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족보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672
  • [금요칼럼] 환관도 족보를 만든 나라, 조선/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금요칼럼] 환관도 족보를 만든 나라, 조선/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환관은 생식능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궁녀가 많은 궐내에서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일을 마음 놓고 맡기려면 거세된 남성이 필요했다. 고대부터 동서양 각국에 환관이 존재한 이유였다.조선왕조의 법전 ‘경국대전’에는 환관의 숫자가 기록되어 있다. 140명쯤이 있었다고 한다. 실지로는 그보다 더 많았다. 실학자 이익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18세기 궁궐에는 환관이 335명, 궁녀가 684명이었다. 그들이 받는 녹봉을 모두 합치면 매년 쌀 1만 1430석이 든다고 하였다(성호사설, 제24권, ‘환관궁녀’). 조선의 환관들은 별로 큰 권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왕을 최측근에서 보좌하였으므로 어느 정도 학식을 갖춰야 했다. 그들은 매달 유교경전에 관한 시험을 치렀다. 어느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환관의 평균수명은 70세 정도였다. 노동에 종사한 평민보다는 무려 10여년이 길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결과이지만, 믿기 어려운 점도 있다. 질병으로 사망한 환관도 적지 않았던 데다가 항상 궁중의 사나운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조선의 환관은 체격도 훌륭했고 목소리도 남자다웠다. 그들은 체력도 우수한 편이어서 궐내의 건물을 보수하는 등 육체노동을 너끈히 감당하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환관이 가정을 이루는 경우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조선의 환관은 다들 결혼해서 가정을 이뤘다. 그들 또한 조상의 제례(祭禮)를 모시는 데 열심이었다. 환관들은 일찌감치 어린아이를 입양하여 환관으로 키웠다. 세력이 좀 있는 환관들은 슬하에 두세 명의 양자를 거느리기도 하였다. 환관 집안에서는 양부와 양자의 성이 서로 다르기 일쑤였다. 가령 명종 때의 상약(약을 담당하는 환관) 노익겸의 양부는 환관 박한종이었다(조선왕조실록 명종 14년(1559) 9월 25일자). 이처럼 성은 달랐어도 환관 부자간의 정은 두터웠다. 만일 아비(환관)가 죄를 짓고 귀양을 가게 되면 양아들(환관)은 아버지를 위해 구명 상소를 올렸다. 행여 아버지를 모욕하는 사대부라도 있다면, 아들은 목숨을 걸고 항의하였다. 1663년(현종 4), 사대부 이상익이 어린 환관들을 모아 놓고 환관 최대립을 노골적으로 비판하였다. 무엄하게도 사대부를 정면 비판했다는 이유였다. 그 소식을 듣고 환관 양달원이 거칠게 항의했다. 조정은 양달원의 무례를 문제 삼았다. 양달원은 다름아닌 최대립의 양자였다. 아버지를 비방하는 이상익의 언동을 보고 그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환관 최대립에게 그다지 큰 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경상감사 이상진에게 내시부 소속의 노비들에 관한 일로 협조를 부탁하였다. 그런데 이상진이 환관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무시해 버렸다. 최대립은 환관의 대표로서 이상진을 공적으로 비판하였다(조선왕조실록 현종 4년 6월 15일 기사). 환관들의 가문의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되었다. 18세기 정조 때는 환관 이윤목이 여러 환관 집안의 통합족보인 ‘양세계보’(養世系譜)를 발행했다. 환관들의 상호연대는 그 뒤 더더욱 공고해졌다. 이윤목의 7대손인 환관 문건호 등은 100년 뒤에 옛 족보를 개정하였다. 새 족보에는 15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활동한 환관 650명이 수록되었다. 조선의 환관들이 가문의 영속과 단결을 위해 족보까지 만들었다는 사실, 이것은 실로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희귀한 일이었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는 ‘환관의 집안’ 자체가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환관들도 족보를 따졌다. 조상의 제사와 자손들의 친목은 환관 사회에서도 인간의 필수적인 도리였다. 조선은 누구에게든 핏줄이 소중한 나라였다.
  • 12월 31일생, 하루 뒤 2살… ‘글로벌 시대’ 한국만의 셈법

    12월 31일생, 하루 뒤 2살… ‘글로벌 시대’ 한국만의 셈법

    中·日·북한까지 ‘만 나이’ 쓰고 있는데 한국만 연 나이·만 나이 등 함께 사용 빠른년생 “족보 꼬인다” 비난받기도‘27세, 28세, 29세, 30세.’ 1991년생 직장인 김은송씨는 나이가 4개다. 상황에 따른 나이 계산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씨는 최근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김씨는 “미국에서의 나이와 한국에서의 나이가 다르다 보니 손 위아래 족보가 꼬이는 일이 다반사”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한국인이 유독 나이 계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는 독특한 셈법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1살로 세고, 해가 바뀌면 한 살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새해가 되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인식도 한국식 나이 셈법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12월 31일에 태어난 신생아는 하루 만에 2살이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빠른년생’이라는 우리 사회만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사회적 나이’가 생겨났다. 1~2월에 태어난 아이가 전년도에 태어난 아이와 같은 해에 입학하는 것을 허용했던 교육제도 탓이다. 따라서 1월에 태어난 김씨의 한국식 나이는 29세이지만, 30세인 1990년생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김씨의 ‘사회적 나이’는 30세가 된다. 또 법적으로는 ‘연 나이’와 ‘만 나이’가 쓰인다. 연 나이는 생일은 상관없이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숫자로,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은 연 나이를 적용한다. 청소년보호법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술·담배 등을 구매할 수 없는데, ‘만 19세가 되는 해를 맞이한 사람’은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해에 태어난 또래를 대상으로 생일에 따라 술·담배 제한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민법·형법은 생일이 지나야 나이가 한 살이 더해지는 ‘만 나이’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관공서나 병원도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만 나이 셈법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현재 만 나이 문화가 정착됐다. 일본은 1950년대 연령을 세는 방법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중국에서는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때부터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로 나이 셈법을 통일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한국식 나이 폐지 관련 청원이 수십 건 쇄도하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12월31일생 하루 지나면 두살, ‘코리안 에이지’ 이대로 좋나요

    12월31일생 하루 지나면 두살, ‘코리안 에이지’ 이대로 좋나요

    中·日·북한까지 ‘만 나이’ 쓰고 있는데 한국만 연 나이·만 나이 등 혼용 사용 빠른년생 “족보 꼬인다” 비난받기도‘27세, 28세, 29세, 30세.’ 1991년생 직장인 김은송씨는 나이가 4개다. 상황에 따른 나이 계산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씨는 최근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김씨는 “미국에서의 나이와 한국에서의 나이가 다르다 보니 손 위아래 족보가 꼬이는 일이 다반사”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한국인이 유독 나이 계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는 독특한 셈법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1살로 세고, 해가 바뀌면 1살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새해가 되면 1살을 더 먹는다”는 인식도 한국식 나이 셈법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12월 31일에 태어난 신생아는 하루 만에 2살이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빠른년생’이라는 우리 사회만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사회적 나이’가 생겨났다. 1~2월에 태어난 아이가 전년도에 태어난 아이와 같은 해에 입학하는 것을 허용했던 교육제도 탓이다. 따라서 1월에 태어난 김씨의 한국식 나이는 29세이지만, 30세인 1990년생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김씨의 ‘사회적 나이’는 30세가 된다. 또 법적으로는 ‘연 나이’와 ‘만 나이’가 쓰인다. 연 나이는 생일은 상관없이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숫자로,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은 연 나이를 적용한다. 청소년보호법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술·담배 등을 구매할 수 없는데, ‘만 19세가 되는 해를 맞이한 사람’은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해에 태어난 또래를 대상으로 생일에 따라 술·담배 제한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민법·형법은 생일이 지나야 나이가 1세가 더해지는 ‘만 나이’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관공서나 병원도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만 나이 셈법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현재 만 나이 문화가 정착됐다. 일본은 1950년대 연령을 세는 방법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중국에서는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때부터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로 나이 셈법을 통일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한국식 나이 폐지 관련 청원이 수십 건 쇄도하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아내 암완치 후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잡은 노인의 사연

    아내 암완치 후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잡은 노인의 사연

    한 노인이 카지노에서 포커 게임중 가장 높은 족보인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잡아 100만 달러(약 11억 2500만원)를 손에 쥐었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등 현지언론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대박을 맞은 해롤드 맥도웰(85)의 꿈같은 사연을 보도했다. 그에게 일생의 큰 행운이 찾아온 날은 지난 22일 오후. 당시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포커를 하던 그는 모두 다이아몬드인 'A, K, Q, J, 10, 9'의 카드를 받았다. 확률적으로 2000만 분의 1이라는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잡은 것. 이에 5달러를 배팅했던 그는 무려 1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돈을 받게됐다. 특히 그의 행운이 큰 울림을 준 것은 아내가 전날 수차례 수술과 치료 끝에 암 완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맥도웰은 "옆에서 게임을 하던 아내에게 100만 달러를 땄다고 외치자 나보다 더욱 놀라워했다"며 웃었다. 보도에 따르면 맥도웰은 20만 달러의 세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거액을 손에 쥐게됐다.   맥도웰은 "지난 몇년 동안 아내가 간암과 대장암으로 수차례 병원 치료를 받았다"면서 "사실 나에게는 돈보다는 아내의 건강이 더욱 좋은 소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돈은 자식들에게 줄 계획"이라면서 "우리 부부는 아마도 과거와 비슷한 삶을 유지할 생각이지만 조만간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경기도 여성가족보육 내년 예산 3조 6000억…차별없는 복지 구현

    경기도 여성가족보육 내년 예산 3조 6000억…차별없는 복지 구현

    경기도가 여성과 가족, 보육을 위해 내년에 3조 640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3조707억원)보다 18.6% 증액한 규모다. 실질적 성평등 실현과 공공보육 강화, 한부모가족 지원 등을 통해 차별 없는 공정한 복지를 구현해 나간다는 것이 핵심목표이다. 25일 도에 따르면 분야별로는 여성 분야에 391억원, 가족 분야에 1355억원, 보육ㆍ청소년 분야에 3조4659억원을 편성했다. 여성 분야 주요 사업비로는 ▲ 워킹맘ㆍ워킹대디를 위한 가사지원 및 긴급돌봄 등 토탈서비스를 지원하는 일·생활 균형지원 플랫폼 구축ㆍ운영 3억원 ▲ 여성폭력피해자 지원시설 종사자 인건비 지원 15억4000여만원 ▲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을 위한 생활안정지원금 1억5000여만원(월 160만원) 등을 반영했다. 가족 분야는 ▲ 한부모가족에 대한 맞춤형 종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거점기관 신설 운영 1억4천만원 ▲ 이주 배경 청소년을 위한 진로상담 서비스 지원 1000여만원 ▲ 미등록 이주 아동 실태조사 실시 등 경기도 외국인 인권지원센터 운영 5억4000여만원 등을 편성했다. 보육ㆍ청소년 분야에는 ▲ 엄마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이사랑놀이터’ 7개 설치 지원 15억원 ▲ 영유아 안전을 위해 어린이집 통학 차량 유아보호용 장구 지원 13억4000여만원 ▲ 학교 밖 청소년 급식비 및 교통비 지원 등 시군 학교 밖 청소년 프로그램 운영 7억4000여만원 등이 포함됐다. 만 3∼5세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보육료 부담을 덜고 누리과정 운영을 내실화하고자 누리과정 차액보육료 231억원도 확보했다. 이연희 경기도 여성가족국장은 “민선7기 경기도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 체계화와 보육의 공공성 확대로 통한 보육의 질 향상, 다문화 가족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 등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취약계층에게는 생활안정 지원을, 여성에게는 일·생활 균형지원을 통해 차별없는 공정한 복지를 실현해 나가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예멘 난민 뉴스 보면서 한국 사회가 우리 잊었나 해서 서운했습니다”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예멘 난민 뉴스 보면서 한국 사회가 우리 잊었나 해서 서운했습니다”

    노송달 초대 대한고려인협회장이 말하는 ‘한국과 난민’“한국에서 최근 난민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우리들은 기분이 묘했습니다. 한편으론 잊혔다는 억울함도 들고, 난민 문제를 이슈화시킨 단체들이 우리 문제는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복잡한 심경입니다. 우리들 문제도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합니다.” 지난 12일 발족한 ‘대한고려인협회’의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노 알렉산드르(46·한국 이름 노송달)는 지난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주도에서 예멘인 수백 명의 난민 문제를 뉴스로 볼 때 우리 입장은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가 대한고려인협회의 사무실로 사용하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시민단체 ‘너머’로 찾아갔다. 고려인협회는 러시아를 비롯해 구소련에서 떨어져 나온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의 나라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동포 8만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대다수는 한국에서 소위 ‘3D업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만나러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그가 ‘우리’와 약간 다르게 생겼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만나보니 길거리에서 마주친다면 그가 ‘고려인’이라고 알아챌 방도가 없었다. 한국말로도 인터뷰에 잘 응했다. 너무나 똑같은 ‘우리의 모습’에 놀랐다.“우리 할아버지들, 타국서 독립운동한 애국자우리는 그런 난민의 후손, 푸대접 착잡한 심경” “우리 할아버지들, 구한말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소련이나 중국에 난민이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은 그곳에 직접적으로 항일 독립운동에 헌신하시거나, 그렇지 못하면 생업에 종사하면서 적은 돈이지만 몰래몰래 독립자금을 지원했던 애국자들입니다. 나라를 잃은 서러움을 이중으로 경험한 것이지요. 우리는 그런 분들의 후손입니다. 말 그대로 할아버지의 나라 조국(祖國)에서는 우리들은 제쳐놓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나라 사람을 ‘받아들여야 하네’, ‘마네’ 하는 뉴스를 보면 좀 억울한 심정, 착잡한 심경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들을 받아들이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까이 있었던 우리 동포 문제가 더 시급한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노 회장은 비자 문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 고려인들에게 나오는 F4비자(외국 국적 재외동포 비자)가 차별적이라고 느낍니다. 예컨대 러시아 국적의 동포는 F4비자는 신청만 하면 발급돼 나오는데, 중앙아시아 같은 경우 F4비자 신청 조건이 대졸입니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나 구소련 국가로 다 같잖아요. 또 있습니다. H2비자(취업비자)는 중국 동포에겐 5세대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만, 고려인들에겐 3세대까지밖에 안 나옵니다. 고려인 3세대의 자녀들은 만 19세가 되면 외국인으로 분류되어서 출국해야 합니다. 생이별이지요. 이것도 차별이고, 조국이 우리를 서운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려인동포 합법적 체류자격 취득 및 정착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빨리 처리되어 이런 차별이 사라지길 바랄 뿐입니다.” ‘영주권은 어떠냐’ 하고 물었더니 노 회장은 영주권(F5비자)에는 ‘외국인 등록증’의 글귀도 거슬린다고 한다. “F4비자는 ‘외국국적 재외동포’라는 핏줄 인연이 있지만 영주권은 그냥 우리를 외국인 취급합니다. 지금 제주도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예멘 난민과 우리가 똑같은 거죠. 우리 대우를 잘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신분상 안정적으로 살게 해달라는 겁니다” 그는 불만을 우회해서 토로했다.“고려인 비자 차별하는 조국에 서운특별 대우 아냐…안정적 생활 바람” 대한고려인협회 초대 회장으로서의 각오를 물었다. “한국에서 활동이 주요 목적입니다. 여기 안산의 고려인문화센터와 같이 고려인의 정착과 교육을 지원하는 센터를 청주와 화성 등에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또 하나는 ‘고려인 독립운동 기념비 건립’을 추진할 작정입니다. 전해철 의원이 낸 특별법 처리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 이 세 가지가 제 목표입니다.” 그에게 한국 이름을 물으니 “노송달”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슴 찡한 사연을 들려줬다. “제가 원래 태어날 때 성이 뭐로 기록됐느냐 하면 ‘노가이’였습니다. 성명은 ‘노가이 알렉산드르’. 옛날에 할아버지가 러시아 당국에 등록할 때 성을 물어보니 ‘노가입니다’로 답했는데, 러시아 직원이 ‘노가이’로 기록한 것이 성이 된거죠. 러시아 말을 몰랐던 할아버지는 알렉산드르가 발음하기 어려워 ‘송달이, 송달아’하고 불렀던 게 제 한국 이름이 된 거죠. 그때는 송달이 웃긴 이름인 줄 모르고 쓰게 된 것입니다.”가족은 다국적…한국 생활 노 회장은 러시아 국적모친은 우즈베키스탄, 부인·딸은 카자흐스탄 국적 그의 가족은 ‘다국적’이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노 회장은 러시아 국적, 어머니는 우즈베키스탄, 부인과 딸(7)은 카자흐스탄 국적이란다. 부인과 딸은 비행기로 7000km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다. 독립유공자 계봉우(1880~1959) 선생의 후손인 부인은 카자흐스탄에서 독립유공자 후손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단다. 1년에 한두 번 그가 카자흐스탄에 가거나, 부인이 한국에 와야 가족의 생이별을 달랠 수 있다. “민요 아라랑만 들어도 콧잔등이 시큰하다”는 노 회장은 한국 생활을 하면서도 뿌리를 찾을 생각을 하지 못했단다. “1937년 강제이주를 당하면서 서류나 짐, 족보 같은 것은 아예 챙겨가지 못해 없어져 버렸습니다. 할아버지 정확한 고향은 모릅니다.” 그는 자신을 ‘장연 노씨’라고 이야기했다. 할아버지 함자를 알고 문중에 가면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자 그는 “할아버지 함자가 노.태.경입니다. 그런데 문중이 북한에 있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노 회장의 한국 생활은 20년이 넘었다. “1997년 한국에 들어와 막노동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고층건물 외벽 도장을 하는 작은 사업체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직원은 30~40명 됩니다.” 돈을 잘 버느냐는 물음에 그는 “돈을 못 벌면 이런 조직을 맡을 수가 없겠죠”라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고려인문화센터’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너머에 대해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죠”라고 몇 차례 말했다. “그동안 느낀 바로는 한국 사람들이 고려인에 대해 대체로 ‘모르겠다’는 입장인 것같았습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남아 있는 조상들의 독립운동을 알려주고 싶은데…, 한국 사람들이 역사에 별로 관심이 없고, ‘지금 내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심한 것같더라고요.” 자신들을 왜 ‘고려인’이라고 부르는지 물어봤다. “원래는 중국처럼 조선인으로 부르다가 1988년 6월 ‘전소련고려인협회’가 결성되면서부터입니다. 그때 우리는 조선 사람도, 한국 사람도 아닌 러시아 사람이고, 남한이나 북한의 그 어디도 아니고 해서 고려인이라 한 것입니다. 고려인(Korean)은 러시아 어로 ‘카레이츠’라 합니다.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타·카자흐스탄 등등해서 5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고구려나 발해시대를 제외한다면 구한말인 1860년대에 한인들이 러시아에 연해주 일대에 가서 살던 게 고려인의 시초이다.“우즈베크는 고향이지만 이질감한국은 ‘여기가 우리 땅’ 자신감” 그에게 한국과 고향 우즈베키스탄을 비교해 달라고 했다. “우즈베크는 제가 나서 자란 곳입니다. 친구들도 많고, 말도 잘 되고 문화도 잘 알고 그렇지만 코리안은 주류가 되지 않습니다. 간혹 밖에서 ‘니들 나라, 코리아로 돌아가라’는 말도 들립니다. 그럴 땐 기분이 매우 안 좋지요. 자신감도 없어졌습니다. 같은 문화 속에서 이질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그런 말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얼굴이나 외모가 똑같아서인지 …. 여기서 누군가가 ‘니들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하면 제가 자신감이 있습니다. ‘여기가 우리 땅’이라고.”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유정훈의 간 맞추기] 모두에게 존엄을

    [유정훈의 간 맞추기] 모두에게 존엄을

    올해 언론으로 접한 유명인사의 부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유대인 변호사 펠리시아 랑거와 미국 연방상원의원 존 매케인의 부고였다.펠리시아 랑거는 1968년 이스라엘 점령지 동예루살렘에 사무실을 낸 최초의 유대인 변호사였다. 그 후 23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랑거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러시아로 피난했던 경험, 가까운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에 희생된 사건을 통해, 기본권을 박탈당한 소수자의 삶이 어떤지 알았다. 그는 어느 민족보다 그런 고통을 잘 아는 유대인이 다른 민족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존 매케인은 직업군인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5년 반 동안 북베트남의 포로 생활을 했고, 그 과정에서 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팔에 장애가 남았다. 9·11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에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다는 명목으로 수감자들을 고문하며, 이를 ‘강화된 신문기술’이라 포장했다. 그러나 같은 당 소속의 매케인은 고문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2014년에는 고문보고서 공개를 지지했고, 2018년 고문 연루 의혹이 있는 CIA 국장 인준에 반대했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랑거는 의뢰인을 변호하는 데 성공한 적이 거의 없는 변호사였다. 어렵게 정착한 조국에서 ‘민족의 배신자’ 취급을 받았고, ‘테러리스트의 변호사’라는 비난과 함께 온갖 위협을 겪었으며, 끝내 독일로 망명을 떠나야만 했다. 매케인은 6선 상원의원으로 2008년 대통령선거 낙선 외에는 모든 정치적 영광을 누렸고, ‘진정한 보수, 참된 애국자’로 존경을 받았다. 매케인의 장례식에서는 그에게 선거 패배를 안겨 준 전직 대통령 두 사람,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가 추도사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부고 아니 삶을 통해 내가 받은 메시지는 동일했다. 소수민족 박해, 고문 같은 불의를 접했을 때, ‘나 혹은 우리 편만 아니면 돼’라고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것, ‘어느 누구도, 심지어 우리의 적이라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함께 사는 길이라는 것이다. 핍박을 받을 때 ‘힘을 길러 나는 그런 일 겪지 말아야지’ 심지어 ‘지금은 당하지만, 나중에는 내가 그런 위치에 올라가서 갚아 주겠다’고 반응하는 것은 본능이다. 그럼에도 ‘내가 당한 핍박은 남도 겪어서는 안 된다’고 도전하는 것은 어렵지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길이다. 2018년은 여러 모습으로 기억되겠지만, 그중 하나는 분명 ‘약자 혐오의 시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어느 측면에선가는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 이 땅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마음 한켠으로 낮추어 보지만,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 날아가면 ‘찢어진 눈’ 표시가 그려진 커피컵을 받아 들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인간성의 지평을 넓혀 가는 순간들로 채워지면 좋겠다. 우리와 다른 편에 서 있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모두에게 존엄을.
  • 어느 산림공무원의 눈물 “성실히 직무를 수행했을뿐인데…”

    어느 산림공무원의 눈물 “성실히 직무를 수행했을뿐인데…”

    산림 공무원들이 현장 근무자들의 잇따르는 ‘비보’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11시 25분쯤 서울 강동대교 인근에서는 산불 진화를 위해 출동한 산림청 소속 카모프 헬기가 한강에서 담수 중 추락해 정비사 윤모(43)씨가 순직했다. 3일 치러진 영결식은 산림청장장으로 엄수됐다. 동료를 떠나 보내는 산림 공무원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은 지난 1월 업무 수행 중 사망한 김모(39) 주무관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동부지방산림청 양양국유림관리소 민북경영팀에서 청원산림보호직(8급 상당)으로 근무하던 김 주무관은 1월 10일 오전 10시 산불예방 순찰과 숲가꾸기사업 예정지 경계측량을 위해 영하 10도의 강추위 속에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국유림에서 작업 수행 중 쓰려져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그는 2010년부터 일용직(중장비 운전)과 무기계약직(중장비 운전원)으로 근무하다 2017년 청원산림보호직에 응시해 합격했다. 그토록 원했던 국가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은 9개월 9일에서 멈췄다. 가족들은 국가 업무를 수행하다 벌어진 아픔을 담담히 받아들여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였던 김 주무관을 떠나 보냈다. 그러나 아무도 의심하지도, 걱정하지도 않았던 상황이 벌어졌다. 4월 신청한 순직유족보상금이 공무원연금공단(1심)에서 부지급 결정됐다. 급성심근경색증이 주로 유전적 인자·고지혈증·고혈압·음주·흡연 등이 위험인자로 작용하고, 고인이 수행한 업무 내역 및 초과근무 시간 또한 과로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사혁신처의 재심사(2심)도 1심과 동일하게 결론을 내렸다. 유족과 동료들은 망연자실했다. 김 주무관이 이상지질혈(고지혈증) 진단을 받았지만 일상이나 업무 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업무와 초과근무에 대한 판단도 현장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주무관은 2017년 7월 10일부터 10월 13일까지 산사태 복구업무에 파견되면서 초과근무가 없었다. 자기 업무는 아니지만 중장비를 다룰 줄 알았기에 발생한 일이다. 중장비는 해가 지면 작업을 하지 않는다. 복귀 후 11월 1일부터는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에 돌입하면서 월 100시간 초과 근무를 했다.현장에서 근무하는 A 주무관은 “현장에서는 직렬이나 남녀 구분없이 업무를 분담하고 초과근무 기록은 하지 않더라도 쉬는 것이 아니다”면서 “경계측량이나 지장목 조사 등을 하려면 급경사지나 숲 속을 헤치며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주무관의 사연이 알려지자 산림청 공무원들이 힘을 보태고 나섰다. 유족들은 생계가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직원들이 전달한 성금을 “고인의 명예 회복이 우선”이라며 받지 않았다. 산림청공무원노동조합은 유족의 위임을 받아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순직 인정을 희망하는 탄원서에 7일 현재 480명이 서명했다. 한 공무원은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 혹한기·혹서기 현장 근무를 알아서 피하라”며 “문제가 생기면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고 불편한 진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산림 일선에서는 “순직이나 공상같은 중대 사안은 본청에서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경험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지방에서 담당하다보니 준비 부족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해 유족들의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줄 끊어져 수십마리 악어 우글대는 물속에 빠진 남성

    줄 끊어져 수십마리 악어 우글대는 물속에 빠진 남성

    가족보다 악어를 사랑한다고 늘 말해왔던 한 남성이 악어가 득실거리는 웅덩이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 한 충격적인 순간을 지난 3일 외신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영상 속,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출신인 마이클 우머(Michael Womer)란 남성이 수 십 마리의 악어가 우글거리는 웅덩이 근처로 나무로 만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남성이 계단에서 내려오는 도중 악어들에게 먹이를 던져주자 물 속에서 쏜살같이 튀어나와 덥썩 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당히 배가 고픈 모양이다. 계단에서 내려온 남성이 주변을 서성거리자 먹이를 줄 것으로 생각한 악어들이 떼 지어 몰려든다. 하지만 남성은 물 위로 한쪽 다리를 들어 흔들며 약만 올린다. 남성은 자신의 머리 위에 있던 줄은 잡고 그네처럼 흔들다가 1미터 지점 앞에 있는 물속 바위 위로 넘어가려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갑자기 줄이 끊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 균형을 크게 잃은 남성은 등쪽 부위가 물속으로 빠진다. 영상은 여기까지만 공개됐다. 하지만 물속에 빠진 이 남성을 먹이로 생각했을 악어들의 공격이 이어졌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너무나 아찔하고 끔찍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 남성이 어떤 부상을 입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고 있지 않다.사진 영상=뉴스WTF/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뉴질랜드서 고래 또 떼죽음…총 200마리 죽음의 미스터리

    뉴질랜드서 고래 또 떼죽음…총 200마리 죽음의 미스터리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간) 뉴질랜드에서 145마리의 고래가 떼죽음을 당한데 이어 또다시 5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지난 30일 뉴질랜드 환경보호부(DOC)는 동쪽 채텀 섬 인근 핸슨 베이에서 80~90마리 정도의 고래가 해안으로 떠밀려왔다고 밝혔다. DOC에 따르면 이 가운데 일부는 다시 바다로 헤엄쳐 돌아갔으나 나머지 51마리는 그대로 뭍에서 죽었다.   집단 사체로 발견된 이 고래는 길잡이 고래(pilot whale)로 대서양과 태평양, 인도양 등지의 따뜻한 바다에서 주로 서식한다. 특히 이번 사건이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달 24일에도 역시 길잡이 고래 145마리가 뉴질랜드 남섬 바로 아래에 위치한 스튜어트섬 해변에서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모두 200마리에 달하는 고래들이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은 셈이다. 현지언론의 관심을 끌고있는 점은 역시 왜 고래들이 집단적으로 뭍으로 올라와 죽었느냐는 점이다. 현지에서도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으나 전문가들은 고래의 자살인 좌초현상(stranding)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했다. 고래는 물론 물개, 바다표범 등이 육지로 올라와 식음을 전폐하며 죽음에 이르는 좌초현상은 뉴질랜드를 비롯한 호주·스페인 세계 곳곳의 인근 해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질병에 대한 종족보존을 위한 자기희생이라는 주장에서부터 바다 오염이나 먹이 고갈, 인간들이 사용하는 음파탐지기에 의한 방향감각 상실에서 발생했다는 추정까지 주장이 분분하다. 현지언론은 “뉴질랜드는 좌초현상이 일어나는 전세계 핫스팟 중 한 곳”이라면서 “1년에 대략 85건이 일어나며 1840년 이후 총 5000마리의 고래가 이같은 죽음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삼등열차는 지금도 따뜻하고요/박미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삼등열차는 지금도 따뜻하고요/박미산

    삼등열차는 지금도 따뜻하고요 / 박미산 언제부터 살았나요 당신은, 알라하바드의 삼등열차가 다가옵니다 이틀 밤낮, 열차 칸에서 새우잠을 잤지요 원시림처럼 빽빽하게 서 있던 여자들이 어느새 족보를 등에 진 채 편안하게 앉아 있어요 수천 년 내려온 핏줄들 사이에 짜파티와 바나나를 나눠주는 나를 카레 냄새와 호기심 가득한 까만 눈들이 바라보고 있어요 다섯 명의 하리잔 여인들과 일인용 의자에 겨우 엉덩이만 붙이고 잠이 들었어요 열차는 강물처럼 흘러갔지요 갑작스러운 복통에 참을 수 없는 신음과 진땀이 흘렀어요 검은 눈망울들이 소란스럽게 파도를 타기 시작했어요 내 곁에 있던 쉬레아가 주문을 외우자 여인들이 합창을 했어요 열차 안은 여인들의 주술이 출렁이고 그녀들의 눈빛이, 그녀의 거친 손이 밤새 내 몸을 쓸어주었어요 등허리가 축축해지며 따뜻한 강물이 내 몸에 흘러들어오고 태양이 떠올랐어요, 어느새 사리 입은 그녀들과 나는 긴 머리를 풀고 어머니의 품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녀들과 나, 타다 만 시체들이 번져가는 물결 따라 떠다닙니다 (후략) - 인도의 삼등열차는 따로 좌석이 없다. 개찰이 시작되면 짐을 들고 창문을 넘는 사람들로 장관을 이룬다. 3인용 의자가 좌우로 놓인다. 한쪽에 일곱 사람이 끼어 탄다. 이마 위에도 의자가 있다. 2층 의자다. 이곳에도 일곱 사람이 탄다. 그들 모두 발을 아래쪽으로 떨군다. 아래층 사람의 이마에 까만 발들이 포도송이처럼 열린다. 바닥에 콩나물처럼 끼어 앉은 사람들. 열차 한 칸에 몇백 명이 타는지 알 수 없다. 땀 냄새와 짐승의 분뇨 냄새. 형언키 힘든 생의 냄새 속에 10분도 지나지 않아 나를 잊게 된다. 미움도 슬픔도 기쁨도 이름도 다 지워진다. 고통이 깊은 그대여, 인도의 이층 삼등열차를 타라. 당신의 고통이 따뜻한 강물처럼 흘러갈 것이다. 곽재구 시인
  • 고래 140마리 뉴질랜드 해변서 떼죽음…원인은 자살?

    고래 140마리 뉴질랜드 해변서 떼죽음…원인은 자살?

    무려 140마리가 넘는 고래들이 해변으로 올라와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았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환경보호부(DOC)는 뉴질랜드 남섬 바로 아래에 위치한 스튜어트섬 해변에서 고래들이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집단 사체로 발견된 이 고래는 길잡이 고래(pilot whale)로 대서양과 태평양, 인도양 등지의 따뜻한 바다에서 주로 서식한다. DOC 관계자는 "지난주 하이킹을 하던 사람들에게 처음 목격됐다"면서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에는 이미 고래의 절반은 죽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나마 숨이 붙어있는 고래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고 싶었으나 살아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 안락사시켰다"고 덧붙였다. 현지언론의 관심을 끌고있는 점은 역시 왜 고래들이 집단적으로 뭍으로 올라와 죽었느냐는 점이다. 현지에서도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으나 전문가들은 고래의 자살인 좌초현상(stranding)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했다. 고래는 물론 물개, 바다표범 등이 육지로 올라와 식음을 전폐하며 죽음에 이르는 좌초현상은 뉴질랜드를 비롯한 호주·스페인 세계 곳곳의 인근 해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질병에 대한 종족보존을 위한 자기희생이라는 주장에서부터 바다 오염이나 먹이 고갈, 인간들이 사용하는 음파탐지기에 의한 방향감각 상실에서 발생했다는 추정까지 주장이 분분하다. 현지언론은 "뉴질랜드는 좌초현상이 일어나는 전세계 핫스팟 중 한 곳"이라면서 "1년에 대략 85건이 일어나며 1840년 이후 총 5000마리의 고래가 이같은 죽음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차이 총통 지방선거 참패… 대만은 中독립보다 경제 택했다

    차이 총통 지방선거 참패… 대만은 中독립보다 경제 택했다

    ‘反中’ 심판… 패배한 차이, 당 주석직 사퇴 ‘한류’ 한궈위 가오슝 시장 대선주자 부상 올림픽 ‘대만’ 명칭 참가 국민투표도 부결 中정부 “평화적 양안 바라는 민심” 환영‘탈중국화’ 기치를 내건 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이 2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대륙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에게 대만 국민은 이념보다 경제발전을 원한다는 보수적 표심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은 일제히 대만 선거 결과를 환영했다.이번 선거를 통해 ‘한류’(韓流) 바람을 일으킨 국민당의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 당선자와 재임에 성공한 무소속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이 2020년 대선 주자로 부각되면서 차이 총통의 지도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차이 총통은 22개 현·시장 자리 중 3분의2에 달하는 15곳을 국민당에 내준 이번 참패를 인정하고 민진당 주석직을 사퇴했다. 1만 1047명의 공직자 선출 및 10개 안건에 대한 국민 투표 결과를 보면 대만 국민은 변화보다는 안정과 평화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연합보는 민진당 후보의 자질 부족보다는 중앙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차이 총통의 ‘독단적인’ 양안(중국과 대만) 정책으로 농어민, 관광업자들이 생계에 심한 타격을 받게 된 점도 선거 참패를 낳은 원인으로 분석했다.중국은 2016년 대선에서 차이 총통이 당선된 후 대만으로부터의 농산물과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으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 민진당은 중국의 선거 개입을 강력하게 제기하며 비판했다. 대만식 민주주의 방식의 하나로 10개 안건에 대해 진행된 국민투표에서도 이 같은 기류는 이어졌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 참여의 국가 명칭을 현재의 ‘차이니스 타이베이’에서 ‘대만’으로의 변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는 24.11%로 부결됐다. 사실상 대만 국민에게 중국 대륙으로부터의 독립 의지를 묻는 투표였기 때문이다. 대만의 국민투표는 25% 이상 찬성하면 가결된다. 동성애 관련 3개 안건 가운데 민법상 동성결혼 보장도 부결돼 대만이 아시아 최초의 동성애 합법화 국가가 되는 건 시기상조로 판명됐다. 대만의 동성결혼 합법화 시도는 차이 총통이 지난 대선에서 혼인평등권 지지 발언을 하면서 가속화됐다. 하지만 민법 외의 다른 방식으로 동성 간 공동생활 권리 보장 안건은 32.4%로 통과되어 대만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소수자에게 관대한 국가가 됐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5일 “선거 결과는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공유하려는 대만 민중의 희망과 경제와 민생 개선을 바라는 염원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유지하고 ‘대만 독립’과 이런 활동을 지지하는 분리주의자들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여론전을 폈지만 민진당의 참패는 미국의 힘이 실제로 제한적이라는 걸 보여 줬다”고 비판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문중의 힘, 한국 정치마저 지배했다

    문중의 힘, 한국 정치마저 지배했다

    조상의 눈 아래에서/마르티나 도이힐러 지음/김우영·문옥표 옮김/너머북스/984쪽/4만 5000원‘한국은 전통적으로 특정 엘리트 집단이 사회를 통치하고 지배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사를 연구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갖는 공통의 인식이다. 그 인식의 바탕은 정치가 사회를 좌우한다는 정치 우위의 판단이다. 하지만 한국은 거꾸로 사회가 정치를 지배하고 움직이는 체제로 이어져 왔다면 어떨까.마르티나 도이힐러 런던대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정치에 대한 사회 우위의 한국을 파헤쳐 눈길을 끈다. 종전 ‘한국의 유교화 과정’(1992년)과 같은 지론이긴 하다. 하지만 ‘유럽 한국학의 선구자’라는 별명답게 한국 사회의 권력과 지배 양상을 색다른 시각으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고유의 친족 이데올로기는 신분의 위계와 배타성을 찬미하면서 ‘운명의 붉은 실’처럼 신라 초부터 19세기 말에 이르는 한국 역사를 관통했다.” 한국을 움직여 온 지배층을 출계집단, 즉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본인들의 혈통을 추적하는 ‘친척 집합체’로 콕 짚는다. 그 친족 이데올로기는 4~5세기 신라시대에서 시작된다. 골품제, 세족(世族), 사족(士族) 등 이름을 바꿔 가며 변신과 적응을 거듭했으며 대를 이어 권력과 부를 유지해 갔다. 출계집단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권력투쟁을 벌였고 그 결과 귀족 가문이 출현했다는 주장이다.그 친족 이데올로기가 19세기 말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바로 철저한 신분 가르기 때문이다. 양민, 노비들이 자신들의 집단에 편입할 수 없도록 이중, 삼중의 경계막을 세웠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집스러운 사회적 차별’의 고수다. 여기에 중국에서 들여온 과거제와 주자학마저도 입맛에 맞게 변형해 권력 재창출과 유지의 도구로 썼다. 과거제만 보더라도 중국은 실력에 근거해 과거 급제자를 뽑은 반면 한국은 사실상 양반에게만 응시 자격을 부여한 게 대표적 사례이다. 문중의 발달도 그런 맥락에서 찾아진다. 고려 말 유입된 신유학의 원리대로라면 맏아들인 장자가 상속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 땅에선 형제·친척 간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문중이 고안됐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가족보다 폭넓은 개념인 문중은 비공식적인 조직이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쓰고 있다. 능력주의 원칙이 담긴 과거제와 주자학도 엘리트의 월권에 대한 제약이 아니라 오히려 지배 강화에 쓰인 셈이다. ‘고유의 친족 이데올로기’는 조선 건국으로까지 이어진다. 학계에선 ‘신흥사대부 조선 건국론’이 정설로 굳어져 있다. 하지만 도이힐러 교수는 “고려의 세족이 조선의 사족으로 바뀌었을 뿐, 신흥사대부는 원래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이 파격적 주장을 놓고 학계의 논란이 예상된다. 저자는 조선시대 당쟁을 놓고도 정치적 주도권을 잡으려는 싸움이었을 뿐만 아니라 엘리트가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벌인 광범위한 사회 현상으로 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 엘리트 집단이 오랜 세월을 버틴 배경에 ‘종교적’이라 할 만큼 철저한 조상숭배와 제사를 놓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정확히 알았고, 신분에 따라 조상을 모시는 사당 앞에 도열하는 순서도 달랐다.” 책 제목도 이 부분에 주목해 딴 이름이다. 결국 이런 전략을 통해 친척 집합체들은 정권 교체는 물론 왕조 교체 같은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살아남는 엄청난 내구력을 발휘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친족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작용하고 있을까. 요즘도 자식의 결혼을 앞둔 부모가 결혼 상대의 가문을 들추는가 하면 지역구 의원의 국회 입성에도 그런 사회적 기반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렇게 결론 짓고 있다. “역사적 실체로서의 양반은 나라를 도탄에 빠뜨렸다는 비난에 자주 휩싸이지만, 양반의 신분을 내세우는 것은 심지어 오늘날에도 개인의, 나아가 지역과 국가의 정체성을 구성할 때 여전히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불타는 청춘’ 권민중 출연 “김부용과 막역한 사이”

    ‘불타는 청춘’ 권민중 출연 “김부용과 막역한 사이”

    ‘불타는 청춘’에 팔색조 매력의 배우 ‘권민중’이 돌아왔다. 지난해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출연해 구본승과 핑크빛 기류를 조성하던 배우 권민중이 1년 6개월 만에 다시 ‘불타는 청춘’을 찾았다. 전년과 달리 짧게 자른 헤어 스타일로 미모를 뽐내며 전라남도 고흥에 도착한 권민중은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김부용’과는 오래된 친구라고 밝혔다. 또 ‘불타는 청춘’에서 보고 싶었던 멤버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꼽아보며 1년 6개월 만에 돌아온 소회를 덧붙였다. 마침내 집에 들어선 권민중을 본 김부용은 민중을 ‘민발아’ 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그녀와의 우정을 과시했다. 이에 민중은 부용에게 ‘그렇게 부르지 좀 마!’ ‘너 요새 (연애)오래 쉰다?’ 라는 폭탄 발언을 해 촬영 현장을 폭소케 했다. 김부용과 권민중은 각각 1976년, 1975년 생으로 나이는 권민중이 한 살 더 많지만 서로 말을 놓고 지낸 지 오래된 막역한 사이이다. 그러나 김부용은 권민중과 동갑내기 친구인 강경헌에게는 ‘누나’라고 부르며 극존칭을 사용해 세 사람의 얽혀버린 족보가 어떻게 풀릴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편, SBS ‘불타는 청춘’은 20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하이쿠에 뒤처질 것 없는 시조…왜 본고장서 ‘옛것’ 취급하나”

    [색다른 인터뷰] “하이쿠에 뒤처질 것 없는 시조…왜 본고장서 ‘옛것’ 취급하나”

    “시조가 하이쿠(俳句·일본 정형시)보다 못한 게 뭐가 있습니까. 인터넷 검색 창에 하이쿠(haiku)를 치면 수백개의 웹사이트가 뜹니다. 영어로 하이쿠를 창작하는 활동이 미국에서 그만큼 대중적이라는 얘깁니다. 그러나 시조는 아직 많이들 모릅니다. 한국학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은 아주 샘이 납니다. 그런데 정작 본고장 한국에서도 시조를 ‘옛것’으로 치부해 안타깝습니다.”미국에서 손꼽히는 ‘벽안의 한국학자’ 마크 피터슨(72·한국명 배도선) 미국 브리검영대(BYU) 명예교수는 지난 7월 퇴임한 이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브리검영대는 모르몬교에서 운영하는 사립 종합대다. 모르몬교 지도자 브리검 영(1801~1877)의 이름을 땄다. 피터슨 교수는 선교를 위해 BYU 학생 시절인 1965년 처음 한국에 왔다. 6·25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때였다. 피터슨 교수는 당시 한국과 맺은 깊은 인연으로 지난 53년 동안 140차례나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30년간 강단에서 한국 역사·문학을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해온 피터슨 교수는 지난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어떤 일로 방한했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25~26일 경북 청도군에서 국제시조협회가 주관한 ‘2018 청도국제시조대회’ 평가위원으로 왔다. 지난해에만 한국에 6번 왔다. 올해는 4번째인데 다음 달 한국학중앙연구원 초청으로 한 번 더 오게 될 것 같다. 주로 학술회나 연구발표회에 참석하거나 강연을 하러 온다. 이번에도 ‘미국에서의 시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무엇이 한국학 연구로 이끌었나. -선교 활동을 하러 처음 왔다. 2년 6개월쯤 있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향수병이 생길 정도로 한국이 그리웠다. 한국을 더 알고 싶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는 한국에 관한 제대로 된 책이 거의 없었다. 원래 변호사나 외교관에 관심이 있었지만 교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운 좋게 하버드대 석·박사 과정에 입학해 ‘한국학 1세대’ 학자로 꼽히는 에드워드 와그너(2001년 별세) 교수(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초대 소장) 지도를 받게 됐다. 은사님은 족보 전문가셨다. 본격적으로 한국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1968년부터다. →한국학 전공자로서 한국 역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선시대 족보를 보면 시기별로 작성 방식이 다르다. 조선 전기에는 입양이 거의 없었다. 적자(嫡子)가 없으면 족보에 무후(無後)라고 적었다. 대(代)를 이어갈 자손이 없어도 됐다는 뜻이다. 후기에는 꼭 입양을 했다. 무엇을 기점으로 달라졌는지 궁금해 분재기(分財記·재산 상속·분배에 관한 문서) 같은 여러 고문서를 찾아 분석했다. 조선 전기에는 상속 역시 남녀 균등하게 이뤄졌다. 제사도 윤행(輪行)이라고 해서 남녀가 차례대로 지냈다. 그러다가 17세기 후반 분재기가 아예 사라졌다. 장남이 모든 재산을 소유하는 것으로 상속 방식이 바뀐 것이다. 한국이 장자(長子) 중심 사회가 된 것은 조선 후기의 일이고 그 전까지 남녀는 평등한 관계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남존여비 사상은 중국에서 수입된 유교를 조선 후기 더 강력하게 받아들이면서 뿌리내린 것인데, 마치 한국의 오랜 전통처럼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다. 또 유교 때문에 조선 왕조가 망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선 후기에 중국식 유교를 지나치게 흡수한 측면은 있지만 유교 사상 때문에 망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 →‘한국 전도사’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일본의 하이쿠는 미국 모든 학생들이 배운다.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창의성을 위해 하이쿠 창작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지 않나. 하이쿠가 잘되니 한국학 교수들도 그런 심정이었다. 한국학자들 사이에서 ‘시조 짓기’를 전파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해마다 한 번씩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미 전역 중학교 교사들이 모인다. 학생들에게 ‘시조 짓기’를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시카고에 사는 전문직 한인들이 주축이 돼 2006년 비영리 문화단체인 세종문화회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해마다 세종작문경연대회를 연다. 벌써 올해로 13회째다. 내가 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 청소년과 청년이 모여 한국의 문학 작품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시조를 짓는다. 창의성을 기르는 데 시조 창작만한 것이 없다. 겪어본 바로 한국인은 똑똑한데 여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못하는 이유는 창의성이 무시되는 교육 방식과 시험 제도에 있다고 본다. 미국은 늘 학계에서 새 주장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그것을 교육 과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이뤄진다. 또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선호한다. 객관식 단답형 문제로 대학 입학생을 뽑는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를 때 한 학생이 쓴 에세이를 전혀 다른 지역의 학교 교사 3명이 평가한다. 이렇게 하면 한국에서 빈번하게 불거지는 대입 과정에서의 공정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남북, 북·미 관계 진전을 어떻게 보나.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라는 말이 있다. 북한을 협상 무대로 이끌어낸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마음 속으로 통일이 되기를 염원해 왔다.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보다 햇빛을 통해 최대한 협상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나는 요즘 탈북자 출신 유학생 부부와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다. 원래 둘째 딸 부부와 함께 살던 아파트가 있다. 같은 건물이지만 살림은 구분된 형태다. 딸 부부가 분가하면서 집이 비어 학교에서 우연히 알게 된 탈북자 부부에게 들어와 살라고 제안했다. 아주 명랑하고 재미있는 분들이다. 이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접하는 북한의 실상은 더 참혹하고 안됐더라. 하루빨리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평생 학자로 살면서 한국에 대해 연구하고 책도 많이 썼다. 앞으로는 학자로서 연구만 하기보다 다른 걸 해보고 싶다. ‘정외와(井外蛙)연구소’ 설립을 준비 중이다. 정외와는 한자 그대로 ‘우물 밖 개구리’라는 뜻이다. 한국사를 침략으로 점철된 역사라고 보는 일부 한국인들의 인식과 유교 사상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고 싶다. ‘역사적으로 늘 외세의 침략만 당하고 살았다’는 한국인의 피해의식은 일제가 심은 식민사관에 불과하다. 외세 침략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두 번이었다고 본다. 나머지는 침략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또 시조와 같이 훌륭한 전통을 ‘옛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마는 것 역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마크 피터슨 명예교수는 누구 1973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동양학·한국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같은 대학원에서 조선 중기 입양제와 상속제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1993년 15년 동안 한국 풀브라이트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았으며, 국제한국어교육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1984년부터 브리검영대 아시아학부에서 한국 역사와 문학을 가르쳤다. 1996년 ‘유교사회의 창출, 조선 중기 입양제와 상속제의 변화’ 논문으로 해외 한국학자에게 주어지는 ‘연암상’을 받기도 했다. 1999~2002년 미 아시아학회 한국학위원회 회장을 역임했다.
  • ‘갑질 폭행 논란’ 양진호, 한국판 일론 머스크 꿈꿨나

    ‘갑질 폭행 논란’ 양진호, 한국판 일론 머스크 꿈꿨나

    2016년 유인 로봇 개발로 이름 알려“개발비용 1000억원, 자비 부담할 것”람보르기니 등 슈퍼카 타며 호화 생활음란물 유통 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 중음란물 유통을 방치한 웹하드업체 ‘위디스크’의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전(前) 직원을 무차별 폭행한 영상이 공개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양 회장은 위디스크, 파일노리 등 음란물 유통의 온상지인 국내 웹하드 1, 2위 업체를 통해 돈을 벌어들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양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사람이 탈 수 있는 유인로봇, 변신하는 전기스포츠카 등의 개발에 헌신하는 정보통신기술(IT) 최고경영자(CEO)로 언론에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음란물로 거금을 손에 쥔 양 회장이 로봇 투자를 통해 한국판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양 회장은 2016년 12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처럼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전기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양 회장은 사람을 태운 채 두발로 걷는 4m 크기 이족보행 로봇 ‘메소드-2’를 온라인에 공개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20년간 웹하드 사업을 한 양 회장은 마징가Z, 태권V 등 유년시절 로봇에 대한 열망을 실현하고자 2010년부터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로봇 개발에 1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완제품이 나올 때까지 외부 투자 없이 스스로 비용을 부담할 계획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와 함께 양 회장 폭행사건을 보도한 진실탐사그룹 ‘셜록’ 보도에 따르면 양 회장은 경기 성남 판교에 살면서 5억원대 람보르기니, 6억원대 롤스로이스 등 슈퍼카를 즐겨 타며 호화로운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와 셜록에 따르면 양 회장은 지난 2015년 4월 경기 성남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 전 직원 A씨를 불러 폭행했다. 특히 양 회장은 폭행장면이 담긴 영상을 직원을 시켜 찍게 하고 영상을 기념품으로 소장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경찰은 문제의 영상이 공개돼 포털 등에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킴에 따라 사건 관련자들과 접촉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사이버 성폭력 사범 특별단속 중인 경찰은 지난 9월 영상물 유통 플랫폼인 웹하드 사업체들의 음란물 유통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위디스크 사무실과 양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위디스크가 불법 촬영물을 포함한 음란물이 유통되는 것을 방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음란물 유통 및 폭행사건은 모두 사이버수사대가 수사할 것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부산 일가족 살해 용의자 치밀하게 준비…‘처단형 몰살’ 가능성

    부산 일가족 살해 용의자 치밀하게 준비…‘처단형 몰살’ 가능성

    가족 4명이 둔기에 맞아 살해된 ‘부산 일가족 살해’ 사건 현장에는 용의자가 사전에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한 흔적이 남아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현장에서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용의자가 살해된 손녀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26일 부산 사하경찰는 용의자 신모(32)씨가 시신 발견 전날인 24일 오후 4시 12분쯤 피해자들의 아파트에 찾아가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다. CCTV에는 신씨가 승용차를 이 아파트에 주차한 뒤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차림에 왼손에는 커다란 검은색 가방을 들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가방 안에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구와 흉기를 비롯해 전기충격기,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사용한 질소가스통 등 50여종 물건이 들어있었다. 이것은 신씨가 범행을 어떻게 진행할 것이며,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까지 예상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씨가 피해자 중 한명인 박모(84·여)씨 집에 들어갈 당시에서는 집안에 박씨의 아들 조모(65)씨만 있었다. 이후 1~2시간이 지나 박씨와 며느리가 집으로 향한다. 손녀인 조씨가 집으로 간 시간은 신씨가 침입한 지 8시간 후다. 경찰은 “신씨가 집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후 박씨와 아들, 며느리 시신은 화장실로 옮겨 쌓아두고 비닐이나 대야를 덮어두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손녀가 특히 잔인하게 살해된 데 주목하면서 신씨와 연관성을 찾고 있다. 다른 가족들이 흉기와 둔기 등으로만 살해됐지만, 손녀의 몸에서는 흉기, 둔기뿐만 아니라 목이 졸린 흔적 등도 나왔다. 경찰은 “두 사람의 나잇대가 비슷하고, 두 사람이 평소 아는 사이라는 참고인 진술 등이 있는 점 등을 미뤄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치정문제인지 재산 문제인지 어떤 것도 확인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건 현장에서 드러난 상황을 봤을 때 ‘증오심에 의한 몰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손녀의 시신만 치우지 않고 유기했고, 손녀가 다른 가족보다 잔인하게 살해된 된 점 등을 보면 손녀가 주 범행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범인의 입장에서는 ‘처단형 몰살 살인’ 유형으로 보이는데 어떤 증오심이 아무런 관계없는 가족들에게까지 옮겨가 생기는 범죄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집 살림’ 태진아-강남, 돈 문제로 벌써 ‘삐그덕’

    ‘한집 살림’ 태진아-강남, 돈 문제로 벌써 ‘삐그덕’

    가수 태진아가 강남에게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태진아와 강남은 오는 24일 오후 11시 첫 방송될 TV CHOSUN ‘같이 살면 어떨까? 한집 살림’에서 한 지붕 아래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태진아와 강남은 서로를 ‘아버지’ ‘아들’이라 부를 만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트로트 듀오로 활동 중이다. 최근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며 활동해왔지만 갈등은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생활비’ 언급에 태진아는 촬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강남에게 섭섭하다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고. 이에 강남이 ‘어찌해야 하나’하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태진아의 섭섭함을 달래보려 했다는 후문이다. 태진아와 강남의 싸한 분위기에 스튜디오 출연진들도 덩달아 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이 고비를 어떻게 넘겼는지 ‘한집 살림’ 첫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TV CHOSUN ‘같이 살면 어떨까? 한집 살림’은 연예계 대표 부자(父子) 태진아와 강남, ‘재즈 계의 대모’ 윤희정과 딸 김수연,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천수와 부모님 등이 출연해 합가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공개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권병길, 외로운 배우의 길 50년을 노래하다

    권병길, 외로운 배우의 길 50년을 노래하다

    극단 자유(대표 최치림)가 권병길 배우 50주년 및 국제극예술협 창립 70주년 기념 공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연되는 창작극 ‘푸른 별의 노래’는 모노 뮤직 드라마로 광화문 세실극장 재개관에 맞춰 오는 10월 29일부터 11월 11일가지 공연한다. 열악한 환경과 지원금 없이 50년 외로운 배우의 길을 걸어 온 권병길 배우의 인생유전과 연극영화의 기나긴 문화유산을 배우의 체험 속에 녹아있는 산 역사를 연극화하였다. 이 작품의 작가이자 배우인 권병길은 작품 의도에 대해 “세월에 묻혀 지나간 역사 속에 명작들을 다시 꺼내어 지난 30년대부터 가극과 악극, 여성국극 동양극장 시절과 무성 영화시절의 변사시대를 거쳐 60년대 영화의 르네상스의 충무로 시대를 회상한다“며 ”영화 속의 아름다운 음악들의 선율을 반추하며 오늘 날 거대한 자본의 투자 속에 잃어버린 순수와 진실을 다시 꺼내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배우 권병길은 1968년 차범석(작) 박완서(연출) 불모지로 연극계에 데뷔했으며, 무엇이 될꼬 하니(1978), 족보(1981), 거꾸로 사는 세상 1일극(1988), 동키호테(1991), 햄릿(1993), 꽃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2014) 등 100여 편의 작품 출연 및 직접 글을 쓰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