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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여행 | 제주를 걷는 새로운 방법②추억 따라 걷기-제주시 두맹이 골목

    국내여행 | 제주를 걷는 새로운 방법②추억 따라 걷기-제주시 두맹이 골목

    ●추억 따라 걷기제주시 두맹이 골목두맹이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보면 골목길을 놀이터 삼아 뛰놀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래서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기억의 정원’이다. 흐릿한 골목길의 추억 트레일 어딜 가나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는 피하고 싶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추천해 주고 싶지만 너무 유명세를 탈까 두려워 나만 알고 있는, 그런 숨은 맛집 같은 곳을 찾고 싶었다. 그 시점에 인터넷 카페에 누군가 올려놓은 ‘두맹이 골목’ 사진을 우연히 발견했으니 운수가 좋았다. 제주시 일도2동 중앙병원 뒷골목이다. 도시에서 보았다면 복고풍이라고 느꼈을 법한 서체의 간판을 달고 있는 상점들, 어릴 적 구멍가게의 촌스러운 이름까지 ‘이곳이 제주도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낙후된 마을. 그래도 계속 걸었다. 어느 순간 예닐곱 살의 아이들이 그렸을 법한 그림이 타일 위에 그려져 붙어 있는 담벼락을 발견했고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니 딱지를 치는 아이들, 전봇대 뒤에서 말뚝박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일터에 나간 아빠를 기다리는 듯한 엄마와 아들도 있고, 축구공을 한 손에 들고는 같이 놀 친구를 찾는 아이도 눈에 띈다. 담벼락 위로 예쁘게 핀 꽃들과 그 사이를 유유히 날아가는 나비까지. 두맹이 골목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들이다. 조용한 골목길과는 대조적으로 담벼락은 너무나 밝고 활기가 넘쳤다. 두맹이 골목의 모습은 그렇다. 기억 저편에 두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콘크리트와 시멘트 벽으로 차갑게 방치되었던 곳을 따뜻한 그림들로 채우면서 감각적인 마을로 변신했다. 이는 2008년 제주특별자치도 공공미술 공모전에 선정된 일도2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탐라미술인협회 공공미술제작팀이 협업하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올리는 요즘 시대에 옛 것을 파괴하지 않고 지키면서도 아름답게 재탄생시켰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모자란 것이 더 많지만 두맹이 골목길이 탄생하면서 하나둘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이고 있다. 특별한 장소도 있다. 지역주민들과 아이들을 위한 두맹이 작은 도서관, 추억의 만화 주인공들이 가득 그려진 담벼락 앞의 작은 쉼터는 낙후된 지역으로 관심받지 못하던 일도2동에서 새롭고도 뜻 깊은 곳이다. 유난히 아이들의 그림이 많은 두맹이 골목이지만 실제로는 아이들보다 차들이 더 많다. 어릴 적 놀이터와 같았던 골목길에 아이들이 사라진 요즘, 담벼락 안에 그려진 아이들이 조용히 말을 건넨다. 기억의 정원에서 잠시 놀다 가라고.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찾아가기 제주시 일도2동 중앙병원에서 약 100m 직진, 킹마트 골목으로 우회전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제주관광공사 www.ijto.or.kr
  • [기초단체장 화제의 당선자] “마곡지구 살려 강서 도약 발판으로”

    [기초단체장 화제의 당선자] “마곡지구 살려 강서 도약 발판으로”

    “중단없는 강서 발전으로 주민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노현송(60) 서울 강서구청장 당선자는 4일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노 당선자는 “민선 5기에 이어서 앞으로 4년 동안 강서 도약의 확실한 발판을 만들겠다”면서 “다시 한번 주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지금의 마음을 4년 동안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선 없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강서구청장 후보를 거머쥐었지만 세월호 참사 등으로 선거 운동을 거의 못했다. 새누리당 후보가 일찍 경선을 마치고 준비를 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노 당선자는 “주민들에게 민선 5기 4년 동안 구청장으로서 평가를 받는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면서 “이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서 지역 발전의 열쇠는 마곡지구다. 노 당선자는 “앞으로 4년은 마곡지구에 대기업이 자리 잡고 주민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마곡지구가 산업단지와 친환경 공원, 주거단지가 어우러진 명품 국제도시가 되도록 서울시 등과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공항 고도 제한 완화와 군 부대 이전을 통한 방화대로 조기 개통, 서부지하철(신정지선) 노선 연장, 의료문화관광특구 지정 등에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연구 용역을 했고 그 결과를 가지고 정부와 국토해양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개혁과도 맞물리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아들덕 크게 봤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아들덕 크게 봤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 단일 후보인 조희연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오후 6시 투표가 종료와 동시에 공개된 KBS·MBC·SBS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희연 후보가 40.9%를 득표해 현직 서울교육감 출신인 보수 성향 문용린 후보(30.8%)를 10.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조희연 후보의 경우,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 후보에게 줄곧 뒤지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와중에 고승덕 후보의 친딸인 캔디 고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남매를 버리고 돌보지 않은 아버지는 서울시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주장, 파장을 낳았다. 여론조사 1위를 지켜던 고승덕 후보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조희연 후보의 아들 조성훈군은 다음 아고라방 정치토론방에 “제가 20년 넘게 아버지를 가까이에서 지켜온 바로는 적어도 교육감이 돼 부정을 저지르거나 사사로이 돈을 좇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며 아버지의 지지를 호소했다. 고승덕 후보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출구 조사결과가 나오자 네티즌들은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출구조사만 보면 조희연 후보의 선전에는 아들의 진솔한 글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나름 분석을 내놓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 교육감 지지율, ‘고승덕’ 변수로 ‘시계 제로’…각 후보 마지막 카드는?

    서울시 교육감 지지율, ‘고승덕’ 변수로 ‘시계 제로’…각 후보 마지막 카드는?

    서울시 교육감 지지율, ‘고승덕’ 변수로 ‘시계 제로’…각 후보 마지막 카드는? 6·4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시교육감선거가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른바 ‘고승덕 변수’로 불리는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문용린·조희연 후보 등은 상황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지지율 선두인 고승덕 후보를 따라잡기에 나섰다. 고승덕 후보는 2일 외부 유세를 중단하고 방송과 전화 인터뷰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다. 자신의 친딸인 고희경(27)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아버지는 이혼 뒤 자녀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는 주장이 파문을 일으킨 탓으로 분석된다. 고승덕 후보는 언론을 통해 “딸이 개인적인 의사로 올린 글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문용린 후보와 전 처가인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일가의 ‘정치 공작설’을 제기했다. 또 “딸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에 문용린 후보와 딸아이의 외삼촌이 교감을 한 것인지, (문 후보의) 통화 기록 공개를 요구한다”며 “문용린 후보가 딸의 외삼촌을 통해 딸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덕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던 문용린 후보는 진보 진영의 조희연 후보쪽으로 포문을 돌렸다. 고승덕 후보의 집안 문제와 관련, 아들의 지지글로 조희연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용린 후보는 2일 “조희연 후보는 재작년 TV 토론에서 ‘주사파 정당까지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고, 무단 방북해 김일성 부자를 찬양했던 한상렬 목사의 출소를 축하하는 행사에 참석해 환영사를 했다”면서 “조희연 후보는 국가관·역사관·교육관을 명확히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조희연 후보 진영은 고승덕 후보의 악재와 대조적인 ‘아버지를 존경하는 아들’이라는 콘셉트로 유권자들의 마음잡기에 나섰다. 2일 아침 주요 일간지 1면에는 조 후보의 두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 또 문용린 후보가 제기한 국가관 의혹에 대해서 “철 지난 색깔론을 다시 꺼내 든 것”이라면서 “모든 것을 이념적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후진적”이라고 맞섰다. 한편 지난달 말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고승덕 후보의 지지율이 문용린 후보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조희연 후보도 그 뒤를 만만찮게 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고승덕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고승덕 변수’가 4일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7~28일 서울 지역 유권자 10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3.0%포인트)는 문용린 후보 23.3%, 고승덕 후보 21.9%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희연 후보는 18.7%, 이상면 후보는 3.4%로 나타났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30일 발표한 조사(27~28일 서울 성인 511명, 95% 신뢰수준 오차범위 ±4.3%포인트, 응답률 13.1%)에서는 고승덕 후보 28.9%, 조희연 후보 17.4%, 문용린 후보 16.7% 순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26~27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고승덕 후보가 31.2%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문용린 후보가 27.2%, 조희연 후보가 17.1%로 순으로 나타났다. 조희연 후보의 약진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일과 21일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고승덕 25.6%, 문용린 16.4%, 이상면 9.0%, 조희연 6.6%로 조희연 후보가 최하위를 기록했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최대 ±3.5%, 응답률 33.2%다. 지난달 29일부터 원칙적으로 여론조사 결과 공표는 금지됐다. 다만 29일 이전에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는 공개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희연 아들 아고라 “아버지,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사람” 고승덕 딸 “교육감 안돼”

    조희연 아들 아고라 “아버지,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사람” 고승덕 딸 “교육감 안돼”

    조희연 아들 아고라 “아버지,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사람” 고승덕 딸 “교육감 안돼” 서울시 교육감 후보 자녀들의 글이 화제다. 조희연 후보의 아들들은 아버지 응원을, 반대로 고승덕 후보의 딸은 아버지의 낙선을 바라는 글을 올려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조희연 후보 아들 조성훈 씨는 다음 아고라 정치토론방에 올린 게시글에서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아버지로서의 조희연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인간으로서의 조희연은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어느 순간에서나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제가 20년 넘게 아버지를 가까이에서 지켜온 바로는, 다른 것은 모르지만 적어도 교육감이 돼 부정을 저지르거나 사사로이 돈을 좇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정반대로 고승덕 후보의 장녀라고 밝힌 고희경(캔디 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 시민에게(To the Citizens of Seoul)’라는 글을 통해 아버지의 낙선을 호소했다. 고씨는 ”고승덕 후보는 자신의 자녀의 교육에 참여하기는커녕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감 후보로서 자질이 없다. 정확한 진실을 서울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고승덕 후보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네티즌들은 “조희연 아들, 고승덕 딸 너무 대조적이다”, “조희연 아들, 고승덕 딸 뭐지”, “조희연 아들 대단하네. 고승덕 딸 마음 속에 응어리가 많은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산 백제시대 석조사면불 훼손 막게 보존처리하기로

    우리나라 최초이자 백제시대 유일의 사면불(四面佛)인 충남 예산군 봉산면 화전리의 석조사면불상(보물 제794호)이 보존 처리된다. 문화재청은 2일 미세먼지 오염과 균열로 훼손된 예산 화전리 석조사면불상을 이같이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6세기쯤 조성된 불상은 남측 면과 동측 면 광배(光背) 부분에서 박락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광배는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것을 이른다. 이번 보존 처리는 사면불상의 구조적 안정과 풍화 훼손 상태 등을 3차원 정밀 실측을 거쳐 표면 오염물 세척, 균열 부위 접착, 암석강화 처리 등의 순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불상은 자연석의 사면에 불상을 조각한 것으로 1983년 국립공주박물관이 발굴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기고] “법의 지배를 통한 국가개조”/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기고] “법의 지배를 통한 국가개조”/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국민은 비리백화점 같은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근원적으로 척결하기 위해 제도적·법적 예방조치를 완벽하게 갖춰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국가개조는 5년 임기의 정부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세월호 침몰 참사 후 언론인 전문가들은 각양각색의 수많은 처방들을 내놨다. 참고될 만한 것들도 있었지만 정곡을 찌른 처방은 보이지 않았다. 민주국가에서는 점진적 국가개조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원점인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법의 지배’(법치주의)를 통한 국가개조다. 1987년 체제로 우리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성공했지만 내공을 쌓는 실체적 민주주의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실체적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 즉 법치주의의 생활화다. 1215년 마그나 카르타(大憲章)에서 비롯된 ‘법의 지배’ 원칙은 그 후 영국의 크롬웰 명예혁명과 미국독립혁명, 그리고 프랑스혁명을 거쳐 서구민주주의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흑백인종 등 150여개 민족을 하나의 용광로로 융합할 수 있었던 것도 민주주의 핵심인 법치주의가 생활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법 따로 현실 따로인 ‘유전무죄 무전유죄’관행이 뿌리깊게 똬리를 틀고 있어 법의 지배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관재(政官財) 마피아’(입법, 사법, 행정 고위관료들과 재벌그룹)의 법과 일반국민들의 법으로 2원화돼 있기 때문이다. ‘정관재 마피아’는 법 위에 군림하는 고려말 권문세족과 유사하다. ‘정관재 마피아’ 그룹은 권력과 금권의 돌쩌귀를 중심으로 회전문을 드나들면서 세습적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배후원인 제공자인 유병언 일가는 탈세, 횡령 등 범죄를 통해 1300억원대의 거대한 부정축재를 하고도 검찰을 조롱하듯 유유히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 저축은행비리와 원전비리, 일부 재벌들의 부도 직전 사채 발행과 주가조작, 탈세, 횡령, 변칙상속, 수십조원대의 분식회계, 전관예우, 장관들의 상투적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낙하산인사, 민간인에 대한 공직 진입장벽치기 등 헤아릴 수 없는 부패와 부조리가 ‘정관재 마피아’ 그룹의 구조적 적폐다. ‘정관재 마피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사면복권의 남발은 법의 지배원칙을 크게 훼손했다. 장자크 루소는 법은 약속이며 사회계약이라고 했다. 해가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지는 것이 자연규범인 것처럼 약속인 법규범도 이처럼 지켜져야만 문란한 국가기강과 사회질서를 똑바로 세울 수 있다.
  • 장성 요양병원 당직 의사 “결박 지시 안 했다”

    화재로 29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별관이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는 등 안전관리에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남경찰청은 1일 별관 1~2층 바닥면이 벽면에서 아래쪽으로 3㎝가량 침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병원 근무자들로부터 ‘바닥 처짐 현상’ 때문에 건물 붕괴 우려로 불안했다는 진술을 받았고, 이후 병원의 조치가 적법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또 발화 지점인 별관 2층엔 당시 소화기 11개 가운데 8개가 잠긴 캐비닛에 보관돼 있었다. 요양원은 전남도의 특별 지시에 따라 사고 일주일 전인 지난달 21일 장성군으로부터 안전점검을 받았으나 ‘양호’ 판정을 받아 이 역시 형식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혐의로 구속된 김모(81)씨를 ‘감정유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평상시 의사 지시를 받아 통제가 어려운 환자들을 결박했다”는 일부 간호사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당직 의사를 불러 조사했으나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조희연 아들 “아버지는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사람” 고승덕 딸 “교육감 당선 안돼”

    조희연 아들 “아버지는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사람” 고승덕 딸 “교육감 당선 안돼”

    서울시 교육감 후보 자녀들의 글이 화제다. 조희연 후보의 아들들은 아버지 응원을, 반대로 고승덕 후보의 딸은 아버지의 낙선을 바라는 글을 올려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조희연 후보 아들 조성훈 씨는 다음 아고라 정치토론방에 올린 게시글에서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아버지로서의 조희연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인간으로서의 조희연은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어느 순간에서나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제가 20년 넘게 아버지를 가까이에서 지켜온 바로는, 다른 것은 모르지만 적어도 교육감이 돼 부정을 저지르거나 사사로이 돈을 좇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정반대로 고승덕 후보의 장녀라고 밝힌 고희경(캔디 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 시민에게(To the Citizens of Seoul)’라는 글을 통해 아버지의 낙선을 호소했다. 고씨는 ”고승덕 후보는 자신의 자녀의 교육에 참여하기는커녕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감 후보로서 자질이 없다. 정확한 진실을 서울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고승덕 후보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네티즌들은 “조희연 아들, 고승덕 딸 너무 대조적이다”, “조희연 아들, 고승덕 딸 뭐지”, “조희연 아들 대단하네. 고승덕 딸 마음 속에 응어리가 많은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좌초하는 한국경제 돌파구 없나(하)] “정부 신뢰회복·양질의 일자리 만들어 내수 활성화해야”

    [좌초하는 한국경제 돌파구 없나(하)] “정부 신뢰회복·양질의 일자리 만들어 내수 활성화해야”

    연초의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는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재정조기집행, 온누리상품권 할인 판매, 공무원 복지포인트 조기 사용 권고 등 각종 미니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비 둔화는 세월호 사고로 최근 두드러지게 보일 뿐 중장기 불황의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정부가 일시적인 세월호 소비 둔화에 매달리기보다 근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각종 부양 대책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봤다. 1일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의 내수 침체를 중장기 불황의 전조로 해석했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잊히면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보지 않으며, 소비가 단기적으로 늘어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불황이 우려된다”면서 “급여가 많이 오르지도 않고, 자영업자는 장사도 잘 안되는 데다가 장기간 저금리로 인해 금리메리트(금리가 낮아지면서 빚이 줄어드는 현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계부채도 늘고 있어 정부가 찔끔찔끔 주는 복지 혜택으로는 서민들이 구매력을 높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일본도 국민의 지갑을 열기 위해 바우처까지 주었지만, 이것마저 할인해 팔아 저축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5월 이후 100(2005년 수치)을 넘어섰지만 지난달까지 11개월간 101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미약한 개선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들이 경기회복세를 느낄 수 없다는 뜻”이라면서 “기업의 설비 투자 등 총투자도 1990년대 전에는 증가율이 10%를 넘었지만 지금은 1%대를 10년간 지속하고 있으니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둔화에 대한 정부의 전통적인 대책은 예산 조기 집행 등 정부 지출을 늘리는 방식인데 이번에도 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면서 “기준금리를 내리자는 얘기도 나오지만 세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추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구조적인 문제에 세월호 사고까지 겹치면서 지금은 그런대로 견디는 것 같지만 3~4분기에는 경기 침체의 모습들이 실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면서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문제로 인한 불안한 미래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당장은 소비캠페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환 아주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소비가 줄어든 것은 세월호 사고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불안한 사태 수습 과정이 만들어낸 불신 때문”이라면서 “사람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자구책을 찾기 위해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내수 회복 여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지금은 안전 수요가 생겼으니 이곳에 청년들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인위적인 소비진작책은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내수 자체를 일으키기 힘든 상황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여 내수활성화로 성과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문무겸비형 군인… 의병장 한봉수 선생 손자

    1일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한민구 전 합참의장은 구한말 항일 의병장이던 한봉수(1884~1972) 선생의 손자로 야전과 정책 분야에 대한 안목과 갈등 해결 능력이 돋보이는 ‘문무겸비형’ 군인으로 꼽힌다. 온화하고 친화력 있는 성품으로 ‘북한 도발 시 원점타격’을 강조한 김관진 장관의 강성 이미지와 대조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내적으로 원칙과 소신이 강한 외유내강형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합참의장 재임 시절인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군의 미흡한 정보판단 등 초기 대응 부실로 경질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후 북한의 국지도발 시 미국의 전력까지 가세해 응징한다는 내용의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 작성을 주도했다. 그는 2006년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 재직 당시 열렸던 남북장성급회담의 우리 측 수석대표를 맡는 등 대북 협상 경험도 갖추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2012년 대선 당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국방안보추진단에서 국방·안보 분야 정책을 조언한 것이 꼽힌다. 부인 곽정임(55)씨와 1남 1녀. ▲충북 청원(61) ▲청주고 ▲육사 31기 ▲53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도방위사령관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 ▲㈔미래국방포럼 이사장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아이돌 ‘연기 2모작’ 갈수록 빨라진다

    아이돌 ‘연기 2모작’ 갈수록 빨라진다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 2모작’ 행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가수 활동의 한계를 느낄 때 연기자로의 변신을 꾀하던 오랜 관행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에는 가수 데뷔 1~2년차에서부터 가요계 정상을 달리는 아이돌까지 앞다퉈 연기자 입문을 시도하고 있다. 갓 데뷔한 신인이나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5년차 내외의 아이돌 가수들이 연기 전선에 뛰어든 사례는 두드러진다. 이들은 역할 비중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조·단역에까지 얼굴을 내미는 추세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경우는 걸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 데뷔 이듬해인 2012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맛깔나는 사투리 연기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지난해 지상파 방송 드라마(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진출해 조연을 맡더니 다음 달 23일 방송하는 KBS 새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서는 주인공을 꿰찼다. OCN 드라마 ‘신의 퀴즈 시즌4’에는 슈퍼주니어의 동해와 레인보우의 김재경이 출연하고 있다. 신인 아이돌 그룹 비투비의 육성재는 지난해 tvN의 ‘몬스터’에 이어 tvN의 새 금토 드라마 ‘아홉수 소년’에 주연급으로 캐스팅됐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에서의 맹활약과는 대조적으로 지상파에서 아이돌의 진출은 상대적으로 까다로워졌다. 윤은혜나 정려원처럼 처음부터 주인공을 맡는 ‘신데렐라형’은 보기 드물다.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요즘은 위험 부담이 높은 주인공보다 오히려 눈에 띄는 조연을 선택하는 아이돌 연기자가 더 많다. 요즘 안방극장의 대세는 4~5년차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들. 걸그룹 씨스타의 보라는 SBS 월화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탈북자 출신 이창이를 맡아 털털한 이미지로 승부를 걸고 있다. 씨스타의 다솜은 KBS 현재 일일연속극 ‘사랑은 노래를 타고’의 주연으로 출연 중이고, 후속작인 일일극 ‘고양이는 있다’에는 걸그룹 시크릿의 전효성이 조연으로 나온다. 영화 ‘변호인’에 나왔던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도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에 주연급으로 활약 중이다. 인기 그룹 빅뱅의 승리도 SBS 주말드라마 ‘엔젤아이즈’에서 톡톡 튀는 감초 역할을 선택했다. 2AM의 임슬옹은 MBC 주말연속극 ‘호텔킹’에, 카라의 한승연은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 각각 조연으로 출연 중이다. 데뷔 2년째인 인기 절정의 그룹 엑소도 일부 멤버의 연기자 데뷔를 서두르고 있다. 엑소의 디오는 오는 7월 방영되는 SBS 새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제)와 영화 ‘카트’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로 스타덤에 오른 서강준은 아이돌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의 멤버로 연기자로 먼저 데뷔한 뒤 가수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역주행 전략을 썼다. 아이돌의 연기 2모작이 빨라지고 있는 주요 이유는 ‘한류 시너지 효과’를 챙기려는 계산 때문이다. 드라마 진출로 해외 활동 반경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씨스타의 소속사인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서현주 이사는 “극중 비중보다는 자기 역량에 맞는 역할이나 캐릭터를 중시해 연기 경험을 쌓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드라마가 흥행할 경우 해외 활동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요즘 가수 출신 아이돌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 등 전방위로 반경을 넓히는 시기가 빨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기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할 경우 드라마 수출 단가가 3~4배 높아지기 때문에 방송사나 제작사도 이들의 출연으로 손해볼 이유가 없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들은 국내외에 팬덤이 있어 홍보에도 유리하고 해외 수출 단가도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아이돌 가수의 생명력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것이 이들의 연기 2모작이 빨라진 실질적인 이유다. 가요 기획사의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는 생명력이 길지 않다는 사실을 자신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면서 “또한 연기 겸업을 일찍 시작할수록 드라마나 영화 흥행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가수 활동으로 손쉽게 이미지 회복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이돌 연기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방송 채널이 다양해져 이들이 활약할 공간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연예 기획사의 관계자는 “케이블, 종편 채널 및 모바일 등에서 선보이는 드라마 편수가 급증해 아이돌 가수들이 연기력 논란에 대한 부담을 덜 느끼면서도 ‘연기 수업’을 해볼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6·4 지방선거 D-4] 여야 부산시장 후보 표심 르포… 부산 경제·일자리 활성화 핫이슈

    [6·4 지방선거 D-4] 여야 부산시장 후보 표심 르포… 부산 경제·일자리 활성화 핫이슈

    초여름 햇살이 따가운 30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제주도산 낚시 갈치를 좌판에 내놓던 ‘대호수산’ 50대 여주인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금 오가는 손님 있나 쫌 보소. 경기도 안 좋은데 세월호 사태 때문에 매출이 딱 절반으로 줄었다. 당최 주머니에 돈이 안 들어온다”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제 싸움 그만하고 ‘생업으로 돌아가자’고 왜 안하나”라며 따끔하게 야단쳤다. 옆 가게에서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생멸치를 다듬던 ‘남해횟집’ 상인 이숙이(65·여)씨가 기자를 불러 세웠다. “정치인들이 여당이고 야당이고 부산을 너무 안이하게 본다. 부산을 물 먹이는 거 아이가”라고 삿대질을 했다. 이씨는 “지난해엔 여자 해수부 장관이 해수부가 부산 오는 걸 반대하더니, 신공항도 가덕도에 만들기로 합의했다 하더만 이제 와서 ‘되니 안 되니’ 한다”고 정부·여당을 답답해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새누리당 시장 후보가 됐으면 카는데 과연 기대만치 일을 제대로 하겠나”라며 미심쩍어했다. 두 블록 건너 생선구이 골목 안 ‘대선횟집’,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40대 남성 주인은 “(부산시장이) 누가 되든 침몰하는 부산을 다시 살려낼 사람이 필요하다. 아무리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된다 해도 일개 시장이 부산 경제·일자리 회생시킬 능력이 있나.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거돈 무소속 부산시장 후보를 가리켜 “여기선 사거돈인지 오거돈인지 육거돈인지 관심없다. 야권 단일화했으면 2번 달고 나와야지 왜 굳이 ‘아무데도 안 속하는 척’ 4번으로 나오나”라고 진정성을 의심했다.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서도 “중앙 정치는 오래 했다는데 본인이 자신이 없으니 자꾸만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우는 것 아닌가”라고 못마땅해했다. 그러면서 “예전에야 무조건 당 보고 찍었지만 여태껏 살아온 행적과 공약을 보고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6·4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부산 민심은 자조적이었다. 유권자들의 ‘여당 피로도’가 적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야권 후보에게 친밀감을 표시하지도 않았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침체된 지 오래된 부산을 살려낼 ‘9회말 구원투수’를 찾지 못한 무언의 불만이 높았다. 이런 기미는 이미 지난 2010년 민선 5기 지방선거 때 표출됐다. 당시 3선에 도전한 한나라당 소속 허남식 시장이 민주당 김정길 후보를 55.4% 대 44.6%로 눌렀지만 영남지역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중 최저 득표율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풍’에 대한 역풍이 컸지만 무엇보다 한나라당 독주 체제에 대한 불만, 남강댐 물 공동 사용·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등 정책 갈등으로 시민들의 소외감이 커진 탓이었다. 이번 선거도 서 후보가 초반 여유 있게 앞서 나가다 표심이 요동을 치면서 야권에 반격을 당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공표 시한인 지난 29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오 후보는 오차범위 내인 0.8~2.9% 포인트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이다. 선거 막판 오 후보와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단일화,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 사퇴 등으로 야권 결집이 가시화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새누리당 지도부는 뒤늦게 부산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1976년부터 운전대를 잡았다는 개인택시 기사 정영수(61)씨는 “내가 20년 넘게 한나라당을 찍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몰라도 1번 공천받은 사람 찍는 동네지만 이번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정씨는 “역대 정권에서 국회의장·부의장, 원내총무 등 수두룩하게 부산에서 배출했는데 그동안 발전된 게 뭐 있나”라고 반문했다. “여당 소속 시장이 10년 해먹었지만 하나 변한 게 없다. 여당 찍어줘 봤자 별거 없다 카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부산역 앞에서 주차 업무를 하고 있는 장대현(55)씨는 “며칠 전에 오 후보가 요 앞 광장에 와서 연설하고 갔다”면서 “어느 후보건 선거 때만 되면 찾아와서 ‘잘봐 달라’고 인사하고 가는 꼬락서니가 괘씸해 죽겠다. 그래서 아직 찍을 후보를 못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인구가 500만이 넘었는데 지금 350만을 겨우 넘는다. 경제가 안 좋으니 양산, 창원, 울산 타 지역으로 나가버리고 이래 갖고 사람 살겠나”면서 “힘 있는 여당 후보 뽑아주면 그 사람이 위(정부)에서 다 지원받아 준다는 보장 있나”라고 했다. 역 앞 공사장 너머를 가리키며 “산복도로나 우리 동네인 진구 범천동 같은 데는 주거환경도 낙후되고 개발도 뒤처졌다. 도시개발 잘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부산대 캠퍼스 안에서 만난 학생들은 절반 이상이 “후보는 잘 모르지만 일단 여당은 싫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강의를 끝내고 몰려나오던 국문과 여학생들은 이번에 투표권을 처음 행사하는 새내기 유권자들이라고 했다. 2학년 김민지(21)씨는 “이번 선거가 여당을 심판하는 자리라곤 생각하지 않고 우리 동네를 잘 발전시켜 줄 후보를 뽑고 싶다. 그래도 보수적인 새누리당은 싫다”고 못 박았다. 같은 과 최진아(22)씨는 “세월호 사태로 인해 오히려 정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커졌다”면서 “정부 정책이 임기응변식이다. 세월호 사태 터졌다고 해서 ‘수학여행 가지 마라’ 이런 정책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창회관에서 만난 학보사 소속 이예슬(21·여)씨는 “부산 젊은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일자리다. 졸업한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연봉 1800만원을 주는 데도 찾기 힘들다고 한다. 청년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오죽하면 ‘부산엔 노인과 바다뿐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온 지 오래됐다”면서 “매번 여당 후보만 찍어주다 보니 부산 발전이 정체된 거 아닌가. 오 후보는 부시장에 해양대 총장 경험도 있고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기계공학과 지모(25)씨는 “대기업만으로는 부산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힘 있는 중견기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녁 시간, 사하구 괴정시장 근처 호프집에서 생맥주 잔을 기울이던 40대 직장인 일행은 ‘박근혜식 국정 운영’이 안주거리였다. 부산 토박이로 죽마고우라는 임진태(43)씨는 “지금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문제 때문에 굉장히 예민하다. 대구·경북(TK)에선 밀양을 밀지 않나.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부산이 팽당했다는 소외감이 너무 크다”면서 “우리는 괄시당한 데 대한 보상심리가 큰데 박 대통령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인가. 밑에서 뒷받침을 잘해야 되는데 잘 못하는 것 같다”며 불만스러워했다. 친구 최삼열(44)씨는 “대통령도 이제 인사에서 너무 고집 세우지 말고 국민의 소리도 들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낙마한 안대희 총리 후보자도 적임자라 했는데 전관예우 때문에 무너진 거 아닌가. 이번 선거 때 정신 좀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느 시장 후보를 찍을 건가”라는 물음에 임씨는 “밉지만 그래도 한 표 줘야 되지 않겠나”라고 새누리당을 향했고 최씨는 담배를 피워 물며 “그때 가봐야 안다”고 대답을 미뤘다. 사상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하아름(33)씨는 세 살배기 딸을 카트에 싣고 가다 불만을 터뜨렸다. “부산은 서울보다 작은데 빈부 격차는 더 크게 느껴진다”면서 “잘 모르지만 야당 후보에게 관심 갖고 있다”고 했다. 연제구 아파트 단지 안 공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던 40대 부부는 “대통령이 열심히 하는지 몰라도 우리 사회 적폐 청산, 해묵은 공무원 개혁은 어림없다. 한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서운함을 표출했다. 부산 시내 곳곳에선 ‘힘있는 일자리 시장 서병수’, ‘부산의 힘, 시민의 시장’이라고 쓰인 여야의 플래카드가 요란하게 내걸렸지만 퇴근길 시민들은 무관심하게 발을 옮기고 있었다. 부산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쓸 돈 없는데… “돈써라” 읍소하는 정부

    쓸 돈 없는데… “돈써라” 읍소하는 정부

    정부가 민간 소비를 늘리기 위해 연일 ‘읍소’를 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경기 회복세의 불씨가 아예 꺼질까 우려해서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쓸 돈이 없다. 가계수지 흑자는 분명 늘고 있지만 불안한 노후와 비싼 사교육비 탓에 ‘불황형 흑자’에 갇혀 허덕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로 인한 내수 둔화까지 겹치면서 더블딥(경기가 회복하다 다시 침체되는 현상)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는 지난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비 등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길 당부드린다”며 소비 정상화를 부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 등 가격이 폭락한 채소류에 대해 소비 촉진 대책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역시 다시 매매가 둔화되는 부동산 시장에 더 이상 특별한 대책을 내놓는 대신 국민들이 매매에 나서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가계 소비 증가율(4.4%)은 소득 증가율(5.0%)을 따라가지 못했다. 불안한 노후 준비 자금,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역(逆)자산 효과, 사교육비 증가 등이 소비를 크게 늘리지 못하는 이유다. 사실 지난 1분기 가계수지 흑자율(쓸 수 있는 돈 중에 흑자액의 비율)은 25.5%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1분기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1024조 8000억원으로 1년 만에 61조 7000억원이 급증했다. 서민들이 ‘불황형 흑자’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적인 이유에 세월호 사고까지 겹치면서 내수는 위기다. 서울 방산시장에서 쇼핑백을 파는 심우석(33)씨는 “5월은 가정의 달에 스승의날, 회사 야유회까지 겹쳐 성수기이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며 “2012년부터 안 좋아진 경기가 세월호 사고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도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지난 1분기에는 경기 회복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12년 3분기 이후 증가하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1%(전기 대비)까지 올랐다가 지난 1분기엔 0.9%로 하락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산업 피해도 우려된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20.6원으로 5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커피스미스 손태영 대표, 차별화된 컨셉으로 승부

    커피스미스 손태영 대표, 차별화된 컨셉으로 승부

    2008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커피스미스가 처음 나타날 때만 해도 세간에는 기존의 인테리어 개념을 뒤엎는 파격 그 차체였다. 이들은 역발상 전략으로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과감한 디자인과 선 굵은 컨셉으로 독창성을 한껏 높였다. 1~2층을 한 매장처럼 자연스럽게 연출하여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으며, 고재를 이용한 나무바닥은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하였으며, 내.외벽을 시원스럽게 처리하여 여백의 미를 강조하였고,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서 독특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잘 연출하였다는 평이다. 실내 인테리어와 함께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거나 아예 일부분 또는 전체를 재건축하여 확실한 그들만의 느낌을 연출한다. 현재 생겨나고 있는 커피스미스 매장을 보면, 건물 전체에 획일된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를 일체화하여 서구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스케일이 크고 구조적으로나 건축적인 미를 살려 외관에서 시선을 사로 잡는 매력이 있다. 평범하고 식상한 인테리어를 지양하고 뭔가 독특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컨셉 때문에 대형커피숍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잘 어필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이들의 설명에 의하면 신축비용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건물 전체의 리모델링 및 커피숍이 가능하다고 한다. 커피스미스(www.coffeesmith.co.kr)의 이러한 움직임 뒤에는 손태영 대표가 있다. 건축부터 실내디자인까지 모든 부분을 디자인하고 있으며, 2009년 강남구청장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선정되어 수상한 경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직영점 및 가맹점 모든 매장을 세세한 부분까지 손대표가 디자인 및 설계, 디테일한 마감 부분까지 직접 관여한다고 한다. 가로수점과, 홍대점, 안양중앙점, 부산광복점, 석촌호수점, 광안리점, 삼청점, 동탄점, 청계천점, 신촌점, 강남역대로점, 서현점, 익산점, 구미 인동점, 순천점, 포항 영일대점, 광주가로수점 등은 이러한 것들이 잘 반영된 매장들이다. 대다수의 브랜드가 인테리어에만 치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테리어의 진정한 차별화는 주위 경관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손태영 대표는 말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이러한 매장을 전국 각지를 대상으로 발굴할 것이라는 포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근래에는 중국시장 진출을 활발하게 준비하고 있다. 굴지의 중국 파트너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커피스미스의 중국 진출의 담금질을 하고 있다고 한다. 머지 않은 장래에 중국에서도 스케일 큰 대형의 커피스미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또한, 커피스미스는 소비자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KBS ‘루비반지’와 MBC ‘빛나는 로맨스’ 그리고 올 하반기 방영 예정으로 촬영이 진행 중인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등 여러 작품의 PPL 제작지원 및 장소협찬을 통해 브랜드의 친밀감을 높이고 있고, 브라운관 내에 톡특한 컨셉과 미니멀한 커피스미스 매장 인테리어 노출로 시청자를 공략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드라마의 해외 진출과 더불어 손태영 대표의 이러한 다각적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머지 않아 국내외적으로 각 지역에서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커피스미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사설] 일상의 경제활동으로 세월호 충격파 줄일 때

    과거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 달가량 지나면서 소비심리가 서서히 정상화 조짐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세월호 충격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중소 수출업체들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서민형 자영업자들에게 집중되고 있어 내수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정밀 분석해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3.7%로 0.2%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민간소비 부진 등의 영향으로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미진한 것이 조정 이유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는 세월호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가늠케 한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5로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가계의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은 크게 나빠졌다. 현재 경기판단 CSI는 4월 91에서 5월 76으로 급락했다. 그러잖아도 우리 경제는 가계부채와 기업들의 투자 부진으로 내수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은이 어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024조 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3조 4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은 바 있지만 실패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제 성장의 제약 요인인 가계부채 문제를 원점에서 재고하기 바란다.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때 서민가계의 고통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958개교, 24만 2293명이 제주행 수학여행을 취소했다고 한다. 제주도는 기업체의 단체관광 취소까지 겹쳐 전세버스 등 교통 부문에서만 72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관광지 등에서 음식·숙박업체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소비가 줄어들면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 세수(稅收) 확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자제해 왔던 마케팅 활동 등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들린다. 대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사내유보금 등으로 잔뜩 쌓아 놓고 있다. 기업들의 재투자가 이뤄져야 내수가 살아난다.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기 위해 설비투자 계획을 앞당겨 집행하는 등 세월호 쇼크를 줄이는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 정부는 건전한 소비를 견인할 수 있는 대책과 더불어 평균 수명 증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직장인들의 조기 퇴직 등 소비 부진의 구조적 요인에 대한 처방을 해야 한다.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英 예술가 애니시 커푸어 등 획기적 조형물 선보여…현대차와 내년부터 11년간 파트너십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英 예술가 애니시 커푸어 등 획기적 조형물 선보여…현대차와 내년부터 11년간 파트너십

    테이트 모던을 찾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99m 높이의 굴뚝과 길이 152m, 폭 24m, 높이 35m에 달하는 적벽돌의 거대한 화력발전소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일단 압도적인 규모에 놀란다. 놀란 입은 내부로 들어가면 더 벌어진다. 어마어마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화력발전소의 핵심 시설인 터빈이 자리했던 ‘터빈홀’이다. 미술관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현대미술계의 쟁쟁한 예술가들을 선정해 이곳에서 특별전시를 기획한다. 단일 전시공간으로는 최대인 이 드넓은 터빈홀을 예술가들은 마음껏 활용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설치작품을 선보이며 테이트 모던이 현대미술의 꽃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 터빈홀을 장식한 첫 번째 예술가는 루이스 부르주아. 알을 품은 거대한 어미 거미를 형상화한 ‘마망’(Maman)이라는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부르주아는 옛 산업 시설이 지닌 거친 매력을 간직한 터빈홀에 또 다른 거대한 거미를 들여놓았다. 2002년 인도 출신 영국인 예술가 애니시 커푸어가 선보인 ‘마르시아스’는 현대미술계에서 테이트 모던의 위치를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만든 전시회였다. 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은 사람, 반은 동물의 종족인 마르시아스를 표현하기 위해 붉은색 거대한 나팔관을 터빈홀에 설치했다. 2003년 있었던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웨더 프로젝트’는 아직도 화제가 되는 전시다.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덴마크 출신의 엘리아손은 터빈홀 천장을 거울로 도배한 뒤 벽과 만나는 모서리 지점에 수백개의 전구로 구성된 오렌지색 발광체로 인공태양을 만들었다. 여기에 연무를 뿜어내는 기계를 설치해 태양이 저물어 가는 순간의 풍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환경문제를 제기한 전시였다. 2006년 카르스텐 횔러는 놀이동산에 있는 대형 미끄럼틀을 설치하고 ‘테스트 사이트’라는 제목을 달았다. 5층 높이의 갤러리홀에서 뱅글뱅글 돌아 터빈홀로 내려오는 미끄럼틀을 타며 작품을 몸으로 감상하기 위해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줄을 섰다. 2007년 콜롬비아 출신의 조각가 도리스 살세도는 지진이 난 것처럼 터빈홀의 콘크리트 바닥에 균열을 만들었다. 인종차별과 현대문명의 붕괴를 상징하는 이 충격적 작품의 흔적은 터빈홀 바닥에 그대로 남아 있다. 미로슬라브 발카는 2009년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를 전시장 한가운데 설치해 완벽한 암흑의 공간을 체험하게 했다. 아이웨이웨이는 2010년 수공예로 제작한 해바라기씨 1억개를 바닥에 쌓는 방식으로 동양적 관점에서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매번 화제를 낳는 터빈홀의 특별기획 전시는 개관 이후 지난 2012년까지 다국적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사의 후원을 받아 ‘유니레버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이뤄졌다. 유니레버의 바통을 이어받은 기업은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다. 문화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자동차에 이동수단 그 이상의 인간 중심적 가치를 불어넣는다는 취지로 지난 1월 현대차는 테이트 모던과 2015~2025년 11년간의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다. 내년부터 테이트 모던은 터빈홀에서 ‘현대커미션’(Hyundai Commission)이라는 타이틀로 혁신적인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장기 파트너십의 첫 사업으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전시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테이트 모던의 백남준전이 원활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테이트 모던이 백남준의 작품 9점을 구매하는 데도 후원했다. lotus@seoul.co.kr
  • [6·4 지방선거 D-7 충북지사 표심 르포] “집권당이 돼야 경제 활성화” vs “공약 잘 지킨 구관이 명관”

    [6·4 지방선거 D-7 충북지사 표심 르포] “집권당이 돼야 경제 활성화” vs “공약 잘 지킨 구관이 명관”

    “윤진식 후보나 이시종 후보나 똑같은 충주 출신에 똑같은 청주고등학교이고 비슷비슷하지 않나요. 당만 다른 당으로 갈라져서 그렇지.” 지난 26일 충청북도 충주에 있는 무학시장에서 20년 넘게 부침개 장사를 했다는 함영애(59·여)씨는 “사람들이 누굴 찍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씨는 “이 후보는 충주 시장도 하고 충주를 위해 애를 많이 썼다”면서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어려운 상황이니깐 대통령을 생각하면 윤 후보를 뽑아야 할 것 같기도 하다”면서 부동층의 표심을 대변했다. 새누리당 윤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이 후보의 고향인 충주에서 만난 많은 시민들은 아직 두 후보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학시장 부근에 걸려 있는 현수막도 이 후보는 ‘충주의 아들’이라는 점을 부각시켰고, 윤 후보는 ‘충주 발전 확실하게’를 내세웠다. 두 후보가 고향만 같을 뿐만 아니라 청주고 동창에다 재경부 장관·산자부 장관(윤진식), 총리실 행정심의관·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장(이시종) 등 똑같이 관료의 길을 걸어온 점도 시민들의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듯했다. 충주에서 태어나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60대 이우찬씨는 “다른 곳은 편이 갈려도 같은 고향 사람이니까 우리는 누구 편이라고 할 수가 없다”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둘 다 고향 사람인데…” 부동층 갈팡질팡 지난 26~27일 충북 청주·청원권과 충주 일대를 돌아보니 시민들은 여전히 두 후보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조금씩 마음의 결정을 해 가고 있었다. 충주 무학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이모씨는 “이 후보는 사실 충주시장에서 국회의원까지 시키고 충주가 ‘범새끼’로 키워 준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 충주에서 특별나게 무엇을 한 것은 없는 것 같다”면서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충주 토박이로 40년 동안 공설시장에서 작업복 장사를 하고 있는 정해관(63)씨는 “이번에는 도지사 안 해본 사람이 해봐야 하지 않겠냐”면서 “한 사람만 매번 똑같이 하면 안 된다”고 윤 후보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충주 시내에서 핸드백 전문점을 운영하는 40대 후반의 여성 이모씨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정부에 대한 심판이 이뤄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지난번에는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꼭 투표를 할 생각”이라면서 이 후보 손을 들어 줬다.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성원(28)씨도 “대학생 때부터 이 후보를 지지해 왔다”면서 “이 후보가 충주시장부터 도지사까지 오래 해왔으니 다른 후보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를 벗어나 충북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청주를 들어서니 확연히 선거 분위기가 감돌았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으로 인구 84만명의 대도시로 거듭나면서 청주 표심이 이번 충북지사 선거의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선거 현수막도 충주에 비해 눈에 많이 띄었고 선거 운동원들도 거리 곳곳에서 조용하지만 밝은 모습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후보자들의 현수막도 충주에 비해 공격적이었다. 청주 최대 시장인 육거리시장 앞에는 ‘발암폭탄 키워 놓고 안전·행복 웬말이냐’(윤진식), ‘안전충북 행복도민’(이시종)이라고 써붙인 현수막이 위아래로 나란히 붙어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민들의 의사 표현도 한층 적극적이었다. 이 후보 지지층은 ‘기초·광역단체장, 국회의원, 도지사까지 두루 거친 후보’라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고, 도지사 연임에 대한 안정성 등을 기대했다. 청주에서 30년째 택시기사를 한 박진우(59)씨는 “이 후보가 어쨌든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을 이뤄낸 것 아니냐”면서 “공약의 100%는 아니더라도 80%는 지켰다고 본다. 인수인계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청주 상당구 중앙공원에서 만난 청주 토박이인 60세 남성 김모씨는 “아무래도 구관이 명관”이라면서 “이 후보가 그래도 서민들을 위해 잘해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후보 지지층은 ‘힘 있는 집권 여당 후보’라는 점을 들며 충북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청주 흥덕구 봉명동에서 7년째 거주하고 있는 김지철(70)씨는 “윤 후보가 경제통으로 알려져 있지 않냐”면서 “윤 후보가 돼야 충북이 살아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거리 시장에서 2대째 건강식품 가게를 운영해 온 56세 남성 오모씨는 “후보들이 경제 공약이라고 내놔 봤자 어차피 다 똑같고 그게 그거다”라면서도 “충북이 발전하려면 그래도 집권당 후보가 되는 게 낫지 않겠나. 이번에는 새누리당 후보가 돼서 충청도가 ‘멍청도’ 소리를 안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북 인구의 절반 ‘청주 표심’이 판세 방향타 충북은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꼽히면서도 지금까지 치러진 다섯 번의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모두 충북지사를 거머쥐기도 했지만 막판까지 늘 표심이 드러나지 않는 곳으로 꼽힌다. 민주자유당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자민련 주병덕 후보가 당선됐고,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DJ) 대통령 취임 직후 실시된 제2회 지방선거에서는 자민련 이원종 후보, DJ 재임 말기 때인 제3회 선거 때도 이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열린우리당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간에 실시된 제4회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가 당선됐고,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 때의 제5회 선거에서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후보가 승리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선거 분위기 속에서도 도시 곳곳에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흔적이 드리워 있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3·1공원 앞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이 물결을 이루듯 걸려 있었다. 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도 여전했다. 청주에서 젊은이들의 거리로 알려진 성안길에서 만난 대학생 박지수(22·여)씨는 “주변에서 선거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언급조차 없는 것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청주에서 25년째 거주하고 있는 김상훈(29)씨도 “별로 투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서 “후보들이 선거 때만 되면 공약을 많이 내세우는데 그게 정말 이뤄지는지 의심스럽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육거리시장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국민들은 똑똑한데 정치인들은 왜 매일 자기네들끼리 싸우는지 모르겠다”면서 “윤 후보도, 이 후보도 둘 다 꼴 보기 싫다”고 비판했다. 청주 중앙공원에서 만난 엄철종(84)씨는 “세월호 때문에 아이들이 불쌍해서 눈물만 난다”면서 “유병언 회장 잡는다고 난린데 잡아 봤자 뭐하나. 아예 국회의원 3분의1을 없애 버리든가 해야지”라면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심판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과 ‘세월호 참사 때문에 어려워진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기도 했다. 청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학교 4학년 유다영(23)씨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은데 투표를 안 하면 정치인들이 더 자기네 마음대로 정치를 할 것 같다”면서 “이번에 투표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젊은 사람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오모(31)씨는 “정권 심판이고 나발이고 여야가 다 똑같은데 누가 누구를 심판하냐”면서도 “1번은 안 찍을 것 같다. 그렇다고 2번이 좋아서 찍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주 흥덕구 수곡동에서 2년째 거주 중인 정교철(57)씨는 “새정치연합이 자꾸 세월호 참사 가지고 정부를 비판하면서 늘어지니까 보기 싫다”면서 “정부나 새누리당 책임이라기보다는 결국 여야 할 것 없이 공동 책임 아니냐”고 지적했다. 충주·청주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한 장 한 장에 벽돌공 손길… 황토 벽돌 집 짓기

    한 장 한 장에 벽돌공 손길… 황토 벽돌 집 짓기

    항균·탈취 기능이 있는 데다 온도 조절, 공기 정화 등 장점이 많은 황토. 건강한 삶을 만들 뿐 아니라 친환경 재질로 떠오르면서 생태 건축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좋은 황토집이 완성되기까지 품이 여간 들어가는 게 아니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으로 만든 황토 벽돌을 한 장 한 장 올려 황토집을 완성하는 현장을 28일 밤 10시 45분 EBS ‘극한직업-황토 벽돌 집 짓기’에서 조명한다. 요즘 황토 공장은 바쁘게 돌아간다. 따뜻한 바람이 부는 봄과 초가을, 1년 중 4개월 정도만 재래식 황토 벽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황토 반죽을 만들고 자연광에 건조하는 일은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워도, 비가 와도 안 된다. 날이 좋으면 휴일도 반납하기 일쑤다. 황토 벽돌로 집을 짓기까지 웬만한 작업은 손으로 이뤄진다. 황토 반죽을 사각 틀에 넣어 망치로 두들겨 모양을 잡는다. 완벽하게 마르도록 때때로 뒤집어 주기도 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벽돌은 기계로 뽑아낸 것에 비하면 모양이 투박하고 크기도 조금씩 다르다. 벽돌을 반듯하게 쌓는 작업을 아무나 할 수 없는 이유다. 전통 방식으로 짓는 황토집은 기둥 없이 벽돌로만 조성돼 틈새가 생기지 않고 잘 버틸 수 있도록 꼼꼼하고 튼튼하게 쌓아야 한다. 그래서 황토 벽돌 조적공(組積工)들은 전국을 무대로 일한다.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고 진행 속도도 더디지만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집,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건강한 집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고된 노동도 기꺼이 감수한다. 이들의 굵은 땀방울에 담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기고] 행복을 주고 싶다면 예체능 가르쳐라/이기성 서울사대부고 교장

    [기고] 행복을 주고 싶다면 예체능 가르쳐라/이기성 서울사대부고 교장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년 연속 꼴찌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유니세프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를 모델로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72.54점(OECD국가평균 100)으로 최하위다. 교육 성취도지수 1위, 물질적 행복지수가 4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취학 전부터 꽉 차 있는 학원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명문대 입학을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과도한 학업에 따른 스트레스로 아이들은 점점 거칠어지고, 친구를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성장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공교육 붕괴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입시 위주의 교육은 아이들이 행복이 뭔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만큼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입시 광풍 속에서 학생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필수적인 체육, 음악, 미술 등의 예체능 교육이 소수의 해당학과 지망생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운동장을 없애거나 예체능 교과 시간을 입시 과목으로 대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부족한 협동심과 사회성, 마음의 여유 등을 기를 수 있는 길은 예체능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예체능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한국청소년건강재단에서 운영하는 운동 프로그램에 따르면 체육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협동심을 기르는 과정에서 대인관계가 좋아지고 자아 존중감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남미 빈민촌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는 예술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순화시킨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마약과 폭력에 노출돼 있던 아이들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화합과 책임감을 배웠고,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삶에 대한 꿈과 열정을 갖게 됐다. 빈부 상황은 다르지만 불안정한 정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은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예술이 가진 긍정적인 힘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입시교육으로 변질된다면 소용없다. 학교는 소수의 엘리트 양성에 치중하기보다 일반 학생들이 체육과 예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당장의 기록과 성과보다 과정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며 예체능 분야 교육을 등한시해 왔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가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예체능 교육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돼야 한다. 아이들이 체육을 통해 남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예술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주고 싶은가. 그렇다면 예체능을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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