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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글로벌 경영과 역사 바로알기/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CEO 칼럼] 글로벌 경영과 역사 바로알기/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세계 최고의 여성 경영인으로 꼽히는 칼리 피오리나 전 휼렛패커드(HP) 회장은 글로벌 시대에는 세계를 알아야 한다며 어학과 역사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 세계경영을 잘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의 경영의 성공요소 중 하나로도 불린다.세계 최대 정유사 엑손모빌의 CEO인 렉스 틸러슨은 180여개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데,각국 정부와 협상에 나서기 전에 먼저 그 나라의 역사를 공부한다고 한다.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있고,세계화와 평준화가 더 이상 새로운 단어도 아닌 시대이다.기업 활동도 더 이상 한 국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그러나 여전히 각 나라의 문화적·역사적·정치적 토대는 다르고,그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접근하냐에 따라서 글로벌 기업활동의 성패는 달라질 수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글로벌화하고 있다.이에 따라 외국어,해외 문화 체험 등은 취업을 위한 필수 항목이 되었고,많은 직장인들이 외국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그런데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그 나라 역사에 대한 공부다.해외 여행을 위한 안내 책자만 해도 그 안에 주요 유적지나 역사적 사건,특수한 문화나 풍습의 유래 등은 빠지지 않고 담겨 있다.그런데 그 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경영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역사를 모르고 접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그들의 역사를 알면 현재는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사,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다.롯데리아 대표 재직 시절,경쟁업체이자 글로벌 기업인 맥도날드,버거킹 등의 담당자들을 만나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그들은 자신의 역사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자부심이 상당한 수준이었다.그뿐 아니라 그들이 진출해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었다.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이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했다고 한다.그런데 정작 우리는 우리 역사와 전통에 대해서 너무 관심이 없다.대화를 하다 보면 한국인인 우리 직원들이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상대방이 알려주는 경우가 있었다.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나에 대해서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상대에게 나를 사랑해달라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우리 것을 사랑하는 마음’과 ‘성공적인 글로벌 마켓 진출’은 언뜻 상이해 보일 수도 있지만,역사와 문화는 그 민족이 지닌 저력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의미이자,향후 미래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는 거울이요,교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유구한 역사를 통해 축적해 온 우리 민족의 저력을 바로 알고 이해한다면,치열한 글로벌 무대에서 한층 더 자신감을 갖고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이해와 애착을 가지고 있고,확고한 국가관을 확립한 조직원들은 퍼포먼스가 다르게 나타난다.언어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 것’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이 해외 업무에서도 탁월한 경쟁력을 발휘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글로벌마인드와 글로벌 경쟁력이 외국어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이해와 거기서 배운 지혜를 토대로 자신감을 얻는 데 있다.글로벌 경영을 외치는 많은 조직들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새겨 우리를 바로 아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 [사설] 검찰 과거사 반성 미흡하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어제 검찰의 과거사에 대한 아쉬움의 소회를 밝혔다. 검찰창설 60주년기념식에서였다. 그는 “국법질서의 확립이나 사회정의의 실현에 치우친 나머지 국민인권을 최대한 지켜내야 한다는 소임에 보다 충실하지 못했던 안타까움이 없지 않다.”고 했다. 또 “결과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수사 절차의 적법성·적정성을 소홀히 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새로운 검찰로 태어나기 위한 의미있는 고백이라 평가한다. 하지만 진정한 환골탈태는 일회성 다짐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검찰은 기회있을 때마다 ‘국민이 중심이 되는 검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에겐 여전히 군림하는 모습으로 비칠 때가 많다. 인권보다 수사편의가 앞섰고, 법의 형평성보다는 정권의 논리가 앞서는 검찰권 행사가 이뤄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말로는 검찰 독립을 강조하지만 실제는 정권과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수사행태는 제대로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게 검찰 주변의 시각이다. 새 정권 들어 이뤄지고 있는 일부 사정작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임 총장은 “격변의 시대에 온몸으로 부딪치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검찰과 조직원들의 보신적 처신에 따른 독립성 훼손이 더 많았던 사실을 잊지 않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번에 제시한 인권보장, 국민편익의 법질서 확립, 선진 수사시스템 확립 등의 목표를 진정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이길 당부한다.
  • ‘에덴의 동쪽’, 패러디 포스터 네티즌 화제

    ‘에덴의 동쪽’, 패러디 포스터 네티즌 화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MBC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극본 나연숙 ㆍ연출 김진만)이 이번에는 패러디 포스터로 네티즌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영화 작품들을 위주로 만들어 진 ‘에덴의 동쪽’ 패리더 포스터에는 극중 상황과 영화 속 상황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더욱 공감을 사고 있다. 화제가 되고 있는 패러디 포스터에는 송승헌과 박해진, 조민기를 비롯해 이연희와 이다해, 연정훈 등 주요 출연진들이 등장한다. 이중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가 바로 극 중 이동철 역의 송승헌과 기존 캐릭터를 모두 버리고 신명훈으로 완벽 변신한 박해진이다. 원수의 자식이라는 굴레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이동철’ 형제에게 외면을 당해왔던 ‘신명훈’에게 숨겨진 출생의 비밀 때문에 이들에게는 다양한 콘셉트의 패러디 포스터가 등장한다. 특히 원빈, 신하균 주연의 영화 ‘우리형’ 포스터를 이용해 극 중 상황과 같은 설정으로 재미를 주고 있다. 이 밖에도 냉철한 기업가 ‘신태환’으로 분한 조민기를 둘러싼 패러디 포스터 들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편 오늘 방송되는 ‘에덴의 동쪽’은 ‘신태환’이 등에 업은 조직, 양산박을 찾아간 ‘동철’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조직원들에 의해 피투성이가 되고, ‘동철’은 양산박과의 협상에서 슬롯머신 기계 수입 독점권과 골프장 개발권 양도를 제시하게 된다.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佛 브뤼니 국정 간섭 ‘도마 위’

    |파리 이종수특파원|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탈리아 붉은여단 소속 여성 테러리스트의 본국 강제 송환을 취소한 이면에는 부인 카를라 브뤼니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간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언론은 13일(현지시간) “테러리스트 마리나 페트렐라가 지난해 12월 프랑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본국 송환을 앞두고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탈리아 출신인 브뤼니 여사와 언니인 배우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가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송환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페트렐라는 강제 송환은 피하게 됐으나 피해자 가족의 반발 등으로 후유증이 예상된다. 페트렐라(54)는 1992년 살인, 납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뒤 이탈리아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1986년 이탈리아에서 보석으로 석방된 뒤 프랑스로 건너와 20년 남짓 살았다. 그러나 지난해 이탈리아 당국의 요청에 따라 경찰에 체포됐다. 페트렐라는 프랑스 법원의 본국 송환 결정에 반발해 교도소 병원에서 단식 투쟁을 해왔는데 의료진은 생명이 위독하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제궁은 지난 주말 성명을 내고 “사르코지 대통령이 송환 중단을 결정했다.”면서 “점차 악화하고 있는 페트렐라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리베라시옹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결정에 매우 만족한 브뤼니 여사가 12일 교도소 병원을 방문해 페트렐라에게 “남편이 보내는 메시지를 갖고 왔다.”면서 “당신은 이탈리아로 송환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테러 피해자 단체 등이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주말 엘리제궁 앞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한 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과 달리 이탈리아의 붉은여단 조직원들의 프랑스 망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vielee@seoul.co.kr
  • [글로벌 시대]단결이 기회를 만든다/ 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글로벌 시대]단결이 기회를 만든다/ 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지난 8월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한국인은 그 저력을 세계 속에 활짝 펼쳐 보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올림픽 동안 메달 순위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또는 메달 순위가 한단계 떨어지면 아쉬움이 가득 찬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한국인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열정, 그리고 능력이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통해 세계에 드러나게 되었다. 세계 7위라는 성적은 우리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어떻게 우린 그런 쾌거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전 국민이 승리라는 오직 한가지 목표만을 가지고 열성적인 응원단으로 단결됨으로써 가능했을 것이다. 영어의 opportunity(기회)라는 단어를 보면 뒤 음절이 unity(단결)라는 단어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확실히 모든 기회는 단합과 일치를 통해 비로소 만들어진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팀과 단결하지 못하는 인재는 오히려 왕따가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조직원들의 단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이 공통의 확실한 목표와 성취 후 뚜렷한 혜택이 필수적이다. 스포츠에서는 승리라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단결이 쉽다. 그리고 목표달성 후에는 스포츠강국 나아가 경제강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림으로써 국민 전체가 느낄 자부심이라는 혜택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확실히 알 수 있다. 둘째, 방향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신속하게 해주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야구 대표팀의 승리와 여자 핸드볼팀의 선전도 우수한 감독들의 감성적이고 합리주의적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셋째, 확실하고도 분명한 적이 필요하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상대팀이 너무도 확실하기 때문에 적을 향해 단결하기가 쉬워진다. 회사나 조직에서도 경쟁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조직내부의 단결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조직 구성원들끼리 서로 편을 가르게 되고 그 결과는 기회의 상실로 나타나기 일쑤다. 야구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강한 체력과 탄탄한 수비, 선수들의 개인기와 훈련 여건이 좋은 여러 야구강국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무릎을 꿇은 것은 경쟁국가를 이기고자 하는 선수들과 5000만 국민들의 열정과 간절한 염원으로 일구어낸 단결력 때문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모여있는 조직도 하나의 뚜렷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강력한 팀워크를 가진 조직과는 경쟁이 되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하나가 되었고 세계강국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스포츠를 통해 이뤄낸 국민적 자신감을 어떻게 더욱 증폭시켜 IT강국, 경제강국, 나아가 선진 문화강국으로 한국을 완전히 변모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이제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경제가 힘들수록, 조직이 힘들수록 지도자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단결을 통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이번 올림픽은 전국민의 단결(unity)을 통해서 우리에게 숨어있는 열정과 잠재력을 깨우고 세계적인 스포츠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opportunity)였고, 우리는 때맞춰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열매를 수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갓 잉태된 그 씨앗을 탐스러운 열매로 거두기 위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 새로운 시작이다! 최정아 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 대표
  • [열린세상] CEO에 취임한 친구에게/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CEO에 취임한 친구에게/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오래전부터 정성을 들여온 중소기업을 인수·합병해 CEO에 취임했다는 소식 전해 들었네. 물론 사주의 미션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겠지만, 자네의 넘치는 열정으로 멋지게 해낼 것이라 믿네. 친구로서 도울 일을 찾다가 이 편지를 쓰기로 했네. 이유는, 최근 자네 같은 전문경영인 CEO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서 기왕이면 그들과도 대화를 나누는 계기로 삼고 싶어서네. 공기업 민영화가 추진 중이고 정부산하기관장 교체가 대규모로 진행되었고,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그동안 진행되어 오던 국내외 M&A에 가속도가 붙고 있지 않은가. 오랫동안 조직관리를 연구해 오고, 정부산하기관 임원으로 경영의 실전도 경험해본 친구의 충심이니만큼 진솔히 읽어주면 고맙겠네. 인수한 조직의 개편에서 자네의 직관과 경험을 너무 믿지 말게. 자네의 입장에서는 비전을 실현할 조직을 만들어야겠지만, 피인수 조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자네의 비전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일과 관련된 것들이네. 게다가 기존의 틀과 비전을 대신할 새로운 것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직원들이 기대감보다 불안감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따라서 조직평가에서 자네의 직관과 다른 곳에서의 경험은 일단 덮어두게. 객관적이며 조직원들이 공감하는 수단을 통해 조직이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네. 객관적 평가 후에 자네의 직관과 경험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때 조직원의 잠재력을 깨우고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일세. 현장 직원들과 적극 소통하게.CEO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CEO의 비전을 스스로의 비전과 일치시키려 노력하는가에 따라 판가름되네. 마음을 얻는 일이네. 그런데 우리는 이에 실패한 사례들을 많이 보아왔네. 예컨대,CEO가 직원들의 마인드 변화를 요구하지만, 이 뜻이 작업현장까지 전달되는 경로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장애물이 있을 수 있네. 이에 따른 문제의 원인을 CEO는 일부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서 찾고, 조직원들은 CEO의 무능과 오만을 비난했네. 책임전가가 집단 갈등으로 발전해 나간 기업의 실패는 예정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자네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할 사람들이 분명해지지 않는가. 사주도, 자네의 뜻을 특히 잘 알고 따르는 일부 부하도 아닌, 자네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줄 현장 직원들일세. 가능하면 많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소통해 자네의 비전이 왜곡 없이 현장까지 잘 전달되는지 확인하고 그들의 의견도 들어보게. 위의 두 가지는 조직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현실에서 가장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라 재삼 강조한 것이라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부탁하네. 자네가 인수한 기업이 건실함에도 다른 이유로 피인수되었다면, 자네 조직원들에게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걸세. 비록 자네의 잣대에는 못 미치더라도 그들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저마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네. 그들의 자부심을 지켜주지 않고 인수와 피인수만을 기준으로 삼아 노력과 성과를 재단하고 업신여기는 것은 승자의 오만이며, 한 조직의 역사와 조직원의 삶에 대한 무지가 아닐 수 없네. 삶의 가치를 짓밟혔다고 판단하는 패자가 오만한 승자에게 보일 수 있는 반응은 크게 셋으로 나누어질 것이네. 굴종과 저항, 그리고 무관심이네. 자네가 무관심하거나 굴종하는 자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이끌 경우, 자네의 이상과 열정이 뿌리내려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비옥한 대지는 줄어들 것일세. 저항은 무관심보다 더 건설적인 반면, 굴종은 무관심보다 더 파괴적이지 않을까. 이 화두에 대해 우리가 자주 그랬듯이 격론을 펴볼 기회를 가까운 시일 내에 가졌으면 하네. 그게 자네가 괜찮은 조직을 인수해 망친 CEO로 낙인 찍히지 않도록 내가 도울 수 있는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네. 다시 한 번 취임을 축하하며, 건승을 비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 재력가 해외 유인 8억대 사기도박

    중국에 카지노를 꾸며놓고 국내 재력가들을 유인, 사기도박을 벌여 수억원을 뜯어낸 일당들이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이홍재)는 25일 재력가들에게 중국 골프여행을 가자고 속인 뒤 중국쪽 조직원들이 꾸며놓은 가짜 카지노에 데려가 수억원을 잃게 한 나모(46·여)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나씨는 올 2∼5월 고가의 부동산 등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 3명에게 접근해 이런 방법으로 8억 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미모의 소유자로 알려진 나씨는 재력이 있는 중ㆍ장년층 남성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위해 경비행기 학원에 등록해 다니기도 했으며, 주로 도박판을 돌며 범행대상에 대한 정보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씨는 남성들을 꾀어 카지노로 안내했고, 여권을 담보로 거액을 빌려준 뒤 속임수를 써 돈을 잃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 속은 남성들은 자신이 도박판에서 돈을 잃은 것으로만 생각하고 국내로 돌아와 이를 갚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나씨는 심지어 자신에게 결혼을 약속한 남성에게서도 같은 방법으로 돈을 뜯어냈으며, 형부 박모(53·1심 실형 선고·법정구속)씨는 같은 유인책으로, 언니(불구속기소)는 국내에서 채무금을 받는 수금역으로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씨의 범행을 중국에서 도운 이들은 주로 조선족으로 관광객으로 위장한 일본인 등까지 도박판에 참여하게 하는 등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공무원 성과급제 도입 10년

    공무원 성과급제 도입 10년

    공직사회에 성과급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을 맞았다. 기관별로 자율 운영되는 탓에 성과급제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등 적극 활용하는 곳이 있는 반면, 조직원들의 불만이나 갈등을 해소하는데 급급해 변칙·파행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성과급제가 정착하려면 공정한 평가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경쟁의 결과’를 ‘불공정한 차별’로 받아들이는 공직사회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성과급제는 중앙부처의 경우 1999년, 지방자치단체는 2001년 각각 도입됐다. 올해부터는 경찰과 군인 등 특정직들도 성과급 지급대상에 포함됐다. 2005년 2900억원 수준이던 성과급 예산 총액도 올해에는 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공무원 총인건비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5년 1.5%에서 2010년에는 6%까지 높아진다. ●원칙은 성과급 대상·격차 점차 확대 성과급제는 행정안전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기관별로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과급은 S(전체 인원의 20%),A(30%),B(40%),C(10%) 등 4개 등급으로 나눠 지급된다. 또 연간 총급여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위공무원이 평균 8.5%,4급 이하 일반공무원은 평균 4%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연봉제의 적용을 받는 고위공무원은 최대 1200만원,4급 이하 일반공무원은 직급에 따라 300만∼600만원까지 성과급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C등급을 받으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며,S와 B등급간 지급액 차는 평균 2.5배 정도”라면서 “앞으로 총급여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격차 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당수 기관들은 행안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평가를 거쳐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그러나 국방부·경찰청 처럼 개인이 아닌 부서평가만 실시하는 곳도 있고, 노동부·환경부·국가보훈처·조달청처럼 개인·부서평가를 병행하는 기관들도 있다. 성과급 지급 방식에선 조달청이 성과에 따라 가장 큰 격차를 두고 있다. 지난달 상반기 조달청 직원들의 성과급은 최저와 최고 지급액 차이가 무려 30배에 달했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S등급 위에 SS등급을 추가했기 때문.5급 기준 SS등급을 받은 공무원에겐 310만원,C등급을 받은 공무원에게는 10만원이 각각 지급됐다. 조달청 관계자는 “개인·부서평가를 병행해 개인의 경우 5단계, 부서는 4단계로 등급을 구분한다.”면서 “성과급 격차는 개인별로 최대 30배, 부서별로 최대 4배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관세청 등도 조달청처럼 SS등급을 추가해 5단계로 구분한다. 하지만 관세청의 경우 지난해 평가에서 성과급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C등급이 1명도 없었고,SS등급은 선발은 하되 금전적인 추가보상은 없었던 만큼 실질적으로는 3단계나 다름없다. 등급간 지급액 격차가 확대되면서 구성원 사이에서 위화감·불신감이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정부청사 관계자는 “연공서열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성과급 재원으로 연가보상비·초과근무수당 등을 갹출한 기관에서는 ‘내몫을 내고 덜 받는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같은 맥락에서 특허청도 올해 평가에서 최하위 C등급을 전체의 3%로 하향 조정했다. 또 지난해까지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했던 연가보상비가 올해부터 폐지된 데 이어, 내년에는 초과근무수당도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성과급 격차는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정부청사에 입주한 다른 청 단위 기관들도 지급액 격차를 줄이거나 최하위자 비율을 축소하는 등 성과급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현실은 지급격차 축소 구성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편법도 여전히 동원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특정 부서에서는 개인에게 지급된 성과급을 다시 모아 균등 분배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또 성과급 전액을 차등 지급하지 않고,90%는 골고루 나누어 준 뒤 나머지 10%만 개인별로 차이를 두는 변칙 운용도 이뤄진다. 지자체장이나 부서장이 성과급을 둘러싼 잡음을 우려해 노조나 부하직원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국 성과급제 자체에 대한 부정적·냉소적 인식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업무 능력이나 성과가 승진은 물론, 급여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면서 “운영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 탓에 제도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관계자는 “성과급제를 공직사회에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제도 자체의 취지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운용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승기 장세훈기자 skpark@seoul.co.kr
  • 한국여성 꾀어 마약 운반 국제조직 두목 국내 압송

    공짜 해외여행을 미끼로 한국 여성들에게 코카인·대마 등 마약을 들여보내는 수법으로 세계 각국에 마약을 밀수한 국제 마약조직 두목이 체포돼 우리나라로 압송됐다. 법무부는 10일 인터폴 수배대상에 올라 중국에서 체포된 국제마약조직 프랭크파의 두목 오비오하 프랭크(41·나이지리아)의 신병을 중국 정부로부터 넘겨받아 국내로 압송했다. 한국어와 영어 등 8개 국어를 구사하는 프랭크는 2002년 서울 이태원동에 의류회사를 가장한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공짜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면서 한국 여성들을 꼬신 뒤 의류샘플로 위장한 코카인 30㎏과 대마 60㎏을 영국, 네덜란드, 일본 등으로 밀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프랭크에게 속아 마약을 운반하는지도 모른 채 해외로 출국했던 한국 여성 10여명은 외국에서 마약범으로 몰려 5∼7년간 징역살이 신세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는 2002년 조직원들의 범죄사실이 드러나면서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유럽으로 달아났다가 2003년 10월 독일에서 체포돼 덴마크로 신병이 넘겨졌다. 이듬해 5월 탈옥했으며 지난해 2월 중국 선양에서 체포됐다.법무부는 중국 정부에 프랭크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고, 랴오닝성 고급인민법원은 지난해 10월 신병인도 판결을 내렸다. 이날 오후 1시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된 프랭크는 ‘아무 것도 모르고 마약을 운반했다가 옥살이를 한 한국여성들에게 할 말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겠다.”고 영어로 답변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부(부장 김주선)는 프랭크를 조사한 뒤 이르면 11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열린세상] 정당의 특권부터 해체하라/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열린세상] 정당의 특권부터 해체하라/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어떤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의 특징은 ‘눈먼 돈’으로 조직을 유지하면서 목에 힘주고 행세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해야 하는 일은 오로지 스스로의 파워를 유지·강화하는 일 뿐이다. 때로는 조직원 중에 나쁜 일을 하다가 적발되는 자가 있어도, 시간이 좀 지나면 해결해 준다. 조직의 파워가 강할 때에는 조직원들에게 ‘낙하산’으로 돈 많이 받는 자리도 마련해 준다. 경쟁하는 조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이 조직의 중요 과제이다. 그래서 비슷한 조직이 함부로 만들어지지 않도록 진입장벽을 튼튼하게 쳐 둔다. 마치 ‘조폭’을 연상하게 하는 이 조직은 바로 우리나라의 기성정당이다. 우리나라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성정당들이 ‘자기들끼리 해 먹는’ 정치구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권도 이런 특권이 없다.2008년도에 정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만 해도 500억원이 넘는다.2007년에는 569억원,2006년에는 580억원이 지급되었다. 선거가 있든 없든 경상보조금이란 명목으로 보조금은 지급된다. ‘이렇게 많은 국민의 세금을 받고 있는 정당들이 정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은 이미 내려졌다.50%를 밑도는 총선 투표율은 정당들이 주인공이 되어서 벌여온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임을 의미한다. 사실 정당은 자발적인 정치결사체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줄 명분은 희박하다. 미국, 영국은 정당운영비를 보조해 주지 않는다. 독일처럼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인정하는 나라도 절대적·상대적 상한제를 두고 있다. 우리처럼 국고보조금을 마구 퍼주지는 않는다.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근절하기 위해 국고보조금을 준다지만,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국고보조금을 준다고 해서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받아 문제된 경우가 한두 번인가. 게다가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온갖 종류의 혜택을 받고 있다. 정당에 내는 소액의 당비와 후원금은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가 된다. 세액공제가 된다는 것은 낸 돈만큼 세금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는 셈이다. 이것은 다른 공익단체나 재단에 기부를 하면 기부한 액수의 8.8∼38.5% 정도만 세금이 줄어드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정당들은 누릴 수 있는 특권은 모두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권을 지키기 위해 기성정당들은 정당제도나 선거제도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고 정치를 독점하고 있다. 경쟁자들이 나타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정당 설립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는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여러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정당의 설립도 비교적 자유롭고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의 존재도 인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기성정당들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또한 선거운동에 대해서도 매우 까다로운 규제 장치를 두고 있다. 이것도 새로운 정치세력이 기성정당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것을 막는 효과를 가져 온다. 정당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직·간접적인 혜택을 누리면서 선거 때에만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선거가 끝나면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경쟁’을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영역인 정치는 비경쟁적인 독점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 기성정당들이 ‘경쟁’을 이야기하면서 공공부문 개혁을 이야기하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국가로부터 일부 사업비를 지원받는 것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부터 대폭 줄이고 스스로 누리는 각종 특권부터 해체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성정당들이 스스로 행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나서서 그들의 특권을 해체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기성정당들이 만든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다.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 이학수 등 CEO 40여명 배출한 ‘인재 사관학교’

    제일모직은 ‘인재 사관학교’로 통한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수장으로 재직중이거나 활동했던 제일모직 출신만 40명도 넘기 때문이다. 16일 제일모직에 따르면 삼성 공개채용으로 입사해 제일모직을 첫 직장으로 삼았던 전형적인 삼성맨 중 범(汎)삼성계열의 부회장, 대표이사 사장 및 부사장으로 활동했거나 재직중인 인사는 모두 42명이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이 제일모직 출신이다. 삼성의 2인자로 통했던 그는 1971년 삼성그룹 공채 12기로 입사했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김인주 사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최도석 사장도 경리과 출신이다. 삼성 계열 요직은 ‘제일모직 경리팀 사단’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유통 업계 강자인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이승한 사장도 제일모직 출신이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 등도 제일모직 출신의 대표적인 CEO다.제일모직측은 “제일모직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경영관리로 삼성 스타일의 기업문화를 전파하고 경영효율을 극대화하면서 조직원들을 삼성맨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20&30]경찰 체포전담반 추진… 다시 떠오르는 ‘백골단의 추억’

    [20&30]경찰 체포전담반 추진… 다시 떠오르는 ‘백골단의 추억’

    봄 기운이 완연한 요즘,30대 직장인들의 술자리에는 ‘벚꽃 구경’과 함께 ‘백골단’이 단골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경찰이 불법 시위 엄단 조치의 하나로 발표한 ‘체포 전담반’이 90년대 중반까지 시위 현장에서 흰색 헬멧을 쓰고 대학생들을 잡아들이던 ‘백골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봄과 함께 시작되곤 했던 대학가 시위와 ‘백골단’을 둘러싼 30대들의 추억을 들어봤다. 90학번인 조모(37)씨는 봄만 되면 등줄기가 욱신거린다. 실제 상처가 남아 있다기보단 그저 화인처럼 남아 있는 곤봉 폭행의 상흔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1학년이던 90년은 수업에 들어갈 시간조차 없었다. 매일 현장 노동자들이 파업 진압에 픽픽 쓰러지고, 농민들은 시장 개방에 비쩍 말라갔다. 책을 든다는 게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시절 조씨에게 ‘백골단(白骨團)’은 공포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1991년 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학과 동료를 위해 법원 마당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시위대 앞에 전·의경들이 서 있었고, 경찰 기동대장은 해산을 요구했다.“평화시위를 해산할 이유가 없다.”고 호소한 지 10여분 뒤. 청재킷과 흰 운동화, 몽둥이를 든 백골단이 전·의경 머리 위로 날아오르듯 확 튀어나오더니 시위대를 마구 팼다.“몸집이 참 큰 사람들이었죠. 그저 공포였습니다. 철거예정지에 가면 가끔 조폭들과 연계해 나타나기도 했죠. 대학생들이 왜 정치적인 사건에 개입하냐고 말들 많지만, 배우는 학생들이 주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게 21세기가 원하는 협동심과 리더십을 공유한 사람이 되는 길이죠.” 직장인 이모(36)씨도 봄만 되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벚꽃놀이 갈 생각에 설레는 게 아니라 대학 새내기 시절인 91년 봄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해 4월 초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학교 앞 집회에서 백골단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숨졌다. “매일 집회가 계속 됐죠. 쩌렁쩌렁 울리는 스피커 굉음과 강의실까지 스며드는 최루가스가 절 그냥 놔두지 않았어요. 집회가 시작되면 친구들이 하나둘씩 강의실을 빠져나갔습니다. 그 힘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강씨 사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균관대생 김귀정씨도 을지로 골목에서 백골단의 ‘토끼몰이식’ 진압에 숨졌다. 이후 대학생들의 분신이 이어졌고, 매일 대규모 집회가 서울시청 주변에서 열렸다.“서울시청 광장을 놓고 백골단·전경과 매일 싸웠죠. 지금 생각하면 다른 장소도 많은데 왜 꼭 서울시청 광장만 고집했는지 모르겠어요.” 이씨는 91년 봄부터 초여름까지 청바지·청재킷에 하얀 헬멧을 쓴 백골단과 명동, 시청, 종로, 을지로 거리에서 숨바꼭질을 계속했다.“백골단은 전·의경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전투력’을 보유했죠. 한마디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아다니는 경찰이 바로 백골단이었습니다. 두꺼운 진압복을 입은 전·의경은 그저 특정 장소를 지키는 일에 주력했지만, 백골단은 검거가 목적이었죠. 백골단에 잡히지 않으려고 얼마나 뛰었던지….” 최근 경찰이 체포 전담반을 꾸린다고 하자 이씨는 가슴이 벌렁거린다.“지금이 대체 어떤 때입니까. 진짜 과거의 백골단을 다시 만든다는 얘기는 아니겠죠?” ●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포의 대상´ 통일운동가 황선(34·여)씨도 씁쓸한 추억담을 털어놨다.92학번인 황씨는 같이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백골단에 의해 숨지거나 다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참 많이 닦아냈다고 돌아본다.“87년 민주화 이후에 집회시위는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백골단의 모습은 변한 게 없었죠. 당연히 집회 참가자들은 더욱 분개했고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민운동가 안진걸(37)씨도 백골단에 대한 ‘추억’ 아닌 ‘추억’을 생각하면 아직도 한숨이 나온다. 안씨는 백골단이 단순히 시위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포의 존재’였다고 말한다.“무작정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달려드는 백골단이 누가 시위대고 누가 시민인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몽둥이를 휘두르는 거죠. 이유도 모른 채 다치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어디 한군데 하소연할 때도 없었습니다.” 96학번인 대학생 황모(31)씨는 백골단의 끝물을 맛봤다.97년 노동절 집회 때 한양대 근처에서 당한 토끼몰이식 폭행을 아직 잊지 못한다. 당시 집회는 80년대와는 달리 선배의 강압 없이, 자기 생각대로 나가든 말든 결정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경찰은 96년 있었던 한총련 집회 뒤 또다시 강경 진압을 남발했다. 집회에 갔다가 여자 후배 한 명과 함께 백골단에 쫓겼고 여자 후배를 멀리 피신시킨 뒤 자신만 집중 폭행을 당했다.“백골단은 시위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생겼던 조직입니다. 해외에도 시위대를 곤봉으로 때리는 경찰들이 있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방어선을 유지하다 시위대가 흥분해 주변 시민을 위협하면 그제서야 곤봉을 듭니다. 무조건적인 체포와 폭력진압을 위주로 하는 백골단과는 성격이 다르죠.” 중학교 교사가 된 96학번 이모(31·여)씨는 같은 대학, 같은 학번 노수석씨를 기억한다.96년 초 새내기였던 이씨는 선배들의 권유로 등록금 투쟁에 나섰다. 이씨는 “당시에도 등록금은 치솟고 있었고, 신입생 때는 무엇이든 참여하고픈 생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남대문에 다다르자 ‘등록금 투쟁’ 구호는 ‘정권 타도’로 바뀌었다. 무언가 이상하다 느낄 무렵 최루탄이 터졌다. 이씨는 남자 동기의 손을 잡고 서울역 방향으로 무조건 뛰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백골단이다. 남대문엔 골목이 많다. 큰길로 뛰어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이었다.“대부분 서울역으로 뛰었죠. 하지만 나중에 들으니 노수석씨를 비롯한 몇몇이 골목으로 뛰었다는 거예요. 골목은 목격자도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는데….”결국 노씨는 백골단에 폭행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유모(32)씨는 백골단하면 촌스러운 청재킷이 떠오른다.96년 여름, 신분증 검사도 떠오른단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측은했다고 말했다.“연세대에서 8월 사태가 있었죠. 그리고 교문을 들어갈 때면 신분증 검사를 해야 했어요.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위에서 시킨다고 폭력까지 휘둘렀던 백골단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백골단으로 불리는게 너무 싫었어요” 90년대 초반 광주에서 ‘백골단’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던 전남지방청 소속 한모(44) 경사에게도 그 시절의 기억은 아픔으로 남아 있다.“누가 하고 싶어서 했겠습니까. 당시엔 초임 경찰관 가운데 덩치가 좋고 날렵한 사람들이 대거 검거전담반으로 차출됐죠. 백골단으로 불리는 게 너무 싫었는데…. 진압복도 입지 않은 채 대학생들이 휘두르는 쇠파이를 막느라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습니다. 더이상 그런 아픔은 없어야 겠죠.” 회사원 이모(32)씨는 98년 말부터 2001년 초까지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의경으로 복무했다. 그가 기억하는 백골단은 시위를 진압하는 ‘최후의 수단’이다.“의경 입장에서는 하얀 헬멧과 청재킷만 봐도 힘이 났죠.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대학생들 앞에서 ‘이젠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백골단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이씨에게 대학 시절 백골단은 무섭고 혐오스러운 존재였지만, 전·의경 복무 시절 시위 현장에서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갑자기 시위와 관련된 모든 이론이 싫어졌어요. 어떤 생각도 뛰어넘은 평화주의자가 되고 싶었죠.” 사건팀 nomad@seoul.co.kr ■ 백골단을 아시나요? “백골단이요? 알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백골부대를 모르는 사람 있나요.” 백골단이 한창 활동하던 80년대와 90년대 초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코흘리개 시절을 보낸 아이들은 벌써 어엿한 대학생과 직장인이 됐다. 그들에게 백골단은 그저 생소한 이름이었다. 갓 대학을 졸업한 회사원 김모(25·여)씨는 백골단을 백골부대의 다른 이름으로 알았다.“백골단, 유명한 부대잖아요. 여자인 저도 아는 걸요. 해골 부대 마크 있고…. 철원에 있잖아요. 백마부대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대 중 하나 아닌가요.” 백골단은 80∼90년대 활동했던 사복 시위 진압대라고 알려주자 김씨는 몹시 당황했다.“그런 진압대가 있었나요. 처음 들어봅니다. 아무리 그 당시 유치원생이었지만 우리 근대사의 일부분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너무 부끄럽네요. 인터넷에서 좀 찾아봐야겠어요.” 새내기 대학생 정모(19)씨도 백골단을 부대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글쎄요. 왠지 군대쪽에 관련된 거 같긴 한데…. 학교 다닐 때 백골단에 대해 배운 적이 없고, 아직 대학 입학한 지 얼마 안돼 잘 모르겠네요.” 정씨는 기자로부터 백골단의 의미를 알게 되자 되레 의아해했다.“정말 그런게 있었나요. 진짜 조선시대 이야기 같습니다. 당당하게 경찰복을 입고 진압하지 왜 치사하게 사복을 입고 진압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직장인 최모(26)씨도 백골단은 금시초문이었다. 최씨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모습을 담았던 영화 ‘화려한휴가’를 본 뒤 관련 책 등을 읽어봤지만 백골단은 난생 처음 듣는 단어였다. “사복경찰이 있었다는 말은 들어봤는데 그들이 백골단이란 이름으로 움직인 조직원들인지는 몰랐습니다. 고작 20여년밖에 안 된 일인데 정부가 교묘히 국민을 탄압했다는 사실에 그저 화가 나네요.”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글로벌 시대] 다양성이 글로벌 시대의 핵심코드다/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글로벌 시대] 다양성이 글로벌 시대의 핵심코드다/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해마다 미국 포천지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 순위는 미국 400대 기업 직장인들이 이상향으로 꼽는 기업 순위나 다름없다. 물론 선정된 기업 입장에도 대단한 영예이다. 요즘은 일하기 좋은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도 시대상을 반영해 진일보하고 있다. 예로 미국의 HRC라는 단체는 해마다 ‘GLBT가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는데,GLBT(Gay,Lesbian,Bi-sexual,Transgender·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약자다. 성적 소수자들이 일하기 더 좋은 기업이 어디인지 우열을 가린다는 것과 상위 순위에 선정된 기업들은 투자은행, 광고회사, 회계법인,IT기업을 막론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뽐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바로 ‘다양성(diversity)’이라는 글로벌 시대의 핵심코드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순위는 해당 기업이 인적자원 관리에 있어 얼마나 적극적이고 성공적으로 다양성을 실현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여성인력 활용도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데에 우리가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90년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성별, 인종, 국적, 종교, 성적기호 등에 대한 편견없이 인재의 풀을 넓혀 인적자원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여성차별, 인종차별,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모두 기나긴 역사를 통해 인류의 DNA에 각인된 뿌리깊은 편견이다. 기업이 인적자원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이같은 뿌리깊은 편견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같은 변화는 기업들의 시대의식이 성숙했기 때문이기보다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계산된 전략적 고민의 산물로 봐야 한다. 현대의 기업은 더 이상 하드웨어적 경쟁력에서 절대적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 기업문화에 내재된 소프트웨어적 경쟁력이야말로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요소다. 다양한 조직 구성원이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역동성과 유연성은 기업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고 창의성과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어느 분야보다도 셈에 밝은 기업세계는 이렇게 다양성이 가진 힘과 잠재력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무리짓기는 기업이라는 생태계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기업문화에 맞는 인재를 선별하겠다는 취지로 뽑은 조직원들은 그 기업이 생각하는 평균적 이상형으로 구성된 비슷비슷한 사람들의 거대 집합소가 되기 쉽다. 비슷한 성장배경, 비슷한 학력수준, 비슷한 생활환경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나와 다름’을 대하는 개방적 태도, 나아가 고정관념을 뛰어 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 다양성은 글로벌 시대 경쟁력의 원천이다. 꼭 기업세계에 국한해 얘기하지 않더라고 한국도 이제 다양성의 미덕에 눈을 뜰 때가 아닌가 싶다. 외부인이 느끼기에 한국은 아직도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서적 환경과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나라로 비친다. 이미 한국은 다양성의 잠재력을 시험할 수 있게 도와줄 많은 동반자들을 가지고 있다.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해외입양아, 전세계 해외동포 그리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기업의 외국인 직원들까지 그들은 모두 우리 의식 속에 다름을 인정하고 소화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소양의 인자를 심어줄 한 식구들이다. 대기업 기업광고에서 ‘동성애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자랑스러운 문구를 볼 수 있는 나라, 탈북자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나라, 하인스 워드의 출연이 더 이상 국민적 각성을 요구하는 사건이 되지 않는 나라를 꿈꿔 본다. 아무도 모를 일이다. 먼 미래 ‘제 2의 오바마’로 혜성처럼 등장할 대한민국의 새싹이 지금 이 순간 이 나라 어느 다문화 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는지도….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 이탈리아 유명 마피아 ‘대부’ 콘델로 체포

    이탈리아 유명 마피아 ‘대부’ 콘델로 체포

    이탈리아에서 유명 마피아 보스가 체포됐다. 지울리아노 아마토 이탈리아 내무부 장관은 18일 “경찰이 남부 레지오 칼라브리아 지역의 마피아 보스 파스쿠알레 콘델로(Pasquale Condello)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레지오 칼라브리아 시내에 있는 한 아파트를 급습해 이 지역 마피아 ‘은드란게타’(Ndrangheta)의 보스인 57세의 콘델로를 붙잡았다. 체포 당시 콘델로는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은드란게타’는 유럽 전역의 코카인 거래를 실질적으로 독점하는 이탈리아 4대 마피아 조직 가운데 하나로 조직원 모두가 혈연으로 맺어져 체포가 쉽지 않았다. 콘델라는 이탈리아 경찰이 뽑은 가장 위험한 수배자 명단의 2번째 인물로 1989년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후 20년간 도피 생활을 해왔다. 아마토 내무부 장관은 “이탈리아 범죄 조직 소탕에 있어서 아주 기쁜 날”이라며 “정부는 경찰과 합동으로 계속해서 조직원들을 색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france24.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김하은 기자 haeunk@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탈레반 前사령관 만수르 체포

    지난해 7월19일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23명의 납치사건 주모자인 만수르 다둘라 탈레반 전 최고사령관이 파키스탄에서 마침내 체포됐다. 이에 따라 한국인 인질 2명의 목숨을 빼앗고 남은 21명을 44일 동안 억류했던 희대의 인질극 전모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파키스탄 보안 당국은 11일 만수르 다둘라가 최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퀘타시의 그왈 이스마일카이 마을에서 보안군과의 총격전 끝에 다른 반군 5명과 함께 붙잡혔다고 밝혔다고 AP,AFP,BBC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만수르는 체포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AP는 한때 만수르가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며 이후 부상이 심각해 위독하다고 전했다. 발루치스탄주의 경찰서장 사우드 고하르는 이날 AFP에 “만수르가 마을의 한 가옥에 숨어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 가옥을 급습한 결과 만수르와 함께 다른 5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미군의 공습 당시 숨진 탈레반 사령관 물라 다둘라의 동생인 만수르는 아프간 정부에 포로로 잡혔다가 탈레반에 의해 납치됐던 이탈리아 기자와 맞교환돼 지난해 5월 풀려났다. 그후 형에 이어 총사령관직에 오른 그는 아프간 정부와 나토군의 공격이 가장 극심한 헬만드주와 칸다하르주 등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탈레반의 강경 투쟁을 주도해왔다. 특히 만수르는 아프간 정부의 감옥에 수감돼 있는 탈레반 조직원들과 맞교환을 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외국인들은 무차별적으로 납치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한국인 납치극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는 당시 아프간과 한국정부는 물론 적신월사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고 탈레반의 건재를 온 세상에 과시함으로써 탈레반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하지만 탈레반은 지난해 12월 만수르를 내쫓았다. 탈레반 최고지도자인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탈레반의 내규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며 군사령관직에서 해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만수르는 음모라고 주장하며 불복 의사를 밝혀 탈레반 지도부 사이에 내분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한국 사람들은 잘 훈련된 조직원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잘 훈련된 조직원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잘 훈련된 조직원들 같아요.‘빨리빨리’ 움직이며 헌신적으로 일을 끝내 놓고 휴일은 맘껏 즐기더군요.” “어린 아이들이 영어를 너무 잘해서 놀랐어요. 제가 영어로 길을 물어도 익숙하게 잘 대답하더군요.” “제가 사는 과테말라는 거리를 걸어 다니기도 무서운데 한국은 지갑을 잃어 버려도 금방 다시 찾을 수 있을 만큼 치안이 잘 돼 있어요.” ‘주 5일제’ 때문에 이틀 쉬는 모습이 눈에 익어서일까. 걸어 다닐 수 있을 때부터 영어회화를 배우러 다니는 아이들은 또 어떻게 보였을까. 끔찍한 사건사고에 늘 불안한 우리가 그래도 그들보단 안전한 나라에서 산다고 안도해야 할까. 24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만난 제3세계 출신 여성들은 1년 동안 머문 한국에 대해 ‘빨리빨리’와 ‘아이들의 능숙한 영어’,‘안전한 치안’을 인상적인 모습으로 꼽았다. 이화여대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으로 만든 제3세계 여성들을 위한 무상교육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방글라데시 판사 출신 네프리자 샤이마(34), 과테말라 출신 루시아 페자로시(29), 탄자니아 공무원 레니 배리안 곤드웨(30)의 ‘수다’를 들어봤다. 한국 땅에서도 외국인과 만나면 영어로 대화해야 한다고 지레 생각하는 우리에게 ‘당연히’ 한국 말을 먼저 건네는 외국인은 놀라움이었다.“한국 사람들은 제가 한국어를 배우고 몇 단어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해했어요.‘한국 말 알아요?’라고 물어 왔을 때 ‘조금’이라고 답하면 다들 좋아하더군요.”곤드웨의 말이다. 한국 여성들의 적극적이고 ‘거친’ 삶의 모습도 이들에겐 남달라 보였다. 고국에서 여성과 아이들에게 행해진 범죄에 법의 잣대를 들이댔던 샤이마는 “제3세계 여성들은 여전히 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한국 여성들은 대학에서 자기 목표를 두고 종교를 믿는 것처럼 헌신적으로 공부한다.”면서 “한국에서 본 여성들의 삶을 참고해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시달리는 폭력에 대한 논문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테말라, 온두라스, 가나, 수단, 이라크 등 제3세계 국가 여성 28명과 함께 ‘개발과 협력’을 주제로 한 과정을 마친 이들의 한국 생활은 이달말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CEO는 감미로운 선율을 타고~♬

    CEO는 감미로운 선율을 타고~♬

    노래하는 사장님. 색소폰 부는 사장님. 음악을 즐기는 최고경영자(CEO)나 대기업 고위 임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음악활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감성경영·조화경영으로 이어진다. 은 23일과 24일 가수로 변신한다. 조 사장은 서울 중구 충정로 공연장에서 열리는 재즈가수 ‘윤희정과 프렌즈’에 출연, 탤런트 송일국씨와 함께 ‘고엽(枯葉)’을 부를 예정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 9월 창사 10주년을 맞아 강원도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깜짝 변신하기도 했다. 그는 ‘모스틀리 팝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호흡을 맞춰 오페라 카르멘 가운데 ‘투우사의 노래’,‘라데츠키 행진곡’등 두 곡을 지휘했다. 지휘가 끝난 뒤엔 직원들의 열띤 박수에 멋진 색소폰 연주로 화답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조직원들의 기를 살리고 즐겁게 해주는 것도 CEO가 해야 할 역할이고 이를 위해 연주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윤희정 콘서트’엔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 박의승(54)전무가 조 사장의 선배다. 사내 가수로 통하는 박 전무는 지난 9월 윤씨의 콘서트에서 ‘플라이미투더문’과 ‘샌프란시스코’로 데뷔했다. 박 전무가 학사장교(ROTC) 총동문회에서 부른 노래를 듣고 감탄해 윤씨가 직접 콘서트 출연을 부탁했다고 한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인 박 전무는 영국 현장에서도 5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어 팝송도 잘 소화할 수 있다고 대우건설측은 설명했다.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와 사원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데이’등 감성경영을 강조하는 의 트레이드마크는 ‘색소폰’이다. 노 사장은 2005년 말 신촌의 한 호프집에서 열린 직원송년회에서 갑자기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색소폰을 꺼내 “따로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그동안 틈틈이 배운 이 악기로 음악선물을 드린다.”는 말과 함께 ‘소녀와 가로등’,‘광화문연가’등을 연주했다. 그는 지난해 직원체육대회에는 ‘어머나’를 연주해 열광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올 체육대회에 2년 연속 ‘고정출연’했다. 최양하 한샘 부회장은 틈틈이 색소폰 연주를 배우고 있다. 아직 공식 데뷔는 하지 않은 상태다. 최 부회장의 클라리넷 연주는 아마추어치고는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다. 박성철 SK엔카 사장도 노래를 즐겨부른다. 그는 45세의 ‘젊은’ 사장이어서 그런지 신입직원들도 놀랄 정도로 랩이 들어간 신곡을 좋아한다. 조영주 사장은 색소폰 연주 등과 관련,“조직을 관리하고 목표를 제시하는 것만이 CEO의 역할이 아니다.”라면서 “조직원들의 기를 살리고 즐겁게 해줘 최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새로운 역할”이라고 말했다. 주현진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주공 ‘직무급제’ 시행 2년 성과 쏠쏠…공기업들 도입 저울질

    주공 ‘직무급제’ 시행 2년 성과 쏠쏠…공기업들 도입 저울질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들도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이 강조되고 있는 데 따른 움직임이다. 일반기업에 비해 관료적이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고임금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임금체계 개선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최근 비정규직보호법의 시행으로 업무에 따른 임금의 차별화 작업이 불가피해지면서 임금체계 개선은 공기업들의 경영혁신 차원에서 적극 검토되고 있는 추세다. 임금체계 개선 전문 컨설턴트인 임종호 노무사는 “공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날로 늘어나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안정 등을 위해서는 직무와 직급 등 업무와 능력에 따른 차등화된 임금체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택공사 2년 전 첫 도입 임금체계 개선에 가장 앞선 공기업은 대한주택공사. 변화와 혁신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한 것으로 지난 2005년 1월, 직무급제로 전환했다. 공사가 도입한 임금체계 개선방식은 직무급제. 기존의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에서 탈피해 개인의 역량을 중요시하는 이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공사는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우선 3급(팀장급) 이상의 상위직급을 대상으로 했다. 대상자는 약 400명으로 1,2,3급의 직무에 대해 S,A,B,C 등 3등급으로 나누어 적용했다. 직무평가를 실시하고 직무등급에 따라 차등화된 직무급을 설계하고 이를 기존의 기본급에 추가했다.1급 직무의 경우 등급에 따라 급여는 최고 30만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차등은 개인의 업무능력이라기보다 직무가치에 대한 차등이다. 물론 도입초기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서열화하고 차별화하는 데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외부전문가에 의한 직무평가로 공정한 업무평가가 이뤄지고 개인보다는 직무에 대한 평가로 인식되면서 반발은 수그러들었다. 직무급제가 도입된지 2년이 지난 지금은 상위직급의 업무 효율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각 업무에 대한 정당한 평가로 기피부서가 사라지고 자리 이동에 대한 부담감 해소 등 업무효율이 크게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근로자와의 협의가 관건 현재 노동부가 실시하고 있는 임금체계개선 컨설팅 지원사업에 5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공기업은 3∼4곳에 불과하다. 대구광역시지하철공사, 충남도시가스 등 일부 지방공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반 기업체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노조의 반발 등 부작용을 의식해 공론화하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임금체계를 바꾸는 데는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임금규정 변경에는 일정 요건이 필요하다. 전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또 과반수 이상이 참여하는 노동조합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지난해 이미 임금체계 개선과 관련된 외부용역을 마쳤다. 내년부터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부 반발이 워낙 커 실행이 불투명한 상태다. 공사 관계자는 “자기 업무에 대한 평가로 임금을 달리한다는 생각에 10명 중 9명이 반대하는 입장이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부이긴 하지만 공기업들도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임금체계 개선에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공기업의 경우 고령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 방식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산업인력공단 “회의문화 바꿔라” 관공서나 공기업의 회의도 기업처럼 바뀌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회의는 절대 1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문제해결을 위한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아무리 중요한 회의라도 마찬가지다. 김용달 이사장은 회의를 주재할 때 책상 한편에 시계를 놓아 둔다. 평균 40∼50분이면 회의를 마친다. 공단은 올들어 혁신차원에서 회의문화를 개선하고 있다. 장시간 지속되거나 잦은 횟수 등 관공서, 공기업 등의 고질적인 회의문화를 효율적으로 바꿔보자는 취지다. 이른바 ‘1+1+1 캠페인’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회의 일정과 자료 등은 하루 전에 알려주고, 회의는 1시간 이내에 끝내고, 회의 결과는 하루 내에 모두 전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LG전자의 111캠페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아울러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회의에 참석하는 구성원의 명패나 지정석을 폐지했다. 토론형식의 회의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호칭에 직위를 뺐다. 회의 자료의 분량도 원칙적으로 5쪽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가끔은 워크아웃 타운미팅도 활용하고 있다. 조직원들이 작업장, 사무실 등에서 벗어나 직위를 잊은 채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회의하는 형식을 말한다. 이는 미국 GE그룹의 잭 웰치 회장이 조직의 관료화 현상으로 상·하 직원간의 쌍방향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창안해낸 회의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산업인력공단도 직원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 방식을 자주 활용한다. 특히 공단은 효율적인 회의가 될 수 있도록 사업본부 간, 공단본부와 소속기관 간, 부서 상호간에 회의시간을 체크하고 만족도 조사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회의문화를 개선하면서 훨씬 생산적이고 활기찬 회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문화마당] 지위지향형 사회의 업보/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장·사학

    가짜학위 파문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신정아 교수 사건을 보자니, 한국사회의 작동 역학을 꿰뚫어 본 라이샤워(E O Reischauer)의 혜안이 아직 빛을 발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절로 난다. 그는 전통시대에 일본은 신분 상승이 불가능한 사회구조 안에서 자기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목표지향형 사회’였기에 자력으로 근대를 이룰 수 있었지만, 과거제도가 상징하듯,‘지위지향형 사회’였던 한국은 그럴 수 없었다고 우리의 슬픈 역사를 꼬집는다. 수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점이 즐비한 일본에서는 명문대를 나오고도 가업을 잇는 이들이 화젯거리도 되지 못한다. 하나 대를 잇는 맛집이 가물에 콩 나듯 드문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니, 근대 이행기 한국과 일본의 패인과 승인을 두 나라 사회의 특수 속성에서 찾은 그의 탁견에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대학 입시철 전국의 사찰과 교회마다 자녀들의 대학 합격을 비는 모성 깃든 천배의 기원행렬과 수능기도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아직 한국은 지위지향형 사회가 분명하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 부처에 축원의 발길이 줄을 잇는 까닭이 부처님이 쓰고 있는 갓이 지위를 보장하는 징표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그럴싸하게 들리니 말이다. “한국의 여러 조직들은 조직 자체나 조직원들이 중심축을 향해 상승하는 흐름에 참여하려고 하는 아메바적 성격을 갖고 있다.…모든 가치는 중앙권력에 속했다. 권력기반도, 안정성도, 야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체 수단도 없이 권력을 향한 경쟁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다. 이 사회는 높이 솟은 원추형 소용돌이라는 특유의 형태를 만들어냈다.”(‘소용돌이의 한국정치’) 오늘 우리의 사회상을 중앙권력을 향해 모든 성원이 휘몰아쳐 달려드는 ‘소용돌이 구조’로 꼬집은 헨더슨(G Henderson)의 지적은 더 아프다. 몇해 전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 분의 정년퇴임이 항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동료들이 국회의원으로, 장관으로, 총리로 중앙권력을 향한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 버려 광복 후 정년을 채운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코미디언 이주일, 탤런트 최불암, 가수 최희준, 앵커 한선교, 벤처 기업인 이찬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국회의원이 답이다. 사실 우리 국회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을 빨아들여 마셔버리는 소용돌이치는 중앙권력의 블랙홀이나 진배없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일본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 쇼타의 꿈은 소박하다. 최고의 초밥 요리사가 되어 가업을 잇는 것이다. 일본의 교수사회도 중앙권력으로 진출하기를 꿈꾸지 않는다. 우리보다 앞서 1871년에 천민을 해방했다지만, 아직 일본 사회는 300만명을 헤아리는 차별받는 천민 집단이 실제로 존재한다. 여전히 일본은 신분제 사회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 양반은 더 이상 귀족의 명칭이 아닌 제3인칭 대명사일 뿐이다. 시각을 달리하면 누구나 양반이 된 다원적 시민사회를 일구어 낸 우리 사회의 숨은 발전 동력은 지위를 향한 모든 이들의 경쟁일 수도 있다.1960년대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 전통시대 지위 상승의 사닥다리였던 장원급제의 교지는 모두가 양반이 된 광복 이후 대학 졸업장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OECD 가입국 중 최고의 대학진학률을 자랑하는 오늘 한국 사회에서 중앙권력으로의 진입을 위한 보증수표는 이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장뿐이다. 가짜학위 소동은 지위지향형 사회에서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소극(笑劇)이다. 조기유학이 줄을 잇고 영어능력이 취직의 절대 잣대가 된 오늘 우리 사회의 자화상은 여전히 슬프다. 어찌 보면 신정아 사태는 능력보다 학벌을 좇는 소용돌이에 쏠려 들어가는 우리 모두를 소스라쳐 일깨우는 정문일침일 수도 있지 않을까. 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장·사학
  • [사설] 선거 훈수하는 참평포럼 정체성 뭔가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정치에 나설 모양이다. 그제 첫 전국운영위원회를 열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계승 발전시키는 질서있는 통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범여권 통합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선(先)해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누가 보더라도 연말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스스로는 정치세력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처사다.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게 순리고 도리다. 참평포럼은 그동안 행보를 보면 열린우리당내 노무현 대통령파의 외부지원 단체의 성격이 강하다. 범여권통합의 전제조건으로 탄핵세력, 지역주의 세력의 사과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참여정부의 실패를 주장하거나 용인하는 범여권 대선 주자나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비판을 할 게 뻔하다. 그런데도 관계자들은 “참여정부의 평가를 위해 만든 조직인 만큼 정치결사체로 바뀔 가능성은 적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참여정부 평가를 위한 조직이라면서 범여권 통합 방향까지 왜 일일이 훈수하겠다는 것인가. 범여권내 여러 정파가 알아서 하면 될 일 아닌가. 노 대통령과 불가분의 관계인 참평포럼의 정치세력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정치 결사체로 변신하든 말든, 그것은 조직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말과 행동이 다른 부분을 지적할 따름이다. 대선 영향력과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떳떳하게 의지를 밝혀라.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받든, 비판을 받든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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