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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소득 고졸’ 구직자에 300만원 준다

    ‘저소득 고졸’ 구직자에 300만원 준다

    빠르면 새달 중순 5000명 선정 창업 땐 군복무 최대 2년 유예 편의점 등 8000곳 상시 감독정부가 구직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도 취직이 안 되는 저소득층 고졸 청년 5000명을 뽑아 최대 300만원의 생계비를 주기로 했다. 군 복무 때문에 창업을 중도에 접어야 했던 고졸 청년이 없도록 입대를 미룰 수 있는 요건도 완화된다. 청년 직원을 착취하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이른바 ‘열정페이’ 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감독은 강화된다. 정부는 2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청년 고용대책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청년 장기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를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 구직 기간이 6개월을 넘는 15~29세 장기실업자는 2015년 3만 8000명에서 지난해 5만 8000명으로 52.6% 급증했다. 아예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19만 5000명에서 올해 1월 25만 8000명으로 32.3% 증가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내수 둔화, 구조조정 등으로 청년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용 기회도 불충분해 실업이 장기화되고 구직 활동이 위축되는 등 청년 고용 여건이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정부는 취업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저소득층·고졸 청년의 구직활동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미취업 고졸 이하 청년의 생계비 지원이다. 얼핏 서울시와 성남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청년수당’과 비슷해 보이지만 정부는 취지와 지급대상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고졸 이하 만 34세 이하 청년 가운데 중위소득 이하 가정에 속한 사람을 5000명가량 뽑아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구직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도 취업이 안 되는 어려운 사연을 청년희망재단 사이트에 접수하면 자격 요건을 심사해 최대 3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라면서 “이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준비된 예산 75억원이 끝날 때까지 차례대로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군 복무에 따른 청년 창업자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입대 연기 요건이 완화된다. 지금은 예비 벤처나 창업경진대회에 나가 3위 이상으로 입상한 뒤 창업한 기업 대표만 입대를 최대 2년 연기할 수 있다. 앞으로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정부 창업사업 지원사업에 선정되거나, 창업 관련 특허·실용신안을 보유했거나 벤처캐피털의 투자 실적이 있으면 입대를 미룰 수 있다. 정부는 청년 고용여건이 열악한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업종을 중심으로 올해 8000개 사업장의 근로 감독을 실시한다. 열정페이에 대한 상시 제보가 가능한 통합신고시스템을 운영하고 의심 사업장의 경우 선제 감독할 예정이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 문제를 정부의 땜질식 처방만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7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4월에는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청년 고용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015년 9.2%로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8%로 전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재부 관계자는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상승하다가 올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늘어난 구직자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서 실업률은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서울광장] 대우조선을 어찌할 것인가/안미현 편집국 부국장 겸 금융부장

    [서울광장] 대우조선을 어찌할 것인가/안미현 편집국 부국장 겸 금융부장

    전직 대통령이 또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지경 인사’ 가운데 하나는 대학교수 출신인 홍기택씨를 구조조정이 산적한 산업은행 회장에 꽂아 넣은 것이다. “실력 있는 낙하산이 뭔지 보여 주겠다”고 큰소리치던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 문제가 터지자 “청와대에 불려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누워 침 뱉기식 폭로를 했다.대우조선에 4조여원을 집어넣은 게 재작년 10월이다. 당시에도, 이후에도, 정부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추가 지원이 기정사실화됐다. 출자전환분 등을 빼고도 3조원은 더 생돈을 넣어야 하는 모양이다. 정부는 어쩌다 식언을 하게 됐을까. 오판과 불운 탓이 크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2015년 10월 4조 2000억원의 지원을 결정하면서 이듬해 대우조선 수주액이 115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실제 수주액은 15억 달러에 불과했다. 기대를 걸었던 ‘소난골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은 자금난을 이유로 대우조선에 주문한 배 두 척을 가져가지 않고 있다. 배는 이미 만들어 놨는데 안 가져가니 잔금이 안 들어온다. 이 돈이 자그마치 1조원이다. 기름값이 올라야 석유 개발 업체들이 값비싼 시추선 등을 주문할 텐데 오르는 듯 하던 국제 유가는 다시 하락세다. 금융위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더 돈 들어갈 일 없다”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변명으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누구의 잘잘못보다 대우조선을 살리는 게 과연 맞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최근 4년간 내리 영업손실을 냈다. 손실액만 6조원이 넘는다. 장사할수록 큰 손해라는 얘기다. 자본금도 3조원이나 수혈받았지만 반년도 안 돼 다 까먹었다. 이런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면 그 이유에 대한 냉철한 근거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손을 떼면 대우조선은 이미 수주해 짓고 있는 114척의 계약 취소를 각오해야 한다. 대우조선에 딸린 4만여 근로자는 길거리로 나앉을 것이고 1300여 협력업체들은 줄도산할 것이다. 십수년간 수출 효자 노릇을 하며 세계 2위로 성장한 기업이 공중분해되는 것이다. 고용 인원 2300명의 세계 7위 한진해운을 정리했을 때 우리 경제가 앓았던 지독한 홍역을 떠올리면 대우조선을 침몰시킬 경제적 체력과 정신적 준비가 돼 있는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말이 쉬워 ‘밑 빠진 독은 깨뜨리자’이지 대마(大馬)를 죽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그 대마를 살리면 결국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간신히 연명한 대우조선은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세계 시장에서 물건값을 후려칠 것이고 현대와 삼성은 최근 수년간 그랬듯 울며 겨자 먹기로 덤핑 수주에 가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설사 조선 업황이 살아난다고 해도 그 과실은 중국 조선사가 가져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잿빛 전망을 내놓는 측은 “대우조선은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고 진단한다. 정부는 이 모든 주장에 귀 기울이고 수술 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솔직히 10조원을 넣어 대우조선을 살려야 하는 이유보다 10조원을 넣으면 살아날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몇 년 뒤 대우조선에 또 돈을 집어넣는 상황은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골치 아픈 대우조선을 곧 출범할 차기 정부에 넘기지 않고 다시 메스를 든 데는 엘리트 경제 관료로서의 책임감과 자존심이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후임자가 어쭙잖게 환부를 헤집어 악화시켰을 경우 모든 책임이 1차 집도의인 자신에게 돌아오리라는 점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어차피 새 정부 들어서도 대우조선 결론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살릴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는 것이 낫다. 단, 왜 살려야 하는지, 살릴 수는 있는 것인지를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내 돈으로 남의 돈을 갚아 주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고통 분담 원칙은 이번에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 “자율합의 안 되면 법정관리 고려” 임종룡, 대우조선 해법에 배수진

    “자율합의 안 되면 법정관리 고려” 임종룡, 대우조선 해법에 배수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1일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과 관련해 “(채무 재조정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자율적 합의가 없다면 법적인 강제력이 수반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채무재조정 등 고통 분담을 함께하지 않는다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도 가능하다며 배수진을 친 셈이다.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으로 법정관리, 워크아웃, 기업분할 등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23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 지원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2015년 10월 4조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이후 1년 5개월 만에 다시 진행하는 추가 지원이다. 임 위원장은 추가 지원 검토 배경과 관련해 “올해 1월 정밀 실사에 이어 2월 말에 대략적인 숫자를 보고받아 채권은행과 협의에 들어갔다”면서 “처리를 미룰 만큼 대우조선의 유동성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우조선 도산 시 있을 수 있는 어려움과 채권금융기관이 안게 되는 부담, 실물경제 영향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추가 지원에 앞서 “노동조합으로부터 자구 노력에 동의하고 무분규로 함께하겠다는 동의서를 받겠다”고도 했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에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바꾼 것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지고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라면서 “순수하게 국민경제의 입장에서 대우조선을 처리한다는 점을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면서 “추가 지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업황이 좋을 때 인수합병(M&A)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사설] 금호타이어 매각, 쌍용차 재판은 안 된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막판 반전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우선매수권자인 박삼구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채권단에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채권단은 구조조정 때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이를 일축해 왔다. 아예 채권단은 얼마 전 중국 국영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와 주식 매매 계약을 하고 금호타이어를 중국에 넘기는 방안을 기정사실화해 버렸다. 그런데 어제 채권단 측이 한발 물러나 박 회장 요구 수용 여부를 22일까지 결정 내리기로 했다고 한다. 채권단이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강경 일변도였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 이런 입장 변화는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들은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일제히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특정 기업의 인수전까지 왈가불가하는 것은 그다지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방산업체인 금호타이어가 중국 업체에 매각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리는 과거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한 뒤 기술만 쏙 빼먹고 ‘먹튀’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는 기아차, 삼성 광주공장과 함께 광주·전남 지역 경제의 3대 축이다. 지역 경제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에 넘어가면 인근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지금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노골화하면서 반중 감정이 최악인 상황 아닌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 추진이 ‘사드 달래기’ 용도가 아닌가 의심한다”는 발언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양국 관계를 볼 때 그럴 만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도시바 반도체를 매각하면서 국부 유출과 기술 유출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을 채권단은 주시해야 한다. 기업의 해외 매각 때 경제 논리 못지않게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박 회장도 책임 있는 기업인으로서 떳떳한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기대어 금호타이어 인수 문제를 해결할 심산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 기미가 보이면 채권단은 아예 금호타이어를 제3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원점에서 모색하기 바란다.
  • [단독] “해고 칼바람…빚더미…눈물… 나는 조선업 근로자입니다”

    [단독] “해고 칼바람…빚더미…눈물… 나는 조선업 근로자입니다”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절반….’ 한때 대한민국의 자랑이었던 대우조선해양 직원 A씨의 삶은 회사와 함께 가라앉고 있다. 그는 지난해 가을 구조조정으로 퇴사했다. 올해 나이 마흔셋.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두 어린 딸을 건사하느라 아내가 동네 식당에서 일한다.‘따뜻한 금융’이라고 그렇게 강조하더니 은행부터 등을 돌렸다. 그는 주택담보대출로 2억원을 빌려 경남 거제시에 3억원 상당의 30평 아파트를 장만했다. 무리해서 빚을 내다 보니 생활비가 쪼들려 신용대출도 3000만원이나 된다. 시쳇말로 ‘은행집에 세 들어 사는’ 신세다. 신용대출 기한이 끝나자 은행은 “재직 증명이 안 된다”며 원금을 전부 갚으라고 통보해 왔다. 겨우겨우 읍소해 원리금을 나눠 갚는 조건으로 기한을 연장했다. 그러다 보니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150여만원에 신용대출 상환액 130만원까지 한 달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만 280만원이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밥알이 모래알 같다. 나고 자란 곳이 거제라 인근에 이력서를 돌려 보지만 조선업황이 전체적으로 안 좋아 다른 데도 사정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A씨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배 만든 죄밖에 없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아직 ‘잘리지 않은’ 동료들도 만나면 똑같은 말을 한다. ‘낙하산’ 경영진이 분식회계를 했고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까막눈’이었다고 언론에서 비판하는데 A씨는 “솔직히 내가 뭘 잘못했나 싶다”고 억울해했다. 남아 있는 동료들도 “신규 수주가 급감해 잔업이 없다 보니 수당이 줄어 월급이 거의 반 토막 났다”고 긴 한숨이다. 협력업체인 페인트 회사에서 15년째 근무했던 B씨도 얼마 전 직장을 잃었다. 배를 새로 안 만드니 페인트칠할 일도 없어서다. B씨는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겨냥해 4억원짜리 작은 타운하우스를 대출 2억원을 끼고 사들였다. 그런데 일감이 끊기자 외국인들도 줄줄이 해고되면서 공실이 대거 발생했다. 견디지 못해 타운하우스를 급매로 내놨지만 지역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서둘렀던 노후 대비가 B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택시운전을 하는 C씨는 3년 전 언론에 연일 보도된 경제부총리(최경환) 말을 믿고 고향인 거제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대출받기 쉽게 해줄 테니 집을 사라길래” 3억 5000만원에 샀는데 지금은 4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설상가상 C씨의 아파트 단지는 미분양됐다. 잔금대출 시점에 가격이 내려가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도 쪼그라들었다. C씨가 자력으로 마련해야 할 돈이 수천만원이다. 그렇다고 계약을 물리자니 계약금 3500만원을 날리게 생겼다. C씨는 “조선소 일꾼들만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게 아이고 지역 경제가 싸그리 박살났뿌따”고 탄식했다. 거제 사람들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대우조선을 ‘죽이네 살리네’ 시끄러워서다. 23일쯤 정부가 처리방향을 발표한다는데 ‘한진해운처럼 (청산)되면 어쩌나’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지난해에만 대우조선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에서 7000여명이 거리로 내몰렸다. 올해는 거의 두 배인 1만 3000명이 감원될 예정인데 ‘공적자금 추가 지원’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규모가 더 늘어날 것 같다. “거제 바닥에선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세계 최고의 조선소가 이렇게 망가졌는지 지금도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애써 사투리를 억누르던 B씨는 끝내 “대체 누구의 잘못인교”하고 되물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정치’ 끼어들기… 대선 길목 구조조정 방향 잃을라

    ‘정치’ 끼어들기… 대선 길목 구조조정 방향 잃을라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 지역 경제와 표심을 의식한 대선 주자들의 훈수에 큰 그림을 그리고 가야 할 산업 구조조정의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조조정을 맡은 실무자들에게는 권한과 면책 조항을 부여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실업 문제 등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오는 23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 발표를 앞두고 주요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 불황만 이겨 내면 조선업은 다시 한국 경제와 지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며 “정권 교체가 된다면 새 정부도 조선·해운·해양 산업을 살려 내겠다”고 밝혔다. 또 채권단의 고통 분담을 강조하는 한편 노동자와 중소 협력업체들의 고통이 추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인력 감축을 포함한 대우조선 자구안과 배치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역시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등을 놓고 “섣부른 폐쇄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도 호남의 향토 기업을 중국 기업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이 채권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산업은행은 20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에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구성안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전달했다. 채권단의 75%(지분 기준)가 찬성하면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방안이 허용된다. 산은은 박 회장 측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론을 펼치자 이를 해소하겠다는 차원이었지만, 대선 주자들이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는 데 대해 잇따라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채권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전투기용 타이어를 납품하는 방산업체라는 점을 들어 최근에는 관련 부처(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 회장이 매각 자금을 구해 올 수 있느냐 여부인데 정당한 절차를 두고 (박 회장 측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불편해했다. 구조조정이 정치 이슈로 변질될 경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와 채권단이 합심해 산업과 고용, 복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서 “형평과 명분 중심의 정치 논리를 배제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자칫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GM의 사례처럼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정치권은 구조조정 담당자들에 대한 면책 조항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등과 관련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주절벽에 부딪힌 개별 기업에 대해 정치권이 영업을 더 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구조조정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실업 문제에 대한 실업 급여 지원, 일시적 유동성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은 정확한 진단과 (결론 도출)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처럼 구조조정을 할 때에는 리스트럭처링(구조개편), 리엔지니어링(축소 조정), 리셋(재정립), 리바이털라이제이션(생존 계획), 리인벤트(새롭게 재편) 등 5R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막오른 민주 ‘호남大戰’… 文·安·李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안돼”

    27일 광주투표 대비 ‘표심 구애’… 부인들까지 현지서 내조 전쟁 “금호타이어, 제2 쌍용차 될라”… 이구동성 호남경제 지킴이 자임 더불어민주당 빅3 대선 주자들이 이번 주 호남 표심 잡기 혈투에 매진한다. 오는 25~26일 호남권 ARS 투표, 27일 광주 현장 순회투표에 대비해서다. 후보뿐 아니라 부인, 캠프 실무진까지 호남 곳곳을 훑으며 표 결집에 나선다. 광주 순회투표는 민주당의 첫 번째 경선일 뿐 아니라 이후 이어질 충청권(29일), 영남권(31일), 강원·수도권(4월 3일) 순회투표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2002년 대선 경선 때 광주가 ‘노무현 바람’의 진원지였다는 기억에다 지난해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했던 호남 여론의 변화 여부를 확인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세론을 구가하는 문재인 전 대표는 20일 광주에서 호남 지역 공약을 발표한다고 19일 밝혔다. 문 전 대표는 23일 전북 전주를 시작으로 4박 5일 동안 호남에 머문다. 문 전 대표는 본격적인 호남 민심잡기에 앞서 이날 부산에서 열린 ‘더문캠 부산시민통합캠프’ 출범식에 참석해 “지역을 넘어, 진보와 보수를 넘는 사상 첫 통합대통령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근 지지율 반등세를 보이며 문 전 대표를 추격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청년 창업자들과의 토크콘서트에서 “호남 소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신의 지방자치 분권 국가 공약을 강조했다. 안 지사는 2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호남 지역에 머문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순회투표일까지 일주일간 호남에 머물며 전력을 ‘올인’할 계획이다. 탄핵 정국에서 자신이 촛불 민심과 가장 가깝게 활동했다는 점을 앞세우며 지지를 호소한다는 전략이다. 이 시장의 부인 김혜경씨는 몇 달 전부터 사나흘 일정으로 호남 지역을 방문해 민심을 들어왔다. 이날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광주, 전남 곡성 등지에 공장을 둔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되려는 움직임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호남 경제 지킴이’를 자임했다. 이들은 중국에 매각돼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은 쌍용차 사례를 거론하며 “해외 자본의 먹튀 가능성, 고용 유지 등을 고려해 (매각 건을) 숙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민주당 호남 경선과 맞물려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이슈가 호남 일자리 지키기 문제로 비화되는 움직임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채권단이 “다음달 13일까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9549억여원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제시하지 않으면 채권단 보유 금호타이어 지분을 더블스타에 넘긴다”는 내용으로 더블스타와 체결한 계약을 정치권 입김 때문에 파기된다면 채권단에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오거나 통상마찰로 비화될 수 있어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정부, 시중은행에 대우조선 1조원 추가 지원 요청

    정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시중은행도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은 17일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의 여신 담당 부행장을 불러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시중은행에 기존 여신 58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4000억원을 신규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시중은행도 도움을 줘야 한다는 취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그간 대우조선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산은과 수은이 2015년 10월 4조 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안을 내놓았을 때도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고, 이후 차츰 여신 한도를 줄이기까지 했다. 이에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이 2015년 6월 말 기준으로 여신 한도를 회복하는 방안을 간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에도 추가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등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해 수은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를 통해 부족자금 규모를 산출하는 작업은 이미 완료됐다”며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처리 방안을 결정하는 단계만 남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오는 23일 발표하는 대우조선 회생 종합대책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동탁 암살미수로 수배령… 궁지 몰린 조조의 살인은 정당방위?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동탁 암살미수로 수배령… 궁지 몰린 조조의 살인은 정당방위?

    동탁 암살에 실패하고 도망자 신세가 된 조조는 아버지의 오랜 친구 여백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여백사는 조조를 반갑게 맞이한 후 술을 사러 가고, 그의 가족들은 칼을 갈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소리를 들은 조조는 여백사와 가족들이 포상을 받기 위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한다. 천하의 간웅 조조도 좁혀지는 포위망에 마음이 초조했던 것! 조조는 자신의 목숨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여백사의 가족을 죽인다. 하지만 조조는 곧 네 발이 묶여 있는 돼지를 발견하고 자신의 오해였음을 깨닫는다. 급하게 도망가던 조조는 도중에 마주친 여백사마저 죽인다. ‘내가 천하를 배반할지언정 천하가 나를 배반한다면 용서할 수 없다’고 하면서. ※원저 : 요코야마 미쓰데루(橫山光輝)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조조가 동탁에게 잡혀간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터. 게다가 암살을 지시한 배후를 밝혀내기 위해 엄청난 고문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초조해진 조조가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조조는 여백사의 가족들이 자신을 죽이기 전에 자신의 목숨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여백사의 가족을 죽인다. 후환을 없애기 위해 여백사마저 죽인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옳고 내가 하는 일도 모두 옳다’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과연 조조의 행위는 조조의 말처럼 옳은 말, 옳은 일일까? ●정당방위(正當防衛) 맞아? 조조는 초조했다. 동탁에 대한 암살이 실패하고, 수배자 신세가 되었다. 관군에게 붙잡혀 꼼짝없이 처형될 처지에 이르렀으나 진궁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했다. 진궁 이외에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밖에서는 칼 가는 소리와 ‘죽이는 거야. 빨리 묶어’라는 소리가 들린다. 먼저 손을 쓰지 않으면 조조와 진궁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조조와 진궁이 오해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조조에게도 정당방위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당방위는 어떤 경우에 성립할까?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①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②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③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21조 제1항)고 규정돼 있다. 먼저 두 번째 요건부터 살펴보자. 조조는 “내가 먼저 여백사의 가족과 하인들을 죽이려고 한 게 아냐.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는데 아버지 친구의 가족들을 내가 왜 죽였겠어. 그들이 내 목숨을 먼저 노렸단 말이야. 그래서 나와 진궁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그들을 해친 것뿐이야”라고 주장할 수 있다. 조조의 말이 맞다. 조조와 진궁은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여백사의 가족들을 죽인 것이다. 즉 자신들의 목숨을 방위하기 위한 의사로 한 행위인 것이다. 다음으로 세 번째 요건이다.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란 방어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공격자에게 피해가 적은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조조는 할 말이 있다. “여백사의 가족들은 칼을 갈고 있었어. 숫자도 우리보다 훨씬 많았단 말야. 나로서도 이길 수 있는 싸움인지 확실하지 않았지. 죽도록 싸워봐야 겨우 내 목숨을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니까. 우리가 먼저 공격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단 말이야.”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반론도 가능하다. “너와 진궁은 창검술을 익힌 사람들이잖아. 상대방은 무술을 배워 본 적이 없는 선량한 백성들이고. 그러니 그들이 숫자가 좀더 많다고 해도 너희들의 상대가 되겠어? 그런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건 분명히 과한 일이야”라고 반박할 수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조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면 방어행위에 상당성을 인정해 줄 수도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 요건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조조가 정당방위라는 생각으로 여백사의 가족들을 해친 것과는 별개로 여백사의 가족들은 조조를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돼지를 잡아 조조를 대접하려고 한 것이었다. 단지 수배령이 내려져 마음이 초조했던 조조가 오해한 것이다. 즉 조조가 방위행위를 할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따라서 정당방위라는 조조의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 ●나도 오해할 수밖에 없었어! 정당방위 주장이 인정되지 않아 조조는 억울하다. 그래서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다. “그때 나는 전국적으로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였어. 그야말로 잡히면 죽을 것이 뻔했어. 게다가 그때는 관군에게 잡혔다가 진궁이 도와줘서 겨우 탈출한 직후야. 마음이 굉장히 불안한 상태였지. 그런데 밖에서 칼을 갈면서 묶는다는 둥 죽인다는 둥 하는데 오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라고. 이런 상황을 법적으로는 오상방위(誤想防衛)라고 한다. 상황을 오인(誤認)한 방위라는 뜻이다.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한다고 착각해서 방어행위를 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A가 장난으로 B에게 모조 권총을 겨누었는데, 진짜라고 상황을 착각한 B가 A를 총으로 쏘아 죽인 경우이다. 우리 형법에는 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다만 제21조 제3항에서 ‘(과잉방위(過剩防衛)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한 상황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과잉방위란 방어하기 위한 행위가 적절한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를 말한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상대방에게 몽둥이찜질을 해서 뼈가 부러지게 된 경우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만일 여백사의 가족들이 칼이 아닌 몽둥이나 맨손으로 조조를 잡으려고 했는데, 공포에 떨던 조조가 놀라서 살해한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어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법률에서는 분명히 ‘과잉방위의 경우에’라고 그 전제조건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조와 같은 오상방위의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조조는 오해로 인해 여백사의 가족을 죽인 후 여백사마저 죽였다. 그때는 이미 오해에서 벗어난 상황이었는데도 여백사를 죽인 것이므로 살인죄가 성립하는 것이 명백하다. 게다가 자신의 행위가 탄로 나 원망이 쏟아지는 것을 막고 관군에게 쫓기지 않도록 여백사를 죽인 것이므로 범행의 동기도 매우 좋지 않다. 그러고 나선 ‘큰일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을 합리화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의 경솔을 크게 반성하고 자책하며 여백사에게 잘못을 빌었을 텐데, 조조의 태도는 당당하기만 하다. 개전(改悛)의 정(情)이 없는 것이다. 형법 제51조에서는 양형(量刑)의 조건을 정하고 있다. ‘범인의 연령, 성행(性行),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이 그것이다. 이 모든 걸 고려해 보면 조조에게는 양형에 있어 불리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후일 천벌을 받은 조조 조조는 세력을 키운 뒤 낭야에 살고 있는 아버지 조숭을 연주로 모시려고 한다. 그런데 조숭과 그 일가족은 연주로 가는 길에 도겸의 부하인 장개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후세 사람들은 조조가 일찍이 여백사와 그의 가족들을 죽인 것에 대해 천벌을 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인과응보라는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후회하기도 한다. 무심코 한 잘못된 행위가 업보가 될 수도 있다. 조조가 여백사를 죽인 것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일가족이 몰살당하게 됨으로써 평생 슬픔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더 큰 책임을 지게 된 것은 아닐까.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미국 금리인상…정부 “흔들림 없도록 긴밀히 대응할 것”

    미국 금리인상…정부 “흔들림 없도록 긴밀히 대응할 것”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금융 ·외환시장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날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1차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금 리 인상에 따른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0∼0.75%인 기준금리를 0.75∼1.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최 차관은 “미국의 금리 인상 본격화로 글로벌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전에 마련한 대응계획에 따라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 조치를 적기에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계 부분에 대해서는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을 가속하고 가계부채 비상관리체계를 구축해 매주 가계부채 동향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부문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기업자금조달 여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겠다”며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회사채 인수지원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중소 중견기업의 회사채 신규 발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관계기관은 비상한 각오를 다지고 우리 금융 외환시장이 흔들림 없도록 긴밀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월 실업률 5%대 돌파… 7년 만에 ‘최악’

    2월 실업률 5%대 돌파… 7년 만에 ‘최악’

    30대 0.3%P↑·60대 0.9%P↑… ‘실업 크레디트’ 20만명 넘어서 지난달 실업자 수가 17년여 만에 가장 많은 135만명을 기록했다. 실업률도 7년 만에 5% 선을 넘었다.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제조업 취업자는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이들이 자영업자로 돌아서면서 전체 취업자 수는 늘었다.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 줄고,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영세 창업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 3000명(2.5%) 증가했다. 실업자 구직 기간을 4주 기준으로 바꾼 1999년 6월 이후 가장 많았다. 실업률도 5.0%로 2010년 1월(5.0%)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졸업 시즌인 2월은 통상 청년층의 구직 활동이 늘어나 실업률이 1년 중 가장 높아지는 시기다. 하지만 이번에는 30대와 60대 이상이 실업률 상승을 이끌었다. 30대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 포인트 올랐고, 60대 이상은 0.9% 포인트 상승했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포인트 하락한 12.3%였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60대 이상의 구직자가 늘어나 실업자 수가 늘었고, 30대는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아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실업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체 취업자 수는 2578만 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37만 1000명 늘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30만명대의 증가 폭을 회복했다. 그러나 제조업 취업자는 9만 2000명이 줄어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 갔다. 반면 자영업자는 21만 3000명이 늘면서 7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64.3%(13만 7000명)가 고용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국민연금공단은 실업급여를 받는 실직자에게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대 주는 ‘실업크레디트’ 신청자가 사업 시행 7개월 만에 2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실업크레디트 제도가 시행된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실업급여 수급자가 44만 7756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직자 2명 가운데 1명꼴로 실업크레디트를 신청한 셈이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서울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中, ‘한국제품 불매가 애국’…비뚤어진 사드 교육 지침 논란

    中, ‘한국제품 불매가 애국’…비뚤어진 사드 교육 지침 논란

    최근 중국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한국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의 한 대형 온라인 교육사이트에서 ‘한국상품 불매 교육법’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내용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의 인기 포털 사이트 소후(搜狐)에서 운영하는 소후교육(搜狐教育)은 13일 ‘아이들이 왜 한국 제품 먹지 말고, 한국 여행 가지 말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설명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촉발된 ‘반한 감정’이 ‘비뚤어진 애국 교육’으로 잘못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감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신문은 “일부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사드 문제 거론을 회피하지만, 어차피 아이들도 알게 되어 있다”면서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한 성장을 위해, 또한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성적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사드’에 관해 간략하게 두 가지 사항을 전달할 것을 당부했다. 첫째, 미사일 발사 기능이 있어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언제든지 격추할 수 있다. 둘째, 사드의 레이더 기능은 마치 슈퍼 성능을 가진 망원경과 같아서 절반에 가까운 중국의 비밀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다. 군사기지, 관련 장비 등의 소재지를 모두 알아낸다고 덧붙였다. 즉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빛 속의 우리를 어둠 속의 적이 들여다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파소지하 안유완란(覆巢之下,安有完卵)’의 성어를 가르치라고 권했다. ‘새집이 부서졌는데 알이 온전하겠는가’라는 의미로 후한 공융(孔融)이 조조(曹操)에게 미움을 받아 목숨을 잃자, 그의 딸과 아들이 도망치지 않고 ‘파소지하 안유완란’이라 말하며 아버지의 뒤를 따라 죽었다는 이야기다. 즉, 중국은 큰 새 둥지로 누군가 둥지를 엎으면 안에 있던 새와 알(국민)도 온전할 수 없다는 뜻으로 국가와 국민의 이해관계를 동일시 하도록 가르치는 내용이다. 이어서 ‘애국’은 작은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TV를 살 때 LG 제품을 생각하지 말것, 간식을 살 때 농심, 오리온 등을 사지 말 것, 여행을 갈 때 한국을 고려하지 말 것 등을 제시했다. 무슨 물건이든 대용품은 충분하니 한국 제품을 멀리하라고 덧붙였다. 또한 ‘애국’이라는 명분으로 차량을 부수고, 물건을 훼손하는 일은 진정한 애국이 아니며, 개인적인 분풀이일 뿐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아이가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지도하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적의 좋은 점은 존경하고, 배우라”는 논리를 전했다. 롯데그룹은 사드부지 제공에 따른 후폭풍을 충분히 고려했으면서도 그룹과 국가에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해 ‘중국시장’을 기꺼이 희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국적인 견지에서 내린 결정은 일정 부분 우리가 배우고 학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폐쇄적이고 편협한 생각은 오만해질 수 있으며, 결국 남보다 못한 사람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작 ‘한국상품을 거부하라’는 논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뒤에 ‘편협한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결론은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중국 누리꾼들의 의견도 다소 분분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처음으로 사드를 교육으로 연장해서 언급한 정확한 문장이다”, “아이들과 애국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좋은 기회다”라며 지지를 전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제품 사지 말라, 미국제품 사지 말라 하더니, 이제는 한국제품 사지 말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복수심을 가르치라는 건가?”, “북한의 핵이 없었으면 사드도 없었다”, “우선 스모그, 쓰레기 기름, 독이 든 분유 등의 문제부터 제재하고 보자”라며 반대의견을 펼치기도 했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실업률 5.0%, 7년 만에 최고치…실업자 전국 135만명

    실업률 5.0%, 7년 만에 최고치…실업자 전국 135만명

    따뜻한 봄이 왔지만 고용 한파는 더 거세지고 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지난달 실업률이 7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도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8개월째 감소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78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7만 1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11월 33만 9000명을 기록해 3개월 만에 30만명대로 올라선 뒤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째 20만명대로 떨어졌다 다시 30만명대를 회복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8만 8000명 감소했다.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 6만 5000명 줄어든 이후 8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실업자는 50대, 40대에서 감소했지만 60세 이상과 30대를 중심으로 증가해 1년전보다 3만 3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5.0%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0년 1월 5.0%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월 기준으로는 2001년 2월 5.5%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은 25∼29세, 50대 등에서 하락했지만 60세 이상과 20∼24세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청년실업률은 12.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지만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21만 3000명 늘어나며 7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자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 3)은 12.3%로 1년 전과 같았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소송 공방에 금호타이어 인수전 장기화 불가피

    채권단 “인수 방식 받은 후 논의” 금호타이어 인수 방법을 놓고 채권단과 갈등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인수전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4일 입장 자료를 내고 “지속적으로 우선매수권 행사 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주주협의회에서 한 번도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호그룹은 이르면 15일 법원에 금호타이어 매각중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금호그룹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다음달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체결한 우선매수권 약정 내용의 해석 등에서 법적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수전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채권단이 컨소시엄 방식 인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컨소시엄 방식으로 인수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고 수차례 공문을 보냈다”면서 “하지만 채권단은 언론을 통해 방법을 바꾸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흘렸을 뿐 한 번도 공문이나 이메일로 공식 입장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구조조정을 통해 알짜 기업이 된 금호타이어를 국내 기업이 인수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쌍용차 등이 중국에 인수됐다가 기술만 빼앗긴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어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주장하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중국의 더블스타와 계약이 맺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방식을 바꾸기는 어렵다”면서도 “일단 박 회장이 인수 방식을 제출하면 다른 채권자들과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앞서 지난 13일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선 컨소시엄을 통한 인수가 필요하고, 채권단이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정부별 굵직한 조직개편 사례

    김대중, 재정경제원 해체 노무현, 상시적 기능 조정 이명박, 정원 3427명 ↓ 박근혜, 미래부 새로 출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0년 동안 정부조직은 모두 61차례 변화를 거듭했다. 정부조직의 개편은 당시의 국내외 상황과 정권의 지향성을 반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속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에 성공했던 김대중 정부는 1998년 17부·2처·16청·1외국·1위원회로 출범한 이후 두 차례 개편을 거쳐 18부·4처·16청·1위원회로 막을 내렸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나선 김대중 정부 조직 개편의 특징은 정부 기능을 축소하고 재정경제원을 해체한 것이다. 이어 노무현 정부는 18부·4처·17청·1위원회로 출범해 5차례 개편을 거쳤으나 비슷한 골격을 유지했다. 조직 자체의 개편보다는 상시적인 기능 조정에 초점을 맞췄고, 특정 정부조직이 전담하기 어려운 어젠다를 수행하는 각종 위원회를 뒀다. 분권을 지향한 행정 패러다임의 변화도 꾀했다. 이명박 정부는 15부·2처·17청·3위원회로 조직을 크게 바꿔 출범했고, 4차례 개편을 거쳐 임기를 마칠 때는 15부·2처·17청·4위원회 체제였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기획재정부로 통합하고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를 폐지했다. 대신에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들었다. 역대 정부 최대 규모로 조직을 축소·통폐합한 결과 정무직 16명과 3427명의 정원이 감축됐다.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17부·3처·17청·4위원회 체제로 닻을 올렸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외교와 통상의 기능 분리 등이 큰 특징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안전행정부가 행정자치부·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로 나뉘는 개편이 이뤄져 지금은 17부·5처·16청·4위원회 체제다. 조직 확대와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등으로 현 정부 들어 공무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2017 공직열전] 산림 산업·복지 향상 주력…기후변화 대응 앞장도

    [2017 공직열전] 산림 산업·복지 향상 주력…기후변화 대응 앞장도

    올해 개청 50주년을 맞은 산림청은 산림산업 육성과 산림복지 서비스 확대를 정책의 핵심으로 재설정했다. 정책의 근간이던 ‘자원육성’이 자리를 내주는 등 기관 역사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산은 국민들의 다사다난한 역사 속 삶터였고, 전후 산림은 척박했지만 고난 속에서 희망의 씨앗을 뿌릴 대상이었다. 산림청은 황폐해진 민둥산 녹화의 책무을 안고 태어나 전 국토를 푸른 숲으로 탈바꿈시키는 성공신화를 썼다. 반백 살의 산림청은 푸른 숲과 자원화에 집중됐던 산림정책을 기후변화 대응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유일한 탄소흡수원인 산림은 환경문제 해결의 중심으로 대두됐고, 국민 행복을 위한 복지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졌다. 그렇지만 산림공무원들의 구호는 ‘오대산’(오로지 대한민국 산)이다. 대한민국 산을 위한다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있다. 김용하(57·기시18회) 차장은 30여년간 산림 현장과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산림행정가다. 막힘없는 전문성과 치밀한 업무처리 능력은 자타가 인정한다. 대형산불 진화, 재선충병 방제 등 산림재해 위기관리 대처 능력이 뛰어나고 매사에 미리 준비하는 ‘유비무환’ 자세를 견지한다. 빈틈없는 업무 스타일로 내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국립수목원장 재직 당시 주변의 우려를 설득해 광릉숲 공휴일 개방을 실현하는 등 추진력을 발휘했다.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인상이 날카로워 ‘차갑다’는 평가도 있지만 후배 공직자들이 꼽는 ‘롤모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류광수(55·행시 31회) 기획조정관은 행정학을 전공했으나 산림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산림자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산림에 대한 열정이 높은 학구파다. 신속하고 깔끔한 일 처리가 장점으로 정책 방향을 조정하고 적극적인 소통으로 문제를 없애는 해결사로 평가받는다.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로 직원들의 개인사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친근한 직장상사로 신망이 높다. 김용관(47·기시 30회) 국제산림협력관은 과감한 업무 추진력과 탁월한 소통 능력이 장점이다. 지난해 제15차 세계산림총회 유치 과정에서도 특유의 추진력으로 각국의 지지를 얻어 이탈리아의 막판 철회를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실무를 꼼꼼하게 챙기면서도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철저한 성과관리형으로 직원들과의 소통도 활발하다. 전범권(55·기시 25회) 산림산업정책국장은 실무자 의견을 존중하되 정책 방향은 명확하게 제시하는 간부로 평가받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어려운 일을 피하지 않고 헤쳐 나가는 돌파력을 갖췄다. 현업 국·과장을 두루 거쳐 산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위해 최근 개편한 초대 산림산업정책국장에 적임자로 지목돼 왔다. 박종호(56·기시 25회) 산림복지국장은 산림청 산하 3개 공공기관 설립 및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등 굵직한 현안 문제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해결사’로 통한다. 의견을 경청하는 화합형 리더십을 실천하면서 현안이 불거지면 앞장서 책임지는 보스 기질로 내·외부 신망이 두텁다.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스타일로 산림공무원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간부’로 꼽힌다. 최병암(51·행시 36회) 산림보호국장은 현장부터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친 실무형이다. 업무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 뚝심의 소유자다. 탄소흡수원법 제정, 한국임업진흥원 설립, 순천만 정원박람회 등 굵직한 사업을 총괄했다. 한국산림문학회 회원이자 시인으로 전출 직원들에게 송별의 시를 전할 정도로 감성이 풍부하다. 이창재(56·기시 21회)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조용한 신사’다. 기술직 간부로는 이례적으로 인사·기획·정책 부서를 두루 거쳤다. 큰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성과를 이끌어낸다. 판단력과 추진력이 뛰어나고 화합을 강조한다. 산림자원국장 재직 시 풍부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진일보한 산림자원분야 정책 수립 및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유미(55·특채) 국립수목원장은 수목원이 갖고 있는 특징과 애로, 나아갈 방향을 잘 파악하고 현실감 있는 정책을 펼치는 뛰어난 전략가이자 산림분야 전문가다. 협상력과 포용력도 뛰어나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다. 고기연(50·기시 30회) 동부지방산림청장은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사무국과 국제협력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국제통이다. 합리적이고 효율성을 내세우는 리더로 솔선수범하고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로 내부 신망뿐 아니라 외부 신뢰도 높다. 이종건(55·7급 공채) 남부지방산림청장은 기획·예산, 인사·조직, 공보·비서 등 다양한 행정지원 업무를 거쳤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민원부서에서 소리 없이, 합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개인보다 조직과 협업을 우선하고, 일과 가정이 상생하는 조직 분위기 조성을 강조한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불황 여파… 제조업 취업 3개월째↓

    불황 여파… 제조업 취업 3개월째↓

    제조업 취업자 숫자가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영향으로 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지난해 말부터 고용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1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상시근로자 고용보험 피보험자(취업자) 수는 357만 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00명이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12월 7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0.3% 감소한 뒤 3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제조업 취업자는 58만 6000명으로 가장 많지만 전 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1만 7000명이 줄어 악화하는 고용상황을 반영했다. 제조업을 세부 산업별로 살펴보면 선박, 철도, 항공장비 등을 생산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은 구조조정과 선박 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만 7000명이나 감소했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 제조업’도 38개월째 취업자가 줄었다. 지난달 이 분야 취업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1만명가량 줄었다. 반면 식품·화학제품 제조업 등에서는 취업자가 계속 늘고 있다. 식품제조업은 식료품 생산 확대와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취업자가 11만 3000명 늘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6만 4000명), 숙박·음식(5만 1000명), 보건·복지(3만 9000명) 분야에서 큰 폭의 취업자 증가가 나타났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친 취업자 수는 126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만 3000명 늘었다. 또 최근 20만명대로 둔화한 취업자 증가 규모는 장년층과 서비스업 등의 상승세에 힘입어 5개월 만에 30만명대를 회복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권오준 “워싱턴 통상사무소 만들어 현지 대응”

    권오준 “워싱턴 통상사무소 만들어 현지 대응”

    각국 보호무역 공격경영으로 돌파 의지“사내 통상전문가 키워 관세 갈등 해결 AI 등과 융합 ‘스마트 포스코’ 만들 것” “포스코 내 통상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 미국 당국 움직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워싱턴에 통상사무소를 설치하겠다. US스틸 등 해외 현지 기업과 자본 제휴를 하는 등 교류하며 미 업체들의 통상 불만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각국 보호무역 기조에 대한 대응책이다. 권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임기 3년의 연임을 승인받았다. 지난 3년 동안 그룹 구조조정과 철강산업 경쟁력 제고에 힘쓴 권 회장은 다음 임기 동안 포스코 사업의 스마트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각국이 연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를 보이는 상황을 권 회장은 공격적으로 돌파할 계획이다. 미 당국이 지난해 9월 포스코의 한국산 열연강판에 최고 61%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후판 제품에 6.82%의 예비관세를 부과하는 등 각국의 관세 장벽이 포스코 경영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어서다. 권 부회장은 “미국 보호무역 기조가 포스코의 주력 수출 지역인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번지는 분위기”라면서 “60% 이상 고율의 상계관세가 부과된다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같은 강경책이 불가피하지만, 궁극적으로 통상 갈등을 해결할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사내 통상 전문가를 키우는 한편 미국 워싱턴에 통상사무소를 만들어 직원을 주재시키며 미국 당국 움직임에 대응하게 할 계획이다. 통상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철강 사업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게 권 회장의 생각이다. 권 회장은 “지난 3년 동안 남들이 못 만드는 고부가가치 철강인 월드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고, 이 고급 제품을 활용하는 솔루션 마케팅을 강화해 포스코 철강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키웠다”면서 “철강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 소재·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포스코의 미래성장 동력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 포스코’는 향후 포스코 경영의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권 회장은 “기존 사업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를 융합해 고부가가치 창출 사업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특히 “포스코 내부 기술을 활용하는 소극적 단계를 넘어 기술 아웃소싱에도 적극 나서겠다”면서 “최근 스마트화를 협의하기 위해 GE를 방문한 길에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과 만나 관련 논의를 했다”고 귀띔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정부, 전 재외공관에 “대외정책 변함없다” 긴급 타전

    정부, 전 재외공관에 “대외정책 변함없다” 긴급 타전

    외교공관·군부대 등서 朴 사진 철거 한민구 “전군 경계태세 강화” 지시 금융당국, 비상 대응체계 즉시 가동 5000억 회사채 인수프로그램 도입 시장흐름 24시간 실시간 점검 추진 오늘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 개최 행자부, 대선 정국 공직기강 점검 정부 부처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행정부 수장’이 사라졌지만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분하면서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외교안보부처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경제부처는 실물·금융시장의 안정 조치를 시행하고 잇따라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각 부처도 일제히 간부회의를 열어 공무원들의 동요를 막고 내부 기강을 다졌다. 외교·통일·국방부 등 외교안보부처들은 북한의 오판과 도발 가능성 등을 경계하느라 온종일 분주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사태에도 대외 정책 기조나 안보 태세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발 빠르게 대처했다. 국방부 간부들과 집무실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곧바로 전군 주요지휘관 화상 회의를 갖고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한 장관은 지휘관들을 상대로 “국가가 어려울수록 군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수 있는 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 재외공관에 전문을 보내 우리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국제사회에 충분히 이해시키라고 지시했다. 윤 장관은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대응 등 외교과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와 우방국 협조에 차질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직후 각국 주재 대사관·총영사관 등 재외공관과 각급 군부대에 공문을 보내 공관장 집무실과 지휘관실, 회의실 등에 걸려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주말인 11일에는 최상목 기재부 제1차관 주재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응책을 마련한다. 하루 뒤인 12일에는 유 부총리가 경제관계 장관들을 소집해 현안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추진 계획을 논의한다. 금융당국은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해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필요하면 시장안정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내외 투자자와 금융권 종사자 모두 어떤 불안감도 느낄 이유가 없다”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안심하고 투자와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작은 불안 요인에 대해서도 자세히 점검하고 안전장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24시간 비상상황실을 통해 시장 흐름을 실시간으로 살피고 12일 모든 금융권이 참여하는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연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의 회사채를 산업은행을 통해 사들이는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인수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채권시장이 흔들릴 것에 대비해 10조원 이상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선 정국의 정치 테마주 특별 점검을 강화하고 북한의 사이버해킹 가능성에도 대비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이주열 총재가 주재하는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탄핵과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열린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대내외 불안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시기에 가계부채나 기업 구조조정 같은 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대응을 놓치면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오후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SK그룹 등 4대 그룹 부회장과 만나 기업 활동에 전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만기 산업부 제1차관은 실물경제 비상대책본부를 즉시 가동해 수출 및 통상, 외국인 투자동향을 점검했다. 행정자치부는 이날 전국 17개 시·도 부단체장 영상회의를 열고 공직기강 확립과 지역사회 안정에 나섰다. 홍윤식 행자부 장관은 대선 정국임을 고려해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행위는 엄중하게 문책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자부는 국가기록원과 함께 박 전 대통령 기록물 이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사이버테러에 대비해 정부청사, 정부통합전산센터 등 국가 주요시설의 방호와 헌법재판소 등의 홈페이지 정보시스템 보안도 강화했다. 서울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서울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어제의 분열 끝내고… 대한민국 내일에 에너지 모으자

    어제의 분열 끝내고… 대한민국 내일에 에너지 모으자

    대통령이 파면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해 각계 원로,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탄핵을 둘러싼 갈등 국면을 정리하고, 안보와 외교, 경제 등 나라 안팎의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국가적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4·19혁명·6월 항쟁보다 의미 원로와 전문가들은 우선 헌법재판소가 이날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촛불과 태극기 민심이 맞서는 등 갈등과 분열, 대립 양상이 드러났지만 혼란 속에서 새로운 발전을 이뤄내는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단기적으로 혼란으로 보일지라도 크게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국민의 저력이 확인된 사건,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준 결과”라면서 “탄핵을 통해 우리 위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염무웅 문학평론가도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은 시민들이 평화적인 혁명으로 이뤄낸 결과로 4·19혁명, 6월 항쟁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민주주의를 위협받고 유럽도 극우파가 득세하는 가운데, 이번에 우리가 보여준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은 전 세계가 경탄하고 배우려 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단순히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1조를 바탕으로 내려진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면서 “분열된 국민들의 화합 역시 빈부격차와 종교, 이데올로기를 넘어 헌법정신을 중심으로 해 나가야 하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깨끗이 승복하고 포용하자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서로를 포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쏟아졌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일단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무조건 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서로 쪼개져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다가도 결정이 나면 거기에 승복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상식 아니겠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역사에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한 탄핵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10년 동안 두 번이나 반복됐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의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도 이번 탄핵을 통해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합리적 사고라는 교훈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보수, 진보 논쟁은 소모적이고 아무런 실체가 없다. 진짜 보수, 진보라면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원로, 전문가들은 대통령 파면은 출발일 뿐이며 앞으로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고전학자인 장희창 동의대 교수는 “국민의 힘으로 절대 권력자를 끌어내린 이 경험을 우리가 또 한 발자국 진보하는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민주주의와 공화를 이상으로 한 국가의 완성이 필요하다. 당장의 갈등은 있겠지만 반목과 분열이 우리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제부터는 적폐를 청산하고 대선을 잘 관리해 새로운 권력을 준비하는 일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양사학자 주경철 서울대 교수도 “단기적으로 갈등이 커지겠지만 예상됐던 판이고, 안정을 희구하며 그 방향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것이라고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요한 건 이번에 나온 촛불과 태극기 현상을 차분하게 되짚어 보고, 우리 내면에 도사린 위험 요소들을 성찰해야 한다”면서 “누가 차후에 권력을 잡을지에 시선을 집중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정신적 요소들, 성숙되지 못하고 쌓인 적폐들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은 시작일 뿐”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무너진 부분을 수습하고 국민들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와 외교, 교육 등 전반적인 체계가 붕괴함은 물론 국론도 분열했다”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증세를 회피하지 말고 복지를 늘려 다수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지영 영화감독도 “촛불혁명은 이제 시작”이라며 “대한민국에 무엇이 문제였나에 천착해서 그것을 캐내고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 대책 세우는 게 급선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등 각종 현안 등을 해결하고, 합리적인 정치 개혁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대내적으로는 민생대책을 세우는 일이 제일 시급하고 중요하다”면서 “국내 혼란, 정치적 행사로 인해 민생이 외면되고 방치되고 있는데 서민가계의 생계위기에 대한 대응이 우선 급하다. 실업문제, 기본생활 보장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북한 미사일 발사, 사드 배치 계기로 한반도가 미·중 양 대국의 군사적 대결장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사드는 대중 외교적 절차, 국내 여론수렴 과정을 생략한 채 배치된 만큼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서 한·중 관계 악화를 조속히 치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국익을 위해 빨리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등 외교·안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면서 “탄핵을 둘러싼 갈등 국면을 빨리 정리하고 국익을 위해 국민들이 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직접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보호무역주의 등에 직접 대응을 했는데 우리는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단합된 모습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익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이제는 통합으로 가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이 돼도 경제가 금방 나아지기는 어렵다. 정치권도 정부를 열심히 도와줘야 한다. 당장 급한 일들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과 사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데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정해서 외교부와 경제팀이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에서 가장 급하게 다뤄야 할 문제가 가계부채다. 부실기업 구조조정도 중요하다. 이번을 계기로 정치가 기업을 옥죄고,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적폐가 사라져야 한다. 정치와 경제가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엄청난 변화의 시대… 지혜 모아야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은 이제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돌입했다”면서 “헌재 결정까지 보여준 국민의 저력을 일자리 부족, 성장률 저하 등 국내 경제 문제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기후 변화 등 전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를 동시에 풀어내는 데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대통령 탄핵이 주는 또 다른 시사점은 정책의 일방적인 통행이 앞으로 어려워졌다는 것”이라며 “미국 보호무역주의 정책,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과의 관계 등을 푸는 데 있어 국민들과의 소통이 충분히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선 국면에 들어간 만큼 국가의 리더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그러한 변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이 (그 비전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성대 교수인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으나 한국을 둘러싼 대외적 변수는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정치권은 광장에서 울려 퍼진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엄중한 심정으로 받들어야 한다.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단번에 국민의 요구를 충족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관된 개혁의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도 믿고 따를 것이다. 합리적인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고 강조했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대통령 파면에 대한 찬반이 격화돼 정치·사회적 혼란이 빚어지면 경제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현재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의 상태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안보는 물론 경제를 제대로 지키려는 강력한 소신을 보이고 국민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경제 포퓰리즘 공약이 나올 수 있는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 한계기업 구조조정, 과도한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가 암에 걸렸는데 정치 포퓰리즘이 있으면 암 수술을 할 수가 없다. 국민도 정치 실상을 제대로 보고 투표를 해야 한다. 강력한 경제 외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다음 지도부는 사회 통합과 함께 개헌, 선거법 개정 등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공약의 하나로 임기 내 추진할 개헌의 윤곽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유력한 정치집단들이 서로 권력을 나눠 가져온 폐습을 철폐해야 한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북 평화를 증진시킬 방법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사유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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