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지역축제 바람직한 주민잔치 되려면/임재해 안동대 민속학 교수
지금 한국에는 축제 사태가 났다. 지역마다 갖가지 축제로 야단법석이다. 언론에서도 축제소식을 전하고 홍보를 하느라 부산하다. ‘양구곰취축제’처럼 소박한 축제에서, ‘안산국제거리극축제’처럼 국제성을 표방하는 거창한 축제들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인천에서는 아예 온갖 축제를 다 끌어모아서 ‘축제박람회’를 하는가 하면, 축제가 다른 축제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영덕 대게축제장에서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상주동화나라축제, 문경전통찻사발축제, 영주선비문화축제 등 경북 북부지역 11개 자치단체의 축제들이 함께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홍보를 공동으로 했다. 축제판을 찾아다니며 축제홍보를 하는데 더러는 홍보를 위해 해외출장까지도 간다.
일제강점기 이후 축제전통이 사라지는 듯했는데 최근 15년 사이에 3000여개의 크고 작은 축제들이 생겨났다. 대부분 자치단체와 문화기획사가 결합해 만들어낸 이벤트로서, 축제라기보다 일종의 관변행사이다. 지역 자치단체장이 축제조직위원장 노릇을 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미 ‘축제공화국’이라 할 만큼 축제 과잉상태에다가 재정 낭비까지 지적되고 있지만 올해도 새 축제가 여럿 만들어졌으며 앞으로도 축제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인간해방을 실현하는 게 축제의 본디 목적이다. 그러나 최근 많은 축제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크고 거창한 행사로 자치단체장 낯을 내고 언론보도에만 온통 신경을 쏟는다.
축제가 관변행사로 잘못 가고, 소비적 행사에 주민들의 혈세와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이 문제이다. 연간 축제 경비만 7000억원 정도 지출되는데 2003년 이후 매년 17%씩 증가하고 있다. 연간 100억원 이상 쓰는 자치단체도 9곳이나 된다. 경북도에서는 시군별 축제의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다고 소비적 관변행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하는 알짜 축제도 있다. 얼마 전에 안동 남선면 이천리 샘들에서 ‘새총문화마당잔치’라는 이름의 마을축제가 열렸다. 마을에 거주하는 공예가 김진일(새총연구회장)과 마을어른들이 중심이 돼 새총문화를 주제로 1박 2일의 작은 축제를 벌인 것이다. 전국에서 새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새총놀이를 체험하고 강의도 듣고, 전통차와 떡을 나눠 먹으며 음악잔치도 벌였다. 경로회장은 전자오르간으로 ‘갈대의 순정’을 연주해 갈채를 받고, 색소폰 연주에 맞춰 모두 신바람나게 춤을 즐겼다. 마을 아이들은 새총놀이에 푹 빠졌다. 회원들끼리 새총문화 발전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축제여서 경비지출도 거의 없었다. 푸짐하게 나누어 먹은 떡과 차, 술, 안주, 과일 등은 대부분 협찬으로 마련됐다. 멀리 침향헌이 약주를 보냈고, 연화사는 연잎밥을 넉넉하게 만들어 왔다. 죽평다관과 희가원에서 차를 계속 제공했으며, 꾸밈광고는 현수막을 무료로 달아줬다. 음악마당에 참여한 연주자들도 모두 찬조출연이었다. 어른들은 찾아온 손님들에게 경로회관을 잠자리로 내주고 축제준비를 함께 거들었다. 어른들께 사례비를 드렸으나 되돌려주어서 인정이 더 두터워졌다.
이러한 마을잔치야말로 주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자발적인 축제이자, 작고 실속 있는 마을축제, 재정지원 없는 자립적 축제, 독창적 내용을 지닌 창의적 축제의 바람직한 본보기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적 행사,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업축제가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즐기는 자족적 잔치여서 더욱 축제다웠다. 소박하되 실속 있는 주민잔치로 가야 축제문화가 한층 성숙해질 것이다.
임재해 안동대 민속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