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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협 이대론 안된다] (상)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농협 이대론 안된다] (상)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농협이 올해 내건 슬로건은 ‘50년을 넘어 다함께 미래로’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아 내건 것이다. 올해 초 신용과 유통을 분리하는 농협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농협은 1150개의 지점과 1만 8000여명의 직원, 2000만명의 고객을 자랑한다. 이런 거대 공룡 농협이 금융계와 유통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 호기에 전산망 마비 사태를 맞았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농협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농협이 환골탈태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서울신문은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구조적인 문제점과 대안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20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정종순 농협 IT분사장은 ‘2008년에 홈페이지 게시판 해킹을 당해 돈으로 무마한 적이 있느냐.’는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의 질문에 “과거 해킹을 당한 사실이 있었다.”면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합의로 끝낸 것으로 안다. 문제가 많다.”고 대답했다. 해킹은 물론이고 해커와 합의한 사실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농협은 전산망 마비 이틀 뒤인 지난 14일 첫 브리핑을 가졌다. 그들은 “전산 장애 명령을 촉발시킨 노트북이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결과 농협의 이런 설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농협은 “당황해서 잘못 말했다.”며 군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이후에도 농협의 거짓말은 그칠 줄 몰랐다. 전산망 복구 시점을 수차례 공언했지만 번번이 허언으로 끝났다. 농협은 “몇 시까지 복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농협의 설명을 믿고 농협을 찾은 고객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장 손실은 없다.”던 농협의 설명은 얼마 가지 않아 원장 손실로 확인됐다. 전산 장애에 따른 연체 거래로 인해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하겠다던 농협의 약속도 말짱 도루묵이었다. 20일 발송된 농협카드 이용 고객의 계좌에 연체 대금이 합해져 발송된 건수는 2만 3000건으로 파악됐다. 또 농협은 전산 시스템 비밀번호를 허술하게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희망연대 김혜성 의원실에 따르면 ‘전산업무처리지침’에 따라 3개월에 한번씩 비밀번호를 변경해야 하지만 농협은 시스템 계정 15개의 비밀번호를 최장 6년 9개월간 변경하지 않았다. 특히 수백 개의 전산망 비밀번호를 ‘1’또는 ‘0000’처럼 단순 숫자로 설정해 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12일 농협에 발송한 검사결과 현지 조치사항 통보 결과에서 나타났다. 금감원은 문제들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지만 농협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전산망 마비 사태를 수습하는 농협의 자세는 거짓말과 변명의 연속이다. 검찰은 현재 외부 해킹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농협 측은 사고 직후 내부 소행에 무게를 두는 설명을 계속했다. 이런 탓에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부에서는 농협이 자신들의 방화벽이 뚫렸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문책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농협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태 해결을 진두지휘해야 할 최원병 회장은 “비상임이어서 책임질 일이 없다.”거나 “나도 기자들처럼 당했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리더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신용과 유통의 분리를 앞두고 농협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즉 사업구조 개선을 앞두고 불만세력이 저지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농협이 협동조합을 모태로 프랑스 1위 금융그룹이 된 크레디아그리콜(CA)처럼 성장하려면 고객과 국민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지금부터라도 잘못을 인정하면서 고객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도리다. 박성재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한번의 사고로 농협의 금융 역량을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농협과 같은 협동조합의 경우 전문경영인 체제가 구축되고 조합원의 정치적 간섭이 줄어들어야 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두·홍희경·허백윤기자 golders@seoul.co.kr
  • 이건희·정몽구·구본무 ‘亞 영향력 기업인’

    이건희·정몽구·구본무 ‘亞 영향력 기업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한국인 3명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25인’에 포함됐다. 포천은 20일 인터넷판을 통해 공개한 명단에서 이 회장과 정 회장, 구 회장을 각각 4번째와 10번째, 16번째로 소개했다. 이 잡지는 이 회장에 대해 “저가 전자제품에 의존하던 삼성을 휴대전화와 컴퓨터, 반도체 분야의 선도 업체로 변화시켰다.”고 평가했고, 정 회장에 대해서는 “자동차업계가 최악의 불황을 겪는데도 품질 향상과 창조적 마케팅에 과감히 투자해 큰 이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에 대해서는 “최근 몇 년 동안 LG 브랜드를 더 빛나게 했다.”고 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이혼율 13년만에 최저

    지난해 경기가 회복되면서 혼인 건수는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이혼율은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2009년보다 5.3%가 늘어난 반면 이혼건수는 5.8%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혼인의 증가는 ‘베이비붐 자녀세대’인 1979∼84년생이 26∼31세로 결혼 적령기를 맞은 구조적 요인 및 경기 회복으로 결혼이 크게 늘었다.”면서 “이혼의 감소 역시 2000년 이후 혼인의 감소와 경기회복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32만 6100건으로 전년보다 1만 6300건(5.3%)이 늘며 3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인 조혼인율은 6.5건으로 전년보다 0.3건이 늘었다. 혼인 형태별로 남녀 모두 초혼인 경우가 25만 4600건으로 전체 혼인의 78.1%였으며 남녀 모두 재혼인 경우는 3만 9100건으로 12%였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1.8세, 여성 28.9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00년과 비교해 남성 2.5세, 여성 2.4세가 각각 상승했다. 지난해 이혼은 11만 7000건으로 2009년보다 7000건(5.8%)이 줄었다.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인 조이혼율은 2.3건으로 전년보다 0.2건이 감소해 1997년(2.0건)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았다. 배우자가 있는 1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인 유배우 이혼율도 지난해 4.7건으로 전년보다 0.4건 줄면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혼 종류별로 보면 협의 이혼이 75.2%로 전년보다 1%포인트가 줄어든 반면 재판이혼은 24.8%로 전년보다 1%포인트가 늘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檢·政 사법개혁 충돌] “극단적 충돌보다 논리로”… 김준규 총장 ‘반발의 침묵’

    [檢·政 사법개혁 충돌] “극단적 충돌보다 논리로”… 김준규 총장 ‘반발의 침묵’

    김준규 검찰총장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전체회의 하루 전날인 19일 ‘침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한 만큼 법무부와 국회 대응을 지켜보자는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날 사법부 수장인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법관 증원에 반대 입장을 밝힌 터여서 김 총장도 중수부 폐지 등에 대한 불가 입장을 재확인할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도 발끈, 사표를 내기도 했던 검찰이기에 그의 침묵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평시와 마찬가지로 대검 간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주재했지만 사개특위 검찰소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하루 종일 대검을 지켰다. 대검 관계자는 김 총장의 침묵에 대해 “사개특위 6인소위의 검찰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일희일비하는 반응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국회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개특위 및 법사위 소속 의원들에게 검찰 입장을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과 대검이 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 의결에도 극단적인 대응보다는 치열한 논리로 맞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 논의가 외부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달 10일 밤. 김 총장이 소식을 듣고 격노했다는 분위기 정도만 전해졌다. 김 총장은 지난 2일 경기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전국검사장회의를 가졌지만, 이때도 사개특위 개혁안과 관련한 입장을 외부에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김 총장의 대응은 과거 총장들과는 대조적이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2004년 자신의 ‘목’을 걸고 중수부를 지켰다. 당시 중수부는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으로 중수부 입지가 실추됐고, 김 총장의 운신 폭도 좁아진 상황이다. 6월 30일 열리는 ‘제4차 세계검찰총장회의’는 김 총장이 행보에 신중을 기할 것이란 시각을 뒷받침한다. ‘국제통’으로 평가받았던 김 총장은 지난해 3월 체코 프라하까지 날아가 총력전을 폈고 유치에 성공했다. 세계검찰총장회의에 대한 김 총장의 애착이 남다르다. 대검도 김 총장의 의중을 반영한 듯 ‘차분한’ 대응을 하고 있다. 대검은 또 “흥분하지 말고, 과잉 대응하지 말라. 대검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구두로 일선 지검을 안정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지검 관계자는 “대검을 믿고 지켜보라.”는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법무부에 대응을 맡긴 검찰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하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백남중씨 “장애인 IT교육은 재활 수단…강사·강좌개발 지원 늘려 줘야 …”

    백남중씨 “장애인 IT교육은 재활 수단…강사·강좌개발 지원 늘려 줘야 …”

    그는 정보기술(IT) 분야 ‘개안(開眼) 전문의’다. 실명한 눈을 뜨게 해 주듯 컴맹인 시각 장애인들에게 정보화의 신세계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의 백남중(55) 정보화교육팀장. 시각 장애인들은 그를 이렇게도 소개한다. “길 가는 시각 장애인 아무나 붙잡고 ‘백남중’씨를 혹시 아느냐고 물으면 열 중 아홉은 ‘당연히’라고 대답합니다.” 그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시각 장애인들에겐 대부 같은 존재다. 1995년 본인이 인터넷 세상에 처음 눈뜬 직후부터 발품을 팔아가며 장애인들의 컴맹 탈출 교사를 자처해 온 이다. 20일 제31회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서울 상일동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백씨를 만났다. 정부의 시각장애인 정보화 지원 교육은 1999년에야 시작됐다. 하지만 백씨는 이미 1996년 국내 처음으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교육을 시작했다. 후원자도 정부 지원도 없던 시절이었다. ●정부보다 먼저 장애인 인터넷교육 “막연히 ‘필드’가 좋아서 사회사업가가 됐는데 16년째 IT교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어요.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저보다 학번이 앞선 분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석사학위 논문도 포기하고 당시 지도교수였던 김영모 중앙대 사회사업학과 교수 추천으로 복지관에 입사한 게 1982년. 지금은 장애인복지관이 전국 약 150개로 늘어났지만 당시만 해도 두 번째로 생긴 복지관이었다. 처음엔 재활분야에서 점자책과 녹음도서, 흰지팡이 같은 보조공학기기를 자체 제작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정보화교육에 손댄 것은 실로 우연한 기회였다. “1995년 점자 관련 정보를 얻어간 삼성 연구원이 답례로 인터넷 모뎀 접속번호를 귀띔해 주고 갔어요. 그때만 해도 인터넷 접속이 쉽지 않은 때였죠. 토요일 새벽에 어렵게 접속이 됐는데 세상에…, 미국 국회도서관 등 해외 점자 자료가 어마어마한 거예요. 정신없이 모았죠.” 그리고 1996년 6월 ‘장애인과 인터넷’이란 책을 펴냈다. 장애인 유형별로 인터넷 접속법, 유용한 사이트를 모아 놓은 책이었다. 책을 쓰자 주위에서 교육 요청이 쇄도했다. 서너명을 모아 놓고 인터넷 1박2일 강좌로 교육을 시작했다. 강사료도 따로 받지 않았다. 요즘처럼 시각 장애인용 스크린 리더(화면낭독기) 프로그램도 없던 시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타자연습부터 시작해 도스, 이메일, 내 컴퓨터, 음악듣기에서 중급으로 넘어가면 CD굽기를 비롯해 멀티미디어 교육을 했어요.”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간 장애인은 1000여명, 그중엔 전숙연 한빛맹학교 교사처럼 다른 장애인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는 이들도 많다. 장애인에게 인터넷 교육은 무슨 의미일까. “결국엔 직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일반인은 얼마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도 특히 시각 장애인에겐 높은 벽일 뿐이고, 정보 격차는 여기서 시작된다. “장애인 정보화교육은 그 자체도 목적이지만 직업재활의 하위수단으로 봐야 합니다. 그거 아세요. 모든 장애인의 꿈이 세금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맹학교에서 안마 배워서 안마사 하는 거, 마누라 살 대고 사는 것도 지겨운데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거면 얼마나 비참하겠습니까.” 직업선택권이 없었던 장애인들이 재활훈련을 받고 원래 직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원래 정보화교육의 목표라는 것이다. ●장애인 IT교육 예산 매년 줄어 그는 IT분야에서도 장애인 직업을 따로 구분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에선 이미 80년대에 장애인들도 일하고 있었다. 그 시절 미국엔 ‘정보 장애인은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다.’라는 선언도 있었다. 어떤 매체로도 장애인의 정보 격차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의 표현이었다. 장애인 직업권에 대한 우리나라의 ‘몰개념’을 설명해 주는 일화가 있다. “80년대 중반, 독일 맹인 법률가협회에서 저희 복지관으로 편지 한장이 날아들었어요. 한국의 시각장애인 판·검사들과 교류를 하고 싶으니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었죠. 그런데 한국에 그런 사람이 어딨었겠어요.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죠.”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은 수강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 숙박료는 3주일에 4만원. 최근까지 단돈 1만원을 고수했지만 예산상 피치 못하게 올렸다. 현장 사회복지사들의 의욕과는 정반대로 장애인 정보화교육 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 정보화지원 사업에 포함되는 장애인 IT교육은 사업을 주관하는 정보통신부가 행정안전부로 통합되면서 사업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예산도 매년 줄어 지난해 64억원에서 올해 56억원으로 삭감됐다. 그나마 지자체와 매칭펀드 형식으로 바뀌면서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취약계층 사업에 관심을 쏟을 리도 만무하다. 전국 147개 복지관에서 월 80시간씩 교육을 진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행안부 역점사업인 전자정부 사업에 올해만 1304억원을 쏟아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다 보니 강사 보수교육은 엄두도 못 내고 교육 프로그램의 수준도 나날이 낮아지는 실정이라고 백 팀장은 답답해했다. “지자체에서 강사료를 10개월치만 줘서 매년 1~2월은 강의를 못해요. 장애인들의 항의가 빗발치죠.”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게 강사의 질인데 한달 실수령액 130만원씩 받고 주당 20시간씩 꼬박 교육하라니 외면받는 게 당연지사다. ●지자체, 강사 양성·관리 외면 “지난해 여교사가 출산휴가를 들어가서 서울시 담당부서에 대체교사를 요청했더니 ‘공익요원으로 대신하세요.’라고 합디다. 어이가 없어서 면전에 대고 욕을 퍼부었어요.” 1600만명이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에 장애인의 스마트폰 활용률은 10.6%. 때문에 스마트폰 활용 교육 계획도 다 짜놨는데 예산이 없어 두손만 비비고 있다. 백 팀장은 “예산을 내려주는 16개 시·도는 복지관 교육장 관리만 하지 강사 양성·관리는 외면한다.”면서 “사업 총괄교육을 짜는 행안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강사·강좌 개발 지원을 확충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백 팀장은 윈도부터 마우스 없이도 모든 기능을 사용한다 .복지관 컴퓨터, 집 노트북까지 총 4대가 모두 맹인용으로 세팅되어 있단다. “내가 먼저 기능을 숙지해야 그 감각으로 교육할 때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전해줄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는 그는 영원한 시각 장애인들의 IT선생님이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불안한 금융전산 보안망] 금융위원장·금감원장 이례적 금융지주 회장단과 18일 회동

    금융 당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8일 은행회관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금융 보안 대란 등 각종 금융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 수장들이 함께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공식 회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은행 쪽 참석자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간담회를 통해 ▲금융회사 전산 보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및 건설사 부실 문제 ▲가계 부채 연착륙 ▲서민 금융 기반 강화 ▲신용카드 부문 과당 경쟁 등 금융 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권이 적극 협력하고 대응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 보안 대란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제2의 농협’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국회와 당국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회사는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 지정을 의무화하고, CISO는 전산 시스템 운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편성 및 관련 계획을 수립하도록 개정안은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 측은 17일 “금융권은 보안을 최대화해야 하는데 가급적 최소화하고 있으며, 해킹을 당해도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회에서도 금융 보안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는데 입법 과정을 최대한 서둘러 조속히 법이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정보 보호 인력과 예산 부족도 문제지만 금융 당국의 인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감원이 정보기술(IT) 부문 검사를 해야 할 금융회사는 180개지만 담당 직원은 11명뿐이다. 한때 금감원 내에 IT 검사국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IT 검사실로 축소된 상태다. 사고가 났을 때 검사를 나가도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 금융 당국의 인력 증강은 물론 금융권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 당국은 2005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인터넷 뱅킹 해킹 사건이 일어났을 때 종합대책의 하나로 금융기관의 전체 IT 예산 가운데 정보 보호 예산을 3% 이상, 전체 IT 인력 가운데 정보 보호 인력을 3% 이상 유지하도록 행정 지도했다. 2009년 디도스 공격 사태 이후에는 이 비율을 각각 5%로 강화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농협 사태를 방지할 수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올 25兆 만기 ‘PF대란’ 지속 우려

    최근 건설업계와 금융권을 떨게 만들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가운데 25조원의 만기가 올해 말까지 돌아올 예정이라 건설사의 ‘PF 대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요 채권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만기는 5~6월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PF 대출은 은행권 15조원, 비은행권 10조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전 금융권 PF 대출 잔액 66조 5000억원의 약 38%에 해당하며 2분기에 대부분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기업평가도 36개 주요 건설사들이 상반기에 13조 8000억원의 PF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연장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6조 1000억원의 PF 대출이 남은 우리은행은 5~6월 중 1조 3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1조원의 PF 대출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올해 전체적으로 3조 5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8조 1000억원의 PF 대출이 있는 농협은 전산관리 미비로 시기별 만기 도래 금액을 집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에 들어서도 PF 대출 만기는 계속 이어진다.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의 자율적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만기는 3분기에 몰려 있다. 솔로몬저축은행계열의 PF 대출 만기는 2분기 1000억원에서 3분기 1300억원으로 만기 금액이 늘어난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계열과 한국저축은행도 2분기 1000억원과 300억원에서 3분기 1200억원과 700억원으로 늘어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삼성SDS 모든 임직원 출근시간 맘대로 잡는다

    삼성SDS 모든 임직원 출근시간 맘대로 잡는다

     삼성SDS는 다음 달부터 모든 임직원이 출근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해 출근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7월 일부 부서에서 시행했던 자율출근제가 높은 만족도를 보임에 따라 모든 임직원으로 확대했다.  임직원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30분 단위로 개인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회의나 교육 등 사전 일정이 있을 경우 약속된 시간에 출근한다.  화사 측은 “자율출근을 했던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자율출근제 장점으로 ‘고객사와의 근무시간 연계를 위해서’를 가장 많이 꼽았고, 운동·건강,자기계발 순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또 임직원들은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개인여가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자율권이 확대돼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자율출근제 전면 시행으로 임직원들이 업무 특성과 개인 상황에 맞는 근무시간을 설계할 수 있고 창조적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과 삶의 조화도 증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SDS는 올해 해외매출 비중을 20%로 높이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아리랑 위성에 잡힌 ‘지구의 블랙홀’ 어떤 모습?

    아리랑 위성에 잡힌 ‘지구의 블랙홀’ 어떤 모습?

    지구의 블랙홀로 불리는 멕시코의 신비한 섬과 풍광이 우리나라 위성에 포착됐다. 아리랑 2호가 멕시코 동남부 킨타로 주에 있는 홀박스 섬과 유키탄 반도의 북동쪽 끝에 있는 얄라우 호를 촬영한 위성사진이 과학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에 지난 15일 공개됐다. 마야어로 ‘블랙홀’이라는 뜻을 가진 홀박스 섬 옆에 있는 바다는 매우 깊기 때문에 물이 까맣게 보인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암흑 구멍으로 보여 지구의 블랙홀로 불린다. 아리랑 2호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한 유럽우주기구(ESA) 측은 “카리브해와 걸프해가 만들어내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는 대조적으로 맑은 물이 가득 채워진 깊은 바위 구멍이 신비롭게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길이 12km, 폭 1.5km의 바다에는 해양생물들의 거대한 보고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수백 종의 돌고래와 거북들이 서식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상어 종인 고래상어 떼가 한해 5개월 동안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스페이스닷컴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twitter.com/newsluv) 
  • 순박한 시골 할머니들의 ‘물과 풀 같은 투쟁’

    순박한 시골 할머니들의 ‘물과 풀 같은 투쟁’

    ‘문학의 위기’라는 명제는 긴장감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리얼리즘 문학이 구닥다리, 천덕꾸러기 취급받은 것 또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둘은 무관하지 않다. 형식의 파격과 실험이 높게 여겨지고 리얼리즘은 진부한 장르로 치부되는 속에서 대중과 문학은 소통의 방법을 서로 잃어 가고, 문학의 위기는 더욱 부추겨졌다. 문단 내부에서조차 문학이 보통의 사람들이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의 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누가 한가하게 소설을 읽겠느냐는 자조적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선옥(47)의 새 장편소설 ‘꽃 같은 시절’(창비 펴냄)은 이런 상황 속에서 미련스러울 만치 우직하게 리얼리즘을 틀어쥐고 있다. 게다가 예의 리얼리즘 문학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으면 ‘철 지난 얘기’를 심각한 표정으로 풀어 가기 일쑤인 것과 달리 ‘지금, 여기’의 문제를 진지하면서도 섬세하고 경쾌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으니 리얼리즘 문학의 또 다른 성취라 할 만하다. 지난해 계간지 창비에 네 차례에 걸쳐 연재했던 작품이다. ‘꽃 같은’은 공선옥이 요즘 흠뻑 빠져 있는 시골과 시골 사람, 시골 생활 이야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시골 마을 투쟁 이야기’다. 변변히 하소연할 곳 하나 없어 분통 터지게 억울하지만, 소박하고 정겹기 이를 데 없는 방식으로 투쟁을 벌이는 시골 무지렁이 할머니들이 투쟁의 주역들이다. 소설 속 평화로운 ‘전남 순양군 진평리’에 어느날 불법 쇄석 공장 ‘순양석재’가 들어서고 허구한날 ‘독가루’를 날려대니 ‘깻잎에 돌가루가 박혀 입에서 싸그락싸그락 돌이 씹히는’ 지경이 됐다. 개발업자와 지역 정부는 서로 유착해 있고, 감사원이니 법원이니 등은 그들을 거들떠보거나 귀 기울여주지 않고, 언론은 기업 편에서 일방적 기사만 써댄다. 서울의 환경단체는 작은 시골 사정까지 돌보기에 너무 바쁘시다.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93세 ‘맹순이 언니’를 비롯해 시앙골댁, 해징이댁 등 70~80대 할머니들이 나서서 공장 앞에서 덤프트럭을 막고, 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법원에 소송하고, 감사원에 탄원서를 넣는 등 팔을 걷어붙이고 ‘디모’에 나선다. 그런데 정겹기 그지없다. 군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할 때는 한쪽에서 솥단지 걸어 놓고 밥 지어 먹다가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불러 밥을 먹이기도 한다. 새벽녘부터 굉음을 울리며 시골길을 질주하는 덤프트럭을 보면서는 “저 사람들 밥은 먹고 나왔을까.”라며 안쓰러워한다. 참 ‘물 같고 풀 같은 투쟁’이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패배가 아니다. 고구마 캐다가 호미 끝에 고구마 서너 알 매단 채 이승을 떠난 ‘맹순이 언니’의 혼령은 먼저 떠난 무수굴댁 혼령을 만난다. 그리고 “꽃 같은 시절을 보내다 왔어.”라고 자랑한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삶을 살았건만 늘 눈치 보느라 절절매며 제 소리 한번 내지 못했던 이들 아닌가. 한데 순사건, 나라님이건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 마음껏 하다가 왔으니 그 자체가 ‘꽃시절’이란다. 실제로 순양군 도시 철거민, 빈민, 베트남 이주여성, 시인, 노동자 등 거대 담론 바깥에 있는 이들의 느슨하지만 따뜻하게 연대하는 꽃 같은 시절이 작품에 담겨 있다. 공선옥의 소설 속에서는 숱한 소리들이 이어진다. 띠루띠루띠루루루~ 낭랑한 지렁이 울음 소리가 귀에 어른거린다. 팽나무, 대나무, 산죽나무도 우웅우웅 노래하고, 싸락눈은 싸그락싸그락거린다. 공장의 쇄석기 소리에 맞서는 시골 할머니들의 외침에 자연이 거들며 내는 소리들이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한껏 귀 기울여도 들리지 않던 온갖 작고 초라한 것들의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눈 부릅뜨고 둘러봐도 보이지 않던 ‘낮은 곳, 못난 것’들의 모습이 눈에 선해진다. 눈과 귀를 밝게 해주는 작품이다. 한데 의아하다. 눈과 귀가 밝아졌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절로 데워져 있다. 공선옥 소설의 힘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시리아는 ‘당근’ 바레인은 ‘채찍’

    “반미적인 시리아는 유화책, 친미적인 바레인은 강경책” 재스민 혁명의 여파로 사상 최대의 민중 시위를 겪고 있는 시리아와 바레인이 대조적인 처방책을 내놓고 시위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시리아의 철권 통치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개각과 함께 시위 사태 구속자 및 일부 정치범에 대한 사면조치를 내리며 유화적인 입장으로 반정부 세력에 대한 무마를 시도했다고 BBC 등 외신들이 전했다. 아버지 하페즈 아사드 전 대통령의 30년 통치에 이어 2000년부터 11년째 집권하고 있는 그는 지난달 29일 농업장관이던 아델 사파르를 신임 총리로 발탁한 뒤, 이날 새 내각을 구성하도록 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알아사드가 항구도시 바니야스 등에서 악명 높은 국가안전부대를 철수시키고 대신 정규군을 배치했다면서 이는 유화책의 하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무슬림의 금요기도회가 열리는 15일을 앞두고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무마책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시위대 3000여명은 정부의 유화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다라지역 중심부에 모여 거리행진을 벌이며 “자유를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아파로 이란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알아사드 집안은 미국과는 불편한 관계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이 시리아 정부의 시위 진압을 지원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사실이라면 개혁 조치에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우려를 전했다. 한편 바레인은 이번에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시아파 최대 야당인 알 웨파크와 이슬람행동연합 등 2개 야당을 해체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국영 뉴스통신사 BNA가 이날 보도했다. 미해군 5함대의 기항지이자 미국의 우방인 수니파 왕정국가 바레인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 군대까지 끌어들여 자국 시위대를 철저하게 진압했다. 알 웨파크는 바레인 의회 40석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8석을 보유한 정당으로 수니파의 권력 독점 혁파를 촉구하며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왔다. 하지만 셰이크 칼레드 빈 아흐메드 알칼리파 외무장관은 “정부는 정당 해체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면서 “관련 보도는 틀린 것”이라고 부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레인 정부가 두달간의 시위 사태 기간 동안 수백명을 체포하고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대중들의 입을 막고 있지만 오바마 정부는 못 본 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우 전문기자 jun88@seoul.co.kr
  • 게으른 경찰, 국민 알 권리 나몰라라

    서울 지역 일선 경찰서 대부분이 온라인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무관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서 3곳 가운데 1곳이 인터넷 웹사이트에 공개하기로 한 수사 결과 자료 등을 전혀 올리지 않는 등 대민 정보 서비스가 ‘빵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부처가 브리핑 등의 자료를 매일 빠짐없이 공개하는 것과 대비된다. ●온라인 대민서비스엔 무관심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지역 31곳 경찰서 가운데 강남·송파·수서·종로·중부서 등 11곳(35.5%)의 홈페이지 알림마당 ‘보도자료’방은 텅 비어 있다. 특히 ‘사건 1번지’ 강남서의 경우 하루 평균 한건 이상의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홈페이지 게시물은 ‘0건’이다. 한건 이상 게시한 20곳 경찰서 가운데 마포·노원·종암·서부·강북·강동·용산서 등 7곳(35.0%)은 ‘보도자료’방에 언론사의 기사 몇 건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올려 놓은 보도자료들도 몇 달이 지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3건의 보도자료가 게시돼 있는 성동서의 경우 지난해 12월 6일 자로 공개된 자료가 마지막이었다. 보도자료방에는 수개월째 거미줄만 쳐진 셈이다. 일부 경찰서는 자신들의 소식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송파서의 경우 ‘서울경찰의 하루 24시, 각종 홍보 사진을 제공해 드립니다. 서울경찰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라는 문패를 단 ‘경찰서 소식’방에는 게시물이 한건도 없다.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경찰서 홈페이지의 관리와 홍보 업무는 해당 경찰서의 경무계가 담당한다. 담당자도 정해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찰서들이 올해 초 홈페이지를 개편한 뒤 방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서장의 지시가 없기도 했지만 게을러서 그런 것”이라면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대국민 홍보 차원에서 보도자료를 빠짐없이 올리는 것이 옳으나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부처는 매일 공개 대조적 이와 대조적으로 정부 부처들은 정책 보도자료와 브리핑 동영상 등을 홈페이지와 ‘생생브리핑’ 사이트를 통해 모두 공개하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경찰 수사 결과는 범죄 예방 등 공익적 측면이 크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도자료 등을 국민들에게 충실히 공개해야 한다.”면서 “경찰청 차원의 관리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물가 올 3.9% 상승”…한은, 물가불안 내년까지 지속 전망

    “물가 올 3.9% 상승”…한은, 물가불안 내년까지 지속 전망

    물가 불안이 내년에도 계속된다. 내년엔 ‘근원인플레이션’(곡물을 뺀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핵심 물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앞지르는 보기 드문 역전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초 전망치(3.5%)보다 0.4%포인트 높은 3.9%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물가도 지난해 12월 전망(3.2%)보다 높은 3.4%로 예상했으며, 근원인플레이션도 올해 3.3%, 내년 3.6%로 예측됐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110억 달러로 당초(180억 달러)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성장률은 4.5%로 당초 전망치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13일 이같은 내용의 ‘2011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경제 전망치가 대폭 수정된 배경에는 ▲미국 경제의 호조 ▲중동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동일본 대지진 ▲국내 구제역 파동 등이 꼽혔다. 내년 물가도 심상찮다. 기조적인 물가 추이를 가리키는 근원인플레이션이 내년에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이는 전반적인 물가 오름세가 올해보다 더 확대된다는 의미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은 보통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두 지수가 올 4분기에 역전되고, 내년까지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 한은은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올 상반기 3.1%에서 하반기 3.6%로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같아진 뒤, 내년엔 연간 3.6%를 기록해 소비자물가 상승률(3.4%)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쫓아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올 4분기부터 전세가 바뀔 것으로 본다.”면서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적 충격이 일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2차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종전 전망치인 180억 달러보다 축소된 110억 달러로 예상됐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5%로 유지했다.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4.0%로 높였지만, 하반기는 5.0%에서 4.9%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 측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3.0%로 종전보다 0.6%포인트 상향 조정되겠지만 국제유가 상승과 구제역 사태에 따른 부정적 영향 등으로 긍정적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는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 등으로 증가 폭이 종전 4.1%에서 3.5%로 하향 조정됐다. 올해 취업자 수는 종전 전망과 같은 26만명 증가로 예상됐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미래 가구산업의 현장’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가다

    ‘미래 가구산업의 현장’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가다

    이탈리아에서 가구산업은 자동차, 패션과 더불어 국가경제를 이끌어 가는 3대 산업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 고급가구 시장을 선도하는 이탈리아 가구업계의 힘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은 해마다 4월 패션도시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가구박람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현장을 찾았다. 밀라노 중심부에서 20㎞ 떨어진 전시장 ‘피에라밀라노’ 주변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바이어, 가구업체 종사자들과 기자단을 실어나르는 버스가 몰리면서 이른 아침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박람회를 다녀간 인원은 약 33만명. 세계 최대 규모로, 2700여개 업체가 참가하는 박람회가 열릴 때면 밀라노 지역 호텔 방값은 최고 3배 이상 뛰고 주변 식당가와 상점은 반짝 특수를 누린다. 단 6일짜리 행사가 파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자그마치 4억 5000만 유로(약 7200억원). 디자인 강국 이탈리아가 올리는 부가가치에 다시 한번 입이 벌어진다. 1961년 시작된 행사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시장 선도력 때문. 뚜껑을 열어보면 참가업체 2700곳 가운데 2000곳이 이탈리아 업체로, ‘국제’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시관을 돌면서 현지 업체들이 내놓은 창조적인 결과물을 보면 박람회가 왜 국제적인 위상을 가지게 됐는지 수긍이 간다. 2002년부터 매년 빠짐없이 직원들을 이끌고 박람회를 찾고 있는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는 “이탈리아 업체는 1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한 가지 제품을 내놓는 것이 보통”이라며 “엇비슷한 제품을 찍어내는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효율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처럼 디자인과 기능에서 뚜렷하게 차별화된 2000개의 제품을 볼 수 있는 박람회는 없다.”고 말했다. 수많은 트렌드가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협업·융합·변신이 올해의 굵직한 흐름으로 읽힌다. 산업계 전반에서 협업은 이미 대세. 소파로 유명한 ‘아르플렉스’는 패딩점퍼를 만드는 ‘아스피지’와 손잡고 멋스러운 패브릭 소파를 내놓았다. ‘모다’라는 업체는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등 팝아트 작가의 유명 작품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차용한 소파·장식장·옷장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이폰·아이팟 등의 도킹 시스템을 내장한 거실장도 가구 산업이 갈 길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공간과 상황에 따라 변신 가능한 ‘트랜스포머형’ 가구들의 존재감도 높았다. 카를로 굴리엘미 밀라노 가구박람회 회장은 가구산업의 미래에 대해 “사람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는 기술적 진보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밀라노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사회 초년~퇴직까지 생애 맞춤형 재테크 “여기 있네”

    사회 초년~퇴직까지 생애 맞춤형 재테크 “여기 있네”

    재테크에도 때가 있다. 금융사들은 고객의 생애 주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내놓느라 분주하다. 사회 초년생을 겨냥해 소액을 납입해도 금리를 높여 준 은행 적금이 출시됐고, 노후를 대비한 퇴직연금 상품도 봇물을 이룬다. 상황에 맞춰 중간에 계약조건을 바꿀 수 있는 상품도 있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고를 혜안을 기를 때다. 홍지민·홍희경·오달란기자 icarus@seoul.co.kr ■ 국민은행 ‘첫재테크적금’ 생애 처음으로 목돈 마련 계획을 세우는 젊은 고객층을 지원하는 월복리적금인 ‘KB첫재테크적금’이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1월 17일 판매를 시작해 현재 16만 6761명(542억원)이 가입했다.1인 1계좌로 제한했는데도 가입자가 몰렸다. 20~30대 고객들의 재테크 수요를 반영, 소액 예금에 대해 최고 연 5.0%(월복리 효과 감안하면 최고 연 5.2%)의 높은 금리를 제공한 게 주효했다고 국민은행은 자평했다. 자유적립식 월복리적금으로 직장 초년생 등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구성했다. 가입 대상은 만 18세부터 만 38세까지 개인고객으로 저축금액은 월 1만~30만원 사이에서 자유롭게 낼 수 있다. 적금 기본이율은 연 4.5%(월복리 효과 감안하면 연 4.7%)이고, 최고 연 0.5% 포인트의 우대이율을 제공한다. 첫 거래 우대이율이 연 0.2% 포인트 제공되는데, 가입 시점에 국민은행에 적립식 예금이나 거치식 예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고객을 우대한다. 스마트폰 뱅킹 가입자를 위한 KB스타뱅킹 우대이율은 연 0.1% 포인트 수준이다. 여기에 만기 시점에 마련한 목돈이 500만원 이상이면 연 0.1% 포인트, 1000만원 이상이면 연 0.2% 포인트의 우대이율을 더 준다. ■ 대한생명 ‘통합종신보험’ 한건 가입으로 온 가족이 보장을 받는 통합보험을 적립형 계약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8만건이 판매되고 신계약 첫회 보험료가 150억원을 기록했다.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통합보험으로 보장을 받다가 7년 후부터 보험료 추가 납입과 중도인출이 가능한 변액유니버셜 기능을 갖춘 적립형 계약으로 상품 종류와 보험 대상자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 계약자 본인이나 배우자 또는 자녀 이름의 적립형 계약으로 바꿀 수 있고 45세 이후에는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어서 은퇴 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적립형 계약으로 바꾼 뒤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기본보험료의 6~12배에 해당하는 금액과 계약자 적립금을 보험금으로 준다. 통합보험이기 때문에 한건의 보험계약으로 계약자, 배우자와 자녀 2명까지 보장해 준다. 이 상품은 가입일 기준 보험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보험차익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저 보험료는 월 10만원이며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보험료의 1%를 깎아 준다. 보험가입금액 1억원, 20년 납입을 기준으로 할 때 30세 남성의 월보험료는 사망보장형(1종) 가입 시 15만 5000원, CI보장형(2종) 가입 시 15만 9000원이다. ■ 한투증권 ‘오퍼튜니티펀드’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내놓은 ‘한국투자 글로벌 오퍼튜니티펀드’는 채권금리에 플러스 알파의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하는 재간접형 펀드다. 한국의 자본시장법에 해당하는 유럽의 UCIT라는 법률에 따라 유럽에서 만들어진 공모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형태다. 투자 대상 펀드가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헤지펀드의 운용 전략을 반영하고 있어서 주식시장 등락에 의한 영향력이 적고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한국증권 관계자는 “이 펀드는 최근 출시되는 사모 재간접 헤지펀드보다 운용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수익률 변동성이 연 10% 미만이면서 주식, 원자재 등 고위험 자산에 대한 편입 비중이 50% 미만인 ‘중위험펀드’의 비중을 60% 이상 유지해 연수익률 변동성을 5%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위험 관리 차원에서 수익률 변동성이 커지거나 순자산이 급격히 늘거나 줄 때, 또 주식시장 전망이 변할 때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재조정할 것이라고 한국증권 측은 설명했다. 이 펀드는 공모형, 해외간접투자형, 주식혼합 재간접형 등 3종류가 있다. ■ 교보생명 ‘자산관리 퇴직연금’ 안정성·수익성을 겸비한 퇴직연금보험 상품이다. 은행·증권사의 상품과 달리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일정기간(1~5년) 동안 확정 이율을 보장하는 이율보증형(GIC)과 시중 금리를 반영하는 금리연동형, 투자성과에 따라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배당형 등 다양한 조건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GIC의 경우 가입자 입장에서는 안정성을, 기업 입장에서는 퇴직금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신탁계약 라인업을 구축한 점도 특징이다.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펀드와 예금 상품을 갖춰 고객에 맞게 제공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퇴직연금 전용 시스템인 ‘K-프리미어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가입자가 24시간 내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실시해 온 기업별 퇴직연금 스터디를 비롯해 재무진단 서비스, 국제회계기준(IFRS) 서비스도 돋보이는 서비스다. 교보생명 관계자는“올해 2월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이 1조 4300억원으로 업계 2위인 교보생명의 강점은 최고의 퇴직연금 전문가로 구성된 맨파워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 대신증권 ‘크레온 서비스’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웹 트레이딩 시스템(WTS),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통틀어 국내에서 가장 싼 수수료를 자랑하는 은행 연계 온라인 증권거래 서비스다. 은행에 개설한 증권 계좌를 통해 주식, 선물·옵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모든 온라인 증권 거래를 할 수 있다. KB·우리·신한·하나·IBK기업·농협·KEB·SC제일·씨티·광주·대구·부산은행과 에버리치(옛 우체국)에서 연계 계좌를 개설하면 된다. 창조적인 서비스를 의미하는 브랜드 명칭은 ‘Creative’와 ‘Online’의 앞 글자를 각각 따서 조합했다. 수수료는 두 가지 체계 가운데 하나를 고객이 직접 고를 수 있다. ‘알뜰 수수료율’을 선택한 고객은 0.011%가 적용된다. ‘스마트 수수료율’을 고른 고객들은 0.0088%의 수수료에다 월정액 1만 5000원을 내면 된다. 한달에 7억원 이상 거래하는 고객들은 스마트 수수료가 유리하다. 크레온 HTS는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바탕으로 매매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모아 쉽고 간결하게 화면을 구성했다. 또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온라인상에서 계좌조회, 이체·대체, 신용, 청약 등 영업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온라인 지점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상원 대신증권 크레온 CIC 부장은 “크레온 서비스는 초저가의 수수료 혜택을 원하는 온라인 고객들의 수요를 반영해 개발됐다.”면서 “향후 온라인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투자자 교육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 [열린세상] 韓·獨 합작 ‘나전칠기 자동차’/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열린세상] 韓·獨 합작 ‘나전칠기 자동차’/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얼마 전 자동차 업계 소식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아니 무형문화재 분야에 신선한 뉴스라고 해야겠다. 손대현 서울무형문화재 옻칠 장인이 세계적 명차 BMW 실내장식을 나전칠기로 다자인해 우리 공예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렸다. “독일 장인 정신이 깃든 BMW 최고의 플래그십7 시리즈에 한국적인 미가 더해져 청아하면서도 정갈한 한국 특유의 디자인이 완성됐다.”, “나전의 영롱한 빛을 최대한 살려내 한국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양을 세계인의 감성에 어필했다.” 전통공예와 자동차 전문가, 소비자들의 극찬이 이어졌다. 손 장인은 세계 상위 3% 이내의 최고급 자개를 직접 추려내 작업했다. 최상의 자연 빛깔을 내는 자개를 고르기 위해서다. 명품 자동차에 적용하는 디자인인 만큼 새 소재에 옻칠과 나전을 접목시켰다. 내구성과 강도를 고려한 창조적인 작업의 연속이었다. 또 문양이나 오브제를 표현할 수 있는 주름질 기법이 이용되었고,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한층 자유롭게 구현되었다. 100% 수작업을 통해 나전칠기의 11가지 과정을 완성해 나갔다. 손 장인의 예술혼이 세계적 명차에 한국 고유의 미를 발산하는 나전의 빛을 더해 최상의 예술품 나전칠기 자동차를 만든 것이다. 손 장인의 창조적인 나전칠기 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 쇼에서 삼성 파브TV에 나전칠기 디자인을 응용하여 선보였다. 그때도 찬사가 쏟아졌다. 이를 계기로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서명을 나전칠기로 해줬고,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전자앨범’ 상자를 나전칠기로 디자인해 선물했다. 이런 저력이 자부심과 자존심 강한 BMW를 움직였다. BMW 측 디자이너는 손 장인의 샘플 작품을 보고 “생각보다 훨씬 고품질의 귀족 공예”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나전칠기 자동차처럼 현대적 상품에 전통공예를 더해 화룡점정으로 세계 최고의 명품을 만들었거나 명품 제작을 시도하고 있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옻칠 공예가 전용복 선생은 400만엔짜리 일본 세이코시계에 나전칠기 디자인을 얹어 5250만엔짜리 명품시계로 만들었다. 나전칠기 디자인이 더해지자 시계 가치가 13배로 뛴 것이다. 국내에서도 소목장과 옻칠장 칠보작가가 협업으로 명품 가구를 제작해 상용화에 성공했고, 한 장인도 국내 최고의 화장품을 담을 상자를 전통공예기법으로 만드는 방안을 화장품 회사와 협의 중에 있기도 하다. 수천년 이어져 온 우리의 전통공예(품)는 나전칠기처럼 그 자체가 세계적인 명품으로 인정받거나 이목을 끄는 품목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장인들의 예술혼도 연구와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선조들은 매우 수준 높은 철학적 이론의 바탕 위에 단순한 기능의 범주를 넘어 ‘천공’(天工)으로서 작업해 왔고, 또한 그렇게 대접받아 왔다. 오늘날 봐도 서양의 어떤 장인이나 디자이너도 흉내낼 수 없는 수작(秀作 또는 手作)들이 외로운 장인의 공방에서 혼신의 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고려시대 나전칠기와 쌍벽을 이루는 조선시대 고유의 전통왕실공예로 종잇장처럼 얇게 깎아 채색한 쇠뿔을 나무로 짠 장·궤·함·농 따위의 목판 표면에 장식으로 붙인 화각, 수도하듯 한올 한올 말총을 짜 만드는 갓일 등은 세계적으로 그 예를 찾기 힘든 빼어난 전통공예다. 갓 만드는 기술이나 화각 기술을 응용해 또 다른 명품을 만들어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아직 걸음마 단계인 기업과 장인의 만남의 장을 활짝 열기 위해서는 세계적 산업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 기업들이 전통공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통공예 기술을 자사 제품 제작에 창의적으로 활용한다면 고품격·고부가가치의 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공예인들에게는 장인으로서의 명예와 긍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즉, 경제적 이익과 전통문화 전승·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앞으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기업 메세나 운동을 전통공예분야까지 확산, 우리 전통공예기술이 산업과 조화롭게 접목되어 세계적 명품들이 탄생하는 문화산업의 새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 [시론] 수사권 조정, 검찰 결단이 요구된다/김재광 선문대 법학과 교수

    [시론] 수사권 조정, 검찰 결단이 요구된다/김재광 선문대 법학과 교수

    최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6인 소위) 합의안이 발표되어 많은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합의안 중 특히 관심을 끈 것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것이었다. 6인 소위의 합의안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하여 수사권 조정 단계가 아니라는 점, 경찰에 수사개시권이 있음에도 형사소송법에는 없는 것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명문화해 주는 것이라는 점,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에 수사지휘권한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중복된 검찰청법 제53조(명령복종의무)를 삭제하는 것이라는 점, (이번 합의는) 현실에 어떠한 변동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생각건대, 현재 발표된 합의안만으로는 수사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에는 미흡하여 진정한 수사권 조정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수사권 조정의 완결이 아니며 앞으로 본격적인 수사권 조정 논의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수사권 조정은 해방 이후 60년 넘게 계속된 역사적 논제로서 경찰이 수사주체이고 검·경이 상호협력하는 ‘세계 표준’과 합치되어야 할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사구조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검찰권한 집중형태이다. 즉, 영국·미국 등 영미법계는 수사·기소 분리원칙에 따라 경찰이 수사주체이고, 검찰은 기소주체로서 상호협력관계를 정립하고 있다. 독일·프랑스 등 대륙법계에서도 경찰은 독자적 수사주체이고, 검사는 수사지휘를 하되 직접수사는 하지 않고 수사 통제와 기소에 주력한다. 일본은 경찰이 1차적·본래적 수사주체이고, 검찰은 2차적·보충적 수사 및 기소주체로서 상호협력관계를 정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법제도의 개혁을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형사사법의 3권(수사·기소·재판) 분립을 통해 후행하는 절차가 선행절차에서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본질적이고 현실적이며 국민정서에 들어맞는 개선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헌법상 사법권은 중립적인 법관의 권한으로 되어 있다. 남은 것은 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의 귀속을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것이다. 사법개혁의 큰 틀에서 볼 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영미식 수사구조가 바람직하나,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하여 먼저 일본식의 절충형 수사구조를 도입, 수사·기소 분리의 연착륙을 꾀할 필요가 있다. 즉, 수사 개시부터 송치까지는 경찰이 ‘1차적·본래적 수사기관’으로서 책임수사하고, 검찰은 송치 후부터 ‘2차적·보충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기소권’으로 경찰수사를 객관적·중립적 입장에서 철저히 통제하는 방식이다. 경찰이 범죄사건의 98%를 수사하는 현실에 들어맞게 책임과 권한이 상응하도록 법제화하는 최소한의 필요 수준이라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엘리트 계층이다. 검찰이 사법정의를 실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 검찰도 선진국의 권력분립 원칙에 입각한 형사사법 개혁 노력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칙이 형사사법 영역으로 확장되어 수사·기소·재판을 분리,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체제로 이행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여 수사단계에서의 과오를 기소단계에서 필터링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수사권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는 개혁 방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검찰 스스로 수사권 조정에 대한 ‘맑고 향기로운’ 결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법원이 검찰권을 존중하면서도 재판권으로 검찰을 통제하듯이, 검찰도 명령·지배가 아니라 기소권을 가지고 경찰수사를 통제하는 선진 형사사법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늘 ‘맑고 밝고 바른’ 국민의 검찰로서 대한민국의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더한층 매진해 주기를 바란다.
  • [Weekly Health Issue] ‘재활의학’

    [Weekly Health Issue] ‘재활의학’

    아직도 물리치료와 재활치료가 같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각종 근골격계 질환으로 발생한 신체 사지의 통증 완화와 기능 회복을 돕는 물리치료는 재활치료의 한 분야로 보는 게 옳다. 재활의학은 전인적 치료로 손상된 신체 기능을 회복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의학이다. 문제가 되는 신체 부위 치료나 원인 제거에서 나아가 신체의 전체적인 기능을 향상시키는 포괄적 치료 분야인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령화로 복합 기능장애가 있는 노인이 늘면서 재활의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런 재활의학에 대해 대한재활의학회 강성웅(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이사장으로부터 듣는다. ●재활의학이란 무엇인가. 의학의 개념은 ‘치료’에서 시작해 ‘예방’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예방과 치료를 거쳐도 환자에게는 신체·심리·사회적 기능 장애가 남을 수 있다. 이런 부분까지 해결하기 위해 재활 전문의를 중심으로 물리-작업치료사·심리사·사회복지사·영양사와 필요한 다른 전문가들이 합동해 환자의 신체 기능을 극대화시키고 이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의료 분야가 재활의학이다. ●재활의학의 치료 영역은. 흔한 관절염과 디스크·오십견 등은 물론 스포츠 손상을 치료하는 근골격계 재활, 외상이나 뇌졸중으로 인한 장애를 치료하는 뇌손상 재활, 뇌성마비·발달장애 등을 치료하는 소아재활, 척수 손상 재활, 심장·호흡 재활, 근육병 등 신경근육계 질환 재활, 암 재활,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를 개선하는 노인재활 등 재활 치료는 모든 의료 분야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국내 재활치료의 수요와 현황은. 국립재활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20명 중 1명이 장애인이며, 이들 모두가 재활치료 대상이다. 그 밖에 통증이나 국소적 마비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모두 재활치료의 대상일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의 증가는 재활치료 대상 증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미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2018년이면 14%가 고령자가 된다. 이들 노년층의 신체 기능 저하를 최대한 막거나 회복시켜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은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재활치료를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 뇌졸중(중풍) 환자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뇌졸중으로 우측 편마비가 온 경우 재활치료를 해도 편마비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재활치료를 통해 입원 기간을 줄이고, 보호자 없이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호자가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간접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의료비 절감은 물론 보호자의 사회·경제적 손실까지 줄여준다. 사지마비의 중증 장애를 딛고 최근 연세대를 졸업한 신형진군의 경우도 재활치료의 좋은 사례다. 척수성 근위축증이란 희귀 질환으로 사지마비는 물론 호흡부전으로 인공호흡기 없이 지낼 수 없는 중증임에도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통해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설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재활치료는 직간접적으로 개인과 사회에 도움을 주는 등 계량하기 어려운 긍정적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국내의 재활의학 실상은 어떤가. 국내 재활의학회가 창립된 게 벌써 40년 전이다. 다른 의학 분야에 비해서는 짧지만 회원도 1900여명에 이르고, 지식과 기술 습득에도 적극적이다. 물론 우리 재활의학 수준도 세계적이어서 국내 학회 중 처음으로 세계재활의학회장을 배출했으며, 2007년에는 세계재활의학회 학술대회(ISPRM)를 서울에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 비하면 국내 현실은 아직도 이에 크게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재활의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제는 재활치료를 보조적·선택적 치료가 아니라 필수적 치료라고 인식해야 한다. 거의 모든 치료는 재활로 마무리된다. 따라서 재활치료를 통해 장애를 최소화하고 신체 기능을 극대화하면 의료적·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전향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재활의학의 발전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국민들이 양질의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은 아직도 크게 미흡하다. 필요한 재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서다. 문제는 병원도 경영인데, 낮은 건강보험 수가 때문에 수익성이 너무 취약하다는 것이다. 경영 차원의 투자 순위에서 밀리는 악순환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정책을 통해 일시적으로 재활치료 인프라를 늘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적으로 재활치료 분야를 발전시키려면 각급 병원들이 재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 재활치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장애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결국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를 장애- 재활치료-사회 복귀의 선순환 체계로 바꿔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운동법과 치료기 등이 범람해 신체 기능을 되레 악화시키거나 경제적 부담을 지우기도 하는데…. 과학적 근거 없이 효과를 부풀려 광고하는 기기들을 함부로 사용할 경우 숨어 있는 원인질환을 악화시켜 보존적 치료로 가능한 문제를 결국 수술까지 하게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당연히 환자들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검증된 치료기 및 보장구를 사용해야 한다. ●활성화되고 있는 바이오산업 등이 재활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재활의학은 이런 분야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으나 주로 의공학 분야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정보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꾸준히 개발되고 있는 각종 재활기기들이 환자의 삶에 장애가 되었던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있다. 이런 분야에서 재활의학은 환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연구하여 개발될 각종 재활기기들의 기능을 고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노령화에 따른 실버산업에서도 재활의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日 ‘매뉴얼’ 밖에선 허둥댄 정치리더십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강타한 뒤 한달이 흘렀지만 열도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동북부 해안도시를 집어삼킨 쓰나미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벌거벗은 일본 사회가 근본적 취약성을 드러낸 채 서 있다. 경제대국 ‘주식회사 일본’을 만들어낸 ‘매뉴얼 문화’는 전례없는 위기 앞에 힘을 쓰지 못했고 유약한 정치 리더십은 혼란만 가중시켰다. 그 사이 안전 신화를 자랑하던 일본의 원자력 발전 기술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대지진 이후 한달간 드러난 구조적 한계에는 ‘잘나가던 일본 경제가 왜 주춤한가.’라는 질문의 답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 수습 과정에서 노출된 시스템의 허점을 고치지 못하면 일본 경제의 재도약은 요원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지진 이후 가장 두드러진 일본 사회의 취약점은 강력한 정치 리더십의 부재였다. 특히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벌어진 방사성물질 유출 사고 수습 과정에서 한계가 선명히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 사고 수습을 맡겼다가 지진 발생 5일 뒤에야 정부 차원의 통합본부를 꾸릴 만큼 굼뜨게 대응했다. 또 간 나오토 총리 스스로 책임을 지고 정면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대신 방사능 누출 책임을 도쿄전력 측에 떠넘겨 국민적 불안감만 키웠다. 2009년 8월, 54년 동안 집권해온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렸던 민주당은 성난 민심 앞에 새로운 정치의 싹을 피워보지 못한 채 반신불수가 됐다. 민주당은 10일 진행된 제 17회 지방선거에서 최대 승부처였던 도쿄도에서 패하는 등 고전했다. 제1야당인 자민당 지원을 받은 무소속 이시하라 신타로 현 도쿄도지사가 4선에 성공한 반면 민주당 도의회 지원을 받은 와타나베 미키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고 일본 언론이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했다. 앞서 간 총리는 야권에 단합하자며 ‘대연립’ 제안을 했으나 거절당했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9일 “(방사성물질 유출에 대응하는) 현 정권의 방식은 너무 시간이 걸린다.”고 비판하는 등 여권마저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다. 유약한 정치 지도력은 일본 경쟁력을 깎아내려 온 오래된 문제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료적 성향이 강한 일본의 내각제 시스템 때문에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시장 주체들이 갈팡질팡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매뉴얼에만 목매는 사회 체계의 취약성도 원전 사고 대응 과정에서 노출됐다. 일본 정부는 1995년 한신대지진의 경험을 토대로 세운 지침에 맞춰 강진으로 무너진 도로 등을 신속히 복구했으나 경험해 보지 못한 원전사고에 대해서는 초지일관 뒷북 대응을 했다. 일본 산업이 최근 부쩍 힘을 잃어 가는 원인 중 하나도 바로 매뉴얼 의존증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목표를 정하고 미국 등을 모방하며 연구 개발, 산업 발전을 이루는 데 탁월했다.”면서도 “그러나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벤처정신이 필요한데 일본은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매뉴얼 문화는 전후 일본의 도약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일본이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정서린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열린세상]주행한담으로 세상읽기/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열린세상]주행한담으로 세상읽기/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나는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들과 주행한담을 즐기는 편이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세간의 화젯거리에 대해 귀동냥을 하거나 보통사람들의 생각을 엿보기도 한다. 직업 특성상 소통 연결망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택시기사는 나에게 세상 흐름을 보여주는 귀한 통신원인 셈이다. 때로는 단순한 여론조사로는 알기 어려운 서민들의 한숨과 소박한 삶의 진동을 에둘러 전해주기도 한다. 투박하지만 진솔한 언어로 담아내는 그들의 세상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아탑에 머물러 있는 내가 느끼는 게 많다. 최근에 한 택시기사와 주행한담을 했다. 그분은 택시기사가 막장인생을 산다며 자조적인 말로 입을 열었다. 몸은 점점 힘들어지는데 수입은 오히려 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택시운전으로 자녀를 대학에 거뜬히 보낸 이야기는 전설이 된 지 이미 오래다. 택시기사는 하루에 평균 11만~12만원의 사납금을 회사에 내야 한다. 신차를 운전할 경우에는 2000~3000원의 추가 부담도 있다. 그러다 보니 오전반 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결국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졸음을 쫓아가며 새벽까지 운전대를 잡는다. 지친 몸을 감수하면서도 종일반인 소위 ‘일차운전’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버는 한달 수입은 얼추 150만원. 개인택시의 수입은 그보다 좀 더 나은 편이지만 대부분 기사들의 수입은 우리나라 평균 소득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에는 높은 유가 때문에 벌이가 더 힘들어졌다. 회사가 하루 25ℓ의 가스밖에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기사는 통상 1만~3만원 넘는 추가 유료까지 부담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직업에 비해 택시기사의 이직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매주 택시기사가 되기 위해 잠실교육장에 수백명이 몰리지만 6개월도 채 넘기지 못하고 택시운전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룩한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영광을 채 누리기 전에 양극화의 상처가 갈수록 깊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택시기사들 중에도 양극화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이 많다. 손님은 줄어들고 기름 값은 오르는데 회사는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자기 잇속만 챙기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 기사들의 생각이다. 모든 추가 비용이나 고통을 기사에게만 일방적으로 전가시킨다는 것이다. 택시비가 인상되어 추가 수입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이를 적절하게 분배하기보다는 사납금을 올려 회사가 고스란히 가져가기 일쑤다. 교통사고가 나서 자체 정비소에서 차를 수리하더라도 부품 값은 월급에서 차감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유사나 주유소가 제공한 경품용 선물을 그대로 명절선물로 포장해 건네는 회사에 따뜻한 애정을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다소 일방적이고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통 분담과 이익 분배의 불공평한 방정식에 대한 택시기사의 볼멘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계열회사들이 재벌2세가 경영하는 비상장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땅 짚고 헤엄치듯이 돈을 버는 속 터질 이야기를 들으면서 10시간 이상을 운전해 사납금을 빠듯하게 버는 기사는 무슨 생각을 할까? 더디게 봄은 왔지만 아직도 봄기운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엔 많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형편에 애틋하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이들의 목소리는 확성기를 통해 증폭되어 전달되지만 작은 소리는 허공에 맴돌다 사라질 때가 많은 탓이다. 택시기사의 염원인 월급제를 검토하려고 했던 어떤 시장은 복잡하고 거대한 경제생태계 앞에서 좌절을 느꼈다고 한다. 택시를 직접 운전하며 민심을 읽고자 했던 도지사도 현실 정치의 한계를 경험했을 것이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하여 대기업에 협조를 구했던 정부도 재계의 미지근한 반응에 적잖이 실망하는 눈치다. 그래도 이 세상은 가냘픈 목소리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고 대안을 찾으려는 위대한 용기를 자양분으로 삼아 발전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듯이 일그러진 세상이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는 주행한담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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