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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릴라 정신 이은 ‘30스튜디오’ 관객의 ‘문화 사랑방’ 되었으면”

    “게릴라 정신 이은 ‘30스튜디오’ 관객의 ‘문화 사랑방’ 되었으면”

    “게릴라극장만큼 행복한 극장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폐관 전 마지막 공연까지 매번 객석을 꽉 채워 준 관객들, 조건 없이 손 내밀어 준 연극인들, 극장의 의미를 조명해 준 학자, 평론가들까지 정말 여러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가슴속에 뜨거운 한 덩어리를 안고 떠나게 된 게릴라극장, 넌 참 잘 살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여러분들께 감사할 따름이에요.”●폐관했지만 행복했던 게릴라극장 연출가 이윤택 예술감독이 이끄는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2004년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짓고 2006년 혜화동에 재개관한 게릴라극장이 지난 16일 문을 닫았다. 극장의 처음과 끝을 무대에서 지켜본 이가 있으니 바로 김소희(47) 연희단거리패 대표다. 2006년 혜화동으로 옮긴 게릴라극장의 첫 작품 ‘바보각시’에 출연했던 김 대표는 ‘황혼’으로 극장의 마지막 무대도 장식했다. 2008년부터 극단의 살림살이까지 맡으면서 매일같이 지켜온 극장에는 김 대표의 추억이 곳곳에 배어 있다. 게릴라극장 폐관 며칠 전 객석에서 마주한 김 대표는 유독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이윤택 선생님께서 ‘네가 애착을 가진 곳이니 출연했던 작품을 폐관작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셔서 ‘황혼’을 무대에 올렸어요. 중심에서 밀려났지만 끝까지 자신의 존엄함을 지키고자 안간힘 쓰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 여러모로 의미가 맞았죠. ‘황혼’ 막 내리기 일주일 전부터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최대한 많은 분과 대화를 했어요. ‘연극을 깊게 보게 된 극장이었다’, ‘극장이 없어져서 안타깝다’, ‘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 없어지는 느낌이다’라는 관객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이곳에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업 연극과 차별화된 작품 ‘호응’ 상업 연극과 차별화된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오프 대학로의 중심’, ‘소극장 연극의 메카’로 불린 게릴라극장은 이 예술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지난 3년간 정부의 지원금이 끊기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폐관했다. 하지만 게릴라극장은 10년 넘게 다양하고 의미 있는 실험작들을 올리며 젊은 창작진에게 열린 극장의 역할을 해 왔다. “어떤 작품은 너무 실험적이어서 관객들이 보시기에 힘들어했고 그 탓에 소통이 안 될 때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끝까지 관객의 취향에 맞추는 게 아니라 관객의 취향을 개발하고 싶었어요. 텔레비전 드라마와는 다르게 집약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배우들과의 진한 호흡을 느끼길 바래서죠. 이렇게 밀어붙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연극을 보는 관객들이 많이 늘었어요.” ●서른 살이 된 극단에 맞춰 새 간판 연희단거리패는 지난해 10월 명륜동에 마련한 새로운 보금자리 ‘30스튜디오’에서 게릴라극장의 정신을 이어 간다. 그동안 극단의 성격과 색깔을 대표해 온 ‘게릴라극장’이란 이름 대신 극단 창단 30주년 기념의 의미를 담은 간판을 새로 걸었다. “게릴라처럼 치고 빠지는 ‘쎈’ 연극은 이제 신생 극단들에게 넘기고 서른 살이 된 저희 극단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어요. 물론 30스튜디오에서도 자유롭고 실험적인 무대는 계속될 겁니다. 다만 낭독회, 퍼포먼스, 세미나 등 관객과 예술가들이 좀더 편안하게 만남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연극의 성격을 확대하는 운동을 하려고요. 마치 ‘문화 사랑방’ 같은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게릴라극장에는 없었던 작은 마당과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연극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30스튜디오의 첫 봄을 꿈꿉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공연리뷰]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공연리뷰]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생각의 크기가 다르다고 행복의 크기도 다를까.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2시간의 여정이다.미국 소설가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06년 초연, 2007년 재연에 이어 10년 만에 무대에 돌아왔다. 특히 2014년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뮤지컬계 스타 홍광호가 주인공 ‘인후’ 역을 맡으면서 개막 전부터 화제에 오른 작품이다. 극은 서른두 살이지만 일곱 살의 정신연령을 지닌 주인공 ‘인후’가 우연한 기회로 ‘뇌 활동 증진 프로젝트’의 임상실험을 통해 아이큐 68에서 180의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어렸을 때 가족과 헤어져 중국집 ‘짜짜루’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던 인후는 ‘강 박사’의 임상실험 대상자가 되어 수술을 통해 순식간에 천재가 된다. 실험용 쥐 ‘이누’에게 나비와 나방의 차이를 설명해 주던 인후가 바보에서 천재로 거듭나는 장면은 특히 극 중 명장면이다. 책을 줄줄이 외울 정도로 똑똑해진 인후는 자신에게 지성보다 중요한 감성을 일깨워 주는 프로젝트 팀원 ‘채연’을 통해 사랑의 감정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인후는 곧 자신을 발명품으로 취급하는 차가운 현실과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 때문에 혼란에 휩싸인다. 바보에서 천재가 되었지만 예전보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 인후를 보면서 차츰 깨닫게 된다. 진정한 행복은 명석한 두뇌가 아닌 뜨거운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홍광호는 7세의 한없이 순수한 모습부터 ‘뇌섹남’의 지적인 면모까지 다양한 모습을 가감 없이 펼쳐 내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배우 조승우가 주목하는 후배로 꼽았던 김성철도 인후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2006년 초연 당시 인후 역을 맡았던 배우 서범석은 이번 공연에서는 자신만의 신념에 가득 찬 강 박사를 연기한다. 5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3만 5000원~7만 7000원. (02)3485-8700.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살림 내다 파는 할매, 그 쓸쓸한 복수극

    살림 내다 파는 할매, 그 쓸쓸한 복수극

    연극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는 제목만큼 재기발랄하다. 평범하지만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맛깔나는 대사는 시종일관 관객을 웃겼다가 다시 울린다. 막이 내릴 때쯤 절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펄떡이는 작품을 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홀대하는 자식에 맞서는 노인 이야기 시를 전공하고 소설로 등단한 극작가 윤미현(37)의 이번 연극은 국립극단 ‘젊은 극작가전’의 첫 작품으로 지난해 창작극 개발 프로젝트 ‘작가의 방’을 통해 탄생했다. 2012년 데뷔한 윤 작가는 그간 풍자와 역설의 언어로 현시대의 문제점을 파고드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은 광주리를 이고 장사를 하면서 힘들게 자식들을 키운 ‘광주리 할머니’가 자신을 홀대하는 자식들에게 나름의 복수를 하기 위해 살림살이를 내다 팔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작품의 시작은 ‘내가 노인이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작가의 고민이었다. “대학 시절 글 쓰는 사람으로서 평생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허무감이 들더라고요. 그때 늙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 눈에 보이기 시작했죠. 젊다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던 터라 빨리 늙으면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노인들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탐구가 시작됐다. 대학 시절 방학이 되면 그녀는 장충단공원, 파고다공원 등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출근하듯 방문했다. ●소외받는 노인들의 정서·현실 다뤄 “파고다공원에서 빨간색 대야에다가 여러 가지 물건을 담아 이고 온 한 할머니가 보자기를 펴놓고 본인 저고리까지 파시더라고요. 제가 곁에서 지켜보니 절대 안 팔려요. 문득 그 할머니의 삶이 궁금해져서 나름대로 추적하고 상상하게 됐죠.” 이야기는 단순히 소외받는 노인들의 쓸쓸한 단면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대학원을 중도에 포기하고 취업을 못 한 채 방에만 틀어박혀 사는 ‘미미’와 퇴직 후 집에서 매일 막장 드라마만 보는 ‘미미 아빠’는 각각 오늘날 30대와 50대가 처한 쓸쓸한 현실을 대변한다. 적나라한 현실이 무대 위에 그대로 드러나지만 극이 마냥 우울하지 않은 건 윤 작가 특유의 말맛이 묻어나는 대사 덕분이다. “현실이 더 막장이지? 그니깐 드라마는 얼마나 부드러운 양송이스프 같은 거야”, “이 생활은 총살에 가까운 탄압인 거지. 이 판국에 총 한 자루씩 갖고 싶은 노인이 한두 명이 아닐 거다”와 같은 대사는 함축적인 언어로 현실을 간명하게 전달한다. ●“언어 템포 살린 음악적 희곡 쓰고 싶어” “단어 하나도 그냥 쓰면 안 돼요. 작가가 쓰는 건 글말이지만 관객들에게는 소리로 전달되잖아요. 시를 오래 쓰면서 생긴 가치관이기도 한데 언어의 템포를 살리지 못한 작품은 생명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언어의 리듬감을 통해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한 곡의 음악과 같은 희곡을 쓰고 싶습니다.” 공연은 오는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 3만원. 1644-2003.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역사를 왜곡·악용한 세력들

    역사를 왜곡·악용한 세력들

    역사 사용설명서/마거릿 맥밀런 지음/권민 옮김/공존/288쪽/1만 5000원역사의 힘은 세다. 그 위력을 잘 알고 있었던 전 세계 지도자, 정치가, 주요 집단은 과거를 고쳐 쓰고, 부정하고, 파괴했다. 오직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조작하고 왜곡한 것이다.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을 새로운 공산주의자로 개조하는 데 방해가 될 만한 모든 기념물과 문화유산을 파괴하려고 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이라크 침공에 앞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위협적인 인물로 그려내려고 애썼다. 저자는 제1·2차 세계대전, 종교·이데올로기의 충돌, 냉전 체제, 소련 붕괴 이후 세계 변화, 독재자의 지배 등 역사가 인간에게 영향을 끼친 방식을 두루 탐색하면서 역사를 왜곡하거나 악용하는 주체라면 개인, 집단, 민족, 국가, 이념에 관계없이 비판한다. 저자는 과거를 다루는 방식에 왜 주의해야 하는지 강조하면서 조언한다. “역사를 사용하고 즐기되, 언제나 신중하게 다루라.”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달리의 그림 만난 서커스, 예술이 되다

    달리의 그림 만난 서커스, 예술이 되다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그림 ‘광란의 트리스탄’이 서커스로 탄생한다.세계적인 공연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달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가 오는 27~30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핀지 파스카는 아트서커스의 본고장 캐나다의 양대 서커스 단체로 꼽히는 ‘태양의 서커스’와 ‘서크 엘루아즈’에서 모두 연출을 경험한 아트서커스의 거장이다. 달리의 그림 ‘광란의 트리스탄’이 경매에 부쳐진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공연에서 출연자들은 애크러배틱과 연극, 춤, 음악, 미술을 결합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출연자들은 공중제비, 그네, 밧줄 타기, 폴 댄스, 저글링, 훌라후프 등 우리가 익숙한 서커스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한 편의 예술 작품처럼 선보인다. 수채화 같은 조명 아래 무용수가 밧줄을 타고 날아오르고, 코뿔소 탈을 쓴 출연자들이 붉은 실타래를 하늘 높이 던져 주고 받는 등 이색적인 장면도 펼쳐진다. 이 공연은 201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이래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20개국에서 400회 이상 공연되며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달리의 ‘광란의 트리스탄’은 1940년대 초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에 머물렀던 달리가 1944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동명의 발레 작품의 배경막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높이 9m, 너비 15m에 달하는 이 대작은 공연 이후 분실되어 자취를 감췄으나 200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창고 속에서 다시 발견됐다. 2009년 경매를 통해 작품을 손에 넣은 익명의 수집가는 이 그림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것보다 본래의 목적대로 공연의 배경막으로 사용되길 원했고, 핀지 파스카에게 작품에 사용해 줄 것을 제안했다. 신작을 구상 중이던 핀지 파스카는 달리가 추구했던 초현실주의 작품 세계에 서커스 퍼포먼스를 결합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아쉽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달리의 실제 작품을 볼 수는 없다. ‘라 베리타’ 제작사 측은 초연 후 3년간 달리의 실제 작품을 공연에 사용했으나 현재는 세계 투어를 위한 복사본을 사용하고 있다. 관람료는 4만~10만원. (02)2005-0114.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잊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1090일. 컴컴한 바닷속에 묻혀 있던 세월호가 힘겹게 뭍에 올라왔다. 하지만 수많은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여전히 그대로다. 그렇기에 남겨진 사람들은 내내 열심히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무대와 스크린, 음반으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어김없이 돌아온 봄,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끌어안은 많은 이들을 달래고 진실을 향한 간절한 목소리를 모아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연극 ‘내 아이에게’ 죽은 아이에게 보내는 어머니 편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일상을 조명하고 이들의 삶에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연극 작품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극단 종이로만든배는 세월호 미수습자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유가족의 일상을 돌아본 연극 ‘내 아이에게’(①·16일까지 서울 성북구 성북마을극장)를 공연한다. 차디찬 바닷속에 남아있는 아이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와 일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광화문 광장과 안산에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접했다는 하일호 연출은 “똑같은 사고로 다른 아이들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유가족들을 보면서 감동적이었던 마음을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 ‘볕드는 집’ 살아남은 자, 그리고 마을의 비밀 예술공동체 단디는 연극 ‘볕드는 집’(20~23일 서울 종로구 소극장 혜화당)을 무대에 올린다. 세월호 추모 시리즈 2편으로, 지난 3월 무대에 올랐던 연극 ‘달맞이’의 후속작이다. 죽은 줄 알았던 ‘준우’가 살아 돌아오면서 평화로웠던 마을에 숨겨져 있던 검은 비밀이 드러난다는 내용이다. 박근화 연출은 “극 중 준우가 마지막에 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다시 떠나는 장면 등을 통해 마음 고생을 하신 유가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416안산시민연대 ‘4월 연극제’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마당극 416안산시민연대가 안산문화재단과 함께 주최하는 ‘4월 연극제’도 세월호 사건을 주제로 창작한 작품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선보인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백홍’이 그동안 아들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된다는 내용의 뮤지컬 ‘코스프레 파파’(②·12일까지), 죽은 딸에게 꽃신을 전하겠다는 한 아버지를 위해 그의 딸을 찾아나선 삼신할매와 저승사자를 다룬 마당극 ‘꽃신’(③·14~15일), 안산에 전해져 내려오는 ‘별망설화’를 모티브로 바다로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별망엄마’(④·18~19일)를 공연한다.아픔을 기억하는 차원을 넘어 경기 안산시민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지 성찰하는 기회도 마련된다. 5월 5~7일 열리는 ‘제13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안산문화광장과 안산 일대에서 이동형 퍼포먼스, 시각예술, 무용 등 다양한 예술 형태로 시민들의 삶을 이야기한다.개막작인 창작그룹 노니의 ‘안安寧녕 2017’⑤은 시민 400여명과 배우들이 함께 길을 걸으며 희로애락을 되돌아보고 모두가 화합하는 장을 연출한다. 안산순례길개척위원회의 ‘안산순례길 2017’ 역시 세월호 참사를 온몸으로 기억하고 사유하기 위해 예술가와 시민이 안산 곳곳을 걷는다. 예술단체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의 ‘응옥의 패턴’은 세월호 사건에서 배제된 이주민 여성 ‘응옥’(가명)의 이야기를 무용과 시각 이미지를 통해 전한다.#독립영화관 ‘세월호, 다시 봄’ 진실을 위해 싸우는 유가족의 삶 스크린과 음반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작업도 눈에 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13일부터 일주일간 추모 기획전 ‘세월호, 다시 봄’을 개최한다. 진상 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유가족, 이에 함께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나쁜 나라’, ‘업사이드 다운’, ‘열일곱 살의 버킷 리스트’와 극영화 ‘눈꺼풀’, ‘미행’, ‘이승민, 2015년 2월 28일’, 그리고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옴니버스 영화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망각과 기억2: 돌아봄’을 상영한다. 15일에는 영화감독 김일란, 소설가 김탁환이 함께하는 인디토크가 진행된다. #국악 악당이반 추모음반 ‘미안’ 다양한 장르의 14곡, 두 장의 CD에 국악 전문 음반사 악당이반은 추모 음반 ‘미안-未安’을 발매한다. 창작국악, 정악, 산조, 클래식, 뉴에이지 등 여러 장르에 걸친 14곡이 두 장의 CD에 담겼다. 첫 번째 CD에는 아쟁 산조와 청성자진한잎 등 국악과 브람스의 ‘네 개의 엄숙한 노래’,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차이콥스키의 ‘뱃노래’ 등 클래식이, 두 번째 CD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애틋한 가사와 멜로디로 표현한 창작곡 ‘안녕 내 친구야’, ‘소풍’, ‘밤하늘 별빛들’, ‘팽목항의 봄’ 등이 실렸다. 음원은 공정음원 플랫폼 ‘오대오(www.odaeo.com)’를 통해서도 무료 제공된다. 노래를찾는사람들 출신 싱어송라이터 권진원도 세월호 위로곡 ‘사월, 꽃은 피는데’를 발표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있는 듯 없는 듯 ‘맨 끝줄 소년’…자신만 볼 수 있는 은밀한 세계

    있는 듯 없는 듯 ‘맨 끝줄 소년’…자신만 볼 수 있는 은밀한 세계

    학교에선 늘 맨 끝에 앉았지만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선 항상 맨 앞에 앉았던 한 소년. 남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소년은 자신만 볼 수 있는 은밀한 세계를 창조한다. 이 세계는 그가 품은 문학적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현실과 허구 그 경계 어디쯤에서 그와 그가 창조한 세계는 아슬아슬 위험하기만 하다.201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한 연극 ‘맨 끝줄 소년’이 지난 4일부터 2년 만에 같은 무대에서 관객들을 찾았다. 이 작품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연출가 김동현의 마지막 유작이다. 원작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현대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이다. 초연 당시 드라마투르그(공연 전반에 걸쳐 연출가의 의도와 작품 해석을 전달하는 역할) 겸 윤색가로 참여한 김 연출의 부인 손원정씨가 올해 리메이크 연출을 맡았다. 손 연출은 “김동현 연출의 작품을 세밀하게 다듬어서 보여 드리고 그를 기억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의미”라면서 “초연 때와 달라질 필요도 없지만 거기에 얽매이는 것도 김 연출에 대한 예의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고 이번 작품 연출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극은 글 쓰는 행위를 통해 한 인물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과 그 속에서 느끼는 사유의 쾌락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등학교 문학교사 ‘헤르만’은 학생들의 작문 숙제를 채점하며 지극히 실망한다. 형편없는 글들 중에서 늘 맨 끝줄에 앉는 과묵한 소년 ‘클라우디오’의 글이 그의 눈길을 끈다. 클라우디오는 매력적인 소설을 쓰기 위해 점점 더 위험한 상상을 현실화하고 그것을 이야기에 담는다. 클라우디오의 욕망은 헤르만이 생각했던 수준을 넘어선다. 손 연출에 따르면 이 작품은 “맨 끝줄에서 자기의 존재는 보여지지 않은 채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보는 소년이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배우 전박찬이 연기하는 클라우디오는 지극히 차분해서 서늘할 정도다. 전박찬은 나직한 목소리로 자신도 모르게 불온한 순간에 사로잡히는 소년을 표현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소설을 눈으로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전박찬은 “초연 때에는 클라우디오가 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클라우디오의 글쓰기 행위에 집중했다”면서 “헤르만 선생님과 글쓰기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클라우디오가 실제로 감정적으로 싸운다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할 것 같아 감정을 최대한 자제했다”고 말했다. 투명한 유리문으로 감싼 무대와 배우들이 시시각각 켜고 끄는 책상 위 스탠드는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소년이 마주한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무대 한쪽에서 2명의 코러스가 악기 없이 입으로 표현하는 효과음도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때 함께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참여해 김동현 연출을 기린다. 클라우디오를 가르치는 문학교사 헤르만은 박윤희가 연기한다. 아버지 라파는 백익남, 라파의 어머니 ‘에스테르’는 김현영, 라파는 유승락이 맡았다. 고인이 생전에 캐스팅을 염두에 뒀던 배우 우미화가 헤르만의 부인이자 큐레이터인 ‘후아나’ 역으로 새로 합류했다.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3만~5만원. 1층 지정석의 맨 끝줄 좌석은 전석 1만원. (02)580-1300.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관객 한마디가 작품으로 탄생 이것이 무대죠”

    “관객 한마디가 작품으로 탄생 이것이 무대죠”

    장르·주인공 성격 등 즉석 결정 그날그날 새로운 작품 완성김태형(39)은 지금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연출가다. 2007년 데뷔한 이후 지난 10년간 바쁘게 달려온 그의 올해 스케줄은 이미 꽉 찬 상태다. 최근 연극 ‘베헤모스’가 막을 내렸고 국내 초연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개막을 앞두고 한창 준비 중이다. 아내인 배우 이영미와 작업할 카바레 뮤지컬 ‘미 온 더 송’, 콤비 지이선 작가와의 창작 신작 연극 ‘룸스’도 하반기에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늘 새로운 시도로 부지런히 관객 앞에 서 온 그가 오는 14일부터 선보일 실험작은 이름도 독특한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즉흥 뮤지컬로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과 함께 그 자리에서 만드는 즉석 공연이다. 공연 개막을 앞두고 최근 만난 김 연출은 지도에 없는 길을 직접 개척해 나가는 데 대한 약간의 두려움과 관객들과 새로운 무대에서 만날 설렘 사이 그 어디쯤을 향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는 연습실’이라는 설정 아래 작품의 장르, 제목, 주인공 이름, 주인공의 성격, 장면이 이뤄지는 장소 등을 관객에게 직접 물어보고 만들 거예요. 중간에 문제가 생기거나 진행이 순조롭지 않을 때를 대비해 저도 처음부터 무대 위에 오릅니다. 배우들과 관객 사이를 조율하며 스토리를 정리하는 역할이죠.”연극 무대로 데뷔한 이후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면서 특유의 실험 정신을 유감없이 펼쳐온 그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통제하고 극을 매끄럽게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았을 터이다. “이미 짜인 작품에 비해 스토리나 대사가 훨씬 거칠고 투박할 수밖에 없어요. 그날그날 완성하는 한 편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사실 굉장히 불안하죠. 즉흥극을 해본 사람도, 자료도 없으니 마땅히 조언을 구할 데도 없고요. 무섭고 두렵지만 제 성향이 뭘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것 같아요. 특히 이런 건 무대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관객들이 자신이 내뱉은 말이 작품이 되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나죠.” 그는 이번 작품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무대가 지닌 의미에 대해 답을 구하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 매체에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공연성은 그가 새로운 형식의 작품에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단다. “극장을 찾아서 공연을 보는 것은 단순히 영상을 시청하는 것 이상의 물리적인 경험을 하게 해주죠. 예매한 티켓을 찾고 지정 좌석에 앉아 타인과 함께 눈앞에서 움직이는 배우들을 보는 것 자체가 총제적인 체험이거든요. 더군다나 그 경험은 복제될 수 없기 때문에 무대 본연의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탱연출’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지난 10년간 관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자신이 세상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 많은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고 해결에 도움을 주는 관객 참여형 작품을 만들고 싶고, 로봇이 연기를 하는 작품도 만들고 싶어요. 이런 시도는 사실 제가 하는 공연을 믿고 찾아 주시는 관객들 덕분에 할 수 있거든요. 전에는 해보지 못한 한발 더 나아간 경험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전하고 싶습니다.” 공연은 오는 5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4만원. (02)541-2929.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메이저리그 뒤흔든 괴짜 투수의 ‘은밀한 고백’

    메이저리그 뒤흔든 괴짜 투수의 ‘은밀한 고백’

    볼포/짐 바우튼 지음/최민규·정우영·한승훈 옮김/한스미디어/716쪽/2만 5000원 바야흐로 프로야구의 계절이다. 관중석에서 멀리서나마 좋아하는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보며 응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겐 큰 기쁨이다. 하나 야구 팬이라면 더그아웃, 라커룸, 체력단련실 등 직접 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늘 궁금한 법. 여기 경기장 밖 우리가 모르는 사실을 낱낱이 공개한 ‘내부 고발자’가 있다. 전직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 짐 바우튼(78)이다.어디로 튈지 모르는 너클볼을 구사했던 개성 강한 괴짜 투수 바우튼은 뉴욕 양키스에서 시애틀 파일러츠, 휴스턴 애스트로스 구단으로 옮기면서 1969년 시즌을 보내는 동안 벌어진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꼼꼼히 기록해 이듬해 책으로 펴냈다.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어느 너클볼 투수의 고백’이라는 부제만 봐도 그의 기록이 얼마나 당시 야구계를 강타했을지 짐작하게 한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10주년, 20주년, 30주년 증보판에서 추가된 내용과 2014년 마지막으로 덧붙인 저자의 에필로그가 포함된 최종 완전판이다. 우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투수들이 평소 선수로서 느끼는 성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언급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투수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면 더이상 공을 못 던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안고 산다”거나 “20승이 보장된다면 생명을 5년 단축시키는 알약도 기꺼이 먹을 것”이라는 구절은 새삼 선수들의 고충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또 그가 선수들의 은밀한 사생활은 물론 클럽하우스(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사용하는 야구장 내 각종 부대시설)의 일상을 얼마나 솔직하게 그렸는지 책이 출간됐을 때 동료 선수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었을 정도다. 일례로 그는 당시 양키스의 슈퍼스타였던 미키 맨틀이 술을 밤새 마시고 다음날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서고, 사인해 달라고 조르는 어린이들을 무시한 채 밖으로 내쫓은 일화를 공개했다. 바우튼은 모든 클럽하우스 벽에 붙어 있는 “이곳에서 한 말과 이곳에서 한 일은 이곳을 떠났을 때도 이곳 안에서만 있게 하라”는 메이저리그의 유명한 규칙을 어긴 탓에 자신이 일탈 행위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우튼은 선수들에 대한 단순한 폭로뿐만 아니라 선수들과의 일방적인 계약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한 구단주 등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을 꼬집어 선수들의 처우와 환경 개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프로야구 선수이자 노동자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단체 생활의 노하우, 코칭 스태프와의 관계 설정, 프로야구 선수라는 직업을 대하는 자세, 인종 차별 등 선수 대우에 대한 비판적 의식도 돋보인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젊은 소리꾼의 창작 판소리 들어보소~

    젊은 소리꾼의 창작 판소리 들어보소~

    정동극장이 새롭게 선보이는 문화공간 ‘정동마루’①가 8일 문을 연다. 기존에 카페로 이용하던 공간을 리모델링한 정동마루는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 발굴하고 다양한 창작 실험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운영된다.정동마루 시리즈의 첫 프로그램은 공연과 함께 창작자들의 작업 세계와 창작 과정이 담긴 작업담을 들을 수 있는 소규모 콘서트 ‘예술가의 작업실’이다. 이달은 ‘창조적 계승자들의 자유로운 판소리 노정기’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매주 토요일 4시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를 젊은 소리꾼들의 해석이 담긴 창작 판소리로 다시 듣는 기회가 마련된다. 앞으로 매월 매주 토요일 다른 주제로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연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8일 첫 무대는 소리꾼 박인혜가 판소리 ‘춘향가’를 재해석한 ‘같거나 다르거나 춘향가’②다. 지조와 절개의 상징인 춘향에게 발칙한 상상을 더한 창작극이다. 중요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인 박인혜는 더늠(소리꾼이 새롭게 짜 넣은 소리 대목)을 중심으로 구성한 춘향가를 선보인다. 정동마루에서 박인혜의 연습실 모습을 그대로 연출해 박인혜의 창작 활동과 그 후일담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관객과 나눌 예정이다. 그 외에도 최근 부부가 된 소리꾼 김봉영과 권소희가 판소리 ‘심청가’를 재해석한 창작 국악극 ‘눈먼 사람’(15일)과 콘서트 ‘모던 심청’(15일·③)을 각각 선보인다. 김봉영은 심봉사 입장에서, 권소희는 심청의 입장에서 노래한다. 소리꾼 박민정은 흥보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1인 창작 판소리극 ‘장태봉’(22일)을 무대에 올린다. 흥부의 아내이면서 놀부의 아내이기도 한 ‘장태봉’이라는 허구의 주인공이 들려주는 자식들의 이야기다. 마지막 무대는 소리꾼 조아라가 선보이는 판소리극 ‘수궁가가 조아라’(29일)가 장식한다. 지난해 서울시 국악활성화 우수국악작품육성지원 선정작으로 수궁가의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쉽게 풀고, 현재 시대상을 담아 재창작했다. 관람료는 1만원. (02)751-1500.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연극리뷰] ‘목란언니’

    [연극리뷰] ‘목란언니’

    탈북자들이 좀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한 곳 남한. 죽음도 무릅쓰고 당도한 국경 너머의 이곳은 그들에게 얼마나 행복한 곳일까. 연극 ‘목란언니’는 탈북 여성 ‘조목란’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의 일그러진 현실을 경쾌하게 그린다. 탈북자의 남한 정착기를 통해 한국의 비인간적인 현실과 그 현실에 내던져진 개인의 씁쓸한 뒷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온다.●비인간적·부조리한 현실 꼬집어 평양 예술학교에서 아코디언을 전공한 엘리트 ‘조목란’은 뜻하지 않은 사고에 휘말려 한국에 오게 된다. 원래 자발적인 탈북이 아니었던 데다 북에 있는 부모를 서울로 데려와 준다는 브로커에게 속아 정착금과 임대아파트 보증금을 뺏긴 조목란은 한국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자금 5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룸살롱을 운영하는 ‘조대자’ 일가와 조목란이 인연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목란이 만난 조대자의 세 자녀는 모두 이 사회에서, 자신의 삶에서 벼랑 끝까지 내몰린 사람들이다. 옛 애인에게 버림받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장남 ‘허태산’,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지만 철학과가 없어지면서 삶에 회의를 느끼는 차남 ‘허태강’, 소설가이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나리오도 쓰고 대필 아르바이트도 하는 막내 딸 ‘허태양’. 이들은 허태산의 간병인으로 취직한 조목란을 만나면서 그녀로부터 삶의 위안을 얻는다. 극은 순수했던 조목란이 끝내 돈 앞에서 변모하게 되는 모습,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필 작가로 살아가게 되는 허태양, 자신의 앞날을 위해 허태양을 속이는 영화감독 친구, 탈북자들의 돈을 가로채는 브로커 등을 통해 자본의 논리로 점철된 차갑고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는다. ●북한 가요 등 특유의 대사톤 돋보여 마름모꼴의 중앙 무대와 객석 끝에 마련된 별도의 작은 무대를 이용한 빠른 장면 전환이 돋보인다. ‘려성은 꽃이라네’, ‘아직은 말 못해’ 등의 북한 가요와 생경하지만 북한말 특유의 어감이 돋보이는 대사 등이 흥미를 더한다. 2012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됐던 작품으로 김은성이 쓰고 전인철이 연출했다.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cae111. 3만원. (02)708-5001.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뻔하지 않은 묵직한 울림 ‘반전 흥보가’

    뻔하지 않은 묵직한 울림 ‘반전 흥보가’

    한쪽 뺨 맞으면 다른 쪽 뺨 내밀고, 자기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남들 먼저 돕는 게 흥보라면 놀보는 초상난 데 춤추고 불난 데는 부채질할 정도로 뻔뻔하고 심술궂다. 국립창극단 신작 ‘흥보씨’에 나오는 흥보와 놀보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것 빼고 모든 것이 원작 판소리와 다르다고 할 만큼 새로운 흥보가가 탄생했다. 그야말로 ‘반전 창극’이다.스타 연출가 고선웅과 소리꾼 이자람 음악감독의 조합만으로도 올해 최고의 주목작으로 꼽혔던 ‘흥보씨’는 참신한 내용만큼 젊은 남자 소리꾼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달라도 너무 다른 형제 ‘흥보’ 역의 김준수(26)와 ‘놀보’ 역의 최호성(30)을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2013년 국립창극단 입단 동기인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서로 장난 섞인 핀잔을 주며 아웅다웅하는 듯하면서도 남자들만의 끈끈한 ‘케미’가 엿보였다. 최씨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는 좀 지나친 말”이라고 했지만 그간 함께해 온 시간은 속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어떤 인연인지 몰라도 서로 상대역을 많이 맡았어요. 창극 ‘트로이의 연인’에서는 부부였고 ‘코카서스의 백묵원’에서는 형제로 나왔죠. 게다가 준수는 제 동생이랑 생년월일이 똑같아요. 그래서 동기 이상으로 가깝게 느껴질 때가 많죠.”(최호성)고 연출이 이번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흥보 역으로 점지해 뒀다는 김준수는 ‘창극계 아이돌’답게 고운 외모로 파란만장한 수난 속에서도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착한 흥보를 연기한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변강쇠, ‘아비.방연’의 왕방연 등 그동안 남성미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은 최호성은 이번에도 성격이 뚜렷하고 선이 굵은 ‘놀보’에 낙점됐다. “연출님이 저를 애초에 흥보로 생각하셨다길래 저도 좀 놀랐어요. 아직 그 이유는 여쭤보지 않았는데 제 안에 있는 어떤 선함을 보신 건 아닐까요(웃음).”(김준수) “연출님이 ‘비틀기의 귀재’라고 불리시잖아요. 준수는 예쁘장하게 생기고 저는 남자답게 생긴 편이라 ‘어쩌면 내가 흥보를 할 수도 있겠는데?’라는 기대를 했어요. 그렇다고 실망한 건 아니에요. 저에게 놀보 역할을 주신 연출님의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최호성) 대본을 집필한 고 연출은 이번 작품에 ‘다른 별에서 온 스님’, ‘말하는 호랑이’ 등 판소리 흥보가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인물을 추가해 신선함을 더했다. 새로운 캐릭터와는 다르게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흥보와 놀보를 연기하는 것은 제법 어려웠을 터.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만의 색깔을 담았기 때문에 색다른 인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보는 사람이 ‘저 정도로 밝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해맑은 흥보를 보여 주려고 했어요. 기존의 흥보가 불쌍하고 연민을 자아내는 인물이었다면 제가 연기하는 흥보는 보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죠. 악의를 품지 않고 늘 좋은 뜻을 가지고 행동하면 언젠가 복이 돌아온다는 것을 담았어요.”(김준수) “놀보는 물론 나쁜 사람이지만 이번 작품 속 놀보는 악질은 아니에요. 늘 2% 부족한 탓에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고 뭔가 허점이 많아요. 밉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놀보죠.”(최호성)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관객들이 굳이 보러 와야 하는 이유를 꼽아 달라고 하니 돌아오는 대답이 꽤 진중하다. “창은 아직도 나이 드신 분들이 하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이번 작품을 보면 젊은 소리꾼과 중견 소리꾼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곳곳에 숨어 있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흥미롭고요.”(김준수) “제가 소리꾼이어서가 아니라 소리가 가진 힘이 엄청나거든요. 관객과 창자 간 교감을 이끄는 소리의 힘 하나만으로도 공연장에 오실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최호성) 공연은 5~1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원. (02)2280-4114.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국 관객 뜨거운 사랑에 매일 밤 설레요”

    “한국 관객 뜨거운 사랑에 매일 밤 설레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 언뜻 미국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이 내한 공연을 하는 것 같지만 한국 뮤지컬 제작사인 오디컴퍼니가 한국 창작진과 브로드웨이 배우들을 결합해 해외 무대 수출을 겨냥하고 제작했다. 당연히 대사와 노래도 영어로 한다. 언어의 장벽이 관객들의 작품 몰입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배우들의 무대를 압도하는 연기와 흠잡을 데 없는 가창력으로 공연마다 기립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은 주인공은 지킬·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와 루시 역의 다이애나 디가모다.최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매시와 디가모는 원캐스트(한 배역에 한 사람만 캐스팅하는 것)로 연일 공연을 소화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법한데 지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을 한국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 저녁 설렌다”고 했다. ‘피핀’, ‘넥스트 투 노멀’, ‘위키드’ 등 브로드웨이에서 다양한 역할을 통해 얼굴을 알린 매시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선과 악을 분리하려는 박사 ‘지킬’과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악의 화신 ‘하이드’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매시는 “사실 한 사람이 두 인격을 표현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지킬과 하이드가 극 중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통해 최대한 두 캐릭터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디가모는 영국 런던 클럽에서 일하는 무용수로 지킬을 짝사랑하지만 하이드의 사랑을 받으며 고통받는 루시를 연기한다.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3’의 준우승자로도 유명한 그는 특히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처럼 모든 넘버가 좋은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다”면서 “노래를 할 때 복받친 감정을 터뜨리듯이 부르는데 그 점이 연기와 어우러져서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킬앤하이드’가 국내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비결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브로드웨이 작곡가로도 꼽히는 프랭크 와일드혼의 감미롭고 서정적인 넘버 덕분이다. 그중 대표곡은 뮤지컬을 모르는 사람들도 한번쯤 들어봤다는 ‘지금 이 순간’. 두 사람도 이미 한국 관객들의 이 넘버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 대해 알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매시가 이 노래를 부를 때가 다가오면 관객들의 에너지도 점점 쌓이는 게 눈에 보이더라구요.”(디가모) “작품 전체의 흐름을 생각하는 배우로서 이 곡만 신경 써서 부르지는 않지만 특별한 곡을 부를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죠.”(매시) 배우의 언어와 관객의 언어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작품의 내용을 고스란히 전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까. “뮤지컬은 음악, 안무, 장면 이렇게 3가지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그중에서 음악과 안무는 서로 언어의 장벽이 있어도 상관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매시) “우리에겐 보디랭귀지가 있잖아요. 배우들의 움직임만 봐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한 번 보고도 이해가 안 간다면 한 번 더 보러 오시면 되지 않을까요?(웃음)”(디가모) 지난해 12월 대구를 시작으로 지방 투어를 마치고 3월부터 서울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 팀은 내년부터 아시아, 유럽, 미국 등에서 공연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디가모는 “세계를 여행하는 것도 좋은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곳곳을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꿈만 같다”면서 “한국에서 사랑받은 만큼 해외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외 투어를 떠나기 전 서울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물었더니 두 사람의 대답이 그 어느 때보다 생기 넘쳤다. “벚꽃 꽃망울이 터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에요.”(디가모)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해본 일이 거의 없어요. 공연장 근처에서 정말 맛있는 빵집을 찾은 거 말고는요. 제주도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던데 꼭 가보려고요.”(매시) 공연은 5월 21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5만~15만원. 1588-5212.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무대에 핀 윤동주·이상의 삶…우리 시대 아픔을 위로하다

    무대에 핀 윤동주·이상의 삶…우리 시대 아픔을 위로하다

    시대를 위로한 시인들의 삶이 무대에서 재탄생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 서거 80주년을 맞은 시인 윤동주와 이상이 그 주인공이다.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뮤지컬 ‘점점 투명해지는 사나이’는 윤동주(1917~1945)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지기 하루 전에 일어났던 일을 일본인 간호사 ‘요코’의 기억과 상상으로 재구성했다. 그가 수감 당시 정체불명의 약물 주사를 맞으며 생체 실험을 당했다는 의혹을 바탕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따뜻한 시편을 빚어낸 시인의 아름다운 본성을 노래한다. 연희단거리패가 최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게릴라극장’을 폐관하고 새 보금자리로 삼은 ‘30스튜디오’에서 여는 창작극 기획전의 첫 번째 무대다. 연희단거리패의 젊은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부산, 경남 지역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젊은 창작집단 극단 가마골의 작품이다. 6~16일까지.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 3만원. (02)766-9831.뮤지컬 ‘스모크’는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시 ‘오감도 제15호’에서 모티브를 얻은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시를 쓰는 남자 ‘초’(超), 그림을 그리는 순수한 남자 ‘해’(海), 부서질 듯 아픈 고통을 가진 여인 ‘홍’(紅) 세 사람이 함께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상징적인 소품과 대사를 통해 속도감 있게 전달한다. 작품의 핵심 소재인 ‘오감도’ 외에도 시 ‘건축무한육면각체’, ‘회한의 장’, 소설 ‘날개’, ‘종생기’ 등 개성 있는 발상과 표현을 선보인 이상의 작품을 대사와 가사에 녹였다.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성을 지녔지만 식민지 조국에서 느껴야만 했던 예술가로서의 불안과 절망, 고통, 그리고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기를 바랐던 시인의 열망을 노래한다. 5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3만~6만원. 1577-3363.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장가가려는 왕·도망가는 양반 딸… 조선 왕비 간택 프로젝트의 전말

    장가가려는 왕·도망가는 양반 딸… 조선 왕비 간택 프로젝트의 전말

    조선 국왕 장가보내기/임민혁 지음/글항아리/336쪽/2만원부와 명예, 권력 삼박자를 갖춘 조선시대 국왕은 양반가 처녀들이 바라는 최고의 남편상이었을까. 당시 국왕은 전국에 금혼령을 내린 뒤 왕실이 제시한 규정에 맞는 처녀의 이름을 쓴 처녀단자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양반들은 딸의 나이를 늘리고 줄이거나 금혼령이 미치지 않는 지역으로 피해 결혼을 시키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처녀단자 제출을 피했다. 간택에 참여하는 데 상상 이상으로 많은 돈이 드는 데다가 궁궐에 평생 갇혀 지내야 하는 삶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차례에 걸친 간택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택된 여성은 별궁 생활을 거쳐 왕과 혼례를 올렸다. 국왕의 결혼에 관한 일을 맡았던 가례도감과 내수사에서 사용한 국혼 예산은 현재 가치로 따지면 모두 6억 80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책은 왕비 간택부터 결혼식, 조현례(왕실의 웃어른을 차례로 알현하는 의례), 후궁 가례까지 조목조목 들여다본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내 손안에 들어온 공연장… 실시간 중계의 진화

    내 손안에 들어온 공연장… 실시간 중계의 진화

    “연극 보고 나서 영화 관람 강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일드(일본 드라마)도 있던데 일드는 어떤가요.” “일드 볼만한데 영화가 나아요.” “전 공연을 봤더니 책이 읽고 싶어짐.” “제가 연극·뮤지컬을 본 적이 없는데 혹시 공연장에서 음식물 섭취해도 되나요?”지난달 9일 저녁 온라인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부 공연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도중 작품의 원작인 러시아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연극, 영화, 드라마를 비교하는가 하면 방금 지나간 장면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댓글이 분주하게 오고 갔다. 심지어 공연장 내 기본 에티켓에 대해 묻는 글도 올라왔다. 공연 온라인 중계 바람이 몰고 온 새로운 공연 관람 풍경이다. 공연장을 직접 찾아가야 공연을 볼 수 있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연극, 뮤지컬, 클래식 등의 무대 공연을 집에서 혹은 이동하는 중에도 손쉽게 감상할 수 있는 시대다. 공연 쇼케이스나 연습실 스케치 영상, 무대 뒷모습을 공개하는 등 이벤트성 행사로 작품의 일부를 선보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작품 전체를 공개하는 전막 생중계까지 등장했다. 공연 기획·제작사가 공연 전체를 무료로 중계하는 것은 언뜻 파격적으로 비치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홍보 및 관객 유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최근 생중계를 늘려 나가는 추세다. 한 공연 관계자는 “카메라를 통해 비춰지는 공연이 실제 무대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왜곡될 가능성도 있고 관객들이 그 모습에 실망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전막 공개는 사실 제작사가 큰 결심을 해야 가능한 것”이라면서도 “공연이 불특정 다수에게 한 번이라도 노출됐을 때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상당수가 실황 중계를 홍보에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연 생중계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2015년 출시한 동영상 생중계 서비스 ‘브이(V) 라이브’를 계기로 확산 중이다. 브이 라이브는 본래 한류 아이돌 스타의 글로벌 팬을 겨냥, 스타들이 개인 채널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직접 온라인으로 방송을 중계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네이버 측은 갈수록 스타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진 것을 감안해 그 대상을 아이돌 그룹 외 일반 뮤지션·영화인으로 넓히다가 지난해 클래식·뮤지컬 채널을 개설하는 등 라인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브이 라이브 내 ‘브이 클래식’ 채널은 한 달 뒤인 11월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앨범 발매를 기념한 쇼케이스로 시작을 알렸다.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에서 열린 이 공연은 브이 앱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무려 8만여명이 지켜봤다. 현재까지 누적 시청자 수만 11만여명에 이른다.●“공연장 직접 방문 못하거나 매진됐을 때 좋아요” 현장의 압도적인 분위기나 풍부한 음향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지방 혹은 해외에 있어서 공연장을 방문하지 못하거나 빠른 매진으로 티켓을 구하지 못한 관객들에겐 실황 중계가 공연관람 경험을 충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15년과 지난해 각각 KBS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my-k’와 네이버를 통해 베토벤 교향곡 ‘합창’을 생중계했다. 2008년부터 서울시향의 송년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합창 교향곡’은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빠르게 매진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지방 또는 해외에 있어 부득이하게 공연장에 오지 못한 분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뮤지컬, 연극, 전통예술 등 생중계를 활용하는 공연 장르는 다양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는 올해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에 선정된 공연 중 6개 작품을 네이버 TV캐스트와 브이 라이브를 통해 전막 생중계했다. 첫 타자인 뮤지컬 ‘레드북’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소위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에 방송된 실황 중계를 1만 3000여명이 시청했다. 생중계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다음날 오전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서 뮤지컬 부문 인기 순위 2위에 올랐고 이후 마지막 공연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신상미 문예위 공연지원부 과장은 “일각에서는 실황 중계를 하면 오히려 티켓 구매 인원을 축소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는데 오히려 검증된 리뷰를 통해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끄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시 콘텐츠도 동참… ‘이집트 보물전’ 열띤 호응 상대적으로 관람객의 발길이 적은 전통공연예술 장르의 경우에도 생중계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 국립극장의 인기 레퍼토리인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는 전통공연예술 장르 중 최초로 지난 1월 생중계를 했다. 이주미 국립극장 홍보 담당자는 “흔히 마당놀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고루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은데 젊은층이 많이 접속하는 플랫폼을 통해 중계를 한 덕분에 전통공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동극장의 판소리 음악극 ‘적벽’ 역시 지난달 약 19만명이 생중계로 작품을 시청했다. ‘적벽’은 공연 중계와 동시에 네이버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을 통한 티켓 예매를 진행했는데, 공연 시간 75분 동안 3~4일치 개인 관객 수에 해당하는 티켓이 판매됐다. 김지선 정동극장 홍보 담당자는 “공연 마니아층이 많이 찾는 한 커뮤니티에서 국악 장르는 거의 언급된 적이 없었는데 ‘적벽’이 언급되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정동극장은 오는 20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에서 상설 공연되는 넌버벌 퍼포먼스 ‘바실라’도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경주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콘텐츠에 대한 타 지역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공연이 아닌 전시 콘텐츠까지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달 2일 특별 전시 중인 ‘이집트 보물전’을 온라인으로 소개했다. 전시를 온라인에서 생중계한 것은 국내 최초다. 70분 동안 5만여명이 시청하는 등 이용자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주무관은 “매주 수요일 저녁 전시 설명과 함께 관람객들이 질의 응답을 할 수 있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생중계 방송을 보고 왔다는 관람객이 많았다”면서 “온라인으로 미리 정보를 접한 뒤 직접 전시를 보면 교육적인 효과도 남다르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향후 다른 전시에서도 생중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美브로드웨이는 저작권·사용료 등 사전 계약” 일각에서는 공연의 현장성을 살리지 못한 중계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유희성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녹화 장비 시스템 환경이 완벽히 구축된 상황에서의 영상 촬영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대부분 미비한 상황”이라면서 “평면적인 영상만으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연의 에너지를 제대로 전달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저작권 보호 문제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은 뮤지컬, 연극 등 생중계 당시 공개 영상에 대한 다시보기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관객이 개인적으로 영상을 녹화해서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른 채널을 통해 유통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브로드웨이 같은 경우 공공 도서관에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품 영상을 촬영할 때 해당 영상 저작권의 귀속 및 이용 권한, 사용료 등까지 계약서에 미리 명시한다”면서 “실황 중계를 통해 작품의 내용을 비롯해 음악, 무대 디자인 등 창작진의 아이디어를 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노출되기 때문에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토니상 2관왕 연출가 “750쪽 원작 단숨에 읽어… 최고의 작품”

    토니상 2관왕 연출가 “750쪽 원작 단숨에 읽어… 최고의 작품”

    벨기에 출신 이보 반 호브(59)는 요즘 세계 연극계에서 가장 핫한, 대세 연출가다. 2007년 셰익스피어의 작품 3개를 엮은 6시간짜리 대작 ‘로마 비극’으로 주목받은 반 호브는 2014년 초연한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2015년과 2016년 각각 영국과 미국의 권위 있는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의 연출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이름을 떨쳤다.세계 주요 도시의 유명 극장에서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반 호브가 연출한 연극 ‘파운틴헤드’가 31일~4월 2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5년 전 연극 ‘오프닝 나이트’에 이어 한국 무대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다. 반 호브는 공연을 하루 앞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연출한 여러 작품 중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아인 랜드가 1943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운틴헤드’는 1920~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빛나는 재능과 자유롭고 독립적인 영혼을 지닌 건축가 하워드 로크의 고고한 결단과 행동의 궤적을 좇으며 창작의 본질과 예술적 진정성이 무엇인지 등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반 호브는 “지인이 선물한 750쪽에 이르는 소설을 단숨에 읽자마자 연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작업만 하는 이상주의자 건축가 하워드 로크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순순히 따르는 기회주의적인 건축가 피터 키팅이라는 인물을 통해 오롯이 개인으로 존재할 것인지 아니면 집단의 일부로 남을 것인지 등 삶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은 예술가적 이상을 좇아야 하는지 아니면 관객이나 여타 상황에 순응하고 타협해야 하는지, 예술가로서 스스로를 얼마나 믿는지 등 나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면서 “작품 속에서 어느 한쪽을 옹호하지 않고 두 사람의 입장을 모두 조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로크 같은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 호브는 세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며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고루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독특한 주제를 큰 스케일 안에서 다루는 것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세계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꿈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가 아니라 제 생각이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로부터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서 매우 행복합니다. 한국 관객들도 이 작품을 보시고 제 생각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취향저격, 시선강탈’ 1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 맞춤 공연 봇물

    ‘취향저격, 시선강탈’ 1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 맞춤 공연 봇물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마음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봄, 공연계도 관객 맞을 준비에 한창 분주하다. 시즌 초반부터 다양한 장르의 각양각색 작품들이 봇물같이 쏟아지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공연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30대 여성 이외에도 더 많은 관객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연령대를 타깃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세대별 취향 저격 작품들이 눈에 띈다.■1020, 뮤지컬 ‘꽃보다 남자’ 풋풋한 하이틴 로코…아이돌 ‘F4’ 뭉쳤다 일본 순정만화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꽃보다 남자’는 공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보기 힘든 10~20대 관객을 공략한다. ‘꽃보다 남자’는 1992년부터 2003년까지 12년간 일본 만화잡지 ‘마가렛’에 연재된 작품으로 일본 영화, 애니메이션은 물론 2009년 한국 드라마로도 제작돼 ‘F4’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평범한 서민 집안의 한 소녀가 재벌가 자제들이 가득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하이틴 로맨스의 풋풋한 감성을 살렸다. 이번 공연에는 비투비의 이창섭, 빅스의 켄, 슈퍼주니어 성민, 미쓰에이 민 등 현역 아이돌이 주연으로 나서면서 젊은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홍보사 스토리P의 최소연 대리는 “10대와 20대 예매 관객을 합치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면서 “작품 내용 자체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데다가 아이돌 팬덤에 힘입어 젊은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아이돌이 등장하는 작품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지만 마니아들만 본다는 인식이 강한 뮤지컬에 대한 젊은 관객층의 접근성을 높이고 관객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5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5만 5000~11만원. 070-8118-9721.■3040, 연극 ‘유도소년’ 연극판 ‘응답하라 1997’…아날로그 감성이 가득 스포츠 선수들의 뜨거운 청춘과 풋풋한 사랑을 다룬 연극 ‘유도소년’은 3040세대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연극판 ‘응답하라 1997’로 불리는 ‘유도소년’은 전북체고 유도선수 ‘경찬’이 1997년 고교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경찬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슬럼프에 빠진 ‘경찬’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며 관객에게 그동안 잊고 있었던 뜨거운 열정을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HOT의 ‘캔디’, UP의 ‘뿌요뿌요’, 젝스키스의 ‘사나이 가는 길(폼생폼사)’ 등 추억의 인기가요를 극 중간중간 삽입해 관객들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극 중 등장하는 삐삐, 워크맨, PCS 등의 소품도 반가운 추억을 되살린다. 공연 관계자는 “작품 속 ‘아무리 힘들어도 최선을 다하기 전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매일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30~40대 직장인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5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4만 4000원. (02)744-4331.■4060, 뮤지컬 ‘오! 캐롤’ 닐 세다카의 히트팝… 중장년층 향수 자극 주크박스 뮤지컬 ‘오! 캐롤’도 공략 관객층이 확실하다. 국내에서 CF, 방송, 영화 삽입곡으로 친숙한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히트곡으로 채워진 ‘오! 캐롤’은 40~60대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1960년대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배경으로 주인공 6명의 사랑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 1980년대 가수 방미가 번안해 부른 ‘날 보러 와요’로 익숙한 ‘원 웨이 티켓’을 비롯한 ‘오 캐롤’, ‘유 민 에브리싱 투 미’ 등 흥겨운 노래가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한다. 남경주, 최정원, 전수경 등 중장년층에게 친숙한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의 등장과 밝은 분위기의 쇼뮤지컬 특성 역시 4050 관객을 유도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오! 캐롤’을 홍보하는 노민지 클립서비스 과장은 “화려한 군무와 복고풍 의상이 주는 볼거리, 객석에서 함께 춤추고 즐기는 커튼콜 등 뮤지컬을 자주 접해 보지 않은 중장년층 관객이 접근하기 쉬워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5월 7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5만~12만원. 1577-3363.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유쾌한 입담 더해… 민중에게 다가온 ‘조선판 버라이어티’

    유쾌한 입담 더해… 민중에게 다가온 ‘조선판 버라이어티’

    궁중 공연 8년 만에 새롭게 구성… 재담꾼·젊은 연희꾼 활력 더해 조선시대 광화문 앞에서 펼쳐졌던 대규모 축제 ‘산대희’가 무대에 오른다.국립국악원은 29일부터 31일까지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올해 첫 공연인 ‘산대희-만화방창(萬化方暢) 광화문’을 선보인다. 2009년 재연 이후 8년 만이다. 신라 진흥왕 이래 고려의 팔관회, 연등회 등 나라의 잔치와 임금 행차가 있을 때 펼쳐진 산대희는 조선시대 들어서는 국가 경조사나 중국 사신을 영접할 때 주로 열렸다. 산대는 나무로 단을 엮은 뒤 오색비단 장막을 늘어뜨리고 전설 속에 등장하는 삼신산(三神山)인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을 형상화한 야외무대다. 산대희는 이 산대에서 펼쳐졌던 줄타기, 탈놀이, 접시돌리기, 꼭두각시 놀음, 농악, 처용무 등 갖가지 연희를 엮어서 펼친 ‘조선판 버라이어티쇼’다. 이번 산대희 공연은 2008년, 2009년에 선보였던 궁중 산대희를 새롭게 구성해 민간의 다양한 연희 예술을 선보이는 민간 산대희 작품으로 꾸몄다. 특히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두 재담꾼인 ‘산받이’와 ‘박첨지’가 등장해 유쾌한 입담으로 공연을 이끌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는 국립국악원 예술단과 함께 여성 어름사니(줄타기꾼)로 잘 알려진 박지나 등 젊은 연희꾼도 함께한다. 연출을 맡은 극단 사니너머의 김학수 대표는 “고유의 전통 연희를 중심으로 화해와 상생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백성들의 바람을 알리고 광화문 광장이 화려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번 공연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관람료는 1만~3만원. (02)580-3300.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권력자가 말하는 희망은 과연 올바른가

    권력자가 말하는 희망은 과연 올바른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권력에 대한 욕망과 갈등을 그린 연극 ‘왕위주장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희곡 ‘인형의 집’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이 쓴 작품으로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154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연극계 황금 콤비’라 불리는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이 연출을, 고연옥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2001년 첫 작업 이후 스무 번째 협업이다. 두 사람은 2014년 11월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입센의 ‘사회의 기둥들’에 이어 현시대를 꿰뚫는 작품을 잇달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154년 전 노르웨이 극작가 입센 작품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 단장은 “두 작품 모두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면서 “‘왕위주장자들’의 경우 2015년에 서울시극단장으로 취임하면서 발표한 3개년 계획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고 작가는 “고전 작품이 현재에도 계속 재해석되는 것은 작품 속에 현대성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사회의 기둥들’도 그랬고 이번 작품도 대한민국의 현재와 꼭 닮아 있는데 마치 운명처럼 이 시기에 우리와 만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13세기 노르웨이. 왕위에 대한 확신을 지닌 호콘왕은 스베레왕이 서거한 이후 왕이 되지만 스쿨레 백작을 비롯한 다른 왕위 주장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한다. 호콘왕이 의회의 승인을 얻어 왕이 된 이후에도 스쿨레 백작의 섭정은 계속된다. 호콘왕은 스쿨레 백작의 딸 마르그레테를 왕비로 선택하면서 화해를 시도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은 계속된다. 교회를 대표하는 니콜라스 주교는 호콘왕과 스쿨레 백작 사이를 교묘히 오가며 이들의 갈등을 부추긴다. 극은 권력욕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인한 권력에 대한 냉소보다 확신과 의심 사이를 오가는 인간의 심리 변화와 방황에 초점을 맞췄다. ●완벽하고 절대적인 희망조차 의심 김 단장은 “우리 사회가 그렇듯이 환란의 시대가 지나가고 모두가 어떤 희망을 발견하려고 하는 시점, 희망이 탄생하려고 하는 시점에서 과연 권력자들이 제시한 희망이 우리가 바라는 올바른 희망인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처음 원작을 봤을 때 세 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에서 재미를 발견했다는 고 작가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가득 찬 스쿨레 백작이 우리의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는 인물”이라면서 “끊임없이 회의하는 과정 속에서 비판과 견제, 더 나은 대안이 나오기 때문에 완벽하고 절대적으로 보이는 희망조차 의심해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건드리는 매력 덕분에 입센 작품에 매료되어 있다는 김 단장은 내년 봄에는 또 다른 입센의 작품 ‘브란’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각색은 역시 고 작가가 맡는다. “입센이 많은 작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별로 소개되지 않은 탓에 입센의 진면목을 우리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사회의 기둥들’, ‘왕위주장자’들을 보면 사회에 대한 저항정신이 돋보이는 뜨거운 마음을 지닌 작가임을 알 수 있어요. 입센이 원작에서 이야기한 바를 현대적으로 접목시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지만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진지한 질문을 준엄하게 던지고 싶습니다.” 호콘왕, 스쿨레 백작, 니콜라스 주교는 각각 김주헌, 유성주, 유연수가 연기한다. 이들 외에도 서울시극단 창단 멤버인 강신구를 비롯해 이창직, 최나라, 이지연 등이 출연한다. 31일~4월 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만~5만원. (02)399-1000.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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