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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안전가족協 “이번엔 재발방지 먼저”

    인재(人災)로 피붙이를 잃은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씨랜드 화재, 인천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 대구지하철 화재,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모임과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참사대책위원회, 참여연대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및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정부 당국은 늘 참사의 진상을 덮거나 사태를 대충 수습하는 데만 급급해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세운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고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세월호) 실종자를 찾아내 가족들을 기만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참사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함께 ‘재난안전가족협의회’(가칭)를 결성하고 재난 예방 활동과 재난 관련 정부 정책 감시 활동에 돌입할 것을 재천명한다”고 밝혔다. 재난안전가족협의회 결성을 제안한 고석 씨랜드 화재 유가족모임 대표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우리가 함께 치유하자는 차원에서 재난안전가족협의회를 제안했다”며 “재난 관련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장애인 인권유린·국고보조금 유용…인강재단 사회복지계서 퇴출시켜야”

    장애인을 상습 폭행하고 국고보조금을 유용해 파문을 일으킨 서울 도봉구의 사회복지시설 ‘인강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의 또 다른 산하 시설 ‘송전원’의 인권침해 및 시설비리<서울신문 6월 10일자 9면>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인·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인강재단 장애인 인권유린 및 시설비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강원을 비롯해 인강재단 산하 송전원에서도 인권유린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에 “인강원·송전원을 폐쇄하고 인강재단의 사회복지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송전원에 거주하는 50여명의 장애인들은 거주인 간 성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직업재활이라는 명목으로 밭일, 나무 땔감 줍기, 세탁, 청소, 설거지 등을 무임으로 시키는 등 노동력 착취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의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현장조사를 벌였다. 대책위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송전원이 인권유린 지대임이 증명됐다”면서 “인권침해와 비리를 일으킨 인강재단에 정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사회복지계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성추행 가해자·피해자 같은 방에 재웠다

    성추행 가해자·피해자 같은 방에 재웠다

    경기 연천의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성추행, 강제 노동, 기저귀 사용제한 등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인권침해가 반복적으로 이뤄진 곳은 지난 3월 장애인을 상습 폭행하고 국고보조금을 유용해 파문을 일으킨 서울 도봉구의 사회복지시설 ‘인강원’<서울신문 2014년 3월 13일자 9면>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의 또 다른 산하 시설 ‘송전원’(2009년 설립)이다. 9일 장애인·시민단체로 구성된 ‘인강재단 장애인 인권유린 및 시설비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송전원에서 거주인 간의 성추행, 강제적 노동, 기저귀·생리대 사용 제한 등 비인간적 처우, 외출 금지 등 자유 제한 등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장애인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받게 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해 인권위가 현재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5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송전원에서 거주인 간 성추행이 발생했지만 직원들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 거주인 A씨가 다른 남성 거주인 B씨의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지만 직원들은 “(같은) 방에서 좀 떨어져서 자라”고 말했을 뿐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은 채 한 방에서 생활하도록 내버려 뒀다. 노동 능력이 있는 거주인들은 ‘직업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밭일, 나무 땔감 줍기, 설거지, 세탁 및 청소 등 시설 내 각종 업무에 강제 동원됐다. 직업 훈련의 경우 일정 기간 단계별로 수행되어야 하며 직업활동으로 연계돼야 하지만 거주인들은 무임금 노동을 강요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에 대한 대가를 임금 대신 음식으로 대체하거나 심지어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을 주기도 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기저귀와 생리대 개수를 평균 1~3개로 제한하는 등 비인간적 처우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일부 거주인은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거나 심한 경우 피부 발진 등으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송전원이 경기 연천의 외곽에 있는 까닭에 거주인들이 바깥 활동을 하기에 어려움이 따르는 등 이동의 자유 역시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주인 대부분은 직원과 동행하거나 방문자가 있을 때만 외출이 가능했다. 대책위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강재단에 대해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는 등 적용 가능한 행정처분을 동원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는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인강재단 관할 자치구인 도봉구에 구본권 이사장을 포함해 인강재단 이사 7명 전원에 대한 해임을 명령했지만, 대책위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임시 조치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을 운영하는 해당 법인의 이사진 전원을 해임하고 보조금 환수 조치를 명령하는 등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한 상태”라며 “하반기에 장애인 거주 시설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인권침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애인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은 서울시가 제2, 제3의 ‘도가니 사태’를 막겠다며 2012년 1월 ‘장애인 인권침해 5대 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설 내 인권 문제와 비리가 있을 경우 해당 시설을 바로 퇴출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인강재단 산하 시설들을 즉각 폐쇄해 인권침해와 비리에 휩싸인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월드컵 코앞인데… 애도 속 거리응원 딜레마

    월드컵 코앞인데… 애도 속 거리응원 딜레마

    세월호 참사 이후 온 나라가 50여일째 ‘국상’(國喪) 분위기에 젖은 가운데 코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 한국-러시아전(6월 18일 오전 7시) 거리응원 여부와 장소 등을 놓고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거리응원이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깰 수 있다”는 의견과 “힘을 합친 응원으로 국민이 지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세월호 실종자 10여명이 남은 데다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축제판은 세월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희생자 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비단 유가족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는 월드컵으로 잊혀선 안 될 문제”라며 “한 달이나 지속되는 월드컵 기간에 국민의 분노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잊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등도 월드컵 열기에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묻힐까 걱정된다는 우려를 거듭 밝힌 바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불거진 자본과 결탁한 대규모 길거리응원에 대한 피로감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번 월드컵 거리응원은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후원사인 현대자동차와 KT가 후원을 맡게 된다.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정윤수씨는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거리응원은 순수성을 잃고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를 중심으로 기업, 방송사, 연예인 등이 정교하게 기획된 상업 이벤트로 변질됐다”면서 “재벌이 주도하는 거리응원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교수 역시 “붉은 악마도 이전보다는 조금 조용하게 하려고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재벌이 후원하고 붉은 악마 같은 상업적인 조직이 주도하는 거대한 마케팅 공간에 시민이 휩쓸릴 필요가 없다”며 “현재 붉은 악마의 응원 방식은 국가주의의 또 다른 발현”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붉은 악마 측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거리응원을 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면서도 “거리응원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손형오 붉은 악마 미디어팀장은 “피땀 흘려 가며 월드컵을 준비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라면서 “다만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고자 응원 중 잠시 침묵하는 등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붉은 악마 측은 서울광장에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기 때문에 광화문광장, 서울월드컵경기장, 올림픽공원 등 대체 장소를 물색 중이다. 이와 별도로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는 서울 영동대로를 거리응원 장소로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으며 서울시와 논의 중이다. 상업화 논란에 대한 부담을 지닌 붉은 악마가 현대자동차와 함께 거리응원을 진행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 팀장은 “대규모 거리응원 때 안전 조치를 하려면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원을 받는 것”이라며 “후원 기업들도 (홍보 등에) 어느 정도 이득을 얻어야 스포츠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서울광장에 분향소가 있는데 그 옆에서 거리응원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라면서 “정해진 건 없으며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지구를 생각하는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 “국가 안보, 이젠 군사보다 ‘환경 안보’ 중시해야”

    [지구를 생각하는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 “국가 안보, 이젠 군사보다 ‘환경 안보’ 중시해야”

    “한 번쯤 불필요한 물건을 충동구매하는 대신 환경단체에 기부하거나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작은 실천이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4일 최열(65) 환경재단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구라는 하나의 우주선에 탄 공동 운명체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작은 실천을 통해 환경운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1982년 국내 최초 민간 환경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설립한 1세대 환경운동가로 2002년 순수 민간 공익재단인 ‘환경재단’을 설립했다. 30여년간 환경운동을 주도하고, 4대강 사업 반대에 나선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국제 환경운동단체인 시에라클럽이 제정한 ‘치코멘데스상’을 받았다. 최 대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로 전 지구적 기후 변화를 꼽았다. 그는 “최근 슈퍼 태풍, 기습 폭우, 가뭄, 산불 등 기후 변화로 각종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전쟁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류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안보라고 하면 전에는 ‘군사 안보’를 지칭했지만 이제는 ‘환경 안보’가 더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물에 대한 인간의 욕심과 무분별한 규제 완화 때문에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환경과 인간의 안전은 무시한 채 오로지 이윤을 창출하려고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규제는 함부로 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최 대표는 지난 2월 출소 뒤 한 달 만에 환경재단 대표에 재선임됐다. 최 대표는 “당초 1심에서 무죄를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이렇다 할 심리도 하지 않은 채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재심 청구 방침을 밝혔다. 최 대표는 서울 남부교도소의 0.8평(2.6㎡) 독방에서 보낸 1년 동안 환경운동에 대한 구상을 재정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에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살고 있는데다 최근 빠른 성장으로 아시아인의 환경의식을 제고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환경재단이 아시아의 ‘그린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른 나라 환경단체와 연대와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세월호 참사 50일… 그들이 전하는 아픔과 희망 이야기] 눈 감으면 출렁거리던 시커먼 바닷물 그 속으로 가라앉는 배가 자꾸 생각나

    [세월호 참사 50일… 그들이 전하는 아픔과 희망 이야기] 눈 감으면 출렁거리던 시커먼 바닷물 그 속으로 가라앉는 배가 자꾸 생각나

    “가끔 원인 모를 분노가 치밀어 아내에게 이유 없이 발끈하기도 합니다. 아내는 왜 이렇게 사람이 변했느냐고 하는데 정작 난 왜 화가 났는지, 누구에게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50일. 하지만 세월호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강병기(41)씨의 시간은 ‘4월 16일’에 멈춰버린 듯하다. 그날 이후 이유 없이 폭식을 하고, ‘김밥’ 같은 쉬운 단어를 떠올리는 것조차 어려울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정신이 멍해질 때가 있다. 길을 걷다가도 10분쯤 멍하니 서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만히 있어도 이유 없이 손이 떨릴 때가 많다. 공공기관에서 문서를 작성할 일이 있으면 다른 분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대신 써달라고 부탁한다”고 털어놓았다. 거리를 지나는 어린 학생만 보면 눈물이 난다. 일부러 학교 주변을 피해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며칠 전 사촌 동생 결혼식에서는 축가를 듣다가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생각나 눈물을 쏟았다. 사고 당일인 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강씨를 3일 경기 부천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난간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강씨는 4월 15일 장인 이용주(70)씨와 직원 이모(47·중국 동포)씨와 함께 제주 방파제의 난간 보수 공사를 하러 세월호에 올랐다. 이튿날 아침 식사를 한 뒤 3층 선수 다인실에서 장인 이씨, 직원 이씨와 함께 나란히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강씨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왼쪽으로 기운 것을 느꼈다. 창문으로 배 앞쪽에 실린 컨테이너 박스들이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강씨는 장인을 안심시킨 뒤 상황을 살피러 안내데스크로 갔다. 하지만 순식간에 배는 기울었고, 차가운 바닷물이 차올랐다. 주변에 있던 학생들에게 눈에 띄는 대로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을 돕던 강씨는 배가 심하게 기울자 본능적으로 잠수해 좌현 출입문 쪽으로 빠져나왔다. 수영을 못하는 데다 구명조끼도 입지 못했던 강씨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죽음의 그늘이 덮쳐 오던 순간, 누군가 손목을 잡아 끌어올렸다. 고무보트에 탄 해경이었다. 장인도 해경이 선실 유리창을 깬 덕에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2년여를 함께 일했던 직원 이씨는 사고 발생 10여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고 발생 이후 경기 부천의 한 병원에 20여일간 입원했던 강씨는 지난달 8일 퇴원했다. 2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눈을 감으면 무섭게 출렁거리던 시커먼 바닷물과 그 속으로 가라앉는 배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떠오른다고 했다. “병원에 가면 담당 의사는 ‘몸이 어떤가’, ‘머리는 안 아픈가’ 정도를 물을 뿐입니다. 퇴원하고 나서도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으라고 조언했지만, 이제 일도 해야 하고, 아파도 참게 됩니다.” 아픈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가장이자 한 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라는 책임감이 강씨를 짓눌렀다. 강씨는 지난 두 달 간 정부에서 월 108만원의 긴급 생계비를 지원받았다. 생계를 유지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1000만원에 육박하는 기계 공구와 공구가 실린 1t 트럭이 바닷속에 가라앉은 탓에 당장 일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강씨는 “사고 전에 수주받았던 공사 몇 건을 다른 업체에 넘겨줬다”면서 “벌써 몇 달째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해 면목이 없는데,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해 줘서 고마울 뿐”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날의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힘이 듭니다. 빨리 일을 해서 예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면 힘든 기억도 빨리 잊혀질까요? 금쪽 같은 자식들을 잃은 단원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차마 말을 못 꺼냈지만 정부가 생존자 가족들의 고통에도 조금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6·4 지방선거 D-4] 직장인·상경 공시족, 수십m 줄 서 미리 ‘한 표’

    [6·4 지방선거 D-4] 직장인·상경 공시족, 수십m 줄 서 미리 ‘한 표’

    “사전투표가 없었으면 투표를 아마 안 했을 겁니다.” 6·4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30일 서울 동작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나온 박강현(26)씨는 이같이 말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지난해 경북 상주에서 올라와 노량진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박씨는 “대선까지는 고향에서 투표를 했다. 이번에 사전투표가 없었으면 부재자 신고를 하거나 고향에 내려가야 되는 거였는데 여기에 그렇게까지 투표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며 노량진 학원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날 오전 동작구청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박씨와 사정이 비슷한 20대 남녀 ‘공시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오전 8시까지는 다소 한산한 편이었지만 오전 9시를 즈음해서는 투표를 기다리는 줄이 30m가량 늘어날 정도였다. 입구에서 유권자들을 안내하던 참관인 박광식씨는 “아침 두어 시간 동안 700명 넘게 온 것 같은데 95% 정도는 여기 주민이 아닌 관외 유권자”라고 말했다. 젊은 남녀 커플이 ‘투표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기 부천에 살고 있는 여자 친구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공무원 준비생 강민석(25)씨는 “서로 사는 곳이 달라서 이렇게 같이 투표를 해 본 것은 처음”이라며 “사전투표가 좋은 추억을 남겨 줬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주변에 회사가 많은 지역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짬을 내 방문한 회사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주변에 효성그룹 본사 등이 위치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주민센터 투표소에는 특히 점심시간을 전후로 유권자들의 방문이 절정을 이뤄 입구 엘리베이터부터 줄을 설 정도였다. 식사 후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투표소를 찾은 회사원 배성재(44·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씨는 “빨리 투표하고 싶어서 왔다”며 “마음은 정해져 있는데 후보들이 싸우는 꼴이 싫어서 그냥 투표해 버리고 신경을 끄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소지에 상관없이 투표를 할 수 있다 보니 회사 동료들에게 이끌려 투표를 하러 온 경우도 있었다. 한 30대 남성 회사원은 “사실 큰 관심이 없었는데 동료들이 밥 먹으러 가는 길에 같이 투표하자고 해서 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여기서는 생수 배달을 왔던 배달원도 ‘신분증만 있으면 투표할 수 있다’는 안내인의 말을 듣고 투표소로 들어가기도 했다. 50대 이상 세대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영등포구 여의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만난 송명기(69·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씨는 “무역회사 일을 하는데 회사에 말하고 잠깐 나왔다”며 “전에는 새벽에 투표하고 출근을 했는데 그에 비하면 훨씬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손자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나온 50대 여성은 “집은 광진구인데 손자 보러 왔다가 산책할 겸 투표를 했다”며 “6월 4일에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시간 될 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바로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투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경기 안산 단원구 고잔1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조은진(35·여)씨는 “세월호 침몰 사건을 계기로 투표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면서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이 더 좋은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주민 박동선(66)씨는 “나는 물론 지인들 가운데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사회에 대한 불만과 바뀌었으면 하는 점들을 투표로 말하려는 경향이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세월호 참사] 세월호 대책회의 ‘100만 서명운동’

    [세월호 참사] 세월호 대책회의 ‘100만 서명운동’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618곳이 구성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0만 서명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대책회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어제 각 시민사회단체를 방문해 100만 서명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면서 “요청에 부응해 이른 시일 안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한 나라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100만 서명을 받기로 약속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민변)는 이날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 프레스센터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17대 과제 중간검토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경찰청 등 감독기관에도 살인죄와 살인미수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해경이 직무를 집행하며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점이 인정된다”며 “국가배상책임, 국가공무원법위반, 직무유기죄,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과 함께 살인죄, 살인미수죄가 성립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세월호 참사] “혼자서 슬퍼마세요…나눠야 이겨냅니다”

    [세월호 참사] “혼자서 슬퍼마세요…나눠야 이겨냅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순간, 난 회사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낄 틈도 없이 돈을 벌기 위해 돌아서는 내 모습이 마치 괴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국 비폭력대화(NVC)센터.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아니지만 참사 이후 저마다의 이유로 고통받아온 20여명의 참가자들이 내면에 쌓인 고민과 분노, 슬픔을 나누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와 이후 수색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감정을 말하는 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부분 “처음에 뉴스를 보고 절망스러웠고,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마치 세월호 안에 갇힌 느낌이 들어서 답답하고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날 모임은 지난달 16일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역에 침몰한 이후 온 국민이 절망과 무기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캐서린 한(70·여) 한국NVC센터 대표가 기획한 ‘애도와 성찰프로세스’. 국민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돼 고통받는 상황에서 서로 위로하고, 앞으로의 삶을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행동 계획을 탐색하고자 마련됐다. 한 대표는 “결코 혼자 슬퍼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시간 동안 함께 애도해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성찰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자책과 우울, 분노를 넘어서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행동의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20여년 전 국제 평화단체인 비폭력대화센터(CNVC·The Center for Nonviolent Communication)의 설립자이자 임상심리학자인 마셜 로젠버그를 만나면서 ‘비폭력대화’를 접했다. 한국 NVC센터는 사람들이 비폭력대화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지원함으로써 갈등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돕기 위해 2006년 설립됐다. 한 대표가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앞으로 살고 싶은 사회에 대해 의견을 묻자 참석자들은 ‘신뢰’라는 단어를 우선 언급했다. 한 참석자는 “공동체의 구성원들끼리 서로 걱정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 등 기본적인 가치가 가장 우선시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참석자들에게 앞으로 자신이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들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겠느냐고 물었을 때에는 “남편과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하겠다” “타인에게 내가 먼저 인사를 하겠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다짐이 쏟아졌다. 한 대표는 “사실 참석자들이 말한 계획들이 거창하지 않지만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라면서 “집단행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 사회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모임이 끝난 이후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자리를 나선 참석자들은 한 대표와 포옹을 하거나 악수를 청하면서 “무거운 주제였지만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이 한마디가 삶의 원동력이라고 표현한 한 대표는 “앞으로도 시민들이 함께 애도하고 성찰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힘을 되찾아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예비신부 “도저히 안 믿겨… 직접 확인해야”

    예비신부 “도저히 안 믿겨… 직접 확인해야”

    “고생만 실컷 하다가 9월에 결혼을 하게 되면 좀 행복해질까 싶었는데…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해요.” 지난 26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로 숨진 중국 교포 김탁(37)씨의 어머니(50)는 세 아들 중 유난히 다정했던 큰아들의 사망 소식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2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낸 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의지했던 큰아들마저 황망하게 떠난 충격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27일 동국대 일산병원에 마련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김씨는 “탁이 아빠와 재혼을 해서 탁이와 나는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났는데도 늘 살뜰하게 나를 챙겼다”면서 비통해했다. 김씨는 2011년 영주권을 취득해 한국에 입국했으나 아직 귀화신청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중국 여행사에서 항공티켓 발권 업무를 했던 그는 울산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했다. 어머니는 “아들은 평소 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주말이면 고양의 어머니 집에 올라와 막냇동생(18)을 돌봤다. 주말에 고양에 왔다가 사고 당일 울산에 있는 회사 숙소로 돌아가려고 터미널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김씨는 터미널에서 화재가 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가 아들에게 ‘숙소에 잘 도착했니?’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전화를 하던 중 경찰이 전화를 받는 통에 뒤늦게 비보를 접했다. 사고 발생 약 8시간 만이었다. 어머니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터미널은 여기저기 뚫린데다 아들이 10번도 넘게 방문해 구조를 잘 알고 있었는데 왜 탈출을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는 9월 10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어머니는 “며느리 될 아이가 중국에 있는데 비자를 신청해도 빨라야 30일에나 나온다고 해서 발만 구르고 있다”면서 “자기 눈으로 직접 (아들의 죽음을) 확인해야겠으니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고 하더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들이 제주도에서 웨딩 촬영을 하려고 예약도 해놓고, 결혼하면 한국에서 신혼살림을 차릴 생각에 부풀어 있었는데…”라는 말만 되뇌며 아들의 영정을 멍하니 쳐다봤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대한민국, 안전한 곳이 없다

    대한민국, 안전한 곳이 없다

    26일 오전 9시쯤 경기 고양시의 대형 쇼핑몰이 입주해 있는 버스종합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54명이 다쳤다. 이날 오후 11시 현재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 6명이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오전 9시 1분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 CJ푸드빌 푸드코트 공사 현장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튀어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나자 경기 일산·고양·김포 등 3개 소방서의 소방차 30여대와 소방요원 120여명이 현장에 출동해 20여분 만에 진화했다. 화재가 난 건물에는 버스터미널을 비롯해 홈플러스, 영화관, 쇼핑몰 등이 입주해 있으며, 화재 당시 건물에는 마트 개점 준비를 하는 직원과 터미널 승객 등 700여명이 있었으나 긴급 대피했다. 그러나 연기가 건물 전체로 빠르게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지하 1층과 지상 2층 등에서 대부분 발견됐으며, 부상자들은 일산병원과 일산백병원, 명지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화재로 터미널 인근 백석역을 지나는 지하철 3호선이 1시간 30분가량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불이 난 직후 대피한 한 직원은 “검은 연기가 에스컬레이터의 공간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졌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가 지하 1층 CJ푸드빌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당시 현장에는 푸드코트 입점 점포의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으며 가연성 자재가 다수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터미널은 지난 9일부터 정부합동점검단이 진행한 종합점검 다중이용시설물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전남 소방당국 등이 세월호 수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전점검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고양종합터미널은 지하 5층, 지상 7층의 전체 면적 2만여㎡ 규모로 2012년 6월 개장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 불나자 서둘러 대피했던 지사장 동료 구하러 들어갔다 함께 참변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 불나자 서둘러 대피했던 지사장 동료 구하러 들어갔다 함께 참변

    2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다친 50여명의 부상자는 의료보험공단 일산병원, 일산백병원, 명지병원, 베스티안부천병원 등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 이송된 환자 대부분은 사고 현장에서 유독가스를 마시고 호흡 곤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훈 일산병원 응급진료센터 소장은 “들이마신 공기가 유독하거나 폐에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24~48시간 사이에 폐에 심한 부종이 생기고, 이로 인해 호흡이 곤란해지며 심한 경우 생명이 위독해진다”면서 “앞으로 환자들의 상황을 관찰하면서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고양종합터미널을 운영하는 KD운송그룹 소속 직원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D운송그룹 고양권운송지사장인 이강수(50)씨는 불이 나자 서둘러 대피했으나 동료 직원이 사고 현장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구하러 들어갔다가 숨졌다.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달려온 이씨의 부인 채모(48)씨는 오열하다가 끝내 바닥에 주저앉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씨의 상사인 권영찬씨는 “이씨는 고양·일산·김포공항·인천공항 지역의 터미널과 운수업을 총괄하는 지사장”이라면서 “육군 중사 출신으로 우리 회사에서 20년 이상 일한 모범적이고 성실한 직원이었다”고 말했다. 권씨의 말에 따르면 터미널 2층 지사장실에 있던 이씨가 화재가 난 것을 알고 빠져나왔다가 2층 매표소에서 근무하던 매표원 김선숙(48·여)씨가 아직 터미널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구하러 들어갔다가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기소방재난본부(소방본부)가 발표한 사망자 수가 오락가락해 혼선을 빚었다. 이날 소방본부는 터미널 지하 1층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오후 11시 현재 7명이 숨지고 54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이날 화재로 7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10분 뒤 경기 일산소방서는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사망자 수를 6명으로 발표했다. 오후 1시쯤 경기재난본부도 사망자 수가 7명이 아닌 6명이라고 언론에 알려왔다. 유독가스를 마셔 위독한 1명을 동국대일산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숨진 것으로 파악했으나 심폐소생술(CPR)을 통해 호흡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20여분 뒤에는 일산백병원으로 이송된 1명이 같은 응급처치로 살아났다며 사망자 수를 5명으로 줄여 발표했다. 그러나 동국대일산병원에서 CPR로 호흡을 되찾은 1명이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데 이어 오후 10시쯤 명지병원에서 의식을 잃은 채 치료를 받던 1명이 잇따라 사망 판정을 받아 사망자 수는 다시 7명으로 늘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사망자 명단(26일 오후 11시 현재)◇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강수(50·KD운송그룹 고양권운송지사장) ▲김선숙(48·여·KD운송그룹 직원) ▲김탁(37·중국인) ▲신태훈(46) ◇동국대일산병원 ▲정연남(49·여) ◇명지병원 ▲김점숙(57·여) ▲이일범(65·회사원)
  • 구원파 일요 신도 평소 3분의1로 뚝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73·청해진해운 회장) 전 세모그룹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 잠적 중인 가운데 25일 서울 용산구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서울교회에서는 시종일관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일요 예배가 진행됐다. 유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원파 신도가 이날 처음 검찰에 체포됐지만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전 10시 50분 찬송가로 예배가 시작된 데 이어 1시간가량 유씨의 장인인 고(故) 권신찬 목사의 설교 영상이 상영됐다. 최근 교회를 둘러싼 세간의 의혹을 의식한 듯 시험이 닥쳐도 신앙은 굳건하리라는 내용의 찬송가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예배가 끝난 직후 신도 이모씨는 “경기 안성에 (신도들이)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28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주변 정리 등) 봉사를 하러 가기 위해 교회에서 버스를 새로 구입했다”면서 신도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중장년층이 주를 이룬 신도들은 언론의 구원파 보도에 대해 여전히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40년째 구원파 서울교회를 다닌다는 신도 김모(65)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너무 편파적”이라면서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들을 구하지 않고 먼저 뛰쳐나온 것은 잘못한 일이지만, 교회까지 싸잡아서 이단 취급을 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전 회장은 언론에 비치는 것처럼 그렇게 야비한 분이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숨어 다니고 계시지만 곧 잠잠해지면 (본인이) 먼저 나타나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신도 유모(49·여)씨는 “최근 교회가 힘든 틈을 타서 (유씨의 최측근이었다가 구원파에서 탈퇴한) 정동섭 전 침례신학대 교수와 같은 우리 교회 반대파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면서 “이와 더불어 다른 교회와 언론도 서로 손잡고 우리를 비판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신도들을 버리고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채 도망다니고 있는 유씨에게 실망감을 드러내는 신도도 있었다. 24년 전부터 구원파를 믿기 시작했다는 40대 여성 신도는 “평소 유 전 회장을 신뢰하고 존경해 왔는데 이번 일로 그분과 교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매주 900~1000여명의 신도가 일요 예배를 하러 오지만 이날은 300여명의 신도만이 자리를 지켰다. 한 남성 신도는 “이번 일로 신도가 조금 줄긴 했지만 거짓된 신앙을 지니고 있던 신도들이 자체적으로 걸러져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17년전 성추행 의혹 경찰간부 “억울하다”… 자살 기도 중태

    서울의 한 경찰서 간부가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의 딸을 17년 전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졌다.23일 경찰에 따르면 A(58) 경감은 지난 22일 자신의 승용차에서 수면제를 복용하고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같은 경찰서에 근무 중인 동료가 A 경감과 연락이 닿지 않자 이상하게 여겨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한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차 안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에 따르면 A 경감과 알고 지내던 여성의 딸인 B(24)씨가 앞서 지난 20일 “A 경감이 1997년 7살이었던 나를 성추행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A 경감은 신고내용을 확인하는 소속 경찰서 간부에게 “B씨 어머니는 고향 후배로 평소 알고 지낸 것이 맞지만 B씨는 3살 때 한 번 본 이후로 만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경찰 관계자는 “A 경감이 최근 빚보증 문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데다 이번 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두려워 약물을 복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 간부로서 조사를 받게 됐을 때의 심리적 압박감과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해 자살을 시도한 것 같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B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시점은 자신의 어머니와 다툰 직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어머니 역시 경찰에 “A 경감은 딸을 성추행하지 않았다. 딸이 왜 그런 신고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경감이 의식을 회복하는 대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28년전 아들 잃어버린 날, 내 인생시계도 멈췄다”

    “28년전 아들 잃어버린 날, 내 인생시계도 멈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아들 호(당시 3세)는 또래보다 말도 잘하고 똘똘한 아이였다. 아버지인 김기석(당시 29세)씨가 꿀밤이라도 한 대 때리려고 하면 “아빠, 말로 해”라며 능청을 부릴 줄도 알았다. 1986년 11월 대전 작은아버지 댁에 갔던 아들은 이웃집에 놀러간다며 나선 뒤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그날 이후 김씨의 인생시계도 멈췄다. 아들의 사진과 인상착의가 담긴 전단지를 방방곡곡에 붙이는 등 수소문했지만 소용없었다. 김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자녀를 잃은 가족들을 보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면서도 내 처지가 한스러웠다”면서 “아들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해도 좋으니 살아 있는지, 살아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비통해했다. 아들을 잃은 뒤 아내와도 헤어졌다. 직장을 그만둔 채 아들을 찾으러 전국을 누비던 김씨는 1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제대로 걷기도 어려운 상태다. 아들 걱정에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탓에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김씨는 “친구들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손자 사진을 보여주곤 하는데 그때마다 속으로 눈물을 삼킨다”면서 “아들만 찾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년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인 5월 25일이 되면 아들이 사무치게 그립다고 했다. 특히 그는 “아들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함께 저수지에 갔던 기억이 자주 떠오른다”면서 “너무 어릴 때 잃어버린 탓에 해준 게 별로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내에서 ‘실종 아동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매년 실종 아동 예방 캠페인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장기 실종 아동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두고 제보도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 때마다 아들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들고 가두행진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자신과 아들 사진을 담아 실제 모습과 같은 크기로 제작한 등신대를 명동 한복판에 세워 놓기도 했다. 해마다 2만명이 넘는 아동들이 실종되고 있지만 실종수사 전문 인력이 부족한 데다 장기 실종자를 찾기 위한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하다. 김씨는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 지문 사전등록 등 실종자를 찾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장기 실종자에 대해서는 경찰이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실종자 전담수사팀을 꾸려 달라고 수없이 요구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종수사 전문인력이 담당사건을 지속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종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담팀을 만들고 관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모임 회장은 “현재 경찰이 실종자 수색을, 보건복지부는 실종자 가족 지원 및 예방 사업을 하는 등으로 이원화돼 있다”면서 “체계적인 수사기법을 갖춘 민관 전문가로 이뤄진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와 같은 전담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휴대전화 보조금으로 고수익” 노인 돈 500억 가로챈 사기단

    서울 강서경찰서는 노인들을 상대로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이용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50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한모(44)씨 등 6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김모(61·여)씨 등 2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 등은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통신 3사에서 약 50만원의 보조금이 나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데 대리점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노인들을 속여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2940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50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서울 관악구에 휴대전화 판매업체를 차려놓고 전국 각지에 14개 지점을 낸 뒤 60대 노인들을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범행 초기에는 돌려막기 식으로 일부 투자자에게 수익금이나 고급 승용차를 지급했다. 수익금을 받은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자를 소개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면서 범행에 가담하는 등 다단계로 운영됐다. 한씨는 휴대전화 판매업체를 운영하다 사업 실패로 6억원가량 빚이 쌓이자 동종전과가 있는 정모(55)씨 등과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노인들은 100만~1억원을 투자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해 가정불화가 생기거나 집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세월호 참사] 대책회의 “슬픔 결집 1000만 서명 운동 전개”

    [세월호 참사] 대책회의 “슬픔 결집 1000만 서명 운동 전개”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618개 시민사회단체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를 22일 발족시켰다. 대책회의는 이날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분노에 함께하기 위한 범국민적인 힘을 결집시키겠다”면서 “현재 진행형의 참사 속에서 치유를 움틔울 사회적 힘을 만들어 내겠다”고 선언했다. 대책회의는 ▲실종자의 신속한 구조 촉구 및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 대책 마련 ▲철저한 진상조사와 특별법 제정 ▲국민 1000만명 서명 운동 전개 ▲‘존엄과 안전에 대한 인권선언’(가칭) 운동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책회의는 또한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등 전국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대책회의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가 보내온 호소문도 발표했다. 가족대책위는 “기존 특검은 철저한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다”면서 “특별법을 제정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고 난 뒤 안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유가족의 바람은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려 다시는 인재(人災) 또는 관재(官災)가 발생하지 않게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세월호 대참사와 재난·안전 문제에 대한 심층토론회’에서 “이번 참사가 무의미한 사고가 되지 않으려면 가족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며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배제하기로 했다”면서 “가족들은 대통령 퇴진, 정권 퇴진 같은 표현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기본을 지키자] “공직자 선발 때 윤리의식 철저 검증…민간전문가 채용 확대 특단 조치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들은 취임 당시 공정사회의 기치를 내걸고 고질적인 연줄 문화와 공직사회 엘리트 관료들의 패거리 문화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연줄에 따른 불투명한 인사 관행이 여전한 것은 관료 사회가 폐쇄적인 채용 구조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 채 ‘제 식구 챙기기’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영철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공직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고시가 거의 유일한 진입통로이기 때문에 정부의 고위 관료들 역시 대부분 고시 선후배로 얽혀 있다”면서 “개방혁 직위에 민간 전문가를 채용한다고 해도 사실상 공직 사회를 잘 이해하고 있는 공무원 출신을 주로 뽑는다”고 말했다. 김영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어떤 일이라도 안면이 있는 사람을 통해 행정을 처리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공직에 진출한 외부 전문가 중 적응에 실패한 분들이 꼽는 이유 중 하나도 공직 사회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준섭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정권마다 인사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지만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보다 해당 정권의 입장을 대변할 줄 아는 사람을 등용하려는 성향이 강했다”면서 “정권을 비판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은 인재 채용에서 배제되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연줄 문화를 청산하려면 공직 사회의 진입통로인 고시제도를 개선하고, 민간 전문가가 공직으로 진출할 기회를 대폭 확대하는 등 공직 임용 제도의 개방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제도 혁신과 함께 고위 공직자들이 갖추어야 하는 윤리 의식과 청렴에 대한 의지도 요구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무원을 뽑을 때 엘리트를 중심으로 뽑아 순혈주의로 인한 조직의 폐쇄성이 커진다”면서 “공공부처에서도 기업과 같이 외부 민간전문가를 과감하게 기용해서 정부의 (운영)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인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공무원들이 퇴직 후 공공기관 등에 재취업한 이후 뇌물을 받거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윤리의식이 결여된 탓도 크다”면서 “공직자를 선발할 때 면접을 통해 윤리의식을 철저히 점검하고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윤리교육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기본을 지키자] 연줄 문화 청산하자

    [기본을 지키자] 연줄 문화 청산하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지탄받으면서 학연·지연·관연(官緣) 등에 기대어 패거리를 만들고 서로를 챙기는 문화에 대한 자성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관피아를 척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연줄 문화’는 관료조직은 물론, 사회 곳곳과 일상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어 정부 조직개편 등의 단기 처방으로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직장인·구직자 60% “인맥 탓 불이익 ” 서울신문이 취업 포털 사이트인 ‘커리어’에 의뢰해 지난 15~18일 직장인과 구직자 594명을 대상으로 이메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59.7%는 ‘직장생활 중 인맥(학연·지연·혈연) 탓에 승진 등에 불이익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가 학연·지연·혈연 등 연고주의에서 탈피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문항에는 ▲비교적 공정하지 않다 46.9% ▲매우 공정하지 않다 35.7% ▲비교적 공정하다 10.7% ▲매우 공정하다 2.6% 순으로 응답했다. 10명 가운데 8명은 불공정한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는 데 어떤 요소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업무능력·성실성이 인맥·학벌보다 커지고 있다’는 응답이 52.0%로 과반을 차지했지만 ‘인맥·학벌이 업무능력·성실성보다 커지고 있다’는 응답도 44.9%나 됐다. ●국민적 합의·의식 개혁으로 구태 벗어야 뿌리 깊은 ‘연줄 문화’를 희석시키려면 국민적 합의와 의식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법대로, 규정대로 했으면 이만큼 고속성장을 할 수 없었다. 규칙에서 벗어나더라도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매개 중 하나가 연줄이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기본을 지키자] “한국인들 만나자마자 출신대학 물어 당황”

    [기본을 지키자] “한국인들 만나자마자 출신대학 물어 당황”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을 챙기는 ‘연고주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고, 연고주의의 폐해를 시스템적으로 봉쇄하는 수위가 다를 뿐이다. 중국과 일본의 한국전문가들은 유교 문화권인 두 나라 역시 학연이나 혈연, 지연 등을 챙기는 관행이 있지만 한번 관계망에 들면 무작정 ‘같은 편’으로 보는 우리 문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연줄 문화를 연구해 온 왕샤오링(위· 34)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21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관시’(關係·중국 사회 특유의 인맥 문화)를 중시하지만 세밀히 보면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왕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직장 동료 등 공들여 획득한 ‘후천적 인맥’과의 관계를 중시하지만 한국인은 혈연, 지연 등 타고난 연줄을 중시한다. 또 관시가 한 명씩 사귀어가며 형성되는 인맥인 반면 한국의 연줄 문화는 학연처럼 특정 집단에 속하는 순간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농업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넘어오는 과정 때 집단에 속했던 개인이 홀로 도시로 오면서 스스로를 보호할 방패막이가 필요해 인맥 문화가 더 공고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카무라 기요시(아래·48) 도쿄신문 서울지국장도 “일본도 연줄 문화가 있지만 한국 사회보다 조금 앞서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정권에 따라 특정 지역 인사를 고위 공직에 많이 기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일본에서는 지역을 고려해 더 우대하거나 차별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인들이 만나자마자 출신 대학 등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을 물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일본에서는 친해진 뒤 하는 질문”이라고 전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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