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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업 애로 공감한 대통령, 일자리 화답한 재계

    문재인 대통령이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15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청와대에서 격식을 깬 ‘호프·칵테일 간담회’를 가졌다. 20~30명씩 앉아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는 기존의 간담회로는 실질적인 대화가 어렵다며 7~8명으로 쪼개 일자리 창출 방안부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피해 대책, 4차 산업혁명과 규제 완화, 평창동계올림픽, 북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직접 새 정부의 경제방향을 설명하며 기업들의 협조를 구했고, 애로 사항도 적극 경청했다. 이번 간담회는 경제성장의 주요 주체인 기업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첫발을 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물론 관건은 실천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사람과 일자리 중심으로의 경제성장 패러다임 전환이 전 세계적 추세라며 동반자로서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방점을 찍었고, 일자리와 상생협력, 공정경쟁을 당부했다. 기업인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일자리와 다양한 상생협력 방안 등으로 화답했다. 기업들은 대통령에게 애로 사항과 준비해 간 건의 사항들을 풀어놓았다. 현대중공업은 불황 여파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전했다. 두산은 원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타격을 토로했고,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CJ와 롯데, 신세계는 서비스산업의 육성을 강조했고, 삼성전자와 KT는 4차산업의 근간인 이공계 인력의 양성을 건의했다. 현대차도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 완화를 각각 건의했다. 문 대통령이 일부 건의 사항에 대해서는 즉석에서 검토를 지시하며 기업들의 건의에 열린 모습을 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규제 완화 건의에는 “꼭 필요한 규제도 잘 구분해서 해야 한다”며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향후 대책에 관심을 갖게 한다. 기업들에 민감한 법인세 인상이나 최저임금 문제 등은 거론되지 않아 첫 공식 대면에서 청와대나 재계 모두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는 발표 자료나 발표 순서도 정해지지 않은 파격적인 형식만큼 공존과 화합을 강조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격의 없이 진행됐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보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하다. 이틀간의 간담회를 통해 문 대통령도, 재계 총수들도 생각의 차이를 줄이고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찾았을 것이다.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검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대신 긴밀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바란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점이 있다면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공약(空約)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과 협력업체 지원 대책도 말이나 숫자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청와대나 재계나 서로 행동으로 답할 차례다.
  • [정치 뒷담화] 대통령도 휴가가 필요해

    [정치 뒷담화] 대통령도 휴가가 필요해

    해외 정상들 길게는 3주의 여유, 한국 대통령은 3~5일간 짧은 휴식적당한 휴식이 활력을 주고 다음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업무에 바쁜 대통령에게도 여름휴가는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은 휴가 때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도 정국 구상에 몰입하고 휴가를 끝낸 뒤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일도 많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남대 휴가 후 금융실명제 등의 주요 정책을 실행해 ‘청남대 구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또 대통령이 특정 지역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사실 자체가 지역 홍보가 되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울산을 방문했다. 단순히 쉬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휴가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해외 경호 어려워… 저도·청남대·군부대시설 인기 역대 한국 대통령은 휴가에 인색한 편이다. 해외 정상은 길게는 3주간 휴식을 취하지만 한국 대통령들은 대개 7월 말에서 8월 초쯤 3일에서 5일 정도 휴가를 보낸다. 또 종종 다른 나라로 휴가를 떠나는 해외 정상도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경호가 어렵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강원 고성군 화진포의 별장을 여름휴가 때 즐겨 찾았다. 화진포에는 북한 김일성 주석 별장, 이기붕 전 부통령의 별장도 있다. 1954년 지어진 화진포 별장은 1961년 철거됐다. 1999년 육군이 복원해 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랑했던 또 다른 휴가지는 경남 거제의 ‘저도’(猪島)다. 저도는 누워 있는 돼지를 닮았다 해 ‘저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1954년 이 전 대통령이 휴양지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저도 내 별장을 ‘바다의 청와대’란 의미로 ‘청해대’(靑海臺)로 공식 지정했다. 이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 섬 주변 해상 어로작업도 금지됐다. 저도의 행정구역은 거제시이지만 소유권은 국방부에 있다. 거제시 등은 그동안 저도의 관리권 이관을 요구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저도 반환을 약속한 만큼 조만간 저도가 민간인에게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충남 아산의 도고 온천도 즐겨 찾았다. 이 때문에 이곳에는 별장도 지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은 충북 청주의 ‘청남대’(靑南臺)를 즐겨 찾았다. 전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83년 만들어진 청남대는 ‘남쪽에 있는 청와대’란 의미로 대청호의 너른 풍경을 볼 수 있고 산책은 물론 축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즐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매년 이곳을 찾았다. 조깅이 취미였던 김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매일 2㎞가량 되는 조깅 코스를 달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 중 3차례나 이곳을 찾아 산책을 즐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는 이 별장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 드립니다. 사사로운 노무현을 버리기 위해서입니다”라며 2003년 충북도에 소유권을 넘겼다. 현재 청남대는 대통령 테마파크로 이용되고 있다.경호가 쉽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군부대시설은 대통령의 전통적인 휴가 장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8월 대전 유성의 계룡스파텔에서 첫 휴가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휴가 기간 대부분을 8·15 경축사 구상에 힘을 쏟았다. 경호실장과 두세 차례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7월 경남 진해의 해군 휴양소에서 첫 휴가를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6년 6월 서울시장 퇴임 후 한나라당 경선, 대선을 거쳐 3년 만의 첫 휴가를 보내게 됐다. 그러나 ‘얼리 버드’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일중독으로 유명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휴가지에서도 하루 두 차례씩 당시 정정길 비서실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관련 수석으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으며 현안을 직접 챙겼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보낸 추억의 장소인 저도를 첫 휴가지로 골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푸른색 블라우스에 긴 치마를 입고 저도 해변 백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쓰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 마지막 여름휴가를 보낸 곳은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이었다. ●정국구상 몰두… 바쁜 업무로 관저에서 머물기도 이처럼 역대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조용히 휴식을 취했지만 바쁜 업무로 휴가를 취소하고 나서 관저에 머무는 이른바 ‘방콕’으로 휴가를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8년 외환위기 사태를 수습하느라 여름휴가를 잡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대부분의 휴가를 보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수습으로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 2015년에는 메르스 여파로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文대통령, 연차 사용 독려… 첫 여름휴가 초미 관심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연차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했던 터라 첫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순방 기자단에게 “연가를 다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 휴식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1년에 21일의 연가를 쓸 수 있고 지난 5월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하루짜리 연가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에서 휴식을 취했다.●호화 골프 즐기는 美대통령,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국 대통령이 휴가에 소극적이라면 해외 정상은 휴가 사용에 적극적이다. 2주 이상의 휴가는 기본이며 자국 내 호화 리조트에서 머물며 골프 등의 고급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미국 대통령들은 대체로 장기간 휴가를 즐긴다. 그러나 너무 휴가만 챙긴 탓에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533일을 휴가로 썼다. 주로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한 달간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휴가를 지나치게 중요시한 나머지 휴가 기간 발생한 태풍 카트리나 피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역풍을 맞았다.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름에는 매사추세츠주의 마서즈비니어드섬에서 휴가를 즐겼다. 겨울에는 하와이의 호화 별장에서 보름 이상을 휴가로 보내곤 했다. 특히 골프광으로 유명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골프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오바마 전 대통령 못지않은 골프광이다. 휴가 때마다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2014년 8월 휴가 중에 히로시마 산사태로 9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골프를 쳐 비판을 받았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골프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골프장 19개를 운영하고 있고 틈만 나면 휴가를 가서 골프를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는 겨울에,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은 여름에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골프장으로 주말 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2월 취임한 뒤 본인 소유의 리조트와 골프장, 호텔에 간 날이 50여일이라고 보도했다. 이 중 골프장에만 간 날이 30여일로 알려져 비판받았다. ●유럽정상 해외로… 스위스서 스키 탄 메르켈 부상도 유럽의 정상은 해외를 즐겨 찾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알프스에서 주로 휴가를 보낸다. 2014년 1월에 스위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 넘어져 몇 주간 목발 신세를 졌다. 조기 총선 참패로 사퇴 압박을 받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4일부터 3주 동안 이탈리아와 스위스 알프스에서 휴가를 즐긴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재임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스페인 플라야 블랑카를 찾아 휴가를 보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상반기 전국 땅값 9년 만에 최고

    상반기 전국 땅값 9년 만에 최고

    울산·거제 구조조정 영향 하락…토지거래량도 11년 만에 최다올해 상반기 전국 땅값이 9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개발 호재가 많은 세종시와 부산, 제주 등지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거래량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울산과 경남 거제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땅값이 떨어졌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지가 변동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9% 포인트 높은 1.84%를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 물가변동률(1.41%)보다 높고, 상반기 기준으로 2008년(2.72%)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2008년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공사와 관련 있는 지역의 땅값이 들썩였다. 전국 땅값은 올해 6월까지 80개월 연속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땅값이 모두 오른 가운데 수도권(1.86%)의 상승률이 지방(1.82%)보다 약간 높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이 한창인 세종은 3.0%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보였고 부산(2.88%), 제주(2.65%), 대구(2.09%), 광주(2.08%), 강원(1.85%) 등지의 지가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시·군·구별로는 부산 해운대구가 4.39% 오르며 가장 강세를 보였다. 국토부는 센텀2지구 등 개발사업 호재와 주거 및 상업용지 투자수요로 땅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그다음은 고덕국제신도시 개발과 미군기지 이전 등의 호재가 있는 경기 평택(3.79%)이었다. 나머지 5등까지는 수영구(3.39%)와 남구(3.20%), 동래구(3.09%) 등 주택 재개발사업이 한창인 부산 지역이 휩쓸었다. 반면 전국 시·군·구 가운데 울산 동구(-1.00%)와 경남 거제(-0.17%) 딱 두 곳만 땅값이 떨어졌다. 조선업 침체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떠난 탓으로 풀이된다. 전국적으로 땅값이 오르면서 거래가 이뤄진 토지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4% 늘어난 155만 3739필지로 집계됐다. 거래된 토지의 면적은 서울의 1.8배에 달하는 1095.4㎢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6년 토지 거래량 집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올해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조조 추격 막았던 장비… 다리 함부로 가로막고 불태워도 될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조조 추격 막았던 장비… 다리 함부로 가로막고 불태워도 될까

    조조에게 습격당한 유비는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백성들뿐만 아니라 유비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다. 중과부적(衆寡不敵) 상태에서 장비는 장판교에 이르러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낸다. 군사들에게 숲에 숨어 일부러 초목을 흔들라고 한 것. 마치 많은 군사가 매복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고는 장팔사모를 들고 장판교에서 홀로 조조군과 대치한다. 장비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조조군은 겁을 먹고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조조도 ‘장비가 전쟁터에 나서면 그곳은 피바다가 된다’는 관우의 말을 떠올린다. 결국 조조는 복병을 의심해 더이상의 추격을 단념한 채 후퇴하고 만다. 조조가 물러나자 장비는 장판교를 불태운다.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장비의 순간적인 기지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강을 건너는 유일한 수단인 장판교를 가로막고 조조군이 지나가지 못하게 한 전략은 통로를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복병이 있는 것처럼 가장해 은근히 겁을 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장비의 기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다. 조조가 물러난 직후 장판교를 불태워 버린 것이다. 장비가 떠난 후 장판교가 불탄 것을 확인한 조조는 모든 게 장비의 계략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다시 유비를 추격한다. 장판교는 강을 건너려는 사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런 장판교를 장비가 가로막고 조조군의 통행을 막았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통로를 가로막고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태워 버려도 되는 것일까. ●교통은 사회 발전의 기본 장비의 행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장판교를 가로막고 사람이 지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둘째는 조조군이 물러난 뒤 장판교를 끊어 버린 것이다. 이 두 행위는 법률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두 행위는 이유도 같고 결과도 같다. 모두 조조군으로 하여금 장판교를 건너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일시적이나마 조조군의 통행도 막았다. 다만 전자는 폭력이나 매복을 가장한 위협이라는 수단을 썼고, 후자는 교량을 물리적으로 없애 버렸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로마군은 점령지와 로마를 잇는 도로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에서도 역대 황제들은 운하 건설을 통해 중앙집권체제를 정비하려고 노력했다. 교통(交通)은 사회를 유지·발전시키고, 경제와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 형법도 제15장에서 ‘교통방해의 죄’를 규정하고 있다. 기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운송수단을 직접 파괴해 교통을 방해하는 죄도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교통방해는 장비와 같은 경우다. 길을 이용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이다. 교통을 방해하는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형법 제18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반교통방해’다.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손괴’는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훼손하는 것을 말한다. 장비가 장판교를 불태운 것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불통’은 큰 바위덩이와 같은 장애물 등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장판교를 막아선 장비의 행위가 손괴나 불통에 해당하진 않는다. 이런 경우에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까? 장비가 장판교 가운데 사나운 개 두 마리를 묶어 놓았다고 치자. 일반인들이 장판교를 마음대로 건널 수 있을까. 아마도 장판교를 건널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아가 실제로는 개가 없는데도 ‘다리 반대쪽에 사나운 개 두 마리가 있다’는 표지판을 걸어 놓고 개 짖는 소리를 녹음해 틀어 놓았다면 어떨까. 역시 장판교를 건널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장비가 폭력으로 장판교를 막아선 행위나 매복을 가장해 건너지 못한 행위는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장비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보아 하나의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하지만, 가로막은 행위와 불태운 행위 하나만으로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 ●장비 소유의 길이라면… 전쟁에 지친 장비가 시골에 낙향해 농사를 짓기로 했다고 치자. 농사를 지으려고 밭을 샀는데, 밭 한가운데로 폭 2m가량의 길이 나 있었다. 정식 길도 아니고 그냥 마을 사람들이 자주 다니다 보니 경운기나 리어카를 겨우 끌고 다닐 정도의 너비였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은 장비의 밭을 빙 둘러서 한참을 돌아서 다녀야 하다 보니 관행적으로 난 길이었다. 장비는 농사를 짓지 못하는 그 길이 아까웠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에게 길을 사 가라고 제의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거절했다. 화가 난 장비는 ‘내 땅인데 내가 마음대로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으로 길을 파 엎고 배추를 심어 버렸다. 이 경우에도 장비에게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까.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통행에 사용하는 길인 이상 소유주가 누구인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행인이 많거나 적은 것도 상관없다. 길이 넓고 좁은 것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일시적으로 지름길로 사용된 도로는 제외된다. 즉 장비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오래도록 사람들이 통행에 사용해 온 이상 마음대로 길을 파 엎어서는 안 된다. ●개인땅 사용권리 보상받을 수 있나 장비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내 땅을 내 맘대로 쓰지 못하는 데다 땅을 사 가라고 해도 사가지 않는 것이다. 장비의 억울함을 풀어 줄 방법은 없을까. 아무리 오래도록 통행로로 사용했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장비의 땅을 공짜로 사용할 권리는 없다. 장비가 농사를 짓지 못함으로써 손실을 입은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장비가 농사를 짓고 싶어 땅을 샀는데 사고 보니 통행로가 없는 맹지였다. 농사를 짓고 싶어도 내 땅에 들어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 경우 장비가 농사를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민법은 이처럼 인접한 부동산의 소유나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소유권에도 일정한 한계를 정하고 있다. 민법 제216조에서 제244조까지 정하고 있는 상린관계(相隣關係)에 관한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장비는 주위 토지의 소유자에게 토지를 통행하게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또 통로의 개설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토지 소유자에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택해야 한다. 물론 장비는 토지 소유자가 입은 손해를 보상해 주어야 한다(민법 제219조).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항상 도움만 주는 사람도, 항상 도움만 받는 사람도 없다. 지금 당장은 조금 손해일지라도 조금만 양보하면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몇 배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상린관계에 관한 민법의 정신이다.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용어 클릭] ■상린관계(相隣關係): 서로 인접한 토지의 소유자나 이용자 사이의 관계를 법적으로 규율한 것.
  • [시론] 재정대책 아쉬운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시론] 재정대책 아쉬운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일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비전 아래 5대 국정 목표, 20대 국정 전략과 100대 국정 과제를 내놓았다. 대부분 대선 공약을 반영하고 있다. 경제면에서 보면 소득주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재벌개혁 등 공정경제, 4차 산업혁명, 중소벤처가 주도하는 혁신성장을 주장하면서 포용적 복지국가와 지역 균형발전을 주장하고 있다.소득주도 성장에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돼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으므로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을 줄여 가계소득을 늘리며 소비를 진작해 내수활성화로 성장을 달성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일자리위원회 설치,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만들기, 11조원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고율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근로시간 단축, 청년고용의무할당제 확대 등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하나하나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현재 93만명인 공무원을 17만명 늘리면 큰 정부의 비효율성은 물론 공무원 17만명 증원으로 인해 30년간 327조원, 연금보전 24조원 등 35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을 미래세대에 안겨 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30만명인 공공기관 직원을 그 두 배인 64만명이나 추가로 늘리는 것은 재정부담은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현재 644만명으로 정규직 임금의 70% 안팎을 받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경우 감내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 것인가도 문제다. 2011~2017년 중 연평균 6.7% 상승해 온 최저임금인상률이 내년에는 16.4%라는 파격적인 고율로 결정돼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불황이 지속돼 제조업 가동률이 71% 수준까지 하락해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수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해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고, 560만명에 이르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과당경쟁으로 하루 평균 2000여 업체가 폐업하는 실정에서 16.4%라는 높은 최저임금 인상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기업들의 해외 탈출 가속화, 영세 자영업의 폐업과 자동화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공정경제 달성을 위한 재벌개혁은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의 의무화,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 강화, 인적 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 방지, 기존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을 넘어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크게 제약하고 있는 수준이다. 반면 사회적경제 활성화, 중소기업 적합 업종, 생계형 적합 업종, 대중소기업 협력이익배분제 도입도 거론된다. 대기업은 규제하고 대부분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이런 정책들이 확산될 경우 경제의 역동성과 성장동력은 어디서 나올 것인지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노정될 것이다. 한 가지 주목되는 과제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창의적 인재를 육성해 역동적인 창업벤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급속도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고 심지어 핀테크, 드론 등 중국마저 한국을 앞지르는 분야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 인재 육성과 역동적인 창업벤처 생태계 구축은 매우 시급한 과제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은 규제 완화, 우수한 창의적 인재, 벤처캐피탈, 인수합병시장 등 모험금융제도가 기본적인 생태계인데 문재인 정부가 어느 정도 추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재원 조달 계획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총지출로 178조원을 계상하고 이를 세입 확충으로 83조원, 지출구조조정으로 95조원을 충당하겠다고 한다. 세입 확충 중 자연 증가분을 60조원으로 계상하면서 전제가 되는 성장률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출구조조정도 쉽지 않다는 것이 지난 정부 때 드러난 문제다. 다음 세대에 재정위기를 넘겨 주지 않으려면 좀더 주도면밀한 지출 수입계획을 토대로 추진 과정에서 보완할 부분은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인사]

    ■여성가족부 △장관정책보좌관 김은정 ■금융위원회 ◇전보△조직혁신기획단장 강영수△위원장 비서관 선욱△창조기획재정담당관 유재훈△자본시장조사단장 최유삼△금융시장분석과장 변제호△기업구조개선과장 김성조△구조조정지원팀장 신장수△은행과장 박광△전자금융과장 주홍민△신용정보팀장 이한진△공정시장과장 손영채△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장 김홍식△금융정보분석원 기획협력팀장 손성은◇파견△한국금융연구원 윤영은△자본시장연구원 김진홍△한국은행 김연준
  • 1400조 가계빚 ‘이자 장사’… 사상 최대 큰돈 번 시중은행

    1400조 가계빚 ‘이자 장사’… 사상 최대 큰돈 번 시중은행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돈은 은행이 다 벌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해까지 은행 발목을 잡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정리되며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둔 돈) 부담이 줄어든 여파도 있다.하지만 예금 금리는 ‘제자리걸음’인 반면 대출 금리만 ‘멀리뛰기’를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이 ‘1400조원 빚더미’에 신음하는 가계를 상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 장사’에 주력한 결과라는 뜻이다. 이에 은행들이 불공정한 예대마진 체계를 개선하고 장기연체 채권 소각 등에 동참하는 등 일정 부분의 실적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 우리은행, 하나금융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5조 8786억원으로 6조원에 육박한다. 신한금융은 1조 8891억원, KB금융은 1조 8602억원을 벌어 각각 2001년과 2008년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하나금융도 1조원이 넘는 순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은행권 호실적은 이자 수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예대마진을 나타내는 은행의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모두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 1.61%에서 올 2분기 1.72%로 0.11% 포인트 개선됐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49%→1.56%로 0.07% 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은 0.08% 포인트, 하나은행은 0.10% 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은행권이 리스크(위험)는 회피한 채 안정성 위주의 안일한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돈 떼일 염려가 적은 가계나 우량 고객에게 대출을 집중하는 식이다. 중소기업 대출도 손쉬운 담보대출 비중이 56%(올 3월 기준)에 달한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월 은행장들을 불러 “은행이 자체 리스크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정책 보증에 의존하거나 시공사에 부담을 떠넘기는 관행이 만연됐다”고 ‘얌체 영업’에 일침을 가했다. 손실이 날 수 있는 아파트 집단대출과 관련해 은행이 시행·시공사에 대출 보증 부담(10%)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한 데 따른 지적이었다. 서민에게 더 높은 이자 부담을 지우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대출 기준)는 지난 5월 현재 연 3.47%로 기업대출 금리 연 3.45%보다 0.02% 포인트 높아졌다.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보다 높아진 것은 2010년 3월(가계 5.80%, 기업 5.74%) 이후 7년 2개월 만이다. 반면 예금금리는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신한, 국민, 우리, 하나)은행 1년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연 1.1~1.4% 수준이다. 금융당국 역시 단기 성과만 좇아 거액의 성과급을 챙기던 금융회사들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익을 내도 성과급을 4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고, 손실이 나면 성과급을 깎거나 심지어 지급된 성과급까지 환수하는 식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감독규정이 오는 9월부터 적용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은행의 책임을 강화하고 공정한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과도하고 불공정한 가산금리 체계를 개선해 서민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호실적은) 단순히 은행이 장사를 잘한 게 아니라 ‘정부의 가계부채 옥죄기’ 정책에 따라 공급 물량을 줄이며 대출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된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면서 “은행들이 과실을 ‘저소득층의 장기 연체 빚 탕감’ 등의 방식으로 사회에 되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WP 실적 호조… 포스코 2분기 영업익 9791억원

    에너지 등 非철강 실적 개선 포스코는 올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4조 9444억원에 영업이익 9791억원을 달성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2% 늘었고 영업이익은 44.3%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6.6%였다. 당기순이익은 5301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비중이 전년 대비 10.7% 포인트 상승한 56%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며 “이에 더해 트레이딩, 건설, 에너지 등 비철강 부문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것이 전체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선진국 경제회복세 등으로 철강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재무건전성 확보, 원가절감, WP 제품 판매 확대 등 수익 창출 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연결과 별도 기준 매출을 각각 연초 계획대비 4조 5000억원, 2조 8000억원 늘어난 59조 3000억원과 28조 4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조조군 습격 받자 갓난아이 놓고 도망친 유비, 아동학대일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조조군 습격 받자 갓난아이 놓고 도망친 유비, 아동학대일까

    하북을 평정한 조조는 남방을 정벌하기 위해 50만 대군을 이끌고 유비가 있는 신야성으로 향한다. 신야는 군사가 채 만명도 되지 않는 시골 마을. 유비는 조조를 피해 신야를 버리고 피란길에 오른다. 하지만 뒤쫓아 온 조조군에게 따라 잡혀 식솔들을 잃어버린 채 겨우 목숨만 건진다. 한편 조자룡은 행방불명된 감부인과 아두를 찾아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든다. 그러곤 하후돈의 동생 하후은을 저승길로 보낸다. 그때 조자룡의 눈에 하후은이 차고 있던 천하의 명검 청홍검(靑虹劍)이 들어온다. 조자룡은 청홍검을 거둔 다음 다시 적진으로 들어가 아두를 품에 안고 돌아온다.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조자룡은 식솔들을 보호하라는 유비의 명령을 따르지 못했다. 조조군의 야습을 받아 뿔뿔이 흩어지고 만 것이다. 정신없이 싸우던 조자룡은 유비의 식솔들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홀로 적진에 뛰어든다. 그리고 아두를 구한 것은 물론 조조가 하후은에게 하사한 청홍검을 얻는다. 주군의 식솔들을 찾는 와중에도 조자룡은 청홍검을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며 매우 기뻐한다. 그만큼 청홍검의 가치가 큰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하후은은 조자룡의 칼에 이미 저승길로 갔다. 조자룡이 청홍검을 거둘 때에는 점유자나 소유자가 없다고 볼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조자룡에겐 아무런 죄가 성립하지 않을까. 한편 유비는 조조군의 야습을 받자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도망치기 바쁘다. 감부인은 그렇다 치고 아두는 아직 보호가 필요한 갓난아이에 불과하다. 장수이기에 앞서 아버지인 유비가 이처럼 아두를 내팽개쳐도 되는 것일까. 재물은 살아 있을 때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저승길에 싸 가지고 갈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아닐까. 조자룡이 청홍검을 발견했을 때의 상황을 살펴보자. 주인인 하후은은 이미 저승길로 떠난 상태였다. 하후은은 소유나 점유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하후은이 죽었으니 점유권이 없다고 보는 것과, 죽었더라도 점유권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은 매우 큰 차이를 만든다. 점유권이 없는 것으로 보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해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점유권이 있다고 보면 절도죄가 성립한다.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최대 여섯 배나 크게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 것이 더 현실에 맞는 해석일까. 판례는 이런 경우 죽은 사람의 점유를 예외적으로 인정한다. 민사상으로는 하후은의 점유를 인정할 여지가 없지만, 형사상으로는 좀더 현실적으로 보아 하후은이 여전히 점유한다고 본다. 따라서 조자룡에게는 하후은의 청홍검을 가져간 절도죄가 성립한다. 유비는 조조군의 습격을 받자 혼비백산해 도망쳤다. 감부인도, 갓난아기인 아두도 챙기지 못했다. 어찌 보면 남편이나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유비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전통적인 사회에서 아동은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했다. 훈육과 교육의 대상이란 생각이 훨씬 강했다. 체벌도 좋은 훈육 방법의 하나로 인정받는 게 당연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동도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다. 학대가 훈육과 교육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선 안 되는 것이다. ●출생신고·의무교육 안 해도 학대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이 있다. 신체·정서·성학대는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구체적 행동 외에 아동을 돌보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도 학대가 될 수 있다. 바로 방임이다. 예를 들면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것, 불결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돌보지 않는 것,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것, 가출한 아이를 찾지 않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의무교육을 시키지 않는 것, 무단결석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것도 방임으로 본다. 이를 바탕으로 해석하면 유비가 아두를 돌보지 않고 피란길에 오른 것도 방임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나 생각할 것은, 유비에게 아두가 어떤 존재였는가 하는 점이다. 늘그막에 장가가서 마흔여섯 살에 어렵게 얻은 유일한 혈육이다. 비록 유봉을 양자로 입양하긴 했지만 장차 나라를 세우게 되면 자신의 뒤를 이을 존재는 아두임이 분명하다. 유비에게 아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존재인 것이다. 그럼에도 유비가 아두를 적진에 놓고 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 조조군의 기습으로 워낙 황망 중이어서 아두를 챙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아두에게는 어머니인 감부인이 있었다. 조자룡에게 잘 돌보라는 명까지 내린 상태였다. 이런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유비가 아두를 챙기지 못한 것을 방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조자룡이 아두를 구해 유비에게 달려갔을 때의 일이다. 작가에 따라서는 유비가 조자룡으로부터 강보에 싸인 아두를 건네받아 내팽개쳤다고 쓰기도 한다. “너 때문에 훌륭한 부하를 잃을 뻔했다”고 하면서. 이 경우는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물론 유비는 부하 장수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들어가 아두를 구해온 조자룡에 대한 미안함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비가 아두를 내팽개친 것은 적절하지 않다. 분명히 신체적으로 아동을 학대한 것에 해당한다. 아두가 너무 어려 학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아동학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화타, 진료 맡고도 신고 안 하면 과태료 조금 더 나가 보자. 유비의 행동으로 아두가 놀라 경기를 일으켰다고 치자. 아두를 그냥 놔두어도 될까. 그렇지 않다. 아두를 즉시 치료받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서 언급한 방임에 해당한다. 유비는 아두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삼국 최고의 의사인 화타에게 아두를 데리고 갔다고 가정하자. 화타는 명의답게 아두를 단 한번의 치료로 말끔히 낫게 해 주었다. 화타의 역할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법은 아동학대를 발견한 경우 일정한 사람에게 신고의무를 지우고 있다. 관련 공무원이나 119구급대원, 유치원이나 학교, 학원의 교직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중에는 화타와 같은 의사도 포함돼 있다. 화타가 아두를 치료하면서 유비의 아동학대 행위를 알게 되거나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타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낼 수도 있다. 아두는 훗날 촉나라의 제2대 황제에 올랐지만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 위나라에 항복해 나라를 넘겨주고 말았다. 어린 시절에 받은 학대의 상처가 아두의 아둔함을 조금 더 키웠다고 본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참여정부 때처럼…나라살림 놓고 1박 2일 끝장토론

    참여정부 때처럼…나라살림 놓고 1박 2일 끝장토론

    여당 지도부·부처 실장 첫 참석 분야별 우선순위로 총액 정하고 예산편성 때 부처 자율성 강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구상했던 국가재원배분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소매 걷고 계급장 떼고’ 토론해 분야별 재원 배분과 지출 한도 등을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자리였다. 당시 청와대 수석과 비서실장으로서 국가재원배분회의를 지켜봤던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재정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이날 회의에는 과거와 달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박범계 정책조정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 6명도 처음 참여했다. 정부와 여당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국가 재정정책과 재원 배분을 논의하자는 의미에서다. 추 대표는 ‘뜨거운 감자’인 증세 문제를 구체적인 방법론과 함께 제기해 회의장 열기를 달궜다. 17개 정부부처의 1급 실장들도 처음 배석했다. 각 부처가 회의 결과를 공유하면서 책임지고 이행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형식적 회의로 전락했던 국가재정전략회의를 명실상부한 ‘국가재정 최고의사결정회의’로 복원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21일까지 이틀간 끝장토론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국무위원들도 여간 준비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장관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향후 5년간의 재정정책 방향과 지출 구조조정 방안이 이 자리에서 확정되고 이를 토대로 분야별 재원 배분 방향이 결정된다. 분야별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라도 하면 ‘5년 동안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물론 반대로 두고두고 ‘업적’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참석자들의 발언이나 토론 내용은 철저하게 비공개이지만 참석자가 많다 보니 간간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실제 2005년 열린 첫 재원배분회의에서 지은희 당시 여성부 장관은 성인지예산을 의제로 제시해 관철시켰다. 반면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는 농림부 예산을 삭감하는 계획을 내놓았으나 난상토론 끝에 기각되는 ‘굴욕’을 겪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구상했던 재정개혁의 두 축을 복원하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전략회의에서 분야별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각 정부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총액배분 자율편성’ 제도의 부활인 셈이다. 예산 당국이 개별 사업 예산을 일일이 결정하고 국무회의에서 승인하는 방식과 달리, 총액배분 자율편성 제도는 각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되 기획재정부의 미시적 통제는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참여정부 당시 제정한 국가재정법에도 들어 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원윤희(세무학과) 서울시립대 총장은 “각 부처에 예산편성을 모두 맡겨 놓는 것도 문제는 있다. 기재부가 큰 틀에서 통제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다만 지나치게 미시적인 간섭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하성용 KAI 사장 사임…박근혜 정부 때 비리 의혹에도 임명

    하성용 KAI 사장 사임…박근혜 정부 때 비리 의혹에도 임명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20일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하 사장은 박근혜 정부 때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경북 영천 출신으로 1978년 대우그룹 공채로 입사해 대우중공업 항공사업부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하 사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적자에 시달리던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KAI로 통합 출범하면서 KAI의 재무실장을 맡았다. 그는 KAI 경영지원본부장 시절 부채비율을 크게 낮추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한 실력을 인정받았고, 2011년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던 성동조선해양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투입됐다. 잠시 조선업에 몸을 담았던 그는 박근혜 정부 초창기인 2013년 5월 KAI의 첫 내부 출신 대표이사 사장으로 금의환향했다.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둔 KAI에는 그동안 낙하산 인사가 잦았기 때문에 예상을 깬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 사장은 취임 직후 임원 10명을 해임하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하고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노조와 무교섭으로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하는 등 조직을 빠르게 장악했다. KAI는 하 사장 재임 기간 이라크에 고등훈련기 T-50와 필리핀에 경공격기 FA-50를 수출하는 등 본격적인 군용기 수출 시대를 맞았고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2015년에는 한국형전투기(KF-X) 체계개발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하 사장은 이런 실적 등을 인정받아 2016년 3월 3년 임기의 대표이사에 재선임됐다. 그러나 잡음도 적지 않았다. KAI는 2015년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 종업원 선물 용도로 구입한 52억원의 상품권 중 17억원의 용처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정치권 로비설 제기됐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업계에서는 하 사장이 박근혜 정부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KAI가 T-50의 대미수출형 모델을 공개하는 행사를 열자 이례적으로 KAI 본사를 방문해 “해외 수출을 적극 지원해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013년 청와대가 하 사장이 KAI 임원 시절 비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알고도 하 사장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나의 사랑, 그리스’-결국 사랑이다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나의 사랑, 그리스’-결국 사랑이다

    요즘 세간에서 소위 그랑아트투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10년 만에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현대미술전람회가 베니스와 독일의 카셀 그리고 뮌스터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어서다. 이번에는 여기에 아테네가 추가되었다. 카셀 도쿠멘타가 ‘아테네에서 배우기’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주제의 배경에는 “모든 유럽인은 그리스인이다.”(We are all Greeks)라는 바이런의 말처럼 그리스를 빼면 유럽은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위기로 유럽연합의 ‘돈줄’인 독일과 냉랭한 처지인 그리스가 이 기회에 과연 경제적 부채를 문화적으로 갚을 수 있을지. 또한 기원전 그리스에 문명의 부채를 안고 있는 유럽은 어떻게 이 빚을 갚을 것인가.현실은 여전히 돈, 경제가 먼저다. 그래서 그리스는 아프고 힘들다. 이런 아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힘은 ‘사랑’이라고 외친다.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2015년)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리스의 배우이자 극작가이며 감독인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가 만든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 세 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다가 종국에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는 나름 반전의 재미도 갖추고 있다.다프네는 밤길에서 치한들을 만나지만 지나가던 청년이 구해 준다. 그리고 둘은 우연히 버스에서 다시 만난다.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 청년과 다프네는 다른 나라, 다른 풍습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다. 고국에서 그림공부를 하다 도망쳐 나온 그는 자신의 습작들을 다프네에게 보여 준다. 그중 하나가 에로스와 프시케를 그린 데생이다. 영화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 주는 장치다. 그의 데생은 신고전주의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의 ‘에로스와 프시케’(1796)를 그린 것이다. 눈앞의 현실이 두렵지만 이겨 낼 용기를 가진 젊은 사람들답다. 하지만 경제난과 겹쳐 밀려드는 난민들을 향한 불만이 폭력사태로 표출되고 그 와중에 난민 청년과 사랑에 빠진 다프네는 총에 맞는다. 온갖 고난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에로스와 프시케의 신화는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의 샘물이 되어 주었다. 특히 18~19세기 신고전주의 미술가들이 세속적인 행복을 표현할 때 선호했던 소재다. 라파엘로를 비롯해 프랑수아 제라르나 윌리엄 부게로, 루카 조르다노, 다비드 그리고 반 존스 등 많은 화가가 에로스와 프시케를 즐겨 그렸다. 신고전주의는 그리스 문화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해 그리스 문화의 부활을 꿈꾸었다. 이들은 사치와 부도덕한 내용의 바로크나 로코코양식을 배척하고 혁명정신을 대변하는 고대신화 속 영웅담이나 도덕적 윤리가 강조된 역사화를 통해 정치적 신념을 시각화하려 했다. 그리스 로마에 대한 유럽 상류층의 관심은 그랜드투어로, 또 헤라크라네움이나 폼페이의 발굴 등으로 이어졌다. 독일의 미술 고고학자로 고대 그리스를 신앙처럼 떠받들었던 요한 요아힘 빙켈만의 ‘회화와 조각에 있어 그리스 작품 모방에 관한 생각들’(1755)등에 영향을 미쳤고 나폴레옹의 로마에 대한 사랑은 더욱 신고전주의를 부추겼다.두 번째 이야기는 스웨덴에서 출장 온 구조조정 전문가가 바에서 우연히 만난 그리스 남자 지오르고와 하룻밤을 보낸 내용이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자신이 ‘잘라야’ 하는 회사 직원. 세 번째 주인공은 독일에서 은퇴 후 그리스로 이주한 세바스찬이다. 그는 마트에서 우연히 도움을 준 가정주부와 사랑을 키워 간다. 각각 단편처럼 전개되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하나로 묶인다. 딸과 폭동의 현장에 있던 아버지 그리고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지오르고와 마트의 가정주부는 모두 한집안 식구들이다. 영화는 그리스에 불법 이민자가 몰려들고, 동시에 디폴트를 선언하는 2015년을 배경으로 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몰려드는 난민들의 환승국이 된 그리스는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럽 때문에 혼자서 모든 짐을 떠안은 처지였다. 사실 낭만이나 사랑 또는 로맨스를 가져다 붙이기에는 적잖이 부담스러운 환경에도 감독은 ‘사랑을 사랑해’ 영화를 만든 듯하다. 진부하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고 이겨 낸다는 진리의 유효성을 강변하지만 시끄러운 세상 때문에 아주 잘못 없는 한 가정의 일상과 개인의 삶이 철저하게 유린당할 수 있다는 현실은 바꾸어 놓지 못할 것 같다. 역사와 국가라는 거대 담론 앞에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개인은 단지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치고 희생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녕 사랑이 답일까. 사랑 때문에 일어난 막장드라마 같은 파국도 사랑이면 다 용서가 될까. 영화는 그리스를 유럽의 원천인 동시에 사랑의 시원으로 규정하고 아테네 중앙도서관에 묻혀 있는 ‘사랑’에 관한 장서들의 이야기에 오늘날의 사랑을 추가해 애절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달콤하기보다는 쌉싸름한 초콜릿 맛이다. 오늘이라는 시대를 사유하고 성찰하면서도 극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연출 실력은 압권이라기보다는 간곡하다. 서사를 이토록 서정적으로 끌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요즘 미술 또는 예술은 참여를 통한 변화를 외치면서 주의와 주장이 강해져 창작자들이 관객들을 압도하거나 때론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인류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존재해 온 바퀴벌레만큼 생명이 긴 미완의 문제, 즉 전쟁, 난민, 학살, 인종 및 성차별, 소수자에 대한 학대, 소득 불균형 등등을 다루는 예술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물론 한편으로는 출세와 돈을 위해 예술로 포장한 상품을 만들어 내는 사이비(?)예술가도 버젓이 존재한다. 영화를 보면서 예술의 근간인 순수와 상징과 은유를 버리고 목소리만 높이는 예술, 세상을 바꾸겠다는 전투적 예술가들의 작품이 즐비한 카셀 도쿠멘타가 생각났다. 정말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처럼 할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면서도 아름답게 가슴 찡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극장에서 상영되면 영화, 미술관에서 스크리닝(?)되면 미디어아트가 되는 요즘, 이 영화를 미술관에서 작가들과 함께 보고 싶다.
  • [文정부 100대 국정과제] 증세 없이 재정 구조조정 178兆 조달… ‘장밋빛 계획’ 우려도

    [文정부 100대 국정과제] 증세 없이 재정 구조조정 178兆 조달… ‘장밋빛 계획’ 우려도

    재원 마련 어떻게 하나 ‘국민의 시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복지정책 강화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 밑그림을 내놓았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178조원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무분별하게 깎아 주던 세금 등을 정비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증세라는 정공법 없이 조달하기에는 필요 재원 규모가 너무 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앞으로 5년간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178조원으로 추산했다. 소득 주도 성장(‘더불어 잘사는 경제’)에 약 42조원, 복지국가 실현(‘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에 약 77조원, 지역균형발전(‘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에 7조원, 남북관계 및 국방(‘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 약 8조원 등을 투자할 계획이다. 나랏돈 들어가는 지출을 줄여 95조 4000억원을 확보하고 세수 등 수입을 늘려 82조 6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게 국정기획위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세수 자연증가분 60조 5000억원 ▲비과세·감면 정비 11조 4000억원 ▲탈루 세금 징수 강화 5조 7000억원 ▲세외수입 확충 5조원 등이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정부가 재량껏 쓰는 지출을 10% 구조조정하고 의무지출도 중간에 새는 돈 등을 막으면 60조 2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고용보험 등 기금 여유자금 활용과 융자사업 이차보전(이자 차이 지원) 전환 등으로도 35조 2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금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잘 걷힐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60조여원을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메우기로 하는 등 지나치게 장밋빛 계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업급여를 늘리겠다면서 정작 고용보험의 여유재원을 활용하겠다는 것도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원 조달 계획에 ‘지하경제 양성화’만 추가하면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와 다를 게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증세를 위해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 조달의 현실성을 떠나 정부가 내놓은 청사진이 과연 ‘적극적인 재정’인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5년간 178조원을 투자한다지만 정부 스스로 60조원은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실제 재정지출 증가는 5년간 120조원에 불과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정 전문가는 “이 정도 수준이면 이전 정부와 별 차별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선 때 공약보다 훨씬 후퇴했다”면서 “소득재분배를 통한 조세정의 실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4차 산업혁명] GS, 미래 먹거리 확보 위한 M&A 박차

    [4차 산업혁명] GS, 미래 먹거리 확보 위한 M&A 박차

    허창수 GS회장은 “최근 국내외적으로 인공지능(AI), 전기차의 확산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는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융합과 경쟁을 초래하며 모든 업종에 위기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향후 우리 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철저한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GS는 그룹 전체 차원에서 에너지, 유통, 건설 등 기존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구조조정 등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진출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으며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GS칼텍스는 기존에 축적된 기술 및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바이오케미칼 및 복합소재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GS칼텍스는 바이오케미칼 분야에서 바이오매스 원료 확보부터 생산기술 개발, 수요처 개발 등 상용화 기술 개발 및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2016년 9월 약 5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바이오부탄올 시범공장을 착공했으며 2017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데모플랜트 가동 및 스케일업 연구를 통해 사업화 검증 및 다운스트림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에너지전문사업지주회사인 GS에너지는 핵심 사업 영역에서의 경쟁력 향상 및 성장 동력을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GS에너지는 과거 신평택발전, 동두천드림파워 지분 인수 및 자회사 GS파워 안양 열병합발전소 개체사업 진행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LNG 발전사업을 확장했다. 청라에너지 및 인천종합에너지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집단에너지사업의 지역적 기반도 마련했다. GS건설은 기존의 2D 도면에서 벗어나 3D 설계 기법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활용한 최적화된 통합 설계 시스템인 프리콘스트럭션(프리콘) 설계를 구축해 적용하고 있다. 프리콘 서비스란 선진국형 발주 방식으로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가 프로젝트 기획, 설계 단계에서 하나의 팀을 구성해 각 주체의 담당 분야 노하우를 공유하며 3D 설계도 기법을 통해 시공상의 불확실성이나 설계 변경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프로젝트 운영을 최적화한 방식이다. GS건설은 국내 최초로 프리콘 서비스를 적용해 지난 2015년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 신축공사를 수주해 현재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공사 현장에서도 종이도면을 없애고 태블릿PC를 이용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통 분야에서 GS리테일과 GS홈쇼핑도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적극적인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성태 소장
  • 최종구 “대출 최고금리 年 24%로 인하 추진”

    최종구 “대출 최고금리 年 24%로 인하 추진”

    “부동산 따른 대출증가 속도 제어… 석유화학·철강 구조조정 나설 것”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서민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현 27.9%인 대부업 대출 최고금리를 본인의 임기 내에 24%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한 석유화학·철강 분야에 대해 과감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해 은산분리 원칙 예외 적용 의지를 밝혔다.최 후보자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연 27.9%인 대부업 대출금리 상한선과 관련해 “영세차주(영세대출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년인) 금융위원장 임기 내에 연 24%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해 8월 중순쯤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현재 27.9%인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를 임기 내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최 후보자는 “다만 일본의 경우 최고금리를 낮췄다가 (대출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다시 환원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차주(대출자)의 실질 부담이 같이 경감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10년 이상 연체된 1000만원 이하 소액 장기연체 채권을 소각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또한 석유화학과 철강 분야 구조조정과 관련해 “구조조정은 중요한 과제다. 조선·해운이 가장 그렇고, 유화·철강은 더 잘 지켜봐야 한다”며 “해당 채권은행들이 면밀히 지켜봐서 때를 놓치지 않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작은 손해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히 이행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부동산 활황으로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증가 속도를 적절히 제어해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올 들어 1400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하지만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여신심사에 활용하는 등의 대책으로 인해 취약계층이 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동의했다. 그는 “풍선효과를 우려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완책 마련에 유의하고 있다”며 “서민금융체계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정비하고,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시장의 중금리 대출 확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서는 “은산분리 원칙은 확고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런 취지를 저해할 우려가 상당히 적다”며 “금융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예외를 인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공무원 증원 80억원 절대 안 돼”…3野, 11조 추경에 칼질

    “공무원 증원 80억원 절대 안 돼”…3野, 11조 추경에 칼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휴일인 16일에도 예산안 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 나섰지만 여야는 ‘공무원 증원’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이날 열린 예산안 조정소위에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용어 표현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폈다. 이날 조정소위는 여야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회의가 한 차례 정회되는 등 시작부터 순탄하지 못했다.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은 “타이틀을 일자리 추경이라고 하니까 야당이 일자리 창출을 발목 잡는 것처럼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김도읍 의원도 “일자리 11만개 중 직접 일자리 창출이 8만 6000개인데 이 중 4만 7000개가 어르신들 단기성 지원금을 조금 올려 주는 것”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국민을 호도해서 되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일자리 여건을 개선하는 민생 추경”이라고 맞섰다. 여야의 충돌 지점은 공무원 1만 2000명 증원과 관련한 예산 80억원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청년실업 사태가 심각하다며 공무원 증원이 민간 일자리 확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 3당은 장기 재정 부담을 지적하며 공무원 증원 예산 편성 자체를 반대했다. 다만 민주당은 민생을 위해 시급한 예산은 추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야 3당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가뭄대책 예산은 추가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은 가뭄 예산에 3000억원,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1051억원, 620억원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지원 예산(한국당 660억원, 국민의당 100억원), 평창동계올림픽 지원 예산(국민의당 677억원, 바른정당 430억원)도 야권의 요구 사항이다. 각 당의 개별 요구 사항도 조정소위에서 반영될지 주목된다. 한국당은 ▲참전명예·무공영예 수당 각 20만원 인상(1500억원) ▲규제프리존 사업(2000억원) ▲국채 상환(1조 2000억원) ▲보육교사(누리과정) 사학연금 가입 추진(556억원) ▲한국형 ‘프라운호퍼’ 연구단 조성(1500억원) 등을 요구했다. 국민의당은 ▲중소기업 취업 청년 임금 지원(1250억원) ▲손주돌봄 양육수당(700억원) ▲모성보호 일반회계 전출금(1033억원) 등의 사업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조류인플루엔자(AI) 관련 예산 (20억원) 등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정소위는 이날 밤늦게까지 법무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가보훈처·통계청 소관 사업의 추경 예산과 관련한 삭감 여부를 논의했다. 여야는 공공기관 발광다이오드(LED) 교체사업의 예산(466억 1300억원)을 삭감하는 데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LED 사업은 여당 쪽에서도 전액 삭감 혹은 수정하겠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부처별 논의로 들어가지 말고 보류시키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몸집 키워야 산다”… 中 해운·에너지·철강 국유기업 ‘빅딜 굴기’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몸집 키워야 산다”… 中 해운·에너지·철강 국유기업 ‘빅딜 굴기’

    지난 9일 갑작스레 날아든 중국발 초대형 인수합병(M&A) 소식으로 세계 해운가는 하루 종일 웅성거렸다. 중국 최대 해운회사인 중국원양해운(遠洋海運·COSCO)이 둥젠화(董建華) 전 홍콩 행정장관의 동생 젠청(建成) 일가 소유인 해운업체 오리엔트오버시스컨테이너라인(OOCL)을 63억 달러(약 7조 2734억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해진 것이다. COSCO는 수개월간 공을 들여 세계적 항만운영 업체 상하이국제항무(上海國際航務·SIPG)그룹과 손잡고 OOCL 지분 68.7%를 전격 인수했다. M&A가 성사되면 COSCO는 400척 이상의 선박, 29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대)의 운송 능력을 갖추게 된다.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물동량 기준)도 11.6%로 수직 상승해 덴마크 머스크(16.4%), 스위스 MSC(14.7%)를 바짝 추격하는 세계 3위의 해운사로 발돋움한다.중국 정부가 초대형 M&A를 통해 국유기업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로 덩치를 키워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지난달부터 본격화하는 중국 국유기업의 M&A는 해운업과 석탄·전력산업을 포함한 에너지 부문, 중공업, 철강 업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이번에 발표된 COSCO의 홍콩 OOCL 전격 인수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중국 해운업의 구조조정은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글로벌 해운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몸집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었다. 당시 해운업 순이익 증가율은 -103.5%였다. 물류(87.7%), 항공(58.0%) 등과 비교해 최악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그해 8월 중국 1위인 COSCO가 2위인 중국해운(中國海運·CSCL)과 ‘통합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 M&A를 추진해 이듬해 2월 세계 4위의 COSCO로 공식 출범했다. 본격적으로 국유기업 초대형 M&A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해운업에 이어 에너지 부문에선 중국신화(神華)그룹과 중국국전(國電)그룹이 발전 원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M&A를 추진 중이다. 신화그룹은 포천지 기준(2015년) 매출액 264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한 최대 석탄 기업이고, 국전그룹은 매출액 305억 1500만 달러로 중국 6대 전력사 중 하나다. 정부의 승인이 떨어지면 통합 회사는 262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공룡기업으로 부상한다. 대형 전력기업인 국가전투(國家電投)그룹은 중국화능(中國華能)그룹과 M&A를 타진하고 있다. 국가전투그룹은 매출액이 306억 1600만 달러, 중국화능은 432억 2400만 달러에 이른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원자력과 수력, 화력, 풍력 등 200여개 발전소를 거느린 초대형 전력기업이 태어난다. 지난 3월에는 원자력발전 기업인 중국핵공업그룹(中核·CNNC)과 중국핵공업건설그룹(核建·CNEC)이 800억 달러 규모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철강 업계에서도 M&A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강(寶鋼)철강과 무한(武漢)철강이 공식 합병했다. 두 철강 대기업의 합병으로 탄생한 보무(寶武)철강은 총자산 7000억 위안(약 118조 5000억원), 조강 생산량 6000만t으로 세계 2위의 철강사로 떠올랐다. 이보다 4개월 앞서 8월 중국 1위 하북강철(河鋼)과 5위 수강강철(首鋼)이 합병안도 발표됐다. 중국 최대 화학업체인 중국화공(化工·CHEMCHINA)과 석유화학 기업인 중국중화(中化·SINOCHEM)도 내년 합병할 예정이다. 중국화공의 매출액은 414억 1200만 달러, 중국중화의 매출액은 606억 5500만 달러다. 두 회사를 합치면 독일 바스프(BASF)를 뛰어넘는 세계 1위의 화학그룹으로 도약한다. 중국화공은 특히 지난달 세계 최대 종자 기업인 스위스 신젠타 인수를 끝냈다. 인수 금액을 440억 달러를 써내 중국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중공업계에서도 합병 바람은 거세다. 중국기계공업(機械工業)그룹은 2013년 중기계 기업인 제2중형기계그룹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섬유기계 업체인 중국항천(恒天)그룹을 합병했다. 중국기계공업은 이를 통해 자산 규모를 520억 달러로 늘렸다. 중국 국유기업들 간의 M&A는 국내적으로 과잉생산을 줄이고 과당 경쟁을 방지하며, 대외적으론 대형화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다. 웬디 로이터트 미국 코넬대 행정학과 연구원은 “중국 국유기업의 초대형 M&A는 국내외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는 합병을 통해 과잉설비를 줄이고 가격결정력을 높이며, 해외에서는 국가 대표 기업으로 키워내 중국의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격 경쟁을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국유기업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관련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합병을 선택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 예산을 따내려면 국유기업 개혁이라는 정부 시책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리진(李錦) 중국기업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어떤 합병은 비슷한 기업들을 통합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을 줄이기 위함이고, 어떤 합병은 업계 가치사슬에서 상·하류 부문을 통합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 합병은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해 국유기업들의 프로젝트 수주 준비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2014년 말 중국 1, 2위 고속철 제조회사인 중국남차(南車·CSR)·중국북차(北車·CNR)그룹이 합병해 중국중차(中車)그룹으로 출범한 것이 대표적이다. 총자산 3074억 위안 규모의 세계 최대 고속철 기업으로 떠오른 중국중차는 프랑스와 독일, 일본 등의 고속철 강국을 제치고 급성장 중인 중국 고속철의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15년 매출액 378억 3700만 달러를 기록해 포천지 선정 글로벌 기업 266위에 올랐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 국유기업 간의 초대형 M&A를 ‘부실기업의 덩치 키우기’로 평가절하한다. FT는 “중국 당국은 강한 국유기업이 약한 라이벌 기업을 흡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기업 간 경쟁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경제를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유기업 합병이 지나치게 많은 부채와 비효율성 등 본질적 문제 해결을 미뤄 오히려 리스크를 키운다는 경고도 나온다. 현재 중국 기업들의 부채 규모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60%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국유기업이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의 기업 부채비율은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2~3배에 이르는 만큼 금융위기의 진앙이 될 수 있다는 적신호가 켜졌다. M&A 이후의 이들 기업의 실적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베이징 소재 리서치업체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국유기업들은 전체 투자액이나 은행 차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지만 GDP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셰옌메이(謝艶梅)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 애널리스트는 “정부 주도의 합병은 시장에 의해 가장 적합한 기업이 생존하는 것이 아닌, 주로 강한 국유기업들이 약한 라이벌 기업들을 흡수하도록 만드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시론] 문재인 정부는 역사에 어떻게 남을까/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시론] 문재인 정부는 역사에 어떻게 남을까/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80% 안팎을 유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따뜻한 인간미와 소탈하고 소통하는 모습으로 많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있으며, 북한 문제와 외교에서도 균형 잡힌 접근으로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제는 ‘성공한 대통령’을 가져 보고 싶다는 국민의 여망이 높은 대통령 지지도에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당면하고 있거나 당면할 현안들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북한 문제와 사드 배치라는 외교안보 분야는 차치하더라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탈원전, 검찰개혁, 추경예산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개헌, 재벌개혁, 노동개혁,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굵직한 문제들도 기다리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해결돼야 하는 것들이다. 여소야대의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결코 순탄치 않을 일들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치밀하고 합리적인 정책 수립과 공론 수렴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데 역대 정권들을 돌이켜 봐도 임기 초에 항상 산적한 현안들과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이 있었다. 4년 반 전 제18대 대통령 선거 직후에 ‘박근혜 정부가 역사에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라는 신문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단기적 경기 부양이나 일자리 창출로 임기 내 중산층 비중을 70%로 만들겠다는 무리한 정책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우리 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바꿔 ‘창의와 혁신의 건전한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하는 첫 삽을 뜨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관주도-재벌 중심-총수요 관리’라는 경제 개발기의 정책 기조를 답습했고, 결국 정경유착과 부패의 완결판으로 종말을 맞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제1기 경제 진용이 이제 거의 전모를 갖췄다. 그러나 여전히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과 같은 몇 가지 정책 편린만이 제시됐을 뿐이고, 소득 주도 성장론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일자리 문제에 집착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을 미루고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에 소극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잘못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역시 재벌의 협조로 일자리를 늘리고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정부 주도-재벌 중심’이라는 틀에 갇힌 채 대증적 처방을 연속하는 자충수로 끝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국가 대개조를 통해 새시대의 맏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경제구조의 대개혁 없이는 국가 대개조는 완수될 수 없다. 근본적 경제개혁 없는 정치개혁과 사법개혁은 집권 세력의 교체로만 끝날 수 있음이 역사의 교훈이다. 정부 주도-재벌 중심의 박정희 개발 체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그리고 사회 양극화의 극복을 위해 정부 주도-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국가 대개조가 필요하다. 재벌개혁과 함께 약자의 재산권 보호는 공정 경쟁을 통해 자생력 있는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보장하고, 특히 중소중견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이끌게 된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인적자본 중심의 중소중견 기업들이 주역이 되도록 경제 구조를 바꾸는 첫 삽이다. 일자리 창출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 물적자본 중심의 재벌 체제를 바꿔야만 일자리 창출과 임금 양극화 문제를 푸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아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안고 있다. 앞으로 1년이 국가 대개조를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현안에 대한 단기적 대응과 더불어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이라는 큰 개혁을 동시에 추구해야만 새 정부와 대한민국이 성공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구시대의 손자가 아닌 새시대의 맏이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
  • ‘빚더미’ 알펜시아 年이자만 174억… 동계스포츠지구 매각 절실

    ‘빚더미’ 알펜시아 年이자만 174억… 동계스포츠지구 매각 절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다가올수록 강원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으로 7개월, 화려하게 올림픽은 성공 개최되겠지만 각종 경기장의 사후 관리는 뚜렷한 대안 없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무대책으로 일관하다 자칫 지방재정 압박으로 다가올까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경기가 펼쳐질 평창 알펜시아에 대한 걱정이 크다. 여전히 골프텔 분양은 답보 상태이고, 하루 이자만 4800만원씩 내고 있다. 정부는 알펜시아 내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경기장이 포함된 동계스포츠지구 매입에 대해 귀를 닫고 있다. 설상가상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동계올림픽 기간 콘도, 호텔, 워터파크, 스키장, 컨벤션센터 등 130억원에 상당하는 알펜시아 내 각종 시설물 이용에 대해서도 무상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림픽 이후 파산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위기의 알펜시아 현 실태와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봤다.내년 2월 9일. 강원 평창과 강릉, 정선지역에서는 대한민국 첫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경기장들이 건설되고, 각종 도로와 철길 등 인프라가 속속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숙박과 교통, 문화행사 등 다양한 행사도 차질 없는 준비에 나섰다. 꿈에 그리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2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림픽 열기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주요 무대로 사용될 평창 알펜시아를 놓고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시름이 깊다. 빚더미 알펜시아의 처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평창 알펜시아는 2010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이후 2014 동계올림픽 재도전을 위해 개·폐회식 장소와 경기장 등 올림픽 핵심 기반시설 구축을 목적으로 2009년 완공됐다. 사업비만 약 1조 6800억원, 골프빌라 지구, 호텔·콘도 지구, 동계스포츠지구 등으로 구성됐다. 세 번째 도전이었던 2018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알펜시아는 경쟁 도시에 비해 월등한 경기시설로 호평을 받으며 올림픽 유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올림픽 유치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사업 시행자인 강원도개발공사는 총 사업비 가운데 약 1조 189억원을 공사채로 발행했고, 2009년 완공 이후 올 5월까지 낸 이자만 3093억원에 달한다. 원금을 일부 상환해 차입금 규모를 8410억원으로 줄였지만, 연 매출 400억원대의 알펜시아 경영 실적으로는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상환도 어려운 상황이다. 연간 이자만 174억원이 넘는다. 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 차원의 국제스포츠대회 시설을 지방공사의 열악한 재정으로 감당하다가 결국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심광석 강원도개발공사 기획예산팀장은 “알펜시아 사업으로 손실을 입기 전인 2006년 이전만 해도 개발공사는 부채비율 100% 미만의 우량한 지방 공기업이었다”면서 “임대아파트사업, 택지개발, 산업단지개발 등 지방공기업 본래 목적 사업을 수행하면서 2007년에는 도시개발부문에서 지방공기업 혁신평가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펜시아 사업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2013년 말 부채비율은 354%까지 치솟았고, 임직원도 최대 150명까지 늘어났다가 현재는 89명에 그치고 있다. 자금이 알펜시아 사업에만 몰리는 바람에 도민 복지, 공공복리를 위한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사업 대행만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해마다 행정자치부에서 실시하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로 이어져 강원도개발공사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최하등급을 받았다. 알펜시아로 인해 경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정작 사업을 시작했던 책임자들은 알펜시아 문제에서 자유롭다. 알펜시아 문제와 관련한 모든 질타와 책임은 개발공사 직원들이 모두 떠맡은 셈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기회가 될 때마다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익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알펜시아 동계스포츠지구를 정부에서 사주면 회생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알펜시아 동계스포츠지구는 사업비 2711억원을 들여 건설한 스키점핑타워,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으로 구성됐다. 이곳은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비롯한 각종 동계스포츠 대회는 물론 국가대표와 어린 꿈나무 선수들의 훈련장으로 대부분 무상 제공되고 있다. 2009년 완공 이후 지난 3월까지 누적인원 약 25만명의 선수들이 대회 장소와 훈련장 용도로 사용했다. 동계스포츠 선수 육성이라는 국가적 사업을 지방공사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하계종목 선수촌은 서울 태릉, 충북 진천, 강원 태백 등 3곳이나 되지만, 동계종목 선수촌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국가적 차원의 국제 스포츠대회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에서 선수촌 없이 우수한 성적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개발공사는 지난 4월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강원도당을 방문해 동계올림픽시설 정부 인수 등 알펜시아 주요 현안을 대선 주요 이슈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영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도개발공사의 부담을 줄이고, 올림픽 레거시 보존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당시 각 정당 후보들도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논의 기구 구성을 제안하는 등 공약을 내놨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설상가상 동계올림픽조직위는 올림픽 준비기간과 대회기간인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콘도, 호텔, 워터파크, 스키장, 컨벤션센터 등 알펜시아 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하겠다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기간 무상사용 금액은 약 130억원 규모로 지난해 알펜시아 총 매출 472억원의 28%에 달한다. 허진욱 강원도개발공사 대외협력 차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에 올림픽 무상사용 주장까지 나오면서 강원도개발공사 걱정이 또 하나 늘었지만 다행히 최근 법률자문 등을 통해 법적 제공 의무가 없고 손실보상도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속속 얻고 있어 희망적이다”면서 “알펜시아를 살리는 것이 강원도를 살리는 길이라는 인식을 갖고 정부의 동계스포츠지구 매입 등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최저임금 1만원’ 등 광화문 1번가에 정책제안 잇따라

    ‘최저임금 1만원’ 등 광화문 1번가에 정책제안 잇따라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가 49일 만에 활동을 종료했다. ‘광화문1번가’의 마지막 날이었던 12일에 시민 사회의 막바지 정책 요구가 쏟아졌다.‘최저임금 만원·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만원행동)’은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했으나,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터는 변한 게 없다”며 ‘최저임금 만원’ 실현을 촉구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당사자인 노동자들뿐 아니라 학계와 여성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도 최저임금 1만원에 공감하고 있는데, 사용자 측은 고작 155원 인상안을 내밀었다”면서 “최저임금 1만원은 ‘지금 당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만원행동은 2090명의 연서명을 모아 이튿날 오후 열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다. 2090명은 최저임금 1만원을 월급으로 환산한 ‘209만원’을 상징한다. 오전 11시에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광화문1번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서부경남 지역에 공공병원을 재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103년 역사를 자랑했던 진주의료원을 홍 전 도지사는 ‘강성노조’로 매도하며 없앴다”며 “이는 경남도청 서부청사를 짓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려고 공공병원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상남도는 응급실에 2시간 안에 도착하는 비율이 2015년 기준 31.5%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급성심근경색증·뇌졸중·중증외상 등 3대 응급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2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간 ‘장애인정보누리’도 기자회견을 열고 “청각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광화문1번가에 정책 개선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청각장애인은 유아기에 수어와 구어 중에 사용할 언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청각장애인 가정에 개입해야 한다”면서 “청각장애인 부모·자녀간 소통 역시 정부가 지원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금융기관 ARS 음성 서비스나 토익·토플 시험의 듣기 영역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텔레비전 수화통역 역시 현재 5%에서 15% 이상으로 확대돼야 하고, 영화관 자막 서비스와 학교 수화교육 역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오후 환경운동연합은 광화문1번가에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거제시와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은 조선 호황에 대비해 거제시 해면 100만평을 대규모 매립할 계획인데, 조선해양산업은 현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정도로 침체고 대규모 매립으로 심각한 환경파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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