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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태백산맥’에서 ‘서울1945’까지/황진선 논설위원

    어느 날,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한국방송(KBS)의 주말 드라마 ‘서울 1945’가 화제가 됐다. 그런데 잠자코 얘기를 듣던 한 선배가 “그런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었어?”하고 물었다. 정말 그랬다.‘서울 1945’는 막말을 하자면 ‘빨갱이’들이 주인공이다. 안방극장에서 그동안 좌익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있었는가. 소설 ‘태백산맥’이 떠올랐다. 태백산맥 1부(3권)의 초쇄 일자는 1986년 10월이다. 그 무렵, 초년 기자였던 필자는 서울시내 한 경찰서의 기자실에서 A신문의 기자에게 “우리나라에서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상상이 안돼”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는 곧 태백산맥을 구해 읽었다. 그런데 과연 그랬다. 좌익인 염상진, 하대치, 정하섭 등도 그들 나름의 좋은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다가 스러져간 영혼들이었다.‘빨갱이’에 대한 그런 시선은 그 때까지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작가 조정래 선생이 20년 가까이 이적 표현물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는 2005년 4월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래도 태백산맥에서는 중도민족주의자인 김범우가 더 중요한 인물이었다. 좌익 염상진은 김범우에 비해서는 비중이 떨어졌다. 그런데 ‘서울 1945’에서는 처음부터 광산노동자의 아들인 최운혁(류수영 분)에게 더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해방공간에서 몽양 여운형을 돕고 한국전쟁에서는 인민군 장교로 활동한다. 자유주의자인 이동우(김호진 분)는 이승만을 돕고 국군 장교로 활약하지만 극중 비중이 떨어진다. 단순화하면 태백산맥에서는 중도 민족주의자가 남자 주인공이었는데 ‘서울 1945’에서는 ‘빨갱이’가 남자 주인공인 것이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서울 1945’는 순항하고 있다. 제작진은 “좌든 우든, 자신이 믿는 이상에 따라 그 시대를 헤쳐나간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보수단체들은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건국인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조기 종영을 주장하고 있지만, 시청률도 높은 편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반공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2004년의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2005년의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의 보훈대상자 인정도 그런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봐야 한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사학)가 지난해 펴낸 ‘한국현대사’를 보면서 충격을 받은 대목이 있다. 선구회라는 단체에서 해방 후 첫 여론조사를 했는데,‘최고의 인기 지도자’ 중 대통령 후보로는 이승만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하지만 ‘조선을 이끌어갈 양심적인 지도자’와 ‘생존 인물 중 최고의 혁명가’에는 각각 여운형이 1위, 이승만이 2위였다. 김일성과 김규식은 김구·박헌영에 이어 각각 5,6위를 차지했다. 그런 조사에 놀라는 것은 그동안 냉전 이데올로기에 짓눌려 전혀 그런 사실을 접해보지도, 균형적인 시각을 유지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운형, 김일성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었나?”하고 반문하게 되는 것이다. 동구권의 붕괴로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다. 우리는 그동안 반공이데올로기 때문에 왜곡됐던 현대사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되돌아보고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편견에서 벗어나 진실과 화해, 통합과 통일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인사]

    ■ 외교통상부 ◇심의관급△한미안보협력관 金烘均■ 경찰청 (경찰청 본청)△정보통신2담당관 전산사무관 장태우◇총경△교통기획담당관 김녹범△교육과장 이인선△장비〃 김귀찬△과학수사센터장 이상원△대테러〃 강성복△보안2과장 윤하용△혁신단(발전전략팀) 김영수△총무과(교육) 이경순 고귀영(경찰대)△학생과장 안병정△수사보안연수소 김용택△총무과(교육) 김성근△총무과(대기) 문수원(경찰종합학교)△총무과장 조정래△교무〃 이길선△이전건설단장 차중렬△총무과(교육) 정인식(서울지방경찰청)△정보통신과장 이한명△생활안전〃 조용섭△교통관리〃 홍성삼△2기동대장 이승철△3기동대장 이병하△교통운영실장 신정배△광진서장 박성호△서부〃 김금석△금천〃 엄용흠△경무과(교육) 명영수 ◇경정(승후)△경무과 송갑수 김규현 유현철 이영조△경정 김용규◇총경 (부산지방경찰청)△경무과장 송수태△생활안전〃 정수태△정보〃 하병옥△보안〃 최경호△외사〃 김창용(경정(승후))△동래서장 서범수△부산진〃 성경출△남부〃 김형중△해운대〃 김철준△북부〃 박승갑△사하〃 김상경△경무과(대기) 최승원 오경종 최영봉(대구지방경찰청)△청문감사담당관 유욱종(경정(승후))△수사과장 조무호△정보〃 조두원△남부서장 김상근△달서〃 이종석△달성〃 최병헌(인천지방경찰청)△경무과장 허남운△정보통신담당관 이자하(경정(승후))△생활안전과장 김종구△수사〃 임창수△경비교통〃 이기옥(경정(승후))△보안〃 진정현△외사〃 황경환△동부서장 박달근△남동〃 이환섭(울산지방경찰청)△경무과장 김석구△생활안전〃 박흥석(경정(승후))△수사〃 곽예환(〃)△경비교통〃 윤석원△정보〃 백운용(경정(승후))△중부서장 박태식△남부〃 오병국△동부〃 윤재국△경무과(주재관요원) 정용환△경무과(대기) 남기룡(경기지방경찰청)△청문감사담당관 한풍현△경무과장 이한일△교통〃 주기주△경비〃 김정훈△수사〃 김정섭△형사〃 안중익△수사〃(4부) 오동욱△과천청사경비대장 김후광△부천남부서장 박노산△부천중부〃 김용수△일산〃 박재현△안산〃 최성철△화성〃 박종규△파주〃 김원준△용인〃 구본걸△광주〃 김성렬△이천〃 우희주△포천〃 김종해△여주〃 이일구△구리〃 강신명△안산상록〃(준비요원) 한춘복△경무과(교육) 최원일△경무과(주재관요원) 박외병△경무과(대기) 박윤영(강원지방경찰청)△청문감사담당관 김춘섭(경정(승후))△수사과장 김성문△보안〃 김영배△속초서장 허만영△삼척〃 이재열△홍천〃 한기옥△평창〃 이원정(경정(승후))△양구〃 김수환(〃)△경무과(대기) 전재철(충북지방경찰청)△청문감사담당관 이종복△경무과장 유승원△정보통신담당관 정승용(경정(승후))△생활안전과장 홍동표(〃)△경비교통〃 박노현(〃)△보안〃 이호균△청주상당서장 이세민△청주흥덕〃 김경수△괴산〃 김대진△단양〃 강병로△옥천〃 박기호(경정(승후))△음성〃 심상인△경무과(교육) 이원구△경무과(대기) 박춘희(충남지방경찰청)△청문감사담당관 유충호(경정(승후))△경무과장 한상익△생활안전〃 홍덕기(경정(승후))△수사〃 박근순△경비교통〃 신찬섭△정보〃 이종원△보안〃 오용대△대전둔산서장 정기룡△논산〃 조원구△아산〃 안억진△보령〃 양재천△홍성〃 김재원△부여〃 표광복△서천〃 조항진△경무과(교육·경정(승후)) 조영수 양정식 이병환(총경)△경무과(대기) 함석호(전북지방경찰청)△청문감사담당관 나유인△생활안전과장 양태규△익산서장 박재기△고창〃 최진△부안〃 김인규△임실〃 이경택△진안〃 백순상(경정(승후))△무주〃 방춘원△경무과(교육·경정(승후)) 김성근 이평오(전남지방경찰청)△경무과장 박승주△정보통신담당관 성동민△수사과장 박봉기△경비교통〃 김칠성△보안〃 백혜웅△광주서부서장 하태옥△광주광산〃 양승규△해남〃 권세도△장흥〃 김대식△보성〃 배용주△함평〃 한재숙(경정(승후))△장성〃 전흥배△담양〃 허경렬△곡성〃 강신후(경정(승후))△경무과(교육) 김재병△경무과(주재관요원) 장권영△경무과(대기) 임학우 장세원(경북지방경찰청)△청문감사담당관 도범진△정보통신〃 김진표(경정(승후))△포항북부서장 권영하△안동〃 이광영△김천〃 김동영△영천〃 정은식△문경〃 남규덕△의성〃 이일우(경정(승후))△청도〃 남병상△영덕〃 서범규(경정(승후))△군위〃 배위환(경정)△경무과(교육) 한영수 김실경 이석봉(경정(승후))△경무과(대기) 정홍식 성덕제(경남지방경찰청)△경무과장 박동신△생활안전〃 최태영△수사〃 김정규△창원서부서장 여의필△마산중부〃 임종식△마산동부〃 이문기△김해〃 백광술△통영〃 김임곤△고성〃 정동찬△함양〃 양동인△함안〃 안수영(제주특별자치도지방경찰청)△청문감사담당관 정성채(경정(승후))△수사과장 백준태(〃)△서귀포서장 송양화△경무과(주재관요원)강승수■ 도로교통공단 △혁신평가팀장 최동호(감사실)△수석감사관 김원권 유오재△선임감사관 두봉균 한만식(경영전략단)△경영전략단장 김형중△기획팀장 김기완△재정〃 김종규△정보화〃 황수일△총무〃 류필하△인사〃 하미용△경리〃 노희대△시설관재〃 서성익(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교통안전팀장 강동수△통계분석〃 박홍한△사고조사〃 이홍기(안전사업단)△안전사업단장 박길수△안전시설팀장 양계훈△교통신호〃 변은아△단속장비운영〃 양노숙△장비검사〃 김기홍△검사개발〃 엄원상(교육사업단)△교육사업단장 유완석△교육기획팀장 강대성△교재개발〃 송인규△홍보〃 김영준(교통전문학교)△교통전문학교장 한재업△자격관리팀장 지기남△전문교육〃 임영철△방송관리〃 공석용△방송사업〃 박윤호(방송제작단)△방송제작단장 정재진△편성제작팀장 김석송△DMB제작〃 곽영은△방송기술〃 이장호△교통정보〃 최승규△방송심의〃 이재연△시험교정〃 홍두표(종합연구단)△종합연구단장 임평남(교통정보개발단)△교통정보개발단장 김동효(서울특별시지부)△사무국장 하남윤△총무팀장 고승권△교육홍보〃 최두환△교통안전국장 직무대리 노희철△안전팀장 정일섭△사고조사〃 김영국△안전시설〃 이기남△교통신호〃 권순종△교육홍보부 황경운(부산광역시지부)△총무팀장 채윤종△사업국장 석용구△안전조사팀장 이종달△안전시설〃 김상곤△교육홍보〃 고상선(대구광역시지부)△총무팀장 배철규△사업국장 이상민△안전조사팀장 서재익△안전시설〃 박종규△교육홍보〃 정욱영(인천광역시지부)△총무팀장 양해준△사업국장 안평근△안전조사팀장 한상일△안전시설〃 문덕수△교육홍보〃 김윤태(경기도지부)△총무팀장 박철현△사업국장 박병곤△안전조사팀장 정우택△안전시설〃 이한익△검사〃 김동학△교육홍보〃 곽문수(강원도지부)△총무팀장 전승렬△사업국장 이의수△안전조사팀장 김종갑△안전시설〃 조원갑△교육홍보〃 조목현(충청북도지부)△총무팀장 고인수△사업국장 이장천△안전조사팀장 구을서△안전시설〃 박정순△교육홍보〃 정정헌(충청남도지부)△총무팀장 민명기△사업국장 권만수△안전조사팀장 김태운△안전시설〃 문정식△교육홍보〃 이두희(전라북도지부)△총무팀장 조장호△사업국장 최일봉△안전조사팀장 박래성△안전시설〃 이점호△교육홍보〃 이정상(전라남도지부)△총무팀장 김건진△사업국장 장천웅△안전조사팀장 이승△안전시설〃 박영주△검사〃 주용철△교육홍보〃 김동북(경상북도지부)△총무팀장 성용제△사업국장 송창석△안전조사팀장 박재영△안전시설〃 손원일(경상남도지부)△총무팀장 황창석△사업국장 이영백△안전조사팀장 김재식△안전시설〃 이강오△교육홍보〃 성환경(제주도지부)△총무팀장 김영남△안전조사〃 김경훈△안전시설〃 부춘식△교육홍보〃 현병주(한국교통방송부산본부)△총무팀장 이창식△홍보심의〃 김봉준△편성제작국장 직무대리 권영원△편성제작팀장 정윤희△교통정보〃 이광희△기술제작〃 여종철(한국교통방송광주본부)△방송지원국장 이용주△총무팀장 정선국△편성제작국장 직무대리 장형래△편성제작팀장 김창용△교통정보〃 윤영훈△방송기술국장 이재섭△기술제작팀장 박종혁(한국교통방송대구본부)△총무팀장 김천용△편성제작〃 이혜숙△교통정보〃 예동오△방송기술국장 변생효△기술제작팀장 홍대규△방송지원국장 직무대리 이충현(한국교통방송대전본부)△총무팀장 윤수찬△편성제작국장 직무대리 이준용△편성제작팀장 김종우△교통정보〃 최하수△방송기술국장 이정환△기술제작팀장 조정희(한국교통방송인천본부)△방송지원국장 권영국△총무팀장 고휘영△교통정보〃 한영섭△방송기술국장 직무대리 도호암△기술제작팀장 백승기(한국교통방송강원본부)△방송지원국장 직무대리 이종주△총무팀장 김상호△방송기술국장 방덕진△기술제작팀장 신은섭(한국교통방송전주본부)△총무팀장 김재균△편성제작〃 황금산△교통정보〃 정경주△방송기술국장 전용호■ 한국방송광고공사 ◇임원△마케팅경영본부장 洪志一△공익사업본부장 閔泳哲△영업본부장 金宗勳◇국장급△감사실장 吳賢淑△경영기획실장 高春鎬△경영지원국장 南莊熙△전략마케팅국장 李珍九△광고진흥국장 吳義相△공익사업국장 楊建洙△영업3국장 兪完根△충청지사장 朴榮奎△대구〃 朴炯培△전북〃 이원담△미시건주립대 교육파견 李柱崗 ■ 한양사이버대학교 △기획처장(사회교육원장 겸임) 梁永鍾△교학처장 任硏郁△총무처장 權奇昶△정보지원실장 孫奎湜△기획예산팀장 柳長馨△입학홍보팀장 金景燮△학사운영팀장 李永雨△학생지원팀장 金永勳△인사관리팀장 金時元△총무회계팀장 林善齡△정보지원실 운영팀장 李政勳■ 우리투자증권 ◇신규선임 (지점장)△대치역 尹錫東 (팀장)△전략기획팀 朴相浩△신탁팀 尹榮俊△투자정보팀 金廷桓 ◇전보 (지점장)△수유 千炳泰△산본 全容駿△신목동 鄭成均 (팀장)△퇴직연금영업팀 金允煥△영업기획팀 金政浩△업무지원팀 朴柱範△상품기획팀 金南亨△Sales Promotion팀 辛東烈
  • 조정래씨 새 장편소설 ‘인간연습’ 출간

    조정래씨 새 장편소설 ‘인간연습’ 출간

    ‘태백산맥´‘아리랑´‘한강´등 대하소설 3부작을 통해 분단문학의 거대한 산맥을 세운 소설가 조정래(64)가 신작 장편 ‘인간 연습´(실천문학사)을 출간했다. 계간 ‘실천문학´봄·여름호에 나누어 실었던 것을 단행본으로 묶었다. 29일 서울 시내에서 만난 작가는 “분단시대에 전 생애를 살다시피한 소설가로서 분단문제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인간 연습´은 지난 20년간 천착해온 분단문학을 마무리짓는 글”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겉으로는 전향했지만 속은 여전히 비전향자인 ‘윤혁´노인이 ‘사상의 조국´인 소련의 몰락을 목도한 뒤 회의와 좌절 끝에 이데올로기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에 대한 신뢰로 새 삶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작품을 구상한 지는 오래됐다. 소련과 동유럽이 잇따라 붕괴되던 1990년대 초반부터 사회주의 실패의 원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10년 넘게 거듭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다다른 결론이 ‘인간 연습´이다. 그는 “이데올로기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고 만든 제도인데 인간의 불완전한 한계가 실패를 불러왔다.”면서 “사회주의도 인간이고자 하는 연습 과정에서 빚어진 시행착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본주의 역시 양극화 등 문제가 많지만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의 거액 기부 같은 인간적이고 이성적인 행위들 때문에 버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생을 헌신한 사상에 처참하게 배신 당한 윤혁이 좌절의 늪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었던 건 다름아닌 아이들 때문이었다.“사람을 살게 하는 건 이념이나 체제가 아니라 결국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라는 작가의 신념이 뚜렷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분단문학으로 일가를 이루었으니 이젠 쉬엄쉬엄 글을 쓸 법도 한데 아직도 머릿속은 온통 작품 생각뿐이다.“마라톤의 열배쯤 되는 인내심이 요구되는 대하소설을 줄곧 써오다보니 글쓰기에는 이력이 났다.”는 작가는 이미 또 한 권의 장편 소설을 탈고했다.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강대국들이 중앙아시아의 약소 국가에 어떤 핍박을 가했는 지를 그린 장편으로 올 연말쯤 출간할 예정이다. 예술가의 삶, 종교인의 성찰 등을 다룬 장편 소설 서너권을 구상 중이고, 손자 세대를 위한 50권 짜리 전래동화 전집과 위인전도 집필 중이다.“인생 황혼인데 쓸 건 많고 시간은 없어 안타깝다.”는 그는 “지금 계획해놓은 글만 써도 꼬박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웃었다. 작가는 이제 분단문학을 넘어 통일문학을 꿈꾼다. 통일 이전에는 공개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책으로 써서 유고집으로 남겨놓을 작정이라고 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문학단신] ‘님의 침묵’ 80돌 10일 ‘만해시제’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시집 ‘님의 침묵’ 발간 80주년을 기념하는 ‘만해시제(萬海詩祭)’가 계간 ‘시와 시학’ 주최로 10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문학의집·서울(이사장 김후란)에서 열린다. 시인 신달자 정일근 이가림 김초혜 나태주 등이 시를 낭송하고, 제1회 만해대상을 수상한 시인 고은,2004년 만해대상 문학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조정래, 만해학술원장인 문학평론가 김재홍 경희대 교수의 문학 강연이 진행된다.
  • [Book&Life] ‘학습만화 붐’을 지켜보며

    책에도 유행이 있다는 말은 더이상 새로울 게 없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을 너나없이 무슨 신드롬처럼 읽어대는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현실이다. 요즘 초등학교 교실의 한 풍경이 그렇다.‘∼에서 살아남기’ 시리즈 한두권쯤 갖고 있지 않으면 ‘왕따’되기 딱 십상이다. 아이세움이 펴내는 과학교양 만화책 시리즈 ‘∼에서 살아남기’는 이미 알려졌듯 400만부를 팔아치운 초베스트셀러. 초등 고학년 교실에서 먼저 불었던 바람이 저학년 쪽으로 옮겨간 최근, 초등 1·2학년생들 가방에는 이 시리즈가 액세서리처럼 자리잡았다. 학습만화 인기가 도무지 식을 줄을 모른다. 지난 2001년 4월 첫권을 선보인 ‘살아남기’ 시리즈는 이후 5년 동안 꾸준한 판매에 힘입어 지금까지 16권이나 나왔다. 모험담의 틀거리를 빌린 이야기 전개 덕분에 어른 독자들까지 포섭해낸 시리즈는 20권 완간을 목표로 내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기왕에 무르익은 만화교양서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아이세움측은 “과학교양 시리즈가 끝나는 대로 문명상식을 주제로 한 ‘살아남기’시리즈를 잇따라 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양’의 우산을 쓰고 출간되는 만화책들은 소재나 형태도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지난해는 천자문 만화 열풍이 서점가를 달구더니 올해는 아예 유명 소설원작까지 만화의 대상이 됐다.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 황석영의 ‘장길산’, 박경리의 ‘토지’ 등 국내 거물급 작가들의 대표작들이 속속 만화로 용도변경(?)되고 있는 중이다. 이들 만화기획물을 성사시키기 위해 출판사들이 작가들을 상대로 들였을 막후 공력은 얼마나 컸을까. 한국사, 세계사, 심지어는 위인들의 평전이나 전기마저 만화로 읽히는 세태이다. 만화교양서를 일방적으로 폄하하자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어렵고 까다로운 독서 소재를, 흥미와 교육적 요소를 두루 가미해 아이들에게 쉽게 소화시킨다는 취지는 나무랄 수 없다. 문제는 상술에만 눈밝은 일부 출판사들의 양식없는 출간 행태이다. 매주 수십권씩 쏟아져 들어오는 신간들을 정리하다 보면, 아이들 손에서 저만치 ‘격리’시키고 싶은 수준미달의 만화교양서들이 한두권이 아니다. 싫건 좋건 만화교양서가 초등생 책읽기의 대세가 된 현실. 교양‘만화’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독후감을 써보라고 서슴없이 쥐어줄 수 있는 ‘교양’만화는 과연 몇권이나 될까.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대학생들 사회의식 부족”

    작가 조정래(63)씨가 25일 서울대 총학생회의 한총련 탈퇴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씨는 이날 서울대 기초교육원 주최 관악초청강좌에서 대학생의 52%가 ‘4·19가 다시 오면 나가 싸우지 않겠다.’고 응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최근 대학생들의 사회의식 부족을 개탄했다. 그는 “한 사회집단에서 혁명이 성공하려면 1%의 행동하는 사람과 10%의 지지자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면서 “일제 치하 우리나라에서 독립운동 가담자는 2400만명 중 10만명이 안 됐으며 우리는 이 때문에 독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전대협(한총련의 전신)을 탈퇴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총학생회가) 탈퇴했어도 여러분들 전체가 탈퇴한 것은 아니다. 나는 여기 1%,10%를 만들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벌교 하수처리장에 생태공원 2만평 규모… 내년 6월 완공

    기피시설인 하수종말처리장이 들어서는 곳에 주민들이 바라던 생태공원이 함께 만들어진다. 전남 보성군은 24일 “벌교읍 장양리 하수종말처리장 바로 옆 2만여평에 67억원을 들여 생태공원을 내년 6월까지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군은 다음달까지 15억원가량 토지보상을 마치고 7월쯤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생태공원에는 국제규격의 축구장 2개와 야생화동산, 생태연못, 주차장 등이 갖춰진다. 그동안 벌교읍에서는 제대로 된 체육시설이 없어 벌교읍의 대표축제인 ‘참꼬막 축제’도 학교 운동장을 빌려 치러왔다. 장양리 일대 갯벌은 지난 1월 국제 습지기구인 람사협약에 등록된 곳으로, 꼬막과 짱뚱어가 유명하다. 군은 이곳에 수산물유통센터를 지어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또 이 생태공원에서 5분 거리인 벌교읍 회정리에는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현부자네 집·남도여관·홍교 등 12곳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민자는 하수종말처리장(240억원)을 시공한 롯데기공과 보성건설 등 4개 건설업체가 32억원을 투자했고 투자사가 15년 동안 유지관리권을 행사한 뒤 군에 넘긴다. 이재혁 하수자원계장은 “생태공원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고 축구장은 주민들의 체육행사와 겨울철 선수들의 전지훈련장으로 쓰여져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보성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동국대 개교 100주년 맞아

    동국대가 8일로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동국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교내 만해광장에서 ‘건학 10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기념식에서는 동국대 100년사 영상자료와 각계 명사의 축하메시지가 상영되며, 홍기삼 총장이 ‘민족의 화해, 종교의 화합’ 메시지를 담은 평화선언문을 읽을 예정이다. 또 미당 서정주 선생이 작고 전에 남긴 100주년 기념시도 낭독된다. 기념식에는 법전 조계종 종정, 박경조 성공회 주교, 최근덕 성균관 관장, 이혜정 원불교 교정원장 등 종교계 인사를 비롯해 김진표 교육부총리, 정운찬 서울대 총장, 알프 짐머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총장,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이명박 서울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 등 외빈과 학생, 교직원 등 1500여명이 참석한다.12∼13일에는 ‘달빛 연등축제’ ‘동국인 한마당’ 등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만해 한용운 선생이 1906년 첫 입학생이었다. 서정주와 청록파 시인 조지훈도 동국대 동문이며 시인 신경림, 소설가 황석영, 동화작가 정채봉, 소설가 조정래가 문인요람의 맥을 이었다. 이덕화, 고현정, 최민식, 한석규, 김혜수, 이경규 등 연예인들도 연극영화과 출신이다.홍기삼 동국대 총장은 “개교 100년을 계기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만전을 기해 명문 3대 사학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말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김오남·유진오등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제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가는 강경애(소설가), 김오남(시인), 엄흥섭(소설가), 유진오(소설가·평론가), 이정호(아동문학가), 이주홍(아동문학가), 이하윤(시인·영문학자), 조종현(시조시인), 최정희(소설가) 등 9명. 조종현은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의 선친이며, 김오남은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시인 김상용의 여동생이다. 문학제의 주제는 ‘주변에서 글쓰기, 상처와 선택’.1931년 만주사변을 전후로 등단해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은 대부분 문학의 주변에 머무르며 친일문학과 카프 사이에서 상처받고 선택을 강요당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김인환 고려대 교수의 총론으로 문을 여는 심포지엄에서는 이들 작가들의 삶과 문학이 집중적으로 재조명된다. 이중 1930년대 여성문학을 대표하는 강경애와 최정희에 대해 기존에 논의됐던 평가와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작가론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끈다. 김경수 서강대 교수는 일제시대 최고 사실주의 작가이자 여성주의 문학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강경애의 소설에 내재한 가부장적 세계관의 한계를 지적하고,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최정희의 소설이 여성의 내면적 드라마를 문학적으로 풍부하게 묘사해 자립적 가치를 드러냈다는 새로운 평가를 내린다. 심포지엄에 이어 유가족과 제자들이 참여하는 ‘문학의 밤’행사가 열린다. 조정래가 아버지를 회고하며 쓴 글이 공개되고, 문인들이 참여하는 낭송회와 연극, 노래 공연 등이 마련된다. 근대문학 100여년의 성과를 정리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는 올해 6회째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조정래 이문열 신작 들고 ‘외출’

    중견 작가 조정래(63)와 이문열(58)이 계간 문예지에 나란히 신작을 선보였다. 조씨는 대하소설 ‘한강’을 낸 지 4년 만, 이씨는 ‘아가’이후 5년 만의 장편소설 연재다. 조정래는 ‘실천문학’봄호에 비전향 장기수 이야기를 다룬 ‘인간연습’을 실었다. 비전향 장기수로 30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윤혁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회주의 몰락의 의미와 사상을 넘어서는 미래 지향의 희망을 드러내는 소설이다.‘수수께끼의 길’‘안개의 열쇠’ 등 사회주의 몰락의 원인에 천착한 전작 중단편 연작소설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그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한 연습, 그 고단한 반복을 끊임없이 계속하는 것이 인간 특유의 아름다움인지 모른다.”면서 “내 문학에서 분단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소설을 지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원고지 300장 분량의 첫 회에 이어 다음호에 2회를 실은 뒤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차기작은 2차 대전 당시 강대국들이 약소국에 저질렀던 횡포를 600장 분량의 소설에 담아낼 계획이다. 이문열은 ‘세계의문학’봄호에 ‘호모 엑세쿠탄스’1부를 발표했다.2003년 인터넷 소설 사이트 이노블타운에 16회까지 연재하다 업체 사정으로 중단됐던 소설이다. 지난 연말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난 작가는 인터넷에 올렸던 글을 수정해 1007장 분량의 전반부를 완성했고, 여름호에 비슷한 분량의 후반부를 실을 예정이다. ‘호모 엑세쿠탄스’(homo executans)는 ‘처형자로서의 인간’ 또는 ‘집행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소설에서는 신성(神聖)혹은 초월자의 처형을 맡은 집단을 가리킨다.소설은 2002년 대통령 선거이후의 한국사회를 ‘민족도 이념도 그 앞에서는 순식간에 한 수단으로 빨려들고 마는 블랙홀 같은 국가주도형 포퓰리즘이 게거품을 뿜었다.’고 묘사하는 등 강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봄날의 感 좋아하세요?

    봄날의 感 좋아하세요?

    봄이 오는 길목, 문득 누군가가 기다려진다. 바람조차 싱그럽다.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진다. 여인의 분 냄새도 화사하게 달라진다. 노래가 생각난다.‘봄이 왔네 봄이 와, 그 처녀의 가슴에도….’ 이렇듯 봄은 가슴 설레는 찬란한 희망의 상징이다. 두꺼운 얼음을 녹이며 흐르는 경기도 양수리 시냇가에도, 부는 바람에 몸을 숙여 실개천을 어루만지는 버들강아지의 복실복실한 손끝에도 봄은 푸르게 일어서고 있다. 새벽녘 물안개에 싸인 북한강변 매화나무의 싸늘한 가지 끝에는 어느샌가 꽃망울이 부풀어 있지 않은가. 남쪽나라 제주에는 노란 유채꽃 내음이 못내 그리워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차가웠던 겨울을 서서히 떨쳐내고, 꽃잎처럼 화사한 봄을 만들어 보자. 겨우내 얼어 있던 마음속에 봄햇살을 가득 채워 꽃망울을 터뜨리듯 활짝 기지개를 켜보자. 아장아장 우리곁으로 다가오는 봄과의 멋진 만남을 상상해보자. 글 양평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법정 스님은 이런 얘기를 했다.‘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야 봄이 오는 것’이라고. 계절로 치면 지루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는 길목이다. 제주도에는 벌써 노란 유채꽃이 활짝 폈다. 늘 그랬듯 봄소식은 남쪽에서 사뿐사뿐 전해오고 있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이곳저곳에는 아직 겨울의 잔재가 남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봄을 알리는 전령사 ‘고로쇠’ 채취에 한창이다. 또한 노래로 더욱 유명한 하동의 ‘화개장터’에는 싱싱한 봄나물을 캐고 파는 할머니의 손길이 분주하다.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지리산 고로쇠를 찾아 고로쇠 수액은 남도의 봄기운을 가장 먼저 전한다. 꽁꽁 언 땅이 차츰 풀리고 만물의 싹이 기지개를 켤 무렵이면 고로쇠나무는 수액을 통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수액채취가 한창인 지리산 현장을 찾았다. 전남 구례에서 승용차를 타고 40여분을 달리자 지리산 국립공원 매표소가 나온다. 바로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 계곡. 연곡사를 지나자 2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조그만 산골인 ‘직전마을’이 나온다.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잔설과 골짜기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은 겨울의 한기를 느끼게 하지만 이상하게 마을은 봄처럼 활기가 가득하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나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다가오자 마을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고로쇠 채취로 분주하다. 경남 거제, 전남 광양, 강원 인제 등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지만 특히 지리산 고로쇠 수액을 으뜸으로 친다. 해풍의 영향을 받지않고 깨끗한 공기와 좋은 물 등 청정 지역의 정기를 잔뜩 머금었기 때문. 나무에서 수액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알고 보면 오묘한 자연의 섭리가 숨어있다. 원리는 일교차로 인한 나무 줄기 안의 압력 변화 때문이다. 밤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줄기가 수축돼 뿌리로 물을 빨아들여 줄기 안을 가득 채운다. 낮에 기온이 올라가면 줄기 안의 물과 공기가 풍선처럼 팽창해 밖으로 밀려나오려고 한다. 이런 때는 나무껍질을 살짝만 긁어도 수액이 흐른다. 그래서 고로쇠 수액 채취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 변화를 알려주는 신호인 것이다. 밤 기온이 영하 5도, 낮기온은 영상 10도 정도 될 때가 수액이 가장 많이 나온다. 날씨가 너무 춥거나 따뜻해도 고로쇠는 잘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런 날씨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때가 경칩 전후 15일 내외. 피아골의 직전마을에서 고로쇠를 가장 오래 채취했다는 강만석(70) 할아버지를 만났다.“어르신 요즘 고로쇠가 어때요.”라는 물음에 “지금이 한창이여. 그냥 나무에 대기만 혀도 수액이 줄줄 흐른당께. 워쩌 한번 같이 가볼랑가.”라며 앞장을 선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피아골 계곡을 건너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계곡을 몰아치는 칼바람에 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칠순이 지난 어르신들도 가뿐하게 바위를 밟고 건너는데 삼십대 중반을 지난 기자는 바위에 언 살얼음을 밟고는 그냥 곤두박질이다.“아따 카메라 괜찮은가.”라고 먼저 묻는 강 할아버지.“네”라며 짧게 대답을 하고는 신발 속에 들어간 물과 양말을 벗어 물기를 짜내고 다시 신었다.‘으∼미 차가운 거.’ 누구를 탓하랴. 무거운 카메라에 가방까지 지고 간 내가 잘못이지. 할아버지 말처럼 그래도 카메라가 물 속에 빠지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며 축축한 발로 지리산 속으로 들어갔다. 마을 주민들은 익숙한 듯 길도 없는 산을 잘도 헤치고 간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한두 개씩 나무에 달아 놓은 수낭들이 눈에 띈다.“여기서부터 고로쇠 나무들이 사는 곳입니다.”라는 한정환(46)씨.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 과에 속하는 활엽수로 해발 300m이상에서만 자란다. 그래서 지리산 중턱부터 정상 부근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단다. “이것 보쇼. 아따 맛있것지요.”라며 수낭에 가득한 고로쇠를 들어 보이는 김분례(63)씨.“이것이 새봄의 정기를 가득 머금은 고로쇠랑께.”라며 커다란 통에 따른다. “윙윙윙” 소리를 내며 익숙한 솜씨로 나무에 구멍을 뚫는 강 할아버지. 역시 60년 가까이 고로쇠를 채취한 내공이 역력하다.“어이 기자 양반. 이리 와 보랑께. 이것이 말이여 그 신비의 물인 고로쇠여.” 정말 신기하다. 지름 1㎝도 채 안되는 구멍으로 수액이 방울방울 맺힌다. 이내 하얀 고무관을 꽂자 관을 타고 수액이 흐른다.“햐, 이놈 봐라. 수액을 잔득 머금고 있고만.” 이라며 수낭에 연결을 한다. 관을 타고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고로쇠나무의 수액. 어찌 보면 나무가 좀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이거 이렇게 하면 나무가 크는 데 지장은 없나요.”라고 묻자 옆에 있던 한씨가 “거의 지장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요즘은 군에서 허가를 맡은 사람들만 고로쇠를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구멍을 8㎜ 내외로 뚫고 채취가 끝나면 구멍도 메워주어 나무가 자라는 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단다. “우리도 농사를 짓는 농사꾼마냥 여름철부터 나무 주변에 청소하고 거름도 줍니다.”라며 “이렇게 고로쇠 수액이 잘 나오도록 1년 내내 관리 하는 것이 농사꾼이 가을철에 벼베기를 하는 것과 똑같다.”고 강조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허가 없이 불법으로 고로쇠를 채취하고 구멍도 메워주지 않고 수낭이며 비닐 호스들을 마구 버려 자연과 나무를 망가뜨리는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단다. 그래서 직전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불법 채취를 감시하고 있다. # 고로쇠는 이렇게 먹는당께 고로쇠 수액은 고로쇠나무 냄새와 덤덤한 단맛이 나며 색깔 또한 조금 누런 색깔을 띤다. 너무 뿌옇게 보이며 단맛이 강하고 냄새가 진하거나 부유물들이 떠다니는 것은 이미 상한 것이다. 보통 실온에서 3~4일, 냉장보관을 해도 2주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고로쇠 수액에는 당분, 철분, 망간 등 미네랄이 일반 물보다 10배 이상 많이 포함되어 있어 위장병, 신경통, 비뇨기계 질환 등에 효험이 있으며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몸속의 노폐물을 씻어준다고도 알려져 있으나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다. 다만 전라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1991년 고로쇠 수액을 분석해서 칼슘, 칼륨, 비타민 등 미네랄 성분과 에너지 공급원인 자당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로쇠 수액을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어른 3∼4명이 한 말(18ℓ)을 나누어 먹는다. 세숫대야 같은 커다란 그릇에 수액을 붓고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며 사발로 퍼먹는다. 많이 먹는 사람들은 둘이서 한말은 거뜬하단다. 이렇게 한 자리에 앉아 많이 먹어야 소변으로 나쁜 성분들이 배출되고 고로쇠의 좋은 성분들의 흡수가 빨라진다. 수액과 같이 오징어, 멸치 등 짭짤한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 보통 물을 이렇게 먹으면 먹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장에 탈이 나기 십상인데 고로쇠 수액은 아무리 먹어도 절대 탈이 나는 법이 없다. 찜질방에서 가족이 둘러앉아 땀도 내고 고로쇠도 마시면 더욱 좋다. # 고로쇠의 전설 고로쇠는 본래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라고 불렸다. 삼국시대 지리산 일대에서 일어난 백제와 신라의 전쟁 중에 어느 병사가 쏜 화살이 고로쇠나무에 꽂혔다. 갈증이 심한 병사가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마셨는데 갈증해소는 물론 오랜 노역으로 쑤시던 뼈마디가 씻은 듯 나았다고 한다. 또한 신라말 도선국사가 광양 백운산에서 오랫동안 좌선을 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아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붙잡았다. 이때 가지가 부러지면서 물방울이 떨어지자 마침 갈증을 느낀 도선국사가 목을 축이고 일어나자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무릎이 펴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골리수라고 불렀고 뒷날 고로쇠가 됐다고 한다. # 고로쇠는 여기서 지리산 자락에서 고로쇠 수액을 파는 곳만 수백곳이 넘는다. 하지만 함부로 고로쇠를 사면 안 된다. 유통기한도 짧고 고로쇠를 희석해서 파는 곳도 많기 때문에 품질과 유통을 믿을 만한 곳에서 사거나 현지인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 제일 좋다. 지리산 화엄사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한화리조트를 추천한다. 인근 고로쇠 채취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납품을 받을 뿐 아니라 매일 매일 들어오는 고로쇠 수액의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1말(18ℓ)이 6만원,4.3ℓ로 포장된 작은 병 4개. 총 17ℓ가 6만 5000원이다.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주며 품질에 하자가 있을 경우는 항상 반품할 수 있다.(061)782-2171. 또한 지리산 한화리조트에는 고로쇠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도 선보였다. 국산 토종닭을 고로쇠 수액에 푹 삶아 낸 ‘고로쇠 약수 토종닭 백숙’은 닭의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육질 또한 쫄깃한 것이 그만이다. 보통 4인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으며 가격은 3만 9000원이다. 고기를 다 먹으면 직접 죽도 끓여준다. 고로쇠 영양 솥밥(5000원), 고로쇠 갈비구이(1만 6000원)도 맛있다. 고로쇠 수액을 먹기 편하게 세트로 만들어 판다. 고로쇠 수액 2ℓ와 명태, 멸치 등 마른안주로 구성된 피아골 세트가 2만 5000원이다. ■ 고로, 고로쇠 축제를 맛보라! 늦기 전에 경기 양평 단월면에서 열리는 ‘소리산 고로쇠 축제’는 3월 중순에 열린다.(031)770-3191. 경남 하동 일대에는 청학동과 신심산 주변에서 고로쇠 축제가 2월 말에 열린다.(055)880-2114. 경북 산청 시천면과 심장면에서도 3월 초에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055)970-6541. 전북 남원의 ‘남원 고로쇠 축제’는 3월 초에 열리며 피아골 등반대회, 고로쇠 마시기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열린다.(011)464-3479. 강원 인제 미산면에서도 고로쇠 축제가 3월 중순 열리며 떡 메치기, 판소리 공연 등 여러 가지 문화행사가 펼쳐진다.(033)461-6797. ■ 화개장터, 그 5일장의 봄 노랗고 빨간 봄꽃이 아름다움을 뽐내기 직전인 2월 말 풍경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쓸쓸하다. 하지만 부지런한 아낙들이 펼쳐놓은 시골장터의 좌판엔 싱싱함과 따스함이 가득하다. 땅에서 캐고 바다에서 막 건져낸 봄의 먹을거리들이 구수한 사투리와 어우러져 만드는 정겨움, 흥겨움에 가슴이 넉넉해지고 따뜻해진다. 김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가마솥 국밥의 구수한 냄새와 엿장수의 질펀한 가위질에서 아련한 향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추억의 5일장 여행은 지금이 제맛이다. 그래서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에 다녀왔다. # 있어야 할 것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아따 봄 좀 사가랑께. 무쟈게 싸게 줄 텐께.” 쑥, 냉이 취나물 등 화개장터에서 나물을 파는 김옥례(65·하동 내리)씨는 “지금 땅에서 처음 올라오는 나물은 약이여. 맛도 그만이고.”라며 구수한 사투리를 쏟아낸다. “이 놈 곶감 좀 먹어봐. 우리 집에서 만든거여.”라며 인심 좋게 잘라주는 할머니. 이름 모를 흘러간 노랫가락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그런 곳이 시골장이다.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19번 국도를 따라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넘어서면 나룻배 하나가 오락가락할 듯한 나루터 자리가 나타난다. 바로 그곳이 구례 간전면 하천리와 그 유명한 하동 화개장터를 잇는 화개나루다. 전국에 수많은 장터가 있지만 하동군 화개면 탑리마을의 화개장터는 지리산 자락, 전남 평야에서 나오는 온갖 곡식과 남해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들이 섬진강을 따라 올라와 전국에서도 보부상들괴 장사치들이 많이 모이는 이름 난 5일장이었다. 이런 정겨운 시골장터에는 어린 시절 어머님 치맛자락을 잡고 돌아다니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가수 조영남이 목청 높여 불렀던 ‘화개장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한 30년 전부터 현대화에 밀려 5일장의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며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장이 서던 자리에는 버스터미널과 슈퍼마켓이 들어서고 주막자리는 다방과 식당이 차지하고 말았다. 몇 년 전에 비록 인위적이지만 화개장터가 복원됐다. 하동군에서 원래 화개장터 건너편에 화개장터의 옛모습을 재현해 놓은 상설 시장을 만들었다. 국밥과 막걸리 등을 파는 전통가옥 3동과 녹차 전시장, 대장간 등 옛 재래시장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고로쇠를 마시러 지리산으로 간다면 아이들과 함께 들러 옛날의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도 좋겠다. # 전국에 가볼 만한 5일장 경기도 안성의 안성장은 ‘서울에 없는 것도 이곳에는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갖가지 공예품과 보부상들이 북적대던 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옛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현대화된 시장분위기를 풍긴다. 장터는 안성시외버스터미널 뒤편 중앙시장과 인근 대로변에서 펼쳐진다. 그래도 풋풋한 인심이 아직 남아 있어 장이 서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도시에 활기가 느껴진다. 장날은 2일과 7일. 충남 당진의 당진장은 서해대교 완공으로 한결 나들이가 쉬워졌다. 당진장은 읍사무소 맞은편 시장통에서 열린다. 장날엔 서산, 예산, 삽교 등지에서 400여명의 장꾼들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하다. 장터 골목마다 “아제 하나 사슈.”라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골 장터 여행의 재미가 느껴진다. 장날은 5일과 10일. 강원도 정선의 정선장은 때묻지 않은 자연과 시골장터의 향수를 그대로 간직한 장으로 ‘정선 5일장 관광열차’ 등 다양한 여행상품이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10시. 상인들이 좌판을 준비하는 모습부터 보려면 9시까지 장에 나와야 한다. 유명세와 달리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이것저것 구경하는 데 1시간이면 족하다. 장날은 2일과 7일. 전남 보성의 벌교장은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로 더 잘 알려진 벌교에서 열리며 30여년 전만 해도 인근의 고흥, 낙안, 보성의 장꾼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5일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벌교역전에서 제2부용교까지 300m 구간은 아침마다 장이 서는 매일장이지만 4일,9일 장날엔 벌교역 앞 도로와 골목이 모두 장터로 변한다.
  • 눈꽃핀 차밭 보성에 빠지다

    눈꽃핀 차밭 보성에 빠지다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녹차의 고장 전남 보성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에는 눈덮인 겨울 녹차밭의 아름다운 설경이 있고, 한적한 득량만 포구의 갈매기 날갯짓이 정겹게 다가온다. 태백 산맥의 무대인 벌교에 가면 소설 속으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녹차·해수탕에서 겨울 포구의 정취를 느끼며 따뜻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으며, 제철 만난 벌교의 특산물 ‘벌교 꼬막’이 겨울 입맛을 돋운다.‘보성 차밭 빛의 축제’가 내년 3월까지 계속돼 해가 진 뒤 녹차밭에는 화려한 불꽃이 반긴다. # 눈덮인 녹차밭의 낭만 속으로 하얀 눈꽃이 소복이 내려앉은 차밭의 풍경은 장시간의 여행 피로를 한순간에 풀어준다. 녹차밭의 아름다운 설경에 6시간 남짓한 여행길의 지루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먼저 들른 곳은 각종 영화, 드라마,CF의 단골 촬영지인 대한다업(061-852-2593).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이어지는 700여m 길이의 터널같은 삼나무 숲길이 반긴다. 하늘을 향해 촘촘하게 이어진 뾰족한 삼나무 길은 마치 설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끼지 않는다.’는 삼나무 꽃말은 연인들에게 길의 의미를 더해 준다. 미끄러운 나무 계단을 오르자 흰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차밭이 등고선을 그리며 파도처럼 물결친다. 산비탈을 가득 메운 녹색 차밭 위에 사뿐히 내려 앉은 눈꽃은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보성 차밭은 1940년 경작되기 시작, 연간 5000여t의 차를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맑고 고온다습한 날씨와 토양덕에 품질 또한 으뜸으로 친다. 하얀 눈발이 날리는 차밭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 낭만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곳으로 졸업여행을 온 안양여중 학생들이 “눈쌓인 차밭이 환상적”이라며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노해나(16·안양여중 3년)양은 “멋진 차밭이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헤어질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줬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차밭 입구에 있는 녹차 시음장에 들르면 따뜻한 녹차 한잔으로 추위를 녹일 수 있다. 시음료 1000원만 내면 향기로운 녹차를 마음껏 시음할 수 있다. 녹차는 등급에 따라 우전, 곡우, 세작, 중작, 대작, 엽차 등으로 나뉘는 데 곡우를 전후해 따 수제로 만든 최고급 녹차인 우전 100g에 5만 5000원이며, 대작은 1만원이다. 여기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10여분쯤 내려가면 나오는 봇재다원(061-853-1117)에서는 영천저수지와 득량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계단식 차밭의 풍광을 만난다. 도로변에 있는 다향각에 오르면 힘들이지 않고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 곳은 지난 15일부터 ‘보성 차밭 빛의 축제’가 시작된 곳으로 내년 3월까지 녹차밭을 따라 만들어진 멋진 조명을 볼 수 있다. 멀리 활성산 자락의 녹차밭에 높이 120m, 폭 130m 크기의 대형 트리 조명을 설치해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축제는 내년 3월까지 계속되며, 조명은 해가 진 뒤 새벽 3시까지 불을 밝힌다. # 녹차 해수탕에서 피로를 씻고 아침 일찍 율포해수욕장으로 가면 남해 바다로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겨울 바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한적한 바닷가에는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고 그 위로는 한 쌍의 갈매기가 하늘을 향해 힘껏 날아 오른다. 한적한 겨울 바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낭만이 묻어난다. 바닷가와 인접한 보성군 직영 ‘율포 해수·녹차탕’(061-853-4566)에서는 바닷가 통유리를 통해 목욕을 즐기며 겨울 바다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지하 120m 암반에서 끌어올린 해수탕과 보성 녹차를 원료로 한 녹차 해수탕은 피부를 통해 녹차 성분이 흡수돼 피부탄력을 유지하고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가 높다. 입욕료는 5000원. 아울러 보성은 남도 정서를 애절한 소리로 승화시킨 서편제의 고장. 대원군에게 총애를 받은 서편제의 비조 박유전의 창법이 정응민에게 이어지고 정응민은 독특한 보성의 소리를 만들어 냈다. 이 때문에 보성은 삼보향(三寶鄕)으로 불리는데 차의 본고향인 다향(茶鄕), 소리의 고향 예향(藝鄕), 충의열사가 많은 의향(義鄕)이 합쳐진 별칭이다. #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벌교에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벌교는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일종의 신도시로 벌교라는 이름은 지금 홍교(보물 제304호)가 있던 자리에 ‘뗏목 다리’가 있어 그 이름을 딴 것이다. 벌교 읍내 전체는 태백산맥 유적지로 가득하다. 첫번째 답사 코스는 ‘철다리’. 빨치산 대장인 염상진의 동생 염상구가 벌교 제일의 주먹이던 땅벌을 제압하고자 스스로의 담력을 보여주기 위해 기차가 올 때까지 오래 버티는 담력 결투를 벌였던 곳이다. 지금도 목포∼부산을 운행하는 서부 경전선이 운행한다. 인근에 있는 중도방죽은 일본인 나카시마(中島)가 동양척식주식회사를 통해 간척사업을 해 만든 곳으로 지금은 방죽위에 황톳길을 깔아 산책로로 이용된다. 홍교는 세 칸짜리 무지개 다리로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홍교중에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벌교천 하류를 따라 내려가면 소화다리에 이르는데 원래는 부용교였으며, 소설 속에서 좌·우익 서로간에 사형을 집행했던 장소로 밀물때면 여기까지 올라온 바닷물이 온통 피바다였다는 아픈 사연을 안고 있다. 벌교초등학교 옆에 있는 남도여관은 소설 속에 등장한 여관으로 전형적인 일본식으로 지어진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밖에 소설속 무대로 김범우의 집, 벌교역, 회정리교회, 현부자집, 진트재 등이 있으며, 태백산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로는 조정래 작가(www.jojungrae.com), 벌교 사랑회(www.beolgyosarang.com) 등이 있다. # 제철 만난 벌교 꼬막의 맛 보성에는 녹차 성분이 함유된 녹차 수제비와 녹차떡국, 녹돈, 녹우 등 녹차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겨울 먹거리는 역시 벌교 꼬막. 예로부터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으며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을 만큼 풍미가 일품이다. 꼬막은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식품으로 소화 흡수가 잘돼 어린 아이에게도 좋다.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가 제철이다. 장암리와 대포리가 대표적인 생산지 인데 이 곳의 개펄은 모래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참펄로 다른 곳의 꼬막과는 달리 짭짤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물이 빠지면 어부들이 널빤지에 갈고리가 달린 펄배를 타고 나가서 꼬막을 캐온다. 연간 2000t 정도가 생산되는데 재래시장 등에서 20㎏짜리 1깡(그물망)에 6만∼6만 5000원에 판매한다. 벌교 꼬막은 삶아서 까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삶는 방법도 다른 곳과 다르다. 우선 80∼90도(중불)에 꼬막을 넣은 뒤 한쪽 방향으로 돌려 삶는다. 이때 꼬막의 껍질이 벌어지지 않도록 살짝 데친다. 꼬막이 물에서 검붉은 물을 쏟아낼때 꺼내 껍질을 손으로 벗겨낼 수 있으면 다 삶아진 것이다. 꼬막 전문식당으로는 홍도회관(061-857-8088)이 있다. 꼬막정식 1인분에 1만 2000원인데 삶은 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양념꼬막, 꼬막된장국 등 각종 꼬막요리를 맛볼 수 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여행길에 동행했던 문화유산해설사 김영희씨가 선물이라며 ‘부용산’이라는 노래를 들려줬다. 부용산은 벌교 인근에 있는 산으로 박기동 시인이 꽃다운 16살의 나이로 폐병으로 죽은 여동생을 산에 묻고 돌아오며 지은 시에 이 지역 음악교사였던 안성현 선생이 곡을 붙인 애절한 노래다.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솔밭 사이 사이로 회오리 바람타고/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만 가고 말았구나/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었구나/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 여행정보 승용차로는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IC로 나와 29번 국도를 따라 화순·능주를 거쳐 40분쯤 달리면 보성군이다. 서울에서 5시간30분쯤 걸린다. 기차는 서울역에서 보성역까지 무궁화호가 하루 한차례 운행하며, 버스는 서울 강남터미널 호남선에서 고속버스가 오전 8시20분과 오후 3시20분 2회 운행한다. 주변 볼거리로는 백제의 고찰 대원사와 티베트의 정신세계를 엿보는 티베트박물관, 세계 최대규모의 공룡알 집단산란지인 비봉공룡알 화석지, 보성소리 전수관, 정응민 예적지 등이 있다. 보성군 문화관광과 (061) 850-5223, www.boseong.go.kr 글·사진 보성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아리랑국제방송 3부작 다큐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앞두고 사상 첫 한국인 수상이라는 쾌거가 기대됐으나, 아쉽게도 바람에 그치고 말았다. 이후, 문단에서는 섣부른 기대를 품기에 앞서 번역 등을 통해 꾸준히 우리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리랑국제방송은 19일부터 3일 동안 매일 오후 9시30분에 3부작 다큐멘터리 ‘한국 문학 60년사’를 내보낸다. 이번주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주간을 맞이하여 마련한 특집 다큐멘터리다. ‘한국’가 주목되는 이유는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주관 방송사인 독일 헤센방송국(HR)도 행사 기간 동안 이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방영하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출판 올림픽으로 꼽히는 세계 최대 도서전.15세기에 시작됐을 정도로 전통이 있고, 매년 110여 개국 6700여 출판사가 참여해 도서전을 펼친다. 올해 북페어 주빈국으로 초청된 나라는 바로 한국. 이미 지난 3월부터 국내 대표문인들이 독일을 찾아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한국 문학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100회 가까이 제작했던 아리랑국제방송은 ‘한국’를 통해 해방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움트기 시작한 한국 문학을 총정리했다. 소설가 박완서 김주영 조정래 이문열 김훈 공지영 조경란, 시인 고은 신경림 김지하, 평론가 이어령 김윤식 백낙청 김화영 정과리 등 문단을 빛낸 우리 문인들을 통해 자신의 작품이나 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해방 직후부터 4·19혁명기를 다루는 1부 ‘환희와 극복의 시대’에서는 반전시 박봉우의 ‘휴전선’과 반공 이데올로기를 그린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그리고 최인훈의 소설 ‘광장’ 등을 살피며,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을 걸었던 작가들의 발자취를 돌이켜본다. 2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상실과 격동의 시대’는 5·16혁명에서 출발해 87년 6월까지 기나긴 군사정권 시기를 담았다. 이 시기의 생명파와 해체문학으로 대표되는 순수 문학과 암흑기에 민중에게 등불이 되고자 했던 참여문학을 비교하는 시간이다. 요절 시인 김수영과 이와 관련한 논쟁을 벌였던 평론가 이어령 교수나, 저항문학의 선두에 섰던 고은, 김지하 시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마지막 3부는 ‘다양성의 시대’. 거대 담론의 시대가 끝나고 젊은 작가군이 쏟아져 나왔다.90년대 들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신경숙 은희경 등 여성작가들을 비롯해 독특한 개성을 뽐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현주소를 점검한다. 또 ‘퇴마록’ 등 하이퍼텍스트 인터넷 문학의 발전상도 알아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노벨문학상, 아쉬움 접고 해야 할 일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엊그제 발표됐다. 올해는 고은 시인이 유력한 후보자로 일찌감치 외신을 탔고 우리도 이제 그 상을 받을 만큼 세계에서 우리 문학이 인정받을 만하다고 자부했기에 수상자 발표를 보고는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지난 과정을 되돌아 생각하면 아쉬워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노벨문학상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 문학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고은 시인을 비롯해 황석영·이호철·이문열·박경리·조정래·신경림 제씨 가운데 누가 상을 받아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말로 이룬 문학의 성취는 작지 않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우리 문학이 진정 세계에서 인정받게끔 충분히 소개되었나 하는 점이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 문학의 성취도와 노벨문학상 수상은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말로 달성한 작품세계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것이 세계인의 이해를 널리 구하는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알려지지 않는 한 이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세계인의 축복 속에 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우리 문학을 알리는 노력을 더 한층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전문 번역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해외에서의 문학작품 출간을 지원하며, 각종 세계 문학행사에 우리 작가들을 적극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문학·출판계 인사들에게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사회 각계가 다함께 진력(盡力)한 뒤에야 우리 문학은 세계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노벨문학상도 자연스레 우리 곁으로 오게 될 것이다.
  • 한국문학·작가 세계무대 올린다

    가장 핵심이 되는 분야는 아무래도 문학이다.본 행사를 앞두고 주빈국조직위원회(위원장 김우창)는 지난 3월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신진 작가 62명을 선정해 라이프치히, 함부르크, 뮌헨, 베를린 등 독일 주요 도시에서 낭독회를 개최하는 등 한국 문학의 붐 조성에 노력해 왔다.●`한국문학, 아주 특별한 만남´ 이런 점에서 한국 대표작가 10명이 참여하는 ‘한국문학, 아주 특별한 만남’은 이번 주빈국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교보문고(사장 권경현)가 주최하는 행사로, 도서전 기간 내내 프랑크푸르트‘문학의 집’에서 열린다.‘문학의 집’은 문화재로 지정된 유서 깊은 건물로 매년 주빈국으로 선정된 국가가 핵심 문학행사를 여는 곳이다. 낭독회에는 시인 고은 정현종 황지우, 소설가 황석영 이문열 오정희 이승우 신경숙 최인석 김영하가 참가한다. 대산문화재단은 “한국 문학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고, 작품이 독일어로 번역·출판된 작가를 우선 고려해 자문위원단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독일어 번역도서 열람 도서관 운영행사에는 방송 문학프로그램 진행자 루트 퓌너, 시인이자 교수인 우베 콜베, 소설가 토마스 부르시히, 작가 만틴 모제바흐 등 독일 유명 문학인, 방송진행자가 사회자와 낭독자로 자리를 함께한다.‘문학의 집’안에 독일어 번역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낭독회 후 작가 사인회도 갖는다. 이번 기회에 고은, 황석영, 조정래 등 향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한국 작가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국내 출판사들의 노력도 두드러진다. 김영사는 전시관 홍보부스에 스티븐 코비, 틱 낫한, 달라이 라마 등 외국 작가들과 고은, 장정일 등 한국 작가의 작품을 나란히 소개할 계획이다. 특히 2002년 출간한 ‘고은 전집’(38권)을 집중 홍보할 예정. 김영사는 올초 고은 시인의 영문 홈페이지를 따로 제작하는 등 사전 물밑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해외기획실 신수경 팀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가로 고은 시인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은·조정래·황석영 집중 소개 해냄은 아예 부스 전체를 조정래 작가 단독관으로 꾸민다.여러 작가의 작품을 나열하는 것보다 유럽에 이미 알려진 작가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유형의 땅’‘불놀이’는 이미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번역·출판됐고,‘태백산맥’도 프랑스어로 3권까지 나왔다. 해냄은 일본어를 비롯한 해외 번역판을 포함해 총 120권의 책을 전시할 계획이다. 창비는 문학 전문출판사답게 황석영, 고은, 강석경, 박완서, 김영하 등 중견작가부터 신진작가까지 20여명의 작품들을 폭넓게 소개할 예정. 다만 양적으로는 ‘장길산’‘무기의 그늘’등 총 7종 34권이 전시되는 황석영 작가에게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태백산맥’ 드라마 만든다

    6·25 전후 이념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던 대하소설 ‘태백산맥’이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MBC 드라마국 이은규 국장은 11일 “지난주 ‘태백산맥’의 원작자인 소설가 조정래씨와 2억원에 드라마 판권 구매 계약을 맺었다.”면서 “2007년 방송을 목표로 대본 작업과 세트 조성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MBC는 현재 소설의 주무대인 벌교에 드라마 세트장을 짓기 위해 전남 보성군과 협의중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청계천에 전태일 반신像

    청계천에 전태일 기념상이 세워진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태일기념사업회 등은 청계천 복원일(10월1일)을 하루 앞둔 9월30일 동상이 설 청계천 버들다리 위에서 ‘전태일거리’ 탄생과 기념상 제막을 기념하는 조촐한 행사를 갖기로 했다. 기념상은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땅을 향하도록 만들어진 반신상(140㎝×210㎝)으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을 응시하며 버들다리 한가운데 세워진다. 기념상을 제작한 미술가 임옥상씨는 “물의 길이 벽을 뚫고 흐르듯,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모아 모든 막힌 것을 허물어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태일거리 보도를 장식할 동판(23×11.4㎝) 2000여개도 제작이 끝났다. 동판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문구뿐만 아니라 ‘그의 죽음은 내 문학의 출발점이었다(소설가 황석영씨)’ ‘노동자들의 예수, 인간의 인간다운 세상을 위하여 산화한 아름답고 거룩한 영혼(소설가 조정래씨)’ ‘공평하고 사심없는 노동을 위해(한 시민)’ 등등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8)한국의 토산 명차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8)한국의 토산 명차들

    대롱꽃나무에 붉은고추잠자리가 서성이는 것을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일지암 초당앞 차밭엔 어느새 차꽃이 피었다. 하얀 소화(小花)다. 우리민족을 상징하는 하얀 소화꽃을 보고 태맥산맥의 조정래 선생은 그 여주인공 이름을 소화라고 했다. 차꽃이 열리기 시작하면 아름다운 향기가 벙그러진 꽃들사이로 작설의 기운을 차곡 차곡 안으로 안으로 안아낼 것이다. 삶과 영혼의 기쁨이 깃든 한잔의 따뜻한 차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조선시대 시대를 반역하며 산중에 은거한 거인(巨人)이었던 설잠 김시습의 살림살이가 떠오른다. 경주 용장사에 은거해 작은 초당을 짓고 차나무를 가꾸고 차를 달여 마시던 설잠은 형편따라 살림을 사는 안분지족의 삶을 이렇게 노래했다. “무를 푹 삶고 또 오이를 구워서/형편 따라 먹는 산중의 공양 차도 달이네/배부르지도 고프지도 않아 한가로이 누웠으니/이제사 알겠네, 뜬 뗏목 같은 신세인 줄을!” 설잠은 ‘삶은 부평초 같은 것이다.´고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삶은 또한 뿌리깊은 나무같은 것이다. 머뭇거리는 구름도, 석양의 햇살을 몰고가는 바람도 그 흔적이 없지만 삶은 손님을 보내버린 주인처럼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우리차의 흔적도 마찬가지다. 마치 허공에 갈아 놓은 밭처럼 끊임없이 흩어졌다 모여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까지 그 황금의 차향기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명차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고려시대의 ‘뇌원차’다.(고려사 열전)에는 ‘최승로가 죽으니 문정이라 휘하였는데, 나이는 63세였다. 왕이 슬퍼하며 하교하여 그 훈덕을 보상하여 태사로 중하고, 베 천필, 면 삼백석, 경미 오백석, 유향 200량, 뇌원차 200각, 대차 10근을 부의하였다.´고 적고 있다. 왕이 국가에 큰 공덕을 세운 신하에게 ‘차’를 상으로 내리는 풍습은 삼국시대부터 존재했다. 그 당시 차를 살펴보면 중국의 명차였던 ‘용병봉단’등 대부분 중국차 이름이 등장한다. 그 당시에도 우리 차는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야 신라의 문헌들은 그같은 사실을 잘 입증하고 있다.(삼국유사)에는 문무왕때 가야의 종묘에 제사를 지내는 음식으로 밥 떡 과일과 함께 차를 공양했다는 기록이 보여진다. 또한 보천 효명태자의 헌공다례에 대한 기록, 쌍계사 진감국사비에 새겨져 있는 ‘음다유복’, 고구려무덤에서 발견된 전차(錢茶)등의 기록을 보면 가야 삼국시대에도 우리 토산차가 분명히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왕건 민심 달래려 백성들에 차 하사 그러나 불행하게도 왕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은 문화적 선진국이었던 중국 차를 매우 선호했던 것 같다. 차를 하사한 여러 가지 문헌에 우리차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고려사 열전)에 기록된 ‘뇌원차’에 대한 것은 우리명차와 관련해 귀중한 기록 중 하나인 것이다.‘뇌원차’는 덩이차였던 각차였다. 헤아렸던 단위는 각이며 주로 국가 최대의 행사였던 팔관회 공덕제등 국가행사, 국빈급 외교관의 방문에 답하는 예물이었던 ‘어용단차’(御用團茶)였던 것으로 보여진다.‘어용단차’였던 ‘뇌원차’는 그런 점에서 우리토산차의 역사를 신라를 비롯한 삼국시대까지 끌어올리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고려가 후백제와 신라를 병합하기 전 차를 생산했던 전라 경상도에 영토가 없었다는 것이다. 신라의 경순왕이 그의 권좌를 넘겨준 것은 935년이다.‘뇌원차’는 삼국시대부터 존재한 최고품질의 토산차였다는 것이다. 뇌원차, 즉 단차의 제조는 조선시대 말엽까지 이어져왔다. 찻잎을 찌거나 데쳐낸 다음 절구에 찧은 후 모양을 찍어 말렸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 음다법은 우리가 보리차를 끓이듯 차를 물에 끓여서 마셨다. 그런 점에서 뇌원차는 차를 물에 넣고 오랫동안 끓여도 쓰거나 떫지 않은 발효차였을 것이다. 이 시기 또 다른 토산차에 대한 기록은 ‘대차’(大茶)에 대한 것이다. 대차가 사용된 시기는 뇌원차가 사용된 시기와 비슷하다. 그시대 토산차 중 하나였던 ‘대차’는 외교사절이나 국가행사때 하사한 기록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대중들이 마시는, 등급 낮은 대중토산차였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사)에 또 다른 기록이 있다.‘태조 14년(931년) 8월 계축일에 보윤과 선규등을 보내어 신라의 왕에게 안마 능라 채금을 전하고 아울러 백관들에게 채면을, 국민들에게는 차와 복두, 승려들에게는 차와 향을 각각 하사하였다.´고 적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국민과 승려들에게 차를 하사했다는 대목이다. 차는 당시 매우 귀한 물품이었다. 그것은 곧 차의 국내생산이 매우 적었다는 것을 뜻한다. 역설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민중들이 차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새롭게 국가를 건설한 태조왕건이 국내의 흉흉한 민심을 안정시키고 국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기위해 하사한 선물이라면 많은 민중들의 애장품이었던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우리차의 대명사랄수 있는 ‘작설차’다.‘작설’은 고려시대의 연고차를 거쳐 조선중기에 우리가 현재 마시는 잎차로 정착했다.(동국여지승람)(동의보감)에 등재되어 있는 ‘차’ 또는 ‘작설’의 명칭이 첫 번째로 등장한 것은 바로 고려시대 문인이었던 이제현의 시에서다. 이제현은 차를 매우 잘 제다했던 송광스님에게 차를 받고 다음과 같은 답시를 보낸다. “가을 감 먼저 따서 나에게 보내주고/봄날 불쬐어 말린 작설도 여러번 나누어 주었네/맑은 향기 한식전에 딴 것인가/고운 빛깔 숲속의 이슬을 머금었는 듯/돌솥에 물 끓으니 솔바람소리/자기 잔에 따르니 빙빙돌며 젖빛 꽃이 피어난다.” 조선시대 작설차에 대한 기록은 매월당 김시습의 ‘작설’이란 시에 잘나타나 있다.“남쪽나라의 봄 바람이 일렁이는데/차 나무 숲 잎들은 뾰족한 부리 내미네/어린싹을 가려내니 신령스러움과 통하고/그 맛은 이미 육홍점의 다경에 기록되었네/기창 사이에서 자주빛 싹을 가려내어/용병봉단의 모습만 헛되이 흉내 내었네/산집에 밤 고요하여 객들은 둘러 앉았는데/한번 마신 운유차에 두 눈이 밝아진다/당시 집에서 잔일이나 하던 저 사람이/어찌 알겠나 눈으로 다린 차가 이처럼 맑다는 것을” ●참새 혀 형상 작설차 우리명차 대명사로 고려후기부터 조선까지 이어져 우리차의 대명사가 된 ‘작설차’는 아주 이른시기인 경칩을 전후해 어린 잎으로 만들어진 차라는 것이 여러기록에서 확인되고 있다. 중국의 다서인 (선화북원공다록)에는 찻잎의 품격을 논할 때 가장 으뜸가는 찻잎을 작은 싹 즉 소아(小芽)라고 하면서 그 모양은 참새 혀(雀舌)와 발톱 같다고 했다. 다음은 이규보가 거론한 유차(孺茶)와 향차에 대한 것이다. 고려시대 이규보는 차 벗인 노규선사가 보내준 ‘조아차’(早芽茶)를 스스로 ‘유차’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규보는 ‘운봉에 사는 노규선사가 조아차를 내놓기에 내가 유차라 이름 짓고 스님이 시를 청하기에 읊노라’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스님은 어디서 차를 얻었을까. 받자마자 코에 밀어닥치는 향기에 먼저 놀라네. 벽돌화로에 활활 타는 불로 차를 시험삼아 달여, 꽃무늬 오지사발에 차를 일구니 그 빛깔과 맛을 자랑하네. 진한 차 입에 들어가니 연하고도 부드러운데, 어린아이의 젖내와 같은 향기가 있구나. 부귀한 가문에서도 이런 차를 볼 수 없는데, 우리 스님이 이 차를 얻은 것이 이상도 하네.” ‘유차’라는 명칭은 소동파의 (주인에게 유차를 붙이며)라는 시에서 맨 처음 등장한다. 이규보는 아주 작은 조아차를 보고 ‘유차’라고 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조아차는 당시 중국의 명차였던 몽정차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최고의 명품차였던 몽정차와 유차를 비교한 것은 유차 역시 뛰어난 명품차였다는 또다른 반증이기도 하다. 유차는 당시 화계에서 생산되었다. 이규보가 손한장에게 화계의 유차에 대해 적어보내고 있다.“우연히 유차의 시를 지었는데, 그대에게 전해질 줄 생각지도 못했네. 시를 보자 화계에서 놀던 일 문득 생각나 눈물이 나네. 운봉의 차를 맛보니 남녘에서 마시던 일이 완연하구나.”고 말하고 있다. 이규보는 또 “화계에서 차 따던 일 생각해보세. 관에서는 감독하여 아이 늙은이 모두 불러내어 험준산 산속에서 겨우 차를 따모아 머나먼 서울까지 등짐지어 날랐네. 이는 백성의 애끓는 피와 땀이니 수많은 사람의 피땀으로 서울로 오게 되었네.”라며 당시 차 공납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초의스님 ‘떡차´ 반야병다로 재현 고려시대 뇌원차에 비견할 만한 ‘향차’도 과거 우리 명품차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음선정요)와 (고려사)에서는 “흰 차 한자루, 용뇌조각 석돈, 백약전 반돈, 사향 두돈을 가늘게 갈아서 멥쌀로 쑨 죽과 섞어서 떡 모양으로 틀에 박아서 만든다. 충렬왕 임진 18년(1292)10월 을사일에 홍군상이 돌아갈 때 장군인 홍선을 보내어 홍군상과 함께 원나라에 가서 향차와 목과 등을 바치게 하였다.”며 향차가 뇌원차 만큼 귀한 차였음을 알게 한다. 신라 고려시대 등 우리나라 차인들은 중국명품차의 성분을 분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맛과 향을 모방해내 창조적인 차들을 많이 생산했을 것이다. 과거의 기록에서 사찰이나 귀족들이 고급차를 직접 제다해 서로 ‘투다’(鬪茶)를 한 것을 보면 많은 차들이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생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토산차로는 초의스님의 ‘떡차’를 들 수 있다. 초의스님의 제자인 범해 각안스님은 ‘초의차’란 시에서 “곡우절 맑은날 /노오란 싹은 아직 잎이 피지 않았는데/솥에서 데쳐내어 밀실에서 말리네/모나거나 둥근 차 찍어내고/죽순껍질로 안을 말아서 싸네”라고 적고 있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 초의스님의 떡차는 일지암에서 ‘반야병다’라는 이름을 재현되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과거 우리명차에 대한 기록은 이렇게 허전하고 빈약하다. 그런 어려움 속에도 근현대 차인들은 우리차의 명맥을 살려내고 있다.‘잭살영감’ 조병권옹, 김복순 조태연씨, 그리고 1939년 전남 강진에서 ‘백운옥판차’를 생산한 이한영씨 등이 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의재 허백련 선생의 춘설차, 효당 최범술 스님의 반야로, 화개제다의 홍소술사장, 광주 서양원사장, 보성 대한다업의 장영섭씨 등이 그뒤를 잇고 있다. 일지암 암주 ■ 차 몇통과 바꾼 1년 양식 우리차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지금은 화개골의 전설이 되어버린 ‘잭살영감’ 청파 조병곤옹의 이야기다. 그의 정확한 이력에 대해서 잘 알려진 것은 없다. 그는 중국에서 머물다 해방후 죽을 때 까지 쌍계사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일화 몇가지를 소개해보자. 해방후 한국차는 그 명맥이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당시 몇몇 스님들과 선비들을 제외하고 민중들의 머리엔 ‘차’라는 이름이 거의 사라졌을 때였다. 중국에서 귀국한 잭살영감은 아마도 중국에서 차에 대한 깊은 공부를 했던 것 같다. 그는 먼저 쌍계사 대밭숲에 자생하던 어린 차나무들을 파내어 차밭을 조성했다. 그때 조옹은 화개골 사람들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차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차밭 조성을 종용하는 예언을 했다. 그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도 교분이 있었다고 한다. 봄이 되면 조옹은 손수 가꾼 차밭에서 차를 따고 덖어 이승만 대통령이 머물던 경무대를 찾아가곤 했다. 그리고 차 몇통을 전달한 뒤 그가 먹을 1년치 양식값을 가져왔다고 한다. 가장 서구적인 대통령으로만 알려진 이승만 대통령은 차를 아는 차인이었던 셈이다. 조옹은 또 가장 현대적인 차 상품을 직접 만든 차인이었다. 당시 매우 귀했던 깡통을 차통으로 디자인해 수백통의 차를 만들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차를 모르던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낙심한 그는 그 귀한 차들을 해우소에 쏟아버렸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은 차가 외면당하자 조옹은 그만 몸져 눕고 말았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차를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참으로 슬픈 근현대사 차이야기 중 하나다. 기록되지 않는 화개차의 전설로 우리곁에 머물고 있는 ‘잭살영감’이 만든 차는 ‘작설차’와 ‘발효차’였다고 한다. 그리고 또한 찔레꽃같은 향편차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 평가해보면 ‘잭살영감’은 대단히 선각적인 차인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화개에는 또다른 전설들도 있다. 김복순 할머니와 조태연씨가 1960년 중후반 ‘죽로차’와 ‘작설차’라는 이름을 가진 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판매했다. 조선시대를 지나 한일합병으로 우리들에게 잊혔던 우리차가 이름없는 이들에 의해 그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은 바로 차의 향기와 문화의 위대함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 새명소 燈火可親 북카페

    새명소 燈火可親 북카페

    “독서의 계절 가을, 책을 읽자.” 얼마전 영국의 BBC 인터넷판은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NOP월드’ 조사를 인용, 한국인이 책·신문·잡지 등 활자매체를 읽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 1주일에 평균 3.1시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조사대상 30개국 중 최하위였다. 그러나 인도(10.7시간)·태국(9.4시간)·중국(8.0시간)의 순으로 독서시간이 길었다. 같은 하위권이지만 미국(5.7시간·23위), 일본(4.1시간·29위) 등도 우리보다 1시간 이상 글을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은 6.5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일상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지하철 3호선이나 4호선을 타보면 승객들 대부분이 객차 내에 설치된 TV화면만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히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어느덧 가을의 문턱이다. 한결 선선해진 출퇴근길에 책 한권 옆에 끼고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친구를 만날 때면 관성에 이끌려 찾아가던 시끄럽고 번잡한 카페 대신 호젓한 분위기의 북카페를 찾는 것은 또 어떨까.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더 없이 좋다. 차를 마시며 책도 읽을 수 있는 북카페가 우리 주변에도 여럿 생겼다. 구립도서관인 성북정보도서관이 운영하는 북카페 ‘문밸리’는 성북구민들 뿐만 아니라 동덕여대·고려대 등 인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높은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실 북카페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다면 또 어떤가. 읽고 싶었던 책 한권 들고 찾아가면 되는 것을…. 북카페는 이미 수다만 떨다 시간 때우던 이전의 카페보다 진일보한 새로운 문화 코드로 우리 주변에 다가오고 있다. 글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독서문화 첨병 북카페 책 읽으며 가을 즐긴다 한낮 무더위는 여전하지만 어느덧 입추와 처서도 지나 가을로 가는 길목이다. 휴가니 방학이니 들떴던 마음이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 가라앉는 것이 못내 아쉽고도 허전하기만 하다. 이럴 때 책으로 마음 한 구석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다른 사람들보다 한박자 빨리 가을, 그 여유로운 독서의 계절을 준비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아늑한 분위기의 북카페들을 찾아 나서 보자.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성북정보도서관 1층 로비에는 북카페 문밸리(Moon Valley)가 독서인들을 기다린다. 40여평 규모로 작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문밸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공공도서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세련된 북카페다.‘문밸리’란 이름은 ‘월곡’이라는 이 동네 지명을 영어로 풀이해 만든 것이다. 지난 2002년 3월 문을 연 문밸리는 여러 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좌석과 함께 연인끼리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창가를 따라 놓여있다. 도서관이 주택가 한가운데 있어 조용한데다 클래식·세미 클래식·재즈 등 부드럽고 귀에 친숙한 선율의 음악이 흘러 여유로운 기분이 절로 난다. 카페라테·녹차 등의 음료는 대개 2000원선으로 저렴하지만 맛은 커피전문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책을 읽다 배가 고프면 볶음밥·가락국수 등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다. 벽면을 따라서는 다양한 주제의 잡지들이 일목요연하게 진열돼 있다. 예전에는 신간과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책도 함께 북카페에 진열해 두었지만 책을 훼손하거나 무단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 지금은 진열해두지 않는다. 조정화 도서관장은 “대신 도서관 장서에 진열된 책들을 가지고 내려와 이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곳 북카페의 특징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점자도서·디지털토킹북·스크린리더·실물화상기 등을 카페 한쪽에 두어 일반인들과 시각장애인들이 한자리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뒀다. 조 관장은 “내년에는 책을 너무 빨리 읽거나 책을 잘 읽지 않는 등의 독서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코너를 북카페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시끄럽고 번잡한 분위기의 카페 대신 북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있다.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북카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종로구 삼청동길에 있는 진선북카페가 대표적이다. 경복궁에서 삼청동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눈에 띄는 통나무집이 바로 진선북카페다. 실내뿐만 아니라 테라스, 정원까지 테이블이 놓여진 모습이 마치 유럽의 어느 카페를 연상케 해 이미 유명세를 탄 서울의 대표적인 북카페다. 소설·에세이 등 약 3000여권이 책장에 진열돼있다. 어린이를 위한 책도 책꽂이 한쪽에 따로 마련돼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무난하다. 여자친구와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박정우씨는 “근처 미술관이나 삼청동에서 데이트를 즐긴 뒤 이곳에 들르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서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1번 출구로 나와 성산로 방면으로 10여분쯤 걷다보면 북카페 잔디와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출판사 ‘좋은생각’에서 운영하는 이 북카페의 장점은 족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따뜻한 물을 받아두고 족욕을 하며 책을 읽으면 어느새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친구들과 함께 온 대학생 정수현(24·여)씨는 “굽높은 신발을 신고 학교에 온 날이면 절로 이곳을 들르고 싶다.”면서 “족욕을 하면서 책을 보면 영어로 된 원서교재도 쉽게 읽히는 느낌이다.”며 웃었다. 또 무선인터넷이 가능해 진지한 표정을 짓고 노트북으로 과제를 하는 대학생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원목으로 매장을 꾸며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출판사에서 발간한 신간들도 서재에 진열돼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문구류나 엽서, 책 등 출판사에서 만든 제품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분당 서현역 근처 서현문고 5층에 있는 북카페 라임은 흰색으로 칠해둔 실내공간에 작은 나무와 꽃 등을 배치해 마치 정원에 파라솔을 친 유럽식 주택에서 책을 읽는 느낌을 준다. 베스트셀러 위주로 2000여권이 비치돼있어 최근 발간된 책의 동향을 파악하기에 좋다. 박완서·조정래씨 등 유명작가와의 만남 등 크고작은 문화행사가 열려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곳 가운데 하나다. 출판단지가 있는 파주 헤이리마을에는 시인이자 전직 언론인 출신인 이종욱씨가 반디라는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씨가 읽고 모은 4000여권의 책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건물모양도 다소 특이한데다 해질 무렵의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유명세를 탔다. 서울에서 다소 멀어 발걸음하기가 좀 어려운 편이지만 북카페를 들른 뒤 근처 헤이리 아트밸리를 찾으면 이색적인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주말을 보낼 수 있다. 이화여대 후문 근처에 있는 프린스턴 스퀘어는 외국영화에나 나올 법한 서재의 모습을 하고있다. 책이 빼곡히 꽂혀있는 중후한 느낌의 책장과 넓은 테이블이 마치 외국대학의 도서관을 연상케 한다. 시집·신간·외국서적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고루 갖춰져 있는 데다 국내외에서 발행되는 신문·잡지류도 입구에 배치돼있다. 지하층에는 프레젠테이션 장비를 갖춘 세미나실이 있어 미리 예약하면 크고작은 모임을 열 수도 있다. 대전지법 판사로 재직했던 임동진 변호사가 미국 아이비리그식 카페에 착안해 문을 열었다. 규모는 다소 작지만 나름의 전문성을 갖춘 북카페도 많다. 프린스턴 스퀘어 근처에 있는 북카페 그림책정원 초방은 일반인들이 그림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림책 전문 카페다. 그림책 전문출판사인 초방책방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곳에는 특히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책장 가득 채워져있다. 특히 매달 마지막주 일요일에는 어린이와 회원들이 함께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스타벅스 인사동점 맞은편 건물에 있는 북스는 서울예대 김호근 교수가 모은 희귀한 그림·디자인책들을 볼 수 있는 북카페다. 김교수가 외국여행과 연구활동을 통해 수집한 1만여점의 도서 및 자료가 비치돼 있다. 특히 일반 대형서점이나 도서관 등에서도 찾기 어려운 자료들도 많아 미술전공자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학로 타셴은 예술서 출판사로 유명한 독일 타셴사와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아트북 카페다. 아직 국내에 발간되지 않았거나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예술관련 서적과 자료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진열된 책은 정가보다 20∼30%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커피와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대학로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대학로와 인접한 명륜동 시가 있는 풍경은 시집 2만여권이 진열된 시집 전문 북카페로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한국관광공사 지하에도 여행전문 잡지들이 주로 비치돼 있는 북카페 베세토가 자리하고 있다. 이같은 북카페 열기는 백화점에까지 확산되고 있다.현대백화점 중동점은 아내의 손에 이끌려 쇼핑에 따라나선 남편들이 쉴 수 있는 북카페를 9층 갤러리에 만들어 뒀다. 30여평의 공간에 만화·잡지 등 3000여권의 책을 마련해뒀고 커피·생수 등 음료도 공짜로 제공한다. 덕분에 아내를 따라나선 남편들은 여유롭게 쉴 수 있어 좋고 쇼핑에 나선 아내들도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평이다. 한편 북카페가 지역사회의 문화를 이끄는 첨병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대 공대 담벼락을 따라 올라가면 북카페 체화당이 있다. 연세대 이신행 교수가 학생과 지역주민과 함께 꾸려가는 체화당은 북카페라기 보다는 일종의 지역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교수의 집 일부를 개방해 만든 이곳에는 사회과학서적 1600여권을 볼 수 있는데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토요일과 방학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강좌나 크고작은 문화행사가 열려 동네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현암사가 운영하는 북카페 세상으로 열린집도 아현동 지역에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신간 300여권이 비치된 이곳은 근처에 마땅히 쉴 공간이 없어 주부와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옥상정원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별자리여행을 하는 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하 공간은 주민모임이나 세미나 등을 위해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결대 지역사회개발학부 임형백 교수는 “보다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지성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은 현대인들의 심리에 의해 북카페가 많이 생겨나는 듯하다.”면서 “북카페는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대화만을 나누던 카페에서 문화적 소양을 넓혀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소통의 장으로 확산되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이런점이 ‘2%’ 부족합니다 북카페의 부족한 점도 더러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유명한 북카페라 하더라도 읽을 만한 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북카페들이 신간을 사서 비치할 만큼의 성의와 여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더큰 책임은 이용자에게 있다. 책 내용 가운데 일부를 찢거나 함부로 다뤄 훼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단으로 가져가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때문에 성북정보도서관 ‘문밸리’는 북카페에 비치해뒀던 신간을 모두 도서관으로 옮겨버렸다.‘프린스턴 스퀘어’ 역시 개업 초기 손님들에게 책을 대여해주기도 했지만 되돌려주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대여는 그만뒀다. 또 북카페임에도 일반 카페에서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수다를 떠는 사람들 때문에 전체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일부 북카페는 흡연·금연석이 제대로 나눠지지 않아 쾌적한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는 곳도 있다. 북카페끼리 연대를 하거나 서울시 등이 추진하는 독서 프로그램에 북카페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자치단체 책관련 행사 풍성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서울시와 25개 자치단체에서 책과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서울 광진구(구청장 정영섭)는 9∼12월 매주 수요일 광진정보도서관 3층 전산강의실에서 진행하는 ‘책만들기 교실’을 개최한다. 참가 대상은 초등학생 1학년 12명이며, 선착순 모집한다. 서울 중랑구(구청장 문병권)는 이달 30일까지 중랑구민을 대상으로 ‘독후감 경진대회’ 참가작을 모집한다. 초등부, 중·고등부, 대학·일반부로 나눠 모집하는데 수상작 상금이 5만∼30만원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책읽는서울’ 프로그램도 계속된다. 각 공공도서관별로 다양한 낭독·연극·독후감쓰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홍대 주변에는 제1회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이 열린다. 홍대 주변에 위치한 출판사를 중심으로 열리는 이 축제에는 거리부스 전시·저자와의 만남·각종 문화행사·강연·책 프리마켓 등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민족사의 아픔 선율로… 몸짓으로…

    민족사의 아픔 선율로… 몸짓으로…

    광복 60주년을 맞아 음악회를 비롯해 뮤지컬, 연극 등 다채로운 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되는 의미 있는 경축 음악회가 열리는가 하면, 독립운동가 장준하 선생의 독립운동 일대기가 뮤지컬로 엮어지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각계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의욕적인 행사준비로 인해 광복절 당일인 15일 야외음악회를 둘러싼 갈등도 보인다. ●음악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15일 오후 4시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안익태, 윤이상, 진은숙의 작품세계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종전의 이벤트성 공연과 달리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이들 작곡가 3인의 작품 연주를 통해 광복 60주년의 특별한 의미를 되새기는 무대다.(02)580-1135. 서울시는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의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서울시합창단,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이 협연하는 음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도 이날 오후 7시 남대문광장에서 윤도현, 김수철 등 대중가요 가수와 성악가, 국악인들이 총출동하는 음악회를 갖기로 해 양측은 “서로 장소를 변경하라.”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같은 시간대에 불과 6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울시청앞 광장과 남대문광장 사이에서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각각 뒤섞인 음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무용극 공연예술그룹 칼미아(예술감독 정선혜 상명대 교수)가 창작한 무용극 ‘코드명 19450815’가 15일 오후 7시30분 천안 독립기념관 내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에서 공연된다. 이곳은 1995년 광복 50주년 당시 일제 잔재 청산을 상징하기 위해 폭파했던 옛 조선총독부(중앙청) 건물의 파편을 모아 조성한 곳으로, 공연장으로 활용되기는 처음이다. 치욕의 세월을 이겨내고 마침내 조국의 빛을 되찾은 우리 민족의 의지를 세 부분으로 나눠 보여준다.(041)550-5282. ●연극·뮤지컬 광복 60주년을 맞아 역사를 소재로 한 공연 두 편이 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나란히 막을 올렸다. 지난 5일부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청년 장준하’(조한신 작·연출)는 독립운동가 장준하 선생을 통해 조국과 민족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작품. 장준하 선생이 독립군에 합류하려고 중국 중동부지역에 있던 일본군 부대를 탈출해 중경으로 가는 6000리 대장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독립유공자증을 지닌 관객은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15일까지.(02)722-1467. 지난 4일 소극장에서 막 올린 연극 ‘나비’(김정미 작·방은미 연출)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에 관한 이야기다. 재미교포 희곡작가 김정미의 작품으로, 지난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았다. 뉴욕에 이민 온 김윤이 할머니와 손녀 진아, 한국에서 집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위안부 할머니들 사이의 갈등과 화합을 그렸다.15일까지.(02)741-5332. 일제 침략기부터 해방기까지의 민족사를 다룬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도 무대에 오른다. 인천시립극단은 13∼21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연극 ‘아리랑’(엄태경 각색·정진 연출)을 공연한다.(032)438-7775. 최광숙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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