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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싼타페 뻥연비 재조사에서도 확인

    싼타페 뻥연비 재조사에서도 확인

    현대자동차 싼타페의 신고 연비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사실이 정부 재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최근 마무리한 조사에서 싼타페의 연비는 현대차가 국토부에 신고한 것보다 6∼7% 낮게 측정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국토부는 싼타페DM R2.0 2WD 차종의 연비가 오차의 범위인 5%를 넘어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현대차가 신고한 연비는 14.4㎞/ℓ였지만 교통안전공단 측정치는 이보다 8.3%나 낮았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이의를 제기했고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 2월 재조사를 시작했다. 재측정 과정에서 국토부는 현대차의 요구대로 차량 3대의 연비 평균을 내는가 하면 이른바 검사 전 길들이기 주행거리도 5000㎞에서 6400㎞로 늘려 줬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부적합’이라는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국토부는 재조사에서도 부적합 결과가 확정되면 최대 10억원(판매금액의 1000분의1)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현대차가 미국 사례를 기준 삼아 소비자에게 표시연비와 실연비의 차이만큼을 보상하라고 권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연비를 부풀려 표시한 것이 드러나도 소비자에게 보상토록 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경미한 결함으로 분류되는 연비 부풀리기는 공개하되 시정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어서다. 특히 현대차는 표시연비와 실제연비 차이만큼을 모두 보상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어 소비자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실제연비가 표시연비보다 6% 낮다면 허용 오차범위(5%)를 초과한 1%만큼만 보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현대차의 입장이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연비 뻥튀기로 집단소송을 당해 약 5000억원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의 싼타페 차량은 국내에서 8만 9500대가 팔렸다. 현대차 측은 “아직 정식 통보받은 바는 없다”면서 “부처 간 이견 등이 있어 조율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싼타페와 함께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4WD AT6도 이번 국토부 조사에서 다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유병언 ‘돈줄’ 쥔 처남·장남 도피 조력자 잇따라 체포

    유병언(73·청해진해운 회장)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씨의 처남 권오균(64) 트라이곤코리아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유씨의 비호세력으로 알려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에 이어 유씨 일가 핵심 계열사 대표이자 친인척인 권씨까지 검거되면서 검·경의 유씨 추적이 속력을 내고 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오후 유씨의 처남인 권씨를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자택 앞에서 긴급체포해 유씨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에 인계했다. 권씨는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는 유씨의 돈줄로 의심받는 건설사인 트라이곤코리아의 대표로 유씨의 관계사 사장단 회의인 ‘높낮이 모임’의 좌장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유씨와 장남 대균(44·지명수배)씨를 고립시키기 위해 구원파 일부 신도 등 유씨 도피의 조력자 체포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이 구원파 내 조력자 체포를 위해 경기 안성의 금수원을 재수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원파 신도들이 금수원으로 재집결하는 등 공권력과 신도들의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수사팀에 따르면 검·경 추적팀은 이날 새벽 대균씨의 도피를 도운 이모(57)씨를 경기 수원 영통에서 긴급 체포했다. 검찰은 이씨의 자택에서 서류 등 관련 증거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대균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와 함께 구원파의 헌금을 관리하는 등 유씨 일가의 자금 관리를 맡은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대균씨의 소재와 행적 등을 확인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균씨는 유씨와 떨어져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5일 대균씨의 서울 서초구 염곡동 자택 관리인인 또 다른 이모(51)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유씨 부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모두 12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6명은 구속됐고 2명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3명은 석방됐다. 검찰은 검·경 포위망을 농락하며 도피 중인 유씨 부자를 검거하기 위해서는 구원파 차단이 급선무라고 판단, 이들에 대한 신병 확보를 위해 금수원을 재수색할 방침이다. 검찰은 우선 유씨 도주를 총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김엄마’(58·여)와 유씨의 운전기사 양회정(55·지명수배)씨가 금수원에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김엄마와 양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은 우선 금수원 일대의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경찰과 금수원 재진입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검찰이 유씨 검거를 위해 금수원을 압수수색할 당시에는 구원파 측과 사전 협상을 통해 진입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일부 신도들이 검거 대상이 되면서 충돌이 우려된다. 한편 유씨는 앞서 프랑스, 캐나다, 필리핀 등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각 대사관은 이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유씨의 망명 신청이 검·경 추적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정정 및 반론 보도문] 위 기사와 관련해 유병언 전 회장의 ‘밀항 시도’ ‘망명설’ 보도는 사실과 달라 바로잡습니다. 또 유 전 회장 측은 유 전 회장이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의 실소유주가 아니며 유 전 회장 명의의 부동산도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 [기고] 공무원 순환보직의 양면성/김윤권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기고] 공무원 순환보직의 양면성/김윤권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세월호 참사는 공무원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그렇다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직에 들어간 공무원이 왜 전문성과 책임성에서 그토록 취약할까. 그 원인의 하나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순환보직’이다. 사실 순환보직은 개미사회에도 존재한다. 지난해 4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종 개미(nurse), 청소부 개미(cleaner), 수렵 개미(forager) 각각은 평생 한 집단에 소속돼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속이 바뀌어 다른 집단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개미가 각자의 역할을 바꿔가며 개미사회를 이끌어가듯, 우리 공직사회 역시 순환보직을 바탕으로 작동되고 있다. 공무원 순환보직은 여러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공무원은 다양한 직무를 경험·학습해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정부는 필요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조직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등 탄력적인 인적자원 관리가 가능하다. 더욱이 순환보직은 행정 전체로 보면 부정부패의 개연성을 차단하는 데 유용하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우선 공무원의 전문성이 떨어진다. 짧은 기간에 자리를 옮기면 생소한 직무에 다시 적응해야 하고, 또다시 다른 자리로 옮기는 악순환이 발생해 결국 전문성을 축적할 기회가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무책임성이 팽배하게 된다는 점이다. 선호하는 직무의 과제는 열심히 해봤자 곧 오게 될 후임자가 그 결실을 보게 될 것이고,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직무는 가능한 한 피하거나 대충 시간만 보내려 들게 된다. 이런 전문성과 책임성 결여는 업무나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려 그 적폐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 그렇다면, 순환보직의 양면성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 순환보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활용하려면 우선 정부 기능이나 업무 유형에 따라 순환보직을 차등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외교·통상·안보·안전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정부 기능이나 업무는 순환보직을 최소화하고 채용경로를 다양화해 중장기적인 경력개발에 따라 전문성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정부 기능이나 업무에서는 순환보직을 합리적 기준으로 적용, 다양한 직무 경험을 통해 종합적인 판단력 등 조직관리의 안목과 자질을 쌓도록 한다. ‘사람의 자격과 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현재 공무원 계급제를 점차 ‘직무와 책임’을 기준으로 하는 직위분류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靜)적인 사회에서는 계급제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한 분야라도 숙련자가 되기 어려운 전문화된 사회에서는 공무원 한 사람이 다양한 분야를 모두 섭렵할 수 없다. 국민은 한 분야만이라도 제대로 된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고 행정수요나 정책문제를 유능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공무원을 원하며 이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명백히 지켜본 것이다. 지나친 전문성으로 인한 개인주의나 부처 칸막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철학인 정부3.0에서 강조하는 협업 활성화로 막을 수 있다.
  • ‘첼시의 심장’ 램퍼드 미국서 뛴다?

    13년간 첼시의 중원을 지킨 ‘첼시의 푸른 심장’ 프랭크 램퍼드(36)가 팀을 떠난다. 램퍼드는 3일 “첼시는 내 삶의 일부다. 그동안의 기억에 감사한다. 첼시가 계속 역사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며 공식적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첼시를 떠날 것임을 밝혔다. 2001년 웨스트햄을 떠나 첼시에 입단한 램퍼드는 팀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첼시에서 648경기에 출전해 211골을 터뜨렸다. 첼시 구단 사상 개인 통산 최다 골이며 648경기는 프리미어리그 단일 구단 통산 3위에 해당한다. 게임을 조율하는 능력뿐 아니라 득점력까지 갖춘 램퍼드는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를 합친 ‘미들라이커’로 불리기도 했다. 램퍼드는 첼시에서 리그 3차례, FA컵 4차례와 리그컵 2회 우승을 맛봤다. 2012년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013년에는 유로파리그를 제패했다. 브라질월드컵 잉글랜드대표팀에 선발된 램퍼드는 다음 행선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마이애미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프로축구(MLS)의 뉴욕시티 축구팀을 창단한 맨체스터시티의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가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장동건, 잘 생긴 남자 날 세운 남자 물 오른 남자

    장동건, 잘 생긴 남자 날 세운 남자 물 오른 남자

    커다란 그의 눈망울에는 차가운 비정함이 그득했다. 오는 4일 개봉하는 영화 ‘우는 남자’로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장동건(42). 그는 이번 작품에서 실수로 한 소녀를 죽인 뒤 소녀의 어머니 모경(김민희)까지 죽여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갈등하는 킬러 곤 역을 맡았다. 영화 ‘아저씨’로 한국형 누아르의 전범을 세웠다고 평가받는 이정범 감독과 손잡은 그의 연기는 더 날카롭고 더 과감해졌다. 개봉이 초읽기에 들어간 2일 그를 만났다. →첫 장면부터 강렬한 ‘킬러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냈는데. -영화 ‘아나키스트’에서 잠깐 킬러로 나온 것을 제외하고 직업 킬러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누아르 장르의 킬러 역은 수많은 남자 배우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만큼 잘 만들기가 어렵기도 하다. 지금까지 나온 킬러 캐릭터의 결정판을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어떤 후회도, 미련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아저씨’로 628만명을 동원하며 큰 흥행 성적을 거뒀던 감독에 대한 기대감도 컸을 법하다. -근래 한동안 내가 심리적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흥행을 떠나 이 감독과 함께라면 그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이 감독은 처음부터 ‘우는 남자’는 그의 전작 ‘아저씨’ 보다 ‘열혈남아’에 더 가까운 영화라고 선언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그랬다. 주인공 곤의 액션을 풀샷으로 담아 멋있게 보여 줄 생각이 없으며 곤의 얼굴만 보여 줄 것이니 감정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외형적으로 스타일을 중시한 영화가 아니라 감정선이 중요한 액션 연기란 뜻이었다. 그래서 보여 주기 식 노출은 가급적 지양했다. →곤이 흑사회에서 온 삼인방과 아파트, 여의도 금융회사에서 대결하는 총격 액션 등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많다. -앞에 탄두가 발사가 되지 않게끔 장치하고 총격 장면을 찍었다. 쓴 총알의 양이 수백발쯤 되는데 전쟁 영화인 ‘마이웨이’를 찍을 때보다 더 많아 나도 놀랐다. 총기 액션에는 나도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깜빡거리지 않고 능숙하게 총 쏘는 장면을 보여 주는 일은 참 어려웠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킬러들이 총을 쏠 때면 왜 선글라스를 쓰고 눈을 가리는지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웃음). →40대에 킬러 연기에 도전하는 일이 만만치는 않았을 것이다. -홍콩 누아르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을 보여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기존 작품들은 체력만 있으면 가능한 액션이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기술적 부분이 중요했다.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액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과거와 싸우는 느낌이 더 강했다고 할까. 파주의 액션 스쿨에서 넉달 반 정도 하루에 4~5시간씩 훈련을 했다. 예전 영화들에서 2~3주 했던 것에 비교하면 훨씬 강도가 높았다. →곤이 어린 시절 미국에서 자란 설정 때문에 영어 연기가 많이 등장한다. 할리우드 배우 브라이언 티와도 호흡을 맞췄는데. -지금껏 영화에서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연기를 많이 했다. ‘태풍’에서는 러시아어, 태국어까지 해 봤는데 영어가 제일 어렵더라. 한국 관객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한국계 미국인 브라이언 티의 친척들이 부산 촬영장을 방문하기도 했고 한국말도 잘해서 호흡이 잘 맞았다. →곧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배우로서도 달라진 점이 있을 것이다. -작품을 고를 때 나중에 아이들이 아빠의 영화를 볼 때 어떤 생각을 할까, 그 점을 고려하게 됐다. 20년 넘는 연기 경력에 비하면 작품 수가 부족하다. 그동안 여러 이유로 선뜻 작품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친구’ 이후 줄곧 무거운 남자 영화를 많이 해 왔는데, 앞으로는 좀 더 일상적인 연기를 해 보려 한다. 흥행성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조율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2014 공직열전] 국회도서관

    [2014 공직열전]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 국회도서관은 국민을 위한 지식서비스 제공과 함께 국회 입법지원이라는 막중한 임무까지 겸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공간이다. 국회도서관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부산에서 문을 연 국회도서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직원 1명에 장서 3604권으로, 지금의 동네 서점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책이 부족해 당시 주한 미국 대사로부터 도서 700권을 빌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60여년 만에 2실·2국·1관리관에 정원 304명, 세출예산 389억원(2014년도 기준)으로 성장했다. 1963년 독립적인 국회도서관법이 제정된 이후 1981년에 신군부가 국회 권한을 약화시키려고 국회도서관법을 폐지하기도 했지만, 새 법이 1988년 다시 제정되면서 국회도서관은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았다. 1988년에는 현재의 도서관 건물이 개관됐고 1998년부터는 일반인 누구에게나 개방되면서 한 해 100만명이 찾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논문 검색과 각종 데이터베이스(DB) 기능 등 전자도서관 기능을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의원실을 위한 정보회답과 각종 법률정보 서비스를 이용한 횟수도 3000건이 넘는다. 5급 입법공무원 공채 사서직을 별도로 채용한다는 점에서도 국회도서관의 특별한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1982년 처음 입법고등고시에 사서직을 선발했으며 현재 10명이 일하고 있다. 홍기철 의회정보실장은 사서직 입법고시 출신의 맏형이다. 사실상 부관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박학다식한 전형적인 사서라는 평을 듣는다. 성균관대에서 문헌정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규담 법률정보실장은 오랫동안 국회사무처에서 일하다 올해 초 국회도서관에 자원했다. 국회전문위원으로 일할 당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에 참여하는 등 풍부한 입법지원 경험을 살려 의원실을 위한 법률 정보 제공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김광진 정보관리국장은 DB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1970년대부터 정보화 관련 업무를 맡은 인연으로 정보화 기획과 DB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에 해박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강직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후반 중국 상해임시정부 의정원 기록물 디지털화 작업을할 때 파일 용량 결정만 보름 넘게 고민했을 정도로 꼼꼼한 덕분에 당시 작업한 디지털 자료가 지금도 문제 없이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이신재 정보봉사국장은 유일한 여성 고위간부다. 정보봉사국은 전통적인 도서관 업무를 담당한다. 그는 대국민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원들을 잘 다독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석력이 좋고 예리하며 토론 등에도 강하다. 법률정보개발과장과 기획관리관 등을 거쳤고 미국 뉴욕주립대 문헌정보학과에서 법률도서관 관리를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국장과 입법고시 사서직 동기(13회) 출신인 노우진 기획관리관은 3년간 휴직까지 해가며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문헌정보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다. “유능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항상 강조하는 것에서 보듯 업무 효율성과 유연성을 중시하고 허례허식을 싫어한다. 부서 간 업무조율을 원만하게 하면서도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다음회는 법원 사무국입니다
  • 대북 제재 균열 우려속 한·미 6자대표 2일 회동

    북·일 합의로 대북 제재 공조의 균열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가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회동한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일 “북핵 공조 체제와 향후 대처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며 방미했다. 한·미 양국이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날짜를 북·일 합의 발표 이후 급박하게 잡았다는 점에서 한·미·일 대북 공조를 집중 논의하는 동시에 이달 말에 열릴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 조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지난달 29일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하기로 북한과 합의한 상황은 현재의 북핵 구도 및 2008년 12월 이후 5년 6개월째 공전 중인 6자회담에도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한·미 6자회담 협의는 두 달여 만에 재개된다. 황 수석대표는 지난 4월 미국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같은 달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회동했었다. 한·중 양국은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열린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의미 있는 북핵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을 공동 조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북한도 당분간 북·일 합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추가 핵실험 도발은 유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대북 공조의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관련국 간 협의에도 속도를 내 중국, 러시아 등과 연쇄적으로 수석대표 회동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의 별도 회동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日 “납치 재조사 인력 北 파견”

    일본 정부가 납치 피해자 재조사와 관련해 외무성과 경찰청 직원 등을 북한에 파견할 방침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일 오전 NHK의 ‘일요토론’ 프로그램에 출연, 이같이 밝혔다. 스가 장관은 “2008년 합의와 다른 점은 합의 내용이 문서화됐다는 것이다. 일본 발표와 동시에 북한이 국내외에 같은 소식을 알린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 측 조사단의 방문도 합의문에 포함된 것”이라면서 “일본 측의 강한 요청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제대로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외무성·경찰청 직원이 파견돼 평양에 거점을 두게 될 예정이며, 처음에는 단기 체류에 그칠 수 있지만 조사가 활발해지면 평양에 상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달 29일 합의 발표 당시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3주 후로 예상한 만큼, 일본은 이르면 이달 중 북한과 직원 파견에 대한 조율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재조사는 일본 정부가 인정한 납치 피해자 12명과 납치 의혹을 부정할 수 없는 특정 실종자 등을 대상으로 북한이 단독으로 실시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의 유골과 1959~1984년 재일조선인 남편과 함께 북송된 일본인 아내 등도 대상이다. 북한은 일련의 조사를 동시에 추진해 상황을 일본에 수시로 보고하고 생존자가 있으면 귀국시킬 방침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정보화설계도(EA)를 국가개조 밑그림의 도구로/ 오강탁 한국정보화진흥원 전자정부지원본부장

    정보화설계도(EA)를 국가개조 밑그림의 도구로/ 오강탁 한국정보화진흥원 전자정부지원본부장

    세월호 비극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충격과 영향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 것 같다. 구난·구조에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관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수많은 소중한 생명을 안타깝게 놓쳐버렸다. 이번 참사는 탁월한 실행력 못지 않게 ‘통합과 조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어린 학생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이번에야말로 외양간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정부의 부처간의 칸막이는 물론 각 부서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이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을 유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대통령이 천명한 국가‘개조(改造)’ 혁명의 으뜸 원리 또한 ‘통합과 조율’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정부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조율하기는 쉽지 않다. 하다 못해 장사를 하기 위해 조그만 가게를 열더라도 서류를 제출하고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할 관청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대부분의 정책은 각 부처나 지자체 등 다양한 정부조직의 업무가 서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거나 문제를 개선하려면 관련 부처가 함께 움직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업무의 책임을 맡은 개인이나 조직 간에 정보(데이타) 공유와 지식전달이 원활해야 하고 실제 정책담당자의 책임도 명확해야 한다. 이처럼 조직이 일사분란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규정이나 관행 등에 매몰되지 않고 역동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도록 정보시스템이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 ‘통합과 조율’을 위한 이러한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도구는 과연 뭘까? 정보화설계도라고 불리는 EA(Enteprise Architecture)가 이러한 고민의 해결방향과 단초는 제시해 줄 수 있는 도구다. 일반적으로 EA는 조직의 업무, 정보, 응용시스템과 이를 지원하는 정보기술구조를 묘사하고 이러한 요소들의 연계성을 표현해 놓은 설계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5년 정보시스템의 효율적 도입 및 운영에 관한 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7월 시행과 함께 본격적으로 EA가 도입되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EA 추진으로 짧은 기간 내에 행정 및 공공기관에 EA가 안착되었다. 현재 안정행정부가 운영하는 범정부 EA포털을 통해서 1386개의 행정 및 공공기관의 정보자원 정보가 주기적으로 등록, 갱신되어 관리되고 있다. 등록된 정보자원이 정보시스템 1만 8543개, 하드웨어(HW) 6만 5493개, 소프트웨어(SW) 7만 444개, 통신장비 5만 4501개에 이른다. 정보자원도 연도별·기관유형별로, 기관별 정보시스템도 도입 및 운영방법, 표준프레임워크 적용 여부 등으로 다양하게 관리되고 있다. 또 행정서비스(대민서비스, 정부내 서비스 등)와 업무기능(안전, 복지, 과학기술 등)별 정보시스템 현황과 데이터 정보화 현황이 관리되고 있다. 이 외에도 HW, SW, 통신장비 등 정보자원 유형별 현황, 국산장비 현황, 정보자원의 설치장소, 정보화 예산, 정보통신(IT)수요 정보까지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관리되고 있다. 범정부 EA포털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자원에 대한 정보는 정보량, 현행성(Velocity), 다양성 측면에서 빅데이터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EA는 정부 각 부처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최근에는 EA정보를 기반으로 국가정보화 예산심의 정보화사업의 중복과 연계·통합을 조정하고, 더 나아가 다수부처 시스템간 연계를 통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발굴하는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 해외 주요 국가들도 EA를 시행하고 있으나 활용성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EA가 UN으로부터 공공행정서비스상을 수상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앞선 활용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은 앞선 EA 활용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각 부처의 업무와 기능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조율하는 데 EA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 EA는 이제 단순히 정보자원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운영성과를 높이는 투자성과관리 도구를 넘어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적가치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중요한 도구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 과제는 EA를 정부의 업무, 정보와 데이터, 서비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의 효율적 설계를 지원하는 나침반이자 설계도의 역할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개조의 첫 출발은 정보자원의 빅데이터인 EA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이미지 인문학 1(진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전방위 문화평론가로 분류되는 저자가 현실과 가상이 중첩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빚어낸 미학적 패러다임의 변화의 보여준다. ‘파타피직스’란 형이상학을 의미하는 ‘메타피직스’를 패러디한 개념이다. ‘온갖 우스꽝스러운 부조리로 가득 찬 사이비 철학’을 뜻하며 프랑스의 극작가 알프레드 자리가 처음 제시한 이후 호안 미로, 마르셀 뒤샹, 장 보드리야르 등이 그 개념을 받아들였다. 책은 회화, 사진 등의 전통적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물, 생물, DNA, 비트, 나노 등 다양한 디지털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오늘날 기술 매체와 관계를 맺은 인간의 정신을 탐구한다. 현대인들은 특정 기술을 받아들일 때 그 기술의 창조자가 의도한 사유의 패러다임까지 무의식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본성에 대해 철학적인 성찰을 하도록 이끈다. 336쪽. 1만 7000원. 세상을 바꾼 작은 우연들(마리 노엘 샤를 지음, 김성희 옮김, 윌컴퍼니 펴냄) 세균으로부터 생명을 구한 항생제 페니실린, 수술의 고통을 덜어 주는 마취제, 꺼져 가는 심장을 살리는 심박 조율기, 운전자들을 보호하는 안전유리…. 인류의 삶을 발전시킨 발명품들의 공통점은 거짓말처럼 우연히 탄생했다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발명품 중에서도 뜻밖의 계기로 빛을 본 50가지를 추려 소개한다. 화약의 재료인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안전하게 길들이는 방법을 우연히 발견한 뒤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노벨, 부주의로 페니실린이 탄생한 사연 등이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행운으로 이어진 실수, 큰 소득을 낳게 한 부주의, 더 큰 열매를 맺게 해 준 실패 등은 책 읽는 맛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예측 불가한 인간 삶의 묘미까지 생각해 보게 한다. 280쪽. 1만 5000원. 로베르토 볼라뇨 컬렉션(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우석균 등 옮김, 열린책들 펴냄) 남미 문학의 거장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 작품 컬렉션이 완간됐다. 지난 5년간 출간된 그의 소설은 2010년 ‘칠레의 밤’부터 ‘야만스러운 탐정들’(2012), ‘2666’(2013), ‘아이스링크’(2014)에 이르기까지 12종 17권이다. 200매 원고지로 따지면 1만 8220매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1993년 데뷔 이후 작품 발표 때마다 스페인권의 문학상을 휩쓸며 ‘제2의 마르케스’로 불린 볼라뇨는 문학의 역할과 악의 근원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작품에 녹여 왔다. 그의 작품은 1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독자들에게 ‘볼라뇨 전염병’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일으켰다. 출판사는 볼라뇨 작품 완간을 기념해 컬렉션 도서를 특별 제작한 목재 책장에 담은 한정판 세트를 내놨다. 전권 21만 4600원. 자본주의와 노예제도(에릭 윌리엄스 지음, 김성균 옮김, 우물이 있는 집 펴냄) 서양 역사의 근본적 치부인 자본주의와 노예제도의 태생적 내연 관계를 폭로한 책. ‘노예해방의 진정한 원동력은 인도주의가 아니라 경제 논리’라는 주장을 담은 책은 1944년 출간 당시 많은 반론을 유발했으나 결과적으로 노예해방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는 역사적 명저로 자리 잡는다. 저자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공화국 총리를 역임한 정치인이자 학자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초기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식민자본주의가 태동기부터 노예제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이를 활용한 덕분에 중기 자본주의, 즉 산업자본주의로 순조롭게 이행했음을 풍부한 증거 자료와 치밀한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472쪽. 2만 4000원.
  • 오바마 독대한 힐러리 대선 출마 선언 임박?

    오바마 독대한 힐러리 대선 출마 선언 임박?

    미국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유력 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전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왼쪽) 대통령과 10개월 만에 단독으로 만나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다음 달 10일 두 번째 자서전 ‘힘든 선택들’(Hard choices) 출간을 계기로 언론 홍보와 강연회 등을 통해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려 이번 회동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도 잠룡… 오바마 한쪽 지지 힘들 듯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힐러리 전 장관과 단둘이 만나 점심을 함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당초 이들 만남은 비공개로 이뤄졌으나 이날 오전 자서전 출간에 앞서 힐러리 전 장관을 인터뷰한 연예주간지 ‘피플’ 기자가 트위터에 힐러리 전 장관과 찍은 사진과 함께 이 사실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대통령 일정의 투명성 결여에 불만을 제기하자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전 장관과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점심을 즐겼다”고 뒤늦게 확인했으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전 장관이 단독 회동한 것은 지난해 7월 29일 이후 꼭 10개월 만이다. 백악관이 일정은 물론, 대화 내용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오는 2016년 대선과 관련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공화당에서 최근 제기한 힐러리 전 장관의 건강 문제와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략 등도 오찬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힐러리 전 장관이 백악관 등과 조율을 거쳐 조만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인 조 바이든 부통령도 대권 의지를 밝히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이 특정 후보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힐러리 전 장관은 이날 피플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자서전을 홍보하기 위한 전국 투어에 나선다. 피플은 “힐러리 전 장관과의 첫 인터뷰를 다음 달 6일 게재한다”고 밝혔다. 힐러리 전 장관은 또 다음 달 17일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에 출연, 사회자 2명과 30분 정도 인터뷰를 한다고 허핑턴포스트가 이날 전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직 시절 벌어졌던 리비아 뱅가지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을 집요하게 보도해온 폭스뉴스는 “인터뷰는 힐러리 전 장관이 조만간 출간할 자서전과 2016년 대선, 그리고 2012년 뱅가지 사태 등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강연 티켓 66%할인에도 안팔려 힐러리 전 장관이 자서전 홍보에 적극 나서는 등 광폭 행보를 예고하고 있지만 대중의 인기를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사주간지 ‘위클리스탠더드’는 이날 힐러리 전 장관의 강연 참석 티켓 가격이 크게 떨어졌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음 달 2일 콜로라도주에서 열리는 강연에 클린턴 전 장관을 초청한 주최 측이 티켓 값을 175달러에서 59달러로 3분의2 이상 할인판매하고 있지만 사는 사람이 별로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힐러리 전 장관이 강연에서 발언을 극도로 자제해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사설] ‘만기친람 대통령’ 소리 더는 나오지 않길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사회부총리를 신설해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4개 축을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부 혁신과 재난 안전은 총리가 직접 진두지휘하고, 교육부장관을 겸하는 사회부총리가 교육·문화·복지·환경 분야를 관장토록 함으로써 경제 전반을 책임진 경제부총리, 외교·안보·통일정책을 조율하는 국가안보실장과 더불어 국정 전반을 이끌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 체제에 견주면 총리의 기능을 사회부총리가 일부 떼어 맡는 대신 총리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 개조 작업에 전념토록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 담긴 박 대통령 구상은 일견 정책 권한의 분산으로 정리된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그제 국무회의에서 국정 운영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조했다. “지난 1년여 국정을 운영하면서 국무회의나 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이번에 교육·사회·문화를 총괄하는 부총리를 둬 정책 결정에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했다. “사회가 너무 복잡하고 이전과 다른 규모와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분야별로) 전담을 해나가야 책임성이 생기고 또 국정 운영이 효율적이 될 것이란 생각”이라고도 했다. 현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여간 대통령이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리더십이 많은 비판과 지적을 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이런 구상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분담한다는 취지에 있어서 일단 환영할 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내각을 통할하도록 한 헌법 체계와는 분명한 거리가 있는데다 총리가 내치(內治) 전반을 관장하는 실질적인 책임총리의 기능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과도 궤를 달리하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와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이 헌법이 요구하는 국정체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것인지, 세월호 참사 이후의 정국 상황에 쫓긴 나머지 급조한 구상은 아닌지, 정녕 현 정부 임기를 넘어 다음 정부로까지 이어질 지속 가능성과 안정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보다 실질적인 우려는 이들 국정의 4대 축이 권한은 없고 책임만 떠안는 상황에 있다. 경제부총리만 해도 정부 예산을 틀어쥐고 있어 각 부처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지만, 사회부총리의 경우 대체 무슨 힘으로 문화부나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을 관장할 것인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대체 이들 부처 장관이 교육부 장관인 사회부총리와 뭘 협의해야 한다는 것인지, 설령 협의한다면 국무총리의 존재는 무엇이 되는 건지도 의문이다. 적어도 사회부처 인사에 있어서 사회부총리에게 해당 장관과 실질적인 협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허울뿐인 부총리에 머물 공산이 크다고 할 것이다. 결국 정부조직 개편의 성패는 박 대통령의 의지와 실천에 달렸다. 박 대통령 스스로 만기친람을 끊으려는 확고한 의지를 지녀야 하며, 그런 바탕 위에서 대통령의 군말이 필요 없을, 국정가치를 공유하면서도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인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조직보다 인사가 답인 것이다. 자칫 변형된 만기친람이 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후속 작업을 추진하기 바란다.
  • 장나라, 빵+커피 셔틀녀 변신 ‘계략에 휘말려 장혁과 하룻밤?’

    장나라, 빵+커피 셔틀녀 변신 ‘계략에 휘말려 장혁과 하룻밤?’

    배우 장나라가 빵과 커피 셔틀녀로 변신했다. 27일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운명처럼 널 사랑해’(극본 주찬옥 조진국 극본·연출 이동윤, 제작 넘버쓰리픽쳐스 페이지원필름) 제작진은 온갖 허드렛일은 모조리 도맡아 하는 ‘안경잡이 무존재’로 변신한 장나라의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 된 사진 속 장나라는 양손에 커피와 도넛를 잔뜩 들고 ‘생활의 달인’ 포스를 풍겨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쓸법한 동그란 뺑뺑이 안경에 촌티 패션 1순위인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양 손 가득 테이크아웃 커피와 도넛를 한 가득 안고 ‘셔틀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장나라는 촌스러운 사진 속에서도 세월을 빗겨 간 듯한 최강 동안의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 극중 장나라는 작은 섬마을 출신으로 외모, 학벌, 능력 등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계약직 직원 김미영 역으로 분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우연히 당첨된 마카오 여행권 한 장으로 인해 평범녀가 하루아침에 재벌가 며느리가 되는 기상천외한 사건의 주인공이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 제작진은 “드라마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장나라는 김미영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캐스팅 직후부터 경상도 사투리를 배우기 시작해 현재는 현지 사람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게 됐다”며 “제작진과 안경부터 양말 하나까지, 손수 콘셉트 조율을 하는 등 미영 역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어 기대 이상의 새로운 코믹 캐릭터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우연히 떠난 여행에서 계략에 휘말려 하룻밤을 보내게 된 생면부지의 남녀가 임신이라는 후폭풍을 맞게 되는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 장혁과 장나라가 12년만의 재회하는 작품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방송중인 ‘개과천선’ 후속으로 오는 7월 방송 될 예정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한·중 “북핵 불용”… 추가실험 저지 합의

    한·중 “북핵 불용”… 추가실험 저지 합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비공개 ‘소인수 회의’(소규모 집중 협의)와 본회담 등 두 차례 협의를 통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 저지를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한·중 외교수장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하순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초대 6자회담 수석대표 출신인 왕 부장은 지난해 외교부장이 된 후 윤 장관과는 세 차례 공식회담 및 네 차례 전화통화를 하는 등 수시로 주요 현안을 조율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그의 방한은 2008년 1월 중국 정부 특사로 온 뒤 6년 만이다. 윤 장관은 이날 “양국 관계가 정치·안보 분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왕 부장은 “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최상의 관계에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왕 부장은 “중국 정부를 대표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과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중국은 지역 및 국제 정세의 심각한 변화 속에서도 한국을 긴밀한 협력 동반자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한·중은 이날 30분으로 예정됐던 소인수 회의 시간을 55분으로 늘리고, 회담 이후 공관 만찬까지 진행하며 북핵 및 6자회담 등 대북 현안에 대한 공감대 구축에 집중했다. 또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반대와 북핵 불용 등 확고한 비핵화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왕 부장은 북한의 핵실험 등 핵 도발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으며 동북아 역내 불안정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윤 장관은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압박 등의 역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불편한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우리 측이 적극 설명한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서도 한국의 노력을 평가한다는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쳤다는 후문이다. 양국 간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기류 차이도 여전히 감지됐다. 우리 외교부는 양국 장관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핵능력 고도화 차단의 확보를 전제하는 ‘의미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측은 한반도 정세 안정 차원에서 비핵화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6자회담은 공동 사업으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뿐 아니라 한국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장관이 공동으로 북핵 대화 여건 조성에 나서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한·미·중 3국 간 양자·다자 차원의 수석대표 후속 회동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국은 동북아 지역 정세에 대한 긴밀한 소통을 다짐했지만 이날 회담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등의 문제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어린 시절부터 애정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에게는 어떤 사랑이 올까’를 꿈꾸던 숙녀가 있었다. 따분하기 만한 농장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사람은 당연히 꿈꾸던 미래를 만들어 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비록 결혼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외지인이며 의사인 그와 흔쾌히 결혼했다. 하지만 현실은 바라던 미래가 아니었고 남편은 그저 시골 의사일 뿐이었다. 상류 사교계를 향한 그녀의 꿈은 결국 다른 남자에게서 사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정하다고 믿었던 사랑은 언제나 버림받았고 결과는 엄청난 빚만 남았을 뿐이었다. 파산을 맞은 그녀는 비소를 먹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미련하게도 아내의 변화를 감지조차 못했던 남편 또한 아내가 남자들과 주고받은 연서를 읽고 충격인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인지 모를 모호한 이유로 벤치에 앉아 쓸쓸히 죽는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담 보바리’의 내용은 단순하다. 제목이나 내용이 주는 통속적이고 외설적인 분위기 때문에, 1857년 출간된 후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법정까지 갔다는 명성(?)을 믿고 성큼 다가선 독자들은 은밀한 내용을 희망하다 결국 허탈감만 안게 된다. 부푼 호기심은 허무감이 된다. 마담 보바리처럼. 어찌 보면 순수하고 어찌 보면 철없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어떻게 혁명과도 같은 문학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고전소설을 문학적 가치로만 읽기에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게 사실이다. 문학적 의의만으로 접근한다면 고전 문학을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전 읽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작품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지나치게 의미를 부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모르고 읽는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해서 지루할 수 있는 ‘마담 보바리’가 왜 사실주의 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지 한 번쯤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실주의 문학의 탄생 배경은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구제도가 붕괴하면서 급격하게 떠오른 부르주아 사회, 즉 시민사회의 성장에 있다. 시민사회는 자연과학에 기초를 둔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생겨난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학적 정신이 문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이 새로운 물결을 새로운 소설 쓰기로 만들어냈다. “형식은 바로 내용 그 자체다”라는 그의 말은 그가 이 작품을 어떻게 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며 그것이 왜 사실주의 문학으로 연결되는지 알려 준다. 플로베르에게 소설의 소재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 있었던 ‘들라마르 사건’을 별다른 가미 없이 작품의 스토리로 사용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을 번역한 김화영 교수의 말처럼 ‘스타일’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해 문장의 리듬과 묘사를 중시했는데 한 문장에서 같은 음의 어절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할 만큼 아름다운 문장을 위해 공들였다. 엠마의 삶을 가운데 두고 남편인 샤를르를 처음과 끝에 둔 구성도 독특한 스타일의 완성에 일조했다. 플로베르는 감정이 과장되고 주관적이며 이상적 세계를 추구하는 낭만주의가 아닌, 시민사회, 자연과학적 정신이 요구하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완성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건의 흐름을 중시하기보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를 집요하게 추구했고 주인공 엠마 보바리의 파멸도 그렇게 그려냈다. 자연과학자처럼 대상에 대한 냉철한 관찰과 객관적 인식을 표현해 독자가 등장인물들의 불행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을 사실주의의 대표작으로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도덕적이고 절제된 여성의 삶에서 크게 벗어난 주인공 엠마의 격정적인 사랑 타령은 그 시대에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문체의 아름다움을 원서가 아닌 번역서로 느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불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실제 프랑스 문학 작품이 어떠한지 물으면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만큼 ‘멋지다’라고 말한다. ‘마담 보바리’만 해도 플로베르가 공들여 선택한 서술어의 변화는 미묘한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드러내는 데 한몫한다고 한다. 우리말 ‘까맣다’, ‘새까맣다’, ‘거무스름하다’ 등이 같은 형용사인데도 전하는 의미가 조금씩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번역된 ‘마담 보바리’에서는 얼마만큼 치열하게 객관적인 묘사를 하고 있고 단어의 차이가 어떻게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지 충분히 느끼기는 어렵다. 물론 번역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주의 완성이라는 가치를 찾기에는 어떤 번역이든 언어의 차이를 완벽하게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과 다른 시대를 이해하는 것도 다가섬을 저해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고전을, 현재와 동떨어진 시대의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고전 문학은 시대를 관통하며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문학이든 해외 문학이든 고전은 인생의 깊이를 간접 경험하면서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가도록 하는 일종의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다. 무엇보다 인간 본질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다. ‘마담 보바리’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세월호 선장’이 우리 사회 안에 있는 것처럼 ‘엠마 보바리’ 또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로지 과거와 미래만 좇는 ‘보바리즘’에 빠져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모성애마저도 자신의 감정에 따르는 허약한 엠마나 쾌락을 누릴 수 있다면 도덕과 윤리는 저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엠마의 두 연인 레옹과 루돌프, 친절마저도 자신의 손익계산서로 보는 오메와 뢰르의 모습은 150여년이 흘러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모두 한 번도 상대방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고 그 생각으로 행동한다. 작품에서 가장 피해자일 수 있는 샤를르조차도 엠마에 대한 사랑이 일방적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럴 것이라 믿어버린다. 자기가 주는 사랑의 실체만을 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현실을 보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절망적인 결과가 올 수 있음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그의 책 ‘말’에서 “사람은 저항함으로써만 자신을 확정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속속들이 불확정적인 존재였다”라고 했다. 아홉 살 때부터 ‘마담 보바리’를 읽었다는 그의 말에 비쳐 보면 플로베르는 주어진 인생을 저항해 새롭게 자신을 확정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냉정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늘 주눅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일곱 살까지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집안의 골칫거리였던 그가 결국 자신과의 투쟁을 통해 위대한 작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엠마 보바리는 불행하게도 자신의 삶에 저항하지 못한 가녀리고 ‘불확정한’ 인물의 표상일 뿐이다. 엠마가 곧 자신이라고 말한 플로베르의 말은 어떤 의미인지, 마지막 장면만 스무 번 넘게 읽었다는 사르트르의 몰두는 무엇 때문인지 이 책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 *팁:글에 제시된 <마담 보바리>는 민음사에서 출간된 제목을 따른 것이다. 출판사에 따라 제목이 ‘마담 보봐리’, ‘보바리 부인’, ‘보봐리 부인’일 수도 있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佛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 스스로를 열성적 낭만주의로 규정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90)는 시립병원 외과 의사의 아들로 프랑스 루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로부터 과학적 사고를 이어받으며 플로베르는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가 될 수 있었다. 사실주의는 사물과 현상의 올바른 모습을 묘사하려는 사조를 말한다. 한편으로 플로베르는 낭만주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작품 속 문구의 심미성에서 이런 측면이 드러난다. 플로베르 자신은 ‘마담 보바리’로 인해 사실주의 작가로 자신을 평가하는 데 거부하며 스스로를 열성적인 낭만주의로 규정했다고 한다. 플로베르는 파리대학 법학부에 다니던 중 간질과 비슷한 증세의 발작을 한 뒤 본격적으로 문학 작품을 썼다. 1957년 ‘마담 보바리’ 때문에 ‘악의 꽃’을 쓴 샤를 보들레르와 함께 풍기문란죄로 법정에 서면서부터다. 소송이 진행될수록 소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 소설이 됐다. ‘살람보’, ‘감정교육’, ‘세 가지 이야기’ 등의 작품을 남겼다. ‘비계덩어리’, ‘목걸이’ 등을 쓴 모파상에게 영향을 끼쳤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세월호 국정조사 朴대통령은 제외

    여야가 25일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국조계획서 작성을 위한 실무협상에 들어갔지만 조사 대상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실무 협상에는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조원진 특위 간사,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와 김현미 간사 등 4명이 참석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수석은 “오늘은 야당의 입장만 듣고 헤어졌다”며 “26일 오전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다시 만나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조사 대상과 관련해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남재준 전 원장을 비롯한 국가정보원, KBS와 MBC 등의 방송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정복 전 장관을 포함한 전·현직 안전행정부 장관도 조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김기춘 비서실장 조사로 대신하기로 했으며 전직 대통령에 대해선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조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26일 오전 회동을 하고 국조계획서를 확정할 계획이지만 양측 간 입장 차가 여전히 커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조 특위도 이날 첫 전체회의를 열어 위원장을 공식 선출하고 국조계획서를 의결해 27일 국조 본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UEFA 챔피언스리그] 기적의 레알, 전설을 쓰다

    [UEFA 챔피언스리그] 기적의 레알, 전설을 쓰다

    ‘별들의 전쟁’ 진짜 주인공들은 디에구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아니었다. 세르히오 라모스와 개러스 베일(이상 레알 마드리드)이었다. 두 팀이 25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스타디오 다 루스에서 맞붙은 2013~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라모스는 대회 사상 가장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베일은 연장 후반 역전 결승골로 4-1 승리를 이끌었다. 중계 화면 시계가 92분 47초를 가리키기 전까지 레알의 대회 사상 첫 ‘라 데시마’(스페인 말로 10번째) 꿈은 물 건너간 듯했다. 레알은 전반 36분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잘못된 위치 선정으로 상대 수비수 디에고 고딘에게 헤딩 선제골을 내줘 0-1로 끌려가고 있었다. 파상공세도 소용없는 듯했다. 그 순간 라모스가 루카 모드리치의 코너킥을 문전 중앙에서 솟구치며 헤딩해 40년 만의 재도전에 창단 첫 우승을 예감하던 AT를 망연자실케 했다. 연장 후반으로 접어든 뒤에는 아예 넋을 잃었다. 연장 후반 5분 베일은 상대 골키퍼 티보 쿠르트아의 왼발에 맞고 튀어 오른 앙헬 디 마리아의 슈팅을 머리로 받아 넣어 그물을 출렁였다. 7분 뒤 마르셀루는 상대 수비진 사이로 통렬한 슛을 날려 한 골을 보태더니 후반 15분 호날두는 고딘의 파울을 유도해 얻은 페널티킥을 차 넣어 한 시즌 대회 최다 득점을 17골로 늘렸다. 대회 통산 68골을 기록한 그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67골)를 밀어내고 라울 곤살레스(71골)에 이어 최다 득점 2위에도 올랐다. 디에고 시메오네 AT 감독은 부상에 신음하던 코스타를 선발 출전시켰다가 9분 만에 아드리안 로페스와 맞바꾸는 바람에 교체카드를 한 장 날린 것이 천추의 한이 됐다. 막판까지 침착하게 옆줄에서 공격 템포를 조율한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은 개인 세 번째 우승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을 지휘했던 봅 페이즐리(잉글랜드) 감독과 함께 최다 우승 사령탑의 영예를 누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외교안보 공백 없는 후속인사 이뤄지길

    대한민국 외교안보 정책은 대통령을 필두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통일·국방부 장관, 그리고 국정원장에 의해 꾸려진다. 이 가운데서도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국가안보실장은 군사안보 전략뿐 아니라 대북정책과 외교전략 전반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명실공히 이 나라 대외정책의 사령탑이다. 국정원장 또한 대북 정보수집과 공안·방첩 활동을 벌이며 국가 안보 최전선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그제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이 두 핵심 안보기관의 수장이 물러났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는 재난 대응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민심 이반을 부채질했고, 남 전 국정원장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의혹 사건과 관련한 국정원 간부들의 증거 조작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실세 중 실세’라던 김 전 실장과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대표적 ‘순장조’로 꼽혔던 남 전 원장을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 지명과 동시에 경질한 것은 세월호 참사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지계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정치권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뜻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이는 다시 말해 외교안보적 요인이 아니라 정치상황적 요인에 따른 경질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두 사람의 경질에 맞춰 정치권을 중심으로 차제에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군 출신으로, 지난 1년여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경 일변도로 몰아갔으며,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인사뿐 아니라 정책기조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현 시점에서 대북정책 기조 변경을 운운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대북전략 차원에서 옳지 않다고 본다. 대북정책을 비롯한 대외정책은 일개 정부를 뛰어넘는 지속성과 일관성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으로, 결코 수장의 교체에 좌지우지될 일이 아니다. 자칫 현 정부가 궁지에 몰린 틈을 이용해 남남갈등을 부채질하려는 북의 대남전술에 휘말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수행에 있어서 대북·외교정책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아온 분야임을 감안하더라도 대북기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근거가 박약하다.그런 점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기관 수장 교체에 따른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그제 서해에서 벌어진 북한군의 조준 포격은 그 어떤 안보 공백도 용납될 수 없는 상황에 우리가 놓여 있음을 거듭 말해준다. 청와대 개편과 인사청문 일정 등을 감안하면 후임 인선 때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듯하다. 과도기 이들 기관이 동요 없이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 [기고] 재난 ‘컨트롤 타워’ 숙고가 필요하다/윤종성 성신여대 교수·전 천안함 군 합동조사단장

    [기고] 재난 ‘컨트롤 타워’ 숙고가 필요하다/윤종성 성신여대 교수·전 천안함 군 합동조사단장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그중 정부조직 개조는 해양경찰청 해체, 국가안전처 신설로 요약된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에 있어 재난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국가안보실, 국가안전처의 역할이 핵심이다. 컨트롤 타워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중심이 되는 조직, 총괄하는 조직으로 국가, 정부, 시·도차원에서 각각 컨트롤 타워를 가져야 한다. 군으로 말하면 국방부, 합참, 군, 군단, 사단차원에서 제대별로 컨트롤 타워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천안함 사건 당시 제대로 된 국가차원의 안보 컨트롤 타워가 없으니 안보장관회의로 대체했다. 안보장관회의에서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건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안도 강구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내가 배를 만들어 봐서 아는데 북한의 소행이라고 할 수 없다”는 발언이 나왔고 이 한마디는 북한 소행이 아닌 방향으로 확산됐다. 국가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없었기에 관계 장관들이 어설프게 대통령을 보좌했고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졌다. 천안함과 세월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천안함 사건 당시에는 유언비어에 대해 속수무책인 반면 세월호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강경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검경이 발 벗고 나섰고 세월호 사건을 이용하려 했던 세력들의 발도 묶였다. 이같이 대통령은 근거리에서 제대로 된 참모의 보좌를 받아야 한다. 재난에 대해서도 청와대 어디에선가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해야 한다. 국가차원의 컨트롤 타워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가의 제 기관과 의견을 조율하고 언론과 협조하는 커다란 차원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 발생 시 범행 주체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작전을 책임지는 합참에서 담당할 것인지, 사건 사고를 책임지는 해군에서 담당할 것인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국가차원에서 국가안보실과 국가안전처를 각각 안보와 재난 컨트롤 타워로 분리한다면 테러와 같은 애매한 상황에 직면하면 책임을 서로 미룰 수 있다. 이는 미룰 일이 아니라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협조해 위기를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국가안보실은 재난에 대해서도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재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수행할 만한 인력과 장비, 그리고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하다면 국가안보실은 이를 보완해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안전처가 설치된다면 응당 정부차원에서 강력한 재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해야 한다. 안전과 재해재난에 대한 정책과 집행기능을 총괄하면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물론 제 국가기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하면서 평시에는 예방 위주의 안전활동을 하고 위기 발생 시에는 신속히 대응해 위기관리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재난 컨트롤 타워는 국가든 정부든 시도든 수준별로 존재해야 한다. 한 마디로 공통의 임무를 수행하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흡하고 부족한 재난 컨트롤 타워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보완해 제대로 작동하게 할 것인지 우리 모두 숙고해야 한다.
  • [안전정책 걸림돌 없애자] (2) 예산-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편성 언제까지

    [안전정책 걸림돌 없애자] (2) 예산-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편성 언제까지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뜨거운 관심사가 ‘재난·안전관리’가 될 것이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안전관리 예산 확대를 지시했고 국회에서도 안전예산 확대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예산 절차를 고려하지 않은 지시가 쏟아지면서 벌써부터 ‘거대한 졸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내놓은 ‘2015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통해 ‘재원대책이 없는 세출 확대는 없다’며 예산 구조조정을 밝힌 바 있다. 정부에는 처음부터 재난·안전관리 예산을 확대할 의지가 없었던 셈이다. ‘안전 예산’의 정확한 기준조차 없다. 기재부와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마다 적용 범위가 제각각이다. 물론 총액도 다르다. 헌법에 따라 정부는 10월 2일까지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6월까지는 각 부처에서 기재부에 예산요구서를 제출하고 9월까지 정부 부처·당정·시도지사 협의를 거쳐야 한다.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를 비롯해 정부 부처마다 전반적인 안전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시간은 길게 잡아도 4개월이 채 안 된다. 결국 촉박한 일정과 시급한 안전예산 확대라는 모순적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이는 곧 빈수레만 요란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안전예산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성장’ 항목에 4대강 사업 예산을 포함시키거나 현행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 댐 건설 항목이 포함된 사례에서 보듯 예산 범주를 조금만 바꾸면 안전 예산이 늘어난 것처럼 포장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국가가 나서야 하는 현안은 갈수록 늘어난다. 하지만 정부는 증세를 비롯한 재원 마련 대책을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고보조사업 방식으로 안전 예산을 편성하거나 기존 국고보조율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산서만 놓고 보면 중앙정부는 예산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사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가 떠안아야 한다. 이미 선례도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소방방재청 소관 재해위험지역정비사업과 우수저류시설설치사업 국고보조율을 일방적으로 60%에서 50%로 낮췄다. 이로 인해 지자체가 올해 추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 규모는 각각 704억원과 131억원이나 된다. 박 대통령이 국가안전처에 특별교부세 배분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지자체 통제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특별교부세는 특별한 재해가 없을 때는 연말에 지자체 인센티브로 나눠 주는 게 관행이었고 이는 안행부가 지자체를 통제하는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특별교부세는 내국세 총액의 19.24%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부세 가운데 3%를 차지하며 올해 규모는 약 1조원이다. 특별교부세 중 50%는 재해대책 수요에 사용하도록 돼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전문가 의견] “너도나도 안전예산 줄서기 경계해야”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안전예산 확대라는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자칫 각종 사업에 모두 안전이라는 꼬리표를 새로 달고 예산확보에 나서는 ‘예산 줄서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정책 전문가인 정 교수는 22일 “국가정책을 위한 목표와 전략이 없다면 국민안전 없는 안전예산 확대에 불과하다”면서 “현장 인력에게 가장 필요한 예산 항목이 무엇인지 의견을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 김대중 정부는 벤처, 노무현 정부는 일자리, 이명박 정부는 녹색 등 정부 시책에 따라 제목만 바꾸는 예산편성이 기승을 부렸다”면서 “중요한 건 ‘호박에 줄 긋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안전을 국정목표로 강조했는데도 실제 올해 예산에서 관련 예산이 오히려 줄어든 이유를 되짚어야 한다”면서 “지시만으로 이뤄지는 정부 정책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예산안 기준으로 신규 사업이 2013년 0.9%, 2014년 0.6%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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