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G20 정상회담 이후의 쟁점과 과제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세계경제의 85%를 담당하는 20개 국가 정상들이 지난 2일 런던에서 국제금융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에 합의했다. 핵심은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와 경기부양이다. 금융규제 강화 방안은 헤지펀드 등 전체 금융기관 감독을 담당할 금융안정위원회 설립,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 발표, 왜곡된 평가로 무용론이 제기된 신용평가기관의 등록의무제 도입, 1조 1000억달러 규모로 국제통화기금 등의 재정 확충과 재정지원 금융기관 경영진에 대한 보상체계 개편 등이다. 경기부양책은 보호무역주의 반대, 2010년까지 5조달러의 재정지출과 경제난이 심각한 개도국과 동유럽 국가 지원을 포함한다.
각국의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고 증권시장은 폭등했다. 규제강화가 국제금융시스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1930년대 같은 대공황은 피하게 됐다는 안도감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쟁점과 과제가 남아있다.
금융기관의 최저자기자본비율 인상은 건전성 회복의 핵심이자 경영진 보상체계 개선의 지름길이다. 이 비율을 낮게 유지한 것이 고배당과 고성과급의 근거인 동시에 부실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대출회수나 추가대출 회피를 우려해 경기회복 시까지 유예됐다. 그때까지라도 재원을 확충해 대출을 하겠다는 은행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은 물론 지불불능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재정지원의 대가로 주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이 강력히 요구했던 국제통화질서의 개편도 쟁점이다. 무역과 재정의 이중적자 누적과 대규모 발권으로 달러화가 전과 같은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타협안으로 달러, 유로, 엔, 인민화폐, 루블 등을 묶은 새로운 세계통화를 만드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화폐의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국제정치경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추가 경기부양을 개별국가의 판단에 맡긴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국제적 조율이 없으면 이웃국가의 경기부양책에 편승하고 자국의 노력은 최소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경기부양책을 지구온난화 방지 등 글로벌 과제와 연계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번 합의가 세계경제 위기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정상회담 전에 세계생산의 4% 이상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이 집행되기 시작해 경기전환의 가능성을 높이고는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이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국, 독일, 한국 등 미국 소비시장에 특화된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들이 자국의 내수확대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세계경기 회복의 관건이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합의된 5조달러가 계획대로 집행될 경우 빨라야 내년에야 국제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금융시장 개혁방안은 국제적 구속력이 없어 각국의 법과 제도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설득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금융기관 경영진의 보상체계 개편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저항 등으로 머뭇거리고 있다.
요컨대 이번 합의는 단기성과보다는 세계경제의 핵심국가들이 합의를 통해 위기대응책을 신속히 제시하는 능력을 보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효과가 더 크다. 신뢰 회복을 구체적인 효과로 전환하기 위한 조건은 각국의 조속한 합의이행이다. OECD가 정상회담 직후에 조세피난처 관련 블랙리스트를 발표한 것은 긍정적인 징후다. 한국 정부도 투자와 무역에 더해 금융도 보호무역 저지대상에 포함시킨 성과를 디딤돌로 삼아, 차기 의장국으로서 합의이행에 솔선수범해 국제공조를 주도해야 할 터다. 자본대비 대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실을 극복하고, 내수를 강화해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변화시켜 금융과 실물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 고용문제도 조속히 해결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