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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15주년 생일’ 더욱 우울한 한국GM/유영규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15주년 생일’ 더욱 우울한 한국GM/유영규 산업부 차장

    15번째 생일을 맞은 한국GM의 표정이 우울하다. 지난 3분기 역대 최악의 실적을 거둔 가운데, 이번 15번째 창립기념일(10월 17일)을 기점으로 GM의 미국 글로벌 본사가 약속했던 ‘15년 경영권 지속’의 유효기간이 끝난다. 2002년 산업은행은 대우그룹 몰락과 함께 부실화한 대우자동차를 GM에 4억 달러에 팔며 “15년간 지분 매각을 제한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른바 ‘먹튀’를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 안전장치의 봉인이 사라지게 됐다. 이제 GM이 지분매각을 하든, 한국에서 철수를 하든 제지할 방법이 법적으로는 없다는 이야기다. 장사만 잘됐다면 분위기가 안 좋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다. 새 사장 부임 이후 맞은 첫 창립 기념일임에도 별다른 사내 행사조차 하나없이 하루 휴일을 보내기로 했다.  지난 3년간 한국GM의 누적 손실은 약 2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무려 8만 5000%나 된다. 올 1분기에도 2589억원의 적자를 보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유는 차가 안 팔려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한국GM은 국내외 시장에서 40만 1980대를 팔았다. 지난해보다 7.5% 줄었다. 그나마 버텨 주던 내수시장도 전 같지 않다. 특히 지난달에는 내수판매(8991대)가 1만대 이하로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못해도 전체의 9%선은 유지하던 국내 시장 점유율도 7.8%까지 떨어졌다. 창립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쯤 되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한국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14년 취임한 GM 본사의 메리 배라 회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글로벌 사업장은 가차 없이 정리를 진행 중이다. 호주?러시아에 이어 올해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 공장에서 철수를 단행했다. 유럽에서 마지막 남은 ‘오펠’ 브랜드마저 매각했다. 오펠은 GM이 1929년 인수한 뒤 90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자회사였지만, 냉정하게 프랑스 푸조시트로앵그룹(PSA)에 팔아 버렸다. 높은 인건비 부담과 판매량 감소로 23조원의 적자가 쌓였다는 게 이유다. 오펠 매각은 GM의 유럽 시장 완전 철수를 뜻한다. 이렇게 모은 실탄으로 GM은 신사업에 재투자 중이다. 중국과 미국 등 대형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카셰어링 사업 등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GM 본사의 정책이 한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한국GM이 철수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상상보다 클 수 있다. 지난 15년간 누적 매출이 160조원에 이르고, 연평균 1만 5322명의 고용 효과를 내 온 회사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줄어드는 일자리는 몇 배가 될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GM 노사의 일련의 움직임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줄어가는 판매액과 다가오는 구조조정의 그림자 속에 사측은 앵무새처럼 “한국 시장 철수는 없다”고만 읊조린다. 노조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노조 집행부 선거와 국정감사 기간 등을 이유로 사내 협상 테이블에 앉기보다는 GM의 철수를 막아 달라고 정치권에 매달리는 데 더 힘을 쏟는 분위기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앞세우는 냉혹한 자본주의의 논리 속에 떠나겠다는 글로벌 회사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그게 현실이다. 통사정을 하고 바짓가랑이를 잡는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이 남아 줄 리 만무하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GM 노사가 힘을 모아 다른 글로벌 공장에 비해 한국이 생산성도, 효율성도, 잠재력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whoami@seoul.co.kr
  • “영혼 깨우는 영화…존엄성 있게 관객과 만날 것”

    “영혼 깨우는 영화…존엄성 있게 관객과 만날 것”

    “영화는 시대의 산소탱크여야 합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숨을 쉴 수 있어야 하죠. ‘황제’는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관객까지 힐링되기를 바라며 만든 작품입니다. 그만큼 존엄성 있게 관객들과 만났으면 합니다.”데뷔 이후 줄곧 영화의 미학을 탐닉해 온 민병훈(48)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극장에 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명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만든 ‘황제’로 초청받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다. ‘황제’는 저마다 이유로 삶의 의미를 잃고 나락에 빠진 사람들이 김선욱의 연주를 들으며 구원을 얻는 과정을 심미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김선욱은 영화 속에서 단순히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대사는 없지만 주인공 중 한 사람으로 연기를 한다. “감독으로서 극장 상영을 안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너무 원해요. 그럼에도 극장의 노예가 되기는 싫었어요. 제 작품이 극장 개봉한다면 미래가 뻔해요. 조조나 심야에 배정되고, 좌석 점유율이 떨어진다며 2주도 안 돼 간판을 내리겠죠. 극장망을 벗어나면 자존감이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관객과의 만남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단 몇 명이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배우들과 영화를 들고 찾아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했다. 상영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그런 곳이 진정한 영화관 아니겠냐며 민 감독은 웃었다. 그는 승자 독식 시대에 영화인들 사이에서 공감의식, 동료의식이 옅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2007년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다양성이 존재했고 영화의 흐름이 있었죠. 하지만 1000만 영화가 나오면서부터는 영화의 자본화가 가속화되고 스크린 독과점이 빈번해지며 흐름이 깨졌어요. 사람 몸으로 치면 지금 우리 영화는 고도비만이에요. 거듭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존엄성 있게 상영해 달라는 거예요. 아예 안 건다면 극장의 선택이니 뭐라 할 바는 아니에요. 하지만 걸기로 했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틀어 관객에게 선택권을 줘야 합니다.” 극 영화에 김선욱이라니, 정말 파격적인 조합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침을 음악과 함께 시작하면 숲속에서 산소탱크를 만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로 이런 작품을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했죠. 선욱씨 연주회에 갔다가 영감이 떠올랐어요. 대부분 미쳤다고 했어요. 솔직히 저도 그랬어요.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런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유명 감독도 아니고요. 그런데 바로 오케이해 줬어요. 음악의 힘으로 아픈 관객들을 힐링하고 영혼을 깨우려 한다는 진심을 믿어준 것 같아요. 예술가로 예술가의 이야기로 들어주며 서로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를 좋아해 러시아에서 영화를 공부했던 민 감독은 이탈리아 토리노영화제 대상을 받은 ‘벌이 날다’(1998)를 시작으로 장편 다섯 편과 여러 단편 영화를 통해 예술에 천착해 왔다. “저는 영화가 물이라고 생각해요. 콜라는 순간적으로 ‘캬~’ 할 수 있겠지만 다시 목이 마르죠. 저는 물 같은 영화를 좋아하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해요. 지금도 타르콥스키, 페데리코 펠리니, 잉마르 베리만의 작품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선 대사나 이야기보다 이미지로 전달하려는 것이 많다. ‘황제’ 또한 마찬가지다.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과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등이 곳곳에 흐르지만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영화에는 이야기가 넘쳐나는데 저는 그런 게 시시해요. 억지로 쥐어짜내는 이야기, 감동 주려고 작정한 이야기, 그런 가짜들에 속으면 안 되죠. 화가는 한 폭의 그림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잖아요. 영화라고 안 될 건 없어요. 한 시간짜리면 5만 프레임인데 한 프레임 한 프레임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어요. 영상미만 추구한다기보다 영상미도 추구하려고 하고 있죠.” 최근 다른 영역의 예술가와 함께 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극사실주의의 대가 백영수 화백의 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단편 ‘가면과 거울’(2012)을 만든 게 출발이었다. 사진작가 김중만과 함께 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 굴업도’(2012),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펑정지에와 호흡한 장편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2014)를 거쳐 ‘황제’까지 왔다. “예술가를 영화에서 만나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겠어요. 겉모습이 아니라 이면을 찍어 예술가를 조명하면 예술가도 좋고 영화의 폭도 넓어져 관객들이 더 다양하고 건강한 영화를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외 예술가 세 명에 대한 프로젝트가 이어질 거예요. 모두 허락을 받아놨어요. 아직 프러포즈하지 않았지만 조용필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어요. 우리 시대 가왕을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요. 백건우 프로젝트도요.” 글 사진 부산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3>]6년 137명 과로사…무너진 ‘꿈의 직장’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3>]6년 137명 과로사…무너진 ‘꿈의 직장’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3>과로에 쓰러지는 공직사회 ‘무능해도 해고당할 일 없는 철밥통, 연금이 보장되는 신의 직장, 허리 굽힐 일 없는 갑 중 갑….’ 흔히 떠올리는 공무원의 인상이다. 수시로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압박을 받는 민간기업 직장인과 비교하면 고용 안정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식이 달라진다. 경찰과 소방관, 집배원, 시·군·구청 소속 등 한 해 평균 20여명의 공무원이 과로로 죽는다. ‘철밥통’ 공무원들은 어쩌다 과로에 몰리게 됐을까.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진단을 통해 이유를 찾았다. 경찰관과 소방관… 과로 사각지대 16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과로사로 순직을 인정받은 공무원은 137명이었다. 이들 3명 중 1명(31.2%)이 과로 탓에 순직했다. 특히 장시간 노동과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과로자살)했다며 유족이 공단에 순직인정을 신청한 공무원도 꾸준히 늘어 2012년부터 2017년 8월 사이 1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5명만 순직처리됐다.직종별로 보면 현장 공무원의 과로사가 많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2~2016년 과로사한 공무원 중 경찰청 소속이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 공무원 42명, 소방청 11명, 서울·경기 등 광역지자체 8명 순이었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도 7명이 과로사했다. 경찰 과로사의 주범은 교대제 근무다. 파출소나 교통안전담당 업무 등을 하는 경찰은 보통 4조 2교대로 일한다. 첫날은 주간근무, 둘째 날 야간, 셋째·넷째 날은 비번인 패턴을 반복한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순찰·방범 업무를 하는 경찰관은 “출동 지시가 떨어지면 바로 뛰어나가야 하고 총까지 차고 있어 업무 강도도 높은데 늘 긴장까지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야근 때는 취객들과 소모적 승강이를 하며 느끼는 피로감도 크다. 최근 경북 포항에서는 2주 사이 파출소 등에서 일하던 경찰관 3명이 연달아 숨졌다. 모두 과로사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권 당시 경찰조직에 실적주의 바람이 분 것도 과로를 키웠다. 경정급(경찰서 과장급) 이상에 적용한 성과연봉제는 1년 단위 검거율,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 등을 근거로 전국 253개 경찰서를 S, A, B, C 등급으로 줄 세운다. 성적에 따라 연봉이 최대 400만원(총경 기준)까지 차이 난다. 서울의 한 팀장급 경찰관은 “서장이 실적 압박을 받다 보니 과·팀장급 회의의 시작과 끝은 늘 실적 얘기”라고 말했다. 소방관도 경찰 못지않게 불규칙한 근무 패턴과 업무 스트레스 탓에 과로하는 직군이다. 불 끄다 숨진 소방관보다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소방관이 더 많다. 매년 평균 7~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조현장의 극한 상황과 그곳에서 목격한 참상 등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지기 쉽다. 소방관의 정신과 진료·상담 건수는 2012년 484건에서 지난해 5087건으로 5년 만에 10.5배 뛰었고 47명이 자살했다. 2002년부터 거론된 ‘소방공무원 전문병원’ 건립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인력부족도 과로를 야기한다. 2016년 기준 현장 투입이 가능한 소방 인력(3만 2460명)은 3조 1교대 근무 적정 인원(5만1714명)의 62.8%에 불과하다. #재난과 감정노동으로 우는 지자체 공무원 2시간씩 점심 먹고, 출장 다니며 대충 시간 때우던 ‘동사무소 김 주사’는 옛날 얘기다. 서류 만드는 일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민원인을 상대하고, 문제와 맞닥뜨려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매년 터지는 동물 전염병은 대표 악재다. 지난 6월 경기 포천시 한대성 축산방역팀장은 조류인플루엔자(AI) 탓에 야근한 다음날 새벽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5개월째 과로하던 상황이었다. 한씨 같은 가축방역관(수의직 공무원)이 재난 상황에서 받는 심적 압박은 엄청나다. 수도권의 한 기초지자체 축산과 공무원은 “AI나 구제역으로 몇 달 쪽잠 자는 건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과 싸우는 게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가축방역관은 660명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진단한 적정인력(1283명)의 절반이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게임업계의 크런치모드(게임 출시 전 집중근무)처럼 공직사회에는 ‘깔때기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말·분기말 등 일이 몰리는 특정시기에 인원조정이 자유롭지 못하니 수시로 밤샘 근무를 한다는 것이다. 집배원도 명절이나 연말연시 등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업무량이 몰린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은 복지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인력 충원이 미흡한 현실에 과로로 내몰린다. 무조건적인 헌신과 자비를 요구하는 풍토는 심리적 피로도를 배가시킨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사회복지공무원 59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실태 조사(2013년)에서 27.5%가 최근 1년 사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경기의 한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 김모(40·여)씨는 “근로 사실을 숨겼다가 적발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생계보조금 환수를 통보했더니 칼을 들고 찾아왔다. 어떤 수급자는 ‘나 없었으면 공무원인 당신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며 소리 지르더라”고 떠올렸다. 폭언을 듣고 무시를 당해도 윗사람들은 ‘민원인과 마찰을 만들지 말고 무조건 사과하라’ 하니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반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당 최대 근무시간으로 52시간(주말근무 제외) 적용을 받지만 공무원은 이 같은 법규정조차 없다. #주당 52시간 근로기준법 공직엔 적용 안 돼 중앙부처나 광역지자체 공무원도 과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9일 방위사업청 피아식별장비팀 소속 중령이 자체 업무 처리와 국정감사 준비 등이 겹친 근무를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환경부 소속 공무원은 “국회에서 저녁에 연락이 와 ‘내일까지 자료를 달라’고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를 덮친 신자유주의가 공직사회의 과로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을 상시화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긴 근무시간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얹히면서 자살이라는 비극이 터지는 것”이라면서 “성과평가, 직무이동, 인사이동 등에 대해 당사자가 느끼는 압박이 민간기업보다 낮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dynamic@seoul.co.kr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기·오세진 기자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5년 114명 과로사…무너진 ‘꿈의 직장’

    5년 114명 과로사…무너진 ‘꿈의 직장’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3>과로에 쓰러지는 공직사회 ‘무능해도 해고당할 일 없는 철밥통, 연금이 보장되는 신의 직장, 허리 굽힐 일 없는 갑 중 갑….’ 흔히 떠올리는 공무원의 인상이다. 수시로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압박을 받는 민간기업 직장인과 비교하면 고용 안정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식이 달라진다. 경찰과 소방관, 집배원, 시·군·구청 소속 등 한 해 평균 20여명의 공무원이 과로로 죽는다. ‘철밥통’ 공무원들은 어쩌다 과로에 몰리게 됐을까.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진단을 통해 이유를 찾았다. #경찰관과 소방관… 과로 사각지대 16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과로사로 순직을 인정받은 공무원은 137명이었다. 이들 3명 중 1명(31.2%)이 과로 탓에 순직했다. 특히 장시간 노동과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과로자살)했다며 유족이 공단에 순직인정을 신청한 공무원도 꾸준히 늘어 2012년부터 2017년 8월 사이 1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5명만 순직처리됐다. 직종별로 보면 현장 공무원의 과로사가 많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2~2016년 과로사한 공무원 중 경찰청 소속이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 공무원 42명, 소방청 11명, 서울·경기 등 광역지자체 8명 순이었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도 7명이 과로사했다. 경찰 과로사의 주범은 교대제 근무다. 파출소나 교통안전담당 업무 등을 하는 경찰은 보통 4조 2교대로 일한다. 첫날은 주간근무, 둘째 날 야간, 셋째·넷째 날은 비번인 패턴을 반복한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순찰·방범 업무를 하는 경찰관은 “출동 지시가 떨어지면 바로 뛰어나가야 하고 총까지 차고 있어 업무 강도도 높은데 늘 긴장까지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야근 때는 취객들과 소모적 승강이를 하며 느끼는 피로감도 크다. 최근 경북 포항에서는 2주 사이 파출소 등에서 일하던 경찰관 3명이 연달아 숨졌다. 모두 과로사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권 당시 경찰조직에 실적주의 바람이 분 것도 과로를 키웠다. 경정급(경찰서 과장급) 이상에 적용한 성과연봉제는 1년 단위 검거율,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 등을 근거로 전국 253개 경찰서를 S, A, B, C 등급으로 줄 세운다. 성적에 따라 연봉이 최대 400만원(총경 기준)까지 차이 난다. 서울의 한 팀장급 경찰관은 “서장이 실적 압박을 받다 보니 과·팀장급 회의의 시작과 끝은 늘 실적 얘기”라고 말했다. 소방관도 경찰 못지않게 불규칙한 근무 패턴과 업무 스트레스 탓에 과로하는 직군이다. 불 끄다 숨진 소방관보다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소방관이 더 많다. 매년 평균 7~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조현장의 극한 상황과 그곳에서 목격한 참상 등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지기 쉽다. 소방관의 정신과 진료·상담 건수는 2012년 484건에서 지난해 5087건으로 5년 만에 10.5배 뛰었고 47명이 자살했다. 2002년부터 거론된 ‘소방공무원 전문병원’ 건립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인력부족도 과로를 야기한다. 2016년 기준 현장 투입이 가능한 소방 인력(3만 2460명)은 3조 1교대 근무 적정 인원(5만1714명)의 62.8%에 불과하다. #재난과 감정노동으로 우는 지자체 공무원 2시간씩 점심 먹고, 출장 다니며 대충 시간 때우던 ‘동사무소 김 주사’는 옛날 얘기다. 서류 만드는 일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민원인을 상대하고, 문제와 맞닥뜨려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매년 터지는 동물 전염병은 대표 악재다. 지난 6월 경기 포천시 한대성 축산방역팀장은 조류인플루엔자(AI) 탓에 야근한 다음날 새벽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5개월째 과로하던 상황이었다. 한씨 같은 가축방역관(수의직 공무원)이 재난 상황에서 받는 심적 압박은 엄청나다. 수도권의 한 기초지자체 축산과 공무원은 “AI나 구제역으로 몇 달 쪽잠 자는 건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과 싸우는 게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가축방역관은 660명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진단한 적정인력(1283명)의 절반이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게임업계의 크런치모드(게임 출시 전 집중근무)처럼 공직사회에는 ‘깔때기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말·분기말 등 일이 몰리는 특정시기에 인원조정이 자유롭지 못하니 수시로 밤샘 근무를 한다는 것이다. 집배원도 명절이나 연말연시 등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업무량이 몰린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은 복지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인력 충원이 미흡한 현실에 과로로 내몰린다. 무조건적인 헌신과 자비를 요구하는 풍토는 심리적 피로도를 배가시킨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사회복지공무원 59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실태 조사(2013년)에서 27.5%가 최근 1년 사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경기의 한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 김모(40·여)씨는 “근로 사실을 숨겼다가 적발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생계보조금 환수를 통보했더니 칼을 들고 찾아왔다. 어떤 수급자는 ‘나 없었으면 공무원인 당신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며 소리 지르더라”고 떠올렸다. 폭언을 듣고 무시를 당해도 윗사람들은 ‘민원인과 마찰을 만들지 말고 무조건 사과하라’ 하니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반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당 최대 근무시간으로 52시간(주말근무 제외) 적용을 받지만 공무원은 이 같은 법규정조차 없다. #주당 52시간 근로기준법 공직엔 적용 안 돼 중앙부처나 광역지자체 공무원도 과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9일 방위사업청 피아식별장비팀 소속 중령이 자체 업무 처리와 국정감사 준비 등이 겹친 근무를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환경부 소속 공무원은 “국회에서 저녁에 연락이 와 ‘내일까지 자료를 달라’고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를 덮친 신자유주의가 공직사회의 과로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을 상시화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긴 근무시간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얹히면서 자살이라는 비극이 터지는 것”이라면서 “성과평가, 직무이동, 인사이동 등에 대해 당사자가 느끼는 압박이 민간기업보다 낮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dynamic@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우리 영화가 존엄성 있게 상영되는 날이 왔으면” 민병훈 감독

    “우리 영화가 존엄성 있게 상영되는 날이 왔으면” 민병훈 감독

    “영화는 시대의 산소탱크여야 합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숨을 쉴 수 있어야 하죠. ‘황제’는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관객까지 힐링되기를 바라며 만든 작품입니다. 그만큼 존엄성 있게 관객들과 만났으면 합니다.”데뷔 이후 줄곧 영화 미학을 탐닉해온 민병훈(48)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극장에 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명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만든 ‘황제’로 초청 받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다. ‘황제’는 저마다 이유로 삶의 의미를 잃고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이 김선욱의 연주를 들으며 구원을 얻는 과정을 심미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김선욱은 영화 속에서 단순히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대사는 없지만 주인공 중 한 사람으로 연기를 한다. “감독으로서 극장 상영을 안한다는 게 말이 안돼죠. 너무 원해요. 그럼에도 극장의 노예가 되기는 싫었어요. 제 작품이 극장 개봉하면 미래가 뻔해요. 조조나 심야에 배정되고, 좌석점유율이 떨어진다며 2주도 안돼 간판을 내리겠죠. 극장망을 벗어나면 자존감이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관객과의 만남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단 몇 명이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배우들과 영화를 들고 찾아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했다. 상영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그런 곳이 진정한 영화관 아니겠냐며 민 감독은 웃었다. “관객들에게 안보여주려고 극장 상영을 포기하는 게 아니에요. 자유를 얻고 정말 보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보여주려는 거죠. 지금 상황만 질투하며 입을 삐죽 내민 채 있을 수는 없잖아요. 자존감 있게 제 길을 가야죠. 그게 관객들에 대한 예의죠. 환경을 좇는 게 아니라 환경을 개척하고 싶었어요.” 그는 승자 독식 시대에 영화인들 사이에서 공감의식, 동료의식이 옅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2007년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다양성이 존재했고 영화의 흐름이 있었죠. 하지만 1000만 영화가 나오면서부터는 영화의 자본화가 가속되고 스크린 독과점이 빈번해지며 흐름이 깨졌어요. 사람 몸으로 치면 지금 우리 영화는 고도비만이에요. 거듭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존엄성 있게 상영해달라는 거에요. 아예 안건다면 극장의 선택이니 뭐라할 바는 아니에요. 하지만 걸기로 했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틀어 관객에게 선택권을 줘야 합니다. 제 영화는 대작을 위한 패키지나 액세서리, 꼼수가 아닙니다.”극 영화에 김선욱이라니, 정말 파격적인 조합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침을 음악과 함께 시작하면 숲 속에서 산소탱크를 만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감독으로는 괴롭기도 했죠. 영화로 이런 작품을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요. 선욱씨 연주회에 갔다가 영감이 떠올랐어요. 대부분 미쳤다고 했어요. 솔직히 저도 그랬어요.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런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유명 감독도 아니고요. 그런데 바로 오케이 해줬어요. 음악의 힘으로 아픈 관객들을 힐링하고 영혼을 깨우려 한다는 진심을 믿어준 것 같아요. 예술가로 예술가의 이야기로 들어주며 서로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를 좋아해 러시아에서 영화를 공부했던 민 감독은 이탈리아 토리노영화제 대상을 받은 ‘벌이 날다’(1998)를 시작으로 장편 다섯 편과 여러 단편 영화를 통해 예술에 천착해 왔다. “우리가 목 마르면 물을 마시잖아요. 저는 영화가 물이라고 생각해요. 콜라는 순간적으로 ‘캬~’할 수 있겠지만 다시 목이 마르죠. 몸에 안좋은 것은 분명하고요. 물은 맛은 없는 것 같아도 그렇진 않잖아요. 저는 물 같은 영화를 좋아하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해요. 지금도 타르코프스키, 페데리코 펠리니,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작품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선 대사나 이야기 보다 이미지로 전달하려는 것이 많다. ‘황제’ 또한 마찬가지다.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과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등이 곳곳에 흐르지만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영화에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데 저는 그런 게 시시해요. 억지로 쥐어 짜내는 이야기, 감동 주려고 작정한 이야기, 그런 가짜들에 속으면 안되죠. 화가는 한 폭의 그림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잖아요. 영화라고 안될 건 없어요. 한 시간짜리면 5만 프레임인데 한 프레임 한 프레임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어요. 영상미만 추구한다기 보다 영상미도 추구하려고 하고 있죠.” 최근 다른 영역의 예술가와 함께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극사실주의의 대가 백영수 화백의 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단편 ‘가면과 거울’(2012)을 만든 게 출발이었다. 사진작가 김중만과 함께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 굴업도’(2012),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평정지에와 호흡한 장편 ‘평정지에는 평정지에다’(2014)를 거쳐 ‘황제’까지 왔다. “예술가를 영화에서 만나는 것은 얼마나 재미 있는 일이겠어요. 겉모습이 아니라 이면을 찍어 예술가를 조명하면 예술가도 좋고 영화의 폭도 넓어져 관객들이 더 다양하고 건강한 영화를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외 예술가 세 명에 대한 프로젝트가 이어질거에요. 모두 허락을 받아놨어요. 아직 프로포즈 하지 않았지만 조용필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어요. 우리 시대 가왕을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요. 백건우 프로젝트도요.” 일상이 영화 작업이라는 민 감독이다. 인터뷰 내내 영화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죽어도 영화는 남기 때문에 소홀하게 만들면 안되죠. 한땀 한땀 촉각을 세우고 세포를 깨워서 영혼이 있는 컷을 만들어 내는 게 제 소명입니다. ‘황제’는 제 작품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자부합니다. 물리적인 시간만 2년이 걸렸어요. 부끄럽지 않고 혁신이 있는 영화에요. 우리 삶은 고통과 역경이 함께하잖아요. 삶의 희망과 여운을 찾아주는 영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부산 글·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삼성전자 ‘이재용표 세대교체’ 이달 말 윤곽

    삼성전자 ‘이재용표 세대교체’ 이달 말 윤곽

    경영부문 전반 논의 진행될 듯새달 적체 해소 조기 인사 관측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사실상 ‘총수 대행’을 해온 권오현(65)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및 디스플레이)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의사 표명으로 삼성의 리더십 공백에 따른 혼란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는 31일 권 부회장이 주재하는 이사회를 기점으로 새 경영 체제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0월 31일 오전 10시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을 진행한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이사회를 개최하는 날에 실적 콘퍼런스 콜을 열어온 관례에 따라, 이날 권 부회장 사퇴 표명 이후 첫 이사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권 부회장은 DS 부문장 직위와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직은 바로 내려놓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내년 3월까지 유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번 이사회를 직접 주재한다. 이사회에서는 인사 폭을 정하고 일부 임원진을 선임하거나 주주환원계획을 정하는 등 경영 전반의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미 내부에서는 3~4년간의 인사적체를 해소할 정도의 인사태풍이 다음달에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록 옥중에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색채가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은 화학·방산 분야의 구조조정과 바이오사업 육성을 지휘하며 사업구조개편을 진행했지만, 이 같은 의중을 반영한 대규모 인사는 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권 부회장의 퇴진으로 직급상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 이어 유일한 부회장이 됐다. 권 부회장도 “급격하게 변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을 할 때”라고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2분기와 3분기 최대 실적을 냈지만, 과거 투자에 따른 것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고 새 성장 동력을 찾을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총수대행 역할은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이 맡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삼성전자 대표 3명 중 권 부회장 다음으로 연장자다. 신종균 인터넷모바일(IM) 부문장(사장)은 지금처럼 스마트폰, 통신사업 분야에서 역할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대외업무를 담당해온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사장)의 위상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 인물이 부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 이익의 7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을 이끌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배경에서다. 반도체 총괄인 김기남 사장, 의료기기사업부장인 전동수 사장,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장인 진교영 부사장 등 사내 반도체 전문가들이 거론된다. 반면 권 부회장에 이어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마저 물러난다면 인사, 계열사 간 업무조정, 미래 사업전략 수립,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미래전략실의 순기능을 맡을 대체 시스템이 절실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전실 없이 진행하는 올해 인사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미전실 대체 시스템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었지만 지난 4월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 방안을 폐기했다. 대신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3개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자, 금융, 제조 부문 계열사들을 재편하는 소그룹 체제가 거론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사 요인이 많긴 하지만 지금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삼성, 슈퍼 호황에도 “상황 엄중”… 세대교체 수준 인사태풍 예고

    삼성, 슈퍼 호황에도 “상황 엄중”… 세대교체 수준 인사태풍 예고

    권 부회장 “후배 경영진이 나서야” 그룹 내부 ‘리더십 위기’ 우려 커져 지난 8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지고 3일 후 사내 전산망에 ‘직원들께 드리는 글’이 올라왔다. “사상 초유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한마음으로 힘과 지혜를 모으자”며 임직원을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이 글을 올린 사람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부문장을 맡고 있는 권오현(65) 대표이사 부회장이었다.이 부회장의 구속수감 이후 사실상의 ‘총수대행’을 맡아온 권 부회장이 13일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반응이 나온다. 동시에 권 부회장,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의 ‘삼두경영’으로 대표되는 현 경영체제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런 가운데 ‘세대교체 수준의 인사태풍’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권 부회장은 이날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을 할 때”라고 밝혔다. 권 부회장이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나아가서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리더십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데 이어 이 부회장이 올 초 구속수감되고, 미래전략실 실장과 차장을 지낸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까지 물러난 상황에서 권 부회장마저 갑작스럽게 퇴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이 내년 3월까지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겠다며 유예기간을 뒀으나 사실상 회장과 부회장이 모두 없어진 결과가 됐다. 당장 급한 자리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을 총괄하는 DS 부문장이다. 현재로서는 반도체 총괄인 김기남 사장, 의료기기사업부장인 전동수 사장과 함께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장인 진교영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반도체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DS 사업부문에서 발생한 인사 요인이 회사 전체의 대규모 경영진 물갈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권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 자리도 채워야 한다. 권 부회장의 뒤를 이을 후임 이사회 의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이 부분은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선고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두체제를 함께 구축해 온 윤 사장과 신 사장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에서는 2014년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 4년 가까이 최고경영진에 대한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누적된 인사요인이 많다는 점을 들어 이번 권 부회장의 사의를 대규모 세대교체의 서막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간 이 부회장은 화학·방산 분야 구조조정과 바이오 사업 등을 지휘하며 ‘뉴 삼성’을 이끌었지만, 자신의 의중을 반영한 대규모 인사는 하지 않았다. 권 부회장의 사퇴에는 당장의 기록적인 실적에 마냥 웃고만 있을 수 없는 회사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부터 매출,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3분기 영업이익 14조 5000억원 중 10조원가량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왔다. 반도체의 호황이 끝나기 전에 다른 성장동력을 시급히 육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해피투게더’ 김생민, 유재석 영수증 검사 “피부과는 수작 스튜핏!”

    ‘해피투게더’ 김생민, 유재석 영수증 검사 “피부과는 수작 스튜핏!”

    방송인 김생민이 ‘해피투게더3’의 MC 유재석의 영수증을 검사했다. 12일 오후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는 ‘이 우정 그레잇’ 특집으로 김생민, 정상훈, 이태임, 이석훈, JR, 백호 등이 출연했다. 이날 김생민은 “유재석 선배가 여러 후배들이 많지만 가장 아끼는 후배가 저라고 자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 이유로 과거 힘들었을 당시 유재석에게 전화했던 일화를 전했다. 그는 “끈적거리는 후배가 되기 싫었는데 정말 힘들었던 일이 있어서 한 번 연락드린 적이 있다. 그때 형이 ‘너 지금 몇 살이냐. 그 정도 나이면 하고 싶은 말하고 살아도 된다’라고 조언해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재석은 “일 때문에 힘들어했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라고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생민은 ‘해피투게더3’ 멤버들의 영수증을 살펴보며 웃음을 안겼다. 김생민은 유재석의 영수증을 보며 피부과를 간 것을 보고 “피부과에 가는 건 혼자 어려 보이겠다는, 박명수만 늙어 보이게 만드는 수작 스튜핏”이라고 지적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아내 나경은과 조조영화를 관람한 것에 ‘부부사랑 그레잇’을 줬다. 특히 두 사람이 1만2천원에 영화를 봤다는 것에도 그레잇을 날렸다. 팝콘을 한 개만 구입한 내역서를 본 김생민은 “팝콘을 하나만 샀고 먹으면서 아내와 손이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스킨십도 할 수 있다. 일석이조기 때문에 그레잇이다”라고 칭찬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영국 정부 ‘화이트 위도’ 드론 사망 밝히길 꺼리는 건 아들 때문?

    영국 정부 ‘화이트 위도’ 드론 사망 밝히길 꺼리는 건 아들 때문?

    2013년 이슬람 국가(IS)에 자원한 뒤 서구 소녀들을 이른바 ‘IS 신부’로 모집하는 데 앞장섰던 영국 여성 샐리-앤 존스(48)는 ‘화이트 위도(백인 과부)’, 또는 ‘화이트 존스’란 별명으로 불렸다. 런던 그리니치에서 태어나 켄트주 체이텀에 거주하던 존스는 펑크 밴드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2013년 아들 조조를 데리고 시리아에 여행갔다가 함께 IS에 합류한 뒤 지하디스트 컴퓨터 해커였던 주나이드 후사인과 결혼했다.2015년 남편이 드론 공격으로 사망하자 존스는 영국의 외로운 늑대들에게 테러 공격을 하라고 부추겼고 수제 폭탄을 어떻게 조립하는지를 알려줬다. 또 무기를 든 채 포즈를 취한 자신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시리아까지 여행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국의 기독교도에 대한 위협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런 존스가 지난 6월 시리아 락까 근처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에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현지 일간 ‘더 선’이 맨먼저 그녀의 사망 사실을 보도했다. BBC는 그녀의 죽음이 간단치 않은 의미를 지니는데도 총리실 관리들이 이 건에 대해 언급하길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하게도 관리들은 그녀가 죽었다는 얘기를 극구 부인하지도 않았다.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국가 안보를 고려해 이 문제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더 선은 이제 열두 살이 된 아들 조조가 그녀와 함께 숨졌기 때문에 정부가 그녀의 사망 소식을 공표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존스는 남편 후사인이 생전에 꾸민 “서구를 겨냥한 야만적인 공격” 게획에 대해 잘 알고 있고 IS 조직원 모집책으로도 활약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영국 정부가 최우선 제거해야 할 타깃이었다. 후사인의 처형 계획에는 영국 여왕과 필립공도 포함돼 있었다. 일간 ‘더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 타임스’는 영국 정보기관들이 자국 국적으로 IS에 가담한 200명의 살생부를 만들어 이들이 영국으로 돌아와 테러 행위를 벌이기 전에 제거하는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최우선 타깃이지만 어린 아들의 목숨까지 덩달아 빼앗았다는 인도적 차원의 문제가 제기될까봐 그녀의 사망을 공표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영국 국방부의 대테러 작전 책임자인 칩 채프먼 중장은 아들이 함께 숨졌다는 보도가 맞는지를 묻자 “UN 헌장에 규정된 대로면 전사로 분류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답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조홍은 얼간이” 놀린 마초 부하들… 모욕죄일까 명예훼손일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조홍은 얼간이” 놀린 마초 부하들… 모욕죄일까 명예훼손일까

    조조는 손권과 손잡은 유비가 두렵다. 먼저 손권을 치기 위해 남벌을 감행한다. 손권은 유비와의 공조를 통해 조조에게 대항한다. 유비는 조조를 직접 상대하는 대신 서량의 마초에게 사람을 보내 조조의 뒤를 치게 한다. 마초는 조조에게 살해당한 아버지 마등의 원수를 갚기 위해 20만 대군을 이끌고 장안을 함락시킨다. 이어 동관까지 공략한다. 조조는 조홍과 서황을 동관으로 보내며 성 밖으로 나가지 말고 열흘만 버티라고 한다. 조홍은 조조의 명에 따라 동관을 지키지만 끝내 성 밖으로 나갔다가 마초의 계략에 걸려 동관을 내주고 만다. ※ 원저: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참고: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마초는 조홍이 혈기가 가득한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이를 이용한다. 형인 조인조차 동생의 성격을 염려해 조조에게 다른 인물을 보내라고 할 정도다. 조홍은 처음에는 조조의 명에 따라 동관을 지키는 데 치중한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결국 혈기를 참지 못하고 성 밖으로 나갔다가 매복에 걸려 동관을 내주고 만다. 조홍은 왜 조조의 명을 어기고 성 밖으로 출전했을까. 바로 마초의 계략 때문이다. 마초는 부하들에게 일부러 조홍을 무시하고 조롱하게 한다. 조홍이 망루에서 지켜보고 있는데도 ‘망루의 까마귀’, ‘얼간이’, ‘얼빠진 까마귀’라고 놀려댄다. 결국 참다 못한 조홍이 혈기를 누르지 못하고 성 밖으로 나간 것이다. 이렇게 조홍을 앞에 두고 놀려대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만일 조홍이 없는 자리라면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주제도 다양하다. 남자들 사이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는 군대와 축구 같은 것들이다. 남자들 대화의 절정은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는 우스갯소리마저 있을 정도. 그런데 남자건 여자건 대화의 소재로 빼놓을 수 없는 건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 바로 ‘뒷담화’다. 심지어 인류가 다른 사람에 대한 뒷담화를 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뒷담화는 대화의 대상이 된 사람으로서는 매우 기분 나쁘게 느껴질 가능성이 많다. 때로는 대화의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경우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특히 그 내용이 진실이 아닐 경우에는 더 그렇다. 당사자로서는 반론이나 해명을 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인격적, 가정적 혹은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례·불친절·단순 농담은 처벌 안 돼 형법에서는 이처럼 개인 사이의 대화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말을 한 경우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바로 그것이다. 조홍이 화가 난 이유는 뭘까. 바로 자신을 ‘까마귀’, ‘얼간이’라고 놀렸기 때문이다. 장수라면 마땅히 적장과 1대1로 실력을 겨뤄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실력이 달리다 보니 성 안에서 농성만 하고 있다. 조조도 그렇게 명을 내린 터다. 그렇지 않아도 자존심이 상해 있던 차에 자신을 조롱하는 말까지 들었으니 참지 못했다. 조롱을 한 것은 우는 아이에게 뺨을 때려 준 격이다. ‘까마귀’, ‘얼간이’라는 말은 조홍이 약간 모자라 보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멸적인 느낌을 담은 추상적 판단인 것이다. 형법은 이런 경우를 모욕죄(제311조)로 처벌한다. 하지만 단순한 농담이나 불친절, 무례까지 처벌되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무례나 불친절로 인해 기분이 나빴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아 외적인 명예를 훼손할 정도가 아니라면 처벌할 수 없다. 모욕죄가 되려면 ‘공연성’(公然性)이 있어야 한다. 특정되지 않은 사람이나 다수의 사람이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조홍으로서는 다른 사람에게 체면이 깎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홍과 1대1로 회담하던 마초가 갑자기 화를 내며 ‘얼간이’라고 했다고 하자. 이것은 모욕죄가 될까. 조홍이 기분 나쁠 수는 있지만 둘 이외에 어느 누구도 듣지 못했으므로 다른 사람에 의해 체면 깎일 일은 없다. 모욕죄가 되지 않는다. 만약 회담 장소에 증인 자격으로 장안성의 백성 한 명이 참석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모욕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조홍 이외에 단 한 명뿐이므로 다수에 해당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백성이 회담 결과를 다른 백성들에게 알려줄 가능성이 있다. “회담이 잘 진행이 안 되니까 마초가 점점 흥분하더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조홍을 얼간이라고 놀려대던데”라고 하면서. 이처럼 비록 단 한 명이 들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마초의 군사들이 조홍이 없는 자리에서 조홍을 조롱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른바 ‘뒷담화’의 경우다. 조롱의 대상이 된 당사자가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는 모욕죄가 성립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심지어는 당사자가 몰라도 모욕죄는 성립한다. 다만, 모욕죄는 친고죄(親告罪)라 사실상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 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욕을 하고 다닌다고 치자. 그런데 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상황만 보면 모욕죄는 성립하지만, 당사자인 자신이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고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결국 처벌이 되지 않는 것이다. ●재미로 한 뒷담화, 당사자엔 인격 살인 복양에서 조조에게 패한 여포가 갈 곳이 없어 원소에게 구원의 편지를 보냈을 때의 일이다. 신하들 사이에서 여포를 받아들일지를 놓고 격론이 일었다. 그런데 신하 한 명이 “여포는 이리 같은 사나이다. 양아버지도 죽이고 동태사도 죽였으니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리 같은 사나이’라는 말은 여포에 대한 추상적 평가다. 반면 ‘양아버지도 죽이고 동태사도 죽였다’는 말은 여포가 저지른 행위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법적으로 평가하면 앞은 모욕, 뒤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즉 모욕과 명예훼손은 구체적인 사실을 이야기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명예훼손에 해당하면 처벌할 수 있는 형이 더 높아진다. 여기에 허위의 사실을 덧댔다면 형은 더더욱 무거워진다. 얼마 전 하버드대 합격생들의 입학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페이스북 단체 채팅방에서 인종차별적이거나 음란한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명예훼손을 ‘사이버 명예훼손’이라고 해 별도로 처벌한다. 법률에 규정된 형벌도 현실 속의 명예훼손보다 훨씬 높다. SNS라는 특성상 전파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모욕이나 명예훼손은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그런 재미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로써 심장을 찔린 인격 살인과도 같다. 조홍이 분을 참지 못하고 성 밖으로 뛰쳐나간 것도 어쩌면 이해가 될 만한 것이다.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용어 클릭] ■친고죄(親告罪) : 피해자 등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범죄.
  • 英 출신 IS ‘화이트 위도우’, 美 드론 공격으로 사망

    英 출신 IS ‘화이트 위도우’, 美 드론 공격으로 사망

    영국 출신의 여성 테러범 샐리 존스(50)가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현지언론은 존스가 지난 6월 이슬람국가(IS)의 수도 락카를 탈출하다 미군의 드론 폭격으로 12세 아들과 함께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일명 '화이트 위도우'(White Widow·백인 과부)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존스는 원래 영국 켄트 주에서 두 아이를 홀로 키우던 평범한 싱글맘이었다. 과거 락 싱어로 활동하기도 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그녀는 2013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IS 대원인 주나이드 후세인과 결혼하기 위해 둘째 아들만 데리고 시리아로 떠났다. 이후 존스는 뛰어난 해커였던 남편 후세인을 도와 SNS로 서구 소녀들을 시리아로 회유하는 일을 담당해왔다. 2015년 후세인이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이후, 존스는 영국 등에 테러 공격을 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등 '화이트 위도우'로 악명을 떨쳐왔다. 이 때문에 존스는 미 정부의 ‘특별 지정 국제 테러범’ 리스트에 올라 미국과 영국 뿐만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다른 국가의 표적이 되어왔다. 존스의 사망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폭격으로 인해 그녀의 죽음을 실제로 확인하기 힘든 점과 아들 조조 딕슨(12)의 생사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의 추적을 받아오던 존스는 락카를 벗어나 인근 도시로 피신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아들 딕슨이 현장에 함께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IA 측도 "폭격 현장에서 그녀의 DNA 채취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100% 존스의 죽음을 확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언론은 존스가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으며, 어린 아들도 함께 죽은 점에 대한 비난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이 사실을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케이뱅크 인허가 절차 문제 있었다”

    금융위 인가 기준 재정비 권고 ‘특혜 의혹’ 국정감사 핫이슈로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인허가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금융업권별 인가 기준을 일관성 있게 재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케이뱅크 인허가에 특혜가 없었다”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가 국정감사 등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은 11일 금융위원회에서 “금융당국이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인가를) 허용하는 쪽으로 유권 해석한 것은 산업 정책적 고려가 감독 목적상 고려보다 우선으로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이 인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옳다고 본다”면서도 “정책적 판단 과정에서 위법이라고 할 만한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금융위원장은 금융업권 인가 기준을 일관성 있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법과 은행업 감독규정 등에 따르면 신설될 은행 주식의 4%를 초과해 보유한 최대주주는 최근 분기 말 기준 위험자산대비 자기자본(BIS) 비율 8% 이상을 충족하고, 해당 업종의 재무건전성 기준의 평균치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2015년 11월 케이뱅크 예비인가 심사 당시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14.0%로 국내 은행 평균인 14.08%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금융위에 재무건전성 기준의 적용 기간을 ‘최근 분기 말’이 아닌 ‘최근 3년간’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고, 금융위는 이를 수용해 국내 은행의 3년 평균치(14.13%) 이상을 충족해 우리은행(14.98%)이 재무건전성을 확보했다고 유권해석 했다. 혁신위 발표에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금융위가 케이뱅크 인허가 과정 전반에 대해 공개해 관련 의혹을 해소하고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재무건전성 확충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이 밖에 조선업·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 개입 원칙을 명확히 정립하고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등의 모범 규준을 제시하는 등 투명성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 혁신위 최종권고안은 12월에 나온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국가배상금 ‘쥐꼬리’ 예산… 지연 이자만 年 400억원

    국가배상금 ‘쥐꼬리’ 예산… 지연 이자만 年 400억원

    정부 잘못으로 피해를 본 국민에게 지급하는 국가배상금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관련 예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배상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정부는 해마다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 수백억원을 추가 부담하는 실정이다.9일 서울신문이 내년도 예산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는 국가배상금 지급사업에 1000억원을 편성했다. 당초 법무부는 1100억원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올해 수준으로 동결했다. 국가배상금은 법원 판결에 따라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돈이다. 국가배상금 지급액은 2012년 1340억원, 2014년 2050억원, 2016년 2366억원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지급액에 비해 정부가 예산을 턱없이 적게 편성하다 보니 해마다 막대한 예비비를 끌어와 배상금을 주는 ‘돌려막기’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당초 예산(550억원)의 3배에 해당하는 1580억원을 예비비로 충당해야 했다. 여기에 굳이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지연이자(연 15%)까지 물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국가배상금 집행액 2366억원 중 국가배상금 원금은 1802억원, 지연이자는 484억원이었다. 지연이자가 원금의 26.8%를 차지하는 셈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4~2016년 3년 동안 정부가 지급한 지연이자만 1324억원에 이른다. 국회와 감사원에서는 지연이자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실제 올해 예산은 1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실제 지급해야 하는 국가배상금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법무부가 기재부에 제출한 예산요구안 자료를 보면 지난 1~4월 국가배상금 지급액은 이미 337억원에 달했다. 국가배상금이 느는 것은 인권 강화 등으로 사건 자체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2007년만 해도 국가배상 건수는 914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0년 1590건, 2012년 3011건, 2014년 3976건, 2016년 4738건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법원에서 피해자의 손을 들어 주는 인용 건수도 지난해 기준 1154건으로 전체의 32.1%를 기록했다. 구조적으로 국가배상금 지급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법무부 역시 ‘2017~2021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내년도 국가배상금 관련 예산을 1500억원으로 기재부에 제시하기도 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국가배상금을 과소 편성하면 결과적으로 예비비를 끌어 써야 하기 때문에 국가 재정의 효율적 운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소송 당사자인 국민의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정량적인 ‘지출 구조조정’에만 집착해 꼭 필요한 예산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면 결과적으로 더 큰 예산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나홀로’ 영세업자 증가세…2년여만에 최대

    ‘나홀로’ 영세업자 증가세…2년여만에 최대

    고용없는 이른바 ‘나홀로’ 자영업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에 비해 실업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인한 생계형 창업자가 여전히 많다는 것으로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1년간 계속된 자영업자 증가세는 멈췄지만 ‘나홀로’ 일하는 영세 자영업자는 여전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3만 2000명(0.8%) 늘어난 413만 7000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10월 414만 7000명을 기록한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고용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에 비해 실업 등 비자발적인 사유에 따른 생계 목적 창업이 많은 편이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몰리는 식당 창업 등이 대표적인 영세 자영업 중 하나다. 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연속 늘어나다가 지난 6월부터 줄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1년 전보다 3만 5000명이 줄면서 전체 자영업자 수도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6월 제조업 취업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일부 고용지표가 호전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상용직 취업자 수 증가 폭은 6월 31만 6000명, 7월 38만 8000명, 8월 46만명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 일부 자영업자들이 안정적인 상용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와 달리 영세 자영업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은 저소득층 위주로 고용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영업자가 줄어든 반면 상용직은 늘고 있어 전반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아졌다”면서도 “자영업자 중에서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만 늘어나는 등 오히려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소비·투자·건설 모두 ‘마이너스’… 올 3% 성장 물 건너 가나

    소비·투자·건설 모두 ‘마이너스’… 올 3% 성장 물 건너 가나

    경기지표가 심상치 않다. 소비와 투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생산지표는 다소 나아졌지만 ‘슈퍼 사이클’ 호황기를 맞은 반도체를 빼면 대표 수출효자 품목인 선박, 자동차 등은 맥을 못 췄다. 정부는 올해 3% 성장에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지만 경기 회복 불씨를 되살리는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통계청이 29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 활성화 정도를 보여 주는 소매 판매가 전달보다 1.0% 줄었다. 지난 5월 이후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전제품과 통신기기 등 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각각 2.7%와 0.5%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0.3% 줄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폭염으로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많이 팔린 기저효과와 휴대전화 신제품을 사려고 구매를 미루는 경향이 겹치면서 소비가 감소세로 전환됐다”면서 “설비투자는 지난 6월 반도체 제조장비가 대규모로 도입된 이후 주춤하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라고 분석했다. 생산 분야의 반도체 쏠림현상은 계속됐다. 광공업과 서비스업이 각각 0.4%와 0.1% 증가했지만 건설업(-2.0%)과 공공행정(-0.5%)이 감소해 전체 산업생산은 결과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제조업 가운데 반도체와 전자부품 생산은 전달보다 각각 12.4%와 5.5% 늘었다. 통계청은 “세계경제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와 ‘갤럭시 노트8’ 등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 생산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선박·보트 등 기타운송장비 생산은 전달보다 18.5% 감소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생산도 4.0% 감소했다.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제외한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1.4% 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0%로 전달보다 1.1% 포인트 하락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건설업도 가라앉은 모양새다. 이미 진행 중인 공사실적(건설기성)은 1년 전보다 8.1% 증가했지만, 앞으로 이뤄질 공사계약액을 뜻하는 건설수주는 같은 기간 3.4% 감소했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북한 이슈, 통상 현안 등 대내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했던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새 정부 경제정책과 추가경정예산의 신속한 집행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민생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유비 암살 노린 손권의 혼인 제안… 부부관계 성립될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유비 암살 노린 손권의 혼인 제안… 부부관계 성립될까

    유기가 세상을 떠난 후 형주는 유비의 것이 된다. 손권은 이 틈을 타 노숙을 유비에게 보내 형주의 반환을 요구한다. 하지만 공명은 촉을 점령할 때까지 형주를 잠시 맡겨 둔다는 증서를 써 주는 것으로 노숙을 달래어 보낸다. 노숙은 귀환길에 주유의 설명을 듣고서야 비로소 모든 것이 공명의 계책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곤 유비를 제거할 방법을 짜낸다.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바로 미인계. 유비를 손권의 여동생과 결혼시켜 주겠다고 초청해 죽이려는 것이다. 유비는 자신을 제거하려는 계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안을 받아들여 오나라로 향한다.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손권의 여동생은 17세에 불과하다. 무예를 좋아해 허리에 늘 작은 활을 차고 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궁요(弓腰) 아가씨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주유는 궁요와의 결혼을 핑계로 유비를 오나라로 불러들여 식이 끝나는 즉시 죽이자고 손권에게 제안한다. 손권도 중신들과 상의한 끝에 주유의 계책을 받아들인다. 노숙은 즉시 유비를 찾아가 두 나라의 평화를 위한 정략결혼(政略結婚)이라고 설득한다. 공명도 대길(大吉)할 혼례라며 유비에게 궁요와 혼인할 것을 권유한다. 그런데 주유가 설계한 정략결혼은 뭔가 구린 냄새가 난다. 신성한 혼인에 정략이라니! 이런 것도 혼인으로서 성립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을까. 나아가 정략결혼과 정반대의 경우인 정략이혼도 할 수 있을까. ●정략결혼은 유효, 가장혼인은 무효 정략결혼은 사전적으로는 ‘가장이나 친권자가 자신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당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키는 결혼’을 의미한다. 일정한 목적을 위해 하는 결혼이라는 의미다. 노숙도 유비에게 두 나라의 평화를 위한 정략결혼이라면서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오나라 백성들도 두 나라가 힘을 합치면 위나라도 두렵지 않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주유의 계책이 의미하는 것이 과연 정략결혼일까. 정략결혼은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혼인을 ‘실제로’ 성립시키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사랑으로 만나진 않았지만 어쨌든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는 생각은 있다. 그런데 이는 주유와 손권이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결혼식을 핑계로 유비를 제거하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유지시키려는 생각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다. 반드시 유비의 목숨을 빼앗지 않더라도 두 나라가 합의해 결혼식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조에게 유비와 손권이 연합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방책으로 혼인의 형식만 갖추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조가 섣불리 유비와 손권을 넘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형식의 혼인은 오늘날에도 제법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결혼을 통해 국적을 얻으려는 경우다. 촉나라 사람인 장비가 아내와 아이를 포함해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경제적인 사정이 좋은 오나라에 돈을 벌러 왔다고 치자. 그런데 오나라에서는 자국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만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다면, 장비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장비 입장에서는 오나라 여자와 짜고 혼인신고를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국 국적자와 결혼하면 영주권이나 국적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즉 실제로는 혼인생활을 유지할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혼인신고만 해 놓는 것, 이런 경우를 가장혼인(假裝婚姻)이라고 한다. 가장혼인은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결혼은 혼인신고만으로 유효하지 않다. 실제로 혼인 생활을 할 의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가장혼인은 이런 의사가 없다. 혼인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만 노린 것이다. 우리 법원도 실제로는 혼인할 의사가 없는 가장혼인은 무효라고 보고 있다. ●혼인과 이혼의 의사, 형사문제도 영향 반대의 경우, 이혼에 대해서는 어떨까. 부부는 협의에 의해 이혼할 수 있다(민법 제834조). 부부 사이에 이혼을 하겠다는 의사가 일치하고 이혼신고를 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물론 협의이혼 의사는 가정법원으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한다. 전에는 협의이혼 의사 확인을 신청하면 바로 확인을 해 주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일정 기간 좀더 생각해 보도록 시간을 주게 되었다. 양육할 자녀가 있는 경우는 3개월, 그렇지 않으면 1개월(민법 제836조의2 제2항)이다. 이혼이 가져올 정신적·물질적 충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취지다. 문제는 실제로 이혼할 의사는 없는데 이혼신고만 한 경우다. 손권과 유비, 궁요의 상황을 가정해 예를 들어 보자. 손권은 유비를 놓치고 동생까지 주게 된 상황에 놓였다. 그는 궁요에게 편지를 썼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어머니는 너와 유비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으신다. 빨리 이혼을 하고 돌아오라.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가 돌아가실 것 같다.’ 효성이 지극한 궁요가 고민 끝에 유비와 상의해 가장이혼을 하기로 했다. 형식적으로 이혼신고만 해 놓고 어머니가 나으시면 설득해 다시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가장이혼은 가장혼인과 반대로 유효하다. 유비와 궁요 사이에 일시적이나마 법적 보호를 받지 않는 이혼을 할 의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혼인생활을 할 의사나 이혼할 의사가 필요한지 여부는 혼인이나 이혼의 성립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다. 형사적인 문제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혼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것만으로 성립한다. 따라서 기재가 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하고, 그 밖에 다른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문제는 혼인의 경우다. 가장혼인의 경우에는 실제로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한 것으로 기록이 되더라도 효력이 없다. 실제와 형식이 일치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가족관계등록부는 국가에서 국민의 현황을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서류다. 그래서 형법은 이런 중요한 문서가 잘못 기재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바로 형법 제228조에서 정하고 있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다. 공무원에 대해 허위신고를 해 면허증, 허가증, 등록증, 여권, 가족관계등록부 등에 잘못된 사실이 기재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유비는 주유의 계책임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오나라에 갔다. 그 결과 궁요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뿐 아니다. 궁요의 기지로 무사히 형주로 되돌아오기까지 했다. 이후 오나라는 형주를 무력으로 빼앗는 일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손권은 유비가 촉으로 들어갔을 때 형주를 치려고 했다. 하지만 딸의 안전을 바란 어머니의 반대로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 결과 유비는 형주의 안정을 바탕으로 촉을 얻었다. 결국 유비의 목숨을 건 용기가 촉나라를 세운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금호타이어 채권단 오늘 ‘자율협약’ 체결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29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채권 만기를 연말로 연장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금호타이어의 차입금은 1조 9500억원이다. 또 28일 사퇴를 표명한 박삼구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회장의 후임 인선 작업도 진행한다. 이날 산업은행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29일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자율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협의회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율협약에 대해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공동으로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기업구조촉진법에 따른 워크아웃과 유사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느슨한 워크아웃으로 불린다. 현재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 소속 채권기관은 우리·산업·KB국민·수출입은행 등 8개사다. 채권단은 이번 말 만기가 도래하는 1조 3000억원어치의 채권을 연말까지로 상환 유예하는 안도 결정한다. 자율협약에 들어가기로 하면 채권 만기 연장도 자연스럽게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기가 연장되면 올해 말까지 상환해야 할 금호타이어의 차입금은 1조 9500억원이 된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재무·경영 현황을 따져 보는 실사도 진행한다. 2~3개월 후 나오는 실사 결과에 따라 중국 공장 매각, 신규 유동성 지원, 인원 감축 등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은 현 경영진이 용퇴함에 따라 후임자 인선 작업도 벌인다. 교체 대상은 박 회장과 이한섭 대표이사 사장이다. 박 회장은 이날 “금호타이어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금호타이어 경영에서 사퇴함과 동시에 우선매수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박삼구·이한섭 대표이사가 사임함에 따라 대표이사가 손봉영씨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 경영진을 최대한 빨리 선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기본급 1% 상생기금 만든 SK처럼… 이젠 노동자도 역할해야”

    “기본급 1% 상생기금 만든 SK처럼… 이젠 노동자도 역할해야”

    “이젠 노동자가 역할을 할 때다. 대기업 노조가 양보가 아닌 역할을 해야 한다. 노사정이 3분의1씩 사회적 비용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문성현(65)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신문 주최로 열린 광화문라운지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싸움으로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최저임금 1만원부터 노사정이 역할을 해 앞으로 다가올 구조조정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우리 청년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시급 만원 정도를 받으면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소망”이라며 “어떻게 하면 시급 만원을 줄 수 있는 경제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은 노동이 아닌 경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재정, 공정거래, 근로소득세액공제(EITC) 등 사회적 안전망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노사도 각각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과연 노조가 3분의1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모범적 사례로 SK이노베이션의 임단협 사례를 들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11일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하기로 결정했다. 또 직원들이 기본급의 1%를 내고 회사도 같은 금액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금을 만들어 원·하청 상생과 그룹 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에 쓰기로 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임금 인상분의 상당 부분을, 공공기관 노조가 성과상여금 폐지로 인해 돌려받게 될 금액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쓰기로 했다고 문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최저임금부터 정부가 마중물을 하고 노사가 되는 방향으로 하면 (최저임금 만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최저임금에서 시작해서 경제가 어려울 때 노사가 이를 인정하고 각자가 역할을 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노사 양쪽이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외환위기 당시 정리해고법 도입 등 사회적 대타협 이후 노동자 측에서는 사용자 측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느낀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근로기준법 개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기아차 상여금의 통상임금 판정 등 입법·사법·행정이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여건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위원장은 “1997년 사회적 대타협 이후 나타난 시행착오를 종합해서 4.0시대(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새로운 협약이 나와야 한다”며 “이번에는 정부 주도가 아닌 노사가 주체가 돼 풀고 안 되는 걸 정부에 심부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오랜 노동운동 기간 동안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실제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고 노동계 주류도 안 싸우고 풀어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며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대 상대 출신인 문 위원장은 1980년 방위사업체인 동양기계(현 S&T중공업)에 들어가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자동차와 조선업 분야에서 거대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데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노사가 인정해 일부 노동자가 싸우지 않고도 회사를 나갈 수 있어야 하고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구조가 갖춰져야 한다”며 “여기까지 10년 걸릴지, 50년 걸릴지 모르지만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 47주기다. 문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 주도로 열릴 추도식에 갈 예정이다. 가서 “오늘날 이 시대의 전태일은 누구냐”고 물어볼 생각이다. 문 위원장은 “대기업에 정규직이고 노조가 있으면 ‘신의 직장’”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이 100대60,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이 100대50인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어떻게 만원을 할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데서부터 노동자의 사회적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금호타이어 결국 구조조정… 박삼구, 경영 손 뗀다

    금호타이어 결국 구조조정… 박삼구, 경영 손 뗀다

    자율협약으로 경영 정상화 추진…워크아웃 7년 만에 또 구조조정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측의 자구안 수용을 거부했다. 금호타이어는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됐다. 2014년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 이후 3년여 만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기업구조조정 사례다. 박 회장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내려놓았다.26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날 오후 주주협의회를 열고 박 회장이 제출한 자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율협약에 의한 정상화 방안을 진행하기로 했다.앞서 산은은 “금호타이어가 제시한 자구계획은 당면한 경영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해 채권단 주도의 정상화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에 중국 공장 매각과 유상증자, 대우건설 지분 매각 등으로 63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안을 제출했다. 산은은 또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정상화 추진에 부담되지 않도록 현 경영진과 함께 경영에서 즉시 퇴진하는 한편 우선매수권과 상표권 등도 포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산은 등 채권단의 자구안 거부는 예견된 결론이었다. 산은 등은 박 회장 측이 자구안을 제출했을 때부터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았다. 유상증자 등은 기존에 거부됐던 대책을 반복한 수준”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산은 등에 따르면 이날 결정은 전날 오전 이동걸 산은 회장과 박 회장의 독대에서 결론이 났다. 이 회장은 “자구안은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회사를 위해 결단을 내려 달라”고 설득했고, 박 회장은 “자구안이 부결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 상표권 영구 사용 허용 등 회사 정상화를 전폭 지원하고, 광주 등 지역에도 협조를 구하겠다”고 답했다. 채권단은 이날 협의회에서 자율협약에 의한 정상화 추진 방안과 일정 등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12월 워크아웃 졸업 이후 다시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공동으로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업구조촉진법에 따른 워크아웃과 유사하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채권은행 여신 건전성 분류 기준이 덜 엄격해 ‘느슨한 워크아웃’이라 불린다. 채권단 부담이나 기업 신인도 타격도 적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원금과 이자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출자전환 등 채무 재조정 방안 등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후 실사 작업 등을 거쳐 다음달 구체적인 자율협약 내용이 나올 전망이다. 이 회장도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해당사자들, 즉 주주와 채권단, 근로자, 지역사회 등이 모두 협조해 고통을 분담한다면 충분히 회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금호타이어의 근본 문제는 경쟁사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데도 근로 조건은 양호한 반면 인적 인프라 확충 등 연구개발(R&D) 여건은 떨어진다는 점”이라면서 “채권단과 노조, 지역사회 등이 서로 양보해 단기간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금호타이어의 회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산은 “금호타이어, 채권단 주도 정상화 추진…박삼구 퇴진”

    산은 “금호타이어, 채권단 주도 정상화 추진…박삼구 퇴진”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가 제시한 자구계획은 당면한 경영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해 채권단 주도의 정상화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26일 밝혔다.박삼구 회장도 금호타이어 정상화 추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퇴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타이어의 현안을 논의한 결과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에 중국 공장 매각과 유상증자, 대우건설 지분 매각 등으로 630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계획 안을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또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정상화 추진에 어떠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현 경영진과 함께 경영에서 즉시 퇴진하는 한편 우선매수권도 포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의 정상화 추진과정에서 상표권 문제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영구사용권 허용 등의 방법을 통해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이른 시일 내에 채권단 협의회를 소집해 자율협약에 의한 정상화 추진방안과 일정 등에 대해 협의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하에 금호타이어가 조기에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산은이 이같이 결정하면서 이날 오후에 열릴 주주협의회에서는 향후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논의될 전망이다. 당초에는 금호타이어의 자구안을 수용할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의 의결권 32.2%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자구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자구안이 거절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일단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공동으로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는 점에서 기업구조촉진법에 따른 워크아웃과 유사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어 느슨한 워크아웃으로 불린다. 워크아웃과 비교하면 채권은행 여신 건전성 분류 기준이 느슨해 채권단 부담이나 기업 신인도의 타격도 적다.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채권단은 일단 원금과 이자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게 된다. 금호타이어는 이달 30일에 채권 1조 3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또 실사를 거쳐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 재조정 방안을 수립하고, 신규 자금을 투입 방안 등도 마련해야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20일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이해당사자들이 협조해 고통 분담하면 금호타이어가 충분히 회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자율협약 내용은 실사 작업 등을 거쳐 내달께 내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채권단의 75%가 합의하면 추진할 수 있는 워크아웃과 달리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100%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가 반대할 경우 구조조정 방식은 워크아웃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아직 조건을 제시받지 못했다”며 “자율협약의 내용에 따라서 동의 여부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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