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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인·명물을 찾아서] 함박웃음 고래 입속 발 디디면 시간을 잊은 마을이 펼쳐진다

    [명인·명물을 찾아서] 함박웃음 고래 입속 발 디디면 시간을 잊은 마을이 펼쳐진다

    ‘부~웅’, ‘부~웅’ 만선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 울리면, 마을 주민들과 상인들이 항구로 몰려든다. 고래잡이로 명성을 날렸던 1960~70년대의 장생포. 하지만 1986년 상업포경이 금지되면서 장생포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29년 만에 고래잡이로 번성했던 당시의 장생포 마을이 복원돼 관광객을 맞고 있다. 울산 남구는 2010년 장생포 일대 10만 2705㎡ 부지에 272억원을 들여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조성사업을 착공, 지난 5월 15일 준공했다. 고래문화마을에는 고래광장, 장생포 옛마을, 선사시대 고래마당, 고래조각정원, 5D입체영상관, 고래 이야기길, 고래놀이터, 야외무대, 수생식물원, 주차장 등이 조성됐다. 특히 1960~70년대 장생포 동네 풍경을 실물 그대로 복원한 장생포 옛마을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장생포에는 2005년부터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연구소, 고래바다여행선 등 고래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고래관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고래문화마을은 장생포 울산항만공사 인근에 조성됐다. 문화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고래 머리를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조형물 옆에는 집채만 한 고래 모형이 큰 입을 벌리고 있다. 조형물을 뒤로하고 마을에 들어서면 1930~40년대 장생포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포경으로 전국에 이름을 날렸던 1970년대 이전 동네 모습이다. 장생포 옛마을 안에는 수십 년 전의 학교와 철공소, 전파사, 여인숙, 구멍가게, 서점 등 낯익은 건물이 즐비하다. 고래연구를 위해 장생포에 머물렀던 미국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 박사의 하숙집을 비롯해 선장과 포수의 집, 거대한 고래를 해체하는 고래해체장, 고래 기름을 짜는 착유장, 고래 고기를 삶아 파는 고래막 등 23개 건물을 실물 크기로 볼 수 있다. 포경선 선장과 포수의 집은 당시 고래잡이 상황을 잘 알려준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실제 모델이자 1914년 한국계 귀신고래를 세계 학계에 처음 소개한 앤드루스 박사가 머물렀던 하숙집은 새로운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인근 고래박물관 포경역사관에는 앤드루스의 논문도 전시돼 있다. 옛 건물만 되살린 게 아니라 당시 생활 소품과 거리 풍경도 그대로 재현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연탄가게를 비롯해 잡화를 팔던 구멍가게 등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고 10~20대 젊은이들에게는 호기심으로 다가온다. 당시의 장생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맞아, 그때 저게 있었지. 큰 고래를 순식간에 해체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어”라며 추억을 더듬게 할 만한 것들이 즐비하다. 또 장생포 옛마을 내에는 참기름집, 고래빵집, 매점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달부터는 방문객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음식도 제공할 예정이다. 고래꼬치, 고래강정, 고래스테이크 등이 출시된다. 앞으로 고래관광 기념품 판매점을 개점하고 국수공장도 옛모습을 재현해 운영할 예정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장생포 주민들로 구성된 가판장수, 엿장수, 다방, 달고나 체험, 뽑기 등 각종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장생포 문화마을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장생포 옛마을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고래광장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장생포 전경뿐 아니라 울산항, 울산석유화학공단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광장 옆 조각공원에는 대왕고래를 비롯해 밍크고래, 향고래, 귀신고래, 범고래, 혹등고래 등 실물 크기의 고래를 재현한 모형도 있다. 조각공원 입구에는 길이 20여m 규모의 대왕고래 뱃속을 볼 수 있다. 산책로인 ‘고래 이야기길’(길이 300m, 너비 2m)을 따라 걸으면 엄마 고래와 새끼 고래, 장생포 사람들의 이야기를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또 길이 240m, 너비 3m의 ‘고래 만나는 길’에는 ‘이야기 속의 고래’를 비롯해 ‘고래와 숲’, ‘물결과 고래’, ‘소녀와 고래’, ‘돌고래와 함께’ 등 사람과 친숙한 고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여기에다 고래놀이터와 선사시대 고래마당, 수생식물원, 고래피크닉장 등 고래와 관련된 특색 있는 시설도 많다. 고래문화마을 동쪽 정상에는 내년 6월까지 지름 15∼18m, 높이 9m 규모의 ‘5D 입체영상관’이 들어선다. 이 영상관은 360도 회전하는 스크린을 통해 고래와 관련한 생동감 있는 입체영상이 12∼15분간 상영된다. 고래문화마을은 장생포 옛마을을 제외하고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장생포 옛마을은 지난 6월부터 입장료 1000원을 받고 있다. 고래문화마을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도 개장부터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남구가 지난 한 달간 고래문화마을 방문객을 집계한 결과 2만 771명이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관람객을 모으는 ‘집객 효과’를 증명해 장생포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평가됐다. 앞서 남구는 2005년 우리나라 유일의 고래박물관을 건립하고 전국 최초로 고래관광사업의 돛을 올렸다. 2008년 7월에는 장생포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고래 도시’의 옛 명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고래박물관에는 길이 12.4m의 브라이드고래 골격 등 고래 관련 유물 283점이 전시돼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2009년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돌고래 4마리가 고래생태체험관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크루즈선을 타고 울산 앞바다를 3시간여 동안 돌아보는 고래바다여행은 살아 있는 고래를 보는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1995년부터 시작된 울산고래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유망축제, 지역브랜드 대상 특별상, 세계축제협회(IFEA) 7개 부문 수상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울산고래축제 방문객만 매년 60만~8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최고의 고래문화 콘텐츠와 인프라를 가진 장생포는 이제 ‘고래문화 도시’로 뜨고 있다. 서동욱 남구청장은 “고래문화마을 준공으로 장생포 고래관광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5월) 고래축제 때 다방 DJ와 종업원, 우체부, 연탄배달부 등의 복장을 한 연기자들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면서 관광객 유치에 한몫한 만큼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행복區’ 내 손으로… 떴다 ‘4색’ 구청장] 성동 ‘안전 구청장’

    [‘행복區’ 내 손으로… 떴다 ‘4색’ 구청장] 성동 ‘안전 구청장’

    “제일 먼저 어떻게 한다고 했지? 자, 당황하지 말고 안전핀을 뽑은 다음 빗자루로 쓸듯이 골고루 뿌리는 거예요.” 1일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민선 6기 1주년을 맞아 성동구 마장국민체육센터 ‘생명안전배움터’에서 열린 ‘자녀와 함께하는 생명 안전체험 및 그림 그리기’ 행사 현장을 찾았다. 정 구청장은 어린이 18명에게 소화기 사용법을 알려준 뒤 어린이들과 일일이 소화기로 불을 끄는 체험을 함께했다. 소방관 옷과 모자를 쓴 어린이들은 저마다 소화기 앞쪽에 있는 안전핀을 뺀 뒤 불 모양으로 제작된 모형을 향해 손잡이를 꾹 눌렀다. 정 구청장은 “화재는 발생 초기에 진압하는 것이 중요한데, 실제 불이 나면 소화기를 사용하지 못해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안전의식이 몸에 배어야 유사시 당황하지 않고 소화기, 완강기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명안전배움터는 지난달 4일 문을 열었다. 주민의 재난안전사고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1층 건물 150㎡ 규모로 소화기·완강기·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과 심폐소생술 방법, 교통·엘리베이터·전기·가스 안전수칙 등 일상생활 속 안전교육을 진행한다. 어린이들은 또 전문 강사에게 완강기 안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직접 완강기를 이용해 대피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어 안전을 주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은 생명안전배움터 바깥에 설치된 포토존 조형물에 오는 10월 중 전시될 예정이다. 자녀와 함께하는 생명 안전체험 및 그림 그리기는 이날 첫 행사를 시작으로 9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11시 50분 열린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현실인 듯 현실 아닌 오리고 붙인 세계의 건축물

    현실인 듯 현실 아닌 오리고 붙인 세계의 건축물

    원범식(44)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카메라로 수집한 건축물 이미지를 콜라주 작업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건축조각 작품으로 만드는 독특한 작업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그의 ‘건축조각’전이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 1층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2013년 제5회 일우사진상에서 ‘올해의 주목할 만한 작가’ 출판부분에 선정된 작가의 단독작품집이 세계적 아트북 출판사인 독일 핫체 칸츠에서 출간된 것을 기념하는 전시다. 전시회에서는 실재하는 세계를 분석하고 해체한 뒤 주관적 프레임을 통해 재조합한 건축조각 시리즈 3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서울, 런던, 뉴욕, 카이로, 베네치아, 베이징, 피사, 예루살렘 등 수많은 도시에서 대표적인 건축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이미지들을 디지털 작업으로 배경에서 오려낸 뒤 다양한 지역과 스타일의 이미지들을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그가 만들어낸 건축조각들은 매우 초현실적이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무의미해지고, 무의미하게만 여겨졌던 건축요소들은 새롭게 조명되기도 한다. 학부에서 공예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작가는 거대한 조형물인 건축물을 이용하기 위해 2010년부터 이 방식의 디지털 콜라주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작가는 “이미지들을 재조합할 때 공연장이나 카페처럼 건축물의 용도별로 묶기도 하고 상하이나 런던, 뉴욕 지역 등 지역 중심으로 이미지들을 찾아서 붙이기도 한다”면서 “상상력을 제한하고 싶지 않아서 작품에는 제목이 없이 그냥 번호만 붙인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이미지 재조합의 기준도 제각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조합된 가상의 건축물이지만 실제 있는 것들로 만들었기 때문에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명동의 건축물들을 조합한 작품에서는 화장품을 파는 건물들 한쪽에 작가의 주목을 끈 글귀가 써 있는 삼일로 창고극장의 이미지를 붙여 놓았다. ‘예술이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는 있다.’ 전시는 8월5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가상인 듯 가상 아닌 공룡 겨눈 놀이공원의 대포

    가상인 듯 가상 아닌 공룡 겨눈 놀이공원의 대포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시민공원, 평화로운 풍경 속에 뜬금없이 놓여 있는 탱크. 도심 주차장에서 건물을 향해 포를 겨누고 있는 전차, 놀이공원의 공룡 조형물과 함께 놓인 대포…. 흑백의 평범한 풍경 사진 속 이미지는 심각하기도 하고, 생뚱맞기도 하다. 무기라는 ‘오브제’에 반영되는 우리의 의식을 유아적 표현기법으로 일깨우는 일련의 작업으로 주목받아 온 사진작가 임안나(45)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선보이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열세 번째 개인전 제목은 ‘얼어붙은 오브제’다. 2011년 분홍색 장난감 병정을 등장시킨 ‘절정의 재구성’, 2012년 무대에 등장한 배우들처럼 조명을 받는 무기들을 촬영한 ‘아이러니 어딕티드’에 이은 세 번째 전쟁무기 이야기다. 그는 실재와 장난감, 두려움과 가벼움, 실제 풍경과 가상의 공간을 1층과 2층으로 나눠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 1층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거대한 전쟁 무기들이 맥락과 어울리지 않게 설치된 풍경들을 촬영한 사진들로 채웠다. 폐무기들이 주변 환경과 병치되고 중첩되면서 이루는 낯선 장면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인 대한민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귀한 풍경임에 틀림없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거대한 무기들이 원래의 기능과 무관하게 공원, 휴게소, 놀이시설 등 의외의 장소에 설치된 풍경들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역할을 잃은 무기들이 얼어붙은 오브제처럼 보였다”며 “심각해야 할 전쟁을 마치 무기를 가지고 노는 유희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요소들을 토대로 가상의 전쟁기념관을 만들었다. 얼어붙은 듯한 흰색 공간에 헬리콥터, 탱크 로봇 모양의 기계들을 설치하고 흰색 천을 씌우고 급속 냉동된 전쟁 영웅들의 동상과 신화적인 조각작품도 놓았다. 모두 장난감들이다. 그리고 유희를 상징하는 빨간 풍선들을 띄우고 사진을 찍었다. 전시장 2층에는 가상의 공간이 담긴 사진들을 설치했다. 그는 “무기를 설명하다 보면 파괴력이나 가격 등 수치로 드러난다. 결국은 무기가 전쟁의 주인공이 되고, 그 무기의 주도권을 쥔 그룹이 힘을 갖게 된다”면서 “무기, 전쟁, 폭력, 권력으로 확장되는 개인적인 느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시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19일까지.
  • 부민 태극기마을 외국인 통역 해설사 양성

    부민 태극기마을 외국인 통역 해설사 양성

    부산 서구 부민 태극기마을 주민자치위원회가 유적지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외국인 통역 역사해설사’ 양성에 나선다. 부민동 주민자치회는 ‘태극기 휘날리며~마을공동체 활성화’ 마을 사업의 하나로 동주민센터에서 최근 다문화공동체, 동아대 국제학부 학생회, 대학로 상가번영회 간 업무협약식을 체결하고 민·관·산·학이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부민동 대학로 상가번영회는 외국인 관광객을 연결하고 드림다문화공동체는 다문화가정 주민을 역사통역 해설사로 양성한다. 동아대 일본학 전공, 중국학 전공 학생들은 보조 해설을 맡는 등 재능기부와 자원봉사 형태로 동참하는 게 특징이다. 상가 주민도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해설 코스는 부민태극기마을 내 일본인·중국인 관광객들이 점심을 하고자 들르는 상가를 거점으로 임시수도정부청사(현 동아대 석당박물관), 근대전차 전시장, 임시수도기념로의 조형물, 임시수도 기념관, 한형석 거택 등 근현대사 유적지 등이다. 마을을 찾는 외국 관광객에게는 임시수도기념관 등 역사적 건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감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 다문화가정 주민들의 파트타임 일자리를 창출해 마을 홍보 및 방문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및 상권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한편 부민동에서는 마을이 가진 역사적 여건과 특성에 맞게 부민태극기마을이란 테마로 ‘365일 태극기 시범거리’를 조성하고 국경일에는 ‘전 동민 태극기달기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박극제 구청장은 “부민태극기마을이 태극기 달기, 다문화가정 주민해설사 양성 등의 사업을 통해 마을 홍보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및 상권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新국토기행] 경북 고령군

    [新국토기행] 경북 고령군

    경북 고령군은 대도시인 대구시와 접해 있다. 하지만 면적(384.10㎢)이 도내의 2%로 23개 시·군 가운데 울릉군(72.56㎢) 다음으로 작다. 인구도 3만 7000명에 불과하다. 주민의 약 30%가 농업에 종사한다. ‘미니’ 농촌 도시이다. 비록 작은 도시이지만 경주와 공주·부여 등과 함께 전국에서 손꼽히는 역사문화관광도시임을 자랑한다. 1600년 전 대가야의 도읍지로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고대사의 화려한 주역이었던 면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군청 인근에 자리한 대가야박물관, 대가야왕릉전시관, 대가야국악당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연간 관광객 400만명 정도가 찾는다. 고령은 요즘 재도약을 한창 준비하고 있다. 안동의 유교문화권, 경주의 불교문화권과 함께 고령의 가야문화권을 재정립하는 경북의 3대 문화권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특히 고령의 대표 관광자원인 지산리 고분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면서 국내외로부터 새삼 주목받고 있다. 고령은 대가야의 역사문화뿐만 아니라 선사시대 암각화, 팔만대장경 이운(移運) 경로인 개경포, 고령강정보 등 수많은 관광자원이 산재해 있다. [볼거리]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지산리 고분군’ 대가야읍(옛 고령읍)을 병풍처럼 감싸는 주산(해발 310m)의 남동쪽 능선 위에 분포하고 있는 가야국 최고의 고분군이다. 사적 제79호. 우리나라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 왕릉인 44·45호분을 포함해 왕족과 귀족 무덤으로 추정되는 크고 작은 700여기의 고분이 분포하고 있다. 대가야가 성장을 시작한 400년쯤부터 멸망한 562년까지 만들어진 것들이다. 무덤은 능선 위로 올라갈수록 큰 것이 특징이다. 왕의 힘이 커지면서 더 높은 곳에 더 큰 무덤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고분군에서는 가야금관(국보 제138호)이 출토됐으며 대가야 양식의 토기와 철기, 장신구 등 수많은 유물도 쏟아져 나왔다. 고분군을 따라 걷는 순례코스가 있다. 고분군은 2013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고, 2017년 2월 정식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고분군 출토유물 130여점 전시한 대가야왕릉전시관·대가야박물관 건물은 무덤의 모양처럼 직경 37m, 높이 16m 규모의 초대형 돔 형식 구조로 지어졌다. 내부에는 지산동 44호분을 재현해 놓았다. 당시의 무덤 축조 방식, 무덤의 주인공과 순장자(32명)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중앙에는 발굴 당시의 돌방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발굴 보고서를 토대로 출토 유물과 남아 있는 인굴 등을 복제해 넣어 두었다. 내부 벽체에는 지산동 고분군 출토 유물 130여 점을 비롯해 다른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무구·관·장신구 등의 유물을 전시하고 관련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입구에는 컴퓨터를 설치해 대가야의 역사와 44호분의 구조, 출토 유물 등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대 가야박물관은 대가야 및 고령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설 및 기획전시실 등으로 나뉘어 있다. ●가야금 창제한 우륵의 모든것 ‘우륵박물관’… 연주 체험장도 갖춰 왕산악, 박연 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불리며 가야금을 창제한 악성 우륵(?~?)의 생애와 음악을 중심으로 한 국내 유일 ‘우륵과 가야금’ 테마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악성 우륵, 가야의 혼을 지킨 우륵, 민족의 악기 가야금, 우륵의 후예들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꾸며졌다. 우륵의 생애와 우륵이 가야금을 만들게 된 이유, 가야금 12곡과 가야금의 종류, 가야금 모양 등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가야금의 열두 줄은 1년 열두 달을 상징한다. 가야금은 윗판이 둥글고 아랫판은 편평한데 이는 하늘과 땅을 의미한다는 것 등이다. 또 가야금을 비롯해 거문고, 대금, 피리 등 전통악기 18점이 전시돼 있다. 가야금과 양금 연주 체험장도 마련됐다. 전문 장인이 가야금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 가야금의 제작 과정도 관람할 수 있다. ●원시 농경사회의 제사 유적 ‘양전리 암각화’… 암각화 연구의 효시 대가야읍 장기리(옛 개진면 양전리) 회천변의 알터 마을 입구에 있다. 보물 제605호. 선사시대의 바위 그림으로 동심원과 가면 모양 그림이 새겨져 있다. 가로 6m, 높이 3m 정도의 크기다. 이 암각화는 1971년에 발견돼 우리나라 암각화 연구의 효시가 됐다. 동심원은 태양을 상징하며 탈 모양의 그림은 신상(神像)을 의미한다. 풍요와 다산, 집단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원시 농경사회의 제사 유적으로 추정된다. 인근에는 안화리 암각화(경상북도 기념물 제92호), 지산동 30호 고분 개석암각화, 봉평리 암각화 등이 있다. 그래서 고령은 우리나라에서 유례가 드문 ‘암각화의 고장’이다. 이들은 모두 회천과 안림천, 대가천변에 위치한 점이 특징이다. 남해안을 통해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 회천을 거쳐 안림천과 대가천 주변에 정착한 것이다. ●야외 캠핑장·고대문화 4D 체험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대가야읍 지산리에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테마로 조성된 관광단지다. 고대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4D 입체 영상관, 유물 및 신비한 나라 대가야 체험관, 대가야 탐방 숲길 등을 갖췄다. 특히 4D 입체 영상관은 대가야 건국 신화와 철의 왕국 대가야를 주제로 한 입체 영상으로서 스릴과 신비감을 만끽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또 야외공연장과 소나무 숲 펜션, 야외 캠핑장, 레일썰매장 등도 마련됐다. 대가야 건국 설화의 주인공인 ‘정견모주’ 음악분수대도 이채롭다. 도자기 및 야생화분 만들기, 아로마·압화공예·한지공예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여름철(6~8월)엔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장이 개장된다. 최근에는 KBS 2TV 금토 예능드라마 ‘프로듀사’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연중 무휴로 운영된다. 문의 (054)950-7005. ●350년 전통의 기와집 동네 ‘개실마을’… 엿·한과 만들기 등 체험도 쌍림면 합가리에 있는 전통 기와집 동네다. 조선 영남 사림학파의 종조(宗祖)인 문충공 점필재 김종직(1431~1492) 선생의 후손들인 일선 김씨 60여 가구가 집성촌을 이루며 35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김 선생의 종택(경북도 민속자료 제62호)은 안채, 사랑채, 고방, 대문간, 사당으로 구성돼 전체적으로 ‘튼 ㅁ자’형으로 지어졌다. 마을 입구에는 김 선생의 과업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들이 건립한 강학당인 도연재(문화재 자료 제111호)가 있다. 현재는 내부를 수리해 관광객들의 민박으로 활용된다. 도연재 옆길로 들어가면 전통 도자기 체험장과 화산재가, 마을 앞마당에는 그네와 관광객들이 쉴 수 있는 쉼터, 솟대 정원, 물레방아, 별자리 체험기 등이 있다. 마을에서는 엿과 한과 만들기, 전통 예절 등 개실마을의 각종 문화 체험과 식사를 할 수 있다. 문의 (054)956-4022. ●팔만대장경 거쳐간 ‘개경포’… 기와·도자기 등 조선시대 유통의 중심 개진면 개포리 낙동강변에 있다. 개포나루였던 이곳은 ‘경’(經)이 더해져 개경포(開經浦)로 불린다. ‘경전을 풀어내린 나루’라는 뜻이다. 팔만대장경과의 인연 때문이다. 고려시대 때 호국을 위해 제작된 팔만대장경이 전란(몽골 침입)을 피해 강화도 선원사에서 배에 실려 서해안과 김해를 거쳐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왔다. 승려들은 개경포에서 내린 대장경을 머리에 이고 해인사로 향했다. 조선시대 때는 개경포나루를 중심으로 1899년 조선의 대표 상단인 ‘고령상무사’가 설립됐다. 이를 통해 고령 기와와 고령 도자기, 해산물 등을 조선 전역으로 유통했다. 고령군은 지난해 이 일대에 주막을 비롯해 메모리얼 광장, 공연장, 팔만대장경 및 팔만대장경 관련 기념 조형물, 산책로 등을 갖춘 공원을 조성했다. [먹거리] ●없어서 못 파는 ‘개진 감자’ 감자하면 누구나 ‘개진 감자’를 칠 정도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감자칩 붐과 함께 원료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봄 감자 최대 주산지인 개진면 일대에서 생산되는 개진 감자는 비싼 가격이지만 없어서 못팔 정도다. 20㎏짜리 1상자당 3만 5000원 정도. 하우스 감자는 이미 동이 났고 노지 감자도 대부분 예약된 상태다. 씨알이 굵고 담백한 맛과 저장성이 탁월한 점이 특징이다. 낙동강 연안의 알칼리성 사질양토과 풍부한 수량 등 우수한 자연환경에다 농민들의 탁월한 재배 기술이 더해진 덕분이다. 개진은 낙동강을 타고 흘러온 흙들이 강 주변에 쌓이면서 옥토(沃土)가 됐고, 오래전부터 감자 재배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개진 감자는 일반 감자에 비해 비타민A와 C가 특히 풍부해 구강질환, 피부병, 고혈압, 비만증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저농약 농산물인증과 경북우수농산물 지정도 받았다. ●벌 이용한 자연수정으로 고당도 자랑하는 ‘우곡 수박’ 우곡면이 주산지인 우곡수박은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2006년도 KBS ‘신화창조의 비밀’ 프로에 우수 농산물 제1호로 방영됐을 정도다. 맑은 물과 비옥한 토양에서 벌을 이용한 자연수정을 통해 생산해 육질이 아삭하고 당도가 뛰어나다. 보통 수정 후 45일 만에 수확하는 것과 달리 60일 이상 충분히 익혀서 출하하기 때문이다. 토양에 맞는 비료를 사용하고 1년에 한 번만 심고 수확하기 때문에 영양가 또한 높다. 5월 초~7월 하순에 출하되며 4.4~10℃ 사이에서 습도 80~85%를 유지하면 더 맛있다. 우곡수박은 2011년 지리적표시제 제73호로 등록됐다. 우곡면은 280가구가 연간 248㏊에서 수박을 재배해 180억원가량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우곡그린수박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우곡 수박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크기는 6㎏ 이상, 당도 13도 이상의 고당도 수박만을 출하한다”면서 “물론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게 생산자 연락처도 부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품질 인증받은 명품 ‘고령 딸기’ 가야산의 맑은 물과 비옥한 토양에서 유기농법과 꿀벌로 자연수정을 하는 등 친환경적인 재배로 색상과 당도, 향기가 뛰어나 ‘명품딸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40년의 재배역사와 기술을 자랑한다. 1976년 딸기 작목반을 구성한 쌍림면 합가리에서 처음 시작됐다. 쌍림면 일대를 중심으로 전체 재배 면적(173㏊)의 80% 이상이 무농약 친환경품질인증을 받아 학교급식용으로 납품될 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대만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고령군 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딸기 품목은 지난해 ‘경북도 농산물 수출단지’로 지정됐다. 딸기잼과 딸기수확 체험 관광객이 한 해 10만명에 이르는 등 농업의 6차산업화를 선도하고 있다. 고령 딸기의 출하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6월 말까지다. 연간 생산량은 5700여t 정도다. ●건강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 ‘성산 멜론’ 낙동강 연안인 성산면 일대가 주산지다. 이곳에서 3월 중순부터 생산되는 멜론은 전국 멜론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강변의 비옥한 사질토양과 긴 일조량에다 자연유기농업으로 재배돼 최고의 맛과 향을 자랑한다. 또 당도가 높고 염분이 많아 식후 디저트와 건강다이어트 식품으로 적합하며 환자들의 원기회복에도 그만이다. 특히 깔끔한 외형과 단단한 과육으로 저장성이 뛰어나고, 사근사근한 육질은 신선함을 더해준다. 비타민 A·C와 칼슘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청와대 식탁에 오른 ‘고령 옥미’ 고령지역의 대표 브랜드쌀이다. 가야산의 맑은 물과 깨끗한 토양,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해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친환경농산물품질 인증검사에서 통과한 합격품만 출하한다. 재배 면적은 첫해 2002년 26㏊에서 지금은 600여㏊로 10여년 만에 20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2010년부터 2년 연속 청와대 식탁에 올랐다. 2009년에는 경북도 최우수 브랜드에 선정됐고, 지난해엔 ‘경북 6대 우수 브랜드 쌀’로 뽑혔다. 이 쌀을 주로 재배하는 덕곡면 노리 쌀은 조선시대 진상미로 올려졌다는 명성이 전해지고 있다. 고령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재료의 예술, 감동을 조각하다

    재료의 예술, 감동을 조각하다

    조각을 흔히 ‘재료의 예술’이라고 한다. 조각가는 돌, 나무, 흙, 섬유, 종이, 금속, 도자, 유리 등 다양한 소재를 깎고 붙이고 다듬어 입체 조형물을 만든다. 조각이란 재료가 품고 있는 고유의 에너지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각 작품은 2차원 평면에 물감으로 색채의 변화를 주면서 이미지를 표현한 회화작품과는 또 다른 예술적 감동을 안겨준다. ■ 남미의 나무와 사랑에 빠지다 김윤신 화업 60년 기념전 조각가 김윤신(80)은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났다가 남미의 태양과 바람을 맞고 자란 나무들에 매혹돼 그곳에 눌러앉았다. 32년 전의 일이다. 한국 여성 조각가 1세대로 화단에 명성을 떨치며 상명대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아르헨티나에 도착해 거대한 나무들을 보는 순간 사로잡혔다. 미대 교수와 예술가 중에서 선택해야 했지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예술가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홍익대 조소과를 나와 프랑스 파리의 국립미술학교에서 조각과 석판화를 전공하고 1969년 귀국한 그는 70년대 중반 이후 다양한 실험 끝에 한국의 적송 등 나무를 소재로 작업했었다. 항상 재료에 곤궁했던 그에게 아르헨티나에서 발견한 나무와 신기한 재료들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고 했다. 인디언들에게 거처와 식량, 가구 재료를 제공했던 붉은색 알가보로 나무를 비롯해 단단하고 벌레가 먹지 않는 팔로산토, 팜파스에서 자라는 갈렌 등 생명력 넘치는 나무들이 지천에 깔린 아르헨티나에서 그의 창작열은 활활 타올랐다. 한국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크고 단단한 나무들을 만나러 눈만 뜨면 신들린듯 작업장으로 달려갔다. 나무 외에도 멕시코의 오닉스, 브라질의 콰르츠 아주르 등 귀한 돌을 오브제로 사용해 생명과 영혼의 울림을 표현한 작품들로 현지에서 확고한 명성을 쌓은 그는 2008년엔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도 열었다. 전기톱으로 형태를 만들고 끌로 다듬어 석고사포로 문질러서 마무리하는 힘든 작업을 혼자서 하지만 그는 열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서울 서초동 한원미술관에서 그의 화업 60년을 기념하는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영혼의 노래’ 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에는 나무, 돌, 준보석을 이용한 조각과 설치, 회화에 이르기까지 70여점의 작품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조망한다. 전시는 7월 8일까지 이어진다. ■ 철 잔해물·백자…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다 성동훈 개인전 조각가 성동훈(48)은 이질적인 재료를 이용한 실험적인 작품과 유목민적 사유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왔다. 2009년 이후 대만, 중국, 인도 등지에서 작업하며 외국 미술관의 프로젝트형 초대 개인전을 이어 온 그는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5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에서 더욱 다양한 재료에 대한 실험이 어우러져 재료적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용광로에서 나온 철 잔해물(슬래그)을 이용한 작품에서는 작가 성동훈의 철학과 확장된 작업방식,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난해 대만의 주밍미술관 주관작가로 선정돼 동호철강의 예술재단에서 50t의 철 잔해물을 후원받았다. 철 슬래그라고 부르는 잔해물은 소재가 거칠고 단단해 절단하거나 용접 등의 가공이 어려워 조각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여겨졌지만 그는 오랜 연구 끝에 최초로 조각의 재료로 사용했다. 이번 전시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또 하나의 재료는 청화백자다. 그는 청화백자에 문양을 그려 넣고 세 번을 구워서 볼록한 단추 모양을 만들고 스테인리스 프레임에 접착했다. 작가로서 정체성을 알린 작품 ‘돈키호테’처럼 그는 초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통해 현재를 비판하고 풍자해 왔다. ‘가짜왕국’이라는 타이틀을 단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모순과 위장이 난무하는 상황을 풍자한다. 코뿔소에 사람이 올라탄 모양을 한 작품 ‘코뿔소의 가짜왕국’은 재료와 형상이 생물과 무생물을 넘나든다. 사람의 몸통은 추락한 비행기 잔해로 만들어졌고, 머리는 구름형상을 하고 반짝이는 구슬을 달았다. 그가 타고 앉은 코뿔소의 몸통은 용광로의 철로 만들었고 코뿔소의 머리와 사람의 심장은 청화백자로 이루어진 형태다. 가슴 한가운데에는 백자를 심었다. 그런가 하면 오른손은 개미, 왼손은 황소 모양의 철 조각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철 슬래그의 원초적인 에너지, 고도로 정갈하고 아날로그적인 청화백자, 인공적이고 모조를 상징하는 구슬, 과학의 결정체이지만 현실에서 생명을 다한 비행기 잔해들을 한데 끌어들여 역설적인 가짜 왕국을 그려봤다”고 설명했다. 상반된 물성의 혼합은 작품에 강한 에너지를 부여한다. 작품 ‘백색 왕국’은 스테인리스로 사슴 모양의 틀을 만들고 청화백자를 붙였다. 세상에 대한 관조를 나타내면서 이질적인 재료의 조합을 통해 전통과 현재, 현실과 비현실, 진실과 사실이 혼재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을 표현한다. 전시에는 형식과 재료, 관념에서 고정틀을 깨는 작품들 17점과 25년간의 작업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영상자료, 작품모형, 작품집, 오브제 등 아카이브도 함께 공개한다. 7월 12일까지. ■ 고목에서 나의 분신을 찾아내다 송진화 개인전 여인인지 소녀인지 모르게 짧게 깎은 머리에 동글동글한 얼굴, 섬세한 손과 손끝, 발가락 끝까지 힘을 준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서 우는지 웃는지 분간하기 힘든 표정으로 말한다(작품 ‘얘기해 봐’). 흰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고개를 약간 삐딱하게 세우고 도도한 표정으로 서 있다( 작품 ‘삐뚤어질테다!’)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조각가 송진화(53)의 나무조각들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자꾸 들여다 보게 된다. 귀엽기도 하지만 처연하기도 하고, 아무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들 하나하나가 나무 둥치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하고, 따뜻한 온기마저 느껴진다. 작가는 “나무를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이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나무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옹이, 트임, 벌레먹은 흔적까지 그대로 살려서 작품을 한다”고 말했다. 섬세한 표현을 하기 위해 그는 주로 톱과 끌을 사용한다. 미대 회화과를 나와 입시학원을 하다가 마흔 즈음에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다가 강원도에 나무를 많이 쌓아놓고 있는 지인의 도움으로 우연히 나무조각을 시작했다. “그림보다는 몸을 써서 하는 조각 작업이 더 적성에 맞았다”는 그는 자기를 꼭 빼닮은 것 같은 여인의 형상들에 자기의 마음을 담았다. 작가는 “나는 참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인데 그동안 너무 강한 척하면서 살아온 것 같았다. 이제는 좀 더 내 참모습을 찾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시회의 제목을 ‘너에게로 가는 길’이라고 붙였다”고 말했다. 7월 8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기대된다, U와 함께할 너

    기대된다, U와 함께할 너

    ‘빛고을’ 광주에서 오는 7월 하계유니버시아드가 열린다. 광주와 전남·북, 충북 등에서 분산 개최될 이번 대회엔 세계 150여개국에서 2만여명의 선수단과 운영진이 참가할 예정이다. 대회를 앞두고 경기장 주변의 관광 명소와 맛집 등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질 터. 한국관광공사 광주전남협력지사의 도움을 받아 참가자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할 명소들을 찾아냈다. 글 사진 광주·화순·담양·나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광주] 남도의 손맛, 떡갈비에 녹는 피로 광주 시내에선 옛 전남도청을 찾아가야 한다. 현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변신 중이다.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옛 도청 아래 납작 엎드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주변에 독특한 모양새의 조형물들도 설치됐다. 이른바 ‘어번 폴리’(Urban Folly)로, 세계 여러 작가가 다양한 의미를 담아 광주 곳곳에 조성한 설치미술 작품들이다. 옛 도청에서 광주천을 향해 두 블록쯤 지나면 양림동이다. 광주에서 가장 먼저 개신교 선교사들이 발을 디딘 곳. 양림교회 뜨락의 오웬 기념각, 호랑가시나무 언덕의 우일선(Wilson) 선교사 사택, 연세대 창립자 언더우드 박사의 손자가 살았던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등 볼거리가 많다. 호랑가시나무 언덕 너머 수피아여중고 쪽에도 커티스 메모리얼 홀 등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남아 있다. 모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들이다. 무등산(1187m)은 광주의 아이콘이다. 2013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천연기념물 제465호인 서석대·입석대 등 주상절리대와 특유의 너덜지대 등 희귀한 지형·지질 덕에 지난해 국가지질공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광산구청 앞에는 ‘송정리 떡갈비 골목’이 형성돼 있다. 200여m 거리에 16개 떡갈비 식당이 늘어서 있다. 송정동 떡갈비는 소고기에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생긴 현상이다. 한정식집으로는 동명동의 황톳길(226-1550), 상무지구의 조선한정식(365-6822) 등이 이름났다. [화순] 30년 만에 허락된 화순적벽 데이트 화순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여행지는 이서면의 화순적벽이다. 동복호가 휘돌아 나가며 만든 기암절벽으로, ‘삼국지’ 적벽대전(赤壁大戰)의 현장인 중국 후베이성의 적벽에서 이름을 따왔다. 1980년대 초 상수원으로 지정돼 출입이 통제되다 지난 3월 30년 만에 개방됐다. ‘노루목적벽’이라고도 불린다. 화순적벽은 관람 예정일 최소 2주 전 오전 9시부터 인터넷(tour.hwasun.go.kr/cmd)에서 예약해야 한다. 수·토·일요일에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본다. 요금은 5000원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에 따라 21일까지 개방이 잠정 중단된다. 천불천탑이 있는 운주사는 반드시 둘러봐야 할 코스다. 주류 문화와 양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형태의 불상, 불탑들로 가득 찬 이단(異端)의 공간이다. 현재는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로 등록돼 있다. 1000개의 탑이 세워지고 와불이 일어서는 날 천지개벽이 온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화순엔 흑염소 요리로 알려진 집들이 몇 곳 된다. 현지에선 ‘양탕’이라 부른다. 지리산 아래 우리들목장(371-0492), 너와나목장(373-2202) 등이 알려졌다. 유난히 두부집도 많다. 색동두부집(375-5066), 달맞이흑두부(372-8465) 등이 알려졌다. 둥근지붕(371-3333)은 갈치조림과 꽃게장으로 이름났다. 명승지를 둘러본 뒤엔 화순온천·도곡온천에서 피로를 풀어도 좋겠다. [나주] 반남고분에 올라 나만의 역사 ‘찰칵’ 나주에선 반남고분군을 먼저 찾자. 자미산 아래 낮은 구릉에 고분 30여기가 늘어서 있다. 영산강 유역의 들판을 경작하던 마한 등의 고대 문화가 발 아래 잠겨 있는 흔적이다. 국내 문화재로는 드물게 고분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부드러운 능선의 고분 위에 올라서면 이른바 ‘사진발’이 잘 받는다. 고분군 바로 앞은 국립나주박물관이다. 유적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빼어난 건축미의 박물관이다. 박물관 뒤 오토캠핑장에서는 ‘뮤지엄 스테이’도 진행한다. 박물관 홈페이지(naju.museum.go.kr)에서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 밤엔 ‘달빛 역사 기행’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330-7837. 전남산림환경연구소 진입로 앞의 메타세쿼이아 숲길도 명소로 꼽힌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숲길에 견줘 짧지만 폭이 좁고 안온해 ‘사진발’을 잘 받는다. 영산포 홍어의 거리는 영산포 등대와 적산가옥(옛 일본식 건물)들이 즐비한 원정통이 인근에 있어 산책하며 둘러볼 만하다. 영산포 홍어(337-5000), 홍어1번지(332-7444) 등이 홍어 맛집으로 이름났다. 홍어로 시큰해진 입맛은 커피로 잡는다. 영산나루(332-2131)는 옛 동양척식회사 문서고와 한 울타리에 있는 찻집인데 고풍스런 분위기가 일품이다. 영산포 등대 바로 뒤에 있다. 나주곰탕은 시내 목사 내아 일대에 몰려 있다. 하얀집(333-4292), 노안집(333-2052), 남평식당(334-4682) 등이 유명하다. [담양] 정철 노닐던 식영정에 누워 시 한수 무등산이 북동쪽으로 흘러가 만나는 곳이 담양 지곡리 일대다. ‘자미탄’(백일홍 개울)이라 불리는 광주호에 인접한 지역으로, ‘호남 정자 문화의 보고’라 할 만큼 풍치 좋은 정자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중 소쇄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조선 중종 때 양산보가 자연에 숨어 살겠다며 꾸민 곳이다. 초록빛 대숲과 배롱나무들이 둘러친 계곡 안쪽에 광풍각이 있고, 그 뒤로 제월당이 내려다보고 있다. 송강 정철이 노닐던 식영정과 송강정도 빼어나다. 특히 소쇄원과 이웃한 식영정은 ‘그림자도 쉬어 가는 정자’라는 뜻의 이름만큼이나 운치가 넘친다. 봉산면 제월리의 면앙정은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선구자로 꼽히는 송순이 퇴계 이황 등과 학문을 논하고 후학들을 길러 내던 곳이다. 1533년(중종 28년) 건립됐다. 명옥헌 원림(鳴玉軒 苑林)은 한여름 배롱나무꽃 핀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관방제림도 ‘강추’할 만하다. 200여년 전 관방천을 따라 조성된 숲이 2㎞가량 운치 있게 이어졌다. 관방제림 끝자락의 영산강변에 국수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옛 담양장이 활기를 띠던 시절 장터를 찾은 이들에게 국수를 말아 주던 집들이 하나둘 늘면서 이제는 20여개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삼지내 마을 초입에는 국밥집이 몰려 있다. 창평시장국밥(383-4424)이 그중 유명하다. 대나무에 밥을 지은 대통밥은 읍내 박물관앞집(381-1990)이, 소고기 떡갈비는 덕인관(381-7881)이 각각 이름났다.
  • 세종 첨단산단, 과밀억제권역 이전 기업에 우선권

    수도권 과밀억제 지역에서 세종 행복도시로 이전하는 기업은 첨단산업단지에 우선 입주할 수 있게 된다. 건축물 디자인 수준 향상 등 행복도시 특화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11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세종시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세종도시첨단산업단지 토지는 종합지원(앵커) 역할이 가능한 선도 기업과 과밀억제권역에서 이전하는 기업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입주 기업 선정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입주 희망 기업의 사업계획을 심사·평가해 결정한다. 추진위는 기업 유치 촉진을 위해 유망 벤처기업(개척기업)과 대기업·중견기업 등을 대상으로 오는 9월 대규모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외국인 투자유치 과제 상품화 지원사업’을 통해 외국 기업 및 대학 등을 유치하기 위한 설명회도 열기로 했다. 세종 도시첨단산단에는 75만㎡로 벤처파크, 리서치파크, 산·학·연 협력센터(지식산업센터 등), 공동 대학 캠퍼스타운 등도 들어선다. 위원회는 세종시를 세계적인 명품 도시로 만들기 위한 특화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나성동(2-4생활권) 중심상업지구에 도시 상징광장을 만들고 어반아트리움(도시문화 상업가로)도 조성하기로 했다. 도시 상징광장은 올해 6∼8월 상징광장 디자인 마련과 상징광장 내 상징조형물 및 분수 디자인 현상 공모 등을 거쳐 2018년 상반기 개장한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新국토기행] 충북 충주시

    [新국토기행] 충북 충주시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충북 충주는 찬란한 역사와 현대가 조화를 이룬 고장이다. 충주고구려비와 중앙탑 등 국보급 문화재가 즐비하고 수려한 산악과 온천 등 천혜의 관광자원 속에 첨단형 기업도시와 경제자유구역이 건설되고 있다. 2013년에는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내 수상스포츠도시의 모습을 갖췄고 최근에는 전국 최초로 당뇨바이오 특화도시 조성을 선포해 주목받고 있다. 조길형 시장은 “충주는 첨단산업과 의료관광, 힐링, 농업, 수상레포츠, 오랜 역사가 공존하는 곳”이라며 “인구 증가와 신성장동력 확보, 문화적 성장 등을 통해 충주를 중부내륙권의 핵심도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구는 21만 1000여명. 충북 11개 기초단체 가운데 청주 다음으로 많다. [볼거리] ●아토피에 효과 확인된 왕의 온천 ‘수안보온천’ 충주는 다양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고장이다. ‘왕의 온천’으로 불리는 수안보온천과 보글보글 탄산 기포가 터지는 앙성온천, 유황 냄새가 매캐한 문강온천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온천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용출온천인 수안보온천이다. 온천을 개발할 때 시추과정 없이 온천수가 땅을 뚫고 솟아났다는 얘기다. 충주시는 수질관리와 온천수 보호를 위해 온천수를 확보한 뒤 호텔이나 대중탕에 공급한다. 수안보온천은 지하 250m에서 솟아나는 수온 53도, pH 8.3의 약알칼리성 온천수에 칼슘, 나트륨, 불소, 마그네슘 등 인체에 좋은 광물질이 풍부하다. 피부병은 물론 신경통, 류머티즘, 위장병, 부인병 등에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안보온천에 대한 기록은 여러 고서에 나온다. 조선 후기 현종 때 학자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연풍현 수안보 땅에 온수가 있는데 수질이 좋아 병자들이 많이 몰린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조 이성계가 피부병을 치료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김대수 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수안보온천은 국내 온천 가운데 수질이 가장 탁월하고 수안보를 찾는 손님은 왕 대접을 받는다고 해 ‘왕의 온천’이라고 불린다”며 “건국대 의대의 연구를 통해 아토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옥순봉 등 비경 간직한 국내 최대 인공호수 ‘충주호’ 충주호는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생겨난 국내 최대 인공호수다. 주변에 월악산국립공원, 금수산, 옥순봉, 구담봉 등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사시사철 변하는 아름다운 풍경과 푸른 물이 조화를 이루며 충주호는 충주는 물론 제천과 단양 일대까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여러 지역에 걸쳐 있다 보니 제천에서는 충주호를 청풍호라고 부른다. 드라이브는 충주호의 시원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물문화회관에서 차를 달리면 충주나루 앞을 지나 화암마을, 포탄리, 서운리를 거친다. 데이트 코스로도 제격이다. 충주나루와 월악나루에서 유람선을 타면 한 시간 남짓에 돌아볼 수 있다. 비수기 평일은 10명 이상이 돼야 출항하니 전화로 문의해야 한다. 비용은 1만 2000원. ●유일한 고구려의 흔적 ‘고구려비’·신라 설화 깃든 ‘중앙탑’ 충주에서 고구려를 만나볼 수 있다. 중앙탑면 용전리에 있는 충주 고구려비는 고구려의 한강 이남 진출을 입증하는 유물로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고구려 비석이다. 국보 205호. 중국에 있는 광개토대왕릉비와 비슷하나 크기가 작다. 높이 1.45m, 상면 폭이 55㎝, 하면 폭이 49㎝다. 앞면과 좌측면에서만 글자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완전한 해독은 불가능하다. 삼국관계를 밝히는 중요한 자료로 장수왕의 영토확장 공을 기리기 위해 5세기쯤인 문자왕 때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고구려비전시관에는 고구려의 주력부대인 개마무사 조형물이 있다. 개마무사는 갑옷 입힌 말을 탄 무사와 기병대를 말한다. 화살과 창에도 끄떡없는 개마무사는 승전의 수호신이었다. 이선철 시 학예사는 “고구려 역사를 알리기 위해 고구려비 주변에 역사공원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탑면 탑평리에는 7층 석탑(국보 6호)이 있는데 주민들은 이 탑을 ‘중앙탑’이라고 부른다. 2단 기단에 7층 탑신을 올렸다. 높이는 12.86m다. 남은 신라 석탑 가운데 가장 높다. 신라 원성왕(785~798) 때 세워진 것으로 추측된다. 재밌는 설화가 전해온다. 원성왕이 국토의 중앙을 알아보기 위해 남북 끝 지점에서 보폭이 같고 잘 걷는 사람을 한날한시에 출발시켰더니 탑평리 7층 석탑이 있는 자리에서 만났다. 이에 그 자리에 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중앙탑 인근에는 충주박물관과 술박물관이 있다. ●흙길·농로·오솔길 이어 만든 ‘비내길’ 비내길은 남한강 하류인 앙성면과 소태면 사이를 흐르는 한강변을 따라 난 길이다. 어린 시절 놀던 흙길과 농로, 오솔길 등을 이어 만들었다. 그래서 자연과 가장 가깝게 꾸며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길에서 쌓인 피로를 온천에서 풀 수 있다는 것도 비내길의 장점이다. 비내길은 2개 코스다. 1코스는 앙성온천광장을 출발해 철새전망대, 조터골마을을 거쳐 다시 앙성온천광장으로 돌아온다. 7.5㎞로 두 시간가량 걸린다. 2코스는 앙성온천광장~조터골마을~비내마을~앙성온천광장으로 14㎞다. 철새전망대부터 조대나루터 구간이 최고의 풍경으로 꼽힌다. 잔잔한 물결 너머 소태면의 작은 마을들이 나지막한 산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들어앉았다. 비내길을 걷다 보면 갈대가 무성한 비내섬도 만날 수 있다. 99만 2000㎡ 면적에 갈대만 있다. 갈대 사이로 난 작은 길과 강을 배경으로 선 버드나무가 전부다. 비내는 갈대와 나무가 무성해 비어(베어)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한 장마가 지는 바람에 내가 변했다고 해서 비내라고 불린다고도 한다. 요즘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수상레포츠 체험의 장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 충주댐 건설 후 하류 쪽에 충주조정지댐을 만들면서 생긴 호수가 탄금호다. 충주시는 탄금호에 국제조정경기장을 만들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2013년에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며 수상스포츠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충주조정체험학교를 운영, 일반인들도 선수처럼 물길을 내달리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장애인조정체험학교도 유치, 오는 10월까지 운영한다. 보트하우스 객실이나 캠핑장 등 충주시 일원에서 1박 2일, 2박 3일간 머물면서 지역 축제와 관광, 카누·카약·핸드바이크 등 수상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해마다 8월에는 전국 유일의 호수 관련 축제인 충주호수축제가 열린다. [먹거리] ●성인병 예방에 좋은 고단백질 식품 ‘꿩요리’ 수안보에 가면 충주의 별미로 자리잡은 꿩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수안보온천 일대에는 50여곳의 식당이 ‘꿩 요리촌’을 형성했다. 꿩 코스요리는 식당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꿩 생채, 꿩 사과초밥, 꿩 산나물전, 꿩 꼬치, 꿩 만두, 꿩 불고기, 꿩 수제비, 꿩 회 등 7~8가지가 나온다. 이 가운데 메인은 꿩 회다.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신선한 붉은빛 육질에 윤기가 흐르고 깔끔한 뒷맛이 인상적이다. 꿩 사과초밥은 충주 특산물인 사과 한 조각에 초밥과 꿩 회를 얹어 먹는 것으로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별미다. 꿩 코스요리 가격은 두세 명이 즐길 수 있는 한 마리가 6만~8만원이다. 수안보에서 꿩 요리가 발달한 것은 1970년대 들어 중원군(충주의 옛 명칭)이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꿩 사육을 장려한 게 계기가 됐다. 야산에서 사육하던 꿩을 산자락에서 사육하면서 1980년대 초 꿩 요리 식당이 처음 생겨났고, 관광객들이 입소문을 내며 식당이 붐비자 꿩 식당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꿩 요리는 오메가3 지방산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 좋다. 또한 간을 보호하고 눈을 맑게 해 특히 노약자에게 좋다. 명의별곡 등 고문헌에 꿩의 영양가와 효능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꿩 요리 식당을 운영 중인 이정식씨는 “꿩 요리촌이 형성된 곳은 전국에서 수안보가 유일할 것”이라며 “꿩고기는 닭고기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고단백 식품”이라고 말했다. ●‘일품’ 충주 사과로 만든 와인·국수·막걸리 충주는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아 전국 제일의 사과 고장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충주 사과는 다른 지역 사과와 비교했을 때 맛과 향이 으뜸이고 빛깔이 곱다. 과육이 단단해서 저장성도 좋다. 역사도 깊다. 1910년대 대구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과 재배를 시작했다. 현재 충주 지역 사과재배 면적은 1950㏊로 전국에서 5위를 차지한다. 충북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45%가 충주에서 나온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충주시 동량면 대전리에 사과과학관도 건립해 타 지역의 과수 관련 단체가 많이 찾아오고 있다. 진정대 충주농업기술센터 시험연구팀장은 “기후가 사과 재배에 최적인 산간지대에 대부분의 과수재배단지가 있는 것도 충주사과의 장점”이라며 “엄격한 품질관리와 선별이 가능한 산지유통센터도 갖추고 있다”고 자랑했다. 충주는 사과의 고장답게 사과와인, 사과국수 등 사과를 응용한 식품 80여점을 개발했다. 사과와인은 4개월 이상 발효시킨 뒤 여과해 깨끗하고 은은한 사과향을 맛볼 수 있다. 막걸리의 텁텁함과 특유의 냄새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맑고 상큼한 사과막걸리도 개발됐다. 영양가도 높다. 사과국수는 보통 국수와 달리 장시간 숙성시켜 면발이 매끄럽다. 잔치국수, 열무김치소면, 쟁반국수, 비빔면 등으로 맛볼 수 있다. 사과순대는 담백하며 사과향이 더해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웰빙식품이다. 순대전골, 국밥, 볶음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충주에는 시내 관문에 1997년 조성된 5.8㎞의 사과나무 가로수도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사과는 지역 복지시설에 전달된다. ●쫀득한 송어에 새콤달콤 양념장 얹은 ‘야채비빔회’ 충주호로 인해 자연스레 민물고기 요리가 발달했다. 동량면과 충주댐으로 가는 강변에 민물고기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20여년 전 동량면에서 시작된 야채비빔회는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송어요리가 됐다. 야채비빔회는 콩가루와 마늘기름장, 겨자에다 쫀득한 송어, 싱싱한 채소, 새콤달콤한 양념고추장으로 만든다.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착착 붙는다. 메기찜도 즐겨볼 만하다. 무와 감자, 깻잎, 대파 등에 싱싱한 메기를 올리고 황기, 엄나무, 뽕나무, 인삼 등을 푹 끓여 만든 국물을 붓고 밤, 대추, 은행, 검정콩을 듬뿍 넣으면 비린내 없이 구수한 메기찜이 완성된다.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해외여행 | 남아프리카를 달리는 럭셔리 열차②로보스 레일 Rovos Rail

    해외여행 | 남아프리카를 달리는 럭셔리 열차②로보스 레일 Rovos Rail

    ●로보스 레일Rovos Rail 럭셔리 기차 여행의 황금시대 열두 칸 기차에 승객은 스물여덟 명뿐 블루 트레인에 이어 이번에는 2박 3일간 로보스 열차를 타고 프리토리아에서 남아프리카의 서부, 인도양에 접한 도시 더반으로 달린다. 더반에 살면서 정치에 무관심했던 변호사 간디가 요하네스버그로 가기 위해 일등석 기차에 탔다가 단지 유색인이란 이유로 쫓겨나면서 정치적 각성을 했다는 일화를 가진 바로 그 구간이다. 내가 탄 로보스 열차의 객차 수는 열두 개인데 승객은 전부 스물여덟 명이다. 지난번에 탄 블루 트레인의 승객이 전부 70명이란 말에 깜짝 놀랐는데 로보스 승객 수는 훨씬 더 적은 셈이다. 열차의 호사스러움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수는 적지만 국적은 다양하다. 남아프리카, 독일, 스위스, 벨기에, 캐나다, 미국 그리고 한국까지 7개국 사람이 모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사실 나는 처음 내가 원한 날짜에 로보스를 예약할 수 없었다. 그때는 예약이 꽉 찼다는 말을 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기차의 그 많은 좌석 중에 내 자리 하나가 없다는 게 의아했다. 그런데 오늘 승객 수를 보니 그 상황이 이해된다. 무엇보다 내가 착각한 건 승객들이 좌석이 아닌 ‘캐빈’에 머무른다는 사실이다. 프리토리아역에서 출발하는 블루 트레인과 다르게 로보스는 약 24만 평방미터(7만3,000평 정도) 규모의 로보스 기차역을 따로 운영한다. 덕분에 무심코 프리토리아 기차역으로 간 나는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4km 정도 떨어진 캐피털 파크의 로보스 기차역으로 가는 소동을 치렀다. 서둘러 찾아간 로보스역사 라운지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승객이건 직원이건 너무 한가로워 보여 늦을까 허둥지둥 대던 모습이 머쓱했다. 로보스는 안전하고 편안한 자기만의 기차역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곳에 로보스 박물관도 있다. 승객들은 열차에 오르기 전 라운지에서 샴페인 리셉션을 즐기고, 아프리카에 관한 사진집을 들쳐보고, 박물관을 둘러본다. 라운지를 둘러보다 보니 키가 훤칠한 중년 남자가 눈에 띈다. “저 분이 로보스 레일의 창립자 ‘로한 보스’씨입니다. 오늘 손님들에게 인사말을 하기 위해 오셨어요.” 나와 눈이 마주친 로보스 직원이 친절히 설명해 준다. 로한 보스는 기차가 출발하고 도착할 때 종종 기차역에 나와 손님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이런 오너가 또 있을까? excursion 특별했던 로보스 사파리 기차 여행 중에 사파리를 간다는 점은 블루 트레인과 다른 로보스의 특징이다. 프리토리아-더반 구간에서는 둘째 날 이른 아침과 오후에 걸쳐 두 번 사파리를 간다. 스피온콥 리저브Spionkop Reserve와 나미티 게임 리저브Namiti Game Reserve를 둘러본 로보스의 사파리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전부 6시간 넘게 진행된다. 이날 나는 운이 좋았다. 스피온콥 리저브에서는 4,500만 평방미터(1,350만평) 넓이의 리저브 안에 단 한 마리밖에 없다는 치타를 보았고 8,000m2(2,450만평) 넓이의 나미티에서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코뿔소를 보았다. 사파리 외에도 로보스의 익스커션은 더 있다. 첫째 날에는, 라이온스 리버역에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아드모어 세라믹 갤러리Ardmore Ceramic Gallery와 1962년 8월5일 넬슨 만델라가 체포된 장소 인근에 세운 기념관Nelson Mandela Capture Site을 방문했다. 세라믹 갤러리에선 줄루족의 민속, 동물과 자연 환경이 투영된 작품들을 보았고, 넬슨 만델라 기념관에서는 6m에서 9.5m에 달하는 철제빔 50개로 만든 만델라의 얼굴과 만났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만델라 조형물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만델라의 얼굴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흔히 기념관이 있는 곳을 만델라가 체포된 곳으로 여기기 쉬운데 만델라가 운전수로 위장했다가 경찰에 의해 체포된 장소는 조형물 부근 도로다. 빈티지 열차에 담은 아프리카 대모험의 로망 2014년 로보스 레일은 25주년을 맞았다. 로보스의 애칭이자 슬로건은 ‘더 프라이드 오브 아프리카The Pride of Africa’다. 로보스의 자부심이 이 한마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보스는 지금보다 심플하지만 더 우아했던 과거를 그린다. 로보스 역시 블루 트레인과 마찬가지로 비싸다. 하지만 로보스에서 제공하는 와인은 남아프리카에서 최고로 꼽히는 와인들이다. 5성급 호텔 음식과 와인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 요금은 비싼 게 아닌지도 모른다. 로보스를 타고 달리는 2박 3일은 온갖 와인을 시음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승객들은 정장을 하고 한 시간, 또는 두 시간에 걸쳐 디너를 즐긴다. 하지만 나는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다. 사실 나는 처음 메뉴판을 받아 보고 당황했다. 메뉴를 읽을 수가 없었다. 낯선 단어가 너무 많다. 이를테면 둘째 날 저녁 애피타이저 메뉴는 이렇다. “Seared loin of springbok with a port and black cherry demi-glace set on stir-fried vegetable and a creamy parmesan and sage polenta.” “센 불에 재빨리 구어낸 후 포르투갈 산 와인과 블랙 체리 데미 글라스 소스를 뿌린 남아프리카산 영양의 허릿살에 볶은 야채, 그리고 크리미한 파마산 치즈와 세이지라는 허브를 섞어 만든 폴렌타(옥수수 가루로 만든 음식)를 곁들임.” 이번엔 메인 메뉴다. “A special duo of Rovos cheeses locally made from goats milk and infused with peppadew and biltong, served with fresh grapes, pears, apples, figs and melba toast.” “산양 우유로 만든 특별한 로보스 치즈 두 조각에 스위트 페퍼와 육포를 가미하고, 신선한 포도, 배, 사과, 무화과와 바삭하게 구운 얇은 토스트를 곁들임.” 호화열차 다이닝 카에서 공부하듯 사전을 찾았고, 맛을 최대한 천천히 음미했다. 하나하나 알아 가는 과정은 번거롭지 않았다. 오히려 다이닝의 즐거움은 배가됐다. 사실, 내가 위의 메뉴를 제대로 이해한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승차권 요금에 모든 식사, 음료, 좋은 와인과 주류, 기차에서 내려 즐기는 익스커션, 룸서비스, 세탁 서비스를 포함시킨다는 건 우리가 제일 먼저 내린 결정이에요. 이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로보스의 어느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 일단 로보스에 승차만 한다면 남은 일은 모든 서비스를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즐기는 일뿐이다. 이런 서비스는 블루 트레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보스에도 블루 트레인과 마찬가지로 드레스 코드가 있다. “낮에는 캐주얼 스마트, 하지만 디너 때는 ‘아프리카의 프라이드’에 걸맞게 슈트와 타이를 하는 게 예의입니다.” 블루 트레인 때와 다르게 어느 새 슈트를 입고, 보타이를 하고 식사를 하는 게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여행은 이렇듯 인생학교가 될 수 있다. 여행 중 시도하는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유익하다. 1박 2일 상품만 운영하는 블루 트레인과 다르게 로보스는 9일짜리 헌팅 사파리와 나미비아 사파리, 골프 사파리 등 2박 3일에서 14박 15일까지 8가지 다양한 여정을 선보인다. 프리토리아-케이프타운 구간도 1박 2일의 블루 트레인과 다르게 로보스는 2박3일 여정이다. 기간이 가장 긴 상품은 케냐를 지나 탄자니아 다르에 살람Dar es Salaam까지 가는 15일짜리 여정이다. 로보스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아프리카 대모험의 로망을 우아한 빈티지 열차에 담았다. 전혀 다른 삶을 엿보는 사교장 로보스에서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위트별 승객 명단을 모두에게 나눠준 점이다.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는 건 승객간 사교의 출발점인데 로보스는 승객 명단을 제공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셈이다. 로보스 역시 워낙 고가의 열차이기에 블루 트레인처럼 중년, 노년의 승객이 많다. 60대 초반의 마르셀은 스위스 루체른에서 왔다. 아니, 케이프타운에서 왔다고도 할 수 있다. 집이 루체른과 케이프타운 두 곳에 있어 스위스가 여름일 때는 루체른에서, 겨울일 때는 케이프타운에서 지내는 식인데 요즘은 케이프타운에서 지내기 때문이다. 스위스 은행에서 일했던 그는 마흔아홉살 때 은퇴했다고 했다. ‘쉰아홉이 아니고요?’ 그에게 되물었다. “은행에 다니면서 돈은 많지만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나는 일만 하다가 돈 쓸 시간도 없이 죽고 싶진 않아요. 인생을 즐기며 살 거라고 진작 결심했죠. 내가 아주 일찍 은퇴한 이유에요.” 아내 카타리나와 함께 여행 중인 마르셀은 로보스에 ‘여덟 번째’ 타는 거라고 했다. 그는 기차 여행을 즐기는데 내가 알고 있는 세계의 호화열차는 거의 다 타 본 듯하다. 마르셀의 노년은 세상 사람 모두가 꿈꾸는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마르셀과 얘기를 마치고, 전망차로 갔다. 로보스의 마지막 칸은 오픈 데크open deck의 전망차다. 말 그대로 바람과 공기를 차단하는 유리창이 없는 탁 트인 전망대다. 바람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내 개인적 취향으로 블루 트레인과 로보스를 비교할 때 로보스의 장점은 캐빈의 냉난방을 전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27일 오전 11시 로보스 열차에 올라 이틀 밤을 기차에서 보내고, 드라켄즈버그 산을 넘어, 29일 아침 해발 1,903m의 하이델베르크를 지나 오후 4시30분 더반역에 도착했다. 더반, 인도양이 저 앞이다. 69819번. 로보스 레일에서 준 ‘럭셔리 기차 여행의 황금시대’란 제목의 탑승 증명서의 내 이름 옆에 쓰인 일련번호다. 고상한 느림을 추구하다 로보스에는 풀맨 스위트Pullman Suites, 딜럭스 스위트Deluxe Suites, 로열 스위트Royal Suites 등 세 가지 스위트가 있다. 내 방은 딜럭스 스위트. 세 가지 캐빈 중 중간 등급이다. 그런데도 요금은 장장 R2만2,900(2인 기준, 1인 요금). 하지만 나처럼 혼자 스위트를 쓰면 요금의 50%가 추가되어 USD3,000 정도다. 각 슬리퍼 캐리지의 길이는 22m, 무게는 11톤으로 ‘경쟁자’보다 25% 무겁다. 수납공간은 아주 넓다. 골프 클럽 세트와 다섯 개의 큰 슈트케이스를 넣을 수 있을 정도다. 수납장도 욕실도 경쟁자보다 25% 넓다. 로열 스위트에는 욕조도 있다. 블루 트레인에서 가능했던 와이파이가 로보스에선 불가하다. 라디오도 TV도 로보스에선 찾아볼 수 없다. 로보스는 승객들에게 “핸드폰, 노트북 등은 라운지나 다이닝 카 같은 퍼블릭 에어리어가 아닌 자기 캐빈 안에서 사용해 달라”고 요청한다. 로보스는 식사를 하거나 잠을 잘 때 간혹 기차가 멈춘다. 로보스의 최고 속도는 겨우 60km, 하지만 속도를 못내는 게 아니다.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다. 블루 트레인과 로보스의 성향은 이렇게 다르다. 로보스는 1989년 최초로 운항을 시작해 10년 후인 1999년에는 프리토리아의 캐피털 파크에 본사 역사를 지었고, 2002년에는 ‘에어 사파리’란 이름으로 기차여행에 항공기를 추가했으며, 2011년에는 캐피털 파크에 로보스 레일 박물관을 완공하기까지 26년이 넘는 세월의 부침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로보스 레일 서울총대리점 02-3455-8034 www.rovos.kr 에필로그epilogue 블루 트레인과 로보스 레일. 두 호화열차 안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단순한 기차 여행이 아니다. 특급호텔 수준의 객실과 요리, 개별화된 버틀러 서비스와 숨 막히는 바깥 풍경을 보여 주는 호화열차 여행이었다. 지도는 필요 없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인데 캐빈의 통창이 남아프리카 대륙의 새로운 세상을 끊임없이 보여 주었다. 한가롭게 달리는 기차에서 바람을 맞고, 코치 침대에 기대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화려한 식사를 즐기고, 라운지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을 엿봤다. 새하얀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인 세 개의 나이프와 세 개의 포크, 슈트를 입고 보타이를 하고 즐기던 다이닝은 가장 선명히 각인된 시간이다. 혼자라서 좀 심심했지만 혼자라서 편안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평온했던 시간, 그 시간이 좀 더 지속되기를 바랐다. 블루 트레인과 로보스 레일에서 많이 누렸고 많이 배웠다. 기차에서 내리고 시간이 흘러도 아프리카 어딘가를 달리고 있던 그 순간의 기억은 바랠 것 같지 않다. 얼마나 달렸을까. 석양마저 지고 밤이 왔다. 어느새 별들이 하나둘 제 빛을 드러낸다. 전망차로 나가 바람을 맞으며 별들을 우러러본다.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이 순간의 환희와 충만감은 생의 고비마다 다시 나를 위로할 것이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남아프리카항공 www.flysaa.com, 로보스 레일 www.rovos.com, 블루 트레인 www.bluetrain.co.za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저 너른 바다에 온몸을 맡긴다

    저 너른 바다에 온몸을 맡긴다

    경북 울진 하면 흔히 대게와 송이버섯의 산지로 꼽힌다. 가을부터 늦은 봄까지 나라 안 식도락 기행의 정수를 이루는 식재료니 그럴 법도 하다. 한데 울진에 어디 대게와 송이뿐이랴. 바다에 접한 도시답게 여러 해양 레포츠 체험시설도 잘 갖춰놨다. 바다를 위, 아래에서 두루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특별히 준비해야 할 장비는 없고, 그저 몸만 가면 된다. 명성은 익히 들었다. 벌써 몇 해 전 겨울부터다. 현지인들은 초보자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엔 한 귀로 흘려 들었다. 초보자가, 그것도 한겨울에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한데 경험해 보니 알겠다. 바닷속 풍경은 외려 겨울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울진 남쪽의 해양스포츠센터를 찾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킨-스쿠버 다이빙 전문교육시설이다. 풍경 예쁜 오산항 인근. 눈요기만으로도 배가 부른 듯하다. 앞서 교육을 받고 있는 119 구조대원들을 보니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시설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울진해양스포츠센터는 2011년 문을 열었다. 수심 5m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다이빙 전용 풀장과 교육 중 발생할 수 있는 잠수병을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챔버 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체험 다이빙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초보자도 기초 이론 등을 배운 뒤 잠수풀에서 체험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개방수역 체험 다이빙은 강사 인솔 아래 5~10m 수심의 바다 수중세계를 탐험한다. 숫자는 책임강사 1명에 체험 다이빙 교육생 4명으로 제한한다. 수중 시야가 5m 이상 확보되지 않거나 파도가 높으면 책임강사 판단에 따라 개방수역 체험다이빙을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거대한 잠수풀에 담긴 물을 보니 더럭 겁부터 났다. 세계 3대 잠수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큰 규모란다. 물 위에서 스노클링 몇 차례 즐긴 게 고작인 초보자가 산소통 매고 저 거대한 수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된다. 다만 스쿠버 다이빙에 앞서 기본 이론 정도는 달달 외워야 한다. 아울러 안전이나 장비 사용과 관련된 대목은 사소한 것이라도 강사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 교육에 앞서 잠수복으로 갈아입었다. 3㎜ 두께의 웨트슈트(Wet suit)다. 방수 형태의 드라이슈트(Dry suit)와 달리 슈트 사이로 들어온 물을 체온으로 덥혀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웨트슈트의 원리다. 얼굴엔 물안경(마스크)을 썼다. 보통의 물안경과 달리 코까지 덥는 게 특이하다. 물속에선 입으로 호흡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리엔 4㎏짜리 웨이트(Weight) 벨트를 맸다. 윗몸에 걸친 부력조절재킷(BCD·Buoyancy Control Device)의 주머니에도 4㎏짜리 웨이트를 넣었다. 총 8㎏의 웨이트를 몸에 두른 셈이다. 이는 가라앉기 위해 몸에 무게를 더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위급 상황 시 웨이트 벨트만 풀어도 몸이 저절로 물 위에 뜬다는 얘기다. 이어 핀(오리발)을 신고 산소통이 달린 BCD를 맸다. BCD 내부는 공기가 들고 날 수 있는 구조다. 상승할 때는 공기를 넣고 하강할 때는 빼는 식이다. 이어 입으로 호흡기를 물었다. 호흡기는 주 호흡기 외에 하나가 더 달려 있다. 주 호흡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쓰는 보조 호흡기다. 이제 잠수 준비 완료다. 강사 손에 이끌려 잠수 시작. 2m 쯤 내려갔을까. 귀에 통증이 느껴졌다. 수압 때문이다. 이때 반드시 ‘이퀄라이징’(압력평형)을 해야 한다. 손으로 코를 꽉 막은 채 코를 풀듯 힘을 줘 귓속을 누르는 압력을 뚫어 내는 것이다. 귀에 압력이 느껴질 때마다 이퀄라이징을 해주면 편안한 상태가 된다. 사실 ‘마린 보이’가 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기본 요건 가운데 하나가 이퀄라이징이다. 이퀄라이징만 잘 되면, 그 순간부터 바다는 자신의 놀이터가 된다. ‘마린 보이’의 필수 요건 하나 더. ‘침착’이다. 이퀄라이징이 잘 안 되거나 불안감이 느껴지면 곧바로 잠수풀 위로 오르면 된다. 굳이 서둘러 수면 아래로 내려갈 필요는 없다. 이런 적응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잠수할 수 있게 된다. 잠수풀에서 기본기를 다진 뒤 울진 바다 체험에 나섰다. 몇 차례 이퀄라이징을 하고 나니 어느새 목표 수심층이다. 한데 시계가 불량했다. 삭기 시작한 수초와 바다 생물 몇 개 본 것이 전부다. 교육생들을 태우고 간 선장의 설명은 이랬다. 바닷속은 바깥 세계에 견줘 한 계절이 늦다. 밖이 초여름이면 바다는 늦겨울이다. 그러니 지금의 바다 밑 풍경이 황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맘때 20여일 정도는 물색이 매우 탁하다고 한다. 가장 최악의 계절에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한 셈이다. 그렇다고 아쉬울 건 없다.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거북초와 왕돌초를 ‘버킷 리스트’로 남겨뒀으니 말이다. 요트, 윈드서핑 등 해양 레저스포츠에 관한 한 울진 바다는 세계 최상급의 장소라는 평을 곧잘 듣는다. 해마다 국제 규모의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가 열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요트대회 개최 장소는 일반인들이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후포항의 울진요트학교에서 6~9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영복과 아쿠아슈즈, 세면도구, 여벌 옷 등은 각자 준비해 가야 한다. 윈드서핑도 즐길 수 있다. 3시간 강습을 받으면 기본적인 세일링이 가능하다. 가족 단위로 바다낚시를 즐길 만한 공원도 만들어 뒀다. 울진 북쪽의 나곡리엔 바다낚시공원이 있다. 350m 길이의 해안데크가 바다까지 이어져 있다. 해안 옆으로 조성된 목재 데크를 따라가면 기암절벽 아래로 바다낚시터가 조성돼 있다. 물고기 대신 해안절벽의 절경만 건져도 ‘남는 장사’지 싶다. 남쪽의 평해읍 거일리에도 ‘울진 바다목장 해상낚시공원’이 조성돼 있다. 낚시 잔교와 해상산책로 등 총연장 470m로 나곡리보다 다소 길다. 낚시공원이 들어선 거일리는 울진대게 원조마을로 알려져 있다. 이를 기념하는 조형물들이 바닷가 쪽에 세워져 있다. 글 사진 울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를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가는 게 알기 쉽다. 구불구불한 국도 여행을 즐기겠다면 중앙고속도로 영주나 풍기 나들목으로 나와 36번 국도로 갈아타면 된다. 울진해양스포츠센터와 요트학교 모두 울진 남쪽에 있다. 어느 도로를 이용하든 울진읍내를 지나 영덕 경계까지 내려가야 한다. 해양스포츠센터 잠수풀은 오전 9시부터 낮 12시 30분,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성수기에는 오후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 체험 다이빙은 잠수풀 이용 시 6만원(공기탱크, 장비, 강습비 포함), 잠수풀과 바다 다이빙을 동시에 할 경우 12만원이다. 강사 면허 과정은 별도의 비용이 책정된다. 781-5115. 울진요트학교는 후포항 아래 있다. 크루저 요트 1일 항내체험 2만원, 연안 세일링 3만원이다. 윈드서핑은 1일 체험 5만원, 4일 정규반은 18만원이다. 788-4771, www.uljinyacht.com →맛집:붉은대게(홍게)는 6월까지 맛볼 수 있다. 7~8월 금어기를 거친 뒤 9월부터 다시 어로작업이 개시된다. 후포항의 왕돌회수산(788-4959)은 홍게 정식을 잘 한다. ‘우럭지리탕’(맑은탕)도 별미다. 울진읍내 칼국수식당(782-2323)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와 회무침으로 이름난 집이다. 점심 무렵엔 자리 잡기 어렵고 재료가 떨어지는 오후 2~4시엔 영업을 하지 않는다. 망양정횟집(783-0430)의 해물칼국수도 별미다. 칼국수의 양이 적게 느껴질 정도로 가리비 등의 해산물을 듬뿍 넣는다. →잘 곳:울진해양스포츠센터에서 숙박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50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단체실을 비롯해 오션뷰와 마운틴뷰로 나뉜 8인실, 18명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이층침대 등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스킨 스쿠버 동호인들뿐 아니라 가족 단위, 혹은 단체의 해양캠프로 맞춤이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787-7001)도 묵어 가기 좋은 곳이다. 여름이면 평해읍내부터 백암온천 입구까지 8㎞에 걸쳐 백일홍 꽃길이 펼쳐진다. 후포항 쪽에선 지앤미(788-8885) 모텔이 깔끔한 편이다.
  • 돌아가는 삼각지? 돌아오는 삼각지!

    돌아가는 삼각지? 돌아오는 삼각지!

    “가수 배호의 히트곡 ‘돌아가는 삼각지’가 나올 정도로 번화했는데……. 하지만 조만간 돌아오는 삼각지가 될 겁니다.” 1일 용산구 삼각지 화랑에서 만난 김수영(67) 화가는 “화가만 250여명이 넘고 60여개의 화랑이 있던 자리에 이제 40여개의 화랑과 100명이 채 안 되는 화가만 남았다”면서도 “하지만 수출그림을 그리던 곳에서 미술대전 등 각종 공모전에 당선되는 이들이 많아지는 등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삼각지의 화랑거리는 1950년대 미군에게 고향의 인디언, 서부 황야, 초상화 등을 팔던 2개의 가게에서 시작됐다. 60년대 미국에 수출그림을 팔면서 번화했고, 한때 지방 화랑들이 그림을 사러 트럭을 대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그림이 수출을 대체하고, 경기 불황에 내수 판매도 줄었다. 그러나 이 위기는 화가들이 순수미술 쪽으로 고개를 돌려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도 됐다. 김 화가는 “이곳 화가들은 명화를 베끼며 실전으로 실력을 쌓은 사람들”이라면서 “일각에서는 명문대 학벌이 없다며 눈을 흘기기도 하지만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배출할 정도로 훌륭한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곳 화가들의 바람은 세간의 인정을 받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김 화가는 “의식주가 충족돼야 그림을 산다는 점에서 경제발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캐노피를 만들어 미술거리로 특화시키고 파리 몽마르트르처럼 가난한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텐트를 쳐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30년간 화랑을 운영한 박명복(66) 화가는 “인사동보다 저렴한 화랑 대관료 등을 감안할 때 거리가 활성화되면 많은 작품이 모일 것”이라면서 “화랑을 운영하는 화가들의 모임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는 용산공원이 조성되면 삼각지가 다시 부흥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규모 화랑이 많은 점을 고려해 삼각지 지하철역에서 녹사평역까지 문화특화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오는 13~14일 전쟁기념관 기념 조형물 앞 대로변에서 ‘삼각지 거리문화 축제’도 연다. 총 32개의 문화예술 부스가 운영되며 용산문화원, 용산미술협회, 숙명여자대학교, 배호기념사업회, 아프리카·아시아 난민교육 후원회, 용산서예협회 등 10개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한다. 아나바다 장터, 공예품 및 미술작품 전시, 페이스페인팅, 플리마켓, 트로트 가수 등의 공연을 연다. 또 1일부터 14일까지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 구간의 가로등에 미술작품 등이 새겨진 깃발을 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서울시 차이나타운 조성 계획 주민 반대로 잇단 좌초

    서울시 차이나타운 조성 계획 주민 반대로 잇단 좌초

    서울시가 조성하기로 한 차이나타운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잇따라 좌초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이나타운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영등포구 대림동에 조성키로 한 차이나타운을 보류하기로 했다. 당초 시는 대림동 일대에 중국풍 공연장과 문화원, 어학원 등을 유치하고 차이나타운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만들 계획이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계획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림동에 조성하려던 차이나타운이 무기한 보류되면서 아직 서울에는 제대로 된 차이나타운이 없다. 시는 2002년과 2007년에도 마포구 연남동 중국 음식점 거리를 따라 차이나타운을 조성하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 시가 구로구 가리봉동 뉴타운을 해제하면서 다문화 특화 거리로 만드는 것을 도심 재생 방안에 포함했지만 이 사업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찬반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을 기준으로 가리봉동 주민의 30%는 중국 동포다. 시 관계자는 “차이나타운의 경우 다른 문화권 거리에 비해 저항감이 큰 것 같다”면서 “특히 차이나타운으로 지정되면 안 그래도 많은 화교, 중국인들이 더 많이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차이나타운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중국 동포들이 몰려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싫어하고, 어떤 사람은 치안이나 교육 환경이 나빠진다고 말한다”면서 “최근에는 이들이 우리나라 사람을 동네에서 밀어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차이나타운 조성이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침체된 도심을 재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A건설사 관계자는 “도심 재생 과정에 있어 중요한 것은 침체된 상권을 살리는 일인데 대림동이나 가리봉동의 경우 차이나타운을 조성하면 중국인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지역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턱대고 반대만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도심 재생 과정에서 주민 의견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문화 거리 등의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공기관이 사업을 밀어붙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개발사 관계자도 “인천 등의 사례로 봤을 때 차이나타운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별로 없다”면서 “일부러 공공기관이 나서야 할 사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평면에 담은 70년 인생조각

    평면에 담은 70년 인생조각

    국내 유일의 여성 미술상을 운영하는 석주문화재단 윤영자(91) 이사장의 회고전과 올해 석주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송인헌 작가의 초대전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다음달 3일부터 열린다. 1924년생인 윤 이사장은 홍익대 미술학부 1회 입학생으로 조각에 입문, 대한민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70여년간 활동해 온 미술계의 원로다.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초대 학장으로 20년 가까이 후학 양성에도 힘썼던 그는 1992년 정년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과 사재를 털어 석주문화재단을 만들고 석주미술상을 제정해 회화, 입체, 공예, 평론 분야를 돌아가며 상을 수여하고 있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윤 이사장은 “과거에는 여성들이 고생도 많이 하고 무시당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불리한 조건에서도 꾸준히 열의를 갖고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여성 작가들을 독려하고자 상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어려워져서인지 조각작품을 찾는 사람도 적고, 재단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나이가 들어서 이제는 대형 작업을 할 수는 없지만 2년 전부터 재단 운영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작업에 열중했다”고 덧붙였다. 남산도서관 앞에 있는 다산 정약용선생 동상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과 상징 조형물을 남긴 그는 이번 회고전에선 자신이 구현한 작품들의 이미지를 가죽에 오일로 그린 평면 작품으로 선보인다. 윤 이사장은 전시를 알리는 팸플릿에 “첫 개인전 개막 때의 떨리던 마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그 설레던 마음으로 그동안 내게 창작의 고통과 기쁨,환희를 준 결과물들을 보여주고자 노구를 이끌고 작업대로 향한다”고 적었다. 윤 이사장의 회고전과 함께 올해로 제22회를 맞는 석주미술상 수상자인 서양화가 송인헌(60·목원대 겸임교수)의 전시도 같은 공간에서 열린다. 미술상 심사위원단은 송 작가의 선정에 대해 “뛰어난 색채감각으로 보기 드물게 색면추상의 세계를 훌륭히 보여준다. 안정된 화면구성과 스케일 있는 대작들에서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3일 선화랑에서 열리고 전시는 13일까지 이어진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울광장의 판다 1600마리 “석가탄신일에 도대체 왜?”

    서울광장의 판다 1600마리 “석가탄신일에 도대체 왜?”

    서울광장의 판다 서울광장의 판다 1600마리 “석가탄신일에 도대체 왜?” 석가탄신일인 25일 서울 강남역에 판다 1600마리가 깜짝 등장한다. 서울 강남구(구청장 신연희)와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25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남역 M스테이지에서 ‘1600 판다 월드 투어’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운영한다고 24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멸종 위기에 놓인 동·식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 공공미술 작가인 파울로 그랑종이 재활용 종이인 ‘파피에 마쉐’(papier mache)로 만든 판다 조형물 설치를 맡았다. 1600개 판다 조형물 설치는 전 세계에 야생 판다가 1600마리 남았음을 고려한 것이다. 이 작품은 2008년 8월 프랑스 파리에 처음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등 8개국에서 전시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니정’ 故 정세영 회장 10주기 추모조형물 제막

    ‘포니정’ 故 정세영 회장 10주기 추모조형물 제막

    ‘포니정’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21일로 타계 10주기를 맞았다. 정 명예회장의 아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부친의 10주기를 기념, 20일 경기도 양수리 선영에서 추모조형물을 세웠다. 제막식에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준 전 의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 범현대가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조형물은 직육면체 화강암석으로 제작됐으며 한쪽 면에는 정 명예회장의 상반신을, 반대쪽 면에는 포니 자동차를 조각했다. 조형물에는 ‘돌아보건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길, 그 길이 곧았다면 앞으로도 나는 곧은 길을 걸을 것이요, 그 길을 달리는 내 차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는 글귀가 담겼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제막식에서 “32년 자동차 외길을 걸어온 선친이 ‘내 차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포니와 함께하실 것”이라며 “참석한 모든 분들이 아버님의 꿈과 희망에 대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해외여행 | 산시 山西 고대 중국 불교문화의 중심을 보다

    해외여행 | 산시 山西 고대 중국 불교문화의 중심을 보다

    산시성山西省은 유서 깊은 고대 불교문화의 고장이며 송나라 이전의 목조건축물들을 전국의 70% 이상이나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덕분에 중국의 문화유산을 어느 정도 꿰뚫고 있다는 당신에게도 그곳은 꽤나 볼거리가 많은 땅이다. 석탄도시, 관광도시로 태어나다 산시성山西省은 베이징에서 버스로 6시간, 최근 개통된 고속열차高铁를 이용하면 3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중국 최대 지하자원인 석탄의 가공이 많은 곳이어서 그런지 숨을 들이쉴 때마다 미세한 석탄 냄새가 느껴졌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고대 불교문화를 보기 위해 산시성을 찾았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성도인 타이위엔太原으로 향하는 전세기가 늘어난 덕분에 다양한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2013년에는 산시성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따통大同의 도로도 말끔하게 정비했다. 그래서인지 대도시 못지않게 넓고 깨끗한 관광도시의 모습을 갖췄다. 타이위엔은 ‘아주 큰 평원’이라는 뜻으로 2,50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황허黄河의 가장 큰 지류인 펀허汾河가 이 도시의 중부를 지난다. 강의 이름을 딴 술 ‘펀주汾酒’는 중국 8대 명주로 꼽히는데 당나라 시인인 두보杜甫가 <청명淸明>이라는 시에서 펀주가 생산되는 행화촌을 이야기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됐다. 타이위엔에는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진사晉祠’는 중국의 고대 역사와 건축기술 그리고 정원예술이 한곳에 모여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현존하는 진나라의 사당 중 가장 오래된 사당이기도 하다. 타이위엔 사람들은 ‘타이위엔에 처음 온 사람이 진사를 돌아보지 않는 것은 베이징에서 자금성을 들르지 않고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종종 말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진사는 춘추시대 진나라를 세운 탕수위唐叔虞의 어머니이자 조우왕周武王의 아내인 이장邑姜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으로 진사의 중심에는 북송시대에 지어진 성모전聖母殿이 있다. 성모전은 진사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8개의 기둥에 8마리의 용이 조각돼 있는데 이 기둥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반룡 나무기둥이다. 기둥에 새겨진 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발가락이 네 개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온전한 용은 황제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기둥 안쪽에는 총 43개의 시녀상을 새겨 놓았는데 각각의 시녀상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시 이장을 보필하던 시녀들의 얼굴 표정부터 옷맵시까지 생생히 살아 있다. 중국 조각사史에서 유일하게 궁중의 인물들을 반영한 조각상이라고. 성모전을 지나면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는 난로천難老泉이 있다. 불로천不老泉이라고도 불리는 이 샘물은 과거에는 물이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는데 현재는 인공적으로 샘물을 유지하고 있다. 진사 안에는 수천년을 거뜬히 넘긴 측백나무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나무는 ‘와룡백臥龍柏’. 3,000년이나 된 측백나무로 나무 기둥이 남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진사 95위안(성수기), 75위안(비수기) 8:00~18:00(4~10월), 8:30~17:00(11~3월) www.chinajinci.com +86 351 6020014 미스테리를 품은 목탑 산시성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건축물로는 타이위엔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북쪽으로 3시간 30분을 달려가야 볼 수 있는 숴저우朔州의 응현목탑應縣木塔이 있다. 정식 명칭이 ‘불궁사 석가탑’인 응현목탑은 불궁사 내부에 있는 목탑으로 일반적으로 사원은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그 외의 부속 건물들을 갖추지만 불궁사는 불탑인 응현목탑이 중심에 자리해 독특하다. 응현목탑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목탑으로 숴저우 잉현應縣에서 태어난 두 황후가 세웠다. 11세기 초 숴저우 잉현의 곽씨가 북송의 인종 황후가 되었고, 같은 시기에 잉현의 소씨가 요나라 흥종의 황후가 되었다. 한 지역에서 두 국가의 황후가 나온다는 것은 드문 일인데다 유난히 고향생각이 각별했던 두 황후는 같은 마음을 담아 목탑을 만들게 됐다고. 응현목탑은 작은 쇠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나무로만 이어 만들었다. 두공과 기둥, 들보를 서로 끼우고 물린 이 건축물은 95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견고하다. 목탑의 높이는 67.31m, 정팔각형의 직경은 30.27m. 총 7,430여 톤의 목재가 탑 제작에 사용됐고 외부에서 보기에는 5층으로 지어졌지만 층과 층 사이에 숨어 있는 층이 있어 모두 9층이다. 동행한 가이드는 응현목탑의 3대 불가사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첫 번째는 지진에도 끄떡없는 견고함이다. 1305년 숴저우에 큰 지진이 발생해 5,800여 채의 건물이 무너지고 1,400여 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응현목탑은 전혀 피해가 없었다고. 7일 내내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불궁사의 다른 건물들은 다 무너졌지만 탑만은 멀쩡했다. 두 번째는 수많은 낙뢰를 이겨냈다는 것. 응현목탑은 긴 시간을 지내면서 무수히 많은 낙뢰를 맞았지만 목재 조형물임에도 불꽃 한 번 보이지 않았다니 이 역시 불가사의다. 마지막 불가사의는 벌레가 없다는 것이다. 응현목탑의 주 재료는 소나무인데 소나무의 특성상 더운 여름이 되면 벌레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탑은 예외다. 여름이 시작되면 찾아왔다가 가을이 끝나면 떠나는 제비가 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 역시 신비롭긴 마찬가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응현목탑 60위안 7:00~18:00 www.yxmt.net.cn 낭떠러지에 만들어진 252개의 석굴 따통大同은 산시성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관광자원도 가장 풍부하다. 과거 북위 왕조의 도읍과 요·금 왕조의 두 번째 수도로 군사 전략의 요충지이기도 했고, 고대 한족과 북방 소수민족이 빈번하게 다녀갔던 곳도 따통이다. 중국 성급 관광지부터 국가급 관광지까지 중요 문화재 보호대상을 60여 곳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유네스코에 등재된 관광지만 세 곳이나 된다. 운강석굴云岡石窟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5A급 관광지다. 석굴이란 절벽, 암벽 등에 굴을 파고 지은 절을 말하는데 산시성의 운강석굴은 깐수성의 돈황막석굴敦煌石窟, 허난의 용문석굴龍門石窟과 함께 중국의 3대 석굴로 알려져 있다. 육조시대에 건축된 불교 유적으로 낮은 낭떠러지를 파서 만들었다. 동서로 1km 정도에 무려 252개의 석굴과 5만1,000여 개의 크고 작은 불상이 있는데 그중 석굴은 21개의 대굴과 20개의 중굴 그리고 무수히 많은 소굴로 이뤄졌다. 그 많은 석굴 중 관광객이 볼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다. 제5굴, 6굴은 석굴의 내부로 들어가서 자세히 볼 수 있는 반면 7굴, 8굴은 오랜 동안 비와 바람의 풍화로 파손이 심하고, 제9굴부터 13굴까지는 지난해 시작된 보수작업으로 한동안 볼 수 없게 됐다. 운강석굴을 대표하는 불상은 제20굴의 운강노천대불雲岡露天大佛이다. 13.8m의 불상은 굴 앞 벽이 붕괴되면서 그 모습이 완전히 밖으로 드러났다. 노천대불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석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시대상과 역사를 알 수 있다. 불교경전부터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까지 내부에 구석구석 새겼기 때문이다. 내부에는 전체적으로 여기저기 동그란 구멍이 보이는데 구멍에 짧은 나무를 끼운 뒤 나무의 높이만큼 색이 있는 흙으로 메웠다. 석굴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색을 칠한 것이다. 간혹 불상의 상체와 하체의 비례가 사뭇 다른 부처를 볼 수 있는데 더 먼저 만들어진 석굴의 불상일수록 그 차이가 크다. 석굴을 파기 시작하던 당시, 기술적인 문제가 따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불상을 조각하려면 상체와 하체를 나눠 진행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상체와 하체의 비례를 맞추기 쉽지 않았다고. 운강석굴 150위안 8:30~18:00(11월~4월14일), 8:10~18:30(4월15일~10월31일) www.yungang.org +86 0352 3026817 절벽 위에 매달려 있는 절 따통시에는 또 하나의 유명한 건축물이 있다. 지난 2010년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 그리스의 메테오라 수도원 등과 함께 <타임>지가 뽑은 ‘세계 10대 불가사의 건축물’에 선정된 현공사悬空寺다. 따통시 헝산恒山에서 약 65km 떨어진 곳에 지어진 현공사는 ‘공중에 걸려 있는 절’로 절벽에 위태롭게 세워져 있다. 멀리서 현공사를 바라보면 절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보이는데 정작 이 기둥은 절을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현공사가 걸려 있는 절벽에 기다란 목재가 들어갈 만큼의 깊은 홈을 파낸 뒤 목재를 끼워 넣고 절벽 밖으로 나온 남은 목재 위에 목판과 기둥, 벽과 지붕을 세워 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난간과 기둥은 그것을 돕는 보조역할만을 하고 있다고. 그러니 실제로 현공사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절벽 사이에 끼워져 있는 나무 목재인 셈이다. 그 위에 총 면적 152㎡의, 크고 작은 가옥 40채로 이루어진 절이 세워졌다. 현공사를 절벽에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알아 둬야 할 것이 있다. 현공사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불교, 도교, 유교가 한곳에 모여 있는 절이라는 것이다. 덕분에 40개의 가옥 중 맨 꼭대기 층인 삼교전에서는 석가모니와 공자, 노자의 조각상이 한곳에 모셔져 있는 기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1,400년 전 북위시대 후기에 세워진 현공사는 지면으로부터 90m 높이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지면에 흙과 모래가 쌓였고 현재 지면과의 차이는 58m에 불과하다. 또 당시 현공사의 이름은 현공각玄空阁으로 현玄은 중국 전통 종교인 도교를, 공空은 불교를 뜻하는 의미였지만 후에 현玄이 현悬으로 바뀌었다고. 중국어 발음상 두 글자의 발음은 같지만 바뀐 현悬에는 ‘걸려 있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공중에 걸려 있는 절’임을 강조하기 위해 바꿔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 현공사 130위안(11~2월 125위안) 8:00~18:00(6~10월), 8:30~17:30(5~11월) ▶travel info Sanxi AIRLINE 인천-타이위엔 노선에는 정기편이 없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인천-타이위엔 전세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에서 전세기를 이용한 상품을 판매한다. 인천-베이징 노선의 항공을 이용한 후 고속철도, 버스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HOTEL 산시성은 기후가 건조해 대부분의 호텔에 가습기가 비치돼 있다. 특히 타이위엔에 위치한 리화호텔丽华大酒店은 샴푸, 보디워시, 치약 등도 종류별로 준비해 놓았으며 웰컴워터에 웰컴과일, 메이드의 환영 손 편지까지 기분 좋은 여행을 돕는다. Famous 라오천추老陈醋 수수, 과일, 옥수수, 고구마 등 다양한 재료를 최소 1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 검은 식초로 산시성의 대표 특산물이다. 기본적으로 3~5년은 숙성시켜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고. 집집마다 담그는 방법도 재료도 다르지만 새콤달콤한 맛은 비슷하다. 타이위엔에서 어느 음식점을 가도 추醋가 가장 먼저 나올 정도. 기름진 음식에 추를 넣으면 느끼한 맛을 잡아 주는 훌륭한 조미료가 될 뿐만 아니라 소화, 살균 작용을 돕고 미용에도 좋다. 혹시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면 최소 두 번 이상 밀봉하길 추천한다. 새 제품이라도 뚜껑이 약해 병 밖으로 새어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크기는 160㎖ 소량부터 2,350㎖ 대용량까지 다양하며 가격 역시 사용한 재료와 숙성도에 따라 8위안(한화 약 1,400원)부터 3,000위안(한화 약 52만5,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펀주汾酒 타이위엔에 흐르는 펀허汾河에서 이름을 따온 펀주는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이자 타이위엔의 대표 술이다. 기본적으로 40~60도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중국 백주의 특징인 향기로운 맛이 난다.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 10년산부터 숙성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가격대가 있다. 다오시아오미엔刀削面·도삭면 국수가 주식인 산시성에서 가장 유명한 면. 일반적인 면을 뽑는 것처럼 길게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칼로 밀가루 반죽을 ‘깎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깎아낸 면은 달걀과 토마토를 넣은 소스에 볶아내 달달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난다. 여기에 산시성의 특산인 추를 곁들이면 제대로 된 다오시아오미엔이 된다. Train 고속철도高速动车 최근 큰 성장을 보이는 중국의 고속철도. 최고 시속 350km의 빠른 속도는 물론 비행기 못지않은 안락함도 갖췄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G-고속철도고속철도G-高速动车를 이용하면 베이징시北京西역에서 타이위엔난太原南역까지 2시간 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1~3등석에 비즈니스석까지 있으며 1등석 기준 288위안(한화 약 5만1,000원). 글·사진 양이슬 기자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www.visitchina.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회색도시에 색 입히는 신촌 거리 위 스튜디오

    회색도시에 색 입히는 신촌 거리 위 스튜디오

    ‘회색빛 도로 위가 팝업 스튜디오로 변신합니다.’ 서대문구는 16일 신촌 연세로에서 ‘2015 신촌대학문화축제-아스팔트 스튜디오’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예술로 소통하고 체험하는 거리 예술 축제다.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청년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실험이 펼쳐진다. 이날 오전 4시부터는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축제는 전시, 참여예술, 공연, 암막 속 빛 체험, 머리 위 예술 등 5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전시 구간에서는 청년 작가 22개 팀(개인)이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일러스트, 팝아트, 펜화, 멋글씨, 도자기공예, 인테리어, 섬유디자인, 판화, 목공예, 캐리커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참여예술 구간에서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잔디 패치를 아스팔트 위에 조성하고 그 위에 정원 틀을 만들어 시민들이 모빌과 같은 장식을 할 수 있다. 신촌 머리글자인 ‘ㅅ’과 ‘ㅊ’ 모양 대평 스티로폼 조형물에 직접 색을 입힐 수 있다. 공연장은 독수리약국 앞과 유플렉스 앞 횡단보도 등 두 곳이다. 20여개 청년 팀이 무용, 힙합, 어쿠스틱, 국악, 디제잉, 오케스트라 플래시몹 등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특히 행사장에 설치되는 암막 컨테이너에서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빛의 궤적을 사진으로 담아내거나 빔프로젝터를 통해 입체영상을 피사체에 투영하는 등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문석진 구청장은 “올해 5회째를 맞은 축제는 2013년 3회부터 아스팔트 스튜디오 콘셉트로 이어져 오고 있다”며 “청년이 주체가 되고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어우러지는 특색 있는 거리 예술 축제에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이번 토요일, 춘천가는 열차에 김연아가 탄대요

    이번 토요일, 춘천가는 열차에 김연아가 탄대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1000일을 앞두고 강원도 전역에서 대대적인 행사가 열린다. 강원도는 동계올림픽 ‘G(GAME)-1000일’인 오는 16일을 전후해 올림픽 붐 조성 등을 위해 공연·축제·전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고 11일 밝혔다. 도는 G-1000일을 기념해 강원도립예술단 특별공연과 감자콘서트, 우리가락 우리마당 축하공연 등을 준비했다. 강원지역 일선 시·군은 춘천국제연극제, 원주청소년예술제, 강릉시 청소년 협주곡의 밤, 동해시 3인 3색 콘서트 등을 마련한다. 대회 개최지인 평창·정선지역에서도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잇따라 진행된다. 평창군과 2018 성공 개최 평창군위원회는 16일 오후 1시 30분 평창종합운동장 특설무대에서 ‘2018평창! 성공을 위한 1000일의 약속’을 주제로 군내 주요 기관 단체장과 군민 등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어 개회식을 열고 올림픽 슬로건을 발표한 후 풍선 날리기와 소원 비둘기 날리기 등 G-1000일 기념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또 군내 중·고교생 10개팀과 개인이 참가하는 청소년 댄스 경연 페스티벌을 열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연예인 공연도 마련한다. 정선군에서는 같은 날 동계올림픽 정선군 범군민위원회 주관으로 G-1000일 기념조형물 제막과 문화올림픽 퍼포먼스, 인기가수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부대행사로 정선군 합창단과 군민 1000명이 함께 부르는 정선아리랑 대합창, ‘아리아리 아라리오 평창에서 아라리오’ 구호 제창이 이어진다. 정선 5일 장터 공연장에서는 ‘시와 소금 시인회’ 주관으로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시 낭송회도 열린다. 같은 날 서울~춘천 간 ‘춘천가는 특별 열차’가 운행된다. 이 열차에는 올림픽 스타 김연아를 비롯해 동계종목 유명 선수들이 동행해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한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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