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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울뿐인 배상명령제 형사피해자 두번 운다

    허울뿐인 배상명령제 형사피해자 두번 운다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에 투자하면 이익금을 배당해 준다는 말에 속아 건설업자 박모(48)씨에게 금품을 건넨 김모(51·여)씨.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돈을 찾기 위해 박씨 사건을 맡은 형사재판부에 배상명령 신청을 냈으나 피해자가 다수여서 피해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각하됐다.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박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인 김씨는 “사기 피해자인데도 돈을 돌려받는 게 어렵다.”고 푸념했다. 형사사건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따로 민사소송을 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배상명령 제도가 갈수록 실효를 잃어가고 있다. ●청구건수 두배 껑충… ‘구제´는 되레 절반 줄어 1999년 1792건이던 배상명령 청구건수는 2004년 4061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으나 피해자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인용률은 같은 기간 41.6%에서 20.2%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인용률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법원이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형사재판을 단축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민사적인 절차는 별도의 소송을 통해 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피해자의 권리가 역으로 침해받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회사돈 1억여원을 훔친 경리직원의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에 배상명령을 신청했다 기각된 백모씨는 “구속된 사람에게 어떻게 돈을 돌려 받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민사소송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용만 나가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그는 “재판부가 몇차례 더 심리했다면 민사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면서 “재판단축을 이유로 배상명령 신청을 기각한 것은 기각여부가 재판부의 실적과는 무관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피해자보다 피의자 인권이 우선? 민사와 형사의 차이를 모르는 일반인들이 법률자문 없이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것도 기각·각하율이 높아지는 이유의 하나다. 아파트 허위 분양업자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 120명의 배상명령 신청 대리인을 맡은 조정래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배상명령은 변호사 선임이나 인지구입 등의 절차없이 신청이 가능하지만, 실제 절차에 들어가면 피해액을 확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법률자문을 받아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피해액을 청구해 배상을 먼저 받아두고 나머지 금액은 민사소송을 통해 받는다면 소송에 드는 비용도 줄어들고 배상명령도 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명령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 배상의 범위를 물질적인 것에 한정한 데 있다고 본 법무부는 형사사건에서 본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서도 위자료 배상이 가능토록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지난 3월 입법예고했다.300만원의 사기를 당했다면 300만원 배상에 정신적인 피해분에 해당하는 위자료를 얹어서 받도록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배상명령이 형사재판 기일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되는 현실에서 위자료 부분까지 법리논쟁을 벌일 여유가 있을 리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유병영 홍보실장은 “재판부의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형사재판 절차에서 피해자의 인권이 피고인의 인권보다 상대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형사재판부의 인력을 늘리고 재판부가 배상명령을 적극적으로 심리하지 않는 이상 배상명령을 비롯한 피해자 보호 제도가 성공을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전자책 해적판 활개 저작권 갈등 ‘솔솔’

    전자책 해적판 활개 저작권 갈등 ‘솔솔’

    영화·음악·게임 등 예능오락 콘텐츠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인터넷 저작권 파문이 출판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해적판’ 전자책에 대해 저작권 관련단체들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동안 거의 공짜로 인터넷에서 책을 구해 온 일부 네티즌들은 영리목적 없는 파일공유의 제한은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출판저작권 보호기관 “강력대응” 선언 저작권보호센터는 지난달 27일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전자책 공유카페 4곳에 불법복제한 전자책을 완전히 삭제하라는 내용의 경고 e메일을 보냈다. 개인들의 PC를 연결해 자료를 공유하는 P2P사이트의 전자책 제공자들에게도 일제히 경고메일을 발송했다. 곧 포털 ‘다음’의 전자책 카페에도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낼 계획이다. 센터 온라인출판팀 심재호씨는 “P2P와 웹하드 등에서 이뤄져왔던 불법복제 전자책이 인터넷 포털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로도 바로잡히지 않을 경우,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물어 법적인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복사전송관리센터도 최근 불법 전자책 유통에 대해 법적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 센터는 어문저작물의 복사권과 전송권을 출판협회 등에서 위탁받아 저작권을 행사하고 있는 기관이다. 전자책 판매업체인 북토피아 남지원 이사는 “전자책 시장이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마구잡이 해적판이 나돌아 업계가 고사상태에 놓였다.”면서 “공짜에 맛들인 네티즌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네티즌 “위축은 불가피…없어지진 않을 것” 이에 대해 전자책 공유카페 등의 운영자들은 일단 위축되는 분위기다. 한 전자책 공유카페의 운영자는 “앞으로는 드러내놓고 사이트를 운영하기는 어렵게 됐다.”면서도 “그러나 MP3(음악파일) 공유사이트인 ‘소리바다’가 여전히 건재한 것처럼 결코 전자책 공유카페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 최모(19)군은 “신세대들은 종이로 만든 책보다 화면으로 책을 보는 것에 더욱 익숙해져 있다.”면서 “어렵게 타이핑을 해서 컴퓨터나 개인휴대단말기(PDA)로 보는 것이 무조건 나쁜 일이냐.”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주로 책을 구한다는 윤모(35)씨는 “인터넷에서 책을 팔아 전문적으로 돈벌이를 하는 게 아니라면 허용돼야 한다.”면서 “좋은 책이라면 전자책으로 보았더라도 종이책을 살 것”이라고 했다. 현행 저작권법은 출판물을 무단복제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무단복제한 소설 ‘토지’ 단돈 2원 전자책은 통상 전문업체가 인터넷 콘텐츠로 가공해 온라인에서 내려받는 형태로 판매된다. 일반적으로 종이책 가격의 절반 안팎이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네티즌들이 종이책을 보고 직접 워드프로세서 등에 입력해 인터넷에 뿌리는 것으로 사실상 공짜로 구할 수 있다. 한 P2P 사이트에서는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단돈 2원(다운로드 비용)에 내려받을 수 있고, 조정래 ‘태백산맥’, 이문열 ‘삼국지’, 최인호 ‘상도’ 등 대하소설을 포함해 한국소설 5000편을 하나로 묶은 102메가바이트 크기의 압축파일은 25원이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2번국도-맛·멋·역사의 향기

    2번국도-맛·멋·역사의 향기

    전남 목포에서 경남 부산을 잇는 2번 국도(총연장 481㎞)에는 맛과 멋, 역사의 향기가 살아 숨쉬고 있다. 남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와 해수욕장은 물론 가야 문화권에 속하는 역사적인 유적들이 풍부하다. 특히 곳곳에서 맛깔스러운 남도의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넉넉한 인심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푸짐한 음식, 맛집을 찾아 다리품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휴가.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수욕장과 역사적 유물은 물론 갖가지 을먹거리를 덤으로 맛볼 수 있는 2번 국도에서 여름의 더위를 날려보자. ●목포 무안반도 남단에 자리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 목포는 흑산도와 홍도 등 840개의 섬을 아우르는 항구 도시다. 넓은 바다와 섬을 끼고 있어 그만큼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대표적인 곳은 유달산. 영혼이 거쳐가는 산이라하여 ‘영달산’이라고도 불리는 유달산에 오르면 목포시내와 다도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산주변에 개통된 2.7㎞의 유달산 일주도로를 타고 산정상에 오르면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섬 사이를 오가는 크고 작은 선박의 모습이 아름답다. 유달산에는 대학루와 달성각, 유선각 등의 정자가 있으며 100여점의 조각작품이 전시된 조각공원과 난공원이 볼거리다. 유달산 관리사무소 061-242-2344. 입장료 성인 700원, 청소년 500원. 무엇보다 목포를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홍어. 남도의 잔칫집 음식상에는 반드시 홍어가 올라가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을 만큼 유명한 생선이다. 이 가운데 흑산도 홍어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 정도의 희귀한 생선으로 담백하면서도 코끝을 톡쏘는 맛이 특징이다.20년째 흑산 홍어만을 고집하고 있는 금메달 식당(272-2697)이 유명하다. 또 삶은 돼지고기,2년 이상 묵힌 배추김치를 곁들인 홍탁삼합(1접시 13만원)과 홍어찜, 홍어회, 홍어탕 등 홍어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목포시 관광과 061-270-8430. ●독천 2번 국도를 따라 목포에서 20㎞쯤 달리면 만나는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는 세발낙지의 원조. 이곳에는 최고 보양식인 낙지집이 즐비하다. 서남해안 갯벌에서 잡히는 세발낙지를 나무젓가락에 감아 초장에 찍은 뒤 한입에 먹는 것은 별미 중의 별미.‘소가 쟁이질하다 넘어지면 낙지를 솔잎에 싸서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는 말처럼 쇠한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 최고의 보양식이다. 제일식당(472-3729)은 기름을 제거한 갈비와 낙지를 함께 넣은 갈낙탕(1인분 1만 2000원)과 낙지구이(10마리에 4만원)의 원조. 인근의 독천식당(472-4222)도 30여년의 전통을 지닌 낙지집으로 낙지연포탕과 갈낙탕이 주메뉴다. 영암군 문화관광과(061-470-2224) ●강진 강진군에서는 마량포구에 가면 고향의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다. 마량포구로 이어지는 77번 국도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푸른 바다를 끼고 이정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확 트인 바닷가와 맞닥뜨린다. 바다를 끼고 내려가는 길은 ‘경치가 좋은 도로’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하기에 좋다. 마량포구의 새벽 항구와 함께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위판장에서 펼쳐지는 경매 현장은 아이들에게는 산 교육이 된다. 마량항에 있는 강진군 수협어판장에서는 아침 8시30분부터 수산물 경매가 이뤄진다. 중매인이라고 새겨진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와 빠른 속도로 경매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민물장어 등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고유의 맛을 살려낸 한정식집 해태식당(434-2486)이 유명하다.1인 2만원. 가볼 만한 곳은 다산초당. 조선시대 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 선생이 천주교 탄압사건에 연루돼 10여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곳으로, 도암면 만덕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길은 대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한낮에도 짙은 숲그늘이 드리운다. 다산 선생은 이곳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또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다산초당의 동암 위쪽으로는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산길이 있다.1㎞ 남짓한 거리로, 호젓한 산길이 아름다우며 강진만을 내려다보는 경치도 좋다. 다산초당 아래에는 다산유물전시관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백련사와 다산유물전시관까지 산길을 따라 함께 둘러볼 수도 있다. 다산초당(430-3345), 강진군 문화공보과(061-430-3224). ●장흥 장흥은 무공해 고장이다. 천혜의 청정해역과 천관산도립공원을 비롯한 크고 작은 명산, 은어가 뛰노는 1급수 탐진강, 천연계곡과 자연휴양림 등 미래를 위해 아껴놓은 무공해가 자랑거리다. 문인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등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걸출한 문인들의 고향이 바로 장흥이다. 득량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키조개.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량 일본으로 수출돼 내국인들이 맛볼 수 없는 고급 음식이었다. 취락식당(863-2584)에서는 키조개와 한우등심을 곁들인 키조개로스(1인 1만 5000원)를 맛볼 수 있다. 장흥의 명물은 귀족호두. 장흥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되던 명품이며 지압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두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상품은 한 벌(두알)에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비싼 이유는 장흥에서 자생하는 토종나무가 11그루에 불과한데다 그루당 호두가 몇십개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귀족호두 박물관(863-2736)의 전시실에는 각종 호두가 전시돼 있고 20여종의 나무들로 만들어진 고가구 등이 함께 전시돼 있다. 장흥군 문화관광과(061-860-0224). ●보성 보성은 차의 고향이다. 녹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광대한 녹차밭은 보는 것만으로도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보성다원 등 산비탈을 개간해 조성한 차밭이 대부분이어서 맛과 향이 야생차에 비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고급차가 생산된다. 무엇보다 보성의 매력은 어디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점. 득량만 방향으로 15㎞쯤 내려가다보면 율포해수욕장과 수문리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율포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해수녹차탕(853-4566)은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해수에 녹차잎을 넣고 만든 건강탕. 탕에 앉아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온천장 앞으로 펼쳐지는 득량만 바다 풍광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다. 검붉은 색을 띠는 녹차해수탕은 피부를 통해 녹차성분이 흡수돼 피부탄력을 유지하고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가 높다. 티베트박물관(852-3038)은 티베트의 정신문화와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티베트 양식으로 건축된 박물관 내부에서는 대원사 주지 현장스님이 1987년부터 모은 탕카, 만다라, 밀교법구 등 티베트 관련 많은 자료가 전시돼 있다. 성인 2000원, 학생 1000원.www.tibetan-museum.org. 보성군 문화관광과061-850-5224. ●벌교 벌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이 곳에 들러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소설에서 마을 지주인 현준배의 집이자 소화와 정하섭이 사랑을 나누었던 ‘현부잣집’은 최근 새로 단장해 답사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빨치산 대장인 염상진의 동생 염상구가 벌교 제일의 주먹이던 땅벌을 제압하고자 스스로의 담력을 보여주기 위해 기차가 올 때까지 오래 버티는 담력 결투를 벌였던 철교도 건재하다. 소설에 등장했던 홍교(보물 제304호)는 세칸짜리 무지개 다리로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홍교중에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벌교천 하류를 따라 내려가면 소화다리에 이르는데 원래는 부용교였으며, 소설 속에서 좌·우익 서로간에 사형을 집행했던 장소로 밀물때면 여기까지 올라온 바닷물이 온통 피바다였다는 아픈 사연을 안고 있다. 먹을거리로는 벌교 꼬막. 예로부터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으며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을 만큼 풍미가 일품이다. 꼬막은 고단백 저지방 알카리 식품으로 소화 흡수가 잘된다. 벌교읍(061-857-6410) ●순천 순천은 지루한 삶으로부터 잠시 탈출할 수 있는 곳. 광활하게 펼쳐진 순천만 갯벌을 비롯해 우리의 옛삶을 만날 수 있는 낙안읍성, 조계산 자락의 선암사와 송광사 등은 낭만과 포근함을 준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로 둘러싸여 드넓은 갯벌을 만들어낸 순천만은 가슴을 확트이게 만든다. 물이 빠지고 S자 모양을 그리며 길게 뻗어나간 물길과 아낙네들이 펄배를 타고 꼬막을 캐는 모습이 장관이다. 조계산 기슭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선암사(754-5247)는 사찰 주위에 수백년 된 수목이 울창하다. 주차장에서 선암사로 가는 1㎞에 이르는 길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선암사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를 지나게 된다. 낙안읍성은 민속촌과 달리 사람들이 읍성안에서 조선시대 삶을 재현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읍성에서는 객사(사신이 머무는 곳)와 동헌(지방행정관서) 등 공공시설이 중앙부에 자리하고 있으며,142가구의 일반 주택들은 모두 초가집이다. 읍성은 상도, 허준, 용의눈물 등 사극의 촬영지로 활용됐다. 예로부터 인심이 후하고 미인이 많기로 소문난 순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화려한 음식문화. 고단백 영양식이라 여름철 스태미나식으로 인기가 높은 짱뚱어는 갯벌에서만 서식한다. 인공양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철에만 먹을 수 있다. 텁텁하면서도 비리지 않은 맛을 내기 때문에 여느 음식에서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순천시 문화관광과(061-749-3328). ●하동 섬진강의 시원한 물빛은 여름철 무더위를 날려주기에 충분하다. 섬진강변을 따라 가는 길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시원한 강바람과 주변에 펼쳐지는 경관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섬진강변을 끼고 구례에서 하동·광양으로 내려오는 길이 특히 아름답다.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운 모래톱에서 물놀이와 낚시를 즐긴다. 화개장터와 쌍계사, 하동송림, 하동포구공원, 쌍계사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최근 문을 연 하동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섬진강 물줄기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대표 먹을거리는 섬진강 물빛을 닮은 재첩국. 많이 자라야 어른의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경계에서 자라는 것이 상품.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해독 효과는 물론 허한 기운을 보해주는 강장식품으로도 이름이 높다. 동흥식당(884-2257)과 하동재첩사랑(883-7758) 등 주변에 재첩국을 파는 식당이 많다. 재첩국 5000원. 하동군청 문화관광과(055-880-2375) ●진주 진주는 19세의 나이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든 논개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작은 도시에 ‘진주 8경’이 숨어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논개의 영혼이 녹아 있는 남강과 진양호의 석양은 일상의 답답함을 시원스레 날려준다. 진주(眞珠)처럼 작지만 아름답고 커다란 빛을 뿜어낸다. 진양댐 어귀에는 전망대와 동물원, 놀이시설 등이 마련돼 있으며, 진주성 촉석루, 국립진주박물관은 시내에서 멀지 않아 반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다. 진주는 진주 비빔밥과 진주장어구이가 유명하다. 진주성 전투때 처음으로 선보였다는 진주비빔밥은 진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이다. 동황색의 둥근 놋그릇과 쌀밥, 그리고 다섯가지의 나물이 어우러져 칠보화반으로도 불린다. 천황식당(741-2646)과 설야(762-0585)가 유명하다. 진주 장어는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며 깻잎에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유정장어본점(746-9235)와 남강장어(747-0888)이 맛있다. 진주시 문화관광과(055-749-2055) ●마산 마산에서는 매콤 담백하면서 무더위를 날려주는 시원한 맛을 지닌 원조 아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귀찜은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지만 이곳 원조 아귀찜은 다른 지역의 아귀찜과는 사뭇 다르다. 마산에서는 한겨울 찬바람 속에서 20∼30일 말린 아구를 냉동창고에 보관해 놓고 쓴다. 마산 아귀찜은 토장맛이 특히 좋다. 말린 아구에 콩나물을 넣고 매운 고춧가루를 푼뒤, 마산의 명물 미더덕을 넣어 범벅해서 찐 것으로 개운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또 비린내가 안 나고 신선하며 담백한 맛의 삶은 아구를 초장에 찍어먹는 수육도 별미. 아구탕은 맛이 시원해 해장국으로 먹어도 좋다. 오동동 뒷골목이 아귀찜의 고향. 오동동 사거리에서 해안도로쪽으로 200m쯤 골목길에 접어들면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동도 진짜초가집, 원미아귀찜, 구강할매집, 오동도아구 할매집, 본점옛날아귀찜 등이 있다. 진전면 고사리 거락마을에 있는 자연 숲. 자생하는 표고나무와 수양버들이 400m의 진전천 둑에 걸쳐 숲을 이루고 있고 하천에는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른다. 인근 양촌 온천단지에서는 여름철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고현리 공룡발자국화석 지역과 단비도예마을, 봉암갯벌생태학습장 등을 둘러보면 좋다. 마산시 문화공보과 관광진흥담당(055-240-2044). ●부산 2번 국도의 끝지점에서 만나는 송도 해수욕장은 부산 시민의 낭만과 추억이 깃든 명소다. 사계절 싱싱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도심형 어촌이기도 하다. 송도 해수욕장에서는 매년 8월 비치머드페스티벌과 가요제, 해변 미니영화제, 인공암벽대회 등 피서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인근의 암남공원은 1억년전 형성된 퇴적암과 원시림,100여종의 야생화와 400여종의 식물군 등 도심에서 보기 드문 자연군락을 이루고 있다. 먹을거리로는 싱싱한 회와 곰장어구이, 부산 아귀찜 등이 있다. 부산 서구청 문화관광과(051-240-4061).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EBS ‘문화 문화인’ 여름 특집

    매주 화요일 밤 10시50분 다양한 문화 현장을 인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EBS의 ‘문화 문화인’이 여름 특집을 마련했다.5일에는 한국, 영국, 프랑스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퍼포먼스 그룹 ‘Mr. 토끼’를 소개한다.12일에는 소설가 조정래씨와 한겨레신문 문학담당 최재봉 기자 등이 문학을 얘기하고,19일과 26일에는 뮤지컬과 연극에 이어 미술편을 방영한다.8월에는 사진과 디자인, 클래식 등을 다룰 예정이다.
  • 네티즌이 뽑은 대표작가 ‘태백산맥’ 조정래씨 1위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가 네티즌 독자들이 뽑은 한국 대표작가로 선정됐다. 인터넷서점 YES24(www.yes24.com)와 포털사이트 네이버(www.naver.com)가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네티즌 6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한 온라인 투표 행사에서 조정래는 2만 7800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이어 박완서(1만 6973표), 황석영(1만 4972표)이 뒤를 이었다. 차세대 작가로는 공지영(2만 340표)을 비롯해 신경숙(1만 7761표), 은희경(1만 1678표) 등이 뽑혔다.‘한국인에게 큰 감동을 준 작품’으로는 조정래의 ‘태백산맥’(2만 1539표), 박경리의 ‘토지’(1만 9226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만 5211표)등이 차지했다. YES24는 투표에 참여한 네티즌 독자 100명과 조정래, 공지영이 함께 하는 문학캠프를 7월1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마련할 계획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문화마당] 잃어버린 삶… 되찾는 삶/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대학가가 벌써 기말고사를 치르기 시작하면서 여름방학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이즈음이면 학생들에게 방학 때 뭘 할 거냐고 묻는다. 영어공부를 하겠다는 학생, 배낭여행을 하겠다는 학생, 학비를 벌겠다는 학생 등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을 모아 “머리를 잘라 돈을 모아서라도 책을 읽겠다.”고 웃으면서 큰 소리로 대답한다. 학생들 가르치는 몇 년 동안, 방학을 맞이할 때마다, 돈이 없으면 머리를 잘라 팔아서라도 문학작품을 사서 읽으라고 다그친 것이 익히 소문이 난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책을 읽겠다는 우리 학생들이 너무 대견스럽다. 리처드 버크의 ‘갈매기의 꿈’을 보면, 거의 모든 갈매기들이 그저 먹고 사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런데 유독 ‘조너선’만이 새로운 가치 있는 삶을 찾아 끝없이 비상하면서 결국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조너선’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시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조너선’은 그런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획득한 새로운 가치를 동료 갈매기들에게 전수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킨다. 학생들에게 방학 때 빈둥거리면서 놀지 말고, 도서관에 틀어 박혀 비지땀을 흘리면서 책을 읽고 짬을 내 학비도 벌라는 이유는 그들을 조너선같은 인물로 키우고 싶은 욕심에서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은 일평생 철저히 속물화된 삶을 살아간다. 속물적 인간인 마르셀은, 물욕에만 사로잡힌 당대의 타락한 귀족들을 찬미하면서 그들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모방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그는 그토록 찬양하던 이들의 늙고 추한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깨닫고, 진정 가치있는 삶, 즉 인간다운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주체적인 삶을 갈망한다. 프루스트는 이 작품을 통해 속물적인 삶을 ‘잃어버린 삶’으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되찾는 삶’으로 명명하고 있다. 우리들 주변에는 속물적인 이도 있고,‘조너선’같은 이도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조너선’같은 이가 드문 것은 사회 자체가 부귀영화와 출세만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도 벌고 출세도 하려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속물화되어 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남이 고급 승용차를 타면 자신도 그것을 갖고 싶어 하고, 남이 좋은 옷을 입으면 자신도 그런 옷을 입고 싶어 하고, 남이 화려한 식당에서 값비싼 음식을 우아하게 먹으면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것 등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거의 대부분의 욕망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네 일생은 그런 욕망에 휘둘리면서 끝이 날 수도 있다. 아니, 먼 훗날 그런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걸어온 길이 속물화된 삶이라는 것을 통절히 뉘우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오지 않은 길, 곧 ‘가지 않은 길’에 진정 가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 길로 돌아가고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그 길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는 자신의 자리에 절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늘 ‘되찾는 삶’에 대한 강렬한 갈망과 지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때 우리의 삶도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변화의 핵심요소 중 하나에 좋은 책, 특히 훌륭한 문학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박경리의 ‘토지’나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어보면 대번에 그 까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별로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가끔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해마다 여름은 늘 우리 곁을 찾아오지만,2005년의 여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평생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올해 여름, 우리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마르셀’처럼 살지 말고,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조너선’처럼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면,‘마르셀’이 가고 싶어 했지만 그러나 ‘가지 못한 그 길’이 학생들에게는 ‘언제든 갈 수 있는 길’이자, 나아가 ‘지금 현재 가고 있는 길’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 [논술이 술술] 광장/최인훈

    문학작품이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시대적 상황과 연관돼 사람들에게 길이 기억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적 사건 안에 담겨 있는 ‘시대정신’, 즉 당시 사람들이 추구했던 가치와 고뇌를 온전하고 명료하게 표현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프랑스에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 위대한 혁명기의 정신과 인간관의 변화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존경받는다면, 최인훈의 ‘광장’과 그 주인공 이명훈은 분단시대에서 4·19혁명으로 나타난 역사적 전환기의 민족의 사상과 고뇌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사에서 4·19혁명의 의미는 단지 부패한 독재 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무너뜨린 민주적 정변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해방과 동시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받아들여야 했던 분단과 그 체제가 강요했던 비민주적 억압을 뚫고 민중 스스로 이 사회의 주인임을 선언하며 나섰던 주체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그로부터 1960년의 위대한 4월은 시인 신동엽의 표현대로 ‘껍데기들’, 곧 분단으로 대표되는 이념적 대립과 갈등, 그에 기생하는 억압적 사회체제와 정치구조를 이 땅에서 ‘쓸어버리고’, 민중 자신이 이 땅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회복해야 한다는 방향을 부여해 주었다. 이 때문에 우리는 4·19를 여전히 ‘미완의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최인훈의 ‘광장’은 4·19혁명이 일어난 1960년 10월 ‘새벽’이라는 잡지에 처음 발표됐다. 이념에 의한 남북 분단과 그로 인한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민족분단의 비극을 이데올로기와 인간 존재의 근본적 문제와 결합시키고 있다. 이 작품의 문제의식은 4·19혁명으로 드러난 의식의 전환과 시대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이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주인공인 이명준의 행적과 심리적 자의식을 통해 작가는 남과 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와 사회현실을 비판한다. 이명준은 나름의 방식으로 남북의 현실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현실에 순응하지도, 현실을 무작정 거부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속한 사회와 현실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친일파가 해방 후 고위직에 오르고 타락과 부조리, 방종에 가득 찬 ‘남’이나 경색된 이데올로기, 허위, 부자유가 만연한 ‘북’ 모두 환멸의 대상일 뿐이다. 모두 진정한 인간 삶을 충족시키기 어려운데, 그것은 애당초 남과 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모두 사회 성원들의 자생적인 욕구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중립국.”…“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중립국.”… “…대한민국엔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북한 생활과 포로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중립국.” 이명준이 포로수용소에서 나누는 인상적인 이 대화에는 민족의 현실에 대한 작가의 고뇌, 나아가 우리 민족의 고뇌가 응축돼 있다. 이명준이 선택한 ‘중립국’은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나라가 아니라, 남과 북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대립항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준이 제3국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작품이 마치는 것은 민족의 현실을 벗어난 제3의 길이란 있을 수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학년:중2∼고3 -관련교과:고등 국어, 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정치, 한국근현대사, 사회문화, 한국지리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태백산맥(조정래), 당신들의 천국(이청준), 회색인(최인훈), 신동엽 전집(신동엽),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기출논제:고려대 1998학년도 인문계 정시 논술, 가톨릭대 2000학년도 정시 논술, 연세대 2000학년도 인문계 정시 논술, 서울대 2000학년도 인문계 수시 지필고사, 서강대 2000학년도 1차 모의논술, 경북대 2000학년도 정시 논술 ●생각해보기 -이 작품에서 ‘밀실’과 ‘광장’은 무엇을 상징할까.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역사적 현실에서 지식인이 해야 할 역할과 자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우리 민족의 현실에서 ‘분단’과 ‘통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 ‘서울국제도서전’ 아이 손잡고 책속으로 나들이갈까

    다음주엔 아이들 손을 잡고 서울 삼성동 코엑스로 가보자. 새달 3일부터 8일까지 코엑스 태평양홀과 인도양홀에선 ‘문화페스티벌’을 표방한 ‘2005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국내외 500여개 출판사가 선보이는 책도 구경하고 다양한 이벤트도 즐길 수 있는 기회. 입장료도 받지 않으니 온 가족이 나들이하기에 부담도 없다. 이번 행사엔 국내관 348개 부스에 192개 업체, 국제관 88개 부스에 20개국 164개사가 참여한다. 또 책의 아름다움을 내세운 ‘북아트전’이 14개국 56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60개 부스에서 별도로 열린다. 지난해 보다 90여개사 정도 참여업체가 늘었다. 국제도서전으로 승격된 후 올해로 11번째로 열리지만 아직 전체 규모도 외국의 유명 도서전에 비해 작고, 외국 업체 참여 비중도 낮아 국제도서전으로는 미흡한 게 사실. 그래도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단행본 출판사의 참여가 크게 늘어 좀더 다양한 책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엔 참여업체가 아동·교육 및 단체 부문에서 60%에 달하고 단행본·종합 부문의 업체는 40%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단행본·종합 비중이 65%로 크게 늘었다. 이는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집행부가 올해 단행본 출판사 중심으로 바뀐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도서전은 ‘문화 페스티벌’을 표방한 만큼 문학행사를 포함한 다양한 이벤트를 풍성하게 준비했다. 우선 전시행사로 우리 작가 친필(육필)원고전을 마련했다. 윤동주 김소월 유진오 황순원 기형도 박목월 김동리 이효석 채만식 등 작고문인과 박완서 박경리 이문열 김훈 조세희 한승원 조정래 최인훈 등 생존문인들의 육필원고를 직접 볼 수 있다.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출간된 안데르센 작품 및 일러스트 원화를 선보이는 특별전도 열린다.‘인어공주’‘성냥팔이 소녀’‘미운오리새끼’‘빨간 구두’ 등 주옥같은 작품과 그림들을 보며 동심의 세계로 빠져보는 기회를 맛볼 수 된다. 유명 저자들과의 만남 시간도 갖는다. 책에 사인을 받고 사진도 함께 찍는 프로그램. 신현림 함정임 이원복 등 11명의 문인이 참여한다. 작가 당 100권의 책을 선착순으로 공짜로 나누어주고 사인도 해준다. 함께 찍은 사진은 바로 출력해 액자에 넣어준다. 이와 별도로 태평양홀에 위치한 이벤트홀에선 참가사별로 마련한 저자 간담회나 소규모 강연회 등이 매일 3∼4회 열린다. 이밖에 청주 고인쇄박물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直指’(직지) 전시 및 금속활자 체험프로그램, 독서단체들이 참여해 독서문화사업 등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또 관람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각종 문화상품과 상품권, 생활용품 등 다양한 경품도 나누어준다.(02)735-5651.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문화마당] 서울도서전 더 알차게 준비를/강주헌 펍헙에이전시 대표·번역가

    고은, 김광규, 김영하, 오정희, 조정래, 황석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 그리고 오에 겐자부로, 장 보드리야르, 루이스 세풀베다. 마거릿 드래블…. 모두가 우리 귀에 그런대로 익숙한 이름들이다. 지난 24일부터 ‘평화를 위한 글쓰기’라는 주제로 시작된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한 작가들이다. 2005년은 출판계만이 아니라 문화계에서도 뜻있는 해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이기 때문이다. 그 행사의 일환으로 이미 적잖은 작가가 독일을 찾아가 낭송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6월3일부터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코엑스 1층에서 열린다. 주최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서울국제도서전의 의미 중 하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을 위한 교두보 구축’이다. 무슨 뜻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위한 예행연습이라 이해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말과는 달리 구체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지난 2월 한 잡지사에서 3월13일부터 시작하는 런던 국제도서전과 관련한 글을 의뢰받았다. 런던 도서전에 참가한 경험도 있었지만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서 런던 도서전의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도서전이 열리는 사흘동안 어떤 내용을 주제로 어떤 행사가 준비되고, 연사가 누구이며, 어떤 출판사들이 참석하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런던 도서전의 주최측과 접촉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실린 정보만으로도 그에 대한 글을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서울 국제도서전의 공식 홈페이지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썰렁하다’. 우리가 정말로 인터넷 강국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한 마디로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실질적인 정보가 전혀 없다. 도서전에 참여하는 우리 출판사의 명단은 나열되어 있지만 해외출판사의 명단은 없다. 그래도 명색이 국제도서전이잖은가! 더구나 부대행사로 세미나가 있다는 안내는 있지만 행사시간표는 아직도 ‘준비중’이다. 해외출판인, 해외 유명 북아티스트를 초청해 세미나를 갖는다고 말하지만 누가 강연을 하는지, 몇 시에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다. 고인쇄를 체험하고, 작가와 사진을 찍는 행사도 있는 모양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그야말로 아무 때나 도서전에 들러서 재수 좋으면 고인쇄도 체험할 수 있고, 작가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식이다. 영문사이트는 더 심하다. 해외 참가자를 위한 안내란마저 ‘coming soon‘이다. 이제 2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위한 예행연습이라 했으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살짝 돌아보자. 곳곳에서, 작은 공간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여기에서도 서울도서전은 또다른 아쉬움을 준다. 올해에는 2주일의 간격을 두고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이 열렸으니 이 기회를 살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앞에 나열한 해외작가들을 초빙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만약 서울국제문학포럼과 연계했더라면, 달리 말해서 서울도서전의 시기를 문학포럼의 시기에 맞춰 10일만 앞당겼더라면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을 도서전 내에 마련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구나 혜경궁 홍씨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레드 퀸’을 쓴 마거릿 드래블도 왔는데 말이다. 그랬더라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조금도 부럽지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더 알찬 도서전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물론 주최자는 다르지만 두 행사의 주체들은 하나의 공통점에서 만난다. 바로 ‘책’이라는 공통점이다.‘책’을 통하지 않고 작가는 존재할 수 없다. 국내작가들에게나 해외작가들에게나 출판은 그들의 존재를 있게 해준 매개체인데 그들이 도서전을 위해 약간의 시간조차 할애하지 못했을까? 요컨대 도서전 주최측이 애초부터 문학포럼의 주최측과 서로 긴밀히 접촉하며 협조를 요청했더라면 서울도서전은 더 빛났을 것이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주빈국으로 주최해야 할 행사들을 미리 연습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을 텐데 말이다. 강주헌 펍헙에이전시 대표·번역가
  • 14일부터 이틀간 ‘힘내라 한국문학’ 축제

    지리산은 한국현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태의 ‘남부군’, 서정인의 ‘달궁’등 명작들의 무대가 됐고, 시인 고정희(‘지리산의 봄’), 이성부(‘지리산’)등에게도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번 주말 지리산 자락에서 신명나는 문학축제가 펼쳐진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학회생프로그램 추진위원회(위원장 신경림)와 책읽는 사회만들기국민운동(위원장 도정일)이 공동주최하는 제1회 ‘힘내라, 한국문학’축제가 14·15일 이틀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체육공원과 섬진강변 일대에서 열린다. 문예진흥원이 복권기금으로 운영중인 우수문학도서 지원보급 사업의 일환이다. ‘한국문학, 구례 지리산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축제에는 지리산 시 걸개전시회, 백일장, 작가와의 대화, 문학의 밤 행사 등이 마련된다.14일 오후 3시 체육공원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에는 현기영 박완서 임철우 은희경 공지영 고재종 안도현 이재무 전성태 등의 문인들이 참가할 예정. 이어 마임공연, 미디어 아트와 무용, 음악회 등이 어우러지는 ‘지리산 문학의 밤’ 행사가 열린다.15일 오전에는 이원규 시인의 집필실, 이시영 생가 등을 둘러보는 ‘문학의 산실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02)760-46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박현채선생 누구인가

    1934년생인 박현채 선생의 인생을 결정지은 것은 10살 남짓한 나이에 겪은 해방정국이었다. 중학생 때 이미 마르크스 이론서를 섭렵하고 16살의 나이로 빨치산 활동에 뛰어들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위대한 전사 조원제’가 바로 박현채다. 조정래는 ‘조원제’를 두고 ‘내가 쓴 박현채 전기’라고 표현했다. 그 뒤 서울대를 거쳐 농업문제 연구가로 이름을 떨쳤다. 박정희가 쿠데타 직후 국내자본을 동원해 경제개발을 계획했을 때 박현채가 속한 ‘국민경제연구회’는 요즘 말로 ‘싱크탱크’였다. 그러나 박정희가 미국의 압력으로 한·일외교정상화를 통한 외자 도입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관계가 헝클어졌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6·3사태가 발생하자 중앙정보부는 1964년 1차 인혁당사건을 ‘창조’해냈다. 공안검사들마저 기소를 거부했던 이 사건의 여파는 컸다. 빨치산 경력에 인혁당 사건까지 겹쳐 그는 1989년 조선대 교수직을 얻을 때까지 재야 ‘경제평론가’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영향력은 강단학자보다 더 컸다.71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내놓은 ‘대중경제론’이 사실상 박현채 작품이라고 볼 정도였다.78년 펴낸 ‘민족경제론’은 ‘전환시대의 논리’와 함께 대학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꼽힌다. 민족경제론은 국민경제 단위 내에는 민족적 이익에 보탬이 되는 민족자본과 해를 끼치는 매판·외국자본이 공존한다고 보는 이론이다.85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현대 한국사회의 성격과 발전단계에 관한 연구’는 그 유명한 ‘사회구성체 논쟁’의 불길을 당겼다. 그러나 90년대 현실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그 불길은 곧 꺼졌다. 어떤 이들은 문화운동으로 방향을 틀었고, 또 다른 이들은 ‘80년대 소련제 국정교과서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며 ‘포스트’ 이론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런 시대변화 속에 차츰 잊혀져 가던 박현채는 1995년 숨을 거두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책꽂이]

    ●인도건축기행(안영배 지음, 다른세상 펴냄) 건축공학 교수를 지낸 지은이의 발과 시선을 따라 인도 전역의 중요 건축물 세계를 들여다본다. 인도건축은 중국, 한국, 일본을 잇는 동북아 건축과 서유럽 건축 사이에 있는 제3의 건축이라는 게 지은이의 시각이다.1만 8000원. ●아이코놀러지:이미지, 텍스트, 이데올로기(WJT 미첼 지음, 임산 옮김, 시지락 펴냄) 시카고대 영문학·미술사 교수인 지은이가 언어적 관점에서 이미지의 본질을 다룬 저작이다. 이미지와 말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고, 그 이면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파헤친다.1만 8000원. ●고대사의 블랙박스(권삼윤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세계유산 리스트에 올라있는 왕릉 가운데 세계문화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들을 직접 찾아보고 살펴본 테마기행서.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가멤논 등 고대 그리스 왕릉과 한·중 고대사의 뜨거운 감자인 고구려 고분 등이 포함되어 있다.1만 2000원. ●중앙유라시아의 역사(고마쓰 하사오 등 지음, 이평래 옮김, 소나무 펴냄) 초원과 산악, 사막으로 이루어진 유라시아대륙의 통사를 담은 책.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즈베키스탄, 티베트자치구, 중국 네이밍구자치구, 러시아 부랴트공화국, 투바공화국 등의 역사를 다룬다.3만원. ●미의 법문(야나기 무네요시 지음, 최재목·기정희 옮김, 이학사 펴냄) 일제 강점기때 일본의 조선 수탈정책과 조선인 동화정책을 강력히 비난했던 일본인인 지은이가 말년에 개척한 ‘불교미학’의 세계를 다룬다. 미에 관한 불교적 사색으로 세계를 반성하는 글을 담았다.1만 2000원. ●지식-생명·자연·과학의 모든 것(데틀레프 간텐등 지음, 인성기 옮김, 이끌리오 펴냄) 인류가 쌓아올린 자연과학이라는 지식의 탄생과 발전을 다룬다. 대륙과 대양, 동물과 인간, 뇌와 정신, 식물과 동물, 노화와 죽음을 폭넓게 기술하고, 각 지식간의 복잡한 연관관계와 진행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3만 8000원. ●에로스의 탄생(후베르투스 쿠들라 지음, 오순희 옮김, 이룸 펴냄) 고대 그리스 신화와 역사속에 등장했던 연인들 32쌍의 이야기를 묶었다.‘큐피드와 프시케’ 등 신화속 연인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에 빠졌고, 주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 다채로운 사랑의 모습을 담았다.2만 3500원. ●젊은 날의 깨달음(조정래 등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조정래(소설가)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박노자(한국학교수) 고종석(언론인) 장회익(물리학자)김진애(건축가) 등 이 시대의 전문가이자 글쟁이 9인이 들려주는 삶과 젊음에 대한 에세이.1만원. ●열대우림에서 2년(윌리엄 로렌스 지음, 유인선 옮김 모티브북 펴냄) 스미스소니언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지은이의 열대우림 생태보고서. 호주 퀸즐랜드 열대우림지역에서 18개월간 현장연구를 수행하며 만난 동식물과 원주민,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쳐나간다.1만 2800원.
  • 평화를 위한 ‘지성의 향연’

    평화를 위한 ‘지성의 향연’

    해외 문학 거장 20명과 국내 작가 60명이 서울에서 ‘평화를 위한 글쓰기’를 주제로 지성의 향연을 펼친다.24∼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기영)이 공동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행사로,2000년 9월 ‘경계를 넘어 글쓰기’를 주제로 열린 첫 행사에 이어 5년 만이다. ●누가 오나 대산문화재단이 독자적으로 치렀던 1회 행사에 비해 올해부터 문예진흥원이 가세하면서 참가 해외 문인들의 지명도가 대폭 높아지고, 강연·토론회 등 부대 행사 규모도 두 배(60여개) 가까이 늘어났다. 포럼에는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 미국 계관시인을 지낸 로버트 하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장 보드리야르,‘붉은 수수밭’의 중국 작가 모옌, 터키의 오르한 파묵 등이 참가한다. 한국전쟁 당시 북측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헝가리 작가 티보 머레이, 칠레의 루이스 세풀베다, 김남주 시집을 번역한 노르웨이 시인 에를링 키텔센도 내한한다. 대다수가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2∼3번씩 거론된 인물들이다. 생태시인 개리 스나이더와 혜경궁 홍씨를 소재로 소설을 쓴 영국의 마거릿 드래블은 1회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을 방문한다. ●주요 논점 국내외 문인들은 3일 동안 ‘인간가치와 정치변화’‘영구평화의 이상’‘동아시아 문화의 과거와 미래’‘한국적 평화전통의 이상’ 등 13개 소주제별로 토론을 갖는다. 포럼에는 김우창 백낙청 유종호 현기영 황석영 최장집 등 국내 작가 20명이 발제자로, 조정래 황동규 김윤식 신경숙 등 40명이 토론자 및 사회자로 참여한다. 오에 겐자부로는 미리 제출한 발제문에서 “‘평화를 위해 쓰는 것’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심화하려는 사람들의 출현을 장려하는 것이 내 노년의 몫”이라고 밝혔다.‘내이름은 빨강’의 저자 오르한 파묵은 “‘영구적 평화’는 단순히 미국의 군국주의만이 아니라 서양 세계 밖의 과격한 민족주의로 인해 실현불가능해진다.”고 경고한다. 최장집은 “모든 적대관계가 종식되는 항구적 평화를 위한 평화공동체를 위해서는 과거사 청산과 같은 일본의 도덕적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강조한다. ●부대 행사 참가자들은 메인 포럼 외에 대학·학회 주최 강연회, 작품 낭독회, 좌담회 등 다양한 작가별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또 27일 판문점을 방문해 서울평화선언을 발표한다. 포럼 전 과정은 대산문화재단(www.daesan.or.kr)과 서울국제문학포럼 홈페이지(www.seoulforum.org)를 통해 생중계된다. 행사 참관은 선착순 무료. 이메일(daesan@daesan.or.kr)로 신청하면 미리 좌석을 지정받을 수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클릭 이슈] ‘태백산맥’·’최장집 교수’ 로 본 이적성 기준

    [클릭 이슈] ‘태백산맥’·’최장집 교수’ 로 본 이적성 기준

    이적표현물은 ‘시대의 면류관’인가, 아니면 ‘국가 전복의 도화선’인가. 검찰은 지난달 31일 소설 ‘태백산맥’과 고려대 최장집 교수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건국회 등은 지난 28일 검찰의 태백산맥 결정에 불복, 서울고검에 항고하면서 이적표현물 판단에 대한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이적표현물이란 과연 무엇일까. 판단 기준은 시대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반정부=이적표현물’ 1981년 무협소설 ‘무림파천황’을 쓴 대학생 박모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됐다. 정파(正派)와 사파(邪派)의 대결 구도로 변증법을 설명했다는 이유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사회주의 서적과 김지하와 리영희씨의 저서들도 대표적인 ‘불온 고전’이다. 올 광복절에 독립 유공자로 추서될 예정인 장지락(일명 김산)의 일대기 ‘아리랑’도 마찬가지다. 당시 대법원은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서적이라도 일부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하거나 동조하는 내용이 있다면 처벌했다. ●1990년대 중반,“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체제 위협해야.” 하지만 이적표현물의 기준도 변하기 시작했다.1991년 정치권의 합의에 따라 국보법 제7조 1항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가 추가된 이후부터다. 대법원은 1992년 이후 판례를 통해 이적표현물은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북한 관련물들은 여전히 된서리를 맞았다.1990년대 초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북한바로알기운동’의 일환으로 알려진 ‘꽃 파는 처녀’등 북한의 4대 소설과 황석영씨 등의 북한방문기도 이적표현물로 분류됐다. ●1990년대 후반, 경직된 이적성 판단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94년 사망하자 남북 관계가 급랭했다. 이적성 판단도 경직됐다. 경상대 교재 ‘한국 사회의 이해’와 ‘태백산맥’도 이때 검찰의 심판대에 올랐다. 하급심의 무죄 판결들이 대법원에서 번복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대법원은 1998년 북한 소설인 ‘용해공들’ 등에 대해 “김일성 개인에 대한 찬양과 미화가 심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여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지 않다.”는 원심의 판결을 깨고 이적표현물로 인정했다. 또 신학철 화백의 그림 ‘모내기’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었다. 당시 재판부는 “그림 내용이 민중민주주의 혁명과 연방제 통일 등 북한 공산 집단의 주장과 같다.”고 밝혔다. ●2000년대, 이적성 판단에 ‘봄바람’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에도 해빙기가 찾아왔다. 대법원은 2001년 제주 4·3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레드 헌터’가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1일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지 11년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송두율 교수의 저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검찰도 소설가 조정래씨와 최장집 고려대 교수에 대해 남북 관계를 감안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식지 않는 이적성 논란 이적표현물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1992년 이적표현물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이회창, 이재성, 배만운 등 세 명의 대법관은 “판단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취지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예전의 이적표현물들을 다시 심판한다면 변경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무혐의 결정을 통해 2000년대 중반 판단 기준을 살짝 내비쳤다. 남북 관계와 대중성(태백산맥)그리고 학문과 순수 예술성(최장집)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시대에 따라 법적용은 변한다.”면서 “국보법이 폐지돼 내란·외환의 예비음모죄로 이적표현물을 처벌한다면 남용의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호창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의 이적성 판단은 매우 자의적”이라면서 “사회가 미숙해 국보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보법이 사회의 성숙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인간시대]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장

    [인간시대]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장

    “아버지의 유업인 데다 소외계층을 돕는 일이니 힘들어도 버텨야죠.” 서울 강동구 암사2동 햇빛4길 주택가 골목길에 자리한 한국점자도서관에서 육근해(44·여) 관장을 만났다. ●시각장애인 부친 유업 대물려 봉사 육씨는 시각장애인이었던 선친 고 육병일(1997년 작고) 관장의 뒤를 이어 점자도서관 운영을 맡은 ‘2세 사회복지인’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10억원 가까운 사재를 털어 도서관을 세웠지만, 여건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초등학교 때부터 가족과 함께 점자 책을 만들기도 했어요.” 36년 전인 1969년 육씨 선친은 서울 종로5가에 한국 최초로 점자도서관을 만들었다. 시각장애인 문제에 대한 인식은 그야말로 전무했던 때여서 그 뒤로 경제적 사정에 떠밀려 중구 북창동, 동작구 사당동, 강동구 성내동 등을 전전하며 오늘에 이르렀다.2남3녀 가운데 막내인 육씨는 자원봉사자로 거들다가 92년 사무국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부친이 별세한 뒤 어머니 장순이(72)씨가 관장을 맡았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육씨가 뒤를 이어 시각장애인들에게 지식의 등불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금은 100% 이해되지만 아이들 교육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가 늘 원망스러웠습니다.” 중·고교 시절 등록금을 제때 낸 적이 한번도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고교졸업 뒤 직장을 잡아 2년 뒤 야간대학에 들어갔다. 학부에서는 컴퓨터통계학을 전공했지만 도서관 일을 잘 해낼 요량으로 사회복지학과 문헌정보학 석사학위를 땄다.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으며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한국점자도서관은 ‘손끝으로 여는 세상, 귀로 만나는 세상’을 표방한다. 관장실 앞 그림 한점에 새겨진 점자가 궁금했다. 육 관장은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둔 미술대 졸업생이 선물한 것인데 ‘갈매기에게 날아가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라는 뜻”이라고 번역해줬다.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낮은 현실에서 점자도서관이 해내는 역할을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내 점자 출판물 70% 소화 강동구 지원금 등으로 직원 20명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는 점자도서관은 97년 이곳에 안착했으나 늘어가는 점자도서 수요에 비춰 공간이 비좁다. 지하 1층, 지상 4층 가운데 청소년 학습공간인 4층을 뺀 연면적 230여평을 쓰고 있다. 육 관장은 “현재 점자도서 출판을 위해 사용되는 원본 책자와 출판한 점자도서를 합쳐 2만여권을 장서했지만 이젠 찍어낸 만큼의 분량은 버려야 할 처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찍어내는 책만 연간 10여만권에 이른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각종 도서의 내용을 일일이 녹음한 녹음도서와 CD, 테이프, 각종 홍보자료의 점자도서 출판 등 연간 10여만권을 출판하고 있다. 국내 점자 출판물의 70% 정도를 소화하고 있다는 게 육 관장의 설명이다. 강동·성북·도봉구 등 지역 소식지와 점자 전화번호부, 우편번호부, 각종 선거의 투표안내문도 해당한다. ●장애인 인식 개선에도 앞장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점자명함 제작, 비장애인 대상 점자교육, 시각장애 체험 등의 일을 한다. 한국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저시력으로 각종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 노인, 질환자들을 위한 도서출판 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야말로 궁극적으로 꿈꿔야 할 최종목표라는 점에서다. 이런 차원에서 눈에 띄는 게 통합교재 발간이다. 일반 활자와 점자를 함께 새긴 도서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인식을 바로 머리에 심도록 하자는 뜻이다. 저시력자 사업으로는 보통에 비해 큰 활자를 사용한 도서(Large print)가 꼽힌다. 점자도서 편찬엔 구멍을 뚫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종이가 훨씬 두껍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을 점역한 책은 무려 60권이나 된다. 원래 단행본 10권 분량이기 때문에 6배로 늘어난다. 또 한권을 펴내는 데에는 워드프로세서 입력, 교정, 제판, 인쇄, 제본 등 공정이 길게는 3∼4개월 걸린다.(02)3426-7411.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태백산맥’ 2권 프랑스어 출간

    |파리 함혜리특파원|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가 11년 만에 무혐의 결정을 받은 소설가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2권이 최근 프랑스 아르마탕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아르마탕은 지난해 9월 1권을 출간했으며 번역판 3권도 올 가을에 선보일 예정이다. 재불 번역가인 변정원씨와 아르마탕의 한국담당 편집자인 조르주 지겔메이에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프랑스어로 옮기고 있다. 변정원씨는 “프랑스어판은 원작과 같은 분량인 10권으로 나올 예정이며 늦어도 5년 안에 번역, 출간을 완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희곡작가인 장 테시에가 ‘태백산맥’을 프랑스어판 희곡으로도 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lotus@seoul.co.kr
  • [기고] ‘태백산맥’에 대한 검찰의 딜레마/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지난 10여년간 학문·사상의 자유를 옥죄던 대표적 국가보안법 사건들에 대해 연이어 무죄 판결과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3월11일 대법원은 경상대 교재인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무죄판결을 하였고,3월31일에는 검찰이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과 최장집의 저서 ‘한국 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 대해 잇달아 이적성이 없다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반갑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검찰은 이번 무혐의 결정을 계기로, 수사기관이 ‘이적성 판단을 정확히 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남용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식으로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번 결정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라는 도마위에 발가벗겨진 채 올려져 이적성의 칼질을 당한 작가의 11년간의 고통이 씻겨질 수 있을까. 진정 학문사상의 자유에 대한 ‘이적성 논란’은 종결되었고, 국가보안법의 남용여지는 없어진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NO”이다.‘한국사회의 이해’와 ‘태백산맥’은 11년간이나,‘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은 7년 동안 재판과 수사를 받아야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자들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래씨와 출판사는 1990년 ‘태백산맥’을 출간한 이후 수많은 협박전화와 위협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11년 동안 수사 그 자체보다는 처벌 대상이 된 이후 마음대로 집필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경찰 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아리랑’을 집필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한강’을 쓰고 있었는데,‘이적성’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대목에서는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더란다.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에 재갈을 물린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니, 무죄와 무혐의 판단만으로는 그 긴 세월 동안의 고통스러운 상처가 치유될 리 만무하다. 검찰의 이번 결정이 ‘국가보안법의 남용문제’ 또는 ‘이적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법원과 검찰은 이번 결정에 대해 종래 40년 이상 적용해오던 ‘이적성의 판단기준’이 바뀐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번 검찰의 결정은 종래 ‘이적성’의 기준에 따르면 백번 처벌해야 하나 처벌의 후과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마지못해 내린 결정에 불과하다. ‘태백산맥’의 경우, 수사기관에 의해 ‘이적성’여부를 놓고 조사를 하던 같은 시기에, 역설적이게도 경찰대를 포함한 전국의 각 대학은 이 책을 권장도서로 지정했고 평론가들은 우리시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려 600만부가 팔려 나갔다. 검찰이 11년 동안 위법성 판단을 보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태백산맥’에 ‘이적성’이라는 낙인을 찍는 순간, 최소한 600만명을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처벌해야 하고, 권장도서로 추천한 대학의 관계자들, 평론가들 역시 처벌해야 하는 사법사상 최고의 코미디를 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결정을 두고 ‘검찰의 전향적 결정’ 운운하며 확대 해석할 일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이 11년 동안이나 최종 결정을 미뤄온 것과 종래의 ‘이적성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에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하였으나 제2의 태백산맥에 대해서도 다시 무혐의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검찰의 ‘이적성 판단기준’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법원과 검찰이 지금까지 ‘이적성’이라는 모호하고 낡은 잣대로 인권을 함부로 짓밟았던 모든 사건에 대해 그 판단의 잘못을 인정하고, 또한 종국적으로 이런 과오를 반복되게 한 국가보안법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 한, 검찰은 태백산맥과 똑같은 딜레마에 다시 빠질 수밖에 없고, 수사과정에서 제2의 조정래에게 도마위에 서서 발가벗기를 다시 강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1년만에 국보법 무혐의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 인터뷰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1년만에 국보법 무혐의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 인터뷰

    1930년 프랑스의 앙드레 모루아가 대하소설(大河小說,roman-fleuve)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대하’의 흐름처럼 계속된다는 뜻이다. 유럽에서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하지만 세계 문학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이 한국에 있다.1질도 힘들다는 대하소설을 무려 3질이나 썼다.‘태백산맥’(10권)에서 시작돼 ‘아리랑’(12권)을 부르며 ‘한강’(10권)에 이르렀다. 등장인물만 하더라도 1200명이다. 실타래처럼 풀어놓은 삶의 희로애락, 켜켜이 쌓여진 원고지 높이가 7m30㎝에 이른다. 과연 몇명이나 읽었을까. 팔린 부수로 계산해보자. 태백산맥 600만부, 아리랑 350만부, 한강 200만부, 합치면 1150만부에 달한다. 태백산맥의 경우 인세수입은 30억원이며 아직도 대학도서관 대출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기록깨기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1질도 힘든 대하소설 3질이나 집필 최근에는 태백산맥을 원고지에 베껴쓰는 독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번역돼 세계로 무대를 넓혀간다. 사람들은 작가를 가리켜 ‘접신(接神)’이라고도 한다. 조정래(63)씨. 빨치산과 분단문학가로 대표된다. 서울 서초동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났다. 태백산맥으로 11년만에 굴레를 벗었다. 그래서일까. 꽃이 만발한 들판에서 뛰노는 아이같은 느낌이 풍겨왔다. 인사말이 오고갔다. 먼저 태백산맥의 보안법 무혐의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그는 “검찰의 용단에 감사한다. 목에 감겨 있던 쇠사슬이 풀린 기분이다. 빼앗긴 창작의 자유를 되찾아 홀가분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그동안 동료작가들의 심리적 위축이 많았다. 이제는 후배작가들이 추구하려는 분단문학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은)검찰의 성숙된 변화이며 진정한 통일의 길을 한가닥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빼앗긴 창작의 자유 되찾아 홀가분” 누가 가장 반가워했느냐는 물음에 주저없이 “온갖 고초를 함께 겪어온 아내”라면서 “(아내는)‘여보, 당신 이젠 자유야.’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대답했다. 순간 11년의 굴레가 생각났는지 잠시 창밖을 응시한다. 회한이 교차했을 법하다. 그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는 듯했으나 금방 웃음으로 바꾼다. 차 한잔을 마신다. 순천 벌교에 들어설 ‘태백산맥문학관’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했다.“문학관사업은 원래 9년전 구체적으로 진행되다가 자유총연맹과 공안당국의 방해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다시 구체화됐다.”면서 “최근 착공됐으며 내년 5월에 개관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설계는 건축가 김원씨가 맡았다. 김씨와는 지난해 6월 사단법인 남북어린이어깨동무에서 주관한 평양어린이병원 개원과 관련해 방북 때 동행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문학관에는 육필원고와 태백산맥의 사건 일지, 협박편지, 방송녹화자료 등 고통의 흔적들도 전시할 예정이다. 특히 2편의 유서도 선보인다. 조씨는 태백산맥으로 늘 미행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까닭에, 어느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끝에 94년 2월과 97년에 유서를 썼다. “태백산맥 2회분을 쓰고나서 공안당국의 협박에 시달렸죠. 하루는 아내한테 ‘아이 데리고 견딜 수 있겠느냐.’고 했지요. 그랬더니 아내는 ‘작가가 두려워서 글을 못쓰면 작가도 아니다.’고 했어요. 아울러 ‘어차피 작가의 영욕(榮辱)은 반반’이라고 하더군요. 제겐 큰 위로가 됐습니다.” 조씨 부인은 시인 김초혜씨다. 둘은 문단에서 소문난 캠퍼스 커플이다. 조씨와 함께 동국대 2학년때 문학서클 ‘용운문학회’ 멤버로 만나 결혼했다. 둘은 문학적 논쟁 외에는 부부싸움 한번 안할 정도로 40년동안 잉꼬부부로 살아오고 있다. ●하루평균 원고지 30매는 반드시 메워 대하소설을 3질이나 쓴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즉각 “험난하고 처절한 역사가 힘이 됐다. 분단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작가의 책무요, 알면서 안쓰면 비겁한 것이고 기피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작가적 사명감으로, 자신과 외롭게 싸우면서 수없이 구슬을 뀄다. 또한 부친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부친은 일제 때 한용운 선생의 청년승려 비밀조직인 ‘만당’(卍黨)에 참여해 불교개혁과 일제에 항거했다. 조씨는 “선친의 문학비가 낙산사와 고흥에 세워져 있으며 유품 몇점이 아리랑문학관에 전시돼 있다.”면서 “(자신이)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맑은 풍경소리와 목탁소리가 곧 태교음악이었다.”고 회고한다. 불교소재의 글을 쓸 때에는 (원고지)파지 하나 없이 생득(生得)적 일사천리로 쓰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원고지로 글쓰기를 고집한다. 컴퓨터나 핸드폰 같은 것을 싫어한다. 기계에 얽매이는 것이 싫단다.‘글발’을 받을 때에는 하루 150매까지 쓴다. 하루평균 30매는 꼭 쓴다. 이 대목에 이르자 “혹자들은 ‘돈을 많이 번 작가’라고 하지만 ‘글감옥’에 갇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설 집필때마다 수차례 병원신세 예를 하나 든다. 어느 대학에서 작가 지망생들을 상대로 강의했을 때였다. 처음에는 조씨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던 학생들이 ‘조정래의 삶’(TV녹화자료)을 감상한 뒤에는 다들 “생각을 바꾸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작가론이 이어진다.“농부의 호미가 녹슬 겨를이 없듯이 작가 또한 열심히 밭고랑을 일구는, 인생을 끊임없이 경작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유했다. 이러는 동안 그는 세가지 병마와 싸웠다고 고백했다. 태백산맥을 집필할 때에는 위궤양으로 고생했다. 또 아리랑을 쓸 땐 오른팔 마비, 한강 땐 탈장 등으로 수차례 병원신세를 졌다. “피가 증발해버리고 하얗게 표백되는 현상이 거듭되고, 침대에 누우면 온몸이 조각난 것처럼 혼미해지고 ‘이대로 죽을 수도 있구나.’하며 잠에 빠지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창밖을 응시한다. 목소리가 낮아진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태백산맥’을 쓰기 시작했어요.‘한강’을 끝내고 나니 어른이 되어 장가를 가겠다고 하더군요.‘글감옥’에 갇혀 지내느라 아들과 대화도 못해 어찌나 미안한지…, 글을 쓸 때에는 아내도 아들도 접근을 못하거든요.” 그래서 손자들한테는 무척 다정다감한 할아버지로 대해준다고 했다. 주말마다 손자의 손을 잡고 나들이하며 더할 수 없는 행복에 빠져든다.“초록빛 잔디밭에서 하늘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만끽한다.”며 어린 아이처럼 활짝 웃는다. 특히 요즘에는 6살된 첫째 손자가 “할아버지, 저도 태백산맥을 쓸게요.”하는 재롱에 몇번이고 감동을 받는다. 조씨의 아들 도현(34)씨와 며느리 이민경(31)씨가 최근 4년5개월만에 ‘태백산맥’을 베껴쓰는 일을 끝마쳤다. 손자가 그런 모습을 지켜봤던 것이다. 조씨는 향후 10년 계획을 밝히면서 동화 2편을 반드시 쓰겠다고 강조했다. 손자와 지내다보면 동화쓰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했다. 톨스토이도 말년에 동화를 썼다고 덧붙인다. 아울러 장편 3권과 역사속의 인물 10명을 택해 전기를 쓰는 것도 이미 기획돼 있다고 했다.“글이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할 수 있는 예술의 한 장르”라면서 한번밖에 없는 생애에 언어의 여력을 계속 쏟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1943년 전라남도 승주군 선암사에서 4남4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주로 순천과 벌교에서 지내면서 여수·순천사건과 6·25전쟁을 겪었다. 이 경험은 훗날 중요한 문학적 토양으로 작용한다.1970년 ‘현대문학’에 ‘누명(陋名)’과 ‘선생님 기행’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월간문학’ 편집장,‘소설문예’ 발행인으로 활동했다.78년에는 도서출판 민예사를 설립했으며 ‘한국문학’ 주간을 지냈다. 이후 83년부터 ‘대하’에서 ‘소설’이란 배를 홀로 타고 노를 젓기 시작했다. “반야심경을 자주 외며 내공의 힘을 쌓지요. 또 건강을 위해 집(경기 분당) 주변 율동공원을 매일 한시간씩 산책합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3년 전남 벌교 출생 ▲62년 서울 보성고등학교 졸업 ▲66년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70년 현대문학 ‘누명’으로 데뷔 ▲73년 월간문학 편집장 ▲75년 소설문예 발행인 ▲77년 민예사 대표 ▲83년 태백산맥 집필 ▲86년 태백산맥 전10권 발간 ▲94년 아리랑 전12권 발간 ▲2001년 한강 전10권 발간 ▲이밖에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2003년), 조정래 문학전집 전9권,‘시간의 그늘’ 등 문학지에 소설 50여편 발표. ■ 상훈 제27회 현대문학상(유형의 땅), 대한민국문학상(인간의 문), 단재문학상(태백산맥), 노신문학상(아리랑). 제7회 만해대상 등
  • 최장집교수도 7년만에 ‘무혐의’

    최장집교수도 7년만에 ‘무혐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구본민)는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전쟁의 성격을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된 고려대 최장집 교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학 교수로서 한국현대사의 연구 결과를 개진하면서 기존의 학설이나 주장과 다른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전체적 내용과 집필 당시 상황으로 미뤄 학문 연구의 일환으로 판단되고 북한을 이롭게 할 인식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의 적시가 아닌 학문적 견해표명에 불과하고 비방 목적도 인정키 어럽다.”면서 역시 무혐의 처분했다. 건국회 회장 등 16명은 1998년 11월 “최 교수가 저서인 ‘한국 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서 한국전쟁을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하고,6·25 참전군인들을 비방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최 교수를 고소·고발했다. 한편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94년 고발된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씨에 대해서도 이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함께 고발된 한길사 김언호 사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김수민 2차장검사는 “독자와 평론가로부터 예술작품으로서 객관적·미학적 가치를 획득했고, 그런 표현들은 자유토론과 상호 비판 과정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충분히 여과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태백산맥’ 11년만에 무혐의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놓고 검찰이 11년째 법리 검토를 해 온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처리 방침이 다음달 초 마침내 불기소 쪽으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태백산맥의 저자인 조정래씨와 출판사 대표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구본민)는 지난해 국보법 개폐 논의가 본격화된 뒤 대검 공안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남북관계의 변화 등을 감안한 결과 무혐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송광수 검찰총장이 퇴임하는 4월 2일 전에 공식 발표키로 했다. 이 사건 수사는 1994년 4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모씨 등이 “태백산맥이 이승만 정권을 친미 괴뢰정부로 묘사하고 빨치산의 활동을 미화했다.”며 조씨와 출판사 대표를 국보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국보법 개폐 논의가 가속화하자 처리를 미루는 것이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해지면서 불기소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마찬가지 맥락에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공방을 야기했던 국가정보원 휴대폰 도청 의혹을 둘러싼 6건의 고소·고발사건도 다음달 초 일괄 불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정래씨는 ‘태백산맥’에 대한 국가보안법 고발사건이 무혐의 처리된 것에 대해 “대단히 기쁘며, 분단의 비극이 다시는 창작의 올가미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 10년을 짊어져온 짐을 벗은 심정을 “날개를 단 것같다.”고 표현한 조씨는 “3인칭 기법으로 분단과 좌우 이념대립의 현실을 진솔하게 표현했을 뿐 소설 속 등장인물의 말과 행위를 놓고 이적성을 논한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지난 일들을 모두 과거의 사실로 수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전남 보성 벌교읍에 세워지는 ‘태백산맥 문학관’에 이 사건과 관련된 10여년의 기록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박경호 황수정기자 kh4righ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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