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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언대] 아파트 구조, 복합시스템으로 바꿔야/이원호 광운대 교수·한국복합화건축회장

    국내 아파트 구조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 적용돼 왔다. 초기 조적조(組積造·벽돌쌓기)에서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는 RC라멘조,PC조적조,PC라멘조 아파트가 주류를 이뤘다. 이후 현재까지는 시공이 간편하고 공사비가 저렴한 장점을 가진 벽식구조가 주요 구조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80년대초부터 국내 아파트 구조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벽식구조는 그러나 집 내부가 콘크리트벽으로 되어 있어 건축물이 오래돼 낡을 경우 리모델링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지녔다. 설령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때문에 모든 아파트를 재건축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부동산 과열 등 사회적 문제, 건축 폐자재 대량 발생 등 환경적인 문제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이 무분별한 재건축을 억제하고 주택 수명을 늘리기 위한 가변형 주택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 내진설계 기준 강화, 바닥 충격음 규제, 주택성능등급표시제 시행 및 발코니 확장 허용으로 아파트 형식도 벽식구조에서 리모델링이 쉬운 가변형 주택으로 전환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국내 건설 여건 및 입주자의 기호 등을 고려한 최상의 가변형 주택의 모델은 기존의 집 내부 콘크리트벽체를 기둥 및 경량건식벽체로 대체해 하중을 ‘기둥+슬래브(무량판)’가 지지하도록 한 구조방식이어야 한다. 국내 아파트는 대부분 채광 등을 고려해 폭 대 길이의 비를 4대1로 설계한 판상형이다. 지진 발생시 구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측벽 및 집과 집을 가르는 벽은 기존 콘크리트 벽체를 사용하고 기둥+슬래브(무량판)와 콘크리트벽체가 저항하는 복합구조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다만 삼풍백화점 붕괴에서 보듯이 순수 무량판 구조는 기둥과 슬래브 접합부에 안전이 취약하므로 구조성능실험 등을 통해 사전에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복합구조시스템의 장점은 내부 칸막이 설계가 자유로워 리모델링이 쉽다. 벽식구조 대비 바닥 중량 충격음을 3㏈ 이상 낮춰 거주 성능이 향상되며, 구조체가 단순해 시공성 향상 및 공기단축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 발코니 확장도 쉬운 최상의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벽식구조의 단점을 해소하고 무분별한 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복합구조 시스템으로 조속히 전환돼야 한다. 이원호 광운대 교수·한국복합화건축회장
  • 은행권 ‘연말 희비’

    은행권 ‘연말 희비’

    연말 은행원들의 표정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낸 국내 은행들 중 일부는 노사협상이 타결돼 연말 특별성과급 잔치를 벌이기 시작했다. 아직 노사간 막판 줄다리기를 하는 은행이 많지만 곧 타결될 분위기여서 특별 보너스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가 높다. 반면 노사협상 결렬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은행도 있다. 외국계 은행들은 노사갈등에다 한국에서의 실적이 예상 외로 부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엄청난 실적을 낸 데에는 직원들의 공이 컸기 때문에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의 이익이 영업에서 발생했다기보다는 부실자산이 줄어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아 달성된 만큼 지나치게 많이 성과급을 주는 것보다는 자산건전성 확보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임금 인상과 성과급 ‘대박’ 국민은행은 13일 “올해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총액기준 3.8%, 비정규직 근로자는 두 배인 7.6%를 인상하기로 노사 양측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특히 기본급의 250%에 이르는 연말 특별성과급을 보로금 형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보로금은 일상적인 월급과 상여금 외에 은행들이 연말에 실적을 많이 냈을 경우 예산과 상관없이 보상금조로 지급하는 특별성과급이다. 국민은행의 보로금 지급액은 약 1300억원으로, 직원들은 평균 500만원가량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은행도 지난 5일 임금 3.8% 인상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월 급여의 100%를 보로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이 보로금을 지급하기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우리은행 관계자는 “노사가 구두로 합의하긴 했지만 예금보험공사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임금인상과 연말 성과급 지급을 놓고 노사가 아직 협상 중이지만 임금인상은 4% 안팎에서, 성과급은 200∼300%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2003년부터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 순이익의 1%를 직원들에게 주식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우울한 연말 국내은행 가운데에는 신한은행과의 통합을 앞둔 조흥은행의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 신한은행과의 직급조정 문제로 사측과 큰 의견차를 보여온 조흥 노조는 지난 6일 노사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임금인상과 성과급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기업은행도 올해 3·4분기까지 609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정부와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빈주머니로 연말을 보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하반기 들어 두 차례나 파업을 겪고, 노조의 태업이 계속되는 한국씨티은행도 임단협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씨티는 매년 IPA라는 개인특별성과급을 지급하는데, 대상자는 한미 출신은 부부장·부지점장 이상, 씨티 출신은 부장급 이상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이를 폐지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모두 모아 전직원이 고루 나누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 지점을 운영하는 외국의 유명한 은행들의 연말 표정도 밝지 않다.HSBC, 도이치뱅크,JP모건체이스,ABN암로,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 등 한국 내 자산규모 상위 5위권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지난 3·4분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모두 줄었다. 국내지점이 8개로 자산규모 1위인 HSBC의 경우 3·4분기 순이익은 224억원으로 작년 동기(672억원)보다 무려 67%나 감소했다.SCB도 347억원에서 257억원으로 26% 줄었다.JP모건체이스의 순이익은 5억원에 그쳤으며, 도이치뱅크와 ABN암로는 각각 202억원과 16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같은 실적은 국민, 신한지주, 우리금융, 하나은행 등 4개 주요 국내 금융사의 3·4분기 순이익이 2조 2017억원으로 평균 86%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은행들이 수익다변화에 실패할 경우 일본에서와 같이 국내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내안의 유인원/프란스 드발 지음

    유전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침팬지는 권력과 피에 굶주린 가부장적 동물로 정평이 나 있다. 반면 최근에야 그 독특한 본성이 연구되고 있는 보노보는 침팬지만큼이나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이면서도 평화를 추구하는 가모장적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권력을 갈구하는 침팬지와 평화를 추구하는 보노보 중 어느쪽을 더 닮았을까. ‘내안의 유인원’(프란스 드발 지음, 이충호 옮김, 김영사 펴냄)은 이렇게 대조적 본성을 지닌 두 영장류를 통해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인 인간의 초상을 바라보고자 한 책이다. ●집단 이루고 다른집단과 전쟁하는 침팬지 사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인간의 본성에서 오로지 침팬지의 ‘도살자 유인원’ 측면만 부각시켜 왔다. 침팬지 연구에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제인 구달을 비롯해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 영장류를 다룬 명저들 대부분이 인간의 이기심과 공격성을 강조한 것들이다. 반면 저자는 침팬지 연구와 함께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보노보’의 존재를 인류의 진화연구에 복권시킨다. 관찰결과에 따르면 침팬지 수컷들은 홀로 있는 다른 집단의 침팬지들을 발견하면, 협력하여 그 뒤를 쫓아 제압해 죽인다. 확실히 죽이고, 나중에 이를 확인까지 한다. 이들은 또 사회집단을 이루어 다른 집단과 전쟁을 벌인다. 연구팀은 사육하던 침팬지들을 숲으로 돌려보내려고 시도했지만, 야생 침팬지들이 너무나도 사나운 반응을 보여서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인 구달이 인류 최초로 발견해 보고한 내용 중에도 침팬지의 육식, 도구 제작과 활용, 집단폭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침팬지 사회에선 유아살해도 종종 자행된다. 반면 250만년 전쯤 침팬지와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보노보는 폭력하고는 거리가 먼, 평화를 사랑하는 동물처럼 보인다. 설령 충돌 직전까지 가도 섹스를 통해 타협하고 긴장을 해소한다. 보노보는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섹스를 즐기며, 신이 인간에게만 준 체위라고 하여 ‘선교사 체위’란 별칭이 있는 정상위는 그들에게도 ‘정상위’이다. ●섹스 즐기며 약자 돕는 보노보 보노보는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도덕적 감성을 갖춘 동물이다. 실험결과 정상적인 보노보들은 자신들과 아무런 가족적 관계가 없음에도 심장병을 앓고 있는 보노보를 도와 지속적으로 안내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자신에게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이타적 행위는 적자생존이란 자연의 법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두 영장류는 550만년 전 인간이 갈라지기 전까지는 인간과 같은 조상을 갖고 있다. 결국 유전학적 계통수에서 침팬지와 보노보에 앞서 갈라져나갔던 인간의 본성엔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대조적인 이 두 가지 성격이 불안하게 결합돼 있다. 역사적으로 자행된 수많은 야만적 전쟁,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엽기적 범죄는 분명 침팬지의 폭력과 권력 성향을 닮았다. 반면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을 흘리고, 지하철에서 취객이 떨어지면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구하는 본성도 지니고 있다. 그중 우리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의 중요한 결론은 우리가 지닌 양면성을 우리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즉 한쪽 면이 다른 쪽면 보다 더 표출될 수 있도록 환경이나 동기를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쌍방이 서로 의존적인 관계를 만듦으로써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유럽공동체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은 후 이같은 상호의존 개념에 바탕을 두고 창설되었다. ●인간이 지닌 양면성 스스로 통제 가능 인간은 서로의 도움에 바탕을 둔 소규모 사회에서 진화해왔는데, 저자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다시 만들어내야 하는 조건이 바로 그런 사회다. 직업과 학업 등을 위해 매일 장거리를 이동하며 주거영역과 활동영역이 분리되어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이 단절된 도시생활은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더 나아가 범죄의 증가를 낳는다. 반면 같은 구역내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소규모 공동체들로 이루어진 도시를 설계한다면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내부에 있는 유인원을 선택할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1만 29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한·중·일 문화교류포럼 발족

    한·중·일 문화교류포럼 발족

    한·중·일 3국의 문화교류 증진을 위해 창설된 ‘한·중·일 문화교류포럼’이 6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포럼에는 한·중우호협회 회장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용운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 최성홍 전 외교통상부 장관, 중국 리더요우 대외문화교류협력회 상무부회장, 천용창 중·일우호협회 부회장, 일본 히라야마 이쿠오 일·한문화교류회의 좌장 겸 일·중우호협회 회장 등 14명이 참석했다. 한·중·일 문화교류포럼은 창설 취지문에서 “3국간의 문화적 교류를 더욱 실천적으로 활성화시킴으로써 창조적인 동북아 문화의 창달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민간 차원의 문화공동체 실현을 위해 각국 문화단체와의 연대를 발전시키는 한편 구체적인 문화교류 사업방안과 구상을 정부 당국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내년 전체회의는 베이징,2007년에는 도쿄에서 개최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전경련 연말모임 ‘명암’

    재계를 대표하는 연말모임 2개가 6,7일 잇따라 열린다. 한 해를 마감하고 주변을 돌아보는 모임이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대조적이다.●400여명 참석한 경제인의 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서울 청담동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경제인의 밤 음악회’를 열고 이웃사랑과 나눔정신을 함께했다.강신호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현정은 현대 회장, 김대환 노동부장관, 강대형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재계 인사 400여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전경련 회원사들은 시각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점자 정보단말기 1241대를 기부했다.●`빅4´ 불참한 총수 송년회 전경련은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회장단 및 고문단 송년회를 갖는다.한 해를 마무리 짓는 재계 총수들의 모임이지만 최근의 재계 분위기를 반영하듯 저조한 참석률로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는 갖지 못할 전망이다. 삼성, 현대차,LG,SK 등 재계 ‘빅4’의 총수들은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현 동양 회장은 미국 출장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올해 그룹을 빛낸 ‘대외 수상자 초청 만찬회’ 관계로 각각 불참을 통보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등도 선약과 해외 출장으로 불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송년회는 김준기 동부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총수 7∼8명만 참석할 전망이다. 고문단을 포함해도 10명 남짓이다. 전경련은 참석률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자 연례행사였던 언론의 포토타임도 생략하기로 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 호텔 장애인 시설 ‘낙제점’

    ‘장애인에게는 너무 먼 호텔’ 올초 한·일 대학생 교류대회에 참석하려던 시각장애인인 일본인 A씨는 쓰라린 경험을 해야 했다. 안내견을 이끌고 호텔을 구하려 했지만 모든 호텔에서 거절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안내견 출입이 가능하다고 밝힌 호텔은 안내견을 호텔 로비에 맡길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결국 A씨는 종로의 허름한 민박집에서 묵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내 주요 호텔 23개를 조사한 결과 호텔의 장애인 편의시설 점수는 54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가 지난 8월부터 시내 특급호텔 23개의 출입문, 화장실, 객실 등 10개 항목별로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시민연대는 이달말 서울시 지원을 받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장애인 여행객을 위한 호텔·음식점 안내책자를 펴내기로 했다. 5일 시민연대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하는 호텔은 전체의 35%에 달했으며, 고급 호텔일수록 거부 의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안내견은 온순한 개만을 뽑아서 수년동안 훈련을 거쳤기 때문에 안전한데도 호텔측에서는 애완견과 똑같이 취급한다.”면서 “안내견 출입을 금지하면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체 호텔의 70%가 ‘장애인용 객실’을 설치했다고 밝혔으나, 지난 199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에 관한 법령의 기준에 맞춰 설계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호텔 로비에 설치된 프런트 데스크(안내 접수대)의 높이도 모두 1m이상으로 휠체어 이용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각 장애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을 갖춰놓은 곳도 한 군데도 없었다. 알람을 대신하는 진동베개나 화재를 알리는 경광등 등을 구비한 외국의 호텔과는 대조적이었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내집앞 눈 쓸기’ 관공서는 예외?

    ‘내집앞 눈 쓸기’ 관공서는 예외?

    정부와 관공서는 ‘내 집 앞 눈치우기’의 무풍지대일까. 휴일 폭설과 한파로 서울의 기온이 영하 8.8도로 뚝 떨어진 5일. 서울 시내를 돌아다녀 본 결과, 정부기관과 관공서 주변의 인도는 ‘빙판 지대’ 투성이었다. 상당수 주택가 주민들이 자기 집 앞의 눈을 말끔히 치운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8월 건물주의 제설·제빙 책임을 규정한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많은 눈이 내렸지만 막상 정부기관과 관공서 주변은 예외였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이날 국회의원들이 주로 출입하는 남문 쪽 인도와 도로는 눈이 내린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했다. 국회 정문으로 통하는 인도도 제설·제빙이 이뤄졌다. 그러나, 한강 둔치와 맞닿은 동문과 북문, 헌정기념관으로 통하는 인도와 도로는 온통 빙판길이 돼 통행하는 차량조차 번번이 미끄러졌다. 서울 시내의 일부 구청도 눈에 보이는 정문만 치워졌고 별관이나 뒷문과 맞닿은 인도는 얼어붙은 채 있었다. 영등포세무서와 정부 기관의 한 연구소를 둘러싼 담벼락의 인도는 통행조차 쉽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재동의 헌법재판소. 정문을 사이에 두고 두 갈래 인도가 모두 빙판길이었다.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도이지만 제설·제빙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인도로 통행이 어렵자 도로 끝으로 걸어다니는 모습도 목격됐다. 헌재는 빙판 진 인도에 모래만 뿌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청동 감사원도 본관 앞 도로는 깨끗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본관 맞은편의 제2별관쪽 인도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자연재해대책법상 건축물 관리 책임자는 건축물 주변의 보도, 이면도로, 보행자 전용도로의 제설·제빙 작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주간에는 눈이 그친 시간부터 4시간 이내, 야간은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치워야 한다. 소방방재청 방재대책기획팀 관계자는 “정부기관이나 관공서도 일반 건물과 똑같이 주변 인도와 이면도로의 제설·제빙 책임이 적용된다.”면서 “현재 계도차원에서 적극 홍보하고 있는데 관공서가 치우지 않는 건 달리 할 말이 없다.”고 겸연쩍어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자율학교’가 뭐길래

    올 처음 자율학교로 지정된 전남 곡성고에 외지 우수학생이 대거 몰려 신흥 명문고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4일 이 학교에 따르면 최근 2006년 신입생 원서접수 마감결과 140명 정원에 170명이 지원,30명이나 초과됐다. 농어촌이나 도서벽지 학교들이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지원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위 10% 안에 드는 성적 우수자인 데다 3분의1이 넘는 50명은 곡성이 아닌 광주와 전남·북, 경남 등지의 학생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자율학교로 지정돼 교육부로부터 재정·행정적 지원을 받는 데다 교육과정 조정 등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이 우수학생이 몰리게 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곡성고는 이미 교육과정도 일부 조정하고 8월 외국 유학파 영어교사 1명을 영입했으며, 내년 3월쯤 우수 교사 4명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좋은 여건을 찾아 몰려드는 외지 학생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역 학생들의 진학폭이 줄어드는 엉뚱한 피해가 발생,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학교 측은 이에 따라 최근 140명인 입학정원을 150명으로 늘려줄 것을 도교육청에 건의했다. 이 학교 오남종(59) 교장은 “자율학교는 여러가지 특혜를 받기 때문에 타학교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며 “이번 성과를 계기로 곡성고를 전국의 새로운 명문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반영구 ‘코골이 임플란트’ 시술

    코골이 문제의 또다른 해법으로 ‘코골이 임플란트’가 최근 국내에 선보였다. 임플란트란 기능을 잃은 신체 조직을 회복시켜 주는 인공 대치물을 뜻하는데, 코골이 임플란트는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길이 18㎜의 얇은 막대 모양의 실을 이용해 코골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것. 독일 로젠버그대학과 맨하임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이 수술법은 최근 예송이비인후과 박동선·이종우 원장팀에 의해 국내 최초로 시술됐으며, 그 결과 환자의 수면무호흡지수와 코골이지수가 크게 완화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의료팀이 밝혔다. 임플란트 치료법은 연구개나 목젖, 편도선 등 상기도조직을 제거하는 기존 수술치료법과 달리 다른 조직을 연구개 근육층에 삽입하는 임플란트 방식이다. 폴리에스테르 천으로 짜인 3개의 실을 연구개 시작점에 삽입(그림), 우산살처럼 늘어진 연구개를 팽팽하게 당겨 코골이는 물론 가벼운 수면무호흡증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간이 지나면 삽입한 임플란트의 섬유조직과 구강내 표피조직이 어울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수술 시간이 20여분으로 기존 수술의 10%에 불과하며 국소마취로 시술하기 때문에 통증이 거의 없고 회복이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술 후 코골이 빈도와 소리가 주는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시작해 10주쯤 후 임플란트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타난다. 노화로 연구개가 다시 늘어질 경우에는 기존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다시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이 시술법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의 원인이 연구개가 아닌 턱이나 혀, 편도선에 있을 때는 효과가 없으며, 수면무호흡 지수가 10∼15 이상인 중증 환자는 별도의 수면무호흡 치료가 필요하다. 박동선 원장은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면무호흡의 중증도와 다른 부위의 문제를 파악해야 하므로 임플란트 시술 전에 반드시 수면다원검사와 후두내시경 검사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증시구조 ‘업그레이드’

    증시구조 ‘업그레이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주가지수 1300-700선 시대’를 맞으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시적인 상승세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따른 증시의 대형화, 지수의 장기상승 등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증시 전망도 장밋빛 기대감이 넘치고 있으나, 일반투자자들이 증권사들의 지나친 낙관론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통 증권사들은 증시를 좋게 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경기, 펀드 3박자의 힘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14포인트(0.32%) 오른 1310.12를 기록, 이틀째 1300선을 유지했다. 코스닥지수도 6.44포인트(0.89%) 상승한 733.87로 3일째 상승하며 730선마저 돌파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893.71(1월3일)에서 출발,5월에만 평균치가 잠시 주춤했을 뿐 매월 꾸준히 오르면서 4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도 390.40에서 시작해 5월에만 멈칫했을 뿐 두배 가까이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21일 연속 상승이라는 깨지기 힘든 기록도 세웠다. 증시의 규모를 나타내는 시가총액도 유가증권시장은 연초 411조 3690억원에서 1일 기준 612조 8160억원으로 49.0%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은 31조 9300억원에서 71조 4080억원으로 123.6%나 커졌다. 올해 주가상승의 힘은 ▲기업실적의 호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한 자금력 등 3대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실적의 호조가 외환위기 이후 강도높은 구조조정 효과와 기업체질 강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간접투자의 위력은 지난 5월 이후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외국인을 제치고 증시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부상시켰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손동식 부사장은 “현재의 주가 상황은 버블(거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내년 증시 화두는 성장 증권사 직원들과 투자자들은 올 봄과 여름의 주가 상승기에만 해도 ‘대세 상승’을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수가 1200선,1300선을 잇따라 뛰어넘자 두툼해진 성과급 등을 통해 실감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분기별 성과급을 지급했다. 상반기에 3000억원대의 수익을 올린 현대증권도 최근 전 직원에게 급여의 60%를 경영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과거처럼 흥청거리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거리에 빈 택시가 줄었고 고급 식당이 북적이며, 골프채를 바꾸는 모습들도 눈에 띄게 늘고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의 화두를 ‘성장’으로 꼽았다. 상장기업의 실적호조가 계속되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상황도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56개 주요 코스닥기업의 내년 실적을 추산한 결과, 매출은 올해보다 17.2% 늘고, 영업이익은 48.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코스피지수는 1600선, 코스닥지수는 800선의 돌파도 무난히 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성장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에는 탄탄한 내재 가치를 지닌 가치주가 각광을 받았다면, 내년에는 안정성은 비록 떨어져도 이익증가폭이 큰 성장 종목을 추천한다. 벤처기업 중심의 정보산업(IT)과 자동차관련 종목 등을 유망업종으로 꼽았다. 대한투자증권 정윤식 팀장은 “국내 내수 회복과 수출력 지속, 글로벌 경제상황 등이 모두 긍정적인 흐름을 보여 성장주 위주의 증시가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올해 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일부 종목이 급상승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일부 테마주에 대해선 내년 상반기 조정 시점에서 하락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한국 내년 5.1% 성장” OECD 세계경제 전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9일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5.1%로 전망했지만 가계부채에 따른 민간소비 제약과 부동산 대책에 따른 건설경기의 위축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OECD는 이날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에서 한국은 내년에 소비 회복세가 계속되고 수출도 호조를 보여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5.1%,5.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월 한국 경제보고서를 낼 때의 성장률 전망치 4.9%보다 0.2% 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9%로 점쳤다. 하지만 가계채무의 불이행에 따라 민간소비가 위축될 구조적 요인을 안고 있으며 부동산 대책에 따른 향후 건설경기의 위축 가능성을 지적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길섶에서] 노익장/이상일 논설위원

    이른 송년회 모임.50대 중반의 한 선배가 입을 열었다.“나이가 들면 3가지 업(UP)을 해야 한다.”그렇게 운을 떼고 나열했다. 첫째 클린 업. 목욕 잘 하고 머리라도 잘 빗고 다녀야 한다. 둘째 드레스 업. 옷이 구질구질해서는 안 되며 말끔하게 입고 다녀야 한다. 셋째 셧 업.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아껴야 한다. 그리고 그 선배는 “더 이상 말 하지 않는다.”고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원칙을 지키는 생활도 있구나.’ 하는데 다른 선배가 요즘 자신의 근황을 들려주었다. 고희를 앞둔 68세. 완숙한 노년기를 보내는 그는 한 기업인에 대한 전기를 집필중이라고 말했다. 수십년전의 자료도 뒤지고 관련되는 사람들도 만나 취재를 한다. 이미 원고지로 500장 정도를 써놨는데 마음에 안 들어 다시 고쳐야겠단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힘이 빠지고 죽게 된다.”고 말했다. 무엇 하나 붙들고 이루려고 해야 활력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노선배는 나이답지 않게 젊어보였다. 원칙을 지키려는 선배와 함께 노익장을 과시하는 선배, 모두 좋은 처신처럼 보였다. 생활수칙도 지키면서 창조적인 일을 겸하면 금상첨화 아닐까.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 [Doctor & Disease] 서울보훈병원 박승철 원장

    [Doctor & Disease] 서울보훈병원 박승철 원장

    “흔히 조류 인플루엔자(AI)를 인간의 독감과 동일시하는데, 전혀 다릅니다.AI가 오리나 철새를 숙주로 하는 데 비해 독감은 사람이나 말, 고래 등 영장포유류에만 기생합니다. 과거의 전례에서 보듯 이 바이러스가 어떤 변이를 일으키느냐가 문제지만 미리 공포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대비는 필요하지요.” 최근들어 전 세계를 옥죄고 있는 용어가 바로 AI, 즉 조류 인플루엔자이다. 인류의 공포는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면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된다. 특히 AI의 진원지 격인 중국이 우리나라와 인접해 인적·물적 교류는 물론 두 지역이 철새의 통로에 있어 우려를 더하게 한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감염질환의 개척자로 2003년 보건복지부의 ‘SARS(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대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서울보훈병원 박승철(66) 원장은 “문제는 바이러스의 변이이고, 이런 점에서 취약한 환경조건의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위협이나 그렇다고 독감을 AI와 동일시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와 AI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AI란 어떤 질병인가. -닭, 오리, 야생조류 등의 독감을 말한다. 독감은 조류뿐 아니라 사람 등 영장포유류도 걸린다. 조류의 장 속에서 기생하는 AI는 보통 때는 별 증세를 일으키지 않지만 이게 닭에게 전파되면 1∼2일 후 감염된 닭의 80∼100%가 죽는다. ▶AI가 위협이라고 여기는 근거는 무엇인가. -닭, 오리 등 가금류와 사람이 같이 생활하는 게 문제다.20세기 이후 재앙 수준의 독감 대유행이 3회 있었는데, 그 원인 바이러스가 바로 ‘H5N1’으로 불리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직접 또는 변이를 일으켜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거론되는 AI는 닭의 독감이지 결코 인간의 독감은 아니므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AI가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느낄 만한 사례가 있는가. -1918년 스페인독감,1957년 아시아독감,1968년 홍콩독감 등이 모두 AI바이러스에서 비롯됐으며 이것이 위협의 근거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인가. -AI바이러스이 특성 때문이다.RNA바이러스에 속하는 이 바이러스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끊임없는 변이를 통해 새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 바이러스가 작은 변이를 일으키면 일반 독감 정도에 그치지만 대변이를 일으키면 인간에게 면역이 돼 있지 않아 막대한 인명피해를 낸다. 사례를 통해 보면 대변이에 의한 독감이 닥칠 경우 인구의 20∼50%가 감염돼 이 가운데 10%가 입원하며 이 중 3∼4%가 사망한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생길 경우 3만∼4만명은 사망한다는 결론이다. ▶AI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인가. -AI든 인간 독감이든 기본구조는 같다. 바이러스는 H와 N항원구조로 돼 있는데,H에 15개,N에 9개의 아형이 존재해 이의 조합에 따라 ‘H5N1’도 되고 ‘H3N2’도 된다. 이렇게 변이하는 종류는 셀 수가 없다. ▶바이러스의 성격상 국지적 방역이 무의미한데, 국가별 대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맞는 말이다. 독감은 공기와 접촉 2방향으로 전파되는데, 글로벌시대답게 근래에는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전파되는 데 불과 4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걸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의 국가 대책은 어떤가. -다행히 우리는 WHO(세계보건기구)와 연계, 지난 97년 홍콩 AI 발생 때부터 대책을 준비해 왔으며,2001년에는 보건복지부가 독감 경보 및 대책수립 시스템인 ‘KISS’를 가동해 오고 있는데, 이게 외국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잘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박 박사의 설명은 구체적이었다. 그는 현재의 ‘H5N1’이 변이를 통해 신종 슈퍼독감으로 돌변할 수는 있으나 놀라운 독성과 전파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이렇게 말한다.“이게 대변이를 일으켜야 창궐이 가능합니다. 신형 슈퍼독감은 지난 68년에 유행했고,40년 주기설에 따르면 언제든 유행할 가능성은 있으나 우려할 근거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이 바이러스는 인위적 생산이 가능해 이를 생물테러의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지요.” ▶이에 대해 세계 보건의학계에서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의학계도 WHO의 독감 대유행에 대비한 정책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2000년 이후 제네바에서 매년 전 세계 독감 전문가들이 모여 방역대책과 예방, 항바이러스제제 비축문제를 논의하고 있고, 각국 정부 및 의료계, 제약업계에도 새 지침을 배포했다. ▶AI백신은 개발되고 있는가. 또 그 유효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두가지 방향에서 생각할 수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백신은 닭의 AI 예방용으로, 우리나라도 수의과학검역원과 중앙백신연구소에서 개발해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모델이 나타나지 않아 신형 슈퍼독감 백신은 손도 못대고 있다. 백신은 앞서 말했듯 다른 생명체로 전파하는 기능의 H항원과, 증식된 바이러스가 기존 세포에서 이탈하도록 하는 N항원의 기능을 무력화시켜야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현재 거론되는 타미플루나 릴렌자는 항바이러스제일 뿐 백신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AI가 인간에게 전이될 경우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가능성이 있는 얘긴가. -이게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바이러스는 핵탄두와 미사일에 비견된다.AI바이러스가 아무리 독해도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거나 인체에서 독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만약 기존 ‘H5N1’의 독성에 흔한 독감의 전파력을 갖춘 신형 슈퍼독감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면 대재앙이 올 것이다. ▶우리 진료체계에 문제는 없는가. -우리의 치료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사스에도 잘 대처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박 박사는 “걱정없다.”고 했지만 정책 문제에 대해서는 사스,AI, 신형 슈퍼독감에 대한 연구지원이 전무하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수십년 전 의료 암흑시대에 있었던 일을 두고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바이러스 변이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닥치기 전에 예측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 박승철 박사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한양대의대 교수▲미국 조지타운대 교환교수▲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과장 및 내과 주임교수, 고려대 신종전염병연구소 소장▲대한감염학회장▲대한내과학회 부이사장▲대한화학요법학회장▲보건복지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대책자문위원회 위원장▲아시아·태평양 독감자문위원회 이사▲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종신회원▲WHO 독감전문위원▲지석영 의학상,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질병관리본부 독감자문위원회 위원장▲현, 서울보훈병원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정·김 ‘全大 빅매치’ 겨냥 세불리기

    여권내 대권주자인 정동영(DY)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GT) 복지부 장관의 세대결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10월 재선거 이후 겪었던 내홍이 한풀 꺾이는 등 당 분위기가 잠잠해지자 양 진영이 본격 행보에 나서는 듯하다. 양측 모두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의 ‘빅매치’를 대선가도의 전초전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총력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최근 두 대권주자의 행보는 다소 대조적이다. 정 장관이 소리없이 외연확대에 나섰다면, 김 장관은 ‘공세적’ 세불리기로 비쳐진다. 정 장관은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함세웅 신부 등 재야 원로들과 물밑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취약부분인 재야세력까지 안으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내 정 장관측은 짐짓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 측근은 “통일부 장관으로 원로들을 만나 여러가지 좋은 의견을 듣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자기 본연의 일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성 의원은 “확대해석할 문제가 아니다.”고 짧게 언급했다. 전당대회 준비에 대해서는 정 장관측은 “당으로 복귀한 뒤 해도 늦지 않다.”면서 다소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면 ‘불륜’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전당대회 준비를 하지 못하는 답답함도 토로했다. 반면 김 장관은 다소 ‘과시적’인 행보를 보인다. 오는 26일 당내 재야파를 중심으로 비운동권 출신 일반당원들이 참여하는 ‘국민정치연대’라는 조직 출범이 출범한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위한 대중성 확보라고 보기도 한다. 그동안 김 장관은 단일계파로는 당내 최대인 재야파를 이끌고 있지만 대중성에서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24일 폐광촌인 강원도 태백지역을 찾아 연탄배달 자원봉사를 한 것도 대중성확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김 장관은 26일 오후 예정된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초청 강연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도 한나라당에 대해 “역사의 배신자 위선자”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정부의 국민통합 연석회의 제안 거부와 감세 주장을 겨냥한 것. 상당히 공격적 제스처로 비친다. 물론 김 장관측도 “개혁노선을 견지하고 정체성을 확립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정략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외연확대라는 해석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한 측근은 “회원 대부분이 김 장관의 철학과 노선에 공감하고 있어 김 장관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두 장관의 대결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창간된 종합일간지 성격의 인터넷신문 코리아포커스는 민족·남북관계·동북아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통일 관련 기사가 많다. 특히 대표이사인 김희수씨는 정 장관의 전주고 후배. 이슈아이닷컴은 소득불균형문제와 복지에 관심이 초점이다. 김근태계 젊은 보좌관들이 다수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석 황장석기자 pjs@seoul.co.kr
  • [시론] 쌀 산업 사활 걸린 마지막 10년/서진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시론] 쌀 산업 사활 걸린 마지막 10년/서진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쌀 관세화 유예 협상의 국회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앞으로 10년간 일정한 물량의 외국산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대신 관세만 부과해 쌀 시장의 빗장을 여는 관세화 개방은 연기됐다. 결국 1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에 이어 우리 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또 한 차례의 10년이란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어렵게 얻어낸 10년의 유예기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해 쌀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를 모두가 차분히 생각해야 한다. 이같은 측면에서 먼저 쌀 산업의 중장기 목표는 2014년 이후 예상되는 관세화 개방에 대비해 어떻게 쌀 산업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지에 모아져야 한다. 그같은 차원에서 쌀 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쌀의 국내외 가격차를 줄여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쌀 농가의 소득 손실은 소득안전망 대책을 통해 보전하되 구조적으로 쌀이 과잉공급된 우리의 현실도 감안돼야 할 것이다. 이르면 내년 봄부터 슈퍼마켓 등에서는 밥쌀용 수입쌀이 유통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시중에 유통될 수입 쌀의 양은 2014년에 국내 소비량의 4% 가까이 이를 전망이지만 첫해에는 소비량의 1% 수준이므로 국내 쌀가격이 하락하는 정도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쌀 수요의 30%를 담당하는 식당에서는 수입쌀과 국산쌀을 섞어서 밥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예상외로 수입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 쌀 농가들과 유통 주체들의 심리적 불안감도 예상된다. 특히 유통과정에서 수입쌀을 국산쌀과 섞어 파는 부정 유통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아울러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의 세부 원칙이 확정되면 그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지금처럼 관세화 유예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관세화 개방으로 즉각 전환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 쌀의 관세 감축을 최소화하게 돼 관세화를 유예받는 게 좋지 않다면 즉각 관세화 개방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인 쌀 산업의 경쟁력 제고 못지않게 농민단체와의 갈등도 인내심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 쌀 협상 비준안의 국회처리를 앞두고 정부와 농민단체는 극한 대립을 계속해 왔고 고귀한 생명마저 희생됐다. 지금과 같은 정부와 농민단체의 극한 대립은 농민들의 뿌리 깊은 농정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제부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농민과의 대화와 설득에 나서야 한다. 수십년간 쌓인 불신의 장벽이 단지 몇 차례의 만남으로 허물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의 노력이 계속될 때 비로소 화합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우리 쌀 농가들의 자구노력도 필수적이다. 아무리 정부의 지원이 있다고 해도 경쟁력 향상의 최종 주체는 농민일 수밖에 없다. 외국 농가와 비교해 우리 쌀 농가의 경영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지도 냉철히 짚어봐야 한다. 이번에 새롭게 주어진 10년의 유예 기간이 2번째의 ‘잃어버린 10년’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농민, 그리고 정치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생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 쌀 산업의 미래가 여기에 달렸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서진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전소영씨 ‘빛-어둠’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전소영씨 ‘빛-어둠’

    서울신문과 스포츠서울이 주최한 제25회 ‘서울 현대도예공모전’에서 전소영(33)씨가 작품 ‘빛-어둠’으로 대상을 받았다. 우수상은 ‘숲에 이는 바람’을 출품한 최중열(46)씨와 ‘Eden in 0.3L’의 이정헌(30)씨가 공동 수상했다. 서울 현대도예공모전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옥조 이화여대 도예과교수)는 25일 올해 모두 152명이 출품해 이가운데 대상 1명, 우수상 2명, 특선 5명, 입선 45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경조 심사위원은 “도예공모전으로 국내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현대 도자의 다양한 기법과 예술성을 확인받는 자리여서 젊은 작가들에게 본격적인 도예작가로서의 등용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입상작은 12월13∼18일 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시상식은 12월13일 서울갤러리에서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제25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입상자 명단 ●특선 권현진 홍승철 한상현 박중원 이주희 ●입선 채효연 이정자 이경주 김하윤 조미현 여병묵 민들례 장형진 송지은 김인식 이규혁 신기철 김보겸 김여옥 윤경혜 박정근 손지민 권숙희 김민정 조은영 김유일 이혜순 양정훈 차동기 권소옥 정혜주 이정희 황연화 김성자 윤성원 최지민 성미로 차영미 박정원 전대숙 류석진 손은정 윤인경 이난희 전지현 박선신 백경민 안세현 이영란 이수복 ■ 심사평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전국의 우수한 도자 예술가를 발굴·후원하고 수상 작품의 전시를 통해 현대 도자예술의 경향을 분석할 수 있는 뜻깊은 행사다. 특히 새로운 감각의 창의적인 작품을 부각, 한국 현대도자에 창조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모전을 심사할 때 작가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작품의 완성도, 새로운 재료의 발굴 및 사용, 재료 사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을 중요하게 취급한다. 또 독창적인 표현의 아이디어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재료의 선택, 재료 자체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높아야 하며, 재료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 기술적인 완성도를 보여야 한다. 올해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이러한 심사기준에 부합되는 작품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현대 한국 도자의 현상 속에서 존재하는 조형, 전통, 디자인 부분 가운데 어떤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애정을 가지고 작품들을 골랐다. 도예작품은 어떠한 경우에도 흙으로서의 순수하고, 본질적이며, 내재적인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명제를 달고 한마음으로 고민없이 짧은 시간에 입상 결정을 이루어냈다. 대상 작품인 전소영의 ‘빛-어둠’은 흙의 양감을 풍부하게 빚어낸 우수한 작품이다. 표면의 장식기법인 유약처리와 질감의 조화가 좋았고, 색의 에너지도 대비적으로 표현해냈다. 우수상 최중열의 ‘숲에 이는 바람’은 공간에서 흙의 가능성을 끝없이 전개해 나가는 설치작업으로 점토표현 기술능력을 높이 평가받았고, 이정헌의 ‘Eden in 0.3L’은 회화적으로 전개되는 화면을 흙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형화해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특선작품 중 박중원의 ‘분청모란항아리’는 전통적인 분청상감 및 항아리의 제작능력이 돋보였고, 권현진의 ‘dreaming-shine’은 실제 조명의 기능 외에도 현대도자에서 제품도자 영역의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상현의 ‘면의 변주곡’은 점토 조형의 입체적 표현능력이 기술적으로 우수했고, 홍승철의 ‘내안의 또 다른 나’는 조소작품에 전개한 회화의 소묘능력이 높게 평가됐다. 이주희의 ‘wave’는 평면적인 흐름을 곡선과 직선의 유기적인 교차를 보이는 산업도자를 통해 잘 표현하였다. 그동안 많은 도예가를 배출, 한국 도예계의 큰 역할을 해온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내년부터 대상, 우수상, 특선 작가들의 초대전까지 기획해 수상작가들의 향후 작품활동에 확실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옥조 이화여대 도예과 교수 노경조 국민대 조형대학장 ■ “생명의 탄생·소멸 이미지 표현” 대상 전소영씨 “권위있는 공모전이라 특선쯤 기대했을 뿐 대상은 꿈도 못꾸었어요. 가족들도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믿지 않아요.” 대상 수상자인 전소영(33)씨는 “이번 수상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미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입선 2회, 특선 1회의 수상 경력을 가진 그는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의 수상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 ‘빛­어둠’은 빛과 어둠이라는 자연현상을 생명의 탄생과 소멸의 이미지로 표현,“현대 도예의 조형미를 잘 살렸다.”는 평가와 함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1250도의 높은 온도에서 작품을 구워내는 고화도 유약과 1000도의 저화도 유약을 접목시킨 뒤 그 위에 문양을 새겨넣는 박지기법을 사용했다. 먼저 고화도 흑유로 구워냄에 따라 작품 바탕 색채는 검은색을 띠며 이는 ‘어둠’을 상징한 것. 그 위에 다시 노랑, 주황, 빨강 등 고채도 색상의 저화도 유약을 발라 색채를 입혀 ‘빛’을 표현했다. “빛과 어둠은 상반되지만 늘 같이 존재하잖아요. 어둠을 바탕으로 빛이 더욱 드러나도록 해 색채과 질감의 이미지를 대비시켰어요.” 그의 이번 작품은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매일 경기도 광주 작업실로 출근하면서 한달 반 정도 작업한 결실이다. 이 과정에서 남편인 최건 조선관요박물관장의 도움이 컸다며 전씨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 “이번 수상으로 더욱 큰 책임감을 갖게 된 만큼 보다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덩어리 위주의 오브제를 주로 하는 작품 스타일은 그대로 견지하면서 “저화도 유약이 주는 색감에 대해 더 연구해 다양한 색감과 질감의 차이를 보이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상자 등에게 주어진 내년 초대전에 대해서는 “작가들의 역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흙을 엿가락처럼 뽑아내 기법상 불가능한것 이뤄” 우수상 최중열씨 “예술가는 나이와 관계없이 쉬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해야 합니다. 공모전에도 계속 응모, 자기 연마를 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수상을 받은 최중열(46)씨는 수상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지금까지 모두 7번째 서울 현대도예공모전에 도전한 그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상을 받기 위해 출품하는 것이 아닌데, 나이 들어 공모전에 작품을 내면 우습게 생각하는 도예계의 풍토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의 수상작 ‘숲속에 이는 바람’은 흙을 엿가락처럼 뽑아 대나무처럼 10개를 묶는 방식으로 3개의 기둥을 만든 뒤 하단과 상단을 숲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대나무의 마디는 인간의 군상이고 숲은 세상입니다. 기둥은 군중을 의미하고요. 개인들이 모여져 군중의 힘으로 모진 세파의 세상을 이겨나가는 것을 담았습니다.” 그는 “도자기법상 불가능한 것을 이뤄냈다.”며 자신의 작품에 긍지를 내보였다. 경기도 광주에서 부인과 함께 토원이라는 개인공방을 운영하는 그의 부인 장연자씨도 도예작가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대상 받을 때까지 도전” 우수상 이정헌씨 우수상 수상자 이정헌(30)씨는 말없는 조용한 성품이지만 “내심 특선 이상은 기대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을 정도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작품 ‘Eden in 0.3L’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현실 속에서도, 종교의 참뜻을 잊어버린 신앙자들이 거대한 빌딩에 예수를 매달고 살찌우게 하는 희화적 모습을 흙으로 잘 빚어냈다. 사람들이 꿈꾸는 유토피아인 에덴이 약육강식의 논리와 종교적 갈등 등으로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우리 현실을 꼬집고 있다. 지난 22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입선한데 이어 이번에 우수상까지 받았지만 “대상을 받을 때까지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베스트셀러의 모든것 집중분석

    베스트셀러의 모든것 집중분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베스트셀러지만 현대 사회에서 베스트셀러의 존재 의미와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계간지 ‘21세기문학’ 겨울호가 베스트셀러의 기원과 역사, 국내에서의 베스트셀러 형성 과정, 베스트셀러의 요인 등을 집중 분석한 기획물을 실어 눈길을 끈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은 ‘베스트셀러, 난감하고 위태롭고 불편한 것’이란 글에서 “(베스트셀러는)마케팅을 위한 수사와 객관적 현실의 반영 사이에서 위태롭게 외줄을 타고 있다.”면서 “극단적으로 토로하자면 베스트셀러 목록이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베스트셀러’란 말의 기원은 1903년 미국에서 소설분야의 월별 베스트셀러를 공표하는 코너가 생기면서부터. 베스트셀러가 일종의 국제어로 자리잡은 것은 1920년대의 일로 이때부터 책만이 아닌 다른 상품에까지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1950년대 중반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7만부 이상 팔리면서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고,1960년대부터 언론 매체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다뤘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북리뷰’처럼 아무리 권위를 인정받는 베스트셀러 목록이라고 해도 범위나 기준에 있어 완벽하게 객관적이고, 정확한 순위는 불가능하다. 표정훈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출판사조차 자사 발행 도서의 정확한 판매량을 빠르게 파악하는 게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베스트셀러의 공신력을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온라인 서점이든 오프라인 서점이든 사재기를 포착할 수 있는 상시적인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지난 10년간의 베스트셀러 흐름을 연구한 ‘베스트셀러가 형성하는 특정한 코드 또는 독자의 내면을 사로잡는 요인’이란 글에서 “베스트셀러가 담고 있는 것은 결국 ‘결핍’에 대한 충족이라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라고 설명했다. “베스트셀러? 그저 잘 팔렸으니까 베스트셀러겠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미 의회 도서관 관장을 지낸 역사학자이자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긴 대니얼 J. 부어스틴(1914∼2004)의 명언이 새삼스럽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Book & Life] 트렌드 강요하는 사회

    며칠 전 한 출판사 사장인 K씨를 만났을 때 일이다. 회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탄탄한 내용과 개성 있는 책을 꾸준히 내온 출판사다. 그는 “서점에 가본 지 5년이 되었다.”고 했다. 출판사 사장이 서점에 가질 않는다니! 한데 이어지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그는 책 만드는 게 즐겁고 보람 있어서 출판사를 차렸다고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일이 매우 고통스럽게 여겨지더라는 것. 곰곰이 원인을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그것은 ‘트렌드’(Trend)였다. 언젠가부터 ‘나의 책’‘우리의 책’을 만들려고 하지 않고, 트렌드를 쫓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고민 끝에 그는 서점에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그가 예전부터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었다.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 낼 책이 너무 많더라구요. 지금 대기하고 있는 원고가 70여개나 됩니다.” ‘트렌드의 시대’라고 한다. 출판계도 이맘때만 되면 올 한 해 어떤 트렌드가 독자들의 마음을 잡았는지 분석하기 바쁘다. 기자도 얼마전 올해의 트렌드 세가지로 ‘∼심리학’과 ‘고전 재해석’‘숫자 마케팅’을 꼽는 기사를 썼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트렌드라는 것도 ‘모방의 집합체’가 아닐까? 창조적 지식생산 기지인 책 만들기엔 가당치 않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변덕스러운 트렌드 쫓기에 급급하다보니, 책이 급조되고, 지나치게 연성화하고 있다는 반성도 있다. 비단 책 뿐일까? 트렌드를 만능이라 하고, 이를 강요하는 곳이 요즘 우리 사회다. 트렌드에 눈감은 뒤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K 사장의 깨달음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우리땅을 살리자] 갯벌 이렇게 살리자

    [우리땅을 살리자] 갯벌 이렇게 살리자

    갯벌이 사라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간척과 매립 등 개발행위로 인해 우리나라 갯벌이 2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 있는 갯벌도 잘못된 관리 등으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갯벌의 생태 및 경제적 가치는 막대하지만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종착역 없이 내달리는 기차처럼 마구 매립되고 있다. 최근에야 갯벌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갯벌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일고 있다. ●중장비 소음속에 사라지는 갯벌 지난 17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송도국제도시 5·7공구 건설현장. 매립을 위한 호안을 만들기 위해 덤프트럭들이 뿌연 먼지를 내뿜으며 부지런히 사석재를 실어 나른다. 굴착기와 불도저 등 수십대의 중장비들이 석재를 고르고 배열한다. 이미 3곳의 호안 가운데 2곳이 완성돼 한곳이 끝나면 물막이 공사가 모두 마무리된다. 호안공사장 인근에서는 준설토를 매립하고 배면토사를 정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1994년 첫삽을 뜬 송도국제도시의 1∼4공구는 매립이 끝났다. 매립 중인 5·7공구에 이어 설계 중인 6·8공구 매립이 끝나면 1단계는 마무리된다. 이 사업은 2020년까지 1조 5526억원이 투입돼 서울 여의도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1611만평의 갯벌을 매립한다. 이 가운데 581만평이 이미 육지로 바뀌었거나 매립중이다. 썰물 때가 되면 해안선에서 5∼8㎞까지 드러나는 송도 갯벌은 맛조개·바지락 등 어패류와 100여종의 저서동물이 서식하며 검은머리물떼새 등 많은 철새들이 찾아 보전가치가 높았다. ●칠게가 내달리고 감태는 낭창낭창 썰물로 펄밭이 드러나자 그 위로 수많은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발이 푹푹 빠지는 펄에는 젓가락 굵기로 송송 뚫린 물구멍마다 ‘뽈그락 뽈그락’ 쉴새없이 거품이 뿜어져 나온다. 칠게가 넓은 갯벌 곳곳에서 쏜살같이 내달린다. 질퍽거리는 갯벌을 삽으로 파내자 갯지렁이와 바지락이 딸려 나왔다. 전남 무안군 해제면 만풍리부터 현경면 해월리까지 품에 안은 함해만.2001년 전국 처음 갯벌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깨끗한 갯벌 탓인지 매립되는 송도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함해만에는 아직도 감태가 자라고 있다. 기름 한방울만 있어도 죽는다는 감태는 펄에 뿌리를 내리고 미역처럼 1m이상 자란다. 물이 들어오면 손으로 따내 전량 일본으로 수출한다. 이 펄밭은 마을 주민들에게는 ‘돈밭’이다. 낙지를 미끼로 쓰이는 칠게가 곳곳에 널려 있다. 마을 아주머니들은 낮에 칠게잡이를 한다. 밤이면 부부가 배를 타고 나가 주낙을 던져 야행성인 낙지를 잡아 올린다. 한철 낙지잡이로만 가구당 2000만원 벌이는 거뜬하다. 현경면 용정리 월두마을 김해중(42)씨는 “요즘 주민들이 낙지배 20여척으로 오후 6시에 나가 새벽 1시에 들어오면 보통 5∼6접(1접 20마리)을 잡는다.”며 “무안 낙지는 접당 7만∼8만원이지만 물량이 달려 주문량을 못댄다.”고 말했다. 낙지벌이가 쏠쏠하다 보니 지난해 7∼8척이던 마을의 낙지배가 올해 20여척으로 불었다. 요즘 함해만에는 무안·영광·함평 등에서 몰려온 낙지배 100여척이 불야성을 이룬다. 갯벌이 살아나고 먹이생물이 풍부해지면서 먹이사슬도 균형을 잡았다. 부화 1년 만에 죽는 낙지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바지락이나 석화 등도 자연산 천지다. 월두마을 66가구는 이들을 잡아 가구당 연평균 4000만∼500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고 김씨는 귀띔했다. 함해만에 갯지렁이 등 먹잇감이 풍부해지면서 해가 갈수록 민어·전어·숭어 등 물고기도 많이 잡히고 있다. ●갯벌 살리기 운동 함해만 주변 마을에서는 이처럼 한없는 혜택을 주는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심혈을 쏟는다. 가정에서 화학세제 덜쓰기, 생활하수 줄이기, 폐어구와 폐그물 안버리기 등 다양한 보전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해안은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해안, 북해 연안,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전남 순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순천만 갈대밭에 탐사로 등을 만들어 갯벌체험을 하자 되레 갯벌을 훼손시켰다면서 순천시를 습지보전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시는 순천만에 관리인을 두는 등 갯벌보전에도 힘쓰고 있다. 순천만에 인접한 순천시 대대동 노인회원들은 새벽마다 운동을 겸해서 순천만에서 쓰레기 줍기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충남 당진환경연합은 한보철강을 인수한 INI스틸이 용광로를 짓기 위해 송산면 가곡리앞 갯벌 13만평의 매립승인을 최근 충남도에 신청하자 주민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1999년 도로공사가 휴양시설을 건설한다면서 서해대교가 지나는 행담도 주변 갯벌 10만 4000평을 매립하겠다고 하자 4년간 반대운동을 벌여 매립면적을 7만평으로 줄이는 성과를 올렸다. 당진환경연합 김병빈 사무국장은 “‘이미 버렸다.’는 개발론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게 가장 큰 벽”이라면서 “갯벌을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중앙정부가 오히려 밀어붙이기로 개발행정을 일삼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도 김학준·무안 남기창·당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경제가치 갯벌>간척농지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갯벌을 메워 만든 간척농지보다 3배쯤 높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6년간 우리나라 갯벌 생태계를 분석,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당 연간 3919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수산물 생산가치 1199만원, 보존가치 1026만원, 어류서식지 제공가치 904만원, 수질정화 가치 444만원, 여가가치 173만원, 재해예방 가치 173만원을 합친 것이다. 이 기준으로 국내 전체 갯벌의 경제가치를 따지면 총 9조 3782억원에 이른다. 미국도 올해 전체 갯벌의 경제가치가 ㏊당 연평균 6448만원에 달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갯벌을 농지로 바꿨을 때의 경제가치를 분석한 사례는 2001년 부경대 해양산업경영학과 표희동 교수가 한 조사가 눈에 띈다. 그는 당시 영산강 하구 갯벌의 ㏊당 경제적 가치가 640만원이라고 발표했다.1998년 한국산업경제연구원도 592만원이라고 분석,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표 교수는 당시 간척농지의 경제적 가치를 갯벌에 비해 3배쯤 적은 연간 216만원으로 분석해 발표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갯벌은 지역이나 환경중시 분위기에 따라 가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표 교수의 경제적 가치분석에는 바지락·낙지 등 수산물을 채취해 얻는 것이 45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갯벌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20%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질정화로 인한 경제적 가치는 106만원, 자연경관이 주는 경제적 가치는 81만원이라고 표 교수는 보았다. 표 교수는 “갯벌을 매립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단지를 조성하더라도 이에 따른 환경오염 부담비 등을 따지면 갯벌존치보다 공단조성이 경제적인 가치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선진국의 보존실태 독일은 갯벌 보존정책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다. 독일은 덴마크에서 네덜란드까지 450㎞에 이르는 ‘바덴해’에 펼쳐진 갯벌을 가장 잘 관리하는 국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 갯벌을 끼고 있는 독일 니더작센주는 1986년 지역내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3단계로 구분해 1구역은 어업구역과 산책로 등을 제외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2구역은 새들의 번식과 양육기인 4∼7월에 허가지역만 출입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전체 면적의 1%에 불과한 3구역은 4계절 휴양지로 각종 휴양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건축할 때에는 관리사무소 허가가 필요하다. 지난 1985년 세계 최초로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슐레스비히 홀스타인주나 함부르크주도 비슷한 형태로 관내 갯벌을 엄격히 관리, 보호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갯벌보호사무소와 갯벌학습원도 설치했다. 갯벌안내인제도 만들어 갯벌훼손 행위를 막고 이곳을 찾아오는 연간 200여만명의 관광객에게 갯벌의 가치를 이해시키고 있다. 독일과 덴마크, 네덜란드 등 3개 국은 1982년 ‘바덴해 보호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87년 공동사무국을 설치했다. 한 나라의 갯벌이 훼손되면 주변 국가들의 갯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해를 끼고 있는 남북한과 중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사진 외에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고 발자국 말고는 남기지 말라.”는 이들의 호보정책으로 독일쪽 갯벌은 1990년대 초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 보존지구’로 지정됐다. 갯벌이 발달한 캐나다, 미국, 브라질, 호주 등에서도 보호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육지에서 얼마간 떨어진 바다를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하다 흙으로 덮고 인공섬을 조성, 그곳에 다리를 놓아 공단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협찬 POSCO 대우건설
  • 고건 “이념 사로잡힌 리더십은 시대착오”

    고건 “이념 사로잡힌 리더십은 시대착오”

    정치권의 새판짜기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고건 전 총리와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활발한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군 가운데 한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는 고 전 총리는 23일 대학생을 상대로 한 연세대 특강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내세우며 다른 후보군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지난 5월 총리 퇴임 이후 처음 가진 이날 특강에서 고 전 총리는 그동안 현실정치 문제에 말을 아껴온 것과는 달리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차기 후보군을 상대로 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본격적인 정치행보의 신호탄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고 전 총리는 특강에서 “아무리 로드맵이 그럴듯해도 실행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위에 그친다.”면서 “작은 정부, 큰 정부가 아니라 똑똑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정치권의 이념 논쟁을 빗대 “진보와 보수의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 리더십은 시대착오적인 리더십”이라고 꼬집었다. 고 전 총리는 “정치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실사구시를 따르는 것”이라면서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 미래의 비전을 정립하고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이를 구현하는 창조적 실용주의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고 전 총리는 이어 지난해 3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때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를 대과없이 치른 점을 소개하는 등 ‘준비된 지도자’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정치 일선에서 비켜서 있던 정 의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 의원은 대선 당시 운영하던 개인 홈페이지를 최근 ‘글로벌 MJ’라는 이름으로 새로 꾸미고,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도 만들었다. 그는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꿈을 드리는 정치인이 되겠다.”면서 “여러분과 제가 함께 번영과 평화의 나라를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3일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 민주당 한화갑 대표,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 등과 회동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인 그는 오는 2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지진 관련 정책토론회도 갖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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