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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태섭 “손혜원 목포 부동산 구입은 이해충돌 문제”

    금태섭 “손혜원 목포 부동산 구입은 이해충돌 문제”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여러 곳을 친척 및 지인 명의로 사들여 투기 의혹에 휩싸였던 손혜원 의원. 손 의원은 도시재생 등 공익을 위해 건물 구입 등을 추천했다고 해명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손 의원의 탈당을 수용하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손 의원의 행위는 문화재 지정에 관여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지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민주당 안에서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금태섭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금 의원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는 이해충돌 방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금 의원은 지난 21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문화재 지정을 위해 국회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손 의원이 목포의) 부동산을 구입했으니 이익충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일반적으로 저희가 공직자 윤리라고 생각하는 이해충돌에 대해 (손 의원이)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부정적 견해를 밝히는 것 같다’는 사회자의 물음에 금 의원은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자기와 이해관계가 있는데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할 때는 그것을 해선 안 된다”면서 “그래서 회피, 기피 제도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 의원은 손 의원이 언론사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손 의원은 ‘내가 영향을 끼쳤다면 좋은 영향력’이라면서 영향력이 없었다는 얘기는 안 했는데, 바로 그 자리에 부동산이 있다. 그러면 거기에 대해 언론은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그에 대해 정치인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문화재를 보존하며 지방을 어떻게 발전시키냐’ 등 이런 식으로 공방이 오고 가서 어떤 게 과연 맞는지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면 다 끌고 가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검찰이 맞다 틀리다 해주는 것은 선진적 모습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어떤 사안을 따지는 것은 위법하냐 아니냐인데, 지금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이 정치인의 윤리에 맞는 것이냐, 사회정의냐’다”라면서 “검찰이 사회 정의를 따져주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해결 방법으로 적절하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 의원은 인터뷰에서 “최근 보도를 보면 나전칠기 작품의 경우 판권이 문제가 되니 손 의원 쪽에서는 ‘기획이나 디자인을 내가 해서 내 작품인 면도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을 국립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에 구입하란 발언을 했다”면서 “그러면 사실 이익충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손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금 의원에게 “가짜뉴스를 보시고 그대로 인용하신 것 같은데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기획이나 디자인을 제가 해서 제 작품인 면’이 있는게 아니고 기획, 디자인, 재료 제공, 형태 제작, 공방 지원, 옻칠작가 따로 지원, 본인이 청구한 시간당 인건비, 개인전 개최비용 전액 지원, 도록제작 지원, 국내외 전시비용, 해외전시 참가시 항공비, 체제비, 한복지원 여러벌. 4년 7개월 동안 이 모든 것을 지원했다”면서 “그 장인에게 ‘조약돌’의 기초형태를 만들어 갖다드리면 제가 제공한 공방에서, 제가 제공한 재료로, 제가 만들어 드린 기초 작업 위에, 공방동료 옻칠작가의 도움(물론 이 작업비도 제가)을 받아 시간당 작업비를 받고 얇게 썬 자개를 반복적으로 붙이는 장인이다. 이 작품은 제 작품이 아니고 제 소유의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손 의원은 이어 금 의원이 ”그것을 국립박물관에 구입하란 발언을 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이 대목은 제가 도저히 참기 어려운 대목“이라면서 ”금태섭 의원님, 비록 우리가 친하게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저를 도대체 어떤 사람으로 봤는지요? 제가 정말 이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잘 모르는 일이라고 방송 나가서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됩니다“라며 전면 부인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길섶에서] 조약돌의 사연/손성진 논설고문

    겨울 바다에서 본 것은 바다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작은 조약돌이었다. 누구라도 귀찮다는 듯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미물(微物). 그러거나 말거나 작은 돌들은 바닷물에 몸을 맡기고 밀려 들어갔다가 다시 파도에 떠밀려 나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김새가 참 신기하게 제각각이다. 둥근 꼴, 세모꼴, 산(山) 모양, 하트 모양…. 바다에 이르기까지 조약돌에게는 무척이나 험난했을 여정을 고스란히 품은 형형색색이다. 어쩌다 산들에 있을 돌이 바다로 밀려왔을까. 조약돌의 근원을 알고 싶으면 시간을 거슬러 수천만 년, 수억 년의 지난 세월을 상상해 보아야 한다. 큰 암석이 천둥 번개에 쪼개지고 비바람에 부딪히며 닳고 달았을 것이다. 폭풍우는 작은 돌들을 산에서 들로 마침내 바닷가로 데려왔을 것이다. 도심의 잡초엔 어떤 녹초방화(綠草芳花)에도 없는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 씨앗은 바람만 불면 척박한 땅을 향해 무거운 몸을 띄웠을 것이다. 작고 하찮은 것들에도 저마다의 사연과 가치가 있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 내곤 마지막 정착지 해변에 도착한 조약돌엔 알지 못할 기품이 서려 있다. 그래서 가벼이 볼 수 없다. 사람을 볼 때도 그렇다.
  • [이광식의 천문학+] 태양계의 ‘실제 움직임’ 한번 보실래요?

    [이광식의 천문학+] 태양계의 ‘실제 움직임’ 한번 보실래요?

    수많은 운동의 중첩, 이를 ‘일체무상'이라 합니다우리가 사는 동네, 태양계의 실상을 한 번 알아볼까요? 먼저, 태양계의 대장인 태양이 태양계 내 모든 천체의 총질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99.86%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의 여덟 행성, 수백의 위성, 수천억의 혜성, 소행성, 얼음 덩어리들을 모조리 합해봐야 전체 질량의 0.14%라는 거지요. 이런 독과점도 없지요.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더 놀랍습니다. 0.14% 중 10분의 9는 또 목성과 토성이 다 차지한답니다. 그러니까 태양과 목성, 토성을 빼고 나서 남은 0.014%가 지구를 포함한 모든 태양계 천체들의 몫이라는 거지요. 말하자면 지구는 곰보빵 위에 붙어 있는 빵가루 한 개 정도라고나 할까요. 이 태양계 빵가루 하나 위에 70억 인류가 아웅다웅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 놀랍지 않습니까? 더욱 가관인 것은, 한시도 멈출 줄 모르는 복잡한 우주의 운행 속에서 우리가 태연히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복잡한 운행을 잠시 들여다볼 것 같으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자전에 의해 1초에 약 400m를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음속을 넘는 수치로, 시속 1,500km에 달하는 맹렬한 속도입니다. 아마 자동차로 이렇게 달린다면, 물론 달릴 수도 없겠지만, 날개 없이 공중 비상을 할 것입니다. 항공기 속도의 두 배니깐요. 그런데도 우리는 왜 못 느낄까요? 네, 지구라는 우주선을 타고 같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 위를 고요히 달리는 배 안에서는 배의 움직임을 알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걸 갈릴레오의 상대성 원리라고 하죠. 이건 1단계고요, 2단계는 지구의 공전으로 우리는 매초 30㎞라는 엄청난 속도로 우주 공간을 주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1년을 달리면 태양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거지요. 3단계가 또 있습니다. 우리 태양계 자체가 은하 중심을 초점으로 하여 돌고 있습니다. 시속 70만㎞라니까, 초속으로 따지면 약 200㎞입니다(영상에서는 시속 7만㎞로 나와 있는데, 틀린 것임). 이처럼 맹렬한 속도로 달리더라도 은하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2억3000만 년이나 됩니다. 이 광대한 태양계란 것도 은하에 비한다면 망망대해 속의 조약돌 하나라는 얘기죠. 하긴 은하라는 것도 이 대우주의 크기에 비한다면 역시 조약돌 하나입니다. 그래서 어떤 천문학자는 신이 인간만을 위해 이 우주를 창조했다면 공간을 너무 낭비한 것이라고 푸념했다는군요. 태양은 이 은하를 지금까지 25바퀴쯤 돈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앞으로 그만큼 더 돌면 태양의 수명은 끝납니다. 적색거성으로 종말을 맞게 되지요. 다음 단계가 또 있습니다. 우리은하 자체가 머리털은하단이라는 무리를 향해 초속 600㎞로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마지막 결정적으로, 이 우주 공간 자체는 빛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팽창우주론이죠. 따지고 보면, 이 우주 속에서 원자 알갱이 하나도 잠시 제자리에 머무는 놈이 없는 셈입니다. 이처럼 우주는 수많은 운동으로 중첩되어 있습니다. 우주 만상이 무서운 속도로 쉼 없이 움직이는 것이 이 대우주의 속성입니다. 이게 바로 일체무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어떻습니까? 어질어질하시죠? 하지만, 우주는 너무나 조화로워 우리는 이 모든 움직임에서 보호받으며 이렇게 평온한 상태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는 이토록 위대합니다. 신비를 넘어 감동이지요. 그 감동을 당신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태어나서 본전은 뽑은 셈 아닐까요? 그러면 태양계의 실제 움직임을 표현한 동영상을 한번 보도록 하시죠.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태양계 실제 움직임’이란 제목으로 올라와 누리꾼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화제작입니다. 일반적으로 태양계가 정지되어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들은 실제 태양계가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을 돌진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탄성을 금치 못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토록 희한한 곳이라는 사실을 실감 나게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글로벌 인사이트] 베이징 뒷골목에 스민 런던·시카고… 핫플레이스 변신 중

    [글로벌 인사이트] 베이징 뒷골목에 스민 런던·시카고… 핫플레이스 변신 중

    후퉁(胡同)이라 불리는 베이징의 뒷골목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공사가 이어질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륙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후퉁에 빽빽이 들어섰던 전통 가옥 사합원(四合院)은 옛 기와집의 멋을 살린 고급 식당과 카페, 상업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10년 전 올림픽과 함께 부동산 개발 광풍이 불었던 베이징은 제대로 된 도시로 작동하려면 꼭 필요한 공원, 교육 시설 등과 같은 공유 공간은 부족한 실정이다. 중국의 수도에서 후퉁으로 상징되는 구도심과 옛 공장 지대가 어떻게 변신 중인지 들여다본다.취랑위안(曲廊院)은 2015년 나무 기둥이 썩어 들어가던 사합원 다섯 채가 대나무 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을 들으며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 바뀐 곳이다. 건축가는 청 왕조 이전부터 존재했던 전통 가옥의 역사적 가치를 지붕과 벽을 부분 개조하는 식으로 되살려 냈다. 사합원의 상징과도 같은 마당은 매력적인 회랑이 됐고, 기와지붕의 갈빗살이 드러난 천장과 오래된 나무 기둥을 통해 수백 년 전의 시간과 대화하는 듯한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마당에 대나무를 심고 유리 커튼으로 마감해서 밥을 먹는 동안 대나무 잎사귀를 간질이는 햇살과 바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취랑위안의 메뉴 역시 서양과 동양의 맛이 공존하는 것으로 조약돌 위에 거위 간 요리인 푸아그라를 올려놓거나 덜 익힌 생새우를 분홍색 왕소금으로 덮어 즉석에서 익혀 먹는 식이다. 야크 스테이크가 228위안(약 3만 7000원)일 정도로 비싼 식당이지만 멋을 찾는 베이징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중앙미술대학 한원창(韓文强) 교수는 “새로운 삶과 형식은 역사를 끌어안으면서 옛 건물을 더욱 활발히 활용하기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랑위안은 2015년 대만 실내 디자인(TID) 금상, 2016년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등 각종 건축상을 휩쓸었다.첸먼(前門) 앞의 베이징팡(Beijing Fun·北京方)은 아예 후퉁을 쇼핑몰 형태로 살려 냈다. 미로처럼 구성된 후퉁의 구조는 그대로 남기고 내부는 세계 최신의 유행 공간으로 채웠다. 베이징팡의 스타벅스는 3층 규모로 1층에서는 각종 커피 및 차도구와 기념품, 2층에서는 음료를 팔고 3층에서는 맥주와 생음악 공연이 이뤄진다. 스타벅스에는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항상 장사진을 치고 있다.베이징팡의 또 다른 인기 공간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무지호텔이다. 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인 무인양품은 편안하면서도 실용적인 호텔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중국 선전에 1호점을 냈고, 베이징에는 지난 7월 2호점을 열었다. 무지호텔의 로비는 중국인들이 쓰던 그릇, 유리병, 채반 등의 일상 생활용품 전시공간과 도서관으로 구성돼 있다. 무지호텔 측은 로비 디자인에 대해 “무지의 생각과 스타일을 반영하는 일상용품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중국의 잊혀진 긴 역사를 살려 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흰색과 베이지색만으로 꾸며진 무지호텔은 무인양품만으로 채워져 있다. 투숙객들은 무인양품 과자와 음료수를 먹고 무인양품 가습기를 틀고 무인양품 침구에서 잠이 든다. 실용적이면서도 편리한 무인양품은 반일감정이 깊은 중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심지어 호텔 객실의 슬리퍼는 집으로 가져갈 수 있어 무인양품의 가치를 오랫동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베이징팡에서는 미국의 스타벅스, 일본의 무지호텔 외에도 24시간 운영하는 서점인 페이지원, 영국 문화인 ‘애프터눈 티’를 판매하는 해로즈백화점, 독일의 생맥주집 펍 등이 새로운 명소로 자리했다. 랑위안(郞園)은 공장 지대가 카페, 옷 가게, 공동 사무 공간으로 바뀐 곳이다. 이곳에 있는 공동 사무 공간 ‘아이디어팟’은 디자이너를 비롯해 다양한 창업 기업이 입주해 있다. 회의실, 라커, 무료 카페, 강연장 등을 모두 갖춘 ‘아이디어팟’의 한 달 이용료는 2000~4000위안(약 34만~65만원)이다. 사무 공간 한쪽에는 금붕어가 노니는 작은 연못도 갖추어 두뇌 활동을 잠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까지 배려돼 있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디자인 작업에도 참여한 세계적인 조각가 왕카이팡(王開方)은 섬유공장이 있던 곳에서 예술 작업실을 운영 중이다. 한때 장쩌민, 후진타오와 같은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방문할 정도로 잘나갔던 섬유공장은 현재 46개의 사무 공간과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왕은 “여러 산업이 한 곳에 입주해 있기 때문에 예술 작업에 필요한 교류가 쉽고 중심업무지구에 작업 공간이 있어 예술활동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특히 중심업무지구(CBD)로 불리는 궈마오(國貿) 지역이 있는 베이징시 차오양구는 중국 수도의 변화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현장이다. 차오양공원의 도시계획예술관에서는 한때 베이징 사람들의 식량을 공급하는 농업지대였다가 전자, 섬유, 기계 공장지대를 거쳐 이제는 문화산업 중심지가 된 차오양구의 변천사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다. 궈마오 지역에는 베이징에서 가장 높은 330m의 궈마오 3기 빌딩과 곧 준공 예정인 528m의 108층짜리 중신광창이 모두 들어서 있다. 베이징에 있던 약 25㎢ 면적의 낡은 공장지대 가운데 6㎢가 문화지대로 바뀌었다. 대표적인 곳이 798예술지구다. 1960년대 북한 김일성 주석이 방문했던 798연합군수공장이 있던 베이징 동부 외곽 지역은 뉴욕의 소호나 런던의 테이트 모던이 부럽지 않은 세련된 예술구로 변모했다. 하지만 베이징시가 도심 재개발 정책을 시행하면서 피눈물을 흘리는 이주노동자들도 있다. 다싱구에서는 지난해 말 혹한기에 강제 철거 작업이 강행됐다. 농민공으로 불리는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살던 낡은 아파트에 화재가 나 19명이 숨지자 베이징시는 이때다 싶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아예 빈민 거주 지역을 쓸어 버린 것이다. 화재가 일어난 다음날 이주를 명령하는 통지문이 문 앞에 붙었고 바로 이어서 굴착기를 동원한 폭력적인 철거가 이뤄졌다. 중국의 민낯이라 할 수 있는 후퉁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1949년에만 해도 3300개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후퉁은 이제 겨우 1000여개만 남아 있다. 후퉁의 소멸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시 주석은 아버지가 공산당 혁명 원로였던 관계로 베이징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 최초의 국가 지도자다. 시 주석의 이름도 예전엔 베이핑(北平)이라고 불렸던 베이징 가까운 곳에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그는 2014년 후퉁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우리 삶을 아끼듯이 역사 문화유산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발언 이후 일방적인 후퉁 철거는 중단되고 취랑위안의 사례처럼 베이징시 정부가 돈을 들여 사합원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베이징에는 세계적 건축가들이 경쟁적으로 특이한 디자인의 발자취를 남겼다. ‘새둥지’란 별칭의 올림픽 주경기장과 ‘금속바지’라고 불리는 중국 중앙(CC)TV 건물, 용머리를 본떴다는 판구다관호텔 등은 올림픽 준비 기간에 만들어진 독특한 디자인의 건축물들이다. 왕시닝(王晳寧) 중국 공산당 차오양구 상무위원은 “포화 상태인 베이징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 철거당하는 아픔이 있긴 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베이징만큼 오래된 도시인 런던의 재개발 과정을 많이 참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고질적인 교통 문제는 미국 시카고의 사례처럼 주거지와 직장이 가깝거나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스마트 도시를 구현해 해결 중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바다와 바람이 쉬는 거제!

    바다와 바람이 쉬는 거제!

    거제도는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섬 중에서는 단연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지심도, 외도 등 부속 섬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긴 하지만 본섬은 그간 관광지로는 주목을 덜 받은 게 사실이다. 1970년대 이래 조선산업의 전진기지로서 한국 수출에 큰 기여를 해 온 덕에 섬이지만 공업도시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거제가 변하고 있다. 예부터 이름난 명승지뿐 아니라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거제관광모노레일 -정상에 오르면 가슴 확 트인 풍경 거제관광모노레일은 이런 변화의 상징이다. 거제시청이 위치한 거제도 중심 고현동의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과 해발 566m 높이의 계룡산 정상을 잇는다. 왕복 3.45㎞의 모노레일은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울창한 숲 사이로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져 있다. 고가 위로 건설된 대형 모노레일이 아니다. 산세를 따라 오르내리며 운행하는 6인승 미니 모노레일을 타면 앉아서 등산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산 정상까지 25분가량 천천히 운행되니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주변 숲과 앙증맞게 조성된 돌무더기 등을 감상하다 보면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 오르면 가슴이 확 트인 풍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섬의 서부 중앙부에 있는 거제면 어촌 풍경이 남해 바다 앞에 고적하게 드러누워 있다. 마을 뒤로는 노랗게 익어 가는 들판이 펼쳐지고, 주위를 봉긋한 언덕들이 에워싸고 있다. 바다 위로 조약돌처럼 떠 있는 섬들은 그림 같은 경치에 더해진 꽃송이 같다. 반대편 전망대로 발길을 옮기면 바다 풍경보다 운치는 덜하지만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빼곡히 늘어선 아파트와 마주한 조선소 크레인이 거제만의 그림을 그려 낸다.●매미성-아담한 성 안 계단을 오르면 어쩐지 묘한 기분 최근 몇 년간 입소문을 타고 있는 매미성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거제시청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색적인 장소다. 매미성은 시에서 관리하는 관광지는 아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자신의 농지가 망가지는 것을 경험한 벡순삼씨가 다시는 태풍 피해를 당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해안가에 쌓기 시작한 것으로, 사유지다. 한 개인의 손으로 십수년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건축물은 성이라고 부르기엔 한없이 소박하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지만 ‘관광’할 거리는 이렇다 할 게 없다. 그러나 이 아담한 성 안으로 난 계단을 하나씩 오르면 어느새 어딘가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기묘한 기분마저 든다. 계단 중간쯤에 걸터앉아 조금씩 빛깔이 달라지는 하늘에 눈을,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에 귀를 기울이면 시간은 그저 흘러간다. 까만 몽돌이 펼쳐진 해변에 앉으면 파도소리가 한결 가까이 들린다. 밀려올 때는 쏴 하는 여느 파도소리와 다름없지만 몽돌을 씻으며 바다로 물러갈 때는 몽돌에게 친구 하자고 재잘대는 것 같다. 몽돌의 매력에 빠졌다면 거제의 많은 해변 중 가장 유명한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인기 명소 바람의 언덕… 푸른 바다 펼쳐지는 신선대 매미성과는 정반대 편에 있지만 거제8경 중 제1로 꼽는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차로 1시간가량 남쪽으로 달려야 하는 먼 길이 지루하지는 않다. 해안도로 옆으로 스치는 풍경들은 그 자체로 여행의 즐거움이 된다.거제도 남쪽 끝자락 동으로 삐죽 나온 곶 북쪽에 바람의 언덕이 있다. 여러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얻은 곳이라 거제를 찾은 여행자라면 누구나 들르는 명소다. 억새풀 사이로 솟은 언덕 위에는 네덜란드풍 풍차가 있어 이곳이 바람의 언덕임을 알려준다. 경관을 해치는 설치물인 듯싶다가도 기념사진을 남기기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선대는 바람의 언덕에서 차로 이동하면 지척이다. 바다를 향해 절벽을 이루고 있는 기암괴석의 아름다움에 하늘에서 내린 것 같다는 이름이 붙었다. 신선대 너른 바위 위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도 있지만 신선대 자태를 감상하기에 적합한 곳은 따로 있다. 신선대 전망대에 오르면 가까이로는 신선대 앞 송도부터 멀리로는 다포도, 대병대도, 대매물도 등 겹겹이 포개진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햇빛을 하얗게 반사하는 푸른 바다, 그 위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여행자의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 준다. 글 사진 거제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자연의 조화/전명자 ·파란 돌/한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자연의 조화/전명자 ·파란 돌/한강

    자연의 조화/전명자캔버스에 유채, 100×100㎝ 서양화가. 전 서울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조교수. 2006년 프랑스 국립미술협회 전시회 금상 파란 돌/한강 십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러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러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후략) 분명 살아 있는데 죽어 있는 삶. 당신은 경험한 적이 없는가? 수십 년 한반도의 남쪽에서 생명을 부리고 살아온 이라면 이를 경험하지 않은 이는 드물 것이다. 독재정권의 하수인이거나 부동산 투기로 벌 돈을 다 번 이라면 모르겠다. 모순인 줄 알면서도 다운 계약서를 쓰고 위장 전입을 하고 남의 논문을 표절한 적이 있는 이라면 아픔은 더 클 것이다. 아픔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 아픔을 전가하지 않으려는 치열한 반성과 의지에 따라 세상은 진보한다. 그러니 한때 죽어 있던 이는 다시 살아야 한다. 부끄러움을 이기고 꼭 살아서 녹슨 시간의 구리거울을 닦아 내야 한다. 곽재구 시인
  • [지금, 이 영화] 두 남녀의 사랑 그리고 두 남녀의 파탄

    [지금, 이 영화] 두 남녀의 사랑 그리고 두 남녀의 파탄

    영국에 가게 된다면 잉글랜드 남부의 체실 비치에 들러보고 싶다. 이언 매큐언의 장편소설 ‘체실 비치에서’(2007)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이었다. 이곳은 달걀 크기의 조약돌과 완두콩 크기의 조약돌이 구분돼 깔려 있는 해변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과연 어떤 풍경일까. 직접 가보지 않아도 이제 그 느낌을 알겠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체실 비치에서’를 봤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이언 매큐언이 제작과 각본을 맡아 소설 내용을 충실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그래서 소설만큼 영화가 좋았냐고? 그렇게는 말 못하겠다. 도미닉 쿡 감독이 본인만의 영화 스타일을 더 관철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섹스의 실패를, 그로 인해 사랑이 어떻게 파탄에 이르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플로렌스(세어셔 로넌)와 에드워드(빌리 하울)다. 두 사람은 3년 연애한 스물두 살 동갑내기 커플로, 막 결혼식을 올리고 체실 비치에 신혼여행을 왔다. 소설의 첫 시작은 이렇다. “그들은 젊고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둘 다 첫날밤인 지금까지 순결을 지키고 있었다. 물론 요즘에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시절은 성문제를 화제에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던 때였다.” 이때는 1962년 7월 중순을 가리킨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서로의 정신적 덕목―교양의 취향은 잘 알고 있었지만, 서로의 육체적 감각―섹스의 취향은 무지했다. 부부니까 섹스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결국 그렇게 치러진 첫날밤은 비극으로 끝났다. 정말이지 비극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섹스가 이들에게 충만한 기쁨이었기는커녕 내면에 상처만 남겨서다. 이후 둘은 모욕을 주고받다 바로 그날 파경을 맞았다. 관계 개선을 위해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이것이 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결과적으로 이들은 각자의 이기적 섹스를 한 셈이다. 섹스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사랑의 나눔이다. 그런데 무슨 까닭으로든 연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자위와 다를 바 없어진다. 섹스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섹스하기 전에도, 중에도, 후에도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섹스를 잘해야 사랑도 잘한다. 두 가지 다 의사소통에 바탕을 두는 상호작용이라서 그렇다. 끊임없이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이전보다 나은 사이가 되도록 애써야 한다. 그것이 귀찮고 지겹게 느껴질 때쯤, 체실 비치에 진짜 가봐야겠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여기는 중국] 러 해변에서 ‘유리 조약돌’ 훔쳐가는 中관광객 논란

    자연은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지만 가끔 인간의 이기심이 아름다운 경관을 위협하곤 한다. 최근 러시아 주재 중국 대사관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자국 관광객들에게 행동을 조심할 것을 경고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도시의 해변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유리 조약돌’을 훔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20일 홍콩 일간 사우스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1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의 우수리 베이(Ussuri Bay)에서 형형색색의 유리 조약돌을 주워서 가져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우수리 베이는 과거 구소련 연방국가가 지역 도자기 공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내다버리는 매립지였지만 태평양 연안의 파도가 그 잔해들을 둥글게 만들면서 ‘유리비치’라는 이름을 지닌 보석 해변이 됐다. 바다와 돌의 침식작용으로 매끈해진 유리 조약돌이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중국 총영사관은 “일부 여행사가 해당 해변에서 유리 조각돌을 가져갈 수 있다고 고객들에게 말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중국인 관광객과 여행사에게 경우에 맞는 행동을 해줄 것을 주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해변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매일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4-5대의 버스가 온다.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하나같이 조약돌을 주워간다”면서 “해변에 ‘유리 조약돌을 가져가는 것은 엄격히 금지 되어있다’는 문구가 있으나 러시아로만 적혀 있어 소용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과 북한의 국경 근처, 러시아의 극동지역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관광지가 되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2015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33만 명으로 모스크바와 상트페트르부르크를 이어 3위를 차지했고, 방문객 수는 이전해와 비교해 2016년 상반기에 85%까지 증가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마이웨이’ 김형자 고백 “이혼 후 숨어 살았다”

    ‘마이웨이’ 김형자 고백 “이혼 후 숨어 살았다”

    배우 김형자가 두 번의 이혼 경험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5일 방송되는 TV조선 ‘인생다큐-마이웨이’에는 1970년대 원조 몸짱 배우 김형자가 출연한다. 1970년 TBC 10기 공채 배우로 데뷔한 그녀는 연기력은 물론 대중의 사랑도 듬뿍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 영화 ‘조약돌’로 1976년 제12회 한국연극영화TV예술상 영화부문 신인상을 수상했고, 영화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와 ‘감자’로 각각 1981년, 1987년 대종상 영화제의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데뷔 48년 차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소녀 같은 매력으로 방송계를 종횡무진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김형자는 지난 결혼 생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지난날 인기만큼이나 높았던 매스컴의 관심도를 회상한다. 그녀는 “이혼하고 숨어 살았다. 당시 변호사가 이야기 하기를 ‘절대 어디 나가서 외간남자와 커피 한잔도 마시지 말고 밥도 먹지 말라’고 했다. 그러니 갇혀있는 감옥살이 였다. 방송도 할 수 없었다”며 당시의 심정을 고백한다. 이어 그 슬픔과 외로움을 딛고 일어나니 진짜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하며 “나를 위해서 사는, 정말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나 예뻐요?”를 외치는 배우 김형자의 인생이야기는 5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TV조선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여덟번의 오르내림 … 인생이다

    여덟번의 오르내림 … 인생이다

    해발 327.4m 단출한 듯 가파른 봉우리… 숨이 차오르면 쉼과 절경을 내준다오… ‘8폭 병풍’ 아래 홍천강은 더없는 벗이라오등산로에서 인생을 보았다고 한다면 거창한 해석일까요. 아득한 봉우리를 목표 삼아 길을 오르고, 정상에서 청량한 바람 한 줄기에 좋아라 하다가, 넘어질세라 노심초사하며 길을 내려옵니다. 평탄한 지형에서 숨을 고르기도 잠시, 또다시 육중한 암벽이 앞을 막아섭니다. 암벽과 씨름하다가 걸음이 멈칫할 때도 있지요. 몇 걸음 앞에 보이는 건 제 몸집만 한 바위뿐. 길을 잘못 들어섰나 싶은데 가까이 다가가면 바위 뒤로 철 계단이 있습니다. 막다른 길인 줄 알았는데 길이 이어질 때의 안도감이란. 이 모든 게 어찌 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까요. 오르락내리락을 여덟 번 되풀이하는 홍천 팔봉산은 고되다 즐겁다 파고를 이루는 인생과 닮았습니다.팔봉산은 해발 327.4m다. 높이가 동네 뒷산처럼 낮지만 2002년에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팔봉산이 명산이 된 건 홍천강 위로 봉우리들이 솟은 풍경과 암봉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산을 타는 재미 때문이다. 봉우리 여덟 개를 오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이 바위에서 저 바위로 낑낑대며 옮겨가거나 밧줄을 잡고 오르거나 손바닥만 한 철 발판에 몸을 맡겨야 한다. 여덟 번의 정상에서 맞는 초여름 바람은 선풍기 바람보다 시원하다. 산을 감싸 흐르는 홍천강에선 산행의 땀과 더위를 씻어낼 수 있다. 여름날 풍류를 즐기기 위한 조건들을 두루 갖춘 셈이다. ●롤러코스터처럼, 클라이밍처럼 역동적인 산 봉우리가 여덟 개여서 팔봉산이다. 흙이 아니라 바위 봉우리다. 300m를 조금 넘는 산이라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1봉에서 8봉까지는 2.6㎞. 길이는 짧지만 암벽 사이로 등산로가 난 데다 오르내림이 많은 산세다. 바위 타기를 하거나 밧줄을 잡는 일의 연속이다 보니 등산객들의 얼굴에는 암벽 등반에 나선 산악인이 된 듯 비장한 기운마저 감돈다. 클라이밍을 방불케 하는 팔봉산 등산로는 단출하다. 오르는 길은 등산 들머리에서 1봉으로 가는 길뿐이다. 길도 일방통행이라 봉우리까지 올랐다가 내려오고 다시 다음 봉우리로 오르기를 반복하면 된다. 그에 비해 하산로는 네 개나 된다. 8봉으로 내려오는 게 정석이지만 2봉과 3봉, 5봉과 6봉, 7봉과 8봉 사이에도 하산로가 있다. 바위를 잡을 일이 많으니 등산 장갑은 필수다. 1봉까지 오르는 시간은 40여분. 안내 표지판에는 여덟 봉우리를 오르는 데 2시간 30분, 먼저 다녀간 이들의 인터넷 후기에는 3시간이 걸린다고 나와 있다. 첫 봉우리부터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나 싶지만 평지부터 올랐으니 이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 마주할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는 15분 내외면 오를 수 있다. 지척에 있는 듯 보여도 다음 봉우리까지의 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바위 절벽에 밧줄과 발 받침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팔봉산 최고봉인 2봉 정상에는 아담한 당집, 삼부인당이 있다. 조선 선조 때인 1590년대부터 팔봉산 일대 사람들이 마을의 평온을 빌며 당굿을 해오던 곳이란다. 당집 맞은편 전망대에 서면 속이 트이는 정도가 아니라 뻥 뚫린다. 바람을 가로막는 바위가 없어 강바람에 땀이 식는다. 3봉은 철제 계단이 정상까지 이어져 있어 오르기 편하다. 지나온 2봉과 가야 할 4봉이 양옆에 우뚝 솟아 있고 곡선을 그리는 홍천강이 보인다. 지금까지 언뜻언뜻 보이던 홍천강이 제 모습을 확 펼쳐 보이는 구간이 이곳이다. 홍천강 일대를 완상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300m가 조금 넘는 산에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 풍경 그 이상이다. 물은 여기에 산은 저기에, 누군가 정성껏 배치한 듯 짜임새 있는 경치가 아름답기도 하다. 겹겹이 이어진 능선은 진초록, 산 따라 흐르는 강물은 연청빛이다. 한껏 물오른 초록과 파랑에 눈이 시원하다. ●보물찾기하듯 숨은 비석 찾기 ‘인증샷’ 4봉은 봉우리보다 오르는 길에 난 굴 때문에 유명하다. 바위틈 구멍을 빠져나오는 어려움이 출산하는 고통과 같다고 ‘해산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람 하나 들락날락할 정도로 비좁아 밑에서 받쳐주고 위에서 끌어주지 않으면 산행 초보자는 빠져나오기 어렵다. 굴을 통과할 엄두가 안 난다면 옆에 난 우회 다리를 건넌다. 5봉부터 7봉까지도 해 볼 만하다. 길이 험하긴 하지만 도저히 닿지 못할 난공불락의 요새는 아니다. 산을 오르는 또 다른 즐거움은 보물찾기하듯 각 봉우리의 비석을 찾아내는 것이다. 크기가 크지 않아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비석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이도 여럿이다. ●고통스럽던 오르막도 쉬어가는 내리막도 인생길 8봉 앞에서는 많은 등산객이 머뭇거린다. 8봉은 가장 위험한 코스니 등산 경험이 적다면 하산하라는 경고판이 발목을 붙잡는다. 이 악물고 마지막 봉을 오른 이에게는 고생한 만큼의 보상이 주어진다. 수직 절벽 아래로 홍천강이 돌아나가는 수려한 풍경도 그러하지만, 지나온 봉우리를 돌아보며 드는 성취감은 아찔한 쾌감에 가깝다. 내려갈 때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 것. 내리막길이 급경사이긴 하지만 밧줄과 발판, 철 손잡이가 있어 위험하진 않다. 산행은 숨찬 오르막과 가파른 내리막을 반복한다. 길이라고 할 수 없는 바위 사이를 더듬어 가며 오르고, 밧줄이 있으니 이 길이겠거니 짐작하며 내려온다. 이 길과 저 길 사이에서 헤맬 때는 앞서간 이들의 리본이 길잡이가 돼 준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에는 누군가의 도움도 받는다. 팔봉산 등산로가 인생길의 축소판 같다고 하면 과장된 해석일까. 인생길은 혼자만의 등정이 아니라 길 앞에서 머뭇대고 누군가와 함께 가는 여정일 수 있다. 외려 그 편이 삶의 아름다움을 찬찬히 살펴보기에 더 낫지 싶다.●물놀이·낚시… 홍천강서 즐기는 여름날 풍류 등산으로 땀을 흠뻑 흘렸다면 차가운 강물에서 쉬어 갈 차례다. 강에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산로에서 마주하는 강을 가로지르거나, 팔봉교를 건너 주차장 쪽으로 걸어와 강변으로 내려가거나. 방법이 어찌 됐든 산을 오른 뒤 땀을 식히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여덟 개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 팔봉산 아래, 강물이 휘감아 돈다. 고개를 들면 산자락이 펼쳐지고 앞을 보면 물줄기가 유유히 흘러가니 산 좋고 물 좋은 강원도에서도 이만하면 풍경으로 뒤지지 않는다. 홍천강이 인기 있는 건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낚시터이자 수심이 얕아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훌륭한 물놀이장이다. 팔봉산관광지 앞쪽 강물은 어른 허벅지 정도 깊이라 아이들도 몸을 풍덩 담글 수 있다. 강변에는 손맛을 느끼고픈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운다. 견지나 투망 같은 간단한 낚시 도구로도 메기, 쏘가리, 모래무지 같은 민물고기가 잘 낚인단다. 강줄기를 따라 팔봉산, 밤벌, 반곡 등 10여 개의 오토캠핑장이 늘어서 있어 캠핑족도 많다. 강을 찾은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경치를 즐긴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탁족하는 이들, 물가에 돗자리를 펴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 강변 조약돌이 내는 달그락달그락 소리에 푹 빠진 사람들…. 산자락 아래, 홍천강에서 여름날 풍류가 한창이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권대홍(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서울양양고속도로 남춘천IC삼거리에서 ‘양평, 춘천, 비발디파크’ 방면으로 우회전, 광판삼거리에서 ‘양평, 남산’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팔봉산로에서 팔봉산 방면 왼쪽 길로 향하면 주차장 입구다. 팔봉산 매표소와 들머리는 팔봉교 건너편에 있다. →맛집:팔봉산 관광지에 식당이 몰려 있다. 주차장 옆 팔봉산 오뚜기식당(434-7666)은 쏘가리, 송어 등 민물고기 회와 잡고기 매운탕을 판다. 팔봉산 매표소 옆 오동나무집(434-0537)은 막국수와 산채비빔밥을 낸다. 홍천 하면 화로구이를 빼놓을 수 없다. 고추장 양념을 버무린 삼겹살을 참나무 숯불로 구워낸 음식이다. 중앙고속도로 홍천IC에서 차로 5분 거리에 화로구이 골목이 있는데, 양지말 화로구이(435-7533)가 원조다. →잘 곳:홍천강 물길을 따라 펜션과 캠핑장이 즐비하다. 펜션푸름(432-9411)은 리조트형 풀빌라 펜션으로 야외 수영장, 스파, 개별 바비큐 시설을 갖췄다. 밤벌 오토캠핑장(434-8971)은 밤나무가 많아 여름에도 무덥지 않은 오토캠핑장이다. 휴토피아 글램핑(1599-7130)은 깨끗한 시설을 자랑하는 글램핑장이다. 침대형 글램핑과 온돌형 글램핑, 두 가지 타입의 객실이 있다.
  • 남영LED, 조약돌 디자인 ‘굿’… 누르기만 하면 설치 ‘OK’

    남영LED, 조약돌 디자인 ‘굿’… 누르기만 하면 설치 ‘OK’

    리모델링과 같은 대공사가 아닌 작은 변화만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조명이다.남영LED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실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LED 조명 ‘페블’을 추천한다. 원형이나 사각형이 대부분인 기존 디자인에서 탈피, 조약돌처럼 유연하면서 슬림한 곡선을 갖췄다. 페블의 가장 큰 특징은 ‘눌러설치’ 방식이다. 눌러설치란 천장에 부착된 브래킷에 나사 없이 눌러서 밀어 넣기만 하면 설치가 되는 구조로 특허까지 받았다. 조명을 잘 모르는 초보자도 1분 정도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페블은 기존 방등보다 두께가 얇고 천장부에 좀 더 밀착해 달 수 있어 공간을 더욱 넓어 보이게 한다. 빛이 나오는 LED 칩 위에 프레넬렌즈(Fresnel Lens)를 씌워 빛을 고르게 분산하고 눈부심을 줄여준다. 또한 빛이 미세하게 깜박이는 현상인 플리커 현상을 최소화해 눈 건강을 고려했고, 난연소재 중 최상급인 V0등급의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사용해 화재에 안전하다. 페블 거실등은 일체형의 보디로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조도 조절이 가능해 필요에 따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남영LED 관계자는 “방등, 거실등, 직부등, 센서등으로 구성된 페블 시리즈는 조명 인테리어를 통일감 있게 꾸미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문의 (02)2088-5888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서울광장] 김정은, 트럼프 3년 짧다 생각하면 誤算/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정은, 트럼프 3년 짧다 생각하면 誤算/황성기 논설위원

    “미국은 북한과 아무런 조건 없이 언제 어느 곳에서 대화할 수 있으며, 북한이 우리 요구에 반응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북·미의 말 폭탄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조건 없는 대북 대화를 제안했다. 그는 “날씨 얘기만 해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인용한 발언은 틸러슨 게 아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해인 2001년 9월 한국 대사 부임 전 토머스 허바드가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17년 전에도 미국은 그랬다.30년 세월, 북한과 미국 간 숱한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여러 합의가 나왔지만 2018년 판 북·미 대화를 앞두고 개최 가능성과 결과에 불투명한 전망이 형성된 일도 드물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화할 충분한 용의가 있으며 문은 열려 있다”고 했지만 울림이 없다. 서울이 평양과 워싱턴을 설득해 같은 테이블에 모시는 일, 지난(至難)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에게 쌓은 벽은 멕시코 국경의 장벽보다 높다. 햇볕 정책의 빌 클린턴 정권 8년을 거쳐 집권한 부시 대통령은 대북 강경 자세로 북한을 긴장시켰다. 북·미 기본합의(1994년), 페리 프로세스(1999년)를 백지화할 기세였다. 그러나 결론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었다. 클린턴 방식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부시는 정권 출범 반년 만인 2001년 6월 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등 포괄적 의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대화 의사를 표명한다. 그렇다고 부시 정부의 북한 불신이 사그라진 것은 아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독재자’라 부르고, 테러지원국도 유지했다. 국제 정세도 북한 편이 아니었다. 그해 9월 11일 뉴욕 테러로 북·미 대화는 무기 연기됐다. 북한은 미국을 의식해 다음날 반테러 선언을 하고 2개의 반테러 국제협약에 가입하는 그들답지 않은 ‘성의’를 보인다. 하지만 이듬해 대량살상무기 ‘추구죄’로 이라크, 이란과 ‘악의 축’ 국가로 명명된다. 초조해진 북한이 2002년 10월 평양에 온 제임스 켈리 특사에게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확인시키는 초강경 조치를 취하고 2003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미 대화가 성사된다. 부시 정권 출범 2년 3개월째의 일이다.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 다음으로 남북 대화를 꺼낸 것은 김정은의 머리가 좋다거나, 제재에 밀렸다기보다 그들의 ‘핵 일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갈망은 “우리는 대화에도 전쟁에도 다 준비돼 있다. 온 세계가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유독 미국만 모르고 있는가”라는 허장성세(2월19일 조선중앙통신)에서도 드러난다. 핵무력을 지난해 11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보여 줬다면 대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일 차례다. 문 대통령이 평양에 특사를 파견한다. 김정은은 남한 특사에게 제재 해제, 북·미 수교, 불가침협정 등을 손에 쥘 수 있을지, 트럼프에 대화의 진정성은 있는지 떠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오산해선 안 될 게 있다. 미사일로 장난치는 일이다. ‘서울, 도쿄, 미 본토 불바다’를 운운하다가는 평양 여명거리가 먼저 불바다에 휩싸일 수 있다. 트럼프는 ‘핵 제거’를 실천에 옮길 가능성이 어느 정권보다 높다. 핵으로 남한을 위협할 수는 있어도, 미국 앞에서는 비대칭 그 자체인 북한의 군사 전력이다. 코끼리를 조약돌로 위협하려다 뒷발에 채인다는 걸 알아야 한다. 체제도, 인민도 지키려면 핵을 내려놓은 길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사실, 한반도 북쪽 이외의 사람은 다 안다. 김정은의 핵 가진 경제 발전 프로젝트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략적 인내’로 북한을 방치한 오바마 대신 힐러리에게 기대를 걸고 문 걸어 잠갔다가 호랑이 트럼프 만난 김정은이다. 철벽 제재에 ‘제2 고난의 행군’으로 버티려 할 것이고, 버틸 수 있겠지만 과연 득책(得策)일까. 트럼프 남은 임기 3년만 참으면 정권이 교체되겠지 버티다간 원금도 못 건진다. 제재로 인민 생활이 요동치는 조선민주주의공화국에 김정은 체제가 성할 거라는 생각, 별로 안 든다. marry04@seoul.co.kr
  • [함혜리 객원논설위원의 예술산책] 물 위에 떠 있는 듯 시간이 멈춰버린 듯…세상 어디에도 없는 ‘無의 공간’

    [함혜리 객원논설위원의 예술산책] 물 위에 떠 있는 듯 시간이 멈춰버린 듯…세상 어디에도 없는 ‘無의 공간’

    단풍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보니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와 있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 늦가을의 끝자락 정취라도 맛보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세상의 시간이 멈춰버린 듯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공간.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에 있는 뮤지엄 산이다. 사계절 모두 다 아름답지만 주변의 산에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한남대교에서 약 100㎞, 새로 뚫린 제2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원주IC로 나가 자동차로 10분 정도 외길을 따라 들어가면 우리는 순식간에 별천지를 만난다.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한 건축으로 유명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디자인으로 지어진 뮤지엄 산은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휴식하며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힐링하는 전원형 미술관이다. 자연경관을 거스르지 않고 그 품 안에 살포시 들어앉은 뮤지엄 산은 건축과 예술, 자연이 만나고 어우러져 고요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프리츠커상에 빛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다. 그의 건축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자연과 빛을 절묘하게 살려 매우 명상적이며 정적(靜的)인 공간을 창조해 낸다는 데 있다. 그는 일본 전통의 미학에 뿌리를 두고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독창적인 구조를 만들어 낸다.●단절된 상태서 건축과 나를 느껴 2013년 5월 ‘한솔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뮤지엄 산은 안도 자신이 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미술관이다. 해발 275m, 하늘을 마주하는 곳에 있는 미술관은 진입로부터 특별하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진 돌담을 끼고 주차장 공간에 진입해야 웰컴센터와 만난다. 매표소를 겸한 웰컴센터에서 나오면 오른쪽에 ‘플라워 가든’이 보인다. 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붉은 패랭이꽃이 봄과 가을에 만발한다. 늦가을이라 패랭이꽃은 볼 수 없고 마크 디 수베로의 작품 ‘제라드 맨리 홉킨스를 위하여’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플라워 가든 맞은편에는 조각 공원이 있다. 안도는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온전하게 건축물과 감상자 자신을 느끼도록 디자인한다. 뮤지엄 산의 경우는 더욱 드라마틱하게 ‘단절’을 경험하도록 디자인됐다. 자작나무 오솔길을 지나 모퉁이를 돌면 긴 돌벽이 나오고 그 뒤로 평평한 수면에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인공호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워터 가든’ 위에 붉은색의 거대한 조각 작품이 마치 관람객을 환영하듯 떡 하니 서 있다. 뒤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미술관 본관 건물이 보인다. 거대한 조각 작품은 알렉산더 리버만의 작품 ‘아치웨이’다. 안도는 매끈하게 마무리된 노출 콘크리트와 삼각형의 라인, 가로로 뚫린 창 등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지역적 특색을 적절하게 결합하곤 한다. 뮤지엄 산은 그런 특징을 제대로 보여 준다.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를 안으로 들여가고 대신 외벽과 돌담에 갈색 파주석을 사용했다. 건물 내부의 노출 콘크리트는 한국의 조약돌과 자갈, 모래를 사용해 만들었다. ‘워터 가든’에 사용한 돌은 서산의 해미석이다. 미술관 본관은 네 개의 윙 구조물이 사각, 삼각, 원형의 공간들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다. 미술관 로비의 왼쪽이 페이퍼 갤러리다. 제지가 주력인 한솔그룹이 국내 최초의 종이전문 박물관으로 1997년 개관한 한솔 종이박물관이 그 전신이다. 페이퍼 갤러리는 파피루스부터 성경, 코란 등 초창기 종이와 인쇄술의 발전을 보여 주는 유물들과 국보, 보물 등 다수의 지정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종이로 된 다양한 공예품은 제작 방법을 영상으로 만들어 함께 전시해 놓아 교육적 효과를 높였다. 파피루스를 관찰할 수 있는 파피루스온실, 판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방문객용 판화 공방과 전문가용 판화 공방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페이퍼 갤러리를 나오면 전형적인 안도 스타일의 삼각형 하늘을 볼 수 있는 ‘삼각 코트’를 지나게 된다. 건축가에 의해 기획된 무(無)의 공간이자 사람을 상징하며 대지와 하늘을 연결해 주는 인상적인 공간이다. 노출 콘크리트의 삼각형 공간 안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삼각형으로 뚫린 공간을 통해 나만을 위한 하늘을 볼 수 있다. 긴 복도를 따라가면 한 면을 유리와 철근 구조로 만들어 놓은 공간을 만난다. 유리창 너머로 워터 가든과 아직도 빨갛게 타는 단풍나무가 아쉬움을 달래 준다.●종이·제임스 터렐 전시관 등 배치 이 공간을 지나면 청조 갤러리가 나온다. ‘청조’라는 이름은 한솔그룹 창업주이자 이병철 삼성그룹 설립자의 장녀인 이인희 고문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페이퍼 갤러리가 유물을 상설 전시하는 박물관의 성격을 지닌 반면 청조 갤러리는 소장품전이나 기획전을 통해 순수 현대미술 작품을 보여 주는 전시장이다. 독특한 형태로 된 네 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됐다. 청조 갤러리에서는 현재 ‘종이 조형-종이가 형태가 될 때’ 전이 열리고 있다. ‘공간’, ‘소통’, ‘사유와 물성’이라는 소주제로 나눠 종이의 고유한 정서와 조형으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전시에는 26명의 작가가 부조 작업에서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종이의 조형적인 특성을 소개한다. 전시실 중간 복도에서는 건축 거장들이 디자인한 의자들을 만날 수 있다. 둥근 전시실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백남준 홀’이다. 하늘을 상징하는 9m 높이의 원형 공간으로 천장의 유리창을 통해 햇빛을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파주석의 무게감을 지닌 건축의 웅장함과 물 위에 떠 있는 듯 자리한 백남준 작품의 생동감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신라고분 모티브로 한 ‘스톤 가든’ 본관 건물에서 나와 미국 작가 조지 시걸의 ‘두 벤치에 앉은 커플’을 보고, 돌무더기를 쌓아 만든 ‘스톤 가든’을 지난다. ‘스톤 가든’은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9개의 부드러운 둔덕은 한반도의 8도에 제주도를 더한 숫자라고 한다. 헨리 무어, 베르나르 브네 등 거장들의 조각을 보면서 끝까지 가면 뮤지엄 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제임스 터렐 전시관’이 나온다. 제임스 터렐은 시각예술에서 사물을 인식하기 위한 도구이자 조연에 머물렀던 ‘빛’을 작업의 주인공으로 끌어들였다. ‘빛과 공간의 예술가’로 불리는 그의 작품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하늘과 빛을 관조하는 가운데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누리게 한다. 뮤지엄 산의 제임스 터렐 전시관은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타원형의 공간을 통해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하는 ‘스카이 스페이스’, 빛의 제단을 형상화한 ‘호라이즌 룸’, 쐐기 모양의 빛을 경험하게 하는 ‘웨지워크’, 시시각각 다양한 색으로 변화하는 스크린에서 빛을 경험하게 하는 ‘간츠펠트’(독일어로 ‘완전한 영역’이라는 뜻) 등 4개가 설치돼 있다. 일본 나오시마의 지추현대미술관에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비록 가을을 붙잡지는 못했지만 물소리와 바람소리, 지저귀는 산새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자연과 예술에 취해 거닐다 보니 세상의 소음과 시름은 오간 데 없었다. lotuscomcom@naver.com →안도 다다오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모양과 구조, 자연의 형상에 푹 빠졌고 배나 비행기, 건물의 모형을 만들며 유년기를 보냈다. 기계과 고졸 출신으로 쌍둥이 동생과 함께 프로복서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24세에 르 코르뷔지에에 관한 책을 접하면서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어떤 정식 훈련이나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 학교교육 대신 책을 읽고 일본의 사찰이나 신사, 카페, 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여행을 통해 수많은 건축을 보고 견문을 넓히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1969년 오사카에 건축사무실을 개업한 이후 전통 일본양식과 현대 서양디자인을 창의적으로 접목시킨 작품들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기하학적인 구조, 절제된 빛과 물,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와 철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재료로 평온하고 명상적이며 지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 건축가로 세계적인 인기와 명성을 확보했다.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예술산책 연재를 마칩니다.
  • [새 영화] 애니메이션 ‘소나기’

    [새 영화] 애니메이션 ‘소나기’

    고즈넉한 우리 시골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수채화에 이리저리 몸을 흠뻑 적셨다가 나온 느낌이다. 우리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소나기’가 그렇다.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순수하고 아련한 첫 사랑을 어루만진 황순원의 시적 문장들이 색채와 형체를 입고 되살아나 잔잔하게 흘러간다. 소년과 소녀가 마주치는 징검다리가 놓인 개울, 눈이 온 듯 흰 갈대밭,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과 숲, 일렁이는 논과 밭, 심지어 냇가의 조약돌과 냇물 위를 떠가는 단풍잎 하나에도 감탄사가 나온다. 인물을 클로즈업하기보다 수채화를 크게 펼쳐 놓고 풍경의 일부분처럼 인물들을 배치하며 풍광에 집중한 점이 돋보인다. 대사도 그다지 많지 않은데, 이 때문에 여백의 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소나기’는 안재훈(48) 감독이 연출했다. 2011년 첫 장편 ‘소중한 날의 꿈’이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로 통하는 안시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초청돼 대중적으로 알려진 감독이다. 그의 작품에선 아날로그, 느림, 그리고 한국적인 서정성이 잔뜩 묻어난다. ‘소나기’의 원화는 연필로 그려지고 색이 입혀졌다. ‘소나기’는 약 2년간 200∼300명이 그린 약 3만장의 원화로 만들어진 2D 애니메이션이다. 그림 자체에 따뜻함이 배어 있는 이유다.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강동원의 상대역을 연기한 신은수와 아역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노강민이 소녀, 소년의 목소리를 맡았다. 디지털 작업이 넘쳐나는 요즘 모든 작품을 연필로 그리는 것을 고집하는 안 감독은 ‘연필로 명상하기’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만들어 2014년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우리 단편 문학을 바탕으로 한 최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과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김유정의 ‘봄봄’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이은 작품이다. ‘소나기’는 연필로 명상하기의 두 번째 프로젝트. 한국 영화사에 문예 영화가 두드러지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 애니메이션시장이 활발했다면 이미 있어야 마땅했던 작업들이다. 우리의 주옥같은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안 감독의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이상의 ‘날개’,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을 계획 중이다. 안 감독은 창작품으로 인간과 도깨비가 함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천 년의 동행: 살아오름’도 준비하고 있다. 31일 개봉. 전체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주의 어린이 책] 아이 눈에 비친 ‘내가 모르는 보물’

    [이주의 어린이 책] 아이 눈에 비친 ‘내가 모르는 보물’

    숲에서 보낸 마법 같은 하루/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이세진 옮김/창비/48쪽/1만 3000원아이에게 활기란 잃어버린 단어가 됐습니다. 엄마와는 속내를 터놓지 않은 지 오래됐고요. 여름방학 동안 머무를 시골집은 ‘세상의 모든 따분함을 모아놓은 곳’ 같습니다. 그저 묵묵한 걸음으로 엄마의 뒤를 따를 뿐이고요. 일에 바쁜 엄마 뒤에 누워 애꿎은 화성인들만 죽일 뿐이지요. 그마저도 게임기를 빼앗아 가는 엄마의 성화에 관두고 맙니다. 아이에겐 남은 선택지가 없습니다. 세상의 무기력이란 무기력은 다 끌어모은 듯한 표정으로 집 밖을 나설 수밖에요. 숲은 아이의 마음처럼 어둡고 침울합니다. 그때 거센 빗속에서도 젤리처럼 몰랑한 더듬이를 쉴 새 없이 뻗어내는 달팽이가 아이의 호기심을 건드립니다. “여기 뭐 볼 거 있을까?”란 조심스러운 물음에 확신을 더하죠. “그럼, 있고말고.” 아이는 비에 젖은 땅을 움켜쥡니다. 땅속에 씨앗, 뿌리, 열매 등 ‘내가 모르는 보물’들이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되죠. 먹구름을 뚫고 쏟아지는 햇살에 심장 박동은 커지고요. 아빠의 부재 이후 즐거움을 느끼는 감각도 엄마와의 교감도 잃어버린 아이에게 숲에서의 하루는 큰 걸음입니다. ‘아빠가 찾아내 주던 세상’에만 머무르다 ‘스스로 발견하는 세상’의 낯선 찬연함을 알게 됐으니까요. 왜 몰랐을까요. 조약돌 하나만 눈에 대봐도 빛나는 세상이 비친다는 것을요. 매번 뻔해 보이는 주변을 조금 다르게 느껴 보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될는지 모릅니다. 4세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퍼블릭 詩 IN] 문화 상회

    [퍼블릭 詩 IN] 문화 상회

    문화 상회 난리가 나던 그해였던가, 피난민 열차가 설 적마다 억수 같은 사람들을 부려놓고는 떠났다 한다. 사람들이 멧새처럼 터를 잡던 그 시절에, 처녀는 장마당 한켠에서 채소를 따듬었다. 이슥해져 돌아오던 날마다 봄은 자꾸 어지럽기만 해서 걸음마다 달이 울렁이고 그런 밤에는 우거진 복숭꽃마다 꼭 처녀귀신이 앉았다 했다. 저 너머 강변에는 몇 번이고 큰 물이 져나갔다. 손이 야물던 색시의 점빵에서 아이들은 십리 사탕을 입에 물고 십리길의 재를 넘어 학교를 다녔다. 가난을 감춰 쥔 조막손들이 눈치를 볼 때마다, 소 같은 눈을 꿈벅이던 신랑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해마다 진 벚꽃이 문에 날아와 말라붙으면 봄비가 몇 번이고 또 씻어내렸다. 덧칠을 잊어버린 창살 마디에 꽃물이 때가 졌다. 사람들은 벚꽃처럼 나고 자라 떠나갔고. 조약돌 같던 점포들은 모두 이가 빠져버린 채, 공터에 남은 슈퍼 집 미닫이가 바람에 들썩인다. 노인네는 오늘도 떠나버린 이를 추억하며 누군가를 맞이하듯 문창을 닦는다. 이른 봄볕이 정갈한 유리창을 넘어와 과자 박스의 빛을 바래고 있다.유상록(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주무관)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 [정찬주의 산중일기] 1004달러

    [정찬주의 산중일기] 1004달러

    소록도로 가려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다. 김밥은 안사람이 아침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소록도는 승용차로 내 산방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이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상예보를 보니 비 소식이 있어 마음이 좀 급해진다.가뭄 끝이므로 논밭의 작물들에는 감로수이리라. 며칠 전부터 텃밭에 물을 주곤 했던 얼치기 농사꾼인 나의 수고도 덜어질 것이다. 조금 전에도 텃밭을 다녀왔지만 시들시들하던 고추와 가지, 아욱 등이 응급 치료를 받은 환자처럼 이제는 조금 풋풋해진 듯하다.소록도는 한센인과 성직자, 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이 살고 있는 섬이다. ‘작은 사슴 섬’인 소록도는 내 산방과 지척에 있으니 그분들이야말로 이웃사촌인 셈이다. 한센인에게 43년간 봉사하고 오스트리아로 떠난 마리안느 스퇴거(83)와 마가렛 피사렛(82) 두 분은 이 지상에 잠시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싶다. 20대 후반의 꽃다운 나이에 자원봉사자 간호사로 와서 70세가 넘어 떠날 때 두 분이 남긴 말은 단 한마디였다. ‘헤어지는 아픔을 줄까 봐 말없이 떠납니다.’ 문득 재작년 가을이 떠오른다. 오스트리아 ‘코닉 추기경 하우스’로 강연하러 갔을 때, 나를 초청한 분에게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뵈려고 하니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안사람이 빈의 ‘암파크 갤러리’에서 도예 초대전 중이었으므로 두 분에게 도자기를 선물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알프스 밑의 인스브루크에 사는 두 분과 연락은 닿았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마가렛은 치매 치료 중이었고, 마리안느는 나서기를 꺼렸기 때문이었다. 두 분은 수녀가 아니므로 수녀원 생활을 못한 채 친척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같은 희소식이 들렸다. 고흥군에서 두 분에게 매월 1004달러씩 노후생활 안정자금으로 지원한다는 소식이었다. 2026년 10월까지 10년간 지원한다고 해서 혼자 손뼉을 쳤다. 1004달러에다 고흥 군민의 따뜻한 마음까지 보태졌을 것을 생각하니 고흥 가는 길이 행복하기만 하다. 녹동항까지 뻥 뚫린 외길 곳곳에 고흥을 자랑하는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끈다.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 ‘우주항공 중심도시 고흥’. 바다를 배경으로 한 승경(勝景)과 나로도의 우주센터를 홍보하려고 내건 광고판일 것이다. 소록대교를 건넌 뒤 주차장을 지나자마자 왼편의 언덕 위에 두 분이 살았던 단층 벽돌집이 보인다. 과묵한 낙락장송들이 묵상 중이다. 소록도 본당 신도이자 ‘마리안느, 마가렛 사택’ 관리자인 서(徐)스텔라님이 현관문을 열어 준다. 신발장 위에 두 분께서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주워 온 소라고둥, 조개껍데기, 조약돌들이 있다. 작은 거실은 외국인이 사용했던 공간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벽에는 매화나무가 그려진 한국화와 ‘일소일소 일노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라고 쓴 액자가 걸려 있다. 더구나 두 분이 남기고 간 카세트와 테이프들이 있기에 아무 곡이라도 듣고 싶어 하자 서스텔라님이 테이프 하나를 빼서 틀어 주는데 국악 명상 음악이다. 내가 놀라자 “저는 1981년부터 뵀는데 마리안느 큰할매는 육자배기를 좋아하셨어요. 저 액자는 마가렛 작은할매가 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 수녀님한테 선물받은 거고요”라고 알려 준다. 두 분의 침실은 각각 3평 정도다. 마리안느 방의 유리창으로는 낙락장송이 보이고, 마가렛의 창호에는 하심(下心)과 사랑이란 글씨가 붙어 있다. 천등산 금탑사 비구니 스님들이 왕래하면서 한 스님이 써 준 글씨라고 한다. 두 분이 살았던 집은 현재 헌신과 봉사의 삶을 기려 등록문화재 제660호로 지정돼 있고, ‘마리안느, 마가렛 사택’이라는 패가 붙어 있다. 그러나 나는 ‘천사의 집’이라 부르고 싶다. 천사는 구름 위가 아니라 지상에 있어야 한다고 갈망해서다. 어제 비가 내렸는지 땅은 촉촉하나 하늘은 푸르다. 오스트리아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비 갠 뒤 해가 나자 어느 파란 눈의 수녀분이 ‘천사가 소풍 가는 날’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두 분이 후원받아 지은 숲속의 결핵 병동과 호젓한 치유 숲길로 언젠가는 두 분의 맑은 영혼이 소풍 올 것만 같다.
  • [새 영화] ‘용순’

    [새 영화] ‘용순’

    여고생 용순은 어려서 엄마를 잃었다. 3개월 시한부 불치의 병에 걸린 엄마는 옛 애인과 함께 집을 떠났다. 이후 용순은 아빠와 단 둘이 살았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해도 엄마가 늘 그리웠을 게다. 엄마를 그려 넣은 조약돌을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자라면서 가슴 속 빈자리가 커져 가는 용순이가 마음을 내주는 사람은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해 온 문희와 빡큐. 그리고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 집에 늦게 들어가볼 요량으로 들어간 육상부에서 난생처음 관심과 칭찬을 받게 된 게 계기였다. 서로 미묘한 관계에 있는 체육 선생님이 그런데, 다른 여자가 생긴 것 같다. 삼총사가 합심해 뒤를 캐보지만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체육 선생님 일 때문에 속상하기만 한데, 아빠는 딸에게 번듯한 엄마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며 몽골에서 여자를 데려왔다. 학교 대항 육상 대회가 다가오며 용순의 비뚤어짐은 정점으로 치닫는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용순’은 너무 더워 신나게 욕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리워지는, 그렇게 유난히 더웠던 한 사춘기 소녀의 여름을 섬세하게 담은 작품이다. 여느 성장 영화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전혀 자극적이지 않게 담백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캐릭터들이 통통 튀어 영화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첫사랑을 지키려고 앞뒤 재지 않는 당돌한 용순에서부터 이역만리에 시집왔으나 전혀 주눅 든 모습이 없는 몽골 새엄마까지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이 능동적이라 특히 그렇다. 연기자들의 앙상블도 훌륭하다. 사춘기 열병을 크게 앓는 용순을 열연한 이수경을 비롯해 장햇살(문희), 박근록(체육 선생) 등 낯선 얼굴들은 극에 싱그러움을 불어넣고 김동영(빡큐), 최덕문(아빠), 최여진(영어 선생) 등 익숙한 얼굴들이 극에 미더움을 얹는다. 박철민, 김응수의 카메오 출연도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한다.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 작품에 익숙한 영화 관객들에게는 충청도 배경이 신선하게 다가올 듯. 충청도 자연 풍광은 푸근함 그 자체다. 신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자신의 단편 ‘용순, 열여덟 번째 여름’을 장편으로 새롭게 만든 것이다.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우정과 갈등을 섬세하게 풀어내 호평을 받았던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을 만든 영화 제작사 아토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독립영화 지원을 위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받았다.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테마파크야 케이블카야? 테마파크형 ‘송도해상케이블카’ 눈길

    테마파크야 케이블카야? 테마파크형 ‘송도해상케이블카’ 눈길

    최근 테마파크는 단순 오락 기능에서 벗어나 교육 및 문화적인 기능까지 갖춘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테마가 다양해지고 내용과 시설도 첨단 현대과학이 집합된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열풍과 영화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가 등장하기도 한다. 지역 문화나 인물, 특산물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지역별 대규모 관광단지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테마파크도 등장했다. 케이블카도 단순히 케이블카만을 이용하는 오락적 성격을 넘어 케이블카와 관련된 다양한 테마시설,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테마 스토리들을 만들어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테마파크형 케이블카가 바로 6월 20일 개장 예정인 ‘송도해상케이블카’다. 1988년 운행 중단 이후 29년만에 운행을 재개하는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송도해상케이블카 부산에어크루즈는 동쪽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 1.62km 구간을 비행한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을 포함해 총 39기의 캐빈을 운행할 예정이다. 이 곳은 케이블카뿐만 아니라 다양한 테마시설을 준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들어서는 케이블카 사이언스 뮤지엄인 ‘송도 도펠마이어 월드’가 대표적이다. 케이블카에 관한 역사, 과학, 기술, 산업동향, 미래산업이 펼쳐진다. 세계 최초의 순환식 곤돌라 첫 모델인 빈티지 캐빈, 도펠마이어에서 개발한 최첨단 모델인 D-Line 캐빈을 VR을 통해 체험이 가능하다.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는 D-Line 6인승 럭셔리 체어리프트에서 즐기는 3D 영상은 실제로 체어리프트를 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특히 아이들에게 교육과 체험이라는 두 가지의 혜택을 제공한다. 케이블카 탑승객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송도 스카이파크 전망대에는 세계 최초의 고공 공중그네 체험 시뮬레이터 ‘VR스카이스윙’도 설치된다. 안전을 중시한 VR 시스템으로 해발 75m 높이에 케이블카와 송도 바다의 전경을 내려다보는 숨막히는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케이블카를 형상화한 캐빈 포토존과 셀카 포토존, 양궁을 체험할 수 있는 로빈훗 챌린지, 조약돌을 테마로 한 국내 유일의 조약돌 아트가든, 징검다리가든 등 아기자기한 테마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또한 22m 이상 길이의 거대한 소원의 용을 형상화한 버킷드래곤이 광장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인용과 어부의 사랑이 담은 트릭아트 포토존도 방문객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송도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는 스카이하버 전망대에서는 청정바다가 펼쳐진다. 유러피안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들어서며 광장에는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공연도 펼쳐진다. 송도해수욕장의 다양한 관광인프라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송도 해상케이블카 관계자는 “송도구름산책로, 송도오션파크와 암남공원과 송림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어 향후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 랜드마크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태양이 빚어낸 빛… 빛으로 빚어낸 색… ‘공존’의 스펙트럼

    태양이 빚어낸 빛… 빛으로 빚어낸 색… ‘공존’의 스펙트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가진 세계적인 작가 올라푸르 엘리아손(50)이 2개월 만에 신작과 함께 한국 팬들과 만난다.●세계적 설치미술가 2개월 만에 또 개인전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출신의 작가 엘리아손은 자연현상에 주목하며 수학과 과학, 건축 등 다른 분야와 융합한 다양한 설치작업을 선보여 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공존을 위한 모델들’에서 엘리아손은 빛과 거울 이미지, 색의 변화와 반사를 이용한 ‘태양의 중심 탐험’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PKM 갤러리에서 갖는 네 번째 개인전이다. 1층 메인 홀에 걸린 작품은 천장과 바닥, 사방의 벽면에 반사돼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받고 그에 연결된 케이블에서 생산되는 전기에 의한 광선과 그림자의 스펙트럼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빛의 강도는 햇빛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 태양광 패널에 유리를 합성한 태양광 패널은 덴마크의 물리학자와 협업해 만든 것으로 기존 패널보다 태양광을 더욱 효율적으로 받아들인다.●태양광 패널에 유리 덧댄 ‘색의 향연’ 단단한 유리구슬들을 한데 모아 지름 약 230㎝의 커다란 원을 이룬 ‘시각적 조정’도 빛과 이미지의 반사를 이용한 작품이다. 스테인리스 파이프가 전체 지름 2m의 고리구조를 이루는 ‘끊임없는 도넛’은 무한반복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15가지 색의 패턴 마루를 조합한 ‘해변의 조약돌들’은 시각적 유희를 통해 관람객들의 패턴 질서에 대한 즉각적 이해를 지연시키는 작품이다. 별관에 전시된 ‘색채 실험’(2010년 작)은 나노 단위로 빛을 쪼개 볼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낮의 색을 표현했다. 작가는 “예술이란 눈에 보이는 오브제들을 비물질화하는 것”이라며 “덧없이 사라지는 빛과 거울 이미지가 바로 그런 비물질적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엘리아손은 ‘그린 라이트’라는 작품으로 5월 개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도 참여한다. 작가는 유럽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난민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6월 20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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