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부담 축소 「세제개편 추진」 안팎
◎월소득 50만∼1백만원 계층 큰혜택/2단계 세제개편안에 흡수… 내년에도 경감/허술한 세정 보완,불로소득 과세강화 시급
「새로운 세금은 모두 악세」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이유야 어떻든 세금 내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성을 대변한 말이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하반기부터 근로소득세를 대폭 경감해 주기로 한 것은 대부분의 봉급생활자로부터 커다란 환영을 받고 있다.
이번의 근소세 경감조치는 경제적 측면보다는 정치ㆍ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서 내려진 것이다. 3당합당이후 주도권 싸움으로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는 정치상황,건수는 줄어도 정치투쟁으로 변질되며 보다더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노사분규,최근에 가까스로 안정기미를 되찾긴 했으나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기만 하던 증권시장 등 이른바 총체적 난국에 대처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현재 모든 세제를 종합적으로 조감하며 2단계 세제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둘러 올 하반기 6개월동안만 적용되는 조치를 기습적으로 단행하는 것이 이번 근소세인하가 정치적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데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면서도 최근의 어수선한 시국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근로자계층에게는 모처럼의 획기적인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88년 기준으로 전체월급쟁이들의 숫자가 8백76만3천명이나 되고 이중 약40%가 근소세를 납부하는 점을 생각할 때 이번 정부의 선심은 상당한 정치적 성과도 얻을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모든 가구가 세금부담이 가벼워지는 혜택을 입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의 특징으로는 월소득 1백만∼2백만원인 계층의 세부담이 크게 가벼워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소득계층별로 세부담 경감률을 보면 월소득 1백만원까지가 25%,1백50만원은 18%,2백만원은 14.7%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월소득 2백50만원 이상의 경감률은 한자리 숫자로 뚝 떨어진다.
이는 정부가 고소득자로 분류해 오던 월소득 1백만∼2백만원 계층의 근로소득세 부담이 지금까지 너무 과중했다는 사실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이를시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껏 월 1백만원 이상의 근로소득자가 전체의 3.3%인 29만2천명(88년기준)밖에 안된다며 이들에 대한 중과는 불가피하다고 역설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근로소득세 부담이 너무 무겁다는 여론이 일며 의사나 변호사 등 자유직업소득자와 자영업자 등이 월급쟁이들에 비해 세부담이 훨씬 가볍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이른바 고소득층으로 꼽히는 계층의 조세저항이 높아졌었다.
월급쟁이들은 모든 소득이 그대로 노출되는데다 근소세납부도 본인이 신고해서 납부하는게 아니고 사업장에서 원천징수해 세무서에 내기 때문에 동전 한닢의 세금도 덜낼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잘 먹고 잘 살면서 세금은 덜내는」 계층에 대한 월급쟁이들의 세금 불만을 정부가 이유있다고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시각에서만 볼 때 이번 근소세 경감조치에도 비판받을 소지는 있다.
국세 수입중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6.7%(89년)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이를 더 낮추는게 합당한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본은 이 비중이 20%이고 구미선진국은 대체로 30%가 넘는 실정이다. 또 늘어나는 복지재정수요를 감안하면 세금은 앞으로 더 걷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제보다는 세정을 강화,불로음성소득을 찾아내 과세를 강화하는 획기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일선 세무서에서 이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여건에서는 좋은 제도가 아무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오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이번의 근소세 경감조치는 그 형식이 어떻든간에 내년에도 그 효과가 그대로 이어지게 돼 있다. 깎아준 세금을 다시 올리기가 어려울 뿐더러 정부 스스로도 이번의 내용을 2단계 세제개편안에 그대로 흡수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번의 조치를 나라살림의 측면에서 볼 때 옳다,그르다고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근로소득자의 세금부담이 가벼워진 것만은 분명하다.
연간 근로소득세 징수실적을 보면 지난 88년에 1조4천4억원,89년 1조5천2백억원이었다. 올해에는 예산에 1조2천억원이 계상됐고 약 4천억원의 증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2천5백억원이 감수되게 돼 전체적으로는 약 1조3천5백억원 정도가 걷힐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높은 율의 임금상승과 납세자 숫자의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지난 3년간의 근소세부담경감은 근로자들이 월급봉투에서 느끼는 것보다 엄청나게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