 평화를 위해 연대하는 인권운동가가 되셨고, 오늘 1400회를 맞는 수요집회를 이끌며 국민들과 함께 하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평화와 여성인권에 대한 메시지로서 국제 사회에 공유하고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의 노력에 감사드린다. 할머니들이 계셔서 우리도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다”면서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다른 나라의 피해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셨던 수많은 할머니들과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할머니들의 희망을 이어나가는 것”이라면서 “오늘 기림의 날, 항상 슬픔이 희망으로 승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악화된 한일 정치 관계 상호 대립 풀고 자성 회복”

    “악화된 한일 정치 관계 상호 대립 풀고 자성 회복”

    한국불교 맏형 격인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13일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와 관련, ‘국난 극복을 위한 교시(敎示)’를 발표했다. 교시는 불교 종단 최고 웃어른인 종정이 교역자와 신도들에게 내리는 일종의 신행 지침으로, 나라 상황을 두고 발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진제 스님은 “불교는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래로 나라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아픔과 슬픔, 고뇌를 국민과 함께 해 왔다”며 양국 정치인과 불교계에 국난 극복을 위한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진제 스님은 우선 총무원장에게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일본과 화친을 맺어 구국 호국한 서산·사명·처영 대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중일 불교협의회를 통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양국 정치인을 향해선 “상대적 대립의 양변을 여의고 원융무애한 중도의 사상으로 자성을 회복해 달라”고 했다. 스님은 특히 “우리 불교는 국가와 민족의 구분 없이 동체대비의 자비 실현과 사바세계 생명평화를 영구히 보존하는 마지막 보루”라며 “한중일 삼국불교가 한일 양국의 존엄한 안보와 경제를 위해 조석으로 부처님께 정성을 다해 축원하기 바란다”고 교시를 마무리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리얼돌’은 인형이라 괜찮다고요?…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리얼돌’은 인형이라 괜찮다고요?…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요즘 ‘리얼돌’이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제작된 리얼돌 수입을 금지한 세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지난 6월 대법원이 확정했습니다. 문제가 된 리얼돌은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형태와 크기로 만들어 졌습니다. 이후 한 리얼돌 판매 대행업체가 ‘사용자가 원하는 얼굴로 리얼돌 얼굴을 제작할 수 있다’고 공지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여성들은 분노했고,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청원 시작일로부터 한 달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얼돌을 찬성하는 남성들은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은 단순한 남성용 성기구에 불과하고, 리얼돌을 사용하는 개인의 성적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리얼돌이 여성용 성기구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실제 인물의 얼굴이 아닌 리얼돌은 괜찮다고 주장합니다. 남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도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얼돌의 모사 대상으로 표적화된 여성들은 일상에서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와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또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남성다운 일’로 여기고 일종의 놀이로 소비하는 사회에서 리얼돌은 단순한 인형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두 페미니스트 철학자,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와 윤지선 작가 겸 독립연구자를 통해 리얼돌 논란을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리얼돌 금지가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고요?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의 수입을 금지한 인천지법(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전체적인 모습에서 실제 여성의 신체 부위와 비슷하게 형상화돼 있다”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서울고법(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취소하며 다음 헌법재판소 판례를 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성기구는 인간이 은밀하게 행하기 마련인 성적 행위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런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 이를 근거로 리얼돌의 금지는 개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김지영 교수는 성적 자유를 침해받는다는 그 ‘개인’이 누구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즉 여기서 ‘개인’은 남성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 윤김지영 교수의 말입니다. “성적 욕망의 주체를 남성으로만 설정하고 있는 남성 지배 문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여성은 남성의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신체 형상이 남성에게 특화된 성기구로 전락한 이 위계적 현실이야말로 여성들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사람의 형상 전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표현하는 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신체를 폄하하고 상품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신체의 고유한 속성이 파괴되는 것을 볼 때 그것이 내 신체와 아무런 관계가 없더라도 폭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인간의 은밀하고 사적인 성 활동과 성기구 사용에서도 인간 신체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할 여지가 있고 여성 혐오적인 요소가 부각된다면 타인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국가가 엄연히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얼돌이 여성용 성기구와 차이가 없다고요? 리얼돌 수입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국내 업체는 리얼돌이 “여성의 성기 모습을 단순화한 남성용 자위기구로서 기능적인 측면에 중점을 뒀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얼돌 논란을 다룬 기사들에서도 ‘여성용 성기구가 있는 것처럼 리얼돌도 남성용 성기구에 불과하다’는 댓글이 상당수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여성용 성기구인 ‘딜도’와 리얼돌은 같을 수 없다고 윤김지영 교수는 지적합니다. “딜도는 남성 성기와 유사한 모양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색상과 조명, 바이브레이션(떨림) 기능, 온도조절 기능, 자동세척 기능 등을 갖추면서 남성의 신체 형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바이브레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여성용 성기구는 리얼돌이 추구하는 인간 신체 형상의 완벽한 재현과는 거리가 멉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남성용 자위기구는 여성 신체와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가격대가 높아지는 반면 여성용 자위기구는 남성 성기가 갖지 않은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수록 가격대가 높아진다”면서 “이런 차이를 통해서도 여성의 성기구는 남성 신체에 대한 통제력을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남성용 성기구인 리얼돌은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력, 통제력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성기구는 인간의 성적 감도를 다각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인간 형상의 사실적인 모사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면서 “리얼돌은 여성의 성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여성이라는 존재를 성적 기능으로 환원하고,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서 여성을 인지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실제 인물의 얼굴을 하지 않은 리얼돌은 괜찮다고요?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만들면 초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리얼돌을 판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얼굴 주문 제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제 인물의 얼굴로 제작하지 않은 리얼돌의 유통은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윤김지영 교수는 리얼돌이 타인의 얼굴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핵심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설령 실제 인물의 얼굴을 본뜬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성적 행위들을 실현하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이 남성용 리얼돌의 판매 목적”이라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불법촬영, ‘지인 능욕’(실제 인물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사진), ‘딥페이크 포르노’(인공지능 기술로 특정인의 사진을 기존 포르노그래피에 정교하게 합성해 만든 영상물)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리얼돌을 통해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범죄자들이 불특정 다수의 실제 여성 사진을 무작위로 수집해 딥페이크 포르노나 지인 능욕 등 사이버 성범죄에 이용하고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처벌되거나 통제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또 몇몇 남성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리얼돌을 성적으로 이용한 콘텐츠를 ‘강간인형 사용 후기’라는 자극적인 해시태그를 걸어 영상으로 유포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리얼돌도 실제하는 여성을 표적해 능욕하는 범죄 도구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2심 재판부는 리얼돌의 얼굴, 유두, 성기 부분(이하 별도 부분)은 이에 해당하는 각 제품을 소비자가 별도로 구매해 리얼돌에 탈부착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별도 부분이 리얼돌보다 표현의 구체성 수준이 높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별도 부분의 향후 주문 제작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2심 재판부, 그리고 2심 판결을 확정한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는 현실을 간과했다고 윤지선 연구자는 비판합니다. ■여성용 리얼돌을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요? 이런 주장은 리얼돌 판매에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윤김지영 교수는 말합니다. “여성들을 위해 남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존재하려면 그만큼의 수요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리얼돌은 남성용으로 제작되는 걸까요? 남성을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대상화한 역사가 여성들에게는 없습니다. 그 반대의 역사가 있었을 뿐입니다. 오랫동안 남성들에게 여성의 몸은 아동,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매순간 성적 품평과 성적 대상화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강간 문화’(남성들의 성적 공격성을 장려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신념·환경을 가리키는 말)에 대한 해체 의지가 리얼돌을 반대하는 목소리로 나타난 것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도 “남성의 신체를 본뜬 여성용 리얼돌을 만든다고 해서 인간 몸의 온전한 이미지가 훼손되는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성을 남성의 성욕을 해소해주는 존재로 규정해온 성차별 구조가 여성용 리얼돌의 판매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장애인 등 성소외자를 위해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모든 장애인의 성에 관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장애인은 이를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는 ‘성에서의 차별 금지’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장애인에 대하여 장애를 이유로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조항대로라면 장애인 등 성소외자에게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윤지선 작가는 리얼돌을 성기구로 인정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리얼돌이 성소외자의 성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성적 욕구는 기존의 자위기구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습니다. 또 남성 노인이나 남성 장애인들은 때로 성매매를 통해 성욕을 일방적으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성 노인, 여성 장애인들은 무성적 존재로 치부돼 그들의 성적 욕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남성들의 성적 침해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리얼돌의 사용이 단순히 성소외자의 성적 쾌감을 충족하는 문제를 넘어 성적 권력을 경험하고 싶은 남성들에게 과연 어디까지 성적 자유를 허용할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이번 리얼돌 논란이 “‘여성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남성의 성적 행위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여성의 인권과 자유는 왜 남성의 성적 자유를 위해 희생돼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총평했습니다. “리얼돌은 단순한 성기구가 아닙니다. 인형은 사랑받는 대상이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훼손과 대체, 폐기가 가능합니다. 이런 취약성이 지금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위상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리얼돌 문제가 앞으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섹스로봇’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시야를 확장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사만다’, ‘하모니’, ‘록시’ 등 다양한 섹스로봇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 파트너의 부재를 사람이 아닌 리얼돌, 섹스로봇과 같은 인공물이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감정, 욕망을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 존재의 축소를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윤지선 연구자는 말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열린세상] 재판장님, 장애인이 어려운 말 써서 죄송합니다/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재판장님, 장애인이 어려운 말 써서 죄송합니다/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그는 이미 초로에 접어든 아저씨였다. 고된 일로 두툼해진 손바닥을 잡으며 놀라는 내게 괜찮다고 헤벌쭉 웃어 보이는 얼굴에 어떤 말을 이어 갈지 잠깐 고민했다. 그는 십수 년간 비장애인 부부에게 무임금으로 노동력 착취를 당하다가 얼마 전 한 장애인 단체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탈출한 지적장애인이다. 모르는 사람의 지시를 받으며 땀이 비 오듯 하는 일을 이어 온 건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없다. 서류를 통해 장애인 등록 경위를 확인해 보니 그는 태어날 때부터 지적장애가 있었다고 한다. 아주 어릴 때 영문도 모르고 부모에게서 떨어져 지내야 했고, 남들이 중학교에 다닐 나이에 이집 저집에서 몇 년씩 시키는 일을 해야 했다. 언제 끝이 나려는지 알 수 있었다면 조금 견디기가 쉬웠을까. 이번 주인은 정말 고약했다. 십수 년을 부리고 밥 한끼를 내주지 않았다. 반찬은 수급비를 쪼개서 사 먹어야 했고, 몸통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밥솥 하나로 끼니를 연명했다. 시키는 대로 빨리 못 한다며 주변에 있는 물건을 자주 던지곤 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매일 쉬지 않고 일을 하니 언제부턴가 허리도 몹시 아프고 한쪽 다리에는 저리는 통증도 생겼다. 가해자 부부를 고소하기로 했다. 고소가 무엇인지 이리저리 설명을 해 보는데 별 반응이 없다. 다만 “꼭 벌받게 해 주이소!”라고 목소리를 높이신다. “네! 물론입니다.” 앞으로의 긴 싸움에 앞서 조만간 닥칠 일들도 알려 드린다. “경찰서나 면사무소 같은 곳에 여러 번 가셔서 똑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하셔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법정에 나가서 판사님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날부터 새벽에도 밤에도 전화한다. 다른 건 몰라도 가해자 앞에서 증언하는 것은 안 하면 안 되겠냐는 요청과 하소연이다. 쉼터로 옮기신 지 몇 달이 되었는데도 가해자를 생각만 하면 소화가 안 되고 기분이 나쁘다고 하신다. 지난번 경찰서에서 말씀하실 때처럼 제가 옆에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려도 계속 좌불안석이다. 빨리 기소되고 재판이 열리길 바랄 뿐이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랴. 고소 후 8개월이 지났다. 법원에서 온 ‘증인소환장’ 앞에서 한숨을 푹 쉬시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긴장된다. “꼭 필요한 일이니까, 혼자가 아니니까 함께 해보자”고 말은 던져 놓았지만, 피고인석에 앉은 그 인간을 마주하기는 아주 싫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억 속 그 피고인에 대한 마지막 장면이 신발을 들고 때리려고 쫓아오던 모습이니 오죽할까. 대망의 증언날. 미리 증인 지원 신청을 마쳐 놓은 법정이라 증인지원관의 도움을 받으며 피고인과 마주치지 않게 무사히 입정했다. 검사와 피고인 변호사가 차례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고, 그 어려운 질문들에 낼 수 있는 모든 용기를 내서 대답하는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고마웠다. 그런데 마지막에 재판장님이 몇 가지 더 질문을 하신다. “피고인은 그렇다 치고 피고인의 아내는 어땠나요?” 질문을 여러 차례 듣고 이해한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에휴. 그 밥에 그 나물이쥬.” 재판장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지적장애가 있는데 어려운 말도 잘하네요?” 한다. 판사님은 속담과 같은 은유적 표현을 쓰는 이 지적장애인이 낯설다. 이러한 생경함은 ‘지적장애인이 아닐 거야’라는 판단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재판장님, 지적장애인은 아기처럼 말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살아온 인생 그 자체를 바라봐 주세요’라는 당연한 사실을 변호인 의견서에 또 어떻게 풀어 써야 하나 벌써 걱정이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는 장애인을 유형화·대상화·특정화한다. 그 틀에서 벗어나면 놀라며 걱정한다. 자신이 설정한 딱 그 수준으로 장애인이라는 대상을 평가하기도 한다. 무대에서 열심히 율동과 노래를 하는 한 지적장애인에게 칭찬한답시고 “정상인보다 잘한다”는 추임새를 넣던 비장애인 사회자. 그 멘트에 덜컥 놀라 무대를 응원하며 그 율동을 괜히 더 열심히 따라했던 어떤 날의 기억이 스친다. 지적장애인이 어려운 말 좀 쓰면 어떤가?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의 평범함이 존엄하게 인정되는 사회. 그런 사회야말로 불확실성에 두려운 일상과 인간 존재의 나약함을 품어 내는 힘이 있는 사회가 아닐까.
  • 1인 릴레이 “NO”… 피해기업 신고센터 연 광진

    1인 릴레이 “NO”… 피해기업 신고센터 연 광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제외’ 조치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서울 광진구가 규탄대회에 나섰다고 6일 밝혔다. 구는 구매 또는 임차해 사용하는 물품 중 일본산 제품에 대한 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로 피해가 우려되는 기업을 파악하기 위해 전용 신고센터를 개설한다. 또 관련 기업이 수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구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 생산 차질과 판매 부진 등 직접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해서는 1.8%의 저금리로 긴급 지원을 한다. 재산세 고지 유예, 지방세 부과 및 체납액 징수도 최장 1년까지 연장한다. 아울러 구는 오는 19~20일 예정돼 있던 ‘일본 희망연대’ 연수단의 광진구 방문도 거절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보이콧 등 민간 부문에서의 구민 실천 운동을 권장하고 구 전 직원과 구민이 참여하는 ‘1일 1인 일본 규탄 릴레이 운동’을 실시해 범구민 규탄대회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도 없는 일본 정부의 악의적인 경제 도발을 규탄한다”면서 “이번 경제보복 조치에 신중히 대응해 구민의 존엄과 역사적 정의를 지켜 내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홍콩 시위 겨냥했나… 中 선전서 1만여명 동원 폭동 진압 훈련

    홍콩 시위 겨냥했나… 中 선전서 1만여명 동원 폭동 진압 훈련

    헬리콥터 6대·장갑차·무장경찰 등 포착 中, 최근 인민해방군 투입 가능성 경고 홍콩 집회서 체포된 한국인 보석 석방홍콩과 인접해 위치한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대규모 폭동 진압 훈련이 진행돼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6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사흘 연속 1만 2000여명의 경찰병력이 동원된 대규모 폭동 진압 훈련이 선전시 선전만 일대에서 진행됐다. 선전만은 시위대를 겨냥한 ‘백색 테러’ 폭력 사건 현장인 홍콩 신계 지역이 바라보이는 곳이다. 온라인에 유포된 동영상을 보면 공중에 헬리콥터 6대가 보이고, 바다에서는 10여대의 쾌속정이 순찰하는 가운데 수천명의 무장경찰이 폭동 진압용 장갑차 등과 함께 서 있다. 광둥성 공안청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지난주부터 시작됐으며 광둥성 내 여러 곳에서 총 16만명의 병력이 참여했다. 이날도 선전에서 대규모 훈련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 대해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진행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최근 격화된 홍콩 시위에 투입하기 위한 훈련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앞서 중국은 홍콩 당국이 요청하면 주군법에 따라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수 있다며 무력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특히 홍콩 시위대가 지난 5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바다에 버리자 중국 정부가 “국가 존엄에 도전하는 공개적인 도발”이라고 경고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6일 오후 홍콩 시위 사태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어 더욱 강도 높은 경고의 뜻을 밝혔다. 한편 4일 홍콩 시위 현장에서 불법 집회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1명이 전날 저녁 보석으로 석방됐다고 주홍콩 총영사관이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가족 돌봄은 회생 어렵다… 사회적 돌봄으로 ‘젠더 갈등’ 풀자

    가족 돌봄은 회생 어렵다… 사회적 돌봄으로 ‘젠더 갈등’ 풀자

    한국 사회에 변혁의 바람을 몰고 온 ‘미투’ 운동의 진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온 여성들의 목소리는 공고하게 이어져 온 남성 중심적 폭력 문화의 민낯을 들춰냈고, 남성 중심 권력 구조에 균열을 냈다. 불법촬영 규탄 시위, 낙태죄 폐지 등 여성 관련 이슈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성폭력 대책과 성평등 정책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발과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일부 사건은 여혐 대 남혐의 대결 구도로 비화됐고, 역차별을 거론하며 페미니즘에 반기를 드는 남성들도 늘어났다. 서울신문 부설 서울젠더연구소는 출범에 맞춰 국내 대표 여성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71)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에 대해 물었다. 조한 교수는 가깝게는 근대의 근간을 형성해 온 군사주의와 과학기술주의에 대해, 멀게는 긴 인류사를 통해 구축돼 온 가정과 공공 영역 분리에 대해 근원적 성찰을 하지 않으면 미래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교환 영역’(시장)과 ‘재분배 영역’(국가)을 축소시키는 한편 장기적으로 공존의 원리인 ‘호혜의 영역’을 사회의 핵심으로 삼고 확장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담은 지난달 서울젠더연구소장 김균미 대기자가 진행했다.-2018년 미투 운동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 상황을 진단한다면. “한국에서는 2005년에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의 진학률을 추월했다. 그런데 아직도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이나 노리개처럼 여기면서 폭력적으로 대하는 남성들이 남아 있다. 미투 운동은 ‘더이상 그런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단호한 선언이다. 이전의 성폭력 폭로 사건이 피해자를 대변하는 운동이었다면 현재 미투 운동에서는 당사자들이 직접 발언을 하고 나섰다. 이 현상은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의 ‘1·2차 근대’의 개념으로 풀어내면 이해가 쉽다. 1차 근대의 주역은 중세 신분제에서 해방된 남성들이었다. 그들은 산업 역군이자 제국주의 전쟁의 참전자로 1등 시민의 자리에 있었다. 여성들은 그들을 보조하는 현모양처, 가정주부의 자리에 있었다. 2차 근대에 접어들면 남녀 모두가 경제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립가능한 개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여성 운동 차원에서 보면 1차 근대에서 여성은 경제·사회적 자립을 위한 동등한 권리 운동을 펼쳤다. 그런데 2차 근대에 가면 개인의 존엄과 자율적 삶을 존중하자는 운동을 벌인다. 서지현 검사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는 2차 근대의 대표적 사례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된 여성들이 작은 폭력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회원리 자체의 근원적 변화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최근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백래시(반발·반격)가 심각한데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 “1차 근대에서 2차 근대로 넘어서는 과도기 현상이다. 2차 근대에 접어들면 여성들도 온전한 독립이 가능해져서 공사 영역에 걸쳐 자율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반면 직장만 있으면 결혼하고 가장으로서 어깨를 펴고 살 수 있으리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성장한 남성들에게는 수난 시대가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일베화 현상’이나 여혐 대 남혐 구도는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나온 병리적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1차 근대적 여권 운동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여성의 좌절’과 함께 ‘남성의 좌절’도 다루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 모두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살되 그간의 발전주의가 파생시킨 문제들을 해결하는 협동적 주체가 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남녀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군대 문제가 꼽히는데 교수님께서는 오래전부터 해결 방안으로 사회복무제를 제시하셨다. “한국의 남성 의무복무제는 성차별 체계의 핵심이다. 최근까지 월급 호봉이나 공무원 채용 시험에 가산점을 주는 보상제도가 있었다. 군대를 가지 않은 존재를 따돌리거나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었다. 공무원시험 시 군 가산점을 두고 여성과 장애인 대표가 위헌 소송을 내 1999년에 승소했는데, 이 즈음에 병역 제도를 2차 근대적 시점에서 개혁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병사가 총 들고 싸우는 시대도 지났고, 기강을 세우기 힘든 상황에서 군대는 청년 직업훈련소화하고 있다. 냉전 체제는 북한의 개방으로 전혀 다른 지평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훈련은 이제 재난과 재앙의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젠더’를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려면 일자리와 결혼, 돌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기성 정치인이나 관료, 부모들은 자기 세대의 세계에 갇혀 평생 일자리와 결혼을 전제로 해법을 내려고 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혼자서도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1차 근대는 아내가 돌봄을 맡고 남편이 돈을 벌면서 유지됐다. 2차 근대는 여자가 사회에 나간 반면 남자들이 가정의 돌봄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여자들이 사회에 나가며 만들어진 공백을 메울 것이라 예상했다. 현실은 어떤가. 어릴 때부터 입시 공부와 직장을 얻기 위한 준비만 한 여성은 남성 못지않게 돌봄에 서툴다. 그렇게 성장한 많은 ‘능력 있는’ 여성들은 출산하고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시 직장에 가고 싶어 한다. 여성들은 남성 못지않게 돈벌이에 몰두하면서 육아를 맡을 사람을 고용하거나 어린이집에 장시간 맡겨 두려 한다. 그렇게 ‘기획된 가족’의 아이들은 장시간 학교와 사교육 시장에 맡겨져 관리·보호된다.” -돌봄의 공백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보인다. “그간 가족에게만 맡겼던 돌봄을 ‘사회적 돌봄’의 개념으로 풀어내는 것이 바로 여성가족부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1차 근대에서 제기된 생산성, 곧 여성 노동과 인권 문제를 다루면서 동시에 2차 근대의 생산성이 핵을 이루는 사회적 돌봄에 바탕을 둔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거시적 기획을 시도했어야 했다. 사회복무제는 그런 2차 근대적 기획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일 것이다. 남녀 모두가 성인이 되는 시점에 갖가지 위기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고 아이와 약자를 보호하는 주체가 되는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어린이집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사회복무를 하는 청년 남녀가 참여하게 되면 지혜롭게 풀어 갈 수 있다. 스무살 즈음의 모든 국민들이 천재지변에 대비하고 약자를 돕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사회의 책임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더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족 단위 돌봄을 회생시키려 하기보다 사회적 관계망 안에서 호혜적 관계를 맺고 다음 세대를 함께 키우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새로운 인프라를 만드는 데 세금을 써야 한다.” -‘토건 국가’에서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강조해 오셨다.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가 쓴 ‘보이지 않는 가슴’이라는 책이 있다.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잘 굴러간다고 하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가슴’이 있어 가능했음을 보여 주는 책이다. 돌봄은 존재와 존재의 만남, 소통과 이해와 공존의 행위다. 그러나 도구적 합리성이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이 영역을 무시해 왔다. 여성들, 특히 1차 근대에서 열렬한 운동을 했던 페미니스트들도 돌봄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가정주부 시대에 어머니들이 강요받은 비지불 노동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한 것이다. 돌봄 사회에서 말하는 ‘돌봄’은 가족을 넘어선 ‘사회적 돌봄’이다. 사회적 돌봄이 가능한 사회는 결혼을 강요하기보다 동거를 장려하고 의무적 제도가 아닌 실질적 지원을 하는 사회다. 더 나아가 돌봄은 창의의 근원이다. 창의성은 돌봄이 있는 여유로운 환경에서 나온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더 자연스럽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코리빙 스페이스’(co-living space), 자신이 원하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하는 ‘리빙 랩’(living lab), 이들이 모여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창의적 공유지,’ 이런 크고 작은 공동체적 시공간이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성평등 교육은 중요한데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무엇보다 남자들에 대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남자들은 소통을 하지 못하는 조직에서 성장하지 않았나. (그 조직에서)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사실상 그것밖에 선택지가 없었던 거다. 그런 이들은 나이가 들면 점점 더 귀가 잘 안 들리는 존재가 돼 간다. 여자들이 처음 공적 영역에 들어갈 때 적극적 조치가 필요했듯이 남자들을 돌봄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게 하려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비폭력 대화 등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남자아이들 문제도 심각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부터 제대로 사회화되지 못하고 있다. 존경스러운 남자 모델도 없고, 어머니나 여자 교사와 거리감을 느끼면서 온라인 전쟁 게임에 몰입하거나 남자 패거리 문화에 휩쓸리게 된다. 아버지가 가르쳐 주지 못한 소통과 돌봄의 능력을 키워 줄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적 구도로 접근하면 역효과만 난다. 각자의 경험을 꺼내 놓고 함께 배워 가는 리빙랩과 같은 분위기에서 시대 변화를 배우고 스스로를 알아 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현재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연구할 시간도 없이 분주하게 ‘계몽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평등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국가의 대대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젠더 이슈와 관련한 다양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발족한 서울신문 서울젠더연구소에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면. “‘젠더’는 생물학적 성과 구분되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으로서 남성 중심의 사회가 어떻게 구성돼 왔는지 살펴보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단어다. 남녀로 구성된 사회가 긴 인류사를 통해 왜 이렇게 적대적 사회가 됐는지 거시적 관점을 갖고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연구하고 해결해 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현재 세계가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이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근대의 원리였던 발전주의적 언어를 넘어 근대를 성찰하는 언어로 시대의 문제를 연구하고 풀어낼 것을 기대한다. 페미니즘은 다음 세대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선언이다. 서울젠더연구소가 남녀와 세대 등으로 나눠진 이들이 같이 모여 의논하고 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면 좋겠다. 특히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2차 근대의 성찰적 페미니즘의 토대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김균미 젠더연구소장 kmkim@seoul.co.kr정리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여성·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는… 연세대 명예교수. 1981~2013년 연세대 사회학과·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일했다. 1980년대 여성주의 동인 집단 ‘또 하나의 문화’와 함께 여성주의적 공론의 장을 열었고, 1990년대에는 서울시립청소년 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를 설립해 청소년 대안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2000년대부터는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민관 협력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했다. 곳곳의 마을을 돌봄과 소통이 있는 배움터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학교를 찾는 아이 아이를 찾는 사회’,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다시, 마을이다’, ‘가족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마을로’, ‘선망국의 시간’ 등이 있다.
  • ‘리얼돌 수입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동의 넘어

    ‘리얼돌 수입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 동의 넘어

    대법원이 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에 대해 수입 허가 판결을 낸 데 반발해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31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21만 4439명이 동의한 상태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밝혔다. 2심 법원은 리얼돌에 대해 “성기구는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해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이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서 리얼돌 수입을 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청원인은 리얼돌에 대해 “다른 성인기구와 다르게 머리부터 발끝가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떠 만든 마네킹과 비슷한 성인기구”라면서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점의 위치, 심지어 원하는 얼굴로 커스텀(맞춤) 제작도 할 수 있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을 음란사진과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리얼돌도 안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나”라고 반문했다. 또 “움직임 없는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 있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제로 자극적인 성인 동영상을 보고 거기에 만족 못 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수많은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뜬 것이 주였으면 남자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면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본떴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은 한달 이내에 관련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청원은 7월 8일 시작돼 8월 7일이 청원 종료일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권수정 서울시의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우수의정대상’ 수상

    권수정 서울시의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우수의정대상’ 수상

    임기 1년을 맞이한 전국시도지방의회가 지난 의정활동을 평가하고 재점검해 우수한 의정활동을 펼친 지방의원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비례대표)은 25일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 7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시상식’에서 우수의원으로 선정돼 우수의정대상을 수상했다. 권 의원은 진보정당 유일한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돼 제 10대 서울시의회에 입성했다. 권 의원은 여성, 장애인, 어린이,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의 기본 권리보호를 위해 보편타당한 서울시 제도적 방향성 제시를 위해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친 것으로 평가됐다. 권 의원은 서울시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업에서 노동자 중심의 실질적인 정규직화 작업을 위해 ‘서울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현황진단과 과제 토론회’를 비롯해 각종 간담회를 개최해 관련 전문가와 더불어 직접적인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다양한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실시한 제284회 정례회 시정 질의에서 서울시 1위 공유정책인 ‘따릉이’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현실을 지적하며 조속한 개선을 촉구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냈다는 평가다. 권 의원은 지난 3월 서울특별시『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개정안을 통과시켜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에 보건용 마스크를 지원 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바 있다. 권 의원은 인체에 유해한 미세먼지의 1차적 피해를 예방함과 동시에 취약계층과 저소득층 건강권 보호와 권익증진을 위한 노력이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서울시의회 유일한 진보정당 의원임에 따른 각오와 그에 따른 책임감으로 서울시의원 임기를 시작한지 1년이 지났다”며 “지난 한 해 동안 오로지 존중받는 서울시민의 존엄한 삶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한 의정활동을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권 의원은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저소득층 등 본인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조건이나, 구분에서부터 시작되는 차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시가 앞장 설 수 있도록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다양한 사회구성 조직들과의 연대와 끊임없는 소통이 이루어 질 때 서울시를 비롯한 대한민국 전반의 변화가 가능한 만큼 지속적인 대화의 창으로 소통하고 대변하기 위해 애쓰겠다”며 “전국지방의회의장협의회에서 주신 우수의정대상이 지치지 않는 노력을 위한 격려라 생각하는 만큼 끊임없이 움직이고 나아가는 서울시의원 권수정이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법서라] 고작 6일 누린 ‘납북어부 재심’ 무죄 기쁨…‘과거사 원칙’ 저버린 검찰

    [법서라] 고작 6일 누린 ‘납북어부 재심’ 무죄 기쁨…‘과거사 원칙’ 저버린 검찰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오는 25일 취임하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겠다는 한 어부가 있습니다. 이 어부는 박정희 정권 당시 간첩 누명을 뒤집어 쓴 채 50년을 살아오다 최근 재심심판을 통해 겨우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지난한 재판을 다시 이어가야 합니다. 어부는 “검찰이 스스로 정한 원칙과 약속은 지켜달라”면서 새로이 검찰조직을 이끌어갈 신임 검찰총장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실질적으로 불법구금·가혹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을 존중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고, 재심 무죄 선고시 일률적인 상소를 지양하고, 유죄 인정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면 상소를 제기하지 않는다.”- 2019년 6월 27일 대검찰청 ‘과거사 사건 관련 후속조치’ 中 위 문장은 ‘과거사 재심 사건에 대해선 새로운 증거가 있지 않은 한 상소하지 않겠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대검은 어두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과거사 재심사건 업무 매뉴얼’을 마련했습니다. 과거 검찰이 일부 과거사 사건에서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문무일 현 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한 데 따른 변화입니다. 검사는 재판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과거사 사건은 고문에 의해 만들어진 허위 진술이 많기 때문에 검찰도 적극적으로 ‘무죄 가능성’도 찾아내겠다는 취지죠. 군사 독재정권 시절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렸던 이들에게 필요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과거사를 반성하겠다고 외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 벌써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간첩 누명은 쓴 6명 가운데 이미 5명이 세상을 떠난 ‘제5공진호 납북 어부’ 재심 이야기입니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검찰은 즉각 항소했습니다. 유일한 생존자는 “말뿐인 원칙과 약속이었느냐”고 절망했습니다. ■납북된 18살 막내 선원…불법감금·고문으로 ‘간첩’ 누명 1968년 5월, ‘제5공진호’ 막내 선원 남정길씨는 조업 도중 동료 5명과 함께 북한에 납치됐다가 5개월 만에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남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군사 독재정권의 ‘간첩몰이’였습니다. 정보과 형사들은 남씨 일행을 한달 동안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감금하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가해 ‘납북 피해자’에서 ‘간첩’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당시 남씨의 나이는 고작 18살.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1969년 징역 1~3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검찰 공소장엔 “피고인들이 1968년 5월 24일 12시경 제5호 공진호에 승선해 경기도 연평도 근해 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선장인 김창록이 북괴 지배 하에 있는 지역인 안골에 들어가야만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으니 안골에 들어가서 어로작업을 할 것을 제의하자, 피고인들은 모두 이에 찬동했다”면서 “반국가 단체인 북괴의 지배 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했다”고 명시됐습니다. (남씨 일행은 군사기밀 누설 관련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당시 법원은 ‘북괴 구성원들에게 강요된 행위’라며 이 부분에 국한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죄 판결의 핵심 근거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자백이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고기잡이를 위해 북한 영해에 들어간 사실을 인정했고, 법정에서도 유사하게 진술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받아낸 진술은 고문에 의한 자백이었고, 고문 경찰은 법정까지 나타나 어부들을 지켜보며 심리적으로 압박했습니다. 그 속에서 경찰, 검찰, 법원, 누구도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려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남씨 일행은 평생을 반공법을 위반한 간첩으로 살아가야 했습니다.■50년 만에 무죄 판결 “고문, 가혹행위에 의한 진술은 증거능력 없다” 그렇게 50년을 억울함 속에서 살아온 남씨는 원곡 법률사무소를 만나 이미 세상을 떠난 납북 어부 5명의 유가족과 함께 지난해 7월에야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지난 3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고, 4개월 만인 지난 11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부는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장기간 불법구금과 광범위하게 이뤄진 가혹행위, 협박, 회유 등으로 인해 피고인들이 경찰 진술뿐만 아니라 검찰 및 법정에서의 진술까지도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추단되거나, 적어도 그 임의성에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임의성이 없는 진술’이란 허위진술을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고문에 의한 허위진술이라는 점이 인정되기 때문에 1968년 경찰 조사나 법정에서 나왔던 진술 역시 증거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죠.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납북됐다가 1968년 10월 인청항으로 귀환한 뒤 11월 군산경찰서로 이동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은 사실 ▲군산경찰서 소속 수사관 등이 무허가 여관에서 자백을 강요하면서 구타, 물고문, 잠 안 재우기 등으로 강압적인 조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내요의 진술서 등을 작성한 사실 ▲검찰 조사와 공판기일(법정)에서도 고문 경찰관이 배석해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사실 등을 기록에 의해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50년 만에 이뤄낸 명예회복이었지만, 남씨의 동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습니다. 가장 모진 고문을 당했던 기관장 박남주씨는 징역을 마치고 2년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습니다. 남씨 본인도 고문 후유증으로 뇌출혈이 생겨 말이 어눌하고 거동이 불편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무죄 결과를 받아든 남씨는 “50년의 세월 동안 누구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없었는데 이제 우리도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됐다”면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습니다. 이제 겨우 1심이 끝났지만, 대검이 불과 한 달 전에 ‘과거사 원칙’을 발표했기 때문에 남씨 측은 사실상 재판이 끝났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행보를 남씨 측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법원의 무죄 판결에 불복한 것입니다.■검찰의 항소 “재판부가 법리 오인…법정에서 진술은 유효” 1968년 남씨 일행을 재판에 넘겨 유죄를 이끌어내고, 51년이 흘러선 이번 재심 공소유지를 맡은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지난 17일 ‘납북어부 사건’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6일 만입니다. 앞서 설명 드린 ‘임의성’, 즉 강요에 의한 진술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해 재판부가 법리적으로 오인을 했다는 취지입니다. 군산지청의 설명을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대검에서 규정한 ‘과거사 원칙’의 방향과 취지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다해도 법정에서 고문받은 건 아니잖아요? 일부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일부는 인정했습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진술했다고 판단되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재판부가 그 부분에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 입장에선 유사한 국가보안법 사건에서도 유죄로 인정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대로 포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경찰 단계에선 고문을 받았더라도, 재판 단계에서까지 고문을 받은 것은 아니지 않냐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검찰은 재심심판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서울신문이 확보한 검찰 변론재개 의견서에 따르면 검찰은 ‘피고인 등이 그 공판 과정에서, 수사기관에서 받은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심리적 억압상태 때문에 자유롭게 진술하기 어렵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거나 그런 의심을 할 만한 사정을 찾아보긴 어렵다’며 혐의를 자백한 당시 법정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그 근거로 1969년 당시 공판 조서를 제시했습니다. 조서를 살펴보면 남씨 일행은 고기잡이를 위해 북한 해역으로 넘어간 사실이 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대부분 ‘맞다’는 취지로 대답한 내용이 나옵니다.재판장 : 연평도에서 고기잡이가 여의치 않아 선장인 김창록의 제의로 군사분계선 넘어 황해도 구월골에 고기잡이를 간 사실이 있는가요남정길 : 예 그런 사실이 있었습니다재판장 :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 북괴에 납치된다는 사실을 몰랐던가요남정길 : 그런 위험성은 인식하였읍니다만 고기를 못 잡으면 보수를 못 받게 되니까 설마 붙잡히지는 않을 터이지 하는 요행수를 믿고 고기 잡을 목적으로 선장의 지시에 따라 그곳에 넘어가서 조업을 한 것입니다검찰은 남씨 일행이 법정에서 경찰의 고문을 폭로하기도 했다며, 이는 강요받아 진술하는 상황이 아님을 방증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재판장 : 군산에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었다는 말도 했다는데 어떤가요피고인1 : 그런 말은 전혀 한 일이 없는데 군산경찰서 정보과에서 너무 심한 고문을 해서 그렇게 말했다고 거짓 진술했습니다재판장 : 군산비행장의 비행기 대수가 500대쯤 금년에 들어왔다는 말을 했든가요피고인2 : 이북에서는 그런 말을 묻지 아니하여 말한 사실이 없는데, 군산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배 안에서 그런 말이 있었는데 왜 말한 일이 없다고 하느냐면서 고문을 하기에 할 수 없이 그런 말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변호인의 반격 “고문 29일 만에 열린 재판, 자유로운 환경이었다고요?” 남씨의 변호를 맡은 원곡 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의 입장이 충격적”이라고 탄식부터 내뱉었습니다. 고문을 당하고서 겨우 29일이 지나 공판이 열렸는데, 그들이 고문당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고문으로 사람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는데, 국가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는데, 법정에서 제대로 된 진술이 가능했을까요? 물론 법정에서 고문을 당하진 않았겠죠. 또 누군가는 혐의를 인정하고, 누군가는 용기를 내 고문 사실을 밝혔겠죠. 그렇다고 이미 짓밟힌 상태에서 한 법정 진술을 꼬투리 잡으며 ‘너네 그때 자백했으니까 지금도 유죄야’라고 말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고문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에 억압된 환경이 아니다’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남씨 측은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검사가 일부 부인 취지, 고문 폭로라고 언급한 진술들은 현재 재심심판절차에서의 유무죄 판단대상으로 삼는 공소사실과 관한 군사기밀누설과 관련된 진술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닙니다. 고문 관련 진술을 하면서도 수사기관이 작성한 수사서류의 진정성립과 진술의 임의성은 다투지도 않는 등 강한 의심이 듭니다. 심리적 억압상태 때문에 자유롭게 진술할 수 없다는 사정은 명백합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무죄 판결을 통해 어부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검사가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만으론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없애는 검사의 적극적인 입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상급법원이 자신들의 주장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어부라서 무시하는 건가요” 항소와 상고, 즉 상소제도는 형사소송법 체계의 기본입니다.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과거사 사건만큼은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이미 수십 년 고통과 억울함 속에서 살아왔던 이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제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 변호사는 “일반 사건이라면 이해한다. 검사도 법률가인데, 당연히 자기 주장이 있고 고집이 있으니 법률 판단을 더 받아보고 싶겠다”면서도 “그런데 과거사 사건에 대해 대검이 매뉴얼까지 만든 것은 ‘무조건 대법원까지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자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국가도 할 말은 있겠지만, 국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니까 적어도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한 ‘우리가 물어뜯진 말자’는 취지 아니었냐”고 덧붙였습니다.남씨의 건강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고 합니다. 무죄 판결을 받아들고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까지 말했지만, 검찰 항소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재판에 다시 뛰어들어야 합니다. 항소 소식을 듣고 “유학생 사건은 자체적으로 조사까지 해주면서, 우리 사건은 고작 어부라서 무시하는 거냐”고도 말했다고 합니다. 동료들을 떠내보내고서 외로움도, 허망함도 큰 탓이었을 겁니다. 오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새로 취임합니다. 윤 신임 총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국가권력에 의한 고문, 전쟁범죄 등 반인권적인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5공진호 납북 어부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를 비롯한 국가권력의 피해자들은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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