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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영화] 인간의 모습 닮은 ‘알리타’…‘아바타’가 돌아온 것 같다

    [새 영화] 인간의 모습 닮은 ‘알리타’…‘아바타’가 돌아온 것 같다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액션 블록버스터 ‘알리타: 배틀 엔젤’(이하 알리타)은 영화 ‘아바타’, ‘타이타닉’을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오랜 열망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영화의 원작인 일본 작가 기시로 유키토의 만화 ‘총몽’에 매료된 캐머런 감독이 일찌감치 판권을 구입해 각본을 쓰고 영화화를 추진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만족할 만한 시각효과를 구현하기 어려워 연기됐다. 이후 ‘아바타’ 후속편 연출에 전념하게 되면서 본인 대신 ‘알리타’의 연출을 맡을 적임자로 ‘씬 시티’ 시리즈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을 직접 선택했고, 본인은 제작자로 힘을 보탰다. 다음달 5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로드리게즈 감독은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알리타’는 캐머런 감독이 (2009년 개봉한) ‘아바타’를 선보이기 전부터 기획한 프로젝트였다”면서 “그가 원작 판권을 샀을 때부터 관심이 갔는데, 그 작품을 직접 만들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알리타’는 모두가 갈망하는 공중도시와 공중도시로부터 착취와 약탈을 당하는 고철도시로 나눠진 26세기가 배경이다. 인간의 두뇌와 기계의 몸을 가진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가 자신이 고철도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적들과 맞서는 과정을 그린다.로드리게즈 감독은 “캐머런 감독의 각본을 처음 본 순간 눈앞에 (영상이) 보이는 것 같았다”면서 “캐머런 감독의 비전과 각본에 맞춰 만들되 원작 속 디자인이나 의상 등도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존 랜도 프로듀서 역시 “아시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면서 “올해 극장에서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인간의 모습을 닮은 알리타는 CG로 탄생한 캐릭터다. ‘반지의 제왕’, ‘킹콩’, ‘아바타’ 등의 특수효과 작업을 맡은 VFX(시각특수효과)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의 기술력으로 탄생했다. 배우가 착용한 특수의상과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얼굴과 몸의 움직임을 캡처하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CG로 솜털, 모공, 머리카락, 치아와 잇몸, 피부 밑 근육의 움직임까지 완벽히 표현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알리타를 연기한 배우 로사 살라자르는 “(움직임을 포착하는) 특수의상과 헬멧을 쓰고 연기하는 것이 힘들기는 했지만 다른 연기자들과 촬영하면 그런 부수적인 것들이 제약이 되진 않았다”면서 “여배우로서 하나의 페르소나를 만들고 싶었는데 완벽한 기술력과 저의 연기가 맞물려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알리타’ 속편 제작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로드리게즈 감독은 “‘알리타’는 ‘아바타’ 이후 최고의 CG 영화라고 자부한다”면서 “아직 안 보여 준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관객들의 호응에 따라 속편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고달픈 현실 잊고 실컷 웃고싶어” 새해 극장가 코미디 영화 붐붐붐

    “고달픈 현실 잊고 실컷 웃고싶어” 새해 극장가 코미디 영화 붐붐붐

    연초 극장가는 ‘웃기는 영화’들이 대세다. 신생 회사 메리크리스마스의 첫 투자배급 작품인 영화 ‘내안의 그놈’이 예상치 못한 깜짝 흥행으로 박스오피스 2위(23일 기준)를 지키고 있는가 하면 ‘극한직업’과 ‘기묘한 가족’ 등 코미디 영화들이 잇따라 스크린에 걸린다. 지난해 추석과 연말에 개봉한 100억원대 한국 대작들의 무거운 분위기에 지친 관객들이 가볍게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작품에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다.●무겁고 주제의식 강한 대작들 외면 우연한 사고로 몸이 바뀐 조폭 출신 기업인과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내안의 그놈’은 개봉 전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등장인물 간 서로 몸이 바뀐다는 설정이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데다 스타 캐스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봉 12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150만명을 넘었다. 23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173만명이다. 김동현 메리크리스마스 본부장은 “블라인드 시사회를 해 보니 웃음이 터져야 하는 지점에서 관객들이 대부분 같은 반응을 보여서 개봉 이후에도 호평을 받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면서 “지난해 개봉한 대작들이 무게감 있고 주제 의식이 강했는데 그 부분에 지쳤던 관객들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장르에 반응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3일 개봉한 ‘극한직업’ 역시 경찰과 조폭이라는 ‘단골손님’이 등장하는 코미디물이지만 독특한 설정과 맛깔난 대사 덕분에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볼품없는 실적 탓에 해체 위기를 맞은 마약반 형사 5명이 범죄조직 감시를 위해 치킨집을 위장 창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치킨집이 일약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형사들이 치킨장사에 매진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웃음을 유발한다. ‘스물’, ‘바람 바람 바람’ 등 전작에서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한 이병헌 감독은 이번에도 재치 넘치는 대사로 폭소를 자아낸다. ●가볍게 웃으며 즐기는 영화들 인기 ‘말맛 코미디’의 매력은 1940년대 조선어학회 사건을 다룬 ‘말모이’나 ‘딸바보’ 엄마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도 드러난다. 두 작품 모두 정통 코미디는 아니지만 주연 배우들의 찰진 대사가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이끌어 낸다. 다음달 14일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에 사는 한 가족 앞에 좀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말귀를 알아듣는 좀비의 능력을 이용해 돈 벌 궁리를 하는 별난 가족의 이야기다. 홍보사 플래닛의 김종애 대표에 따르면 “기존 영화에서 사람을 죽이는 공포의 대상으로 나온 좀비가 아닌 물리면 오히려 활력을 얻게 되는 좀비”를 코미디 장르와 접목했다. 김 대표는 “배경이 단조로운 편이지만 지난해 ‘완벽한 타인’이 인기를 모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층은 많은 편인데 특히 요즘 분위기를 타고 있다”면서 “고달픈 현실에서 웃고 싶을 때, 기분을 달래기 위해 손쉽게 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중앙박물관에 인사 압력·구매 종용… ‘손혜원 입김’ 의혹 확산

    孫, 나전칠기 장인의 딸 노골적 거론 박물관 “추천했지만 선발 안 해” 시인 ‘미술품 구입 반발’ 학예연구실장 전보 구매 종용엔 “유물 다양화 취지” 해명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입김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손 의원이 지난해 나전칠기 장인의 딸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 A씨를 국립중앙박물관 인사교류 대상자로 선정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중앙박물관은 22일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손 의원이 나전칠기 연구 복원에 대한 사업을 이야기하던 중 A씨의 전문성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추천했다”면서 “지난해 12월 말 정기 인사교류 시 A씨를 검토했으나 교류 분야가 맞지 않아 선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추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인사 과정에서 손 의원의 압력이 있었음을 일부 시인한 것이다. 손 의원은 지난해 10월 11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박물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A씨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 당시 손 의원은 A씨에 대해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유물 수리에 최고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가지고 있는 인재”라고까지 칭찬했다. 중앙박물관은 또 손 의원이 나전칠기 미술품 구입을 종용하자 이에 반발한 민병찬 전 학예연구실장을 지난해 10월 국립경주박물관장으로 발령 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계획된 순환보직 인사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민 관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6월 배기동 중앙박물관장께서 경주박물관이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맡아 달라는 취지로 제안을 하셨고 그에 따라 발령 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박물관이 지난해 현대 금속공예품 4점을 구입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손 의원은 지난해 10월 11일 국정감사 당시 특정 작가를 언급하며 현대 예술품 구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손 의원의 이 같은 발언 뒤에 나전칠기 분야 장인들의 작품 매입을 검토했다는 논란에 대해 중앙박물관은 “근현대품 수집을 위해 구입 실무자가 작년에 전통기법을 계승한 작가 10여명의 작품을 조사한 바 있으며 가격의 적절성 등을 검토해 금속공예품 4점을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물관 관계자는 “배 관장이 재작년 7월 취임 이후 상설전시를 1910년까지로 한정 짓지 말고 근현대 유물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국내 대표 박물관으로서 과거에 치우치지 말고 후손에게 보여 줄 유물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발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독립 결의, 흰 천에 빼곡히 들어차다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독립 결의, 흰 천에 빼곡히 들어차다

    “완전독립(完全獨立)을 위하야(여) 노력(努力)하자” “삼천만민족(三千萬民族)에 기둥이 되자” “조국(祖國)을 爲(위)하야(여) 피를 흘리자” “피흘림 없는 독립은 값없는 독립이란 것을 자각하자!” “우리는 한국(韓)의 억게(어깨)가 데(되)자” “열열(熱熱)한 혁명(革命)의 투사가 되어라”.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와 태극 문양이 새겨진 흰색 천에 빼곡이 적힌 문구들. 한자와 한글이 뒤섞여 단숨에 읽어내리기는 힘들지만 태극기 가운데 아랫 부분에 “굿(굳)세게 싸우자”라는 한글 문구만 보더라도 이 태극기에 담긴 의미가 가볍지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1940년 중국 충칭에서 조직된 임시정부의 군대인 한국광복군 대원 70여명이 직접 적은 문구가 새겨진 이 태극기는 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9호)다. 가로 87.8㎝, 세로 61.8㎝ 면직물에 독립에 대한 강인한 의지를 꽉 채워 넣었다. 이 태극기는 광복군 제3지대 제2구대에서 활동하던 문웅명(일명 문수열)이 1945년 2월경 광복군 동료 이정수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1946년 1월 문웅명이 다른 부대로 자리를 옮기게 되자 동료 대원들이 태극기 여백에 대원들의 결의를 담은 글귀와 서명을 적어넣었다. 조국의 완전한 독립에 대한 염원과 자유에 대한 열망이 단단한 필체에서 엿보인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과정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태극기가 사용됐다. 이 태극기를 제작하고 글귀를 적은 인물들이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당시 태극기 제작기법과 형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또 다른 태극기 유물 중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태극기 목판’(등록문화재 제385호)도 역사적 가치가 남다르다. 3·1운동 당시 태극기를 대량으로 찍어내기 위해서 사용됐다고 알려진 가로 32㎝, 세로 30㎝ 정사각형 형태의 인쇄용 판목이다. 6.5㎝의 두께의 원목에 4괘와 태극 문양을 칼로 새겼다. 태극기 형태와 사용 흔적 등을 살펴볼 때 1920년 전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쇄기술을 이용하기 쉽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시대에 태극기를 제작하는 시도 자체는 매우 위험했을 터다. 일본인들의 눈을 피해 태극기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데 사용된 이 목판은 3·1운동 당시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독립에 대한 의지로 똘똘 뭉쳤던 한민족의 의지를 보듬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점점 불어나는 의혹… 손혜원 의원, 국립중앙박물관 인사 청탁에 유물 구매 종용 의혹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손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손 의원이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립민속박물관 소속 학예연구사 A씨를 인사교류 대상자로 선정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18일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중앙박물관과 민속박물관 등 소속 학예사들은 정기적으로 인사교류를 신청할 수 있는데 지난해 인사교류에 A씨를 포함한 2명이 신청했고, 내부 검토를 통해 A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뽑혔다”면서 청탁 의혹에 선을 그었다. 손 의원은 지난해 10월 11일 중앙박물관, 민속박물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박물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A씨의 이야기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손 의원은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이렇게 수리하다가 쫓겨난 사람이 지금 민속박물관 가 있다”며 “이것을 이렇게 고쳐야 되는지 어떻게 고쳐야 되는지를 완전히 꿰뚫고 있는 그런 전문가가 이렇게 고쳤다가 얘가 수리를 못 한다 해 갖고 인격적인 수모를 당하고 민속박물관에서 행정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쿄예대에서 박사를 받은 전문가”라며 “내가 보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유물 수리에 최고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가지고 있는 인재”라고 강조했다. 2004년 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에 입사한 A씨는 지난해 1월 섭외교육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민속박물관 교육운영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A씨의 부친은 나전칠기 장인으로, 2014년 설립된 한국나전칠기박물관의 관장을 지낸 손 의원은 당시 A씨 부친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손 의원이 중앙박물관에 근현대 나전칠기 구입을 종용했고, 이에 중앙박물관이 관련 작품 4점을 사들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중앙박물관은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은 자체적으로 소장품 수집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2018년 12월 구입한 현대 미술품은 나전칠기 작품이 아니며 전통 기법·모티프·정신을 계승한 금속공예품 4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미술품은 금속공예를 기관 브랜드로 내세우는 국립청주박물관에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손 의원이 지난해 10월 11일 국정감사 당시 배기동 중앙박물관 관장에게 현대 미술품 소장 필요성에 대해 그간 꾸준히 언급했다고 강조한 부분이 눈길을 모은다. 손 의원은 배 관장에게 질의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리고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어느 누구도 현대 것을 사지 않는다는 말씀은 제가 지난번에도 드렸고 재작년에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의원은 “제가 관장님 들어가시기 전부터 얘기했다”며 “20세기, 21세기에 우리의 지금 살아있는 작가들 또 방금 돌아가신, 작고하신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 늦기 전에 구입해서 우리 후손들한테 20세기, 21세기에는 우리는 이런 문화를 일구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박물관의 책무다. 이 부분들 꼭 챙겨 달라”고 강조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보헤미안 랩소디’ 그 영화 뒤편의 감동

    ‘보헤미안 랩소디’ 그 영화 뒤편의 감동

    전설의 록밴드 ‘퀸’과 열렬한 사랑에 빠진 한국 독자들을 위해 때맞춰 도착했다. 국내에서만 누적 관객수 982만명(17일 기준)을 돌파하고 최근 골든글로브에서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뒷이야기를 실은 ‘보헤미안 랩소디 공식 인사이드 스토리북’이다. 국내 음악영화 흥행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이 작품의 감동을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은 팬이라면 환영할 책이다. 책에는 프로듀서 그레이엄 킹이 퀸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기까지의 준비 과정을 비롯해 퀸의 탄생 비화,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본명 파로크 불사라)의 생애, 실제 퀸 멤버와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에 얽힌 일화, 퀸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마련한 의상·분장·세트 등이 상세히 실렸다. 특히 머큐리를 완벽 재현한 배우 라미 말렉의 일문일답, 1985년 영국 웸블리 경기장에 모인 관중 7만 2000여명을 열광하게 했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에 숨겨진 특수효과 기법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위 아 더 챔피언스’, ‘위 윌 록 유’ 등 영화에 삽입된 퀸의 명곡도 간략히 소개한다. 퀸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제작한 이십세기폭스사가 공식 승인한 책인 만큼 실제 영화 촬영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주요 이미지가 빼곡히 수록돼 있다. 머큐리의 실제 공연 사진과 머큐리의 의상과 몸짓을 그대로 따라한 말렉의 사진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책 서문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그림이나 역사 소설처럼 상징적 진실을 담아내려 한 영화”라면서 “사람들에게는 프레디 머큐리로 알려진,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였던 파로크 불사라가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쓰마부키 사토시 “하정우 형 여전히 술 잘 마시더라… 서울시내 용기 내 한번 걷고 싶어”

    쓰마부키 사토시 “하정우 형 여전히 술 잘 마시더라… 서울시내 용기 내 한번 걷고 싶어”

    도쿄 일가족 살인사건 다룬 소설 영화화 어리석은 인간들의 ‘어두운 내면 터치’“기억이 안 날 정도로 한국에 많이 왔지만 9년 만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저도 놀랐어요. 올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매번 한국 분들이 저를 정말 알아보시는 걸까 반신반의하면서 옵니다. 서울 시내를 걸어 볼 용기는 없지만 한 번쯤 시험해 보고 싶네요(웃음).”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분노’, ‘악인’ 등으로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39)가 신작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17일 개봉)을 들고 9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쓰마부키는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한국 영화를 많이 봐 오신 한국 분들이라면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헤치는 이번 작품을 잘 이해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주간지 기자 다나카가 도쿄 주택가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 사건을 취재하던 중 숨겨진 진실에 다가서는 내용이다. 쓰마부키는 겉으로 보기에 냉철하고 이성적이지만 자신의 속내를 감춘 비밀스러운 인물인 다나카를 연기했다. “원작 소설을 처음 읽고 느낀 건 ‘사람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사람은 어떤 대상에 대해 자기 멋대로 이미지를 그리고 간단히 답을 구해 버리는 동물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머릿속에 그려 놓은 이미지라는 건 너무나 쉽게 무너져 버리는 것이죠. 어리석은 사람들의 어두운 내면에 거울을 비추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다나카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피해자 주변인들의 편집된 기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더불어 아동 학대 혐의로 수감된 다나카의 여동생(미쓰시마 히카리)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극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쓰마부키는 사건의 실마리에 다가가는 동시에 자신 역시 사건의 중심에 놓이는 다나카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쓰마부키는 재일한국인 3세 이상일 감독의 ‘악인’(2010)에 출연한 이후 인물의 내면을 연기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예전에는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 인물의 말투와 행동을 상상하며 하나씩 구축해 나갔죠. ‘악인’을 촬영한 이후에는 제가 그 인물 자체가 되어 내면적으로 저를 궁지로 몰아넣는 스타일로 연기를 해 왔어요. 생각지도 못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다나카가 잠시 상처를 잊고 있었다가 어느 순간 피를 내뿜듯 폭발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보시기에 시종일관 무표정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제 나름대로 미묘한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쓰마부키는 영화 ‘보트’(2009)를 함께 촬영한 배우 하정우와의 인연이 깊다. 그는 하정우를 ‘형’이라고 불렀다. “하정우씨가 일본에 오거나 제가 한국에 오면 서로 만나는 사이입니다. 박찬욱 감독님이 연출한 ‘아가씨’ 촬영차 일본에 오셨을 때 감독님도 보고 싶었지만 형도 만나고 싶어서 현장을 찾았었죠. 여전히 술 잘 마시더라고요. 같이 많이 마셨어요(웃음). 하정우씨와 또 영화를 찍고 싶은데 아무래도 여러분께서 기사를 많이 써 주시면 현실이 되지 않을까요. 하하하.”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조선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 한글 글씨는 단아했다

    ‘조선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 한글 글씨는 단아했다

    조선 제23대 왕 순조(재위 1800~1834)의 셋째 딸이자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1822~1844)의 단아한 글씨체가 돋보이는 한글 책들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미국 개인 소장자에게 매입해 국내로 들여온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 68점을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공개했다. 순조와 순원왕후(1789~1857) 사이에서 태어난 덕온공주는 1837년 양반가 자제 윤의선(1823~1887)과 혼례를 올렸지만 결혼 7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윤의선은 덕온공주와의 사이에 자녀가 없어 윤용구(1853~1939)를 양자로 들였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국립한글박물관이 협력해 환수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는 덕온공주와 양자 윤용구, 손녀 윤백영(1888~1986) 등 왕실 후손이 3대에 걸쳐 작성한 한글 책과 편지, 서예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특히 눈길을 모으는 것은 덕온공주가 아름다운 한글 궁체로 손수 쓴 ‘자경전기’(慈慶殿記)와 ‘규훈’(閨訓)이다. ‘자경전기’는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홍씨를 위해 창경궁에 지은 전각인 ‘자경전’의 유래 등을 적은 글이다. 순조가 효의왕후(정조의 비)의 명을 받들어 1808년 한문으로 지은 것인데, 이 원문을 덕온공주의 어머니 순원왕후가 딸에게 명하여 토를 달아 한글로 풀어 쓰게 한 뒤 이어 우리말 번역문을 적게 했다.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혜경궁홍씨로부터 덕온공주까지) 조선 왕조 4대에 걸쳐 효를 실천한 것을 보여 주는 유물이자 서예가로서의 덕원공주의 역량을 보여 주는 유물”이라고 평가했다. ‘규훈’은 여성이 지켜야 할 덕목이나 예절 등을 기록한 수신서 성격의 책으로 덕온공주가 한글 번역문을 궁체로 적었다. 환수 자료에는 왕실에서 작성한 한글 편지와 왕실 여성들을 위한 한글 역사서도 다수 포함돼 있다.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쓴 편지 역시 덕온공주의 글씨만큼 정갈함이 돋보인다. 윤의선이 감기와 기침을 심하게 앓아 걱정하고 있고, 덕온공주가 궁에 들어와 든든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또 신정왕후(익종의 비)가 1874년 윤용구의 첫째 부인 광산김씨에게 보낸 편지는 조선 최고의 한글 명필로 꼽히는 궁중 여성 서기 이씨가 대필한 것으로 사료적인 가치가 높다. 1874년 2월 8일 명성왕후가 원자(순종)를 출산한 기쁨의 마음을 담았다. 국어학자인 이종덕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순원왕후와 딸인 덕온공주의 글씨를 비교할 때 글씨의 인상, 획의 흐름 등이 흡사하다”면서 “현재 사용하는 궁체가 이들의 글씨를 본떠서 발전시킨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숙달되고 유려한 전문가적인 궁체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덕온공주의 아들인 윤용구의 딸에 대한 사랑이 엿보이는 한글 역사서도 있다. 1899년 당시 12세이던 딸 백영을 위해 중국 역사에서 모범적이었던 여성 30명의 행적을 적은 ‘여사초략’(女史抄略)이다. 한문으로 적은 부분에 붉은 색으로 하나하나 토를 달아 놓고 그 뒤에 한글로 번역한 것인데 당시 왕실 집안에서 어떤 식으로 교육을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윤백영이 1934년에 환소군의 전기를 궁체로 쓴 ‘환소군전’(桓少君傳)도 눈에 띈다. 빼어난 서화가였던 아버지 윤용구의 자질을 물려받은 윤백영은 한글 궁체 서예 작품으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명필이다. 전통적인 한글 궁체가 현대적인 예술 작품으로 연결되는 과도기에 가교 역할을 했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영화리뷰]당신의 개들이 진짜 원하는 낙원은 어디일까…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

    [영화리뷰]당신의 개들이 진짜 원하는 낙원은 어디일까…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

    반려동물 1000만 시대다. 동물들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진심으로 행복할까. 혹여 그들이 꿈꾸는 이상향은 따로 있지 있을까. 16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은 잠시나마 동물들, 그 중에서도 사람 곁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개들의 생각을 짐작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사람들의 명령에 복종한 채 주어진 테두리에서 살아가는 개들이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여정을 좇는 동안 의외로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강아지 ‘뭉치’는 어느 날 주인으로부터 버림받는다. 길거리에서 생활한 지 오래된 개 ‘짱아’와 그 무리를 만난 뭉치는 이들과 살면서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산에 사는 들개 ‘밤이’를 만난 뭉치는 사람들로부터 해방된 진정한 자유를 꿈꾸게 된다. 짱아 무리와 뭉치가 살던 폐가가 헐리고 갈 곳을 잃은 개들은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아 기나긴 모험을 떠난다. ‘언더독’은 2011년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20만 관객을 동원한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이 이춘백 감독과 공동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오 감독이 SBS ‘동물농장’을 통해 철망 안에 갇힌 동물들을 본 뒤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 영화는 개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꼬집는다. 병들어서 혹은 키우기 힘들어서 거리로 내몰린 개들이 로드킬을 당하는 모습과 사냥꾼에 의해 철창에 갇혀 울부짖는 개들의 모습은 마음을 건드린다.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행복을 찾아 떠난 뭉치와 친구들이 마지막으로 닿는 곳은 의외의 장소, 비무장지대(DMZ)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무자비한 손길도, 생명을 위협하는 자동차들도 없는 DMZ만큼 개들이 머무르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오 감독은 “공간적으로 인간이 없는 유일무이한 공간이자 평화와 자유, 행복이라는 상징적 공간의 시발점으로 DMZ를 넘어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DMZ를 개들의 종착지로 설정한 이유를 밝혔다. DMZ를 비롯해 한반도 산과 들의 아름다운 풍광과 마을의 일상을 수채화처럼 서정적인 색감으로 표현한 장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 감독은 영화의 배경은 2D 회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직접 손으로 스케치하고, 동물 캐릭터는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해 입체감을 살렸다. 또 캐릭터 입모양과 대사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보고 먼저 목소리 연기를 한 뒤 이를 토대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택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더빙에 처음으로 도전한 도경수와 박소담이 각각 순수하지만 강단있는 뭉치와 야성미 넘치는 밤이를 연기했다. 떠돌이 개들의 리더 짱아를 맡은 박철민은 구수한 사투리로 감칠맛을 선사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디지털 복원한 임권택 감독 ‘짝코’, 베를린영화제 클래식 부문 초청

    디지털 복원한 임권택 감독 ‘짝코’, 베를린영화제 클래식 부문 초청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 복원한 임권택 감독의 ‘짝코’(1980)가 2월 7일 개막하는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클래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15일 영상자료원에 따르면 ‘짝코’가 초청된 클래식 부문은 최근 디지털 복원된 세계 유수의 고전 영화를 상영하는 섹션으로 덴마크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오데트’(1955), 헝가리 마르타 메자로스 감독의 ‘양자’(1975) 등 6편이 상영된다. ‘짝코’는 한국전쟁에서 빨치산과 토벌대장으로 만난 백공산(김희라)과 송기열(최윤석), 두 인물의 30년에 걸친 악연을 추적하면서 한국의 어두운 근현대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영화다. 50여년에 걸쳐 102편의 장편 극영화를 연출한 임권택 감독 작품 가운데 대표적인 분단 영화이자 리얼리즘 영화로 꼽힌다. ‘짝코’ 복원본은 영상자료원이 1990년에 수집한 35㎜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2K 화질로 디지털 복원했다. 영상자료원은 지난해 7월 복원을 마치고 블루레이로 출시했다. 베를린영화제 상영본은 블루레이 영상의 색을 추가로 보정하고 영문 자막을 넣은 버전으로, 이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가엽슨 빡쥐여!…육사의 詩, 대한 독립을 외쳤다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가엽슨 빡쥐여!…육사의 詩, 대한 독립을 외쳤다

    “광명(光明)을 배반(背反)한 아득한 동굴(洞窟)에서/다 썩은 들보라 문허진 성채(城砦) 위 너 헐로 도라단이는/가엽슨 빡쥐여! 어둠에 왕자(王者)여!/쥐는 너를 버리고 부잣집 곳(庫)간으로 도망했고/대붕(大鵬)도 북해(北海)로 날아간 지 임이 오래거늘/검은 세기(世紀)의 상장(喪裝)이 갈가리 찌저질 긴 동안/비닭이 같은 사랑을 한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가엽슨 빡쥐여! 고독(孤獨)한 유령(幽靈)이여!(하략)”일제강점기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본명 이원록·1904~1944)의 영탄이다. 일본에 국권과 터전을 빼앗긴 채 어둠 속을 헤매는 우리 민족의 서글픈 현실은 이육사의 눈에 박쥐의 삶과 다를 바 없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동굴에 거꾸로 매달린 채 목소리를 숨기고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가엾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인은 설움을 토해냈다. 경북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육사의 시 ‘편복’(·등록문화재 713호)은 일제의 사전 검열 탓에 발표되지는 못했으나 이육사의 조카인 이동영 전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1956년 ‘육사시집’에 처음 수록하면서 알려졌다. 신석초 시인은 1940년 1월 발행한 ‘시학’ 5집에 실린 서간문 ‘육사에게’에서 “지금 막 형의 시편(詩篇)인 ‘편복’을 생각하는 중이오. 이 시편은 형의 많은 시사(詩詞) 가운데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오”라고 적었다. 식민지 현실에서 느끼는 절망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편복’은 이육사의 시 가운데에서도 중량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이육사의 시 40여편 중 남아 있는 친필원고는 ‘편복’과 더불어 ‘바다의 마음’(등록문화재 738호) 두 편 뿐이다. 이위발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은 “사람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시 ‘편복’은 이육사가 직접 독립운동을 하면서 바라는 바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과 암울한 역사에 대한 한탄을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시절부터 한학을 배웠던 이육사의 철학은 ‘내가 배운 것 그대로 몸으로 실천한다’는 뜻의 ‘지행’(知行)이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다”면서 “그에게 시 쓰기는 곧 독립운동과 다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육사는 1927년 10월 조선은행 대구지점으로 신문지에 싸인 폭탄이 배달된 ‘장진홍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다. ‘육사’라는 호 역시 당시 수인번호인 264에서 따왔다. 1931년 대구 격문사건 등 여러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투쟁하던 그는 17차례 옥고를 치렀다. 1930년 조선일보에 시 ‘말’을 발표하면서 문단 활동을 시작한 이육사는 1935년 시 ‘황혼’ 등을 ‘신조선’에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펼쳤다. 1943년 중국으로 갔다가 잠시 귀국한 이육사는 국내에서 체포돼 베이징으로 압송됐고 1944년 1월 베이징 일본총영사관 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유호정 “치열하게 산 엄마들에게 쓴 편지 같은 작품”

    유호정 “치열하게 산 엄마들에게 쓴 편지 같은 작품”

    공장·판매원 등 물불 안 가리는 싱글맘役 “장미네 모녀 반지하방이 침수된 장면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 마음이 아팠죠” 첫사랑 명환·순정남 순철과 코믹 멜로도 “‘파리로 가는 길’ 같은 인생작 남기고 싶어”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16일 개봉)는 조석현 감독이 초등학생 때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됐다. 그의 어머니가 젊은 시절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그저 가족들 뒷바라지하고 집안일을 돌보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낯설지만 강렬한 모습이 영화의 시작이 됐다고 한다. 꿈 많은 소녀에서 ‘누구 엄마’가 돼 버린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장미 같은 인생을 응원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에 배우 유호정(50)이 나섰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유호정은 “시나리오를 보는 내내 ‘엄마’라는 단어만 떠올랐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저의 모습보다 저희 엄마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며 연기했다”면서 “치열했던 삶을 살았던 엄마에게 쓰는 한 통의 편지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영화는 미싱공장 직원, 밤무대 가수, 녹즙기와 금융상품 판매원 등 온갖 일을 맡으며 딸 현아(채수빈)와 살아온 싱글맘 홍장미(유호정)가 20년 전 헤어진 첫사랑 명환(박성웅)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명한 가수가 될 뻔한 범상치 않은 과거를 뒤로한 채 하나뿐인 딸 현아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헌신적인 엄마로 변신한 홍장미의 인생은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돌아가신 저희 엄마를 생각할 때 꼭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중학교 때 홍수가 나서 집에 물이 찼었거든요. 저는 근처 5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던 사촌언니 집으로 피신했는데 엄마는 저희 집 옥상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셨어요. 사촌언니 아파트 옥상에서 저희 집 옥상에 있는 엄마를 바라보는데 얼마나 불쌍하던지요. 극중에서 반지하방에 사는 홍장미 모녀가 홍수를 겪는 장면이 나오는데 촬영을 하면서 저희 엄마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렇다고 영화가 먹고살기 힘들었던 그 시절의 신산한 풍경만 전하는 건 아니다. 영화 전반부에서 가수의 꿈을 지닌 젊은 시절 홍장미(하연수)가 들려주는 복고풍 감성의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한다면 후반부에서는 중년이 되어 오랜만에 만난 장미와 명환, 그리고 장미에 대한 일편단심으로 20년간 그녀의 곁을 지킨 순철(오정세)이 겪는 삼각관계가 웃음을 자아낸다.“아쉽게도 하연수씨와 함께 촬영하는 장면은 없었는데 영화를 보니 연수씨가 노래를 참 잘 부르더라고요. 저는 춤과 노래에는 영 소질이 없거든요. 배우를 어떻게 하게 됐는지 신기할 정도로 무대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라서요(웃음). 연수씨가 제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대신 해준 덕분에 처절한 홍장미가 아니라 힘들어도 희망적인 홍장미의 모습이 예쁘게 그려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유호정이 ‘써니’(2011) 이후 8년 만에 참여한 장편작이다.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그는 “자극적인 소재의 강한 역할보다 부드러운 역할과 따뜻한 울림이 있는 작품들에 끌린다”고 말했다. “한창 성폭행당한 딸을 둔 엄마, 유괴된 딸을 둔 엄마 역할이 들어왔을 때 시나리오를 잘 못 보겠더라고요. 젊었을 때라면 모르겠지만 요즘엔 강한 배역이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와요. 몇 달 동안 (그 배역에) 갇혀 있다가 잘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과거에 비해 많이 생겼거든요. 그런 작품은 여운도 더 오래가고요. 그러던 와중에 모성애를 자극하는 이 영화가 제게는 딱이었죠.” 1991년 드라마로 연기 인생의 첫발을 뗀 이후 30여년간 다양한 얼굴을 보여 준 유호정은 요즘 들어 ‘인생의 후반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2년 전 우연히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을 보면서 ‘저런 명화 속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연인 다이앤 레인이라는 배우가 참 아름답게 늙었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무얼 잘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 작품이었죠. 그런 영화를 꼭 인생작으로 남기고 싶어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영화 리뷰] 떠버리 백인 고용한 천재 흑인… 인종차별 시대 넘은 브로맨스

    [영화 리뷰] 떠버리 백인 고용한 천재 흑인… 인종차별 시대 넘은 브로맨스

    영화 ‘그린 북’(Green Book)은 1936년부터 1966년까지 출간된 흑인 전용 여행 가이드북인 ‘그린 북’에서 제목을 따왔다. 아프리카계 우편배달원인 빅터 휴고 그린이 펴낸 이 책에는 흑인 여행객들만 이용 가능한 숙박 시설, 레스토랑, 주유소 등의 정보가 적혀 있다. 흑인용 화장실을 따로 둘 정도로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의 산물이다. 이런 시기에 백인을 고용한 흑인이 있었다면 아무래도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일로 여겨졌을 테다. 9일 개봉한 영화 ‘그린 북’은 바로 그 특별한 주인공들의 여정을 따라간다.1962년 미국. ‘떠버리’라는 별명에 주먹깨나 쓰는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일하던 클럽이 문을 닫아 쉬고 있던 중 우연히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의 개인 운전사 겸 매니저 면접을 보게 된다. 돈 셜리는 흑인들이 돌아다니기 위험했던 미국 남부로 8주간 투어 공연을 앞두고 있던 중이었다. 백인인 토니는 돈 셜리와 일하는 게 어쩐지 썩 내키지 않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보수를 많이 주겠다는 제안에 그와 동행한다. 피부색부터 말투, 옷차림, 식성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여행은 처음엔 삐걱거린다. 포크와 나이프가 없으면 음식을 먹지 않는 돈 셜리와 달리 토니는 운전 중 한 손으로 치킨과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먹는 사람이다. 토니의 거친 말투 역시 돈 셜리의 신경을 긁는다. 하지만 토니는 돈 셜리의 음악을 듣고 그의 재능에 감탄하게 되고, 백인들이 그를 위협할 때마다 그를 구해 준다. 돈 셜리 역시 시간이 갈수록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토니에게 마음을 연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부딪치다가 점차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과정을 지켜보는 과정이 썩 유쾌하고 따뜻하다. 작품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함께 남부 투어를 한 실존 인물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 닉 발레롱가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데 참여했다. 실화의 감동을 밀도 있게 전하는 건 두 배우의 세밀한 연기 덕분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 역으로 유명한 배우 비고 모텐슨은 배포가 두둑하고 매사 능청스러운 토니를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체중을 13㎏ 늘리며 완벽 변신했다. ‘문라이트’에서 후안 역을 맡아 2017년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마허샬라 알리는 우아하고 기품 있지만 쓸쓸한 내면을 지닌 돈 셜리를 빈틈없이 그려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드라마 부문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130분. 12세 관람가.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금관가야 왕궁터에서 집모양토기·말발걸이 나왔다

    금관가야 왕궁터에서 집모양토기·말발걸이 나왔다

    경남 김해 봉황동 유적 건물터서 출토 4~5세기 추정… “고대가옥 연구 가치”금관가야 왕궁터로 추정되는 경남 김해 봉황동 유적(사적 제2호)에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집모양토기와 말발걸이가 출토됐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2015년부터 발굴 중인 김해 봉황동 유적 내 4세기 말∼5세기 초 건물터 주변에서 집모양토기를 출토했다고 9일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야계 집모양토기는 대부분 고상식(高床式·마루를 높게 쌓은 형태)인데, 이번에 발견된 토기는 지면에 밀착해 건축물을 세운 지면식 구조다. 이 토기는 정면은 평평하지만 뒤쪽 벽체는 반원형인 구조다. 앞쪽은 가운데 부분에 네모꼴의 구멍을 냈고, 아래에는 받침대가 놓여 있다. 옆쪽에는 원형 창을 뚫었다. 지붕 앞쪽은 삿갓 모양의 맞배지붕이지만 뒤쪽은 둥그스름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문화재청 측은 “‘삼국지’ 동이전은 삼한의 가옥을 ‘(…) 거처는 초가집과 흙방으로 짓는데, 모양이 무덤과 같으며, 그 문이 위에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며 “이번에 출토된 집모양토기는 이 문헌 사료와 유사해 고대 가옥의 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밝혔다. 더불어 김해 봉황동 유적 가운데 불을 사용한 흔적이 남은 자취인 소성유구(燒成遺構) 주변에서 철로 만든 말발걸이가 출토됐다. 이 유물 역시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특수 촬영한 결과 말발걸이 고리 부분에서 접합부가 발견됐다. 고리를 둥근 형태로 연결하고, 연결 부분에 각각 구멍을 뚫어 철심을 박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측은 “일반적으로 삼국시대 말발걸이는 발을 거는 고리 부분에 접합부가 없다”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말발걸이 제작 방식으로, 마구(馬具) 제작 기술과 변천 과정을 알려 주는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국 음식문화의 뿌리 ‘장 담그기’ 국가무형문화재 됐다

    한국 음식문화의 뿌리 ‘장 담그기’ 국가무형문화재 됐다

    콩을 발효해 간장과 된장을 만드는 기술인 ‘장(醬) 담그기’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됐다. 문화재청은 장이라는 음식 자체와 함께 재료를 준비해서 장을 만드는 전반적 과정을 아우르는 ‘장 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37호로 지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장 담그기는 한국의 전통 음식문화 중 ‘김치 담그기’(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무형문화재가 됐다. 우리나라는 콩을 발효해 먹는 ‘두장’(豆醬) 문화권에 속하며 삼국시대부터 장을 만들어 먹었다고 알려졌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장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고(醬庫)를 두었고 ‘장고마마’라 불리는 상궁이 직접 장을 담그고 관리하기도 했다. 장 담그기는 콩 재배,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 장 가르기, 숙성과 발효 등의 과정을 거친다. 메주를 만든 뒤 된장과 간장이라는 두 가지 장을 제작하고, 지난해에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겹장 방식은 한국만의 독창적 문화로 평가된다. 다만 문화재청은 장 담그기가 우리나라 전역에서 각 가정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전승되는 생활 관습이자 문화라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보유자와 보유단체가 인정되지 않은 국가무형문화재로는 아리랑, 제다(製茶·차를 만드는 전통기술), 씨름, 해녀, 김치 담그기, 제염(製鹽), 온돌문화가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골든글로브 ‘퀸’은 보헤미안 랩소디

    골든글로브 ‘퀸’은 보헤미안 랩소디

    한국계 산드라 오 TV드라마 여우주연상 “엄마·아빠 사랑해요” 한국어로 수상 소감전설적인 영국 록밴드 ‘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전초전 격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보헤미안 랩소디’는 6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스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6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퀸’의 리드보컬인 프레디 머큐리를 완벽하게 재현한 배우 라미 말렉은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국내에서 이례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7일 현재 국내 누적관객수 961만명)는 지난해 10월 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뒷심을 발휘하며 새해 첫 ‘1000만 영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시상식 진행을 맡은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는 BBC 아메리카의 ‘킬링 이브’로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산드라 오는 한국어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수상 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혀 눈길을 끌었다. 산드라 오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다. 지난해 에미상 드라마 부문에 아시아계 배우로는 처음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계 배우가 골든글로브 시상식 진행을 맡은 것도 처음이다. 그가 주연한 ‘킬링 이브’는 권태에 빠진 여성의 사이코패스 킬러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렸다. 피터 패럴리 감독의 영화 ‘그린 북’은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 각본상(피터 패럴리, 닉 발레롱가, 브라이언 커리)을 받았다. 멕시코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은 ‘바이스’의 크리스찬 베일, 여우주연상은 ‘더 페이버릿’의 올리비아 콜맨,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가 받았다.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의 레지나 킹은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정치·경제·교육 균등이 기초…모두가 평등한 사회 꿈꾸다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정치·경제·교육 균등이 기초…모두가 평등한 사회 꿈꾸다

    “우리나라는 우리 민족이 반만년래로 공동한 언문과 국토와 주권과 경제와 문화를 가지고 공동한 민족정기를 길러온 우리끼리로서 형성하고 단결한 고정적 집단의 최고 조직임.”대한민국임시정부의 대표적 이론가이자 사상가인 조소앙(본명 조용은·1887~1958)이 작성한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등록문화재 제740호)의 첫 구절이다. 우리나라 헌법의 뿌리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은 대한민국이 단일한 언어와 국토, 주권, 경제, 문화를 가진 민족국가임을 명시한 것을 시작으로 광복 후 임시정부가 건설할 민족국가에 대한 구체적인 건설 계획을 담았다. 임시정부 수립에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광복 직후까지 주요 지도자로 활동한 조소앙은 광복 이후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한국전쟁 때 납북됐다. 국한문을 섞어서 적은 건국강령 초안은 가로 27.1㎝, 세로 36.9㎝ 크기의 원고지 10장 분량이다. 민족국가 건설의 당위성과 원칙을 밝힌 총강(總綱), 독립운동의 과제와 방법을 명시한 복국(復國), 건국 단계에서 실행할 구체적인 정책을 언급한 건국(建國) 등 3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조소앙이 창안한 ‘삼균주의’(三均主義)가 기반이 됐다. 정치·경제·교육의 균등을 기초로 한 균등사회를 건설해 국민 전체가 평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이상 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천명하고 있다. 조소앙이 기초한 건국강령은 1941년 11월 28일 임시정부 국무회의서 약간의 수정을 거쳐 원안대로 통과됐고, 1948년 제헌헌법의 기본적이 바탕이 됐다. 조소앙이 직접 붓으로 작성한 이 문서는 여러 군데 줄을 긋거나 지우고 다시 고쳐 쓴 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가 얼마나 고심하며 글을 작성했는지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종이 바깥 부분에 일부 손상이 있지만 내용은 손상 없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조소앙의 손자이자 조소앙기념사업회 위원장인 조인래씨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와 설계 이후 해야 할 일들을 담은 건국강령은 ‘헌법의 꽃’과도 마찬가지”라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혁명을 이룰 때도 그랬듯이 지난날 우리가 외쳤던 가장 뜨거운 단어가 ‘국민주권’과 ‘민주공화국’이 아니겠나”라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정신과 열망이 담긴 이 문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갈림길에 선 주인공, 선택은?…시청자가 직접 엔딩 만든다

    갈림길에 선 주인공, 선택은?…시청자가 직접 엔딩 만든다

    넷플릭스 실험영화 ‘밴더스내치’ 시청자의 선택 따라 내용 달라져 다시보기로 다른 결말 볼 수도결정적인 순간, 오직 당신의 선택에 따라 내용의 향방이 달라지는 영화가 있다. 세계 최대 OTT(실시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선보인 인터랙티브(쌍방향)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다. 2011년 영국 채널4에서 시즌1을 공개한 이후 시즌3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드라마 ‘블랙미러’의 특별판이다. 작품은 1984년 천재적인 프로그래머 스테펀 버틀러가 제롬 F 데이비스라는 작가의 소설 ‘밴더스내치’를 비디오 게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초현실적인 상황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청자들은 스테펀이 맞닥뜨리는 갈림길에서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며 영화의 전개에 개입한다. 아침 식사로 어떤 시리얼을 먹을지와 같은 사소한 결정부터 스테펀에게 트라우마와 같은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릴 사람을 고르는 것 등 작품이 끝날 때까지 시청자들은 수십 개의 선택을 직접 해야한다. 1990년대 인기를 모았던 MBC ‘인생극장’을 떠올리면 알기 쉽다. 10초 이내에 선택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선택지에 따라 짧게는 1시간 이내, 길게는 3시간 넘게 작품이 이어진다. 한 번 선택하면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자신의 선택이 만든 엔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보기로 새로운 선택지를 골라 다른 엔딩을 마주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한번쯤 ‘내가 작가였다면 결말을 이렇게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덩케르크’로 스크린 데뷔한 핀 화이트헤드가 주인공 스테펀을 연기한다. 미국 드라마 ‘한니발’ 시리즈를 연출한 데이비드 슬레이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청소년 관람 불가.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 KBS ‘인간극장’서 아내 공개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 KBS ‘인간극장’서 아내 공개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85)가 KBS 1TV ‘인간극장’에서 아내를 공개한다. KBS 1TV는 오는 7일 방송하는 ‘인간극장’ 신년특집 ‘삶이 무어냐고 묻거든’ 두 번째 편에서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순재의 아내 최희정(79)씨가 등장한다고 4일 예고했다. 1966년 이순재와 결혼해 50년 넘게 남편을 내조한 최씨는 배우가 아닌 남편으로서의 이순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예정이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나와 촉망받는 무용가였던 최씨가 ‘이순재의 그녀’로 살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러브레터였다고 한다. 해외 순회공연을 떠난 최씨가 행여 해외에 눌러앉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편지를 쓴 이순재의 정성에 감동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 밖에 몰랐던 남편을 대신해 5년 만에 얻은 아들의 돌반지를 팔아 두 평짜리 만두집을 열고 배달까지 직접하며 가장 역할을 했다는 그녀다. 지금도 이순재가 새로운 배역을 맡으면 함께 대본을 연구하고 의상, 발음, 표정까지 꼼꼼히 함께 확인한다는 그녀의 ‘열혈 내조’를 엿볼 수 있다. 더불어 방송은 이순재의 63년 연기 인생을 되짚는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 시절 영화 ‘햄릿’을 보고 연기의 매력에 빠져든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다. 1991년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로 연기의 전환점을 맞은 그는 MBC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친근한 캐릭터로 변신했다. 이제 어느 현장에서도 최고참이지만 그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자리를 지킨다는 노배우의 식지 않는 열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7일 오전 7시 50분 방송.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영화 ‘주먹왕 랄프2’ 흥행 청신호… ‘아쿠아맨’ 꺾고 박스오피스 1위

    영화 ‘주먹왕 랄프2’ 흥행 청신호… ‘아쿠아맨’ 꺾고 박스오피스 1위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가 ‘아쿠아맨’을 제치고 새해 극장가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먹왕 랄프2’는 개봉일인 전날 12만 5895명을 불러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북미에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주먹왕 랄프2’의 이같은 오프닝 성적은 ‘코코’(2018·10만 6921명), ‘인사이드 아웃’(2015·6만 8222명), ‘주토피아’(2016·3만 5604명)를 비롯해 ‘인크레더블 2’(2018·12만 2594명)를 뛰어넘는다. 실시간 예매율도 36.4%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작품은 2012년 개봉한 전편 이후 7년 만에 개봉한 속편으로 전편에서 게임 속 세상을 뒤집어 놨던 절친 주먹왕 ‘랄프’와 ‘바넬로피’가 와이파이를 타고 인터넷 세상에 접속해 기상천외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이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베이비 그루트와 백설 공주·신데렐라·엘사·모아나 등 역대 디즈니 캐릭터가 카메오로 등장한다. ‘아쿠아맨’은 2위로 밀려났지만 누적 관객수 40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관객수는 406만 2487명. DC 확장 유니버스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다크나이트’의 기록(2008·417만 5526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정우·이선균 주연 ‘PMC:더 벙커’는 3만 5510명을 추가하며 3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수는 145만 9713명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도 4위에 오르며 여전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누적 관객 수는 943만 4316명으로 1000만명을 돌파할지 관심이 모인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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