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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동·메시지·여운 기대 마세요… 보고 즐기면 그뿐”

    “감동·메시지·여운 기대 마세요… 보고 즐기면 그뿐”

    1990년대 중반 ‘덤 앤드 더머’, ‘마스크’(1994) 등 흥행영화를 들여온 선구안 좋은 수입업자였다. 팝 가수 마이클 잭슨 첫 내한(1996) 등 굵직한 공연을 성사시킨 솜씨 좋은 기획자이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에 대한 갈증이 풀리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차린 뒤 1997년 ‘할렐루야’를 시작으로 24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드라마 ‘아이리스’와 ‘아테나’도 제작했다. 정태원(47) 전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얘기다. 지난봄 그가 ‘가문의 영광 4-가문의 수난’ 감독을 맡겠다고 나섰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제작자가 직접 메가폰까지 잡는 것은 흔치 않기 때문. 게다가 시리즈 3편인 ‘가문의 부활’ 흥행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기에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영화가 개봉한 7일, 서울 신사동 태원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감독’ 정태원을 만나 봤다. ‘가문의 수난’은 8일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왜 메가폰을 잡았나. -처음부터 연출할 생각은 아니었다. 2·3편을 찍은 정용기 감독이 이미 다른 작품(‘커플스’)에 착수했더라. 정 감독과 함께하려면 12월 말이나 개봉이 가능했다. ‘9월 개봉’ 전통(‘가문’ 시리즈는 2002년 1편부터 계속 9월에 개봉했다)을 깨고 싶지 않았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의 박성균 감독과도 얘기했는데 컨셉트가 안 맞았다. 시간은 두달 남짓, 시리즈와 배우들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아무리 ‘가문’ 시리즈가 총 1400만명 넘게 동원한 ‘추석영화의 강자’라고는 해도 감독 데뷔가 적잖이 부담됐을 텐데. -솔직히 연출 공부를 따로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뒷짐 지고 있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을 안다고 확신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기자 시사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 시사회를) 안 하려고 했다(웃음). 배급사에 기자 시사 대신, 개봉 2주 후에 간담회를 하자고 했다. 흥행에 참패한다면 (감독으로서) 비난받아도 좋다. 그런데 관객이 보기도 전에 혹평이 난무하면 선택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관객 반응은 긍정적이다. 추석 영화 3편(‘가문의 수난’, ‘통증’, ‘챔프’) 가운데 유료시사 관객이 가장 많았다. 트위터 입소문도 상당히 괜찮다. →평단은 몰라도 관객 반응에는 자신 있는 모양이다. -난 20년 가까이 관객 반응만 보면서 살아온 사람이다. 제작단계부터 관객 입맛에 맞췄다. (어떤 영화를 보여줄지 사전통보 없이 하는)블라인드 시사를 3차례 하면서 편집 방향을 잡았다. 예컨대 탁재훈이 침 뱉는 장면이 있었다. 시사회 뒤에 ‘더러워서 삭제하면 좋겠다’와 ‘괜찮다’를 놓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반반이더라. 그래서 없앴다. 그런 식으로 사라진 장면이 꽤 된다. →저급한 ‘화장실 유머’라는 냉소도 있다. -웃음에는 저급, 고급이 따로 없다. 길을 걷다 바나나 껍질을 밟고 넘어지면 조건반사처럼 웃는 게 사람이다. 영화 속 ‘화장실 유머’, 특히 정준하가 방귀로 사람을 기절시키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웃음이) 터진다. 어른들도 다르지 않다. 팍팍한 세상 아닌가. 스트레스 받는 이들이 ‘가문의 수난’을 보고 웃고 갔으면 좋겠다. 난 대놓고 말한다. 감동, 메시지, 여운이 없는 ‘3무’(無) 영화라고. 감동 이런 걸 원하면 다른 영화를 보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팝콘무비에서 의미를 찾고 평가를 하려드는 건 당황스럽다. →그래서 관객이 얼마나 들 것 같나. -숫자는 잘 못 맞힌다. 순제작비가 32억원이고 마케팅비까지 하면 50억~52억원쯤 들었다. 140만명이 손익분기점이다. 3편 ‘가문의 부활’(320만명)보다는 잘돼야 하지 않겠나. 내가 시리즈의 맥을 끊었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이전 시리즈와 차이가 있다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착한 코미디다. 전작들은 흥행은 됐지만, 과도한 폭력과 욕설, 민망한 성적 단어들이 있었다. 4편에서는 조폭 코미디 요소를 순화시켰다. →또 감독을 할 생각인가. -이번 영화가 중요하다. 다음에는 좋은 책(시나리오)을 구하든, 직접 쓰든 쫓기지 않고 해봤으면 좋겠다. 이번엔 워낙 시간이 촉박해 돌아볼 겨를도 없이 두어달 만에 찍었다. 그런 면에서는 혹평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연결 장면인데 햇볕이 쨍쨍하다가 안개가 끼었다. 정상적이라면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렸다가 찍어야 하지만 시간이 없어 김수미씨가 “왜 갑자기 안개가 끼고 지랄이야.”라는 대사를 치고 가야 했다(웃음). →신문 문화면 못지않게 사회면에도 등장 빈도가 높은데(그는 1월에 걸그룹 카라의 분열 배후로 지목됐고, 5월에는 코스닥 우회상장 과정에서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숨을 내쉬며) 답답하다. 상장은 할 생각도 없었다. 받을 돈 대신 떠안은 회사가 (우회상장 통로로 지목된) 스펙트럼DVD였다. 회사 덩치 키우는 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정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인 소개로 알게 된 투자자가 사채업자와 기업사냥꾼이었다. 카라 멤버 모친과는 식당에서 소개받아 인사한 게 전부다. 그 어머니와 동업을 한 건 우리 회사 부사장이던 또 다른 정씨인데 황당했다. 툭하면 이름이 오르내려 회사 이름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태원엔터테인먼트) 지분은 다 팔았고, 사무실 방도 뺐다. →지분은 왜 팔았나. -원래 회사를 키우고 살림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여동생(정재희)에게 다 넘겼다. 연출이든, 제작이든 영화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한가위 극장 가이드] 영화 풍박 골라보자

    [한가위 극장 가이드] 영화 풍박 골라보자

    올해 극장가는 이른 추석 탓에 두드러진 ‘명절용 영화’는 없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시원한 액션부터 애절한 멜로, 긴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까지 올 추석 연휴에 볼 만한 영화를 짚어 본다. ●액션 ▲최종병기 활 감독 김한민 주연 박해일, 류승룡, 김무열, 문채원 줄거리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군대에 여동생을 빼앗긴 신궁 남이(박해일)가 청나라 장수 주신타(류승룡)와 벌이는 추격전. 한줄 평 스토리의 정교함은 아쉽지만, 빠르고 통쾌한 활 액션과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이 압권. ▲콜롬비아나 감독 올리비에 메가턴 주연 조 샐다나, 마이클 바턴 줄거리 어린 시절 암흑조직에 부모를 잃은 여주인공이 킬러가 되어 원수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한줄 평 밀도 높은 시나리오, 섬세한 액션 연기. 다만, 여주인공이 너무 완벽해 오히려 작위적. ●멜로 ▲푸른소금 감독 이현승 주연 송강호, 신세경, 천정명 줄거리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은퇴한 조폭 보스와 그를 감시하며 죽여야 하는 여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그렸다. 한줄 평 이현승의 감각과 송강호의 스타일은 매력적이지만 밀도가 떨어지는 구성이 흠. ▲통증 감독 곽경택 주연 권상우, 정려원, 마동석 줄거리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혈우병으로 인해 작은 통증에도 치명적인 여자의 사랑 이야기. 한줄 평 시선 끄는 권상우의 연기 변신. 그러나 2% 부족한 멜로의 섬세함. ●드라마 ▲북촌방향 감독 홍상수 주연 유준상, 송선미, 김상중, 김보경, 김의성 줄거리 지방대학 교수인 전직 영화감독의 서울 체류기와 그 과정에서 우연하게 반복되는 만남을 그렸다. 한줄 평 전형적인 홍상수표 영화. 홍상수식 화법에 익숙지 않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챔프 감독 이환경 주연 차태현, 유오성, 박하선, 김수정 줄거리 시력을 잃어가는 기수와 절름발이 경주마가 함께 역경을 극복하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야기. 한줄 평 감동은 있지만 전체적인 흡인력이 떨어진다. ●코미디·애니메이션 ▲파퍼씨네 펭귄들 감독 마크 워터스 주연 짐 캐리, 칼라 구기노, 안젤라 랜스베리 줄거리 미국판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 우연히 펭귄을 키우면서 따뜻한 마음을 회복해 가는 내용. 한줄 평 뻔한 내용 전개. 그래도 미소짓게 하는 짐 캐리의 힘. ▲쥴리의 육지 대모험 감독 구안호 목소리 출연 김병만, 이영아, 류담 줄거리 육지에서도 숨 쉴 수 있는 상어 쥴리가 사람들에게 잡혀간 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한줄 평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감독 오성윤 목소리 출연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 김상현 줄거리 양계장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온 암탉 잎싹의 모험기. 한줄 평 수려한 화면에 맛깔스러운 캐릭터를 버무려 놓은 따뜻한 애니. ●공포·스릴러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감독 스티븐 쿼일 주연 니콜라스 다고스토, 엠마 벨, 토니 토드 줄거리 사고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끝까지 찾아오는 죽음과 달라진 규칙을 놓고 벌이는 숨막히는 대결. 한줄 평 더 오싹해진 공포, 식상한 이야기 틀. ▲블라인드 감독 안상훈 주연 김하늘, 유승호 줄거리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경찰대 출신 시각장애인과 연쇄살인범의 대결. 한줄 평 김하늘의 정형화된 연기가 다소 거슬리지만, 긴장감을 잘 살린 스릴러.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충무로 12연패냐, 할리우드 뒤집기냐

    충무로 12연패냐, 할리우드 뒤집기냐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센스’(1999)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11년동안 추석 극장가의 승자는 늘 한국영화였다. 최근 5년간 추석 흥행 3위 안에 포함된 외국영화는 딱 3편-‘본 얼티메이텀’(2007), ‘맘마미아’(2008), ‘써로게이트’(2009)뿐. 장르로는 코미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조폭마누라’(2001), ‘가문의 영광’(2002), ‘오!브라더스’(2003), ‘귀신이 산다’(2004),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2005) 등 5년 연속 관객동원 1위를 차지한 것. 하지만 최근 ‘타짜’(2006), ‘사랑’(2007), ‘신기전’(2008), ‘내 사랑 내 곁에’(2009), ‘무적자’(2010)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추석=코미디’의 흥행 공식은 빛이 바랬다. 올 추석 극장가는 ‘최종병기:활’과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등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기세가 여전한 가운데 고만고만한 신작들이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추석(12일)이 예년보다 이른 탓에 여름 성수기와 추석 시즌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 추석의 풍성한 수확을 꿈꾸는 신작들을 짚어봤다. 약속이나 한 듯 모두 7일 개봉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1~3편 통틀어 1400만여명의 관객을 모은 ‘가문의 영광’ 시리즈가 5년 만에 ‘가문의 수난’으로 돌아왔다. 1편 이후 내리 ‘9월 개봉’ 전통을 이었다. 1편을 뛰어넘는 흥행기록을 세운 2편 ‘가문의 위기’ 이후 출연진은 고정이다. 출국 금지가 풀린 ‘백호파’ 홍덕자(김수미) 회장과 세 아들(신현준·탁재훈·임형준)이 첫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렸다. 김수미의 걸쭉한 사투리와 정준하의 몸개그, 탁재훈의 애드리브까지 전편의 웃음 코드는 여전하다. 조폭코미디의 외양을 걷어내고 웃음의 눈높이를 낮췄다. 그런데 배우의 개인기와 슬랩스틱에 의존한 탓에 시리즈에 익숙지 못한 관객에게는 흐름이 툭툭 끊긴다. ‘통증’은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국내 만화가 중 가장 많은 작품이 영화화된 강풀의 원작을 곽경택 감독이 영화로 만든 데다, 멜로이기 때문. ‘친구’, ‘챔피언’, ‘태풍’, ‘사랑’ 등 사나이들의 세계에 천착했던 곽 감독과 멜로의 조합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어릴 적 자신의 실수로 가족을 잃은 죄책감에 고통을 느낄 수 없게 된 남순(권상우)과 혈우병을 앓고 있어 작은 상처도 치명적인 동현(정려원)이 마음의 빗장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불치병, 삼류건달,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 충무로가 실컷 우려먹은 소재인데도 묵직한 이야기의 힘이 돋보인다.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던 권상우와 걸그룹 출신 꼬리표가 붙던 정려원의 연기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절름발이 말/시력을 잃어가는 기수/불가능을 향한 도전’이란 ‘챔프’의 광고문구는 모든 것을 설명한다. 300승을 올린 스타 기수 승호(차태현)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후유증으로 시력도 잃어간다. 하지만 최고 기수가 되겠다는 딸(김수정)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장애를 안고 태어난 말 우박이와 불가능한 레이스에 도전한다. ‘과속스캔들’, ‘헬로우 고스트’의 흥행배우 차태현은 ‘희극배우’로 물 오른 연기력을 뽐낸다. 아역배우 김수정도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다. 경기 과천경마장에서 찍은 경주 장면은 국내 ‘말 영화’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그런데 133분이 길게 느껴진다. 가족영화의 미덕인 웃음도, 눈물도 2% 부족하다. ‘파퍼씨네 펭귄들’은 ‘코미디의 제왕’ 짐 캐리가 주인공을 맡았다. 성공은 했지만,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 파퍼(짐 캐리)가 우연히 펭귄을 키우게 되면서 따뜻한 마음을 되찾게 된다는 게 뼈대를 이룬다. 부부작가 리처드 앳워터와 플로렌스 앳워터가 쓴 ‘파퍼씨와 12마리 펭귄들’(1938)을 원작 삼아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의 마크 워터스 감독이 연출했다. 북미에서는 7월에 개봉했다. ‘엑스맨: 퍼스트클래스’, ‘행오버2’, ‘슈퍼8’ 등 강력한 경쟁작과 맞붙은 탓에 흥행은 기대에 못미쳤다. 영화통계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제작비 5500만 달러가 투입된 영화의 전 세계 흥행수익은 1억 6811만 달러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는 죽은 듯하다가 또 나타나는 좀비 같은 시리즈다. 2000년 2300만 달러로 찍은 저예산 호러영화 ‘데스티네이션’(원제: Final Destination)이 1억 1288만 달러의 깜짝 흥행을 거두면서 시리즈로 변신했다. 2009년 4편은 제목에 ‘The’가 붙어 최종회로 여겨졌는데 2년 만에 천연덕스럽게 5편이 나왔다. 주인공 샘은 워크숍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다리가 붕괴되는 사고로 수많은 이들이 죽는 환영을 본다. 거짓말처럼 사고가 재현되고, 샘은 사람들을 구해 낸다. 하지만 죽을 운명을 피해봤자 그때뿐. 죽음의 그림자를 떨쳐버리기 위한 악전고투가 이어진다. 전편의 이야기 틀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구현된 잔혹한 장면은 취향만 맞는다면 꽤나 볼 만하다.
  • “헉! 문신이 피부암 부른다고… ”

    “헉! 문신이 피부암 부른다고… ”

    우리나라에서 문신은 한때 조폭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안젤리나 졸리, 린드세이 로한, 제니퍼 애니스턴 등 할리우드 스타들에게는 문신은 패션의 일부다. 그러나 그런 문신이 인체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문신용 잉크속의 독성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문신용 잉크 속에 발암물질 내지 내분비계 장애를 초래하는 물질인 탄화수소, 프탈레이트, 그리고 몇가지 중금속 등 위험 물질을 상당부분 함유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검정색 문신 잉크를 제조하는데 쓰이는 벤조피렌이라는 화학물질은 동물실험에서 피부암을 야기하는 잠재적 발암요인으로 드러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문신용 칼라 잉크가 안전한 것도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납과 카드뮴, 그리고 니켈, 티타늄 등 중금속이 들어있는 칼라 잉크도 알레르기나 다른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국민 중 약 4500만명이 적어도 생애에 한번 문신을 새기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데일리 메일은 “FDA 자료에 따르면 일부 문신용 잉크속 착색제의 경우 프린터나 자동차 도색용으로 적합한 도료 수준”이라고 문신용 잉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FDA 대변인은 이와 관련, “문신에 사용되는 잉크와 착색제가 아직 FDA에 의해 공식 승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로선 그 성분이나 유해성에 대해서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임을 밝혔다. 사진=데일리 메일 캡쳐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푸른 소금’ 송강호…치열함 벗고 여유를 입다

    ‘푸른 소금’ 송강호…치열함 벗고 여유를 입다

    ‘국민배우’ 송강호(44)가 돌아왔다. 신세대 여배우 신세경(21)과 호흡을 맞춘 영화 ‘푸른 소금’(31일 개봉)을 통해서다. 감성 액션 드라마를 표방하는 이 작품에서 그의 모습은 전작들과 사뭇 다르다. 이전보다 훨씬 날렵해졌고 진한 감수성마저 느껴진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송강호를 만나 변화를 감행한 이유를 들어봤다. →아름답고 감각적인 영상미를 추구하는 이현승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제는 좀 멋있게 보이고 싶었나. -스타일리시한 남자 주인공을 짐작했다거나 멋지게 나오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다양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스타일리시한 감독의 작품은 처음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독창적으로 만드는 분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2000년 9월 이 감독이 만든 ‘시월애’와 내가 출연한 ‘공동경비구역 JSA’가 함께 극장에 걸렸고, 해외 영화제 등을 다니면서 친분을 유지했다. ‘푸른 소금’은 이 감독이 11년 만에 연출한 작품인데, 섬세한 촉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연기한 두헌은 은퇴한 조직 폭력배 두목으로 과거를 숨기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중년 남성이다. 네 번째 조폭 역할인데. -15년 연기 생활 동안 유독 조폭과 형사가 중첩되는데, 특별한 로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두 직업군은 드라마틱한 느낌이 있고 인물을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록물고기’와 ‘넘버 3’는 막내라서 생존을 위해 사는 느낌이 강했다면, ‘우아한 세계’는 나 외에 가족을 생각하는 지점이 생겼다. 일인자가 된 ‘푸른 소금’에서는 좀 더 인생에 대해 철학적이고 여유로워지게 됐다. 인생에 대해 집착하지 않고 물 흐르듯이 감정이 가는 대로 살아가는 편안한 느낌이랄까. 지금 배우로서의 내 모습과도 비슷한 것 같다. →두헌은 요리학원에서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접근한 어린 여자 세빈(신세경)을 만나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송강호와 신세경의 조합을 두고 충무로 안팎에서 말들이 많다. 극 중 애꾸(천정명)의 대사처럼 ‘원조교제’로 보기도 하고 중년 남성의 로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하. 개인적으로 나이 어린 여자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물리적으로 나이 차가 많아야 성립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영화에서 둘의 관계는 통상적인 남녀의 사랑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처음 두헌이 세빈을 만났을 때의 시선은 사랑보다 연민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색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자줏빛이다. 자주색은 빨강색처럼 화려하고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깊이가 있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이 영화의 사랑 표현법이 아닌가 싶다.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 잔잔하고 밋밋하게 표현된 것이 아닌가. -그들의 관계나 감정이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아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도 명확한 얘기를 하기보다는 관객들이 은은한 느낌을 갖고 극장을 나섰으면 한 것 같다. 영화는 다소 생경하더라도 그런 지점을 표현하려고 했다. 시원한 카타르시스는 많지 않겠지만 여운이 남는 영화로 감상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문법의 영화, 이런 감성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영화의 그런 점에 끌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인가. -물론 스마트폰 등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비해 영화의 감성이 구식의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인간이 갖고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소중하다. 조폭의 메마른 감성에서 튀어나오는 윤두헌식 사랑법이 그렇게 느껴졌고, 영화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흥행 요소가 투입된, 대박이 보장된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혹시 상업적으로 잘 안된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없다. →영화 속에서 살이 많이 빠졌던데. -작품을 위해 감량했다. 멋있게 보이려고 한 게 아니라 그럴듯한 느낌만 주려고 했다. 홀아비 느낌이 나던 영화 ‘의형제’ 때보다 5㎏ 정도 빠진 것 같다. →신세경씨는 사실상 스크린 첫 주연작이다. 연기를 평가한다면. 아울러 세대 차이는 못 느꼈나. -세대 차이는 별로 못 느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기보다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결이 좋다. 신인이라 연기자로서의 경험이 부족해 미비한 점도 있겠지만 나이에 비해 이룬 성과는 크다. 본인도 이번 작품으로 지적받고 칭찬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여배우로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맡아보고 싶은 배역이 있나. ‘국민배우’로서 또 다른 목표가 있나. -특별히 어떤 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작품이 좋고 인물이 자극을 주는 역할이라면 선택한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따로 없다.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좋은 연기를 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일상성 속에서 의외성을 표현하고 싶다. 배우는 1~2년 하고 끝나는 직업이 아니다.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푸른 소금’은 무슨 뜻인가. -소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지만 과하면 독이 되는 양면성이 있다. 푸른색은 희망적인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삶의 희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다음 작품은 이나영과 함께 찍은 ‘하울링’이다. 연이은 젊은 여배우들과의 작업이 부러움을 살 법도 하지만 이제는 상대역과 나이 차가 크게 벌어지는 역할은 사양하겠다며 손을 내젓는다. 그는 “농반진반으로 마치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거창한 명분이나 명예를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가치를 스스로 느끼고 보람을 찾기 위해 연기를 한다는 송강호. 그의 소탈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 철학이 국민배우라는 칭호를 얻게 해 준 것이 아닐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코스피 시장까지 손 뻗은 3세대 조폭

    코스피 시장까지 손 뻗은 3세대 조폭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다단계 사업체를 운영하던 조모(48)씨는 지난 2009년 서울의 한 부동산 투자회사로부터 최고경영자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회사는 당시 국내에서 생소한 자기관리리츠(상근 임직원이 직접 자산을 투자·운용하는 회사 유형)로, 자본금 70억원만 모으면 코스피 상장이 가능해 단번에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씨에게 제시한 직함은 공동 대표였지만 사실상 자금을 끌어모으는 일종의 투자자였던 것. 조씨는 사채를 이용해 손쉽게 200여억원을 확보했고, 14억원의 이자는 조직원들에게 손을 벌렸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상장에 성공했고, 시가총액 440억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유흥업소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조직폭력배 1세대들이 2세대 들어서는 아파트와 상가 분양시장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더니 급기야 3세대에 이르러서는 금융계의 메이저리그 격인 코스피에까지 진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22일 단기사채를 끌어들여 기업을 코스피에 상장시킨 다음 투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익산 역전파 조직원이자 D사 임원인 조씨를 구속기소하고, D사 창업자 이모(52)씨 등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D사는 2008년 4월 국토해양부로부터 국내 1호 자기관리리츠 영업인가를 획득한 부동산 투자회사로, 창업자 이씨는 1년 6개월 동안 최저자본금을 구하지 못해 영업인가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고민 끝에 폭력조직원으로 다단계 사업을 하던 조씨를 투자 조건의 경영자로 영입, 조씨가 빌려 온 단기사채를 회사 장부에 기록한 뒤 다시 돈을 되갚는 방법으로 회계를 조작했다. 결국 개미투자자들의 공모로 모은 150억원을 유상증자시켜 2010년 9월 자기관리리츠회사로는 국내 두 번째로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다. 남의 돈을 빌려 손쉽게 거액을 손에 쥔 이들은 회사돈을 빼내 판교에 있는 시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고, 2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사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사채를 빌려 준 조직폭력배들이 D사가 코스피 상장으로 큰돈을 번 사실을 알고는 빌려 준 1억원은 5억원으로, 3억원은 20억원으로, 10억원은 30억원으로 갚으라고 요구하며 조씨를 폭행·협박했고, 조씨는 개인 채무를 회사어음으로 돌려막아 회사에 큰 손실을 안겼다. 결국 D사의 약속어음 과다 발행을 이유로 외부 감사가 감사를 거부했고, 올 6월 한국거래소는 D사를 상장 폐지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의처증 남편, 아내 몰래 헤어드라이어 꺼내더니…

    의처증 남편, 아내 몰래 헤어드라이어 꺼내더니…

    “거기 119, 119죠? 저, 저희…어머니가 목을 매셨는데….” 2006년 5월 25일 새벽 4시 경기 시흥시 신천동의 한 아파트. 119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갈랐다. 사망자는 당시 56세의 주부 A씨. 그는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안방에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목을 맨 시신을 처음 발견해 바닥에 것은 남편 B씨(56)였다. “1시간쯤 전에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작은 방문에 목을 매 죽어 있더라고요. 손자들 놀라고 달아 놓은 그네용 철봉에 끈을 묶었더군요. 목 뒤 가운데에 매듭이 있었고 두 발이 공중에 5㎝ 정도 떠 있었어요.” 급히 줄을 끊어 안방에 눕혔는데 한밤에 시신과 함께 있자니 무서운 생각이 들어 이불을 덮어 놓고 분가한 아들에게 급히 연락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차분하게 상황을 증언했다. 아내의 자살 동기를 묻는 경찰에게 남편은 “나한테 맞은 게 분해서 자살한 것 같다.”고 했다. 남편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건발생 몇시간 전인 5월 24일 오후 10시쯤 부부싸움을 했다. 남편은 이 과정에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주워 온 플라스틱 막대기로 부인을 때렸다. 자기는 화가 나서 집을 나갔다가 새벽 3시쯤 돌아와 보니 아내가 숨져 있었다고 했다. 집안에는 길이 50㎝ 남짓한 플라스틱 막대기와 부인이 목을 맨 낡은 나일론 끈이 놓여 있었다. 남편은 나일론 끈은 집에서 보던 게 아니라고 했다. A씨의 목 주변에는 끈 자국이 뚜렷했다. 턱 아래부터 시작된 자국은 목덜미와 턱을 따라 비스듬히 위로 올라가 있었다. 부인의 얼굴에는 심한 울혈이, 양 눈꺼풀은 많은 일혈점이 보였다. 전형적인 질식사의 흔적이었다. 얼굴, 목, 팔 등에서는 붉은색을 띤 타원형의 크고 작은 상처가 발견됐다. 남편 진술대로라면 부부싸움 때 막대기로 맞은 상처였다. 모두 18곳. 하지만 사인으로 보기에는 상처가 너무 작았다. 검안의는 일단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1차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것은 나중에 있을 대반전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보조장치에 불과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녀는 타살된 것이었고 범인은 남편이었다.   ■ 완전의사에선 없어야 할 울혈과 일혈점 억울한 죽음이 자살로 묻혀버릴 뻔한 것을 막아준 사람은 부검의였다. 그는 시신의 상태와 정황이 어딘지 모르게 아귀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특히 시신 속 일혈점과 울혈에 주목했다. “목격자(남편)는 목을 맨 부인의 발이 허공에 5㎝ 떠 있었다고 했죠. 매듭은 목 뒤에 걸려 있었고…. 근데 이상해요. 이렇게 교수형 당하는 사람처럼 죽으면 질식사와 달리 울혈이나 일혈점이 나타나지 않는 법이거든요.” 법의학에서는 A씨처럼 정확하게 목을 매 죽는 것을 ‘전형적· 완전 의사(縊死)’라고 말한다. 뇌로 가는 혈류가 순간적으로 막히는 데다 몸 전체가 공중에 떠 하중이 온전히 목에 걸려 시신의 얼굴 부위가 창백하게 변한다. 피가 쏠리지 않으니 당연히 일혈점도 울혈도 나타나지 않는다. 부검의는 몸에 남은 상처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막대기에 맞아서 생긴 상처는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화상이나 탕상(湯傷·물이나 증기에 데인 상처)에 가까워요.” 수사진의 시선은 남편을 향했다. 지금까지 그가 해온 진술이 모두 거짓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그를 다그치려면 뭔가 물증이 있어야 했다. 수사진은 아파트 인근을 이잡듯이 뒤졌고, 그 노력은 이내 결실을 맺었다. 아파트에서 좀 떨어진 공터에서 집에 있던 플라스틱 막대기와 나일론끈의 나머지 부분을 발견한 것. 집에서 나온 막대기나 나일론끈과 절단면도 정확히 일치했다. “가만있자, 남편은 막대기를 이곳 공터가 아닌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주웠다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여기서 목 맬 때 쓴 나일론끈까지 발견되고….” 일반적으로 목을 매는 사람들은 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자살을 결심한 아내가 한밤 중 칠흑같이 어두운 공터까지 와서 어렵사리 끈을 찾았다는 얘기다. 이게 말이 되는가. 형사와 남편의 피말리는 두뇌게임이 이어졌다. 조사 8시간째. 심리적인 불안감을 내비치는 남편 앞에 경찰이 그동안 감춰두었던 증거를 내밀었다. 공터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막대기와 나일론 끈이었다. “모두 공터에서 찾은 겁니다. 왜 거짓말을 하셨습니까.” “…” “부인을 살해한 건 당신이죠.” 남편은 고개를 떨궜다.   ■ 전기도 흔적을 남긴다 사건은 엽기적이었다. 불행의 씨앗은 아내의 외도에 대한 남편의 망상증이었다. 남편은 증세가 차츰 심해지더니 급기야 ‘아내가 밥에 독을 타 나를 죽이려 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됐다. 결국 남편은 아내가 자기를 죽이기 전에 먼저 죽이기로 결심했다. 범행은 치밀하게 준비됐다. 그는 헤어드라이어 끝을 잘라 빼낸 전선과 나무막대기 등으로 간이 전기충격기를 만들었다. 과거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배운 지식을 총동원했다. 범행에 쓸 나일론끈과 플라스틱 막대기도 준비했다. 막대기는 전기충격 때문에 아내 몸에 생길 상처를 맞아서 생긴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날 밤 남편은 TV를 보는 아내 뒤로 다가가 모두 9차례 전기충격을 가했다. 아내가 기절하자 나일론 끈에 그녀의 목을 매달았다. 15분 후 아내가 죽은 것을 확인한 그는 살인의 흔적을 지운 뒤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결백을 확인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뒤늦게 밝혀진 것이지만 부인의 몸에 남은 상처는 전류반(電流斑)이었다. 데인 상처와도 비슷한 이 자국은 최초 전기가 몸에 들어오고 나온 곳에 각각 흔적을 남긴다. 피부 가장자리가 올라와 있어 마치 분화구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전류의 세기가 약하거나 몸에 물기가 있다면 반점처음 작은 자국만을 남긴다. 특히 남편은 상처를 닦아냄으로써 경찰의 감식을 한층 어렵게 했다. 이렇게 흔적이 약할 때는 피부에 철 등 금속성분이 묻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감전된 피부에는 순간적으로 금속 성분이 녹아서 늘어붙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전도체와 맞닿은 부위는 마치 도금을 한 것처럼 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전기도 흔적을 남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 강남 빌라촌에 카지노… 100억대 도박판

    강남 빌라촌에 카지노… 100억대 도박판

    서울 강남의 고급 빌라에 사설 도박장을 차려놓고 100억원대 불법도박을 벌인 조직폭력배 등 30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조직폭력배 정모(40)씨를 도박개장 혐의로 구속하고, 김모(40)씨 등 1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도박에 참여한 최모(37·유통업)씨 등 13명은 도박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정씨 등 17명은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고급 빌라 등 5채를 빌려 사설도박장을 차린 뒤 환전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1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도박장 운영자 중 8명은 신양관광파와 국제PJ파 등 지방을 근거로 한 6개 폭력조직의 조직원들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은 각 조직의 행동대장급으로, 수도권에 진출하기 위한 조직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박장을 함께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중국 마카오 등지에서 카지노를 소개하면서 알게 된 사업가나 유흥업소 사장 등을 도박장으로 끌어들인 뒤 하루에 최고 수억원이 걸린 ‘바카라’ 도박판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도박빚을 갚지 못하면 조직원을 동원해 무차별 폭행과 협박을 가했던 것으로 조시됐다. 도박장 개설에 지분을 투자한 조직폭력배 김모(40)씨 등 2명은 지난해 4월 15일 서울 강남의 모 골프연습장에서 1억 5000만원의 도박빚을 진 이모(32·부동산컨설팅)씨를 폭행한 뒤 1억 8000만원을 갚겠다는 각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도박빚을 공증과정을 거쳐 정상적인 채무 관계로 날조한 뒤 법원의 결정을 받아 채무자의 가구나 집기 등을 가압류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정씨가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하부조직원, 지인 및 도박자 명의의 차명계좌 15개를 이용해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도박자금을 관리했다.”면서 “이들이 마카오에서 카지노 소개 및 도박자금 대출을 할 때 이용한 환치기 계좌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이젠 조폭 꼬리표 떼고 투혼의 파이터로 불렸으면”

    “이젠 조폭 꼬리표 떼고 투혼의 파이터로 불렸으면”

    “‘조폭 파이터’란 별명은 창피하니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생계형 파이터’란 얘기도 듣는데 이제는 많은 나이를 열정으로 뛰어넘은 ‘투혼의 파이터’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외모부터 남다르다. 짧게 자른 꽁지 머리, 1㎝ 정도 흉터가 15㎝ 길이로 가로 새겨진 이마, 높은 톤의 전라도 사투리 등이 영락 없는 ‘형님’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하나뿐인 프로 종합격투기(MMA) 대회인 ‘로드FC 003’에서 북파공작원 출신으로 불려온 김종대(30·팀포스)를 크로스 카운터로 링에 벌렁 드러누이며 프로 파이터의 가능성을 과시한 이한근(41·영등포 정심관)씨는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다. “먹고 살려고” 조직에 몸 담았다가 4년반 전쯤부터 파이터로 변신하며 허물을 벗고 있는 중이다. 이씨는 19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다음 대회엔 한 체급 올려 토너먼트 경기에 나가는 만큼 빈틈없이 준비해 실력이 있음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오른 주먹을 힘껏 내뻗었다. <자세한 내용은 www.seoul.co.kr에> →얼굴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겠다. -교회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어릴 적부터의 꿈인 체육관을 함께 운영해 보자는 사람도 생겼다. 가장 극적인 승부로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는 말을 들으면 자랑스럽다. ●북파공작원 출신 김종대 선수 꺾어 →김종대를 꺾은 것은 운 때문이라고 하던데.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 경기 사나흘 전부터 복싱 세계챔피언이었던 조인주 관장과 타격 훈련을 했다. 종대가 훅을 잘 쓰니 난 어퍼컷을 가다듬겠다고 했더니 조 관장은 훅으로 맞서라고 했다. 그래서 훅을 가다듬었는 데 그게 맞아 떨어졌다. →링 인터뷰에서 데니스 강과 대결하겠다고 했다. -얼떨결에 좋다고 했는데 이왕 얘기했으니 지켜야 할 것 같다. 운동 않고 링에 올랐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몸상태 좋게 하려고 운동하고 있다. 새벽에 배드민턴 하고 오후에 체육관 여러 곳 돌면서 2~3시간씩 운동하고 있다. 링에 올라가면 누구에게도 겁을 내지 않는 편이다. →파이터 자격을 거론하는 이도 있는데. -제대로 운동해 보지도 않고 글로만 아는 척하는 분이 적지 않다. →살아온 얘기가 궁금하다. -전남 고흥의 소록도 근처 섬에서 4남 중 셋째로 태어났다. 형제 중에 고졸로 학력이 가장 높다. 세 살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두 형님이 집안을 돌봐야 했다. 막내도 고교를 중퇴했다. 초등학교 성적표에 ‘두뇌는 명석하나 노력을 안 함’이라 써 있곤 했는데 고흥 도화면으로 나온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태권도 한다며 공부를 멀리 했다. ●“마흔 가까워 오니 겁이 덜컥 나 조직 나와” →조직에 몸 담게 된 것은. -군대 다녀온 뒤 태권도를 가르친 분이 서울 오면 연락하라고 준 전화번호 몇 개 들고 ‘도장이라도 차려야겠다.’며 상경했다. 그런데 연락이 되지 않아 사나흘 노숙하다 먹고 살려고 조직에 들어갔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고 아는 건 운동뿐인데 잘못 풀린 셈이다. →조직을 떠나겠다는 결심 어려웠을텐데. -나이 마흔이 가까워오니 겁이 덜컥 나더라. 그래서 동료들에게 결심을 전하고 7년쯤 걸린 것 같다. 솔직히 그쪽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겠는가. 1년반 형기를 살면서 성경을 7번 통독했다. 기도를 하다 방언을 하면서 눈물 범벅으로 살아온 인생의 잘못을 고해했다. ●카센터 일 도우며 훈련… 체육관 차리는게 꿈 →생업은 어떻게. -아는 형의 카센터 일을 돕고 있다. 격투기하는 친구들, 훈련시간 때문에 정규직을 갖지 못한다. →조폭 파이터란 별칭은. -그래서 뜬 건 사실이니까 괜찮은데 전직 조폭 자랑하려고 한 것처럼 잘못 받아들이신 분들이 있더라. 지금 교회에서도 집사를 하고 있고 장가도 가야 하는데 그걸 좋아서 내세운 건 아니다. →늦은 나이에 여러 모로 힘들지 않나. -젊은 친구들 힘을 못 따라가겠다. 맷집도 약해지고 특히 나이 들수록 턱이 약해진다고 하더라. 동영상 등으로 상대 약점을 분석하는 데도 취약한 편이다. 먹고 사는 걱정까지 해야 하니 첩첩산중이다. 하지만 나로 인해 용기를 얻은 40대가 체육관에 나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나이나 여건 때문에 못 하시는 분들을 대신해 뛰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1년쯤 최선을 다해 대회에 나가고 체육관 차릴 계획이다. 글 사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이젠 조폭 꼬리표 떼고 투혼의 파이터로 불렸으면”

    “이젠 조폭 꼬리표 떼고 투혼의 파이터로 불렸으면”

    “‘조폭 파이터’란 별명은 창피하니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생계형 파이터’란 얘기도 듣는데 이제는 많은 나이를 열정으로 뛰어넘은 ‘투혼의 파이터’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외모부터 남다르다. 짧게 자른 꽁지 머리, 1㎝ 정도 흉터가 15㎝ 길이로 가로 새겨진 이마, 높은 톤의 전라도 사투리 등이 영락 없는 ‘형님’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하나 뿐인 프로 종합격투기(MMA) 대회인 ‘로드FC 003 익스플로전’에서 북파공작원 출신으로 불려온 김종대(30·팀포스)를 크로스 카운터로 링에 벌렁 드러누이면서 프로 파이터의 가능성을 과시한 이한근(42·영등포 정심관)은 쉽게 털어놓기 힘든 과거를 지녔다. “먹고 살려고” 조직에 몸 담았다가 4년반 전쯤부터 파이터로 변신하며 허물을 벗고 있는 것.  이한근은 19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김종대와의 경기에서 이긴 것을 운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며 “다음 대회에선 한 체급 올려 토너먼트 경기에 나가는 만큼 빈틈없이 준비해 실력이 뛰어남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기획사 사무실과 13일 경기 고양시 화정의 ‘익스트림 피트니스’에서 각각 진행된 일문일답.    성공적인 프로 데뷔 이후 얼굴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을텐데.  -교회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어요. 그 대회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요. 어릴 적부터의 꿈인 체육관을 함께 운영해보자는 사람도 생겼는데 1년은 (선수로) 뛴 뒤 체육관 차릴 계획이니 당장 응하진 않을 겁니다. 파이트 머니가 적어 실망하긴 했지만 내가 대회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는 말을 들으면 자랑스럽습니다.    김종대를 꺾은 것은 운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던데.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지요. 이긴 비결은 그 뭐, (경기 사나흘 전부터 복싱) 세계챔피언(조인주 관장)에게 물어봤어요. (김종대가) 훅은 치면은 뭘 쳐야 하느냐 물어봤더니 어퍼컷 말고 같이 훅을 걸으라고 해서, 그게 맞아떨어져서 운좋게 나온 것 같아요. 그림(?)이 좋게 나와 다행입니다.  한참 전에는 ‘타격은 강한데 그라운드 싸움에 약하다.’는 지적을 의식, 스피릿MC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이광희에게 기본적인 수비 동작 등 레슬링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김종대의 펀치를 맞고 한 번 휘청했지 않았나.  -경기 뒤 동영상을 몇 차례 돌려 보며 꼼꼼이 분석했는데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이더라. 맷집만 믿고 가드를 내리는 내 약점도 여전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종대와는 가끔 만나 통닭을 먹습니다. 지난 경기를 앞두고도 이틀 전인가 함께 밥을 먹었는데요. 종대가 앞으로도 열심히 운동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링사이드 사회자가 미들급으로 올려 데니스 강과 토너먼트를 해보면 어떠냐고 했는데 좋다고 했다.  -약간 얼떨결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왕 얘기했으니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뭐, 시합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다음 대회, 이 앞전 시합 때 토너먼트, 한 체급 위이고 하니까, 저번 시합 때 제가 운 좋게 이겼잖아요. 대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요.  시합 끝나고 일주일 쉬었다가요, 옛날은 운동을 많이 못했는데 지금은 운동을, 나름대로 몸 상태를 좋게 하기 위해서 쬐끔씩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중학교 이래 늘 하던 것이고 조직에 있을 때도 꾸준히 했지요. 지금도 새벽에 배드민턴하고 오후에 아는 관장들 운영하는 체육관 여러 곳을 돌면서 2~3시간씩 운동합니다. 배드민턴은 몸의 민첩성을 키우는, 나만의 훈련 비결이기도 하지라.    데니스 강. 엄청 센 상대 아닌가.  -링에 올라가면 별로 겁을 내지 않는 편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지요. 어차피 대결은 한 방에 끝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약점을 보완하고 내 장점을 가다듬으면 한 번은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파이터로서의 자격을 거론하는 누리꾼들이 있는데.  -격투기 좋아하는 분들 모두 소중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운동해보지 않고 글로만 아는 척하는 분들 적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노는 거고.  이번 경기 뒤 인터넷 댓글들 보면서 많이 웃기도 안 했습니까. 등업(글쓰는 자격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할줄 몰라 글은 남기지 않았지만 뭐라 떠들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살아온 얘기가 궁금하다.  -전남 고흥의 소록도 근처 섬에서 4남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형제 중에 제가 고졸로 학력이 가장 높아요. 세 살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두 형님이 학업을 포기하고 집안을 돌봤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두 형님께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곤 하십니다. 큰 형은 관광버스 운전을, 둘째 형은 간판 일을 하면서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막내도 고교를 중퇴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성적표를 받아보면 ‘두뇌는 명석하나 노력을 안함’이라 써 있곤 했습니다. 고흥 도화면에서 중고교를 다녔는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인가, 태권도를 한다며 공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흥은 원래 장사가 많은 곳 아닌가.  -그라지라. 보통 고흥 남자들은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장사인 사람이 많은데 우리 아버지는 체구가 왜소하셨고 어머니나 외할아버지 쪽이 그런 편이셨어요. 전남체전 같은 데서 우승한 경력도 있으니 꽤 잘했지요.    조직에 몸 담게 된 것은.  -군대 다녀온 뒤 뭘해 먹고 사나 싶었어요. 고교 시절 태권도를 가르친 분이 서울 오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 몇 개를 적어주었어요. ‘서울 가 도장이라도 차려야겠다.’고 생각해 상경했습니다. 그런데 도통 연락이 되지 않는 거예요. 사나흘 정도 노숙하다 어느 날 어떤 인연으로 조직에 들어갔습니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고 아는 건 운동뿐인데 어쩌다 잘못 풀린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조직의 이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주먹을 썼지, 선량한 시민들 괴롭히고 그러는 데 쓰지는 않았다,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언제 조직을 떠날 생각을 했나.  -스물셋에 조직에 들어갔는데 나이 마흔이 가까워오니 겁이 덜컥 나더라.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친구나 동료들에게 결심을 전한 뒤 7년쯤 걸린 것 같습니다.  ‘정화’ 받으러 ‘학교’ 갔다 나와서 보니까 제가 조금 늦게 (격투기를) 시작했어요. 4년에서 4년반 정도. 솔직히 어렸을 때 하다보니까 (조직 활동)하게 된 것인데 보람을 찾을 수 있겠어요? 그쪽에서,  제가 하다 보니까 변화가 필요했는데 전 마침 운동이라도 쪼끔씩 해오고 있었고, 변화하려고 하는, 변화되는.  안 그랬으믄 전 지금 어느 쪽으로든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냥 발만 담그고 있었을 겁니다.    조직 떠나는데 교회가 어떤 영향을 미쳤나.  -둘째 형이 발에 난 동티를 기도로 치유하겠다고 해서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함께 했습니다. 기도가 정말 통하는 걸 보고 하나님을 믿게 됐습니다. 어느날 기도를 하다 방언을 하면서 눈물 범벅으로 살아온 인생을 고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완전히 하느님 말씀에 따르게 됐지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편이에요. 중고교 시절부터 폭행죄로 입건된 건만 17번이었습니다. 조직 문제로 ‘학교’에 갔을 때 자꾸 쓸데없이 건드리는 잡범들이 있어서 참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징벌방을 7~8번 드나들었는데 그때마다 성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랬습니다. 1년반 형기를 살면서 성경을 7번 통독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대보라.  -편치 드렁크, 오랜 동안 주먹으로 뇌에 충격이 전해지면 깜빡깜빡 잊는 증상이 있습니다. 그게 저도 있는지 얘기한 뒤 5분만 지나면 까먹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로드 FC 대회에서 승리한 뒤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데 아예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니 편하고 좋은 면도 있습디다.    체육관을 하나 운영하고 싶다는 꿈은.  -기술도, 배운 것도, 모아놓은 재산도 없으니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1년쯤 프로 생활 더 하다 은퇴한 뒤 체육관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생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집 근처 아는 형의 카센터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니다. 격투기하는 친구들은 오랜 시간 직장에 붙들어 매어있는 삶을 살지 못합니다. 보통 하루 두 번 상당한 시간을 훈련에 쏟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주위에서도 쪼끔씩 도와주시지요.  하늘에 계신 높은 분 때문에 새벽 기도 가고 새벽 배드민턴 운동하고 낮에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해 어엿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데 모아놓은 돈은 없고... 공개구혼이라도 해야 하나. 하하핫!  내게 격투기는 마지막 불꽃같은 열정이고요. 솔직히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거니까 그래도 나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고.    ‘조폭 파이터’란 별칭에 불편해 하던데.  -처음에 전직 조폭, 그래서 제가 뜬 건 사실이니까 불편할 일이 아닙니다. 근데 딴 사람들 댓글 보면 전직 조폭 자랑하려고 한 것처럼 잘못 받아들이신 분들이 있더라. 지금 교회에서도 집사도 하고 있고 장가도 가야 하고 그런데 그걸 좋아서 내세운 건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폭 파이터는 창피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투혼의 파이터로 불러주셨으면 하고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부족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이 마흔에 여러 모로 힘들지 않나.  -젊은 친구들 힘을 못 따라갑니다. 맷집도 약해지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턱이 약해진다고 하더라. 동영상 등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분석하는 데도 취약할 수밖에요. 먹고 사는 걱정까지,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용기를 얻은 40대가 체육관에 나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끔 보면 ‘여유 있을 때 하지 뭐.’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이나 여건 때문에 못 하시는 분들을 대신해 뛰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서 그분들 스트레스 날려드리고 격투기 중흥하게 하고 발전에 도움 됐으면 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사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사일사] “이제 조폭 꼬리표 떼고 싶어요” 파이터 이한근

    [사일사] “이제 조폭 꼬리표 떼고 싶어요” 파이터 이한근

     “‘조폭 파이터’란 별명은 창피하니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생계형 파이터’란 얘기도 듣는데 이제는 많은 나이를 열정으로 뛰어넘은 ‘투혼의 파이터’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외모부터 남다르다. 짧게 자른 꽁지 머리, 1㎝ 정도 흉터가 15㎝ 길이로 가로 새겨진 이마, 높은 톤의 전라도 사투리 등이 영락 없는 ‘형님’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하나 뿐인 프로 종합격투기(MMA) 대회인 ‘로드FC 003 익스플로전’에서 북파공작원 출신으로 불려온 김종대(30·팀포스)를 크로스 카운터로 링에 벌렁 드러누이면서 프로 파이터의 가능성을 과시한 이한근(42·영등포 정심관)은 쉽게 털어놓기 힘든 과거를 지녔다. “먹고 살려고” 조직에 몸 담았다가 4년반 전쯤부터 파이터로 변신하며 허물을 벗고 있는 것.  이한근은 19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김종대와의 경기에서 이긴 것을 운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며 “다음 대회에선 한 체급 올려 토너먼트 경기에 나가는 만큼 빈틈없이 준비해 실력이 뛰어남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기획사 사무실과 13일 경기 고양시 화정의 ‘익스트림 피트니스’에서 각각 진행된 일문일답.    ▶ 성공적인 프로 데뷔 이후 얼굴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을텐데.  -교회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어요. 그 대회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요. 어릴 적부터의 꿈인 체육관을 함께 운영해보자는 사람도 생겼는데 1년은 (선수로) 뛴 뒤 체육관 차릴 계획이니 당장 응하진 않을 겁니다. 파이트 머니가 적어 실망하긴 했지만 내가 대회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는 말을 들으면 자랑스럽습니다.    ▶ 김종대를 꺾은 것은 운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던데.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이길 수 있었지요. 이긴 비결은 그 뭐, (경기 사나흘 전부터 복싱) 세계챔피언(조인주 관장)에게 물어봤어요. (김종대가) 훅은 치면은 뭘 쳐야 하느냐 물어봤더니 어퍼컷 말고 같이 훅을 걸으라고 해서, 그게 맞아떨어져서 운좋게 나온 것 같아요. 그림(?)이 좋게 나와 다행입니다.  한참 전에는 ‘타격은 강한데 그라운드 싸움에 약하다.’는 지적을 의식, 스피릿MC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이광희에게 기본적인 수비 동작 등 레슬링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 그래도 김종대의 펀치를 맞고 한 번 휘청했지 않았나.  -경기 뒤 동영상을 몇 차례 돌려 보며 꼼꼼이 분석했는데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이더라. 맷집만 믿고 가드를 내리는 내 약점도 여전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종대와는 가끔 만나 통닭을 먹습니다. 지난 경기를 앞두고도 이틀 전인가 함께 밥을 먹었는데요. 종대가 앞으로도 열심히 운동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 링사이드 사회자가 미들급으로 올려 데니스 강과 토너먼트를 해보면 어떠냐고 했는데 좋다고 했다.  -약간 얼떨결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왕 얘기했으니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뭐, 시합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다음 대회, 이 앞전 시합 때 토너먼트, 한 체급 위이고 하니까, 저번 시합 때 제가 운 좋게 이겼잖아요. 대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요.  시합 끝나고 일주일 쉬었다가요, 옛날은 운동을 많이 못했는데 지금은 운동을, 나름대로 몸 상태를 좋게 하기 위해서 쬐끔씩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중학교 이래 늘 하던 것이고 조직에 있을 때도 꾸준히 했지요. 지금도 새벽에 배드민턴하고 오후에 아는 관장들 운영하는 체육관 여러 곳을 돌면서 2~3시간씩 운동합니다. 배드민턴은 몸의 민첩성을 키우는, 나만의 훈련 비결이기도 하지라.    ▶ 데니스 강. 엄청 센 상대 아닌가.  -링에 올라가면 별로 겁을 내지 않는 편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지요. 어차피 대결은 한 방에 끝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약점을 보완하고 내 장점을 가다듬으면 한 번은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 그래도 파이터로서의 자격을 거론하는 누리꾼들이 있는데.  -격투기 좋아하는 분들 모두 소중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운동해보지 않고 글로만 아는 척하는 분들 적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노는 거고….  이번 경기 뒤 인터넷 댓글들 보면서 많이 웃기도 안 했습니까. 등업(글쓰는 자격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할줄 몰라 글은 남기지 않았지만 뭐라 떠들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 살아온 얘기가 궁금하다.  -전남 고흥의 소록도 근처 섬에서 4남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형제 중에 제가 고졸로 학력이 가장 높아요. 세 살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두 형님이 학업을 포기하고 집안을 돌봤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두 형님께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곤 하십니다. 큰 형은 관광버스 운전을, 둘째 형은 간판 일을 하면서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막내도 고교를 중퇴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성적표를 받아보면 ‘두뇌는 명석하나 노력을 안함’이라 써 있곤 했습니다. 고흥 도화면에서 중고교를 다녔는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인가, 태권도를 한다며 공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 고흥은 원래 장사가 많은 곳 아닌가.  -그라지라. 보통 고흥 남자들은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장사인 사람이 많은데 우리 아버지는 체구가 왜소하셨고 어머니나 외할아버지 쪽이 그런 편이셨어요. 전남체전 같은 데서 우승한 경력도 있으니 꽤 잘했지요.    ▶ 조직에 몸 담게 된 것은.  -군대 다녀온 뒤 뭘해 먹고 사나 싶었어요. 고교 시절 태권도를 가르친 분이 서울 오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 몇 개를 적어주었어요. ‘서울 가 도장이라도 차려야겠다.’고 생각해 상경했습니다. 그런데 도통 연락이 되지 않는 거예요. 사나흘 정도 노숙하다 어느 날 어떤 인연으로 조직에 들어갔습니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고 아는 건 운동뿐인데 어쩌다 잘못 풀린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조직의 이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주먹을 썼지, 선량한 시민들 괴롭히고 그러는 데 쓰지는 않았다,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 언제 조직을 떠날 생각을 했나.  -스물셋에 조직에 들어갔는데 나이 마흔이 가까워오니 겁이 덜컥 나더라.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친구나 동료들에게 결심을 전한 뒤 7년쯤 걸린 것 같습니다.  ‘정화’ 받으러 ‘학교’ 갔다 나와서 보니까 제가 조금 늦게 (격투기를) 시작했어요. 4년에서 4년반 정도. 솔직히 어렸을 때 하다보니까 (조직 활동)하게 된 것인데 보람을 찾을 수 있겠어요? 그쪽에서,  제가 하다 보니까 변화가 필요했는데 전 마침 운동이라도 쪼끔씩 해오고 있었고, 변화하려고 하는, 변화되는….  안 그랬으믄 전 지금 어느 쪽으로든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냥 발만 담그고 있었을 겁니다.    ▶ 조직 떠나는데 교회가 어떤 영향을 미쳤나.  -둘째 형이 발에 난 동티를 기도로 치유하겠다고 해서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함께 했습니다. 기도가 정말 통하는 걸 보고 하나님을 믿게 됐습니다. 어느날 기도를 하다 방언을 하면서 눈물 범벅으로 살아온 인생을 고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완전히 하느님 말씀에 따르게 됐지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편이에요. 중고교 시절부터 폭행죄로 입건된 건만 17번이었습니다. 조직 문제로 ‘학교’에 갔을 때 자꾸 쓸데없이 건드리는 잡범들이 있어서 참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징벌방을 7~8번 드나들었는데 그때마다 성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랬습니다. 1년반 형기를 살면서 성경을 7번 통독했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대보라.  -편치 드렁크, 오랜 동안 주먹으로 뇌에 충격이 전해지면 깜빡깜빡 잊는 증상이 있습니다. 그게 저도 있는지 얘기한 뒤 5분만 지나면 까먹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로드 FC 대회에서 승리한 뒤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데 아예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니 편하고 좋은 면도 있습디다.    ▶ 체육관을 하나 운영하고 싶다는 꿈은.  -기술도, 배운 것도, 모아놓은 재산도 없으니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1년쯤 프로 생활 더 하다 은퇴한 뒤 체육관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 생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집 근처 아는 형의 카센터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니다. 격투기하는 친구들은 오랜 시간 직장에 붙들어 매어있는 삶을 살지 못합니다. 보통 하루 두 번 상당한 시간을 훈련에 쏟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주위에서도 쪼끔씩 도와주시지요.  하늘에 계신 높은 분 때문에 새벽 기도 가고 새벽 배드민턴 운동하고 낮에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해 어엿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데 모아놓은 돈은 없고... 공개구혼이라도 해야 하나. 하하핫!  내게 격투기는 마지막 불꽃같은 열정이고요. 솔직히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거니까 그래도 나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고.    ▶ ‘조폭 파이터’란 별칭에 불편해 하던데.  -처음에 전직 조폭, 그래서 제가 뜬 건 사실이니까 불편할 일이 아닙니다. 근데 딴 사람들 댓글 보면 전직 조폭 자랑하려고 한 것처럼 잘못 받아들이신 분들이 있더라. 지금 교회에서도 집사도 하고 있고 장가도 가야 하고 그런데 그걸 좋아서 내세운 건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폭 파이터는 창피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안 불러줬으면 좋겠고요. 투혼의 파이터로 불러주셨으면 하고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부족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 나이 마흔에 여러 모로 힘들지 않나.  -젊은 친구들 힘을 못 따라갑니다. 맷집도 약해지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턱이 약해진다고 하더라. 동영상 등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분석하는 데도 취약할 수밖에요. 먹고 사는 걱정까지,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용기를 얻은 40대가 체육관에 나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끔 보면 ‘여유 있을 때 하지 뭐.’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이나 여건 때문에 못 하시는 분들을 대신해 뛰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서 그분들 스트레스 날려드리고 격투기 중흥하게 하고 발전에 도움 됐으면 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사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손,살인자를 가리키다

    2006년 10월 11일 오후 3시 인천 강화도의 한 선착장. 주변을 거닐던 관광객이 바다쪽 석축에 걸린 작은 물체를 발견했다. “저게 뭐지? 일반적인 바다 쓰레기 같지는 않은데?.” 왠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 다가간 그는 자기도 모르게 ‘악~’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잘려진 사람의 손이었다. 바다를 떠돌다 뭍을 만나니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심정이었을까, 조류에 떠밀려온 가련한 조각 시신은 축대에 기대어 제발 자기를 보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 40대 중반 여성?남편 그리고 내연남 상식적인 얘기지만 바다나 강에서 발견된 시신은 신원을 파악하기가 육지에서 나온 시신보다 훨씬 어렵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지문감식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물 속에서 불거나 부패하는 과정에서 형체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망자의 손을 수습해 아이스박스에 넣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우선 규명해야 할 것은 자살이냐, 타살이냐 여부. 손목 절단이 흉기 등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람은 토막살해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신이 온전한 상태로 떠돌다 선박 스크루 등에 의한 절단된 것이라면 타살 외에 자살이나 사고사일 수 있다. 부검 결과, 타살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국과원은 “손목 절단면의 전반적인 모양새가 칼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능숙하게 한 일로 보이며 피해자는 여성”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망자는 누구인가. 물 속에서 부패된 손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지문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익사체나 부패가 진행 중인 사체는 주사기로 시신의 손에 실리콘을 주입해 지문을 떠내지만 이 경우는 훼손 정도가 심해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조사반은 고온처리법에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뜨거운 물을 통해 피부를 팽창시켜 숨어 있던 지문을 도드라지게 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한국의 지문감식 수준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실제로 이 방법은 2004년 동남아 지진해일 참사 때 큰 위력을 발휘했다. 9일 만에 경찰은 지문 채취에 성공했다. 중지에서는 활모양의 궁상문(弓狀紋)이, 약지에서는 말굽모양의 제상문(蹄狀紋)이 확인됐다. 피해자는 당시 44세의 여성 A씨였다. 약 1개월 전 남편 K(당시 47세)씨에 의해 가출 신고가 돼 있었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K씨는 “아내가 9월 15일 직장에 출근한 후 돌아오지 않았다.”면서 “내연남과 살기 위해 집을 나간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A씨의 통화기록을 조회하자 실제로 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A씨와 결혼을 하기 위해 이미 이혼해 있는 상태였다. 남편 진술의 신빙성에 무게가 더해졌다. 경찰은 내연남에 대한 집중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그는 분명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의심할만한 대목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수사의 초점은 다시 남편을 향했다.   ■ 아내와의 엽기적인 마지막 눈인사 “그놈과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죠. 걱정도 안 돼요.” 남편 K씨가 퉁명스럽게 내뱉은 말에는 부인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경찰은 우선 K씨의 아파트 CCTV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가출 이후 거의 500시간에 육박하는 녹화분을 샅샅이 뒤졌다. 지루한 녹화화면과의 전쟁. 전체 분량을 절반쯤 확인했을 때 화면에 남편 K씨와 아내 A씨의 모습이 등장했다. 10월 2일 오전 10시 10분. 그들이 살던 아파트로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남편 K씨 진술대로라면 가출신고 후 부인과는 만나는 난 일은 없었어야 하는 것 아니야? 아무래도 K씨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 경찰들은 이쯤에서 용의자가 누구인지 80%쯤 확신하게 됐다. 다시 몇시간 정도 녹화분을 더 돌리자 등에 뭔가를 짊어지고 혼자서 내려오는 남편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큰 이불보따리였다. 남편은 그걸 자기 승합차에 실었다. 얼마 후에는 검은 비닐봉지와 아내의 핸드백을 갖고 돌아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나머지 녹화분에서는 어디에도 부인 A씨가 집을 나오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남편의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범행 이틀 뒤인 4일 남편은 경기도 김포 등지를 배회하고 있었다. 김포는 시신의 손목이 발견된 강화도와 가까운 곳이었다. 경찰은 그가 아내를 살해하고 이틀 뒤 시신을 버린 것으로 판단한고 남편을 체포했다. 처음에 완강히 범행을 부인하던 K씨는 계속된 추궁과 증거 제시에 결국 모든 것을 실토했다. 바람 난 아내와 이혼을 협의하다 홧김에 목졸라 살해했고 인테리어 가게에서 쓰는 톱과 칼로 집 화장실에서 시신을 토막 낸 뒤 강화대교 밑 바다와 김포대교 밑 강물에 버렸다고 했다. 그는 가출해 내연남과 보름 이상 여행을 떠난 뒤 스스럼 없이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가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 경찰은 나머지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K씨가 죽은 아내의 머리를 자기 인테리어점 지하 보일러실에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발견했을 때 A씨의 눈은 청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아내가 눈을 뜨고 죽었는데 그 눈과 마주치는 것이 너무 무섭더군요.” 불행한 부부의 마지막 눈맞춤이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 조폭 뺨치는 10대 ‘일진’

    지난 6월 21일. 경기 광명에 사는 고3 수험생 윤모(17)군은 방과 후 교실 청소를 하던 중 ‘일진’ 소속인 김모(18)군 등 3명과 마주쳤다. 윤군은 “따라오지 않으면 가만 안 둔다.”는 이들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학교 밖으로 따라나섰다. 윤군은 지난해 9월부터 김군 등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왔다. 사귀던 여자친구 김모(15)양과 헤어진 뒤 김양과 알고 지내던 김군 등에게 욕을 하고 다녔다는 게 이유였다. 이들은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송파구 거여역에 도착했다. 저녁 9시 무렵이었다. 그곳에는 또 다른 일진 맴버 10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윤군을 거여동 일대의 재개발 예정지와 인적이 없는 폐가, 빌라 주차장, 공원 등으로 끌고 다니며 폭행하기 시작했다. 조직폭력배도 혀를 내두를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이들은 순번을 정해 번갈아 가며 윤군을 때렸다. 시간을 재며 한 명이 3분 동안 때린 뒤 다른 한 명이 또 3분 동안 때리는 식이었다. 윤군이 정신을 잃으면 찬물을 끼얹어 깨어나게 해 다시 때렸다. 공원에서는 윤군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운 뒤 40㎝가량 파낸 구덩이에 머리를 묻고 흙으로 덮는 잔인함까지 보였다. 혼수상태에 빠진 윤군은 9시간이 흐른 22일 오전 6시쯤 출근하던 시민에 의해 발견됐다. 이들은 1만 2000원이 든 김군의 지갑도 뺏어 갔다. 윤군은 늑골골절과 전신 타박상 등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 이후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지만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김군 등 5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이들과 함께 윤군을 폭행한 이모(18)군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류승룡 “악역전문 아녜요. 코미디도 잘해요”

    류승룡 “악역전문 아녜요. 코미디도 잘해요”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눈빛과 말투다. 가식적인 표정, 불필요한 수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드라지려 하지 않는데도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영화 속 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2007년 이후 16편을 찍었다. 대부분 조연이었지만 주연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올 여름 100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들어간 한국영화 ‘빅4’(퀵, 고지전, 7광구, 최종병기 활) 중 두 편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리운 류승룡(42)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0만 관객을 돌파한 ‘고지전’에 이어 오는 10일 ‘최종병기 활’ 개봉을 앞둔 류승룡을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정당성 있는 악역 만들어 극적 긴장감 고조시키죠”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 ‘최종병기 활’은 청나라에 납치당한 누이동생을 구하려는 조선 최고 신궁 남이(박해일)와 청나라 장군 주신타(류승룡)의 추격전이 뼈대를 이룬다. 굳이 가르자면 주신타는 악당이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남이의 숨통을 조인다. 그런데 미워할 수 없다. 임금에겐 맹장이요, 부하들에겐 덕장이다. 돌아보면 그가 연기한 ‘고지전’의 북한군 장교 현정윤도 비슷했다. 북쪽 사람일진대 우리 편보다 더 인간답고, 끌린다. 악역 캐릭터가 공감을 얻도록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류승룡이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어떤 기사에서 저를 악역의 제왕이라고 표현했던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입을 뗐다. “영화 ‘퀴즈왕’ ‘된장’ ‘7급공무원’에서 코미디를 했고,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는 남자를 사랑하는 수줍은 재벌 2세 역할도 했다.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고 자부하는데 ‘시크릿’의 조폭 보스 같은 역할이 각인된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의 긴장과 갈등을 극대화하려면 악역의 행동도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이유 없이 잔인하거나 사악한 캐릭터는 하지 않는다.”면서 “‘고지전’ ‘최종병기 활’의 인물들 역시 각자의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코미디나 우연한 사건에 휘말린 소시민의 이야기에 끌린다고 했다. 앨런 파커 감독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1978)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런 소시민들을 괴롭히는 역할들을 많이 했는데 역할이 뒤바뀌면 갈등을 고조시키는 악역을 누가 할지 걱정되기도 한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최종병기 활’에서 류승룡의 모든 대사는 전세계를 통틀어 사용 인구가 몇십명밖에 되지 않는 사어(死語)인 만주어다. 운좋게 국내에서 전문가를 찾아 촬영 두달 전부터 ‘열공’했다. 그는 “어법, 발음, 단어 등을 하루 8시간씩 몇 차례에 걸쳐 지도받았다. 어순이 우리말과 같아 다행이었다.”면서 “독일어나 러시아어에서 들리는 ‘크흐~’ 같은 발음들이 많은 남성적인 언어라 잘 맞았다.”라고 털어놓았다. 간단한 회화는 가능한지 물었더니 “‘워이훈자파~’(산 채로 잡아라) 같은 구문들이라 만주어를 쓰는 사람을 만나도 써먹기는 곤란할 것 같다.”며 웃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작품이 없을 텐데 ‘고지전’과 ‘최종병기 활’이 극장가에서 맞붙게 됐다. 나막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과 비슷할까. 하지만 “‘퀵’과 ‘고지전’이 같은 날 개봉한 고창석(둘은 동갑내기 친구다)보다는 20여일 간격을 두고 개봉하는 내가 훨씬 낫다.”는 게 ‘쿨한’ 그의 답이다. ●“난타 1기로 전세계무대 샅샅이 훑었죠” 본격적으로 연기를 접한 건 경기 성남시 풍생고 1학년 때 연극반에 들어가면서다. ‘좀 노는 반장’이라 엇나갈 수도 있었지만, 연기가 그를 인도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연극이 없었다면 엄청나게 방황했을 텐데 연기를 하면서 치료가 되고 교화되는 걸 느꼈다. 어린 나이였지만 이렇게 재밌고, 안 하면 미칠 것 같은 일을 평생 해야겠다는 계시를 받았다.” 영화판에 발을 디딘 건 2004년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단역 ‘강도 1’)를 통해서다. 서른 다섯 살 때였다. 꽤나 먼 길을 돌아온 셈. 서울예전(현 서울예술대) 연극과 출신인 그는 졸업 후 동랑레퍼토리극단에서 내공을 쌓았다. 인생의 첫 변곡점은 1997년 미국 뉴욕에서 만났다. 전위극 ‘두타’의 공연을 갔다가 ‘스톰프’와 ‘블루맨그룹’의 ‘튜브’ 같은 비언어극을 보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것. 마침 국내에서 ‘난타’ 1기 멤버를 뽑는 오디션이 진행 중이었다. 이후 5년 동안 난타의 핵심 멤버로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에든버러 등 전 세계를 샅샅이 훑었다. “국가대표 같은 보람을 느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마라톤 같은 연기생활 조급해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도 당시 그는 연극배우일 뿐. 한국영화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대학동기 황정민, 정재영을 보면 부러웠을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친구들보다 10년 정도 출발이 늦었다.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를 하는 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연기는 어차피 평생 해야 할 일이니까 마라톤처럼 가는 거다. (친구들의 성공이) 자극은 됐을지 몰라도 부럽거나 조급한 적은 없었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말로 하는 연기가 그리웠다. 연극·영화판을 넘나들며 재주꾼으로 이름을 날리던 대학 1년 선배 장진 감독을 떠올렸다. 인생의 두번째 터닝포인트였다. 장 감독의 연극 ‘웰컴 투 동막골’ ‘택시드리벌’로 감을 되찾은 그는 장 감독의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로 뒤늦게 충무로에 입성했다. 뒤처진 진도를 따라잡는 데는 6~7년으로 족했다. 꾹꾹 밟아 다진 연기력 덕에 지난 3~4년간 1주일 이상 쉰 적이 없을 만큼 시나리오가 꼬리를 물고 들어왔다. 해마다 4~5편씩 ‘다작’을 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을까. 연극배우 출신 중에는 짧은 시간에 이미지를 소진한 뒤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성장통’을 겪는 경우도 있기 때문. 그는 “나는 가장이고, 이것저것 고를 처지가 아니었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목마름도 강했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배웠다. 물론 이제는 조금 숨 고르기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프로축구 승부조작이 남긴 것들

    프로축구 K리그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단락됐다. 물론 안심하기는 이르다. 다시 어떤 경로를 통해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일단은 선수, 구단, 프로축구연맹 등 모든 프로축구 관계자들이 경기와 리그 운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프로축구가 팬들의 사랑을 되찾는 길은 멀고, 험해 보인다. 썩고 곪아 터진 환부를 이제 도려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K리그를 지탱하던 모든 신뢰의 축이 무너졌다. 선수와 선수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됐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승부조작 가담의 심증을 덮어두고 ‘폭탄 떠넘기기’ 식으로 자기 선수들을 타 구단에 팔았던 구단과 구단들 사이의 믿음도 깨졌다. 무엇보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놀림에도 꾸준히 그라운드를 찾았던 팬들의 믿음과 사랑이 산산조각 났다. 선수와 구단, 연맹이 안면 몰수하고 “자 이제 마음 편하게 축구를 즐기자.”고 킥오프를 할 때가 아니다. 축구는 계속돼야 하지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실행이 시급하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모든 대책들이 ‘불신’을 기초로 나왔다. 선수들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선수 및 구단에 대한 높은 징계 수위 등이 그것이다. 선수들은 그저 감시와 처벌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밝혀진 사건의 전모를 살펴보면 이런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대부분의 승부조작은 전주(돈줄)와 조직폭력배들의 회유와 협박을 이기지 못한 선배가 후배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포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물론 프로선수라면 이런 협박을 이겨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학창시절 상습적으로 돈을 뺏는 급우들을 고발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목숨을 걸어야 할 수준이다. 또 모든 인맥이 얽히고설킨 축구판에서 자기 혼자 ‘백조’ 노릇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 때문에 신인임에도 승부조작 제의를 거절한 홍정호(제주), 윤빛가람(경남)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대한축구협회와 연맹은 감시와 함께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 시스템을 확실하게 갖춰야 한다. 협회와 연맹이 나서서 조폭을 잡으라는 말이 아니다. 이미 협회는 법무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있지 않은가. 선수들에게 주먹보다 법이 더 가깝다는 사실, 불의를 고발하면 피해가 아니라 보호를 받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이게 제일 시급하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죽은 여성이 범인에게 남긴 데스노트가 살인자를 지목하다

    죽은 여성이 범인에게 남긴 데스노트가 살인자를 지목하다

      2003년 12월 6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갑작스런 한통의 전화가 겨울밤 파출소의 한적함을 깨운다.  “사, 사람이 죽었어요. 도와주세요.”  신고인은 외국인이었다. 한국인 여자친구 A(당시 24세)의 주검과 마주친 그는 떨고 있었다.  A씨는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칼에 찔린 복부에서 난 피가 바닥에 흥건했다. 자상의 크기는 1.7㎝로 작은 편이었지만 대동맥을 관통할 정도로 깊게 찔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첫번째 칼부림은 바로 옆 탁자에 아래에서 시작된 듯했다. 탁자 아래엔 비산(飛散·튀어 흩어짐) 혈흔과 적하(滴下·방울져 떨어짐) 혈흔이 섞여 있었다. A씨의 목에는 손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칼로 배를 공격한 후 범인은 확인사살을 하듯 A씨의 목을 다시 누른 것이다. 방어흔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범행은 순식간이었고 피해자는 반항 한번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찢어진 장부, 과학이 뒷장을 드러내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일반주택 2층을 개조해 만든 옷 도매가게. 주로 아프리카쪽 바이어를 상대하는 매장은 흔한 입간판 하나 없어 일반인은 전혀 상점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탁자엔 바로 전까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 듯 음료수 캔과 비스킷, 거래장부가 놓여 있었다. 선풍기형 난로도 탁자를 향해 있었다. 피해자의 가방과 지갑은 모두 열렸고 책상서랍 안에 있던 260만원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문이나 창에 외부 침입의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경찰은 손님을 가장한 강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범인이 외국인이라면 수사과정에 곤란한 점이 적지않다. 우선 한국경찰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히는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를 이용할 수 없다. 불법체류자라면 소재 파악도 쉽지 않다. 그렇게 고민만 깊어갈 즈음 지문 감식을 위해 거래장부를 조사하던 수사관이 의문을 제기했다.  “반장님, 장부 페이지가 한장이 비는데요. 5일자가 없어요.”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앞장의 글자와 뒷장에 남아 있는 자국이 좀 달라 보인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흔적이 남은 장부를 찢어버린 것이라는 판단에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필흔(筆痕) 재생을 의뢰했다.  필흔 재생이란 볼펜이나 연필 등 필기구를 사용할 때 원본 뒤 종이의 눌린 자국을 통해 앞장의 글자를 복원하는 작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글씨를 쓰면 필기구의 압력이 종이 뒷장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글씨를 쓴 사람이 펜을 얼마나 힘껏 눌렀느냐, 필기구가 무엇이냐에 따라 2번째와 3번째 페이지까지도 필흔이 남을 수있다. 통상 볼펜이나 연필은 원본 뒤 3번째 장까지 자국이 남는다. 하지만 사인펜으로 쓴 글씨는 다음 장에서도 흔적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사실 자국이라고 말하지만, 육안이나 현미경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정도여서 이를 확인하는 데는 고가(3000만원가량)의 특수장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주로 영국제 ‘ESDA2’가 쓰인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증거물(눌린 종이)을 기계에 넣은 후 그 위에 랩과 같은 특수필름을 평평하게 깐다. 진공상태에서 기계가 정전기를 발생시키면 필름은 자연스럽게 글자모양에 따라 요철이 생긴다. 필름을 15~20도 정도 기울인 상태에서 특수처리된 흑연가루를 뿌려주면 필름 위에 앞장에 썼던 글자들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국과원이 복원한 페이지는 ‘제이’(Jay)라는 손님의 거래내역서였다. 티셔츠와 바지, 점퍼 등 도합 640만원어치의 물품을 제이가 주문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수사팀 입장에서 뜻밖의 횡재는 제이의 전화번호였다. 01×-8××-××××.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인 제이를 찾아 나섰다. 장부 속 고객 ‘제이’를 잡아라  휴대전화 개통자는 나이지리안인 저스틴(당시 31세)이었다. 이태원 나이지리아인 밀집지역을 탐문조사한 결과 장부 속 제이는 저스틴과 동일인물이었다. 제이란 이름은 위조여권 속 가명이였다.  범인은 불안한듯 했다. 사건 뒤 저스틴의 휴대전화 신호는 이태원 녹사평역에 나타났다가 다시 한남동과 경기 동두천시로 옮겨갔다. 마지막 위치는 나이지리아인 밀집지역인 안산시의 주택가로 확인됐다.  영장도 없는 상태에서 드넓은 주택가를 모두 뒤질 수는 없는 노릇. 특히 나이지리아인 지역사회에 잘못 들이닥치면 오히려 경찰이 떴다는 것을 저스틴에게 알려주는 꼴이 될 게 뻔했다. 경찰은 비용 때문에 휴대전화보다는 공중전화를 자주 이용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화이용 패턴에 착안했다. 인근 공중전화 10군데를 골라 잠복에 나섰다. 그렇게 한지 3일. 저스틴은 전화를 걸러 슬리퍼를 끌고 나오다 공중전화 앞에서 검거됐다.  저스틴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 범행을 부인하기에는 증거나 정황이 너무나 분명했다. 우선 현장에 남은 음료수 캔의 지문이 그의 것과 일치했다. 특히 자취방에서 찾아낸 비닐봉지에서 숨진 A씨의 혈흔이 발견되자 그는 죄를 벗기 위한 노력을 완전히 포기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저스틴은 범행을 저지르기 14개월 전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비자 유효기간이 만료돼 불법 체류자가 되면서 일자리 찾기가 극도로 어려워졌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막막해지자 그는 범행을 결심했다. 맨 먼저 머리에 떠오른 곳은 전에 친구와 들렀던 A씨의 가게였다. 인적이 뜸한 데다 여자들만 있어 강도를 하기도 쉬우리라 판단했다.  저스틴은 자기를 나이지리아에서 온 바이어라고 속이고 범행 전날인 12월 5일 옷가게에 들렀다. 모처럼 큰 손님에 반가워 A씨가 장부를 적어 나가는 동안 그는 내부구조와 현금의 위치, 도주경로 등을 살폈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범행에 쓸 과도도 구입했다.  범행 당일인 6일, A씨가 3시간에 걸쳐 옷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저스틴은 칼을 쓸 타이밍을 노렸다. 그리고 무참하게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가게를 나오는 순간 저스틴의 머리에 불안이 엄습했다. 자기의 전화번호와 이름이 적힌 장부가 떠올랐다. 그는 장부의 마지막 장을 깔끔히 찢어내는 용의주도함으로 범행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장은 끝내 그를 스스로 옭아매는 증거가 됐다. 불안은 그렇게 범인의 영혼을 잠식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 보험금 타려고 임신한 미혼모를…

    보험금 타려고 임신한 미혼모를…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임신한 미혼모와 위장 결혼한 뒤 살해한 조직폭력배가 범행 4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광주 서부경찰서는 28일 자신의 부인을 생명보험에 가입시킨 뒤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한 광주 지역 조직폭력배 박모(30)씨를 살인 및 보험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박씨는 지난 2007년 6월 6일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변에서 부인 김모(26)씨가 타고 있는 차량을 강에 빠뜨려 김씨를 숨지게 한 뒤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범행 6일 뒤 친구 양모(30)씨를 통해 경찰에 가출 신고하도록 해 모 보험사로부터 2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범행을 계획하고 같은 해 4월 중순 ‘자신의 두 딸을 키워 줄 보모를 구한다.’는 광고를 한 인터넷 미혼모 사이트에 올렸고, 이를 보고 연락해 온 김씨와 만났다. 이후 “함께 살아 주면 생활비와 임신 5개월째인 아이도 보살펴 주겠다.”고 속여 한 달 뒤인 5월 23일 혼인신고를 마쳤다. 법률혼을 성사시킨 박씨는 모 생명보험 등 3개 보험사에 김씨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뒤 “운전연수를 시켜 주겠다.”며 강가로 유인,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15)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15)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지난해 3월 28일 오전 10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북쪽 끝 2차선 도로.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향하던 외국인 노동자 자하드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다. 언뜻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듯한 느낌.  자전거를 세우고 건물 한쪽 벽면을 살펴보니 젊은 여성이 대형 트럭과 담벼락 사이에 잠자듯 누워 있었다. “술에 취한 여자인가?”  급하게 여성에게 다가간 자하드.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양쪽 발목이 흰색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누군가 이 가련한 젊은 여성의 목숨을 끊은 뒤 이곳에 버린 것이었다.   ●입만 막은 여성이 질식사하다  시신은 깨끗했다. 앳된 얼굴의 피살자는 줄무늬 블라우스에 베스트,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듯한 옷매무새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초년생의 느낌.  코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광대뼈와 왼쪽 턱에도 작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치명상은 아니었다. 혈흔도 찾을 수 없었다. 여성 피살자들에게 통상 발견되는 목졸림의 흔적 또한 없었다(부검의들에 따르면 살해당한 여성의 90%가 목 졸려 죽는다. 힘이 약한 여성에게 쓰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범행 현장이 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여성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다. 하지만 시반(屍斑·시신의 피부에 나타나는 자주색 반점)은 몸 앞쪽에 나 있었다.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 정액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슴에서 남성의 타액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비구(鼻口) 폐쇄성 질식사였다. 입가에 테이프 자국이 있는 걸 봐서는 이것이 죽음의 원인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테이프가 코는 빼고 입만 막고 있었는데 왜 질식사를 한 걸까. 해답은 사망 당시의 자세에 있었다. 사람을 납치하면 범인들은 보통 끈을 풀지 못하도록 손을 등 뒤로 묶고 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을 막는다. 때론 팔을 묶은 끈으로 다리까지 묶기도 한다.  팔이 뒤로 꺾인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박동이 크게 떨어진다. 법의학자들은 이 자세로 오래 방치할 경우 코나 입 어느 하나만으로 숨쉬는 것이 어려워 질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피해 여성은 코에서 난 피가 비강을 막은 게 분명했다.  지문조회 결과 사망자는 충북 청주에 사는 24세 A씨였다. 가족들은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 A씨가 죽은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26일(금요일) 저녁 청주 남문로에서 회식을 한 뒤 택시를 탄 게 화근이었다. 대학 졸업 후 무수한 입사 도전 끝에 직장에 취직하기 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출근 첫째주 휴일을 앞두고 마련된 그녀를 위한 환영 회식이었다. 범인은 그렇게 막 피어나던 꽃망울을 무참하게 꺾어 버렸다.  ●274만개의 눈…CCTV는 범인을 지켜봤다  형사들은 시신 발견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먼저 확보한 것은 A씨가 버려진 빌딩 담 위쪽에 설치된 CCTV 화면. 발견 전날인 27일 토요일 저녁 녹화분부터 확인했다. 후미진 곳이긴 해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시신이 며칠 동안이나 방치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성과 없이 이어지는 CCTV 화면 탐색에 형사들이 조금씩 지쳐갈 즈음이었다. 모니터의 시간이 오전 1시 30분을 가리키는 순간, 퉁퉁한 체격의 남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트렁크를 열었다. 뭔가를 급히 꺼냈다. 이미 숨져 있는 A씨였다. 남자는 트럭 옆에 A씨를 버린 뒤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화면이 너무 흐려 차량번호는커녕 범인의 이목구비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차종이 흰색 NF쏘나타임은 분명했다. 더 큰 수확은 차 지붕에 택시표지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A씨가 회식을 마치고 탑승한 택시에 대한 수배에 나섰다.  경찰은 CCTV 속 범인이 시신을 유기한 후 다시 청주로 돌아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 반드시 거쳐 갈 수 밖에 없는 노루목을 찾아야 했다. 경찰이 짚은 지점은 현도교. 대전 대덕단지에서 신탄진 나들목(IC)을 거쳐 청주로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거치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CCTV도 설치돼 있었다.  범행 당일 오전 1시 30분 이후 다리를 지나간 택시의 수는 모두 67대였다. 경찰은 이중 유독 수상해 보이는 1대에 주목했다. 차 번호를 숨기려 번호판에 반사테이프를 붙인 택시였다. 게다가 앞서 화면에서 본 것과 같은 흰색 NF쏘나타였다.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해 알아낸 차량번호는 충북××바××××. 경찰은 청주의 한 택시회사로 형사들을 급파했다.  “CCTV에 다 찍혀 있다.”  형사들의 말에 택시기사 안모(41)씨는 순순히 자기 집에서 수갑을 받았다. 자하드의 112 신고가 접수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택시 운전석 문짝에서는 식칼이, 트렁크 매트에서는 혈흔이 나왔다. 혈흔은 숨진 A씨의 것과 일치했다. A씨를 위협해 빼앗은 7000원도 함께 나왔다.  범인은 “테이프로 입만 막았기 때문에 A씨가 숨은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등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미 2000년에 감금 및 성폭력 혐의로 3년형을 받고 복역했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놓고도 어떻게 하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만 적용받을까 갖은 술수를 쓰고 있었다.   ●잔혹한 살인자…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연기군 조천변 살인사건 있잖아요. 이번에 나온 DNA가 그 사건 용의자와 일치해요.”  수사팀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안씨의 과거 범행이 칡넝쿨처럼 이어져 나왔다. 택시기사를 하며 6년간 살해한 여성이 3명이나 됐다. 2004년 10월 충남 연기군 전동면 조천변 도로에서 발견된 B(당시 23세)씨도, 2009년 9월 청주시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가에 숨져 있던 C(당시 41세)씨도 그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출소 후 안씨는 그렇게 늦은 밤 택시에 탄 여성을 상대로 살인과 강간, 강도 등의 범행을 이어갔다. 대부분 몸집이 작거나 술을 마신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안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의성을 부인하고, 끊임없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지하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CCTV는 총 274만대로 추정된다. 공공용 24만대, 민간용 250만대다. 현재 CCTV는 인권침해와 범죄예방 효과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사건에서는 CCTV가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 했던 억울한 죽음들의 한을 풀어준 것과 동시에 추가적인 희생자를 막는 효과를 냈다. 우리사회의 ‘은밀한 감시자’인 CCTV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시는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큰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게재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 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할 땐 미제사건 2) 죽음의 성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 직전의 성적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오열했던 남편 부인을 독살하다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 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성전환 여성 恨풀다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대변 속 100억분의 1g DNA 난관 속 사건 푼 ‘최후의 단서’ 7) 정관수술한 지능적인 연쇄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호흡이 지목한 범인은 그의 아들이었다-화재사 속에 숨은 타살의 흔적찾기 13) 車운전석 그녀의 주먹쥔 양팔-‘에어컨은 억울했다’ 14) 피해자·범인 찾아낸 성형수술 자국 광대뼈 축소술 흔적…동거男에 목 졸린 백골의 한 풀어주다 15) 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여성 전문 살인범, 274만개의 눈 CCTV가 잡다
  • 美 ‘국제 조폭과의 전쟁’ 선포

    美 ‘국제 조폭과의 전쟁’ 선포

    미국 정부가 ‘조폭’에 몽둥이를 들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조직범죄가 미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일본의 야쿠자와 이탈리아의 마피아 조직인 카모라, 멕시코의 로스 세타스, 러시아의 브러더스 서클 등 국제적 조직범죄 단체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야쿠자는 마약거래와 무기밀수, 인신매매, 매춘, 성 착취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카모라는 달러 위조와 마약거래, 가짜 명품 및 DVD 등 불법복제 거래 등을 하고 있다고 미 정부는 설명했다. 브러더스 서클은 마약 밀매와 핵물질 거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로스 세타스는 마약 밀수 등을 통해 미국에서 불법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이들 조직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동시에 자국민이 이들과 사업관계를 맺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등 56개 항목으로 구성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미국 당국이 불법 범죄조직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조직원들을 기소할 수 있도록 하고, 국제 범죄조직 척결을 위한 국가 간 정보공유를 추진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백악관은 특히 “북한 당국이 달러를 위조하는 범죄조직과 관계를 유지해온 것 같다.”면서 “이는 미국의 달러 건전성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또 중국과 동남아에서 광범위한 지적재산권 도용이 성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첸치핑이라는 중국 여성이 한번에 100여명씩 1000여명의 외국인을 미국으로 밀입국시킨 혐의도 밝혔다. 미 정부가 이례적으로 조직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배경에는 조직범죄와 테러조직의 연계성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미국 내 마약 밀매 조직 중 절반 정도가 알카에다와 헤즈볼라, 탈레반 등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대량살상무기(WMD) 거래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으로 돈줄이 마르자 조직범죄로 활로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국제 범죄조직은 점차 세력을 키우면서 활동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정부의 부패 요소와 결탁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맹국들도 우리의 노력을 반영해 자국민을 폭력,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협력의 틀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조폭과 북파공작원 출신이 서로 한판 붙으니…

    조폭과 북파공작원 출신이 서로 한판 붙으니…

    애국가와 함께 단정한 태권도복을 입은 한 중년 사내가 입장한다. 다른 선수들보다 10살 이상은 더 많아 보인다. 강한 포스가 느껴진다.애국가에서 갑자기 빠른 비트의 음악으로 바뀌고 사내가 도복을 벗어 던진다. 24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국내 유일의 프로종합격투기 ‘로드FC 003 EXPLOSION’.대회의 7번째 경기에 출전한 조직폭력배 출신 파이터 이한근(42·정심관 소속)선수와 국군정보사령부 부사관 출신 김종대(31·팀포스)선수가 8각의 케이지 안에서 우뢰와 같은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서로를 노려본다. 국군정보사령부는 과거 북파공작원 양성으로 유명했던 육군 첩보부대 HID(Headquarters of Intelligence Detachment)의 후신. 조폭과 북파공작원이란 독특한 이력을 지닌 두 선수의 스페셜 매치는 경기 이전부터 화제가 됐다. 프로경기는 두 선수 모두 처음인데 대략 승리는 김 선수의 차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몸놀림이 빠른 김 선수의 펀치가 이어졌다. 이 선수는 갑작스런 공격에 무릎을 꿇는 등 2차례 다운 위기를 맞으며 금세라도 무너질 듯 보였다. 간간이 손과 다리를 뻗어 보긴 했지만 육중한 덩치 때문에 경기가 쉬워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일방적인 공격에 당하는 찰나, 두 선수가 서로 카운트펀치를 날렸다. 그 충격에 이 선수가 먼저 쓰러지는 듯 했으나 이내 바로 몸을 곧추세웠다. 반면 지칠 줄 모르던 김 선수는 밑동을 잘라낸 나무마냥 “쿵”하는 소리를 내고 링에 쓰러졌다. 관중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파상공세에 밀리던 이 선수가 관중석의 예상을 깨고,1라운드 1분18초만에 짜릿한 KO승을 쟁취한 것이다. 이 선수는 경기 직후 링 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데니스강 등이 출전하는 로드FC의 미들급 토너먼트에 도전해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운동 파트너로 동생이 많이 도와줬는데 앞으로도 계속 (나와)함께 한다면 하겠다.”라고 밝혀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다음은 선수 대기실 앞에서 서울신문과 단독으로 가진 인터뷰 주요 내용. →오늘 경기 어땠나? 승리의 요인은 뭔가. 힘 좋은 젊은 선수들과 하면서, 난 나이가 많은 노장 선수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나이 많은 사람을 대신해서 뛴다고 생각했다.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김종대 선수도 열심히 했지만 내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번 계기로 격투기 종목이 많이 흥행됐으면 좋겠다. →이 순간 지금 누가 가장 생각나는지. 시합 중 세컨드(격투기 경기 중 선수를 돌보는 사람)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실제로 현재 아무런 생각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처음 프로 무대에서 경기를 한 소감은. 다른 좋은 선수들도 많은데 나 같은 선수에게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노력한 만큼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오늘 KO로 좋은 결과가 나와 좋다. →운동을 왜 시작했고 얼마나 됐나. 주먹만 믿고 의미 없이 방탕하게 살다 후회했다. 체육관을 하면서 의미 있는 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쉽게 포기하고, 비전 없이 막 살았다. 운동을 접한 후 지금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정신이 생겼다. 또한 체육관을 차리려는 비전도 생겼다. →조폭 시절 실전과 격투기와 어떻게 다른가. 예전에 막 싸움은 기 싸움이니 안 밀리고, 한·두번 주먹질에 싸움이 끝났다. 하지만 이 운동은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과 하나 뻗으면 두 개 나오는 식의 공식이 있다. 예전에는 내 기세대로 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강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세상이 무섭고 내가 움츠려 든다. →종합격투기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이 먹고 운동을 하려다보니 힘도 들고, 특별한 직업도 없으니 경제적 부담도 든다. 게다가 젊은 선수들 감각을 쫓아 가려다보니 힘들다. 동영상을 찾아보고 해야 하는데 부족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정도까지는 시합을 뛸 수 있으면 몸 관리를 잘 해서 나이가 많아 직접 못 뛰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계속 뛰고 싶다. 그 후 환경이 된다면 체육관을 장만하여 보람되게 살고 싶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아무런 기술도 없이 벌써 42살이다. 다른 일을 하려는 마음은 있어도 42살에 돈도 없고 무엇을 하겠나? 나 같은 경우 운동을 하고 있으니깐 망정이지 마음이 있어도 못하고 있는 분들 많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용기내서 열심히 하길 바란다. 나는 현재 종교가 있다. 하늘에 계신 높은 분 무서워하면서 성실히 살려고 노력중이다.. 취재 성민수PD 촬영 장고봉PD globalsm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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