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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 강남구 허리띠 졸라매는 사연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부자 동네’인 강남구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곳간이 비어가는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씀씀이를 미리미리 줄이지 못하면 빚을 내야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오는 9월 ‘2차 추가경정 예산’에서 강남댄스페스티벌 등 행사성 예산 15억여원을 감액할 방침이라고 15일 밝혔다. 구는 이미 지난 3월 1차 추경 예산에서도 국제청소년문화축제 등 축제성 예산 5억여원을 줄였다. 추경 예산은 예산안을 확정한 이후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추가로 반영하기 위해 예산안을 변경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추경 예산이 재정 지출을 늘릴 목적으로 편성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강남구처럼 당초 계획했던 예산을 깎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구는 또 ‘아웃소싱 사업’에 대한 사업 폐지나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전제로 일제 점검에 착수했다. 현재 구가 민간에 운영을 맡긴 아웃소싱 사업은 모두 89개로, 사업 규모는 822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구 전체 예산 5770억원의 15% 가까이 차지한다. 이 가운데 점검 대상은 강남구도시관리공단이 대행하는 7개 사업(285억원)을 제외한 82개 사업(537억원)이다. 문경수 구 정책기획과장은 “다음달 3일까지 사업 효과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거쳐 비효율적인 사업은 과감히 정리할 것”이라면서 “어린이회관 건립이나 환경자원센터 건설과 같은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시설투자사업에 대해서도 점검에 나서 예산 규모와 사업 시기 등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재정난 때문이다. 2008년 ‘공동재산세’ 도입 이후 세입이 줄고 있는 것. 공동재산세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간 재정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당초 자치구가 걷던 재산세를 서울시와 자치구가 공동 과세한 뒤 절반만 해당 자치구가 갖고 나머지 절반은 서울시가 자치구들에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이다. 강남구는 이런 공동재산세의 영향으로 올해 예산이 지난해 대비 17%인 1200억여원 감소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재산세 세입 감소분에 대한 서울시 보전금마저 사라져 300억원 이상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연희 구청장은 “마른 수건을 짜는 각오로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줄여야겠지만, 주민 생활과 밀접한 일자리와 복지 등의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재정난 극복을 위한 다양한 예산 절감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금융 CEO에게 묻다] (1) 김정태 하나은행장

    [금융 CEO에게 묻다] (1) 김정태 하나은행장

    금융권이 폭풍전야다. 누가 불을 댕기기만 하면 터지는 화약고에 비유된다. 그만큼 최근의 금융권은 지각변동의 회오리 속에 놓여 있다.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외환은행 인수·합병(M&A) 등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신문은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금융권의 최고경영자(CEO)를 찾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전략과 비전, 그리고 삶과 경영 등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주 1~2회 게재한다.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은 1952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59세다. 시중은행장 평균 수준이다. 하지만 그의 감성과 스타일은 결코 평균적이지 않다. 은행 내 블로그에는 지난 2년간 직원들과 나눠온 소통의 기록들이 시시콜콜한 안부인사부터 심각한 업무 얘기까지 빼곡하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의 상당수는 발신자가 평사원들이다. 그중에는 아들이나 딸뻘쯤 됨직한 새내기 행원들도 있다.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각종 행내 동호회의 주말·휴일 모임 초청을 마다하지 않는다. 올 1월4일 아침 서울 본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는 직원들과 함께 여성 아이돌 그룹의 춤을 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격식과 체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소통하고 호흡하는 것, 그것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고 발산하는 것. 그가 사는 방식이다. 지난 13일 행장실에서 만난 그는 요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사회공헌’이라고 했다.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업은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말을 새삼스레 되새기는 중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은행을 비롯한 기업에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는 주주·고객·직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회’가 추가돼야 합니다. 사회를 위해 과연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하나은행이 속한 하나금융그룹은 은행권에서 사회공헌 활동이 가장 활발한 편이다. 현재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금융권에서 미소금융 사업이 출범하기 1년 전인 2008년 9월부터 비슷한 성격의 ‘하나희망재단’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김 행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나오기 마련”이라면서 “공공성을 띤 은행이 뒤처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다시 갖게 해주자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은행 임직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의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푸르니 어린이집’(2003년), 경기 남양주의 노인전문요양시설 ‘하나케어센터’(2009년) 등이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했다. 올 하반기에는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사회 공헌에 주력할 예정이다. 2008년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인 ‘하나 키즈 오브 아시아(Kids of Asia)’는 한국·베트남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가르쳐 주는 주말 학교다. 김 행장은 “최근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지구촌 사랑나눔’ 이사장인 김해성 목사와 함께 월세로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집을 전세로 전환하는 등 다방면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에서 경영지표로 화제를 돌리자 표정이 진지해진다. 하나은행의 2분기 순익은 1739억원으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그는 수수료 등 기타 영업부문에서는 1분기 수준의 실적을 냈지만 대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은 게 수익 감소의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은행의 기초 체질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나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쉽지는 않겠지만 상반기 영업전략을 고수한다면 견실한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 행장은 온라인 부문 기반 강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그는 “과거 유선 인터넷이 금융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듯이 앞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무선 인터넷 금융 분야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스마트폰 뱅킹을 활용한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운영, 은행업과 다른 산업의 컨버전스(융합)를 통한 고객과의 접점 확대가 향후 하나은행의 중요한 먹을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무선 온라인 분야에서 업계 주도권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계속 발전시켜 모바일 뱅킹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략은 해외진출 확대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 3700억원을 들여 중국 지린은행 지분 18%를 취득했다. 2007년 중국 현지법인인 ‘중국유한공사’, 같은 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빈탕 마눙갈의 지분 70.1%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PT뱅크하나’ 등 중국과 동남아에서 기반을 닦고 있다. 김 행장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이 지역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올해 추가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추가 진출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하나은행의 경영 슬로건은 ‘점프 투게더(Jump Together)’다. 직원 개개인의 가치를 한층 높이자는 뜻이다. 즐겁게 일하면 남달라지고, 차별화되면 성과가 난다는 뜻에서 2008년 3월 취임 당시 내세운 ‘조이 투게더(Joy Together)’에 이은 두 번째 캐치 프레이즈다. 임직원 9400명을 통솔하는 CEO로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은 ‘사랑’이다. “사람들 성격은 다 비슷합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면 아무리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지요.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말은 무조건 좋게 받아들이게 마련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사랑이 없다면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임직원들의 얘기를 잘 들어 주는 것이 CEO의 가장 중요한 일이며 CEO 연봉은 대부분 ‘듣는 값’과 일치한다고도 했다. “들을 청(聽)자에는 귀 이(耳)자뿐 아니라 마음 심(心)자도 들어 있습니다. 들을 마음이 없으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김정태 하나은행장 ▲1952년 부산 출생 ▲경남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1981년 서울은행 입행 ▲하나은행 가계영업점 총괄본부장, 가계고객사업본부 부행장 등 ▲2005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년 하나은행장
  • [이것이 相生이다] (5·끝) 전문가 3인 지상 대담

    [이것이 相生이다] (5·끝) 전문가 3인 지상 대담

    정부가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문제를 강조하고 대기업들도 잇따라 자체적인 상생 방안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이런 노력에 대해 기대하면서도 실질적인 ‘상생협력’이 이뤄질지 미심쩍어한다. 대기업계는 최근 분위기에 대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며 마지못해 대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서울신문은 지난 9일자부터 5회에 걸쳐 대기업과 중기업이 더불어 잘살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했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과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의 지상(紙上) 대담을 통해 바람직한 상생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송재희 부회장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 대기업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 신의와 성실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을 시스템화해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용 원장 대기업의 성과는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협조를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 대·중소기업 간 공존은 산업의 효율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최근 상생 논란이 적정한가 유종일 교수 솔직히 최근 상생 논란을 보면 답답하다. 사회적 책임에 둔감한 기업도 문제지만 정책이나 제도가 대기업의 횡포를 용인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로만 상생하라면 되겠나. 제도적 접근과 더불어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 제도를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송 부회장 중소기업들도 대기업 못지않게 경제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많은 중소기업이 경기회복의 온기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행위와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사업영역 침범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이 특혜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기여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공정한 경쟁여건이 조성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를 대·중소기업 간 갈등이나 포퓰리즘으로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 문제가 국가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김 원장 논란이 대기업은 높은 수익을 내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데 원인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는 근본적으로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때문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혁신과 구조조정이 지연돼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아져 격차가 커졌다. →불공정거래 중에 가장 큰 문제는 송 부회장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와 유통 대기업들의 부당한 횡포 등이 문제다. 대기업의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는 협력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신규투자가 감소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 납품단가 인하의 경우 구두발주 뒤 경미한 과오를 이유로 납품단가를 깎거나 현금결제 등을 조건으로 하도급대금의 일정비율을 감액하기도 한다. 또 원가계산서를 수시로 요구해 최소한의 이익만 보장하고 삭감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은 수수료를 부당 인상하거나 인테리어·행사비용 등을 입점업체에 전가하기도 한다. 또 세일 등 특판 참여를 강요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김 원장 중소기업계에서는 그런 이유로 납품가 연동제를 요구하지만 이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비용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비용을 결정한다는 경제원론에 어긋난다. 또 자동적인 가격 보장시스템은 기업의 기술혁신 및 경영혁신 유인을 약화시킨다. 또 소비자와 원사업자의 부담을 국가가 강제하게 되면서 결국 해외 아웃소싱 확대로 국내 산업이 공동화될 우려도 있다. →납품단가 갈등의 해결책은 김 원장 납품단가 계약은 대·중소기업 간의 사적 계약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 등은 납품단가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시장경쟁을 통한 비용절감과 품질제고 등을 제약한다. 따라서 대·중소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해 부품의 모듈화와 부품 개수를 줄여 부품생산 단계부터 비용절감에 나서야 한다. 또 디자인과 공정, 자재, 기술 등과 관련된 중소기업의 제안을 대기업이 폭넓게 수용하는 것도 방안이다. 송 부회장 납품단가 계약은 시장 경제원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원자재를 대기업에서 구입해 다시 대기업에 납품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해 대기업이 하도급대금의 부당 감액에 대해 직접 입증하고,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유 교수 대·중소기업 간 협상력 차이가 납품단가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업종별 조합 등에 협상권을 줘서 협상력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특허기술이나 인력 유출 문제는 송 부회장 힘들게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이 사실상 특허를 빼앗기는 사례가 많다. 상품화를 위해 대기업에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가 대기업이 유사한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특허등록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식이다. 유 교수 기술유출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엄격히 단속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러나 인력 유출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 다만 중소기업이 적정한 납품가격을 보장받아 기술인력에 대해 제대로 대우를 해 줘야 한다. 김 원장 부정적인 현상만 많이 부각됐지만 대·중소기업 간 공동기술개발과 대기업 특허 활용, 중소기업의 기술역량 강화 지원 등의 협력 사례도 많다. 대기업의 기술을 협력업체에 지원하거나 대기업이 재원을 조성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을 돕기도 한다. 대신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를 방지하기 위해 ‘기술자료임치제도’가 도입돼 있다. 정부가 대기업의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 행위를 방지하는 기존 제도를 제대로 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소프트웨어 산업은 특성상 이직률이 높다. 또 인력 이동은 대·중소기업보다 중소기업 간에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1차와 2~4차 협력업체 갈등의 해법은 유 교수 핵심은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간 공정거래 문화의 정착이다. 여기서 올바른 관행이 확립되면 2~4차 협력업체까지 공정거래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 송 부회장 대기업이 2~4차 협력업체의 거래 현황을 상호 파악할 수 있도록 거래 단계별 협력기업이 전부 참여하는 의사소통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또 1차 협력업체의 2~4차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기업 상생협력 이행 실적을 평가할 때 2~4차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실적과 2~4차 업체의 만족도 등을 반영, 1차 협력업체의 지원을 적극 유도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유인책도 마련돼야 한다. 김 원장 국내기업 간 하도급 구조에서 문제가 되는 거래는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보다 1차 협력업체와 2~4차 업체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2차 이하에서 발생하는 납품단가 인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구개발 인정 범위나 현금 결제 확대 등의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정부가 가장 서둘러야 할 일은 유 교수 정부 출범 이후 취해온 감세, 규제완화, 친기업정책이 결과적으로는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이고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이에 따른 제도 개혁과 정책 선회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송 부회장 정부는 공정거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실질적인 상생협력이 이루어지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법을 위반한 기업을 대외에 공표하고 국책사업 참여를 배제하는 등 엄중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 또 미국처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보상하는 손해배상제도와 상생협력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의 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이두걸·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GM CEO “임무 다했으니 떠난다”

    “임무를 완수했다.” 지난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미국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를 2분기 연속 흑자로 만든 에드 휘태커(68)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했다. 휘태커는 다음달 1일 대니얼 애커슨(61) 이사에게 CEO직을 넘겨주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GM이 올해 2분기에 13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고 6년 만에 최대의 분기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직후 휘태커는 기자회견을 통해 “임무가 완수됐다.”며 사임의사를 표명했다. 미국 통신업체 AT&T CEO를 지낸 휘태커는 지난해 7월 GM의 회장직을 맡은 데 이어 같은 해 12월 프리츠 헨더슨 CEO가 물러나자 CEO대행을 맡다 올해 1월 정식 CEO에 취임했다. 휘태커는 GM의 파산보호 절차가 개시될 때 회사 운영을 맡아 조직 통폐합과 비용 절감을 통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휘태커는 판매와 마케팅 부문의 책임을 통합하고 북미시장의 마케팅을 임원 1명의 책임 아래 두는 등 조직을 개편, 단기간에 회사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휘태커의 후임 CEO가 될 애커슨은 워싱턴 소재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7월 미 정부에 의해 GM 이사로 임명됐다. GM은 1년반 사이에 4번째 CEO를 맞는 것이다. 휘태커와 마찬가지로 GM에 몸담기 전에는 자동차산업에 종사해본 경험이 없다. 애커슨은 칼라일 그룹에서 다른 기업을 인수한 뒤 수익을 남기고 되파는 ‘바이아웃’ 책임자로 일하면서 에너지기업 킨더 모건과 미디어업체 닐슨의 인수를 성사시킨 바 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이학수의 귀환

    이학수의 귀환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이 13일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삼성그룹에서 이 고문의 역할과 삼성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전략기획실 부활 얘기도 나온다. 이 고문은 1997년 비서실장에 오른 뒤 10여년 동안 사장급 구조조정본부장과 전략기획실장을 지내면서 그룹의 2인자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 고문은 이 회장이 주재한 삼성 사장단 회의나 지난달 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배석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함께 이 회장을 수행하기도 했다. 사면이 사실상 확정된 지난 12일에도 유스올림픽을 참관할 예정인 이 회장을 보좌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은 이 고문의 사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이 고문 개인 신상의 변화이고, 사면 전 상임고문으로서의 활동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 고문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이 회장을 직접 보좌하는 ‘특임 비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고문을 중심으로 한 과거 삼성 전략기획실의 부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 시절 비서실로 출발한 전략기획실은 각 계열사의 경영계획과 재무, 인사 등을 도맡으며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다 2008년 4월 해체됐다. 전략기획실 부활의 단초는 이미 던져진 상태다. 삼성은 지난 3월 이 회장 복귀에 맞춰 ‘스피드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업무지원실과 브랜드관리실, 윤리경영실 등 3실 체제를 갖췄다. 한 발 빠른 경영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손발’, 곧 3실을 총괄할 전략기획실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삼성 관계자는 “기다렸다는듯이 당장 전략기획실을 부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면서도 “콘트롤타워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삼성에 비판적인 시민단체조차도 인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기고] 종자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오세익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기고] 종자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오세익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종자산업은 농업의 가장 중요한 원천산업이다. 아무리 재배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우량종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확량은 감소하고 식량안보는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종자는 농산물 생산 이후의 유통, 가공, 저장 방향이 결정되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 농자재 산업은 물론 가공 및 유통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의 종자산업은 전통적인 교배육종에서 벗어나 유전공학, 나노기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의약 및 재료산업 등과의 융복합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종자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 육성을 통해 규모 확대는 물론 원천기술의 선점과 유전자원의 확보를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종자산업 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다국적 종자기업의 국내 진출을 허용했다. 그 결과 국내 1~3위 종자기업이 모두 외국 회사 손에 넘어갔다. 다국적 종자기업의 국내 진출은 토종 유전자원의 유출, 지속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연구인력의 대폭 감소, 해외채종 비율 증가 등 국내 채종 기반이 붕괴되는 부작용이 크게 나타났다. 국내 종자시장 규모는 인수합병 이후에도 세계시장의 1%에 불과한 실정이며, 민간 종자기업이 주도하는 채소종자 규모도 1600억~1800억원에서 정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잠재시장을 개척해 국내 종자산업을 규모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국민소득 향상으로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 소비가 확대되면서 우량종자 생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종자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종자시장 규모는 현재 10조원으로 향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찍이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해외 종자기업의 중국 진출을 통제하고 자국의 기업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종자시장 성장 가능성을 인지한 많은 해외 종자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종자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큰 성과는 거두고 있지 못하며, 특히 국내 업체들 간 과당 경쟁으로 수출단가가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교배종 무의 종자가격은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1980년대 ℓ당 150달러에서 최근에는 30달러 내외까지 크게 하락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나 치밀한 준비 없이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다. 국내의 우수한 육종 능력과 유전자원이 확보돼 있는 작물부터 집중 투자해 수출지역 기후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출지향적 신품종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현지 시장정보, 소비자 기호 등을 심층 조사·분석하고, 현지의 가공 및 유통망을 확보해 시장 확대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종자산업의 가치를 인식하고 정부가 종자시장을 직접 관리·장악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종자산업의 가치를 재평가해 지금이라도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한다. 종자산업이야말로 식량주권 확보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자 첨단기술이 접목된 수출지향적 미래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 인천도 개공 방만한 사업 정리한다

    인천시가 산하 인천도시개발공사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도개공은 경제자유구역, 구도심 개발은 물론 도시개발과 직접 관련 없는 사업에도 공사채 발행으로 무분별하게 참여해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진 상태다. 인천도개공의 부채는 지난달 현재 인천시 채무액 2조 5945억원의 배에 육박하는 4조 7215억원에 이른다. 인천시는 검단신도시, 영종하늘도시 등 인천도개공이 참여한 사업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난항이 계속될 경우 사업 진척이 없거나 문제가 노출된 사업들은 정리할 방침이다. 현재 인천도개공이 민간기업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추진 중인 사업은 15개에 이른다. 151층 인천타워, 밀라노디자인시티, 용유·무의관광단지, 인천아트센터 개발사업은 물론 인터넷교육방송사업, 승기하수처리장 환경개선사업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 사업의 전체 규모는 17조 2000억원으로, 인천도개공은 7~60% 지분 참여로 272억원을 출자했다. 시는 인천도개공에 대해 이들 사업의 사업성 분석을 통한 조정을 지시했으며 최근 감사원 감사와 시 감사를 통해 종합된 결과 등을 분석해 정리할 부분은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임 시장 재임 기간에 임명된 어윤덕 인천도개공 사장의 거취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서 사업 구조조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복지부문 올해보다 1조원 늘 듯

    당정이 최근 2011년 예산안 규모를 올해보다 4.7% 늘어난 306조원 수준으로 결정함에 따라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막바지 예산편성에 골몰하고 있다. 내년 예산의 골격은 낭비성 예산을 줄여 국가차원에서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고 경제성장의 온기를 서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친서민 예산으로 집약된다. 하지만 재정건전성과 서민복지라는 상반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과미흡사업 10%이상 감액 현재 정부는 ‘10(재량지출 10% 구조조정)-10(지출효율화 10대 원칙) 원칙’을 세우고 부처별로 모든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원칙적으로 10% 이상 감액 조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은 녹색성장과 일자리 창출, 민생 안정 등에 우선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유사·중복 사업은 과감하게 통합·정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경제위기 시 도입한 한시사업의 효과 및 필요성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기금 총요구액 가운데 복지예산은 82조원 정도로 조정할 방침이다. 각 부처가 요구한 복지예산안은 모두 87조 3000억원에서 6조원 정도를 삭감, 지난해 복지예산(81조 2000억원)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 정책 목표가 ‘친서민’으로 설정되면서 지역구를 관리하는 정치권의 입김은 물론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복지 예산의 증액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최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시·도 지방재정협의회에서 16개 시·도 부지사 등 예산 담당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복지예산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내에서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복지 관련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국채이자 5000억정도 추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국토부에서는 3조 3000억원을, 환경부는 1조원, 농림수산식품부는 1조1000억원 등을 요구해와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에 대비해 일반 공공행정 예산 증가율을 9.7% 수준(3조 5000억원 규모)으로 조정 중이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채 발행액이 많아져 5000억원 정도의 국채이자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쌍용차 인수 마힌드라·루이아·영안모자 각축

    쌍용자동차에 대한 최종 인수제안서가 10일 마감되면서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알려졌던 르노-닛산이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인도의 마힌드라그룹과 루이아그룹, 영안모자 등 3파전으로 압축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르노-닛산은 쌍용차의 높아진 몸값에 부담을 느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르노-닛산은 아시아 생산기지 확대를 위해 쌍용차 인수를 검토해 왔지만 쌍용차가 정상화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자금을 감안하면 인수·합병(M&A)보다 ‘그린필드의 투자’(직접 새 생산라인을 만드는 등의 투자)가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인수 의사를 내비친 기업구조조정 전문사모펀드인 서울인베스트도 최종 인수 제안을 포기했다. 쌍용차 인수전은 인도와 한국 기업 간 대결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인도 최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조업체인 마힌드라그룹은 최근 20여명의 실사단을 파견할 정도로 적극적인 인수 행보를 보였다. 루이아그룹도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영안모자는 쌍용차 인수를 통해 계열사인 대우버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에 한 곳 내지는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인수 가격도 초미의 관심사다. 쌍용차 관계자는 “(인수가격으로) 총부채 7400억원을 넘어야 법원의 매각 승인이 날 것으로 본다.”면서도 “최장 10년 기한으로 부채 상환이 이뤄지는 만큼 제시 조건에 따라서는 6000억원 안팎으로도 매각이 허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 인수가격으로 4억 5000만달러 안팎을 제시했을 것으로 점쳤다. 채권단은 인수자의 채무변제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는 법원 주관하에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채권단으로서는 빌려준 7400억원을 빨리 갚아줄 인수자가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상하이차의 ‘먹튀’를 재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채권단은 입찰제안서를 써낸 인수 후보 모두 변제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수 희망자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각각 글로벌 금융회사와 협약을 맺고 있어서다. 쌍용차 매각주간사인 삼정KPMG 등은 서둘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김경두·오달란기자 golders@seoul.co.kr
  • [한·일 100년 대기획] “이젠 韓 부러워”

    일본의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지난달 31일자에서 ‘한국의 실력’이라는 제목으로 38쪽 분량의 대특집을 보도했다. 80쪽 남짓한 이 주간지로서는 절반 정도를 한국 특집에 할애한 셈이다. 한국의 경제, 정치, 교육, 사회 등 각 분야의 장점과 단점을 두루 점검했지만 특히 삼성, LG, 현대차, 포스코, NHN을 집중 분석했다. ●IMF이후 구조조정·전략사업 강화 일본 경제신문도 지난 3월 ‘삼성을 추격하자’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5차례에 걸쳐 게재하며 삼성이 급성장한 비결을 조명했다. 일본 언론에서 한국 경제와 한국기업의 특집 기사를 다루는 것은 이제 화제도 되지 않는다. 신문, TV, 잡지 등 모든 매체에서 수시로 한국 경제가 지난해 금융위기를 어떻게 이렇게 빨리 극복하고 강해졌는지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일본 언론의 잇단 칭찬 릴레이에도 국내에서는 일본인들의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으로 드러나는 마음)를 감안해 들뜨지 말자며 차분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적절한 대응이라고 여겨지지만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시각은 불과 2~3년전과 비교해도 확연히 달라졌다는 게 한·일 관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일본이 최근 들어 집중조명하는 한국 경제의 장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1997년과 1998년 IMF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추진한 구조조정과 전략사업강화가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의 경기침체가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만든 한국 경제에 진정어린 부러움을 표시한다. 기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제3세계 등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도전하는 것을 한국의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실제로 삼성이나 LG는 매출액의 약 90%를 해외에서 번다. 일본에서는 소니가 70%, 파나소닉이 50%를 차지한다. 이처럼 한국기업의 해외 매출액 비율이 높은 데는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기준 8325억달러로 일본 5조 675억달러보다 5분의1 수준으로 작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에서 지면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의식이 한국기업을 강하게 만든 비결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법인소득세의 실효세율을 24.2%로, 일본보다 무려 15%나 낮춰 기업을 측면지원한 점도 일본은 주목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산업재편으로 제품마다 1, 2개사로 집약돼 자국기업을 상대로 소모전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점도 한국 기업의 장점으로 거론한다. ●빨리빨리 경영은 모든 기업의 롤 모델 ‘빨리빨리 경영’도 한국기업들의 약진비결로 꼽는다. 시장이나 경쟁기업을 철저히 관찰한 뒤 신속하게 움직이는 스피드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하순 ‘3D TV’를 경쟁기업보다 먼저 내놓았다. 당초 3월 발매 예정이었지만 이를 앞당긴 덕에 LG전자나 파나소닉, 소니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빨리빨리 경영이 세계 각지에서 ‘삼성=3DTV’라는 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명박 대통령도 일본 언론이 반드시 꼽는 한국 경제의 강점 중 하나다.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대통령이 ‘신속한 의사결정’이나 ‘집중투자’라는 경영방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동이나 남미 등지에서 원전이나 무기. 플랜트를 연이어 수주하는 등 이 대통령의 방문지가 ‘성과발표’의 무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성남 시의회도 LH 항의방문

    성남시의회가 성남 구시가지 2단계 주택재개발 사업중단을 선언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항의방문 해 물리적 충돌을 빚는 등 심각한 대립현상을 보이고 있다. 성남시의회 민주당협의회(당대표·정종삼)는 최근 LH를 항의 방문, 사업 중단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과 함께 재개발 사업 추진을 촉구한데 이어 9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공적기관의 사업포기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정 대표 등 민주당 의원 8명은 지난 6일 LH 본사을 찾아 성남재생직할사업단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뒤 이를 거절당하자 승강기를 이용, 6층 재개발재건축 본부장실로 올라가려다 이를 제지하려는 LH 관계자 20여명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의원들은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환식 이주방식에 따라 마련된 5000여가구의 판교 임대주택은 이주를 신청한 재개발 주민들에게 약속대로 돌아가야 한다.”며 “사업 포기와 관련된 공식입장을 밝히고, 만약 사업 중단에 따라 주민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모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H관계자는 “최근 경기악화와 부동산 가격 하락, 원가정산방식에 따른 관리처분계획 등의 문제로 사업포기를 검토하던 중 일부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산됐다.”며 “LH의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손실 3조원’ 용산… 정부 개입하나

    ‘손실 3조원’ 용산… 정부 개입하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투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 사업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땅주인인 코레일과 건설투자자들은 의견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 장관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정부의 역할이 있는지 심도있게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그동안 이 사업은 컨소시엄 내부 문제로 원만하게 풀리기를 기대해 정부 개입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었다.”면서 “그러나 근본적인 이해관계가 좁혀지지 않고, (이자 납기) 시한인 9월17일이 다가오고 있어서(정부 역할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지켜보기만 했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해 국토부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사업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용산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통한다. 이 사업이 무산되면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된다. 후폭풍을 고려할 때 정부도 더 이상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내부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사업이 좌초되면 30개 투자자들이 납부한 자본금 1조원을 잃게 된다. 최근 3년간 사업자들이 포기한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손실액은 3조원에 이른다는 계산도 나온다. 부동산시장에서도 큰 파장이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PF사업 가운데 이미 여러 곳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이 좌초될 경우 다른 PF 사업들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코레일의 구조조정도 차질을 빚는다. 코레일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해 4조 5000억원의 고속철도 건설부채를 갚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토부는 당장 어떤 식으로 중재에 나서겠다는 구체적 방안은 아직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섣불리 중재에 나섰다가 ‘코레일의 입장만 반영했다.’든지 ‘개별 PF 사업에 정부가 나선다.’는 식의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중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시는 2007년 용산 사업에 서부이촌동 아파트 사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서부이촌동 아파트 사업을 편입시키면서 주변의 토지 가격이 올라 토지조성비가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투자자 측의 한 관계자는 “용산 사업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시가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앞으로도 2차례의 고비를 남겨두고 있다. 오는 20일은 코레일이 드림허브PFV에 제시한 자금조달 방안의 최후통첩일이다. 다음달 17일은 지난해 85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대한 이자(128억원)의 지급 기한이다. 이때까지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드림허브는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고 사업은 사실상 중단 수순을 밟게 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유로존 양극화 지속 예상 국내기업 투자 분산 필요

    유로존 양극화 지속 예상 국내기업 투자 분산 필요

    유로화를 쓰는 16개 나라 중 독일 등 ‘우등생’과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 ‘열등생’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과거 재정적자 등 경제위기를 극복한 국가의 사례에 비춰볼 때 유로존의 양극화는 3년 정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북유럽 등 유로존 밖의 인접 국가들로 투자를 분산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7월 경기신뢰지수에서 독일은 110.1, 프랑스는 100.4였지만 그리스(66.3), 스페인(88.7), 포르투갈(93.3)은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EU 집행위가 발표하는 경기신뢰지수는 미국 구매관리자협회(NAPM) 제조업지수와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를 합쳐 놓은 형태이며 경기를 전망하는 신뢰성있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기업과 가계가 많다는 얘기다. 실업률(6월) 역시 독일(7.0%)과 프랑스(10.0%)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 반면, 아일랜드(13.3%)와 스페인(20.0%)은 심각한 고용상황을 드러냈다. 독일 등이 분발해도 PIIGS가 유로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2009년 기준)이 35%에 달하기 때문에 전체 유로존의 성장세를 깎아먹는 상황이다. 수출은 살아난 반면, 내수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것도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내수가 유로존 GDP에서 차지하는 몫은 77.3%에 이른다. 수출이 활력을 찾더라도 경기를 살리는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블룸버그는 유로존의 2·4분기 성장률을 전기대비 0.6% 정도로 예상했지만, 3~4분기에는 0.2%로 하락한 것으로 봤다. 유로존의 양극화는 서로 다른 ‘체급’을 가진 나라들을 억지로 한 울타리에 몰아넣은 데 따른 태생적 한계다. 예컨대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해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무역적자를 줄이는 ‘통화의 메커니즘’이 작동할 여지가 없다. 금리 인하나 발권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도 유럽중앙은행(ECB) 때문에 여의치않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19 96~97년대의 러시아나 2002~2003년 유로존 등 재정적자가 악화됐던 사례를 보면 구조조정과 긴축 처방이 효과를 발휘하는데 3년 정도가 걸렸다.”면서 “유로존의 양극화도 마찬가지이며 성장세 둔화는 물론 가계의 구매력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도 PIIGS에 대한 익스포져를 줄이는 동시에 북유럽 국가나 인근의 러시아나 영국, 중동 등으로 마케팅 역량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지자체 경제자유구역 재조정 반발

    지자체 경제자유구역 재조정 반발

    LH의 개발사업 포기와 연기에 이어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지구를 재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6일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지자체들은 경제자유구역 사업추진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외자유치가 가시화되고 있는 지구조차 지정을 해제할 경우 지역 경제 충격은 물론 국가 신인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재조정 문제가 자칫 정부와 지자체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6월 지식경제부가 영종도 미개발지(17.1㎢), 인천공항(58.4㎢), 용유·무의관광단지(24.4㎢) 등 3개 지구를 조정하겠다고 했다가, 이번에 청라지구와 영종하늘도시까지 재조정 대상에 포함하자 혼돈 상태에 빠졌다. 인천경제청은 “전체의 66%를 해제하겠다는 것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외자유치를 도와야 할 국가가 되레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해제 대상인 용유·무의관광단지와 관련, “독일 캠핀스키그룹 등 10개사로 구성된 투자컨소시엄이 보상계획에 착수한 상태인데 구역을 해제하면 정부 정책의 신뢰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반시설공사가 70% 진척되고 분양이 대부분 끝난 청라지구와 관련해서도 “경제특구라는 브랜드가 아파트값에 30% 정도 포함됐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청라지구가 경제자유구역에서 제외되면 주민들의 거센 저항은 불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청은 오는 16∼18일 예정된 정부 평가위원회에 참석해 지구지정 해제 방침 철회를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장기 미개발지여서 지구지정을 해제한다는 정부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대구테크노폴리스 등 3개 지구는 정부가 산업단지 및 경제자유구역으로 중복지정한 곳인데 이제와서 중복지정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박인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프랑스 다쏘시스템 등 상당수 외국기업이 투자했거나 투자키로 했다. 정부가 지구지정을 해제하면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도 당혹감 속에 대응논리 개발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송근일 부산·진해경제청 행정개발본부장은 “2020년까지 전체적인 개발계획에 따라 지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데 지구지정을 해제하려는 것은 성급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황해경제자유구역 5개 지구 중 3개 지구가 있는 충남도는 “활성화를 논의할 때지 지구지정 해제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지난달 안희정 지사 명의로 지경부에 “지정을 취소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은 지정된 지 2년밖에 안됐는데 개발계획을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고군산지구는 섬이라서 외자유치나 개발 기반이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새만금 방조제가 개통돼 뭍과 쉽게 연결되는 등 투자여건이 좋아지고 있는데 조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산시배후지구는 산업지구를 조성할 경우 인구 유발효과가 충분하고, 군장국가산업지구도 비응도에 47층짜리 특급 호텔 등 외자유치가 교섭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지구 조정에서 빼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지경부가 경제자유구역 해제를 통보하거나 협의 요청을 해오더라도 동의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제를 통보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이나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국종합·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정세욱 풀뿌리 정치] 지자체 재정위기 막을 대책 마련하라

    [정세욱 풀뿌리 정치] 지자체 재정위기 막을 대책 마련하라

    올해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2.2%. 100을 쓰면서 그중 52는 스스로 조달하고 나머지 48은 중앙의 재정지원을 받아 살림을 꾸려간다는 의미다. 2000년 59.4%이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4년 57.2%, 2008년 53.9%, 지난해 53.6%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심지어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올해 17개 시(22.7%), 68개 군(79.1%), 52개 자치구(75.4%) 등 모두 137개로 총 244개 지자체의 56.1%나 된다. 지난해보다 24개가 더 늘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로부터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지방소비세(부가가치세의 5%) 명목으로 약 60조원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나 공무원 월급도 주지 못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사실상 파산상태인데 정부지원으로 겨우 연명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경쟁이라도 하듯 호화청사를 지었다. 2005년 이후 청사를 신축했거나 신축 중인 27개 지자체 중 22곳의 재정자립도는 50% 이하다. 청사 신축비로 1조 4234억원을 쏟아부었다. 그 재원은 대부분 빚이었다. 지자체의 부채(지방채 원리금 미상환액)는 2008년 19조 486억원에서 지난해 말 25조 5531억원으로 1년 새 무려 34.1%(6조 5045억원)나 늘어났다. 정부의 부채증가율 13.8%의 2.5배나 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 지자체 빚은 30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2년 전 지방채 발행규모를 예산규모의 10% 이내로 제한하자 일부 지자체는 지방공기업 명의로 채권을 발행했다. ‘빚을 내서라도 쓰고 보자.’는 발상에서 지방채를 남발한 결과 2001년 21조 3136억원이던 387개 지방공기업의 누적부채 규모는 2008년 47조 3284억원으로 7년 새 2.2배나 폭증했다. 특히 각 지자체가 개발사업을 한다며 세운 도시개발공사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방공기업 부채는 이미 도를 넘어 지자체가 부도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다. 지방재정을 악화시킨 원인은 지자체장의 경영마인드 결핍에 있다. 경기침체에 따라 수입은 줄었으나 오히려 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공약사업과 각종 개발사업 추진, 청사 신·증축, 선심성 행사·축제에 과다하게 돈을 썼다. 전국 244개 지자체 중 86개는 인구가 줄었으나 오히려 공무원 수를 늘렸다. 주민들은 개발을 원하는데 지자체의 가용자원은 미미한 상황에서 지자체장들은 자체적으로 빚을 얻거나 지방공기업을 내세워 우회적으로 사업을 벌였다. 지방공기업채는 행정안전부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에 지자체장으로서는 더 편리하다. 다른 원인은 재정력이 열악한 지자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거나, 재정낭비를 하더라도 중앙정부가 벌칙을 부과하지 않고 교부세나 보조금으로 막아준 데 있다. 정부재원을 ‘눈먼 돈’쯤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지자체장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 법령을 고치지 않으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며 당선된 대다수 지자체장들이 또 막대한 돈을 지출, 지방재정 파탄을 부채질할 것이다. ‘지자체는 영원히 파산하지 않는 부실기업’이란 그릇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지자체에는 벌칙으로 재정지원을 끊어야 한다. 파산에 직면하더라도 국민 세금으로 뒷바라지해서는 안 된다. 반면, 공무원 수를 대폭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불요불급한 지출을 중단하는 지자체에는 그 정도에 따라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 지자체에 대해 채찍과 당근 정책을 병행하도록 관계법령을 고쳐야 한다. 대처 총리 집권기에 영국 지방정부들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경영개선 노력으로 재정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별 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구축, 재정위기가 심각한 지자체에 대해 지방채 발행과 신규투자사업을 엄격히 제한하고 세출 절감과 세수 증대 자구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적절하다. 지자체에 대한 벌칙과 인센티브를 정할 때 정치논리에 휘둘리거나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명지대 명예교수
  • 제주 사립박물관 구조조정

    관광객 등을 겨냥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제주의 사립 박물관에 대한 워크아웃이 실시된다. 제주도는 오는 20일까지 도내 사립 박물관(미술관 포함) 운영 실태 점검을 실시한다고 3일 밝혔다. 대상은 사립 박물관 설립계획 승인 후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등록 운영 중에 있는 박물관이다. 제주에는 관광객 증가 등에 힘입어 유사 박물관이 크게 늘어나면서 현재 43곳의 사립 박물관이 운영 중이다. 또 설립계획 승인을 받고 운영을 준비 중인 곳도 15곳에 이르는 등 국·공립 박물관 12곳을 포함해 70개 시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처럼 각종 등록 박물관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교육용 전력요금 적용(3분의1 할인), 입장료 부가세 면제, 학술연구용품 구입비 감면, 증여·상속세 비과세 혜택 등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전시관 형태로 운영되는 미등록 박물관(미술관)이 25곳인 것을 감안하면 95개 시설이 치열한 관람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도는 이번 실태 점검에서 사립박물관 설립계획승인사항 이행 및 변경 여부와 학예사 현장근무 등 사립박물관 등록기준 준수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연간 90일 이상 개방하지 않는 박물관은 폐관 조치 등 워크아웃시킨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최근 부실한 콘텐츠 등 마구잡이 베끼기식의 유사 박물관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제주 박물관 전체의 이미지를 흐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하우스 푸어] “향후 집값 상승 없어 손절매 필요…투기 안한 취약계층 먼저 도와야”

    [하우스 푸어] “향후 집값 상승 없어 손절매 필요…투기 안한 취약계층 먼저 도와야”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한국사회는 빚을 권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선 부소장은 “정부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기보다 빚을 많이 내도 부담이 되지 않는 저금리 인센티브로 부동산 부양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이나 일본의 하우스 푸어와 다른 점은. -미국,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어느 정도 빠진 상황에서 하우스 푸어가 발생했지만 우리나라는 거품을 빼지도 못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일본은 상업용 부동산 버블이 심했는데도 하우스 푸어가 양산된 반면 우리나라는 주택용 부동산 버블이다. 우리는 가계를 희생양으로 삼은 구조라는 말이다. →가계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은행은 이미 대출과 채권을 줄이는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확대해서 가계만 빚을 더 내도록 했다. 은행이 대출을 연장해 주면 집값은 안 오르고 가계는 돈을 못 모은다. 내수가 침체되고 4~5년 후 집을 살 신규 수요도 생기지 않다 보면 일본식 장기침체가 되는 것이다. →부동산은 파급 효과가 커서 정책 결정이 어려운데. -건설업체들이 부도난다고 하는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업체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건설 부양책으로 지난해 50조원가량을 투입했다. 속으로 골병든 건설업체들을 ‘좀비’처럼 살려둔 꼴이다. 미국이 금융위기 때 공황까지 가지 않은 것은 구조조정을 일부 했기 때문이다. 부실채권 구조조정을 미루고 경기부양 대책을 펴면 건설업체와 가계의 부실만 키우는 것이다. 2012년 하반기 만기상환 도래액이 25조원이다. 거품이 한꺼번에 빠지는 것과 서서히 빠지는 것 중 어느 것이 충격이 적겠나. →대출이자에 짓눌리고도 집을 팔지 않는데. -‘인지부조화’ 현상이 크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일이 없는데 내 집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냉정하게 계산을 안 한다. 주식은 손절매를 하면서 아파트는 안 한다. 은행이자 7%와 물가상승률 3%를 고려해서 앞으로 10% 이상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아파트 투자는 손해다. 물론 기회비용은 뺀 것이다.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기본적으로 투자자 책임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지금은 하우스 푸어가 더 늘지 않도록 ‘가계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섣부르게 빚을 내 투기판에 뛰어든 것에 대한 학습효과가 필요하다. 오히려 하우스 푸어보다는 투기를 하지 않은 취약계층, 저소득층부터 적극 도와줘야 한다. 하우스 푸어는 나중에 ‘신용 구조조정’을 해두면 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하우스 푸어] (하) 전문가 진단 및 제언

    [하우스 푸어] (하) 전문가 진단 및 제언

    하우스 푸어 198만가구는 엄밀히 말하면 서민층이 아니라 상위 중산층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개인적인 투자손실에 대해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다만 선량한 실수요자는 선별하라고 했다. 정부는 부동산경기를 부양하기보다 거품이 빠지는 쪽으로 정책을 세우고 정책의 방향도 중산층 이하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는 정확한 재정분석을 통해 하우스 푸어가 되기 전에 ‘부채 다이어트’를 하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부양하겠다고 만든 정부 정책들이 오히려 하우스 푸어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시장원리에 맡겨라.”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부양보다는 부동산 거품이 서서히 빠지도록 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현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종 부동산 정책들로 가격 급락은 막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불필요하게 조정기간을 연장해 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권정순 참여연대 변호사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다면 정책적인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폭락 조짐은 없어 보인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은 20~30%씩 가격이 떨어져 거품을 제거했는데 우리는 거품을 떠받쳐 왔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떠받쳐 주겠다는 신호를 보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양도세·중과세 면제 등 세금 정책과 미분양 아파트 매입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특히 부동산 경기에 따라 원칙이 쉽게 흔들리는 것을 우려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황에 따라 세금을 가볍게 또는 무겁게 하는 것은 조세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주택이 상대적으로 싸지는 가격 왜곡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세 감면 연장은 집 있는 사람에게 집을 더 사라고 부추기는 것”이라면서 “투기수요를 통해서라도 수요를 부추겨서 가격 급락을 막았는지는 몰라도 정부가 앞장서서 투기를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인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부실 건설사를 살린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 변호사는 “미분양 아파트를 50%에 샀다가 50%에 다시 환매한다는 것은 건설사에 돈을 무이자로 빌려준 것과 다름없다. 이자를 안 받은 만큼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라면서 “안 팔리는 것은 값을 낮춰서 팔면 되는데 정부가 고분양가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분양 아파트를 사준 회사는 주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2조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빨리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최창규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DTI 수준은 지금이 적정 수준이다. 소득의 50% 이상을 대출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고 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DTI는 금융규제다. 금융규제와 부동산 경기를 연계해 정책을 써서는 안 된다.”면서 “선진국에서는 금융기관이 알아서 관행적으로 30~35%를 유지한다. 우리도 투기지역에서 40%까지 내린 적이 있지만 앞으로 DTI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전환점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공급 확대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중산층과 그 이하에 초점을 맞추고 그 외는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면서 “강남 중심의 정책을 버리고 지방정부와 수도권 정책 전반의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동산 거품을 조금씩 빼주는 것이 연착륙이다. 다만 가계부실에 대해선 정부가 민감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우스 푸어에 대해서는 빚 감당이 어렵다면 지금이라도 집을 팔고 ‘가계 다이어트’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박 교수는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장기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 지금도 있다. 20~30년 동안 집값을 갚으면서 평생 사는 주거 수단으로 삼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본인 소득에서 15% 이상을 이자로 지출하고 있다면 집을 파는 게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창의교육… 아이폰에서 노벨상까지] (3) 유럽대학, 개혁의 문을 열다

    [창의교육… 아이폰에서 노벨상까지] (3) 유럽대학, 개혁의 문을 열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메이드 인 타이완’이라고 새겨져 있다. 타이완의 IT기업인 훙하이와 폭스콘 등에서 각각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한다. 운영체제의 핵심인 애플리케이션은 전 세계에 흩어진 개발자들이 충당한다. 스티브 잡스가 하는 일이라고는 신제품 출시 기자회견과 ‘안테나 게이트’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인 것 같다. 핵심 역량과 이미지를 제외한 다른 부분들을 ‘아웃소싱’ 형태로 시장에 개방한 것은 애플을 현재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부상시킨 원동력이 됐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대중적이고 필수적인’ 제품을 만들지도 않고, 구글처럼 ‘착한 기업’ 이미지도 쌓지 못했지만 앱 스토어에서 보듯 “필요한 것을 전 세계에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개방적인 성향을 앞세웠다. 이런 추세에 맞춰 고등교육에서도 개방성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기본 학제를 통일시킨 뒤 학생이 학교와 학과의 벽을 넘게 한 유럽 대학의 개혁모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콧대 높던 유럽 대학이 변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통합시도(1957년·EC)로 시작된 유럽의 통합작업(1993년·EU)이 정치공동체(2009년·리스본조약)로 또 다른 변신을 꾀하는 이즈음, 수면 아래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통합 작업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국경 없는 교육’으로 불리는 ‘볼로냐 프로세스(BP)’와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유럽 대학교육의 개방과 통합을 목표로 1999년 출범, 이제는 EU와 더불어 유럽 미래를 떠받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 분야의 개방을 내세우던 유럽 각국이 유독 교육 분야만큼은 고루한 성 안에 갇혀 교류를 거부해 오다 변화하는 시대의 조류에 밀려 결국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 셈이다. ●에라스무스 한해 20만명 참가 1999년 6월19일, 서양 최초의 대학이 세워진 이탈리아 볼로냐에 모인 유럽 29개국 교육부장관들은 2010년까지 유럽의 단일한 대학제도를 만들어 유럽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기로 선언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 각국은 과거 전통과 학문적 자존심을 앞세워 각기 다른 나라 다른 대학과의 교류를 거부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미국 대학들이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해외 학생 유치에 나서면서 옥스퍼드와 소르본의 인재들이 하버드와 스탠퍼드로 대거 유출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10년 뒤에는 유럽 대학들이 고사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결국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고, 유럽이 대학 교육을 위해 또다시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됐다. ●新경제·문화 공동체 형성 브뤼셀 EU 대표부 윌리엄 에치슨 교육문화정책국장은 “유럽의 각 국가가 보유한 특색 있는 대학 교육을 통합해 경쟁과 협력을 바탕으로 교육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게 한 것이 BP와 에라스무스다.”라면서 “올해까지 46개국 6000개 대학 3200만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통일된 고등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인증제도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대학교육의 질을 관리해 학생과 교수들이 다른 유럽 국가의 대학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이를 통해 학생이 한 대학의 졸업장만 얻으면 전 유럽 국가에서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것이 BP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공적인 볼로냐 프로세스를 탄생시킨 데는 유럽 국가 간 대학생 교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15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의 이름을 딴 이 프로그램은 EU 주도로 1987년 시행돼 유럽 학생들의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유럽 통합과 성장의 밑거름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라별로 기본적인 언어소통 문제 해결을 넘어 다른 국가의 문화를 배우고 유럽 내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국경을 초월한 경쟁을 바탕으로 고등교육의 발전을 이뤄내 지금은 한해 유럽에서만 20만명이 참가하고 있다. 또 2004년부터는 교류의 문을 유럽 바깥으로까지 넓혀 전 세계의 대학생들이 유럽에서 학위를 이수할 수 있는 ‘에라스무스 문두스’도 시작됐다. 윌리엄 국장은 “유럽은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다양성이 공존하는 경제·문화공동체”라면서 “학생을 통한 대학교육 교류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능력과 다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방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미래의 혁명적인 부는 교육과 지식에 있다.”고 말한 앨빈 토플러처럼 고급 두뇌 확보를 위한 각 나라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도 최근 대학간 통폐합과 실용학문 위주로의 학과 개편 등을 통해 학문 구조조정을 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이 자본과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재 배출에만 주력하는 데 대한 불편한 시선도 없지 않다. 올 3월 오스트리아에서 ‘유럽 고등지역 회의(EHEA)’가 열린 날, 빈과 바르셀로나 등 유럽 곳곳에서는 볼로냐 프로세스에 반대하는 학생과 교사 2000여명의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볼로냐 프로세스가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따라 학문과 사업 영역을 더욱 밀접하게 연결시키고 학비 상승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70% 학생이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의 소위 잘나가는 학과로 몰리고 있고 이들 대학은 뚜렷한 프로그램 개선 없이 등록금만 올리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브뤼셀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與, 정부 군기잡기

    與, 정부 군기잡기

    여당 지도부가 2일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단순히 정책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를 맞아 당·정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군기잡기’에 가까웠다.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정부가 지난달 30일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을 각각 3.5%, 4.9% 인상하는 내용의 ‘2010년도 공공요금 조정방향’을 발표한 것을 도마에 올렸다. 안상수 대표는 “정부는 앞으로 공공요금 인상 전에 미리 당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줄 것을 엄중히 요청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의 공공요금 조정안이 하반기 물가인상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킨 면이 있다.”면서 “정부는 서민부담 가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인상이 불가피한 분야만 인상, 또는 인상폭을 재조정하고 인상 시기도 분산했다고 주장하지만 당 정책위원회에서 정부발표안이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당 차원의 서민물가점검 및 서민생활물가안정 대책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정부의 일방적인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인상 요인이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이 강조하는 친(親) 서민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안 대표는 또 “앞으로 당은 정부와 소통을 확대하고, 때로는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국민의 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겠다.”며 당정 관계의 재정립을 언급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당 중심의 국정운영이 돼야 정권 재창출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인재 영입과 젊은층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어떤 입장을 갖고 정부를 견제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원희룡 사무총장은 “한전이 전기 요금을 올리면서 600% 상여금 잔치를 벌이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속터지는 일”이라고 비판한 뒤 “이런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서민 전기·가스요금 인하, 복지확대 방안 등을 정책위가 챙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에 반해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다소 정부를 ‘이해’하는 방향의 입장을 밝혔다. 고 의장은 “이번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해 서민에게는 인상효과를 최소화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앞으로 당정이 입법뿐아니라 시행령 등 실질적인 제한 요소가 있을 때도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화두가 된 당 쇄신·화합에 대한 바람이 당·정 관계 재정립에 대한 필요성으로 표출되는 기조도 역력했다.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의 화두 중 하나는 당정관계를 재정립, 당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상기시키면서 “당내 화합과 관련해선, 앞으로 내각에 관한 것이든 당직 개편이든 당이 화합하는 모습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 지도부의 국정 주도권을 겨냥한 ‘군기잡기’는 장애인단체의 반발에 휘말린 양경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의 거취 문제로 쏠렸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양 이사장이 장애인들의 거센 반발을 사면서 정부와 한나라당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안상수 대표도 “양 이사장 본인이 용퇴함으로써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면서 “원래 장애인이 임명돼 온 자리인데 이번에 그게 안 돼서 장애인들의 저항이 굉장히 크다. 정부에서 신속하게 처리해 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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