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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파3사, 케이블TV 시장도 장악

    지상파3사, 케이블TV 시장도 장악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 계열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케이블TV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률 하락과 광고수익 감소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과는 대조적으로 이들 PP는 지상파 콘텐츠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시장 장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방송위원회가 내놓은 ‘2004년 방송사업자 재산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PP의 순이익은 405억원으로, 홈쇼핑 5개사를 제외한 전체 PP 122개사 순이익의 81.9%를 차지했다. PP별로는 드라마 등을 재방송하는 MBC드라마넷과 SBS드라마플러스가 각각 131억원과 1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1·2위 MPP라는 온미디어와 CJ미디어가 172억여원의 순이익과 81억 5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홈쇼핑과 지상파 계열 PP를 제외한 115개 PP의 평균 순이익은 78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광고수익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 지상파계열 PP의 광고수익은 1103억원으로 광고수익이 발생한 PP 80개사의 합계인 4059억원의 27%를 차지했다. 여기서도 드라마 채널이 단연 돋보였다.MBC드라마넷은 284억원,SBS드라마플러스는 195억원을 벌어들여 MBC·SBS계열 PP 광고수익 가운데 각각 62%와 44%를 차지했다.2003년과 비교해 지상파계열 PP들의 광고 증가율은 50% 이상 기록했다. 이런 지상파 계열 PP들에 대한 쏠림 현상은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의 후광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전국 케이블 가입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KBS,MBC,SBS 계열의 채널들이 상위 20위권 중 7개나 차지했다. 사실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이 케이블TV 시장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비판은 있어 왔다. 그러나 뾰족한 해답은 없다. 방송위원회는 중장기 정책방안에서 지상파계열 PP에 대한 제한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한양대병원은 최근 산부인과에 불임클리닉을 설치하고 본격 진료를 시작했다. 개소식에는 김종량 총장을 비롯, 김명호 의료원장, 조재림 병원장 등 1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특히 이날 개소식에는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참석해 “한양대병원 불임클리닉이 국내 불임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인사했다. ●다국적 제약기업 쉐링은 비(非)호치킨 림프암 치료제 ‘제바린’을 국내 출시했다. 제바린은 종양이 천천히 진행되는 여포형 림프암에 사용되는 방사선 면역 치료제로, 방사선 치료효과를 암세포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새로운 치료개념을 적용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아직 보험 적용이 안되며, 회당 주사제 값은 약 2000만원선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신질환을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최근 밝혔다. 협회는 “정신질환자는 예측 불가능한 자살 기도의 위험이 상존해 있을 뿐 아니라 원외 처방할 경우 타인에게 자신의 병증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같은 뜻을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생식의학 유전체연구센터팀(팀장 이숙환)과 ㈜마크로젠 컨소시엄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질환군별 유전체 기반 DNA칩 개발센터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유전체연구센터 컨소시엄은 향후 5년 동안 정부로부터 1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자간전증 예측 DNA칩과 산전 진단용 DNA칩을 개발하게 된다. ●의료법인 명경의료재단 꽃마을한방병원은 오는 14일 오후 2시 이 병원 세미나실에서 ‘한방 비만치료법’을 주제로 무료 건강강좌를 갖는다. 한방재활의학과 김수장 과장이 나서 한방 비만 치료법과 바람직한 생활자세 등을 강연하며, 즉석 질의응답 시간도 갖는다.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아벤티스의 대장암 치료제 ‘엘록사틴’이 최근 식약청으로부터 결장암 수술 환자에게 보조적으로 사용하도록 승인을 받았다. 회사측은 세계 146개 의료기관에서 2246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엘록사틴을 투여한 그룹의 결장암 재발 위험률이 23%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이사람] ‘문화의 오역’ 펴낸 이재호교수

    “우리 문화계에서 오역(誤譯)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 공해 수준입니다. 책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매체나 거리의 간판, 관광지 안내문까지 오역이 없는 곳이 없어요. 특히 책의 오역은 저자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구요.” 영문학자 이재호(70) 성균관대 명예교수. 학업과 강의를 해오면서도 40년 넘게 오역 문제를 비판하고 연구해온 그의 오역에 대한 칼질은 가차없고 빈틈없다. 그의 칼이 가는 곳은 무명의 번역가나 저술가가 아닌, 이른바 대가로 불리는 사람들의 번역물이나 국내 굴지의 출판사들이 펴낸 영한사전들이다. 대가임을 자처하는 이들에게 그의 칼질은 매우 아프다. 그래서 이 교수는 이들에게 기피대상 1호. 이 교수의 서울 평창동 자택을 찾았을 때 거실 탁자엔 메모지와 너덜거리는 사전, 손때 묻은 책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5년 전 대학에서 은퇴한 뒤 오역 연구와 퇴치에 전념하고 있는 작업의 현장이다. 앉자마자 약간은 도발적인 질문부터 던졌다.‘번역이란 게 어차피 우리글을 외국 글로, 아니면 외국글을 우리글로 옮기는 것인데 작은 실수야 나오게 마련 아닌가. 사소한 것까지 잡아내다 보면 어차피 한이 없지 않은가. 오역을 꼭 번역가나 작가의 수준문제로까지 연결시킬 필요가 있는가.’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이 교수가 차분히 답한다.“나도 번역 실수는 한다. 문제는 내가 지적한 오역이 구조적이고 치명적이라는 데 있다. 아이들 교과서에 엉뚱하게 번역된 문장이 나오고, 역사적 사실과 문화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오역이 사소한 실수란 말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해도 당사자들이 반성하는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긴 그가 최근 펴낸 ‘문화의 오역’(동인)에 보면 어처구니 없는 오역의 실상에 눈이 휘둥그래질 지경이다. 이문열의 소설 ‘시인’을 영역한 책 ‘Poet’에는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란 속담을 ‘A horse with no legs goes a thousand leagues’로 옮겨 놓았다. 발 없는 말(horse)이 어떻게 천리를 달려갈 것인지, 이 책을 읽는 외국인들은 머리 꽤나 아프겠다. 이달 중순 일간지들이 일제히 보도한 ‘일 도요다판 이튼스쿨’에 관한 기사도 마찬가지. 영국에 이튼스쿨은 존재하지 않고 이튼 컬리지(Eton College)가 있을 뿐이다. 버트란트 러셀의 ‘서양의 지혜’(1960 을유문화사) 첫 머리를 보면 ‘위대한 저서는 큰 죄악이다’란 말이 나온다.‘A great book is a great evil’을 번역한 것. 위대한 저서가 죄악이라는 말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는 ‘great’를 오역한 것.‘큰, 두꺼운’으로 번역해야 옳다. 알렉산드리아 시인 칼리마코스가 “두꺼운 책은 귀찮다.”라고 한 것을 이렇게 엉뚱하게 번역한 것이다. 코믹한 것은 30년 뒤 이 책이 다시 출판되면서 이 문장을 ‘위대한 책 치고 악하지 않은 것은 없다.’로 번역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국내에서 저명한 번역가이자 그리스·로마 신화의 대가로 평가받는 이윤기씨를 ‘오역의 대가’라고 서슴없이 공격한다.‘그리스·로마신화’,‘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 등 그의 대표작 상당수가 “엉터리 신화해석과 수많은 오역, 중요 인명의 그릇된 표기, 신화 왜곡과 문화오역”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수십만의 아이들이 배우는 중3 교과서에 실린 ‘길 잃은 태양마차’에서도 ‘제우스의 아들’이어야 할 것을 ‘오시리스의 아들’이라고 하는 등 교과서에서만 서너군데서 명백한 오류를 지적한다. 이 교수의 오역 찾기 역사는 4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1959년 서울대 영문과 재학시절, 학교신문에 ‘T S엘리어트 오역의 시비’란 제목으로 3회에 걸쳐 양주동 박사의 시 오역을 지적했던 것. 또 문교부편 ‘고등국어 2권’에 실렸던 그의 글 ‘면학의 서’중 오역된 존 키츠의 소네트를 문제삼은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유교적 법도가 엄격하던 시절이라, 이 교수는 ‘찾아뵙고 사과하라.’는 압력도 여러번 받았다. 물론 잘못한 것이 없는데 그럴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후 그는 대학원을 거쳐 강단에 서면서 보다 꼼꼼하게 오역 찾기에 나섰다. 영문학이 본업인 그에게 가장 먼저 잡힌 것은 영한사전. 유명 출판사들이 펴낸 영한사전들에서 오역 내지는 충분치 못한 번역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 교수는 “영한사전은 영어공부를 허거나 번역을 하는 사람에게 군인의 총같은 존잽니다. 그런데 잘못된 부분이 계속 눈에 띄는 거예요.‘이것만 잘못됐나.’하고 다른 사전을 들춰보아도 마찬가지였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오역된 단어를 외우며 공부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지더라구요.” 그는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쪽지를 붙이고, 제대로 번역한 내용을 빼곡하게 적어넣는 작업을 수십년째 해왔다. 그래서 그의 사전들은 하나같이 새까맣게 손때가 묻어 있고, 그가 끼워붙인 쪽지들이 너덜거린다. 물론 이렇게 잘못된 페이지들은 복사해 출판사에 전해줌으로써 오류를 바로잡도록 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물도 이 교수의 눈을 비켜가지 못한다.“예술의전당에 가보니 ‘대영박물관 한국전’이 열리고 있더군요. 그런데 대표적 전시물 중 하나가 ‘푸아비 여왕의 수금’(Queen´s lyre)이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여왕이 아니라 ‘왕비’가 맞는데 말예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Queen’만 나오면 남편이 왕인데도 ‘여왕’으로 잘못 번역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한다. 그는 “전시를 주최한 신문사에 갖다줄 것”이라며 관련 기사에 잘못된 부분을 수정한 쪽지를 붙여 챙겼다. 5년 전 대학에서 은퇴한 뒤로는 오역연구는 아예 전업이 됐다. 그래서 ‘영한사전 비판’‘문화의 오역’같은 저서도 내게 된 것. 책을 들여다보면 ‘그 많은 책을 언제 읽고, 오류를 찾아 분석해냈을까.’하는 생각에 입이 딱 벌어진다. 남의 오류를 찾는 게 그의 일이다 보니 욕도 많이 먹는다. 이 교수의 부인 임채문(60)씨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남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이 느껴져 반대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고집과 신념이 이만저만이어야 말이지요. 이젠 포기하고 도와줍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오는 8월 ‘서양문화교양사전’(현암사)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번 책은 오역 비판이 아닌 오역 예방을 위한 것. 그리스·로마신화, 헬레니즘, 성경 등 고대 이후 서양문화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용어나 지식을 담았다. 오역은 문화를 오염시키지만, 잘된 번역은 문화를 정화시키고 윤기가 흐르게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신조다. 그래서 번역자에게 주는 당부는 한 가지.“문화의 오염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문화의 정화수가 될 것인가.”, 번역에 앞서 한번만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깡통펀드’ 피해 우려

    최근 펀드 상품개발이 과열 경쟁을 빚으면서 ‘깡통 펀드’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깡통 펀드는 유행을 타고 마구잡이식으로 만들어져 만성적인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다 설정잔액이 10억원 미만으로 추락하면서 투자 기능을 상실한 펀드다. 남은 소액의 회수를 포기한 투자자들과 이미지 손상을 우려하는 펀드 판매사들 때문에 조기에 청산되지 않고 떠도는 부실 펀드들이 이제 싹을 틔우고 있는 ‘200조원 간접투자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펀드의 35%가 빈 깡통 1일 펀드평가업체 모닝스타코리아와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설정액 규모가 10억원 미만인 펀드는 2348개로, 운용중인 총 6694개 펀드 가운데 35%를 차지했다. 총 잔액은 6140억원이 넘는다. 특히 설정잔액이 10만원도 안 되는 펀드가 71개나 됐다, 심지어 단돈 1원짜리 펀드도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잔액별로 ▲10만∼100만원 77개 ▲100만∼1000만원 231개 ▲1000만∼1억원 584개 ▲1억∼10억원 1385개 등이다. 유형별로는 ▲채권형 1574개(3881억원) ▲주식형 549개(1764억원) ▲머니마켓펀드(MMF) 184개(329억원) ▲파생상품 41개(165억원) 등이다. 올 들어 채권시장이 죽을 쑤면서 채권형 펀드의 피해가 가장 컸다. 채권형 펀드는 투자대상인 채권의 단위가 보통 50억원,100억원 등이기 때문에 설정잔액이 10억원 미만이면 운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즉흥적 열풍이 부실 불러 깡통 펀드는 즉흥적인 상품개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요즘처럼 펀드 열풍이 불면 증권사 등 펀드 개발·판매사들은 신상품을 내놓기가 무섭게 수백억, 수천억원씩의 목돈을 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익률 등에 대한 정확한 예측없이 ‘○○시리즈’ 등의 펀드를 쏟아낸다. 투자자들도 펀드 운용사의 과거 실적 등을 꼼꼼히 살피지도 않고 ‘△△펀드가 좋다.’는 식으로 몰린 뒤 곧바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곤 한다. 무분별한 상품개발 경쟁과 단기투자 문화가 ‘불량상품’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최근 펀드 판매가 늘면 늘수록 수익률은 상품에 따라 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점도 깡통 펀드가 증가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펀드 판매액은 지난 3월 191조 6300억원에서 4월 194조 9330억원,5월 196조 602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식형 펀드는 1개월 평균 수익률이 4.59%에 이르는 반면 채권형은 -0.01%에 그쳤다. 또 주식형 중에서도 대형주(시가총액 100위 이내 종목)에 투자된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2.02%에 불과하지만,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은 2배 이상인 5.82%를 보여 대조적이다.●실패 인정해야 펀드 발전 펀드가 기대했던 수익률을 내지 못하면 보통 3년가량인 설정기간을 다 채우지 못해도 중도해지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하나둘씩 투자자가 빠져나가면 500억원짜리 펀드도 잔액이 10억원 미만으로 줄어 곧 펀드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고객 정보를 갖고 있는 펀드 판매사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동의를 구해 잔액을 청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실패를 인정하고 신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는 풍토가 마련돼야 올바른 투자문화가 정착된다고 말한다. 한국투신운용 서현우 상품개발팀장은 “판매사들이 이미 판매된 펀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하면서 유행을 좇는 펀드 개발에만 매달리면 부실 펀드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업계 관계자는 “펀드 청산을 위해 손해를 본 고객과 접촉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고, 수익률 경쟁으로 먹고사는 펀드업계에서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어 부실 펀드 처리를 외면한다.”면서 “펀드 퇴출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이 금융계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중국 경제성장의 비밀/청차오저 지음

    경제학자들은 현대 세계사에서 세 번의 경제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첫 번째 기적은 1950∼60년대 유럽의 기적(특히 독일의 기적)과 일본의 기적이고, 두 번째는 1960∼70년대의 아시아 네 마리 용의 놀라운 경제발전이다. 세 번째 기적은 바로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발전이다. 이들 국가와 지역은 모두 동시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 발전속도를 보이면서 세계 경제의 우등생이 되게 해주었다. 실제로 중국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GDP성장률이 9.5%에 달해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연 이같은 급성장의 비밀은 무엇일까.‘중국 경제성장의 비밀’(청차오저 지음, 김준봉·최윤정 옮김, 지상사 펴냄)은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가 방대한 자료와 치밀한 추리를 통해 중국경제가 20여년간 고속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자세히 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개혁 모델이다. 중국은 동유럽, 소련 등의 사회주의 국가들에 비해 제도개혁의 시작은 늦었지만 그 발전 속도는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비약적이었다.80년 말 동유럽 국가와 소련등의 계획경제국가가 경제적 곤경에 빠져 급진적 개혁노선으로 돌아섰을 무렵, 중국은 점진적 개혁을 착실히 실천해 나갔다. 이때 개혁모델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의 것과 많은 차별성을 띠고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창조적 현대화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준 것이었다. 국민들이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체제에 저촉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묵인하고 각종 제약을 없앰으로써 민중의 적극성과 창의성을 동원했다. 이런 과정에서 높아진 근로자의 수준과 구조조정에 의한 산업구조 개선, 보다 과감한 시장경제제도 도입, 지역개발과 인프라 건설, 소비의 증대, 대외개방의 확대 등이 고속성장을 가속화했다. 저자는 중국이 앞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지속적 발전을 유지하리라고 전망한다. 아직 발전의 여지가 높고 현대화 건설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의식주 해결단계에서 중산층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투자나 소비 모두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조건하에서 다양한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 중국의 개발 모델을 꼼꼼히 살펴보면 장기간의 침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 경제 회생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책이다.3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논술이 술술] 소비의 사회/ 장 보드리야르 지음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이같이 표현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현대인에게 소비는 삶의 가장 커다란 목적이자 이유로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인간의 삶에서 ‘소비’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한 필요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현대인들에게 행복과 사랑과 같은 매우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가치들의 내용까지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부모로서, 연인으로서, 친구로서의 역할과 행동 방식까지를 교육하고 지시하는 절대적 규범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계층 차이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역할까지도 맡고 있다.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을 지배하고 있는 소비주의 사회 체제와 가치 구조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마치 마르크스가 자본의 운동과 증식 과정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듯 그는 1970년에 발표된 이 책에서 자본과 상품이 어떻게 현대인들의 의식과 가치 체계를 형성하고 지배하고 있는지를 ‘소비’를 매개로 체계적으로 밝힌다. 이같은 점에서 이 책은 현대 사회의 원리와 가치에 대한 훌륭한 통찰이자 비판으로서 힘을 지닌다. 현대인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서비스 및 물적 재화의 증가에 따른 소비의 풍부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인간들은 풍요로울수록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사물들과의 관계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새롭게 개발되고 생산되는 상품들의 리듬과 끊임없는 연속에 따라 사람들의 삶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또 이에 맞춰 인간들도 더욱 사물 의존적이고 기능적인 존재로 전락해가고 있다. 현대는 말 그대로 상품이 지배하는 시대, 곧 소비를 학습하고, 소비에 대한 사회적 훈련을 사회화의 주된 내용으로 하는 ‘소비사회’인 것이다. 현대 소비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소비자와 사물의 관계가 변화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사물들이 갖고 있는 특수한 유용성 때문에 상품을 사지 않는다. 세탁기, 냉장고, 아파트 등의 상품들은 개별 사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제품을 생산한 기업의 이미지와 광고, 상표 등과 결합, 그 도구적 유용성을 뛰어넘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으며, 소비자들을 보다 복잡한 소비의 동기로 유도한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사물 자체를 소비하지 않는다. 자신과 타인을 구별짓는 기호로서 상품을 소비한다. 또한 상품들은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 것을 생산하고 조작하는 사회 구조적인 힘에 의해 만들어지고 지배받는다. 현대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소비는 대부분 유도된 소비로서 존재하며, 궁극적으로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생산성’의 명령에 복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품들이 아무리 풍부하다고 해도 인간 활동의 산물이며, 또한 교환 가치의 법칙, 곧 이윤 증식의 목표와 원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자본의 기호 하에서 생산성이 가속도로 상승하는 과정 전체 역사의 도달점이라고 할 만한 소비의 시대는 근원적인 소외의 시대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상품의 논리가 일반화되어, 노동과정이나 물질적 생산물뿐 아니라, 문화 전체, 성 행위, 인간 관계, 환각, 개인의 충동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이 논리에 종속돼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모든 기능과 욕구가 객체화되고 이윤과의 관계에 있어서 조작된다는 의미뿐 아니라 모든 것이 구경거리가 되는, 즉 소비 가능한 이미지, 기호, 모델로서 환기, 유발, 편성된다고 하는 더 커다란 의미에서 그러하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 독서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고1∼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도덕 -함께 읽어 볼 책:소유냐 존재냐(에리히 프롬·범우사), 고독한 군중(리즈먼·홍신문화사), 사물의 체계(보르리야르), 작은 것이 아름답다(슈마허), 월든(소로) -기출논제:고려대 2003학년도 수시1학기 논술, 이화여대 2004학년도 정시 논술, 경희대 2003학년도 정시 논술, 건국대 2001학년도 정시 논술 ■ 생각해보기-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소비의 특징을 써보자. -물질적인 부가 인간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육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사회적 배경과 원인은 무엇일까.
  • 이철 한국철도公 사장 취임식

    “보은이라고 할 만한 자리가 아니다.” 이철(57)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30일 취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장 고생스럽고 현안도 많은 곳에 왔다.”면서 “‘낙하산’‘보은인사’라는 지적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따뜻한 곳(?)을 거절한 후 철도공사 사장제의를 받았을 때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면서 “4·15 총선당시 부산에서 출마하는 심정으로 결심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산에서는 지더라도 명예가 남았지만 여기서는 지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특검이 확정된 러시아 유전사업에 대해 “국가의 에너지자원 확보라는 중요성을 일부가 악용했고, 주체는 외부(정치권 일부)로 짐작된다.”면서 “악용될 가능성은 상존하지만 재임기간중 이런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사장은 “공사의 어려움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고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7∼8년 뒤에는 자본이 잠식된 ‘거덜난 회사’가 될 것”이라며 “3개월안에 자구노력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서울이야기] (12)대기 환경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

    [서울이야기] (12)대기 환경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

    지구상의 어떤 생물도 공기 없이는 단 몇 분도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공기는 생명을 지탱하는 데 매우 귀중하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호흡과 식물의 광합성에 필수적인 것이 공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민의 참살이(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기청정기는 건강보호 혼수 품목에서 빠뜨릴 수 없을 정도로 구매의 우선 순위에서 앞자리를 차지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정하늘(Blue Sky)’ 만들기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최근 서울시 정책수요의 우선순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대기환경 개선에 대한 시민의 열의는 매우 높으나, 향후 개선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만큼 서울의 공기는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상태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개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시민들은 인식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서울의 미세먼지(PM10) 오염도는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개선됐지만 구조적인 한계 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의 수도 가운데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깨끗한 공기, 특화 집중관리가 바람직 시민이 서울의 환경수준을 실제 체감하고 평가하는 기본적인 척도는 미세먼지(PM10) 오염이다. 북한산에 올라 서울 도심을 바라보면 희뿌연 안개 같은 모습을 보거나, 남산에서 사방을 멀리 볼 수 없을 정도로 시계(視界)가 흐린 것은 미세먼지 때문이다.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농도는 2002년 76㎍/㎥,2003년 69㎍/㎥ 수준이었으나,2004년 61㎍/㎥로 최근에 대폭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 외국도시에 비해서는 높은 수치이다. ‘인간적인 도시, 세계속의 서울’을 표방하는 서울시는 이제 대기환경 개선대책을 총체적으로 과감히 추진하여야 하며, 환경정책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대기환경의 개선은 난제 중의 난제다. 자동차 배출가스, 특히 미세먼지(PM10)와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 저감, 시내버스 등 경유사용 자동차를 천연가스(CNG) 버스로 교체하는 일, 경유사용 대형 청소차량의 연료를 전환하는 일, 자동차 도장·정비업소 및 주유소 등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s) 방지시설의 설치 시기를 앞당기는 일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 만큼 남산을 멀리서도 볼 수 있는 날 수를 증대시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자동차에 의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비중이 70%를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오염물질 배출비중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여서, 향후에도 자동차는 서울의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수요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계속 늘어난다는 전망뿐이니 문제이다. 소득수준의 향상, 주 5일 근무제 실시 등으로 인한 여가 수요의 증가는 자동차 소유·운행 수요를 더욱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가 유발하는 대기오염에 의한 건강영향을 우려하는 시민의 인식에 부응하고,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 영향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에서는 향후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5년 이후부터 ‘서울시 대기환경개선 시행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이의 일환으로 저공해 자동차 의무구입 및 운행촉진 대책을 적극적으로 수립·추진할 예정이다. 물론 중앙정부에서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저공해 자동차 보급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와 보조를 맞추어, 향후 서울시는 저공해 자동차의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이와 관련된 제반 지원대책을 다양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운행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배출량을 저감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매연여과장치(DPF; Diesel Particulate Filter)의 부착, 경유엔진의 LPG개조 등과 같은 저공해화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신규 저공해자동차의 구입 및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조성, 그리고 친환경자동차의 운행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시민참여 유도방안 등을 모색함으로써, 장차 서울시 자동차 대기오염 배출비중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시행방안을 찾는 과감한 노력도 요구된다. ●환경 개선 서울시와 시민간 역할분담이 필요 대기환경 개선대책을 서울시의 최우선 환경정책과제로 추진하여, 시민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청정한 공기를 제공함은 다름 아닌 서울시의 일차적인 몫이다. 시민의 환경욕구를 만족시키는 책무는 행정서비스 공급주체인 서울시에 있다. 이와 함께 깨끗한 공기는 더 이상 자유롭게 호흡할 수 없으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비용지출이 전제되어야 하는 공공재산으로의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이 경우 시민들도 깨끗한 공기를 유지·보전하기 위해서는 수혜자로서의 위치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공동복지를 위한 의무자로서의 기능도 담당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 운전자들이 도로변 보행자 등에게 건강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자동차 대기오염을 ‘창 밖의 오염’으로 인식하여 ‘나 몰라라.’ 하는 등 일상의 무관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불필요한 자동차 운전을 삼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의 환경적 사고를 가지는 것이 시급하다. 한편으로 서울시도 자동차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대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시민이 자발적으로 대기환경 개선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지원하는 정책의 발굴에도 한층 관심을 집중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환경 개선주체를 서울시·시민 상호간 배타적인 2분법적 관점에서 역할을 구분하였던 종래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서울시와 시민이 공동으로 대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발상전환과 노력이 전제되어야만 서울의 대기환경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기본원칙이 지켜져야 서울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발상전환을 바탕으로, 향후 대기환경 개선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선진 외국의 대기환경 개선 정책사례처럼 몇 가지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 먼저, 오늘날 대도시 대기오염문제는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 양상 또한 복잡하기 때문에 환경문제의 핵심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통합 및 특화관리의 지혜가 필요하다. 통합관리의 범주는 중앙-지방정부, 정부-민간, 교통-환경부문 등과 같이 대기환경관리 주체별·정책대상별 유기적 협력이 환경문제 해결의 기본전제가 된다. 특히 서울의 자동차 대기오염 비중이 절대적임에 비추어, 서울시 교통계획은 저공해자동차 보급사업과 함께 환경계획과의 연계 추진이 시급하다. 또한 시민의 직접적인 체감오염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대기환경 특성에 맞는 특화 관리가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서울의 경우, 미세먼지 오염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도로변 먼지청소 시스템(Roadway Cleaning System)과 같은 특화사업 추진을 해야한다. 그리고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상호 협력자로서 지역복리의 증진을 도모하는 것이 지방자치제라고 하면, 환경자치제는 지역의 환경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자치단체와 주민간 협력과정이다. 이에 서울의 환경자치제는 종래의 중앙정부 주도의 다소 정형화된 환경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특성을 고려한 배출규제 및 유도와 같은 서울시 중심의 주민 밀착형 환경관리 방식을 의미한다. 다만 환경자치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결정은 서울시·기업·시민의 수평적 의견교환 및 참여과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서울시 대기환경문제의 해결원리는 문제의 정확한 판단과 이에 상응한 개선대책의 수립에 기본바탕을 두어야 한다. 환경문제의 즉시 대응과 사전예방은 기본적으로 환경정보의 공개를 통하여 공동의 관심사항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다중의 지혜를 구하고, 한편으론 환경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대처하기 위한 의사전달체계가 명확하여야 한다. 향후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는 대기환경을 만들기 위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추진될 예정인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 특별대책’은 이러한 접근 방법에 기초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속의 환경도시로 태어나기 위한 또 다른 조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환경의 변화 영향과 아울러 지역 또는 도시 차원에서도 규모는 작으나 도시열섬, 열대야 증가 등과 같은 기후변화 현상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도시는 그간의 개발과정에서 녹지면적이 감소하고, 반면에 자동차 통행량이 집중되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포장면적이 늘어나, 에너지 축열 및 기온상승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주요 도시가 모여 지역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의 환경경쟁력이 국가의 환경경쟁력 수준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인식되고 있는 경향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써, 자치단체 중심의 온실가스 감축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미 서울시는 ‘서울의제 21’ 수정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이며,7월 중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새롭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민·기업·서울시 차원의 행동원칙이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할 사항은, 서울시 환경개선은 종래의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등과 같은 일반오염물질 배출저감에 의한 대기환경 개선과 병행하여 이산화탄소(CO2) 온실가스를 동시에 감축해야 하는 이른바 이중효과(co-benefit) 전략을 수립·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서울의 대기오염은 자동차에 의한 기여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오염도를 낮추며,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함께 저감할 수 있는 저공해 자동차운행 촉진이 서울 대기환경 개선의 이중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다행히 기후변화협약 및 유엔 지속가능위원회에서도 저공해 자동차 보급을 지구 온난화 방지 및 도시지역 대기환경 개선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으로 권고하고 있다. 저공해 자동차는 환경성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저공해 자동차는 휘발유 또는 경유 자동차에 비해 거의 모든 대기오염물질을 현저하게 적게 배출하기 때문이다.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는 대기환경을 기대 서울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대기오염물질을 직접 배출하는 자동차, 공장의 굴뚝 등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오염물질의 배출을 더욱 증가시키도록 만드는 도시의 양적 개발패턴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과거의 도시개발 경험에서 보듯이, 자동차 통행수요를 더욱 증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향후 교통·환경·생태·문화·경제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상호 연계되어,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의 명제에 한층 부합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도시계획과 환경계획을 통합하기 위한 ‘기후조건을 고려한 도시계획’, 도시의 에너지 소비절약 및 생태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친환경 주거단지계획과 녹지공간의 조성’ 등이다. 이제 시민이 안심하고 호흡할 수 있는 청정한 대기환경 수준을 만들어, 언제라도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고, 수도 서울이 걷고 싶은 도시로서 거듭 태어날 수 있는 날이 조만간 오기를 기대한다. 김운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장 연구위원
  • 충무로 스타들 ‘개런티 논쟁’ 반격

    충무로 스타들 ‘개런티 논쟁’ 반격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가 천정부지의 배우 개런티와 연예 매니지먼트사들의 과도한 지분 요구 등을 성토하고 나선 가운데 배우 최민식씨와 송강호씨가 자신들을 ‘돈 밝히는 배우’로 묘사한 강우석 감독의 최근 발언에 대해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두 사람은 2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배우들, 돈 너무 밝힌다’란 제목의 한 일간지 기사에서 강 감독이 자신들의 실명을 거론한 것과 관련 “언론을 통한 공개적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소속사 대표들이 함께 나온 자리에서 최씨는 “(추가지분을 요구하다 ‘선생 김봉두’의 출연계약이 파기됐다는)기사를 접하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면서 “충무로 파워 1,2위를 다투는 양반이 무슨 근거로 인신공격성 폭언을 해 나를 악덕배우로 모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흥분했다. 또 “작품마다 유작이란 마음으로 몸이 부서져라 노력해왔고, 출연료는 제작사와의 합의로 이뤄지는 정상적 경제활동의 결과인데 한국영화의 침체를 왜 개런티 탓으로 돌리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제협측의 개런티 거품 주장을 싸잡아 반박했다. 감독이 공개사과를 하지 않으면 법리적 해석을 동원할 수도 있다.”라고 강경입장을 밝혔다. 송씨도 높은 개런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가 낮아진다는 제협측의 주장에 항변했다.“이 자리는 제협과 가칭 매니지먼트협회 간의 갈등에 대한 옹호나 대변의 자리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오늘 크랭크인한 영화 ‘괴물’의 총제작비 120억원 가운데 주인공인 내 출연료는 5억원이며 향후 제작비를 뺀 수익금의 5% 지분을 갖는다. 영화 한편을 찍기까지 준비기간에서 후반작업까지 근 1년이 걸리는데 그게 그렇게까지 지탄받을 액수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또 “지금껏 어떤 작품에서도 먼저 지분을 요구한 적도, 강 감독에게서는 지난 4년 동안 작품 섭외를 받은 적도 없는데 이제 관객들이 내 연기가 눈에 들어오겠는가.”라며 답답해했다. 한편 강우석 감독은 배우 최민식과 송강호에게 공식 사과했다. 강 감독은 29일 오후 10시쯤 “최민식씨와 송강호씨에게”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언론사에 보내왔다. 강 감독은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과정에서)본의 아니게 최민식 배우와 송강호 배우의 실명이 신문에 보도되어 그들의 공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된 점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 글만으로는 쉽게 치유되지 않겠지만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두 배우들은 과거 한국영화에 큰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도 더욱 큰 일들을 해나갈 동료들이며, 한국영화를 위하여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동지들이었기에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 때문에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기꺼이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 홍지민기자 sjh@seoul.co.kr
  • [열린세상] 참여정부의 실험/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노무현정부는 참여를 내걸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에 이어 한국 민주주의가 세 번째로 내건 기치가 참여이다. 문민정부는 군부통치의 극복을 의도했다.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민간인이 정치의 주체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과 재벌권력의 상호 협조적 지배는 여전했다. 국민의 정부는 국가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줄 의향이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경제논리에 휘둘려 국가권력과 재벌권력의 제휴를 견제해야 할 국민권력의 강화는 지연되었다. 노무현정부의 출범은 분노한 국민의 권력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수백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 관행을 뿌리뽑고자 한 풀뿌리 국민의 반발은 깨끗한 정치를 요구했다. 노무현정부는 대기업과 정당정치인, 고위관료 그리고 언론기업간의 4자 연합을 깨뜨리기 위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를 찾아 참여를 들이밀었다. 노무현정부는 본질적으로 지방과 젊은 세대, 주변부 다수집단 그리고 의회내 소수파 간의 제휴를 등에 업고 집권한 소수파 정부이다. 탄핵 열풍으로 일시 국회 다수당이 되었다 한들 그것만으로 한국사회의 주류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정부는 우세한 4자 연합의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줄곧 국민들의 참여에 기대었다. 그러나 도덕적 분노에 기초한 참여로는 세계화 시대의 지난한 국가경영에 힘이 부치는 듯 보인다. 참여정부는 상당한 정도로 실험정부의 성격을 띤다. 사실 참여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인지 아니면 그 대안인지도 불명확하다. 만약 참여가 대의를 보완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의회의 권위를 존중해 주어야 할 터였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소수파 정부인 참여정부는 의회를 우회하고자 하였고, 그 결과는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는 포퓰리즘으로 흘러갔다. 참여가 대의에 대한 대안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참여민주주의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의민주주의조차도 제대로 운용해 보지 못한 한국민 대다수는 참여의 실험보다 자유민주의 성숙이 더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참여보다는 경제자유와 시장논리가 더 지배적인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대의의 대안으로서 참여가 설 자리는 옹색해 보인다. 참여의 실험정부는 다양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정부이다. 대통령, 국정원, 검찰 등 국가권력의 힘 빼기, 수도권 중심의 엘리트 카르텔에 대한 도전, 미국 편향에서 동북아로의 관심 촉구 등 굵직한 문제제기가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국가권력의 힘을 빼면서 기득권의 지배 카르텔을 완화시키려는 일대 개혁 그 자체가 단기적 성공이 어려운 실험이라는 것이다. 문제제기와 실험으로 2년 반을 보낸 참여정부에 대해 중간 논평은 자주 무능으로 회자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을 치유하려는 참여정부의 도전이 일거에 어떤 효과를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국가간-지역간-계층간에 20(부) 대 80(빈)으로 양극화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진전되어 나가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일국적 차원의 개혁은 거의 속수무책에 가깝기 때문이다. 경제와 정보통신은 세계화되어 있는데 반해 공동체의식은 여전히 국지화되어 있고, 그래서 참여의 실험을 뒷받침해 줄 국제적 연대나 세계적 수준의 합의된 처방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참여정부의 실험이 실제로 빈부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지배엘리트의 카르텔을 조정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참여민주주의가 국민의 참여에 의지하여 경제적 조정을 도모하는 데 그 하나의 목적이 있다고 본다면, 적어도 이념과 일부 정책에서 참여정부의 문제제기와 실험은 유용하다. 그렇다면 남은 2년여 동안 우리 모두 참여의 가능성을 찾아 서로 지혜를 모으고 힘을 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5) 한국 최고의 예언가 도선과 정감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5) 한국 최고의 예언가 도선과 정감록

    ‘정감록’엔 ‘도선비결’(道詵 訣)이 포함돼 있다. 한국 풍수지리설의 원조로 평가받는 신라말의 선승(禪僧) 도선의 저작이란 이야기인데, 도선(827∼898)의 스승이라는 중국 당나라의 고승 일행(一行)이 한국의 미래를 예언하는 형식이다. “임진년에 섬 오랑캐가 나라를 좀 먹으면 송백(松栢)에 의지하라. 병자년에 북쪽 오랑캐가 나라 안에 들끓으면 산도 불리하고 물도 불리하다. 궁궁(弓弓)이 이롭도다.” ‘정감록’ 곳곳에 나오는 주장이 ‘도선비결’에도 그대로 나온다. 정씨가 세 이웃의 도움을 받아 세 아들과 함께 계룡산(鷄龍山)에 도읍한다는 내용도 ‘도선비결’에서 발견된다. 요컨대 고승 도선이 이미 9세기에 조선왕조의 멸망과 정씨의 계룡산 도읍을 예언했다는 것이다. ‘삼국사기’와 ‘고려사’에 따르면 도선은 고려왕조의 등장을 정확히 예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감록에 실린 ‘도선비결’에는 고려에 관한 예언이 한 줄도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조선왕조와 정씨왕조의 계승만 언급되어 있다. 과연 ‘도선비결’을 도선이 직접 저술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선은 누구기에 사후 1000 년이 지난 다음에도 정감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예언서의 저자로 논의되는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예언가 도선의 정체를 알아 보고, 그가 보급한 풍수지리설이 국운의 예언에 관여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조사해 보자. ●신라 말 풍수지리설은 예언의 중심으로 떠올라 도선은 출생부터 남달랐다고 한다. 조선 세종 때 채집된 민간의 전설에 따르면, 도선은 하늘이 점지한 아이였다. 이야기는 영암에 사는 최씨의 밭에 열린 오이에서 시작된다. 문제의 오이는 길이가 한 자를 넘어 보는 사람마다 신기하게 여겼다는데 하루는 최씨의 딸이 그 오이를 몰래 따먹었다. 그러자 저절로 태기가 있어 아들을 낳게 되었다. 최씨는 아비 없는 자식을 낳았다며 딸을 꾸짖고 아이를 대숲에 버려 두었다. 여러 날 뒤 딸이 대숲에 가서 살펴 보니 비둘기가 날개로 아이를 감싸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게 여겼고 딸은 아이를 데려다 길렀다. 아이는 장성하자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는데 이름을 도선(道詵)이라 하였다고 한다(세종실록지리지, 전라도 나주목 영암군). 아이를 비둘기가 날개로 감싸주었다는 대목은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설화를 연상하게 한다. 물론 주몽과 다른 점도 있다. 이를 테면 주몽이 하늘의 손자라면 도선은 땅의 손자다. 오이는 땅의 기운이 열매 맺힌 것이라 땅의 아들로 봐야 하며, 그것도 매우 큰 오이라 하였으므로, 보통 아들은 아닌 것이다. 이를 테면 땅 임금의 손자나 다름없는 도선은 태어날 때부터 세상에서 제일가는 지관(地官)이 되게끔 예정되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이 설화라는 것은 후대에 지어낸 이야기가 분명하다. 그러나 그만큼 도선이 지관으로서 명성이 유별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역사상 도선이 예언가로 처음 등장하는 것은 그가 쉰 살쯤 되던 서기 876년께였다. 당시 신라는 내란기였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 있었다. 도선은 하늘의 명을 받아 송악군으로 갔는데 마침 왕건의 아버지 융건이 집을 짓고 있었다. 도선은 집을 다시 고쳐 지으라며 왕건의 출생을 예언했다. 그리고는 한 권의 책을 건네주면서 훗날 왕건이 장성하면 이 책을 꼭 전하라고 부탁하였다. 때가 되어 왕건은 그 책을 펼쳐보았고 자신이 천명을 받아 왕이 될 줄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고려 전기에 최유청이 쓴 도선의 비문에 자세히 나와 있다(先覺國師 證聖慧燈 塔碑). 정리하면, 도선은 왕건의 출생과 고려 건국을 정확히 예언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도선의 예언은 한국 고대의 예언과는 색다른 방식에 근거했다. 고대의 예언은 해, 달, 별 등 천체의 움직임이나 동물, 식물의 변화를 통해 앞일을 내다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도선은 그런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한 가지 새로운 요소를 부각시켰다. 바로 풍수지리설이었다. 왕건의 아버지에게 집을 고쳐 지으라 했을 때 그가 한 말이 흥미롭다.“이곳은 지맥이 임방(壬方)인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수모(水母)의 나무를 줄기로 삼다가 말머리 명당에서 그칩니다. 그러므로 그대 또한 물의 운명이군요. 마땅히 물의 대수(大數)에 따라서 집을 지어야 합니다.36구라야 천지의 대수에 부응하겠고, 그러면 내년에 반드시 성자(聖子)를 낳게 됩니다. 부디 아이의 이름을 왕건이라 하십시오.” 도선의 이 말은 ‘고려사’ 세계(世系)에 실려 있다. 단 몇 줄밖에 안 되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거기서 우리는 도선의 사상적 근원을 뚜렷이 알 수 있다. 그는 풍수지리설에 음양오행설을 단단히 결합시켰던 것이다. 집터의 성격을 물(水)로 읽었고, 주인의 운명도 그와 똑같은 것으로 본 것이 그 증거다. 더욱이 주인이 살 건물까지도 물이 되어야 한다면서 36칸 집으로 고쳐짓기를 요구했다. 오행설에서는 물을 1 또는 6으로 본다. 그 가운데 1은 작은 물,6은 큰물이다. 따라서 큰물의 조합은 6에 6을 곱한 36이 되므로 ‘36구’설을 폈던 것이다. 도선은 그 명당 기운을 살리려면 집도 터의 성격에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성자’ 즉, 미래의 임금을 아들로 얻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도선은 왕건 집안이 살던 송악과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그는 선종(禪宗)의 일파인 지리산 동리산의 혜철(慧澈) 스님의 제자로 전남 광양의 옥룡사(玉龍寺)에 오랫동안 주석했다. 줄곧 거기 머물다가 후백제가 건국된 지 7년 만인 898년에 입적하였다. 궁예의 태봉이 건국되기 3년 전이었다. 따라서 당시의 세력 판도를 기준으로 보면 도선은 견훤의 세력권 내에 있었다. 그는 평생 견훤과 어떠한 마찰도 없었다. 그런 도선이 정말 왕건의 가문과 밀접한 관계였는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도선은 왕건가문보다 견훤과 밀접한 관계 도선의 행적에 관한 ‘고려사’의 기록은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말이다. 또 다른 예로 ‘고려사’는 도선이 중국에 유학해 일행에게 풍수지리를 배웠다고 했지만 그것은 명백한 오류다. 도선은 중국에 유학한 적이 없었다. 참고로, 도선의 스승 혜철과 제자 경보(慶甫,868∼948) 두 사람은 유학했다. 왕건 가문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것은 다름 아닌 경보였다. 그는 후백제가 망하기 직전에 고려태조와 접촉하였다. 그럼 그 때까지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도선이든 그 제자인 경보든 후백제를 위해 봉사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당대 최고의 지관이었던 그들을 후백제의 왕 견훤이 가만히 내버려뒀을 리가 없다. 만일 경보가 오래 전부터 왕건을 추종했다면 후백제 영토 안에서 살아남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어쨌거나 분명한 사실은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하던 무렵부터 도선의 제자들이 고려왕조에 봉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도선과 고려 왕실의 관계는 차츰 윤색되기 시작했다. 도선 일파가 지관으로서 워낙 이름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밖에도 통일신라 말기 또는 후삼국 시기에는 이름난 지관들이 상당수 있었다. 역사책에 이름이 기록된 신라의 감간(監干) 팔원(八元)은 좋은 예다. 팔원은 왕건의 조상 강충을 찾아가 “군(郡)을 산의 남쪽으로 옮기고 산에 소나무를 심어서 바위가 드러나지 않게 하면, 삼한을 통합할 이가 그대의 집안에서 나올 것이다.”라고 예언했다(고려사, 세계). 이것은 풍수지리설에 근거해 새 왕조의 출현을 예측한 최초의 사례였다. 본래 민둥산이었던 부소산에 소나무를 심어 땅의 기운을 북돋웠다든가 그래서 지명이 송악이 되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 이야기의 중요성은 도선에 앞서 유명한 지관들이 있었고 그들 역시 풍수지리설을 통해 복잡한 사회현실에 개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도선의 제자들, 고려의 예언계를 평정하다 도선이 죽은 지 150년가량 되던 11세기 중반, 그가 남겼다는 비기(記)가 느닷없이 등장했다.‘도선송악명당기’(道詵松嶽明堂記)라는 비결이었다. 비결 가운데 “서강(예성강) 가에 군자가 말을 몰고 있는 모양을 한 명당이 있다. 태조가 통일한 병신년(936)으로부터 120년이 되는 해에 이곳에 건물(이궁)을 창건하라. 그러면 왕업이 연장될 것이다.”(西江邊 有君子御馬明堂之地.自太祖統一丙申之歲 至百二十年 就此創構.國業延長)라는 구절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근거해 조정에서는 부랴부랴 임시 궁궐을 짓는다(‘고려사절요’, 권 4). 어느덧 도선은 고려왕실의 지속적 번영을 위해 동원되는 인물이 되었다. 이것은 물론 도선의 후예를 자처하는 고려의 술관(術官)들이 나서서 하는 일이었다. 그 무렵의 가장 대표적인 술관은 김위제였다. 그만하더라도 도선과의 학맥을 무척 강조하는 편이었다.‘고려사’에는 “신라말에 도선이란 스님이 있었는데, 당 나라에 들어가서 일행(一行)에게 지리의 법을 배웠다. 돌아와서는 비기를 지었다. 그것이 김위제에게 전해져 김위제는 그 술법을 배웠다.”고 기록돼 있을 정도다. 김위제는 도선이 지었다는 ‘도선기’(道詵記)라는 예언서를 인용해 가며 당시의 남경(南京) 즉,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자고 주장하였다. “고려에는 세 개의 서울이 있게 되리라. 송악은 중경, 목멱양은 남경, 평양은 서경이 되리라.11,12,1,2월은 중경에 머무르고 3,4,5,6월은 남경에 머무르며,7,8,9,10월은 서경에 머물러라. 그러면 36국이 고려의 천자에게 조공을 바칠 것이다.” 도선의 예언서에 나오는 구절이었다.“개국 후 160여년에는 木覓壤(한양)에 도읍할 것이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김위제는 한양으로 천도까지 할 필요는 없고 삼경을 돌아가며 머물면 나라의 운수가 장구할 거라고 주장했다.(‘고려사’ 권 122) ●한강 북쪽에 도읍 정하면 나라 부흥 그밖에도 김위제는 도선이 남긴 또 다른 예언서라면서 ‘도선답산가’(道詵沓山歌)를 인용하였다. 그에 따르면, 한강의 북쪽에 도읍을 정하면 “나라가 길이 영원하며 천하의 온 나라가 와서 조공을 바치게 되고 왕족이 창성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일 한강을 건너 남쪽에 서울을 두게 되면 나라가 분열되어 나라가 한강을 경계로 이분된다고 말했다.(‘고려사’ 권 122) 또한 김위제는 도선이 지었다는 ‘삼각산명당기’(三角山明堂記)를 인용하면서 삼각산 아래 왕궁을 지으면 신하들 사이에 다툼이 없어지고, 왕실재정이 저절로 풍부해지며, 사방의 인재들이 조정에 가득 차게 된다고 했다. 한 마디로 국정의 운영이 순조롭게 되며 온 나라들이 조공을 바치러 온다고 극찬했다. 요약하면, 한양 즉, 오늘날의 서울은 최고의 명당이라는 것이고, 오늘날 서울의 강북 지역이야말로 나라의 중심이어야 된다고 했다. 만일 강남 또는 한강 이남이 수도로 지정될 경우 나라가 망하고 만다는 식의 이야기다. 이를 현실에 적용한다면, 최근 진행 중인 신행정 수도 같은 것은 전혀 불필요하며, 부동산 개발로 문제가 돼 있는 강남이고 판교고 개발해선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염두에 두면서 서두에서 소개한 이른바 ‘도선비결’의 내용과 잠시 비교해 보자. 다시 말하면 ‘도선비결’은 정씨가 계룡산에 도읍한다는 내용이었다.‘도선답산가’,‘도선기’ 등과는 아무런 유사성도 찾을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예언서다. 좀더 꼼꼼히 살펴 보면 고려시대에 등장한 도선의 예언서들도 내용상 상호 모순 관계에 있다.‘도선송악명당기’는 고려의 수도는 어디까지나 개경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도선기’는 3경설을 편다. 이에 비해 ‘도선답산가’와 ‘삼각산명당기’는 한양천도를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완전히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예언서들이다. 이 모두를 고승 도선이 지었다고 볼 수 있을까? 그것은 도선이 아니라, 그의 제자들이 지은 것으로 봐야 옳을 것이다. 김위제를 비롯한 고려의 술관들은 도선이 남긴 풍수지리와 음양오행설의 전통 위에서 국가가 당면한 모든 문제들을 풀려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들은 도선의 권위를 빌렸다. 도선의 예언이라고 내세우면 모든 것이 합리화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능력은 과대평가되었다. 도선은 기껏해야 고려왕조의 출현에 관심을 가졌을 텐데, 그의 제자인 후대의 술관들은 스승의 가르침을 빙자해 국가의 모든 현안에 개입하였다. 고려 후기까지 줄곧 그런 전통이 이어졌다. 예컨대 원나라 생활에 익숙한 충열왕이 중국을 본떠 높은 건물을 지으려 하자 술관들은 그에 반대했다. 반대의 이유는 물론 도선의 예언이었다. 술관들은 ‘도선밀기’(道詵密記)를 들먹였다.“산이 드물면 높은 집을 지어라. 산이 많거든 낮은 집을 지어라. 산이 많으면 양이다. 산이 드물면 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만일 높은 집을 짓는다면 반드시 손해를 가져온다.” 만일 이말 대로라면 63빌딩 같은 것은 당장이라도 허물어야 할 판이다. 도선의 제자들은 고려 태조 때부터 높은 건물을 금지해온 것이 고려의 국법이며 이는 바로 자기네 스승의 가르침이었다고 말했다. 만일 “도선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태조의 명령을 좇지 않는 것이 되고, 그 결과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려사, 권 28) 과연 도선이 고층건물을 반대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술관들의 이런 견해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국가의 비용이 절약되는데다가 백성들의 노역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도선의 제자들은 대대로 고려의 술관으로 위세를 떨쳤기 때문에 도선의 명성은 세월이 갈수록 더욱 높아졌다. 따라서 이른바 도선의 예언서는 어느 것이나 일단 위작(僞作)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 고려시대에는 예언서를 포함한 음양서(陰陽書) 일반이 조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주역은 전문가인 술관과 스님들이었고, 문장에 능한 문사들이 보조적인 역할을 떠맡았다. 그러나 고려시대만 해도 이런 책들을 생산, 소비하는 계층은 수도 개경의 특수층에 국한되었다. ●조선시대까지 이어진 도선의 명성 조선 건국 직후에도 도선의 예언서는 결정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태종은 개경에서 한양으로 도읍을 옮겼는데 그 때도 도선이 이용되었다. 당시 천도 문제를 실질적으로 담당한 이는 술관 이양달(李陽達)과 정승 하륜(河崙) 등이었다. 하륜은 ‘도선비기’를 존중해 “한수가 명당으로 들어온다는 말”(漢水入明堂之語)에 주목했다. 한편 이양달은 ‘도선비기’에 “서쪽에 공암 있고 붉은 색깔로 글씨 쓴 돌 벽이 있다.”는 구절에 암시를 받아 인왕산에서 붉은 글씨를 찾았고, 결국 경복궁터를 정하게 되었다.(‘필원잡기’, 권 2) 고려의 건국을 예언했다는 도선이 이제는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일어선 조선왕조의 안정과 발전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러다가 조선왕조의 기틀이 어느 정도 잡히자 도선의 예언서는 폐기처분되었다. 세조는 ‘도선한도참기’(道詵漢都讖記) 등을 금지시켰던 것이다(실록, 세조 3년5월26일 무자). 이미 한 두 차례 강조했듯이 고대로부터 국가는 예언을 독점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예언이 ‘불순분자’들의 수중에 들어가면 사회적 혼란이 초래된다는 판단에서였다. 더욱이 성리학을 국시(國是)로 삼은 조선왕조의 경우, 예언은 점차 악덕으로 간주되었다. 그 결과 15세기 후반 이래 국가의 공식 기록에서 도선에 관한 언급은 사라졌다. 그러나 일반 민중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에게 도선은 영원한 스승으로 남았다.‘정감록’에 ‘도선비결’이 실리고, 도선의 출생에 대한 신비한 설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은 그 증거다. 사람들의 눈에 비친 도선은 “신(神)이 통한 밝고 지혜로운 스님이었다.”(성종 16년1월8일 신묘). 도선은 새 세상이 동터 옴을 알릴 만한 참된 예언가였던 것인데, 이런 기대는 그가 이 땅에 풍수지리설을 최초로 집대성하였던 데서 비롯되었다. 고려시대 도선의 제자들은 풍수지리설을 국가운명을 예언하는 도구로 정착시켰으며, 이것은 한국의 고유한 전통이 되었다.(푸른역사연구소장)
  • 푸드코디네이터 기능대회

    (사)세계음식문화연구원은 2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지구촌 음식문화축제 및 푸드코디네이터 기능경기대회를 연다. 올해로 두번째인 행사는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우수 푸드코디네이터를 발굴, 포상하기 위한 것으로 50개팀이 참가한다. 창조적인 식공간 연출을 겨루는 이 대회에는 푸드코디네이터들의 기획전도 열려 푸드 디자인의 진수를 엿볼 기회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식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주방용품과 도자기 등도 전시된다. 행사는 서울신문과 서울시를 비롯해 문화관광부·농림부·외교통상부 등이 후원한다. 문의(02)511-1540.
  • [2005상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특별상·본상 46개 선정

    최근 소비성향이 솔직하고 대범해졌다. 소비자들은 자기만족을 위해서라면 고가의 제품이라도 구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하나의 제품을 구입하는 데 한 달치 급여를 스스럼없이 결제하며 좁은 원룸에 살아도 최고급 홈시어터를 벽에 건다. 이동전화단말기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을 중고 장터에 내놓고 새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소비문화다. 상품의 선택기준도 달라졌다. 기능이 뛰어나도 시각적 만족감을 주지 못하면 쉽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반면, 디자인이 좋아도 기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가격이 싸도 지갑을 굳게 닫아버린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사치와 합리적인 선택이 현대인의 소비 트렌드다. 서울신문은 지난 17일까지 접수된 상품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 상품의 시장성, 마케팅 효율성 등을 평가해 ‘2005년 상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을 뽑았다. 향상된 기능, 감각적인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을 두루 갖춘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상품에 적절히 반영시켰다. 특별상은 5개의 제품이 선정됐다. 하우젠 서라운드 에어컨은 5개의 문에서 나오는 바람이 ‘산들바람 효과´를 발휘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쿠퍼스도 인기다. 간을 보호하는 유산균이 들어있어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좋다. 본상은 신상품들이 주를 이뤘다. 기능·서비스를 사용자측면에서 생각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일명 ‘장수상품´은 불가리스, 까스활명수, 참이슬 정도로 이들 부류가 강세였던 과거의 히트상품과는 대조적인 면을 보였다. ‘은나노´를 이용한 웰빙제품들은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건강까지 고려해 소비자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는 변덕스럽다.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다양화되면서 소비자를 이끌어가지 못하는 제품은 쉽게 외면당한다. 지속적인 기업의 제품개발과 소비자의 관심이 경쟁력 있는 히트상품을 만든다. 김태곤 kim@seoul.co.kr
  • 문학·지리학에 담긴 ‘삶의 숨결’

    문학과 지리학을 결합한 연구서 ‘문학지리·한국인의 심상공간’(논형)이 국내편 2권, 국외편 1권 등 전 3권으로 발간됐다. 문학지리학은 아직 학계에서 보편화된 영역은 아니지만 그 역사는 16세기 ‘동국여지승람’‘택리지’등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사람에게 고향이 있듯 문학에도 고향이 있고, 그 고향은 물리적 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민족의 정서와 문화와 사상이 살아 숨쉬는 심상공간까지 아우른다. 이 책은 동국대 명예교수인 김태준 박사의 정년퇴임에 맞춰 수세기동안 끊겨왔던 문학지리학적 접근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려는 노력으로 일궈낸 첫 결실이다.김태준 교수를 비롯해 조동일 계명대 석좌교수, 이혜순 이화여대 교수, 왕샤오핑 중국 톈진사범대 교수, 와타나베 나오키 일본 무사시대 교수 등 원로부터 중견 학자, 학부생까지 국내외 80여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때문에 책에는 조은 동국대 교수의 체험적 에세이 ‘기억으로 읽는 광주’부터 지리학자 오홍섭의 ‘한라산론’, 일본 문화인류학자 노자키 미쓰히코의 ‘한국의 유토피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의 글들이 실려 있다. 김태준 교수는 서문에서 “우리 국토와 해외의 땅에 수없이 각인된 사람들의 숨결은 더 나은 삶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이 땅에서 실현하고 문학에 염원을 담는다.”면서 “이러한 삶의 현장에서 자기의 숨결을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참 문학이며, 실지(實地)의 학문”이라고 밝혔다. 각권 1만 9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시장의 힘’에 눈뜬 中정부

    중국이 세계적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는 사안 중의 하나가 ‘해적판’일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연일 ‘행정력’을 총동원, 해적판 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해적판 소탕작전’은 대륙 전역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효성은 별로 없다. 길거리 어디에서든지 10위안(1300원)이면 양질의 음반이나 CD,DVD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중국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 당국이 조만간 영화 관람료를 내릴 예정이라고 관영 신화사가 20일 보도했다. 인하 배경에는 지난 15년 동안 관람료가 무려 100배나 올랐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의 영화관 입장료는 1990년 평균 0.5위안(60원)에서 최근 50위안(6000원)으로 거의 선진국 수준으로 뛰었다. 하지만 관람료 인하 결정의 이면에는 강압적인 행정단속으로는 더 이상 해적판을 근절할 수 없다는 심각한 ‘반성’도 자리잡고 있다. 중국영화협회 양부팅(楊步亭) 회장이 지난 19일 폐막된 상하이(上海)영화제에서 “값싼 해적판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누가 값비싼 영화관을 찾겠느냐.”며 영화 관람료 인하를 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당국이 영화 관람료 인하로 방향을 바꾼 것은 영화관에 대한 수요를 늘려 궁극적으로 대체재인 ‘해적판’의 수요를 줄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동안 사회주의 체제의 단속과 지시에 익숙한 타성에서 벗어나 비로소 ‘시장의 힘’을 이용하겠다는 획기적인 발상이란 지적이 많다. 개혁·개방 25년이 지나면서 중국은 서서히 시장의 위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최근 부동산이 폭등하자 보유세와 거래세를 인상했고, 올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금리를 올렸다. 90년대 주룽지(朱鎔基) 총리 시절 부동산 폭등시 은행 대출 금지라는 극약 처방으로 위기를 넘겼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행정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시장의 힘을 이용하려는 변화가 ‘많으면 많을수록’ 중국의 경제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oilman@seoul.co.kr
  • [열린세상] 평양을 네번 다녀와보니…/김근식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

    북한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인지라 연구대상인 북한을 가는 것은 잦을수록 좋은 일이다. 북한연구도 지역연구라고 한다면 그동안 우리의 북한연구가 갖는 가장 큰 구조적 한계가 바로 연구대상지역에 대한 ‘접근불가능성’이었다. 따라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필자가 북한을 가보는 것은 어찌 보면 그동안의 연구의 부족함을 메우려는 조그마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필자는 6·15 민족통일축전에 참가하는 행운을 누렸다. 물론 필자에게 이번 방북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2001년과 2003년에 남북공동행사 참가차 방북한 적이 있었고 특히 2003년 9월에는 순수하게 평양관광을 다녀오기도 했다. 내게 첫 번째 방북은 분단의 땅에 발을 들어놓았다는 벅찬 ‘감동’과 동포를 만났다는 ‘민족애’로 가득 찼었고 두 번째 방북은 조금은 차분하게 북한의 어려운 ‘실상’을 직접 목도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다. 관광목적으로 갔던 세 번째 방북 길은 과연 북한에게 ‘변화의 희망’이 있는가를 고민했고 이번에 맞는 네 번째 평양방문은 남북이 정말 하나가 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생각케 하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번 방북은 민족통일축전 행사참여가 주목적이었고 평양 체류 사흘 내내 공식 만찬이 밤 10시 이후에야 시작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다. 속속들이 북을 들여다볼 시간이 충분히 없었던 셈이다. 평양 시민들과 함께 하는 대규모 군중행사에서 흘러나오는 민족공조와 조국통일의 구호는 오히려 조금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작 내게 궁금했던 것은 정치적 연설과 주장이 아니라 북한의 실제 삶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의 평양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었다. 물론 거국적인 행사준비 탓이기도 하겠지만 최근 들어 북한 내부의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경제에 활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순안공항에서 검색대를 통과하는 동안 공항 내부는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했고 모내기가 거의 끝난 논들은 풍성한 수확을 기다리는 듯 초록의 산뜻함을 뽐내고 있었다. 개막식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보인 국영상점은 늦은 밤인데도 상품진열대에 환한 불을 켜놓고 있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탓에 평양의 젊은 여성들은 패션 고무장화를 신고 있었고 거리마다 먹거리를 파는 ‘매대’는 빠지지 않고 보였다. 남북이 함께 하는 체육경기에서 도우미 역할을 했던 북측 여성들은 남쪽 못지않게 화사하고 고운 얼굴에 귀고리와 고급 머리끈을 하고 있었다. 시내 곳곳에 건설용 크레인이 보였고 밤에도 아파트의 전깃불이 드문드문 켜져 있었다. 행사기간에 한정된 것인지는 몰라도 분명 평양은 사람들이 사는 보통의 도시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평양은 여전히 하나의 거대한 정치 교육기관이었다. 남측 대표단의 행진에 조국통일 구호로 화답하는 연도의 평양시민들의 얼굴에는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 진지함과 절절함이 정말로 배어 있었다. 개막식과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주민들 역시 남측 대표단과 눈만 마주쳐도 바로 눈물이 흥건히 고이곤 했다. 모든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혁명과 건설’에 대한 신심을 확인하고 생활하는 잘 짜여진 사회시스템에 익숙해 있었다. 이는 노동을 독려하는 출근길 취주악단에서만 확인되는 게 아니고 라디오 음악에서도 TV의 연속극과 영화에서도 그리고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생활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켜지는 일상이었다. 여전히 평양은 일상생활과 문화전반에 걸쳐 인민들의 신념과 경건함을 재생산하고 재확인하는 진지한 교육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북측의 경건함이 최근 경제적 변화에 의해 조금씩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혁명과 건설에 대한 신심이다. 이같은 북한의 지나친 경건함이 조금은 불안하면서도 사실은 지금까지 위기 속에서도 북한을 지탱해 온 힘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와 대조되어 경건함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너무도 가벼워져 버린 남쪽 사회가 오버랩되기도 했다. 과잉경건의 북쪽과 과소경건의 남쪽이 이제 통일을 위해서라면 서로를 이해하면서 한쪽은 가벼움을 그리고 나머지 한쪽은 경건함을 배우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주목받는 700만 ‘단카이세대’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주목받는 700만 ‘단카이세대’

    일본의 전후 1차 베이비붐 세대인 이른바 ‘단카이세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기술 전수 단절을 우려하고, 생명보험업계도 노련한 현장 영업사원의 집단퇴장에 따른 위기감을 얘기한다. 백화점이나 은행은 물론 경찰이나 교직사회도 마찬가지다. 반면 단카이세대가 대거 퇴직할 때 예상되는 35조엔(325조원)의 퇴직금을 노린 은행과 증권회사 등의 쟁탈전은 벌써부터 뜨겁다. 이들을 겨냥한 여행상품도 개발중이다.2007년부터 집단퇴직이 시작되는 단카이세대 문제로 일본 전역이 시끌벅적해지고 있다. |하마마쓰(시즈오카현) 이춘규특파원|일본 패전후인 1947∼49년 사이 태어난 700여만명의 단카이세대. 넓게는 50대 중·후반도 포함시킨다. 정년을 눈앞에 둔 단카이세대의 문제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피아노와 관악기를 주로 생산하는 야마하㈜다. 한국에서도 야마하 피아노나 트럼펫, 색소폰 등은 소비자들의 눈에 익은 제품들이다. 야마하의 생산현장과 본사가 있는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 일원을 찾았다. ●중견생산직 2007년부터 집단 퇴직 지난 20일 낮 하마마쓰 시내에서 승용차로 40여분 걸리는 도요오카초의 야마하 관악기 공장을 방문했다. 회사 입구의 드넓은 주차장을 메운 직원들의 중형 승용차는 이들의 생활수준을 엿보게 해주었다. 출·퇴근 시간이면 이 공장 주변이 하마마쓰 시내로 오가는 야마하 사원들 차량으로 정체를 겪는단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머리가 허연 사원들이 유난히 많다.‘사오정’,‘오륙도’라는 자조적인 유행어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40∼50대들이 부러워할 일이지만, 이 회사는 생산직 사원의 50%를 차지하는 50대의 집단 정년을 우려,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책중 하나로 정년자 가운데 40%정도는 촉탁으로 재고용된다. 이들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공장을 안내한 마쓰무라 아쓰시 홍보과장이 보여준 생산부문 사원 연령 분포자료는 충격적이다.50대 사원이 50%이고,40대가 30%이다.40∼50대를 합치면 무려 80%다. 반면 30대는 10%,20대도 10%에 그쳤다. 특히 55,56세의 생산직 사원은 각각 전체 생산직의 10%에 육박한다. ●“하루빨리 기능을 전수하라” 이처럼 심각한 기능 단절이 우려되는 이른바 ‘2007년 문제’(단카이세대의 집단퇴직이 시작되는)의 상징적인 회사로 부각된 야마하 공장의 생산 현장에서는 숙련된 50대 사원들로부터 20∼30대 사원들에게의 기능전수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었다. 회사측이 2000년부터 집중적으로 기능전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기능전수 작업은 업무 시작전, 휴식중, 그리고 통상작업 종료 뒤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런 작업이 5년 정도 진행돼 상당한 기능전수 효과를 보고 있으며, 현재는 89개조가 활동중이다. 트럼펫 생산반에 속해 있는 야마무라 미쓰요시(53)는 사카이 모토쓰구(30)에게 짬을 내 조립기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들은 2년 예정으로 이같은 기능전수·계승을 하고 있으며, 벌써 1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특히 한 개 작업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기능을 차례로 전수한다. 클라리넷 생산반인 하가모토 히데오(54)와 마부치 아키라(25)도 환상의 콤비네이션을 자랑한다. 하가모토는 지난해 10월부터 아키라를 지도하고 있는데, 젊은 아키라가 너무 열성적이어서 가르치는 기분이 절로 난다고 했다. 처음에는 하루종일 함께 일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해 틈틈이 지도하고 있다. ●고도의 숙련도 필요한 피아노 생산라인이 가장 심각 관악기 공장을 둘러본 뒤 찾은 하마마쓰 시내의 그랜드피아노 생산공장은 단카이세대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관악기 공장보다 훨씬 고령화 현상이 심했다. 피아노의 경우는 관악기 보다 훨씬 오랜 기간의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고 한다. 80년대 이후 일본내의 피아노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 오랜 기간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은 것도 피아노 부분의 기능전수 문제가 심각해진 또다른 원인이다. 그나마 1999년 한차례 인적 구조조정을 실시했는데도 50대 생산직 근로자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란다. 이처럼 단카이세대의 상징적인 생산현장으로 부각되면서 야마하는 의외의 효과도 보고 있다.NHK 등 일본 언론들은 물론 해외 언론의 취재요청이 끊이지 않아 홍보팀은 일정조정에 정신이 없다. 공장견학도 적지 않다. 이날도 피아노 공장에는 수개 팀의 견학팀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제조업체 “중견인력 확보 어렵다” 단카이세대 고민은 야마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체의 약 30%가 단카이세대의 집단퇴직 문제로 기능·기술 전수가 단절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단카이세대 문제 해결이 일본 전체의 과제임을 보여준다. 지난 1월 정사원 30명이상의 기업중 1405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47∼49년 출생자가 전체 종업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2%였다. 하지만 제조업체는 그 비율이 9.8%로 전산업 평균을 웃돌았다. 그들의 퇴직으로 인해 인재확보나 기능전수에 위기감을 느끼는 기업은 전체적으로 22.4%였고, 제조업체로 한정하면 30.5%였다. 특히 정사원 300명 이상의 제조업체는 41.4%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이 걱정하는 이유로는(복수응답) ‘의욕있는 젊은이·중견층의 확보가 어렵다.’(63.2%)가 가장 많았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기능·노하우 전승에 시간이 걸려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68.5%)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나타났다. 대책으로는 ‘필요한 인재는 고용을 연장하는 방법 등으로 지도자로 활용한다.’가 전체(40.7%)는 물론 제조업(45.6%)에서도 가장 많았다. 이어 경력이나 신규채용 증가 순이었다. taein@seoul.co.kr ● 단카이세대란 |하마마쓰(시즈오카현) 이춘규특파원|단카이세대(團塊世代)는 2차대전 종전 후인 1947∼49년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를 말한다. 앞뒤 1년차까지 확대하기도 한다. 다른 해에 비해 신생아가 20∼50% 정도 많아 해당 인구 수만도 700만명에 이른다. 일본 전체인구의 5%에 해당한다. 세대끼리 잘 뭉치는 경향이 있어 경제기획청 장관을 지낸 작가 사카이야 다이치가 단카이(덩어리)라고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인구규모가 급격하게 팽창된 세대이기 때문에 진학·취직·결혼·주택문제 등에 있어서 심각한 경쟁을 겪었다.90년대 구조조정이 본격화됐을 때도 주표적이 됐었다. 하지만 풍부한 노동력 제공으로 일본의 고도경제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사회를 주도하던 이들이 2007년을 전후해 대거 정년퇴직을 맞게 되면서 긍정·부정적 문제들이 발생,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taein@seoul.co.kr ●‘기능전수 운동’ 야마하社 |하마마쓰(시즈오카현) 이춘규특파원|“노하우가 축적된 50대의 사원들, 특히 단카이세대가 급격히 퇴직하기 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능을 젊은 사원들에게 전수,‘2007년 문제’를 최소화하겠다.” 단카이세대 문제를 가장 단적으로 안고 있는 악기제조업체 야마하㈜의 호시노미야 히로미쓰 노무·인력개발과장은 단카이세대 대책을 이같이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단카이세대의 집단퇴장이 야마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생산직은 물론 사무, 영업직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30대는 리더십과 경험이 없다. 그래서 선배세대들이 리더십·기능을 전수하도록 연수도 시키고, 개인적으로 조를 편성해 교육한다. 특히 관리기술이 떨어지는 게 걱정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정년퇴직사원을 촉탁으로 채용하고 있다.200여명 중 80명 정도가 촉탁으로 채용된다. 앞으로 수년간은 노련한 퇴직자들의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촉탁을 활용한다.‘프롬투(40∼50대로부터 20∼30대들에게 기능을 전수하는)운동’이 핵심이다. ▶단카이세대의 비중은. -생산직은 50대 사원이 무려 전체 사원의 50%정도를 점한다. 사무직도 3분의 1정도다. ▶사무직은 어떤 문제가 있나. -사무직이나 영업직도 여러 문제가 있다. 그래서 시니어파트너제를 이용, 전수하고 있다. 특히 전문기능이 필요한 재무나 회계 분야 사원은 정년후에도 촉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단카이세대의 집단퇴장을 조직이 젊어지게 하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은. -흔히 세대교체를 말하는데 아직은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 우리 회사는 기술이나 기능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보기술(IT) 기업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는 다르다. ▶다른 회사들도 단카이문제가 있나. -철강, 조선, 중공업 등 100년 이상된 회사들의 사원들 연령구성이 야마하와 비슷하다. 심각하다. 다만 우리처럼 극단적으로 단카이문제가 있는 회사는 흔치 않다. 자동차 등 많은 제조업체들은 일찍부터 이 문제에 대응해왔다. ▶단카이세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차원의 지원정책은 있나. -그렇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고용안전 관련법은 정년연장과 재고용을 지원한다. 정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하면 단카이세대의 연금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최소 3∼5년간 정부의 이런 정책이 계속될 것이다. 후생연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고용 재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taein@seoul.co.kr
  • 盧 “부동산정책 이해관계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문제와 전방부대 총기 난사 사고에 대해 언급했다.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가 출범 때부터 고강도로 펴왔다는 점에서, 총기 사고는 전날 군 수뇌부와 골프회동을 한 직후 터졌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사안이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에 답이 다 있다.”면서 “그런데도 정책으로 채택되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이해관계와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방향으로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투기로 얻은 초과이익의 철저한 환수로 투기심리가 사라지도록 하고 ▲시장이 투기적 세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세금의 전가가 이뤄지지 않도록 공공부문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세 가지를 꼽아 앞으로 내놓을 부동산대책이 주목된다. 이어 “이런 정책이 참여정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정책수단을 강구하고 국민적 동의하에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총기사고에 대해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과학적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민간전문가들도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반을 만들어 대처하도록 하라.”면서 “사고 자체에 대한 조사와 함께 문화적·구조적 요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에 대해 심층적인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노 대통령은 “군 기강에 대한 점검과 함께 군의 복무환경이나 조직문화 등 사회문화적 요인에 대해서도 폭넓은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진상에 대해 국민들이 한점의 의혹도 갖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항운노조 ‘구조적 부패’

    항운노조 ‘구조적 부패’

    취업관련 금품수수, 행사관련 리베이트, 법인카드 유용, 공금 횡령. 검찰이 들춰낸 항운노조의 행태는 ‘비리의 종합세트’였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권재진)는 20일 올 1월부터 6월까지 전국 6개 검찰청에서 항운노조 비리를 수사해 모두 80명을 입건, 최대 노조인 부산항운노조의 전ㆍ현직 위원장 3명을 비롯해 모두 4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가운데 35명은 구속기소,14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취업희망자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들에겐 확실한 ‘돈줄’이었다. 부산항운노조 박모 위원장, 인천항운노조 최모 조직부장 등 45명은 노조의 채용, 전환배치, 승진 등과 관련해 20억 6400만원의 금품을 챙겼다. 부산항운노조 오모 전 위원장 등 57명은 노조건물 신축비, 안전장구 수리·구입비, 노사 공동관리의 산업안전기금 등에서 14억 3600만원의 공금을 빼돌렸다. 경북항운노조 김모 위원장 등 6명은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사용하거나 간부차량 유지비로 전용하는 등 2억 9300여만원을 멋대로 썼다. 노조에서 발주한 공사의 수주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도 8명, 금액으로는 1억 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하역업체 직원들이 항운노조와 결탁해 노조원의 노임을 올려주거나 조합가입 희망자로부터 가입 알선을 미끼로 금품을 받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결과 항운노조의 비리는 구조적인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항운노조는 노동부장관으로부터 3년마다 허가를 받아 관할지역별로 근로자를 공급하는 권한과 함께 노조에 가입된 자만 채용될 수 있는 클로즈드숍 구조를 갖고 있다. 아울러 위원장 중심의 독선적 조직구조와 노조 내부의 파벌주의, 사조직화가 심화되면서 간부들의 전횡과 부정부패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권재진 대검 공안부장은 “항운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조도 비리 단서가 포착되면 노조 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급류타는 6자회담] 美 “구체적 복귀 날짜 왜 안밝히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만나 다음달 6자회담에 복귀할 의사를 시사한데 대해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평가절하’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 정부는 물론 중국과 일본측에서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환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왜 이처럼 신중한 반응을 보일까?●“신뢰가 없기 때문에…” 워싱턴 고위 외교소식통은 “신뢰가 없기 때문에 그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말은 많지만 행동이 없다.”면서 구체적인 회담 날짜가 나와야 복귀 의사를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측 일부 핵심 인사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핵을 보유하는 쪽으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하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같은 원초적인 불신 때문에 북한의 최고통치자인 김 위원장의 발언조차 ‘또다른 의도를 가진’ 것으로 미국 당국자들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국무부의 애덤 어럴리 부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에) 구체적인 회담 날짜가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조건없이 회담에 복귀해서 진지하게 논의에 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워싱턴의 한국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 내용만으로는 발언 의도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며 “방한 중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담당 차관보 등이 주말을 이용해 한국 당국자들로부터 북한측의 발언을 정확하게 전해들은 뒤 추가로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미국, 남북 접근에 경계심? 국무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정 장관과 5시간이라는 “매우 이례적으로 긴 시간” 동안 면담하고,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미국이나 중국이 아니라, 남북 채널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흥미롭다.”,“분명히 중요하다.”,“어떤 의미에선 매우 중요한 상황 전개”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열릴 남북장관급회담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남북대화 채널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측에 회담 복귀 날짜를 물어볼 의사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계획이 없다.”면서 북한이 만약 회담에 복귀하더라도 중국이 날짜를 조정하거나, 북한이 한국을 통해 날짜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을것으로 예측했다.●라이스 “北 6자회담 불참 변명 좋아해” 이와 관련 북한은 계속해서 6자회담에 불참하는 것에 대해 변명하기를 좋아한다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비판했다. 라이스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이 백악관이 북한의 수사법(rhetoric)을 진정시킬 때인지’를 묻는 질문에 “북한 관리들은 그들이 왜 6자회담에 올 수 없는지를 변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폭스 뉴스를 인용해 AFP통신이 보도했다.그는 “그들이 6자회담에 참가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 남한, 그리고 미국이 일치된 방식으로 ‘이제 핵무기를 없앨 때이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아서이다.”고 말했다.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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