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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정부사업 절반 축소 예산 12조원 절감 계획”

    현재 8000여개인 정부의 예산사업이 3500개 수준으로 크게 준다.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나 총사업비 관리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12조원 가량의 예산을 절감할 계획이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수립 이후 계속 늘어나 8000여개에 이르는 예산사업을 4000개 밑으로 줄이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유사·중복 사업은 정책목표 중심으로 통폐합되며 사업별 칸막이도 축소돼 예산효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예산체계는 투입·품목 중심으로 사업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어 비슷하거나 동일한 사업에 예산이 투입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세한 사업별로 칸막이식으로 운용돼 통합적인 재원관리도 어려운 실정이다.예산처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복사업은 통폐합·단순화하고, 성과 위주로 사업을 관리해 효율성이 낮은 사업은 퇴출이 쉬워지도록 할 계획이다.예를 들어 현재 접경지역 지원·도서종합개발·오지종합개발·소도읍육성 등으로 세분화된 것을 ‘낙후지역 개발사업’으로 통폐합한다. 변 장관은 예비타당성제도와 총사업비 관리제도, 타당성 재검증, 각 부처의 예산 자율구조조정, 예산성과금, 예산낭비신고 제도 등으로 지난해 11조원의 예산을 절감했고, 올해는 12조원 이상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백남준 미술관 건립 ‘불협화음’

    백남준 미술관 건립 ‘불협화음’

    오는 5월 기공식을 갖는 백남준미술관 건립을 둘러싸고 건립주체인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송태호)과 뉴욕 백남준 스튜디오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미술관 건립 및 작품 설치 등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송태호 대표는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백남준씨 작고후 스튜디오측이 노골적으로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기공식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뉴욕 스튜디오는 백남준 작고 이전부터 그의 모든 권리를 이양받아 대리해온 기구로, 백남준의 장조카인 하쿠다 겐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송 대표는 “스튜디오측에서 ‘미술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어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용’ 주장에 대해 재단측은 손학규 경기지사가 5월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마당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대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스튜디오측이 미술관 건립의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게 진짜 이유가 아닌가 추측된다.”며 “하지만 재단이 1200만달러를 들여 작품들을 구입하고, 수백억원을 투입해 미술관을 건립하는 마당에 스튜디오측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끝내 관계 개선이 안된다면 어렵더라도 재단의 일정대로 미술관 건립을 강행할 것”이라며 “재단이 구입 작품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단은 오는 5월9일 용인시 기흥읍 상갈리 미술관 부지에서 기공식을 갖고,10일엔 기념 전시와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한편 이에 앞서 백남준 49재 행사 준비차 최근 입국한 하쿠다 겐씨는 “백남준 미술관을 정치적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재단에 더이상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쿠다씨는 또 “한국에서 백남준 미술관 건립이 거론되는 곳중 백남준의 세계적 명성에 걸맞는 미술관이 될 것이란 확신을 주는 곳이 없다.”며 경기문화재단이 진행중인 건립계획을 평가절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백남준 49재 추모행사는 오는 18일 오후 5시30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3색 푸가 몸의 변주

    3색 푸가 몸의 변주

    전세계 유명 안무가들이 활동의 본거지로 삼고 있는 ‘무용도시’ 리옹의 자존심 프랑스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이 ‘세 개의 푸가’를 들고 한국을 다시 찾는다.1988년 국립극장 무대에서 현대발레와 함께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신(新)탱고(Tango nuevo)를 선보이고 떠난지 18년만이다. 공연은 11일(오후 7시)·12일(오후 4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과 15·16일 오후 8시 고양어울림극장. 21세기 표현주의 발레를 표방하는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은 탄탄한 발레 테크닉을 바탕으로 현대춤의 표현 영역을 넓혀온 유럽 무용의 메카다.1687년 두 명의 무용수로 출발한 뮤직 아카데미에서 지금은 현대춤과 발레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발돋움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자샤 발츠, 안네 테레사 더 케에르스매커, 마기 마랭 등 여성 안무가 3인이 저마다 푸가음악을 사용해 만든 무용을 선보인다. 세 거장들의 공통된 소재는 푸가. 슈베르트·베토벤·바흐의 푸가를 각각 춤으로 풀어낸다. 그런 만큼 이들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푸가의 형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푸가는 주제가 되는 선율이 우선 한 파트만 진행되고 이어 두번째 파트가 이에 응답해 주제를 모방하며 등장한다. 다음 파트 역시 주제를 진행시키고 뒤따르는 파트가 거기에 응답하는, 주제와 변주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형식이다. 그런 점에서 일종의 돌림노래라 할 수 있는 ‘캐논’과는 구분된다. 대표적인 푸가 곡으로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모음곡, 토카타와 푸가 d단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계 최정상급 여성 안무가 3인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자샤 발츠, 안네 테레사 더 케에르스매커, 마기 마랭이 그들이다. 피나 바우슈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탄츠 테아터 안무가로 평가받는 자샤 발츠는 ‘코스모나우텐 거리에서’‘육체’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물. 이번에는 2006년 신작 ‘환상(Fantasie)’을 내놓는다. 슈베르트의 숭고한 영혼이 담긴 멜로디를 통해 인간의 숙명인 우울함의 정조(情調)를 표현한다.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안무가이자 벨기에를 ‘현대무용의 성지’로 끌어올린 주인공 안네 테레사 더 케에르스매커가 보여줄 작품은 ‘대푸가’(Die Grosse Fugue). 베토벤의 푸가는 그의 말기작품으로 발표 당시에는 “청력을 상실한 뒤 작곡해 너무 난해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사후에는 인간의 치열한 고뇌를 다룬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케에르스매커가 표현해내는 ‘대푸가’ 역시 베토벤이 겪었을 법한 창조적 고통의 흔적을 아련하게 보여준다. 마기 마랭은 2003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자신의 안무작 ‘박수만으론 살 수 없어’로 전석 매진을 기록,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통해 부르주아에 대한 유쾌한 풍자를 시도한다. 작품 제목은 ‘그로스란트(Grossland)’. 육중한 체구를 표현해내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의상을 입은 발레리나들의 뒤뚱거리는 모습이 진지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번에 공연될 ‘세 개의 푸가’는 각각 독립된 작품이지만 전체적으론 한 편의 연작을 보는 느낌이라는 것이 발레단측의 설명이다. 입장권 1만∼7만원(고양 공연에는 1만원석 없음).1588-7890,1544-1559.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줄줄 새는 청계천

    청계천의 일부 구간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 유지와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김석종 공단 청계천관리센터 소장은 6일 “청계천 시점부 팔석담 양쪽 산책로에서 물이 새기 시작해 시공사와 원인 파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물 새는 곳 못 찾아” 김 소장에 따르면 누수가 시작된 시기는 2∼3일 전. 청계천 좌우측의 산책로 바닥과 벽이 맞닿은 부분 4∼5곳에서 물이 새어나와 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을 정도다. 공단은 이날 시공사인 대림건설 인력을 불러 돌을 들어내고 누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 소장은 “돌을 깨고 살펴본 결과 특별히 물이 새는 곳을 찾지 못했다.”면서 “일단 겨울 동안 얼었던 지하수가 녹아 흘러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설계 결함·시설 동파 가능성 제기 그는 이어 “최근 분수 가동을 시작했는데 시점부 아래에 분수를 포함해 복잡한 시설이 설치돼 있어 거기서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면서 “현재까지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점검을 해 보완할 부분이 생기면 하겠다.”고 덧붙였다. 청계천 산책로의 벽 뒤에는 옹벽이, 그 옹벽 밑에는 지하수 배수시설이 설치돼 있다. 일각에서는 설계상의 구조적인 결함이나 지난겨울 몹시 추운 날씨 때문에 일부 시설이 파열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최연희 후폭풍’ 떨고있는 여의도

    ‘최연희 후폭풍’ 떨고있는 여의도

    여의도 국회에서는 지금 ‘최연희 후폭풍’이 거세다.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이후 국회 주변에서는 성 추문과 관련된 각종 ‘카더라’식 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입법부 등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사 여기자에게 성추행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의원실 내부에서 쉬쉬하는 ‘성추문 사건’들도 적지 않을 것이란 추론과도 무관치 않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제2의 최연희 파동’도 터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A의원의 경우 여성 보좌진과 매일 출근 전 수영을 함께하며 건강을 관리한다는 괴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B의원은 출근할 때마다 다른 보좌관 등을 제쳐두고 한 여성 보좌진과 독대한 뒤 회의를 갖거나 보고를 받는다는 입소문에 시달리도 있다. 이로 인해 “그 방엔 의원이 두 명”이라는 등 루머성 추측이 무성하다는 소문이다. C의원의 경우 과거부터 여직원과의 추문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여직원 교체가 잦아 구설수에 올랐다.D의원의 경우 지난 연말부터 의원회관 내부에서 ‘여직원과의 염문설’이 꼬리를 무는 바람에 결국 여직원이 사직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의원회관 주변의 삼삼오오 술자리에서는 최 의원 사건이 초특급 화제로 떠올랐고 ‘나도 몸조심’ 분위기가 확연하다. 이에 따라 국회의 ‘음주문화’에도 적잖이 변화가 일고 있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보좌진들의 회식 후 ‘노래방 출입 자제’ 분위기가 역력하다. 성 추문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의미다. 정치권에 유독 ‘성 괴담’이 난무하는 현실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관공서나 일반회사와 달리 ‘권위주의 문화’가 팽배한 국회 특유의 구조에서 주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높다. 1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한 보좌관은 “16대 국회보다 17대 의원들이 연소화됐고 보좌진들도 더욱 젊어진 구조적 변화에다 성개방 풍조까지 결합하면서 의원회관에 과거보다 성 괴담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정혜신 교수는 “비서진들의 생사여탈의 ‘칼자루’를 의원들이 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성적 추문이 밖으로 터져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진단했다. 의원 보좌진의 ‘인력수급 구조’에서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보좌관·비서진 대부분 일반 공채가 아닌 의원 개인의 ‘연줄’과 ‘외부 백’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의원 보좌관은 “보좌진을 포함, 여비서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공론화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직급과 나이 등의 권위에 눌려 쉽사리 성 추문을 공론화하기 어려운 근로 조건”이라고 털어놓았다. 정치인들의 ‘이중성’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최 의원 추행 사건을 강력한 톤으로 지적했던 E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인척과의 부적절한 관계설’로 애를 먹었던 장본인이다.F의원은 지난해 겨울 서울 모 나이트클럽에서 수차례나 부킹을 ‘시도했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DJ정권 때부터 시작된 국회 인턴사원 제도도 ‘문제’가 생길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석·박사 출신의 여성 고급인력들이 각 의원실에서 저임금(100만원 안팎)으로 1년 계약으로 일하고 있다. 정책 인턴으로 일하고 있지만 아슬아슬한 ‘성적 농담’에 직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포털 사이트에 국회 인턴들의 ‘카페’가 개설된 상황에서 지난해 인턴들 사이에서 대책 회의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성폭력상담소 원사 사무국장은 “최 의원의 ‘식당 아줌마’발언은 말로만 국민의 공복을 외치는 정치인 특유의 특권의식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최의원 사건’은 당장 ‘5·31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성추문 전력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일만 전광삼 구혜영기자 oilman@seoul.co.kr
  • 용인 동백지구 “주민이 준공검사”

    입주가 시작되는 용인 동백지구의 반짝이는 대민행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공무원들의 전유물(?)인 준공검사에 주민들이 참여하는가 하면 현장에는 즉석 민원실이 설치돼 주민불편사항을 접수, 처리한다. 2일 용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6일부터 아파트 입주후 잇따르는 주민들의 민원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아파트 준공검사에 입주예정자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준공검사에 참여하는 3∼4명가량의 주민대표들은 담당 공무원과 건축사 등과 함께 아파트단지를 돌며 도로, 아파트건물 외벽, 주차장, 토목공사 등이 분양시 시공사가 약속했던 대로 시공됐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시는 합동 점검시 지적된 내용들을 시공사에 통보해 보완·보강 공사를 하도록 한 뒤 준공 및 사용허가를 내 줄 계획이다. 시는 동백지구에 처음 실시되는 주민 준공검사 참여제도를 앞으로 관내 전 아파트를 대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동백택지개발지구에 1차로 입주하게되는 8개단지 2700여가구 주민들을 위해 현장민원실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동백현장민원실에서는 전입신고, 주민등록등초본·인감증명서발급, 생활폐기물 스티커 판매와 기타 제증명발급 처리를 담당하게 된다. 과거 아파트 입주후 동사무소 등 관할 행정기관이 입주하지 않아 인근 관할행정기관을 찾아 헤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장민원실은 동백택지개발지구 한국토지공사 용인사업단 옆 공공청사부지에 위치하며 건축면적 120.60㎡ 규모의 경량철골 건축물이다.이와 함께 AS센터팀을 운영해 건축, 도로, 청소와 관련된 담당 부서 직원들이 파견 근무하며, 동백지구 입주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민원을 처리한다.문의 동백현장민원실 (031-324-6780∼3).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미리 가본 베이징 ‘다산쯔 국제예술축제’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미리 가본 베이징 ‘다산쯔 국제예술축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 현대예술의 최전선,‘다산쯔(大山子)’. 지난달 말, 이곳은 ‘베이징 다산쯔 국제예술축제’ 준비에 막 돌입한 모습이었다. 오는 4월로 세번째를 맞는 이 축제에는 세계 각지에서 10여만명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첫해 1만명 가량이던 관람객이 지난해에는 8만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그 보다 더 큰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봄만 해도 ‘개발이 시작돼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흉흉했던 이 곳이, 중국 최초의 ‘문화특구’로 지정된 것도 이같은 성과에 힘입은 것이다.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로 늘어선 대형 공장 건물들. 당초 대규모 공장터였던 탓에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옛 흔적이 도리어 현대 예술과 어우러져 보인다. 잘 구획된 골목마다 미술전시장이 늘어서 있는가 하면, 여러 실내·외 공연장이 눈에 띈다. 실내 벽면에 ‘마오쩌둥주석 우리 마음의 붉은 태양’(毛澤東主席我們心中的紅太陽) 등의 선전문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스페이스(時態空間)’란 갤러리는 이미 명소가 됐다. 한 서점에 들어서니 곳곳에 사진기를 든 젊은이들로 붐빈다. 잘 진열된 현대 건축·미술 관련 각종 해외 잡지와 서적을 찍어대고 있다.‘볼 것’에 목마른 예술지망생들이다. 서점 점원 리우제(劉杰)는 “현대 예술에 관한한 베이징의 어떤 대형 서점보다 풍부한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그런만큼 많은 외국인과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한 허름한 작업실을 찾으니 갖가지 인형 가운데 눈에 익은 ‘인민복을 입은 용’이 보인다. 이른바 ‘용머리 큰형님’(龍斗老大)’이다. 마오쩌둥 주석을 우화한 이 인형을 처음 제작한 진쩡허(金增鶴)는 제법 많은 양을 국내·외에 팔았다. 들여다 보기 어렵다는 작업실을 구경할 행운도 얻었다.20여평 남짓 공간에 가로, 세로 각 2m,3m짜리 창문이 2개.2층 길이가 넘는 높이의 돔형 천장에도 비슷한 크기의 유리창이 있어 채광이 뛰어나다. 공장 건물의 이점이다. 문 밖으로 대낮에도 컴컴한 복도 천장에 백열등 10여개를 켜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복도는 유명 영화의 촬영장소로도 쓰였다고 한다. 다산쯔는 더이상 ‘중국’만의 공간은 아니다.100여개의 화랑 가운데 절반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일본, 타이완 등 외국에서 왔다. 이 가운데 한국문화공간으로 ‘이음’이 들어선 것은 반갑다. 그리 멀지 않은 ‘지우창(酒廠)’이란 곳에도 한국 화랑과 예술가들이 몰려드는 중이다.“전 세계 유명 갤러리들과 예술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인 만큼 한국의 또 다른 국제예술 교류의 거점이 될 것”이라는 게 이음의 컨설턴트 정수영씨의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다산쯔가 한국인 밀집촌인 왕징(望京)과 인접한 건 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한 대형 갤러리의 중국인 관계자는 “이번 3회 예술축제가 끝나면 그림 값도, 작가의 명성도 뛰고 국제 무대에서 다산쯔의 영향력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외국인과 전문 수집인들이 주요 고객인데 그림의 매매가 지금도 대단히 활발하다.”고 귀띔했다. 다만 다산쯔의 임대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게 문제이긴 하다. 이곳에 온지 2년 됐다는 한 중견작가는 “임대료가 딱 2배 올랐다.”고 전했다. 가난한 예술가들을 끌어모았던 유인책이 매력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가난한 화가의 거리에서 ‘보보스’촌으로 변한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이나, 전위예술의 전진기지였다가 지금은 명품 숍의 전시장이 된 뉴욕의 ‘소호’처럼 다산쯔도 어떤 변신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산쯔는 활기에 넘친다.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이 있고, 가구점과 패션샵이 공존한다. 주말 밤이면 각종 클럽 행사와 파티가 열리고 어떤 공연장은 나이트 클럽으로 변신하기도 한다.4월부터 한달간 열릴 축제가 다산쯔를 어떤 모습으로 바꿔놓을 지 궁금하다. jj@seoul.co.kr ■ 다산쯔의 어제와 오늘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다산쯔를 ‘문화동물원’으로 부른 중국의 한 원로 예술인이 있다. 또한 그는 이 곳을 “중국전자공업의 ‘역사박물관’”이라고도 했다. 다산쯔는 흔히 ‘798’로도 불린다. 공장지대에 붙여진 번호다. 과거 동독의 기술지원으로 1954∼57년 세워진 중국 전자산업의 요람이었다. 중국의 핵 프로그램과 위성발사기술, 대형 군사 및 산업 프로젝트의 주요 기술 거점이었던 곳이다.58년 공장 준공 이후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으로부터 ‘휘호’를 받았을 때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부심은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었을 정도라고 당시 공장 노동자는 전했다. 그랬던 이곳에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90년대초다. 이 대형 국유기업은 80년대초부터 이익을 내지 못해 다른 공장으로의 노동자 이동이 시작됐고, 베이징의 도심 확대 등과 맞물려 사실상 폐업 상태에 빠지게 됐다. 비어가는 공장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작업장과 숙소가 되기 시작했다. 다산쯔가 현대예술의 거점이 되기 시작한 것은 93년 무렵부터 해외에서 활동하던 중국 현대미술가들이 이곳에 돌아온 것과도 맞물린다. 물론 중국 최고의 미술계 대학인 ‘중앙미술학원’과 화가들의 집단 거주지였던 ‘화자디(花家地)’가 인근에 위치한 점과도 무관치는 않다. 특구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베이징에는 이밖에도 ‘예술구(藝術區)’로 불리는 지역이 몇 곳 있다. 숭좡(宋莊) 등 자생적인 예술인 집단 거주지와 쒀자춘(索家村), 페이자춘(費家村) 등 화랑 밀집지역 등이 여기에 꼽힌다. 베이징 인근에 이같은 문화예술촌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이다. 가장 오래된 것은 위안밍위안(圓明園)으로 알려진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에 형성된 곳이지만 곧 정부에 의해 폐쇄된다. 이후 형성된 예술촌이 숭좡과 베이징 남동쪽 퉁저우(通州)현의 건물밀집지역이다. 숭좡은 대표적인 화가 거주촌으로 다산즈의 많은 화가들이 이곳에서 옮겨왔다. 이 곳에선 지금도 일반인과 화가들이 작품세계를 교감할 수 있는 ‘화가 캠프’도 종종 운영된다. 뒤이어 둥춘(東村), 상위안(上苑), 란산(籃山) 등이 유명 예술가의 거주지와 작업실 밀집지역으로 자리잡는다. 이후 다산쯔에 엄청난 수의 예술가가 집결하면서 예술과 경제분야 모두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자, 쒀자춘과 페이자춘 등에 갤러리와 복합 창작 및 전시공간들이 들어서 오늘날 예술촌이 구성됐다. 이렇게 형성된 예술촌은 해외 예술을 빨아들이는 흡입구요, 중국 현대예술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즈음해 중국의 최대 문화행사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베이징 다산쯔 국제예술축제’도 이 예술촌간의 활발한 교류의 결과로 성장한 것이다. jj@seoul.co.kr ■ 작가 진쩡허가 말하는 다산쯔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주류(主流)가 아니면 살 수도 없었던 중국 예술계에 한줄기 숨통을 틔워 줬다.” 다산즈에서 1년여간 작은 작업실과 전시공간을 갖고 있는 진쩡허(金增鶴·30).‘다산쯔가 무엇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중국에는 엄청난 수의 예술가가 있다. 능력도 많지만 생존이 어렵다. 주류만이 겨우 살아나갈 수 있다. 어느 나라든 상황은 비슷하겠지만 중국의 현실은 대단히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미술 작가들은 중국내에서 활동 공간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그나마 현대미술의 주류는 서양미술의 모방에 치우쳤다.”고 질타했다. 작품판매의 활로가 외국에 한정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화랑을 찾아가서 전속 계약을 해야 생활과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100명이 가서 5명도 계약을 따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내 것은 작품의 재료 자체가 비주류적인 것이어서 다산쯔가 아니었다면 활동 공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한국은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지만 중국엔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런(仁) 예술센터’ 매니저인 황이(黃毅)씨는 “쇼든 전시든 작품이든 표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없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꼽았다.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다른 지역에 비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그래서 전위적이고 실험적이고 특색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고, 외국인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홍콩에도 예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심지어 홍콩보다도 훨씬 현대적인 작품들을 이곳에 전시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유럽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졌다는 중견 화가 스신닝(石心寧)씨는 “많은 수의 예술가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가까이서 다른 이들의 작품 활동을 지켜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전람회 등을 보면서 경쟁심리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jj@seoul.co.kr
  • 해외부동산 투자 사실상 허용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번째로 외환거래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았다.지난해 7월 거주용 해외부동산 취득한도를 30만달러에서 50만달러로 높인 데 이어 지난 1월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지 두달 만이다. 정부가 외환 거래 자유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만성적인 외환 초과 공급으로 인한 구조적인 외환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외환시장의 규모를 키워 환율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지난달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은 2163억달러를 웃돌고 있으며, 외환위기 이후 연 평균 250억달러의 외화가 초과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건전한 해외투자로 외화를 적절하게 유출하지 않으면 원화 절상(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 등 환율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는 해외부동산 취득 자유화와 함께 대외채권(수출채권) 회수의무 완화에 비중을 뒀다.18개월 안에 회수해야 하는 수출대금 기준을 건당 10만달러에서 50만달러로 확대, 그만큼 기업들이 해외에서 외화를 운용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수출액의 26%에 해당하는 외화를 해외에서 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준 변경으로 앞으로는 56.3%를 운용할 수 있다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이번 조치의 궁금증을 문답으로 알아본다.▶귀국 후 3년 안에 해외부동산을 의무적으로 처분토록 했던 제도를 폐지하는데, 언제 산 집부터 해당되나.-지난해 7월부터 해외주택 취득신고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소급 적용해 혜택을 줄 예정이다.2년을 거주한 경우에만 의무가 없어지는 것이다.2년을 못 채우고 귀국하면 3년 안에 외국에 있는 집을 팔아야 한다.▶사실상 투자 목적의 부동산 취득이 허용되는 것 아닌가.-그렇게 봐도 된다. 어차피 내년 이후 투자 목적 부동산 취득도 허용될 것이므로 문제는 없다.▶거주용 해외부동산 취득 한도를 자주 확대하는 이유는.-올해 안에 거주용 해외부동산 취득을 자유화하고 투자용은 2007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거주용 부동산 취득 한도를 넓히면 혼란을 줄 우려가 있는 점을 감안,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이제 아무리 비싼 해외주택이라도 거주 목적이라면 살 수 있나.-그렇다. 외국환은행에서 2년간 해외에서 거주하겠다는 확약서만 제출하는 것 이외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한도가 확대되면서 실제 해외부동산 취득이 늘어났나.-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해외 부동산 취득 실적은 월 평균 4.3건에 141만달러였다. 올 1월에는 13건에 480만달러,2월에는 20일까지 25건에 838만달러로 눈에 띄게 늘고 있다.▶대외채권 회수 의무 완화로 기업들이 해외에서 운용할 수 있는 외화가 많아지면 감독이 가능한가.-국내에서 허가받고 자금을 운용하도록 돼 있는 부분은 기업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출대금으로 해외에서 비업무용 부동산을 사면 불법이다. 관세청이 수출대금과 실제 국내 유입대금간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나는 경우 금융감독당국과 조사할 것이다. 올해부터 감독기능이 상당히 강화됐다.▶국세청에 통보되는 외환거래 기준을 완화한 이유는.-당초 해외부동산 취득, 해외부동산 시설물 이용권 취득, 해외예금 등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국세청에 통보되도록 한 것은 과세자료 수집과 외환자유화 속도 조절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부 사항은 당사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줘 건전한 외환거래까지 위축시키고 있어 이를 완화한 것이다.▶국내펀드의 해외펀드 투자 제한도 완화되나.-일반간접투자기구의 외국펀드 투자 한도는 자산총액의 5% 이내에서 20% 이내로, 재간접투자기구(펀드오브펀드)가 같은 외국자산운용사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는 자산총액의 50% 이내에서 100%로 각각 높아진다.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왜 ‘영자신문’ 공부인가] 영어실력 쌓고 시사상식도 ‘쑥쑥’

    [왜 ‘영자신문’ 공부인가] 영어실력 쌓고 시사상식도 ‘쑥쑥’

    신문에는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정보가 매일 실린다. 깊이있는 기사를 계속 읽으면 차곡차곡 배경지식이 쌓여 박식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영자신문을 활용하면 영어실력까지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영자신문에는 자주 쓰이는 표현과 생생한 구어체가 녹아 있다. 토익과 토플시험이 독해력과 어휘력 평가 중심에서 말하기와 글쓰기 등 활용능력 측정위주로 바뀌는 추세다. 중·고교 시험에서도 논술 비중이 높아지면서 논리력과 시사 상식에 대한 감각이 요구된다. 영자신문을 꾸준하게 읽으면 이러한 논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교과서가 딱딱하고 틀에 박힌 영어를 다룬다면 영자신문은 독자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실용 영어를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학습 방법도 수준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수준에 맞게 골라 읽는 단계별 학습이 필요하다. 어휘력과 문장 해독력이 달리는 초등학생은 이야기 위주로 꾸며진 초등생용 영어신문을 이용할 만하다. 하지만 영어에 미숙한 저학년들이 영어신문을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모든 문장을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단어와 발음에 친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정도 때까지 발음이 형성되기 때문에 기사를 큰 소리내서 읽으면 발음 교정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어린이용 영자신문에는 만화와 드라마, 연예인 등의 흥미를 자극하는 기사가 주류를 이룬다. 비슷한 한글 기사와 비교하면 효과적이다. 대개 초등생용 영자신문은 지면에 비해서 기사가 적을 뿐만 아니라 그림책처럼 만들어졌다. 학부모가 초등학생에게 일반 신문 사진을 오려서 사진의 이야기를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학생들이 영자 신문을 본격적으로 이용할 수 시기는 초등학교 5∼6학년부터다. 초등학교 고학년∼중학교 학생들은 자신에 맞는 청소년 영자신문을 택할 수 있다. 영자신문에는 보통 시사뉴스를 비롯해서 경제, 과학, 인문학,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전체적인 틀은 일반 영자신문과 비슷하지만 문장과 단어가 쉽다. 또 시각적으로 재미있게 편집돼 평소 영어 신문을 접하기 어려웠던 성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 중학생은 표현위주로 공부, 개별 단어가 갖는 의미보다는 전체적인 문맥을 이해하도록 한다. 글이 어떻게 전개되고 주제가 어느 곳에 있는지를 큰 틀에서 파악한다. 특히 이 시기에는 단어를 많이 외워야 한다. 하지만 잘 모르는 단어를 모두 찾다 보면 읽는 속도에서 맥이 끊길 수 있다. 생소한 단어는 밑줄을 그은 뒤 문맥을 통해 단어의 뜻을 추론하는 습관을 들인다. 부득이하게 사전을 찾을 때는 정확한 뜻과 용례를 파악해야 한다. 중학교까지 영어의 기본적인 문법을 마쳤다면 이후에는 영어 문장을 많이 접하며 응용력을 키워야 한다. 고교생이 배우는 영어 지문이 교과서로 제한되면 영어실력을 제대로 기를 수 없다.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시중에 나와 있는 성인용 영자신문을 이용, 글의 구성 방식을 살피도록 한다. 주제어가 어디 있으며 소재와 어조 등 국어책을 읽어내듯 영어를 구조적으로 파악한다. 문단에 따라 어떤 주제가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뒷받침되는가를 표로 만들어 익히도록 한다. 전체적인 영문의 얼개를 파악해야 하는 시기이다. 또 웬만큼 영어 실력이 붙으면 필자의 주장이 담긴 있는 핵심 문장을 끄집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핵심 문장을 이해하면 전체 글을 읽지 않고도 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기자들이 어떻게 기사를 풀어내는지 알아내는 습관도 필요하다. 기자들의 전개 방식을 터득하면 자연스럽게 작문에 대한 자신감이 형성된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청소년 영자신문 읽기에서 벗어나 코리아헤럴드와 코리아타임스 등 국내 영자신문을 볼 수도 있다. 영어 학습에서 국내 영자신문은 장단점이 다 있다. 우선 취재기자가 한국인이라 원어민들이 사용하는 표현에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 반면 한국적인 사고로 기사를 작성,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영미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면 뉴욕타임스 등 외국의 영자신문을 읽는 게 낫다. 영자신문 보다 이해하기 쉬운 통신기사나 방송기사를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도움말 영타임스 편집국장 윤태형
  • [이슬람 문명과 도시] “이세상의 절반” 찬양 이란의 이스파한

    [이슬람 문명과 도시] “이세상의 절반” 찬양 이란의 이스파한

    페르시아 하면 ‘양탄자’와 ‘요술 램프’ 같은, 무엇인가 신비로운 것을 떠올리는 건 비단 나뿐일까? 중동의 여러 도시들 가운데 페르시아 세계의 심장부라는 이스파한만큼 감동적인 도시는 없었다. 그것은 나의 추억 때문이다. 어린 시절 서재에 꽂혀 있던 책을 우연히 뒤져보다가 빠져 든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 감수성 예민한 시기였기에 책 속의 페르시아 세계는 내 상상 깊숙이 각인됐다. 그것이 내 전공을 페르시아 문학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란에서 처음 이스파한에 도착한 날, 그 흔해 빠진 역사적 고도 중에 하나이겠거니 하고 찾아간 이맘 광장에서, 나는 20여년간 상상 속에 묻어 뒀던 그 실체를 발견했다. 꿈과 현실이 만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뒤 이란에 갈 때면 언제나 무엇에 끌리듯 이스파한으로 향하곤 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테헤란에서 밤 버스를 타고 이스파한에 달려왔다. 도시 중앙에 남북으로 뻗어 있는 ‘4개의 정원’이라는 뜻의 차허르 버그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이제 막 떠오른 해는 밤새 도시를 감싸고 있던 아침 안개를 걷어내며 이스파한 서쪽에 길게 뻗어 있는 붉은 산들을 더욱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저 산들이 자그로스 산맥이리라. 자그로스 산맥에는 해발 3000m가 넘는 산들이 즐비하지만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것은 이스파한 자체의 고도가 이미 1500m가 넘기 때문인가 보다. 또다시 감동적인 만남을 위해 걸음을 재촉해 이맘 광장으로 들어선다. 광장 맞은편에 시리도록 푸른 타일로 덮인 이맘 모스크의 돔이 아침 햇살을 던지며 변함 없는 모습으로 반긴다. 이 곳의 공식명칭은 이맘 호메이니 광장이지만 이란혁명 이전엔 ‘왕의 광장’이라고 불렸다. 팔레비 왕정에 염증을 느낀 혁명 세력이 건물이나 지명에서 왕을 모두 이맘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인들은 전통적 이름 ‘나그셰 자헌’ 광장이라고 부르기를 더 좋아한다.‘이 세상의 그림’이라는 뜻이다. 희망에 넘쳐 혁명을 지지했지만 혁명 주도 세력이던 이맘들도 별 수 없다는, 왕도 이맘도 싫다는 국민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란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이스파한은 시라즈와 함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고도다.11세기 셀주크 제국의 수도로서 영화를 누리기 시작한 이스파한은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침략도 잦았다.13세기 몽골의 침략을 받아 파괴됐고 ‘칭기즈칸의 후예’를 자처한 티무르에 항거했다가 7만명이 학살당하기도 했다. 당시 기록은 살해된 이스파한 시민들의 머리를 쌓아 언덕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스파한은 사파비 왕조시대에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압바스 1세(1587∼1629)는 1598년 이스파한을 수도로 정하고 도시를 가꾸었다. 유적의 대부분이 그 시절 만들어졌다. 문헌에 따르면 최전성기 인구가 100만명을 넘었고,163개의 모스크,48개의 학교,1801개의 가게,263개의 공중목욕탕이 있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17세기 사람들은 “이스파한은 이 세상의 절반(Isfahan Nesf-e Jahan)”이라는 시로 이 도시를 찬양했다. 이스파한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먼저 광장 서쪽 알리 카푸로 올라가 본다.‘높은 문’이라는 뜻의 알리 카푸는 원래 이맘 광장 서쪽에 인접했던 궁으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이 문 위로 6층짜리 건물이 있었는데 압바스 1세가 외국 귀빈을 영접했던 곳이다. 그 꼭대기 테라스에 오르니 광장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넓은 연못이 있고 시원한 분수가 뿜어져 나오지만, 원래는 폴로 경기장으로 건설됐다. 페르시아어로 ‘초건’이라고 불리는 폴로는 말을 즐겨 타던 중앙아시아 이란 민족의 전통 경기에서 비롯됐다. 알리 카푸의 테라스에서 압바스 1세는 이 폴로 경기를 즐겨 관람했다. 알리 카푸 맞은편, 노란 타일로 아름답게 장식된 로트폴라 모스크의 돔이 수줍은 듯 얼굴을 살짝 내밀고 있다. 광장 남쪽 푸른 타일로 웅장하게 건설된 이맘 모스크와 대조적으로 다소곳하지만 화려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왕의 모스크로서 1611년 시작된 공사는 압바스 1세가 서거한 1629년에 끝나 정작 왕 자신은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이맘 모스크보다 먼저 1602∼1619년 사이에 건설된 로트폴라 모스크는 압바스 1세의 장인이자 대학자였던 레바논 출신의 로트폴라에게 바쳐진 모스크이다. 하지만 이 모스크는 나중에 왕실 여인들을 위한 모스크로 사용됐다. 사파비 왕조가 쇠락하면서 이스파한도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1722년 아프간족이 침입해 3000명에 가까운 학자와 귀족들을 살해하며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 사파비 왕조를 뒤이어 건국한 잔드 왕조는 시라즈에 수도를 정했고, 그뒤 카자르 왕조는 테헤란을 수도로 정했다. 이제 이스파한은 정치적 중요성을 상실했지만, 상업 중심지로서의 역할은 잃지 않았다. 이스파한은 무역로의 교차점에 있어서 예부터 상업의 중심지였다. 특히 카펫과 금속 세공품은 정교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광장 북쪽에 있는 전통 시장 카이사리예 바자르에 들어가 이를 확인해 본다. 아직 아침이라 한산하지만 다양한 상품들이 풍요롭게 진열돼 있다. 가게 안쪽에서는 손에 망치와 못을 들고 동판에 열심히 무늬를 새기는 모습도 보인다. 카펫 가게 진열대에는 찬찬한 색상의 실크 카펫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다. 그 유명한 페르시아 카펫이다. 시장을 나와 이맘 광장 동쪽, 체헬 소툰 궁전으로 들어간다.‘40기둥의 궁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체헬 소툰 궁전은 압바스 2세 시절인 1647년 왕의 휴식과 외빈 영접을 위해 지어진 누각으로 정원에는 기다란 연못이 있다. 히잡을 건성으로 가린 젊은 여인 둘이 소곤대는 소리가 들린다.‘왜 기둥이 20개밖에 없지?’ 속으로 대답해 준다.‘이렇게 운치가 없기는. 나머지 20개는 연못 속 그림자에 있잖아.’ 누각 속 벽면과 천장에는 사파비 왕조의 역사를 표현한 프레스코 벽화가 가득하다. 다시 차허르 버그 거리로 나와 도시 남쪽으로 향한다. 한참을 걷다 보니 돌로 만든 다리가 나오고 그 밑에 강이 흐른다.“생명을 주는 강”이라는 의미의 저얀데 강이다. 참 이름도 잘 지었다. 그 험악한 자그로스 산맥에서 발원한 저얀데 강은 이스파한에 자신의 생명을 다 불어 넣어주고 400㎞를 더 흐르다가 이란 중앙의 카비르 사막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스파한 주변은 온통 황무지뿐이다. 그 황량한 벌판에 화려한 도시가 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강 덕분이다. 이스파한에 생명을 주는 강이다. 이 강 위에는 몇 개의 멋진 다리들이 놓여 있는데 시오세 폴과 허주 폴이 유명하다. 이 다리 주변에 찻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 중 한 찻집에 들어가 홍차와 사과향이 있는 물 담배를 주문하고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운치를 즐기려는데, 옆에 앉은 젊은이들의 떠들썩한 대화가 분위기를 깬다. 대화를 엿들으니 이란 핵문제와 미국의 군사공격 가능성을 두고 토론 중이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 바로 이스파한 근교 나탄즈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아니던가. 미국이 공격한다면 최초의 공격목표가 될 곳이다. 숱한 외적의 침략으로 슬픈 역사를 간직했던 이스파한이 또다시 위기에 처할 수 있겠구나. 수백 년 전 몽골과 티무르 군대를 야만스러운 유목민족이라고 비난했던 그 서양 사람들이, 똑같은 짓을 저지르려 한다. 그렇다면 내 꿈과 추억이 담긴 이맘 광장은 어찌 된다는 말인가. 근심을 잔뜩 진 채 무거운 발길을 돌린다. 신양섭 이슬람문화연구소 부소장
  •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기준 마련

    창원지방법원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첫 마련해 주목된다. 권고적인 효력만 갖는 것이지만 일선 법원에 긍정적 파급이 예상된다. 창원지법은 27일 전체 판사회의를 열고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기준을 비롯해 불구속 재판원칙 강화방안, 첫 재판 조기지정, 판결문 간이화 방안 등을 확정, 발표했다. 양형기준은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했거나 청탁내용이 부정하고, 비리가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경우 금액에 관계없이 실형을 선고키로 했다. 형법상 뇌물수수액 1000만원 이상이면 집행유예가 없는 실형선고를 원칙으로 정했다.1000만원 미만이라도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면 실형을 선고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으로 뇌물수수액이 3000만원 미만일 경우 형법이 적용돼 처벌이 완화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증뢰죄의 경우 로비력으로 공무원을 유혹해 거절할 수 없도록 하거나, 공무원의 약점을 이용해 부정한 업무를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한 경우에는 실형선고를 원칙으로 했다. 업무상 횡령과 배임은 회복되지 않은 피해금액에 따라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배임수재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 형사합의가 되었더라도 실형을 선고하며, 경우에 따라 벌금형을 병과한다. 법원은 화이트칼라 범죄를 공무원과 기업체 간부, 학교재단 이사장, 변호사 등 전문직업인이 직무과정에서 저지르는 범죄라고 정의했다. 또 ‘산업스파이’를 뿌리뽑기 위해 기업의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 손해를 입힌 경우 초범이라도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행하는 등 처벌이 강화된다. 이와 함께 구속영장 발부 최소화, 구속적부심 인용 최대화, 형사소송법에 의한 충실한 보석제도 운용,1심 선고시 법정구속 등 인신구속의 4대 원칙도 마련했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34개월만에 적자 돌아서

    설연휴 등 계절적 변수를 감안한 1월의 계절조정 경상수지가 34개월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탓으로 최근의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더욱이 2월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6년 1월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계절조정 경상수지는 5억 7360만달러 적자를 냈다.2003년 3월 11억 4790만달러 적자를 낸 이후 34개월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경제의 기조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이달부터 계절조정을 거친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계절조정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1월 경상수지는 1억 4000만달러 흑자에 그쳤다. 전달(5억 400만달러)에 비하면 흑자폭이 무려 75%나 줄었다. 이는 지난달 설연휴로 인해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반면 수입은 크게 증가했고, 해외여행자가 늘어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월 서비스수지는 16억 4000만달러 적자로 지난해 8월(18억 2000만달러)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여행과 유학, 연수생이 크게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는 12억 2000만달러로 지난해 8월(11억달러)에 기록한 사상최고 기록을 5개월만에 갈아치웠다. 한은 관계자는 “2월 들어 수출증가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수출·입 통계에서 통관 기준과 본선인도조건(FOB) 기준과의 차이로 인해 2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열린세상] 헌법개정이 ‘改正’ 인 이유/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개헌론이 부상하고 있다. 사실상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대선 레이스에서, 개헌문제가 의제 선점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는 경우에는 개헌논쟁이 보다 조기에 과열될 가능성도 없지 아니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직후에 제시한 개헌 논의의 일정도 ‘2006년 초 시작, 연말 마무리’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치권의 개헌 문제에 관한 의견은 천차만별이지만, 주로 통치구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특히 대통령중임제에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는 듯하다. 헌법학계의 논의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 속에서 각론으로 가면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대통령중임제나 결선투표 및 정·부통령 러닝메이트 선거제도의 도입 등에 관해서는 대다수가 긍정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백가쟁명의 개헌론에 한마디 거들고 싶은 의욕과 나름대로의 생각이 없지는 아니하지만, 사견은 접는다. 다만 차제에 헌법개정의 본질과 의미를 되새겨 보고, 개헌논의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요청들을 재확인하고 당부하는 작업은 생략되거나 연기될 수 없다. 헌법 ‘개정’의 한자어는 개정(改定)이 아니라 개정(改正)이다. 항상 ‘옳은 결정’이어야만 한다는 당위적인 의미가 내포된 개념이다. 여기에서 ‘옳은 결정’의 요소에는 내용과 함께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도 포함된다. 오히려 실제 결정내용의 ‘옳음’은 그 과정과 절차에 의해서 결정된다고도 할 수 있다. 가치규범이고 통합규범인 헌법은 그 자체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옳은 결정’의 합리적인 체계이고, 그 핵심은 조화와 타협의 명령이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날로 심화되고, 지역할거의 정치구도와 패거리 선거문화가 여전한 상황에서, 더구나 대선정국과 엇물린 개헌 논의에서 조화와 타협의 명령은 더욱 절실하다. 향후 개헌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유의해야만 할 요청을 세 가지만 제시해 본다. 우선 타협의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의제를 선거전략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승패를 가릴 수밖에 없는 대선의 투쟁과정에서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개헌론은 사회통합만 해치는 ‘고비용 무효율’의 가장 ‘나쁜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신중성의 요청이다. 개헌은 그 효용과 역기능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토대로 해야 한다. 예컨대 대통령 중임 허용의 문제도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관점에서의 숙고도 필수적이다. 그것은 단순히 권력행사의 기간이 3년 연장되는 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질적 크기를 기하급수적으로 팽창시키는 근본적인 구조변경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통제장치 보완의 방안과 연계하여 논의되어야만 한다. 셋째는 절제의 요청이다. 보수와 진보의 건강한 타협을 주문하는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고,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다.”라는 헤겔의 명언은 개헌 논의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현행 헌법은 헌정사상 최초로 여야 합의하에 개정되어서 자유민주적 가치공동체의 정체성을 다지고, 네번의 평화적 정권교체의 소중한 경험을 축적하면서 20년 가까이 지속되는 ‘현실’이다. 이 ‘현실’ 속의 ‘이성적인 것’을 섣부른 진보의 명분으로 간단하게 부인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영토조항만 해도 여러 가지 상황변화에 따라 그 적실성(適實性)에 대한 재검토는 필요하지만, 여론몰이식의 의제 상정은 자제되어야 한다. 이 조항은 예컨대, 만일 북한 정권이 급작스럽게 붕괴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의 당사자 지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유력한 법적 근거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세 가지 지침이 준수되면서 진행된다면, 아무리 치열한 대선정국 속에서의 개헌논의라도 조화와 타협을 통한 ‘옳은 결정’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여기에다 정치의 창조적인 상상력이 더해지는 ‘옳고도 멋있는 결정’에 대한 기대,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만 해로울 것은 없는 희망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 [기고] “한미 FTA 여전히 득이 많다”/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지난 16일자 서울신문은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가 미 상무부의 2005년 미국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다고 해도 우리의 대미 수출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가 미국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FTA가 체결되더라도 대미 수출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기사의 내용은 일정 부분 맞다.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 그 지역으로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자동차의 미국내 총판매량 중 미국 현지 공장 생산량이 약 12%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하면 한·미 FTA 체결로 나머지 국내생산에 해당하는 부분은 대미 수출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 휴대전화, 컴퓨터 등 관세가 0%인 품목의 경우 FTA 체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기사 내용도 사실이지만 FTA 체결은 관세 인하로 인한 가격 요소 효과 외에 여러 비가격 요소의 효과도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선진국인 미국과 FTA가 체결되면 우리 제품에 대한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한국산 철강,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수입규제 등도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장비나 원재료 등을 수입하는 국내 완성품 업체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구입비용이 낮아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감소는 구조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한·미 FTA가 체결되더라도 수출증가 효과가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내 현지 생산, 우회 수출 등 구조적 요인으로 수출이 감소한 품목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석유 제품, 자동차 부품, 고무 제품, 철강, 전자, 섬유, 신발, 생활용품 등 다양한 대미 수출품 중에는 미국의 수입관세가 4∼5%에 달해 관세 철폐 효과가 큰 품목도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지 않아서 우리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 같은 거대 선진 경제권과의 FTA 체결은 단순한 수출입 교역에서 얻는 효과를 넘어 계산할 수 없는 많은 부분에서 우리에게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 [옴부즈맨 칼럼] ‘주말화제’ 신선한 토요일 메뉴/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신문이 발행되는 요일 가운데 열독률이 가장 낮은 날은 단연코 토요일이다. 주말은 스포츠나 옥외 여가활동이 많고 TV와 같은 경쟁매체들이 수많은 오락물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주5일제의 도입에 따라 노동활동의 주기가 바뀌면서 직장 신문독자들이 이탈하는 요일도 토요일이다. 미국 신문처럼 별도 구독료를 내고 보는 주말판을 만들고 있지 않은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독자나 신문사 모두 토요일은 신문의 사각지대이다. 토요일이 광고단가는 물론 지면에 광고가 차지하는 면적비율도 가장 낮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주목도가 낮은 토요일 지면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는 신문사로는 고민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 출발점은 독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느긋한 토요일 아침은 재택공간에서 시작하는 여가의 하루를 연다. 독자들은 말랑말랑한 빵과 같은 소프트한 콘텐츠를 원한다. 단순히 소프트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품위 있는 버터향이 풍겨나기를 기대한다. 마냥 새로운 것을 넣기보다는 익숙하지만 한 주를 정리하는 이야깃거리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누구나 아는 사실보다는 사실의 뒷이야기를 보고 싶은 것도 토요일 아침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신문이 매주 토요일자 1면에 게재하고 있는 ‘주말화제’는 토요일 아침에 어울리는 뉴스거리이다. 이 고정물을 1면에 배치한 서울신문의 용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주말화제’는 속보와 정보를 강조하는 데드라인 뉴스 대신에 뉴스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거운 탐사나 기획기사가 아닌 소프트한 일상의 궁금증을 다룬다. 이 같은 소프트한 뉴스를 1면 톱에 고정물로 게재한 것은 서울신문 편집국의 유연한 사고를 반영한다. 이 코너가 돋보이는 것은 ‘품위 있게 소프트’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연예인 이야기나 럭셔리한 물건이 신문의 주목도를 더 높일 수 있겠지만,‘주말화제’는 그런 고급스러운 소재보다는 일상의 궁금증을 다루고 있다. 특히,2월11일자에 실린 “빨리 낫게 졸라도 난 구식처방” 기사는 보기 드문 좋은 기사이다. 이 기사는 항생제 처방률 0%를 기록한 시골의 노(老)병원장을 다루었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병원들의 감기약 항생제 처방률을 발표한 이후, 대다수 언론사들이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 병원을 보도하는 데 지면을 할애했다. 이러한 보도들은 여태까지의 보도관행을 보면 당연한 것이다. 우리 언론들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에 더 높은 뉴스가치를 부여해 왔다. 이는 언론의 사회감시기능의 측면에서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이 고정된 가치부여 방식은 보도의 창조성을 빼앗는 것이다. 창조성이 결여된 콘텐츠가 독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당연하다. 다수의 언론사들이 네거티브한 1등을 찾아 나섰다면, 서울신문은 포지티브한 1등을 발굴했다. 모두 1등이지만, 시각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꼴찌와 일등은 뒤바뀔 수 있다.“시골 병원장”기사는 토요일 아침을 즐겁게 하고도 충분했다. 나이 79세, 전라남도 강진의 김옥경 원장이 헤드라인을 차지해서 기쁘고, 고지식한 그의 의료철학도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데드라인 뉴스의 뒷이야기라서 읽기에도 가볍다. ‘창조적 사고기법’을 다루는 많은 서적들은 수직적인 사고보다는 측면적 사고를 강조한다. 남들이 모두 생각하는 수직적인 사고보다는 ‘1등과 꼴찌를 뒤바꾸는 생각’ 그리고 ‘봉투의 겉과 속을 뒤집는 생각’이 측면적 사고이고 이것이 창조적 기사를 만든다. 신문사의 창조성은 주말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주말화제’의 몇몇 기사들은 그런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아쉬움도 있다. 하나의 아이템만으로 기사가 구성되다 보니,‘화제’의 맥락을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한다. 관련 기사를 더 추가해서 다른 지면으로 연결시켰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2월7일자에 실린 서울공원에 방목된 사슴기사의 경우, 어떤 종류의 사슴이 방목되었고 사슴의 겨울나기의 특성은 어떤 것인지 등을 동물학자의 인터뷰나 기고로 처리했다면 자녀를 위한 학습도구로도 유용했을 것이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기고] 수출 이대로 좋은가/이석영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올해 우리 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다. 민간소비 회복과 설비투자 반등으로 5% 성장을 예측한다. 수출이 올해에도 지난 2,3년간과 같은 두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이런 예측은 적중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지난 1월 수출은 작년 1월에 비해 4.3% 증가한 234억달러에 그쳤다. 설 연휴 탓도 있지만 일평균 수출액도 수개월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의 수출도 지금보다 크게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환율불안,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앙등이라는 구조적 악재 탓이다. 원·달러 환율은 불과 두 달만에 70원이나 떨어졌으며, 원·엔 환율도 2004년 평균 1059원에서 최근에는 810원대까지 수직 하락했다.60달러 내외까지 치솟은 유가는 국제정세 불안으로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며, 동, 알루미늄 등 기초 원자재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상황이 이처럼 급박한데도 아직도 수출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낙관론이 여전하다. 수출의 대기업 중심화, 주력 상품의 경쟁력 향상으로 환율, 유가 등 대외 변수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을 만한 내성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달러화 결제 비율이 80%에 이르고 해외 경쟁심화로 수출 이익률이 낮은 우리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9월중 주요 대기업을 망라한 전체 수출 기업들의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은 7.2%에 불과하며, 중견·중소기업들은 이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2005년 평균환율에 비해 5% 이상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이 단지 환율요인만으로도 적자수출에 직면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대표 대기업들조차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어느 대기업 CEO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수출목표의 대폭적 수정은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중소기업들이 ‘초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음은 불보듯 뻔하다. 지난주 무역협회가 실시한 무역업체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는 정말 수출이 이대로 괜찮겠는가라는 강한 불안을 갖게 한다. 응답기업의 약 90%가 현 환율 수준에서는 수출에서 이익을 남길 수 없다고 하소연했으며, 올해 10% 이상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우울한 대답이 절반이상이었다. 이제는 수출보다는 내수중심의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수출과 내수의 균형 있는 성장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내수를 살리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은 득보다 실이 많다. 지난 2001년 수출 둔화와 경기 하락이 예상되면서 민간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신용카드 가입기준 완화, 길거리 회원모집 허용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렸으나, 곧이어 가계부채 급증과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최근까지 극심한 내수침체가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지금까지 우리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온 수출의 동력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내수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수출 증가로 기업이 성장하고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해 자연스럽게 내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 최선이다. 올해 우리 경제 회복의 열쇠는 두자릿수 수출증가다. 지난해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다고 해서 올해도 저절로 잘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막연한 기대나 섣부른 낙관론보다는 환율 안정과 중소 수출업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석영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 지방 아파트값 상승세 지속

    아파트매매 가격이 대부분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구, 경북, 충북, 전북 등 일부 지역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19일 국민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 등락률’에 따르면 대구는 전 분기말에 비해 1.9%, 경북 2.6%, 충북 1.3%, 전북 1.2% 각각 올랐다.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기말에 비해 1% 미만의 상승률을 보이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후로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소폭 오름세로 전환됐다.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휴대전화보조금 마련 “걱정되네”

    오는 4월 이동전화 시장이 ‘휴대전화 보조금’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전화 가입기간이 1년6개월을 넘는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허용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다음달 27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통사들은 보조금 재원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보조금 허용 이후 수혜 대상자들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수혜대상자가 1400만여명에 이르는 SK텔레콤의 경우 한 가입자에게 1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보조금 규모는 무료 1조 4000억원에 이른다. 이들이 한꺼번에 휴대전화 교체를 원할 경우 자금압박을 받게 된다. 또 한꺼번에 교체하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돌아올 ‘잠재적 부채’가 된다. 이통사들은 타사로부터 이동해오는 전환 가입자가 보조금 지원을 요구할 경우 해당 이통사로부터 가입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자사 가입자를 경쟁사에 뺏기는 상황에서 순순히 협조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스템 장애, 일손부족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정보공개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해당 가입자는 보조금을 지원받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통사 관계자는 “지난 2004년 번호이동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때 가입자가 이동해올 경우 경쟁사측에서 가입자 정보요청에 협조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말했다.지금까지는 이동전화 시장에서 보조금은 모두 불법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는 다음달 27일부터 시중에 불법 보조금과 합법 보조금이 혼재하게 된다.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하이퍼그라피아/앨리스 플래허티 지음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느날 의식이 바뀔 정도로 위험한 발작을 일으켰다. 이후 그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데 곤란을 겪었을 뿐 아니라 심한 조울증과 도박중독증에 시달렸으며 무려 10년간을 감옥에서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독실한 종교인으로서 초자연적인 주제에 몰두하는 등 양면적인 모습을 보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평생 19편의 소설을 썼고 놀라운 속도로 수많은 노트와 일기, 편지를 써내려갔다. 이쯤되면 글쓰기 중독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주체할 수 없는 욕구, 그것을 가리켜 의학적으로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라고 한다. 신경학자들에 따르면 하이퍼그라피아는 뇌의 특정 부위에 변화가 생길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흔히 측두엽 간질이나 조울증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측두엽 간질환자였던 도스토예프스키는 바로 이 하이퍼그라피아라는 이름의 창조적 열병을 앓았던 것이다. 최근 출간된 ‘하이퍼그라피아’(앨리스 플래허티 지음, 박영원 옮김, 휘슬러 펴냄)는 도스토예프스키에서 스티븐 킹에 이르기까지 글쓰기와 관련된 인간의 뇌현상을 깊이있게 다룬 흥미로운 책이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저자는 다양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하이퍼그라피아의 정체와 이같은 뇌의 이상증세가 어떻게 ‘생산적인 글쓰기’로 이어지는가를 소상히 밝힌다. 글쓰기의 동인(動因)을 뇌의 구조에서 찾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하이퍼그라피아에 걸린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엄청나게 많은 양의 글을 쓴다는 점이다.‘동거남’이었던 고갱과 한바탕 싸운 뒤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른 고흐. 그는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도 동생 테오에게 수없이 많은 편지를 보냈다. 고흐는 서른 가까운 나이에 그림 공부를 시작해 서른 일곱에 죽을 때까지 1250점의 유화와 1000점 이상의 소묘를 남겼고, 동생 테오와 19년 동안 자그마치 668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런 고흐 역시 도스토예프스키와 마찬가지로 하이퍼그라피아였으며 측두엽 간질환자였다. 하이퍼그라피아를 일으키는 주범은 단연 측두엽 간질이다. 루이스 캐럴, 플로베르, 바이런, 모파상, 몰리에르, 파스칼, 페트라르카, 단테 같은 유명 작가들이 모두 측두엽 간질을 앓았다. 조울증 또한 하이퍼그라피아를 유발하는 유력 인자다. 작가들 가운데 조울증에 걸린 사람의 비율은 일반인에 비해 10배나 높고, 시인들의 경우엔 무려 40배에 이른다. 조울증 환자가 하이퍼그라피아를 겪는 시기는 정확히 말해 우울증에서 조증으로 넘어가는 시기, 즉 ‘경조증’ 상태에 이를 때다. 이 때는 에너지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기분이 매우 좋아지고 우울증이나 심한 조증 상태에 있을 때보다 글쓰기에 몰두하기가 쉬어진다. 때문에 생산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는 창의성의 바탕으로 인식돼 왔다. 낭만주의자들은 종종 창의적인 작품은 우울함에서 오는 공허함의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발상은 예술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 혹은 영감에 의해 탄생한다고 믿었던 그리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 맥락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왜 한결같이 우울한 사람들인가.”라고 묻는다. 책은 하이퍼그라피아의 반대 경우인 ‘작가의 블록현상(writer’s bloc)’에 대해서도 다룬다. 하이퍼그라피아가 글쓰기 중독증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블록현상은 창작의 정돈(停頓)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작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글을 쓰지 못해 고통스러운 상황에 빠지는 것이 바로 블록현상이다. 이 책에는 세탁공장 인부, 건물 경비원에서 세계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스티븐 킹의 예가 나온다. 공포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은 텔레비전물을 포함해 500여 편의 작품을 남긴 ‘하이퍼그라피아형’ 작가이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뒤 심각한 블록현상을 겪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무의식적인 욕구와 공포가 블록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대문호도 피해갈 수 없었던 블록현상, 그 치유법은 없을까. 현대과학은 브레인스토밍이나 초자아를 상쇄시키는 시각화훈련 등 여러 방책을 내놓고 있지만, 저자는 블록현상은 매우 상대적인 것인 만큼 원인에 대한 진단뿐 아니라 치료법도 개인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하이퍼그라피아를 midnight disease, 즉 ‘한밤중에 걸리는 질병’이라고 불렀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이를 ‘신성한 질병’이라 했다. 이 책은 이처럼 작가로선 ‘축복의 병’인 하이퍼그라피아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저주의 병’인 블록현상의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쨌든 작가에게 글쓰기란 고통스러운 업보요 즐거운 원죄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박삼구회장의 ‘디자인 경영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근 새 기업 CI 선포와 함께 임원들에게 디자인 경영 교육을 받게 하는 등 ‘감성경영’에 전력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이사 이상 임원 165명은 다음달 초부터 용인에 있는 인재개발원에서 ‘디자인 매니지먼트’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임원 연수는 박 회장이 지난해 10월 직접 지시해 마련된 교육이다. 임원들은 1박2일간 합숙하며 국제디자인대학원(IDAS)의 ‘최고의 경영 디자이너 만들기’ 과정을 듣는다. 교육 내용은 ▲디자인의 개념 재정립을 통한 디자인 경영의 본질 파악▲디자인 감성 및 마인드를 갖춘 창조적 CEO 양성▲미래경영 핵심자원인 디자인에 대한 안목 제고 등이다. 박 회장은 1999년 9월부터 6개월간 IDAS에서 ‘디자인 경영’교육을 이수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작년 11월 전략경영본부 홍보팀에 디자인광고팀을 신설한 것을 비롯해 최근 그룹의 새 CI를 만드는 등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디자인 교육은 ‘숫자’에 ‘감(感)’을 더해 더욱 창의적인 능력을 함양하도록 임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계 교육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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