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4:4’ 파격 빅딜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전태풍이 부산 KT로 ‘깜짝’ 이적했다. 무려 8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바꿔 입는 초대형 빅딜이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단행됐다.
KT와 오리온스는 18일 김도수(32·195㎝), 장재석(22·203㎝), 임종일(23·190㎝), 앤서니 리처드슨(30·200㎝·이상 KT)과 전태풍(33·180㎝), 김승원(24·202㎝), 김종범(23·192㎝), 랜스 골번(24·200㎝·이상 오리온스)을 맞바꾸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프로농구 17년을 통틀어도 좀처럼 보기 힘든 블록버스터급 트레이드다.
가장 핵심적인 선수는 최고 가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전태풍이다. 미국 청소년대표 출신인 전태풍은 2009년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전주 KCC 유니폼을 입었고 화려한 테크닉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귀화 혼혈선수는 한 팀에서 3년 이상 활동할 수 없다는 프로농구연맹(KBL) 규정에 따라 지난 시즌 오리온스로 이적했으나 두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KT로 다시 둥지를 옮겼다.
지난 시즌 평균 32분24초를 뛴 전태풍은 올 시즌 출전 시간이 23분 10초로 뚝 떨어졌다. 추일승 감독과 불화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현민과 한호빈 등에게 포인트가드 자리를 내주고 최근에는 슈팅가드로 포지션을 옮기는 등 팀 내 입지가 많이 좁아진 상황이었다. KT에서는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가 새로운 기분으로 뛸 것으로 보인다.
KT로서는 이번 트레이드로 전태풍-조성민이라는 환상의 가드진을 구성했다. 조성민에게 집중됐던 견제가 분산되고,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4승11패로 4위를 달리고 있는 KT는 서울 삼성과 인천 전자랜드의 추격을 받고 있지만, 이번 트레이드로 중위권 다툼에 박차를 가할 동력을 얻었다. 김승원 역시 토종 빅맨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어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오리온스는 골밑 강화의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장재석은 아직 꽃을 활짝 피우지 못했지만 잠재력이 풍부하다. 리처드슨은 기복이 있지만 평균 17.7득점으로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평균 69.1득점으로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러 있는 오리온스로서는 리처드슨의 가세로 공격력이 향상됐다. 기존 외국인 리온 윌리엄스와 함께 탄탄한 용병 콤비를 갖추게 됐다. 베테랑 김도수는 오리온스에 부족한 안정감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스는 오는 24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KT는 25일 창원 LG전에서 새 얼굴들과 함께 첫 경기를 치른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