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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업 침체 통영·지진 피해 포항 ‘재생의 꿈’

    통영 5000억원 건설 규모 스웨덴 ‘말뫼의 기적’ 기대 14일 선정된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지 중 눈에 띄는 지역이 적지 않다. 한때 조선업의 메카인 거제의 배후도시로 호황을 누렸으나 최근 조선·해운산업 전반의 침체와 이어진 구조조정으로 인해 활기를 잃어가던 경남 통영이 가장 규모가 큰 경제기반형(50만㎡)에 선정됐다. 지금은 폐업한 옛 신아조선소 부지가 문화, 관광, 해양산업이 집약된 새로운 도심으로 거듭난다. 통영의 도시재생은 5000억원의 건설 수요를 창출하는 크지 않은 규모의 사업이지만 1990년대 조선업 쇠퇴로 내리막길을 걷다 도시재생으로 부활한 스웨덴의 3대 도시 말뫼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말뫼는 조선업 쇠퇴로 2002년 랜드마크였던 코쿰스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해 ‘말뫼의 눈물’이란 말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내일의 도시’라는 기치를 내걸고 혁신을 거듭해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 선정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의 영예를 안았다. 최근 지진 피해를 겪은 경북 포항은 도시재생 사업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중심시가지형(20만㎡) 사업이다. 북구 동빈1가 일대 20만㎡에 1176억원이 투입돼 주민들의 공용 공간이 만들어지고, 노후주택정비 등을 통해 임대주택이 보급된다. 특히 중앙초등학교 부지에는 문화예술 팩토리 등 문화 공간이 만들어지고, 북구청 부지엔 청년창업 플랫폼 등 창업지원 시설이 들어선다. 이 밖에도 전남 목포는 300여 개에 이르는 근대 건축물을 활용해 근대역사 체험길을 조성하고, 경남 하동은 섬진강 인근 폐철도공원과 송림공원을 연계한 광평역사문화 간이역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카페테리아 등 마을 수익사업을 운영한다. 부산 사하구 등 5곳은 자체 재생사업에 덧붙여 스마트시티 기술을 적용하는 스마트시티형 사업으로 추진된다. 또 경기 광명은 무허가 건축물 밀집 지역과 상습 침수지역에 청년주택 등 공공임대 284가구를 공급하고, 인천 부평구는 미군부대 반환 부지를 매입해 일자리 센터와 먹거리 마당 등 융복합 플랫폼을 조성한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돼지 뒷다리의 재발견, 프로슈토와 하몽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돼지 뒷다리의 재발견, 프로슈토와 하몽

    딱히 가치는 없으나 버리기에 아까운 것을 두고 ‘계륵’이라고 한다. 후한 말 진퇴양난에 빠진 조조가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유래를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평소 먹는 닭 요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닭 갈비뼈에 붙은 살은 나름대로 맛은 있지만 먹기가 까다롭고 별로 먹을 것도 많지 않다.돼지고기 부위 중에도 계륵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뒷다리다. 삼겹살과 목살에 비해 가격이 절반에서 3분의1 수준이다. 이유는 있다. 다른 부위에 비해 지방이 적고 근육이 많아 구우면 질기고 삶으면 퍽퍽해져 한국인이 좋아하는 구이용과 수육용으로는 그다지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싼 가격 덕분에 얇게 저며 제육볶음이나 불고기 등으로 이용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부위에 비해 식감이 퍽퍽한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식당에서 가끔 먹게 되는 퍽석한 돼지고기는 저렴한 뒷다리살일 공산이 크다. 먹기가 이다지도 불편한데 돼지고기 부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생산자에게도 요리사에게도, 그리고 먹는 사람에게도 썩 유쾌하지 않은 게 돼지고기 뒷다리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계륵 취급을 당하는 뒷다리지만 산 넘고 바다를 건너면 대접은 180도 달라진다. 유럽에서 돼지고기 뒷다리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딱 두 곳 있다. 바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과 스페인 사람들은 가장 하찮은 부위를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맛을 가진 식재료로 탈바꿈시키는 신통한 재주를 갖고 있다. 털을 제거하고 통째로 씻은 뒷다리를 소금에 절인 후 장시간 건조하는데 이를 두고 이탈리아에서는 프로슈토 크루도, 스페인에서는 하몽이라고 부른다. 돼지 뒷다리를 영어로 햄이라고 하는데 프로슈토 크루도와 하몽은 익히지 않고 소금에 절여 반건조한 생햄이다. 인류가 언제부터 생햄을 먹어 왔는지는 확실치 않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160년 로마의 정치가 카토가 쓴 저작물로 여기엔 생햄을 만드는 과정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를 근거로 이탈리아가 생햄의 발상지라고 우기는 이들(아마도 이탈리아인이 아닐까)도 있다. 로마인들이 야만인이라고 무시했던 변방의 민족에게는 싸움뿐 아니라 수렵한 짐승을 말리고 절이는 데 탁월한 실력이 있었다고 한다. 이 점으로 미루어 보건대 농경민족인 로마인들이 수렵·채집을 주로 하던 외부인들과의 물물교환 속에서 생햄을 접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인다. 원조가 누가 됐든 생햄은 식량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고안해 낸 방편으로 생긴 하나의 부산물이다. 소금에 절여 건조하거나 연기에 훈제한 고기 표면에는 유해한 박테리아로부터 내부를 보호해 주는 일종의 보호막이 생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보존 기한이 극적으로 늘어나면서 독특한 풍미가 더해진다. 보호막 덕에 고기 안의 단백질은 부패하는 대신 안전하게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며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의 농도가 많게는 20배까지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든 맛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프로슈토는 이탈리아의 파르마에서 생산되는 프로슈토 디 파르마다. 특정한 곡물을 먹인 암퇘지 뒷다리를 사용한다. 보통의 프로슈토가 6개월 이상 숙성돼서 나오는 반면 ‘프로슈토 디 파르마’는 9개월에서 많게는 2년까지 숙성시킨다. 숙성 기간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하몽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하몽은 도토리를 먹인 흑돼지 뒷다리로 만든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다. 최상급은 3년 정도 숙성시킨다. 프로슈토와 하몽은 언뜻 보면 형제 같아 보이지만 맛에 있어서는 완벽한 남이다. 프로슈토 디 파르마가 잘 익은 과일향, 은은하고 섬세한 여성적인 풍미를 보여 준다면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는 남성적이다. 오래 숙성시키고 염도도 강해 강렬하고 자극적이면서 동시에 탄성을 자아내는 놀라운 풍미를 보여 준다.최고급 프로슈토와 하몽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음식이기에 별다른 조미 없이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그냥 먹거나 과일, 치즈와 함께 서빙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리사들이 별로 손을 댈 게 없다. 그렇다고 꼭 그렇게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주방에서 생햄은 훌륭한 조미료로도 대접받는다. 치즈와 토마토의 경우처럼 MSG, 즉 글루탐산나트륨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각종 다양한 요리에 감칠맛을 더하는 부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자국의 음식문화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프로슈토야말로 지구상에서 만들어지는 생햄의 정점에 있다고 믿는다. 스페인 사람들이 하몽에게 그러하듯 말이다. 두 나라 사람에게 둘의 우열을 묻는다는 건 자칫 첨예한 국가 간 분쟁으로 번질 소지가 있는 민감한 문제이니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바다. 자기네들 것이 최고라고는 해도 막상 서로의 생햄은 먹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테지만 말이다.
  • [서울광장] 구조조정 안 하겠다는 것인가/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서울광장] 구조조정 안 하겠다는 것인가/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정부가 얼마 전 ‘기업 구조조정 원칙’을 발표했다. 크게 세 가지다. 정부가 나서지 않고 가급적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 사후적 처방이 아닌 선제적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것, 금융논리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다. 시장에 맡기면 국민세금(공적자금)이 덜 들게 된다. 선제 대응이 이뤄지면 허둥지둥 불 끄기에 급급하지 않아도 된다. 산업적 측면 고려는 국가경제를 생각할 때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여기저기 상충된다. 시장논리에 충실하면서 어떻게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겠다는 것인가. 시장은 철저히 그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따진다. 긴급 수혈을 해서 살아날 만하다고 판단되면 살린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버린다. 그 기업이 그동안 국가경제에 얼마나 기여했고 앞으로 또 얼마나 기여할지는 중요치 않다. 시장은 ‘피 같은 내 돈’을 더 넣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만 따진다. 이를 현 정부 경제팀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런 발표를 한 것은 아마도 ‘한진해운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국내 1위의 해운선사를 정리한 데 따른 비판이 커지자 ‘산업적 측면 고려’라는 고육지책 표현을 쓴 것이리라. 설사 구조조정을 철저히 시장원리로 하겠다고 공언해도 내부적으로는 국가경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게 정부다. 누가 경제 지휘봉을 잡느냐에 따라 무게중심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경제논리냐 국가경제냐는 근본적으로 무 자르듯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이크 잡고 세상에 떠들 얘기는 아니다. 잘못하면 좀비기업에 더 극렬한 저항의 빌미를 줄 수 있고, 정부 스스로 족쇄를 차는 일이 될 수 있다. 안 그래도 ‘빽 있고 힘 있는 지역’의 기업은 살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죽는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가뜩이나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마당에 정부가 버티기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는 명제를 공개적으로 던진 것은 아무리 봐도 악수다. 구조조정을 자본시장에 맡기겠다는 것도 듣기 좋은 소리다. 지금의 인력 풀(pool)과 투입하겠다는 실탄(1조원) 규모 등으로 볼 때 구조조정 집도의로 나서기에는 역부족이다. 부실채권 시장의 플레이어(선수)들을 늘리고 키우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하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큰 덩치를 수술하기는 아직 깜냥이 안 된다. 시장에 먼저 들어와 뛰고 있는 유암코나 우리F&I같은 선수들도 덩치 큰 기업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구조조정 전문가가 빈약한 것도 걱정스럽다. 현 정부 경제팀의 주요 멤버들은 대학 교수 출신이다. 아무리 경제학적 지식과 구조조정 이론이 해박하더라도 현실과 실제는 다르다. 부실 기업이나 부실징후 기업들은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이런 기업을 수술하려면 때로는 윽박도 하고 때로는 달래기도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구조조정 최첨병인 산업은행 회장으로 발탁된 홍기택 중앙대 교수는 이런 기업의 오너들을 아예 안 만나 버렸다. 딴에는 불필요한 오해에 휩쓸리지 않고 공정하게 하겠다는 의지 차원이었는지 모르지만 이 무렵 “구조조정이 되는 게 없다”는 불만이 팽배했던 점을 현 경제팀 멤버들이 유념했으면 싶다. 논의 피를 뽑지 않으면 이미 시들기 시작한 벼는 물론이거니와 멀쩡했던 벼조차 종국에는 다같이 죽게 된다. 발등의 불인 조선·해운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쪽에서도 심상찮은 얘기가 들린다.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복잡해지긴 했지만 구조조정 원칙은 간단하다. 살아날 가능성이 있으면 살리고 그렇지 않으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살림으로써 이득을 보는 쪽이 ‘비용’을 대는 것이다. 대주주든, 채권단이든, 기업사냥꾼이든 말이다. 이 원칙에서 벗어나야 한다면 이 또한 원칙 파기로 인해 혜택을 보는 쪽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고용 때문이든, 지역경제 때문이든, 국가산업 때문이든 말이다. 누구 말마따나 판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과실만 챙기려는 세력은 애저녁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부디 쓸데없는 기우이길…. hyun@seoul.co.kr
  • NASA, 美 공무원 만족도 6년 연속 1위…꼴찌는?

    NASA, 美 공무원 만족도 6년 연속 1위…꼴찌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미국 정부의 주요 기관 중 직업 만족도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NN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기구 ‘공직을 위한 파트너십’이 최근 미국 정부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 만족도 조사에서 18개의 주요 기관 중 NASA가 직업 만족도 지수 100점 만점 중 80.9점을 받아 6년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특히 이번 조사는 연방 정부 기관 200여 곳에 속한 공무원 48만여 명을 대상으로, 취업의 기쁨이나 담당 업무의 중요성에 관한 자각, 또는 추가 근무를 마다하지 않는 자세 등을 질문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직업 만족도는 지난해 59.4점보다 2.1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대해진 연방 정부 기관을 비판하고 국방 관련 이외의 부처에 예산 삭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조사 결과와 함께 공개된 분석 보고서에서는 상사나 감독관, 또는 업무상 경험 등에 관한 평가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각 기관의 협조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무원 수가 1만 5000명 이상인 이런 주요 기관 중에서 NASA 다음으로는 보건후생부(HHS)와 상무부(DOC)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두 기관은 각각 70.4점과 69.2점을 받아 전년도보다 각각 4.0점, 1.3점 상승했다. 반면 직업 만족도가 가장 낮은 주요 기관은 미국국토안전부(DHS)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테러 업무를 담당하는 이 기관의 만족도는 52점으로 이마저 지난해보다 6.2 포인트 상승한 것이었다. 트럼프 정부로부터 재량권을 더 부여받은 산하 기관 이민세관국(ICE)의 사기가 진작된 게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어 원호부(VA)와 공군부(USAF)가 각각 56.1점과 60.7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주요 기관 중 하락 폭이 가장 큰 기관은 2.8점 떨어진 국무부(DOS)였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구조조정이 이뤄진 데다가 고위직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직원들 사이에 의욕 저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게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듭 비판을 받은 법무부(DOJ)와 소속돼 있는 연방수사국(FBI)에서도 만족도가 감소했다. 한편 공무원 수 1000명 이상인 중형 기관 중에서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82.9점으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이어 회계감사원(GAO)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각각 82.5점과 81.9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가장 만족도가 낮았던 곳은 방송위원회(BBG)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NASA 캐네디 우주센터(위키백과)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금도 빚도 高高…대한민국 서민들만 ‘곡소리’

    세금도 빚도 高高…대한민국 서민들만 ‘곡소리’

    ■지난해 국민부담률 첫 26% 돌파… 美 ‘추월’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이 처음으로 26%를 넘어섰다. 우리 국민부담률 상승폭은 2007년 이후 9년 만의 최대 기록이다. 국민부담률이란 한 해 국민들이 내는 세금(국세+지방세)에 사회보장기여금(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을 더한 뒤 이를 그해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지난해부터 세수호황 기조가 지속되고 각종 복지제도가 확대되고 있어서 국민부담률은 당분간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이 26.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25.2%) 대비 1.1%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세수호황에 복지 확대… 상승 불가피 지난해 국민부담률이 크게 오른 배경에는 조세부담률 상승이 자리잡고 있다. 조세부담률은 2015년 18.5%에서 지난해에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19.4%까지 뛰었다. 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 무려 11.3%(24조 7000억원) 급증했고, 지방세 수입 역시 6.3%(4조 5000억원) 증가했다. 우리 국민부담률은 OECD 평균(34.3%)에 비해서도 8% 포인트 낮은 수준이지만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올해도 세수호황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내년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대상 증세가 확정돼 조세부담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지출 확대로 재정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점도 국민부담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도 명확한 시한을 못박지 않아 앞으로 작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 확대로 건강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큰 점도 국민부담률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상향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저출산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 구조 요인까지 고려하면 국민부담률 상승 속도를 늦추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사회적 합의 미리 갖춰야 갈등 차단 전문가들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복지 수요 확대 등으로 인해 국민부담률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조세 형평성 개선을 통해 상승 속도를 조절하고, 미리 사회적 합의를 갖춰야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상반기 GDP대비 가계빚 증가 속도 ‘세계 2위’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경제 규모 대비 가계 빚 증가 속도가 세계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빨랐다.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中 이어 두번째… 가계부채 비율 93% 10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6월 말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92.8%에 비해 1.0% 포인트 상승했다. 중국(2.4% 포인트)에 이어 BIS가 집계하는 43개국 중 두 번째로 큰 상승 폭이다. 경제 규모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팔랐던 것이다.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 폭은 2014년까지는 1% 포인트대에 그쳤으나 2015년 3.9% 포인트, 지난해 4.7% 포인트로 급격히 높아졌다. 2014년 8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와 60%로 완화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TV·DTI는 6·19와 8·2 두 차례 부동산 대책에서 대폭 강화돼 수도권 등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에선 각각 40%(다주택자는 30%)로 축소됐다. 또 내년부터는 DTI보다 강화된 대출규제인 신(新)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차례로 도입된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순위는 8위를 유지했다. 스위스(127.5%), 호주(121.9%), 덴마크(117.2%), 네덜란드(106.8%), 노르웨이(101.6%), 캐나다(100.5%), 뉴질랜드(94.5%) 다음이다. 그러나 미국(78.2%)이나 유로존(58.1%), 일본(57.4%), 영국(87.2%) 등에 비해 높다. 특히 18개 신흥국만 놓고 봤을 땐 우리나라가 단연 가장 높다. 태국(68.9%)이나 홍콩(68.5%), 말레이시아(68.0%)와는 격차가 상당하다. ●소득 대비 상환부담도 5번째로 높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소득 대비로도 빠르게 늘었다. 6월 말 기준 DSR은 12.6%로 지난해 말보다 0.2% 포인트 상승했다. BIS가 집계한 주요 17개국 중 호주(0.3% 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 폭이다. 상승 폭이 아닌 DSR로 봤을 때는 네덜란드(16.8%), 호주(15.7%), 덴마크(15.2%), 노르웨이(14.6%)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DSR이 높으면 소득 대비 미래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BIS는 우리나라를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지속해서 오르는’ 국가로 분류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지방재정 효율화 우수사례-대통령상] 전북, 고강도 세출구조조정… 681억 낭비성 예산 아껴

    [지방재정 효율화 우수사례-대통령상] 전북, 고강도 세출구조조정… 681억 낭비성 예산 아껴

    전북도의 ‘전북형 재정혁신’이 전국 최고 ‘지방재정 개혁 사례’로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전북도는 지난 6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2017 지방재정개혁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고 상인 대통령상과 5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전북도는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체계적인 재정혁신 시스템을 구축해 재정건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의 결과를 일자리 창출 등 도민 행복에 기여한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전북은 ‘강력한 세출구조조정 실시’ ‘엄격한 재정관리시스템 구축’ ‘재정집행의 효율적 추진’을 골자로 한 강도 높은 재정혁신을 지속적으로 이행했다. 이는 현행 규정보다 한층 강화된 전북형 재정시스템이다. 실제로 전북도는 보조금 등 민간이전경비의 과감한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349억원을 절감했다. 또 고금리 채무 1780억원을 조기 상환하여 ‘외부 채무 제로화’를 달성함으로써 332억원의 이자를 절감했다. 이와 함께 낭비성 예산을 절감해 행안부로부터 161억원의 교부세 인센티브를 받았다. 특히, 전북도는 절감한 예산을 일자리 창출 분야에 투입해 ‘일자리 창출 전국 1위 달성’의 쾌거를 이루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오늘의 경제 Talk 톡] 구조조정 펀드

    ●구조조정 펀드 기술력과 성장성 등은 우수하지만, 일시적인 자금 부족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구조조정을 진행해 기업을 정상화시킨 후 투자 금액을 회수하는 펀드를 말한다. 구조조정으로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펀드 투자자는 주가가 상승한 만큼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 내년 1조 구조조정 펀드… 산업적 측면 고려 ‘골든타임’ 잡는다

    내년 1조 구조조정 펀드… 산업적 측면 고려 ‘골든타임’ 잡는다

    정책금융·민간 매칭 방식의 펀드 부실 기업 매입·자본 확충에 쓰여 민간 중심 관리위가 구조조정 주도 김동연 “펀드 추가 조성 적극 검토” “민간 참여 유인책은 미흡” 지적도내년 상반기 안으로 1조원 규모의 기업 구조조정 펀드가 조성된다. 부실 기업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붓는 기존 방식과의 단절로 풀이된다. 국가경제나 국민생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구조조정은 금융 논리 외에 산업적 측면까지 고려해 선제적 대응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여기에는 한진해운을 비롯한 해운업 구조조정이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반성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의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민간의 참여를 독려할 유인책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입장을 반영하려다 보면 대기업을 구조조정하지 못하는 ‘대마불사’의 관행을 깨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김 부총리는 “내년 상반기 중 가능한 한 빨리 1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하겠다”면서 “펀드의 추가 조성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매칭 방식으로 조성되는 구조조정 펀드는 부실 징후 기업을 사들이거나 자본을 확충하는 데 쓰이게 된다. 기존에는 이런 역할을 기업에 자금을 댄 채권단이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담당했다. 정부는 펀드 규모를 키우면 시장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이 활성화되는 대신 공적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고용이나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산업 전반이 구조적인 부진에 직면한 경우 관련 기업을 구조조정할 때는 재무적인 판단은 물론 산업적 측면까지 동시에 고려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회계 실사를 하고, 외부 컨설팅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등을 분석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구조조정 충격을 완화하는 고용·지역경제 대책을 마련할 때 지방자치단체 등 지역사회 의견도 수렴하기로 했다. 국책은행이 출자한 기업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민간 전문가 중심의 출자회사관리위원회가 구조조정을 주도하게 된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가 처음 밝힌 구조조정 정책의 밑그림을 보면 지난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출시킨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해 본격화한 조선3사의 구조조정으로 부산·울산·경남 지역 등에서 1만 4000여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물류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부실 기업에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지난해 7월 한국은행은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까지 마련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으려고 지난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도 편성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기업 구조조정 때문에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른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재무적인 관점에서 단순히 부실을 정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보고 산업을 혁신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인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 구조조정 회사나 민간 펀드의 참여를 끌어들일 적극적인 유인책이 부족하다”면서 “민간이 제 역할을 못 하면 또다시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을 떠안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삼성重 적자 쇼크에… 조선업 구조조정 내년초 구체화

    삼성重 적자 쇼크에… 조선업 구조조정 내년초 구체화

    국적선사 발주 지원·노후선박 교체 특별고용지원업종 기간 연장도 검토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적자를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다가올 조선업 불황을 견디기 위한 ‘혁신 성장 추진 방안’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기로 했다.정부는 8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조선업 현황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수주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국적선사의 발주를 적극 지원한다. 친환경 선박 전환 보조금(42억 6000만원)을 활용해 1~3척의 노후 선박을 친환경·고효율 선박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해마다 1~2척씩 총 9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추진선을 2021년까지 발주할 계획이다. 내년 6월 만료되는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의 연장도 검토한다. 국내 주요 조선사의 올해 수주량은 바닥을 쳤던 지난해보다는 늘었지만 여전히 좋지 않다. 중견 조선사들도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TX조선의 경우 2014년 12월 92척이었던 수주 잔량이 이달 현재 15척으로, 성동조선은 같은 기간 76척에서 5척으로 급감했다. 다만 정부는 구조조정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최근 정부가 매각을 추진해 온 금호타이어와 대우건설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에 대한 매각이 무산됐으며, 대우건설 역시 ‘헐값 매각’ 논란을 빚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계기업이라도 지원을 통해 다시 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지원 여력이 떨어진 국책은행 대신 시장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방향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주식먹튀 논란’ 최은영 前한진해운 회장 1심 징역 1년6개월

    ‘주식먹튀 논란’ 최은영 前한진해운 회장 1심 징역 1년6개월

    벌금 12억원, 추징금 5억원 선고 회사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을 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 손실을 피하는 이른바 ‘주식먹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최 전 회장 측은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미공개 정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2억원, 추징금 5억 300여만원을 선고하고 8일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매매·거래하는 행위는 기업 공시제도를 훼손하고 기업 운영과 유가증권거래시장의 투명성·건전성을 저해해 주주 등 일반 투자자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힌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는 시장과 기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함으로써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의 공정성, 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현저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면밀하고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이 사건 범행과 경영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00억원을 조건 없이 증여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전 미공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지난해 4월 6일부터 20일까지 두 딸과 함께 보유하던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팔아 약 10억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전 회장 측은 남편 조수호 전 회장이 2006년 별세한 뒤 상속세를 내려고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상환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의도적으로 정보를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최 전 회장은 삼일회계법인 안경태 전 회장 등으로부터 정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이고 삼일회계법인은 산업은행의 실사 기관이었다.재판 과정에서 최 전 회장 측은 “안 전 회장에게서 받은 정보가 자율협약 신청에 관한 정보가 아니고,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미공개 정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진해운 경영정상화 방안과 관련한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을 수행한 삼일회계법인의 안 전 회장으로부터 ‘채권자 주도의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부탁해 적극적으로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만취해 장비에게 패배한 허저…馬를 車로 보면 어떤 형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만취해 장비에게 패배한 허저…馬를 車로 보면 어떤 형벌?

    유비에게 패한 조조는 양평관으로 퇴각하지만 포위되고 만다. 유비는 양평관으로 향하는 모든 길을 폐쇄해 보급로를 끊는다. 군량 운반이 급한 조조는 심복인 허저에게 임무를 맡긴다. 군사 1000명을 이끌고 식량저장소에 도착한 허저는 갈증을 푼다는 핑계로 술을 마신다. 그러곤 만취한 상태에서 말에 올라 양평관으로 향한다. 하지만 매복 중이던 장비에게 모든 군량을 빼앗기고 병사를 잃은 채 목숨만 건져 겨우 도망친다. 이로 인해 조조는 더욱 궁지에 몰리는데….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술에 취해 말에 오른 허저는 장비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다. 되려 장비에게 공격당해 부상까지 입는다. 게다가 군량까지 빼앗겨 조조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는다. 허저도 나름대로 위나라의 명장이다. 만일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장비에게 쉽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량도 지킬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술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행동을 둔하게 만든다. 허저는 조조에게 실망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조조군 전체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장수에게 주군의 신뢰를 잃는 것보다 더 큰 벌은 없다. 허저에게는 과연 어떤 형벌과 책임이 기다리고 있을까. ●음주운전은 습관… 3회 이상 적발 19% 사람은 말을 타기 시작하면서 활동 범위를 급격히 넓히고 이동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 말은 기차나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까지 최고의 교통수단이었다. 몽고군은 말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기동력을 발휘해 유럽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처럼 사람의 다리를 대신한 교통수단은 빠르고 편리하지만 때론 위험하다. 특히 말을 탄 사람이 주의를 게을리하거나 말을 잘못 다루면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은 말이 자동차로 대체되면서 더욱 커졌다. 말은 위험을 감지하면 스스로 피할 수 있지만 자동차는 오로지 사람의 조작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허저의 행위를 오늘의 눈으로 해석하면 어떻게 될까. 말을 자동차로 바꾸기만 하면 누구나 아는 위험한 행위가 된다. 바로 음주운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음주운전은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자체도 위험하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교통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의외로 음주운전은 습관처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2016년 한 해 동안 22만 6000여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이 중 3회 이상 적발된 사람이 4만 3000명으로 19%를 넘었다. 음주운전이 습관이라는 것이 통계로 증명되는 것이다. 허저는 자신이 술이 세서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조의 신임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병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술이 세다는 것은 자랑할 것도 과신할 것도 못 된다. ●혈중알코올농도 낮추려 시간끌어도 처벌 허저는 음주운전으로 어떤 벌을 받게 될까. 먼저 형사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도로교통법에 의해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받는다. 벌금형은 최고 1000만원, 징역형은 최고 3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여기에 3회 이상 적발된 경우에는 가중 처벌된다. 습관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허저와 같은 사람을 막기 위한 좋은 방법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타고 다니는 교통수단을 빼앗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할까. 형법은 ‘범죄 행위에 제공한 물건’은 몰수할 수 있다(제48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말(자동차) 자체를 빼앗길 수 있는 것이다. 허저가 혈중 알코올 농도를 조금이라도 낮춰 보기 위해 시간을 이리저리 끌었다면 어떻게 될까. 음주측정 자체를 거부한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3회 이상 적발된 경우와 같이 가중 처벌된다. 경찰관의 측정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것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인 것이다. 경제적인 손실은 벌금으로 끝날까. 겉으로 보기엔 벌금뿐인 것 같지만 실제 손실은 벌금보다 훨씬 더 크다. 특히 허저와 같은 군인이나 공무원의 경우가 그렇다. 군인과 공무원의 경우에는 징계가 뒤따른다. 기관별로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규정이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 미만인 경우에는 감봉 처분이 내려진다. 월급여의 3분의1을 받지 못한다. 여기에 각종 수당과 성과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승급과 승진도 지체된다. 결국 감봉 처분을 받게 되면 벌금 이외에도 경제적으로 수백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나아가 0.1% 이상인 경우에는 좀더 중한 정직 처분을 받게 된다. 정직은 보수와 수당이 3분의2 감액되므로 경제적 손실이 훨씬 더 커진다. 허저에게 가해지는 벌칙은 더 있다. 행정벌이다. 술을 마신 정도에 따라 일정 기간 운전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운전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되기 때문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 미만인 경우에는 벌점 100점을 받게 된다. 그로 인해 100일 동안 운전면허가 정지되어 그 기간 동안 운전을 할 수 없다. 0.1%를 넘어서면 1년 동안 운전면허 자체가 취소된다. 1년이 지난 후 시험을 다시 봐서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허저처럼 말을 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는 이것이 가장 치명적인 벌일 수도 있다. 결국 허저는 형사벌, 징계벌에 더해 행정벌까지 받게 된다. 그런데 허저의 손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군인 신분인 허저는 인사조치까지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가족과 함께 수도권에 살고 있다가 지방으로 징계성 발령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전학까지 어렵다면 설상가상이 된다. 우선 지방에서 혼자 사느라 주거비와 생활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는 교통비까지 들게 된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1년에 1000만원 이상을 추가로 들이게 되지 않을까. ●한국 교통사고 사망 OECD 최고 수준 사고를 동반하지 않은 음주운전만으로도 이처럼 막중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말을 타던 허저가 술에 취해 말 고삐를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도 설정해 볼 수 있다. 말이 제멋대로 날뛰다가 다른 말과 부딪치고 길 가는 행인까지 뒷발에 차였다. 음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사고를 일으킨 경우와 같다. 이 경우에는 처벌이 매우 무거워진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위험운전치사상죄(제5조의 11)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고 5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8명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2.4명이나 되었다. 역시 OECD 회원국 중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음주운전은 개인에게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도 심각한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범죄다. 때에 따라서는 허저처럼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삼성중공업, 1.5조 유상증자 추진…“내년까지 7300억원 적자”

    삼성중공업, 1.5조 유상증자 추진…“내년까지 7300억원 적자”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1월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데 이어 다시 1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다시 추진한다.삼성중공업은 6일 공시를 통해 “금융경색 등 리스크(위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1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와 내년 7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삼성중공업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 7조 9000억원과 4900억원, 2018년도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 5조 1000억원과 2400억원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업황 악화로 지난해 수주실적이 5억달러(목표 53억달러의 10%)로 급감했다”며 “고정비 부담 등을 해소하기 위해 연초부터 인력효율화 등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2018년 조업이 가능한 짧은 납기의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수주가 지연되면서 2018년도 조업가능 물량이 기대만큼 확보되지 않았고, 구조조정 실적도 당초 목표에 미달하면서 최근 ‘2018년도 사업 계획’ 수립 과정에서 올해 4분기 약 5600억원의 영업손실을 포함해 올해와 내년 모두 7300억원의 적자가 전망됐다”고 덧붙였다. 주요 적자 요인으로는 ▲ 인력효율화 등 구조조정·비용감축 목표달성 실패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매출원가 증가 ▲ 2017년에 수주한 일부 공사에서 예상되는 손실 충당금 ▲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위로금과 강재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증가 등이 거론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17~2018년 적자는 매출 감소로 고정비 부담이 늘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며, 시황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2019년부터는 매출이 회복되고 흑자 전환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발주처와 협상을 진행 중인 에지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등 해양 공사의 체인지오더(공사비 추가정산)는 이번에 밝힌 2018년 실적전망에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적 실적 개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파리바게뜨 직접 고용 요구, 무리수 아닌가

    파리바게뜨가 전국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 등 5309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 명령 시한을 어제 넘겼다. 파리바게뜨는 본사 직원이 5200명인 상태에서 그 규모의 인원을 또 채용하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고용부는 즉각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에 대해 사법처리하고, 직접 고용 의무 불이행에 대해 1인당 1000만원씩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빵기사들의 어려움은 이해가 간다. 소속은 협력업체인데 실제 근무는 가맹점에서 하고, 업무 지시는 본사인 파리바게뜨로부터 받는다. 본사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지도 않으면서 시시콜콜 관리·감독을 하니 불법파견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정부가 근로자 보호를 위해 칼을 꺼내 든 이유다. 더구나 제빵기사는 고용노동법에서 파견근로자가 종사할 수 있는 35개 사업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파리바게뜨가 정부 명령대로 한다면 본사 직원을 2배로 늘려야 한다. 연간 인건비만 600억원 정도가 늘어난다고 한다. 지난해 영업이익 660억원과 비슷하니 앞으로 이들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인다면 인건비를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영업이익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인력구조나 경영구조상 세계 어느 초일류 기업도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정부가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정부가 이행하라고 준 시간은 두 달이다. 기업이 도깨비 방망이를 가진 것도 아닌데 누가 봐도 비현실적인 요구로 보인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기존에 있는 직원들도 자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제빵기사들이 억지로 정규직으로 신분이 격상된다 한들 그 기쁨도 잠시 입사하자마자 옷 벗고 나와야 할지도 모른다. 제빵기사들 70%가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본사 직접 고용을 반대한다”며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든 것도 그래서다. 이들은 “본사 소속이 되면 가맹점주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직접 빵을 굽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커 오히려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기업을 위축시켜 있던 일자리마저 사라지게 한다면 재고해야 한다. 좀더 시간을 갖고 유예기간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선의의 정책이라고 마구 밀어붙일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기업도 살리고, 근로자들의 권익도 보호할 수 있는 묘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 양극화의 늪… ‘좀비 中企’ 113곳 퇴출

    양극화의 늪… ‘좀비 中企’ 113곳 퇴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면서 회생 가능성도 낮은 ‘좀비’ 중소기업 113곳이 사실상 ‘퇴출’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최근 호황을 보이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 분야의 부실기업은 줄어든 반면 자동차부품 등의 부실기업은 늘어나는 등 ‘양극화’ 경향이 뚜렷해졌다.금융감독원은 5일 ‘2017년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올해 구조조정 대상(C등급 61개·D등급 113개)은 174곳으로 지난해보다 2곳 줄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은 2009년 512곳에서 2011년 77곳으로 떨어졌다가 2015년 175곳, 2016년 176곳 등으로 정점을 찍었다. 금감원은 올해 신용위험 평가대상 중소기업이 2275곳으로 지난해보다 11.8% 증가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평가 대상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이거나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인 회사 등이다. 특히 부실 징후가 있는 데다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D등급 중소기업은 113개로 2009년(221개)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당 기업들은 채권은행의 추가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 경영진이 경영권을 박탈당하고, 파산하지 않고 회생 절차를 거치더라도 성공적으로 회생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부실 징후는 있지만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C등급 중소기업은 61곳으로 지난해보다 10곳 줄었다. 이들 기업은 금융 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구조조정을 하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업종별로는 기계제조업(26곳), 금속가공품 제조업(23곳), 자동차부품제조업(16곳) 등의 순으로 많았다.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자동차부품과 기계업종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지난해 대비 각각 11곳, 7곳이나 증가했다. 반면 전자부품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이 지난해 대비 10곳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소기업 업종 실적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자동차부품 등을 중심으로 자산 규모가 낮은 기업들은 부실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등 중소기업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가 극심해지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금리인상 여파로 부동산임대업 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9월 말 기준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에 금융회사들이 빌려준 자금 규모는 1조 6034억원으로 지난해(1조 9720억원)보다 줄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취임 100일 安 “지방선거 3자구도로 치러야”

    취임 100일 安 “지방선거 3자구도로 치러야”

    양당제 극복 등 4대과제 제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4일 “국민의당 대표로 가장 큰 책무는 당을 살리는 것으로 창당 정신을 확대하는 튼튼한 제3지대를 만들어 다당제를 확실히 구축하겠다”고 말했다.안 대표는 국회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노력해도 기득권 양당의 철옹성을 깨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득권 양당의 철옹성을 깨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의당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가 기득권 양당구도를 혁파하기 위한 제3지대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교훈을 줬다”면서 제3지대론은 “창당 정신과 명분을 확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바른정당과의 연대와 통합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를 위한 ‘4대 개혁과제’로 ▲양대 정당의 적대적 공존관계 극복과 다당제 정착 ▲지역구도 극복 ▲박제화된 정치이념 극복 ▲정치세력과 인물 교체를 제시했다.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해서 안 대표는 “정책 연대 과정을 통해서 얼마나 생각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중”이라고만 했다. 안 대표는 간담회 내내 ‘다당제’를 언급하며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의중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전국 (지방)선거를 3자구도로 치러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생각”이라며 “그것을 반대하는 분들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새해 예산안과 관련, “지난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공무원 인력 재배치와 구조조정 등의 약속을 왜 지키지 않고 무조건 증원해 달라고 하는지 정부·여당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손태승 “시스템·성과 중심 인사로 계파 갈등 해결”

    손태승 “시스템·성과 중심 인사로 계파 갈등 해결”

    “시스템과 성과에 의한 공정한 인사를 해 내부 계파 갈등을 해결하겠다.”손태승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의 장점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색깔도 없는 것”이라면서 “갈등이 100% 없어지진 않더라도 거의 없어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 우리은행의 슬로건을 ‘우리 투게더’로 정한 손 내정자는 “조속한 사태 수습과 조직 안정화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임원 인사를 할 계획”이라면서 “예전처럼 한일·상업 출신 동수로 하지 않고 능력과 성과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 때 국가정보원이나 금융감독원, 은행 주요 고객 등의 자녀와 친인척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들의 갈등이 폭발하며 채용비리 문제가 외부로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손 내정자는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는 임직원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신입사원 채용 과정이 적정한지 외부 전문가 검증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또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해서는 “우선 업무에서는 후선으로 빼고 그다음 징계 조치는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경중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포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도 언급했다. 손 내정자는 “국내 점포는 줄이고 해외 점포는 늘려 나갈 것”이라면서 “그에 따른 불필요한 인원이 생기면 일정 부분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과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계획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자산운용사부터 인수합병(M&A)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잔여 지분 매각 등은 예금보험공사나 공적자금위원회의 의사 결정이 있으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노동조합과의 관계에 대해 “노조는 은행 경영에 간섭하면 안 된다”면서도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나 다른 금융기관의 추세를 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단독]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공청회’ 파행...“껍데기만 바꾼 평가”

    [단독]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공청회’ 파행...“껍데기만 바꾼 평가”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 공청회’가 반대측의 강당 점거로 파행됐다. 1일 3시 청주 한국교원대학교 교원문화관에서 개최된 교육부 공청회에서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 30여명이 강당 무대 위에 올라 “고등교육재정 확충하고, 고등교육혁신 대책 수립하라”며 공청회 진행을 막았다.강당 무대를 점거한 대학 공대위측은 “교육부의 이번 정책 변경은 껍데기만 바꾼 평가”라며 “하위 등급 대학의 폐교와 강제 퇴출에 초점을 맞춰 교육현장을 황폐화시켜온 박근혜식 대학구조조정의 틀이 전면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5단계 등급을 3단계로 단순화하긴 했지만 대학을 등급으로 나누고 하위 등급에 대해서는 정원을 감축함과 동시에 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제한 등의 불이익을 가하는 구조조정 방식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공개 예정이었던 편람을 통째로 거부하고 실무자들이 거부 투표를 진행해 교육부에 전달할 것을 제안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들의 점거와 발언 도중 공청회에 참가한 실무자들 중 일부는 발언 도중 박수를 치기도 했다. 공청회 주최를 담당한 한국교육개발원측은 참가자들에게 공청회 순연을 알리고 “공청회에서 공개 예정이었던 편람 등 관련 자료는 공문으로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30일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계획’과 ‘대학 재정사업 개편 방향’ 시안을 발표했다. 전국 대학을 6단계로 세분화했던 등급 구분은 3단계로 간소화하고, 정원감축 권고 대상 비율을 종전 84%대에서 40% 이하로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교육부는 대학현장 의견수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12월 중 확정하고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진단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정용진 ‘포스트 이마트’로 승부수 던진다

    정용진 ‘포스트 이마트’로 승부수 던진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점포 수가 창립 24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경쟁 심화와 소비 유형의 변화, 유통 관련 각종 규제 등이 겹치면서 기성 유통채널의 대표격인 대형마트 산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이런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필두로 한 이마트가 미래 생존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이어 가고 있어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마트의 국내 매장 수는 145개로, 지난해 말에 비해 2개가 줄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점에 이어 울산 학성점도 최근 문을 닫았다.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국내 최초의 대형마트인 이마트 1호점이 들어선 이후 점포 수가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내년에도 신규 점포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경영 효율을 위한 구조조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지난 4월 하남점 잔여 부지와 평택 소사벌 부지를 매각한 데 이어 9월에는 코스트코 지분 3.3%와 코스트코 서울 양평점과 대구점, 대전점 등 3개점이 입점한 이마트 소유 부동산 3만 931㎡를 일괄 매각했다. 또 올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의 여파로 중국 시장 전면 철수를 결정하고 현지 5개 매장의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외형 확장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사업 체질 개선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부실 점포나 부지 매각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자체브랜드(PB)를 앞세운 전문매장 ‘노브랜드’와 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기성 대형마트를 보완한 변형매장 실험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내고 있다. 노브랜드는 2015년 매출 270억원으로 출발해 지난해 19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매출은 전년의 2.5배가 넘는 5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노브랜드 제품을 앞세운 전문점 매장 수는 지난해 말 7개에서 이달 말 기준 80개로 급증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2010년 처음 문을 연 이후 현재 점포 수 12개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김포풍무점과 군포점 등 내년까지 5개 점포를 추가로 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래 올 3분기(7~9월)까지 누적 매출액 1조 1185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전체로 1조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사업 환경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얼마나 빠르게 안착시키는지 여부가 향후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대학 평가 순위 경쟁 대신 자율성 강화

    대학 평가 순위 경쟁 대신 자율성 강화

    MB·朴정부 정책에 대학 반감 金부총리 “근본적 변화 필요” 일각 ‘자율 혁신’에 회의적 시각 교육부가 30일 발표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계획’과 ‘대학 재정사업 개편 방향’의 핵심은 ‘대학의 자율성 강화’다. 정부가 지원금을 내걸고 대학의 발전을 위한 사업을 만들어 대학이 따라오게 하고 구조조정이 더딘 대학은 강제로 감축을 유도했지만, 이제는 대학이 알아서 하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가 돈으로 대학을 쥐고 흔든다’는 비판까지 나왔던 터라 대학가는 이번 조치를 다소 반기는 기색이지만, 그동안 타성에 젖어 있던 대학이 자율적으로 대학 발전을 꾀할지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대학재정지원사업은 대학의 교육, 연구, 산학협력 역량 강화를 위해 국고를 연 단위로 지원하는 사업을 통칭한다. 교육부가 사업계획을 수립해 공고하면 대학이 지원하고, 교육부는 순위를 매겨 돈을 나눠 주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현재 주요 사업을 포함해 10여개의 사업 규모가 무려 1조 5000억원에 이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이 돈으로 대학의 발전과 구조조정까지 유도했다. 등록금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대학들로선 정부 지원금만 바라봐야 했다. 이러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많았다. 대학마다 특성을 잃고 순위 경쟁에만 몰두했고, 교수가 연구나 수업 대신 보고서 쓰는 일에 주력하는 사례가 흔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존 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학 간 소모적인 경쟁이 심화했고, 자율성도 저하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부가 내년 시행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대학재정지원 사업을 일반재정지원 사업과 특수목적지원 사업으로 단순화했다. 특수목적지원 사업 가운데 교육혁신지원(가칭), 산학협력(LINC+), 연구(BK21+) 사업만 남기고, 나머지 사업은 일반재정지원으로 통합된다. 일반재정지원 사업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평가를 거쳐 돈을 나눠 주지만, 목적성 사업과 달리 용처가 없는 게 특징이다. 박성수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기본적으로 사업계획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경상비로도 쓸 수 있고 중기발전계획과 연관해 학교발전을 위해 쓸 수도 있다”고 했다.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따른 대학구조개혁은 대폭 완화됐다. 기존에는 정원감축을 하지 않아도 6개 등급 가운데 A등급(16%)만 제외하고 모두 정원 감축 권고와 재정지원 제한을 받았다. 그러나 전체 대학의 60% 안팎에 달하는 자율개선대학에는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 현재 4년제 대학 189곳을 기준으로 하면 기존 30곳이 정원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됐지만, 내후년부터 3년 동안 110곳 이상이 정원 감축을 단 한 명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가 고교 졸업생 대폭 감소를 예상해 2023년까지 대학 정원 16만명 감축을 목표로 한 대학구조개혁평가도 사실상 폐기 절차에 접어들었다. 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부경대 교수)은 이와 관련,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대학 신입생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인데, 정부가 먼저 나서면 ‘정부실패’를 부를 수 있다”며 “정부와 시장기능이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만명으로 정해 놨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시장 기능이 작동해 목표치에 근접할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학구조개혁이 변질할 가능성도 나온다.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정부 가이드라인 없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라고 하면 결국 대학 내에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환영하지만, 제대로 구조개혁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제비뽑기로 선봉 정한 황충과 조자룡… ‘도박죄’ 성립될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제비뽑기로 선봉 정한 황충과 조자룡… ‘도박죄’ 성립될까

    한중은 땅이 기름져 물자가 풍부하고 주변 지형도 험한 전략적 요충지다. 유비가 북벌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건안 23년, 유비는 한중을 점령하기 위해 10만 군사를 이끌고 출병한다. 이에 맞서 조조는 20만 대군을 이끌고 한중으로 향한다. 공명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조조군의 식량을 빼앗아 보급을 차단하려 한다. 임무를 부여받은 황충과 조자룡은 서로 선봉을 자처한다. 두 장수가 다투자 선봉은 결국 제비뽑기로 결정되는데….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제비뽑기는 사실 정당한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력이나 전략이 아닌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비뽑기로 선정된 장수의 잘못으로 많은 병력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황충과 조자룡이기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두 장수 모두 임무를 충분히 수행하고도 남을 명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일상생활에도 흔히 있다. 친구들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밥값이나 술값을 내기부터 명절에 친척들과 벌이는 화투놀이나 윷놀이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내기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까. 우리 형법은 도박죄를 처벌하고 있는데, 제비뽑기나 고스톱, 윷놀이가 도박죄에 해당하진 않을까. ●명절 윷놀이·고스톱 도박죄 아냐 형법은 ‘도박한 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246조 제1항 본문)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도박’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도대체 무엇이 도박인지 알 수 없다. 통상 도박은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걸고 우연한 승패에 의해 득실(得失)을 결정하는 내기’라고 해석한다. 황충과 조자룡의 제비뽑기를 해석해 보자. 우선 실력이 아닌 제비뽑기라는 우연한 방법으로 선봉을 정하는 내기를 한 것은 맞다. 언뜻 도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이 건 것을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보는 눈에 따라서는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 선봉에 나서 큰 공을 세우면 그에 따른 논공행상(功行賞)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큰 상을 받을 수도 있고 높은 직위에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논공행상은 제비뽑기의 직접적인 결과가 아니다. 선봉으로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습격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도중에 매복을 만나 작전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상 대신 벌을 받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제비뽑기에 건 것은 재물이나 상, 직위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선봉을 맡는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의 제비뽑기를 도박으로 볼 수는 없다. 전장에도 시간은 간다. 유비군과 조조군이 대치하는 중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가 찾아왔다. 양 군이 전투를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심심해진 병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1점당 1000원을 걸고 고스톱을 했다고 치자. 도박죄로 처벌될까. 이 경우는 ‘돈’을 건 것이기 때문에 도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박에 해당한다는 것과 도박으로 처벌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형법이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제246조 제1항 단서)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시’가 아닌 쉬는 시간에 재미나 즐거움을 위해 내기를 하는 것은 예외로 한다는 것이다. 병사들의 경우가 전형적인 예다. 목숨이 달린 전장에서 전투는 외면한 채 계속 고스톱 놀이를 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명절을 맞아 가족도 생각나고 심심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는 병사들끼리 잠시 짬을 내 돈보다는 심심풀이로 놀이를 한 것이다. 판례도 어떤 경우가 도박이고, 어떤 경우가 일시 오락인지는 ‘시간과 장소, 사회적 지위 및 재산 정도, 재물의 근소성, 경위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건 돈이 얼마인지가 일률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랑 함께했는지, 재산은 얼마나 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도박을 좋아하는 장비가 종종 내국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인 강원랜드도 가고, 경마(競馬)장, 경정(競艇)장, 경륜(競輪)장도 갔다. 이 경우에는 불법이 아닐까. 강원랜드가 설치된 정선지역은 원래 석탄 채굴이 활발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석탄 채굴의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자 폐광이 속출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히 법을 만들었다. 바로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경마(한국마사회법)나 경륜, 경정(경륜·경정법)도 마찬가지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장비가 강원랜드나 경마장에 가는 것도 도박에는 해당한다. 하지만 특별히 법에 의해 인정된 행위이므로 처벌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합법적인 카지노나 경륜, 경정이라고 해서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1회당 걸 수 있는 금액이나 연간 출입한도 등을 엄격히 정해 놓고 있다. 장비가 오락이나 일시 휴식이 아닌 도박중독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도박중독 사회·경제적 폐해 연간 78조 삼국지 등장인물 중에서는 장비가 왠지 도박과 제일 친할 것 같다. 술을 좋아해서 그럴까. 아무튼 도박중독에 빠진 장비가 도박판에서 속칭 ‘꽁지 돈’을 썼다고 치자. 꽁지 돈이란 도박판에서 도박에 쓴다는 사정을 알면서 빌려주는 돈을 말한다. 그런데 꽁지 돈까지 빌렸는데도 장비는 돈을 모두 잃었다. 빠듯한 월급에 높은 이자까지 붙으니 갚을 길이 막막하다. 장비는 빌린 꽁지 돈을 갚아야 할까. 불쌍한 장비를 위해 법을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 우리 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민법 제103조)’라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도박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게다가 꽁지 돈을 빌려주는 사람도 그 돈을 불법적인 도박에 사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 돈을 갚으라고 한다면 불법에 법이 협조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꽁지 돈을 빌리는 계약은 무효가 된다. 일반적으로 계약이 무효가 되면 당사자들은 계약하기 전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킬 의무가 있다. 물건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면 물건을 판 사람은 산 사람에게 돈을 돌려주고, 산 사람은 판 사람에게 물건을 돌려줘야 하는 것처럼. 그런데 장비는 돌려줄 돈이 없다. 민법은 이처럼 불법적인 원인으로 재산이나 노무를 제공할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민법 제746조) 하고 있다. 장비는 도박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폐해가 연간 7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도박중독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자해나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또 중독자 10명 중 1명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도박은 범죄일 뿐만 아니라 중독되면 치유가 어려운 난치의 질병이다. 형사처벌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정과 직장 생활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도박은 지금 당장 멈춰도 결코 빠르지 않다.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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