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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공무원 인기 ‘시들’

    일본의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국가·지방 공무원직이 공전의 인기를 누리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인 현상이다. 일본 언론들은 24일 2007년 국가공무원 채용 1종시험(우리나라 행정고시와 유사)의 지원자가 2만 2435명으로 전년보다 3833명,14.6%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 시험이 상급갑종에서 이름을 바꾼 1985년 이후 최저치다.2000년 3만 8841명이 지원한 이후 급감하는 추세다. 일본 인사원에 따르면 감소율은 법학·문학계(-13.1%)보다 이공계(-17.8%), 농학계(-16.8%)가 높았다. 여성 지원자는 6609명으로 전체 지원자의 29.5%를 차지, 비율이 6년 연속 늘었다. 물론 여성지원자도 1200명 정도 줄긴 했다. 일본에서 잃어버린 10년 동안 높았던 공무원의 인기가 2000년 이후 시들해진 것은 “경기가 좋아지며 기업의 채용이 늘고, 최근에는 기업들이 인재확보를 위해 대학 3학년 때부터 조기 인재확보에 나서는 등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공무원 채용 예정자수는 그다지 줄지 않는 가운데 지원자가 감소한 것에 대해 “낙하산 인사 등 공무원 제도 개혁이 추진되면서 공무원사회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탓”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불경기 공무원-호경기 대기업이 인기’라는 인식이 뒷받침된 셈이라고 언론은 풀이했다. 이에 비해 기업의 채용 규모는 확대돼 대학, 대학원 졸업자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구인·구직 전문사이트인 리크루트가 이날 발표한 민간기업의 내년 3월 대학·대학원 졸업 예정자 채용계획에 따르면 전체 채용 예정자 수는 올해보다 13% 늘어난 93만 3000여명으로 조사됐다. 거품경기가 절정이던 1990년대 초를 웃돈다. 기업의 채용 규모가 급증한 것은 올 들어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집단 정년퇴직이 시작되는 데다 경기회복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유통업 등 일부 업종은 이미 구인난을 겪고 있는 상태다.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 [열린세상] FTA 대책은 농민 자신감 회복부터/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농촌 개발 컨설팅의 일환으로 베트남 농촌 마을을 돌아보았다. 생활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한 가운데 컨설팅 사업을 끝낸 마을과 이제 시작하는 마을은 사람들의 태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사업을 마친 마을은 집 주변이 청결하고 사람들의 “잘살아 보겠다.”는 의욕이 넘쳐 보였다. 마을 개발을 위해서 자금, 접근 방법, 주변 여건이 갖춰져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이를 결집하려는 지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추진할 때 우리 농촌에는 지도자가 많았으나,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상대로 우리의 경험을 전수하는 단계까지 온 지금은 지도자가 귀하다. 우리 농촌·농업은 구조적 특성 때문에 산업화 과정에서 생산성과 소득이 도시·공업에 비해 뒤진다. 그 결과 젊은 인력이 도시로 빠져나가 농촌은 전국 평균에 비해 10∼20년 빨리 고령화되고 있다. 농림어업 종사자의 국제결혼 비율은 지난해 3명 중 1명선을 넘었다. 많은 마을에서 지도자는 고사하고 젊은 인력조차 고갈된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다. 체결을 앞두고 대표적인 피해 분야인 농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피해 부풀리기’와 ‘도덕적 해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및 2004년 한·칠레 FTA 협상 타결의 학습 결과일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다. 무역자유화를 위한 모든 협정에는 이해득실이 따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분야에 대해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미국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농업에 ‘무역조정지원’ 제도를 한시적으로 적용했다. 문제는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를’ ‘얼마나 오랫동안’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논의는 정치의 영역이며, 협상의 영향 분석 등 참고자료는 연구기관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은 농산물의 가격 하락을 우려하고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충분한 보상대책 및 산업지원을 요구하게 된다. 농업은 이동이 불가능한 자원인 토지 의존도가 높다. 농업인력은 대개 비숙련이며 고령이라 전업이 제한적이고 무역자유화가 가지는 ‘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 혜택도 누리기 어렵기 때문에 보상 요구수준이 높아진다. 한편 농업은 식량 생산이라는 고유한 기능 외에도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다원적 기능’을 수행한다. 산업화에 따라 농업의 상대적 비중은 축소되지만 이러한 기능까지 축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지원을 하는 것이다. 우리 농업도 희망적인 요소가 많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국산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확고하다. 대형 소매점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신선 농산물은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것이다. 이에 덧붙여 고품질 농산물 수출 시장은 이웃 일본과 중국뿐 아니라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도시 직장인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농촌에서 보내고자 하는 의향도 매우 높다. 적절한 인프라를 갖추면 농촌 활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농촌에서 가장 귀한 자원이 사람이다. 수도 적지만 농촌을 이끌 지도자는 더욱 드물다. 유능한 농민들은 오늘도 변화하는 환경을 인식하고, 막연한 두려움 없이 생존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들이 피해의식을 떨치고 자신감을 갖도록 조력하는 것이 FTA의 중요한 대책이다. 협상을 타결한 범정부적인 추진력이 사후대책에서도 발휘되기를 바란다. 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 언론노조 회계비리 내홍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수억원대에 달하는 회계부정 의혹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22일 언론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출범한 4기 집행부(위원장 이준안)가 업무 인수·인계과정에서 단순 실수라고 보기 힘든 회계처리 실태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언론노조는 지난 20여년간 언론노조 상근자로 일해 온 한 사무처 직원이 2005년 이후 2년여 동안 노조 예산 중 3억여원을 개인 생활자금으로 쓴 것으로 드러나 경위를 파악 중이다. 이에 따라 4기 집행부는 지난 20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비공개로 조사해온 회계부정 결과를 공개하고 회계담당자를 형사 고발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일부 중앙집행위원들이 개인 차원의 비리가 언론노조 전체의 구조적 비리로 비칠 우려가 있으니 검찰 고발 대신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며 맞서 결론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창의성’ 죽이는 6가지 상사 유형

    ‘창의성’ 죽이는 6가지 상사 유형

    기업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힘이 되는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상사들은 어떤 유형일까. LG경제연구원은 22일 ‘이런 상사가 창의성을 죽인다’라는 보고서에서 “5년 만에 1억대가 넘게 팔린 애플의 아이팟이나,13년 만에 1억대 이상 팔린 소니의 워크맨 등 세계적인 히트상품에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창조적인 발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창의성은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힘”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6가지 상사 유형을 제시했다. ●유아독존형 부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내심이 부족하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독선적인 성향이 강해 부하들의 입을 닫게 한다. ●눈뜬 장님형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아이디어의 잠재가치를 제대로 활용, 성과물로 연결하는 능력이 없어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 ●일 중독형 부하의 감정이나 기분 등 내적인 심리상태를 배려하지 못하고 오직 일밖에 몰라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죽인다. 이들은 지나치게 일 중심적으로 움직여 구성원들을 지치게 하고 피로를 가중시켜 조직 구성원의 탈진 상태를 불러온다. ●완벽주의형 작은 실수나 실패도 용서하지 않아 부하들의 생각과 행동을 실패 위험이 적은 보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직원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창의적인 발상과 행동을 위축시킨다. ●복사기형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먼저 개척해 나가는 선도자적 실험정신이 부족하다. 내부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신이 없어 실행을 주저하다가 나중에 다른 기업들이 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따라한다. ●하루살이형 단기 성과 지향적인 업무 수행패턴을 갖고 있다. 사업모델이나 전략, 미래준비 등 큰 것을 고민하기보다는 기존의 사업틀 속에서 당장의 이익과 비용 관리 등 단기 성과 개선에 치중한다. 지시나 통제를 세부적으로 하며 보고 등 잡무를 늘려 창의성을 떨어뜨린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발언대] 올바른 이륜차 운전문화 정착을 위해/유재철 경찰청 광역교통정보센터장

    이륜차로 인해 불쾌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운전 중, 또는 길을 걷다가 굉음을 울리며 부딪칠 듯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놀랐던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닐 듯싶다. 이륜차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복잡한 도로에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데다 주행 중 느끼는 쾌감이 여간이 아니어서 다양한 계층에서 선호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반면 중심이 불안정하고 보호장치가 취약해 사고로 이어지기가 쉽고 인명피해도 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륜차만큼 장단점이 극과 극인 교통수단도 없을 듯하다. 이런 이륜차로 인한 교통사고와 인명피해가 올들어 심상치 않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사고건수가 41.2%, 사망자 수는 72.7%나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륜차 운전문화 부재’가 가장 큰 문제인 듯싶다. 이륜차도 분명히 ‘자동차’로서 위험이 따르고, 이를 막으려면 당연히 정해진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륜차를 그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거나, 인도나 횡단보도를 마구 달리는 이륜차는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당연한 얘기지만 문명의 이기도 사용 목적과 방법이 합당해야만 이익이 된다. 이를 거스를 경우 오히려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올바른 ‘이륜차 운전문화’의 정립이 요구되는 연유다. 안타깝게도 이륜차 사고로 매년 900여명의 아까운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 경찰은 무법적인 이륜차를 방치할 수 없어 강력한 단속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다만 많은 이륜차가 서민들의 생계수단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좋은 대책은 이륜차 운전자들 스스로 법을 지키는 것이다. 이륜차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공동체 의식에 기초해 올바르게 사용할 것을 거듭 당부한다. 유재철 경찰청 광역교통정보센터장
  • 조문사절단·특사 파견 않기로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범인으로 한국 교포학생이 지목된 것과 관련,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조문이나 조문사절단·특사 파견 등은 추진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 차원에서의 ‘낮은 톤(low-key)’ 대응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9일 “일각에서 정부 차원의 조문사절단이나 대통령 특사 파견 등이 거론되는데 정부에서 이를 검토하거나 미측에 제안한 적이 없으며, 그럴 필요성도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불행한 사건에 대해 관련국으로서 애도를 표하는 선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 언론 등은 범인이 한국계라는 점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오히려 한국계임을 강조하면서 원죄 의식과 책임감을 내세운다면 양국 관계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그동안 미국에서 발생했던 참사에도 정부간 조문사절단을 보내거나 사과한 선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민간이나 교민사회에서의 조문활동이나 사과성명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정부가 상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버지니아주 관계자들을 비롯, 미측은 한국계를 강조하기보다 미국사회의 참극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책임론을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며 “특히 이번 사건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등 우리나라의 이익에 입각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 우려하는 것도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태식 주미대사의 ‘자성의 32일 금식’ 제안도 이런 기조를 거스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한국계 범인이라는 책임론보다 교민사회의 충격을 줄이고, 그들의 안전대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정부 관계자는 “교민사회가 이번 사건에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하루 빨리 평정을 되찾고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주미공관을 통해 교민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생각나눔 NEWS] ‘단지 상관이란 이유만으로’

    “퇴근한 부하직원들 몸단속까지 시켜야…” 최근 경찰의 비리와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부하 직원의 범죄로 직속상관들이 줄줄이 중징계를 받자 경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볼멘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퇴근 후 저지른 사건까지 책임지다니전문가들도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징계로 당장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만 피하고 보자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지난 15일 0시15분쯤 서울 수서경찰서 생활안전계 소속 김모(40) 경사가 내연녀의 딸을 성추행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경찰청은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경사를 파면했고, 직속상관인 생활안전계장(중징계), 생활안전과장(징계), 서장(서면경고)을 줄줄이 문책했다. 당시 김 경사는 업무가 끝난 뒤였지만 “감독자까지 엄중 문책해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 같은 징계를 내렸다. 앞서 지난달 말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의경이 경찰 차량을 몰고 무단 이탈해 만취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낸 것과 관련해서도 방범순찰대장(직위해제)은 물론 서장(서면경고)을 징계했다. 형사들이 무고한 시민을 절도 피의자로 오인해 폭행한 서울 광진경찰서는 형사과장(인사조치)과 서장(서면경고)까지 징계가 이어졌고, 수배 여성과 술을 마시고 성폭행한 대구 달서경찰서 형사 사건은 서장과 수사과장, 소속 팀장이 직위해제되고 대구지방경찰청장까지 경고를 받았다. 서울의 한 간부급 경찰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용서받을 수 없는 파렴치범들이지만 퇴근한 뒤 저지른 범죄까지 단지 상관이라는 이유로 함께 처벌하는 것은 ‘징계를 위한 징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또 다른 경찰은 “경찰이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지나치게 지휘 책임이 넓고 크다는 점 때문에 내부에서 ‘우리만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일탈 방지 인사배치 상담시스템 갖춰야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평소 직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들의 인사 배치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상관에게 책임을 지우는 건 한국과 일본 경찰에만 있는 ‘가부장적인 징계시스템’”이라면서 “이 시스템에선 상하관계가 경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휘 책임이 확실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관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일탈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인사배치 상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도 “직속상관 징계가 단발적인 경고 효과는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요인을 고치려는 것보다는 당장 홍보효과에만 기대는 것 같다.”면서 “평소 직원들과의 지속적인 카운슬링을 통해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경제적인 문제, 가족문제 등 범죄와 연결될 개연성이 있는 부분을 파악해 예방하는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더이상 ‘용병’이라 부르지 마라

    국내 프로스포츠에 뛰는 외국인 선수들을 흔히 ‘용병’이라고 부른다. 어감도 좋지 않고 실제로 전쟁터에서 용병들이 하는 역할이란 게 ‘전투 병기’에 흡사한 것이라서 권할 만한 단어는 아니다. 물론 그들은 오로지 ‘승리’를 위해 데려온 선수들이지만, 굳이 피부색 때문에 ‘용병’이라는 전투적 용어로 부르는 것은 사양해야 할 것이다. 최근 프로농구에서는 LG의 외국인선수 파스코가 심판에까지 폭력을 행사해 큰 물의를 빚었다. 그 자체로는 중징계 감이다. 하지만 농구의 특성상 기량이 뛰어난 장신의 외국인 선수를 ‘강력하게’ 막아야 하는 게 수비의 기본이 되면서 이들의 불만 또한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시 축구로 눈을 돌려 보자.17일까지 펼쳐진 정규리그의 개인 득점 순위를 보면 10위 안에 무려 6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 있다.6경기에서 5골을 몰아 넣은 데닐손(대전)과 데얀(인천)이 선두를 달리고, 까보레(경남·4골) 루이지뉴(대구·3골) 뽀뽀(경남·3골) 제칼로(전북·2골)가 이름을 올렸다. 침체에 빠진 2년차 구단 경남FC를 중위권으로 끌어올린 뽀뽀와 까보레는 전형적인 ‘빅 앤드 스몰’ 구성으로 좌우의 측면까지 두루 활용하는 넓고 빠른 축구를 구사한다. 포항 공격의 시발점인 따바레즈는 능란한 드리블과 0.1초도 틀리지 않는 타이밍 감각을 선보이고 있고, 동유럽 출신의 데얀(인천)과 스테보(전북)는 상대적으로 ‘거친’ K-리그에서 한순간에 자기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보다 중요한 건 외국인 선수들이 단순히 그 기량만으로 팀내 입지를 다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일본에서 뛰는 보띠(전북)는 축구만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높은 책임감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현재 경남 수비수 산토스 또한 막중한 책임의식과 성실함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량인데, 성남의 모따는 감독들이 모두 탐낼 정도의 창조적인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루마니아의 약체 스테우아 부쿠레슈티는 06∼07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의 강호 디나모 키에프를 격파했고, 레알 마드리드와 올랭피크 리옹 같은 빅 클럽과도 인상깊은 경기를 펼쳤다. 그 팀의 감독이 90년대 수원 삼성의 전관왕 시대를 뛰었던 올리다. 그는 고국 루마니아로 돌아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수원에서 뛰면서 선수와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배웠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렇게 ‘용병’들은 기량뿐만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동료로서, 그리고 K-리그를 발판으로 새 축구 인생을 개척한 입지전적인 스토리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가급적 용병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일시적인 용품처럼 부르지 말자. 그들은 청부업자들이 아니라 K-리그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온 선수들이며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생소한 축구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아름다운 청년들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노대통령 세번째 애도 메시지

    미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이틀째인 18일 청와대와 정부는 차분하고 신속한 대응을 원칙으로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사건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비자면제 추진 등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과 관련 수석·비서관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위로전문을 보내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전문에서 “조속히 사건이 수습돼 미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 말미에 “크나큰 충격과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미국 사회가 하루속히 평온을 되찾게 되길 바란다.”며 사건 이후 세 번째 애도 메시지를 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 “신중하고 면밀하게 재미교포 사회가 동요하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의 방미 조문’ 방안에는 “이 문제를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이는 이번 사건의 초점을 ‘한국계’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맞추는 미 정부나 언론의 차분한 대응 방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외교부는 전날에 이어 송 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여는 등 후속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특히 교민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점검하고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조성된 양국간 선순환 국면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련 방안을 집중 모색했다. 송 장관은 전날 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앞으로 조문서한을 보내 “희생자 가족과 미국 국민이 조속히 회복되길 기원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박찬구 김미경 윤설영기자ckpark@seoul.co.kr
  • [美 교포학생 총기난사 파문] ‘사회의 구조적 문제’ 분석에 초점

    |블랙스버그(미 버지니아주) 이도운특파원|미국이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선진국다운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미 정부의 대처와 언론의 보도는 용의자인 조승희씨 개인이나 그의 조국인 한국에 초점을 맞춰 ‘희생양’을 삼는 대신 이번 사건이 갖는 미국 사회와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조승희씨의 편집증적인 성격과 징후들 ▲첫번째 총격과 두번째 총격 사이의 대학과 경찰 당국의 대응 ▲총기 구입 및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조씨가 한국계라는 사실을 보도하지만 그같은 사실을 부각시키지는 않고 있다. 미 정부와 언론 등이 제시하는 방향 때문인지 미국인들도 대부분 한국인들에게 너그러운 위로를 보내고 있다. 버지니아 공대 대학원에 다니는 유지연(패키징 전공)씨는 미국인 교수와 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면서 “미안하다.”고 말하자 이 교수는 “전체 한국 유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니까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오히려 위로했다고 전했다.dawn@seoul.co.kr
  • ‘환경펀드’ 성장성에 눈돌려라

    환경을 테마로 한 펀드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물 부족, 지구 온난화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은 뒤집어 보면 대응책을 마련하는 기업들이 성장,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적책임투자(SRI)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해외 `물 펀드´ 3년여만에 187% 껑충 이미 외국에서 물은 주요 투자섹터로 자리잡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물 관련 펀드의 운용규모는 세계적으로 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또 2003년부터는 물 관련 산업의 주요 기업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블룸버그 워터지수가 발표되고 있다.2003년 8월부터 지금까지 이 지수는 187.2%가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세계 증시는 74.5%, 우리나라 증시는 97.6%가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척 높은 수익률이다. 골드만삭스가 추정하는 2006년 물 관련 시장의 규모는 3650억달러(340조원)이다. 물을 공급하고 하수처리하는 기업, 이와 관련된 시설이나 설비를 제공하는 기업, 시설의 설계·유지를 담당하는 기업 등 ‘생수’ 이외에도 물 관련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2700여개로 추산된다. 선진국은 노후된 설비를 교체하는 것이, 개발도상국은 새로운 설비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판매되는 물 펀드는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글로벌워터주식펀드’와 한화투신운용의 ‘글로벌북청물장수펀드’, 산은자산운용의 ‘S&P글로벌워터펀드’가 있다. 삼성과 한화는 세계적으로 물 관련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들의 펀드를 복제한 펀드이며 산은은 인덱스전문기관인 스탠더드&푸어스와 라이선스를 맺고 S&P글로벌워터인덱스를 이용해 직접 운용한다.‘삼성글로벌워터주식펀드’는 환헤지형과 환위험 노출형 두 가지가 있다. 현재 한국투신운용도 ‘월드와이드워터섹터 주식투자신탁’의 인가를 금감원에 요청한 상태다.●탄소 배출권도 머잖아 공모 전망 에너지관리공단은 16일 2000억원 규모의 국내 1호 탄소펀드 운용사로 한국운용을 발표했다.탄소펀드란 돈을 모아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해 탄소배출권을 얻은 뒤 이를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팔아 얻은 투자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펀드다. 현재 이산화탄소 1t 배출권은 10∼15달러에 거래되고 있고 지난해 3분기까지 배출권 시장이 215억달러로 추산된다.국내에서는 기관투자가들에게만 팔리는 사모펀드로 운용될 전망이나 전 세계적으로 38개 탄소펀드가 운용되고 있는 등 앞으로 공모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예 환경관련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은 지난달 전 세계 환경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에코테크 주식투자신탁’을 내놨다. 대체에너지, 오염방지, 수질관리 등의 분야에서 첨단 환경기술을 가진 세계 우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대체에너지 분야에서는 풍력, 바이오에너지, 태양열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한다.●아직은 낯선 분야… 좋은 테마도 분산투자 바람직 현재 나오고 있는 환경관련 펀드의 특징은 투자처가 전 세계라는 점이다. 또 성장가능성이 높아 전문가들은 투자해볼 만하다고 권한다. 대신 아직 낯선 분야라는 것이 흠이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유망 섹터를 고르는 노력을 기울여 펀드를 선택한다면 포트폴리오 수익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지만 섹터펀드는 보조적 접근이 필요한 상품”이라고 조언했다. 한화증권 홍은미 갤러리아 지점장은 “펀드의 종류와 특성, 현재 환경, 내 투자성향 등에 따라 비중을 조정하는 분산투자는 필수”라고 강조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용답동 도시철도공사 앞 ‘황색 메신저’

    [거리 미술관 속으로] 용답동 도시철도공사 앞 ‘황색 메신저’

    서울 성동구 용답동 도시철도공사 앞에는 높이 12m 원지름 1.2m의 노란색 원뿔 17개가 놓여 있다. 이상현 작가의 ‘황색메신저(The Yellow Messenger)’이다. 노란색 원뿔은 단순해 보이지만 독특한 사연을 품고 있다. 이제 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자. 왜 조형물을 17개나 세웠을까. 작가는 “도시철도공사 건물은 천호대로와 평행하지 않고 엇비슷하게 비켜 있다. 그래서 건물 앞에 삼각주 모양의 빈 공간이 생겨났다. 그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공간을 꼼꼼히 채우다 보니 원뿔이 17개 필요했다. 건물의 구조적 특성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였다. 덕분에 이곳은 직장인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원뿔이 선물한 그늘에 앉아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면 ‘무릉도원’이 부럽지 않다. 황색메신저는 살아 있다. 작품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양이 시시각각 변한다. 분명 똑같은 원뿔을 1열이나 2열로 배치했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크기도, 모양도, 길이도 달라진다. 앞쪽 원뿔은 크고, 뒤쪽 원뿔은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보는 위치를 바꾸면 큰 원뿔이 쪼그라들고, 작은 원뿔이 자라난다. 착시현상이 빚어낸 매력이다. 게다가 황색메신저는 움직인다. 원뿔 꼭대기가 바람에 0.28㎝ 정도 흔들리도록 설계됐다. 안전성을 고려한 것이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12m 저 위쪽에서는 원뿔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쉴새없이 춤추고 있다. 노란색 원뿔이 밋밋한 빌딩 숲에서 독특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이유다. 원뿔은 무슨 의미일까. 작가는 “땅에서 뿜어나오는 에너지를 상징한 것”이라고 했다. “지구 표면에는 2∼3m 간격으로 자기장이 그물망처럼 형성돼 있다. 이 작품은 그 자기장 그물을 본떠 구상했다. 지하철 망도 자기장처럼 지하에서 그물처럼 얽혀있지 않은가.” 원뿔은 자기장과 지하철 망의 공통 분모인 셈이다. 원뿔을 2m 간격으로 세워 지하에서 분출하는 자기장을,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철 망을 동시에 표현했다. 마지막 이야기는 작가 이상현. 그는 1980년대부터 사진 입체 설치 퍼포먼스 영상 조각 등 시각예술의 모든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는 독특한 사람이다. 심지어 영화 ‘거짓말(감독 장선우,1997)’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황색메신저는 이 작가의 첫 공공미술 작품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부동산플러스] 태영 ‘태영건설’로 개명… 새 CI 개발

    태영은 창사 34주년을 맞아 사명을 태영건설로 바꾸고 기업 브랜드 구축을 위해 새로운 CI를 개발했다. 새 CI는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구도를 잡는 모습을 형상화한 형태다. 도전과 창조적인 자세로 고객에게 다가가며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태영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옴부즈맨 칼럼] ‘폭로성 논조’ 신중해야/남재일 한국언론재단 상임연구위원

    지난주 한 통신사의 수습기자가 선배에게 폭행당한 일이 있었다. 이에 몇몇 매체가 이례적으로 수습기자 교육문제를 비판적 논조로 다루었다. 주로 경찰기자 내부의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교육방식을 지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 내부에서 수습교육의 방식에 대한 개선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서는 수습교육의 방식이 아닌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경찰출입 기자는 사건사고로 기사의 기초를 배운다. 더러는 각종 비리에 대한 폭로기사도 쓴다. 요즘은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기획기사가 강조되는 추세다. 기사유형은 다양한데, 사건사고를 통해 최초의 학습을 하기 때문인지 모든 유형의 기사에 사건기사의 어조와 서술방식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경찰기자 기획기사를 보자. 일단 기사의 주제가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어떤 현상이 있다.”는 주장의 형태를 띤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있다’에 무게 중심이 있다는 것, 즉 사회적 현상을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간주하고 들어간다. 그래서 이 현상의 발생 자체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논리적 절차가 된다. 이 입증 과정은 주로 사례와 통계수치, 혹은 관련자 및 전문가 인용의 접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실태’부분이 완성되면 다음은 ‘원인’과 ‘대안’이 덧붙여지는데 주로 한, 두 명의 전문가 인용을 갖다 붙인다. 기사의 논조는 대상화한 사회현상을 범죄자처럼 질타하는 폭로성 기사의 논조를 띤다. 지난 10일자 사회면 톱기사 “교환학생 ‘열풍’ 알고 보니 ‘허풍’”은 교환학생 수가 폭증하는데 별 내실이 없다는 내용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한 논거로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2005년과 2006년 사이 교환학생 증가율, 교환학생 체험자 5명의 인터뷰 내용이 인용됐다. 그리고 대안으로 연세대 국제처장의 말 한마디가 제시돼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 기사는 교환학생 증가를 내실없는 열풍으로 간주하는 폭로성 기사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처음부터 교환학생 경험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이 기사는 그중 손해 본 5명을 전체화해서 교환학생 증가현상을 범죄처럼 폭로하고 있다. 기사가 제시한 증가율은 열풍도 아니고, 기사가 제시한 5명의 경험은 전체를 허풍으로 몰아붙일 만한 논거가 못 된다. 경찰기자 기획기사에는 이런 과장이 자주 있다. 이는 경찰기자 기획기사의 구조적 문제인데, 과장이 나타나는 과정을 도식적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폭로는 그 대상이 매우 ‘명징한 악’일 때 쉽고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상’은 사건처럼 명료하지 않다. 현상은 그 자체가 구성적이고 가설적인 것이다. 그래서 현상을 폭로의 대상으로 간주하게 되면 명료하지 않는 현상을 명료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교환학생 열풍 알고 보니 허풍”으로 기사 주제를 잡으면 열풍과 허풍에 대한 입증 부담을 지게 되고, 이 입증을 매우 제한된 사례로 행하다 보니 표현상의 과장이 유발되기 쉽다. 11일자 사회면 “성폭력 가해자 24%가 14세 미만, 애들 장난이라고요?”의 경우 피해사례 2개,3개 기관의 관련 통계,3명의 관계자 및 전문가 인터뷰로 구성돼 있다. 경찰기자 기획기사로 무난한 구성이지만, 이 역시 제목부터 폭로기사의 논조로 과장돼 있다. 이런 폭로성 논조는 기사의 어조는 세지만 사회적 반향은 크지 않다. 폭로는 원인제공자의 소거로 사태가 해결되는 단발성 사건일 때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동성범죄 증가는 복합적 요인의 결과이고, 교환학생은 사실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다. 어쨌거나 경찰기자 기획기사의 ‘가해자 공격’ 접근방식을 보완하는 새로운 시도가 모색돼야 할 것 같다. 미국 피처스토리에 자주 나타나는 ‘피해자 해석’ 접근방식과 피해자든 가해자든 드라마틱한 하나의 사례를 자세히 풀어나가면서 차분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개인화’의 전략이 참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남재일 한국언론재단 상임연구위원
  • 2차 KU 산·학 협력포럼

    건국대(총장 오명)는 17일 오후 4시 우곡국제회의장에서 ‘제2차 KU산학협력포럼’을 연다.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창조적 상상력과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다.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6) 간질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6) 간질

    “이 병에 걸린 사람을 두고 ‘미쳤다.’느니 ‘지랄한다.’느니 하며 천형으로 여겼던 시절도 있었지요. 다 무지했던 탓인데, 지금도 그런 잔재가 남아 불치병이나 유전질환으로 여기는가 하면 정신질환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간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오래고,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지금도 간질을 가진 가족을 숨기는 게 다반사다.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해 나폴레옹, 알렉산더, 카이사르, 잔 다르크, 도스토예프스키, 고흐 등 역사적으로 간질을 앓았던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허경 교수는 “이들은 모두가 간질을 ‘악령의 병’이라고 믿었던 무지와 편견의 희생자로 살 수밖에 없었다.”며 이렇게 말한다. “국내에는 인구의 1% 안팎, 즉 40만∼50만명의 환자가 있는 간질의 발작은 전기적인 작용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대뇌 속 뉴런에서 무슨 이유에선지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전기에너지가 발생해 생깁니다. 환자 중 65%는 원인을 알기 어렵지만 드러난 원인은 내측두 경화증, 뇌종양, 내·외상, 뇌졸중, 선천성 장애, 뇌 감염 등입니다. 분명한 것은 간질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후천적인 뇌 손상이 문제이며, 유전성도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간질 환자가 임상적으로 드러내는 각각의 증상을 발작이라고 한다. 물론 한 두번 발작했다고 모두 환자는 아니다.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환자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뇌파검사를 통해 뇌의 기능적 이상을, 뇌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뇌의 구조적 이상을 판별한다.“간질 발작으로 오해하기 쉬운 질환도 있습니다. 실신, 일과성 뇌허혈, 부정맥, 수면발작, 기립성 저혈압, 저혈당증, 편두통 등이 그것인데 그래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발작의 유형은 뇌 속 병변 위치에 따라 다르며, 특히 소아의 경우에는 나이에 따라 특정한 증후군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온몸이 뻣뻣하게 굳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대발작은 대략 수분 정도 지속되며, 발작 중에 혀를 깨물거나, 실뇨를 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정신을 잃지 않고 신체의 특정 부위에 저리거나 굳음, 떨림을 느끼는 단순부분발작은 더러 대발작 전에 느끼는 감정이나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정신을 잃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이런 과정을 모두 알고 있지요. 복합부분발작인 경우에는 전조 증상으로 이상한 기분, 냄새, 환청에다 더러는 명치에서 뭔가 치고 올라오는 느낌 후에 갑자기 정신을 잃습니다. 주위에서 이 모습을 보면 갑자기 멍한 표정으로 한 곳을 응시하거나, 입맛을 다시거나, 두 손으로 옷섶 등을 더듬거리며, 간혹 지향 없이 걷는 자동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보통은 이 선에서 그치지만 가끔 대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 교수는 간질에 대한 인식이 과거의 ‘천형’ 수준에서 크게 나아진 게 없으며, 이런 편견 때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결혼, 임신, 취업 등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치료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간질은 치료가 되는 병입니다. 충실하게 약제만 잘 복용해도 환자의 70%는 일반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간질 환자들은 자신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과 상처를 안겨준 사회의 몰이해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치르고 있는 것이지요.”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 케톤식이요법과 미주신경자극술 등의 대안치료로 나눌 수 있다.“일반적으로는 발작 억제를 위해 약물치료를 실시하며, 전체 환자 중 약물치료가 어려운 10∼20% 정도의 난치성 간질의 경우 수술치료를 고려하는 정도입니다.” 간질치료에 사용되는 항경련제는 환자의 발작 유형과 연령·성별·치료비용 및 부작용 등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약물을 투여하며, 이런 처방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약물을 병용 투여하는데, 처음의 항경련제로 발작이 조절되는 경우가 약 50%, 약물로는 증상을 조절할 수 없거나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는 난치성 환자가 30%가량 된다.“약물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었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투약을 바로 중단하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그 상태에서 2∼4년간 관찰하면서 투약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것이 치료의 프로토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들어 치료 효과가 개선되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치료제로 각광을 받아온 오르필, 테그레톨, 페니토인 등이 빠르게 새로운 치료제로 대체되고 있다. 최근에 선보인 케프라 등 새 항간질 약물은 간의 대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쉽게 배설되도록 해 부작용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허 교수는 “케프라를 투여한 결과 16주의 임상시험 중에 환자의 17%에서 발작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평균 17개월의 장기 추적 결과 64%의 환자가 이를 계속 복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토파맥스, 라믹탈, 트리렙탈, 리리카, 엑스세그란 등이 새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약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으면 병변 부위에 전기적인 자극을 가하는 미주신경 자극술이나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수술은 뇌 손상 등 예상되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결정하며,6세 이하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치료 외에도 제한적으로 식이요법인 케톤요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뇌심부자극술이나 감마나이프수술 등 간질 정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머잖아 간질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허 교수는 밖에서 발작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를 보면 이상한 눈길로 쳐다만 보지 말고 응급처치라도 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는 “우선 환자의 몸을 옆으로 편하게 뉘어 침이 밖으로 흐르도록 해 질식을 막아야 하며, 이 때는 입에 손가락이나 음료 등 어떤 것도 넣어서는 안 됩니다. 또 발작이 5분을 넘기거나 반복될 때, 발작은 멈췄으나 지체마비 등 후유 장애가 보이는 경우라면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줄 것”을 당부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이명박 “경제가 지배하는 사회돼야”

    이명박 “경제가 지배하는 사회돼야”

    |두바이 이종락특파원|두바이 방문 이틀째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0일 오후(현지시간) 바다위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사회도 빨리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우리는 정치논리에 끌려다니느라 비효율적이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성장을 위해서는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획이 실천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팜 주메이라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이날 오후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제벨알리 복합화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찾았다. 이 전 시장이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35㎞ 떨어진 공사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지 직원 100여명이 박수로 환대했다. 이 전 시장은 현장사무소에서 공사 진척상황을 보고받은 뒤 “우리 기업이 두바이에 많은 형태로 진출해 있는데 플랜트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은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격려했다. 그는 특히 사무소 벽에 걸려 있는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60대 후반의 사진이네.”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91년 현대건설을 떠난 후 처음으로 현대건설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채 직원들과 함께 직접 공사현장을 둘러봤다. 앞서 이 전 시장은 두바이를 불모의 사막에서 ‘중동의 진주’로 변모시킨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 막툼 두바이 최고 통치자와 만나 청계천 복원 경험담을 나누며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리더십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한편 이 전 시장은 11일 두바이 방문 일정을 마치고 두 번째 방문국인 인도 델리로 향했다. jrlee@seoul.co.kr
  • “국내 인프라사업에 석유자본 유치”

    |두바이 이종락특파원|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 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새만금과 동남해안 프로젝트 등 국내 인프라투자 사업에 석유자본 유치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시장은 10일 두바이에 도착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일 가격의 상승으로 세계의 돈은 중동에 몰려 있다.”며 “우리의 재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창조적·상상적 리더십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석유자본의 ‘한반도 대운하’ 투입과 관련해 “대운하 양편에 들어설 문화, 관광,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시장은 이어 “두바이가 아랍의 다른 국가에 비해 석유도 적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지도자의 창조적·상상적 리더십을 통해 물류·관광·서비스 중심 국가로 변모, 세계에 우뚝 섰다.”며 “우리나라는 우수한 국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바이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도 지도자의 상상적 리더십과 추진력, 역발상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며 중동 붐을 통해 제2의 한국경제 도약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제벨 알리 자유무역청(JAFTA)과 현대모비스 물류센터, 헬스케어시티 등을 돌아봤다.jrlee@seoul.co.kr
  • “초스피드 경영… 테이크홈 신문으로”

    “초스피드 경영… 테이크홈 신문으로”

    “무료일간지나 인터넷 같은 ‘뉴미디어’ 분야는 끊임없이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유료일간지도 타블로이드 판형 체제로 바뀌는 등 근본적 변혁이 예상되는 만큼 ‘초스피드 경영’을 통해 흑자구조를 만들겠습니다.” 오는 5월 창간 예정인 국내 첫 석간 무료일간지 ‘더 시티’의 조충연(35) 대표는 우리나라 무료일간지 시장의 개척자로 통한다. 지난 2001년 무료일간지 메트로의 초대 대표를 지낸 뒤,2003년에는 포커스에서 경영기획실장과 상무 등을 역임하는 등 사실상 국내 무료일간지 시장을 만들어 낸 주인공이다. 오너 출신 사장을 빼면 사실상 최연소 신문사 최고경영자(CEO)인 셈이다. “2000년초 메트로 사업계획서를 들고 다니며 투자설명회를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만 해도 무료일간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투자유치에 어려움이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무료일간지 시장이 매년 20% 이상 매출이 성장하는 블루오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세분화되고 특화된 무료일간지들이 대거 등장해 당분간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입니다.” 후발주자인 ‘더 시티’는 어떻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 대표는 다른 무료일간지가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를 통한 스피드경영이 유일한 생존전략이라고 말한다. “‘더 시티’는 아침 무료일간지와 달리 퇴근길 시민들이 지상파 9시뉴스보다도 빠르게 그날 일어난 뉴스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신문으로 차별화할 계획입니다. 쇼핑이나 외식 등 대부분의 소비행위가 저녁에 일어나는 만큼 소비재 광고의 경우 석간무료지의 광고효과는 더 클 수밖에 없지요. 여기에 해외 일간지들과의 기사교류, 머니·재테크와 같은 경제섹션 특화 등을 통해 ‘테이크홈 뉴스페이퍼’를 만들게 되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기업에서 2∼3개월 걸리는 의사결정 과정을 10분 내외로 끝내겠다는 것이다. ‘더 시티’는 매일 40∼56페이지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계획. 그는 “중·고생이 뉴스를 얻는 매체 1위가 바로 무료일간지입니다. 두 딸의 아버지인 저도 아이들에게 마음놓고 보여줄 수 있는 신문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글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기고] FTA, 변화와 도전으로 블루오션 창출/이원걸 한국전력 사장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외부의 강요된 힘에 의해 변화를 맞게 되었을 때와 스스로 변화를 선택한 경우 그 결과가 전혀 다르다. 구한말 우리는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쇄국정책을 고수하다가 결국 일본의 강권에 의해 마지못해 개국을 했고 끝내 식민지하에서 고통받은 슬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수출주도의 개방 정책과 수입 자유화, 외국인투자 자유화, 금융 자유화 등 과감한 자유화 조치로 경제 선진화에 성공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부러워하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는 민족은 흥하고 그러지 못하는 민족은 망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국내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산업 입지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지난 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런 난국을 정면으로 헤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대의 진정한 선진국으로 태어나기 위한 최선의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한·미 FTA 타결로 수출이 촉진되고,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며, 외국인 투자증가가 예상되는 등 경제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취약기업과 재취업근로자 등 피해부문에 대해서는 별도의 다양한 지원대책이 필요하겠다. 전력분야에서의 타결 내용은 한국전력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을 현재와 같이 40%로 유지하고 발전정비 서비스시장을 개방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국가간 에너지 확보경쟁이 치열하고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 개방유예 조치는 불가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력산업이 언제까지 개방에서 제외돼 성역으로 남아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성공적 FTA타결 경험을 활용해 유럽연합(EU) 및 중국 등의 거대경제권과 동시다발적으로 FTA 체결을 시도하고 있다. 협상내용에 따라 전력시장은 언제든지 개방이 확대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방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아니라, 외국 선진 전력회사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전력시장 개방 확대에 대비한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 경영효율 향상, 핵심기술 선점과 우량인재 확보 및 해외사업 진출을 들 수 있다. 비용절감과 경영자원의 최적 배분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유휴 부동산을 활용한 부대사업 진출 등 신규 수익원 발굴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수소저장 기술 등 미래 첨단기술을 선점하고 국제경쟁에 대비해 글로벌 인재도 육성해야 한다. 한전은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전력수요 성장세 둔화 및 판매경쟁 치열에 대비해 해외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필리핀, 중국, 레바논 등 세계 8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해외 매출 규모는 약 1700억원이나 된다. 앞으로 국제시장에서의 높은 브랜드가치를 자산으로 삼아 자원개발과 전력설비 및 인프라 건설 등을 동시에 추진하는 패키지딜(Package Deal) 방식의 확대 등을 통해 2015년에는 회사 전체 매출의 8.6% 수준인 3조 800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 올 계획이다. 한전은 시장개방을 위기가 아니라 더 넓은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해 나가고자 한다. 이원걸 한국전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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