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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유미 서울시의원,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 지원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 가져

    채유미 서울시의원,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 지원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 가져

    채유미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5)은 5월 29일(수)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 지원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사회자로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는 토론회를 주관한 장상기 교육위원회 의원, 신원철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김용석 더불어민주당대표, 장인홍 교육위원회 위원장 등 서울시의원 12명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개회식에 이은 토론회는 한경근 교수(단국대학교 특수교육학과)가 토론회 발제를 맡아 현행법상 특수교육대상자 범주의 문제점과 특수교육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첫 번째 토론자인 양옥수 교장은 일선학교의 사례를 들며 ‘무엇보다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변화가 선행되어야함을 주장하며 통합교육지원팀 형태의 구조 개선’을 제안했다. 이에 두 번째 토론자인 김정선 교사는 “1수업 2교사제 등 통합교육을 위해 특수교원 확충을 제안하고 일반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자가 특수학급을 통해 장애유형·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수교육대상자의 학부모인 정순경 대표는 “특수교육대상자가 거주지 근처학교에 배치 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보조인력(특수교육실무사 등) 배치 기준을 도입해 현재의 과밀학급(교)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정영철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장은 “학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적극 공감하며 현재의 제도적, 법률적 제한속에서 모두가 공감하고 따뜻한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사회에 이어 토론회도 참석한 채 의원은 “특수교육은 장애학생들 뿐 아니라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폭 넓게 다가가야 한다” 또한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더불어 배우는 통합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이 일반학급에의 수업이 원활하도록 특수교사와 일반학급교사의 긴밀한 협업 및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가 위기,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할 것인가

    국가 위기,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할 것인가

    대변동/재러드 다이아몬드 지음/강주헌 옮김/김영사/600쪽/2만 4800원‘위기’를 뜻하는 영단어 ‘crisis’는 그리스어 명사 ‘krisis’와 동사 ‘krino’에서 파생했다. ‘구분하다’, ‘결정하다’, 그리고 ‘전환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풀어 보자면 위기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조건이 확연히 구분되는 때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결과 역시 확연히 달라진다는 뜻일 터다.●‘총, 균, 쇠’ 저자의 6년 만의 신간 위기의 초점을 국가로 맞춰 보자. 국가의 위기는 왜 발생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며, 어떤 변화를 부를까. 신간 ‘대변동’은 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에 관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 UCLA 지리학과 교수의 대답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총, 균, 쇠’ 이후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로 문명의 흥망성쇠를 탐사한 그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저자는 7개 국가의 위기의 역사를 풀어간다. 7개 국가는 핀란드, 일본,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칠레, 독일이다. 일본을 제외하고 그가 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직접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국가들이다. 국가의 위기를 진단하고 비교하고자 저자는 심리치료사들이 쓰는 12개 위기 진단법을 수정해 사용한다. 국민적 합의, 책임 수용, 울타리 세우기, 다른 국가의 지원, 다른 국가 위기 해결 사례, 국가 정체성, 자기 평가, 역사적인 국가 위기, 실패 대처법, 유연한 대응 능력, 국가의 핵심 가치, 지정학적 제약의 해방이다.●美·日·獨 등 7개 국가의 위기 분석 저자는 이 틀로 7개 국가의 위기를 분석하고, 어떻게 해결하는지 살핀다. 예컨대 핀란드는 1939년 소련 공격 전까지 위협을 심각하게 논의하지 않았지만, 침공 이후 국민적 합의를 이끌었다. 정직한 자기평가를 거쳐 ‘생존을 위해서라면 소련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한 점이 눈에 띈다. 급기야 민주주의 원칙을 과감하게 포기하면서까지 소련과 실용적 관계를 유지했는데, 이는 유연한 대응이 작용한 결과였다. 칠레와 인도네시아는 심각한 경제적 혼란을 맞닥뜨리면서 위기에 빠졌다. 국가가 위기 상황이라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정치적 분열은 심화했고, 결국 군사 쿠데타로 이어졌다. 위기의 책임을 수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난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독일과 일본은 큰 피해를 봤다. 그러나 독일은 나치의 범죄를 인정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 1968년 서독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로 세대교체에 성공하고 이어 1970년 총리인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에서 무릎 꿇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과거의 짐을 벗었다. 전쟁을 일으키고도 피해자 논리만 내세운 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아 주변국의 원성을 사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우 저자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에 따른 민주주의 와해가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20년 사이 정치적 타협에 실패해 연방 정부의 셧다운을 초래하거나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잦아졌다. 여기에 양극화 현상이 확대되면서, 세계적인 강대국 미국의 위기도 가시화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외부적 요인으로 갑작스레 격변을 맞은 핀란드와 일본, 내부적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칠레와 인도네시아, 점진적으로 확대된 위기에 시달린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비교한 뒤, 이어 세계로 눈을 돌려 국가 간 불평등, 환경 자원의 부족, 기후변화, 핵전쟁, 인구 변동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에 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개인의 경우에 그렇듯이 국가도 타성과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위기 때 국가도 타성·저항 극복해야” 책을 읽으면 결국 우리나라에 시선이 자연스레 갈 수밖에 없다. 일본에 강제 병합되고, 이어 남과 북이 총부리를 겨눈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독재 정치와 민주화 성취가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에 이르기까지 우리 근현대사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위기, 선택, 변화의 경험이 풍부하다. 국가의 위기를 살피는 비교 연구가 드문 데다가, 이를 꿰뚫어낸 저자의 통찰력이 빛난다는 점, 지루하지 않은 풍부한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볼 때 책의 가치는 아주 높다. 저자가 “출간 후 서너 주 동안 읽힌 다음 폐기해도 상관없는 책이 아니라,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꾸준히 인쇄되기를 기대하며 쓴 책”이라고 서문에서 자신 있게 밝힌 것처럼 서가에 꽂아두고 천천히, 깊이 읽어볼 만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美 5살 조카 살해한 삼촌, 사형 면제 조건으로 유기 장소 자백

    美 5살 조카 살해한 삼촌, 사형 면제 조건으로 유기 장소 자백

    미국 유타주 로건 시티에서 실종된 여아가 끝내 시신으로 돌아왔다. 29일(현지시간) 로건 시티 경찰서장 게리 젠슨은 “지난 24일 새벽 실종된 엘리자베스 리지 셸리(5)가 집 근처 창고 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CNN 등 현지 매체는 조카인 셸리를 납치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알렉산더 위플이 사형을 면제받는 조건으로 경찰에게 시신 유기 장소를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젠슨 서장은 “셸리를 집에 데려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지난 24일 여동생 제시카의 집을 방문한 위플은 모두가 잠든 새벽 조카 셸리를 납치했다. 다음 날 아침 셸리와 위플이 사라진 사실을 안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은 진흙투성이에 흠뻑 젖은 바지를 입은 휘플이 오전 6시 46분 집 근처를 지나는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인했다. 셸리가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높게 본 경찰은 위플의 행방을 추적했고 25일 오후 3시쯤 셸리의 자택에서 약 16㎞ 떨어진 캐쉬 밸리 지역에서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조사 결과 위플은 체포 직전 하이럼 지역의 한 편의점에서 맥주와 담배를 구입해 도주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를 목격한 편의점 직원 라이언 릴진키스트는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상한 차림새 때문에 그를 기억한다. 넥타이와 양복 위에 회색 후드티를 겹쳐 입은 남자가 만취한 상태로 가게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현지 보도에 따르면 위플은 체포 당시 조카의 옷가지를 손에 들고 있었으며 경찰의 신원 확인을 여러 차례 거부했다. 경찰은 그가 검문에 거세게 저항했으며 품에 야구방망이를 숨기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맥주와 마리화나로 추정되는 마약을 소지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셸리 납치 용의자로 긴급 체포된 위플은 경찰 조사에서 “여동생 부부가 잠든 사이 근처를 산책했을 뿐”이라는 알리바이를 들이대며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은 그가 셸리의 실종과 관계없는 자신의 가족사를 늘어놓으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법원 문서에는 위플이 “어린 시절부터 학대를 당했다. 가족들이 일평생 나를 얼마나 끔찍하게 대했는지 모른다”라거나 악마에 대한 언급을 했다고 기재돼 있다. 조사를 마친 뒤에는 자신의 손을 핥는 등 이상 행동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경찰이 그의 진술과 어긋나는 행적이 담긴 CCTV 증거 영상과 옷가지에서 나온 혈흔을 토대로 추궁하자 위플은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데 그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위플은 지난 2016년 동거녀를 폭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같은 해 음주 상태로 이웃의 차를 훔쳐 달아나 경찰과 추격전 끝에 붙잡힌 바 있다. 위플의 옷과 시계에서 나온 DNA가 셸리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셸리가 이미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위플을 납치 용의자에서 납치 및 살인 용의자로 전환하고 시신 유기 장소 자백을 유도했다. 위플의 변호를 맡은 섀넌 데믈러는 “위플은 결국 사형을 면제받는 조건으로 셸리의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털어놨다”고 밝혔다.위플의 자백을 토대로 수색에 나선 경찰은 셸리의 집과 불과 한 블록 떨어진 창고 뒤에서 셸리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묻혀 있던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해 공식적인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함께 발견된 옷가지로 볼 때 셀리의 시신이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흉기를 수거했으며, 인근 학교 주차장에서 피 묻은 손자국이 찍힌 둔기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감식 결과 흉기의 혈흔은 모두 셸리의 것으로 확인됐으며 위플의 지문 역시 검출됐다.실종 나흘 만에 시신으로 돌아온 딸의 소식에 가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에 빠졌다. 셸리 가족의 대변인 질 파커를 통해 성명을 전달한 제시카는 “원하지 않던 딸의 사망 소식에 슬픔과 비통함을 가눌 길이 없다”고 밝히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지역 사회에 감사함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위플에게 보석 없는 수감을 명령했으며 검찰은 아동 납치 및 살해, 신체 모독, 공무집행방해 등 여러 건의 혐의를 적용해 위플을 기소했다. 그러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위플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더이상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의 다음 공판은 오는 6월 3일 열릴 예정이다. 사진=AP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장상기 서울시의원 주관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을 위한 정책 토론회’ 성황리 개최

    장상기 서울시의원 주관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을 위한 정책 토론회’ 성황리 개최

    서울특별시의회 장상기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서6)은 29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 지원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교육위원회 채유미 의원의 사회로 개최했다. 먼저 제1부에서는 토론회를 주관한 교육위원회 장상기 의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서울특별시의회 신원철 의장, 김용석 더불어민주당대표, 교육위원회 장인홍 위원장의 축사를 비롯한 서울시의원 12명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각급 학교장 및 교사, 학부모 등 120여명이 참석하여 심도 있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어진 제2부 토론회에서는 한경근 교수(단국대학교 특수교육학과)가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의 쟁점 및 지원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며 현행법상 특수교육대상자 범주의 문제점과 특수교육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첫 번째 토론자인 양옥수 교장은 일선학교의 사례를 들며 ‘무엇보다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변화가 선행되어야함을 주장하며 통합교육지원팀 형태의 구조 개선’을 제안했다. 이에 두 번째 토론자인 김정선 교사는 “1수업 2교사제 등 통합교육을 위해 특수교원 확충을 제안하고 일반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자가 특수학급을 통해 장애유형·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수교육대상자의 학부모인 정순경 대표는 “특수교육대상자가 거주지 근처학교에 배치 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보조인력(특수교육실무사 등) 배치 기준을 도입해 현재의 과밀학급(교)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정영철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장은 학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적극 공감하며 현재의 제도적, 법률적 제한속에서 모두가 공감하고 따뜻한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끝으로 장상기 의원은 “헌법 제31조에서는 누구나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고 말하며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은 특정 소수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주에 90만원…값비싼 유튜버 양성 캠프에 자녀 보내는 부모들 속내는?

    2주에 90만원…값비싼 유튜버 양성 캠프에 자녀 보내는 부모들 속내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수익을 얻는 유튜버는 이제 초등학생 장래희망 5위에 오를만큼 인기있는 직업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유튜버가 7살이라고 하니 아이들이 유튜버가 되고 싶은 게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최근 미래의 유튜버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유튜버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여름 캠프의 인기가 점차 커지고 있는 모양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학부모가 값비싼 참가비를 내더라도 자녀들을 이런 캠프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여름 캠프라고 하면 캠프파이어 등의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자연과 어울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들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유튜브 여름 캠프다. 유튜브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유튜브 측과 공식적으로 제휴하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 여름 캠프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스타 캠프스가 개최하는 유튜브 스타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로 비용은 1주에 375달러(약 45만 원)나 된다. 하지만 단기 수료에는 약 2주가 걸리므로 그 비용은 두 배에 달한다. 이 밖에도 미국과 영국, 홍콩 그리고 대만에서는 아이디 테크라는 유명 회사가 유튜브 서머 캠프 포 키즈 앤드 틴스라는 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5년 전부터 시장을 선점한 레벨 업이 운영하는 ‘레벨 업 키즈’ 등의 업체가 잇달아 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캠프 참가자들의 나이는 주관 업체와 교육 과정 등에 따라 6세부터 18세 정도로 폭이 넓지만, 유튜브 가입이 제한되는 13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부모와 캠프 주최 측이 마련한 유튜브 계정으로 유튜버가 되는 법을 배운다. 프로그램 내용은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 촬영과 편집 방법부터 채널 운영 방법, 아이디어 세우기, 인터뷰 방법, 그리고 리뷰로 수익을 얻는 구조까지 다양한 방면에 걸쳐 있다. 이런 캠프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 중 대부분은 인터뷰에서 “아이를 유튜브 스타로 키우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오히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유튜브는 아이들의 놀이터에 불과하다면서 유튜버라는 직업조차 사실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레벨 업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휴즈는 “유튜버를 목표로 하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집착 어린 열정을 그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교육에 활용하려고 애 쓰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튜버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IT나 기계공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있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나 예능·예술 등 창조적인 직업 전반에 통용되는 것“이라면서 “아이가 자신과 같은 꿈을 지닌 또래와 함께 배움으로써 팀워크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는 미디어 리터러시(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등을 몸으로 부딛혀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실리콘밸리 보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연예계 학폭 미투/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연예계 학폭 미투/박록삼 논설위원

    ‘…때릴 땐 항상 본인을 한 대 때리게 시켰습니다. 쌍방이니까요. 3년 동안 제 자신이 자살 안 한 게 신기할 정도로 버텼습니다. (…) 교통사고라도 났으면 항상 기도했습니다.’ ‘…어느새 팬이 되었고, 한 명 한 명 알고 싶어 검색을 하다가 설마설마 생각이 들면서 손과 등은 식은땀으로 젖고 숨이 가빠졌어요. (…) 항상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조심히 다녔고 눈이라도 마주칠까 땅만 보며 다녔던 기억뿐이네요. (…) 이런 사람이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감동받았다는 것에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지며 눈물이 흐르고 헛구역질도 났어요.’ 그들의 기억은 선명했다. 그리고 구체적이다. 가수 H에게 중학교 시절 내내 학교폭력에 시달렸다는 가해자는 또 다른 학교폭력 피해 친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파란색 MLB 야구잠바, 빨간색 아디다스 원피스, 레스포삭 가방 등을 빼앗겼고, 노래방 또는 놀이터에서 폭행당했던 15년 전 끔찍했던 경험을 자조적으로 나누기도 했다. 또 밴드 잔나비 멤버 Y에게 고등학교 때 ‘라이터를 가지고 장난치고,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우는’ 등의 괴롭힘과 조롱을 당했고, 전학을 가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는 피해자의 경험은 학교폭력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컸는지, 또 11년이 흘러 어른이 된 뒤에도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고통이었는지 충분히 짐작되게 한다. 훗날 연예인이 될 청소년들은 아마 학창 시절부터 일반적으로 남다른 끼를 갖고 있을 것이고, 성격도 외향적이었을 것이며, 또한 상대적으로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 또한 컸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피해자와 다르게 H나 Y는 자신의 행위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거나 학교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한 듯했다. 논란이 일자 Y는 밴드를 탈퇴했고, H도 28일 피해자와 만나 오해를 풀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예계 학폭 미투’에 대한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애절한 감성의 아름다움에 감동했다가 배신당한 느낌을 받은 대중에게도 이는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이 상처는 누가 치유해 줄 수 있나.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고, 잘못을 반성할 수 있고, 용기 있게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되고, 진짜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H나 Y뿐 아니라 비슷한 경험의 또 다른 연예인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학창 시절 누군가에게 고통과 치욕을 줬고, 평생에 걸쳐 트라우마를 안고 살게 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이제라도 피해자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의 비틀스’, ‘한국의 비욘세’라는 극찬까지 받던 이들의 음악을 편안한 마음으로 듣고 즐기고 싶다. youngtan@seoul.co.kr
  • 지독한 17년 악연… 北, 북미협상 판깨는 볼턴에 증오심 폭발

    지독한 17년 악연… 北, 북미협상 판깨는 볼턴에 증오심 폭발

    “안보 파괴 보좌관·호전광” 악담 쏟아내 ‘협상 무용·전쟁 불사·정권 교체’ 3대 정책 볼턴, 강경 대북 노선으로 회담 결렬시켜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北과의 전쟁 옹호 北 “악의 축 지명하고 도발적 정책 고안”북한이 미국의 대표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해 갈수록 신랄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붓고 있다. 종전에도 북한은 볼턴 보좌관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외교적 금도를 벗어난 것으로 비쳐질 만큼 원색적인 표현을 총동원하며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지난 20여년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고비마다 강경책을 주도하며 판을 깼던 볼턴 보좌관이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데 이어 최근에도 거듭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누적된 증오심을 표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볼턴 보좌관이 최근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위반’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27일 밝힌 언급은 인신공격성 비난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대변인은 볼턴을 가리켜 “무식하다”, “주제넘는다”, “안보 파괴 보좌관”, “구조적으로 불량한 자”, “인간 오(誤)작품”, “전쟁 광신자”, “호전광”이라며 동원 가능한 모든 악담을 퍼부은 뒤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앞서 볼턴 보좌관의 협상 상대역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20일 볼턴 보좌관의 비핵화 관련 발언에 대해 “매력이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고 힐난했다. 볼턴 보좌관의 대북 정책은 ‘협상 무용’, ‘전쟁 불사’, ‘정권 교체’로 요약된다. 그는 2001년 5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으로 임명되자 이듬해인 2002년 1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고 은밀히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994년 1차 북핵 위기를 종결시킨 북미 제네바합의을 무력화하는 데 나섰다. 그해 10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제네바합의는 파기되고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후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나서고 대북 관여 정책으로 돌아설 때도 볼턴 보좌관은 대북 강경 노선을 유지했다. 볼턴 보좌관은 자신의 상관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북한과 협상할 때 이를 고의적으로 방해했으며 정부 내에서 북한과의 전쟁을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이 지속적인 다자 간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며 립서비스를 하면서도 “부시 행정부가 김정일 독재 정권과 양자 합의를 맺어선 안 된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2005년 주유엔대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북한과의 악연은 계속됐다. 이듬해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 경제 제재 논의를 주도했으며, 첫 번째 대북 제재 결의를 통과시켰다. 북한과의 양자 협상과 합의에 대한 볼턴 보좌관의 회의론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NSC 보좌관으로 임명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 정책을 펼 때도 이어졌다. 볼턴 보좌관은 그해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모든 핵무기의 미국 반출 등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반발을 불러왔고, 정상회담을 무산 위기로 내몰았다. 지난 2월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도 볼턴 보좌관은 갑자기 북한 핵시설 관련 정보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노란색 봉투를 들고 회담장에 들어갔고 결과적으로 회담은 결렬됐다. 북한은 2차 정상회담 결렬 직후에도 볼턴 보좌관에게 결렬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며 그를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27일 “볼턴은 조미기본합의문(제네바합의문)을 깨버리는 망치 노릇을 하고 우리나라를 ‘악의 축’으로 지명하고 선제 타격, 제도 교체 등 각종 도발적인 정책들을 고안해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北 “볼턴은 인간오작품… 하루빨리 꺼져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위반이라고 한 발언에 북한이 ‘군사복무 기피’, ‘안보파괴보좌관’, ‘인간오작품’이라며 볼턴 보좌관을 원색 비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2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으며 날아가기 마련인데 사거리를 논하는 것도 아니라 탄도기술을 이용하는 발사 그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은 결국 우리더러 자위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나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볼턴은 안전보장을 위해 일하는 안보보좌관이 아니라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보좌관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구조적으로 불량한 자의 입에서 항상 삐뚤어진 소리가 나오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으며 이런 인간오작품은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北 “볼턴은 안보파괴보좌관…하루빨리 꺼져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위반이라고 한 발언에 북한이 ‘군사복무 기피’, ‘안보파괴보좌관’, ‘인간오작품’이라며 볼턴 보좌관을 원색 비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2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으며 날아가기 마련인데 사거리를 논하는 것도 아니라 탄도기술을 이용하는 발사 그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은 결국 우리더러 자위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나 같다”고 주장했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지난 25일 일본 도쿄에서 “유엔 결의안은 북한에 대해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며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최근 미국에서 볼턴을 가리켜 동남아의 논판에서 죽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군사복무도 기피한 주제에 대통령에게 전쟁을 속삭이는 호전광이라는 비평이 나오고 있는 것도 우연치 않다”고 원색 비난했다. 이어 “볼턴은 안전보장을 위해 일하는 안보보좌관이 아니라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보좌관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구조적으로 불량한 자의 입에서 항상 삐뚤어진 소리가 나오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으며 이런 인간오작품은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고 했다.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북한, 볼턴 보좌관 향해 “인간오작품…꺼져라” 맹비난

    북한, 볼턴 보좌관 향해 “인간오작품…꺼져라” 맹비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말한 데 대해 북한이 “궤변”이라면서 탄도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체 금지 요구는 ‘자위권 포기’ 요구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유엔 안보이사회 결의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가 이미 수차 천명한 바와 같이 주권국가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전면 부정하는 불법 무도한 것으로서 우리는 언제 한번 인정해본 적도, 구속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으며 날아가기 마련인데 사거리를 논하는 것도 아니라 탄도 기술을 이용하는 발사 그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은 결국 우리더러 자위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나 같다”고 역설했다. 대변인은 이어 볼턴 보좌관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대변인은 “우리 군대의 정상적인 군사훈련을 유엔 안보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걸고 들었는데, 정도 이하로 무식하다”면서 “우리의 군사 훈련이 그 누구를 겨냥한 행동도 아니고, 주변국들에 위험을 준 행동도 아닌데 남의 집일 놓고 주제넘게 이렇다저렇다 하며 한사코 결의 위반이라고 우기는 것을 보면 볼턴은 확실히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사고 구조를 가진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보장을 위해 일하는 안보보좌관이 아니라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 보좌관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구조적으로 불량한 자의 입에서 항상 삐뚤어진 소리가 나오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으며 이런 인간오작품은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또 “볼턴은 1994년 조미기본합의문을 깨버리는 망치 노릇을 하고 우리나라를 ‘악의 축’으로 지명하고 선제타격, 제도 교체 등 각종 도발적인 정책들을 고안해 낸 대조선 ‘전쟁광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볼턴은 이라크전쟁을 주도하고, 수십년간 유럽의 평화를 담보해 온 중거리 및 보다 짧은 거리 미사일 철폐 조약을 파기하는 데 앞장섰으며, 최근에는 중동과 남아메리카에서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키려고 동분서주함으로써 호전광으로서의 악명을 떨치고 있다”면서 “대통령에게 전쟁을 속삭이는 호전광이라는 비평이 나오고 있는 것도 우연치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미일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하루 일찍 일본 도쿄에 도착한 볼턴 보좌관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발사체를 ‘작은 무기들’로 표현하며 “(이 무기들이) 나의 사람들 일부와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내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송인택 울산지검장 “검찰총장 후보 ‘정권 충성맹세’ 루머… 태생적 한계 고쳐야”

    송인택 울산지검장 “검찰총장 후보 ‘정권 충성맹세’ 루머… 태생적 한계 고쳐야”

    송지검장, 국회의원에 이메일… 9개 개혁방안 제시 “검찰총장, 법무장관, 청와대 檢권력집중 개혁해야”“법무부장관에 수사, 처리 사전보고를 해야 하나”“민정수석실, 사건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위선”“표만 의식 검찰 해체… 세월호 해경 해체와 같아”송인택(56·사법연수원21기) 울산지검장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세월호 참사 때 해경을 해체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담은 e-메일을 국회의원 모두에게 보냈다. 송 지검장은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 대검,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9가지로 정리해 제시했다. 송 지검장은 26일 오후 8시 국회의원 300명에게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 개혁 건의문’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문서엔 A4용지 14장에 달하는 장문의 건의가 담겼다. 송 지검장은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돼 그 책임이 검사에게 가장 많다는 것을 잘 알고 국민께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때도 많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송 지검장은 “검찰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개혁방안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질되어 버렸다”며 “표만 의식해서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 때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송 지검장은 “지금 정치권에서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게는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다가 언제든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돼 돈 벌 기회가 늘어서 좋다고 반기는 내용들 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송 지검장은 현재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 대검,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 장관은 정권에 의해 발탁되고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한다”고 한 송 지검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진행 과정과 처리 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대통령 아들 수사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리를 버린 법무부 장관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일 뿐이다. 이 한목숨 다 바쳐 충성을 다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어느 법무부 장관처럼 정권의 이해를 대변하는 분도 많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 송 지검장은 “민정수석실이 우리는 보고 받지 않는다거나 보고는 받았어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송 지검장은 조만간 이뤄질 검찰총장 인사에 대해서도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가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 현재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 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분이라기보다 코드에 맞는 분,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돼 있다”고 했다. 다음은 송 지검장이 제시한 검찰개혁 분야 9가지 건의다. ▲법무부나 청와대에 수사 정보를 사전에 알리는 현행 보고 시스템 개선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상설특검 회부 요구 장치 마련 ▲부당·인사권침해 수사를 한 검사를 문책하는 제도 ▲청와대 같은 권력기관에 검사를 파견할 수 없도록 제도 개선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 검사장 비율 제한 ▲검찰 불신을 야기한 정치적 사건과 하명 사건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변경 ▲대통령이나 정치 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독립적인 위원회의 인사 제도 등이다. 다음은 송인택 지검장이 보낸 e-메일 전문이다.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 저는 진실을 밝혀 옳은 것을 옳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직업,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 직업이 좋아서 검사의 길을 택했고, 가족을 돌볼 겨를도 없이 사건과 기록에 파묻혀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제는 집보다 사무실이 더 편한 그런 검사입니다. 공안·기획이나 특수 전담을 제외한 대다수의 검사들은 형사부와 공판부에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을 한다는 긍지 하나로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아 왔음을 저는 잘 압니다. 저 스스로가 검사라면 주말도 하루정도는 나와서 근무해야 한다고 강요하던, 후배들이 힘들어 하던 선배였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논할 사건보다는 사기, 횡령, 공갈, 폭력, 강·절도 등 보통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분쟁에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할 사건들, 그러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여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더러는 속고, 더러는 범죄자에게도 마음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그런 사건들에 파묻혀 살아왔습니다. 밀려오는 사건의 대다수가 기록만으로 판단이 서지 않거나 보완할 점이 너무 많기에, 때로는 경찰에게 수사방향과 보완할 점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수사를 통해, 더러는 꿈에서조차 진실을 찾아 헤매면서 죄가 밝혀지면 기소하고, 없으면 불기소하는 일만 해오던 대다수의 검사들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를 일으킨 주범으로 취급되는 작금의 검찰개혁 논의를 보면서 세월호 비극의 수습책으로 해경이 해체되던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을 개혁하여야 한다는 요구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되었고, 그 책임이 검사에게 가장 많다는 것을 잘 알고 국민께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때도 많습니다. 누구든 검사를 고발할 수 있고, 경찰이 검사를 수사하는 제도적 장치도 있으며, 상설특검제도도 마련되어 있는 데다가, 이제 공수처까지 더 생긴다니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논란은 곧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가 공안, 특수, 형사, 공판 중 어느 분야의 수사에서 생겼는지, 검찰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초래하는 잘못된 사건처리를 가능하게 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검찰의 진지한 반성 위에서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치고, 국민의 불편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국민이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 질 수 있는 방향으로 수사구조와 검찰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애초의 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수술이 필요한 공안과 특수 분야의 검찰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과 직결된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사제도 자체가 악은 아닙니다. 검사제도의 근간인 수사지휘제도와 영장통제제도, 검사에 의한 수사종결제도 때문에 검찰수사가 공정성과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요? 검사의 권한이 크고, 그게 문제여서 이를 경찰 등에게 나누어주면 대한민국에서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될까요?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형사사건 수사가 왜곡되는 것인가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수사를 초래하는 공안과 특수 분야의 보고체계와 의사결정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정치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작금의 개혁안들이 마치 그동안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인 것처럼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자니, 진상을 잘 모르시는 국민께 진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죄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부합하도록 논의되어야 할 수사구조 개혁이 엉뚱한 선거제도와 연계시킨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되어, 무엇을 빼앗아 누구에게 줄 것인지로 흘러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형사분쟁에 있어서는, 경찰이 수사권 발동에 아무런 제약없이 언제든지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와 통신과 주거를 마음껏 뒤지고, 뭔가를 찾을 때까지 몇 년이라도 계속 수사하고, 증거가 없이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아니면 언제든지 덮어버려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입니다. 경찰이든 검사든 국민에 대한 수사는 마음껏 할 수 있게 허용해서는 안 되며, 까다로운 절차와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게는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다가 언제든지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어 돈을 벌 기회가 늘어서 좋다고 반기는 내용들일 뿐입니다. 평범한 국민들간의 분쟁사건 수사에 있어서 검사가 최종 책임을 지는 수사종결제도와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수사지휘제도 때문에 검찰수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검사가 책임지고 최종 결론을 내기 때문에 경찰 수사단계에서 소위 빽이 통하는 일도 적어지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검사보다 경찰이 더 공정하게 수사하고 검사보다 경찰이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진실규명에 더 부합하는 결정을 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검찰개혁안들이 국민에게는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비용은 늘어나게 하며, 수사기관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제도의 잘못으로 인하여 진실과 다르거나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지에 대하여 정치논리를 떠나 진지하게 검토되었는지 의문입니다. 만일 그런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처럼 모든 검사를 적폐와 개혁의 대상인 것처럼 취급하며 검사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추진되고 있는 개혁안들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를 설계할 때 절대 금물은 일단 시행해 보았다가 문제가 드러나면 그 때 가서 고친다거나,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감수하고 간다는 태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검사들의 개인적 경험과 문제를 제기하는 구체적 사례는 매우 소중하고 반드시 반영해야할 중요한 자산입니다. 특히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형사법의 대 원칙은 어떠한 경우에도 준수되어야 할 가치이기에 국가의 수사구조에 관한 제도의 변경이 섣부른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승진을 위해 무고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어 보도자료만 배포하려는 수사, 유죄를 받아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아니면 말고식 떠넘기기 수사, 범죄혐의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범죄혐의 자체를 발굴하기 위해 수사단서가 나올 때까지 압수수색과 별건수사를 계속하는 수사의 폐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와 같은 경찰 수사에 대한 정당한 사법통제를 강화하고,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검찰개혁 필요성을 촉발한 가장 큰 이유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고, 저도 비록 개혁의 대상으로 몰린 검사이지만 그런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누구보다도 열렬히 응원하고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수사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이 벌어졌고, 검찰이 권력의 충견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인 지에서부터 개혁의 논의가 시작되고 처방되어야 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 사람들이나 미운 사람들을 쳐내고 손보려는 소위 하명사건, 정치권에서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법으로 끌고 들어와 진실보다는 진영논리에 갇혀 사법기관들을 비난하고 국민을 선동하는데 이용하는 사건들에 대한 잘못된 수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인 저 조차도 일반 국민의 삶과는 무관한 정치권이 가장 관심 갖고 싸우는 분야인 공안사건과 특수사건 수사에서 그동안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누구에게는 신속하고 가능하면 되는 쪽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누구에게는 가급적 천천히 가급적 안 되는 쪽으로 사건을 처리한 예가 없지 않다고 믿고 있습니다. 때로는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는 억울한 비판도 있겠지만, 특검에서 뒤집힌 사건, 과거사위원회에서 문제된 사건 등 국민들이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이라고 지적하는 문제에 대하여 검찰은 진솔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러한 비판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누구는 말합니다. 검사들이 다 정치적이고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이다. 과연 수사팀 모든 검사가 그럴까요? 검사들은 다 인사에 목을 매고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다. 과연 제도와 시스템은 문제가 없는데 단지 사람만의 문제일까요? 진심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검사들의 인성을 비난하며 모든 검사가 선비가 될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인간 본성을 전제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가장 욕을 먹고 개혁의 도마에 오르게 한 정치적 사건이나 하명사건 수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국민은 물론 심지어 검사들 중에서도 연륜이 짧거나 중요사건 수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는 검사들은 정치적 사건 등에 있어서 검사의 수사가 검찰청법 제4조의 규정대로 주임검사의 책임으로 단독으로 진행되거나 검찰청법 제21조에서 규정한 검사장의 책임 하에만 진행되는 줄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수나 공안 사건 중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는 주요사건에서 수사의 개시와 진행 및 종결에 대한 결정이 주임검사 단독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및 검사장의 결재를 거쳐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대검의 사전지휘를 받게 되어 있고,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나 사람의 소환은 물론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 여부도 대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러한 사건에서 대검은 일선의 수사상황을 법무부에게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에 보고합니다. 우리나라 정치권력은 사법의 영역에 있어서 조차 국민의 기대와 달리 내 편인가 아닌가를 구분하고, 내 편에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내 편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법과 원칙에 따라 내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과연 놔두었던 적이 있었는지 정치권력도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양심고백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와 같은 검찰 수사의 의사결정시스템과 보고시스템 아래에서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에 터 잡아 추진해야만 검찰개혁은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장관은 기본적으로 정권에 의해 발탁되며,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는,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입니다. 대통령 아들 수사에 대하여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리를 버린 법무부장관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일 뿐, “이 한 목숨 다 바쳐 충성을 다하여 정권 재창출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어느 법무부장관처럼 정권의 이해를 대변하는 분도 많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법무부장관에게 수사진행과정과 처리예정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를 해야 합니까? 개인적으로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만일 꼭 그렇게 해야 할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로 한정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민정수석실에서 사전보고를 받을 사항이 굳이 있다면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보고받지 않는다거나 보고는 받았어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합니다. 총장의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는 분이어서라기 보다는, 좋게 말하면 코드에 맞는 분, 나쁘게 의심하면 정권에 충성서약을 했다고 인정하는 분은 없을 테니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되어 있습니다. 정권에 빚을 진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의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함에 있어서 100%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바람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고 빚을 지면 갚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과거사위원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대부분의 사건들, 특검에서 결정이 번복된 사건들은 모두 대검의 지휘를 받은 사건임에도 공정성 시비 문제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대검의 손을 타는 바람에 망가졌다고 봐야 할 사건들입니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에 관한 문제인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권력의 충견이라는 비판을 초래한, 그래서 가장 시급히 개혁해야 할 직접적 분야인 공안, 정치, 특수 사건 수사에 대한 개혁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이들 사건 수사에서 검찰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아무런 개혁방안도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직접수사권 폐지하고, 수사지휘권 폐지하고, 수사권을 어떻게 떼어줄 것인가로 개혁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표만 의식해서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세월호 사건 때 재발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여쭙고 싶습니다. 집권 경험을 가진 여야 정치권을 포함하여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법안들을 검찰개혁으로 추진하는 모든 분들은 진정한 검찰개혁을 바라는 모든 국민께 다음 두 가지를 분명하게 납득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검찰개혁안이 환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초한 환부에 대한 수술인지, 그리고 그 제도가 도입되기만 하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저절로 확보될 것인지 입니다. 만일 환부가 아닌 엉뚱하게도 멀쩡한 다른 부분을 수술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귀를 닫고 검사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밀어붙인다면, 진정한 검찰개혁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집권시 정권의 칼로 검찰을 계속 활용하고 싶은 여야 정치권의 속마음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검찰의 이해와 통제받지 않고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경찰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진 위선이거나, 평소 검찰에 대하여 갖고 있던 불편한 감정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보복으로 비쳐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저는 비록 공안·특수의 요직을 거친 검사는 아닙니다만, 검찰에서 24년 넘게 근무한 검사장으로서 검사로서의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심정에서 몇 가지 건의를 드리고자 합니다. 다소 표현이 과하더라도 충정으로 이해해 주시고, 제대로 된 검찰개혁안이 도출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면서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비롯된 검찰개혁 논의가 본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제대로 깊이 있게 논의되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결과가 도출되었으면 하는 바램뿐 입니다. 첫째, 검찰총장 임면절차를 개선하여 정권에 충성서약하거나 빚을 진 총장이 아니라 국민과 검찰 구성원 모두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받는 분이 임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은 권력의 옷을 벗어버렸을 때 참모습이 드러나 제대로 된 인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사가 현직에서 총장으로 승진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고, 가급적 이번 총장부터 당장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직검사가 아닌 사람 중에서 검찰업무에 관하여 능력과 인품을 검증하고,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 임명되도록 함으로써, 총장을 바라보는 고검장들, 정치권력과 관계되는 수사를 가장 많이 맡게 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여건을 마련해 주고, 검사장 이상에게는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다가 퇴직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그렇게 임명된 검찰총장이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구체적 사건마다 모두 만기친람하며 수사의 착수여부, 구속여부, 기소여부는 물론 어디를 압수수색하고 누구를 불러 조사할 것인지조차 총장 또는 총장의 위임을 받은 대검 참모의 사전지휘를 받게 하는 검찰총장의 제왕적 지휘권은 반드시 제한되어야 합니다. 검찰총장이 참모를 내세워 아무런 근거도 남기지 않고 지휘하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관행은 총장에게는 편리하나, 문고리권력만 양산하고 책임소재는 불분명하게 하는 등 부작용이 훨씬 큽니다. 총장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은 검찰청법 제4조와 제21조를 형해화시키지 못하도록 그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지휘권을 발동할 경우에도 반드시 문서로 직접하고 참모에게 위임하지 못하게 해야 하며, 문서로서 지휘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 지휘권을 행사한 때에는 기소나 불기소 결정과 함께 총장의 서면지휘 내용이 그때마다 국민에게 공개되도록 의무화하여 반드시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국회에서 오래전에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법률을 개정하여 폐지한 상명하복과 구속승인제도 조차 지금은 그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지침 하나로 사실상 과거보다 훨씬 못한 상태로 부활되어 있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지침과 예규 제정에 관한 총장의 무제한적 지휘권한도 그것이 조직 전체의 업무와 밀접히 관계된 제도라면 검사장회의와 평검사대표 기구의 심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절차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정치권력에게는 내 편의 사람에 대한 수사정보를 사전에 알려서 개입을 유발하는 일이 불가능하도록 수사에 관한 현행 보고 시스템을 당장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무부나 청와대의 소속 직원이 사전에 보고를 받도록 허용되지 않은 수사 사항에 대하여 보고를 받은 것이 밝혀지면 지위나 보직에 불문하고 보고를 받은 사람은 물론 보고를 한 사람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규정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수사해야하는 구조로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국민의 뜻으로 특별검사제도와 상설특검제도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권력과 시민단체는 늘 검찰을 비난하면서도 고소·고발장은 검찰에 제출합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검찰로 집중되는 정치적 사건을 특검이나 경찰로 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를 자처해서 검찰을 정치적 분쟁의 하수구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장관이나 총장에게 맡겨서는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차제에 일정 수 이상의 검사장들이나 평검사 대표들이 상설특검 등의 회부를 요구하면 특검에 회부되도록 하여 검찰 스스로가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의욕이 앞서서, 또는 상관의 지시에 굴복하여 부당하거나 인권침해 수사가 벌어진 경우에는 그 검사를 문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검사는 정의로움이 지나쳐 잔인하게 수사할 우려가 있고, 간부는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는 수사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는 1년마다 하고, 재판결과는 몇 년이 걸려야 확정되기 때문에 수사결과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는 현행 인사시스템도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유발하고 있으니, 늦어도 1심 판결 선고 직후에는 반드시 책임소재를 따지는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섯째, 청와대, 국회,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실질적으로 검사를 파견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 파견금지를 위해서는 그러한 기관에 근무한 사람은 아예 검사로 복귀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표내고 나갔다가 곧바로 돌아오는 편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검사의 권력기관 파견제도는 정치권력과의 유착만 조장하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현재 검사장 이상은 대부분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들입니다. 지금 같은 공안기획 및 특수 분야 출신 검사를 우대하는 인사제도는 잘나가는 간부에게 잘 보이게 하여 결국 검사들을 말 잘 듣는 검사로 순치되게 하고 있으니, 우수한 검사들이 형사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의 검사장은 일정비율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덟째, 서민의 생활과 직결된 일반사건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불신을 야기해 온 정치적 사건과 하명사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변경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검찰개혁 논의가 촉발되었는데도 이렇다 할 개선책은 없이 검찰에 왜 그대로 남겨두겠다는 것인지 그 뜻을 모르겠습니다. 경찰이 오랫동안 독자적 수사 종결권을 갖고 마음대로 수사하고 싶어하는 영역인 만큼 경찰을 크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반면 설사 경찰이 일차적 수사종결권을 부당하게 행사하거나 수사권을 남용하는 사례가 있다 하더라도 일반국민의 민생과는 무관한 힘 센 분들에 관한 것이므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니 검사가 그분들의 인권침해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이 일정기간 이내에 수사를 끝내지 않고 계속할 경우, 그 즉시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고 송치명령까지 할 수 있게 한다면 부작용도 최소화될 것입니다. 아홉째, 대통령의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고, 정치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도록 검찰이나 법무부 밖에 독립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검사인사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판사에 대한 인사제도와 달리 검사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정작 업무 수준은 검사에게 판사와 같은 정도로 중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검사 인사에서 손을 떼고, 장관이나 총장이 전횡할 수 없도록 프랑스 등 외국처럼 독립적 위원회에 검사에 대한 인사를 맡긴다면 검사장 직급을 강등시킨다 한들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검사들은 대통령의 정무적 인사권 행사가 가능하게 하는 차관급 예우보다는 검찰의 인사독립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검찰 개혁에 관한 사항은 아니지만 이 기회를 빌어 말씀드리자면, 국민적 관심사건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처리되는 원인은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검사에게 그 일차적 책임이 있습니다만 진실을 규명할 방법이 없는 잘못된 영장재판제도에도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진실을 규명하려면 진실규명에 꼭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국민적 관심사건이 된 당사자들은 잃을 것이 많고 힘도 세므로 스스로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참고인조차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므로 결국 압수수색과 통신 및 금융계좌 추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판사 들 중에는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한 영장도 구속영장에 대한 재판처럼 범죄사실의 입증부터 먼저 소명하라고 기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범죄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자료를 보자는 압수수색 영장 등에 대하여 혐의부터 입증하라는 것이어서 선후가 바뀐 것입니다. 그 결과 수사기관 인지사건도 아닌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까지 그들에게 입증책임을 전가시키는 결과가 되어, 임의수사로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진실규명이 안되므로 증거부족을 이유로 피의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밖에 없게 됩니다. 특히 그것이 국민적 관심사건이고 상식에 반하는 결과일 때 수사기관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지탄을 받기도 합니다. 수사기관의 인지수사가 아니라면 개인의 주거가 아닌 공공기관 등에 보관중인 자료에 대하여는 범죄혐의 유무 판단에 필요한 압수수색에 범죄혐의에 대한 입증부터 먼저 요구하는 일이 없도록 함으로써 억울함을 밝혀달라는 국민에게 입증책임을 전가시키는 영장재판 관행은 꼭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늘도둑은 가진 것이 없다보니 주거가 부정으로 구속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도망의 염려가 없다고 소도둑도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도 현실은 이렇다 할 불복 방법이 없습니다. 검사조차도 구속기준 자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영장재판의 현실임을 알아야 합니다. 차제에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그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결정하게 하여 구속여부든 압수수색이든 국민이 영장심사에 참여하여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영장재판에 대한 합리적 국민통제 제도를 도입해 주시기를 건의드립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그냥 있는 그대로… 이곳에 있는 것들을 받아들이세요

    그냥 있는 그대로… 이곳에 있는 것들을 받아들이세요

    내가 아는 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는 다음과 같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오모리 가즈키·1981), ‘토니 타키타니’(이치카와 준·2004),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로버트 로지볼·2008), ‘상실의 시대’(트란 안 홍·2010), ‘빵가게 재습격’(카를로스 쿠아론·2010), ‘버닝’(이창동·2018). 이 중에서 나는 하루키의 단편을 영화화한 작품을 아낀다. 감독들 간 역량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쪽이 원작의 밀도를 높이면서 감독의 창조적 해석을 더하는 데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토니 타키타니’와 ‘버닝’이 하루키의 단편을 영화화해 성과를 얻은 사례로 꼽힐 것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하나레이 베이’는 하루키가 쓴 동명의 단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심 기대했던 영화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치(요시다 요). 어느 날 그녀는 하와이 주재 일본 영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아들 다카시(사노 레오)가 하나레이 베이에서 서핑을 하다 상어의 습격으로 사망했다는 비보였다. 망연자실한 채 사치는 아들이 숨진 카우아이섬-이곳에 하나레이 베이가 있다-으로 향한다. 그러니까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부재와 덩그러니 남겨진 자의 애도가 이 작품의 주조음이다. 여기에 마쓰나가 다이시 감독은 어떤 변주를 했을까. 세부를 하나하나 열거할 수는 없으나 영화가 소설보다 온정적이라는 사실은 확실히 이야기해 둘 수 있겠다. 바다를 보던 사치가 뒤돌아 뭔가를 발견한 뒤 웃음 짓는 영화 엔딩이 대표적이다. 이 점이 소설과 비교해 특별히 나쁘거나 좋다는 뜻은 아니다. 마쓰나가 감독은 이런 식으로 원작을 바탕으로 하되 그것과 구별되는 본인만의 영화를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영화의 사치도 소설의 사치와 다른 캐릭터가 됐다. 양자의 공통분모도 있다. 이를테면 사치가 세상에서 아들을 제일 사랑한 반면, 한 인간으로서는 다카시에게 전혀 호의를 가질 수 없었다고 털어놓는 장면이 그렇다. 모순처럼 보이는, 그러나 틀림없는 그녀의 진실한 감정이다. 어떤 사람이 완전무결하지 않아도 그의 없음에 충분히 슬퍼할 수 있다는 걸, 애도는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십 년 넘게 이어지는 반복의 과정이라는 걸, 죽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존재가 있다는 걸, 소설과 영화 ‘하나레이 베이’는 똑같이 담아낸다. 영화가 더 마음에 들었던 부분도 있다. 커다란 나무를 사치가 온 힘을 다해 미는 신이다. 당연히 나무는 꿈쩍하지 않는다. 원작에 없는 에피소드를 마쓰나가 감독은 왜 넣었을까. 이것을 나는 아래 소설 구절에 저항·응답하는 적확한 영상화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있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공평하건 불공평하건, 자격 같은 게 있건 없건, 그냥 있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이게 커다란 나무를 혼자 밀어내려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中企 성장 동력은 근로자와의 공감… 역량 키우고 성과 나눠야”

    “中企 성장 동력은 근로자와의 공감… 역량 키우고 성과 나눠야”

    직원을 비용으로만 여기면 혁신 불가능 아이디어·협력 끌어내는 공감 리더십 절실“중소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직원들에게 공감할 줄 알아야 하고, 공감의 재무적 형태는 성과를 제대로 나누는 것입니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2019 중소기업 컨퍼런스’에서는 중소기업이 사람 중심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가져야 할 전략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종사자 가운데 중소·벤처기업 종사자가 85%인 상황에서 근로자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의 효율성을 높여야만 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절박함이 컨퍼런스 내내 묻어났다. 서울신문사가 주최하고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IBK기업은행,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후원한 이번 컨퍼런스는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와 장민영 IBK경제연구소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전문가들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사람 중심 기업으로의 변신과 기업의 혁신 성장 효과’를 주제로 발표한 김 교수는 중소기업 성장 정체의 원인을 기업가 정신에서 찾았다. 사람을 비용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한 ‘일하고 싶은 기업’, ‘혁신 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회사에 출근해 혁신에 참가하는 직원들의 비율을 조사한 통계를 보면 한국의 경우 11%로 30%인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평균인 13%에도 못 미친다”면서 “직원들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리더십으로는 기업을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와 혁신의 원천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공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또 중소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성장’의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권한 부여와 대기업 못지않은 역량 개발 프로그램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내 ‘사업성장’을 이끌어내는 요인으로는 기업가의 비전 제시와 혁신 의지, 실행력이 꼽혔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층을 중소기업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 고질적인 저임금의 고리를 해결하고 장기간 중소기업에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내일채움공제’ 제도와 사내 복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형철 중기부 일자리정책과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과 구직자 간의 미스매치 문제를 언급했다. 이 과장은 “대략 실업자 수가 100만명이 넘고 그중 청년이 40만명가량인데, 중소기업이 구직광고를 내도 채워지지 않는 일자리가 20만개가 넘는다”면서 “임금 격차 문제,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중첩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대·중소기업 근로자 사이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1~4인 소기업과 5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격차는 360만 2000원으로 일본(118만 5000원)보다 3배 이상 컸다. 국내 1~4인 기업의 평균 임금이 한 달 174만 5000원에 머문 반면, 500인 이상 기업은 534만 7000원으로 집계됐다. 5~9인 기업의 임금도 258만 3000원으로 대기업과는 27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기업 대비 1~4인 소기업의 임금 비중은 2012년 33.7%에서 2017년 32.6%로 뒷걸음질쳤다. 일본의 대기업 대비 1~9인 소기업 임금 비중이 같은 기간 66.5%에서 71.8%로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과장은 “최초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3년간 3000만원 목돈을 마련해주고, 기존 재직자에게도 5년간 근속하면 3000만원을 지원해주는 내일채움공제 제도가 시행 중”이라면서 “임금 격차 문제를 해소해주는 대표적인 청년일자리 대책”이라고 소개했다. 신규 취업자, 재직자에게 구분돼 적용되는 내일채움공제는 사업주와 근로자 또는 사업자·근로자·정부가 공동으로 납입금을 적립한 뒤 최종적으로 근로자에게 성과보상금 형태로 돌려주는 제도다. 지난해 6월 도입된 재직자 내일채움공제는 가입자 수가 6개월 만에 4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정책에 대한 반응이 좋다. 이 과장은 이어 “임금이 아주 높지 않아도 근로환경, ‘워라밸’ 문제가 해결되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는 설문조사도 있다”며 “근로복지 개선에 대해서는 박영선 장관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최근 중소기업 근로자 복지서비스센터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끝으로 이 과장은 “일반기업의 이직률이 5.5%, 대기업이 2.6%인데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의 이직률은 2.2% 정도로 장기 재직 부분에서 오히려 앞서기도 한다”며 “중소기업이 근로자에게 존경받는 기업이 되면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 과정에서 중소기업 인력 문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신입사원을 프로젝트에 투입하려면 양질의 과학자나 정보기술(IT) 전문가를 채용해야 하는데,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 육성할 기회조차 얻기 쉽지 않다”며 “취업을 재수하더라도 대기업이나 금융사를 가지 중소기업을 찾는 취업준비생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장 소장은 주제발표와 토론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는 자금 조달방안이 마련돼야 건전한 기업 생태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 투자에 방점을 찍는 은행들의 대출에만 기댈 경우 중소벤처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소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스타트업 10곳 중 7곳은 5년 내 도산했기 때문에 은행이나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위험한 시장”이라면서 “모험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투자자를 모으는 작업이 더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장 소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크라우드펀딩과 개인 대 개인(P2P) 대출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도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를 ‘창업 7년 이내의 중소기업’에서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자금모집 제한을 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크라우드펀딩 모집 한도도 한 해 7억원에서 최대 15억원으로 확대됐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 등을 이용해 다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뜻한다. 장 소장은 “최근 상황을 보면 P2P 대출을 뒷받침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음에도 처리가 안 되고 있다”며 “조달 시장이 위축되면 새로운 유니콘(자산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생기기 어렵고, 소수의 유망한 기업은 외국인 투자자가 선점하는 상황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P2P 대출이 활성화되면 창업 초기 단계의 금융은 민간 펀딩과 정부의 성장사다리 펀드가 맡고, 성장, 성숙 단계에서는 금융기관의 대출, 보증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분업, 협업 구조가 자리잡을 수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오일만 서울신문 부국장은 “최근 벤처 창업이 활발한 중국은 1위안만 있어도 창업을 가능하게 하고, 창업 소요 기간도 3일로 단축하는 등 원스톱 시스템을 만들어 창업 생태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며 “우리나라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을 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벤처 기업들 사이에서도 자체 기금을 만들어서 실패한 기업의 재기를 돕거나 미래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재투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순히 과거의 창조경제혁신센터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묶어준 뒤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는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법서라] 검사와 비(非)검사의 동상이몽…‘장자연 사건’ 조사의 한계는?

    [법서라] 검사와 비(非)검사의 동상이몽…‘장자연 사건’ 조사의 한계는?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지난 20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고 장자연 사망사건과 관련해 최종 심의결과를 내놨습니다.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지 13개월 만에 내린 결론은 ‘성폭행 의혹은 수사권고에 이를만한 충분한 증거와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실제 재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장씨의 소속사 대표가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 하나뿐이었죠. 이 같은 결과에 많은 사람이 실망감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던 중 실제 조사를 맡았던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김영희 총괄팀장(변호사)이 자신의 SNS에 “과거사위가 조사단의 다수 의견을 묵살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더해졌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과거사위-조사단 분리된 2중 구조 과거사 조사 기구는 2중 구조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선 법무부 산하에 있는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조사가 필요한 사안을 선정하면, 대검찰청 산하에 있는 진상조사단에서 일정 기간 조사를 진행하죠. 그렇게 조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과거사위에 보고되고, 이를 토대로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권고 등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합니다. ‘수사권고’를 하는 주체와 ‘조사’를 진행하는 주체가 구분된 셈이죠. 진상조사단이 ‘A’ 사안을 수사권고하라고 보고했더라도 과거사위가 판단해 심의 결과에서 제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장자연 사건 조사팀은 내부위원인 검사 2명과 변호사·교수로 구성된 외부위원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은 함께 조사를 진행하고 조각조각 모은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과거사위에 보고할 조사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지난해엔 장자연 사건에 연루된 전직 기자 조모씨의 성추행 공소시효가 임박했다는 점에 의견 일치가 이뤄져 빠르게 과거사위에 중간보고를 했고, 과거사위 역시 신속하게 검찰에 수사권고를 내렸죠. 조씨는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그러나 최종 보고 과정에선 내부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장자연 사건에선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권고할 수 있는가’에 대해 3 대 3으로 의견이 극명히 갈렸다고 합니다. 검사 2명과 함께 외부위원 1명은 성폭행 의혹으로 검찰에 수사를 권고할만한 충분한 증거와 진술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장씨의 지인인 윤지오씨 등 증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러나 나머지 외부위원 3명은 ‘지금 확보된 진술만으로 충분히 검찰에 수사개시를 검토해줄 것을 권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바로 검찰에 재수사에 착수하라고 권고하기보단, 검찰이 조사단 기록을 검토하고 재수사에 들어갈지 말지 직접 결정해달라는 낮은 단계의 수사권고 제안이었죠. 과거사위는 성폭행 의혹에 대해 수사권고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엄밀히 말해 반반으로 갈렸기 때문에 ‘소수 의견’을 채택한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덧붙여 말했습니다. 과거사 조사는 과거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는 일이기 때문에 외부위원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검사는 어디까지나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검사들이 외부위원의 의견과 다른 입장을 고수한 이유는 뭘까요? ●검사 vs 비(非)검사 법조계에선 검사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른 직종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한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검사와 변호사는 사건을 대하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요. 검사는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아무리 의심되는 정황이 있어도 유죄 가능성이 없으면 기소하지 않습니다. 반면 변호사는 일단 의심되면 수사에 들어가 봐야 한다고 생각하죠. 설사 무죄가 나오더라도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번 장자연 사건 관련 수사권고를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했던 것도 그 이유입니다.”결국 수사권고로 시작되는 ‘검찰 수사’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검찰 수사는 기소, 즉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유죄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이어집니다. 재판에서 유죄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애초에 기소부터 하기 어렵겠죠.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결국 재판에서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것은 검사의 몫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욱 까다로운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고도 했습니다. 장자연 사건에서 성폭행 의혹은 충분한 증거나 진술이 부족했습니다. 과거사위는 최종 심의 결과로 “증인의 진술은 직접적인 증거로 삼기 어려웠고, 진술 자체도 번복했다”면서 “성폭행이 실제 있었는지, 그 가해자나 범행일시, 장소,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과 증거가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단순 강간·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장씨가 상해를 입었는지 등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를 인정하고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결국 수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기소 혹은 유죄판결을 이끌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겠죠. ●근본적인 한계는 ‘강제 조사권 미비’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13개월이나 조사했는데도 왜 의견이 갈릴 정도로 충분한 증거와 사실 관계가 모이지 않았느냐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검찰 형사사건은 3개월만 지나도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되는데, 13개월이라는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기엔 충분한 시간으로 보입니다. ‘성폭행은 있었다’든 ‘성폭행은 없었다’든, 확실하게 말이죠. 그러나 진상조사단에는 ‘강제 조사권’이 없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었습니다. 검찰에겐 긴급체포 혹은 구속영장 발부 등 ‘강제권’이 있죠. 앞서 검찰은 검사, 정치인들에 대해 유튜브로 협박한 김상진씨가 출석에 불응하자 바로 긴급체포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조사단은 조사 필요성이 있는 사람이 출석을 거부해도 강제로 데려올 아무런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조사단은 자발적으로 진술에 나서주는 증인 외엔 기초적인 인물 조사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습니다.근본적 문제점을 안고 태어난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은 이달 말 종료됩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그간 과거사위는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 등 많은 과거 사건들의 진실을 재조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과거사위는 조만간 용산참사와 김학의 사건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피해 당사자들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지 주목해볼 때입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동대구역 더샵 센터시티 청약 큰 인기

    동대구역 더샵 센터시티 청약 큰 인기

    대구·대전·광주광역시 부동산시장의 강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구·대전·광주 등 세 개 광역시의 지난해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서울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30.3 대 1을 기록한 반면 대전은 78.6 대 1, 대구는 44.6 대 1, 광주는 33.8 대 1을 나타냈다. 청약률뿐만 아니라 집값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대구․대전․광주 지역은 오름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1년(2018년 4월~2019년 4월) 광주 아파트는 5.26% 올랐다. 대전은 2.73%, 대구는 1.97% 상승했다. 올해(1~4월) 들어서도 대구(상승률 0.4%) 광주(0.6%) 대전(0.7%) 등의 주택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9·13 대책 여파 등으로 같은 기간 0.1%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들 지역은 주택시장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노후도가 심각하고 지난 몇 년간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대구지역은 전체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국 61%, 서울 58%인데 비해 71%로 높고, 입주한지 10년 이상 된 아파트 비중이 전체의 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성구 지역만 따로 놓고 보면 비율이 90%까지 올라간다. 절대적으로 높은 노후 아파트 비율은 결국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청약시장 경쟁률을 높이는 기본적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가구 수 증가로 집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의 경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인구는 총 3만 9819명이 줄어 연평균 7964명이 감소했지만, 가구 수는 같은 기간 연 1만 2200가구 늘어났다. 그러나 공급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결국 이는 ‘새집’에 대한 희소성을 높여 청약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집값도 상승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대구·대전·광주의 청약 열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분양예정 물량이 도심 등 인기 주거지역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3일 진행한 ‘동대구역 더샵 센터시티’의 청약 결과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동대구역 더샵 센터시티는 1순위 청약접수에서 평균 경쟁률 27.55 대 1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 1순위 마감을 기록했다. 아파트투유의 청약접수 결과에 따르면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일반공급 279세대 모집에 7687명이 접수해 평균 27.5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84㎡C타입은 116세대 모집에 4027명이 접수하여 최고 34.7 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101㎡타입은 28.1 대 1, 84㎡A타입은 22.79 대 1, 84㎡B타입은 17.7 대 1, 84㎡D타입은 13.5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 4층~지상 최고 27층, 6개동 전용면적 △84㎡, △101㎡ 아파트 445세대, 전용면적 △84㎡ 아파텔 50실로 구성되는 동대구역 더샵 센터시티는 대구 新도심에 선보이는 첫 번째 메이저 브랜드 단지로 견본주택 방문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던 만큼 청약자가 상당히 몰릴 것으로 보인다. 1호선 동대구역과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신세계백화점을 도보로 누릴 수 있는 입지적 장점 외에도 대구 최초로 선보이는 동 출입구 에어샤워부스, 세대 청정환기시스템, 케어룸, 멘디니 입면 등 더샵만의 특화설계가 수요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파트와 함께 분양되는 아파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동대구역 더샵 센터시티는 1~2인 세대를 위한 원룸, 투룸 형식의 일반적인 오피스텔이 아닌 방 3개, 욕실 2개, 드레스룸 2개, 거실까지 완벽하게 갖춘 아파트형 특화설계를 적용해 신혼부부, 자녀가 있는 3~4인 가구까지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중소형 아파트 못지않은 공간매직을 선보인다. 아파트와 동일하게 에어샤워부스, 청정환기시스템, 카카오아이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동대구역 더샵 센터시티는 아파트와 아파텔 모두 1차 계약금 2000만 원 정액제와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 등 다양한 금융혜택으로 수요자들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줄 예정이며, 중도금 대출 전 전매가 가능한 안심전매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아파트 당첨자발표는 30일이며, 정당계약은 내달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진행한다. 오피스텔은 오늘까지 분양 홈페이지에서 청약접수를 받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직 더 밝혀야… 직업병 사전예방시스템 구축”

    “아직 더 밝혀야… 직업병 사전예방시스템 구축”

    “연구 기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어요. 외압이나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부서를 찾고 어떤 공정과 약품을 썼는지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퇴직한 경우가 많아서 어려웠죠.” 지난 10년여간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를 이끈 김은아(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건강연구실장은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길고 지난한 과정 끝에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아직 밝히지 못한 부분이 많아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연구원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실장이 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국내 반도체 기업의 전현직 근로자 20만명을 10년 넘게 추적 조사해 “이들의 혈액암 사망 위험이 전체 노동자보다 최대 3.7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2007년 3월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황유미(1984~2007)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이 혈액암의 원인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 지 12년 만이다. 이번 발표는 그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궈 온 반도체 공정 유해성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실장은 이번 조사를 시작한 계기를 ‘황씨에 대한 부채의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황씨 사망 뒤 아버지(황상기 반올림 대표)로부터 여러 사연을 들었다. 그에게서 진정성과 절실함이 느껴졌다. 나 역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절박함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하지만 2008년 발표한 ‘반도체 근로자 역학조사’에서 정확한 발병·사망 원인을 찾지 못했다. 기간이 짧았고 조사 방식에도 한계가 있었다.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으로부터 실망 섞인 비판을 들었다. 마음이 무척 아팠다. 세상을 떠난 반도체 노동자의 가족을 위해 장기 추적조사를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조사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묻자 그는 “황씨 사례를 처음 조사할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이슈가 커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조사에 쓰일 자료와 인력 모두 턱없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김 실장은 “조사 대상 노동자(20만명)들이 입사 뒤부터 퇴직 때까지 어디서 일했고 어떤 공정이 이뤄졌고 무슨 약품이 쓰였는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알아내야 했다. 제대로 된 자료가 없어서 우리가 직접 조사해 채워 넣어야 하는 것들도 태반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연구자들이 처우 등을 이유로 중간에 떠나기도 했다”고 아쉬워했다. 삼성전자 등 당사자가 비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조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이뤄져 기업이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하지 않았다. 되레 데이터 양이 워낙 많아 업체 담당자들의 고생이 컸다”며 “정치적 외압 같은 건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적 한계를 절감했다. 사회에 쌓아 놓은 질병 관련 데이터가 워낙 적다 보니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구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아직 속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자도 꽤 있다. 시원하게 끝마쳤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했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에선 사회적 문제가 터졌을 때 연구원이 뒤따라가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선도적으로 직업병 사전예방시스템을 구축해 보고자 한다”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등을 연계해 빅데이터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직업병의 트렌드를 미리 알고 예방 조치에 나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설 자리 잃어가는 개그맨들, 홍대에서 릴레이 공개 코미디쇼

    설 자리 잃어가는 개그맨들, 홍대에서 릴레이 공개 코미디쇼

    똘똘 뭉쳐 새달 8~29일 매주 토요일 공연 8월 ‘코미디위크 인 홍대’ 핵심무대 미리 만나윤형빈, 박준형, 정경미 등 개그맨들과 유튜버를 겸하는 젊은 웃음 크리에이터들이 공개 코미디 공연을 위해 뭉쳤다. 22일 서울 중구 코트야드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에서는 ‘릴레이 코미디위크 ㅋ리에이터의 역습’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릴레이 코미디위크’는 윤소그룹 수장 윤형빈을 비롯한 개그맨들이 오는 8월 개최하는 ‘2019 코미디위크 인 홍대’의 핵심 공연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행사다. 간담회에 참석한 개그맨들은 코미디가 기존 방송 무대를 넘어 공개 코미디, 유튜브 등에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창조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강조했다. 윤형빈은 “지금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많지 않은데 ‘릴레이 코미디위크’를 통해 다양한 자리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릴레이 코미디위크’에서는 5개 공연을 먼저 만날 수 있다. ‘크리웨이터’에는 조재원, 싱싱한 싱호, 구공탄(이상은, 심문규), 깨방정(정승빈, 방주호), 창스보이(이창윤), 조충현 등 개그 유튜버 6팀이 출격한다. 윤형빈이 “유튜브 구독자 120만명으로 어린 친구들이 저보다 더 많이 알아본다. 중국에서도 한류 유튜버”라고 소개한 조재원은 “코미디극단에서 지망생 생활을 했던 것이 밑바탕이 돼 유튜브에서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 무대가 온라인이다 보니 오프라인 공연 욕심이 많았다. 이번에 엄청나게 웃겨 드리려고 밤새 준비하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정경미, 김경아, 조승희 등이 뭉쳐 엄마들을 위해 만든 육아 힐링 개그 토그쇼 ‘투맘쇼’, 과거 ‘개그콘서트’ 레전드 코너들과 음악이 결합된 박준형의 ‘갈프로젝트’, 이용진·이진호 주축의 ‘용진호와 아이들’, 3년 만에 돌아온 ‘이수근의 웃음팔이소년’ 등도 선보인다. 다음달 8일부터 29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릴레이로 열린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주먹이나 발로 경찰관 공격하면 테이저건 쏠 수 있다

    주먹이나 발로 경찰관 공격하면 테이저건 쏠 수 있다

    저항 정도 따라 단계적 대응 규정 마련 성·인종 등 선입견에 의한 물리력 금지앞으로 주먹이나 발로 공격을 당한 경찰관은 전자충격기(테이저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성 경찰관이 남성 취객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물리력 행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과거에는 물리력 행사 금지 상황에 대한 규정만 있었을 뿐 물리력 행사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현장에서는 민원 제기와 징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진압 장비 사용을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찰청은 지난 20일 열린 경찰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관은 그동안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테이저건, 경찰봉, 권총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14세 미만이나 임산부에게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제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새로 마련된 기준을 살펴보면 현장 경찰관은 대상자의 저항 정도에 따라 언어적 통제, 신체적 물리력, 수갑, 경찰봉, 방패, 분사기, 전자충격기, 권총 등을 단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상황이 급박하지 않은 경우 대상자를 설득·안정시키는 것이 우선 원칙이다. 경찰관의 지시나 통제에 따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언어적 통제, 체포를 위한 수갑 사용이 가능하다. 대상자의 저항이 높아질수록 물리력 사용의 강도도 세진다.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등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비협조적인 경우에는 신체 일부를 잡거나 밀기, 잡아끌기가 가능하다. 체포·연행하려는 경찰로부터 도주하는 등 적극적인 저항 시에는 관절 꺾기나 조르기, 넘어뜨리기, 누르기가 가능하다. 가스분사기도 사용할 수 있다. 주먹이나 발로 경찰관을 가격하는 등 폭력적인 공격이 이뤄지면 신체 부위나 경찰봉을 이용해 가격할 수 있다. 이 단계부터는 테이저건을 사용해 제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총기류나 둔기,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치명적인 공격 시에는 권총 사용도 가능하다. 다만 물리력 행사 때는 경찰청이 공인한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또 성·장애·인종 등 선입견으로 인한 차별적 물리력 사용은 금지된다. 물리력 사용기준 제정안은 6개월간 교육훈련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위법한 공무집행 등 상대의 저항의 맥락을 고려해 공권력 사용을 판단해야 한다”면서 “저항의 정도에 비례해서만 강한 공권력 사용을 허용한다면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체포 경찰 손 뿌리치면 관절 꺾기 가능”…소극적 진압 논란 해소할까

    “체포 경찰 손 뿌리치면 관절 꺾기 가능”…소극적 진압 논란 해소할까

    비례 원칙에 따른 물리력 행사 기준 마련그동안 규정 없이 현장 경찰관 재량에 의존체포하려는 경찰 손 뿌리치면 완력 행사 가능저항 정도 따라 진압장비·신체적 물리력 사용앞으로 체포·연행하려는 경찰관의 손을 뿌리치거나 이탈·도주하면 경찰은 관절 꺾기, 조르기, 넘어뜨리기, 누르기와 같은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인권 침해나 민원 제기 등을 이유로 삼단봉, 테이저건, 권총와 같은 진압장비나 조르기, 누리기와 같은 물리력을 행사하는 데 주저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개선될지 관심을 모은다. 여성 경찰관이 남성 취객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이른바 ‘대림동 여자 경찰 사건’도 경찰이 제때 공권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경찰위원회는 지난 20일 정기회의에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현장 경찰관의 물리력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관은 그동안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경찰관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물리력을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인권 침해, 과잉 진압, 소극적인 진압과 같은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이번에 마련된 비례의 원칙에 따른 물리력 행사 기준을 살펴보면, 현장 경찰관은 대상자의 저항 정도에 따라 언어적통제, 신체적 물리력, 수갑, 경찰봉, 방패, 분사기, 전자충격기, 권총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우선 경찰관의 지시나 통제에 따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언어적 통제, 체포를 위한 수갑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상자의 저항이 높아질수록 물리력 사용의 강도도 세진다. 가만히 서있거나 앉아 있는 등 전혀 움직이지 않거나 고정된 물체를 잡고 버티는 등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비협조적인 경우에는 낮은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다. 신체 일부를 잡거나 밀기, 잡아끌기가 가능하다. 경찰봉 양 끝 또는 방패를 신체에 밀착한 상태에서 밀거나 잡아당길 수도 있다. 체포·연행하려는 경찰로부터 이탈하거나 도주하거나 경찰관에게 침을 뱉거나 밀치는 등 적극적인 저항시에는 관절 꺾기나 조르기, 넘어뜨리기, 누르기가 가능하다. 또 보충적으로 분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 주먹이나 발로 경찰관을 공격하거나 강한 힘으로 경찰을 밀거나 잡아당기는 등 폭력적인 공격이 이뤄지면, 신체부위나 경찰봉을 이용해 가격할 수 있다. 방패로 강하게 압박하거나 세게 밀어낼 수도 있으며,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을 사용해 제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총기류나 둔기를 들고 위협하거나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행위처럼 치명적인 공격시에는 권총 사용이 가능하다. 경찰관이 총기와 같은 고위험 물리력을 사용하면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한다. 경찰은 집회·시위에서의 물리력 행사에 대해선 “집회를 범죄로 보지는 않는다. 물리력 행사는 범죄 제지와 진압을 위한 것”이라며 “개별적인 폭력성에 따라 지휘관이 통제 상황 전체를 보고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청이 공인한 물리력 수단을 사용해야 하고, 성·장애·인종 등 선입견으로 인한 차별적 물리력 사용은 금지된다. 또 대상자 신체와 건강상태, 장애유형 등을 고려해야 하고, 대상자를 징벌하거나 복수할 목적의 물리력은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 경찰관이 통일된 기준에 따라 물리력을 행사하게 된다”며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장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법집행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리력 사용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와 관리도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에 마련된 물리력 사용 기준에 따라 교육훈련을 실시할 방침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글로벌 In&Out] 공화제 한국과 군주제 일본/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공화제 한국과 군주제 일본/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올해 3~4월 한국에서는 3·1 독립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갖가지 행사가 열렸다. 관련된 국제회의 참석차 세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이 군주제가 아니라 일찌감치 공화제를 택했다는 것에 대해 한국 참가자들이 자랑스럽게 강조했던 대목이었다. 일본에서는 5월 1일 새 천황이 즉위하고, 연호도 헤이세이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었다. 1989년 쇼와에서 헤이세이로 바뀐 것은 당시 쇼와 천황의 사망에 따른 것이어서 축제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천황이 살아 있을 때 물러난 ‘생전 퇴위’여서 일본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천황제는 과거 존속 위기를 겪었다. 최대 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였다. 전쟁 책임자인 천황을 어떻게 다룰지, 천황제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 연합국 사이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다. 천황 개인을 처벌하고 천황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소수였지만 존재했다. 결과적으로 천황에게는 전쟁 책임을 묻지 않았고 새로운 일본 헌법하에서 천황제를 ‘상징 천황제’로 남겼다. 여기에는 새 냉전체제에서 일본을 아시아 반공진영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정치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미국의 대일정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단 천황제가 일본을 침략전쟁에 내몬 역할을 했던 사실을 감안해 ‘일본 및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천황을 규정하는 상징 천황제를 헌법에 명기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전쟁 전 천황 주권체제가 더 낫다는 세력이 일부 있지만, 상징 천황제는 일본 사회에 정착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유교문화와 유사한 정치문화를 공유하는 한일이지만, 군주제에 관한 자세는 대조적이다. 공화제를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군주제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어느 제도가 우수한지를 여기서 논할 생각은 없다. 단지 이러한 차이가 양국 정치의 자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보면 군주제의 일본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왜 민주주의 체제인데도 국민은 정부에 순종하며 이의를 제기하려 하지 않는가. 한국인은 일본인의 순종적 자세의 배경에 천황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의 기준으로 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본 지도자의 자질이나 행동이 일본에서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점도 그럴 것이다. 일본에서 보면 한국은 전직 대통령이 반드시 구속되고 정치적 보복이 일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좋게 말하면 정치인에게 항상 책임을 분명하게 묻는 다이내믹한 정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런 높은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항상 정치적 불만이 소용돌이치며 정치는 불안정하다. 일본은 사회 전체에서 차지하는 정치의 비중이 비교적 적다. 일본인은 그다지 정치에 기대하지 않는다. 정치에 기대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은 자신의 힘으로 지켜나가는 게 기본이다. 또한 권력과 권위는 분리돼 있다. 천황이 권위를 맡는다. 현실 정치 권력은 권위를 만들어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기 쉽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 정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국민은 정치에 많은 기대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높은 기대에 정치가 부응하기는 어렵다. 그 기대가 어긋났을 때 국민은 매우 혹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그걸 여실히 보여 준다. 한국은 일본의 정치적 안정이, 일본은 한국의 정치적 역동성이 부럽게 보일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든 민주주의를 활성화하고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일이 서로 차이를 존중하면서 서로에게서 배운다는 자세를 가지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일본인 필자의 요청으로 일왕을 ‘천황’으로 표기하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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