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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전 해보니 답 나왔나…트럼프, F-47·요격탄·드론에 2220조 돈폭탄 [밀리터리+]

    이란전 해보니 답 나왔나…트럼프, F-47·요격탄·드론에 2220조 돈폭탄 [밀리터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7회계연도(2026년 10월∼2027년 9월) 국방예산으로 총 1조 5000억 달러(약 2220조 원)를 제시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더 큰 변화는 돈의 방향이다. 미 공군의 6세대 전투기 F-47과 협동 전투 무인기(CCA), 요격탄과 장거리 타격무기, 골든돔과 우주감시, 대규모 함정 건조에 예산을 투입하며 미군 예산의 무게중심이 뚜렷하게 이동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까지 공개된 백악관과 예산관리국(OMB) 자료에 따르면 이번 국방예산 총액은 1조 5000억 달러다. 기본예산 1조 1000억 달러(약 1630조 원)와 추가 의무지출 3500억 달러(약 520조 원)를 합친 규모다. 전년보다 40% 넘게 늘었다. 단순 증액이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 어떤 전쟁에 대비하려는지 보여주는 예산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공중전 투자다. 트럼프 행정부는 F-47 전투기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요청했다. CCA에는 첫 조달 예산을 반영했다. 유인기와 무인기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미래 공중전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5세대 전투기 F-35 조달도 늘렸다. 2027회계연도 요청안에는 F-35 85대가 담겼다. 미 공군과 해군, 해병대 전력을 보강하면서도 F-47과 CCA 같은 차세대 체계에 더 큰 무게를 둔 구도다. 기존 주력기 유지와 미래 전장 대비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계산이다. ◆ 이란전 뒤 더 커진 미사일 재비축 이번 예산안의 또 다른 축은 요격탄과 장거리 정밀타격무기 재비축이다. 패트리엇 PAC-3 MSE와 사드, SM-3 같은 요격탄, 토마호크와 재즘(JASSM) 계열 순항미사일, 프리즘(PrSM) 같은 장거리 타격 자산 구매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백악관도 핵심 과제로 ‘핵심 탄약 재보급’을 내세웠다. 최근 중동 작전과 이란전을 거치며 드러난 소모 부담이 예산에 반영된 셈이다. 미 공군의 극초음속 무기 해컴(HACM)과 애로우(ARRW), 해군의 IRCPS까지 예산안에 반영되면서 재래식 장거리 타격 역량 강화 흐름도 선명해졌다. 여기에 노후 미니트맨-3를 대체할 LGM-35A 센티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업도 예산안에 포함되면서 단기 소모전 대응뿐 아니라 전략핵 전력 현대화까지 병행하려는 흐름도 드러났다. 특히 해군 예산에선 이런 흐름이 더 선명하다. 미 해군은 토마호크 지상공격용 순항미사일 785발과 SM-6 요격미사일 540발 구매 예산을 요청했다. 2026회계연도와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다. 이란전과 중동 방어 임무에서 쏟아 쓴 미사일 재고를 메우고 실전 대비용 비축량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해군이 PAC-3 MSE 405발 구매를 요청한 점도 눈길을 끈다. 기존 육상용 요격체계를 함정 수직발사체계와 결합하려는 구상이다. 육군까지 합치면 PAC-3 MSE 주문량은 3000발을 훌쩍 넘는다. 미국이 전쟁 이후 요격망 재건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번 예산안이 단순한 군비 확대가 아니라 실전형 재무장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최근 이란 관련 군사작전과 중동 방어 임무를 수행하면서 요격체계와 정밀유도무기 재고 문제를 반복적으로 의식해 왔다. 이번 요청안은 전쟁이 드러낸 취약 지점을 먼저 메우겠다는 계산을 담고 있다. ◆ 골든돔·우주감시·함정 건조까지 확대 골든돔과 우주감시 확대도 같은 흐름이다. 백악관은 골든돔을 핵심 투자 사업으로 내세웠다. 우주군 예산도 큰 폭으로 늘렸다. 우주 기반 감시·추적 체계와 저궤도 위성통신, 이동표적 탐지 관련 예산도 불어났다. 미군이 공중과 해상, 지상은 물론 궤도 영역까지 하나의 전장으로 묶어 관리하는 체계로 더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해군 전력 확대도 병행된다. 2027회계연도 예산안에는 658억 달러(약 97조 원) 규모의 조선 예산이 담겼다. 전투함 18척과 기타 선박 16척 조달 계획도 포함됐다. 잠수함과 수상함, 상륙전력, 보조함은 물론 ‘트럼프급’ 전함 관련 선행 조달까지 반영하며 해군 전력을 전방위로 손보겠다는 구상이다. ◆ 의회 문턱 넘어야 완성될 트럼프식 재무장 물론 이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아직은 백악관 요청안이다. 의회 심사 과정에서 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1조 5000억 달러 구상은 별도 재원 확보와 의회 승인에 크게 기대고 있어 정치권 협상이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 미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이날 전투기와 무인기, 미사일 방어, 함정 건조, 우주 전력까지 동시에 키우는 이번 구상이 향후 미군 투자 우선순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미군은 이제 더 많이 보유한 군대보다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군대에 돈을 몰아주기 시작했다. 유·무인 복합과 우주 기반 감시로 연결된 군대를 향한 재편도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 日기업이 한국 피해자 조롱하는 방법…강제 징용 할머니에 ‘930원’ 보내 [핫이슈]

    日기업이 한국 피해자 조롱하는 방법…강제 징용 할머니에 ‘930원’ 보내 [핫이슈]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미쓰비시중공업이 징용 피해자에 터무니없는 액수의 돈으로 조롱한 사실이 알려졌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정신영(96) 할머니는 9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앞에서 “한국에서 지팡이 짚고 허리 아픈데도 여기까지 왔습니다. 사장님 잘 생각해 보세요. 사죄하라고 왔습니다. 100세가 돼도 사과받고 죽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정 할머니는 이날 일본 시민단체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소송지원모임) 등이 주관하는 ‘마루노우치 행동’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마루노우치 행동은 도쿄역 주변 마루노우치에서 시민단체들이 거리 시위나 캠페인, 선전 활동을 펼치는 것을 의미한다. 마루노우치는 미쓰비시중공업을 포함해 일본 경제 대기업 본사나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어 사회적 메시지를 알리기 좋은 장소로 꼽힌다. 정 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공부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1944년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강제노역과 굶주림에 시달렸다. 함께 갔던 친구 6명은 지진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미쓰비시 측이 항소해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과잣값도 안 되는 99엔 왜 보냈나”정 할머니는 이날 집회에서 과거 일본 측이 보낸 ‘99엔’을 언급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앞서 2022년 일본연금기구는 정 할머니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인 99엔(약 930원)을 한화로 환산해 입금했다. 한국의 국민연금공단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본연금기구는 일본의 직장인 연금인 ‘후생연금’을 관리한다. 다만 후생연금을 일정 기간만 가입했거나 연금을 받을 만큼 오래 일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동안 낸 보험료 일부를 ‘탈퇴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돌려준다. 일본연금기구가 정 할머니에게 99엔을 보낸 것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중 일부도 형식적으로 후생연금 가입 대상으로 처리됐으나, 짧은 기간 강제로 일했고 전쟁 후 귀국했기 때문에 연금을 받을 만큼의 가입 기간이 아니라고 판단해 연금 대신 탈퇴 수당을 지급한 것이다. 문제는 ‘99엔’이라는 탈퇴 수당이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다름없다는 사실이다. 일본연금기구는 강제 동원 당시의 기준으로 보험료를 계산한 결과 99엔이 나왔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연금 처리 과정에서도 연금 지급액 규모 면에서도 강제노동에 대한 정당한 배상이 될 수 없다. 정 할머니는 이날 집회에서 “과잣값도 안 되고 휴지값도 안 되는 99엔을 왜 보냈는가. 억울하다”며 “99엔이라는 돈이 돈이냐”고 항의했다. 미쓰비씨, 한국 피해자들 문전박대이날 집회에는 미쓰비시중공업에 동원됐던 또 다른 피해자인 고(故) 정창희 씨의 차남 정종오 씨도 참석했다. 그는 “아버지는 미쓰비시에 강제 징용돼 여기서 일하던 도중에 원자폭탄을 맞았다. 나뿐만 아니라 딸도 방사선 피해로 고생하고 있다”면서 미쓰비시중공업 사장을 향해 “미쓰비시 사장과 면담해서 사죄받고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할머니와 정씨 등은 미쓰비시중공업 건물 내부로 들어가 관계자 면담을 요청했으나, 미쓰비시 측은 사전에 약속을 잡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문전박대했다. 정 할머니 등과 함께 미쓰비시중공업을 방문한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는 “미리 요청서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고 어떻게 약속을 잡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할머니가 휠체어에서 일어나 사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어떤 반응도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피고 기업들은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응을 거부하고 있다.
  • 주유소 기름값 더 오른다…호르무즈 우회 경로도 피격, 중동은 여전히 불바다[핫이슈]

    주유소 기름값 더 오른다…호르무즈 우회 경로도 피격, 중동은 여전히 불바다[핫이슈]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 에너지 시설은 여전히 타격 대상이 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유전지대에서 홍해 항구로 원유를 수송하는 동서 횡단 송유관 ‘페트로라인’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내륙을 관통하는 1200㎞ 길이 송유관의 펌프장 한 곳이 이날 오후 1시쯤 공격을 받았다. 곧장 예비 시설을 작동한 덕분에 송유관 운영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공격은 ‘2주간 휴전’ 약속이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로 분석된다. 앞서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페트로라인을 통해 홍해 얀부항으로 원유를 보내는 등 우회 경로로 적극 이용해 왔다. 해당 송유관은 하루 최대 700만 배럴까지 수송할 수 있다고 알려졌으나 사우디의 하루 산유량(900만∼1000만 배럴)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걸프국과 이란의 주요 인프라를 겨냥한 일련의 공격은 휴전 합의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 것인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도 페트로라인 피격 사실을 전하며 “사우디의 다른 시설도 이란의 공격 표적이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휴전 이후 이란은 중동 지역의 에너지 시설을 향한 공격을 이어갔다. 쿠웨이트는 이날 오전부터 에너지 시설과 발전소를 겨냥한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으나 석유 시설과 담수화 시설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휴전 시작 이후 방공망이 탄도 미사일 17발과 드론 35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결국 재봉쇄, 국제유가 급상승이란은 휴전 이후에도 중동 국가를 향한 공격을 이어가더니, 급기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휴전 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의 통행을 막아섰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8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유조선의 해협 통과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란의 계속되는 공격과 휴전에 대한 불안감, 이란의 호르무즈 재봉쇄는 곧장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현지시간 8일 저녁 8시 20분 기준 배럴당 96.59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전장보다 2.37% 오른 가격이다. 앞서 WTI는 정규장에서 휴전 합의 소식에 14% 가량 떨어지며 2020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급반등했다. 호르무즈 재봉쇄와 통행료, 기름값 더 올릴 듯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7일 자정부터 석유제품 2차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주유소 공급가를 휘발유 ℓ당 1934원, 경유 1923원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주유소별 유통비용과 운영 마진이 더해지면서 실제 판매 가격은 2000원을 넘어서는 곳이 늘고 있다. 더불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업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란은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 부과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통상 200만 배럴을 적재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선박 한 척당 약 200만 달러의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연간 부담액이 1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비용 증가가 반영된다면 국내 기름값이 리터당 10원 이상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오는 10일 자정을 기점으로 3차 최고가격제 시행을 예고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 중동 정세 등 외부 변수를 고려할 때 휘발유와 경유 공급가가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기뢰 무서우면 돌아가”... 호르무즈, 이란이 길목 틀어쥐었다 [핫이슈]

    “기뢰 무서우면 돌아가”... 호르무즈, 이란이 길목 틀어쥐었다 [핫이슈]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들어갔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돌아오지 않았다. 휴전 뒤 길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유조선은 한 척도 지나가지 못했다. 이란은 해협을 예전처럼 풀지 않았다. 대신 군이 관리하는 제한 통항 체계를 꺼내 들었다. 통행료를 받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항로도 이란이 정하겠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인용해 휴전 뒤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가스 운반선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벌크선 몇 척만 제한적으로 움직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34%가 지나는 길목이다. 이 수로가 흔들리면 국제 유가와 보험료, 해상 운임이 함께 출렁인다. ◆ “열렸다더니 왜 못 지나가나”…유조선 0척의 충격 휴전 첫날부터 미국과 이란은 엇갈린 메시지를 냈다. 백악관은 해협 폐쇄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즉각 재개방을 요구했다. 반면 이란은 자국 군과 협조하는 선박만 제한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중재자들에게 휴전 기간 호르무즈 통과 선박 수를 하루 10여 척 수준으로 제한하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의 사전 조율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9일 기준 통과가 허용된 선박은 4척에 그쳤다. 전쟁 전 하루 100척 이상 오가던 흐름과 비교하면 해협은 여전히 사실상 통제 상태에 가깝다. 결국 지금 호르무즈의 쟁점은 열렸느냐 닫혔느냐가 아니다. 누가 길목을 쥐고 있느냐다. 이란은 휴전 뒤에도 해협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시장은 이를 정상 개방으로 보지 않았다. ◆ 배럴당 1달러에 코인 결제…호르무즈에 ‘통과세’ 세운 이란 이란은 통행료 구상도 내놨다.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 제품 수출업자 협회 측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를 지나는 유조선에 사실상 통행료를 매기고 심사가 끝나면 암호화폐로 내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준은 원유 1배럴당 1달러 수준이다. 정유업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초대형유조선(VLCC) 한 척이 약 200만 배럴을 싣는다고 보면 배럴당 1달러 통행료는 선박 한 척당 200만 달러(약 30억원)에 이른다. 이 비용은 결국 정제유와 석유화학 제품, 가스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해협을 다시 여는 대신 이란이 자국 기준으로 선박을 걸러 받고 통과 비용까지 받겠다는 뜻에 가깝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호르무즈가 자유 항로가 아니라 이란식 유료 통로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WSJ도 이란이 통과 선박에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통행료를 받는 체계를 굳히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박 크기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며 초대형 유조선에는 최대 200만 달러 수준의 비용이 매겨질 수 있다는 게 선주와 중개업계 설명이다. ◆ “이 길로만 다녀라”…라라크섬 우회항로까지 꺼냈다 이란은 아예 다닐 길도 정하겠다고 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IRGC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 주요 수역에 대함 기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라라크섬 북쪽과 남쪽을 지나는 대체항로를 제시했다. 입항 선박은 오만해에서 라라크섬 북쪽으로 들어오고 출항 선박은 라라크섬 남쪽을 지나 오만해로 빠지라는 식이다. WSJ는 실제 통과가 허용된 선박들이 기존 항로 대신 이란 케슘섬과 라라크섬 사이 북쪽 회랑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이 해협을 다시 여는 대신 자국 연안 쪽으로 선박을 붙여 관리하는 체계를 굳히고 있다는 뜻이다. 선박들은 IRGC 승인 없이는 통과할 수 없고 이란은 허가 없이 해협을 건너려는 선박에 대해 파괴 위험까지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으로는 안전 조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정한 길로만 다녀라”는 통제 신호에 가깝다. 선주와 보험사는 여전히 기뢰 위험과 군 통제를 감수해야 한다. 휴전이 시작됐어도 유조선이 바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다. ◆ 휴전은 시작됐지만 해협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호르무즈를 두고 “재개방”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란식 재통제”에 가깝다. 유조선은 아직 한 척도 지나가지 못했다. 이란은 통행료를 거론했고 암호화폐와 위안화 결제 방식까지 제시했다. 여기에 기뢰 가능성을 앞세운 우회 항로와 군 협조 요구까지 더했다. 해협 문을 연 것이 아니라 문 앞에 새 규칙을 세운 모양새다. 시장이 휴전 소식에도 안심하지 못한 이유도 분명하다. 정치적 합의와 실제 정상화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이란의 설명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선사와 보험사가 먼저 움직일 이유는 없다. 휴전은 시작됐지만 해협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 어부가 바다서 ‘중국 수중 드론’ 낚은 사연…인도·태평양 전역 감시용? [밀리터리+]

    어부가 바다서 ‘중국 수중 드론’ 낚은 사연…인도·태평양 전역 감시용? [밀리터리+]

    인도네시아에서 어업 중이던 한 어부가 중국제 무인 잠수정(UUV)과 매우 흡사한 물체를 발견하고 당국에 신고했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등 외신의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무인 잠수정은 인도네시아 서누사텐가라주 길리 트라왕안에서 약 16㎞ 떨어진 해역에 떠다니다 어부에 의해 발견됐다. 해당 어부와 주민들은 즉시 당국에 신고했고 무인 잠수정은 곧바로 출동한 전문가들에 의해 육지로 옮겨졌다. 경찰은 혹시 모를 폭발물에 대비해 현장을 통제했고, 당국의 폭발물 처리 및 화학·생물·방사능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돼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폭발물이나 방사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해당 물체가 중국조선공업그룹(CSIC)에서 개발한 수중 로봇 또는 센서 시스템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중국조선공업그룹은 중국 국유 조선·방산 기업으로 중국 해군과 정부, 수출 시장을 겨냥한 구축함과 항공모함, 호위함, 상륙함 등을 제작한다. 해당 그룹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 잠수정은 추가 분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마타람 해군기지 사령부에 보관됐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장치에는 중국어로 ‘研制’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는 ‘연구 개발’ 또는 ‘개발’을 의미한다. 또 여러 케이블과 센서가 장착돼 있었으며 상단에는 해양 연구 장비가 수납된 덮개가 있었다. 특히 음향 도플러 유속계(ADCP)가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음향 도플러 유속계란 물속의 흐름(유속)을 측정하는 장비로, 소리(음파)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작동한다. 음파탐지기와 유사한 수중 음향 측정 장치다. 이를 최초 보도한 라 레푸블리카는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발견된 이 수중 드론으로 추정되는 물체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걸쳐 해상 감시 활동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일은 중국이 전략적 해상 항로를 파악하고 외국 해군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첨단 무인 잠수정(UUV)과 대형 무인 잠수정(XLUUV)을 공격적으로 배치하는 추세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세계 각국이 ‘물속 드론’에 뛰어드는 이유한편 인도네시아 앞바다에서 발견된 무인 잠수정은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 또는 자율적으로 운용되는 ‘물속 드론’이다. 군사, 과학,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사적 활용도가 극도로 높아진 무인 잠수정은 기뢰 탐지 및 제거, 잠수함 등 해저 감시, 해저 케이블 감시, 정보·정찰(ISR) 등의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중국 등 각국을 중심으로 초대형 수중 드론인 대형 무인 잠수정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수천 ㎞를 항해하면서 AI 기반의 자율 항법 기능을 탑재하고 있고, 군집 운용이나 수중 통신 기술 발전을 통해 해상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국가 사이에서 필수 장비로 꼽힌다. 무인 잠수정은 인명 피해 위험이 없고 장기간 임무 수행이 가능하며 심해까지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수중 통신과 배터리 지속시간이 매우 제한적이고, 회수 가능성이 적어 적국에 핵심 기술 유출의 위험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 [데스크 시각]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나니

    [데스크 시각]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나니

    틈날 때 종영 드라마를 찾아보곤 한다.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작품은 ‘모범택시’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복수 대행’이다. 주인공들은 범죄 피해자이지만, 가해자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현실에 좌절한 이들이다. 실현되지 않은 정의를 사적 처벌로 바로잡는 이들의 활약에 시청자들은 대리 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비질란테’(사적 응징자)물이 인기를 끄는 현상은 공적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뿌리 깊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더 큰 문제는 현실에서 보복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298건에서 2024년 466건으로 5년간 약 56% 증가했다. SNS상에는 ‘복수 대행’이라는 제목의 채널이 널려 있다. 최근 검찰개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결국 12·3 계엄으로 폭주한 검찰을 민주적 통제 아래 두는 건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달에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듯, 검찰개혁이 현실 정치의 전리품이 되면서 민생 사법 현장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형사사법의 대원칙은 ‘99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사법 체제는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전국 검찰청에 쌓여 있는 미제 사건만 12만 1563건에 달한다. 1년여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은 500건을 넘겼다. 2020년 142.1일이었던 형사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4년 312.7일로 배 이상 늘었다. 정의라고 부를 수 없는 ‘지연된 정의’가 일상화된 것이다. 이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진행된 수사제도 개편이 경찰에 대한 견제와 통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가 뒷전으로 밀린 탓이다. 여권 강경파의 주장대로 검찰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최근 원주지청은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을 강도살인 및 유사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당초 경찰은 상해치사 혐의만 적용해 구속 송치했지만, 검찰은 사망한 피해자의 얼굴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보완수사를 통해 여죄를 밝혀 냈다. 보완수사로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난 사례도 많다. 몇 해 전 대구의 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경찰은 업체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송치했다. 하지만 대구지검은 보완수사를 통해 자연발화가 아닌 접지 불량에 따른 화재라는 사실을 밝혀 냈고, 대표는 무혐의 처리됐다. 영화감독 김창민씨 집단 폭행 사망 사건도 보완수사 요구가 없었다면 유족들은 평생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야 했을 것이다. 여권 강경파는 보완수사권을 토대로 검찰이 과거로의 복귀를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보완수사 남용을 막는 통제 장치를 정교하게 만들어 회귀할 수 있는 다리를 아예 불사르면 된다. 보완수사권 범위를 해당 사건에 국한시키고, 이를 벗어났을 때 법원이 기각하도록 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보완수사의 횟수와 기간에 상한을 두거나 상급 기관의 사전 허가를 받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2의 윤석열의 등장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수 지지층이 아닌 다수 국민의 삶을 위한 검찰개혁을 단행하는 것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피해자에게는 최후의 보루여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대표적인 경세가였던 오리 이원익은 임진왜란으로 황폐해진 조국을 살피고 선조 임금에게 상소를 올렸다. “오직 백성만이 나라의 근본입니다. 그 밖의 일들은 모두 부수적인 일일 뿐입니다.” 이를 통해 그는 공납제도 개혁을 이끌어 냈다. 개혁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정치적 유불리나 특정 권력기관에 대한 복수심이 아니라 오로지 민생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 당파 싸움에 뛰어드는 대신 언제나 민생을 염려했던 조선 시대 경세가들의 자세를 다시 떠올릴 때다. 이두걸 편집국 사회1부장
  • [사설] 시한부 중동 휴전… 불확실성 대비에 정부·기업 총력을

    [사설] 시한부 중동 휴전… 불확실성 대비에 정부·기업 총력을

    미국과 이란이 어제 2주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열고 미국은 대이란 공격을 멈추기로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발전소 무차별 폭격 예고로 최악의 확전을 우려했던 세계 각국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파키스탄의 중재를 통한 일시 휴전이어서 종전으로 귀결될지는 불투명하다. 양측은 내일부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직접 만나 구체적인 종전 조건을 협상하기로 했다. 그런데 피해 보상,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도입,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제재 해제 등 이란의 10개 요구 사항 대부분은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면 언제든 무력 충돌이 재개될지 모르니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무엇보다 호르무즈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들을 무사히 빼내는 데 외교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현재 호르무즈에 갇힌 화물선 2000여척 중 한국 배는 유조선 7척을 포함해 총 26척이고, 한국인 선원은 173명이다. 2000여척의 배가 서로 먼저 나가려 할 테고, 이란군이 통행료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도의 협상력이 필요한 때다. 종전이 되더라도 후유증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인 만큼 에너지 절감 등 비상대응 체제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급망 다변화에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모아야 한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호르무즈 리스크는 언제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현재 70%에 달하는 원유와 나프타 수입의 호르무즈 경유 비중을 분산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미국, 러시아, 호주 등으로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그에 맞는 정제 시설을 갖추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산업연구원도 어제 보고서에서 “기뢰나 드론 같은 저비용 수단으로 고가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비대칭 공격 구조가 확산하면서 해상 길목을 반복적으로 교란하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봉쇄 사태가 글로벌 물류 경로의 구조적 재편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이 추진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예시로 들었는데 이는 중동의 기존 항로와 다른 길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안정적 에너지 확보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라는 사실을 이번 전쟁을 통해 생생히 목도했다. 일시적 가격 안정 방책쯤으로는 될 일이 아니다. 공급 안정성으로 무게중심을 과감히 옮기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원전 추가 건설 등 자체적인 에너지 수급 방안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한다.
  • 경주에 신라의 달밤만 있더냐…다시 숨쉬는 고려·조선의 달밤[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경주에 신라의 달밤만 있더냐…다시 숨쉬는 고려·조선의 달밤[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고려 때도 개경·평양과 함께 ‘3경’외적 막아내던 동문 향일문 복원옹골차면서 단아한 모습 인상적조선실록 ‘읍성 둘레 4075척’ 기록성 안팎 정비하며 카페·식당 속속황리단길 못잖은 ‘문화 거리’ 기대창고로 전락한 성덕대왕신종 종각 방치된 객사 동경관 쓸쓸한 모습신라의 천년 수도 경주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국토 남부의 핵심 도시였다. 그럼에도 신라만 집중 부각됐던 반면 이후의 역사는 잊혀지다시피 했다. 경주는 최근 읍성을 되살리는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다양한 시대의 매력을 갖춘 고도(古都)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주읍성의 4대문 가운데 가장 먼저 복원된 동문 향일문(向日門)은 방어 목적에 걸맞게 옹골차면서도 단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금은 북문 공진문(拱辰門)을 되살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읍성 내부에는 관아 터가 있다. 안팎의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읍성 주변에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속속 들어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황리단길에 이어 조만간 경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문화의 거리’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다양한 시대 매력 갖춘 고도로 탈바꿈 경주를 찾는 사람들은 경부고속도로를 타든 경부고속철도를 이용하든 서쪽에서 시가지 남쪽으로 접근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대릉원과 월성, 첨성대, 동궁과 월지, 황룡사 터,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간다. 보문단지에서 머물며 카페 거리를 오가고 불국사와 석굴암을 둘러보면 경주 관광이 완성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옛 시가지의 고려와 조선 시대 흔적도 탐방 여정에 넣어야 한다. 조금은 퇴락한 구도심은 현대적 관광지의 모습과는 물론 거리가 있다. 하지만 경주읍성이 있던 이곳은 고려와 조선 시대는 물론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에도 줄곧 행정의 중심이었다. 경주 시가지의 서쪽으로는 형산강이 흐른다. 남쪽엔 남천, 북쪽엔 북천이 각각 자연 해자 역할을 한다. 동쪽은 낭산과 한등산이 가로막고 더 멀리는 토함산이 버티고 있다.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가 금성, 곧 경주에 자리잡은 것도 이런 입지 조건 때문이 아닐까 싶다. 통일신라 궁궐 시설이 남쪽에 치우쳐 있다면 읍성은 그 북서쪽이다. 고려 시대 외적의 침입이 잦아지면서 더 강력한 방어력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라의 마지막 임금 경순왕은 935년 11월 고려에 항복하려 경주를 떠났다. 왕과 비빈을 태우고 각종 문서를 실은 마차 행렬이 30리에 이르렀다고 한다. 경순왕은 개경에서 경주를 식읍으로 받고 출신 고장을 다스리는 사심관에 임명됐다. 고려의 신하가 된 것이다. 왕도(王都)로서 경주의 역할은 끝났다. ●고려 시대 중요한 지방행정 치소 역할 고려 시대 지방행정 체계를 본격적으로 정비한 임금은 성종이다. 그는 ‘3경제’를 도입했는데 수도 개경과 서경인 평양, 동경인 경주다. 훗날 남경인 서울이 더해지면서 동경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고려 시대 내내 경주의 지위는 높았다. 통일신라 궁궐 및 관청 건물은 경순왕이 살아 있던 시절은 물론 이후에도 한동안 고려 지방행정 기구의 치소(治所) 역할을 했을 것이다. 고려사에는 ‘1012년(현종 3년)에 경주, 장주, 금양, 궁올산에 성을 쌓았다’는 기사가 보인다. 바로 전 해 ‘동여진이 100척 남짓 배를 타고 경주에 침입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때 고려가 동경부 관아로 쓰던 월성 안팎의 옛 궁궐이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싶다. 통일신라 궁궐 주변은 평지와 다름없었던 만큼 방어력을 강화한 성곽을 새로 쌓아 관청 시설을 보호하려 했을 것이다. ‘동경통지’에는 ‘읍성의 시축 연대는 불명이지만, 1378년(고려 우왕 4년) 개축했다’고 적혔다. 조선왕조실록은 1451년(문종 1년) ‘경주부 읍성은 둘레가 4075척, 높이가 11척 6촌이고, 여장(女墻)의 높이는 1척 4촌이며, 적대(敵臺)가 26개소, 문이 3개소에 옹성이 없다. 여장은 1155개, 우물은 83곳’이라고 적었다. 여장은 성곽 위에서 군사가 몸을 숨기는 얕은 담장을 말한다. 적대는 성곽 바깥으로 돌출시킨 방어 시설이다. ●임진왜란으로 훼손… 조선 영조 때 개축 임진왜란으로 훼손된 경주읍성은 1632년(인조 10년) 보수가 이루어진다. 1746년(영조 22년) 개축했다는 기록도 있다. 경주읍성은 이때 비로소 격식을 제대로 갖춘 읍성으로 완성된 듯하다. 1908년 남문인 징례문(徵禮門)을 찍은 사진에는 ‘고도남루’(故都南樓)라는 편액이 걸린 모습이 보인다. 신라 옛 도읍의 남쪽 누각이라는 뜻이다. 읍성 서문의 이름은 망미문(望美門)이었다. 경주의 치소성으로는 읍성 말고도 대릉원 일원까지 포괄하는 남고루(南古壘)가 있다. 일제강점기 조사가 이루어지고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된 둘레 5㎞ 남짓한 토성이다. 수재 방지용 둑으로 추정하기도 했지만 해자가 발견되면서 방어 시설로 굳어졌다. 학계는 남고루가 내성인 경주읍성을 둘러싼 외성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이해한다. 경주읍성의 조선 시대 양상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경주읍내전도’가 알려 준다. 읍성 안팎을 사실성 있게 묘사한 ‘읍내전도’는 ‘집경전구기도’ 화첩의 일부다. ‘집경전구기도’는 집경전 옛터의 그림이라는 뜻이다. 전주에 가면 태조 어진을 모신 경기전이 있다. 조선 초기엔 경주, 개성, 평양, 영흥에도 진전(眞殿)이 있었다. 경주 집경전은 임진왜란 때 불탔다. 강릉에 새로 지었지만 이마저 1631년 소실됐다. ‘집경전구기도’는 옛터를 알리는 비석이 1798년(정조 22년) 세워진 이후 읍성 모습이다. ●동남쪽 관아·동북 집경전·서남 군사시설 정사각형에 가까운 경주읍성 내부는 남문과 북문, 동문과 서문을 각각 잇는 길이 중앙에서 교차하는 구조였다. 자연스럽게 네 부분으로 구획된 읍성 내부에 각각 특정한 가능을 부여한 듯하다. ‘읍내전도’는 동남쪽에는 관아 시설이 몰려 있고, 동북쪽에는 집경전이 내부 지역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집경전이 사라진 이후의 변화인지 민가도 적지 않게 보인다. 서남쪽은 ‘선무별장소’(選武別將所)를 비롯한 군사적 기능이 몰려 있고, 북서쪽에는 원형 감옥도 보인다. 서쪽에는 민가가 많은데 담장 쪽으로 밭도 적지 않다. 향일문을 통해 읍성 내부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각종 선정비 등을 한데 모은 비석군이 보인다. 읍성 중심부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새로 지은 황성동 주민센터와 황성동 주민자치센터가 나타난다. 주민자치센터와 맞붙은 공터에 옛집의 자재로 썼던 석물을 한데 모아 놓은 공간이 보인다. 주춧돌과 장대석이 많지만 누정의 하부 구조와 통돌을 다듬어 만든 계단도 있으니 위계가 높은 건물이었을 것이다. 공터 끝에 한자로 ‘집경전구기’라고 새긴 비석이 보인다. 이곳이 집경전 옛터였음을 알 수 있다. ●관아 흔적… 지금은 공공시설·빌딩 가득 주민센터에서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경주부 관아의 흔적이 흩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지금 공공시설은 물론 민간 빌딩까지 갖가지 건물이 가득 들어차 있다. 경주경찰서와 119안전센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청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일대가 옛 관아 터다. 그 북쪽 경주문화원이 경주부 수령과 가족이 살던 내아 터다. 일제강점기 경주문화원 건물은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원으로 쓰였다. 기능을 이어받은 국립중앙박물관 경주분관은 1975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승격하며 지금의 자리로 옮겨 간다. 경주문화원 마당에는 창고로 전락한 성덕대왕신종 종각의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수재와 화재로 벌판에 나뒹굴던 신종은 1506년 읍성 남문 앞에 종각과 함께 자리잡았다. 신종과 종각은 1915년 총독부박물관 분관으로 옮겨졌는데, 신종이 경주박물관과 함께 떠나가면서 종각만 남은 것이다. 객사의 일부였던 동경관(東京館)은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대형 마트로 남쪽을 가로막힌 퇴직교원단체 청사 마당 한 켠에 방치되다시피 놓여 있다. 정청을 중심으로 좌우에 서헌과 동헌이 있었지만 한쪽 날개만 홀로 남았다. 일제강점기 국민학교로 썼다는데, 여전히 교육 시설로 활용하는 듯하다. 경주시는 동헌과 객사, 집경전을 복원하는 종합정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본격화되지는 않았다. 비용이 문제이고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최소한 지금처럼 초라한 모습은 벗어났으면 좋겠다. 경주읍성 내부를 돌아보면 우리가 신라에 들인 공력과 비교해 이후 역사에서는 너무 푸대접한 것이 아닌가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꽃 피고 홍어 익는 나주로 떠나볼까

    꽃 피고 홍어 익는 나주로 떠나볼까

    전남 나주시가 봄꽃과 전통문화, 미식 축제를 연계한 관광 콘텐츠와 숙박 인센티브를 결합하는 등 ‘2026 나주 방문의 해’를 맞아 체류형 관광도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월 축제가 주목된다. ‘제6회 천년나주목읍성문화축제’가 15~17일 나주읍성권 일대에서 열린다. 수문장 교대 의식과 조선 한복 패션쇼, 남사당 줄타기 등 전통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확대해 가족 단위 관광객 유입을 유도한다. 22~24일 영산강 둔치 체육공원 일원에서는 ‘제22회 영산포 홍어&한우축제’가 진행된다. 홍어삼합과 한우 등 남도 대표 미식을 현장에서 즐길 수 있으며 막걸리 시음 등 다양한 먹거리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특히 영산강 일대에 양귀비와 안개초가 어우러진 대규모 꽃단지(14만㎡)와 포토존을 조성해 볼거리를 더할 계획이다. 시는 숙박 인센티브 ‘1박 2득’ 사업도 운영한다. 관외 관광객이 1박 이상 숙박하고 관광지 1곳 이상 방문하면 동행 인원에 따라 최대 15만원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나주사랑상품권 또는 나주몰 포인트로 지급된다. 황포돛배 50% 할인 등의 혜택도 있다.
  • 극적 휴전 뒤엔 중국 있었다… ‘달러 패권’ 대신 위안화 실리도

    극적 휴전 뒤엔 중국 있었다… ‘달러 패권’ 대신 위안화 실리도

    트럼프 “中, 이란 협상하게 만들어”왕이, 러·걸프국과도 고위급 교류美 제재에도 이란산 원유 대거 수입러시아도 ‘중동 대체 공급처’ 수혜 이번 중동전쟁에서 미국과 이란간 휴전 논의 과정에서 ‘그림자 중재’ 역할을 자처한 중국은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국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명분없는 전쟁으로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는 사이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휴전 논의 과정에서 주요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도와 물밑 중재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FP통신에 “중국이 이란을 협상하게 만든 것 같다”며 중국의 역할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특히 중국은 중재 막판에 우호국인 이란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종용하며 유연성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쟁 발발 초기에는 중동 상황과 거리를 뒀던 중국은 사태가 악화되며 조금씩 전쟁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란 외에도 이스라엘, 러시아, 걸프 국가 등과 20차례 넘는 고위급 통화를 하며 적극적으로 중재 목소리를 냈다. 또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중동 특사를 파견하며 외교적 접촉도 이어갔다. 이와 관련 당초 3월말부터 예정됐던 미중 정상회담이 전쟁 상황으로 연기되며 중국 역시 이번 전쟁의 영향권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으로선 5월로 연기된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이 전쟁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은 전장이 아닌 경제에서 이번 전쟁의 실질적인 수혜를 얻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 미국은 이란산 석유를 세계 시장에서 퇴출하기 위한 ‘최대 압박’ 전략을 시작했음에도 이란은 매달 수십억 달러 상당의 석유를 판매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란산 원유 구매량을 급격히 늘리며 현재 이란산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이 같은 우호관계 덕분에 이란산 원유를 실은 중국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고, 특히 해협 통행료 수단으로 위안화가 사용되며 1970년대 이후 세계 질서의 한 축이었던 페트로 달러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흔들렸다. 아울러 러시아도 이번 전쟁의 또다른 승자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석유·가스 공급이 끊기자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 공급원으로 러시아산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러시아가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 여건도 조성됐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호르무즈 해협 선박 보호와 봉쇄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시켰다.
  • 호르무즈 풀리면 ‘원유 1400만 배럴’ 온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정부가 선박들의 통항 재개를 위해 선사들과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통항 재개를 위해 이란 등 관련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는 8일 선박 운영 선사들과 대책 회의를 열고 해협 통항 계획 및 통항 방식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서 선사들은 자체적으로 통항계획을 수립해 운항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운항 전 과정에서 실시간 안전 정보를 제공하고 선박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적용되는 운항 자제 권고는 해협 내 위험 요소가 아직 존재하는 만큼 유지된다. 해수부는 “선박 통항 시기에 대해서는 관련국 정부들의 통항 방식에 대한 후속 발표, 외국 선박들의 통과 상황 등을 지켜보며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선박들이 단기간 내 한국으로 향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와 이란 당국 간 협의에서 구체적인 안전 확보 방안이 해결되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26척의 선박들이 갇혀 있다. 원유 운반선 9척, 석유제품 운반선 8척, 벌크선 5척, LNG·LPG 운반선 2척, 컨테이너선 1척, 자동차 운반선 1척 등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해협 내에는 화주인 국내 정유사를 기준으로 유조선 총 7척이 대기 중이다. 7척 가운데 4척은 국적선사 소속이다. 여기에는 약 1400만 배럴의 원유가 실려 있다. 현재 해협 내에 우리 LNG 수송선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는 이날 한국 선박의 통항과 관련해 “정부는 우리 선박의 통항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사와의 협의 및 관련국과의 소통을 가속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란 측이 군과의 협조 및 기술적 제약 등을 고려한 가운데 통항을 재개할 것임을 밝힌 바 구체적인 통항 방식과 조건 등에 대해서는 관련국과의 소통을 통해 면밀히 파악해 나가고 있다”며 “통항에 필요한 선박 리스트 등 제반 사항에 대해서도 선사와 긴밀히 협의하며 신속히 재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현재 해협 안팎과 페르시아만 일대에는 2000척 이상의 선박이 대기 중이다. 때문에 먼저 해협을 탈출하기 위한 외교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트럼프 “호르무즈서 공동 사업”… 통행료 묵인 가능성

    트럼프 “호르무즈서 공동 사업”… 통행료 묵인 가능성

    전쟁 직후 봉쇄하자 유가 치솟아이란 군사적 열세에도 협상 동력‘2주 휴전’ 호르무즈 통제권 가늠자트럼프 “큰 수익 생기면 이란 재건” 이란은 군사적 열세 속에서도 세계 경제의 숨통인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해 미국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미국을 ‘호르무즈 늪’에 빠뜨린 이란에 대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 자산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협상에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미국이 받아들일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 정체 해소를 도울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조치로 큰 수익이 생기면 이란은 재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통행료 징수 관련 질문에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 사업’(joint venture) 형태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도 전했다. 이는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묵인하겠다는 것으로, 일종의 전쟁 배상금으로 간주하고 미국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권’을 사실상 인정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가 이번 전쟁에서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쟁 기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유조선이 불타고 기뢰 설치가 거론되자 세계 경제는 고유가 공포에 파랗게 질렸다. 이란이 해협의 항행을 막아서면서 전쟁의 성격이 ‘경제 전쟁’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가 오가는 해상 길목이 이대로 막히면 1970년대 석유 파동보다 심각한 충격이 번질 거란 우려가 퍼졌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간과한 게 패착이 된 셈이다.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지난해 ‘12일 전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도 당시 12일 전쟁과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오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이란은 ‘안전한 통행’을 내세워 물동량을 관리하고 인접한 오만과 통행료를 나누겠다는 구상이다. 협상이 진행되는 2주간 어떤 선박이 통과되는지, 통행료가 얼마나 부과되는지 등이 이란의 해상 통제권을 보여줄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MST마퀴의 에너지 연구 책임자인 사울 카보닉은 “평화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더 자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 이란 매체 “이스라엘 휴전 위반, 유조선 호르무즈 통행 중단”

    이란 매체 “이스라엘 휴전 위반, 유조선 호르무즈 통행 중단”

    미국과 이란의 8일(현지시간) 휴전 발효 후 한때 재개됐던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행이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 탓에 다시 중단됐다는 이란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들의 통행이 멈춰섰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이란의 극적 합의로 2주간 휴전이 발효되며 이날 오전 유조선 2척이 이란 당국의 허가를 받아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헤즈볼라를 겨냥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공습을 이어가고 베이루트를 재타격하는 등 긴장이 다시 고조되자, 이란 측이 해협 통제를 다시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휴전 합의를 끌어낸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최고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이란 타스님뉴스는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계속 공격해 휴전 합의를 위반한다면 이란은 이 합의를 철회하겠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날 “레바논을 포함,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중단한다는 조건을 미국이 받아들여 2주간의 휴전이 성사됐는데 이스라엘이 오늘 아침부터 레바논을 무도하게 공격해 휴전 합의를 명확히 어겼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의 아비하이 아드라이 아랍어 대변인은 엑스에 “레바논에서 전투는 계속된다. 휴전엔 레바논이 포함되지 않는다”라며 레바논 남부 자흐라니강 이남의 주민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 내일 3차 석유 최고가제 앞두고 국제유가 급락, 국내 급등… 정부 “유가·통항 종합 반영”

    내일 3차 석유 최고가제 앞두고 국제유가 급락, 국내 급등… 정부 “유가·통항 종합 반영”

    휴전 소식에 WTI 장중 한때 19% 폭락 서울 휘발유 2014원·경유 1996원…12원↑ 호르무즈 유조선 7척 풀리면 3주 뒤 도착산업부 “통항 확인 중… 신속 통항 지원” 유조선엔 1400만 배럴… 5~6일치 물량10일 0시 시행 3차 석유 최고가제 영향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우리 유조선의 통항 재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외교 라인을 통해 통항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원유 수급 정상화 기대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10일 0시부터 시행될 3차 석유 최고가격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더 가파른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8일 통행 해제 시점과 관련해 “현재 외교 경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운항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 중”이라며 “언제 도착할지 확답하긴 어렵지만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외교부, 해수부와 협의해 우리 유조선의 신속하고 안전한 통항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에는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 총 7척이 대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적선사는 4척이다. 여기에는 원유 약 1400만 배럴이 실려 있다. 해협 내에 우리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협 내부에 있는 물량이 약 1400만 배럴인데 오는 데 통상 20~23일 걸린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 바로 풀린다 해도 국내에는 3주 정도 뒤에 들어올 것”이라며 “해당 물량은 국내 하루 석유 사용량이 약 250만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5~6일치 정도 돼 원유 수급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휴전 소식은 9일 발표 예정인 정부의 ‘3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휴전 소식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최고가격제 금액 선정과 계속 시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미 정유사가 국제유가가 비쌀 때 원유를 사왔을 가능성이 높아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의 상한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떨어졌지만 이전까지 정유사들이 비싸게 원유를 사와 주유소에 공급하던 상황이라 오늘 떨어졌다고 해서 바로 금액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며 “국제유가 추이와 해협의 실질적 통항 상황 등 모든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가격을 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동발 원유 공급 불안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국제유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8일 오후 6시 40분 현재 전장 대비 16.6% 급락한 배럴당 94.2달러를 나타냈다. WTI 선물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2주간 휴전에 동의했다고 밝힌 직후 수직 하락했다. 한때 91.1달러까지 밀리며 하락률이 19%에 달하기도 했다. WTI 선물 가격이 장중 기준으로 10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 2일 이후 처음이다. 전국 주유소 기름값 10원 이상 급등‘국내 최고’ 제주 휘발유값 2026원반면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연일 오름세가 이어졌다. 전날 서울 평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날은 휘발유와 경유가 나란히 두 자릿수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78.6원으로 전날보다 10.4원 올랐다. 같은 시각 경유 가격도 10.6원 상승한 1970.4원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13.9원으로 전날보다 11.8원, 경유 가격은 12.4원 상승한 1995.8원으로 2000원에 육박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제주 지역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일 이미 2000원을 넘어섰으며 이날은 전날보다 5.3원 오른 2025.9원을 기록했다. 휴전 직후 폭락한 국제 유가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오후 6시 32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나는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 與이훈기 “대미투자법이 퍼주기? 국익 확대 기회”…구윤철도 맞장구 “투자”

    與이훈기 “대미투자법이 퍼주기? 국익 확대 기회”…구윤철도 맞장구 “투자”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대미투자특별법과 관련해 “이 법은 단순한 퍼주기가 아니라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과 국익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전날 늦게까지 본회의장을 지킨 김민석 국무총리를 향해 “‘새벽 총리’가 밤늦게까지 고생 많으시다”고 운을 뗀 뒤 “대미투자특별법은 산업통상부, 재정당국, 외교당국 등 여러 부처가 함께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지난달 한미의원연맹 방문단 일원으로 미국을 다녀온 것을 언급하며 “정부가 시행 이전부터 전략적으로 준비해 우리 기업에 실질적인 기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미 텍사스의 대규모 전력 인프라 사업과 조선 협력 확대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미투자특별법이 향후 원전·조선·전력 인프라 등 우리 기업의 강점 분야를 미국 시장과 연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관심 있고 진출하고 싶어 하는 분야를 미국이 선정하게 돼 있는 만큼 사전에 물밑에서 잘 조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거기에 따라 우리에게 좋게 작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런 전략적 투자가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부분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특별법 시행 전이라도 행정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업계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대미투자특별법이 퍼주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퍼주기가 결코 아니다. 투자다”라고 강조했다.
  • ‘사실혼’ 20대 동성부부 “혼인신고 왜 안 받아주나요”…소송 제기

    ‘사실혼’ 20대 동성부부 “혼인신고 왜 안 받아주나요”…소송 제기

    울산의 20대 동성부부가 8일 법적 혼인 관계를 인정해달라는 취지의 혼인 평등 소송을 제기했다. 울산인권연대와 시민단체 모두의결혼에 따르면 20대 남성 이현중(가명·조선소 노동자)씨와 오승재(공무원)씨는 이날 울산가정법원에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서’를 접수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3일 울산 남구청에 혼인신고를 했으나 ‘현행법상 수리할 수 없는 혼인신고’라며 불수리 처분을 받자 이번에 소송을 냈다. 울산인권운동연대 등은 이날 울산가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22년부터 교제를 시작한 두 사람은 현재 서로 혼인 의사를 갖고 부부로 살고 있으며 가족들도 모두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고 있다”며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을 해 자격확인서에는 오씨가 이씨의 사실혼 남편으로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별이 같다는 이유 단 하나 때문에 두 사람은 법적으로는 거의 모든 제도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두 사람이 분명한 혼인 의사를 갖고 증인 등 필요한 내용을 갖춰 혼인신고를 한 것을 지자체는 마땅히 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불수리 처분을 고수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불수리 처분의 근거라 할 수 있는 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정 신청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각각 부산과 대구에 사는 동성부부 2쌍도 해당 지역 가정법원에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신청을 했다. 앞서 지난 2024년 10월에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 동성부부 11쌍이 혼인 평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2월에는 국내 최초로 동성결혼 관련 헌법소원이 청구되기도 했다.
  • HD현대, 협력사에 에틸렌 2000t 수급 지원한다

    HD현대, 협력사에 에틸렌 2000t 수급 지원한다

    HD현대가 중동 전쟁 여파로 원료 부족을 겪는 중소 협력사에게 에틸렌을 공급하는 등 지원에 나선다. HD현대는 선박 건조 핵심 원재료인 에틸렌, 도료 원료 등을 협력사에 공급하고 금융 지원을 병행한다고 8일 밝혔다. HD현대는 정유·석유화학 계열사를 통해 주요 원재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뒤 협력사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지원하기로 했다. 선박 강재 절단에 쓰이는 에틸렌의 경우 HD현대케미칼을 통해 2000t을 수급해 협력사 요청 시 다음달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HD현대오일뱅크를 통해 도료의 핵심 원료인 자일렌을 협력사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협력사 금융 지원도 실시한다. 정책금융과 연계해 조선, 건설기계, 전력기기 분야 협력사를 지원한다. 올해 초 4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수출 공급망 강화 보증상품’을 통해 협력사가 무담보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달 중 첫 협력사 지원이 이뤄진다. HD현대는 협력사별 경영 상황을 점검하며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HD현대 관계자는 “핵심 원재료 선제 확보와 금융 지원을 병행해 협력사들이 안정적으로 생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경남, 3조 투입 ‘피지컬 AI 산업’ 승부수…제조업 혁신 거점 도약

    경남, 3조 투입 ‘피지컬 AI 산업’ 승부수…제조업 혁신 거점 도약

    경남도가 2030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해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부를 ‘글로벌 피지컬 인공지능(AI) 혁신 거점’으로 탈바꿈시킨다. 단순히 신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기술과 인프라, 인재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성장하는 자생적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박완수 도지사는 지난 7일 오전 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열린 ‘경상남도 인공지능산업 자문회의’를 주재하며 이 같은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박 지사는 “경남은 현재 원전과 방산,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며 “이러한 성장세를 지속 가능한 동력으로 이어가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양대 축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은 기계·부품·소재 중심의 제조업이 집적된 지역인 만큼 디지털 정보에 물리적 실체를 결합한 ‘피지컬 AI’ 분야에서 최적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도는 피지컬 AI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기업과 인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산·학·연·관 전문가 30여 명이 참석해 경남형 AI 산업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1부 주제 발표에서는 경남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한 ‘피지컬 AI 산업 메카 조성 방안’과 ‘AI 핵심 유망산업 육성 로드맵’이 공유됐다. 2부 토론에서는 지역 중소·중견 기업의 인공지능 전환(AX) 지원 정책과 전후방 산업 간 연계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참석 전문가들은 우주항공·방산·조선 등 경남의 국가 핵심 산업 역량을 강조하며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실증 인프라 지원과 맞춤형 실무 인재 양성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지사는 “제시된 전문가들의 고견을 실질적인 정책으로 승화시켜 경남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발판으로 삼겠다”며 “정부 예산 확보와 국책 사업 발굴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경남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혁신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도는 이번 자문회의 결과를 토대로 AI 산업 육성 로드맵을 더욱 정교화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세부 과제 실행에 돌입할 예정이다.
  • 中 왕이 외교부장 9∼10일 방북…6년 7개월 만

    中 왕이 외교부장 9∼10일 방북…6년 7개월 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약 6년 7개월 만에 북한을 찾는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한 외무성의 초청을 받아 오는 9∼10일 방북한다고 전했다. 왕 부장이 북한 땅을 밟는 것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평양에서는 최선희 외무상과의 회담이 예정돼 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북중 외교장관의 대면 만남은 지난해 9월 최 외무상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 광주 기독선교기지·환벽당, 세계유산 등재 본격화

    광주 기독선교기지·환벽당, 세계유산 등재 본격화

    광주 남구의 기독선교유산, 북구 환벽당 등 역사 유산들이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본궤도에 올랐다. 광주시는 국가유산청이 주관하는 ‘2026년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사전자문 지원사업’ 공모에서 ‘한국기독선교기지’·‘별서정원과 원림’ 2개소가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사전자문 제도는 세계유산 등재 신청 전 초기 단계부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세계자연보전연맹 등 국제 전문 자문기구로부터 유산의 가치와 보존관리 체계에 대한 심도 있는 자문을 구하는 절차다. 사전자문 절차를 거친 유산은 자문보고서를 받은 후 5년 이내 등재신청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세계유산 등재의 필수 관문인 ‘예비평가’ 절차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등재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등재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이번에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 사전자문 지원사업에 선정된 유산들은 광주가 추구해 온 보편적 인권과 인문 정신을 보여주는 핵심 역사 자산이다. ‘한국기독선교기지’는 19세기 말 조성된 교육·의료·종교 복합 공간으로, 당시 봉건적 계급 타파와 남녀평등 교육을 실천하며 사회구조 변화를 이끌어낸 거점이다. 광주에는 남구 양림동을 중심으로 오웬기념각·우일선 선교사 사택·선교사묘역 등을 포함한 기독선교기지가 형성돼 있다. 광주 환벽당은 광주호 상류 충효동에 조성된 정자로, 나주목사를 지낸 김윤제(1501∼1572)가 낙향하여 창건하고 육영에 힘쓰던 곳이다. 광주 취가정, 담양 소쇄원·식영정 등과 함께 15∼16세기 조선 사대부들이 자연 속에 조성한 ‘별서정원’의 하나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극대화한 한국 특유의 자연관을 보여준다. 광주시는 이번 선정을 통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사전자문 준비를 위한 연구 지원을 받게 된다. 선정된 유산의 사전자문 신청서는 국가유산청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 제출해 향후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에 따른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을 예정이다. 황인채 문화체육실장은 “세계유산 사전자문 선정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문화유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라며 “사전자문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 세계유산 등재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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