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사찰,암자,기도원은 범법자들의 피신처인가. 웬만한 수배자는 이들 장소를 찾아 몸을 숨기고 조직폭력배들에 대한 소탕령이라도 내려지면 기도원이나 암자는 이들의 도망지가 되고 있다. 정신수양이나 건강회복을 위한 이들 장소가 언제부터인가 범죄자들의 안식처가 돼 버렸다. ◆암흑가의 대부로 불린 태촌파의 김태촌이 감방에서 나온 뒤 자파조직을 재점검 한 곳이 바로 기도원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병을 치료하는 체하며 당국의 눈을 피했다. 조직폭력배들이 보복살인을 하거나 청부폭력 뒤 찾는 곳이 바로 이들 장소이다. ◆그것 만이 아니다. 불치의 정신병질환자들을 수용해 무속신앙의 힘으로 병을 낮게 하려다 죽여 말썽을 빚거나 나이먹은 부모를 떠맡김으로써 불효가 행해지는 것이 문제의 기도원·암자이다. 범법자들이 찾는 곳은 이밖에 또 많다. 요즘 시골에 흔한 빈집이나 비닐하우스,산속의 텐트가 이들이 이용하는 소굴이다. 이들은 대개 재수생이나 고시준비생,등산객으로 위장하고 있다. ◆이번에 치안당국은 이들 은신지역에 대한 일제수색에 나서 모두 8천3백33명을 붙잡았다. 이 가운데에는 도망으로 기소가 중지된 자가 4천74명. 강력범 50명을 비롯,폭력범 1천5백32명,절도범 2백86명이 포함돼 있다. 엄청난 것은 은신 가능한 장소가 전국에 3만9천8백여곳이나 된다는 것. 이번에 당국은 경찰관등 5만6천여명을 동원해 수색이 가능했다. ◆그러나 보다 놀라운 것은 검거 숫자가 많다는 것. 무려 8천여명이나 숨어지내 왔다는 데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얼마나 이들 장소가 범법자들이 선호하는 곳이었는지를 이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것은 또 치안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 하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숫자이다. 도망가면 그만이라는 말과도 통하는 셈. 범죄자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음을 이번 수색은 다시 말해주고 있다. 그런 숨는 장소가 다른 곳에는 또 없는지. 끈질긴 단속만이 범죄행위를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