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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배들 꿈 펼치는 자양분 됐으면”

    “후배들 꿈 펼치는 자양분 됐으면”

    대학 선배들이 후배들의 면학을 위해 20억원을 쐈다. 매서운 한파를 훈훈하게 녹이는 ‘내리사랑’의 실천이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78학번인 오광현(52) 도미노피자 회장과 58학번 조병두(71·상학) 동주실업 회장을 비롯, 학번 이외에 실명 밝히기를 끝내 거부한 2명 등 동문 4명이 주인공이다. ●‘창조적 도전정신’ 진심 어린 조언까지 ‘피자 박사’로 이름난 오 회장은 지난 16일 학교발전기금으로 3억원을 쾌척했다. 2008년에도 학교발전기금 1억원과 글로벌센터건립기금 1억원 등 2억원을 모교에 기부하는 등 2006년 이후 아홉 차례에 걸쳐 모두 5억 9200만원을 후배들을 위해 선뜻 썼다. 오 회장의 모교 사랑은 유별나다. 성균관대 출신 체육인 모임인 ‘성균체육회’ 회장도 지냈다. 초등학교 때 야구 선수로 뛴 ‘스포츠 정신’을 모교를 위해 쏟은 것이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오 회장은 “작은 기부 바이러스가 동문들에게 널리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면서 “선배들의 기부가 후배들이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양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2002년 국내 최초로 ‘3082’(30분 만에 빨리)라는 원넘버 주문 시스템을 도입, 피자 주문·배달에서 차별화를 일궈낸 오 회장은 ‘창조적인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인생의 기로에서 두둑한 배짱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으면 어떤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조 회장은 지난 19일 성균관대를 직접 찾아 김준영 총장에게 제2경영관 건립에 써 달라며 3억원을 기부했다. 또 ‘조병두 장학기금’으로 4억원을 더 냈다. 조 회장이 1995년부터 지금껏 모교에 기부한 돈은 무려 31억 8300만원에 달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조병두 장학기금’ 조 회장의 장학기금은 해마다 1000만원씩 ‘이자’가 붙어 금액이 늘어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바로 수혜를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한 뒤 ‘조병두장학회’를 별도로 설립, 자발적으로 매년 1000만원씩 기금에 보태는 까닭이다. 세간에 화제가 된 이른바 ‘대(代)를 잇는 장학금’이다. 그러나 조 회장은 “실명을 밝히지 말라 했는데 이렇게 알려지다니 난처하다.”면서 “별일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58학번의 한 기업인은 20일 오후 김 총장을 만나 장학기금 6억원을, 학교발전기금 1억원 등 7억원을 대가 없이 내놓았다. 한 경영학과 68학번 동문도 최근 제2경영관과 총동창회관 건립 기금 용도로 3억 5000만원을 기부했다. 사회에 진출, 성공을 거둔 선배들의 멋진 ‘한턱’인 셈이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악 소리도 못낸 경희대

    악 소리도 못낸 경희대

    하프타임. 경희대 선수들은 일사불란하게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전반전 스코어는 20-40. ‘호랑이’ 최부영 감독은 무표정했지만 선수들은 스스로의 플레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시무룩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3쿼터 시작 휘슬이 울리고 나서야 부랴부랴 라커룸에서 나왔다. 국군체육부대(상무)가 유유자적 슈팅 연습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경희대는 후반 들어 마음을 단단히 추슬렀지만,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실력차가 엄연히 존재했다. 역시 ‘프로와 아마추어’였다. 상무가 26일 안산올림픽기념관에서 벌어진 농구대잔치 4강전에서 경희대를 73-61로 제압했다. 익숙한(!) 결승행. 대회 4연패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함지훈·강병현·김영환·이광재·박성진 등 소속팀 에이스였던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맹활약했다. 스타급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손발을 맞추자 빈틈이 없었다. 줄곧 10여점을 앞섰지만 자만하는 기색도 없었다. 국가대표급 프로선수들이 포진한 상무는 애초부터 경희대의 상대가 아니었다. 김빠진 4강이었다. 올 시즌 34연승을 달리던 경희대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건국대에 져 무패행진을 마감했다. 상무를 상대로 연승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했던 농구팬들의 실망감도 컸다. 그래서인지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이날 대결은 싱거웠다. 상무는 전반부터 더블스코어(40-20)로 동생들의 ‘패기’를 눌렀고, 결국 손쉬운 승리를 낚았다. 경희대는 4쿼터 압박수비와 스피드로 경기종료 4분 전 10점 차(61-51)까지 쫓아갔지만 그뿐이었다. 강병현(19점·3점슛 3개, 9리바운드)·김영환(15점 5리바운드)·함지훈(12점 9리바운드)·이광재(10점) 등이 골고루 활약했다. 상무 이훈재 감독은 “실력이야 원래 있는 선수들인데 상무에서 정신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 마음가짐이 남다르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앞선 경기에서는 명지대가 건국대를 77-75로 꺾고 결승에 합류했다. 김시래(28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가 맹활약했고, 박지훈(20점 10리바운드)·김수찬(11점 10리바운드)의 뒷받침도 좋았다. 남자 1부 결승전은 27일 오후 1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안산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조광래 “축구협, 선수선발에 외압”

    힘이 있는 입장에선 ‘권유’라고 치부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외압’일 경우가 많다. 세상사가 그렇다. 축구대표팀 감독 입장에서 하늘 같은 축구계 선배인 동시에 대한축구협회의 수뇌부 3명이 약속한 듯 특정 선수를 추천한다면, 그건 권유일까 외압일까. 조광래(57) 전 대표팀 감독은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팀 감독이 외부 바람에 흔들린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면서 “부끄러운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지만 (선수 선발에) 외압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감독에 따르면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레바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축구협회 수뇌부 3명이 선수 추천을 해 왔다. 소신이 뚜렷한 조 전 감독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추천을 할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3명이 똑같은 선수를 지목했다.”면서 “상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나 또한 차마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조 전 감독은 그 선수의 선발 여부를 두고 코치들과 논의하고, 소속팀 감독과도 상의했다. 하지만 모두들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표 선수로 뛰기에는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는 평가였다. 그런 상황에서 외압과 타협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당시 협회가 추천한 선수를 뽑아주면 그만 아니었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원칙과 소신은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다. 1명을 넣어주면 2명, 3명이 돼도 할 말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그 뒤 조 전 감독은 축구협회가 대표팀을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비협조적으로 바뀌었다고 느꼈다. 조 전 감독이 UAE-레바논으로 이어진 중동 원정 2연전에 앞서 레바논과 쿠웨이트의 경기 분석을 공식 요청했지만 축구협회는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다. 또 중동 원정에 경고 누적과 부상에 대비해 기존 23명에서 2명을 더한 25명으로 선수단을 꾸리자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기성용이 장염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박주영은 경고 누적으로 레바논전에 뛰지 못했다. 그리고 한국은 레바논에 졌다. 이는 조 전 감독 경질의 핵심적 사유였다. 조 전 감독은 축구협회가 후임인 최강희 감독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팀 감독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이제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현 축구협회 수뇌부들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회택 축구협회 부회장(전 기술위원장)은 조 전 감독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한·일전에서 패한 뒤 풀백이 없다고 먼저 조 감독이 얘기해 왔다.”면서 “그래서 남아공월드컵을 다녀온 한 선수를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기술위원장을 하는 동안 한 번도 누구를 뽑으라고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2011 법조계 10대 뉴스

    2011년 법조계는 판검사와 변호사를 가리지 않고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향판비리 등 법조비리가 쏟아졌고, 이는 전관예우금지법으로 이어졌다. 검경수사권 갈등과 법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허용 문제, 도가니로 촉발된 성범죄 양형에 대해서는 뜨거운 찬반논란이 벌어졌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각종 정치사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서울신문이 올해를 뜨겁게 달군 ‘법조 10대 뉴스’를 가려뽑았다. ① 1월 전관예우금지법 시행 올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의 사퇴를 계기로 판검사 등이 변호사 개업 시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곳의 사건을 1년간 맡을 수 없게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전관예우금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법조계에 만연한 전관예우 관행과 이에 따른 구조적인 비리를 근절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② 3월 저축銀 비리 전방위 수사 올 3월부터 8개월간 계속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는 박연호 회장 등 76명을 기소하고 3조원대 분식회계 등 저축은행의 구조적 비리를 적발해내는 성과를 이뤘다.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수사로 정·관계 로비의혹을 파헤치기도 했으며, 제2금융권 비리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③ 9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구속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박명기 후보에게 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 9월 구속됐다. 선의로 건넨 만큼 대가성이 없다는 곽 교육감 측의 주장과, 후보단일화에 따른 대가라는 검찰의 주장이 재판에서 대립 중이다. 무상급식 찬반부터 진보진영 단일화에 대한 음해 의혹 등 무성한 논란을 일으켰다. ④ 9월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9월 27일 취임식과 함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양 대법원장은 재판제도와 절차, 심급구조, 인사제도, 법원조직 등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해 사법부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용훈 전임 대법원장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양 대법원장의 취임으로 사법부의 보수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⑤ 9월 ‘도가니’ 성범죄 양형 강화 지난 9월 개봉된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성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가 되자 대법원이 성범죄 양형을 강화했다.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양형기준이 대폭 강화됐고, 장애인 대상 성범죄 양형기준도 신설됐다. 성범죄자에 대한 집행유예가 쉽지 않도록 합의 여부를 고려하는 요건도 엄격해졌다. ⑥ 10월 한명숙 前총리 사건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우진)는 한신건영 전 대표인 한만호씨로부터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67)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5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받은 데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은 정치적 표적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⑦ 11월 검경 수사권 조정 국무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대통령령 제정안이 지난달 원안대로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경찰은 내사 권한을 보장받되 자체 종결한 내사사건도 사후에 검찰에 보고하도록 했다. 검찰의 부당한 수사 지휘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내사 과정에서 검찰 지휘 없이 할 수 있었던 체포와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이 제한돼 경찰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⑧ 11월 법관 ‘SNS 파동’ 법관이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사용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이라는 글로 촉발됐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들에게 “SNS 사용에 보다 분별력 있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⑨ 12월 향판비리 선재성 사건 광주지법 파산부 재판장 시절 법정관리 사건 대리인으로 고교 동창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등 ‘향판 비리’를 저질렀다는 오명을 받은 선재성 판사의 항소심 관할 법원이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전됐다. 9월 광주지법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대법원이 검찰의 관할 이전신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관심이 집중된다. ⑩ 12월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어김없이 반복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4년차 역시 측근비리에서 시작된 검찰의 수사가 친·인척 비리로 확대되고 있다. 영부인의 사촌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이 구속됐고, 대통령의 손위 동서인 황태섭씨도 제일저축은행에서 수상한 돈을 받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최재헌·이민영·안석기자 goseoul@seoul.co.kr
  • [씨줄날줄] 권력자의 여동생/최광숙 논설위원

    영화 ‘대부’에서 이탈리아 출신 미국 마피아 돈 콜레오네 일가가 붕괴 위기를 맞게된 계기는 다름 아닌 가족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콜레오네의 큰아들 소니가, 여동생 코니가 남편한테 매를 맞자, 그를 패주면서 집안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처남한테 혼이 나자 앙심을 품은 코니의 남편은 결국 처남을 죽이고 콜레오네 일가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소니처럼 대부분의 오빠는 시집 간 여동생일지라도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을 결코 눈감지 못하는 존재다. 가족관계를 보면 남자 형제들 간에는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과 견제, 알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누나든 여동생이든 남매들은 좀 다른 것 같다. 사랑과 헌신이 오고 가는, 협력이 가능한 관계가 남매지간이다. 특히 오빠 입장에서 여동생은 각별한 사랑의 대상이다. 여동생 입장에서는 동요 ‘오빠 생각’의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의 가사처럼 오빠는 아버지를 대신할 수 있는 의지처다. 심리학적으로 여동생은 오빠에게 일종의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딸이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듯이 아버지를 잃은 여동생의 경우 아버지를 향한 끝없는 사랑이 오빠로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스도 부친이 죽자 오빠인 니체에게 집착했다고 한다. 정상에 선 ‘최고의 오빠’들 역시 비슷한 것 같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고(故)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리셉션에서 울먹였다. 바로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랬다. 한부모 밑에 자란 오누이간의 애틋한 정이 없더라면 연출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쿠데타로 쫓겨나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던 탁신 전 태국 총리는 지난 8월 여동생 잉락을 태국의 첫 여성 총리로 등극시켰다. 9남매 중 막내 여동생인 잉락을 내세운 것은 평소 ‘나의 클론’이라며 아낀 것도 있겠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오빠의 의도도 있을 것이다.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빈소에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보이는 김여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 형제들인 김정남과 김정철이 보이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이 생전에 여동생 김경희에게 중책을 맡긴 것을 떠오르게 한다. 평소 김경희는 술에 취하면 오빠 김정일에게 뽀뽀할 정도로 허물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와도 나눌 수 없다는 권력을 가진 최고의 권력자들은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여동생에게는 관대한 것 같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최강희 사단, 축구대표팀 접수하나

    최강희 사단, 축구대표팀 접수하나

    감독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축구 철학을 자신의 팀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국가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다. 대표팀 감독이 어떤 축구를 지향하는가는 그가 선택한 선수들의 면면을 통해 드러난다. 조광래 전 감독은 ‘패싱게임’을 실현하기 위해 패스와 기술이 좋고, 경기의 흐름을 잘 읽는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윤빛가람. 허정무 전 감독은 투지와 체력이 좋은 선수들을 선호했고, 중앙수비수 곽태휘를 대표팀에 데리고 들어갔다. 이 때문에 새로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최강희 감독이 어떤 선수들을 선택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최 감독은 전북에서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009년과 올해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전북은 자타가 공인한 K리그의 강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북 선수들은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한국 최고 타깃형 스트라이커’ 이동국 1순위 프리메라리가 선두를 다투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스페인 대표팀과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최 감독이 대표팀 감독이 됐다. 전북 선수들은 누구보다 최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잘 안다. 그래서 전북 선수들이 대표팀 발탁 후보 1순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그 가운데 ‘최강희호’ 승선이 확실한 선수는 올 시즌 K리그 최우수선수(MVP) 이동국(왼쪽)이다. 16골·15도움, 더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최고의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이와 함께 최 감독은 측면 수비수로 최철순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K리그 베스트11 수비수 부문에 선정되며 국내 최고의 측면 수비수로 뽑힌 최철순(오른쪽)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23경기에 출전해 전북의 중흥을 이끌었다. 뛰어난 수비력을 갖췄고, 파워와 스피드가 좋은 동시에 공격 가담에도 능하다. ●최철순 등 전북 선수들 대표팀 발탁 유력 전북에서는 오른쪽 윙백이지만 왼쪽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오른쪽 윙백으로 차두리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대표팀 수비라인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광래호’에서도 2경기 3도움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서정진 역시 대표팀에서의 입지가 탄탄해질 전망이다. 또 측면수비수 박원재와 미드필더 이승현, 공격수 김동찬, 중앙수비수 조성환, 심우연 등도 대표팀 구성원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지상좌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29세 청년수령 김정은, 그의 정신세계&리더십

    [지상좌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29세 청년수령 김정은, 그의 정신세계&리더십

    스물일곱 살 청년이 우리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북녘 체제의 뿌리였던 ‘수령’(首領)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북녘 체제의 기둥인 ‘당중앙’이었다. 그는 할아버지의 외모에 아버지의 성정을 닮았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그를 ‘위대한 영도자’라고 칭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는 이제 그의 것이 됐다. 무려 60여년을 키워 온 권력도 그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남녘에도, 북녘에도 이 ‘27세의 권력’은 낯설다. 과연 김정은은 북한 사회를 영도할 수 있을까. 서울신문은 23일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권준수 서울대 정신과 교수와 통치자들의 리더십을 연구해 온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에게 김정은에 대해 물었다. 두 전문가가 분석한 김정은의 정신세계를 좌담 형식으로 싣는다. →27세 김정은이 정치적 리더십을 갖췄다고 볼 수 있나. -권준수 교수 20대 초가 되면 두뇌의 구조적 성숙은 마무리된다. 27세 정도면 타인에 대한 친밀감을 획득하는 데 성공하고,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27세가 돼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들이 많은 것처럼 정신적 성숙도는 개인 간 차이가 크다. 김정은은 아마도 아버지와 그를 둘러싼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정치적 리더십을 체득했을 수 있다. 김정은을 평균적인 남성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최진 소장 정치적 리더십 발달과정을 보면 20대 중후반은 ‘정치 입문기’이자 ‘리더십 준비기’다. 협의·조정 능력과 조직 관리 능력이 형성되는 시기다. 질풍노도의 시기로 방향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 나이 때 장교가 되고 싶어 만주로 떠났다. 지도자의 자격을 갖추려면 카리스마, 조직 장악력, 판단력, 국정경험이 있어야 한다.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의 후광을 받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외형적 카리스마를 보여 주고 있다. 김정일의 넷째 부인인 김옥이 김정은에게 90도로 머리 숙여 조문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조직 장악력, 판단력, 국정운영능력은 모두 의문투성이다. 중국의 마오쩌둥이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도 젊은 나이에 권좌에 올랐지만, 그들은 실전 경험이 풍부했다. →나이와 리더십은 상관관계가 큰가. -권 교수 나이가 리더의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만, 나이 외에도 교육과 훈련, 사회체제 등 수없이 많은 변수들이 리더십과 관계가 있다. 다만 20대가 지도자가 되려면 여러 세대와 계층이 갖고 있는 ‘20대’라는 인식이 리더십에 대한 의문으로 변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김정은은 어릴 때부터 제왕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행동을 체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젊은 사람들은 충동적인데, 김정은은 심리적 요인에 휘둘리기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의해 계산된 행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 소장 나이는 단순히 물리적 숫자가 아니라 리더십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앞서 말한 대로 20대는 ‘리더십 준비기’이고, ‘리더십 형성기’인 30대를 거쳐 40대가 돼야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완성하게 된다. 40대가 ‘리더십 완성기’인 것이다. 40대가 돼야 지도자로서 자신감이 형성되고 ‘40대 기수론’처럼 리더로서 ‘깃발’을 세울 수 있다. →김정은은 일찍이 생모를 잃었다. 그의 성장 과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권 교수 김정은이 출생할 때는 퍼스트레이디가 김정남의 친어머니인 성혜림이 아니라 김정은의 친어머니인 고영희였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김정일의 총애를 받았을 것이다. 고영희는 재일동포 출신이어서 북한 상층부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신분이었고, 1988년부터 유선암으로 고생하다 2004년에 숨졌다. 김정은은 중병을 앓고 있는 재일동포 출신 어머니에게 매우 강하게 집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어머니에 대한 강렬한 집착에 비례해 심리적 경쟁자인 아버지를 닮아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아버지라는 강력한 존재를 닮는 것이 가장 안전한 상태임을 습득했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성격은 김정일과 매우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는 강하고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유년 혹은 모성에 대한 결핍이 존재할 수 있고, 따라서 그의 사생활은 정치적으로 보이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최 소장 모성애가 결핍된 지도자들은 여성에게 적대감을 갖거나, 극소수 여성에게 빠져드는 양극단의 모습을 보인다. 김정일도 ‘어머니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닮았다는 이유로 여비서와 함께 살았고, 배우 최은희를 납치했다. 더욱이 김정은은 어머니가 한 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어서 ‘형제 콤플렉스’를 겪었을 수도 있다. →복잡한 형제 관계도 김정은의 리더십에 영향을 끼칠까. -권 교수 부모 관계뿐만 아나리 형제 관계도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에 따르면 김정은은 매사에 조용했던 친형 김정철과 달리 경쟁심이 강했다고 한다. 여동생인 김여정이 오빠가 아닌 작은오빠라고 부르자 심하게 화를 냈다고 한다. 김정은이 형에게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퍼스트레이디가 자신의 친어머니였기 때문에 비록 김정남이 장남이었지만, 이미 권력의 향배는 김정철과 김정은에게 넘어왔을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장자가 세습 구도에서 멀어지면 나머지 아들들의 라이벌 관계가 훨씬 심해진다. 김정철의 성격이 유약했고, 아버지가 김정철에게 뚜렷한 권력승계 의지를 밝히지 않아 김정은은 ‘나에게 기회가 오면 더 잘할 수 있다.’는 경쟁심을 가졌을 것이다. -최 소장 어머니가 여러 명이어서 형제 관계가 복잡하면 형제들 사이에서 서로 중심이 되려는 강한 권력의지가 발동한다. 선의의 경쟁보다는 형제를 제압하고 완벽한 1인자가 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김정은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만큼 영웅주의와 폐쇄적 신비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폐쇄적 신비주의는 처음에는 사람들을 열광시키지만, 장기화되면 소통 부족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진다. →김정은은 어떤 지도자가 될 것인가. -권 교수 김정은은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북한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는 여전히 전쟁을 직접 경험한 군부가 존재하고, 주체사상으로 뭉쳐 있다. 그의 내면에는 서구의 ‘어린아이 시선’과 북한 사회의 ‘성인 시선’이 혼재할 것이다. 이 경우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방어기제가 바로 ‘분리’(splitting)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미국을 적으로 간주하는 폐쇄국가의 성격을 유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서구화된 문명을 향유하는 사생활을 즐길 개연성이 있다. 이 둘을 통합해 사회를 과감하게 변화시키는 길로 나아갈지, 분리된 상태로 놓아둘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최 소장 미국의 정치학자 헤럴드 라스웰(1902~1978)의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은 ‘선동가형’ 리더에 가깝다. 자기 과시욕이 강하고, 극과 극을 오가며, 예측 불가능하지만 변화 지향적이다. 김정일과 비슷한 점이 많다. 영화를 좋아하고, 자동차 광이며, 만능 스포츠맨이다. 선동가형은 기본적으로 속도를 좋아한다. 김정은의 성장과정을 미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바버(1930~2004)의 리더십 유형에 대입해 보면 왕성하게 일하면서도 권력욕과 승부욕이 강한 ‘적극(Active)-부정형(Negative)’에 가깝다. 방송 화면을 살펴보면 원로들을 볼 때도 겸손함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의연하고 차분하게 포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정은이 ‘청년 리더십’을 보인다면 우리는 ‘아버지 리더십’으로 대응해야 한다. 송수연·이범수기자 songsy@seoul.co.kr ●권준수(52) 서울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의대 방문교수, 서울대 신경정신과 임상교수,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부교수,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 연구지원실장을 거쳐 서울대 의대 교수(정신과학교실)와 의약품심사평가 선진화사업연구단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대한정신분열병학회 이사장과 대한인지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저서 강박증의 통합적 이해(학지사, 2009), 정신분열병 AtoZ(군자출판사, 2003), 뇌와 기억, 그리고 신념의 형성(역)(시그마프레스, 2003), 나는 왜 나를 피곤하게 하는가(올림, 2000) ●최진(51)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고려대학교 행정학 연구교수, 미국 남가주대(USC) 초빙교수를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정책홍보실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주요 저서 대통령리더십 총론(법문사, 2007), 대통령리더십과 국정운영스타일의 심리학적 상관관계(고려대, 2005), 인간 김대중과 새로운 리더십(보림, 2004), 김정일의 정치적 리더십에 관한 연구(고려대, 1995)
  • 구조적 문제 드러낸 대북정보 수집체계

    구조적 문제 드러낸 대북정보 수집체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구멍 뚫린’ 대북 정보 감시 체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실수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대북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기관은 군과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정보 수집 방식은 크게 테킨트(TECHINT·기술 정보)와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로 구분된다. 테킨트는 군사위성 등을 통해 수집하는 영상정보와 전화통화·이메일을 감청하는 신호정보 등이 속한다. 심지어 군사위성으로는 휴대전화도 도청할 수 있다고 한다. 휴민트는 언론이나 보고서 등 공개정보와 공작원이나 내부협력자를 통한 비밀정보 등이 포함된다. 김 위원장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당시 건강 상태와 관련해 “칫솔질은 하고 있다.”는 첩보가 대표적인 휴민트다. 오류 가능성도 높지만,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 국방부 산하 정보본부는 북한의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인항공기(UAV)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일명 피스아이 같은 공중감시기 등 첨단장비가 동원된다. 이렇게 수집된 테킨트 정보는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KH11 군사위성과 U2 고공정찰기, RC135 정찰기, 이지스함 등을 활용해 통합 관리된다. 때문에 테킨트는 상당 부분 미국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반면 국정원은 정보 수집에 휴민트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고위 관계자들의 동향 등 북한 내부에 대한 전반적인 감시·정찰 업무를 수행하며, 군과는 다른 정보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또 통일부는 현대아산을 비롯해 북한과 교류하는 민간 기업·단체, 탈북자 등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북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렇듯 겉으로는 정보망이 촘촘하게 깔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테킨트와 우리의 휴민트가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최근 우리 측 휴민트 수집 활동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북·중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탈북자 등을 통한 정보망을 일정 부분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 핵심 지도부 동향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미국이 김 위원장 사망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테킨트의 한계를 보여 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정보기관 운영의 시스템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북 접촉라인이 꽉 막힌 게 더 큰 문제”라면서 “오랜 기간 남북 관계가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보수집 루트는 축소됐으며, 능력 자체도 현격히 저하됐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심어둔 휴민트가 상당수 용도 폐기됐다고 하더라.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정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軍, 北 미사일 발사 고의적 은폐 왜?

    軍, 北 미사일 발사 고의적 은폐 왜?

    북한이 19일 오전 8시 30분쯤 단거리 미사일을 동해상에 발사한 사실을 군 당국이 알고도 고의로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경계태세 2급을 발령하면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다고 수차례 언론에 확인했지만 일본의 한 방송이 오후 6시 57분 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도하자 뒤늦게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이렇듯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일본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마지못해 확인해 주는 것을 관례처럼 여기고 있다. 군 당국은 사실 확인 과정에서도 “대남 도발로 판단하지 않았다.”,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등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이라는 급변 사태가 불거진 만큼 이해하기 힘든 반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군 당국은 최전방 지역 3곳에 성탄트리 등탑(종교탑)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부는 20일 국무회의를 열어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분야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등탑 설치 철회 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점등 철회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군 관계자는 “애기봉과 평화전망대, 통일전망대에 성탄트리 모양의 종교탑을 세우기로 한 것은 종교단체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면서 “해당 종교단체에서 철회를 희망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군은 전방지역에 RF4 대북 정찰기 등 정찰·감시 자산을 증강해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했다. F15K 전투기 기지에 비상 출격태세를 유지하도록 했으며, 주한미군 측과 협의해 U2 고공 정찰기와 KH11 첩보위성의 대북 정찰 횟수를 증강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아울러 정보분석요원을 대폭 늘려 북한의 도발 징후 등을 파악·분석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다만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은 현행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지 않기로 했다. 정승조 합참의장과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은 이날 오후 합참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북한군 동향을 평가한 뒤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도 현행 4단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지도자가 사망해 북한 내부에서도 충격이 있는 만큼 한·미가 불필요한 위기감을 조성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대비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합참 정보본부 등은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북한군 내부 동요 가능성에 정보력을 집중하고 있다. 북한군도 전군에 ‘특별경계근무 2호’를 발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군은 최근까지 동계훈련을 하면서 포병훈련과 전투기 이·착륙 훈련 등을 했으나, 김 위원장 사망 이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천안함 피격 이후 상정한 30여개 도발 유형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긴급 점검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예기치 못한 곳에서 도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만약 도발한다면 즉각적인 응징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세훈·김효섭기자 shjang@seoul.co.kr
  • 佛벼락 맞은 유로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경제대국 프랑스의 장기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되고, 유로존에서 경제 6위 규모인 벨기에는 신용등급이 2단계나 내려갔다.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도 무더기로 신용등급 강등 경고를 받았다. 이 같은 사태는 지난 8~9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신(新)재정협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신재정협약을 주도한 프랑스까지 리스트에 오르면서 유로존의 위기감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6일(현지시간) 벨기에의 국가신용등급을 Aa1에서 Aa3으로 2단계 강등했다. 신용등급 장기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정부부채 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차입 조건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자금 조달 여건에 대한 위험이 벨기에 정부의 재정 긴축과 부채 감축 노력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프랑스의 장기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장기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은 12~18개월 안에 신용등급 강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국가신용등급은 트리플A(AAA)를 유지했다. 피치는 금융 강화를 위한 프랑스 정부의 다양한 조치와 다변화된 경제력을 인정하면서도, “프랑스의 부채가 2014년 국내총생산(GDP)의 9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프랑스는 구조적인 예산적자와 정부부채 때문에 다른 유로존의 AAA 등급 국가들에 비해 경제위기 심화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피치는 유로존의 이탈리아, 스페인,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사이프러스 등 이미 ‘부정적’으로 전망된 6개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3개월 내 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최근 EU 정상회의 이후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19일 콘퍼런스콜(전화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AFP가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올 수입차 판매 10만대 돌파… AS 등 ‘질적성장’ 나선다

    올 수입차 판매 10만대 돌파… AS 등 ‘질적성장’ 나선다

    25년 만에 국내 수입차 연간 판매가 10만대를 넘어섰다.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 브랜드의 무서운 질주 때문이다. 1987년 첫해 메르세데스 벤츠 10대 판매라는 초라한 출발을 했지만 빠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늘면서 수입차 시장은 급성장했다.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1월까지의 누적 등록 대수는 9만 715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만 2268대보다 18.1% 증가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한다면 이미 올해 10만대를 돌파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업체별 활발한 마케팅 활동이나 일부 브랜드의 물량 확보 현황을 고려해 볼 때 하루 평균 300여대가 판매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미 업계에서는 수입차 판매가 1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윤 전무는 “내년부터는 양적 성장보다는 사후 서비스(AS) 등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 11월까지의 누적 판매를 브랜드별로는 분석해 보면 BMW가 총 2만 2273대 신규 등록돼 점유율 22.92%로 선두를 달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1만 7565대(18.08%), 폭스바겐은 1만 1711대(12.05%)로 독일차 3인방이 1만대를 넘었고, 뒤를 이어 아우디 9785대(10.07%)와 토요타 4594대(4.73%), 미니 3929대(4.04%), 포드 3802대(3.91%), 닛산 3415대(3.51%) 순이었다. ●‘개인 서울·법인 경남’ 최다 구매 국가별로는 유럽차의 질주가 무섭다. 11월까지 유럽차 브랜드가 7만 2525대(74.6%)를 팔아치웠으며, 일본이 1만 7056대(17.6%), 미국이 7577대(7.8%) 순이였다. 유럽차 중에는 독일차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11월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도 9230대로 지난해 같은 달(8311대)보다 11.1% 증가했다. 전달에 비해서도 12.1% 증가했다. 유럽발 경제 위기로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의 내수 판매율이 급격하게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브랜드별로는 BMW가 1708대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메르세데스 벤츠 1673대, 아우디 1063대, 닛산 866대, 폭스바겐 831대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9230대 중 개인 구매가 5125대로 55.5%를 차지했고, 법인 구매는 4105대로 44.5%였다. 개인 구매는 서울 지역이 1571대(30.7%)로 가장 많았고, 법인 구매는 경남 지역이 2215대로 54%를 차지했다. 또 지난 11월에는 BMW 520d(526대), 메르세데스 벤츠 E300(494대)을 제치고 가장 많이 팔린 차로 닛산 큐브(735대)가 1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서비스 업그레이드는 남겨진 과제 25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국내 수입차 업체들은 커진 ‘덩치’만큼 양질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없지 않다. 따라서 업체들은 올해 서비스망 확충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여전히 소비자가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또 국내차에 비해 수십배에 달하는 부품값과 공임비(수리할 때 시간당 인건비)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수입 고급 승용차 뒤 유리값은 평균 200만원대. 현대차 에쿠스(5만 6000원)에 비해 40배 정도 비싸다. 다른 부품도 적게는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배씩 비싸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관세와 유통·물류 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비싼 공임도 문제다. 내년 초부터 벤츠와 BMW는 시간당 공임을 20~30% 인하하기로 했다. 시간당 5만원대였던 수입차 공임이 4만원 초반대로 낮아진다. 하지만 국내 업체의 평균 공임 2만 3000원에 비하면 아직도 2배 정도 비싼 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팀장은 “수입차 업체들이 장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높은 수리비 등 AS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G2의 2012년 경제 정책 발표] 中 성장보다 안정

    중국이 14일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적극적 재정정책과 신중한 통화정책’을 축으로 하는 기존의 거시경제정책을 내년에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기조의 ‘키워드’는 ‘안정속 진전’(穩中求進)으로 정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내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중국의 성장률 급락 우려에 따라 ‘성장유지’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했으나 중국은 ‘안정’을 택했다. 경제의 안정적이고 비교적 빠른 성장을 지속하며 물가와 부동산을 안정시키고, 사회안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구조조정 및 성장방식 전환 등을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회의에서는 거시경제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내년에도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신중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구조적 감세정책을 실시하고 민생 영역에 대한 재정 투입을 확대해 내수확대를 이끌어 내겠다는 뜻이다. 신중한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상황에 근거해 적시에 적절하게 ‘선제적 미세조정’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에서는 일단 돈줄을 거머쥐면서도 물가상황 등을 적기에 포착한 통화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목표가 엿보인다. 이와 관련, 중국 지도부는 “세계경제 성장이 침체하고 국제무역 증가 속도가 둔화하는 한편 국제금융 시장의 혼란이 커지면서 내년 세계경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경제성장 방식 전환을 위한 내수확대를 내년 경제 전략의 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주택 가격이 합리적 수준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억제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위기 의식도 드러냈다. 경제사회발전 중에 드러나는 모순과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 해결하고, 경제정책 운용 중의 잠재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거시경제 조정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는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과 중앙과 지방의 당·정 책임자, 국무원 각 부서 책임자 등이 참석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문화마당] 여배우의 실종/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여배우의 실종/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12월 즈음은 한 해를 결산하는 행사가 많은 달이다. 그래서 각 분야마다 ‘총정리 모드’에 들어가게 되는데, 각종 시상식이나 합평회, 베스트(best)·워스트(worst) 선정도 다 그런 경우에 속한다. 영화상 심사에 참여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올해 유독 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여배우의 부족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주연(급) 여배우’의 부재와 기근을 절실하게 느낀다는 말이다. 사실 ‘써니’나 ‘7광구’ ‘블라인드’ ‘혜화, 동’ ‘오늘’ 같은 영화들은 여성이 주요 인물이고, 당연히 여배우의 존재가 영화의 흐름 및 분위기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들은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흥행 측면에서도 열세였다는 데 문제가 있다.‘써니’나 ‘블라인드’는 비교적 작품과 흥행 측면에서 고른 평가를 받았지만, 그 외의 작품들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든지, 아니면 그다지 언급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영화상에서도 ‘블라인드’의 김하늘이나 ‘만추’의 탕웨이 그리고 ‘혜화, 동’의 신인 여배우 유다인 외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사실 여배우 기근은 한국영화 제작 풍토와 트렌드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올해 주목할 만한 영화들은 거의 ‘남자 영화’들이다. 아주 거칠게 이름 붙인 것이기는 하나, 소재와 캐릭터·장르적 방식에서 남자들이 선호하거나, 남배우가 더 잘할 수 있는 영화들이라는 의미이다. 이번에 청룡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부당거래’를 비롯, 한국전쟁을 다룬 ‘고지전’,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최종병기 활’, 중국동포의 비참한 ‘코리안 드림’이 투영된 ‘황해’, 그리고 이주민 가정 사춘기 청소년의 자아 찾기와 희망에 대한 영화 ‘완득이’, 폭력과 우정의 관계를 해부한 ‘파수꾼’, 그 외 ‘모비딕’, ‘퀵’, ‘초능력자’, ‘특수본’ 등 다수의 작품들이 남성 캐릭터와 남성 액션을 영화의 주요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영화만의 것은 아닌 듯하다. TV 드라마의 경우에도 ‘뿌리 깊은 나무’나 ‘브레인’, ‘계백’, ‘무사 백동수’, ‘싸인’ 등 방송사들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작품 중에는 역시 ‘남자 드라마’가 눈에 더 띈다. ‘최고의 사랑’, ‘여인의 향기’ 같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야 여성의 역할과 비중이 높고, 이 경우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의 조화로운 화학작용이 요구되는 장르의 법칙에 충실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조차 ‘남자드라마’의 강세는 역시 예사롭지 않다. 왜일까? 남자 영화, 남자 드라마의 강세는 여러 측면이 있지만 소비자(관객·시청자) 층이 여성 중심에서 남성의 가세로 전환되는 현상과도 유관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영화나 드라마를 시간 때우기 정도의 오락물로만 취급하던 인식에서 벗어나 사적·공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다루고자 하는 흐름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뿌리 깊은 나무’를 통하여 정치가 어떤 것을 지향해야 하고 정치 지도자의 인식과 철학은 어떠해야 하는지 논쟁하고 토론할 수 있으며, ‘부당거래’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협잡과 야합을 비판하고, ‘도가니’를 통해서 어린 장애학생들에 대한 성폭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차별과 위선과 폭력의 징후를 발견하고 법을 정비하게 하는 등 사회적 실천의 계기로 삼는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실시간 미디어를 통하여 쉽게 접근하고 반응도 실시간으로 표출되며 순간적으로 증폭된다. 이제 영화나 드라마는 대화의 중심으로 들어왔고, 그래서 인화성 강한 이슈가 더 자주 다뤄지며, 남성 관객 및 시청자 층의 증가는 장르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배우들이 사라지고 있다. 소재와 장르, 이슈 측면에서 다양화되는 것이야 나쁠 것 없지만, 여배우들이 보조적 위치로 내몰리면서 위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을 멋진 주인공으로 불러올 수 있는 스토리 개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 [농어촌 청소년 대상] 본상

    [농어촌 청소년 대상] 본상

    ●농업 이제상씨 과학영농기술 접목 힘써 젖소 110마리를 사육하며 성실 영농을 전개해 올해의 강소농에 선정됐다. 영농전문교육에 10차례 참석하며 친환경미생물활용, 자가 인공수정과 같은 과학 영농기술 접목에 힘써 왔다. 2006년부터 안성시와 경기도 4H연합회 활동을 통해 불우이웃돕기 활동을 통해 50개 가정에 쌀과 김치를 지원했다. ●농업 박동우씨 농산물 관광체험 사업 활동 지난해 경북 영덕군 4H연합회장에 이어 올해 경북 4H연합회 사업부국장을 맡으며 지역 농산물 홍보 및 관광객 체험 사업에 힘썼다. 경북 4H야영교육을 유치하고 직장 4H회원 결성, 학생 4H 영농체험 교육 등에 힘썼다. 구제역 확산 방지 방역초소를 운영하며 방제활동을 폈다. ●농업 전정석씨 승마체험 도입… 아이디어 농업 2002년부터 정선군 4H연합회에서 활동하며 관광객 승마체험 등 아이디어를 내 농가 소득창출에 기여했다. 2009년부터 강원도 4H연합회 정책국장, 올해는 감사를 지냈다. 불우이웃돕기, 부녀자 및 고령농가 일손돕기, 지역사회 행사 및 폐비닐 수거, 수해복구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농업 한상진씨 반자동 동해방지 방초시설 개발 한국병해충예찰연구센터 예찰요원으로 각종 과제개발에 힘쓴 창조적인 농업인이다. 반자동 우박가림시설과 반자동 동해방지 방초시설 과제를 개발했다. 정보화 4H회원으로 ‘사이버 강소농’으로서 홈페이지를 통한 전자상거래를 시도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 직거래를 활성화했다. ●농업 정기선씨 농지 효율적 이용 2줄 재배법 수박과 멜론 등 시설 작물과 전북 고창의 특산물인 땅콩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멜론 2줄 재배법으로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수확 증대에 이바지했다. 고창 최연소 이장으로 연고가 없는 묘를 벌초하는 등 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 농특산물 애용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농업 한병곤씨 고품질 화훼재배 선도적 농가 최상급 품질의 아나나스, 안투리움을 생산해 지역의 선도적인 화훼재배농으로 자리매김했다. 경기 용인 4H연합회와 함께 소비자 직거래를 위한 공동작업장을 설치해 유통비를 줄였다. 인근 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농촌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꽃길 조성, 지적 장애인 직업훈련 등에도 앞장서고 있다. ●농업 장재혁씨 유기농작물용 퇴비 개발·생산 배 과수원과 호접란 온실을 운명하며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자신이 개발한 퇴비를 생산해 유기농산물 인증에 도전했다. 남다른 효행심과 영농의지가 지난 5월 KBS 인간극장 ‘미스터농사꾼 장재혁’을 통해 전국에 소개됐다. 청년회와 방범 활동 등을 통해 지역 사회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농업 정유경씨 젊은 영농인 정착 정책 참여 2009년 한국농수산대학 화훼학과를 졸업한 뒤 농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바탕으로 화훼업에 뛰어들었다.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에 선정되는 등 젊은 영농인력 정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영농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구제역 확산 방지, 다문화 가정 교류 등 주위의 본보기가 되는 봉사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농업 박동민씨 복합 영농… 연매출 2억 달성 한우 사육을 기반으로 벼농사, 단감 과수원 등 복합영농으로 연간 2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역 4H 회원들과 힘을 모아 한우 생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남 4H연합회 기획국장으로 푸른농촌 희망찾기, 강소농 육성 등 다양한 행사를 주관하며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수산 유관순씨 가두리개선 생산성 향상 가두리 시설을 개선해 어촌 생산성을 높였다. 시설 방법 개선과 과학영어 실천으로 폐사 발생을 최소화, 숭어 가두리 양식의 생산량을 2배 이상 높였다. 유어어장 홈페이지를 만들어 많은 유어객을 유치하고 연간 30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2007년 태안 원유 유출 사고 시 해양오염 방제활동에 헌신했다. ●수산 윤국영씨 가리비양식 개선 매출 3억 달성 2004년 원주대 해양생명공학부를 졸업하고 가리비 양식업체에 취직, 경험을 쌓은 뒤 2007년 본인 소유의 가리비 양식장을 창업했다. 양식 시설물을 개선·확대해 연 40t을 생산하고 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8월 시정발전공로로 속초시장 표창장을 받는 등 지역사회의 젊은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산 손영재씨 복합양식도입 소득 3배 증대 굴 양식법을 개선하고, 자동 기계 장비 등 현대화 시설을 도입해 경비를 줄이는 등 어업 경쟁력을 높였다. 굴 외에 피조개 양식, 굴 종패생산 등 복합사업을 추진해 생산과 소득을 3배 이상 늘렸다. 굴 인공종패 생산기술을 습득해 완전 양식 체제를 구축하고 선진 기술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수산 김동욱씨 굴양식 전과정 자동기계화 굴 양식장을 운영하면서 세척, 채취, 분리 등 양식의 전 과정을 자동 기계화해 경비를 줄이고 소득을 높였다. 위생적이고 현대화된 굴 박신장을 확보해 안전한 수산물을 생산하고, 어장 부산물을 육지로 인양해 처리하는 등 어장환경 오염 예방에도 힘쓰고 있다. 수산기술사업소 업무 및 각종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수산 배국연씨 뱀장어 전문 양식장 과학개조 뱀장어 양식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고밀도 순환여과식으로 양식장을 개조했다. 이를 통해 고소득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다른 양식 어가에 정보를 나눠 주어 지역 소득 증대에 이바지했다. 뱀장어직판장을 개설해 운영함으로써 튼튼한 어업기반을 구축했다. 마을체험어장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어촌관광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 [갈팡질팡 국정-동반성장] 대기업 힘에 밀려… 中企와 갈등만 더 깊어져

    [갈팡질팡 국정-동반성장] 대기업 힘에 밀려… 中企와 갈등만 더 깊어져

    13일 출범 1주년을 맞은 동반성장위원회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동반위 최대 과제로 강력하게 추진해 왔던 ‘초과이익공유제’의 연내 도입이 대기업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또 데스크톱PC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품목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유보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측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모델을 제시, 양측의 갈등을 해소하겠다던 동반위가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을 더 깊게 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운찬 위원장은 “대기업이 품질경쟁보다는 가격경쟁 유혹에 빠져 있기 때문에 원가절감을 위해 협력업체에 납품가를 후려치는 현상은 근절되기 어렵다. 그에 대한 보상(이익공유)은 상식”이라며 대기업을 압박, 이익공유제 도입을 실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익공유제라는 명칭에 대기업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이름을 바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의 이런 의지와 달리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반발로 도입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동반위가 이날 안건으로 올린 ‘창조적 동반성장을 위한 제도 혁신방안’에 따르면 이익공유제, 성과공유제, 동반성장투자 등을 권장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익공유제는 판매수입을 공유하는 판매수입공유제, 수입에서 비용을 뺀 순이익을 나누는 순이익공유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의해 설정한 목표 이익을 초과 달성할 경우 일부를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목표초과이익공유제로 세분화된다. 대기업은 이 중 하나 이상을 선택하거나 또 다른 유형을 개발해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대기업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한 나라는 하나도 없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성과공유제도 있다.”며 “용어를 다른 것으로 바꿔도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업체에 나눠 주라는 핵심이 변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뭘 하는지 봐서 그 이익을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는 괜찮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뭘 하는지 봐서 그 이익을 나누자는 이익공유제에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협력업체의 성과를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는 받아들이면서도 대기업의 성과를 협력업체와 공유하는 이익공유제 도입에 대기업이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익공유제 도입뿐 아니라 동반위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거래 관행 개선안에 대해서도 대기업은 반발하고 있다. 이는 동반성장지수 평가 항목에 이미 반영된 것들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과 협력사 인건비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고 기술개발비를 보상하는 한편 거래기간 중 납품단가 인하를 지양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대기업은 이 가운데 협력사 인건비 상승분을 단가에 반영하라는 부분과 원자재 가격 하락분에 대한 언급 없이 상승분만 반영하도록 한 부분 등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동반위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자고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 않으냐.”며 “우리는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반영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동반위가 대기업의 반발을 잠재우고 이익공유제 도입을 극적으로 이뤄내는 등 대·중소기업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순항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세밑 공연장 압도하는 ‘우먼파워’

    세밑 공연장 압도하는 ‘우먼파워’

    세밑 공연계의 화두는 단연 ‘여성 파워’다. 실존했던 여성 지도자의 삶을 그린 대작 뮤지컬, 금기시되어온 여성 성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극 등 ‘여성’을 앞세운 작품이 잇따르고 있다. ‘지킬앤하이드’, ‘모차르트’ 등 20대 여성 관객층을 겨냥한 남성 주연 작품이 봇물을 이뤘던 올 상반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선 뮤지컬 ‘에비타’와 ‘엘리자벳’. 두 작품 모두 실존 인물을 소재로 했다. 5년 만에 국내 관객을 찾은 ‘에비타’는 아르헨티나의 국모로 꼽히는 에바 페론(애칭 에비타)의 삶을 재연했다. 에바 페론의 영화 같은 삶을 미리 공부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재미는 배가된다. 아르헨티나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에바 페론은 15살에 대도시로 상경, 배우로 스타덤에 오른 뒤 스물 네 살 터울의 군부지도자 후안 페론을 만나 퍼스트 레이디 자리에 오른다. 빼어난 외모와 가난한 사람의 대변자 역할을 하며 대통령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던 그녀이지만 서른 세 살의 젊은 나이에 자궁암으로 숨진다. 그녀의 삶을 다룬 ‘에비타’에는 체 게바라와 후안 페론 등 실존 인물이 여럿 등장하지만, 단연 주인공은 에바 페론이다. 에바 페론 역을 맡은 정선아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세련된 연기력은 관객의 만족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내년 1월 29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내년 2월 9일 개막임에도 벌써부터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는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제1 황후였던 엘리자벳을 다뤘다. 김선영, 옥주현, 송창의, 김준수, 박은태 등 국내 정상급 주·조연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다른 작품의 캐스팅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농 섞인 지탄을 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엘리자벳과 ‘죽음’의 사랑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결합한 내용이다. 옥주현과 김선영이 엘리자벳을 번갈아 연기한다. 뮤지컬계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리는 그룹 JYJ의 멤버 김준수가 ‘죽음’(토드) 역을 맡았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도 눈에 띈다. 여성의 성기에 관한 이야기를 남이 아닌 ‘나’의 관점으로 ‘나에게 이야기하듯’ 솔직하게 풀어냈다. 임신 상태인 김여진을 비롯해 연기파 배우 정영주, 정애연, 이지하가 작품을 이끌고 있다. 매회 깜짝 등장하는 특별 초대손님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배우 김무열, 조정석, 주지훈, 김호영 등이 다녀갔다. 내년 1월 29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뚱뚱한 추녀에서 다이어트와 성형 등을 통해 미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내년 2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TV 인기 시트콤을 뮤지컬 무대로 옮긴 ‘막돼 먹은 영애씨’(내년 1월 15일까지 컬쳐스페이스 엔유) 등도 여주인공 혼자서 극을 이끌어 간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동반성장 현장을 가다] (중) 핀란드 모바일 게임SW社 로비오 엔터테인먼트

    [동반성장 현장을 가다] (중) 핀란드 모바일 게임SW社 로비오 엔터테인먼트

    ‘화가 잔뜩 난 뾰로통한 표정의 빨간색 작은 새 캐릭터로 세계 모바일 게임 석권, 모바일용 게임시장 연간 다운로드 횟수 4억회, 관련 시장에서 1위.’ 앵그리 버드(Angry Bird)라는 모바일용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이야기다. 헬싱키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20여분쯤 차로 달리면 발틱 해를 끼고 있는 전원풍의 에스푸 케이라란타에 위치한 테크노파크가 나온다. 길 하나 사이로 명문 알토대학 오타니에미 캠퍼스가 보이는 이곳에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핀란드 소프트웨어 산업을 상징하는 로비오사가 있다. 2003년 창업한 로비오 모바일의 성장사는 실패를 성공으로 이끄는 핀란드의 공생 패러다임을 잘 보여 주는 예다. 각종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왔지만 아이폰이 나오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게임이 성공하기까지 거의 연전연패. 성공의 뒤에는 노키아의 멀리 보는 협력과 공공 기술혁신기금 테케스(tekes)의 초기 지원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들은 남보다 앞서서 모바일용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던 로비오사에 주목했다. 경영 수익은 시원치 않았지만 모바일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모든 것을 건 대담한 로비오의 도전정신을 높게 산 덕택이었다. 로비오의 빌리 헤이자리 부사장은 “당시 노키아와 테케스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전략적 협력관계와 공공기금의 지원이 초기 시행착오와 시장의 냉담을 극복하면서 회사가 뿌리 내릴 수 있게 했다. 노키아는 휴대폰에 들어가는 각종 게임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던 로비오가 2007~2008년 잇단 사업 실패로 휘청거리고, 직원이 12명으로까지 줄며 위험한 상황을 겪을 때에도 관계를 끊지 않았다. 테케스로부터 200만 유로(약 31억원)를 받은 로비오는 노키아의 지원 금액 액수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헤이자리 부사장은 “노키아로부터도 클라이언트 프로젝트 등 연구개발비를 받아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만 말했다. ●글로벌 인력 마케팅 성공 이끌어 새로운 게임의 개발만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국제적인 마케팅의 성공도 앵그리버드와 로비오 사를 가능하게 했다. 회사내 직원 4분의1가량이 인도·중국인과 외국 국적으로 국제화돼 있는 조건도 새 시장 개척에 용이했다. 우리의 뛰어난 캐릭터들과 상징물들이 한국 땅에서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폭발적인 수요를 마케팅과 캐릭터 보급으로 연결시켜 전 세계 시장으로 파고들고 있다. 스마트폰용 게임 말고도 70달러 안팎의 전통적인 피처폰에 들어갈 게임 소프트웨어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및 남미 등 신흥시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다. 노키아가 애플에 일격을 당했지만 전통 피처폰에서는 여전히 최강자인 탓에 협력기업인 로비오가 도우며 함께 들어가는 것이다. 서로 어려울때 돕는 공생 관계가 돋보였다. 알토대 김장룡 교수는 “대기업이 상하관계의 우월한 위치가 아닌 분업 차원에서 중소기업과 협력하고 키워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핀란드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한 알의 씨앗이 들판을 덮는 곡식으로 보답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믿고 투자하는 분위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캐릭터·만화영화 시장도 ‘노크’ 앵그리버드로 반전에 성공한 로비오는 지금 ‘핀란드의 디즈니’를 꿈꾸고 있다. 시니 마티카이넨 대외협력담당은 “지난 6월 애니메이션용 스튜디오를 구입하는 등 캐릭터 시장과 만화 영화시장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소프트웨어 제작은 물론 각종 애니메이션 제작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업무최고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창업자 니클라스 헤드는 32세이고, 그의 사촌인 최고경영자(CEO)는 34세. 직원들이 20대와 30대 초반인 젊음도 로비오의 지속적인 도전을 가능케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학력이나 인종, 국적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헤이자리 부사장은 “창조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힘은 학력과 무관했다.”면서 “로비오사에도 적지 않은 고졸 직원들이 대졸자나 그 이상의 고학력자들보다도 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 사진 헬싱키 이석우편집위원 jun88@seoul.co.kr
  • CHINA HUNAN-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CHINA HUNAN-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펑황고성 출신의 대표적인 작가 심종문(SHEN CONGWEN). 그는 펑황고성을 떠올리게 하는 전원 소설 <변경>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중국 역사유물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저서들 방대한 영토 안에 한 국가로 부대끼며 살고 있는 다양한 소수민족들. 그들이 보여주는 문화가 지방마다 다르기에 중국은 여행을 거듭해도 언제나 처음처럼 신선한 느낌이다. 전통가옥과 풍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고성古城’ 혹은 ‘고진古鎭’이 처음은 아니지만 후난성의 고성을 방문했을 때, 그 시간들은 여전히 이색적이었다. 그 고즈넉한 여행을 소개한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지혜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02-773-0393 자연이 만들고 지킨 고성마을 고성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곳이므로 배경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펑황고성은 행정구역상으로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湘西土家族苗族自治州의 펑황현에 속한다. 1957년에 지정된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는, 자치주 청사소재지인 지소우시吉首市와 루시현瀘溪, 구장현古丈, 후아위엔현花垣, 바오징현保靖, 용순현永順, 롱산현龍山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앞에 상서가 붙은 이유는 상강湘江이 흐르는 후난을 한자로 ‘상湘’으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상서 지역은 후난성 서부에 위치한다. 외국인이 소수민족의 문화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으나, 다른 지역의 소수민족은 묘족, 강족, 장족 등이 주류를 이루는 데 반해, 이곳은 토가족 문화가 강하다. 2006년 기준으로 276만명이 거주하는데, 이 가운데 약 71%가 토가족과 묘족이다. 펑황현이라는 지금의 이름은 청나라 때부터 부르던 것. 현존하는 성곽 터 등은 대부분 원명 시대에 기초를 형성했고, 청나라 때 보수하고 개축했다. 산이 겹겹이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파괴되지 않고 특유의 문화를 간직할 수 있었다. 펑황고성은 타강?江을 끼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강을 따라 수상가옥이 쭉 이어지는데, 목조로 된 가옥을 떠받치기 위해 세워놓은 얇고 길쭉한 나무들이 인상적으로 보였다. 강을 넘어 침범해 오는 적을 방어하고 홍수를 막기 위해 성곽은 강을 따라 세워졌다. 평지가 많은 중국 강남에는 성곽이 드문 편인데 펑황고성은 이런 지형적 조건 때문에 독특한 형태의 고성 마을을 형성하게 되었다. 아직 옛 건물의 겉모양은 그대로지만 내부는 호텔, 상점, 카페, 바BAR 등으로 개조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신시가지에 위치한 일반 호텔에 묵을 수도 있지만, 다소 불편함이 있어도 타강을 따라 형성된 옛 거리에 묵으면 오래된 도시의 매력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펑황고성에는 타강을 따라 수상가옥이 늘어서 있다. 수심이 낮고 해초가 많아 동력배는 이용할 수 없고, 여전히 나룻배와 돛단배가 교통수단으로 유용하다. 이런 유유자적한 모습이야말로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를 떠나온 이방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다 도시인을 사로잡는 거리 산책 이제 본격적으로 펑황고성 산책을 시작해 보자. 타강을 따라 성 밖으로는 수상가옥이 늘어서 있고, 그 반대편인 성 안쪽에는 주거지가 형성돼 있다. 북문인 벽휘문에는 수심이 낮을 때에도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나룻배와 돛단배 여러 척이 자리하고 있다. 보기보다 민첩한 배들은 관광객을 태우고 일주를 하기도 하고, 주민들의 이동수단이 되기도 한다. 홍교는 청나라 강희제 때 보수한 후 지금까지 당시의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다. 홍교에는 내부에 전망대가 있고, 부근으로 바와 카페들이 즐비하다. 반면, 홍교 건너편에 위치한 승항문쪽에는 소소한 전통 공예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이어지고 있다. 펑황고성은 특별히 사진 촬영을 위한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거리에서 고가의 카메라와 삼각대를 짊어진 이들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풍경 자체가 멋져서 (똑딱이라고 하는) 소형 카메라만으로도 괜찮은 여행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촬영의 적시는 해질 무렵이다. 혹은 해 뜨기 직전의 물안개 낀 모습도 특별하다. 펑황고성의 밤과 낮 풍경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낮의 펑황고성이 손님들로 분주한 상가와 여행객들의 상기된 표정으로 들썩인다면, 밤은 차분한 가운데 화려한 불빛이 타강 전체를 타고 흐른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전광판을 내걸지는 않았다. 어두운 강이 반사판이 되어 불빛이 저 홀로 2배, 3배로 환하게 반짝일 뿐이다. 기념품이야 어느 곳에나 있는 것이지만, 토가족과 묘족은 전통 수공예품을 만드는 기술이 유난히 빼어나다. 베틀로 직접 짠 천과 그것을 다시 한 땀 한 땀 꿰매 만든 망토와 숄이 예쁘게 걸려 있다. 몇 대에 걸쳐 염색 기술을 전승해 온 공방도 있다. 묘족은 결혼 예물로도 은장식을 준비할 정도로 은 세공품 제작기술이 뛰어나다. 길가에 앉아 바느질을 하거나 액세서리 제작에 열중하고 있는 아낙들의 정성 때문에라도 기념품들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만든다고 촌스러울 거라고 생각은 틀렸다. 자연에서 배운 그들의 예술 감각은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펑황의 골목을 산책하다 보면 간식거리도 다양하다. 중국의 음식은 향이 강하고 또 기름져서 샹차이(고수풀)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에도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펑황에서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잎사귀에 싸서 찐 찰밥, 쌀로 만들었다는 두부와 짭쪼롬하고 매운 소스를 뿌린 각종 먹을 것들이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먹는 재미까지 더해 준다. 후난성 펑황현 사람 심종문 ‘심종문, 22세, 학생, 후난성 펑황현 사람.’ 글은 심종문이 문인생활을 위해 베이징으로 갔을 때 처음으로 머물었던 여인숙의 숙박부에 기록했던 자신의 인적 사항이다. 심종문은 1902년에 펑황현에서 태어났다. 펑황고성 여행에 있어 심종문 생가는 주요한 방문지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도 번역서가 출간돼 있는 <변성邊城>은 심종문의 대표작이다. 소설에서는 펑황이라는 지명이 언급되지 않지만 소설에 묘사된 장소들을 그려 보면 쉽게 작가의 고향을 떠올릴 수 있다. ”쓰촨에서 후난으로 가는 길에 관가에서 닦은 도로 하나가 동쪽으로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가노라면 후난 서쪽 경계 부근에 차동茶洞이라 불리는 작은 산성이 나타난다. 거기에 작은 강이 하나 흘러 지나가는데 강가에는 작은 흰 탑이 세워져 있고 그 탑 밑으로 외딴 인가가 한 채 보인다. 이 집에 한 노인과 여자애 그리고 누렁개 한 마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 정재서 역/ 황소자리 노인은 단오절에 성 안에서 열리는 용주 시합에 취취를 데려가고, 부두를 관리하는 순순順의 두 아들 천보天保와 나송儺送이 동시에 취취를 좋아하게 된다. 취취도 둘째인 나송에게 끌리지만 정작 중매쟁이를 내세워 청혼한 것은 첫째 천보였다. 뱃사공은 뱃사공대로 외손녀의 사랑이 결실을 맺도록 도와주려 애쓰고, 천보 또한 두 번에 걸쳐 청혼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그후 천보는 사고로 죽고, 충격을 받은 나송 또한 마을을 떠난다. 얼마 안가 뱃사공 노인이 죽고 취취는 할아버지에 이어 처녀 뱃사공이 된다. 취취는 “어쩌면 그 사람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쩌면 바로 ‘내일’ 돌아올지도 모른다”며 나송을 기다린다. <변성>을 읽고 있으면 펑황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소설 속에는 다음과 같은 묘사도 있다. ” 누런 흙벽이며 검은 기와며 알맞게 자리잡은 집터며, 모든 것이 주변 경치와 한데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시를 좀 읊을 줄 알고 그림 좀 그릴 줄 아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이 강에 작은 배 하나를 띄우고 그 위에서 한 달여를 노닌다 해도 싫증나지 않을 풍경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신기하고 아름다우니 자연의 거대하고 정교한 모습 하나하나가 보는 이를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 - 정재서 역/ 황소자리 고성 한 켠에서 묘족이 전통 혼례를 선보이고 있다. 묘족 아가씨가 혼례에 참가한 하객들에게 전통 미주米酒를 권한다. 미주는 쌀로 만든 술로 우리 막걸리보다 달콤하고 도수가 약해 음료수처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소설보다 극적인 작가의 삶 심종문은 삶 자체가 마치 소설 같은 사람이다. 심종문 생가에는 이러한 그의 일대기와 작품,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심종문의 집안은 할아버지가 구이저우 총독을 지낼 정도로 권력과 재산을 동시에 지녔었다. 그러나 심종문의 어머니는 묘족 여자였고, 또 아버지는 신해혁명 등에 가담해 점차 가세가 기울게 된다. 심종문은 소학교마저 마치지 못했지만, 상서군벌 진거진의 비서로 지내는 동안 송명대의 그림과 고서, 고전문학을 접할 수 있었다. 학력 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었지만 베이징대에서 수업을 청강하며 호적, 서지마, 호야빈과 같은 문인사상가들과 교류했다. 그 중 호적이 교장으로 있는 오송중국공학에 교사로 재직하게 되었고 학교 학생이었던 장조화에게 반해 끊임없는 구애와 무수한 러브레터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좌익사상은 물론이고 문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한 심종문은 중국 공산당 정부 수립 후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에 중국역사박물관에 배속돼 활발한 문화유물학자로 성과를 남겼다. 심종문은 <변성> 외에도 여러 작품에서 펑황과 상서, 그리고 후난 지역의 풍경과 사람을 묘사했다. 아내 장조화에게 보냈던 러브레터와 <상서산행湘西散行>, <상서湘西> 등이 대표적이다. 심종문뿐 아니라 펑황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예술가로 황영옥黃永玉이 유명하다. 실제로 후난성의 장자지에를 방문해 보면, 동양의 수묵화가 눈앞에 펼쳐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데, 그 펑황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 전세계적으로 알린 화가가 황영옥이다. 타강 강변에 자리잡은 그의 화실 ‘탈취루’ 역시 펑황의 명물인데, 심종문과 그는 친척관계다. 이 밖에 중화민국 초대 내각총리를 지낸 인물인 웅희령熊希齡은 어려서부터 ‘후난성의 신동’으로 그 천재성을 널리 알렸었다. Travel to Hunan ▶펑황고성 찾아가기 펑황고성은 후난성 서부에 위치한다. 장자지에와 이웃해 있어 차량으로 2~3시간여 거리다. 후난성의 성도인 창사長沙와 인천 사이에 직항편이 운항되고 있으며 비행시간은 약 3시30분여 정도 소요된다. 창사국제공항은 최근 신축을 통해 수용 규모가 크게 확대됐으며, 내부 시설 등이 업그레이드 됐다. 후난성은 아직 곳곳에 교통 인프라 개선이 진행 중으로, 고속도로가 개통된 창사-장자지에는 4시간이면 이동 가능하며, 창사에서 펑황고성까지는 총 5~6시간이 소요된다. 차량 이동 시간은 향후 더욱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바타> 촬영지 장자지에와 펑황고성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지 장자지에가 속한 곳이 바로 후난성이다. 통상 ‘장가계’로 불리며, 장자지에 국가삼림공원, 삭계욕, 천자산, 양자지지에 등이 함께 ‘무릉원武陵源’으로 묶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천자산과 원자지에, 보봉호, 황룡동굴 등도 함께 관람하려면 이곳에서 최소 2박 이상 머무르는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케이블카와 친환경 차량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장거리를 걷지 않고 등산코스도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좋다. 또 영화 <아바타>에서도 그 모습을 빌려갈 정도로 독특한 기암괴석의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중국의 산 가운데서도 가장 대중적인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장자지에와 펑황고성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로 함께 여행해도 좋겠지만 두 곳을 함께 관광할 경우 5~6일의 일정을 잡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현재 판매 중인 패키지여행 상품에서는 두 곳을 동시에 방문하는 일정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자유여행을 계획한다면 고려해 볼 만한 일정이다. ▶또 하나의 후난성 고성 베이징 후통을 닮은 간저우고성乾州古城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의 청사소재지인 지서우시에도 주목할 만한 고성이 있다. 바로 간저우고성이다. 펑황고성과 달리 시내에 위치해서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입구인 북성문은 새로 지은 세트장 같은 인상을 줘서 첫인상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안으로 걸으면 금세 베이징의 후통과 비슷한 고즈넉한 옛 건물과 정겨운 골목이 기다리고 있다. 간저우고성은 만용강萬溶江과 천성하天星河, 두 개의 물줄기가 흐르는 곳에 위치한다. 간저우라는 이름이 뜻하는 바로 그것이다. 북성문을 빠르게 지나쳐 오른쪽으로 조금만 거닐면 호가당이 나온다. 한 채의 집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연못 주위로 10여 가구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여름이면 호가당이 끼고 있는 넓은 연못에 연꽂이 가득 찬다. 펑황고성이 들썩이고 활기에 찬 모습이라면, 호가당은 도시에 위치하면서도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한가롭다. 연못가에 잠시 앉아 연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든다. 청나라 옹정제 때 지어진 간저우 건주문묘는 호남 지역에서 보존이 가장 잘 돼 있는 문묘(공자를 모시는 사당) 가운데 하나다.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건주문묘는 중국 문화대혁명 때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모택동 사상이 적힌 현판을 건물 외벽 곳곳에 덧붙여놨었다고 한다. ‘낡은 사상’을 몰아내자고 불교와 유교 유적들을 대거 훼손했던 문화대혁명의 폭풍을 그렇게 피해갈 수 있었다. 창사에서 펑황으로 가는 길은 지서우를 거쳐야 한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지서우를 거쳐야 펑황으로 가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서우에 방문하게 된다면 간저우 고성을 함께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1 전통가옥을 보존하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후난성 지서우시에 위치한 간저우 고성 2 관광객들에 아랑곳없이 마을 구석구석은 어린이들의 놀이터다 3 후난 지역에서 가장 잘 보존돼 있다는 간저우 문묘, 오래된 멋이 느껴져 좋다
  • [20대 ‘청춘의 빈곤’을 말하다] “가엾은 텐트족요? 당당한 노숙입니다”

    [20대 ‘청춘의 빈곤’을 말하다] “가엾은 텐트족요? 당당한 노숙입니다”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도서관 밑 굴다리에는 초록색 텐트 두 개가 쳐져 있다. 지난해 4월부터다. 간이침대와 선풍기형 전기난로, 보온병 등도 갖춰져 있다. 간이 살림집 수준이다. 1주일에 3~4일을 텐트에서 생활하는 홍준(사회과학부 08학번)씨는 “20대의 빈곤을 생활로 보여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텐트는 성공회대 노숙 모임인 ‘꿈꾸는 슬리퍼(sleeper)’ 소속 학생들의 ‘집’이다. 다들 집이 없는 건 아니지만 1주일에 3~4일은 서너명씩 모여 텐트에서 보낸다. 학교 샤워실에서 씻고 함께 장을 봐 밥을 지어 먹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슈 토론이다. 텐트에 대한 구상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시간 30분을 들여 통학을 하던 정훈(사회과학부 07학번)씨는 학교 근처에 방을 얻으려다 포기했다. 너무 비싸서였다. 방은커녕 고시원도 얻을 수 없었다. 이 같은 현실을 고민하던 정훈씨는 친구들과 텐트를 쳤다. 그렇게 ‘텐트족’이 됐다. 그러나 노숙을 하는 ‘가엾은’ 대학생이라는 시선은 단호히 거부한다. 성인임에도 ‘내 방’ 한 칸 갖지 못하는 20대의 빈곤을 보여 주려는 일종의 퍼포먼스이기 때문이다. 강윤(사회과학부 06학번)씨는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간헐적으로 반값등록금, 대학가 전세난 등 20대의 문제를 말해 왔지만 그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성세대일 뿐 20대 당사자는 아니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힘겹게 아르바이트를 해도 돈이 모이지 않고, 졸업해도 비정규직을 전전해야 하는 20대가 마주치는 구조적인 문제는 결코 기성세대의 동정이나 연민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즉 20대가 스스로 20대의 쟁점을 이야기해야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통 수단의 하나가 ‘항동아트쎈타’라는 행사다. 매주 수요일마다 ‘밥’ ‘알바’ ‘학점’ 등의 주제를 놓고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있다. ‘너무 배가 고픈데 삼각김밥 2개’, ‘당신이 어떻게 내 성적을 매겨’ 등과 같은 학생들의 한탄과 항변 등이 그림에서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있다. 나아가 다양한 세대 및 지역 주민과의 교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글 사진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7) 질풍노도의 아이콘 ‘괴테’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7) 질풍노도의 아이콘 ‘괴테’

    18세기의 끝자락, 독일의 청년들은 자신의 영혼이 세상과 불화한다고 느꼈다. 종교전쟁과 30년전쟁 등 장장 2세기에 걸친 소란 상태를 접고 독일은 간만에 평화를 맞이했지만 청년들은 도리어 미칠 지경이었다. 여전히 구시대의 귀족이 지배하는 강력한 신분제 사회에서 그들은 갈 길을 잃었다. 부모 세대들은 출세를 강요했고, 귀족과 법률가들은 궁정생활에 몰두할 뿐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새로운 삶, 자유와 독립의 길은 어디 있는가. 당시 청년들은 ‘망령을 본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할 것도 아닌데’ 하나같이 햄릿의 독백을 암송했고, 망령에 찬 분위기와 망한 영웅들의 이야기, 비극적 로맨스에 탐닉했다.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대. 괴테가 24세에 발표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바로 이 거대한 폭풍우의 한가운데 선 청년의 이야기다. ●질풍노도에서 부르는 노래 베르테르는 낯선 고장을 떠돌던 중 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약혼한 상태. 좌절한 베르테르는 새로운 삶을 시도해 보지만 허례허식으로 가득 찬 사회에 더욱 절망한다. 당시 독일의 청년들은 베르테르를 자신의 대변자로 느꼈다. 마음만이 “모든 행복과 불행의 원천”이라는 베르테르의 목소리는 계몽주의적 이성에 반발하고 자연과 순수한 마음으로의 회귀를 외치던 독일 젊은이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베르테르와 함께 절망했다. 그들 모두 베르테르와 같은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이 병은 한편으로는 위선과 가식으로 점철된 구세대가 만든 것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열정을 쏟아낼 어떤 출로도 만들어 내지 못한 베르테르 자신이 만든 것이었다.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그녀는 어떤 출구도 찾지 못한 베르테르의 열정이 도달한 막다른 골목이었다. 외부와 교감하지 못하는 열정은 결국 내파하여 베르테르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당시의 괴테 역시 그랬다. 그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구세대에 대한 반항심으로 넘쳤고, 두 번에 걸쳐 배반당한 사랑에 절망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절망에 빠진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괴테 스스로가 시도한 가상 여행이자 저 자신에게, 아니 길을 잃고 주저앉은 세상 모든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깊은 공감의 노래다. 베르테르는 자살하지만 괴테는 살아간다. 1776년, 아우구스트 대공의 초청으로 신흥 공국 바이마르의 추밀외교관으로 일하게 된 괴테에게 온갖 업무들이 쏟아졌다. 그는 엄밀한 규칙과 질서가 작동하는 세계에 적응해 질풍노도기의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1786년, 그는 돌연 10년간 머물렀던 바이마르를 빠져나와 이탈리아로 떠난다. 갇혀 있던 열정이 그를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고전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이리라. 괴테는 다짐한다. 나 자신을 기만하지 말자. 부지런히 배우면서 나 자신을 수양시키자. 지중해의 자연은 괴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폐허가 된 폼페이 유적, 팔라디오의 건축물, 미켈란젤로와 라파엘의 그림들은 그를 울렸다. 편협한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대로 사물을 포착하기를 멈추고 사물을 있는 모습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괴테의 마음에 풀 한 포기, 돌 조각 하나, 무엇보다 무너진 과거의 잔해들이 어떤 ‘전체’로서 새롭게 들어왔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위대한 것과 하찮은 것, 자연과 예술이 빚어내는 질서와 조화의 세계. 이탈리아는 괴테에게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선물했다. 약 2년 뒤 바이마르로 돌아온 괴테는 한층 단단해져 있었다. 그는 바이마르 국정에 참여하여 광산사업과 문화 예술 업무에 집중했다. 그러다 천한 신분 출신인 크리스티아네와 동거해 아이를 낳았고, 고전적이면서도 관능적 사랑으로 충만한 ‘로마의 비가’를 발표했다. 사람들은 괴테가 타락했다고 비난했다. 베르테르의 음울함을 벗어 버리고 시대적 습속을 무시한 이 중년의 사내를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괴테는 흔들리지 않고, 그에게 새로운 빛을 보여 주었던 예술 및 자연과학 연구에 힘을 쏟기 시작한다. 이 무렵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이 독일 청년들을 뒤흔들 때도 정작 괴테는 담담했다. 전체의 조화와 사물의 유기적 변화, 발전을 믿었던 그에게는 오히려 혁명에 수반되는 폭력과 유혈사태가 저주스럽기만 했다. 바스티유의 파괴와 루이 16세 처형에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괴테는 당부한다. 스스로의 삶에 충실하라. 1792년, 프랑스 혁명군이 독일을 침공하자 바이마르의 공무원이었던 괴테 역시 출정에 동참해야 했지만, 그는 전장에서도 관찰자로서의 태도를 견지하면서 이렇게 질문한다. 폭력 없는 혁명, 평화로운 변화란 진정 불가능한가. 이런 문제의식은 실러와의 만남으로 심화된다. 실러 역시 혁명을 회의하며 ‘미적 교육’을 통한 인간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던 것. 두 사람은 공히 고대에서 그 길을 찾고자 했다. 그들은 1000통이 넘는 편지를 교환했고, ‘크세니엔’을 비롯한 공동작업에 착수한다. 특히 자연 전체의 고려 속에서 개별적인 것을 해명하려는 괴테의 비전에 끌렸던 실러는 그것이 작품으로 형상화될 수 있도록 괴테를 도왔다. 실러가 죽자 괴테가 “내 존재의 절반을 잃었다.”고 했을 만큼 실러는 또 다른 괴테였다. 실러와의 교류 속에서 탄생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796)에서 괴테는 인간의 삶이란 결국 ‘수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 삶에 무엇이 닥쳐올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것들의 상호작용 가운데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나듯 인간 역시 온갖 사건과 관계들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인류’니 ‘자유’니 하는 사명들은 내려놓고 오직 내적 충동에 몸을 맡긴 채 당당히 세상 속으로 향하라. 모든 것은 “오직 모든 사람을 합해서만”, “모든 힘을 통합함으로써만” 성장한다. 주인공 빌헬름이 그의 연극체험과 ‘탑의 결사’라는 공동체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했듯이 괴테는 실러와 헤르더, 셰익스피어, 호메로스, 그리고 이탈리아의 무수한 사물,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했다. 중년의 괴테는 그렇게 모든 만남이 그를 성장시키는 위대한 사건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세상은 여전히 소용돌이쳤다. 1806년, 프랑스 황제로 등극한 나폴레옹은 전 유럽을 압박했고, 라인동맹 가입을 거부하는 프로이센을 공격했다. 괴테는 홀로 남아 피난민들과 약탈자들로 혼란한 바이마르를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그가 나폴레옹의 총애를 받으며 프랑스에 대해 침묵하고 있음을 비난했다. 하지만 “증오심이 없는데 어떻게 무기를 들 수 있겠나.”라며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삶을 바라보았던 괴테는 민족적 편견이 만들어내는 선악 시비에 동요하지 않았다. 조국을 사랑하는 방법은 오히려 그러한 편견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묵묵히 바이마르 예술극장을 꾸렸고 예술과 고전, 자연의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60살이 넘어 출간한 ‘색채론’과 ‘동물의 변형’에는 노년의 괴테가 깨우친 자연의 비밀이 담겨 있다. 그리고 ‘파우스트’. 사람들은 신과 같이 자연을 향유하고자 하였던 파우스트 박사가 인간의 한계에 절망하여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꼬임에 빠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악마와 계약하여 “자유로이 자연의 혈관 속을 흐르며 창조적으로 신의 삶을 향유”할 수 있었다. 오류와 시도, 성공과 실패, 선과 악은 약동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매순간 만들어 내고 또 무너뜨리는 한 가지 형태일 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순간적인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속시키고자 하는 열망이다. 그러한 열망 너머 자연의 힘에 몸을 맡긴 자, 영원히 푸른 소나무로 살리라. 괴테는 오래 살았다. “사랑했고 증오했고 무관심했던 사람들과 왕국들, 수도들”보다도, “젊을 때 씨뿌리고 심은 숲의 나무들”보다도. 그는 그 모든 것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다. 때로는 아팠고, 분노하고 절망한 날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깨닫는다.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부패는 생명의 한 과정이며 죽음은 탄생이다. 가장 천한 것, 가장 혼란하고 절망스러운 것 속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것들이 함께 있으니, 이 혼돈 속을 첨벙거리며 계속 가는 것, 그 자체가 우리들의 숙명이며 또한 참된 기쁨이다. 그러니 부디 살아가기를, 천천히, 하지만 멈춤 없이 길을 나서기를. 우리, 세상 모든 베르테르들에게 주는 괴테의 가르침이다. 박수영 남산강학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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