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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1회) 방방곡곡 책읽는 소리가 안들린다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1회) 방방곡곡 책읽는 소리가 안들린다

    올해는 ‘독서의 해’다. 정부는 지식의 창출과 활용이 시대적 패러다임이라는 인식 아래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들다’라는 모토로 다양한 독서진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독서의 해 중반을 넘어선 이 시점에서 정부의 독서진흥정책을 진단하고, 도서관의 역할과 미래를 진단하는 기획을 네 차례에 나눠 준비했다. “내가 읽은 책이 나를 만든다.”고 국내 ‘책벌레’들의 우상이자 희귀본 서적상인 릭 게코스키는 말했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당신의 몸을 구성하듯 당신이 읽은 책이 당신의 정신과 인격을 구성하고 지배한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명제다. ●출판 생태계 붕괴 상황 ‘외환위기 수준’ 올해가 ‘독서의 해’다. 올 초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보도자료 끝에는 늘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든다! 하루 20분씩, 일 년에 12권 읽기’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문화부는 독서인구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침체에 빠진 출판계를 구하고자 올해를 ‘독서의 해’로 선언하고 3월에 선포식까지 했다. ‘하루 20분, 일년에 12권’은 올해가 2012년인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행보는 거의 잠행에 가깝다. ‘구조적 불황’에 빠졌다는 출판계는 정부가 독서의 해를 선언하자 나름대로 기대를 품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과 7·8월 런던올림픽이 있어 매출 감소를 예상했지만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출판 생태계가 붕괴하는 상황이 1998년 외환 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인식된다. 책 판매도 7월 ‘안철수의 생각’이 나오기 전까지 급감했다. 올 8월까지 문을 닫은 중대형 서적 도매상이 수송사(1월)를 비롯해 체인형 서점 지에스북(4월), 국내 4위 규모의 학원서적(8월) 등 5곳을 넘어서며 출판계는 빙하기에 들어섰다. 특히 수송사는 지난해 매출이 600억원 이상으로 대형 도서상이지만 계속되는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출판컨설턴트인 홍순철(42) BC에이전시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베스트셀러 상위 20위권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1~3위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책을 안 읽기도 하고 편식이 심하다. 현재 한국의 독서인구와 독서 수준은 심각하다. 성인 독서량은 2008년 12.1권에서 꾸준히 떨어져 2011년 9.9권으로 집계됐다. 1년에 책 한 권이라도 읽는 지표인 독서율은 대학생을 포함한 성인의 경우 2008년 72%에서 꾸준히 하향 추세를 그리며 2011년 66.8%로 떨어졌다. ‘연간 10권이면 아직도 많이 읽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착각이다. 독서에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2011년에 270권의 책을 읽은 전수정 서울 도봉구청 직원이 있는가 하면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10명 중 4명꼴이다.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인은 ‘지식 자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지식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 ●사회분위기 책 읽는 환경 조성 못해 이런 독서인구 감소는 도서관이라는 하드웨어가 성장하고 있는 와중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국내 공공도서관은 783개로 인구 6만 5000명당 1개 수준으로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미국의 3만 2000명 중 1개나 일본의 4만명 중의 1개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 틈을 마을문고나 작은도서관 등 생활 밀접형 도서관들이 메우고 있다. 도서관과 도서관 보유 장서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책 읽는 사람은 줄고 있다. 올해 ‘독서의 해’는 그래서 중요했다. 그런데 왜 독서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했을까. 출판계 일각에서는 “‘독서의 해’에 책정된 예산이 겨우 5억원이다. 국민 1인당 10원에 해당하는 돈”이라면서 “생색내기용 행사에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나오겠느냐.”고 분석한다. 군포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에서조차 ‘책 읽는 군포’를 내세워 예산을 3억 5000억원 배정한 것과 비교하면 중앙정부의 예산이라고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학교나 직장 등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사회 분위기가 책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부가 2008년에 내놓은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일 때문에 독서할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35.6%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컴퓨터와 영상매체(TV) 등으로 인한 시간 부족(18.2%)을 들고 있다. 백 책임연구원은 “독서가 구호가 아니라 환경이 되려면 직장인 도서관이 활성화된다든지 중·고등학생의 경우 학급문고가 활성화돼야 하고 무엇보다 취업과 진학을 위한 공부에 매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생들에게도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라.’는 식의 방관적인 지도가 아니라 교실에서 책을 교재로 활용하고 토론하는 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독서가 싫고 습관화가 안 됐다.’는 15.8%를 흡수해 나갈 ‘즐거운 독서’법을 찾아내야 한다. ●동네 서점 부흥위해 정가제 강화 필요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독서문화진흥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이 법의 3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독서 진흥 책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독서 문화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부가 독서진흥기본계획을 5년마다 내놓으면 행정안전부 산하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집행해야 한다. ‘독서진흥조례’와 같은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데 기초자치단체 중 극소수만 실제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 기초자치단체들은 ‘걸어서 5분 거리에 도서관’이란 목표를 내건 관악구를 비롯해 성북구, 노원구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백 책임연구원은 “기초자치단체에서까지 독서가 활성화되려면 관광청처럼 독서청을 만들거나 최소한 과 수준의 전담 행정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서점으로 전멸하다시피 한 지역의 작은 서점을 부흥시킬 방안을 마련하고 도서 정가제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도서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도서관이 책만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중심으로 연구나 강연 등을 하면서 독서를 부흥하는 진앙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병든 사회가 ‘묻지마 범죄’ 양산한다

    최근 불특정 대상을 겨냥한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엊그제 서울 여의도와 21일 용인과 수원 등 이달 들어 전국에서 일어난 10여건의 사건들이 모두 ‘될 대로 돼라’ 식으로 일어난 범죄들이다. 이들 범죄자들의 특징을 보면 한결같이 경쟁에서 밀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이들이다. 가정·직장·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에서 일면식도 없는 애꿎은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던 것이다. 이런 범죄가 빈발한 것은 사회 양극화와 경제난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묻지마 범죄’가 단순히 은둔형 외톨이들의 개인적인 불만과 분노가 폭발한 결과로만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의도에서 전 회사 동료 4명을 흉기로 찌른 30대 김모씨만 해도 회사를 나온 뒤 직업을 구하지 못하자 복수심에 불탔다고 한다. 김씨가 “차라리 자살할까 하다 혼자 죽기 억울해 보복하고 싶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내용만 보더라도 사회적 실패자들의 개인적인 좌절이 사회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낳고, 이는 결국 범죄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범죄의 유혹에 취약한 이들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이 절실하다. 경찰청은 어제 경찰력을 최대한 투입해 치안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범죄는 강력한 처벌과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낙오되거나 도태된 이들을 사회가 보듬고 가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에서든 유사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우리 사회를 되돌아봐야 한다. 성공 지상주의, 물질 만능주의가 판치는 병든 사회는 이런 유형의 범죄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사회적 낙오자들에게도 패자 부활의 기회를 주는, 건강한 사회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공직열전 2012] 법무부 (상)고위 간부 면면

    [공직열전 2012] 법무부 (상)고위 간부 면면

    학교에 가던 10대 소녀가 사이코패스에 피살되고, 제주 올레길을 걷던 40대 여성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그에 앞서 ‘수원 살인마’ 오원춘 사건 같은 것도 있었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사회는 흉악범에 대해 더욱 강력한 법 집행을 원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바빠질 곳이 법무부다. 당장 22일에도 ‘전자발찌’ 규정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검찰 내에서도 엘리트로 꼽히는 사람들이 포진해 왔다. 장·차관, 국·실·본부장급 이상 고위 간부가 대대로 서울대 출신이 강세였다. 지금의 권재진 장관 체제도 예외가 아니다. 장관을 비롯해 기획조정실장, 검찰국장 등 7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고려대 출신이었던 전임 이귀남 장관 재임 때도 9명 중 고려대 출신은 2명이고 6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법무부는 서울대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가 원래 서울대 인맥이 강하지만 현재는 장관이 서울대 출신이어서인지 이전보다 숫자상 우위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의 양대 조직인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과는 대조적이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각각 한상대 총장과 최교일 지검장을 정점으로 고려대 출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권 장관은 외유내강형 검사로 명성을 날렸다. 원리원칙과 친화력이라는 두 가지를 절묘하게 겸비했다는 평을 받아 왔다.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지난해 8월 장관으로 취임했다. 법무부 국·실·본부장급 이상 가운데 유일한 고려대 출신인 길태기 차관은 후배 검사들 사이에 대법관 후보 1순위로 꼽힐 정도로 신망이 두텁다. 대검 형사과장, 법무부 공보관, 광주지검 차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광주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지냈다. 김주현 기획조정실장은 대검 연구관, 대변인 등을 지냈다. 대변인 시절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로부터 업무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서울중앙지검의 요직인 3차장을 맡았다. 법무부 내 최고 요직인 검찰국장은 국민수 국장이 맡고 있다. 이 자리는 이른바 ‘검찰 빅4’(대검 중수부장·공안부장,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가운데 유일한 법무부 본부 보직으로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한다. 국 국장은 ‘기획통’으로 상황 판단력이 좋고 후배들과의 소통에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황윤성 법무실장은 춘천지검장 때 강원도 내 국립대학 교수들의 각종 비리 및 횡령 혐의를 적발하고, 태백 오투리조트를 수사해 전 자치단체장과 공무원 등을 구속했다. 이건주 범죄예방정책국장은 국제 형사 및 과학수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안산지청장 등을 거쳤다. 이창세 출입국본부장은 서울북부지검장 시절 청원경찰들의 입법로비(청목회 사건)를 파헤쳐 정치권을 떨게 했다. 봉욱 인권국장은 서울서부지검 차장 때 남기춘 지검장 사퇴 이후 김승연 한화 회장 사건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했다. 비검사 출신인 김태훈 교정본부장은 교정 간부가 아닌, 행정고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 1991년 교정행정에 첫발을 디딘 이후 20여년간 현장을 지켰다. 지역적으로 서울 출신이 3명(차관, 기조실장, 인권국장)으로 가장 많다. 대구·경북(TK)은 2명(장관, 출입국본부장)이고 호남, 인천, 충청, 경남이 각 1명이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공무원연금 수익률 4년째 ‘꼴찌’

    공무원연금의 금융투자 수익률이 3대 공적연금 가운데 4년째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예산정책처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기금의 지난해 금융자산 투자 수익률은 0.8%로 3대 공적연금(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추계됐다. 지난해 금융자산 투자의 수익실적은 410억원으로 2010년 대비 수익은 3472억원 감소했다. 주식투자는 13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수익률이 -13.8%, 채권투자는 1202억원의 수익이 발생해 수익률이 4.3%, 대체투자는 329억원의 수익으로 수익률이 5.0%로 각각 나타났다. ●작년 국고보전금 1조 3577억 반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2.3%, 사학연금은 1.5%의 금융자산 투자수익률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주식투자 수익률은 국민연금 -9.5%, 사학연금 -11.5%로 공무원연금보다는 선방했다. 운용수익이 나오지 않으면서 국고 부담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의 연금수입은 6조 5812억원이었고, 퇴직연금 등 지출은 7조 9389억원으로 나타나 국고보전금은 1조 3577억원에 이르렀다. 계획했던 것보다 1103억원이 더 증가했다. 또 국고보전금의 33.8%는 국가가, 65.2%는 지자체가, 1%는 철도공사공단이 각각 부담하고 있어 지자체 재정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자산 수익률 제고 대책 필요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8~2013년 공무원연금 적자가 연평균 2.3% 증가하겠지만, 2014~2020년에는 연평균 17.8%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적자는 2013년에 1조 5977억원, 2014년에 2조 3409억원, 2020년에 6조 251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28조 2000억원으로 5년 만에 소폭 줄어든 지자체 채무는 공무원연금의 적자보전으로 또다시 증가세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수익률이 낮은 단기자금 보유비중이 높고, 신규 유익자금이 없어 적기에 투자가 어려운 구조적 요인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금융자산 투자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다각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시론] 한국외교의 구조적 비관론과 신뢰 회복/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시론] 한국외교의 구조적 비관론과 신뢰 회복/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진 2011년 한국 외교의 화두는 북한과 중국을 한 축으로 하고 한국-일본-미국을 다른 축으로 하는 한반도 ‘신냉전’ 시대의 도래였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방한 불필요’ 발언, 일본 민주당 정부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으로 이어진 2012년의 화두는 ‘신냉전’ 체제의 내부 균열이라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한·미·일 간의 공고한 안보공조체제가 요구되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최근의 동북아 상황은 한국외교의 비전 부재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감소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장과 이익을 주장하고 이해를 구하려면 무엇보다 한국 외교에 대한 구조적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 구조적 비관론의 핵심은 한국 외교의 태생적 한계론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이 한국 외교의 발목을 잡아 한국이 국제정치에서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한국 외교의 기본전제는 자국 이익 추구임을 잊지 말자는 타당한 조언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 외교에 대한 소극적· 폐쇄적 태도는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외교가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화라는 큰 파도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 변화의 파도를 적절히 타고 넘느냐는 외교력은 정부의 능력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교의 구조적 비관론이 위험한 이유는 일단 자국 외교에 대한 무기력증이 퍼지기 시작하면 외교는 더이상 국익의 대외적 추구 수단이 아니라 국내 정치용 도구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정치사를 돌아보면 정권 말기에 시도한 ‘충격외교’는 정권의 정통성을 회복하거나 대중의 지지도를 높이는 기대효과를 달성하기보다 공들여 구축했던 대외협력관계만 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경우가 많다. 1990년대 후반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장담했던 김영삼 정부는 이후 일본 하시모토 정권과 어업협정 개정 샅바싸움에서 어선납포외교에 당하고 아시아 통화위기 때에는 일본 측에 지원을 요청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도 국민의 정책 지지가 정권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독도 방문 다음 날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3.6%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 지지도는 6월 31.4%, 7월 28.2%로 떨어지다가 8월 16일 31.5%로 약간 회복했다. 하지만 58% 이상은 여전히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근 한·일 간 ‘외교전쟁’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외교는 기본에 충실한 외교라는 점을 다시 부각시켰다. 외교는 내치의 수단이 아니라 바깥세상(外)과 사귀는(交) 일이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사귐이 깊어지고 지속되는 데 있어 가장 큰 자산은 신뢰다. 이명박 정부는 그간 견지해 왔던 보편주의의 언어로 설명하던 외교정책 기조를 임기 말 들어 한국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급선회해 한국 외교에 대한 신뢰와 정체성의 상실을 초래했다. 한·미동맹을 대북 억지력에 기초한 군사동맹에서 범세계안보에 기여하는 가치동맹으로 격상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인권의 보편적 틀에서 논의했다. 자유시장과 자유무역 원리에 입각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며 ‘글로벌 코리아’ 외교를 주창해온 이명박 정부는 최근 노무현 정부의 신일본독트린과 비슷한 주권외교로 선회했다. 결국 한국 외교의 지속성과 신뢰에 대한 문제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2월 대선에서 어느 당이 집권하건 새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편주의에 입각한 한국 외교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씨줄날줄] 재벌총수 연봉/육철수 논설위원

    우리나라에서 총소득(근로+사업+부동산+배당+금융소득 등) 상위 0.01%는 1년에 얼마나 버는 사람들일까. 2010년 기준으로 자그마치 11억~27억원을 벌어야 이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1% 안에 들려면 1억~1억 9500만원, 10% 안에 들려면 최소 7200만원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 지난 5월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가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레토의 법칙(소득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다. 김 교수는 20세 이상 인구 3900여만명(평균 소득 1700만원)을 대상으로 총소득 규모와 백분위를 추정했다. 그러면 총소득 10위권(0.000025%)에 나란히 포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벌총수들은 1년에 얼마를 벌어들일까. 김 교수는 0.01%(순위 3900등)의 상한선을 27억원으로 추정했지만, 총수들의 연봉은 이보다 수배~수십배는 족히 될 것 같다. 재벌총수들의 배당금은 해마다 발표되기 때문에 그리 궁금한 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근로소득인 연봉은 보통사람들이 절대 알려고 해서는 안 되는 ‘특급비밀’에 속한다. 이들의 연봉 비공개는 법에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2년에 상장사 임원의 개별 연봉을 공시하기 시작했다. 영국도 2002년부터 시행 중이며, 일본은 2년 전부터 등기임원 중 연봉이 1억엔 이상일 때 공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벌총수들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임금 격차에 과민 반응하고 문화적 차이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민초들이 아니다. 어느 언론사는 5년 전 건강보험공단의 표준보수월액을 근거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연봉 120억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92억원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등의 등기이사를 그만둔 후로는 몇년째 회사에서 월급을 안 받는다고 한다. 다른 그룹 총수들도 상장사별 임원보수 총액으로 미루어 최소 연봉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민주당 이목희 의원 등이 상장사 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공시하자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17대 국회에서 심상정 의원, 18대 이정희 의원 등에 이어 세번째 국회 발의다. 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되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의 권한이 강화돼 경영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는 취지란다. 물론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충돌이 또 걱정스럽다. 선진화를 위해 이제는 서로의 특권을 하나 하나 내려놓을 때도 됐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한·중 수교 20주년…상생의 미래를 열자] “탈북자·동북공정 등 韓中 살얼음… 對中정책 새 비전 필요”

    [한·중 수교 20주년…상생의 미래를 열자] “탈북자·동북공정 등 韓中 살얼음… 對中정책 새 비전 필요”

    한·중 관계는 지난 20년간 비약적 발전을 이뤘지만, 북한을 둘러싼 이견과 탈북자 문제, 과거사와 영토·영해 관할권 갈등, 영사 문제 등이 도사리고 있어 정치·외교 관계에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위기관리 체제 구축, 소통 강화 등 장기적인 대중(對中)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한·중 관계는 지난 20년간 3단계로 변화했다.”고 평가한 뒤 “수교 초기인 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는 우호적 상승기였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안정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합의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는 급격히 하강 국면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을 앞세운 안보 이익과 경제 이익 간 불일치, 남북 관계 악화 등이 양국 관계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중은 1992년 수교 이후 정상회담만 30여 차례, 외교장관회담은 100여 차례나 했을 정도로 고위급 교류가 늘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한·중 관계는 폭발적으로 확대된 경제 등 교류협력에 힘입어 2008년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관계가 격상됐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둘러싼 한·중 간 이견, 동북공정과 이어도 관할권, 탈북자 강제북송, 불법조업 문제에 이어 최근 북한인권 운동가 김영환씨 고문 논란 등으로 상호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흥규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는 “교류 증가 등 구조적 차원에서 보면 한·중 관계는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보다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상호 갈등과 분쟁이 격화하는 시기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앞으로 한·중 관계는 중국의 대북 편향적 태도에서 보듯 불확실성이 강화되고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역사 문제와 탈북자 문제, 영해 관할권 문제 등 잠재적 갈등 요인이 남아 있으며 이를 관리할 위기 대응 기제가 미비하기 때문에 정부는 소통 강화 등을 통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다음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미·중 간 균형외교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중 전문가 공동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중 관계는 짧은 기간에 큰 발전을 했다는 긍정적 결과와 함께 많은 문제점도 노출하고 있다.”며 “북한 문제와 민족주의적 이슈 등 정치·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갈등 요인들이 확산되고 있는데, 양국이 합리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기본적으로는 낙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그동안 대중 정책을 포괄적 맥락에서 추진하지 않았기에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중 정책을 대북, 대미 정책과 나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외교 정책 전반에 대한 비전과 안목을 가지고, 21세기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대중 관계에서 여론에만 신경 써 사안별로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성 있는 큰 틀의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미경·하종훈기자 chaplin7@seoul.co.kr
  • 김정은, 목선 타고 객기 부리는 이유 알고보니

    김정은, 목선 타고 객기 부리는 이유 알고보니

     공식 등장 이후 파격 행보를 잇달아 보여온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서해 최전방에 주둔한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별다른 경호 병력 없이 소수 측근만을 대동한 채 초소형의 비무장 목선을 타고 이동한 사실이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 제1위원장의 시찰 모습을 보면 그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김영철 정찰총국장 등 일부 측근만을 대동한 채 어선으로 추정되는 작고 낡은 목선을 타고 이들 부대로 이동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전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장재도·무도 방어대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최고사령관(김정은)께서는 27마력의 작은 목선을 타고 풍랑을 헤치며 기별도 없이 이곳 방어대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ㅁ-동-82531’이란 번호가 적힌 이 목선에는 김 제1위원장을 포함해 11∼12명 정도의 일행이 탑승했다.경호원으로 보이는 장교 1명과 목선을 운전하는 2∼3명 정도의 주민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측근 간부들뿐이었다.  이날 김 제1위원장을 동행한 간부들은 최룡해,김영철 외에 박정천 인민군 중장,안지용 4군단 부사령관,황병서·김병호 노동당 부부장 등 6명뿐이다.  특히 이들 부대는 우리 군의 사격권 내에 있는 최전방 지역인데도 김 제1위원장은 최소한의 경호인력만을 데리고 다녔다.동영상을 보면 호위사령부 장교로 보이는 경호원 1명 외에 또 다른 경호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수십 명의 부대 군인들이 김 제1위원장을 둘러싸고 팔을 잡으며 매달리는데도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과거에도 김 제1위원장은 파격적인 행동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탱크부대를 방문해서는 직접 탱크를 타고 달리는가 하면 현지시찰 때마다 주민들과 팔짱을 끼는 등 과감한 스킨십을 선보였다.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수십만 명의 군중이 모인 김일성광장에서 20여 분간 공개연설을 하기도 했고 깜짝 등장한 부인과 팔짱을 끼는 모습도 보여줬다.  만경대유희장(놀이공원)을 방문해서는 쪼그리고 앉아 직접 잡초를 뽑으며 유희장 간부들을 무책임하다고 꾸짖기도 했고 미국 팝송을 연주하는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선친인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공개 행보를 꺼리면서 많게는 수십 명의 경호인력을 대동하고 다녔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 제1위원장이 이처럼 대담하고 호방한 모습을 자주 연출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소형 목선을 타고 최전방 군부대를 시찰하는 모습을 통해 군인과 주민에게 자신의 담력을 과시하려 한 것 같다”며 “이런 파격 행보는 주민들의 호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의 최전방 군부대 시찰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원수께서 사생결단의 의지를 안고 진행한 서남전선 최남단 섬방어대들에 대한 시찰은 천만 장병의 가슴마다 무한한 힘과 고무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며 그의 대담함을 선전했다.  또 일각에서는 김 제1위원장이 20대라는 점을 들어 김정일 위원장보다는 상대적으로 혈기왕성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는 것아니겠냐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소형 목선을 타고 최전방을 시찰한 것은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일 수 있다”며 “우리 군의 레이더망을 피하려고 목선을 타고 조용히 군부대를 찾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정은,작은 목선 타고 서부전선 왜갔나 알고보니

    김정은,작은 목선 타고 서부전선 왜갔나 알고보니

     공식 등장 이후 파격 행보를 잇달아 보여온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서해 최전방에 주둔한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별다른 경호 병력 없이 소수 측근만을 대동한 채 초소형의 비무장 목선을 타고 이동한 사실이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 제1위원장의 시찰 모습을 보면 그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김영철 정찰총국장 등 일부 측근만을 대동한 채 어선으로 추정되는 작고 낡은 목선을 타고 이들 부대로 이동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전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장재도·무도 방어대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최고사령관(김정은)께서는 27마력의 작은 목선을 타고 풍랑을 헤치며 기별도 없이 이곳 방어대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ㅁ-동-82531’이란 번호가 적힌 이 목선에는 김 제1위원장을 포함해 11∼12명 정도의 일행이 탑승했다.경호원으로 보이는 장교 1명과 목선을 운전하는 2∼3명 정도의 주민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측근 간부들뿐이었다.  이날 김 제1위원장을 동행한 간부들은 최룡해,김영철 외에 박정천 인민군 중장,안지용 4군단 부사령관,황병서·김병호 노동당 부부장 등 6명뿐이다.  특히 이들 부대는 우리 군의 사격권 내에 있는 최전방 지역인데도 김 제1위원장은 최소한의 경호인력만을 데리고 다녔다.동영상을 보면 호위사령부 장교로 보이는 경호원 1명 외에 또 다른 경호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수십 명의 부대 군인들이 김 제1위원장을 둘러싸고 팔을 잡으며 매달리는데도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과거에도 김 제1위원장은 파격적인 행동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탱크부대를 방문해서는 직접 탱크를 타고 달리는가 하면 현지시찰 때마다 주민들과 팔짱을 끼는 등 과감한 스킨십을 선보였다.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수십만 명의 군중이 모인 김일성광장에서 20여 분간 공개연설을 하기도 했고 깜짝 등장한 부인과 팔짱을 끼는 모습도 보여줬다.  만경대유희장(놀이공원)을 방문해서는 쪼그리고 앉아 직접 잡초를 뽑으며 유희장 간부들을 무책임하다고 꾸짖기도 했고 미국 팝송을 연주하는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선친인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공개 행보를 꺼리면서 많게는 수십 명의 경호인력을 대동하고 다녔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 제1위원장이 이처럼 대담하고 호방한 모습을 자주 연출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소형 목선을 타고 최전방 군부대를 시찰하는 모습을 통해 군인과 주민에게 자신의 담력을 과시하려 한 것 같다”며 “이런 파격 행보는 주민들의 호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의 최전방 군부대 시찰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원수께서 사생결단의 의지를 안고 진행한 서남전선 최남단 섬방어대들에 대한 시찰은 천만 장병의 가슴마다 무한한 힘과 고무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며 그의 대담함을 선전했다.  또 일각에서는 김 제1위원장이 20대라는 점을 들어 김정일 위원장보다는 상대적으로 혈기왕성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는 것아니겠냐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소형 목선을 타고 최전방을 시찰한 것은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일 수 있다”며 “우리 군의 레이더망을 피하려고 목선을 타고 조용히 군부대를 찾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한민국은 힐링중] 버티던 삶, 집착 비우고 행복 채우다

    [대한민국은 힐링중] 버티던 삶, 집착 비우고 행복 채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첫 여성 사무총장을 역임한 정연순(46) 변호사는 지난 6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14일간 다녀왔다. 가장 유명한 코스는 프랑스 남부 국경 마을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스페인식 이름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에 이른다. 정 변호사는 그 중 후반부에 해당하는 400㎞가량을 걸었다. 1980년대 변호사가 된 이후 정 변호사는 ‘늘 자신이 잘해야 한다, 사명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이 힘들어도 견뎠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정 변호사는 “어느 순간 지나온 인생을 돌아 보니 강박관념을 지닌 채 너무 아등바등 살아왔다는 반성이 들었다.”고 말했다. 순례에 나선 뒤 8일 정도 묵언 수행을 했다. 비행기 표 값 300만원에 150만원쯤 더 들었지만, 돈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고 했다. 순례에서 얻은 가장 큰 가르침은 자신이 맨 배낭의 무게가 곧 인생의 무게라는 점. 그는 “배낭 안에 각종 생필품이 담겨 있었는데 그것이 나의 욕심이더라. 배낭의 무게와 가야 할 거리를 생각하니 몸이 반응하더라. 길을 가다 어떤 마을을 지나면 그 마을이 소개된 안내 책자를 찢어버린다든지 짐을 하나씩 버리며 욕심을 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걷고 기도하고 침묵하는 ‘나만의 힐링’ 종교의 힘을 빌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뿐 아니라 오로지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무신론자의 참여도 부쩍 늘었다. 외국계 컴퓨터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회중(35)씨는 인간관계에서 큰 상처를 입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본래 가톨릭신자인 그는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지난 6월부터 가톨릭 피정(避靜·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를 하는 종교적 수련)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마음의 상처와 시련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모여 상담을 하고, 아픔을 경청하면서 치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피정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려면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피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로 매일 에세이를 쓰고 있다. 단순한 일기가 아닌 하루에 대한 반성과 위로, 격려가 주된 내용이다. 그는 “매일 스스로 힐링을 하며 치유와 성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피정보다 대중화된 종교의 힐링프로그램으로는 불교의 ‘템플스테이’(전통사찰에 머물며 몸과 마음을 치유)가 있다. 카네기연구소에서 리더십 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김은주(40)씨는 지난 4일 1박 2일 일정으로 쌍둥이 아들, 남편과 함께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 벌써 여섯 번째다. 김씨는 “도시에서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힘든 상황도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특히 리더십 강의를 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거나 집착을 한 시간도 있었다. 절 체험을 통해 나 자신을 찾고,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10년 전, 한국사회는 ‘웰빙’(심신의 행복 추구)을 꿈꿨다. 미디어, 광고, 산업계 등은 발 빠르게 웰빙을 강요했다. 각종 서적과 관광상품에 웰빙이 범람했고, 우리는 자의 반, 타의 반 웰빙라이프를 위해 노력했다. 강산이 변했다. 한국사회에서 웰빙은 실패한 결과물로 남았다. 몸과 마음의 행복은 차치하고, 너도나도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겠다고 난리다. 대세는 10년 만에 웰빙에서 ‘힐링’(몸과 마음의 치유)으로 옮겨졌다. 10년 전처럼 모든 분야에서 힐링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사람들도 과거와 달리 공공연히 아픔을 드러낸다. 한때 국민드라마로 사랑받았던 ‘다모’의 명대사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묻고 고백하기를 반복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소통의 부재를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거론했건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 힘입어 ‘소통 과부하’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보 공유의 속도와 규모가 커졌다. 인터넷에 ‘힐링’이란 미끼를 던져 ‘검색’이라는 낚싯줄만 당기면 월척 수준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한하다. ●경제성장 따른 심리적 피폐가 힐링 불러 사람들은 왜 힐링을 필요로 할까.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힐링 열풍의 근간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가 ‘이스털린의 역설’(경제성장이 낮은 수준에서는 소득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론)의 단계에 진입한 점에 주목했다. 신 교수는 “청년 실업자라든가 비정규직, 명예퇴직자 등 삶에 불안을 겪는 계층이 늘면서 위안과 희망, 위로와 격려를 원하는 사회집단이 대규모로 형성돼 힐링 문화가 급속도로 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민건강공단이 발표한 ‘2007~2011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심한 스트레스 반응 및 적응장애로 의료기관을 찾은 진료환자의 수는 2007년 9만 8083명에서 2011년 11만 5942명으로 4년 새 18.2% 증가했다. 분당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규섭 교수는 “해마다 스트레스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람은 100만~200만 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는 분들이 호소하는 고통이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지만 대개 젊은 세대들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고, 중·장년층은 조기 실직에 따른 사회·경제 스트레스를, 연세가 드신 분들은 건강상의 이유에 따른 고통 및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치유에 집중하는 데에는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심리적 피폐함이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인터넷 발달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1% 사람들의 삶의 정보가 쉽게 노출됐고, 이를 접한 많은 사람의 꿈과 이상이 커지면서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이 깊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한 때 젊은 세대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이 큰 위로가 됐다. 하지만 그만 아픈 척해야 할 시점이 왔다. 어느 세대나 힘들고 시련은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힐링이 키워드로 부각되면서 이를 주제로 한 상품도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힐링 산업’의 등장이다. 힐링 전문여행사를 표방한 일부 업체에서는 가이드 대신 심리치료사를 동행시켜 명상·걷기 등을 주 프로그램으로 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공연계는 지난해부터 아티스트의 이름이 아닌 ‘힐링 콘서트’ 등의 공연까지 내놓고 있다. 강원 평창, 충북 청원·제천, 경북 경주 등에서는 ‘힐링랜드’ 등의 이름을 붙여 치유의 숲, 상담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힐링의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요가 커지면서 여러 형태의 힐링 상업주의가 판치고 있다.”면서 “저마다 각자의 고민과 욕구가 있고, 또한 각자의 치유 방식이 있다. 그것을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는 발상의 힐링 산업은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Weekend inside] 박사 4명중 1명 백수시대… 20년 넘게 공부만 한 고학력 실업자의 비애

    [Weekend inside] 박사 4명중 1명 백수시대… 20년 넘게 공부만 한 고학력 실업자의 비애

    박사(博士)는 원래 관직이었다. 삼국시대 고구려에는 태학박사가 있었고 백제와 신라에도 역시 박사라는 관직이 있었다. 시대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존경받는 사표로서 ‘교육’을 담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날 박사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자격이자 ‘학문의 정점’을 의미한다. 걸맞은 영예와 대우가 주어진 시절도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박사학위는 선망하는 직업인 대학교수의 필요충분조건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박사학위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초·중·고교 12년과 대학 및 석·박사 과정 최소 9년 등 21년 이상을 투자하지만 영예는 소수에게만 허락될 뿐이다. ‘고학력 실업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단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1만 1645명. 이 중 취업자는 75.1%에 불과하다. 그나마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을 포함한 수치다. 박사 4명 중 1명은 놀고 있다는 얘기다.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귀국 포기” 미국 워싱턴과 버지니아, 메릴랜드 일대에는 한국인 박사들이 넘친다.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수많은 연구소와 기업, 대학들의 근거지인 이곳에 있는 한인 박사만 줄잡아 500명이 넘는다. 이들의 신분은 대부분 박사후연구원(포닥·post doctor)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포닥 재수생이 급증하고 있다. 포닥을 거쳐 한국에서 취업을 했다가 다시 포닥을 택한 사람들이다. 의대 연구실에서 일하는 김모(36)씨는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4년 정도 포닥으로 있다가 한국 지방대에 강사로 갔지만 시간당 몇만원씩 받고 일하는 것이 비참해 다시 돌아왔다.”면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년 정도 포닥을 하면 대부분 한국으로 갔는데 최근에는 8~10년차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만 수천명에 이르는 포닥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동부의 한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모(34·여)씨는 “기업의 연구원이나 정부출연연구소 비정규직이라도 갔으면 좋겠다.”면서 “하지만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들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예 귀국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김모(43)씨는 “대부분이 한국 복귀를 꿈꾸지만 미국 생활이 길어지면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그마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국내 박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유명 사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모(39)씨는 대덕단지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택했다. 대전 지역에서 교수가 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3년이 넘도록 교수 자리도, 연구소 정규직 자리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박사학위로 얻은 것은 언제 계약이 해지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신분”이라고 푸념했다. 이씨의 과 동기 중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7명이지만 교수는 단 한 명뿐이고 대부분 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인문계·여성일수록 문제 심각 박사들의 위기는 ‘과잉’의 문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고등교육통계에 따르면 2000년 6141명이던 박사과정 졸업자는 지난해 1만 1645명으로 거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특히 학사와 석사과정 입학생 숫자가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는 반면 박사과정 입학생은 연평균 6%씩 늘고 있다. 대학교수와 연구소 정규직, 기업체 연구직 등 박사학위 소지자가 원하는 자리가 박사학위 소지자만큼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본격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미석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1990년대 말만 해도 박사 취업의 가장 큰 문제는 인맥·학연 등 불공정한 채용 관행, 여성 배척 등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박사급 채용 기회 자체가 줄어든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사 취업난은 이공계보다 인문사회계열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공학계열의 박사학위 취득자 2935명 중 2308명(78,6%)이 취업했고, 의약계열은 2091명 중 1690명(80.8%)이 취업에 성공했다. 반면 인문계열은 1064명 중 412명(38.7%)만 취업하는 데 그쳤다. 특히 국문학 박사는 221명 중 64명, 중문학 박사는 44명 중에 14명, 영문학 박사는 96명 중에 25명만 취업하는 등 어문계열의 취업난이 두드러졌다. 사회계열은 2120명 중 1465명(69.1%)으로 비교적 높았지만, 상경이나 법학 등 계열 특성상 졸업생 중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이 많아 실제 취업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예체능 계열의 경우 632명 중 296명만이 취업했지만, 전공 특성상 프리랜서가 많아 뚜렷한 의미가 없다는 것이 KEDI의 분석이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이공계 졸업생이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 순차적으로 눈높이를 낮출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있는 데 비해 인문계열은 교수 아니면 회사원뿐”이라면서 “인문계는 해외 진출도 힘들다.”고 밝혔다. ●박사 취업난은 구조적 실업 전문가들은 최근 박사들의 취업난을 구조적 실업으로 진단한다. 진 선임연구위원은 “10년 전만 해도 고급 인력은 일자리의 절대적 숫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보 부족, 선호도 및 눈높이 등에서 기인한 마찰적 실업이었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아무리 눈높이를 낮추고 구인·구직 정보 소통이 활발해도 배출되는 인재를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박사가 만능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선택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맞춤형 인재정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한국콜마를 꼽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은 한국콜마는 1994년부터 대졸 연구원들에게 업무와 관련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30여명이 학위를 받았다. 연구기관·대학·대기업 등으로 한정된 진로 선택에서 벗어나 지식 기반의 소규모 창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진 선임연구위원은 “연구·개발(R&D)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창업하거나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연구소를 만드는 일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고 인재들도 진취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사 학위 자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석·박사 전문 리크루팅 사이트 ‘하이브레인넷’을 창립한 우용태 창원대 교수는 “젊은 인재들을 해외에 파견해 핵심기술이나 학문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등 우수한 박사급 인력에 대해서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박사 숫자를 조정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교과부는 대학이 박사과정 정원을 1명 줄이면 석사과정 정원을 2명 늘려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박사과정 입학생의 3분의1을 상위 10여개 대학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대학들에 석사정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박사 학위 남발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신진호기자 kitsch@seoul.co.kr
  • 美, 中 봉쇄 의도… “도발행위 도움 안돼”

    미국 정부가 15일(현지시간) 중국과 일본 사이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과 관련, 은근히 일본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 시위대의 댜오위다오 상륙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은 영토 분쟁에 대해서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분쟁 지역을 ‘댜오위다오’ 대신 ‘센카쿠’라고 호칭했다. 독도를 한사코 ‘리앙쿠르 바위섬’(Liancourt Rocks)이라는 중립적 이름으로 부르거나 ‘그 섬’이라고 표현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과 일본은 둘 다 미국과 동맹관계이지만, 중국은 ‘봉쇄’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이 이런 차이를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뉼런드 대변인은 “주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면서 “어떤 종류의 ‘도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를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뉼런드 대변인은 ‘이것을 도발로 간주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우리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이런 ‘압력’은 우리가 처한 환경이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이소룡 ‘1인치펀치’ 비밀은 힘 아닌 타이밍

    이소룡 ‘1인치펀치’ 비밀은 힘 아닌 타이밍

    실전무술 절권도를 창시한 쿵푸스타 이소룡(브루스 리)이 살아 생전 세계 가라테 선수권 대회에서 선보였던 ‘1인치 펀치’ 즉 촌경의 비밀이 힘이 아닌 타이밍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및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평균 13.8년 경력의 가라테 유단자 12명과 초보 12명의 뇌 구조를 분석, 두 그룹의 신경체계를 조정하는 미세한 차이가 1인치 펀치가 가능하게 한다고 학술지 대뇌피질 15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유단자와 초보 사이의 정권 능력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5cm로 정해진 간격을 기준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예상대로 유단자 그룹이 더 강한 주먹을 지녔지만 이들은 단순한 완력만이 아닌 타이밍이 더 큰 작용을 했다. 특히 주먹을 내지를 때 함께 움직이는 손목과 어깨의 동작을 통해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났고 힘 역시 다르게 작용했다. 연구를 이끈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의대의 에드 로버츠 박사는 “가라테 유단자들은 초보는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자신의 정권을 반복해서 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즉 자신의 팔과 몸통의 움직임을 일체화할 수 있도록 소뇌의 신경 연결이 신체의 미세한 조정과 관련있는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이후 시행된 뇌 정밀 검사를 통해서도 두 그룹은 두뇌의 특정 영역에서 미세한 구조적인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이는 MRI의 일환인 확산텐서영상(DTI)이라는 기법을 통해 확인됐다. 즉 정권 내지르기 시 소뇌에서 손목과 어깨 동작의 동시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기술적으로 진보한 추가 연구를 통해 더 명확한 실태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영화 스틸컷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삼성·하이닉스, 공격적 승부수 통했다

    삼성·하이닉스, 공격적 승부수 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극심한 D램 시장 불황에도 흑자를 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때마침 일부 경쟁 업체들이 영업 손실을 견디다 못해 감산에 돌입하면서 2년 넘게 끌어오던 반도체 분야의 ‘치킨게임’(상대방이 포기할 때까지 목숨을 걸고 승부를 가리는 게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14일 타이완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1억 66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둬 59.6%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3억 51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17.9% 점유율로 2위를 지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더하면 77.5%로, 사실상 국내 업체들이 2분기 모바일D램 시장을 독식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반기 모바일 D램 시장에서도 28억 8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78%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모바일D램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반도체로, 최근 수요도 크게 늘고 있어 D램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2분기 D램 시장(PC용 D램 및 모바일D램 등 포함)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는 점유율 39.5%, 매출 27억 7600만 달러로 1위를 지켰다. SK하이닉스 역시 매출 17억 1300만 달러, 시장점유율 24.4%로 2위를 유지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4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서며 선전했다. 두 업체를 합친 시장 점유율도 63.9%에 달했다. 최근 D램 시장은 2010년 5월 정점을 기록한 뒤 올해 1월까지 2년 가까이 하락하다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오르는가 싶던 PC용 D램 가격이 지난달 들어 다시 급락했고, 모바일D램 역시 2분기에만 10%가량 하락하는 등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흑자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경쟁업체인 엘피다(일본)와 마이크론(미국), 파워칩(타이완) 등이 대규모 영업손실로 고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위기 상황에서 투자를 줄이고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 ‘동면’에 들어가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국내 업체들은 미세공정 개선에 과감히 승부수를 던져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온 덕분이다. 여기에 최근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일본 도시바가 애플의 가격인하 압력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감산에 나섰고, 엘피다 역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2년 넘게 이어지던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점도 국내 업체들에게는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정미세화 기술과 원가절감 등의 부분에서 경쟁사들에 크게 앞서 있어 하반기에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장성택訪中 이틀째] “北, 중국식 개혁개방 신호탄 황금평지구 투자유치가 관건”

    북한과 중국이 14일 황금평과 나선지구 공동 개발을 위한 관리위를 출범시키기로 해 배경과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이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보완한 ‘6·28 방침’을 선포한 데 이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이 중국식 개혁 개방에 본격적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010년 이후 지지부진하던 해당 지역의 개발을 촉진하고 북·중 경제 협력의 틀을 확대할 가능성에는 공감하나 앞으로 이를 통한 경제 협력이 빠르게 진척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황금평 지역 개발은 북한이 나선지구를 중국에 제공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요구한 성격이 커 중국으로서는 실익이 크지 않은 사안”이라며 “북·중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개발 협력에 합의한 것을 보면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이를 통해 양자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나선 지구는 중국의 물류가 동해로 나가는 중요한 거점으로,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라며 “6·28 방침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와 연계해 북·중 경제 협력이 강화되고 북한이 중국과 베트남식 개혁 개방의 경험을 압축적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황금평 개발 등에 있어 중국의 입김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혁 개방의 긍정적 신호탄으로 보이며 향후 회담에서 북한이 중국의 경제적 지지를 요청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양국 정부가 기업이 주축이 돼 시장을 바탕으로 상호 호혜의 원칙을 강조한 것이 주목된다.”며 “경제 활로를 찾고자 하는 북한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2002년 북한의 신의주 특구 실패 사례와 황금평 등은 다르다.”면서 “당시 신의주 개발은 단둥 개발을 우선시한 중국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실패로 끝났으나 이번에는 최고 지도자들이 만나 국가 대 국가로 합의함에 따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 경제 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큰 틀에서의 협력을 천명한 의미는 있다.”면서도 “선언적 의미만 있고 실제 개발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연구위원은 “나선 지역만 해도 현재 유통 관련 기업만 입주했을 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지역인데 황금평은 초기 투자 비용이 휠씬 많이 들어간다고 평가된다.”며 “북핵 문제 등이 해결 안 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를 망설이는 측면도 있는데 북한 당국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실행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사설] 정치후원금 투명화로 ‘돈 공천’ 퇴출해야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겠으나 새누리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비리는 결국 정치자금의 은닉성에서 비롯됐다고 할 것이다. 정치자금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이 정치자금 비리의 주된 구조적 배경이지만, 정치인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서 어디에 쓰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현실도 비리를 끊이지 않게 하는 토양인 것이다. 무엇보다 공식적 정치자금 조달 수단인 정치후원금 제도가 정치의 투명성 차원에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불법 정치자금 근절을 위한 처방과 더불어 그동안 온갖 논란을 낳은 정치후원금 제도 역시 손을 볼 때가 됐다고 본다. 새누리당이 정치후원금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일단 시의성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민주통합당은 공천 헌금 비리에 따른 수세 국면을 벗어나려는 술수라며 일축하고 있으나, 엄정한 비리 규명과 별개로 제도 개선을 위해 진력하는 게 좀 더 열린 자세라고 할 것이다. 새누리당의 구상은 정치자금 완전공영제와 후원금 기부내역 공개 확대, 그리고 이 둘을 절충한 방안 등 셋으로 나뉜다. 국회의원 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중앙선관위가 일괄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아 각 국회의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방안이 첫째이고, 정치후원금 기부자 공개 대상을 ‘연간 300만원 이상 기부자’에서 ‘반기별 60만원 초과 기부자’로 확대하는 게 둘째 안이다. 면밀한 장단점 검토가 이뤄져야겠으나 정당정치의 취지나 정치행위의 자유 등 헌법 정신을 감안하면 후원자 공개 범위를 확대하되 이로 인해 정치후원금이 말라 버리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특히 개선책 논의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은 ‘청목회법’과 같은 꼼수다. 여야는 지난 18대 국회에서 현행 법상 금지된 법인과 단체의 편법 지원을 합법화하는 ‘법인 후원금 쪼개기’ 양성화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런 행태를 되풀이한다면 후원금 제도 개선은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석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과도한 선거비용’이지, ‘선거비용의 불투명성’이 아니다. 선거비용이 수조원에 이르지만, 수입과 지출이 투명하니 시비가 적다. 그것이 미국 정당정치의 신뢰 기반이다. 한국의 정치자금에 대한 빈약하기 짝이 없는 신뢰를 되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 [지방시대] 지역현안과 대선공약/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지방시대] 지역현안과 대선공약/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대선 국면이 시작됐지만 정책은 큰 관심사가 아니다. 안철수 교수의 행보가 보다 흡인력을 발휘하면서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다. 또 후보들 간의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후보의 공약이 진짜 좋은 건지 한번 따져보자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빛이 바래고 있다. 후보들은 정책을 강조하기보다는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가십성 멘트나 이벤트성 행사에 더 관심을 쏟는 후보도 있다. 너나없이 “내가 최고의 대통령 자질을 갖췄다.”고 낯 간지러울 정도로 자신을 내세우지만, 정작 비전 제시와 어젠다 개발에는 미흡하다. 대통령이 되면 정책이나 전략을 연습할 여유가 없다. 주요 정책과 국제관계, 안보는 실시간으로 결단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과 정책의 깊이를 더 알아야 하는 이유다. 지역사회는 현안을 유력 후보들의 공약에 어떻게 반영시킬 것인가를 고민 중이다. 공수표가 될 수도 있지만 새 정부의 정책이 된다면 현안 해결에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인천의 경우 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 2호선, 미지급 예산 등 재정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물론 지방분권과 세제 등 구조적 차원의 개선 과제는 19대 국회에 기대한다. 그러나 현안을 해결하는 것은 무엇보다 새 정부와 대통령에게 달렸다. 지자체의 정책 관련 부서나 싱크탱크의 연구원들은 지역 현안을 국가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시민의 선택, 2012 어젠다’를, 전북발전연구원은 ‘전북지역 10대 어젠다’를, 경기개발연구원은 ‘19대 국회에 바란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울산, 충북, 전남, 제주 등의 연구원 등도 이달 말 발표를 위해 유사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각 정당의 후보들이 발표 또는 준비한 정책을 보면 색깔이 나타난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인 일자리, 성장, 복지, 교육, 문화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지역 현안들 가운데 국가적 과제가 많다. 인천국제공항의 허브화와 동남권신공항 건설, 제주해군기지 건설, 경북지역의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과 대체에너지 문제 등이 그것이다. 지역 내에 오래된 갈등과 해결돼야 할 과제도 많다. 수도권과 타지역 간의 갈등구조, 과학벨트를 둘러싼 경쟁, 남북 문제와 연계된 서해 5도와 강원도의 현안, 구도심과 신도시 문제 등이 있다. 대통령 후보들이 이처럼 산적한 과제들을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정책으로 반영할 것인가. 이 중에는 국가 어젠다와 상충되는 요인도 있다. 좁은 나라에서 대립적, 갈등적 요인을 안고 있는 지역 현안을 보노라면 한국사회가 참으로 복잡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새 정부와 대통령에게 힘든 5년을 예고하는 징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산의 범위 내에서만 공약을 국가적 사업과 정책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면 헛된 공약보다는 세입과 예산의 순환구조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곳간이 비어 있다면 제대로 된 정책이나 사업을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인천의 재정위기가 실증하고 있다. 현명한 대통령과 효율적인 정부를 꿈꾸는 후보라면 국가 세입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서 정책과 공약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 꿈쩍 않는 수입면도기·전동칫솔값

    꿈쩍 않는 수입면도기·전동칫솔값

    수입 전기면도기와 전동칫솔의 소비자가격이 수입가보다 평균 2.6배 이상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독일 제품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도 불구하고 가격 변동이 전혀 없었다. ●수입가의 평균 2.6배 ‘뻥튀기’ 한국소비자원은 12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으로 전기면도기 54종과 전동칫솔 14종의 평균 수입가격 및 소비자가격, 유통구조 등을 조사해 발표했다. 수입업체는 전기면도기를 평균 6만 841원에 들여온 뒤 중간 상인이나 소매업체에 10만 2386원에 넘기고, 이들은 다시 소비자에게 16만 1947원에 파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가격(부가가치세 제외)이 수입가보다 평균 2.66배나 비싼 것이다. 전동칫솔의 소비자가격은 수입가의 평균 2.71배로 나타났다. 수입가격은 3만 8068원이지만 소비자가격은 10만 3258원에 이르렀다. 세계적 소형 가전제품 업체인 독일 브라운사의 전기면도기와 전동칫솔은 지난해 7월 한·EU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철폐(8%→0%)에도 가격이 전혀 내려가지 않았다. 전기면도기 ‘760CC’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34만 2400원이다. 전동칫솔인 ‘오랄비 D20.525’와 ‘오랄비 OC20’도 각각 13만 5000원과 19만 9000원으로 요지부동이다. 올해 2분기 EU산 전기면도기의 평균 수입가격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5% 낮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수입·유통업체 마진 높다” 나광식 소비자원 가격조사팀장은 “칫솔이나 면도기 같은 소비재의 경우 수입가와의 차이가 대부분 유통마진과 관세 등인 점을 고려할 때 3배에 육박하는 가격 차이는 이들 수입·유통 업체가 지나치게 높은 마진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라며 “다른 소형 수입 가전제품과 비교해도 (마진율이) 높은 수준인 만큼 관세 철폐 효과 등을 고려해 가격을 다시 책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대기업 78% “정년연장땐 임금피크제”…10%만 “삭감안해”

    대기업 78% “정년연장땐 임금피크제”…10%만 “삭감안해”

    국내 50대 대기업들은 정년 연장에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켜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비판적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숙련 노동자에 대한 필요성과 노조의 요구, 사회 분위기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년 연장 못지않게 청년 일자리 만들기가 중요하다는 점도 잘 인식하고 있었다. 12일 서울신문이 5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 22개사가 정년 연장을 검토 중이거나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현대중공업과 GS칼텍스는 임단협 교섭을 통해 만 58세인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정년 연장 첫해부터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도 함께 시행한다. 한국타이어 노사는 정년을 현행 57세에서 연장하는 방안을 입단협에서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노사는 현재 57세인 정년을 연장한다는데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피크 도입을, 노측은 임금피크 없는 정년연장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정년을 1년 늘리기로 했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된 현대차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60%에 가까운 29개사는 연장 적용 첫해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다만 정년이 연장된 햇수만큼 임금피크제를 미리 적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회사도 7곳이었다. 정년이 55세에서 57세로 늘어나면 53세부터 줄어든 연봉을 받는 식이다.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정년을 늘리는 동시에 신입사원도 채용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임금피크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제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4곳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중공업계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정년 연장 법제화는 이윤 창출 여부에 따라 고용을 조절하는 경영 논리를 거스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정년 연장 시행에 따른 정부 지원책으로 상당수 기업은 세제 감면 등을 원했다. 임금피크제의 사전 적용 의무화나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10대 그룹 인사 담당자는 “기존에 존재하다 없어진 고령자 고용에 따른 지원금 혜택이 부활돼야 한다.”면서 “장애인이나 보훈대상자 등 세분화돼 있는 고용의무 기준을 통합, 기업이 자율적으로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년을 연장한 회사를 정부가 도와주면 직장인과 자영업자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고용은 기업의 당위적인 의무인 만큼 정부의 지원을 요청해서도 안 되고 정부 역시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의견으로는 ‘둘 다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인 25곳에서 나왔다. 이어 ‘청년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회사는 20곳이었지만 정년 연장을 선택한 회사는 2곳에 불과했다. 한 화학 업종 대기업 관계자는 “기존 직장인 입장에서는 정년이 늘어나는 게 좋겠지만 자칫 청년 일자리를 갉아먹는 집단 이기주의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청년 일자리 만들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 [Weekend inside] ‘쩐의 전쟁’ 비례대표 공천

    [Weekend inside] ‘쩐의 전쟁’ 비례대표 공천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야당 총재를 할 때지. 공천(公薦)할 때가 되면 동교동 거실에 있는 값 나가는 도자기나 가구는 싸구려로 싹 바꿔 놔. 평소에는 DJ 앞에서 꼼짝도 못하던 인사들이 공천이 위태롭거나 떨어졌다 하면 동교동으로 몰려와 난장을 쳐. 거실에 보이는 물건들은 다 부숴버려요. 그러면 DJ는 짐짓 모른 척 가만히 있어. 말리는 사람도 없고 말이지. 선거 앞두고 공천 때면 천하의 DJ도 집안 물건들이 남아 나지 않는다니까. 공천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아.”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이 기자에게 건넨 DJ의 일화다. 3김 시대의 상징으로 ‘제왕적’ 총재였던 DJ도 공천 때마다 극심한 몸살을 앓았던 것이다. 여의도 정치판에서 공천은 현역 의원뿐 아니라 구름같이 몰려드는 정치 지망생에게 ‘죽고 사는’ 문제다. 특히 비례대표는 ‘공천 뇌물’ 의혹이 끊이지 않는 병폐였다. 오죽하면 ‘전(錢)국구’, ‘돈비례’라는 오명이 사라지지 않을까. ●“玄의원 공천 뇌물은 빙산의 일각” 현영희 의원의 금품 로비 의혹에 휩싸인 새누리당은 흉흉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0일 기자와 만나 “현 의원의 공천 뇌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4·11 총선 때 공천을 신청한 비례대표 중에서 상당수가 돈을 썼다는 얘기가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며 “오랜 정당 경험으로 볼 때 아마 걸리면 다 들통날 행태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 의원의 경우 아랫사람을 잘못 쓴 운 나쁜 사례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새누리당 B의원은 “이번에 비례대표에 당선된 모씨가 20억원을 초등학교 동창인 친박(친박근혜)계 실세에게 줬다는 얘기부터 또 다른 인사가 친박계 실세와 사돈지간인데 50억원을 상납했다는 소문까지 파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봐도 “대표성이나 전문성과 거리가 멀지만 선관위에 신고된 재산 내역을 보면 어마어마한 자산가들이 적지 않다.”면서 “박근혜 후보의 대선자금 조성용 공천이 아니냐는 의혹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의 평균 재산은 65억 4258만원, 자유선진당 40억 4349만원, 민주당 6억 4134만원, 통합진보당 2억 9145만원의 순이었다.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 비례대표를 했던 박선영 전 의원은 최근 공개적으로 비례대표의 공천헌금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고발했다. 박 전 의원은 “정당이 교회도 아니고 무슨 헌금을 내냐.”며 “공천헌금이 아니라 공천 뇌물이 맞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비례 1번부터 10번까지는 얼마, 11번부터 20번까지는 얼마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며 “내가 알기로는 비례대표뿐 아니라 지역구 공천을 받을 때도 굉장히 많은 비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 지망생들의 여의도 입성 루트인 비례대표는 출발부터 ‘돈’이기 일쑤다. 이번 4·11 총선 때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접수 비용은 후보당 50만원, 민주당은 300만원이었다. 새누리당 신청자는 616명, 민주당이 282명으로 양당이 접수비로 거둬들인 돈만 각각 3억 800만원, 8억 4600만원에 달했다. ●대가성 입증 쉽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 비례대표 자리를 노리는 ‘낙하산’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른바 ‘특별당비’라는 정체불명의 돈이 오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2000년 이전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특별당비가 관행처럼 당연시될 정도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18대 총선 때 친박연대의 공천헌금 파문.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30대 초반의 양정례 당선자가 특별당비 명목으로 17억원을, 김노식 의원이 15억원을 서청원 당시 대표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나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도 18대 비례대표를 추천하며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로 2009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8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30억원을 받은 비리 사건이 충격을 줬다. 총선뿐 아니라 지방선거도 도마에 올랐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여주군수가 5만원권 뭉칫돈 2억원을 한나라당 의원에게 공천 대가로 건네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 현행 공직선거법 47조 2항에는 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금지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 처벌되려면 대가성을 입증해야 해 법적 차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총선 때만 ‘공천 보은금’이 건네질까. 여의도 정가에서는 “수시로 이뤄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당내 실력자인 중진 의원들의 출판기념회.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연중 수시로 국회 의원회관, 헌정기념관, 국회도서관에서 열린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출판기념회의 수입과 사용 내역은 공개하지 않아도 돼 정치자금의 법적 제약이 없다. 지난해 11월 당시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 출판기념회에는 5000여명이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뤄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출판기념회의 풍경도 비슷하다. 줄지어 선 참석자들이 책을 받은 뒤, 판매 대금함에 흰 봉투를 쏟아 넣는 모습이 일상적이다. 봉투 안에 든 금액은 참석자와 출판기념회를 주관한 의원 당사자만 안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를 원하는 정치지망생 상당수가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진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얼굴 도장을 찍고 상당한 금액을 후원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천 전이든 공천이 이뤄지는 과정이든, 그 이후의 보은성 후원이든 비례대표 공천의 대가로 ‘돈’은 돌고 돌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총선 3개월 전 비례명단 공개 제도화” 비례 공천의 악습은 왜 되풀이될까.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비례대표 후보가 밀실에서 결정되는 시스템과 공천권을 중앙당이 쥐고 있는 구조 때문에 줄을 대려는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공천 권한을 당원들에게 나눠주거나 유권자가 직접 공천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다 의석인 300석으로 문을 연 19대 국회에서 지역구 의원은 246명. 비례대표는 54명이다. 현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단순 다수대표제와 정당투표가 혼용돼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 1등만 당선되는 만큼 이를 통해 발생되는 사표(死票)와 직능·계층의 대표성이 소외될 수 있는 부작용을 보정하자는 게 비례대표제의 취지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가 계파 간 이익에 따라 나눠 먹는 전리품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당내 계파에 할당된 몫으로 여겨지다 보니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친다. 어느 세력의 인사가 공천됐는지, 순번은 빠른지를 놓고 당내 실력자 간 밀실 담판이 벌어진다. 통합진보당의 19대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 역시 정파 간 세력 확장 경쟁의 극단적 사례다. 통진당의 정파 간 내홍은 분당으로 치닫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 자체가 정쟁거리가 되면서 비례대표 후보 명단 역시 선거가 임박해서야 확정된다. 유권자로서는 당의 간판만 보고 찍는 모양새가 된다. 비례대표 검증 자체가 구조적으로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19대에서 여야가 앞다퉈 청년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비례대표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현 공천 시스템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비례대표 당선자 명단을 결정하는 방식이 지금처럼 당 지도부에 일임되면 지역구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며 “현행 폐쇄형 방식을 유권자가 비례대표 명단을 통해 순위를 직접 정할 수 있도록 개방형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비례대표 공천이 신뢰받을 수 있도록 유권자 앞에 선정 기준을 객관적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3개월 전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공개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공천 비리에 대한 내부 고발 포상금을 더 확대하는 등 감시 체계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환·황비웅·이범수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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