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대응 삼각체제 구축/한승주 외무 미·일 순방 결산
◎철회 거부 대비,강온전략 폭넓은 대화/한·미 정상회담 조기개최 가능성 높아
한승주 외무부장관의 11일간에 걸친 미·일및 유엔순방은 북한핵문제에 관한 이들 주요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국제사회와 공동 보조를 취해나가는데 필요한 조율작업을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한장관은 이들 고위관계자들과의 연쇄회담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선언을 철회토록 하기 위한 국제적 분위기 조성은 물론 구체적인 대응책에 관해서도 깊이있는 대화를 진행시킨 것으로 알려졌다.또 그 결과 북한핵문제의 해결에 있어 나름대로 상당한 자신과 낙관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한장관은 지난달 28일 워싱턴에서 가진 수행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의 입장과 우리 입장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면서 『이번 순방으로 이제까지 분명치 않았던 미국의 입장이 확실한 가닥을 잡게 됐다』고 자신의 방문 성과를 평가했다.
한장관은 미국방문기간동안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레스 애스핀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북압력및 유인책의 병행 필요성에합의하고 이에따른 세부적인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했다.지난달 30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한장관의 북한이 NPT탈퇴 선언을 번복할 경우 북한에 줄수 있는 반대급부에 대한 언급,즉 ▲남한내 군사기지에 대한 핵사찰 수용 ▲팀스피리트훈련의 규모 축소,실시장소및 명칭변경 ▲대북 교역확대 ▲평양과 서울·워싱턴·도쿄간의 대화채널 확대 격상 등은 한·미간에 이루어진 협의의 깊이를 짐작케 하는 것이다.
검토대상으로만 거론되던 경제제재의 구체적 내용 즉 오일·가스·식량 공급선 차단 등에 관한 언급 또한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한장관은 또 NPT 탈퇴선언 이후에 예견되는 북한의 또 다른 자해행위,예를 들어 유엔탈퇴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이에 대비한 강도 높은 제재조치에 관해 논의했다.한장관은 『미정책결정권자들과의 회담에서 군사제재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앞으로 군사제재가 필요한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상황분석에는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관의 미국방문 내용은 일본에서도별 차이가 없다.한장관은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총리를 예방하고 와타나베 미치오(도변강지웅)외상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미국방문 때와 비슷한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다.
다만 안보리의 대북 경제제재조치 결의때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조치,조총련을 통한 대북 송금중단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유엔개발계획(UNPP)의 두만강 유역개발계획 백지화 가능성이 논의된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 수 있다.
한장관은 그러나 미국관리들과의 회담에서 한·미 양국의 입장차이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것 같다.한장관은 31일 도쿄에서 미국방문 성과에 관해 『미국은 NPT체제 유지에 강한 관심을 표시했고 우리는 NPT와는 관계없이 북한이 IAEA의 사찰을 수용하도록 할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장관의 이번 미·일 순방에서는 북한핵문제가 주된 의제로 부각되는 바람에 뒷전으로 밀리기는 했지만 한·미 양국 새정부 출범후 기본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정상회담 조기개최 가능성,그리고 과거문제에 얽매여 좀처럼 진전의 기미를보이지 않고 있는 한·일 관계의 정상화 논의에 있어서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외무부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