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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건설사 전방위 자금조달

    국내 시공순위 13위 쌍용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결정된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도 전방위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골칫거리가 돼 버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해결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등 시공순위 10위권의 대형사들이 올해 발행한 장기 기업어음(CP) 규모는 1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발행된 장기 CP 12조원의 13%에 달하는 수준이다. GS건설은 5년 만기 7400억원, 6년 만기 1000억원 등 총 8400억원의 CP를 발행했다. 삼성물산(3년 만기 2000억원)과 대림산업(3년 만기 3000억원) 등도 장기 CP로 자금을 조달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장기 CP뿐만 아니라 회사채 발행에도 열심이다. 올해 발행한 회사채만도 벌써 1조원이 넘는다. GS건설이 3800억원, 롯데건설과 SK건설이 각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3000억원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대형사들이 CP와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는 이유는 악성으로 변하고 있는 PF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처럼 단기적인 자금 부족보다 PF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처리하기 위해 장기적인 자금 조달이 많다”면서 “건설·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등 6개 건설사의 미착공 PF 보증 규모는 약 6조원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회사채라도 발행을 하지만 중견사들의 경우에는 꼼짝 없이 돈이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남한 대학생활 이제 자신있어”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방송통신대 소강당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10대부터 40대까지 수료증을 받는 사람들의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기대감에 부푼 눈빛은 그대로다. 행사에 참석한 57명은 모두 북한에서 왔고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대학 입학을 앞둔 새터민에게 대학생활에 필요한 기초정보를 제공해 적응을 돕기 위해 방송대가 운영하고 있는 ‘프라임 칼리지 탈북학생 예비대학 과정’ 수료생들이다. 프라임 칼리지 수료식은 올해 3년째를 맞았다. 첫해인 2010년 55명, 2011년 74명이 수료해 대학에 진학했다. 무료에다 학위과정도 아니지만 강의 진도율, 온라인 평가, 워크숍 등에서 종합 80점 이상을 맞아야 수료가 가능할 정도로 학사관리가 까다롭다. 방송대 관계자는 “새터민 학생들이 국내 대학에 들어가면 학업보다도 생활이나 교우 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 “본격적인 대학생활의 선행과정으로서 프라임 칼리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의 학사제도, 학과소개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글쓰기, 발표법까지 다양한 과목이 운영된다. ‘미리 알아두면 유용한 말들’이라는 교재에는 ‘단대’(단과대학), ‘동방’(동아리방), ‘학관’(학생회관), ‘빵꾸’(F학점), ‘족보’(기출문제 모음) 등 용어들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다음 달 용인의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는 수료생 A(21)씨는 “대학 생활용어 중 ‘CC’(캠퍼스 커플)이라는 단어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음식 관련 연구원으로 일하며 방송대 가정학과에 입학 예정인 B(29·여)씨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수료생들은 3월이면 한국외대(7명), 서강대(4명), 가천대(4명), 방송대(2명) 등에서 본격적인 꿈을 펼치게 된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길섶에서] 족보 알기/정기홍 논설위원

    “족보책 갖고 와 앉아봐. 집안 뿌리를 그렇게들 몰라서야···.” 설 차례를 지내고 세찬(歲饌)을 먹던 중 사촌형의 족보(族譜) 이야기는 시작됐다. “총리 후보자가 집안 어른이 아니냐”는 누군가의 말끝에 족보가 설 밥상머리에까지 올라온 것이다. ‘하늘의 명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을 훌쩍 넘긴 나이에 ‘족보 일침’을 듣게 됐으니···. 족보 교육은 한 시간쯤 이어졌다. 큼지막한 종이 위에 써내려 가는 글엔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몇대 손(孫), 무슨 파(派) 등 어린 조카들에겐 생소한 단어들이다. 형의 열변 언저리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문중(門中)의 대소사를 자기 일같이 챙겨온 그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문중 사람을 모아 선조 유적지 탐방 모임도 이끌고 있단다. 최근 들어 명절이면 마을 어귀에 내건 ‘문중 자랑’ 플래카드를 자주 본다. 이번 설에도 ‘○○네 아들, ○○기관 5급 합격’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주로 학교에서 걸던 것을 문중에서 이은 것이다. 부모 고향을 찾은 코흘리개들이 이를 보고 어떤 희망의 홀씨를 담아 갔을까. 문중의 변신과 형의 문중사랑에 박수를 보낸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그땐 개천서 용 났지… 개혁이란 이름으로 시험제도 없애면 안돼

    그땐 개천서 용 났지… 개혁이란 이름으로 시험제도 없애면 안돼

    “태조에서 명종까지 조선 전기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개방적인 사회였다. 또 과거제도는 실력을 중요하게 평가했지만 사회통합을 위해 지역안배에도 철저했다.” 평생 조선 역사를 연구해 온 원로 국사학자 한영우(74)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지난 23일 이화여대 학술원장실에서 ‘과거, 출세의 사다리:태조~선조’(지식산업사)를 펴내고 이 책을 관통하는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한 교수는 태조에서 고종까지 조선 500여년에 걸쳐 배출된 문과급제자 1만 4615명 전원의 신분을 조사해 급제자 수와 신분이 낮은 급제자의 비율, 인구 대비 급제자 비중, 지역별 통계 등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았다. 평민 등 신분이 낮은 급제자가 전체 급제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태종(50%), 세종(33.47%), 문종~단종(34.63%), 세조(30.42%), 예종~성종(22.17%), 연산군(17.13%), 중종(20.88%), 명종(19.78%), 선조(16.72%) 등으로 조사됐다. 1392년부터 1800년(태조~정조)까지를 모두 계산하면 40.40%가 나온다고 했다. 한 교수는 “조선 중기인 16세기 중엽부터 비로소 문벌이 나오고 권력의 독점현상이 나타나 18세기 실학자들이 비판한다. 그런데 실학자의 비판을 조선 전 시대로 확대하는 것은 오류다. 또한 문벌조차도 법적으로 지위를 보장한 것이 아니라 사회 관습적이었는데, 그것은 과거제도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벼슬에 올랐다고 과거에 통과하지 못한 아들이 벼슬을 할 수는 없었다. 조선이 개국하고서 150년 정도 지난 뒤 나라의 틀이 잡히니까 기존 벼슬아치들이 유리했지만, 과거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관직을 받을 때 프리미엄이 있었다. 문벌이 생겼다고 해도 평민이 과거시험을 치지 못하거나 급제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합격자 명단인 ‘방목’과 족보인 ‘대동보’, 왕조의 공식기록인 ‘조선실록’ 등 자료를 꼼꼼히 조사하고 서로 비교해 집필하느라 5년의 세월을 쏟아부었다. 조선 시대 양반의 신분과 특권은 세습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한미한 집안 출신도 대거 과거에 합격했다. 한미한 집안 출신의 과거급제자는 광해군 시대에 가장 낮은 수치를 찍고 숙종 대는 30%, 정조 이후에는 50% 안팎에 이르다가 고종 대에 58%까지 올라갔다. 고종 대에 58%는 부정부패로 과거제도가 이미 허물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 신분제도가 다 무너졌다는 것을 보여 주는 통계다. 과거제도가 타락한 것이기도 하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고종 시대 때 이미 개방된 사회가 됐다. 흔히 조선의 신분제도를 1894년 갑오개혁 때, 일 제국주의가 무력으로 무너뜨렸다고 하는데 이미 그전에 무너졌다는 것을 통계가 보여 주고 있다. 요즘 한국에 ‘뉴라이트’라는 학자들이 대한민국의 근대화가 일제 덕분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역사인식이 형편없고, 한국의 역사를 허무주의적으로 보는 것이다. 역사의 진실을 믿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역량은 이번 과거 급제자 통계에서 나타나듯이 우리 사회에서 면면히 내려오는 힘에서 나왔다. 황무지에서 조선이 근대화한 것은 아니다.” 과거 급제자들의 지역적 통계도 내놓았다. 영·정조시대에 사회통합의 차원에서 사색탕평만이 아니라 지역, 계층, 사상, 문화탕평을 시도했다. 범죄인과 노비만 과거에 응시하지 못했지 첩의 자식인 서얼, 지역의 이방 등 향리 출신 과거 급제자도 나왔다. 당시 조선사회는 과거에 합격만 해도 엄청나게 신분이 상승했다. “조선후기에 평안도 출신 급제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다. 당시 조선의 인구는 경상도가 1등이고 평안도가 2등인데, 급제자 수는 평안도 출신이 1등이다. 특히 평안도 정주 출신들이 많은데 개화기에 오산학교가 있던 곳이다. 독립운동가, 민족운동가, 산업화시기의 민주화 운동가 중에 정주출신이면서 오산학교 출신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이순훈이나 함석헌 등이다. 반면 홍경래의 난도 정주에서 일어났다. 반란도 일어나고, 과거급제자도 많았는데 왜 그랬는지는 앞으로 연구해 봐야 할 일이다.” 한 교수는 “과거제도의 정기시험은 초시, 복시, 전시로 구성되는데 초시 때는 지역별·인구별 안배를 철저히 해서 270명을 뽑고 나중에 33명의 급제자를 뽑을 때는 지역안배보다 능력을 봤다”면서 “지역안배는 사회통합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270명을 뽑는 초시에 합격만 해도 지역에서는 ‘박 초시’ ‘이 초시’하면서 살 수 있었다. 최근 사법시험제도의 폐해를 없앤다며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것과 관련해 “시험은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시험이 아니라면 개천의 미꾸라지들은 승천할 수가 없다. 가진 사람들이 더 특혜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교육비가 엄청 들어가는 로스쿨에 집안 좋은 애들이 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같으면 나도 서울대에 못 갔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농사지으면서 가난하게 살았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선비정신, 양반정신의 키워드는 공익정신이다. 오늘날은 이런 것도 무너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패밀리 이기주의’로 가고 독식하려고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스템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없애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문화마당] 인사청문회와 매뉴얼/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인사청문회와 매뉴얼/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1988년 여소야대 시절에 ‘5공 청문회’라는 것을 TV로 처음 보면서 느꼈던 감흥이 벌써 4반세기다. 요즘엔 한국을 청문회공화국으로 불러도 좋을 정도로 전체 국민을 청중으로 삼아 빈번하게 열린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에는 청문회의 목적이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인사청문회는 공직에 임명될 사람이 그 공직에 적합한지 여부를 공개적이고 합리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제도이다. 혹시라도 하자가 있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비준을 거부함으로써 사회의 기강도 유지하고 보다 투명하고 건전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 취지이다. 그런데 하자의 기준과 그 기준에 따른 처결 방향을 명시한 법적 매뉴얼이 없다 보니, 온 나라에 흙탕물은 흙탕물대로 일으켜 놓고도 정작 결론은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꼼짝 못할 증거가 나타나면 당사자는 그저 죄송하다면서 앞으로는 안 그러겠다는 식으로 꼬리를 내리거나, 당시에는 그런 행위가 ‘관례’였다면서 변명을 늘어놓는다. 관례도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된다는 기본 상식조차도 모르는 답답한 수준을 온 국민 앞에 드러내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결정적 증거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에는 되레 자기는 한 점 부끄럼도 없다면서 오리발을 내밀거나, 아예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하며 끝까지 버틴다. TV를 통해 국민 앞에서 망신당하는 것은 잠시요, 그 후에 차지할 관직은 사후에도 족보에 남아 영원하리라는 확신이 있기에, 자기를 임명한 주군께서 사퇴하라는 언질을 주지 않는 한 온갖 구정물을 뒤집어쓰면서도 끝까지 버틴다. 어떤 비리와 불법행위가 드러나도, 그것 때문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을 일은 없기에 밑질 게 없다. 그러니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무조건 버티고 본다. 이런 식의 청문회는 국가 예산의 낭비요, 시간의 낭비요, 인력의 낭비일 뿐 아니라 국민 정서에도 이롭지 않다. 청문회에서 통과될 수 없는 경우를 법으로 정해 놓은 바가 없기에, 당사자는 엉덩이 무거운 걸 자랑으로 여기고, 청문회는 종종 정쟁의 격전장으로 전락한다. 이는 아주 낭비적인 시스템이다. 위장전입, 탈세, 불법투기, 뇌물수수, 횡령, 배임 등과 같은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항목별로 계량화해서 몇 점이 넘을 경우 자동으로 비준이 부결되는 법적 장치가 있다면, 낭비를 상당히 없앨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법부 관련 공직은 1점이라도 불법 전력이 있으면 자동 부결되도록 해야 한다. 어물전 고양이 노릇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자에게 사법부의 고위직을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료 제출 요구 불응에 대한 처벌 조항도 필요하다. 위증을 한 경우에는 법정 위증죄보다 더 강하게 처벌하는 조항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청문회 위증은 전 국민을 농락한 거짓 증언으로, 일반 위증보다 죄질이 더 나쁘기 때문이다. 이런 청문회를 통과한 공직자라야 권위가 절로 서고, 사회 기강을 세울 수 있다. 일반 국민도 설사 자기는 장삼이사로서 남들 몰래 조그만 비리를 저지를지라도 고위 공직자들을 내심으로나마 존중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매뉴얼을 만들지 않고 설전만 벌일까? 매뉴얼이 부실한 문화, 있는 매뉴얼조차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는 이상한 문화를 이제는 청산해야 하지 않을까?
  • [DB를 열다] 1968년 1·21 사태로 파괴당한 버스 운전자

    [DB를 열다] 1968년 1·21 사태로 파괴당한 버스 운전자

    21일은 1968년 1월 21일, 이른바 1·21 사태가 발생한 지 45년 되는 날이다. 북한의 특수부대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인 124부대 소속 31명은 1월 16일 청와대 습격과 정부요인 암살지령을 받고 한국군 복장에 수류탄과 기관단총으로 무장, 황해도 연산을 출발했다. 1월 17일 군사분계선을 넘은 이들은 경기도 연천군 모래동을 거쳐 남하했다. 이들은 경기도 파주 법원리 야산에서 나무꾼 우씨 형제와 마주쳐 너덧 시간 데리고 있다가 신고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나서 풀어주었다. 공비들은 노고산을 거쳐 1월 21일 새벽 북한산 사모바위 아래 동굴에서 머물다 밤 9시쯤 자하문고개의 창의문을 통과하려 했다. 그러나 비상근무 중이던 경찰에 정체가 발각됐고 이들은 수류탄을 던지고 기관단총을 난사했다. 시내버스에도 수류탄을 던져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다. 최규식 종로경찰서장도 현장에서 순직했다. 사진은 수류탄 폭발로 부상을 당한 원효여객 버스의 운전사 이성건씨가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다. 공비들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비봉과 인왕산, 의정부 쪽으로 도주했다. 10여 일간의 소탕작전 결과 28명은 사살되었고 김신조는 생포됐으며 나머지 2명은 북한으로 도주했다. 우리 측도 전사 43명, 부상 62명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 이 사건으로 예비군이 창설되었고 우리도 특수부대인 684부대(실미도 부대)를 비밀리에 조직해 북한에 대한 보복성 공격을 계획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김소월 詩 속 恨에 매료…한국 사랑하게 만들 것”

    “김소월 詩 속 恨에 매료…한국 사랑하게 만들 것”

    매콤한 제육볶음과 깍두기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식사 내내 한국에 대한 애정을 유창한 우리말로 풀어냈다. 불가리아 소피아대 한국학과 교수 야니차 이바노바(36·여). 열흘간 건국대서 열리는 해외 한국어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임신 7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탔다. 이바노바가 대학에 입학하던 1995년만 해도 불가리아인들에게 한국은 그저 동양의 먼 나라였다. 한국 관련 학과는커녕 대부분 국민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북한에 의료 지원을 했던 터라 어른들은 한국전쟁이란 단어를 흐릿하게 기억하는 정도였고 젊은이들은 이름조차 잘 몰랐어요.” 이바노바가 한국·중국·일본을 묶어 가르치는 소피아대 동양어문학과에 입학한 것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차원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인생을 바꿨다. 한국이란 나라에 푹 빠지고 말았다. 그를 사로잡았던 건 시인 김소월이었다. 박사 논문 주제도 ‘김소월 시 속의 한(恨)의 특징’이었다. “그 논문을 쓰느라 제가 정말 한이 맺혔어요. 독특한 한의 정서를 이해하려면 한국의 역사·문화·사회 같은 걸 다 알아야 했는데 처음엔 그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혼’ 등을 불가리아어로 번역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9번째다. 1998년에는 1년간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했다. 이바노바가 한국을 공부한 지도 어느덧 18년. 그동안 불가리아에서 한국의 위상은 180도 변했다. “1998년 대우자동차가 수입되자마자 바로 판매 2위를 달성했어요. 그때부터 한국은 선진국이란 이미지가 굳어졌죠. 이후 전자제품, K팝, 드라마,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까지 한류는 정말 눈부실 정도예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렸다. “만나자마자 나이를 물어보는 것, 외국인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것,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것. 처음에는 이런 것들에 깜짝 놀랐어요. 교회·절·점(占)집 등이 한데 모여 있는 인사동에 가서는 한국이 고리타분하지 않고 열린 나라라는 걸 알게 됐지요.” 그는 한국인의 특성을 한마디로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일도, 공부도, 노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열심히 할까요. 심지어 술조차도 죽어라 마시는걸요. 편안하고 여유로운, 그래서 어찌 보면 느리고 답답한 불가리아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특징이죠.” 그러나 공과 사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비즈니스에서도 정(情)을 끌어들이는 문화는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 회사에서 일하려고 한국어를 배우는 불가리아 사람도 많은데 정작 한국 회사에 들어가면 5년을 못 버티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하고, 야근에 추가 근무를 당연하게 여기는 기업문화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저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불가리아 학생들이 한국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게 소망이에요. 4월에 태어날 둘째 아이에게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잡채·김치찌개·비빔밥·라면을 해 먹일 거예요.” 글 사진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한국 ‘근대화 DNA’ 16세기부터 있었다

    한국 ‘근대화 DNA’ 16세기부터 있었다

    2002년 한국 대학들의 해외 석학 초빙 열기를 전하는 한 일간지 기사는 이렇다. 대학과 학자 이름, 그리고 그 학자를 왜 영입했는지를 설명해주는 학문적 업적이 쭉쭉 나열된다. 그런데 도쿄대에서 성균관대로 자리를 옮기는 미야지마 히로시(65) 교수를 두고는 한마디 토를 달아뒀다. “일본의 한국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식민지근대화론자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식민지근대화론자, 그것도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에게 이런 명칭을 붙인다는 것은 거의 ‘종북좌파’ 수준의 낙인이다. 그런데 2010년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병합 무효를 선언했던 한일 양국 진보적 지식인들의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에서도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의 이름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무엇이 진실일까.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너머북스 펴냄)는 일본인으로서 왜 한국사를 공부하게 됐는지, 식민지근대화론자라는 오해는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그 오해가 왜 잘못됐는지, 자신의 소농(小農)사회론이 어떻게 생겨났고 궁극적으로 서구 중심의 일직선상에 놓인 근대발전사관을 어떻게 뒤엎을 수 있는지 등을 본인의 입으로 차분하게 설명해둔 책이다. 저자의 기본적인 관점은 이것이다. 19세기 이후 조선은 “정치적으로 체제변혁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거대한 변혁이 순조롭게 실시됐을 뿐 아니라 그 이후 경제적, 사회적 변화도 아주 급속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20세기 들어 근대화를 꿈꾸지 않은 나라는 없다. 그런데 왜 다들 못했을까. 이왕 식민지배 받을 거면 일제처럼 훌륭한 지배자를 만났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귀축(鬼蓄) 같은 영미(英米)놈들 치하에 살았기 때문에? 아니면 어차피 군부독재할 거였다면 박정희처럼 경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위대한 독재자를 만났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니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축적되어온 한국인들의 장기적 경험이다. 그러니까 서구적 근대가 오기 전에 이미 한국 내부에 근대적인 요소가 무르익어 있었고, 그러기에 식민지에다 분단과 전쟁과 독재까지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대화라는 과제를 그 어느 누구보다 빨리 흡수해서 성취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일제 덕도, 박정희 덕도 아니라는 얘기다. 주의할 부분은 저자에게 근대는 ‘평가’보다 ‘서술’에 가깝다는 점이다. 역사를 쭉 살펴보니 사실이 그러하다는 것일 뿐, 근대를 빨리 잉태하고 있었으니 뛰어나다거나 장하다거나 훌륭하다는 평가는 아니다. 그래서 식민지근대화론과 내재적발전론 양쪽 다 비판한다. 아니 이 논쟁뿐 아니라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개편, 우익 정권의 역사 미화 논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박정희 정권 평가 문제 같은 국내적 이슈뿐 아니라 오늘날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우경화 문제까지 짚어보려면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토지귀족의 부재, 관료제와 과거제, 미약한 신분제 등 저자 특유의 소농사회론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어느 정도 알려졌으니, 이번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성리학의 창시자 주희에 대한 재평가다. 주희의 이미지는 오늘날 그럭저럭이다. 대사상가로 후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으니 무시하긴 그런데, 고리타분하고 교조적인 인상이 짙다. 심지어는 불교와 도교에서 빌려온 형이상학적 개념을 쓸데없이 가져다붙이는 바람에 고졸한 맛을 풍기던 고대 유학을 다 망쳐놨다는 험담까지 나온다. 저자는 아직 연구 중이라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주희에 대한 기존 연구가 “주희의 사상 그 자체의 연구라기보다 주자학에 관한 연구, 바꿔 말하면 주희 이후에 형성된 장대한 주자학 사상체계를 통해 주희의 사상을 파악하고 분석”하는데 치우쳤다는 것이다. 이기론 논쟁도 싹 무시한다. “주자학의 일부에 불과한 이기론이 유럽적인 철학의 방법에 친근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후대에 들어 지나치게 크게 부각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주희 사상의 핵심으로 가례와 사창(社倉)을 지목해뒀다. 알려졌다시피 주희가 살았던 남송시대는 나라는 남쪽으로 밀려났지만, 이로 인한 대규모 강남개발로 물질적인 부유함은 넘쳐흘렀던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질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가 주희의 주된 관심사였다. 주희는 가례로 한 사회의 최소단위인 가정을 바로 세우고, 사창으로 사회의 공공성을 확보하려 들었다. 그러니까 “공동체에 의거하지 않으면서 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가”라는 게 주희가 맞닥뜨린 시대문제였고, 이건 다름 아니라 오늘날 근대 사회에서 흔히 발견되는 문제의식과 똑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주희는 12세기에 살았던 근대인인 셈이다. 그래서 한국사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16세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19세기 말 개항 이후의 서구적 근대만 중요한 게 아니라 12세기 중국에서 발생한 주자학을 깊숙이 받아들인 16세기 이후 조선식 근대, 그리고 이 조선식 근대가 개항 이후 맞닥뜨린 일제식 근대, 미국식 근대, 소련식 근대와 어떻게 부딪히며 섞여들어갔는지를 규명하는게 오늘날 한국사 이해의 핫 포인트라는 것이다. 장기 16세기라 부를 수 있는 지점이다. 이 책은 올해로 정년을 맞은 저자의 마무리 작업 같은 성격이다. 끝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소농사회론의 관점에서 일본 우경화 문제를 다루는 책을, 족보에 대한 그간의 연구성과를 한데 모은 책을 곧 낼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조선사 통사와 소농사회론에 대한 책을 낼 계획이다. 2만 3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이색 세제 혜택들

    이르면 다음 달부터 1200만원(서울 강남 지역 기준) 수준인 ‘유방재건’ 수술 비용이 100만원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세금 관련 법령 개정안에 따라 유방재건술이 부가가치세(10%)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미용 목적인 코성형·쌍꺼풀·유방확대술·지방흡입술·주름살 제거술 등과 달리 치료목적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다음 달 15일 시행될 예정이다. 1000만원이 넘는 값비싼 족보(族譜), 제구(祭具·제사에 쓰이는 기구)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부과된다. 고광효 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족보·제구가 비과세 대상이라 일부러 비싼 재질로 만들어 상속세를 피하는 일이 더러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넬세’(비싼 가방에 붙는 세금) 과세 대상도 정해졌다. 품목당 200만원(출고가격 기준) 초과금액에 20%의 세금이 매겨진다. 핸드백, 서류가방, 배낭, 여행가방, 지갑 등이 포함된다. 악기케이스·공구가방이나 골프백 등 스포츠용품 가방 등은 제외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고가 악기케이스 등을 사는 이유가 사치보다는 악기보관 등 용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관련된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막걸리나 소주에 사카린나트륨을 넣는 것이 허용된다. 사카린은 한때 발암물질로 사용이 금지됐지만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기준치 이내로만 섭취할 경우 안전하다며 사용을 허가했다. 안덕수 에너지세제과장은 “사카린을 쓰면 원가가 절약되고 맛을 내기가 쉬워 일부 탁주회사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가장 오래된 삼국유사 판본 공개… ‘왕력편’ 포함

    가장 오래된 삼국유사 판본 공개… ‘왕력편’ 포함

    고려말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의 여러 판본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속하는 조선시대 초기 판본이 공개됐다. 판본에는 글자가 탈락되거나 잘못된 곳이 많은 왕력편(王曆篇·역대 왕조별 왕의 족보)이 포함돼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에 잘못 알려지거나 알 수 없던 사실을 수정하고 보충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구석기 고고학자 겸 서지학자로 이 대학 대학박물관장을 역임한 고(故) 손보기(1922~2010년) 사학과 교수가 소장하던 삼국유사 1책 목판인쇄본을 유족에게서 최근 기증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기증된 1책은 신라·고구려·백제·가야의 역대 왕에 대한 간략한 족보 기술 모음집인 ‘왕력편’과 삼국시대 각종 기이한 이야기를 모은 ‘기이편(紀異篇)’ 권1, 권2로 구성된다. 연세대는 “삼국유사 1책이 낙장 없이 완벽한 상태이며 출판상태로 보아 조선 초기에 간행된 것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손보기 교수 (유족) 기증본을 남아 있는 초기 간행본 권2 (보물 제419-2호·성암고서박물관 소장)와 대조해본 결과, 완전히 같은 동일 판본임을 확인했다”면서 “같이 1책으로 묶인 왕력 편과 권1 또한 판면 상태로 보아도 동일 판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국유사는 조선 중종시대인 1512년 경주에서 간행한 목판본인 이른바 ‘중종 임신본(中宗 壬申本)’이 완전한 형태로 전하는 가장 오래된 판본이다. 기존 중종 임신본에선 신라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어머니 천명부인(天明夫人)의 시호가 문정(文貞)이라 했지만 이번 조선 초기본에서는 문진(文眞)으로 쓰였다. 신라 진덕여왕 아버지는 국기안(國其安)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자료에서는 국진안(國眞安)으로 표현됐다. 연세대는 16일 오전 11시 30분 본관 2층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자료를 공개한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호빗’ 실존했다…추가 증거 발견

    ‘호빗’의 기원으로 알려진 소인족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현생인류의 조상이 아니라는 추가 증거가 발견돼 학계는 물론 판타지 팬들의 관심을 다시 한 번 모으고 있다. 여기서 호빗은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 뜻밖의 여정’에 등장하는 난쟁이 종족으로, 원작 소설의 저자 J.J.R 톨킨이 그려낸 상상 속 캐릭터다. 작은 신체 구조 때문에 호빗이란 별명이 붙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이하 호빗으로 칭함)는 키가 고작 106cm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아프리카에 사는 피그미족보다도 훨씬 작은 키다.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의 인류학자 칼리 오어 박사가 이끈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2004년 발굴한 호빗의 손목 뼈들을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오늘날 인류와 비교·분석한 결과, 확연한 차이점을 발견했다고 ‘인간 진화저널’(Journal of Human Evolution) 온라인판 4일 자로 공개했다. 약 80만 년 된 이 호빗의 손목뼈들은 석기를 만들거나 사용하는 데 있어서 능력이 약간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지난 2003년에도 오늘날 인류 두개골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약 1만 8000년 전 여성 두개골을 발굴했다. 당시 연구 결과 역시 논문으로 발표됐었다. 연구진은 최신 연구를 통해 이들 호빗이 약 100만 년 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으로 들어와 살게 됐으며, 약 1만 7000년 전 멸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이후에도 일부 과학자들은 이들 호빗이 한정된 공간에 살면서 왜소화된 것이거나 소 뇌증 등 장애 때문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열린세상] 약한 권력, 강한 국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약한 권력, 강한 국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곧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민주적 격전을 뒤로 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되어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많은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 대통합, 경제 민주화, 민생정치를 통해 ‘국민 행복의 시대’를 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의 공약을 곰곰이 따져보면 지난 여러 정부들과는 다른 차원의 방향성을 지닌다. 외양의 충족보다는 내실화에 방점이 주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압축적 ‘따라잡기’로 근대적 문명 표준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 이명박 정부도 국가 선진화를 내걸었다. 우리는 그동안 ‘단선적 추월전략‘에만 몰두했다.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단계적 비약전략을 구사해 ‘모범 국가’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성공적 외양에도 우리 내부의 모습은 결코 온전하지가 않다. 정치적 분열, 이념 갈등, 사회·경제적 양극화, 청년실업과 고령화, 성장 잠재력 저하 등으로 내파(內波)의 위기감까지 팽배해 있다. 우리 국민은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을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단단하고 알찬 호두 같은 나라’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영국의 국제정치학자 부잔은 ‘강한 국가론’을 주장했다. 부잔은 지구상에 수많은 주권국가들이 존재하지만 국민적 합의에 의해 이념과 제도가 유기적으로 결속된 ‘강한 국가’와, 힘에 의해 합의가 강제되거나 국민이 분열되고 제도적 활력이 낮은 ‘약한 국가’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우리는 성공한 국가지만 ‘강한 국가’는 되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은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안착시켰다. 수평적 권력교체까지 경험함으로써 민주적 공고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이념·세대의 분열과 대치가 구조화되었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대통령들은 배제·제압·불통의 리더십으로 ‘강한 권력’만 추구하였을 뿐, 소통과 포용을 위한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설득의 정치’를 통해 대한민국이 민주적 다원성을 유지하면서 국민적 대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민주·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물론 국민 개개인도 향민(鄕民)이나 계급적 전사(戰士)가 아니라 포용적 공민(公民)으로 거듭나 하나가 된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불균형 발전 전략, 개방적 무역국가와 적극적 세계화에 치중했다. 이를 통해 비약적인 발전도 이루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의 양극화와 갈등의 심화로 우리 공동체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화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 민주화와 복지가 최우선 의제로 등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와 복지 증진은 단순한 정책과 제도의 개편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대기업과 승자는 배려와 책임감을 발휘하고, 서민과 약자는 희망을 잃지 않는 ‘의식’의 조화가 메아리쳐야 한다. 이를 위해 새 대통령은 희망의 제공자, 화해의 중재자인 동시에 치유의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는 방향성과 활력을 잃고 있다. 환란 이후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정보화 경제를 이룩했지만 저고용·저성장 경제, 편중 성장의 문제에 봉착했다. 한국 경제는 ‘따라하기’를 통한 ‘따라잡기’ 수준을 넘었지만 스스로 창신(創新)하지 못하고 위기에 직면했다. 우리는 더 이상 성장과 분배, 무역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일면적 선택을 둘러싼 ‘이념경제’의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의 먹거리 확보, 지속가능한 성장, 고용친화적 산업의 발양을 위해 우리 모두의 에너지가 유기적으로 결집되어야 한다. 새 대통령은 ‘창조경제’ 전략을 수립·실행하여 ‘제2의 산업화’ 붐을 일으켜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에서 제시한 공약들을 입체화·전략화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을 모래알처럼 흩어진 ‘약한 국가’가 아니라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영글어 잘 결속된 ‘강한 국가’로 변신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민의 대통합과 조화로운 사회, 창조경제는 ‘강한 대한민국’ 만들기의 전략적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디브러리 이용 편하게 시스템 구축할 것”

    “디브러리 이용 편하게 시스템 구축할 것”

    국가대표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이하 중앙도서관)이 어째서 그 역량을 민간·대학 도서관에까지 발휘하지 못할까. 중앙도서관 ‘도서관 민간 경력 사무관 제1호’ 이현주(39)씨가 이 조직에 발을 들여놓기 이전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민간경력자 5급 일괄 채용에서 합격해 공무원이 됐다. 중앙도서관 디지털기획과에서 녹봉을 먹은 지 한 달 남짓. 공직에 대한 생각이 수없이 바뀌었다. 일주일 단위로 수백 권씩 쏟아지는 신간 목록을 사서 서너 명이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하루종일 꼬박 앉아 일해도 시간이 모자라다. 충남대에서 문헌정보 전공으로 박사까지 마쳤고, 16년간 대학도서관에서 목록 업무부터 학술정보, 디지털업무, 관리까지 전 과정을 섭렵했지만, 중앙도서관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공무원은 칼퇴근”이라는 비아냥이 이제 억울할 지경이다. 수영, 라켓볼, 스포츠 클라이밍, 검도 등으로 단련된 체력이지만 한 달 만에 힘이 쪽 빠졌다. 대전의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까지 따라와 준 남편과 다섯 살짜리 아들 얼굴을 보면서, 도서관 민간사무관 1호라는 책임감으로 그는 목표를 다잡는다. 7일 만난 그는 “동서양 신간뿐만 아니라 고문서, 서화 족보 등 고전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디브러리’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최대 장점이지만, 이용률이 낮다”면서 “더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먼 친척이 무려 80억원을…하룻밤새 대박女

    먼 친척이 무려 80억원을…하룻밤새 대박女

    얼굴도 잘 모르는 먼 친척이 무려 80억원에 이르는 유산을 남겨준다면 기분이 어떨까? 최근 거액을 유산으로 물려준 친척 덕분에 하룻밤 사이에 팔자를 고친 여성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에 올랐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카슨 시티 법원은 “지난 6월 작고한 월터 사마즈코 주니어(69)의 유일한 상속인은 캘리포니아에서 임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알린 맥돈”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이같은 결정이 화제에 오른 것은 작고한 사마스코의 재산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지난 1960년대 부터 네바다주에서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진 사마스코는 주식계좌에서 나오는 매달 500달러(약 53만원)로 힘겹게 살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쓸쓸히 묻힐 뻔 한 그의 죽음은 청소부가 집 정리 중 창고에서 수많은 금화를 발견하며 급반전 됐다. 평소 금화 수집 취미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가 모은 금화의 가치는 무려 740만 달러(약 80억원).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유산을 받기위해 여러 사람들이 사마즈코의 친척이라고 나섰고 결국 법원은 족보 학자들까지 동원한 끝에 그의 유일한 친척이 맥돈임을 최종 판결한 것. 먼 친척에게 거액을 물려받은 맥돈의 자세한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그녀는 막대한 금화 외에 우리돈 1억원이 넘는 집과 차도 물려받을 예정이다. 인터넷뉴스팀     
  • “서해 어족보호·주권수호에 온힘”

    “서해 어족보호·주권수호에 온힘”

    ‘크리스마스 기적’의 주인공인 김문홍(55) 총경이 3일 목포해양경찰서장으로 취임했다. 김 서장이 3009 함장으로 근무하던 2010년 12월 26일 목숨을 건 구조 사례는 ‘크리스마스 기적’이라 불리며 지금도 감동의 여운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신안군 만재도 해상에서 화물선 항로페리 2호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탁월한 판단력으로 15명을 구조했다. 추운 날씨와 암흑 천지 같은 어둠 속에서도 발 빠른 대처로 민간인들의 귀중한 생명을 구한 것이다. 김 서장은 이 공로로 국제해사기구(IMO)로부터 ‘바다의 의인(義人)상’을 받았다. 김 서장은 취임사를 통해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단속 과정 중 경찰관들이 숨지는 전쟁터 같은 서해에서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영토 주권을 확보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서장은 4일 목포해경 대형경비함정을 타고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 단속에 직접 나서 지휘할 예정이다. 목포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개들의 전쟁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개들의 전쟁

    한때 조폭장르로 분류되는 영화들이 인기를 끌었다. 조폭장르는 난데없이 출몰해 짧은 전성기를 누리다 순식간에 멸종하고 말았다. 이름처럼 형편없는 족보를 지닌 장르에게 주어진 당연한 운명이었다. 주먹과 의리로 먹고 사는 사나이들의 진한 세계를 그린 1960~70년대 액션영화의 후예처럼 보이지만, 조폭장르의 특징은 인물을 희화하고 천박한 문화를 반영한 데 있다. 당시 등장했던 조폭장르 영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낸 감독은 조범구다. 엄격히 따져 조폭장르의 변주에 해당하는 ‘양아치어조’와 ‘뚝방전설’은 쓸모없는 남자들의 쓰라린 정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이다. 싸구려 웃음을 위해 몸을 팔기보다 건달의 본모습에 충실하기를 원했던 두 영화는 결국 흥행에 실패하고 잊혀졌다. 조폭장르의 규칙을 위반한 대가는 썼다. 조병옥의 ‘개들의 전쟁’은 조범구의 시도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뚝방전설’이 중심에 진출했다가 변두리의 본거지로 돌아온 건달의 이야기였다면, ‘개들의 전쟁’은 돌아온 악당에 맞서 본거지를 사수하려는 건달들의 이야기다. 소도시의 변두리 혹은 시골마을로 보이는 공간. 상근과 패거리는 그곳을 휘젓고 다닌다. 일거리라고 해봐야 동네 사람 사이의 채무관계를 정리해주고 품삯을 떼는 정도가 전부인 유치한 삶. 왕년의 형님인 세일이 돌아오면서 상근 패거리의 시대는 위기를 맞는다. 세일에게 매를 맞던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악몽을 떨치고 새 바람의 맛을 보여줄 것인가. 유쾌한 대장 상근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개들의 전쟁’은 가난한 영화다. 볼거리 없는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주인공을 맡은 김무열 외에 눈에 익은 배우라곤 등장하지 않는 영화다. 조병옥은 과욕을 버리고 성실한 이야기와 현실감 넘치는 연출로 임했다. 어이없는 거창한 아이디어 대신 시골 건달들에 관한 설득력 있는 접근이 ‘개들의 전쟁’의 힘이다. 상근과 세일은 다방 앞 주차 공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유머와 스릴이 풍부하게 쓰인 이 장면은 세력 간 대결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다방 옥상에서 벌어지는 매질이란 설정도 좋다. 세일은 상근 패거리를 한 명씩 불러내 매질하고,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은 그들이 맞고 때리는 광경을 바라본다. 패거리 안의 심각한 상황과 반대로 사람들은 그것을 심심한 구경거리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로 기를 쓰고 싸우는 건달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슬프다. 조폭장르의 주인공인 깡패는 대중영화의 주인공으로 삼기에 모순적인 존재다. 깡패는 사회악이기에 죽거나 사라져야 하고, 그들이 벌이는 사업은 부정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깡패를 다루는 대중영화가 인물에게 그런 운명을 부여할 수는 없다. 깡패들은 대개 두루뭉술한 결말 앞에서 어정쩡한 표정으로 서 있는 게 다였다. ‘개들의 전쟁’의 상근 패거리는 깡패라기보다 잠시 한량으로 지내는 악동에 가깝다. 폭력으로 억압하던 앞 세대에 저항하고 짧은 청춘을 즐겁게 보내는 것 외에 따로 바라는 것도 없다. 그래서 세일 같은 깡패의 삶과 별 앙금 없이 단절하는 게 가능하다. 클라이맥스의 손가락 절단은 주제의 함축적 표현이며, 그 결과 변두리 아이들의 순수성은 보호받는다. 그들은 웃기는 존재가 아닌 존중받는 인물로 남는다. 조폭장르 특유의 지저분한 결말 따위는 여기 없다. ‘개들의 전쟁’의 결말은 여름비처럼 개운하다. 영화평론가
  • 정보전 수능입시, 결국엔 ‘쩐의 전쟁’

    정보전 수능입시, 결국엔 ‘쩐의 전쟁’

    “정확한 입시정보는 수능점수 10점에 맞먹습니다.”(11일 입시전문학원 대입설명회 중) 대학별 입시전형이 점점 세분화됨에 따라 수험생과 학부모의 대입 전략짜기가 치열한 가운데 수험생들 사이 정보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회당 100만원이 넘는 입시 컨설팅 학원에 등록해 맞춤형 진학정보를 제공받는 부유층 학생이 있는 반면 끼리끼리 모인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며 실낱 같은 정보를 얻으려는 저소득층 학생도 있다. #지난 8일 수능을 본 최민철(17·가명)군은 의사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전업주부인 어머니의 발품 덕분에 일찌감치 학교를 정했다. 최군은 해당 학교의 족보를 구해 논술·면접 준비에 돌입했다. 입시전문가급인 최군의 어머니는 아침이면 9개 일간지에 나온 대학별 입학정보를 꼼꼼히 스크랩하고 대형 입시 설명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왔다. 지난여름에는 교육업체에서 마련한 ‘엄마스쿨’에서 자녀 입시지도 강의까지 수료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서는 돈도 아끼지 않는다. 꼼꼼한 지원전략을 세우기 위해 지난 2학기부터 시간당 50만원을 호가하는 입시 전문컨설팅 업체에 등록해 수시·정시전형 등을 준비했다. 학교별, 전형별로 추가비용이 붙지만 개의치 않았다. 최군은 “입시컨설팅에 논술·면접과외까지 해 500만원 이상 들었다.”면서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순간 쓰는 돈이니까 별로 아깝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북 경산시에 사는 장수미(18·가명)양은 진학상담할 곳이 마땅치 않아 속만 끓이고 있다. 가채점 결과 전 과목에서 인문계 1등급이 예상되지만 아직 지원 학교도 정하지 못했다. 워낙 정보가 없어 합격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산 시내에 나가 봐야 따로 컨설팅을 받을 곳은 없다. 대형 입시설명회도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 위주로 열려 갈 엄두를 못 낸다. 오로지 장양이 의지하는 것은 포털사이트 속 무료 카페인 ‘수능날 만점시험지를 휘날리자(수만휘)’. 장양은 상담 글을 올리고, 대학 홈페이지를 클릭해 전형단계를 살피는 게 일과다. 장양은 “학교 선생님도 매년 바뀌는 복잡한 전형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면서 “경쟁자들은 전형 준비를 하고 있을 텐데 난 인터넷 검색만 하고 있으니 초조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에 등록된 전문 입시컨설팅 학원은 20여개. 하지만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에만 50~60개의 입시컨설팅 업체가 성황 중이다. 50만~100만원의 상담료를 받는 곳들이 많다. 지난해부터 입시컨설팅 업체는 학원으로 등록해야 하지만 강남을 중심으로 무등록 컨설팅 업체가 날이 갈수록 성황을 이루고 있다. 입시정보마저 양극화되는 대한민국의 단상이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입학사정관제 등으로 전형이 세밀하고 복잡해진 상황에서 정보는 곧 대학 입학 여부를 결정짓는 열쇠”라면서 “교육이 양극화를 없애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2030 대한민국의 가족모습은?

    # 스물셋 어린 나이에 덜컥 임신한 김수현(45·회사원)씨는 싱글맘의 길을 택했다. 쫓겨나듯 집을 나왔지만 다행히 미혼모를 위한 국가 지원이 훌륭해 딸을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딸은 한부모가정 전액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입학했고 각종 지원금 혜택도 풍부하게 받고 있다. 회사와 국가 노인의료지원금도 잘 나와 간암 말기인 부친을 보살피지만 큰 부담이 없다. 최근 부쩍 외로움을 느끼는 수현씨는 또 다른 로맨스를 꿈꾼다.(20년 뒤 미래 가족 모델 중 ‘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 # 박상미(30·여)씨는 남편의 사업이 실패해 대형마트 포장 담당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야근도 잦고 식사 시간도 불규칙하지만 번듯한 정규직을 구하긴 어렵다. 6살 아들은 어린이집을 마치면 봐줄 사람이 없어 오후 내내 마트 한쪽에서 시간을 보낸다. 친정어머니는 당뇨병을 앓고 있지만 국가 지원이 없어 가족이 치료비와 수발 비용을 전부 부담한다. 상미씨가 직장 일, 자녀·부모 돌봄, 집안일을 책임지지만 나머지 가족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가족 부담 극대화 시나리오’) 2030년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리 가 보는 2030년 여성·가족의 미래’라는 주제로 공동 학술세미나를 열고 미래의 다양한 가족 모델을 예측했다. 전문가 60명이 가족 변동 요인 중 네 차례 델파이조사를 통해 실현 가능성이 높은 다섯 가지를 뽑은 다음 20대 이상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수용도 조사를 마쳐 최고, 최악의 시나리오도 찾았다. ●여성정책硏 시나리오 5개 작성 조사 결과 ‘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 시나리오’가 선호하는 모델로 꼽혔고 ‘가족 생활 부담 극대화 시나리오’가 최악의 모습으로 뽑혔다. 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 시나리오는 이상적인 가족 모델이다. 고용이 안정되고 일자리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며 다양한 사회보장제도에 의해 사회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회다. 유아, 노인은 국가 차원에서 무상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돌본다. 가족보다 개인을 존중하는 의식도 강해져 가족구성원끼리도 여가, 취향을 존중한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돌봄 부담 줄여야 이상적 반면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가족 생활 부담 시나리오’는 지금보다 퇴보하는 가족 모델로 꼽혔다. 직업·근무 형태별 소득 수준의 차이가 크고 정규직, 비정규직의 생활 격차도 크다. 국가가 제공하는 보육시설이 불충분해 가족이 직접 아동, 노인을 돌봐야 한다. 개인이나 사회보다 가족을 우선 가치로 삼아 가족을 위해선 희생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다. 장혜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사회통합정책연구실장은 “한국 최초로 가족 시나리오를 개발했는데 이 모델이 국가의 중장기 전략 및 정책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국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을 위해 정부기관이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문화마당] 양반의 사과와 역사인식/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양반의 사과와 역사인식/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재 한국의 족보를 보면, 몇몇 중인 집안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조상이 양반이었음을 명시한다. OO공파 몇 대 손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을 요즘도 어렵지 않게 본다. 김해 김씨니, 전주 이씨니 하는 수많은 명문가가 우리 귀에 익다. 자기 조상이 상놈이었다고 말하는 가문은 거의 없다. 그렇다. 그래서 이 땅은 아직도 양반의 나라다. 그런데 18세기 중반에 이르도록 전체 인구에서 적어도 30% 이상은 노비였다. 당시 인구를 대략 1200만~1600만명으로 본다면, 얼추 400만~500만명이 노비, 즉 세 명 중 한 명꼴로 노비였던 셈이다. 지금 당신 주위에 보이는 아무나 두 명을 찍어 보시라. 그러면 당신을 포함해 그 셋 가운데 한 명은 노비의 후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 이 땅은 노비의 나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조상이 예전에 노비였다고 자처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는 인간이 인간을 소유하고 구속한 아픈 역사를 이제는 깔끔하게 청산한 것일까? 노비제도가 폐지된 것은 갑오개혁(1894년) 때다. 그러나 그것은 법적인 폐지였을 뿐이다. 사회적으로는 대한제국이 망한 후에야 사라지기 시작해 6·25 전쟁을 고비로 거의 없어졌다. 그래도 그 잔영은 길고 길어,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말 듣기가 어렵지 않았다. “저 뒷마을 OOO네는 요즘 잘나간다고 거들먹거리는데, 예전에 우리 집 노비였지.” “왜 하필 OOO네 딸내미냐? 눈에 흙이 들어가더라도 이 결혼만큼은 절대 안 된다.” 가혹한 노예제도를 비교적 최근까지(1863년) 유지했던 미국에는 약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법이 있는데, 흑인노예의 후손에게 일부 특혜를 주는 법도 그중 하나다. 이에 대한 반발도 있었지만, 비인간적으로 차별받은 노예의 후손에게 지금 사회가 일부 혜택을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평’이라는 법 해석 덕분에 여전히 유효하다. 이 땅에는 그런 법이 없다. 자기가 노비의 후손이라고 당당히 나서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근대화 과정에서 신분 세탁이 ‘평화적으로’ 가장 잘된 나라가 아마 한국일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이 땅에서는 진정한 역사 청산이, 과거사 반성이 없었다. 가해자 측의 진정어린 반성은 전혀 없이, 겉으로만 문제가 봉합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래서 역사에서 배우는 바도 적어, 되풀이가 많다. 인간이 인간을 구속하고 소유한 노예제도가 나쁘다고 지금은 모두 인정한다. 미국에서 노예제도에 대해 사과성명 내기를 완강히 거부하던 보수의 대명사 남침례교단조차도 10여년 전에 마침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비슷한 얘기조차 들리지 않는다. 조선시대에 많은 노비를 부리며 떵떵거린 어느 가문에서도 자기 조상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성명을 내지 않는다. 한국에서야말로 그런 성명을 발표하는 게 얼마나 쉬운가? 노비의 후예라고 자처하는 이가 없으니 보복을 당할 염려도 없고, 소송에 휘말릴 일도 없다. 그런 성명을 발표하면 오히려 문중 이름이 언론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유명해질 테니, 얼마나 득(得)이 많겠는가? 그러나 어느 문중도 말이 없다. 경주 최씨도, 안동 김씨도, 문화 유씨도, 청주 한씨도, 어느 누구도 말이 없다. 오히려 틈만 나면 과거에 엄청난 양반가였음을 자랑한다. 무엇이 진정한 가문의 영광일까?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 출발하는 것 아닐까? 마찬가지로, 요즘 대선의 계절을 맞아 과거사 반성 문제가 떠들썩하다. 이는 역사를 보는 인식과 직결되는 문제다. 현대 인류문명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보아 잘못임이 분명한 과거사에 대해서는 결자(結者)가 확실히 사과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현재완료 진행형’으로서의 역사가 힘차게 전진할 수 있다.
  • “거세된 환관이 양반보다 장수”

    “거세된 환관이 양반보다 장수”

    국내 연구진이 역사적 자료를 활용, 남성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원인이 ‘남성호르몬’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환관(거세된 채 궁중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같은 시기의 양반보다 장수했다는 것이다. ●남성호르몬 수명에 영향 민경진(왼쪽)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교수와 이철구(오른쪽)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25일 “조선시대 환관족보인 ‘양세계보’를 이용, 남성 호르몬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저널 ‘최신 생물학’에 실렸다. 연구팀이 양세계보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을 종합분석한 결과 조선시대 환관들의 평균 수명은 70세로 같은 시기의 양반들이 51~56세를 살았던 것과 비교할 때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았다. 특히 조사 대상인 81명의 환관 중 3명은 100세 이상(100·101·109세) 살았다. 이는 비율로 따질 경우 현대의 대표적인 장수국가인 일본의 백세 비율인 3500명당 1명보다 130배가량 높은 것이다. ●새 항노화제 개발 가능성 기대 연구팀은 이런 근거를 통해 남성호르몬이 수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남성호르몬과 수명에 대한 신뢰할 만한 집단을 비교한 첫 사례”라며 “중년 이후에 남성호르몬의 차단 등을 시도하면 새로운 항노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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