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조적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결성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한신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해제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드리블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0,782
  • “연준 금리 인상하면 美경제 중대한 실수”

    “연준 금리 인상하면 美경제 중대한 실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올해 금리를 인상한다는 전망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재무장관과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60) 하버드대 교수는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23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연준은 위험한 실수를 하려 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연준이 가까운 미래에 금리를 인상하면 연준의 주요 목표인 물가 안정, 완전 고용, 금융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9년 7월부터 2001년 1월까지 재무장관을 지냈다. 서머스 전 장관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금리 인상은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계산에 쓰는 주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6월의 경우 전월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는 또 시장에서는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이 2%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중국 등 신흥 시장의 통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금융시장 안정에 대해서는 6개월이나 9개월 전이라면 금리 인상이 영향을 덜 미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등 신흥 경제가 혼란한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 시기에 금리를 올리는 것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상이 연준의 3가지 주요 목표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도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현재의 ‘제로 금리’가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과학기술과 인구분포가 변화하고 금융부문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장기침체’가 자리잡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족할 만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전례 없이 낮은 금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 젊은이가 질문을 한다. “교황님, 저는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교황의 대답은 이랬다. “그 누구도 사랑하는 법을 모르죠. 우리 각자는 매일 배워 나가는 겁니다.” 이 책은 “사랑이 기술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프롬의 대답은 이렇다. “당연히 그렇다.”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에서 프롬은 ‘사랑은 정서적 감정이나 느낌이 아니라 의지와 노력의 산물인 기술이다’라고 정의한 후 사랑의 이론과 함께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기술’(Art)이라고 해서 사랑에 대한 일종의 기술(Skill) 안내서 정도로 생각하고 이 책을 읽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프롬은 사랑의 문제를 인간 실존의 문제로 보고 사회학, 인간학, 정신분석학의 입장에서 분석해 나가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사랑에 대한 오해’를 언급하며 사랑이 기술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사랑에 빠졌다. 여자는 몸매를 가꾸고 명랑한 태도로 스스로를 사랑스럽게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남자는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어느 날 둘은 헤어지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사랑받기에 부족했나?” 또 다른 한 여자와 한 남자는 첫눈에 반했다. 둘은 매일 열정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점점 싫증을 느끼게 되면서 이별을 선택한다. “사랑이 변했다”면서. 이 두 사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프롬은 사랑에 대한 오해의 결과라고 말한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의 문제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가 아닌 ‘사랑받는 대상’에 몰두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사랑은 ‘능력’의 문제이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오해는 사랑은 ‘저절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이지 ‘노력하거나 배울 것’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미쳐 있는 것은 사랑의 열정이라기보다 그들이 서로 만나기 전에 외로웠던 정도를 입증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프롬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배우고 싶다면 음악이나 그림 또는 의학이나 공학 기술을 배우려고 할 때 거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고 말한다. 사랑은 누구나 쉽게 탐닉할 수 있는 감상이나 수동적인 감정이 아니라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인격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구체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2장은 ‘사랑의 이론’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사랑은 인간 실존론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형제애, 모성애, 성애, 자기애, 신에 대한 사랑으로 나누어 각 사랑의 속성을 설명한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반드시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 말은 자신의 기쁨, 관심, 이해, 유머, 슬픔, 그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 다시 말하면 자기 속에 살아 있는 것을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통적인 요소는 보호, 책임, 존경, 지식이다. 보호는 우리가 사랑하고 있는 것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다. 어떤 이가 꽃을 사랑한다면서 물 주기를 잊는다면 그가 꽃을 사랑한다고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책임은 다른 존재의 요구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상대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고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책임에 존경이 없다면 쉽게 지배와 소유로 타락할 것이다. 존경은 착취가 없으며 오직 자유를 바탕으로 존재한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가 있는 그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또한 지식은 핵심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초월하여 그의 입장에서 타인을 볼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3장에서는 문화가 그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 원리가 사랑의 행태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네가 준 만큼 나도 준다는 자본주의의 윤리적 격률은 사랑도 비켜가지 못한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사랑은 감정이나 조건, 매력의 거래가 되었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 틀 안에서 사랑의 실천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는 인간이 극복하고자 하는 분리와 고독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해답은 사랑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때 중요한 조건은 자아도취를 극복하는 것이다. 자아도취의 반대는 객관성으로, 사람들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이고 대상을 자신의 욕망과 공포에 의해 형성된 상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은 이성을 사용한다는 말로 어린아이가 갖는 전지전능에 대한 몽상에서 벗어났을 때 갖게 되는 겸허함이다. 실용이라는 관점에서 사랑은 겸손, 객관성, 이성의 발달을 요구한다. 4장에서는 사랑의 실천을 위해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사랑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사랑은 주는 것을 아는 능력이며 특정한 대상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대상을 통해 이기심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닫힌 사랑에서 열린 사랑으로, 미숙한 사랑에서 성숙한 사랑으로, 환상의 사랑에서 현실의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랑의 기술을 부단히 갈고닦아야 하며 그 훈련은 전 생애에 걸쳐야 한다. 두 번째로 ‘정신집중’이 필요하다. 이것은 곧 ‘혼자 있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 있는 것은 자신에게 민감해지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현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은 타인에게 귀 기울일 수 있음을 말한다. 세 번째는 ‘인내’가 필요하다. 어떤 기술을 익히든 급히 결과를 바란다면 결코 그 기술을 익힐 수 없을 것이다. 프롬은 현대인에게 어려운 게 ‘인내’라며 그 이유를 현대 사회의 산업체계가 끊임없이 신속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적 가치가 곧 인간의 가치가 되는 논리가 우리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인내는 자신에 대해 정신 집중을 하여 민감해져야 기를 수 있는 능력이다. 마지막으로는 기술 습득에 대한 ‘최고의 관심’이 필요하다. 운전이나 요리 등의 다른 기술들처럼 사랑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사랑이라는 가치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될 때 기술 습득이 가능하다. 좋아하지 않으면 훈련은 물론이고 집중이나 인내도 불가능할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보증 없이 자신을 맡기고 우리의 사랑이 사랑받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희망 속에 자신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의 원칙과 사랑의 원칙은 양립할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프롬도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와 사랑의 본질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일이 테레사 수녀 같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냉소와 도덕적 허무일 뿐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더불어 사랑의 실천을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다. 인터넷으로만 연결된 채 각자 사랑을 한다는 이들, 헤어짐이 두려워 사랑을 포기하는 이들, 상처에 대한 보험이 없기에 파편화된 관계만을 유지하려는 이들에게 프롬의 조언은 삶의 실재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프롬이 말하는 사랑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배움이고 노동이며 실천이 따르는 능동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삶에 대한 통찰과 애정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신운선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 [김동수 민생프리즘] 성장률 대신 고용창출 경제 목표 삼자

    [김동수 민생프리즘] 성장률 대신 고용창출 경제 목표 삼자

    2년 전 이맘때쯤, 미국으로부터 날아든 외신 하나가 모두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 디트로이트시가 파산했다는 소식이었다. 세계자동차 시장을 주름잡았던 도시가 어쩌다 그렇게까지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차원적인 분석이 줄을 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국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가장 큰 요인일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몇 해 전 그곳에 뿌리를 두고 있던 미국 자동차업계 빅3가 모두 파산했기 때문이다.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자동차산업의 추락은 회사보다 자신들의 안위와 복지를 더 앞세우는 강성노조에 기인했다. 그리고 자동차산업의 쇠락에 따른 세수 감소에도 정치권의 방만한 재정운영이 재정위기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현재 그리스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도 따지고 보면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노조와 그에 결탁하여 포퓰리즘적 정책을 편 정치권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이런 사례들을 들지 않더라도, 노조가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만을 앞세움으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청년실업, 비정규직 양산 문제 역시, 그 이면에는 상당 부분 강성노조의 존재와 그에 따른 정규직 과잉보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규직이 근간을 이루는 노동시장은 바람직하지만, 성과에 따라 보수와 인사가 결정되는 유연성도 가미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하면 정규직 보호시스템이 도리어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이 될 수 있다. 일단 정규직으로 취업하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고용이 보장되고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승급되는 시스템에서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채용과 임금이 결정되는 건강한 노동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기업도 정규직 채용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 결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금피크제 및 성과형 임금체계 도입 그리고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 완화 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현재의 노동시장 개혁 시도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노동시장 개혁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가 하는 점이다. 1997년 노동법 파동의 경험에서 보듯이 노동시장 개혁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어젠다이기에 정권을 내놓을 각오가 없다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당이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힌 독일의 하르츠개혁의 성공도 사민당 정부가 정권을 내줄 각오를 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였기에 가능했다. 개혁 이후 사민당은 결국 정권을 내줘야 했는데, 슈뢰더 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노동개혁을 밀어붙여 비록 정권은 잃었지만 나라를 구했다고 자부해 왔다. 이처럼 노동개혁을 이끌어 낸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필자는 틀리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개혁방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의 저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결사의 자유는 보장하되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 불법적인 파업은 철저히 차단하면서 노동계를 설득하는 리더십을 정부가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노동계의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할 정부와 사측도 개혁을 통해 양보와 희생의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로 강력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노동계의 희생을 요구하기에 앞서 공공부문부터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정부와 사측도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 역시 노동개혁에 아낌없는 지지와 격려를 보낼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앞으로는 정부가 경제정책의 목표를 성장률 대신 고용창출에 두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더이상은 경제성장이 일자리 창출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안정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소비가 늘고 경제도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률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고용증가율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놓이고 그에 맞는 다양한 정책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세계를 신명나게 뒤흔든 사물놀이 공연예술단체 “천우”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세계를 신명나게 뒤흔든 사물놀이 공연예술단체 “천우”

    미국의 유명 언론사인 LA타임스는 우리의 ’사물놀이’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이 역동적인 리듬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이는 인생을 활기차게 하드는 최고의 음악과 춤이다.” 사물놀이는 1978년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40년에 가까운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부단한 모색과 반성을 계속하고 있다. 전통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그것이 현재에 가장 빛나는 예술이 될 수 있도록 다듬는 동안, 미래를 지향하는 창조적 계승의 정신을 놓치지 않으려 힘써 왔다. 그리하여 사물놀이는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전통문화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한국의 문화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들은 사물놀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꽹과리, 징, 장구, 북 4가지의 악기를 예부터 사물악기라고 해왔다. 우리 불교악기인 법고, 운판, 목어, 범종이 있는데, 사실은 우리 고승님들께서 불교를 전파하려고 신라 때 세속화시킨 게 바로 사물악기다. 늘 부처님의 큰 울림과 정신 자비로움을 꽹과리, 징, 장구, 북의 신명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과 함께한다. 따라서 꽹과리, 징, 장구, 북은 우리 민족의 삶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으로, 잔치, 초상, 일을 할 때라든지 항상 기본으로 가지고 있었던 삶 속의 악기이자 도구였다. 꽹과리, 징, 장구, 북이 모두 다 없을 때는 북 하나라도 주야로 일을 하면서 즐겼다. 세계를 뒤흔든 우리의 장단! 신명의 뿌리, 나눔, 평화! ‘사물놀이로 평화통일을 노래하다!’ 라는 주제로 지난 8일 열린 「2015 세계사물놀이겨루기한마당」 축제에서 “천우” 국악공연예술단체가 영광의 대통령상을 거머쥐었다. 이에 천우 국악공연예술단체를 이끄는 임종현 대표를 만나 세계사물놀이한마당 대회에 관해 재미있는 얘기를 나눠봤다. → 칠곡 세계사물놀이겨루기 한마당은 어떤 대회인가. ― 올해 25주년을 맞는 세계 사물놀이겨루기 한마당은 전세계에 우리의 사물놀이의 진수를 보여주는 사물놀이 김덕수 집행위원장이 맡고 있어 더욱 빛나는 한마당이다. 사물놀이의 종횡무진한 활약은 전국 100만명에 이르는 사물놀이 동호인들과 스스로 사물노리안(Samulnorian)’이라 자처하는 세계 곳곳의 애호가들을 만들어냈다. 사물놀이는 한국전통문화예술계를 통틀어 현대화는 물론 세계화에도 성공한, 가장 훌륭한 표본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단지 하나의 공연 프로그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민족음악의 기운을 강렬하게 전달하며, 그것을 넘어 세계인의 심장을 울리는 보편적 문화예술로 자리잡은 것이다. 열정과 젊음의 상징인 「2015 칠곡 세계사물놀이겨루기한마당」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호국평화의 도시 경북 칠곡에서 <신명의 뿌리, 신명의 나눔, 신명의 평화>를 기치로 내걸고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국내외 111개팀, 총 5000여명이 참가했다.칠곡 세계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은 사물부문, 창작부문, 뽐내기부문 등 111개 팀 중에서 최종 4개 부문 8개 단체만이 결선에 오르기 때문에 긴장감이 넘치는 경연이었다. 우승까지는 많은 팀들이 모두 라이벌이였지만 함께 즐기는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광복 70주년과 「세계사물놀이겨루기한마당」은 겨루기뿐만 아니라 독립예술무대, 칠곡인문학축제 홍보관, 어뮤즈먼트 존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예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꾸몄다. 더욱 새로워진 면모를 잠깐 소개하자면 우선 경연대회가 모두 4개의 부문으로 확대됐다. 사물놀이 부문, 창작 부문, 뽐내기 부문, 외국인·재외동포 및 주한외국인 부분으로 다양하게 나누어, 기량과 경력은 다르지만 사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든 사물노리안들이 용기 있게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축제 전에 집중적으로 실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난 7월31일부터 8월4일까지 사물노리안들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여 사물놀이 네트워크가 한층 탄탄해해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대상인 대통령상, 최우수상 국회의장상, 우수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경상북도지사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경상북도교육감상 등이 수여됐다. → 천우 국악공연예술단체의 역사와 단원구성은. ― 천우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구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동문들인 1988년생들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중앙대학교를 졸업해 2012년 단체 결성을 시작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희 단체는 모두 친구들로 이루어져서 따로 단원을 지도하지 않는다. 서로 아이디어 및 의견을 조율하거나 회의를 한다.천우를 이끄는 임종현 대표는·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타악연희과 출신이고 제24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 농악부 장원과 ’문화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제34회 전주대사습놀이 농악부 장원 ’국무총리상’, 제10회 구미 전국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을 거머쥔 데 이어 제22회 칠곡 세계사물놀이겨루기한마당 종합대상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았다. 단원들의 경력도 모두가 화려하다. 징과 소고를 담당하는 김용훈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출신으로 제10회 김제 지평선축제 대상 ‘국무총리’, 제17회 세계사물놀이겨루기한마당 종합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북을 담당하는 박다열씨는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국악관현악과 졸업으로 국방부 60주년 미국순회공연, 제24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 농악부 장원 ’문화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사회를 맡은 박세웅씨는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창작음악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국제 군악제 참가, 제8회 21C한국음악프로젝트 작곡 은상을 받았고, 대금과 태평소를 맡는 성휘경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를 졸업· 중요무형문화재 13호 강릉단오굿 전수자이며 서울시무형문화재 44호 삼현육각대금보존회 전수자, 제21회 동아 국악콩쿠르 대금부문 금상, 제36회 전주대사습놀이 기악부 장원, 제5회 기산 전국국악경연대회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꽹과리가 주특기인 전대진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를 졸업하고 중요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별신굿 전수자, 제24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 농악부 장원 ’문화관광부장관상’, 제10회 구미 전국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단원 모두가 내로라하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천우” 국악공연예술단체는 지난해 경기도 찾아가는 문화활동에 선정(국악과 함께하는 - 힐링 콘서트 공연)됐고, 국립민속박물관 추석특집 초청공연, 전통풍물활성화사업 청주 2개지역 야외상설 공연, 국립국악원 별별연희 야외 상설공연, 한·태 우호문화축제 초청 공연 등 다양한 공연활동을 했다. 올해들어서는 운현궁 일요예술무대 선정, 인천부평풍물대축제 무대 초청공연, 서울시 국악활성화 우수국악작품육성 사업 “만판 – 풍류서울”에 선정되기 했다. → 천우 국악공연예술단체가 대통령상을 거머쥔 원동력은. ― 세계 20개국 111개 팀이 참여하여 열띤 경연한 결과 우리 천우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합주를 통해 사물놀이의 대중화를 위한 작품 창작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천우팀은 대회준비를 집중적으로 하기보다는 작품 창작 작업을 통해 사물놀이의 대중화, 21C 사물놀이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의 과정을 확대시키고 있다. 대회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산출된 뜻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칠곡 세계사물놀이겨루기 한마당 대회를 만든 22년 만에 처음으로 창작부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그만큼 사물놀이에 대한 창작의 필요성과, 사회적 시기가 대두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사물놀이라는 전통을 수용하는 시기적 상황에서 동해안별신굿의 장단과 무가에 사용되는 메나리조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 구성이 대회에 적절성 있는 장점으로 작용되어 우승을 거머쥐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천우의 앞으로의 계획은? ― 국내적으로는 칠곡 세계사물놀이겨루기 한마당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한 빛날 화(華)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 연희융합프로젝트 – JATI라는 작품으로, 2015 서울시 국악활성화 우수국악작품육성 사업 “만판 – 풍류서울”에 선정돼, 오는 11월28일 북촌창우극장에서 천우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10월3일 인천부평풍물대축제 무대 초청공연, 10월25일(일) 운현궁 일요예술무대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천우(千遇)는 한국 전통음악과 전통연희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새로운 월드뮤직의 창조를 지향한다. 나아가, 우리가 진행하는 활동은 한국 전통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창출하여, 국내예술계는 물론 세계무대에 신선한 방향을 이끌어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사물놀이는 우리나라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사물놀이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금보다 더 널리 크게 활용됐으면 한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믿고 쓰는 이 남자, 믿고 보는 그 배우

    믿고 쓰는 이 남자, 믿고 보는 그 배우

    ‘한국 영화는 이경영이 나오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는 속설이 올여름에도 입증되고 있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 네 편이 현재 상영 중이거나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이경영 쿼터제’라도 둬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암살’에서 조국을 배신한 친일파 강인국으로 악역 연기를 펼친 그는 무협 영화 ‘협녀, 칼의 기억’에서는 유백과 소월을 키워 낸 대스승 역으로 출연했다. 판타지 멜로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선 자고 나면 얼굴이 변하는 남자 주인공 우진의 아버지 역으로 등장한다. 말미에 잠깐 나오지만 영화의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역할이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치외법권’에서는 임창정, 최다니엘 등 주인공 못지않게 비중이 높다. 무소불위의 악당을 잡기 위해 골칫덩어리 형사를 조련하는 소신 있는 광역수사대 강력계 왕팀장 역으로 출연한다. ‘허삼관’, ‘은밀한 유혹’, ‘소수의견’ 등 상반기에 선보인 영화와 개봉 예정작인 ‘조선 마술사’까지 합하면 올 한 해 출연작은 총 8편에 달한다. 그가 왕성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신세계’ 등 상업 영화는 물론 ‘또 하나의 약속’, ‘26년’, ‘남영동 1985’, ‘부러진 화살’ 등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저예산 영화에도 출연하는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한국 영화 대작 빅4가 치열한 경쟁을 펼친 지난해에도 그는 ‘군도’에서는 땡추 역할을, ‘해적’에서는 해적 두목 역할을 맡는 등 100억원대 대작에 겹치기 출연한 유일한 배우였다. 그가 이렇게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이유는 동료 영화인들과의 신뢰 관계가 두텁기 때문이다. ‘베테랑’, ‘베를린’의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영화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에 카메오든 특별출연이든 어려운 부탁을 드릴 때마다 잘 응해 주시는 든든한 선배”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경영은 다작의 이유를 물을 때마다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줄여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잘 안 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무엇보다 중년 배우로서 스크린을 장악하는 무게감과 연기력이 영화감독들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영화 ‘치외법권’을 연출한 신동엽 감독은 “코믹 액션과 사회 고발을 한 영화 안에서 표현하기 위해 무게를 잡아 줄 만한 배우가 필요했고 그 정도의 무게감과 연기력, 인지도를 가진 배우는 이경영밖에 없었다”며 “처음엔 본인도 거절했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2년 미성년자 성매매와 관련한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그는 활발한 영화 출연과는 대조적으로 지상파 방송 3사에는 출연이 금지된 상태다. 2012년 OCN ‘뱀파이어 검사’를 시작으로 인기 드라마 tvN ‘미생’에 최전무 역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지상파 출연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기 웹툰 원작으로 TV 시트콤 제작이 확정된 ‘마음의 소리’의 주인공 조석의 아버지 역으로 캐스팅돼 지상파 입성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KBS의 고위 관계자는 “이경영씨가 출연하는 영화가 워낙 많아 2013년 10월부터 TV에 방송되는 영화에 한해 방송 출연 규제가 해제됐다”면서 “하지만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의 편성 문제는 심의위원회 등에서 논의를 거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8월, 北 도발에 한미동맹이 휘청인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8월, 北 도발에 한미동맹이 휘청인다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자 지속적으로 확성기 조준타격 위협을 가해왔던 북한이 20일 오후 중부전선 6군단 지역에 포격 도발을 가해왔다. 북한은 파괴력이 낮은 14.5mm 고사총과 76.2mm 야포를 이용해 우리 군 진지에서 멀리 떨어진 야산에 포격을 가했고, 우리 군도 대응 사격에 나섰으나 양측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포격 도발 직후 북한은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을 우리 합동참모본부에 보내 “20일 오후 5시부터 48시간 이내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으며, 이날 밤에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하고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전면전 발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초강수를 두고 나온 것이다. ▲ 8월 韓ㆍ美 연합전력 최저 수준 북한은 매년 실시되는 키 리졸브 / 독수리 연습(KR/FE : Key Resolve / Foal Eagle)이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 Ulchi Freedom Guardian) 훈련을 전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북한은 이러한 요구와 더불어 한미 양국이 훈련을 강행하면 무력으로 응징하겠다는 등의 군사적 도발 위협을 수시로 해 왔지만, 훈련 기간 중 실제로 도발을 실행에 옮긴 적은 거의 없었다. 북한의 군사 도발 위협이 항상 위협으로만 그쳤던 것은 미국 군사력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한미연합훈련 기간 중에는 미국 본토나 일본에서 미군 전력이 증원되어 한반도 일대 미군 군사력이 일시적으로 강해지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군사 도발을 저지른다면 한반도 일대에 증강된 미군 전력이 북한에 대한 보복 타격에 나서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8월 UFG 훈련을 앞두고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지뢰 도발을 감행하더니, 지뢰 도발로부터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포격 도발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왜 이렇게 계속해서 도발을 이어가는 것일까? 북한이 대남 강경 메시지를 연달아 발표하고 무력 도발을 실행에 옮기는 등 ‘배짱’을 부리는 것은 지금 군사적으로 도발하더라도 한미연합군이 팔을 걷어 붙이고 본격적인 응징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평시 대북 전쟁 억지력의 핵심은 한국군이 아니라 미군, 그 중에서도 원자력 항공모함과 스텔스 폭격기로 대표되는 전략 자산들이다. 북한은 전쟁 발발과 동시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1,000여 발의 탄도 미사일과 수백 문의 방사포를 이용해 남한 전역의 군사기지와 주요 시설물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한국군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없지만, 미국 항공모함과 스텔스 폭격기에 대한 공포심은 대단히 크다. 문제는 그러한 전략 자산들이 한반도 유사시 즉각 투입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되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를 담당하는 제7함대에 배속된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USS George Washington)은 핵연료 교체 및 대규모 수리를 위해 미국 본토 샌디에고에 가 있으며, 조지 워싱턴과 교대해 제7함대 배속 항공모함으로 배치될 예정인 로널드 레이건(USS Ronald Reagan)은 20일 현재 아직 샌디에고 해군기지에 정박해 출항조차 하지 않고 있다. 샌디에고에서 출항해 항공모함이 낼 수 있는 최고속도로 쉴 새 없이 달리더라도 한반도 근해까지 도달하는 데는 7일 정도가 걸리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고 통상 속도로 항해하면 2주가량이 소요된다. 로널드 레이건의 항해 스케줄은 8월말 출항으로 이 항공모함이 한반도 근해에 들어오려면 적어도 9월 중순은 되어야 한다. 미군은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부재로 인한 전력공백을 막기 위해 40,000톤이 넘는 대형 강습상륙함 본험리처드(USS Bonhomme Richard)를 중심으로 구성된 상륙준비전단(ARG : Amphibious Ready Group)을 일본 사세보에 배치시키고 항공모함의 빈 자리를 지키게 했다. 본험리처드 강습상륙함은 항공모함과 유사한 형태의 비행갑판을 가지고 있으며, AV-8B 해리어 전투공격기를 최대 20여대까지 탑재해 항공모함 기능을 일부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강습상륙함 전단 역시 사이판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출동해 일본에 없다는 것이다. 미군은 괌 인근의 사전배치전단의 일부인 기동상륙지원선(MLP : Mobile Landing Platform)와 제7함대 기함인 블루릿지(USS Blue Ridge)를 부산에 입항시켰지만,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북한이 지뢰 도발 이후 연일 대남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미국은 미국 본토에 배치된 제509폭격비행단 소속 B-2A 스텔스 폭격기 3대를 괌에 전진 배치시켰다. B-2A 스텔스 폭격기는 북한의 방공망을 피해 평양 상공에 들어갈 수 있으며,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A/B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를 김정은의 지하벙커에 정밀하게 투하시킬 수 있다. 이 벙커버스터 폭탄은 GPS로 정밀 유도되며 일반 흙으로 된 지면은 60m, 강화 콘크리트로 보호되는 지하 벙커는 8m까지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벙커 내 인원을 몰살시키는 강력한 무기로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이 B-2A 스텔스 폭격기 전진배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북한은 위축되지 않았고 비무장지대 포격도발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김정은을 이토록 용감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 북한이 노리는 것은 한미동맹 균열 김정은 입장에서 8월은 도발을 통한 긴장상황 조성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에 최적인 시기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반도 주변의 미군 전력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시기인데다가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 참석 문제를 놓고 한미 양국 간에 미묘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틈을 파고들어 동맹 관계를 이간질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이다. 현재 미국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 및 의회,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정세 분석 자료로 활용하는 유료정보지 넬슨 리포트(Nelson Report)는 “한국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지적 수준이 낮고, 전략적 세련미가 떨어지며, 미성숙하다”고 혹평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계에서 한국의 친중 정책에 대한 불만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계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들의 반한 감정과 주한미군 철수 여론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많은 전상자를 냈고, 이 때문에 미국 국민들은 해외에서 미군 장병이나 국민이 희생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즉, 분쟁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 국민들이 신변 안전에 대한 공포를 느끼면 느낄수록 미국 내 주한미군 철수 요구 목소리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점을 노렸다. 8월은 한국에 거주하는 미군 및 그 가족들의 안전이 가장 취약해지는 시기이다. 유사시 미국인들은 오산공군기지에 모여 그 곳에서 수송기를 타고 한국을 탈출하는데, 지금 그 오산공군기지 활주로가 사용 불가 상태이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탈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주한미공군 제51전투비행단은 지난 8월 1일부터 6주 일정으로 오산공군기지 활주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7월 말부터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된 제51전투비행단 예하 제25전투비행대대의 A-10 공격기와 제36전투비행대대의 F-16C/D 전투기가 수원의 한국공군 제10전투비행단 기지에 임시로 전개했다. 수원시내 한복판에 있는 수원공군기지는 기지가 협소해 미군 전투기들의 작전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해 미 공군 전투기들의 준비율이 떨어진다는 전력 감소 문제도 발생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오산공군기지의 활주로가 6주간 사용 불가 상태가 된다는 것이었다. 전면전 위기 고조 시 미군이 최우선 임무로 수행하는 것은 바로 주한미군 가족 및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국적자들의 신속한 대피이다. 이를 위해 데프콘이 격상되고 전쟁 발발 직전 상황이 되면 오산 공군기지에 미 공군 수송기가 대거 전개하여 자국민 소개 작전을 편다. 민간 공항인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는 대규모 군용 수송기 전개가 제한되고, 수원공군기지는 기지가 협소하고 활주로가 짧아 대형 수송기가 착륙하기 어렵다. 성남기지 역시 이미 한국공군 항공기들이 대거 배치되어 기지가 협소하기 때문에 대형 수송기가 착륙하고 주기할만한 여유 공간이 많지 않다. 즉, 8월부터 9월 초까지는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미국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의식한 듯 포격 사건이 발생한 직후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은 출타 장병들에게 부대 복귀 명령을 내렸고, 주한미군사령부는 페이스북에 게재한 공지를 통해 주한미군 장병과 그 가족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며 이를 위해 신중한 대응책을 내놓겠다는 내용(The safety of our personnel and families is paramount and we will take prudent measures to ensure their well-being)의 안내문을 장병들과 그 가족들에게 전파했다. 북한은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달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방문 일정을 발표한 직후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중국과 패권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은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결정했고, 이 때문에 한미 양국 관계에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된 시점에 미국인들의 불안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면전 위협 도발을 시작한 것이다. 동북아시아에 미군 전력 공백이 큰 시기이기 때문에 도발하더라도 보복 당할 우려도 없고, 한미관계에 틈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 곧바로 포격 도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전쟁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한국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 미국, 과거와 달리 비상 대기 움직임 없어 실제로 미국은 국무부와 국방부 논평을 통해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어 의지를 내비쳤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전력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샌디에고의 항공모함들은 여전히 정비중이며, 사이판의 상륙준비전단과 해병대 병력은 아직도 수해지역 복구중이다. SM-3 미사일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저지하고 북한에 강력한 토마호크 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이지스 구축함 스태덤(USS Stethem)은 포격 도발 당시 중국 칭다오 방문을 마치고 일본 근해에 있었으나 한반도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곧바로 요코스카 해군기지로 들어가 버렸다. 사실상 유일한 억제 카드였던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전진배치 B-2 스텔스 폭격기는 8월 21일 현재 함께 배치된 225명의 공군 장병들의 현지 적응 훈련만 하고 있을 뿐, 한반도 사태와 관련된 비상 대기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즉, 미국은 이번 한반도 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대응 전력을 동원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과거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감행했을 때와 너무도 대조적이다.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의 패권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태평양의 거대한 체스판의 구도를 읽지 못한 현 정부 외교안보팀의 실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응이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적 립서비스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전략적 동반자’라고 믿었던 중국 역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난 없이 “남북 모두 자제하라”는 논평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도발에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도 있겠지만, 시기와 정황으로 보았을 때 가장 큰 목적은 한미동맹 균열과 이를 통한 주한미군 감축 및 축소이다. 지금 청와대는 다음 달 방중 일정을 구체화하기보다 백악관 핫라인 수화기를 들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새로운 50년을 열자] 동아시아 최대 위협국, 한국 ‘美→北’ 일본 ‘北→中’으로 변해

    [새로운 50년을 열자] 동아시아 최대 위협국, 한국 ‘美→北’ 일본 ‘北→中’으로 변해

    한국인과 일본인의 안보관은 10년 동안 크게 변했다. 2015년 한국인의 45.4%는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협하는 국가로 북한을 꼽았다. 10년 전인 2005년과는 대조적이다. 노무현 정부였던 당시 한국인은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나라로 미국(24.2%), 중국(21.7%), 일본(20.6%)을 꼽았다. 북한을 꼽은 비율은 17.1%였다. 북한을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국가로 보는 응답이 28.3% 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이번 조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한국인이 북한 다음으로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나라로 중국(16.3%)보다 일본(18.3%)을 꼽았다는 점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안보 법제 강행과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보통국가화를 위한 거침없는 발언과 미·일 안보 가이드라인 개정 등이 한국인에게 일본을 중국보다 더 공격적인 국가로 인식시킨 셈이다. 10년 사이 북한이 최대 위협국가로 자리바꿈한 것은 군사 도발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불안정의 증가 등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등 가시적인 도발이 한국인의 생각을 크게 바꿔 놓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시각은 크게 누그러졌다. 북한의 도발 속에 한국과 안보 동맹인 미국에 대한 위협도는 17.1% 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인의 안보관도 10년 새 크게 바뀌었지만 한국인과는 방향이 달랐다. 일본인은 동아시아 안정을 위협하는 나라로 중국을 꼽은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중국은 56.7%로 북한(21.1%)의 3배에 가까웠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국민총생산(GNP)이 일본을 넘어서고 국방력이 급성장한 데다 남중국해 등에서 일본과의 영유권 갈등이 고조되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최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과 계속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가스전 개발로 인한 갈등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화해 무드가 진전되고 있지만 일본 국민의 마음속에는 거대한 중국의 그림자와 위협이 남아 있는 것이다. 2005년 일본인은 북한(37.7%)과 중국(37.2%)의 위협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북한의 미사일 및 핵무기 개발 등에 대한 일본인의 불안과 경계감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거대한 중국의 압박을 현실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두달 전까지도 앵무새 같았던 中 언론 톈진 참사 통제 뚫고 진실 캐는 펜으로

    톈진(天津) 물류 창고 폭발 참사의 배후를 캐는 중국 언론의 펜 끝이 날카롭다. 중앙선전부가 보도 지침을 내리면 관영 신화통신이 먼저 보도하고 나머지 매체는 이를 받아쓰는 행태에서 모처럼 벗어났다. 사고가 터진 지난 12일 밤 중앙선전부는 늘 그랬듯이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톈진북방망의 보도를 받아쓰라는 지침을 언론사에 하달했다. 이 때문에 톈진 지역 언론은 다음날 아침까지 사고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톈진위성TV는 오전 내내 한국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을 틀었다. 그러나 베이징의 유력지 신경보와 경화시보는 달랐다. 밤새 현장을 취재해 13일자 1면에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 지침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경제 매체 재신망과 남방주말, 남방도시보 등 남쪽 매체들이 특종 경쟁에 가세했다. 이들의 경쟁으로 사고 업체의 실소유주가 톈진 항구 공안국장의 아들임이 밝혀졌다. 항구 공안국장이 올 초 비리로 낙마한 톈진시 공안국장 우창순(武長順)과 얽혀 있다는 것도 폭로됐다. 양둥량(楊棟梁) 국가안전감독관리 총국장은 사태 수습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유독 물질 관리 규제를 대폭 풀어준 장본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낙마했다. 중국 언론들은 현재 더 큰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 신경보의 한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톈진시 선전부 부부장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4일 내내 똑같은 질문을 했다. 이 기자의 질문이 생방송 도중 잘리자 민심이 폭발했다. 이후 톈진시장 등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기자회견장으로 불려 나왔다. 사고 나흘 만에 현장에 온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만이 괴소문을 누르는 길”이라고 언론에 힘을 실어 줬다. 지금은 CCTV에서 사고의 심각성과 구조적 문제를 심층 보도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두 달 전 양쯔강 유람선 참사 때만 해도 중국 언론은 유족들의 울부짖음을 외면했다. 그러나 지금은 홍콩과 미국에 기반을 둔 반중 매체들이 중국 언론을 받아쓰고 있다. 이번 재난 보도를 계기로 중국에 언론의 자유가 확대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언론을 선전 도구로만 생각했다가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공산당도 체감하고 있는 듯하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역사문제 상호 소통 방식 접근…관광 등 연성이슈 교류 넓혀야”

    “역사문제 상호 소통 방식 접근…관광 등 연성이슈 교류 넓혀야”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신문, 도쿄신문이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두 나라 국민 간 적대적 정서가 심화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중국에 대한 인식 차가 큰 것도 풀어야 할 숙제로 제시했다. 양국 전문가 5명은 공통적으로 역사 문제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관광과 요리 등 연성 이슈에서부터 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관계 개선에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젊은층 적대정서 문화서 해법 찾아야 한·일 양국 간 적대적 국민 정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그런 정서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한국 입장에선 매스컴에서 일본의 역사 인식에 대한 보도가 잦아진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특히 언론에서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한 의구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역사 문제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미디어에 친숙한 젊은 층에서의 일본에 대한 부정적 정서 확산으로 이어졌다. 일본 측에선 한·일 관계가 나빠진 것도 있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내에서도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세이지의 증언이 오보임을 인정하면서 지금까지의 위안부에 대한 사죄, 반성 분위기가 변화한 측면이 있다. 원칙을 강조하는 한국의 대일정책과 혐한류 정서도 기폭 작용을 했다. 역사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같은 문제를 바라봐도 그 초점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위안부 문제를 한·일 모두 주요 이슈로 인식하지만 일본의 경우 ‘강제 연행을 했느냐’ 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한국이 바라는 인권 문제 내지 식민지 시대의 불법 행위 전반에 대한 논쟁이 주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역사 문제가 양국에서 활발히 논의된다 해도 오히려 인식의 차이를 확대하는 형태로 전개될 우려가 있다. 역사 문제는 양국이 각자 논의를 이어 갈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상호 대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요 쟁점 몇 가지에 대해 양국 전문가들이 공통의 담론을 만들어 일반 국민들에게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양국 국민이 관광, 요리 등의 문화 영역에 서로 흥미를 보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연성 이슈에서 출발해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 정상회담 양국 관계 개선 돌파구 삼길 한·일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설문조사가 진행됐지만 한국 국민 10명 중 8명이 일본에 대해 친밀감을 못 느낀다는 조사 결과는 너무 극단화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으로 구조적·지정학적 요인을 들 수 있다. 거시적으로 중국이 급부상하는 한편 일본은 쇠퇴하고 있고 한국이 중견국가로 등장하는 등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꼽을 수 있다. 상황적으로는 리더십 문제를 들 수 있다. 양국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요소다. 언론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아베 신조 정부의 헌법 개정 시도 등을 군사대국화, 19세기 후반 침략의 길로의 회귀 등으로 부정적으로만 다뤘다. 일본 국민들이 생각하는 한국에 대한 인식에도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한국 국내에서는 인권 의식의 고양, 민주화 등과 연계되는 일인데 무조건 반일 정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베 총리의 담화에 대해 일본 국민의 약 40%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평소 아베 총리의 인식보다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을 일본인의 45.8%가 지지한다는 응답은 주목해야 한다. 과거에는 한국의 통일을 지지하는 세력이 컸는데 최근에는 통일이 되면 한·일 관계가 안 좋아진다거나 통일 한반도가 반일로 바뀌어 일본이 궁지에 몰린다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한·일 문제가 ‘역사 문제’에 초점을 둘수록 반통일 인식이 강해지고, 북한 문제와 북·일 관계를 활용해 한국을 견제하는 등 남북한 간 양다리 전략으로 통일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려면 먼저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 東亞질서 안정에 한·일 관계 활용을 한·일 관계가 나빠졌다는 응답이 71.5%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2년 조사에서 74.3%를 기록한 이래 한·일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일본에 대해 한국 국민이 느끼는 친밀감도 2년 8개월 만에 10.3% 포인트나 줄어 앞으로 민간 교류를 통한 관계 회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 국민들은 한·일 관계 전망에 관해 변하지 않을 것(45.3%)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일본 측 조사에서는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41.4%를 차지하는 등 일본 국민들이 훨씬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한국은 역사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에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이 강한 반면 일본은 한국 측이 냉정한 자세를 되찾는다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인 것 같다. 한국 국민들이 한·일 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도 절반 이상(54.7%)이 정상회담 개최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은 3년 이상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못한 비정상적 상황이 한국 외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미뤄질수록 한국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과의 외교에서 한·일 관계 개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의 안정된 질서 등 큰 목적에서 한·일 관계를 활용해야 한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외교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포석으로 삼을 수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역사 문제나 위안부 문제 그리고 중국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인식 차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단기간에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의 경색 국면에서 전환해 적절히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 국민들의 민의라고 생각된다. ■아사바 유키 니가타현립대 교수, ‘상대국 필요 40%’는 관계 성숙 방증 조사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사죄’를 둘러싼 양국의 인식 차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 한국 측은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이었지만 그 이유로 ‘역대 내각의 담화를 계승하지 않고 있다’(28.7%)보다 ‘반성과 사죄가 충분하지 않다’(80.1%)를 꼽고 있다. 게다가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문제에 관해서 ‘전혀 사죄하지 않고 있다’가 과반수로, ‘별로 사죄하지 않고 있다’를 합치면 90%에 육박한다. 한편 일본측에서는 ‘그러한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응답이 60%를 넘는다. 일본 입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피로감이 쌓이고, 이렇게 통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는 마음이 커진다. 반면 일본 측은 담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부정적 평가를 웃돌아서, ‘미래지향적이다’ 뿐만 아니라 ‘반성과 사죄를 했다’고 대답하고 있다. 향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이런 인식의 간극을 메워 나가지 않으면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양국의 정치 리더는 서로가 인내하고 무엇보다 함께 움직이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대국에 대한 친밀감을 묻는 설문에 대해 ‘느끼지 않는다’, ‘별로 느끼지 않는다’라고 응답한 사람의 경우 일본 측이 약 50%, 한국 측이 약 80%에 달했지만 ‘상대국은 필요할 것 같다’는 응답이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40%를 차지한 점이다. 개인의 감정은 별개의 문제로 하고 양국 관계는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분리해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 한국 모두에서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은 것은 향후 정상회담을 실현하는 데 탄력이 될 것이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 對中 인식 차 커 한·일 관계 저해 우려 서로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에서 한·일 간 차이가 드러났다. 한국에서 ‘일본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지난 조사보다 늘어난 것은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한국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줄었다. 역사 인식 등에서 일본 입장을 아무리 설명해도 한국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 데 대한 피로와 불신이 반영된 것이다. 한국에 관심 있는 일본인 학생들 중에서도 “무엇을 해도 한국이 반드시 비난한다”는 사람이 생겨났다. 서로에 대한 관심은 과거보다 다양해졌다. “일본 하면 만화”, “한국 하면 한류” 등과 같은 고정관념이 줄었다. 특히 한국 젊은이들이 “독도 문제에선 양보를 안 하지만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평가한다”는 유연한 사고를 하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정치적·외교적 마찰이 심해져도 대화의 실마리는 반드시 남기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을 보는 인식 차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약화된 현재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일이 협력해 힘의 공백을 메우고 중국과의 균형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 일본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양국이 역사 인식을 놓고 갈등하는 가운데 중국은 한국을 끌어들여 한·미·일 공조를 흐트러뜨리고 싶어 한다. 일본군 위안부는 여성 인권과 관련된 세계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일본으로선 손해다. 한·일은 양자 관계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내정과 과거에 눈길을 빼앗기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서로에 이익이 되는 관계를 재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 새로운 형태 ‘타일’이 나왔다...수학사에 남을 ‘15번째 오각형’ 발견

    새로운 형태 ‘타일’이 나왔다...수학사에 남을 ‘15번째 오각형’ 발견

    욕실 등에 타일을 시공하는 타일공들이 들으면 반가워할 소식이 수학계로부터 나왔다. 바닥면에 겹치거나 빈 틈이 없도록 타일을 붙일 수 있는 새로운 오각형이 3명의 수학자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수학사의 한 쪽을 장식할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발견의 주인공들은 미국 워싱턴 대학의 수학자들로, 학부생이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 큰 발견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 발견이 있기 전까지 평면을 덮을 수 있는 오각형 종류는 14개가 발견된 상태였다. 마지막 종류는 1985년에야 발견되었는데, 평면을 덮을 수 있는 오각형의 종류가 더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오각형은 볼록오각형, 그러니까 모든 꼭지점이 밖으로 튀어나온 오각형에만 국한해서 하는 이야기다. 오각형의 종류는 둔각오각형,예각오각형,3등변오각형,2등변오각형,마름오각형,정오각형 등등이 있다. 이번에 15번째로 발견된 오각형은 부등변오각형으로, 5개의 변 중 두 개가 같을 뿐이다. 이 발견은 물리학에서 새로운 소립자를 발견한 것과 비슷한 것으로 수학계에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15번째의 오각형을 발견한 수학자는 워싱턴 대학 수학 조교수 케이시 맨과 그의 부인 제니퍼 맥루드-맨 그리고 학부생 연구원인 데이비드 폰 데라우이다. 이번의 발견은 생화학과 구조설계 등 많은 부문에서 실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결정이나 바이러스 등,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구조들은 기하학과 역학적으로 연관된 블록들이 합체되어 이루어진 구조물이라 할 수 있다" 고 언론에 설명한 맨 조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오각형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일 시공업계에도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고 덧붙였다. 이 새로운 타일은 어떤 형태가 2차원 평면을 메꿀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한발짝 더 다가갔다는 것을 뜻한다. 삼각형이나 볼록사각형은 그 형태나 크기에 상관없이 바닥을 빈틈없이 메꿀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오각형 이상의 볼록 다각형들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면을 메꿀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평면을 메꿀 수 있는 새로운 오각형을 찾아내는 일은 수학자들에게 하나의 도전 과제였지만, 성공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카를 라인하르트라는 독일의 수학자는 1918년에 5종류의 새로운 오각형을 발견했다. 1968년에는 R. B. 커슈너가 세 종류를 더 찾았으며, 1975년에는 리처드 제임스가 한 종류를 더 찾았다. 그리고 같은 해에 놀랍게도 미국 샌디에고의 한 아마추어 수학자가 역시 5개의 오각형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는 전문 수학자가 아닌 주부로서, 제임스의 발견에 대한 기사를 읽고 독자적인 방법으로 다섯 종류를 더 찾아낸 것이다. 라이스의 성과는 전문 수학자의 검토를 받고 출판되었다. 그리고 이번의 15번째 새 오각형은 30년 만에 찾아낸 것이다. 맨과 맥루드-맨은 2년 전 워싱턴 대학에 온 이후부터 바닥덮기와 매듭이론(tiling and knot theory)을 이용해 새 오각형 발견 작업에 매달렸다. 오랜 동안 소득 없이 진행되던 작업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이었다. 폰 데라우의 컴퓨터 시스템이 대단히 흥미로운 가능성을 생산해냈고, 그는 이것을 연구원들에게 보냈다. 마침내 그들이 새로운 오각형을 하나 찾아냈을 때 그들은 오랜 수학 퍼즐 문제 하나를 풀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 외에도 새로운 오각형이 더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다. 하지만 더이상 없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만큼 새 오각형을 더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고 맨 조교수는 가디언 지에 밝혔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주택시장 문제점 진단·해법 내놓는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주택시장 문제점 진단·해법 내놓는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

    주택시장이 정상화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간 거래량이 매달 최고를 기록하고 집값도 안정세를 띠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고 건설업체들의 자금난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 주택시장에 훈풍이 돌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런데도 왠지 불안한 구석이 남아 있다. 전·월세 시장 불안과 신규 아파트 공급 시장 과잉 우려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차 시장이나 과잉공급 문제는 정부가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데다 수단도 마땅치 않다. 모처럼 활기를 찾은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주택시장 전문가인 남희용(62) 주택산업연구원장을 만나 주택시장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들어 봤다. 남 원장은 아파트 공급과잉에 따른 시장 혼란 예방,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변화를 주문했다. →주택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하는데 임대차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전셋집 부족과 보증금 급등이 문제인데 이는 구조상 문제다. 전세 기간이 끝난 주택이 대부분 월세로 전환되는 급격한 월세 전환도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주택 임대차 시장 특징은 전체 임대차 주택 물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전셋집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해도 연착륙 방안은 없나.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금리가 낮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자선사업가가 아니지 않나. 그동안은 집을 사면 자산가치 상승 기대감에 전세를 끼고라도 구입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임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수요자 입장에서는 집을 살 욕구가 생기지 않는 구조다. 최근의 전세난은 주택 구매 욕구가 떨어지고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그래도 전셋값 상승 폭이 너무 크다. 부작용도 많다. -전셋값 상승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계층은 서민층이다. 그동안은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서민들이 다소 무리해서라도 집을 샀다.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주택 구입 능력이 없는 데다 주택 구입 욕구(집값 상승 기대감)도 떨어졌다. 결국 전세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구조적으로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전세시장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없나. -답은 간단하다. 전세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현까지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당장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전세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길밖에 없는데, 대형 건설사들은 전세 임대주택사업에 적극 뛰어들지 않는다. 유인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고, 이미지 추락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분양 전환 과정에서 분양가를 놓고 세입자들과 분쟁이 생기기 마련인데 자칫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 달려들지 않는다. 투자금 회수가 느린 데다 보증금을 부채로 잡는 것도 건설사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 이유다. →뉴스테이(중산층 임대주택)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같은 이유인가. -그렇다. 중산층 세입자를 겨냥한 상품으로 구성은 좋지만 시각차가 너무 크다.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는 지적이다. 중산층을 위한 임대정책에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은 특혜라는 인식이 강하다. 관련 법 제정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다. 결국 저소득층도 함께 입주할 수 있게 사회주택을 함께 짓도록 변질됐는데, 과연 이뤄질지 미지수다. 사회주택에 투자할 만한 자선단체가 얼마나 될지 회의적이다. 하지만 업계는 수익률이 담보되고 보증금을 부채로 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건설사는 수익성이 보장돼야 참여한다.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전폭적인 택지 공급이나 세제 지원을 해 주고 싶지만 특혜 시비에 휩싸여 그러지도 못한다. →월세시장도 불안하다. 월세 전환 연착륙 방안은 없나. -원인이 두 가지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따진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전세를 주는 것보다 월세를 놓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전세 보증금을 빼준 뒤 이자를 내더라도 월세를 받는 게 훨씬 유리하다. 전월세 전환율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비자발적인 월세 세입자가 증가하는 것이다. 폭등하는 전세 보증금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세를 사는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인 월세 세입자도 적지 않다. 이는 집값 움직임과 연관지을 수 있는데, 전세를 살고 싶어도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보증금 반환을 걱정한 나머지 자발적으로 월세를 사는 경우다. →월세 전환율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월세 전환율을 6%까지 보고 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8~10%를 받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강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새로운 임차인을 들일 때는 기준이 정해지지 않는다. 월세 전환율을 권장 수준으로 그치지 말고 좀 더 규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월세 전환율이 전세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한쪽 축(월세 전환율)을 잡아 주면 다른 축(전세 보증금)도 잡힌다. →그렇다면 전월세 시장 불안을 잠재울 대책은 없나. -방법은 한 가지라고 본다. 다주택자에 대한 편협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다고 죄악시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투기 시대에 응급처방으로 도입됐던 제도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손봐야 한다. 개인들이 집을 많이 구입하도록 장려해 소규모 임대사업자가 많이 등장해야 전셋집이 늘어난다. 다음에는 집주인이 시장 상황에 따라 전세를 주든, 월세를 주게 하면 된다. 그래야 거래량도 꾸준히 증가한다. 주택시장 정상화와도 맥을 같이한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역할은. -정부가 주택정책을 이끌고 가는 것이 어렵다. 시장경제 볼륨이 커져 주택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한계에 직면했다. 시장에서 맡겨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주도의 임대주택 정책이 홍보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시장에서의 효과는 미미하다. 또 지자체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판을 깔아 줘야 한다. 행복주택정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뒤늦게나마 정부 주도 사업에서 지방자치단체 제안 사업으로 돌린 것은 다행이다. →분양시장을 점검해 보자. 공급과잉 우려는 없나. -조심스럽지만 공급과잉이 걱정된다. 미분양보다 심각한 것은 입주 시기에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못해 생기는 미입주 사태를 걱정해야 한다. 미입주 사태가 생기면 업체나 집주인 모두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미분양은 사업을 멈추고 계약금을 돌려주면 그만이지만, 다 지어 놓고 입주가 안 되면 사업을 변경하지도 못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2~3년 뒤가 걱정된다. 과거처럼 정부가 나서서 통제할 수 없다. 고작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 공급을 조절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LH는 부지를 빨리 팔아야 할 입장이다. 건설업체들도 제 살을 깎아 먹는 폭탄 돌리기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한 번 잡은 호황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밀어내기 분양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분양이 잘 되는 곳은 수도권 신도시, 혁신도시, 대규모 개발 호재가 있는 몇몇 지역에 불과하다. 서울도 변두리는 주택사업이 어렵다. 확실한 타깃을 맞춰 추진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업성을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분양가가 너무 올랐다는 지적도 많다. -재건축 아파트에서 분양가 상승세가 눈에 띈다. 민간택지이기 때문에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파트 분양가의 경우 2~3년 전 3.3㎡당 1700만원에 분양하던 것이 최근 2100만원으로 올랐다. 입지가 좋다고는 하지만 분양가 상승 폭이 너무 가파르다. 건설업계는 지나친 분양가 상승이 자칫 새로운 분양가 규제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남희용 원장은 누구 주택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에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주택공급·기금 등 주택시장 전반에 걸친 연구를 해 왔다.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이 출연한 주택산업연구원 원장을 6년간 맡아 각종 제도 개선을 제안하는 등 주택산업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주택공급제도 검토위원, 주택관리공단 경영지원 이사, 기금 정책심의회 민간 위원도 맡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도 한국주택학회 이사, 재정정책자문회의 민간위원, 주택정책심의위원, 소비자만족도 주택품질 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스웨덴어과 졸업 ▲미국 털리도대 사회학 석사 ▲미국 네브래스카대 도시사회학 박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 테마 입는 역사

    경기도는 17일 경의선이나 중앙선 역사 중 한 곳을 선정해 경기북부 관광활성화를 이끌 ‘테마역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마역사는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31개 역사 가운데 유동인구가 많고 주변 문화관광지와의 연계가 가능한 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된 역에 테마와 아이템을 접목하고 창조적인 공간디자인과 스토리를 가미해 관광객 유입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경의·중앙선은 지난해 말부터 경기북부 이용객과 유동인구가 늘고 있어 사업 전망이 밝다고 도 관계자는 밝혔다. 도는 오는 10월 12일까지 ‘경기북부 테마역사 조성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개발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국내 테마역사 성공사례로는 경북 봉화군 분천역 ‘산타마을’, 전남 보성군 득량역 ‘추억의 거리’ 등이 있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코레일-시·군이 협력형 개발체제를 구축해 테마역사 리모델링, 테마열차 상품 개발 및 마케팅, 역 주변 지역상품 개발 및 테마거리 조성 등의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제대로 알자! 의학 상식]

    ●퇴행·감염·통풍성 그리고 류머티즘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로 관절이 퇴화해 이상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 처음에는 관절을 심하게 쓸 때만 아프지만, 증상이 진행되면 층계를 오르내리기가 불편해지고 아주 심해지면 밤에도 아파서 잠을 못 이루다가 결국 걸을 수도 없게 된다. 한번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면 어떤 치료를 해도 그 이전의 상태, 즉 젊었을 때의 관절로 돌려놓을 수 없다. 퇴행성 관절염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질환도 있다. 세균이 관절에 침투해 염증을 유발하는 감염성 관절염은 몇 시간 또는 며칠 이내에 급격히 발생한다. 심한 열감기처럼 온몸에 열이 나고 춥고 떨리며 관절 주변이 뜨겁고 피부색이 붉어지면 감염성 관절염일 가능성이 크다. 오른쪽과 왼쪽 관절에 거의 동시에 생긴 관절염이 한 달 이상 가면 류머티즘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관절을 외부에서 침입한 나쁜 물질로 오해해 공격함으로써 발생하는 자가 면역 질환이다. 주로 젊은 여성에게 발생하며 손, 무릎 등에서 좌우가 비슷하게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 이 밖에도 요산이 몸에 쌓여 발생하는 통풍성 관절염도 퇴행성 관절염으로 오해하기 쉽다. 과도한 음주와 고기 섭취가 원인이며 발이나 발목 관절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당뇨환자 물가 맨발로 다니면 합병증 우려 당뇨발은 당뇨병 환자의 발에 생기는 신경병, 구조적 변형, 궤양, 감염, 혈관 질환 등을 일컫는 말이다. 당뇨발이 진행되면 작은 상처도 낫지 않아 궤양이 되고 심하면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발이 까맣게 썩는다. 발에 상처가 생겨도 잘 느끼지 못하며 치유력과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특히 여름은 당뇨병 환자가 조심해야 할 계절이다. 맨발로 다니다 보니 당뇨발이 나타나기 쉽다. 당뇨병 환자에게 발은 얼굴보다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물가, 해변, 수영장 등에서 맨발로 다니면 안 되며 물집이 잡히거나 발 색깔이 변하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잠자기 전에는 꼭 비누로 발을 닦고 잘 건조하고선 매일 주의 깊게 발을 관찰해 상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신발을 신기 전에는 안쪽에 이물질이 있지는 않은지 살피도록 한다. 다리를 꼬거나 책상다리 자세를 하면 혈액 순환이 안 되니 항상 바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너무 오래 서 있는 것도 좋지 않다.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김종민 정형외과 교수, 서현석 성형외과 교수
  • “자폐증상 가진 사람, 더 창조적이고 독창적” (英 연구)

    “자폐증상 가진 사람, 더 창조적이고 독창적” (英 연구)

    자폐증상을 가진 사람 중 보통 사람을 넘어서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경우가 종종 있다. 특출난 기억력이나 창조성 등이 그 예인데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등 공동 연구팀은 자폐증과 창조성 간의 관계를 연구한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자폐적인 성향이 높은 총 312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이중 75명은 과거 실제 자폐증으로 판정받은 바 있다. 영화나 드라마로도 잘 알려진 자폐증은 사회기술, 언어, 의사소통 발달 과정이 지연되거나 비정상적인 기능을 보이는 발달 장애를 지칭한다. 피실험자들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크게 두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먼저 종이 클립을 주고 이를 여러 용도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과 추상적인 그림을 주고 해석하는 것을 테스트 한 것. 그 결과는 흥미롭다. 피실험자의 경우 클립을 활용하는 아이디어 숫자 면에서 비장애인보다 적었지만 훨씬 더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방법이 나왔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비장애인들이 보통 클립을 핀이나 고리 등으로 활용한다고 공통적으로 대답한 것과는 달리 피실험자들의 경우 종이비행기 화물, 카지노 칩, 꽃 자르는 철사 등 엉뚱하지만 기발한 대답이 나왔다. 또한 추상적인 그림을 보고 1분 안에 여러가지 해석을 해보라는 실험의 경우에도 자폐 경향이 높을수록 그 대답의 숫자가 적었지만 역시 남들과 다른 독창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연구를 이끈 마틴 도허티 박사는 "자폐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양으로는 적지만 질적으로는 훨씬 더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가졌다" 면서 "어떤 문제에 다가갈 때 자폐 경향의 사람들은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창조적, 독창적 우수성은 뇌의 일부 기능의 장애에서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2+2회담 병행… 5·24 조치 해제를”

    “2+2회담 병행… 5·24 조치 해제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6일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안했다. 야당 대표가 8·15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정부·여당을 비판하기보단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하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8·15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 100년을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면서 앞으로 30년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분단으로 갇혀 있는 경제 영역을 북한으로, 대륙으로 확장하는 것이야말로 첫 번째”라며 동해권과 황해권을 축으로 남북 경제통일을 먼저 이루자고 밝혔다. 문 대표는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북한과 대륙으로 경제 영역을 확장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에 앞서 경제공동체를 이루면 세계 네 번째로 ‘3080(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8000만명) 클럽’에 들어가고 3%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5%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북핵 문제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고 보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남북, 북미 간 ‘2+2회담’ 병행을 제시했다. 특히 “5·24 조치 해제와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해야 한다”면서 여야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대해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화해와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공식, 비공식 창구를 따지지 말고 북과 접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뢰 도발 이후 남북 화해 협력 주장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질문에 문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무장공비가 청와대에 들어왔지만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회견을 앞두고 한 달 전부터 경제학 박사인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신동호 메시지특보 등과 머리를 맞댔고 최근 당내 전략통인 진성준 의원과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홍익표 의원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를 꾸려 구상을 가다듬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남북문제의 실마리를 경제로 풀어야 한다는 점, 박 대통령의 8·15 담화와 별개로 우리만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문 대표의 대북정책과 신경제지도 구상 등은 뜬구름 위에 집을 짓는 느낌”이라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지뢰 도발 등이 이어진 상황에서 5·24 조치의 일방적 해제는 적절하지 않고 2+2회담도 북한이 원하는 북미회담이 주가 되고 남북회담은 보조적 역할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민주주의 ‘창’으로 본 3·1운동 ~ 임시정부

    민주주의 ‘창’으로 본 3·1운동 ~ 임시정부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김정인 지음/책과함께/408쪽/2만 2000원 사관(史觀)은 역사를 바라보는 창이다. 어떤 사관을 통해 역사를 접하느냐에 따라 시대에 대한 이해, 분석, 역사적 사건에 대한 원인과 결과 등의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역사에서 추출해내는 현재적 의미 역시 사실과 아주 멀리 떨어지게 된다. 식민주의 사관, 영웅주의 사관, 왕조주의 사관이 득세하던 시절, 사학계에서는 사관의 균형추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민중사관, 민족사관을 통한 역사인식과 연구에 힘썼다. 그러나 민족-반민족, 민중-지배세력의 대결구도로 바라보는 역사 인식에는 여전히 부족한 지점이 있었다.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었다. 특히 19세기, 20세기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학계 전반에서 외래에서 온 제도이자 사상쯤으로 치부하며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춘천교대 교수면서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으로 활동하는 젊은 사학자인 저자는 ‘민주주의 사관’이라는 창을 통해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출범까지의 역사에서 한국의 자생적인 민주주의의 기원을 살핀다. 명명되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제도화하지 않았을 따름이지, 민주주의는 이미 우리 안에 그 가치와 내용을 담은 문화와 문명으로서 실재했음을 ‘인민’, ‘자치’, ‘정의’, ‘권리’, ‘도시’ 등 핵심 개념으로 명쾌하면서도 깊이를 놓치지 않고 풀어간다. 민주주의를 핵심 사관으로 삼아 바라보면 19세기를 조선후기사와 근대사로 분리하는 방식이 아닌 연결되는 총체적 역사 흐름으로 살필 수 있고, 그때 비로소 민중과 지배계급의 대결, 개화와 척사의 갈등 등 도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분절된 삶이 존재할 수 없듯 분절된 역사도 존재할 수 없음은 자명한 진리다. 소외와 배제의 대상에 불과하던 노비와 여성 등 기층계급이 추구한 해방의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끌어 갈 주체인 인민이 탄생됐다. 그리고 천주교, 동학 등 평등지향적 종교 공동체 속에서 인민들은 스스로 사회 운영 제도를 만들고 규율을 습득하는 자치의 과정을 겪었다. 자치의 원리를 기반해 벌어진 농민항쟁 등은 신분세습, 사회적 자산 분배의 불평등, 과세 불평등, 소수자 차별 등 사회의 여러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투쟁으로 민주주의의 내용적 충실성을 다지기 시작한 걸음이었다. 부제가 ‘시대의 건널목, 19세기 한국사의 재발견’이다. 인민을 상징하는 전봉준과 개화를 상징하는 김옥균이 역사적으로 조우하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日, 中 관용으로 국제사회 복귀”… 한국 식민 지배는 언급 안 해

    “日, 中 관용으로 국제사회 복귀”… 한국 식민 지배는 언급 안 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4일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는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구체적인 사죄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포괄적인 반성과 사과를 거론하면서 오히려 일본의 향후 입장과 자세에 초점을 맞췄다. 담화에는 과거 전쟁에 대한 일본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무라야마의 50주년 담화’의 주요 키워드인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를 포괄적으로 다 담았지만 아베 총리 자신의 입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직접 사과하지는 않았다. 무라야마 담화 및 ‘고이즈미의 60주년 담화’가 일본의 책임을 밝히면서 분명한 사죄의 뜻을 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무라야마 담화, 고이즈미 담화는 현직 총리의 입을 통해 당시 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가해 행위를 명확하게 밝히고 사죄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었다. 가해 원인이 침략과 식민지 지배였다기보다는 “당시 국제 정세와 상황에 따라 피할 수 없었던 전쟁”이었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하면서 일본의 책임과 죄과를 줄이려 한 시도도 엿보인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발표한 각각의 담화에서는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이 아시아 국민의 고통을 가져온 원인”이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과 비교할 때 크게 후퇴한 것이다. 또 중국에 대한 침략 행위 등에 대해선 만주사변 이후 일본이 잘못된 길을 가게 됐다며 보다 구체화한 반면 한국을 지칭하는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의 국제사회로의 복귀는 전쟁 고통을 당한 중국 등의 관용으로 가능해졌음을 적시하는 등 중국에 대한 배려와 구애의 신호를 숨기지 않았다. 담화에서 식민 지배와 침략이 거론됐지만 이를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조선 합병의 발판이 된 러·일전쟁을 미화하기까지 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입헌정치를 세우고 독립을 지켜냈다”며 “일·러전쟁은 식민지 지배하에 있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치켜세웠다. 아베 총리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셀 수 없는 고통과 손해를 끼쳤다”면서 과거 전쟁에 대해 사과했다. “셀 수 없는 많은 젊은이들이 일본과 싸우느라 목숨을 잃었고, 중국, 동남아 등이 전쟁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앞선 대전(大戰)에서의 행위에 관해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해 왔다”고 과거형으로만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다. 무엇에 관한 반성과 사죄인지도 모르게 모호하게 표현했고, 현 총리로서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두루뭉술한 원론적 입장만 있었을 뿐이다. 아베 총리는 역대 내각의 과거 인식을 계승한다고 했지만 역시 포괄적인 표현에 그쳤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반복적으로 사과를 표명해 왔다”면서 “그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과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의 아시아인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전후 일관되게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다해 왔다”고 말했다. 오쿠노조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당초 침략과 식민 지배 및 이에 대한 사죄 단어를 담기 거부했던 아베 총리가 중국, 미국 등의 압력과 연립여당 공명당의 압박 속에서 절충안을 선택한 것”이라면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평가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중복·유사 복지사업 1496개 통폐합

    중복·유사 복지사업 1496개 통폐합

    정부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유사·중복 복지사업 1496개를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당장 이번 주부터 지자체와 협의를 시작해 11월 말까지 통폐합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복지재정을 절감해 증세하지 않고 복지 수요를 맞추려는 고육책이지만, 지자체의 일부 복지 지원이 끊기면 취약계층의 삶이 더 팍팍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 방안은 지난 4월 복지 구조조정 논쟁이 벌어졌을 당시 ‘있는 돈이라도 아껴 쓰자’는 취지에서 본격 논의됐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1일 열린 제10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지자체의 자치권 등 특수성을 참작해 ‘협의·권고를 통한 자율적 정비’, ‘절감재원의 복지분야 재투자 유도’ 등 두 가지 원칙을 세우고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통폐합 대상인 1496개 유사·중복 복지사업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에 등록된 지자체별 복지사업과 중앙정부 사업의 중복 여부를 평가해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중앙정부 사업과 같은 목적의 현금성 급여, 기초수급자 지원제도가 맞춤형 급여체계로 변경됨에 따라 중복될 수 있는 사업, 법적 근거가 없는 사회보험 부담금 지원사업 등이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과 성격이 비슷한 지자체의 장수수당,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주거급여와 유사한 지자체의 저소득층 교육지원과 사랑의 집짓기 사업 등이 대상이다. 이 밖에 지자체의 저소득층 국민건강보험료 지원, 노인장기요양 본인부담금 일부 지원 사업 등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정부는 이렇게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중복사업을 정비해 7000억원 정도의 복지재원을 절감하려고 한다. 절감한 복지재원은 해당 지자체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재투자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유사·중복 복지사업의 통폐합에 협조하는 지자체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통폐합 실적을 보건복지부가 매년 실시하는 지자체 복지수준 평가와 행정자치부의 복지사회분야 지자체 합동평가에 반영하고, 전국 6개 시·도에 나눠줄 1억 7000만원 규모의 상금도 마련했다. 반면 협조적이지 않은 지자체에는 국고보조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비와 지방비를 일정 비율로 묶는 매칭사업에서 국고 매칭 비율을 감액할 수 있을지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자체의 ‘자율적 정비’에 맡길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난으로 위기에 몰린 지자체가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근’보다는 ‘채찍’에 더 무게가 실렸다는 지적이다.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복지에 대한 230개 지자체 주민의 요구가 다 같을 수는 없다”며 “지역의 세세한 특성을 반영한 사업까지 중앙정부가 통제하겠다는 획일적인 중앙집권적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경제 블로그] 공정위 “롯데 들여다보겠다” 큰소리쳤지만…

    [경제 블로그] 공정위 “롯데 들여다보겠다” 큰소리쳤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를 향해 ‘칼’을 뽑아 들었지만 ‘무’라도 벨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겠다며 “오는 20일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해외 계열사 주식 소유 현황 등을 제출하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롯데가 협조하지 않으면 강제할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료 미제출로 신 총괄회장에게 형사 책임을 물어 봐야 벌금 1억원이 최고입니다. 수조원대 재산을 소유한 신 총괄회장에게는 별 ‘의미 없는’ 금액입니다. 롯데는 “(자료 제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합니다. 다만 “오너가(家) 외에 다른 주주들의 정체와 지분율까지 공정위에 제출하려면 이들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데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변명도 잊지 않고 덧붙였습니다. 공정위가 믿을 구석은 ‘여론’인데 롯데도 연일 고개를 숙이며 여론 설득에 들어갔습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11일 세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공정위의 롯데 압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6월 ‘2015년 대기업집단 주식 소유 현황’ 공개를 앞두고 공정위는 ‘기존 순환출자 수를 줄여 달라’고 롯데에 요구했습니다.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 수가 416개로 61개 대기업집단 전체 순환출자 고리 수(459개)의 91%나 됐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지난해 7월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된 이후 기존 순환출자까지 줄이고 나선 다른 그룹과 달리 단 한 개의 고리를 끊는 데 그쳤습니다. 롯데 다음으로 순환출자가 많은 기업이 삼성인데 10개뿐입니다. 롯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공정위는 앞서 베일에 싸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3% 보유)를 들여다보기 위해 롯데에 협조 요청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알 수 없다”는 롯데 측 답변에 더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롯데 사태’가 터지기 전 지난 6월 사석에서 만난 공정위 관계자는 “롯데가 너무 비협조적”이라면서 “공정위가 롯데 지배구조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털어놨습니다. 시름에 빠진 공정위가 내놓을 수 있는 다음 카드는 뭘까요.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동아일보 유근형 기자 8월 과학기자상 수상

    동아일보 유근형 기자 8월 과학기자상 수상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심재억)는 한국로슈진단(주)이 후원하는 ‘과학기자상’ 8월 수상자로 동아일보 유근형(사진) 기자를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유근형 기자의 ‘질병관리본부 해부’(6월 20·23일자) 기사가 “메르스가 한창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내 방역체계의 중심이 되어야 할 질병관리본부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의 비교를 통해 인사권과 예산, 전문성, 권한 등의 부재를 세밀하게 지적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유근형 기자는 “매일 매일 쏟아지는 메르스 기사 광풍 속에서도 한 걸음 뒤에서 진득하게 방역체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김차수 국장, 하종대 부국장, 이광표 부장, 이진한 차장 이하 동료들, 메르스 종식까지 함께 고생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서 “메르스 극복과정에서 언론인들이 쏟아낸 글들이 한 번 소비되고 사라지는 일회성 글이 되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보는 등 기자의 책무를 다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과학기자협회는 매달 과학 및 의료·보건 분야의 우수한 보도 기사를 가려 시상하는 ‘과학기자상’을 제정·운영하고 있다. 이 상은 현장을 지키는 과학 기자들의 취재 의욕을 고취하고, 노고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공모를 통해 접수한 기사에 대해 소속 매체와 기자 실명을 배제한 채 엄정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9월1일(화) 협회(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707호)에서 열린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