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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눈으로 희망의 인증샷

    마음의 눈으로 희망의 인증샷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 어쩌면 이렇게 사진을 잘 찍느냐’는 한마디가 저를 살게 합니다.” 2일 서울 강서구 등촌3동 자택에서 만난 1급 시각장애인 사진사 시태훈(48)씨는 “제가 찍어 준 사진을 본 어르신들과 신혼부부의 미소가 끊임없이 사진을 찍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시씨는 2008년부터 영정 사진과 장애인 신혼부부 결혼 사진을 무료로 찍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이 무슨 사진을 찍느냐며 못 미더워한 분들도 제가 찍은 사진을 보여 드리면 반응이 금세 달라진다”며 활짝 웃었다. 시씨가 웃음을 되찾은 건 채 10년이 안 됐다. 선천성 뇌 기형 및 안구진탕증이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나 뇌전증(간질) 때문에 거리를 걷다 쓰러져 정신을 잃기 일쑤였다. 극심한 우울증까지 앓았던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강을 7차례 이상 찾았다. 그러던 2005년 어느 날, 의사가 취미 생활을 권했다. 그때부터 관악구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사진교실에서 사진을 배웠다. 시씨는 “처음에는 과연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면서도 “사진 촬영법을 가르쳐 주신 한상일 상명대 교수님의 칭찬 덕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현재 시씨는 10㎝ 정도의 거리에 있는 물체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앞이 가물거리고 뿌옇게 보이는 상태다. 활동보조인 원모(58·여)씨가 따라다니면서 카메라가 흔들리거나 각도가 맞지 않으면 알려주고 피사체와 거리도 조정한다. 5년 전 ‘대전·충남 봄꽃 축제 사진전’에 나팔꽃 사진을 출품해 대상을 타는 등 각종 대회에서 여러 번 입상한 ‘실력파’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시씨는 병원비로 떠안은 빚만 1000만원가량이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합쳐 한달에 받는 돈 58만원 가운데 병원비로 매달 38만~40만원이 빠져나간다.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도 그는 무료로 사진 찍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시씨는 “사진은 절망에 빠져 있던 나에게 마음의 안정과 삶의 활력을 되찾아 줬다”면서 “사진을 찍지 않으면 우울증이 오히려 심해지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는 ‘사진장이’의 꿈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저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처한 사람들, 미혼모들의 아기 돌사진이나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사진을 찍고 싶어요. 나중에 꼭 전시회를 열어서 시각장애인도 사진을 멋있게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꿈입니다.” 글 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인 운영 필리핀 사설 기숙사 10대 유학생 술 먹이고 상습 폭행·성추행까지

    필리핀으로 조기 유학을 간 10대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거나 강제로 술을 먹이고 성추행까지 한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박정수)는 필리핀에서 사설 기숙사를 운영하면서 한국 유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모(38)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31일 밝혔다. 2007년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 유학생을 상대로 기숙사를 운영해 온 최씨는 2011년 8월 A(18)군이 농구를 하다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A군의 뒤통수를 수차례 폭행했다. 최씨는 2012년 10월에는 기숙사 인근의 한 식당에서 A군을 비롯한 학생들에게 “어른이 주는데 안 먹어?”라고 위협하며 강제로 술을 먹이기도 했다. A군이 많은 양의 술을 마셔 구토를 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계속해서 맥주를 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씨는 2012년 1월에는 기숙사 방에서 쉬던 B(16)군에게 다가가 “성기가 얼마나 자랐느냐”고 말하면서 B군의 성기를 움켜쥐는 등 추행하기도 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대출사기’ KT ENS 협력업체 대표 부인 숨진 채 발견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중앙티앤씨 서모(44) 대표의 부인 A(42)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29일 A씨가 오전 9시 10분쯤 양천구 자택 욕실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A씨 조카의 친구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현장에서는 노트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 KT ENS 수사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남편 구속 후 힘들어했다”는 유족 진술로 미루어 A씨가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자녀와 함께 외국에 머물고 있다가 지난 14일 홀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논란의 ‘어벤져스2’… 교통대란은 없었다

    논란의 ‘어벤져스2’… 교통대란은 없었다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없었다. 마포대교를 온종일 폐쇄하는 초유의 교통통제로 논란을 빚은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첫 촬영일인 30일, 벚꽃 나들이 인파까지 겹치면서 서울 여의도 및 우회도로가 정체와 서행을 반복했지만 큰 혼잡은 없었다. 이날 마포대교 양방향이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전면 통제된 가운데 새벽부터 ‘어벤져스2’ 촬영을 구경하려는 인파가 몰렸다. 먼발치에서나마 나름의 ‘명당’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미리 준비한 망원경으로 현장을 둘러보거나, 영화 속 등장인물인 ‘아이언맨’ 마스크를 쓴 시민도 눈에 띄었지만 현장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멀리서 촬영팀의 움직임만 확인한 채 돌아서야 했다. 경찰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한강을 내다볼 수 있는 마포와 여의도의 상가나 아파트, 오피스텔 등 높은 건물의 출입을 통제했다. 영화 촬영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과도한 교통통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김인기(63)씨는 “우리나라는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적 이벤트들을 유치했고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할리우드 영화에 잠깐 노출된다는 이유로 홍보효과가 2조원이나 된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며칠간 평일에도 교통을 막는다던데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원 김현준(43)씨는 “평일에도 영화 촬영을 하겠다고 강남대로 등에서 교통통제를 한다면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2년 700여만명을 동원한 화제작의 후속편인 만큼 현장을 직접 보려는 열기도 뜨거웠다. 인천 부평구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정천영(39·여)씨는 “아이가 ‘어벤져스’를 매우 좋아해 하도 졸라서 새벽같이 달려왔다”면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장면이 20분이나 나온다고 하던데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 같아 뿌듯하다”며 웃었다. 용산구에 사는 미국인 캐서린(40·여)은 “아이들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했다”면서 “아들인 미카(12)가 ‘어벤져스2’ 외국인 엑스트라에 지원했을 정도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벤져스2’는 다음 달 2~4일 상암DMC(오전 6시~오후 6시), 5일 청담대교 진입램프(오전 4시 30분~오후 5시 30분), 6일 강남대로(오전 4시 30분~낮 12시), 10~12일 강남 탄천주차장, 13일 문래동 철강단지 등에서 진행된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10분쯤 ‘어벤져스2’ 촬영이 한창이던 마포대교 교각 근처에서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의 시신이 떠올랐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에 따르면 마포대교 아래에서 보트를 타고 있던 영화 제작사 측 안전요원이 시신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고, 일부 스태프가 적잖이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10년 과일장사로 빚만 있던 아빠

    10년 넘게 트럭을 이용해 과일을 판매해 온 50대 가장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트럭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3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낮 12시 39분쯤 서울 구로구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주차된 봉고 트럭 안에서 고모(50)씨가 번개탄을 피워 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근처에서 과일을 팔던 이모(55)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고씨는 결혼 후 식당에 자재를 납품하는 일을 해 오다 돈벌이가 제대로 되지 않자 10여년 전부터 트럭에 과일과 채소 등을 싣고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 등지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새벽같이 일어나 가락시장과 노량진시장 등을 오가며 물건을 떼 밤늦게까지 일했다. 그러나 1~2년 전부터 불경기의 여파로 장사가 안 되면서 형편이 어려워졌다. 그는 평소 주변 상인들에게 “장사가 너무 힘들다. 빚이 쌓여 간다”며 생활고를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씨가 “평소 신용카드 빚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는 유족들의 진술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교육권 지킨 ‘착한 규제’ 경제논리에 풀리나

    교육권 지킨 ‘착한 규제’ 경제논리에 풀리나

    “대통령도 직접 와서 보시면 왜 문제인지 아실 텐데….” 백영현 교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덕성여중 건물 6층에서 담장 밖 공터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였던 3만 7000여㎡ 땅에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유해업소가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 인근에 지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지난 27일 발표하면서 덕성여중은 호텔과 ‘불편한 이웃’이 될 공산이 커졌다. 백 교장은 “호텔이 들어서면 아이들의 교육권이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며 “외국 정상이 수시로 투숙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경호 목적으로 보안 인력이 들어와 수업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손톱 밑 가시’의 상징으로 ‘학교 주변 관광호텔 건설 제한’을 지목한 데 대해 교육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호텔을 지으면 상권이 커지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숙박업계와 지역 상인들은 반긴다. 하지만 경제논리와 교육논리가 맞선 현안인데도 ‘규제는 죄악’이라는 대통령의 말에 일방통행 식으로 추진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상반기 중 유해시설(단란주점, 도박장 등) 없는 관광호텔을 학교 인근 상대정화구역(학교로부터 50~100m) 내에 지을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숙박업 자체가 유해한 것이 아니라 불법적 성매매 등이 자행돼 나쁜 것”이라면서 “호텔을 짓되 불법 행위는 경찰이 단속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와 학부모의 생각은 다르다. 관광호텔 내 유해업소 입점만 허락하지 않아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초등학교 인근 호텔 건립을 반대해 온 이종훈 양평한신아파트 입주자 대표협의회장은 “호텔에 묵는 외국인을 겨냥한 유흥업소가 우후죽순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규모 관광호텔들이 불법 대실(숙박을 하지 않고 몇 시간 동안만 머무는 형태) 영업을 해 ‘러브호텔’처럼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법규상 사각지대도 지적된다. 법이 개정돼도 절대정화구역(학교 정문 기준 반경 50m 이내) 내에는 호텔을 지을 수 없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덕성여중의 경우 정문에서 호텔 부지는 60m 거리이지만 학교 뒤편과 호텔은 맞닿아 있다. 물론 규제 완화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 용인의 P아파트 단지에서는 관광호텔이 들어서는 문제를 두고 주민들이 양분됐다. 분양사무실 관계자는 “호텔이 생기면 죽전역까지 상권이 이어져 호재가 될 것”이라며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유해물을 접하는데 호텔로 악영향을 받는다는 건 비약”이라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무작정 반대하면 교육계의 이기주의로 비칠까 봐 조심스럽다”면서도 “아이들이 유해 환경에 노출될까 우려하는 학부모들을 안심시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범인 잡아야 한다 생각뿐 무서운 생각 전혀 없었죠”

    “범인 잡아야 한다 생각뿐 무서운 생각 전혀 없었죠”

    지난 24일 오전 4시 20분쯤 서울 구로구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친구 사이인 김모(19·여)씨와 이모(19·여)씨를 뒤쫓던 정모(35)씨가 핸드백을 빼앗아 달아났다. 둘은 함께 정씨를 뒤쫓았지만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씨는 이들이 쫓아오자 현금 2만 2000원과 휴대전화만 빼낸 뒤 가방을 버린 채 내달렸다. 이때 구로디지털단지역 3번 출구에서 새벽 청소를 하고 있던 환경미화원 이정주(46)씨가 추격전을 목격했다. 이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정씨를 쫓았다. 정씨는 100m가량 쫓기다 결국 이씨에게 붙잡혔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날치기범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혹시 범인이 흉기를 가지고 있으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딸 같은 아이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범인이 저항하긴 했지만 다행히 경찰이 올 때까지 붙잡고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로구청에서 ‘모범 환경미화원상’을 받게 된 이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 상까지 받게 돼 쑥스럽다”며 “험악한 세상일수록 주변에 작은 관심을 두고 베풀며 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료 정신석(45)씨는 “10년간 환경미화원 일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남을 돕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면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 도와주면 오히려 ‘뭐하러 나서느냐’고 말하는 요즘 살신성인을 보여 준 동료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폰이 꺼지자 삶도 꺼졌다

    폰이 꺼지자 삶도 꺼졌다

    지난 20일 밤 6시간 가까이 전화는 물론 데이터 통신까지 ‘먹통’이 되는 통신대란으로 직접 피해를 본 SK텔레콤(SKT) 고객은 무려 560만명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택배기사와 콜택시·대리운전 기사 등은 경제적 손실을 봤고, 일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심리적 공황 상태를 경험하는 등 스마트폰에 중독된 한국 사회의 단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SK텔레콤은 21일 “20일 오후 6시쯤 통신 장애가 발생해 오후 11시 40분에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는 21일 아침까지 불편을 겪었다. 특히 지난 13일에 이어 1주일 만에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고조됐다. 스마트폰에 의지해 영업하는 대리운전·콜택시·택배·퀵서비스 기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김종용(56)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보통 하룻밤 6~7건의 대리운전 요청을 받아 4만~5만원 정도를 버는 데 어제는 통신 장애 탓에 2건밖에 못 했다”면서 “전국 20만명의 대리기사가 1만원씩만 영업손실을 봤다고 해도 20억원가량을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로밍 고객 피해도 잇따랐다. 홍콩에 머물고 있는 프로그래머 임선일(37)씨는 “오후 5시부터 새벽 3시(한국시간)까지 먹통이었는데 SK텔레콤에 전화를 했더니 하루 요금 1700원과 데이터 요금 하루치인 1만원을 보상해 주겠다고 했다”면서 “(자정을 넘겼으니) 데이터요금은 이틀치를 보상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싫으면 말라. 상담이 밀렸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택시요금이나 배달음식 카드 결제가 이뤄지지 않거나, 스마트폰을 통한 은행 업무를 보지 못하는 피해 외에도 일부 이용자들은 ‘금단현상’을 겪기도 했다. 천모(26·여)씨는 “친구와 콘서트를 보고 남자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전화도, 카카오톡도 안 터져서 만나지 못했다”면서 “통신 장애를 몰랐기 때문에 더 불안했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못 마시면 불안·초조함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이 고장나거나 잃어버릴 경우 심리적인 공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통신 장애가 발생한 5~6시간 동안 사람들이 일종의 스마트폰 금단현상을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우리 사회는 이미 스마트폰에 중독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SK텔레콤은 통신장애를 겪은 가입자에게 피해 발생 금액의 10배를 보상하기로 했다. 직접 피해를 본 경우 54요금제를 기준으로 4355원을 다음 달 월정요금(기본료 또는 월정액)에서 차감 형태로 보상받는다. 피해를 보지 않은 가입자에게도 일괄적으로 1일분 요금을 차감해 주기로 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한양대, 안산 고려인 한글 야학 돕는다

    한양대 안산 에리카캠퍼스와 고려인(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동포들의 후예) 동포 지원단체 ‘너머’가 고려인 동포들의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해 한글 야학 공부방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19일 ‘너머’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약 3만명 가운데 1000여명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인근에서 집단 거주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고국 땅을 밟기 전에 한국어를 정식으로 배운 경험이 없는 탓에 집 앞 상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병원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았다. 2012년부터 경기 안산시 단원구 땟골마을에서 고려인 한글 야학을 운영<서울신문 3월 1일자 1면>해 온 ‘너머’는 고려인들을 지원하려고 주변에 야학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글을 가르칠 교사는 물론 공부방에 놓을 비품과 교육 기자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때마침 한양대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학교 주변에 사는 고려인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박상천 에리카캠퍼스 부총장이 학교 앞에 고려인 야학을 열 수 있도록 모든 교육 기자재를 지원하기로 한 것. ‘너머’는 한양대의 지원 덕분에 최근 학교 정문 인근에 ‘너머 분소’라는 이름의 고려인 한글 공부방을 열었다. 에리카캠퍼스에서 사용하던 컴퓨터와 모니터, 강의용 책상 등이 공부방을 채웠다. 지난 18일에는 지역 고려인 동포들을 상대로 첫 수업이 열렸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의 서동호 대외협력팀장은 “학생과 고려인들이 학교 앞에서 한데 섞여 살아왔지만 서로 잘 알지 못한 채 지내온 게 사실”이라며 “한양대 학생들과 고려인들이 ‘너머 분소’가 문 연 것을 계기로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가해자보다 더 가혹한 고통에 두번 우는 유가족

    가해자보다 더 가혹한 고통에 두번 우는 유가족

    2012년 11월 김모(51)씨는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다. 시각장애인인 딸(당시 12세)이 맹아원 기숙학교에서 숨졌다는 것이다. 부리나케 가보니 시신은 시퍼렇고 까만 멍으로 얼룩져 있었고 알 수 없는 상처가 나 있었다. 해당 학교는 4시간 동안 담당 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일어났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지만 사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충격에 휩싸인 김씨의 부인은 두 차례 자살을 기도했다. 다른 자녀들 역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외출을 하지 못하고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김씨는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가혹한 형벌을 받는 것 같다”면서 “사건 발생 이후 지역 자살예방센터 사람들이 한 번 찾아왔을 뿐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묻지마 범죄’가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 피해자 가족에 대한 국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족구조금은 최대 6650만원까지, 장해구조금과 중상해구조금은 최대 5542만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예산이 부족한 데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받을 수 있다. 전국에 4곳뿐인 강력범죄 피해자와 가족의 정신적 상처를 돌보기 위한 법무부의 치유시설 확충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8년 155건에 14억 1100만원이 지급됐던 범죄피해구조금은 지난해 312건에 79억 1227만원으로 5년 사이 464% 늘어났다. 지난해 배정된 예산은 고작 73억여원이었지만, 구조금을 제때 못 받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예산액보다 많은 79억여원이 지급된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타격은 물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강력범죄 피해 당사자와 가족을 돌보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은 “해마다 강력범죄 피해자 수가 30만명에 달하는데 현 수준의 지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구조금이 신청을 하는 사람에게 주는 시스템인 데다 일시금이기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피해자 가족을 위해 심리 상담 코디네이터를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력범죄 피해로 인한 가족들의 심리적 후유증이 가볍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법무부는 2010년 7월 강력범죄의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 시설 ‘스마일센터’를 설립했다.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인력이 상담과 치료, 재활교육 등을 제공하지만, 서울·부산·인천·광주 등 단 4곳뿐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은 범죄 피해자들이 만든 민간단체들이 변호사, 의사, 심리학자 등 각계 전문가와 연계해 법인을 만든다”면서 “피해자 가족 지원을 정부가 전담하는 것보다 민간에 업무를 이양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면 사건 발생 직후 이들을 빠르게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성추행 자살 여군 가해자, 무죄 주장·증거인멸 시도”

    군인권센터와 야당 의원들이 지난해 10월 강원 화천군 육군 모 부대 인근에서 자살한 오모(당시 28세·여) 대위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노모(37) 소령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18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김상희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 25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공판 과정에서 증인들이 입을 모아 노 소령이 오 대위에게 성추행과 폭행을 행사했으며 일상적으로 모욕을 일삼았다고 증언했음에도 가해자는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대 내 인권침해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군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군사법원은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 소령 소속 부대가 재판 과정에서 증거인멸 등 재판을 방해한 만큼 즉각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 소장은 “중요한 정황 증거인 오 대위의 부대 출입기록을 소속 부대가 은닉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해 재판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면서 “국방부 검찰단은 즉각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대위는 직속상관인 노 소령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과중한 업무, 폭행과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1심 재판은 20일 군사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내러티브 리포트] 예술흥행비자 외국인 4869명… 국내 노동법 보호 못 받아

    이른바 ‘연예인 비자’로 통하는 예술흥행(E6)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E6 비자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4869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비자 유효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불법 체류자는 1523명에 달한다. 이처럼 불법 체류자가 무더기로 양산된 것은 외국인을 고용한 공연기획사와 관광업소 등의 불법·부당 행위에 대해 당국의 감독과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혜우 전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소장은 “E6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들은 각 사업장에서 사실상 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예술인 비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들에 대한 유기·감금·임금 체불 등의 문제는 인신매매에 해당하지만, 국내에 ‘인신매매 방지법’이 없어 개별 사건으로 고소하는 등 이들을 보호하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관광업소 공연을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여성 중 일부가 공연기획사 등에 의해 유흥업소로 넘겨져 성 착취 목적의 성 산업에 노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법무부가 2011년 이후 비자 발급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여전히 성매매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할 때 비자 발급, 업체 관리·감독, 피해자 보호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변정희 사무국장은 “자칫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까 두려워하는 외국 여성들의 불안한 지위를 노리고 유흥업소로 내모는 브로커들이 문제”라면서 “당국의 규제나 단속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시설인 ‘두레방’의 박수미 소장 역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업소를 방문해 외국인들의 근로 현장을 감찰하지만 실제로 업소가 운영되는 새벽 시간에 방문하지 않는 데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성매매 현장을 포착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하고 전문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88만원 세대 대변… “새 교섭모델 개발할 것”

    88만원 세대 대변… “새 교섭모델 개발할 것”

    “고용지표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경제성장률이 오른다고 해도 청년 일자리가 생긴다는 보장은 없죠.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김민수(24) 위원장은 창립 4주년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멘토보다는 동료가 필요한 시대”라며 이렇게 말했다. 2010년 출범한 청년유니온은 ‘피자 배달 30분제 폐지’ ‘미용실 스태프·학원 강사 근로 조건 실태조사’ 등의 사업을 통해 ‘88만원 세대’의 노동권을 대변해 왔다. 15~39세 비정규직, 정규직, 구직자, 실직자 등으로 구성된 청년유니온은 노조 설립신고서를 낸 지 여섯 번째 만인 지난해 4월 드디어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 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 고용부는 구직자, 실업자 등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자가 노조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전국 단위 노조 설립 신고를 다섯 차례 반려했었다. 2009년 12월 청년유니온에 합류한 김 위원장은 2011년 상담팀장을 거쳐 지난 2월 위원장으로 뽑혔다. 김 위원장은 “1, 2기 때는 청년유니온의 존재를 알리고 법 내 노조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앞으로는 개별 사업장, 정부 등을 상대로 사회적인 형태의 새로운 교섭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30대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로 ‘이겨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을 지목했다. 그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통의 목소리를 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이기는 경험”이라면서 “대학을 졸업한 뒤 구직을 하는 과정에서 좌절한 경험이 많은 청년들이 청년유니온 같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우리에게도 이런 힘이 있구나’ 하고 느낄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직장에서 월급을 떼였을 때, 집주인과의 사이에서 전세 보증금 갈등이 생길 때, 대출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할 때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는 순간 청년유니온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동료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안녕하지 못하다’는 청년들의 외침이 끊이지 않는 지금, 김 위원장은 얼마나 행복한지 궁금했다. “매 순간 ‘나는 행복한가’라고 되묻는 것이야말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은 특정한 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라 긴 흐름 속에 얻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삶에 대한 긴장을 놓지 않은 채 고민을 하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겁니다. 고민이 많으시면 청년유니온에 전화 주시고요(웃음).” 글 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내러티브 리포트] “아프리카 예술혼 담은 이 손, 한국에선 14시간 접시만 닦았다”

    [내러티브 리포트] “아프리카 예술혼 담은 이 손, 한국에선 14시간 접시만 닦았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예술흥행(E6) 비자를 발급받고 한국행을 선택한 외국인들이 인신매매, 성매매, 임금 체불, 폭력 등 인권침해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그간 E6 비자 제도의 부작용이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관계 부처가 나서서 인권침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프리카 무용 예술가에서 불법 체류자로 전락한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에밀라(가명·35·여)와 가수 활동을 기대하고 입국했으나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필리핀으로 돌아간 마리아(가명·23·여)와의 심층 인터뷰를 내러티브 리포트(Narrative Report) 형태로 재구성했다. ■ 아프리카빌리지 무용수 에밀라 2002년 6월. 에밀라(당시 23·여)와 동료 무용수 10명은 지구 반대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코레 뒤 쉬드’(프랑스어로 남한)’. 코트디부아르에서 이틀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낯선 땅 한국이었다. 그래도 에밀라는 두렵지 않았다. 코트디부아르의 ‘글라오지에티’ 전통예술극단 단원들은 이전에도 프랑스, 독일, 리비아 등으로 해외 순회공연을 하러 다녔다. 에밀라는 한국에서의 공연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며 기대에 차 있었다. 하지만 에밀라의 기대가 깨지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이들을 초청한 경기 남양주의 아프리카 예술 체험장인 ‘아프리카빌리지’ 관리자와 함께 도착한 곳은 수도나 화장실은커녕, 주변에 인적조차 드문 폐가였다. 집 안에는 곰팡내가 진동했다. 물을 사 먹거나 씻으려면 20분이나 걸어 나와야 했다. 현실은 점점 악몽으로 다가왔다. 한국에 오기 전 공연단은 하루 8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200달러를 받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이들이 월 200달러의 급여조차 언감생심이란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이마저도 몸이 아파서 하루 쉬거나 청소를 안 하면 매번 5~15달러씩 공제됐다. 전화비로 1분에 3달러가 떼였다. 업주는 이것들을 한국어로 ‘흑인급여장부’라고 적힌 파일에 기록하고 관리했다. 무엇보다 그들을 힘들게 한 건 노예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예술가의 자존심은 처절하게 짓밟혔다. 에밀라와 동료 무용수들은 쉬는 날 없이 일해야 했지만 거역할 수 없었다. 하루 3~4회 공연이 끝난 뒤에도 식당 서빙과 요리, 청소, 호객, 제초작업까지 하루 14시간이 넘는 고역을 견뎌야 했다. 그들이 일한 곳은 이름은 박물관이지만, 업소 등록은 음식점으로 돼 있는 곳이었다. 에밀라와 동료 무용수들이 항의하면 업주는 ‘그러면 나가라’며 코웃음을 쳤다. 업주는 알고 있었다. 돈도, 비행기 표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에밀라와 단원들이 목숨을 건 탈출을 하진 못할 것이란 걸. 4개월이 흐른 뒤 에밀라와 동료 무용수들은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끔찍했던 아프리카빌리지를 탈출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에밀라의 곁에는 동료 무용수였던 남편 바토(51)밖에 없다. 그들은 사업장을 탈출하는 동시에 E6 비자를 박탈당했고, 갈 곳을 잃었다. 단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사이 코트디부아르에는 내전이 발생했고, 에밀라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한국에 남기로 한 에밀라는 이듬해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난민 신청은 11년이 지난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때 유럽 순회공연을 다니는 예술가였던 에밀라와 바토는 결국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 가는 불법 체류자로 이 땅에 남아 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가수 지망했던 필리핀인 마리아 2010년 12월, 필리핀 국적의 마리아(23·여)는 부푼 꿈을 안고 한국 땅을 밟았다. 필리핀을 강타한 ‘한류’ 열풍 속에서 가수의 꿈을 키운 마리아는 한국에서 “내 꿈에 날개를 달겠다”고 다짐했다. 돈을 벌겠다는 현실적인 목표도 있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필리핀에서 지인 소개로 알게 된 현지 기획사 직원은 “한국에 가면 가수로 일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며 마리아를 유혹했다. 간단한 오디션을 거친 마리아는 한국 기획사와 공연 계약을 체결한 뒤 예술흥행(E6)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왔다. 공항에서 만난 기획사 직원은 마리아를 대구의 노래방으로 데리고 갔다. 생전 처음 겪는 추위도 싫었지만, 한국 사람들의 시선은 더 견디기 어려웠다. 한 달 뒤 마리아는 부산의 한 외국인 전용 클럽으로 옮겨졌다. 미국인이 좋아하는 용모에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 때문. 생활은 더 비참했다. 업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근무시간인 밤에는 물론, 낮에도 클럽을 벗어날 수 없었다. 하루 9시간씩 손님 옆에서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불러 받는 월급은 고작 40만원. 필리핀에서 마리아만 바라보는 5명의 식구들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한 달에 2번씩 정기 휴무를 약속받았지만,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아파도 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파서 일을 못할 때면 사장이 “하루 수당을 못 벌었으니 벌금으로 10만원을 내라”고 윽박질렀다. 다른 클럽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손님의 술 시중을 들고 접대하기 위해 마약을 먹는다고도 했다. 오랜만에 쉬는 날, 마리아는 아파트에 혼자 있기 싫어 자신이 일하는 클럽에 갔다. 손님과 동석해 술을 마셨고, 손님의 요청으로 무대에서 노래도 불렀다. 손님들이 준 팁을 세어 보니 20만원. 이를 본 사장은 득달같이 달려와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휴무에 번 돈이라고 사정했지만, 사장은 벌컥 화를 냈다. “누가 일하게 해 줬는데 어디서 이렇게 거만하게 나와? 당장 나가.” 그날 밤 마리아는 도망쳤다. 갈 곳을 잃은 마리아는 한국에서 알게 된 친구의 소개로 이주 여성을 위한 쉼터에 머물렀다. 마리아의 사연을 들은 쉼터의 활동가들은 계약을 위반한 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고 했다. 업주는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었고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월급은 그 정도밖에 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후 1년 2개월의 지루한 소송이 이어졌고 법원은 마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마리아는 필리핀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로 G1 비자(치료·소송 등을 이유로 3개월 이상 머물러야 할 때 내주는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머물렀지만 소송이 종료된 만큼 더 머물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2012년 6월, 마리아는 상처만 얻은 채 쓸쓸하게 한국을 떠났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자살 시도 金씨 상태 호전… 취재진 질문엔 “…”

    자살 시도 金씨 상태 호전… 취재진 질문엔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위조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다 자살을 시도한 조선족 김모(61)씨가 10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지난 5일 자살 기도 이후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김씨는 상태가 호전돼 이날 오전 11시쯤 일반 병동의 1인실로 옮겨졌다. 병상에 누워 얼굴까지 하얀 시트로 덮은 채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국정원이 문서 조작 지시를 내렸나”, “국정원에 서류를 전달할 때 위조됐다는 사실을 밝혔나”, “호텔 방에 ‘국조원’이라는 혈흔을 남긴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닫았다. 그는 병원 직원들의 도움으로 일반 병동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김씨의 주치의 박영학 교수는 앞서 브리핑을 갖고 “상처 봉합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상태가 안정됐다고 판단해 일반 병실에서 치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처음 병원에 실려 왔을 당시 의식이 약간 혼미한 상태였고 오른쪽 턱 아래 10㎝ 길이의 열상(피부가 찢어져 생긴 상처)이 있었다”면서 “피가 스며 나오는 정도였고 동맥 손상에 의한 출혈이나 신경 손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3일 뒤면 실밥을 뽑을 것이고 그 뒤에 퇴원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모텔 객실에서 흉기로 자해한 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위조 의혹과 관련해 피고인의 출입경 기록 위조 또는 변조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국가정보원 협조자로 지난달 28일을 비롯해 세 차례에 걸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간첩사건’ 국정원 협조 檢조사 조선족 자살기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과 관련해 검찰 진상조사팀(팀장 노정환)의 조사를 받던 국가정보원 ‘협조자’ 조선족 김모(61)씨가 자살을 기도했다가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조사팀을 총괄하는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김씨가 지난 5일 오후 6시에 자신이 묵었던 숙소에서 자살을 기도했다”고 6일 밝혔다. 흉기로 목 부분을 자해한 뒤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위중한 상태라고 검찰은 전했다. 탈북한 뒤 중국 국적을 취득한 김씨는 중국 대사관 영사부가 위조라고 밝힌 유우성(34·전 서울시 공무원)씨의 출입경기록 문서 가운데 하나인 싼허(三合) 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의 답변서를 입수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1시부터 5일 오전 5시까지 18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돌아간 김씨는 같은 날 정오쯤 조사팀 검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오후 6시쯤 쓰러진 김씨를 발견한 모텔 직원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김씨는 침대 옆과 벽 사이에 속옷 차림으로 쓰러져 있었으며, 벽면에는 김씨가 피로 쓴 것으로 보이는 ‘국정원’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장은 김씨의 유서에 국정원 측의 압박과 관련된 언급이 있었는지에 대해 “그러한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빈곤족쇄법 부양의무제

    빈곤족쇄법 부양의무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얘기를 듣고 남의 일 같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두렵기도 하고요.” 서울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모(41)씨는 5일 인터뷰 내내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2월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김씨는 같은 해 3월 15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을 신청했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당국이 김씨의 부모가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사는 경기 평택의 집은 공시지가 2억 4000만원. 하지만 김씨 어머니(61)가 심장질환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병원비와 생활비로 1억 1000만원을 담보대출 받아 현재 압류 상태다. 김씨 아버지(75)는 군부대에서 청소 노동을 하면서 번 돈으로 매달 100만원이 넘는 대출이자와 세금을 내기에도 빠듯하다. 이런데도 부모가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김씨 아내(32)가 매달 받는 장애수당 20만원과 최근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수급자 지정에 따른 지원금 60만원 등 80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지체장애 2급으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김씨는 이 돈으로 지체장애 2급인 아내와 두 살, 세 살, 네 살짜리 자녀를 부양해야 한다.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을 비롯해 최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르게 한 부실한 복지정책과 사회부조제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가난한 부양 의무자에게 떠넘기는 일종의 연대책임 제도인 ‘부양의무제’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5일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2010년 155만명에 이르던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2011년 146만 9000명, 2012년 139만 4000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 반면 탈락자 수는 2010년 17만 2654명에서 2011년 23만 5679명으로 늘더니 2012년에도 21만 3679명으로 20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기초생활수급 탈락자 중 최대 30%가량이 부양의무제 때문으로 추정한다. 부양의무제란 수급 대상자의 부모나 자녀에게 재산이 있거나 일할 능력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탈락시키는 제도다. 2010년 현재 부양의무제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비수급 빈곤층’은 117만명에 이른다. 지난 1월 아버지의 유산 때문에 수급 신청에서 탈락하고 단칸방에서 홀로 지내던 아들이 투신자살한 사건과 지난해 9월 딸이 취업하면서 수급 탈락 통보를 받고 딸에게 병원비를 부담시킬 수 없다며 아버지가 자살한 사건의 이면에는 부양의무제가 자리 잡고 있다. 서병수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은 “기초생활수급 탈락자 가운데에는 부정 수급으로 탈락한 이들도 있지만 30% 정도는 부양의무제 때문에 탈락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수급자 기준을 강화하면서 피해자도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분한 심의 없이 정부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세부 방침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돈에 눈먼 병원장

    산업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것처럼 꾸며 수십억원대의 보험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건설 현장 등에서 사고를 당한 것처럼 위장해 산재보험금과 상해보험금 등 67억여원을 부정 수령한 혐의(사기 등)로 브로커 김모(51)씨와 병원장 권모(47)씨, 전 근로복지공단 직원 김모(59)씨 등 40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브로커 김씨의 주선으로 범행에 가담한 부정 수급자 이모(52)씨 등 13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부정수급자 대부분 무직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산재보험금과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며 이씨 등을 꾀어 이들이 잣 채취원, 특수 페인트공 등 일당 20만~50만원의 고임금 근로자인 것처럼 미리 공모한 사업주와 가짜 근로계약서를 썼다. 이후 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권씨의 병원에 입원시켰다. 이후 전 근로복지공단 직원 김씨가 공단 직원과의 친분을 이용해 산재 승인을 받는 수법으로 2005년부터 6년간 총 67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병원장 권씨는 진짜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과 가짜 환자의 것을 바꿔치기는 하는 수법으로 거짓 진단서를 발급했다. 또한 가짜 환자의 척추에 고정핀을 삽입하거나 멀쩡한 십자인대를 뜯어내고 인조 인대를 이식하는 등 총 23명에게 허위 수술을 집도해 건강보험 요양급여금 약 8000만원을 부당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서울 강서구 3000억대 재력가 둔기에 피살

    3000억원대 재력가로 소문난 60대 남성이 자신이 소유한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3일 오전 3시 19분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 3층 관리사무소에서 송모(67)씨가 숨져 있는 것을 송씨의 부인 이모(64)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4일 밝혔다. 부인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연락을 받지 않아 찾아가 보니 관리사무소 문 앞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송씨의 머리에서는 수차례 둔기로 맞은 흔적이 발견됐고 두개골이 함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건물 폐쇄회로(CC) TV를 통해 송씨가 발견된 당일 0시 50분쯤 건물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 송씨가 약 2시간 30분 사이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송씨의 부검을 의뢰하고 현장 주변 탐문 조사에 나섰다. 호텔과 사우나, 예식장 등을 소유한 자산가인 송씨는 앞서 재산 문제로 민·형사 소송에 연루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원한 관계에 의한 살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의 정확한 재산 규모, 범행에 사용된 흉기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송씨는 2009년 종로구 장사동의 한 호텔 일부를 소유하고 있던 재일교포 A씨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다 매매계약서와 영수증을 위조해 A씨의 1000억원대 재산을 가로챈 혐의로 1심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어 2심에서 송씨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세 모녀 자살사건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생활고에… 암투병에… 또 극단적 선택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에 이어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리던 이들이 잇달아 목숨을 끊었다. 3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쯤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안모(57)씨와 아내 이모(55)씨가 연탄불을 피워 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엔 (딸에게) ‘먼저 가 미안하다. 다음 생애에도 부모와 자식으로 태어나 행복하게 살자’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안씨는 택시 기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으나 최근 간암 말기 판정을 받는 등 건강이 나빠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광주와 동두천에서도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워 온 일가족이 목숨을 끊었다. 3일 오전 8시 38분쯤 광주시 초월읍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이모(44)씨가 딸(13·지체장애 2급), 아들(4)과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이 발견된 작은방 문틈에 유리테이프가 붙어 있었고 방 안에는 불에 탄 번개탄 5개와 소주병 2개가 놓여 있었다. 유서는 없었지만 사별한 전 부인이 낳은 딸이 장애를 앓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 지금 부인과 가정불화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은 지난해 9월 집을 나간 뒤 아들을 보러 가끔 집에 들렀고, 이날도 아들을 보기 위해 집에 왔다가 이들을 발견했다.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쯤에는 동두천시 상패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가정주부 윤모(37)씨와 아들(4)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근처 원룸에 사는 윤씨와 아들이 아파트 15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고, 윤씨 옷 주머니에서 “이렇게 죽게 돼서 미안하다”고 간단히 적은 메모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두 사람이 동반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는 시아버지 명의의 세금고지서에 쓰여 있었다. 윤씨는 운전학원에서 일하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활했으나 생계가 넉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4세 된 아들이 아직 말을 못하는 데다 기저귀를 차는 등 성장이 더딘 점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잇따른 부모와 자녀의 동반 자살과 관련,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경욱 교수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홀로 남을 경우 불행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다 아이들을 독립된 생명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오인해 함께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잦은 것 같다”면서 “장애아가 있는 가정이나 실직으로 생계가 일시 어려운 주민들까지 챙겨 볼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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