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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리뷰] 창작 뮤지컬 ‘사의 찬미’

    [공연리뷰] 창작 뮤지컬 ‘사의 찬미’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나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윤심덕 ‘사의 찬미’ 중)노랫말에 깃든 쓸쓸함과 처연함은 노래를 부른 이의 인생과 조금 닮았다.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 그녀는 남다른 생애와 의문의 죽음으로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1926년 그녀가 전라도 거부의 아들이자 천재 극작가로 신극 운동을 주도한 김우진과 배에서 동반자살했다는 사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윤심덕이 당시 유명한 신여성이었던데다 김우진이 유부남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소문과 억측이 무성했다. 이 세기의 스캔들 뒤에는 과연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2013년 ‘글루미데이’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창작 뮤지컬 ‘사의 찬미’는 비극적 운명에 휘말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재해석했다. 작품에는 윤심덕과 김우진 말고도 허구의 인물인 사내가 등장한다. 작품은 이 신원 미상의 사내가 두 사람의 죽음을 부추겼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1921년 윤심덕과 김우진의 첫 만남에서부터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관부연락선에서 두 사람이 투신하기 직전까지 5시간을 좇는다.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김우진은 자신을 유학생 한명운이라고 소개한 의문의 사내를 만난다. 사내는 본인의 사상과 김우진의 생명력 있는 창작력을 더해 새 시대를 노래하는 희곡을 쓸 것을 제안하고, 당시 재일 조선인들에게 유명한 스타였던 윤심덕을 배우로 출연시키자고 말한다. 사내의 소개로 만난 김우진과 윤심덕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이끌리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김우진은 어느 순간 희곡이 사내가 의도한 대로 쓰이고 있으며, 그 이야기가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내가 자신의 뜻대로 되어가는 상황에 즐거워하는 가운데 김우진은 사내가 이끄는 운명에 맞서기 위해 애쓴다. 사내가 김우진과 윤심덕의 인생을 비극으로 몰아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처음엔 실재하는 인물로 등장한 한명운은 어느 순간 김우진이 시달리는 환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이런 설정 덕분에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팬들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구슬프다 못해 울음을 토해내는 듯한 윤심덕의 노래 ‘사의 찬미’가 변주되어 곳곳에 흐른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현악 라이브 삼중주와 어우러진 넘버들은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과 심리 변화를 정교하게 그리는 동시에 극에 속도감을 더한다. 10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4만 4000~6만 6000원. (02)766-7667.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내 가족과 이웃에게 나는 익숙한 존재일까

    내 가족과 이웃에게 나는 익숙한 존재일까

    타인에 대한 믿음이 불가능해진 사회 모른다는 사실 인정이 ‘관계’ 첫걸음 모르는 사람들/이승우 지음/문학동네/248쪽/1만 3000원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위험한 방법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쉽지만, 이것은 사실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보다 위험하다.”(21쪽 ‘모르는 사람’)잘 알지도 못하면서 때때로 우리는 타인을 잘 안다고 믿는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나와 타인의 간극을 좁힐 수 없는 한 우리는 영영 그의 진심에 가닿을 수 없을 터다. 그래서 우리는 남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오해하며 산다. 신과 인간, 죄와 죄의식, 구원과 초월 등 생의 근원적인 문제를 심도 깊게 다뤄 온 소설가 이승우가 이번에는 타인에 대한 무지와 그로 인한 관계의 피상성, 타인에 대한 믿음을 불가능하게 하는 세상의 면면을 짚어냈다. 2014년 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발표한 8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 ‘모르는 사람들’에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타인에 대해 무지하거나 타인을 불신한다. 자신이 태어났다는 M시에 근무한 뒤 30여년 전 부모가 결혼하고, 자신이 유복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복숭아 향기), 자신과 한국 이름이 같은 말레이시아인 찰스가 자신의 삶을 파고드는 게 신경 쓰이는 대학교수 김철수(찰스),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매일 밤 자신의 집 근처를 배회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의심하는 그녀(넘어가지 않습니다) 등 타인을 이해하는 것의 난해함과 고단함을 깨닫는 군상들의 내면을 작가는 깊숙이 들여다본다. 특히 타인이라고 하기엔 오랜 시간 살을 부비며 살아온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오해를 마주한 순간 화자들은 아연해지고 만다. ‘모르는 사람’에서 ‘나’의 아버지는 11년 전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러시아 국적 보잉 747 비행기가 유럽의 한 도시에 추락한 날이다. 어머니는 그날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그 항공기에 타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또 탑승자 명단에서 아버지 회사 광고 모델로 출연한 한 여배우의 이름을 본 어머니는 비논리적인 이유를 붙여 아버지의 부재를 단정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고는 11년 만에 뜻밖의 장소인 아프리카 레소토에서 들려온다. 낯선 이에게 듣는 아버지의 지난 11년은 믿기 어려운 일들로 가득하다. 아버지는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자 ‘가장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그저 허망할 뿐이다.‘강의’에서 나는 아버지가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렸던 ‘금융 백화점’에서 그가 돈 때문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게 된다. 평소 아들인 자신에게 생활의 결핍이나 부족함을 느끼게 한 적이 없었던 아버지는 사실 퇴직금을 담보로 퇴직금보다 많은 돈을 빌리면서 가정을 지탱하고 있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오자 아버지는 ‘이젠 지쳤다’라는 말과 함께 숨을 거뒀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와 어머니는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으로 그의 형편을 알아채지 못한 자신들의 무신경함을 대신한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투명해 보이던 아버지야말로 우리가 가장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 말이다. 작품 속 화자들은 타인에 대해 자신이 지닌 기억의 불완전함을 깨닫고 이내 자신 역시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과거의 기억을 돌이키며 자신을 내내 반성하는 작품 속 화자들은 결국 작가 자신이자 우리 모두일 터다. ‘모르는 사람들’은 ‘끝내 우리는 상대방을 알 수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우친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타인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또 다른 첫걸음이라는 사실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안호상 국립극장장 사직서 제출

    안호상(58) 국립극장장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7일 국립극장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안 극장장은 지난 4일 사직서를 공식 제출했다. 안 극장장은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의 교수 제안에 응하게 돼 사퇴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안 극장장은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장,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등을 지냈으며 2012년 1월부터 국립극장장으로 재직해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스승의 춤사위… 제자의 굿거리… 환상의 컬래버

    스승의 춤사위… 제자의 굿거리… 환상의 컬래버

    스승과 제자의 특별한 무용 공연이 오는 9~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내 대표 중견 안무가인 전미숙(59)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이끄는 전미숙무용단이 선보이는 ‘바우’(BOW)다.일상적 몸짓인 인사라는 제스처 속 인간이 품고 있는 다양한 내면의 표정을 상상하고 인간관계의 양면성을 다룬 작품이다. 2014년 말레이시아 타리댄스페스티벌에서 초연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무용 마켓인 독일의 탄츠메세 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 작품성을 먼저 인정받은 후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인다. 이 작품은 특유의 역동적인 안무와 함께 작품에 사용할 음악을 직접 작곡하는 ‘팔방미인’ 김재덕(33) 모던테이블 대표와 같이 빚어내 특히 눈길을 끈다. ●일상적인 인사에 담겨진 양면성 조명 전 교수는 4년 전 ‘바우’를 구상할 때 조안무였던 현대무용가 김보라(35)를 통해 김재덕을 섭외하게 됐다. 탁월한 미적 감각으로 국내외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는 김보라는 김재덕과 부부 사이다. “당시 개인적으로 작품에 몰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렇다고 누구한테 선뜻 도와 달라는 말을 하기도 힘들었죠. 저랑 코드가 완벽하게 맞아야 하니까요. 그런 사람이 몇 안 되는데 그중 확신이 서는 사람이 보라였어요. 오래 봐 온 제자이기도 하고 그 안무력과 감각을 신뢰하거든요. 그때 보라의 소개로 재덕이 음악을 듣고는 너무 좋았어요. 재덕이 공연을 많이 봐 왔지만 그때 들었던 음악은 제 작품의 장면들을 살려 줄 만한 임팩트가 있었거든요.”(전미숙) ●굿거리장단에 첼로·비올라 조합 ‘바우’에 사용된 음악은 김재덕이 자기 작품인 ‘시나위’를 위해 만들었던 곡이다. 굿거리장단에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 타악기 등 다양한 소리를 얹고 불경을 읊조리는 듯한 김재덕의 목소리가 실렸다. 전위적인 느낌의 곡이다. 평소 작품을 만들 때 음악 제작을 의뢰하는 일이 드문 전 교수로서는 의외의 선택이었다. 대학 은사의 뜻밖의 협업 제안에 김재덕 역시 처음엔 놀랐다고 했다. ●전미숙 “그야말로 유기적인 화합” “보통 공연을 할 때 이미 만들어져 있는 곡을 사용하는 편이에요. 작곡을 의뢰하며 작품 의도를 자세히 설명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구현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본인이 춤을 추는 사람이라서 재덕이의 음악에는 관객에게 선사하는 감흥과 감동이 담겨 있어요. 작품을 볼 때 상상과 해석의 폭을 넓히는 힘도 있고요.”(전미숙) “처음에 선생님의 전화를 받자마자 ‘저 안 될 것 같은데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라고 여쭸어요. 부담스러웠거든요. 제 음악은 날것의 느낌이 강한 편이라 선생님 작품에 맞을까 걱정이 컸죠. 자칫 멋이 없을 수도 있거든요. 제 음악을 작품 속에서 멋으로 승화시켜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김재덕) 두 사람은 ‘바우’ 작업을 하는 동안 별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서로의 공연을 많이 보고 작품 스타일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각자 예술적 가치가 뚜렷한 두 예술가가 만나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제자 김재덕 “음악 잘 스며들어 보람” “요즘 컬래버레이션을 많이들 하는데 사실은 각자 방식이 있어서 협업이 생각보다는 힘들어요. 하지만 재덕이와는 잘 통했어요. 안무가 자기의 삶인 데다 무용단도 운영하고 있으니 평소 음악, 무용에 대한 고민을 저보다 얼마나 많이 하겠어요.”(전미숙) “안무가로 음악을 만들며 이런저런 고민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선생님의 격려가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재덕아 네가 할 수 있는 거고 잘하는 거니까 자신을 믿고 그냥 해보라’고요. 그 말씀 덕분에 제가 날개를 편 만큼 제 음악이 ‘바우’를 빛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김재덕)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유미·페조디에 부부 등 6명 제15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

    한유미·페조디에 부부 등 6명 제15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

    한국문학번역원은 제15회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로 김훈 소설 ‘현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긴 한유미(왼쪽), 에르베 페조디에(오른쪽) 부부 등 6명이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영어권 수상자로는 정영문 소설 ‘바셀린 붓다’를 번역한 정예원 씨, 터키어권에서는 안도현의 동화 ‘연어’를 옮긴 괵셀 튀르쾨쥬가 각각 선정됐다. 김영하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를 러시아어로 옮긴 승주연씨와 알렉산드라 구델레바도 수상자로 뽑혔다. 신진 번역가 발굴을 위해 주는 한국문학번역 신인상은 권여선의 ‘삼인행’과 조해진의 ‘사물과의 작별’ 번역 작품을 공모했다. 김미정·여 사라 현정(영어), 이소영(프랑스어), 빈센트 크러이셀(독일어),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스페인어), 류드밀라 미해에스쿠(러시아어), 리우 중보(중국어), 다케우치 마리코(일본어) 등 7개 언어권에서 8명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작품성·흥행 두 토끼 잡는 좋은 포장지가 되고 싶다”

    “작품성·흥행 두 토끼 잡는 좋은 포장지가 되고 싶다”

    “작품성도 뛰어나고 흥행도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지 않겠지만 서울시뮤지컬단에 오면서 생각한 두 단어가 ‘온고지신’과 ‘명실상부’거든요. 서울시뮤지컬단은 서울을 대표하는 뮤지컬 단체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과 연륜에 걸맞는 내용의 훌륭한 작품으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습니다.”지난달 16일 서울시뮤지컬단 제19대 단장으로 뮤지컬 ‘맘마미아’, ‘아이 러브 유’, ‘오! 캐롤’ 등을 연출한 한진섭(60) 연출가가 취임했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후 극단 민중극단에서 배우로 시작한 그는 뮤지컬 배우를 거쳐 1998년 뮤지컬 ‘더 라이프’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한 이후 굵직굵직한 대형 작품을 연출해 왔다. 2009년부터 국제예술대 뮤지컬과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다가 이제 한 단체의 운영을 담당하는 책임자로 새로운 길을 밟고 있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한 단장은 낯선 업무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뮤지컬단의 새로운 행보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는 “좋은 포장지가 되고 싶다”며 단원들부터 신나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배우로서 직접 무대에 서고, 연출가로서 오랜 시간 배우들을 곁에서 봐 온 만큼 배우들이 신명 나게 연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요즘 뮤지컬은 누가 만들었느냐보다는 누가 출연했는지가 관심을 많이 끌죠. 저희 단원들의 실력은 어디에도 뒤처지지 않거든요. 좋은 점을 내세워야 하는데 포장이 좀 덜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리더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조력자죠. 단원들이 좀더 유명해지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봅니다.” 그간 서울시뮤지컬단이 선보인 작품 중 소위 ‘대박’ 작품이라고 할 만한 대표작을 꼽기 힘든 것 같다는 뼈아픈 질문에 한 단장은 대번에 “그걸 해결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또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단체로서 자금과 인력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 안에서도 ‘조화의 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은 좋은 작품,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수밖에 없어요. 시간이 조금 걸릴지 몰라도 짜임새 있는 옹골진 작품을 만들면 당연히 관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우선 저희에게는 세종문화회관이라는 훌륭한 극장이 있죠. 이를 바탕으로 외부의 좋은 단체나 배우 등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작품들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협업 과정에서 외부 단체나 배우, 그리고 저희 단원들 모두 신바람 나고 서로 좋은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면 자연스럽게 흥행에도 성공할 것이고 서울시뮤지컬단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로까지 자리잡을 수 있을 겁니다.” 2년 임기 내 선보이고 싶은 작품에 대해 물으니 기다렸다는 듯 계획을 쏟아냈다. “청소년 관객들이 볼 수 있는 한국 근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엮어서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슈만, 슈베르트 등 세계 유명 작곡가들의 곡을 현대에 맞게 록 등으로 음악을 변형한 작품도 만들고 싶고요. 특히 내년이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이어서 우리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창조적인 무대를 선보이려고 해요. 그동안 ‘언젠가 때가 오면 해 봐야지’ 했던 작품들이 좀 많은데 그 시작을 서울시뮤지컬단에서 해 보려고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유명 소설가 마광수 前연세대 교수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유명 소설가 마광수 前연세대 교수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자살 가능성 커…가족이 신고 “유산·시신 처리해 달라” 유언장 “하늘이 원망스럽다. 위선으로 뭉친 지식인과 작가 사이에서 고통받는 것이 너무나 억울해지는 요즘이다. 그냥 한숨만 나온다.”성에 대한 가감 없는 표현이 담긴 소설 ‘즐거운 사라’로 유명한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는 지난해 8월 정년 퇴임을 앞둔 소감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등단 이후 40년간 여러 소설과 산문집, 시집을 냈지만 ‘즐거운 사라’가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이 작품으로 치명적인 필화에 휘말린 탓이다. 최고의 윤동주 연구자, 천재교수로 추앙받다가 산문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1989년) 이후 외설 문학가라는 오명에 휩싸이며 구속, 해직, 복직 등을 겪었던 마 전 교수가 5일 자택에서 목을 매 지난한 생을 마감했다. 66세.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마 전 교수는 이날 오후 1시 51분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가사도우미와 함께 지내왔으며, 도우미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자신의 유산을 가족에게 남기고 시신 처리를 맡긴다는 내용이 적힌 A4용지 1장짜리 유언장을 발견했다. 경찰은 마 전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빈소는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마 전 교수는 1990년 1월 합의이혼했으며 자녀는 없다. 누나가 상주를 맡았다. 아호가 ‘광마’(狂馬)인 마 전 교수는 우리 사회 금기에 도전했다가 시대와의 불화를 혹독하게 겪은 비운의 시인이자 소설가, 수필가, 또 비평가로 기억된다. 연세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던 1977년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에 ‘배꼽에’ 등 시 6편을 게재하며 등단했다. 1983년에는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으로는 처음으로 윤동주 시를 연구해 학위를 받았다.이듬해 모교 강단에 서기 시작한 그는 성(性)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우리 안의 이중성과 위선을 꼬집는 데 천착했다. 28세에 대학교수로 임용되면서 천재로도 불렸다. 1989년 5월부터 12월까지 문학사상에 장편 ‘권태’를 연재하며 소설가로 데뷔했고 같은 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출간했다. 대표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나온 것도 그해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성적 담론을 대중적 리얼리티의 세계로 이끈 공로가 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 문학평론가는 “마 전 교수는 당시 유교적인 엄숙주의에 빠져 있었던 한국 문화에 가벼운 충격을 준 작품을 선보였다”면서 “소설이나 시를 일종의 본능의 해방과 자유의 구가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때, 그가 작품에서 성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인 제재를 받은 것은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마 전 교수는 ‘즐거운 사라’가 사회 미풍양속을 해치는 외설이라는 이유로 1992년 10월 강의 중 제자들 앞에서 긴급 체포됐다. 구속 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며 교수직을 박탈당했다. 1998년 사면·복권돼 강단으로 돌아왔지만 ‘변태 교수’, ‘음란 작가’라는 꼬리표는 줄곧 그를 따라다녔다. 해직 이력 때문에 명예교수가 될 자격조차 얻질 못했다. 그때 심경은 퇴임 소감문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즐거운 사라 사건으로 학교에서 잘리고, 한참 후 복직했더니 동료 교수들의 따돌림으로 우울증을 얻어 휴직했다”면서 “그 뒤 줄곧 국문과 왕따 교수로 지냈고, 문단에서도 왕따가 됐다”고 썼다. 또 “책도 안 읽어 보고 무조건 나를 변태로 매도하는 대중들, 단지 성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따라다니는 간첩 같은 꼬리표”라면서 “그동안 내 육체는 울화병에 허물어져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지독한 우울증은 나를 점점 좀먹어 들어가고 있고 오늘도 심한 신경성 복통으로 병원에 다녀왔다. 몹시 아프다”고 토로했다. 실제 마 전 교수는 우울증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마집’, ‘사랑의 슬픔’ 등의 시집을 냈던 그는 올해 초에는 등단 40년을 맞아 ‘마광수 시선’을 내놓았는데 유작이 됐다. ‘권태’, ‘불안’, ‘첫사랑’ 등 소설과 다수의 비평집, 논문들을 남겼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춤, 젊어지다

    춤, 젊어지다

    올 하반기 무용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주요 작품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한국 무용과 현대 무용의 신선함과 실험성을 겸비한 국내 안무가의 공연부터 세계적인 발레단과 외국 국립무용단의 작품까지, 한국 무대를 찾아 열정적인 춤사위로 무대를 수놓을 예정이다.●아이유·어반자카파가 춘향전과 만나 ‘춘상’ 국립무용단의 ‘춘상’(21~2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젊고 신선한 한국무용이다. 2017~2018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개막작으로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폭넓은 춤 스타일로 세계 무용계에서 호평받아 온 안무가 배정혜의 작품이다. ‘단’, ‘묵향’, ‘향연’ 등을 통해 국립무용단과 호흡을 맞춰 온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과 무대·의상 디자인을 맡았다. ‘봄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념’이라는 의미의 ‘춘상’은 스무 살 청춘들이 겪을 법한 사랑 이야기를 8개의 에피소드로 엮었다. 고전소설 춘향전의 시공간을 현대로 옮겨 고등학교 졸업파티에서 첫눈에 반하는 춘과 몽의 주인공이다. 음악 역시 요즘 노래로 채워진다. 아이유, 정기고, 넬, 볼빨간사춘기, 어반자카파, 선우정아 등의 노래를 편곡해 신선한 감성을 더했다. 2만~7만원. (02)2280-4114.●두 남자 안무가의 신작 무대 ‘맨 투 맨’ 국립현대무용단은 국내외 안무가들의 작품을 초청하는 픽업스테이지 세 번째 무대에 ‘맨 투 맨’을 올린다. 10월 13~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 오르는 ‘맨 투 맨’은 작품명에서도 보듯 두 남자 안무가의 신작 무대다.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박순호의 ‘경인’과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여 온 조슈아 퓨의 ‘빅 배드 울프’다. 박순호는 물질적인 욕망과 정서적 결핍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서울 사람을, 조슈아 퓨는 말 잘 듣는 아이를 만들 요량으로 무서운 이야기 속 공포스러운 존재를 사용하는 문제에 대한 고찰을 춤으로 표현한다. 2만~3만원. (02)580-1300.●마린스키발레단 김기민과 ‘백조의 호수’ 국내외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과 무용단이 선보이는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은 고전발레의 정수 ‘백조의 호수’를 들고 한국을 찾는다. 11월 9~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일 이 공연엔 수석 무용수 김기민이 지그프리트 왕자 역으로 오랜만에 고국팬들에게 인사한다. 김기민은 한국인 발레리노 최초로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무용수 상을 받기도 했다. 5만~28만원. (02)598-9416.●스페인 최우수 안무상에 빛나는 ‘카르멘’ 스페인국립무용단의 ‘카르멘’(11월 9~12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도 놓치면 아쉬운 작품.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매력의 욕망 가득한 여성 카르멘이 스웨덴 안무가 요한 잉거의 손길을 거쳐 새 옷을 입었다. 카르멘과 군인 돈 호세, 투우사 에스카미요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명적 삼각관계가 한층 세련되고 정열적인 춤사위로 표현된다. 2년 전 스페인에서 초연된 이 작품으로 잉거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우수안무상을 받았다. 4만~12만원. (02)2005-0114. 국내 양대 발레단이 러시아 대문호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명작을 만날 기회도 마련된다. ●평창올림픽 기념하는 ‘안나 카레니나’ 국립발레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기념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11월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크리스티안 슈푹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이 안무를 입혀 2014년 스위스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아시아 무대는 처음이다. 러시아의 귀부인 안나와 젊은 백작 브론스키의 비극적 사랑이야기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과 정제된 고전 의상과 어우러져 눈과 귀가 즐거울 무대다. 5000~5만원. (02)587-6181.●국내 무대에 네 번째 오르는 ‘오네긴’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네긴’을 준비했다. 푸시킨의 운문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바탕으로 드라마 발레의 선구자 존 프랑코의 안무로 1965년 초연된 작품이다.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시골 영주의 딸 타티아나의 엇갈린 비극적 사랑과 그에 따른 심리변화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국내엔 2009년 처음 소개됐으며 2011년, 2013년에 이어 네 번째 무대다. 11월 24~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2만원. 1545-1555.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광장’의 노숙인, 역사를 기억하다

    ‘광장’의 노숙인, 역사를 기억하다

    “광장에 갔다 왔어요.”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연출한 연극 ‘노숙의 시’는 대뜸 이렇게 시작한다. 지난겨울과 봄, 우리 기억 속에 뜨겁게 자리잡은 바로 그 ‘광장’이다.‘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그는 에두르지 않고 처음부터 직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블랙리스트 파동을 겪으며 영욕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를 ‘최소한의 연극성을 살려 쏟아붓겠다’고 작심했다. 이 연출가는 이번 작품을 “시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는 시민극”이라고 칭했다. 큰 변화의 물살을 견뎌 내고 새로운 길목에 접어든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다 같이 생각해 보자는 뜻에서다. ‘노숙의 시’는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에서 ‘벤치에서 만난 두 남자의 이야기’라는 큰 틀만 빌려 오고 내용은 지금, 이곳의 이야기로 완전히 고쳐 쓴 것이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벤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제리’와 ‘피터’는 도심 외곽의 한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노숙자 ‘무명씨’와 ‘김씨’로 모습을 바꿨다. 해직 기자 출신의 무명씨는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독일로 망명한 아버지를 따라 독일로 갔다가 아버지를 여읜 뒤 다시 돌아왔지만 1987년 대통령 선거에 대한 실망과 환멸에 또다시 나라를 떠난다. 사람들 사이에서 지껄이고 싶어서 돌아온 그는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매일 저녁 사람들에게 커피를 나눠준다. 그에 반해 실직한 40대 가장 김씨는 벤치를 유일한 삶의 터전으로 삼은 채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돼 있다. 그는 광장에서 벌어진 일을 휴대전화로 들여다보며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는 소시민이다. 각각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세대의 아주 긴 대화가 작품의 전체를 이룬다. 주로 ‘광장’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1장은 직설적으로 표현된다. “저녁 5시쯤이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어둠이 깃들면 하나둘 촛불이 밝혀지면서 축제가 시작되는 거야. (…) 사람들이 모두 광장으로 나와 스스로 역사가 되는 거야”라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2장에서 무명씨가 김씨에게 들려준 ‘하숙집 여주인’과 ‘검둥개’ 이야기는 보다 은유적이다. 하숙집 사람들 위에 봉건영주처럼 군림하던 여주인과 그녀가 키우던 악마 같은 개에 대한 묘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적폐 세력을 떠올리게 한다. 더 나아가 그 검둥개가 “바로 내 그림자”였다고 뒤늦게 깨달은 무명씨의 성찰은 사회 불의에 비겁하게 눈감는 소시민성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에 다름 아니다. 특히 3장에서 등장하는 ‘북쪽 숲’은 주제 의식이 응축된 장소다. 검둥개의 흔적을 씻어 줄 치유의 장소인 숲은 곧 통일의 다른 이름이자 이분법적인 대립이 없는 통합의 시대를 의미한다. 하숙집 여주인과 검둥개, 북쪽 숲이라는 원작 키워드가 지닌 의미에 우리나라의 역사성을 부여한 이 연출가의 시대적 통찰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작품은 특별한 무대 전환 없이 긴 호흡의 대사만으로 이뤄진 2인극이다. 자칫 지루하고 난해할 수 있는 연극의 묘미를 살리는 것은 배우 명계남과 오동식의 ‘명품 연기’다. 특히 이 연출가가 ‘명계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 ‘연기를 하지만 연기를 뛰어넘는 진실성, 실재성을 보여 주는 배우’라고 칭송할 정도로 명계남은 무명씨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방대한 대사량에도 흔들림 없는 그의 연기는 몰입도를 높인다. 무명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때론 익살스럽게, 때론 격렬한 몸짓으로 반응하는 김씨 역을 맡은 오동식의 섬세한 감정 연기도 극에 힘을 보탠다.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 3만원. (02)763-1268.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삶과 죽음 교차하는 병원…‘환자’ 아닌 ‘사람’을 그리다

    삶과 죽음 교차하는 병원…‘환자’ 아닌 ‘사람’을 그리다

    병원의 사생활/김정욱 글·그림/글항아리/344쪽/1만 6000원병원은 하루에도 수십 번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장소다. 그래서 병원 내부의 삶은 바깥의 삶보다 몇 배는 긴박하다. 특히 한때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땅’(No man’s land)이라 불렸던 복잡한 뇌를 다루는 신경외과는 더욱 그럴 것이다. 환자가 걸어 들어와 누워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젊은 의사는 전쟁터처럼 치열한 일터에서 마주한 다양한 삶의 표정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기로 했다. 죽음을 피부처럼 맞대고 사는 의사로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마음을 읽고 혹여 목숨 앞에서 무뎌질 수 있는 자신을 다잡기 위해서다.신간 ‘병원의 사생활’에는 대학 시절부터 그림을 그려 온 신경외과 전공의 4년차 김정욱(32)씨가 수술이 끝나거나 잠깐 틈이 날 때마다 그린 70여컷의 그림과 단상들이 담겼다. 저자는 인턴 시절 응급실에서 이동실 침대에 누워 있는 두통 환자의 벌거벗은 발을 보고 본격적으로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얇은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환자의 맨발을 바라본 저자는 환자의 고통스러운 심경보다는 환자가 양말이나 신발을 신지 못한 사실에 주목하는 자신이 끔찍했다. 그런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장면을 그림으로 남긴 것이 기록의 시작이다. 원활하지 못한 순환과 계속되는 수액 치료에 퉁퉁 부은 환자의 얼굴, 항암 치료가 끝났지만 퇴원하지 않는 한 할머니가 병실에 앉아 있는 모습, 악성 뇌종양에 걸린 생후 10개월 된 아기의 새까만 눈동자, 춥고 낯선 수술방에 누운 환자의 동공에 비친 무표정한 자신의 모습,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카트에 싣고 다니며 직접 나눠 준 초코파이, 환자의 상태와 예후에 대해 설명하는 자신의 앞에서 꼭 잡은 보호자의 두 손…. 뇌를 만지는 일이 곧 환자의 마음을 만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책 곳곳에 오롯이 담겼다. 저자의 시선은 병에 걸려 죽음과 싸우고 있는 ‘환자’가 아닌 인생에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을 향한다. 손 위에 올려진 수술용 가위의 무게를 느끼고, 아이를 병으로 떠나보낸 부모에게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말을 건네는 저자의 다짐이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지금까지의 공연은 잊어라!

    지금까지의 공연은 잊어라!

    거장들 형식 파괴 신선한 실험 주목 그리스 등 7개국 17개 작품 무대에 세계적인 거장들의 파격과 실험이 돋보이는 공연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국내 최대 공연 축제로 꼽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가 새달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한 달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관객들을 찾는다. 연극과 무용, 두 장르가 결합한 다양한 성격의 공연을 선보여 온 스파프의 올해 주제는 ‘과거에서 묻다’다. 현대인들의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단서를 지나간 시간에서 찾아보자는 의미다. 17회째를 맞는 올해 스파프에서는 그리스, 루마니아, 아일랜드,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7개국 17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여러 작품 중에서도 2004년 그리스 아테네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았던 연출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와 스파프가 공동 제작한 ‘위대한 조련사’(9월 28~30일)가 기대작으로 꼽힌다. 속된 현실에서 성스러움을 조명하는 연출에 집중해 온 파파이오아누의 이 작품은 장르를 특정할 수 없는 공연으로 10명의 출연자가 ‘인간 발굴’이라는 주제로 역사와 인간의 근원을 탐색한다. 지난달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공개돼 “최소한의 도구로 최대의 시적 감성을 자아내다”(르몽드), “숨막히는 아름다움”(리베라시옹) 등의 호평을 받았다. 나체 장면이 포함돼 있어 만 19세 이상만 관람 가능하다. 스파프가 기획한 새로운 형식의 1인극 ‘하얀 토끼 빨간 토끼’(9월 21~24일)도 눈길을 끈다. 이란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2010년 집필한 이 작품은 사전 리허설이나 연출 없이 무대에 오른 배우의 즉석 연기로 이뤄지는 실험극이다. 배우는 관객 앞에 선 뒤 스태프를 통해 전달받은 봉인된 대본을 현장에서 뜯은 뒤 연기를 펼친다. 손숙, 이호재, 예수정, 하성광, 김소희, 손상규 등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 6명이 이 특이한 공연에 응했다. 손숙은 “처음 섭외를 받고 흥미로워 부담 없이 응했는데 날짜가 다가오니 기대도 되지만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걱정된다. 관객들이 도와줄 것으로 믿고 한번 가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자신의 결혼식 날 납치되어 명예를 잃는 엠바 공주의 설화를 통해 여성들의 삶을 형상화한 현대무용가 아크람 칸의 ‘언틸 더 라이언즈’(10월 12~13일), 프랑스 극단 테아트르 드 랑트루베르의 얼음 인형극으로 재탄생한 오이디푸스 이야기 ‘애니웨어’(10월 13~14일),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바탕으로 한 연극 ‘수브니르’(9월 16~17일),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원작을 이윤택이 번안·연출한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9월 21~24일) 등도 관객을 찾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나홀로 보다, 나를 만나다

    나홀로 보다, 나를 만나다

    평소 같았으면 수백 명이 앉아 있었을 공연장에 당신만 홀로 앉아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또 객석에 앉아 무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대 뒤편 낯선 공간을 발견하는 게 극의 전부라면. 29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개막한 ‘천사-유보된 제목’은 독특한 주제를 가진 한 사람만을 위한 한 시간짜리 공연이다.매 회 단 한 명의 관객만 입장한다. 10분 간격으로 하루 40명만 받아, 새달 3일까지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관객은 240명뿐이다. 공연은 객석이 아닌 남산예술센터 입구에 마련된 간이 부스에서 시작된다. 안내원에게 MP3플레이어와 가상현실(VR) 고글을 건네받아 부스에 앉으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제 문 손잡이를 잡습니다. 지금, 문은 나의 작은 힘에도 저항 없이 열립니다. 문 너머에 섭니다.” 극장으로의 낯선 여행이 시작됐다.고글을 벗은 뒤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B구역 9열 1번에만 조명이 들어와 있다. 그곳에 앉으라는 신호다. 암전 후 불이 다시 들어오면 맞은편에 흰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홀로 앉아 있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온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손전등의 불빛으로만 인도한다. 무대 뒤 분장실부터 소품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는 폐허 같은 복도를 지나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깜깜한 방, 남산타워가 보이는 건물의 맨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어떤 방에서 소녀는 알 수 없는 몸짓을 하고 아무 말 없이 책을 읽는다. 방에서 흘러나오는 몽환적인 음악과 추상적인 단어들로 구성된 내레이션은 꿈속을 걷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물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소녀가 쪽지를 건넨다. “이것은 작고 먼 세계로부터의 선물입니다. 나의 소리 나의 이미지 나의 음악, 나는 당신의 시간까지 살아남기 위해 나의 시간을 버텨야 합니다.” 속으로 문장을 읽으며 그 뜻을 가만히 음미하고 있을 때쯤 소녀는 종착지인 텅 빈 공간으로 이끈다. 다시 빈 객석에 혼자 남았다. 처음처럼 VR 고글을 쓰면 그동안 지나온 공연장과 방들의 영상이 펼쳐진다. 찰나의 기억을 더듬는 시간으로 공연은 마무리된다. ‘천사-유보된 제목’이라는 제목은 나치의 위협을 피해 다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베냐민의 ‘역사철학테제’에서 인용했다. 베냐민은 글 속에서 자신이 아끼던 파울 클레의 그림 ‘새로운 천사’를 떠올리는데, 천사의 얼굴에서 구원의 의지보다는 비애와 애수, 공포를 읽는다. 구원의 메시지 대신 희미한 가능성을 비추기만 하고 멀어진 천사의 이미지는 이 작품의 영감이 됐다. “우리나라가 지나온 절망 속에서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기술할 것인지,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소환할 것인지 직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광장에서 다같이 촛불을 들었지만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는 소통의 한계가 있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모순적으로 공공의 공간인 극장을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그 안에서 고독의 깊이를 홀로 느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관객들이 그 시간의 질감을 오롯이 체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석 연출가는 서울 세운상가 일대를 돌아다니는 ‘헤테로토피아’, 영등포 시장 일대를 무대로 삼은 ‘영혼매춘’ 등 모더니즘의 흔적이 남은 장소를 생경하게 바라보는 장소특정 퍼포먼스를 즐겨 해 왔다. 텅 빈 극장에서 홀로 연극을 본 경험이 있다는 서 연출가는 혼자서 공연을 보는 경험이 선사하는 신선한 충격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혼자 공연을 볼 때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어요. 조금 더 자유롭고 저 자신에게 충실해지고 그래서 더 마음을 열게 되죠. 그러면 별것 아닌 것들도 낯설게 느껴지고 새로워 보일 수 있거든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무대 오른 명작들 원작 감동 품을까

    무대 오른 명작들 원작 감동 품을까

    소설·영화와 또 다른 감동 ‘벤허’ 5일간의 항해 그리는 ‘타이타닉’11월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 ‘햄릿’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 12월 초연 시대를 뛰어넘은 명작, 또 다른 장르의 명작으로 탄생할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영화, 드라마 등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작품들이 하반기 무대를 장식한다. 원작이 사랑받은 만큼 새롭게 탄생한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같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지 주목된다.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작품인 만큼 잘 알려진 내용을 어떻게 구현해 낼지 기대를 모은다.대형 창작 뮤지컬 ‘벤허’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벤허는 미국 남북전쟁 영웅이었던 루 월러스 장군이 1880년에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지만 관객들에게는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25년 프레드 니블로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무성영화를 1959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화려한 전차 경주 장면이 압권인 찰턴 헤스턴 주연의 이 작품은 같은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의 상을 휩쓰는 등 ‘20세기 최고의 종교 영화’로 꼽힌다. 작품은 서기 26년 로마 제국 시대 명망 높은 귀족 유다 벤허가 친구의 배신으로 한순간에 가문과 가족을 모두 잃고 노예로 전락하는 기구한 삶을 다룬다. 귀족 가문의 자제에서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한 기구한 운명의 유다 벤허 역은 유준상, 박은태, 카이가 번갈아 맡는다. 벤허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연인 에스더는 아이비와 안시하가 연기한다.오는 11월에는 뮤지컬 ‘타이타닉’이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스햄프턴에서 출항한 타이타닉호가 항해 5일 만인 4월 15일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1997년 12월 미국에서 개봉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케이트 윈즐릿 주연의 영화로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동명의 뮤지컬은 1997년 4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같은 해 토니어워즈 5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가 1등실 여성과 3등실 남성의 계급 차이를 극복한 세기의 로맨스를 그렸다면 뮤지컬은 배가 항해하는 5일간 그 안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과 인물들의 모습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1등실에 탑승한 세계적인 부호부터 미래에 대한 꿈을 안고 3등실에 오른 700여명의 이민자까지 다양한 계층의 승객들이 예상치 못한 비극과 마주한 순간의 다양한 표정을 포착한다. 현대에도 살아 숨쉬는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명작 ‘햄릿’이 ‘햄릿: 얼라이브’라는 이름의 창작 뮤지컬로 11월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다. 아버지를 살해한 숙부, 그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 때문에 괴로워하는 덴마크 왕자 햄릿의 원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 햄릿 역에는 홍광호와 고은성이 캐스팅됐다. 햄릿의 숙부이자 새 아버지 클로디어스는 양준모와 임현수가, 비운의 왕비이자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는 김선영과 문혜원이 연기한다.‘귀가시계’로 불리며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도 오는 12월 5일부터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변하는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서 안타깝게 얽힌 세 주인공 박태수, 윤혜린, 강우석의 우정과 사랑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조광화 연출가를 필두로 김문정 음악감독, 오상준 작곡가, 극작가 오세혁·박해림 등 국내 유명 창작진이 힘을 모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캐릭터 살리는 ‘제2의 작품’… 뮤지컬 특수분장의 세계

    캐릭터 살리는 ‘제2의 작품’… 뮤지컬 특수분장의 세계

    ‘캣츠’ 배우들이 직접 고양이 분장… 코끝·턱선 강조 英 초연부터 전통… 땀 흘려도 분장 안 지워져 ‘시라노’ 주인공의 콤플렉스 코, 그래도 못생겨선 안 돼 한국인 얼굴 맞는 비율 찾아… 제작에 두 달 반 ‘헤드윅’ 3단계에 걸친 특수처리 눈썹 제일 까다로워 눈물샘 부위에 글리터 얹어… 인조가발 사용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분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연기력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걸맞은 화려한 ‘변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수분장은 등장인물들의 핵심 성격이나 특징을 눈에 띄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작품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작품의 소재와 캐릭터의 성격이 다양해진 만큼 다채로워진 특수분장은 관객들에게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묘미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캣츠’, ‘시라노’, ‘헤드윅’도 분장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제작진의 설명을 바탕으로 무대 위 특수분장의 세계를 들여다봤다.‘캣츠’ 국내에서 단 한 차례도 실패한 적이 없는 스테디셀러 뮤지컬 ‘캣츠’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고양이 분장으로 유명하다. 모두 다른 이름과 개성을 지닌 고양이 30여 마리의 섬세하고 정교한 분장은 전문가의 손을 거쳤을 것 같지만 사실 배우들이 직접 한다. 제한된 인원의 분장사들이 수십 명의 배우에게 한꺼번에 분장을 해 주기 어려운 까닭에 1981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캣츠’ 제작팀에 따르면 “분장은 ‘인간’ 배우가 고양이가 되는 일종의 마지막 단계”다. 우선 메이크업 디자이너가 여러 각도에서 각 캐릭터를 표현한 일러스트를 통해 메이크업의 특징과 주의 사항을 배우들에게 알려 준다. 처음에는 분장 디자이너가 전체 메이크업을 해 주고, 그다음에는 반은 분장 디자이너가, 나머지 반은 배우가 완성하는 식으로 스스로 분장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처음엔 서투를 수밖에 없어 1시간 30분 이상 걸릴 때도 있지만 분장이 손에 익은 배우들은 빠르면 40분 안에 완성한다. 2014년 새롭게 리바이벌한 버전을 들여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번 공연에서는 분장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얼굴 전체를 분장으로 채웠다면 이번에는 코끝과 턱선 사이 부분을 강조해 철저하게 고양이처럼 보일 수 있도록 했다.특히 ‘캣츠’의 대표 넘버인 ‘메모리’의 주인공 그리자벨라의 변화가 눈에 띈다. 그리자벨라는 한때 아름다웠으나 다른 고양이들에게 외면받는 고양이다. 이전 공연에선 번진 립스틱 자국이나 헝클어진 머리카락, 주름으로 그리자벨라가 겪은 풍파를 강조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그리자벨라의 화려하고 매혹적이었던 과거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도록 주름은 없애고 부드러운 눈매를 강조해 신비로움을 더했다. 배우들은 캐릭터별로 색깔이 다른 기본 베이스를 바르고 색조 화장을 한 후 가루 파우더를 바른다. 일종의 코팅 작용을 하는 파우더 덕분에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안 땀을 흘려도 분장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이후에는 고양이의 요염함과 당당함을 살리기 위해 눈, 코, 입 주변에 정교한 라인을 그려 넣는다. 의상이나 가발로 가려지지 않는 목 부분까지 메이크업을 마무리하면 완성.‘시라노’ 구제불능의 로맨티시스트이자 문학적 재능까지 겸비한 낭만 검객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단연 주인공 시라노의 길쭉하고 못생긴 코다. 어릴 적부터 흠모해 온 록산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할 정도로 거대한 코는 그에게 큰 콤플렉스다. 당연히 코 분장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보기에는 길쭉한 형태의 단순한 모양이지만 제작진은 코를 제작하는 데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김성혜 분장 디자이너가 처음 시라노 대본을 읽었을 때 했던 생각은 ‘남들과 다른 코를 지녔지만 절대로 못생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콤플렉스를 강조하더라도 배우들의 얼굴과 맞지 않게 너무 크거나 뭉뚝하거나 긴 모양이면 자칫 우스꽝스럽게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얼굴에 안정적으로 붙어 있으면서도 노래를 할 때 어떤 압박감이나 방해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다. 김 디자이너는 인종별 코 모양에 대해 장시간 자료 조사를 한 끝에 한국인 얼굴에 맞는 적당한 비율을 찾아냈다. 수많은 재질로 샘플을 제작하고 수정, 보완 작업을 거친 뒤 지금의 결과물을 완성하기까지 2달 반이 걸렸다. 코를 배우의 얼굴에 부착할 때 사용하는 분장용 글루 역시 여러 번의 선택 과정을 거쳐 가장 부착성이 뛰어난 제품을 선정했다. 코의 재료는 비밀에 부쳤다. 시라노를 연기하는 배우 홍광호, 류정한, 김동완의 코 디자인은 모두 동일하지만 각자의 코 비율이 달라 실제로 부착하면 조금씩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세 사람의 피부톤이 달라 코 색깔로 어떤 배우의 것인지 구별 가능하다고 한다.‘헤드윅’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록가수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선 주인공 헤드윅의 과장된 메이크업과 금발 가발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헤드윅의 의지와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2005년 국내 초연 때부터 ‘헤드윅’에 참여한 채송화 분장 디자이너는 “매 시즌 헤드윅을 연기한 배우들의 분장 디자인이 한 번도 겹친 적이 없었다”며 “공연 자체가 배우가 끌고 가는 힘이 큰 데다 각 배우가 해석한 헤드윅의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분장팀의 역할이 중요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헤드윅의 분장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헤드윅의 여성성을 강조할 수 있는 화려하고 진한 화장이다. 특히 얇고 섬세한 곡선을 살린 눈썹이 중요하다고 한다.남자 배우들의 원래 눈썹을 가리기 위해 3단계의 특수 처리를 거친다. 눈썹을 감추는 이 작업에만 10분 이상 소요된다. 얼핏 간단해 보이는 이 과정은 수년간의 노하우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파운데이션과 파우더를 바른 이후 짙은 아이라인을 그리고 눈두덩 가운데와 눈물샘 있는 부위에 흔히 ‘반짝이’라고 부르는 글리터를 얹는다. 조명을 받았을 때 헤드윅 눈에 눈물이 맺힌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헤드윅이 착용하는 한껏 부풀어 오른 형태의 가발은 보통 머리숱보다 3배 많은 숱의 인조 가발을 사용한다. 인모 가발은 무대에서 지나치게 평범해 보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체력 좋은 남자 배우들도 1시간 10분간 진행되는 분장 과정을 견디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탓에 허리 통증을 호소하거나 어떤 배우들은 부족한 잠을 자기도 한다고. 그래도 불편한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건 헤드윅 분장이 배우에게 선사하는 특별한 감정 때문이다. 채 디자이너는 “헤드윅 분장을 마치면 배우들이 다들 슬퍼진다고 말하는데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헤드윅의 인생이 분장에 투영되기 때문”이라며 “캐릭터의 독보적인 매력 덕분에 다시 출연한 배우들은 자신이 새롭게 해 보고 싶은 눈화장이나 헤어스타일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예술은 실패로 완성…” 목소리 잃은 가수의 교훈

    “예술은 실패로 완성…” 목소리 잃은 가수의 교훈

    가수는 입을 다무네/정미경 지음/민음사/336쪽/1만 3000원 “좋은 생은 나쁜 노래를 만들어. 나쁜 생은 좋은 노래를 만들고. 그 둘을 겪은 사람만이 위대한 노래를 만들 수 있지.”(310쪽)지난 1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소설가 정미경(1960~2017)이 마지막으로 남긴 장편 ‘가수는 입을 다무네’의 한 구절이다. ‘노래’라는 단어는 ‘소설’로 대체해서 읽어도 무방할 테다. 삶과 죽음, 인간과 사회, 문학과 예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고민했을 작가 자신의 숙명을 스스로 되낸 것은 아니었을까. 복잡다단한 삶의 끝자락까지 열정을 불태운 한 작가의 인생은 예기치 않은 때, 이렇게 위대한 노래로 남았다. 기형도의 시에서 제목을 가져온 이 소설은 한때 인기 정점에 이르렀던 가수 율과 우연히 율의 현재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하게 된 대학생 이경의 이야기다. 전설적인 밴드 ‘무무’의 보컬이자 리더였던 율은 화려한 지난날이 무상하게 10여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독특한 음악 세계로 후배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던 그는 점점 무기력해져 예전의 목소리를 잃고 방에 틀어박힌 채 침잠한다. 교양과목의 시험 과제로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내야 하는 이경은 우연히 친구를 통해 율을 마주하게 된다. 히스테리 환자처럼 불안했던 율은 이경을 만난 이후 카메라 렌즈를 향해 자신의 고통을 조곤조곤 증언한다. 이 과정에서 율은 새로 노래를 만들고 세상에 나올 용기를 얻는다. “꺼진 지 오래된 모닥불”인 줄 알았던 자신에게 “아직은 불이 타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덕분이다. 하지만 다시 오르게 된 무대에서 율은 음을 놓치고 키를 높게 잡는 실수를 범한다. 청중의 귀를 단숨에 사로잡았던 율의 예전 목소리는 끝내 터져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열패감에 시달렸을 율은 며칠 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죽기 전까지 내내 자신의 예술 세계에 대해 고뇌한 그가 떠난 뒤 이경은 그의 영상을 돌려보며 무심히 깨닫는다. “그저 함께 머물며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완벽했던 순간들은 프레임 바깥으로 툭툭 잘려나가 버렸다”고. “진짜 삶은 잘려나간 부분, 아웃테이크 속에 있다”고. 두 인물이 교차하는 이야기 속에서 실패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의 아름다움에 대한 작가의 통찰과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이 담담히 배어난다. 작품의 발문을 쓴 문학평론가 김미경의 말처럼 “소설 속 주인공인 가수 율을 작가 정미경으로 치환시키면 예술가들이 지닌 영광과 상처를 날것 그대로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군, 면제… 남자 무용수, 극한을 춤추다

    군, 면제… 남자 무용수, 극한을 춤추다

    미사일, 핵폭탄, 스콜피온, 앞찢기, 옆찢기, 백공…. 이 과격한 단어들은 현대무용 콩쿠르에서 남자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고난도 테크닉을 일컫는다. 3~4분밖에 되지 않는 콩쿠르 무대에서 다른 무용수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심사위원의 눈에 띄는 강력한 ‘한 방’을 선보여야 한다. 이 ‘한 방’을 얻기 위해 극도로 몸을 갈고닦는 과정에서 무용수들은 고통에 내몰린다. 유독 남자 무용수들이 콩쿠르에 집중하는 이유는 주요 대회에서 수상해야 예술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 복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에 나와 유명해진 현대무용수 안남근(31)도 병역면제 혜택을 위해 4년간 8차례 콩쿠르에 도전했다. 무대에서 돋보이는 ‘마른 몸’을 만들기 위해 극한의 다이어트를 했던 그는 때때로 음식을 먹고 죄책감에 시달려 토하기 일쑤였다고 털어놓았다.이렇게 콩쿠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그는 “군대에 간다는 것은 곧 무용을 그만둔다는 의미였다. 군대에 가면 아예 몸을 쓸 수 없으니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태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콩쿠르에 병적으로 집착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안남근의 이야기를 토대로 현대무용수이자 안무가인 권령은(35)은 대한민국 모든 남자 무용수의 고민을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25~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글로리’다. 국립현대무용단의 국내외 안무가 초청 프로그램인 ‘픽업스테이지’ 두 번째 시리즈에 초대된 작품이다.권령은은 이 작품에서 콩쿠르와 군대라는 제도의 옮고 그름을 주장하기보다 그 제도 안에서 남자 무용수들의 몸이 ‘어떻게 편집되고 다듬어지는지’ 그 방식을 추적한다. 작품 속에서는 안남근의 경험뿐만 아니라 실제로 성창용, 이용우, 이원국, 김설진 등 남자 무용수들이 본인들만의 ‘필살기’를 선보여 과거 콩쿠르에서 우승한 ‘역사’가 언급된다. 여성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예민한 군대를 주제로 한 것과 관련해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제 친구, 선배, 후배의 이야기이고 내가 무용계에 있는 한 어떻게든 나와 연결돼 있는 일”이라면서 “제도의 부당함을 따지거나 콩쿠르용 춤을 추는 남자 무용수들을 비판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콩쿠르에서 선보이는 춤은 규격화돼 있다. 춤이 기능적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면서 “과연 제도가 원하는 춤이 진짜 춤인지, 무용수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자신의 몸을 억압하고 가학적으로 대하는지 그 태도에 대해 묻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리’는 권령은이 다이어트와 거식증 등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2년 전 발표했던 ‘몸멈뭄맘’의 주제를 확장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무용을 배우면서 끊임없이 몸을 통제해야 했던 고통스러운 경험은 춤과 무용수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으로 이어졌고, 그 고민은 영감의 원천이 됐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가 끝나고 무용학원에 가기 전에 배가 너무 고파서 음식을 정신없이 먹은 다음에 토하는 일을 반복했어요. 선생님들이 조금만 살이 쪄도 저를 혼내시곤 했는데, 제 몸 상태가 곧 대학 입학과 직결되기 때문이었죠. 몸이 속으로 망가지는 줄 모르고, 그저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에만 치중했던 거죠. 사실 건강한 사람이야말로 건강한 춤을 출 수 있잖아요. 단순히 잘 돌고, 잘 뛰고, 다리를 잘 드는 게 아름다움의 기준은 아니거든요. 춤은 좀더 쉽고, 인간적이어도 된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뮤지컬 ☆ 178명 총출동… 이번엔 서울 야외 무대다

    뮤지컬 ☆ 178명 총출동… 이번엔 서울 야외 무대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초가을, 밤하늘을 보며 뮤지컬 스타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음악 축제가 잇달아 열린다. 한자리에서 쉽게 만나 보기 힘든 배우들을 공연장이 아닌 야외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새달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 야외 뮤지컬 축제 ‘2017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은 지난해 선보였던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이름을 바꿨다. 보다 많은 관객들이 뮤지컬 배우들을 만날 수 있도록 공연 장소를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 서울로 무대를 옮기면서다. 1세대 뮤지컬 배우 최정원을 비롯해 홍광호, 마이클 리, 한지상, 카이, 아이비 등 총 61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화려한 출연진만큼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참신하고 다양한 소재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창작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 ‘사의 찬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어쩌면 해피엔딩’ 등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뮤지컬 팬들이 다시 보고 싶어하는 그리운 작품들의 넘버를 듣는 시간도 마련된다. 김우형은 데뷔작인 뮤지컬 ‘그리스’의 흥겨운 무대를 최정원과 함께 꾸미고, 뮤지컬 ‘에비타’ 국내 초연 당시 에바 페론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김선영은 11년 만에 다시 ‘에비타’ 넘버를 선보일 예정이다. 배우 최민철과 김호영은 뉴욕 이스트빌리지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렌트’의 무대를 재연한다. 1일권 12만원, 2일권 20만원. 1899-0042. 올해 첫선을 보이는 ‘2017 더 뮤지컬 페스티벌 인 갤럭시’는 새달 9~10일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안재욱, 박건형, 소냐, 신성우, 오만석, 남경주, 민영기, 박해미, 손준호, 엄기준, 옥주현, 유준상 등 총 117명의 배우가 이틀간 나눠서 무대를 장식한다. 공연은 ‘스타 스테이지’와 ‘스텔라 스테이지’로 나눠 진행된다.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스타 스테이지에서는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 4명의 배우가 함께하는 ‘엄유민법 콘서트’, 넘버와 남녀 배역을 서로 바꿔 공연하는 ‘The X 콘서트’, 디즈니 영화 음악을 들려주는 ‘디즈니 원스 어폰 어 타임’, 이석준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 ‘뮤지컬 이야기쇼’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스텔라 스테이지에서는 서편제·아리랑, 레미제라블·두 도시 이야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노트르담 드 파리 등 주제별로 엮은 2~3개 작품의 대표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1일권 9만 9000원, 2일권 17만 8000원. (02)2279-6581.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연극계 시인, 그가 그립다

    연극계 시인, 그가 그립다

    ‘연극계 시인’으로 불린 극작가 겸 연출가 윤영선(1954~2007)의 10주기를 맞아 그를 추억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윤영선 페스티벌’이 2008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다. 오는 10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진행된다.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극단 8곳이 인간 존재의 외로움을 한 편의 시처럼 간결하게 표현한 윤영선의 대표작들을 소개한다. 공연 4편, 낭독공연 4편이 준비됐다.축제의 시작은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의 ‘사팔뜨기 선문답’(27일까지)이다. 문삼화·황이선 공동 연출의 이번 작품은 등장인물 6명이 한 작가의 내면 속에 떠도는 생각과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으로 그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작품이다. 이어 극단 상상만발극장의 ‘파티’(연출 박해성·31일~9월 10일), 극단 아어의 ‘죽음의 집’(연출 윤성호·9월 14~24일), 극단 백수광부의 ‘여행’(연출 이성열·10월 12~22일)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죽음의 집’은 2008년 출간된 윤영선 희곡집에 미완으로 실렸으나 이후 완성된 원고가 발견되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작가가 끊임없이 탐구했던 ‘죽음’을 주제로 현실과 비현실의 기묘한 경계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낭독공연으로는 극단 신작로의 ‘G코드의 탈출’(연출 이영석·9월 26~27일), 극단 이루의 ‘임차인’(연출 손기호·9월 28~29일), 극단 놀땅의 ‘쥐가 된 사나이’(연출 최진아·9월 29~30일),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미생자’(연출 부새롬·9월 30일~10월 1일)가 선택됐다. 한편 ‘윤영선연극상’의 올해 수상자는 이양구 극작가 겸 연출가가 선정됐다. 1만~3만원. (070)7918-9077.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주목 갈망하는 ‘선택의 불안’… 옷·밥도 큐레이팅 하는 시대

    주목 갈망하는 ‘선택의 불안’… 옷·밥도 큐레이팅 하는 시대

    큐레이셔니즘/데이비드 볼저 지음/이홍관 옮김/연암서가/228쪽/1만 5000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종종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결정 장애자가 되기 십상이다. 이럴 때면 으레 누가 알아서 내 취향과 필요에 맞는 최적의 상품이나 아이템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그래서 요즘엔 책, 음악, 음식, 옷, 점심 메뉴까지 ‘큐레이팅’하는 시대다.흔히 문화·예술계에서만 통용되는 줄 알았던 큐레이팅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큐레이터 역시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 책임자라는 뜻에서 넘쳐나는 정보들을 잘 선별하고 편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까지 아우르게 됐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고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고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다면 당신도 큐레이터인 셈이다. 신간 ‘큐레이셔니즘’은 바로 이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어떻게 부상했는지 그 역사를 짚고, 그들의 업무가 어떻게 대중소비문화에 침투하게 되었는지 좇는다. 사실 책 제목인 ‘큐레이셔니즘’(curationism)이라는 단어는 비평가인 저자가 만든 말이다. 그는 “신성한 작가성 및 거대 서사와 연결되는 신앙적 열망의 뜻이 담긴 창조주의(creationism)란 단어를 슬쩍 바꾼 것”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예술의 기본 전제라고 여겨지는 ‘창조성’ 대신 ‘선택하는 행위’에 의해 예술품의 가치가 정해진다는 뜻이다. 실생활에 적용한다면 상품의 가치는 취향을 중재하는 사람, 즉 큐레이터에 의해 정해진다는 의미이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그룹을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시청자에게 돌려 큰 인기를 끈 것만 봐도 큐레이팅의 힘은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와 문화에서 큐레이팅의 충동을 유도하는 진짜 원인은 뭘까. 저자는 ‘불안’을 꼽는다. 모든 것이 일반화되었고 모든 것을 일반화하는 시대에서 사람들이 다른 어느 때보다 주목을 갈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큐레이셔니즘은 “집착이고 주의력 결핍”이라고 지적하는 저자는 큐레이셔니즘으로 인해 제공되는 프로그램화된 선택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고요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관심 구걸하기’와 ‘보여주기’에 매몰된 큐레이셔니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자가 사색의 공간으로 추천한 장소는 역설적이게도 박물관이다. 그동안 정해진 방식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기를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한 이유가 인상적이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 이상의 존재이다. 나아가 우리는 어떻게 좋아하는가 이상의 존재이다.”(213쪽)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지치지 않는 영원한 청년

    지치지 않는 영원한 청년

    ‘원로 연극 연출가’ 김정옥 관장 “전시·공연도 하고, 데이트 명소 되면 좋겠어요” 12월엔 안숙선과 창극 ‘그네를 탄 춘향’ 재공연원로 연극 연출가 김정옥(85)의 또 다른 직함은 ‘박물관 얼굴’ 관장이다. 사재를 털어 2004년 경기 광주에 마련한 이 박물관에는 김 연출가가 1960년대부터 40년 넘게 모은 1000여개의 ‘얼굴’이 모여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석인, 목각인형, 도자인형, 가면, 사람의 얼굴을 본뜬 와당 등이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워낙 많은 그는 사람의 핵심이자 그 사람의 인생이 오롯이 드러나는 ‘얼굴’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 연출가의 손때 묻은 전시품으로 가득한 박물관은 다가올 가을을 준비하며 25일까지 휴관 중이다. 하지만 김 연출가는 박물관의 제2 도약을 위해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최근 박물관에서 만난 그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청년처럼 말간 얼굴로 자신의 꿈에 대해 들려줬다. “내년부터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박물관에서 전시도 하면서 공연도 하는 ‘뮤지엄 시어터’로 운영하려고 해요. 가면극, 굿, 무용 등 다양한 공연 예술을 선보이는 박물관 말이죠. 박물관에서 때때로 배우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이기는 했는데 내년부터는 아예 상설화해서 세계적인 연극 운동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그가 국제극예술협회(ITI) 세계본부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까닭에 ITI에서도 뮤지엄 시어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영화를 공부한 김 연출가는 1966년 극단 자유를 함께 창단한 무대 미술가 이병복과 함께 3년 뒤 서울 명동에 다방 겸 소극장인 ‘카페 떼아트르’를 개관했다. 창작극, 번역극, 판소리 공연 등을 무대에 올리며 당시 연극인들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터전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랑방 역할을 한 곳이었다. 그가 바라는 뮤지엄 시어터의 역할도 관객과 예술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문화를 향유하자는 데 있다. “박물관 안에 스튜디오 공간을 만들어서 연극인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여러 단체가 함께 레퍼토리 작품을 만들어 전국에 있는 박물관을 돌며 공연을 해도 좋을 거 같아요. 뮤지엄 시어터에 적합한 낭독 공연이나 모노극, 2인극 등을 비롯해 전통 굿이나 무용 작품이 좋겠죠. 사람들이 박물관을 교육이나 관광의 목적만이 아니라 전시와 공연을 한번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공간의 하나로 여기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어요.” 뮤지엄 시어터라는 개념은 아직 해외에서도 낯설다며 그는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의외의 장소를 꼽았다. “지금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 중 하나는 젊은 남녀들이 박물관에서 데이트하는 거예요. 지금은 나이 드신 분이나 어린아이들이 주요 관람객이거든요. 그래서 박물관에 오면 커피, 차도 마시고 점심도 먹을 수 있도록 공간을 개조하려고요. 강릉에 있는 한 커피집의 커피 맛이 좋아서 그렇게 많이들 찾는다는데 우리 박물관도 ‘여기 분위기가 그렇게 좋더라’라고 소문날 정도로 데이트 명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월이 무색하게 여전히 무대와 공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그는 박물관 프로젝트 이외에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지난 5월 명창 안숙선과 호흡을 맞춘 창극 ‘그네를 탄 춘향’을 올 12월 국립국악원 무대에 다시 올린다. 내년에는 연출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제안으로 극단 자유가 1978년 초연한 연극 ‘무엇이 될고 하니’도 함께 작업할 예정이다. 그는 “이것 말고도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다”면서 버킷리스트를 늘어놓았다. “체험적 연출론과 6·25전쟁과 관련한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동안 써 왔던 시들을 모아서 시집도 한 권 내고 싶고요. 사실 1987년에 영화 ‘바람 부는 날에도 꽃은 피고’를 연출할 때 영화를 한 세 편은 찍어 보자 했는데, 세 편은 힘들어도 앞으로 잘하면 한 편은 더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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