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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구직급여 신청 18% 급증

    울산, 구직급여 신청 18% 급증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조선 관련업체가 밀집한 울산지역에서 실직자가 급증했다. 고용노동부가 29일 발표한 구직급여 신청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30만 727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53명(1.3%) 증가했다. 특히 울산은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가 9454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포인트나 늘었으며, 전국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한국판 양적완화 뜨거운 논쟁] 양적완화 하면 좋지만… 강제땐 중앙銀 독립성 흔들려 ‘고민중’

    [한국판 양적완화 뜨거운 논쟁] 양적완화 하면 좋지만… 강제땐 중앙銀 독립성 흔들려 ‘고민중’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거칠게 표현하면 ‘하면 좋지만, 안 해도 할 수 없다’로 요약된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채권을 인수함으로써 구조조정 재원을 확충해주는 것인데, 이걸 정부가 추진하거나 강제하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뒤흔드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한국판 양적완화를 들고 나오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의 선거 공약은 아니라 생각된다”며 강봉균 전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개인적 소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돌렸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의 고유업무라는 판단과 함께 국민 부담으로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정치적 논란을 촉발시킬 가능성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총선 뒤 곧바로 협의체가 본격 가동되는 등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정부는 입장을 바꿔 한국판 양적완화가 실행될 경우의 시나리오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 일단 정부는 안이한 운영으로 자기자본비율(BIS)을 깎아먹은 산은과 수은의 인력·조직 개편 및 자회사 정리 등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요구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적정 규모의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 한은이 새로 돈을 찍어 출자나 채권 인수 등의 형식으로 지원해주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큰 규모의 재정 투입을 위해서는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추가경정예산편성(추경)과 달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로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국회를 방문한 유 부총리는 “중국 성장률이 5% 이하로 갑자기 뚝 떨어진다든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수준으로 가서 수주가 안된다든가, 해외 건설도 하나도 안되고 이러면 경기하강 요인이 될 수 있고 추경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은 그런 게 보이진 않고, 조선업 구조조정 때문에 경기가 대폭 침체될 것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또 “추경이 필요하다면 죽어도 못한다든가 그것은 아니다”면서도 “법을 지켜야 하니까 추경 요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 산업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해선 넉넉한 ‘실탄’(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 정부가 국책은행에 현물·현금을 출자하는 것만으로는 구조개혁 과정에 필요한 재원 확보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과 통화(한국판 양적완화)가 함께 가면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 측에서 추진하거나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산은 “한은, 후순위채 인수·현금 지원 선호”

    박 대통령 “국책銀 지원 여력 확충” 한은 ‘발권력 동원’ 여전히 신중 조선·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이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산업은행이 한국은행을 향해 후순위채 인수 등 구체적인 지원 방법을 언급했다. 한은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다. 이대현 산업은행 정책기획부문장(부행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정책기획부문 업무 설명회에서 “한은이 산은의 구조조정 ‘실탄’을 보강한다면 그 방안으로는 후순위채를 인수하거나 아예 자본금을 주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범위와 속도가 확산하고 빨라진다면’이라는 가정법을 썼지만 산은이 한은 지원의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부행장은 “해운산업만 보면 실탄 여력은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조선업의 구조조정 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면 산은도 자본확충이 필요해질 수 있다. 단 언제, 얼마인지는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용 실탄 보급을 위해 한은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매입 ▲산은이 발행한 후순위채 인수 ▲자본금 확충 등 크게 3가지다. 이 중 산금채는 자금 조달 효과는 있지만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산은 입장에선 꺼려지는 카드다. 또 굳이 한은이 나서지 않아도 시장에서 자체 소화가 가능하다. 반대로 한은이 후순위채를 인수하거나 자본금을 대준다면 이 돈은 고스란히 산은의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거듭 한국판 양적양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원은 미국 등 선진국의 무차별적인 돈 풀기가 아닌 선별적 양적완화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국책은행 지원 방안을 논의할 수는 있지만 한은이 산은에 출자하는 것은 현재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도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지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한은 소식지를 통해 “필요하면 단기적 정책 대응도 강구돼야겠지만 정책 시계와 궁극적인 정책 목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현대重 임원 25% 감축…조선 빅3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신호탄

    현대重 임원 25% 감축…조선 빅3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신호탄

    신규 임원은 단 한 명도 선임 안 해 대우조선·삼성重도 추가 감원 예상 R&D부문 등 미래 경쟁력 강화 차원 상반기 대졸 400여명 신규 채용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현대중공업이 조선 계열 5개사의 임원 25%를 줄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7일 밤 상반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60여명의 임원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조선업계 ‘맏형’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창사 이래 최악의 일감 부족 현상이 눈앞에 다가오는 상황에서 임원부터 대폭 줄이기로 했다”면서 “회사 생존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환구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안전경영실장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일부 승진 인사가 있지만 신규 임원을 단 한 명도 선임하지 않은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임원이 줄어들면서 불가피하게 업무 공백을 피하기 위해 소폭의 승진 인사만 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인력 감축에 본격 돌입하면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도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4조원대 자금을 지원받은 대우조선에 추가 자구안을 요구했으며, 삼성중공업에도 경영 개선을 위한 자구 계획안을 수립하도록 했다. 조선업계는 이 두 회사의 인력 감축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대우조선은 55명의 임원 중 16명을 내보냈으며, 근속연수 20년 이상 된 직원 30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삼성중공업에서도 지난 한 해 약 1000명이 회사를 떠났다. 다만 조선 ‘빅3’는 유휴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더라도 미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신입 직원 채용은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 상반기에만 400여명을 뽑는다. 현대중공업이 300명 수준으로 가장 많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합쳐 최대 100명(이공계 출신)을 선발한다. 설계, 연구·개발(R&D) 인력이 대부분이다. 3사 모두 다음달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신규 인력 채용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면서 “신입 직원들이 위축된 조선소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IoT·바이오 등 신산업 R & D 1000억 투자하면 세금 300억 빼준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사물인터넷(IoT), 에너지신산업, 스마트카,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시설에 투자하면 세법상 최고 수준의 지원을 받게 된다. R&D 투자금액의 30%, 시설 투자금액의 7%(중소기업은 10%)를 내야 할 세금에서 빼준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된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경제여건 평가 및 정책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신산업 분야 투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대폭 늘렸다. 이와 함께 신약과 인공지능(AI) 등 고위험 분야 신산업 투자 규모를 늘리고 리스크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신산업 육성 펀드’도 개설해 운영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문화·콘텐츠 등 10여개의 신성장 분야를 상반기 중 선정해 80조원의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또 규제프리존 특별법의 입법을 서두르고 법안 통과와 무관한 개별 법령 개정은 6월 말까지 끝내기로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현재 R&D 시설, 생산성 향상 시설, 에너지 절약 시설 등의 투자에 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 출연 시 세액공제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적용기한 또한 올해 말에서 2019년 말까지 연장한다. 협의체 가동으로 시동을 건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의 인력·조직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합병에 따른 중복자산을 팔 때 주어지는 과세특례 혜택도 확대한다. 구조조정으로 고용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하반기에 6조 5000억원의 재정보강도 추진된다. 유 부총리는 “채권단, 기업, 정부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결단이 필요할 때 과감히 결단하는지 여부가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면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그래도 수주 1위?… 2년치 일감도 안 남았다

    선수금 빼면 실매출액 반토막 “반짝 실적에 웃을 때 아니다”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된 조선업계가 세계 무대에서는 ‘수주 강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세계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국내 업체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형 조선 3사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수주잔고(인도 기준)만 가지고 판단하면 착시 현상에 빠질 수 있다. 27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랙슨리포트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3월 말 수주잔량은 118척, 782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세계 1위다. 수주잔량 2위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450만 CGT, 95척), 3위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439만 CGT, 81척), 4위는 현대삼호중공업(341만 CGT, 84척)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68억 달러(약 42조 2000억원)다. 그러나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전체 금액의 30%)을 제외하면 실제 수주잔고(매출 기준)는 257억 달러 규모로 줄어든다. 대우조선 연간 매출액(15조원) 기준으로 2년치 일감도 안 된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전날 올해 1분기 흑자전환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기뻐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로 현대중공업도 극심한 수주난 탓에 수주잔고(인도 기준)가 29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매출로 인식한 부분을 빼면 162억 달러로 쪼그라든다. 조선 부문(90억 달러)은 향후 1년 3개월치 일감에 불과하다. “도크가 빈다”는 최 회장의 경고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3위 삼성중공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달 호주의 우드사이드가 해양 프로젝트(브라우즈) 개발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지난해 수주한 47억 달러 규모의 해양 플랜트를 잔고에서 빼야 할 판이다. 이 경우 실제 수주잔고는 211억 달러가 된다. 올해 조선 빅3의 수주 건수가 3척에 불과한 가운데 총 23기의 해양 플랜트마저 인도되면 수주잔고는 더욱 줄어든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선과 해양의 동반 수주 경색으로 잔고가 비고 있다”면서 “(일회성) 실적 개선에 웃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조선사 구조조정,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는데…

    조선사 구조조정,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는데…

    “대주주(산업은행)가 투자를 막고 있다.” 2012년 3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임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실제 대우조선의 연간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은 점점 줄어 800억원(0.5%)에도 못 미친다. 반면 경쟁사 삼성중공업은 꾸준히 1000억원대 투자를 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27일 “일본의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R&D 투자 비중이 1%도 안 되는 산업은 살아나기 어렵다”면서 “지금의 결과는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2000년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을 제때 구조조정 하지 않은 채 산업은행 품에 넘겼을 때부터 위기는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산은은 그동안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 매몰돼 적정 매각 타이밍을 놓치고 10조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대우조선에 쏟아부었다. 그러면서도 대우조선으로부터 2529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2005년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빼갔고, 2008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났을 때도 배당을 더 늘렸다. 지난해 대우조선이 5조원대 적자를 내자 처음으로 배당을 멈췄다. 대우조선도 16년 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있으면서 투자 부족, 경영 부실, 사기 저하의 ‘3중고’를 겪고 있다. 노조의 힘은 갈수록 커져 30대 그룹 중 근속연수(16.8년)가 가장 긴 회사가 됐다. 2019년까지 3000명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정년퇴직자 2500여명을 제외하면 실제 구조조정 인원은 500명 안팎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16년 전 정부의 정책적 판단 실수가 조선업 위기를 불러왔다”면서 “구조조정 첫 단추만 잘 끼웠어도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채권단 권한·책임 모호… 구조조정 사령탑이 없다

    3명이 게임을 시작했다. A가 돈을 잃었다. B와 C가 A에게 돈을 빌려줬다. 만회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A는 계속 잃기만 했다. 힘들고 지쳐 체력도 떨어졌고 승률도 점점 떨어졌다. 이 ‘승산 없는 게임’을 끝낼 수 있는 것은 돈을 꿔주며 동참한 B와 C일까. 아니면 게임장 문을 연 주인장일까. ●“주인 놔두고 플레이어더러 게임 말리라니…” 한 금융권 고위 임원은 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구조조정 청사진을 보고 이렇게 비유했다. 수조원대 손실을 낸 조선·해운사와 여기에 계속 돈을 쏟아부은 국책은행 등 채권단이 게임을 끝내는 게 이론적으로는 맞는다. 하지만 게임장을 내려다보면서도 수수방관한 주인은 국책은행 대주주인 정부다. 이 임원은 “지금 형국은 정작 주인은 나서지 않고 플레이어더러 게임을 말리라고 하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채권단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여전히 “구조조정 사령탑이 없다”고 우려한다. 3개 트랙(경로)으로 나눈 업종은 구분 기준도 애매하고 해법도 대동소이하다. 특히 정부가 “채권단 주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사실상 국책은행에 공을 넘겼지만 채권단이 다루기엔 환부가 온몸으로 너무 퍼져 있어 환자의 생명 자체가 위험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한 곳의 금융권 익스포저만 21조 7000억원이다. 이 중 18조 3000억원(84.3%)이 국책은행에 몰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충당금에 대손준비금까지 다 감당하고 퇴출, 합병을 결정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1만 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조선업계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근로자, 채권자 문제 등 기존 이해관계를 모두 건드리는 사안이고 조선사와 해운사는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채권단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큰 틀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행법상 해고 등 인력 조정이 어렵지 않아 인건비 감축이 쉽지만 한국은 강성 노조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채권단의 권한과 책임도 모호하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너네가 주도하라고 했으면 ‘전권을 줄 테니 책임지고 구조조정을 하라’는 사인을 명확히 줘야 한다”면서 “하다 못해 부실 채권 가격 적정성 시비가 생기면 그때 가서 또 문제 삼을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살려야 할 기업도 있는데 채권단이 그런 의사결정까지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조선·해운업은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없애거나 합치는 것은 전반적인 산업 관점에서 ‘사령탑’이 방향을 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야당이 선점한 이슈라 더 몸 사려” 분석도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이 먹히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 관계자가 너무 많고 채권단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만 해도 은행이 들고 있는 채권은 절반이고 나머지는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다. 윤석헌 전 금융학회장은 “2013년부터 해운이 어려웠는데 그간 구조조정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나온 것이 없고 자율협약 등도 제 역할을 못 하는 실정”이라면서 “채권단이 부담스러운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수장들의 신호가 오락가락하다 보니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이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내가 직접 (구조조정을) 챙기겠다”고 했지만 며칠 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채권단 주도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원래 구조조정이라는 게 손에 피 묻히는 작업인데 관료 특성상 누가 선뜻 총대를 메려 하겠느냐”면서 “더욱이 이번 구조조정은 야당이 먼저 선점한 이슈이다 보니 더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해운사 쇼크’… 수천억대 충당금에 시중은행 ‘비명’

    ‘해운사 쇼크’… 수천억대 충당금에 시중은행 ‘비명’

    창명해운 법정관리 6044억 떼일 수도 한진해운·현대상선發 출혈 공포도 해운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해당 업종에 거액의 자금을 공급해 온 시중은행에 여진이 일고 있다.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 등 예상 가능했던 악재를 넘어 중견 해운사의 법정관리라는 복병까지 등장하면서 은행의 건전성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견 해운사인 창명해운이 지난 11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농협·신한·KB·우리은행 등 4대 대형은행이 거액의 충당금을 쌓거나 쌓아야 할 형편에 놓였다. 창명해운은 국내 170여개 벌크선사(비정기선사) 중 영업 실적 기준 12위 업체로 23척의 선박을 운영해 왔다. 창명해운은 현재 사옥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0위권 밖의 해운사지만 은행들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약 6044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진해운(약 2190억원)이나 현대상선(약 2160억원)의 시중은행 익스포저보다 더 많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이 4032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우리은행(704억원), 신한은행(723억원), KB국민은행(585억원) 순이다. 대출해 준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은행은 해당 채권을 ‘회수의문’ 또는 ‘추정손실’로 분류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액의 최소 50% 이상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당장 29일로 실적 발표를 코앞에 둔 농협은행은 직격탄을 맞았다. 농협은행은 1분기에 창명해운과 관련해 약 2332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올 1분기 순이익 등은 청명해운 충당금 등의 여파로 기대 이하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농협 입장에선 지난해 STX조선해양 때문에 쌓은 충당금에 이어 연타를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대출금의 84%가 넘는 610억원을, KB국민은행은 522억원을 쌓았다. 우리은행도 1분기 충당금이 약 4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빅 2’의 구조조정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 회사에 대한 금융권의 익스포저는 1조 7700억원에 이른다. 70%가량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부담이라지만 아직 파악되지 않은 시중은행들의 부실 위험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가의 용선료부터 수주 물량 부족까지 해운업계 전체가 똑같이 문제를 겪고 있다 보니 예상 못 한 돌발 변수가 어디서 또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구조조정이 해운을 넘어 조선업계로 본격화되면 은행들의 충당금으로 인한 출혈은 점점 심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울산, 中企 경영자금 지원 확대…거제, 예산 조기 집행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촉구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지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울산시와 경남 거제시 등 지자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재정 조기 집행으로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조선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및 고용위기지역 추진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울산시와 울산 동구청은 조선업 위기 극복을 위한 행정지원책 마련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우선 울산시는 예산편성에서 중소기업 경영안전자금을 50억~1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연말 조선해양기자재 장수명기술지원센터 착공 등 각종 연구기관 설립을 통해 조선기술 혁신도 이끌 예정이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지난 25일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 사장단(15명) 면담을 시작으로 26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28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울산시는 동구 지역의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고, 고용위기지역으로 선포하도록 요청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최소 1년간 실업급여 수급이 종료된 자에 대해 특별연장급여를 주는 등 각종 정부 지원을 우선 받게 된다. 경남도는 28일 거제시 상공회의소에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STX조선해양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업 위기 타개 긴급회의를 연다. 거제시도 5월부터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조선산업 위기극복 종합대책본부를 운영한다. 또 오는 6월 말까지 예정된 360억원의 예산을 모두 집행해 물품 구매, 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 조기 완공에 힘을 쏟기로 했다. 김진근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7일 “조선해양산업의 구조조정은 단순한 업종 간 통폐합과 인력 감축보다 앞으로 경기회복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 맞춰야 한다”면서 “조선 위기를 가져온 해양플랜트의 경우 빅3 가운데 2개 업체에 집중해 기술고도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조선 기자재도 중견기업 육성을 통해 빠른 시일 내 국산화율을 60~70%까지 올려야 한다”며 “따라서 정부는 조선산업 부문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해 고급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을 해결하고자 업체별로 R&D 기금을 특화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 구조조정이 전문 기술직보다 단순 노동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실직자들이 유사 직종의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재취업·창업 프로그램을 지방정부 등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손님들 소주 한 병도 망설여”…식당 매출 급감·술집 폐업 속출

    “손님들 소주 한 병도 망설여”…식당 매출 급감·술집 폐업 속출

    조선산업이 지역 경제를 떠받쳐 온 울산 동구와 경남 거제시. 지난 10여년간 호황을 누리던 ‘조선 도시’가 고강도 산업 구조조정에 직면했다. 위기다. 2~3년 동안 불황으로 지역 경제가 흔들린 데다 구조조정이 추가로 예고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지역 경제는 상권 쇠락, 집값 하락, 인구 감소 등이 연쇄 작용을 일으키면서 신음하고 있다. 울산 동구는 현대중공업과 함께 성장한 지역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협력업체 등에서 6만 5000여명이 조선업에 종사한다고 27일 밝혔다. 이 중 절반이 동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동구의 인구가 17만 5832명인데, 동구의 가구당 인구 2.5명으로 환산하면 3월 현재 동구 전체 인구의 46%인 8만 1200여명이 ‘조선 가족’인 셈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에게 매달 2000억원의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연간 2조원 규모다. 자재대금까지 합치면 연간 12조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매월 1000억원가량이 동구에 풀렸다. 지역 경제의 동맥이자 실핏줄이었다. ●현대중공업이 내는 지방소득세 반 토막 현대중공업은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의 살림살이까지 책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동구에 내는 지방세도 2014년 417억여원, 2015년 446억여원으로 연평균 400억~500억원이다. 2014년 동구 지방세 총액 1461억원을 기준으로 28.5%를 차지했다. 2015년엔 경기침체 때문에 지방세가 1375억원으로 줄었지만, 현대중공업이 낸 지방세는 더 많아져 비중이 32.4%로 높아졌다. 동구청에 내는 지방세와 별도로 현대중공업이 울산시에 납부한 지방소득세는 2013년 525억원 상당이었다. 적자가 시작된 2014년 255억원으로 반 토막 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17억원으로 줄었다. 이런 돈줄이 막히면 지역 경제는 휘청휘청할 수밖에 없다. 불황은 서민 상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무엇보다 근로자들의 얇아진 지갑 사정 때문이다. 동구의 음식점들은 지난해부터 30~5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 밤 장사는 타격이 더 크다. 2~3차 회식 문화가 사라진 탓이다. 불황을 못 이긴 동구 지역 단란·유흥주점 11곳이 지난해 문을 닫았다. 5% 수준에 불과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부동산 경기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울산 부동산 브리프’에 따르면 올해 2월 울산 지역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증가했지만 동구만 유일하게 0.3% 감소했다. 주택 전세금도 하락세다. 신규 아파트 84㎡형의 실거래가가 지난해 12월 3억 3000만원에서 3개월여 만인 올 2월 2억 9000만원으로 4000만원이 하락했다. 외국인 근로감독관과 협력업체 일용직 근로자들이 거주하다 빠져나간 아파트와 원룸은 몇 개월째 빈 채로 있다. 무엇보다 동구의 인구 감소세가 뚜렷하다. 조선 경기 호황에 힘입어 2011년부터 늘었던 인구는 2014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구는 2014년 3월 최고치 17만 8201명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3월 17만 6404명으로 감소했다. 올 3월에는 17만 5832명으로 더 줄었다. 현대중공업에서 감원을 시작하면 지역을 떠날 직원이 더 많을 것으로 동구청은 내다봤다. ●거제 인구 3명 중 1명 조선업 종사 전체 산업의 70% 이상이 조선 관련으로 이뤄진 경남 거제시는 더 심각하다. 대우조선해양 4만 5000여명, 삼성중공업 4만여명 등 근로자만 총 8만 5000여명이다. 거제시 인구 25만여명 중 35%에 해당한다.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거론되면서 거제시 경제는 가파르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조선업계 1위와 2위를 남기고 3위는 퇴출해야 한다는 분위기인 탓이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에 이어 압도적인 2위였으나 이제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2·3위 순위를 다투고 있다. 삼성중공업 인근의 한 족발집 사장(39)은 “경기가 좋을 때는 손님들이 돈에 신경을 쓰지 않고 술을 마셨는데, 요즘은 소주 한 병 추가도 망설이는 분위기”라며 “호황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30~40% 줄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 근처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50)씨는 “지난해부터 계속 가게 매출이 떨어져 3~4년 전보다 30%쯤 줄었다”며 “조선 경기가 한창 좋을 때는 매일 밤늦도록 가게 안이 북적거렸는데 요즘은 한산하다”고 걱정했다. 거제의 아파트 분양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2015년 상반기 거제 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은 1순위로 마감했다. 그러나 조선업체의 적자가 커지면서 하반기에 분양한 6개사 아파트는 분양률이 30~60%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아파트 시행사는 분양률이 10%를 밑돌자 계약금을 돌려주고 분양을 포기하기도 했다. 조선 기자재를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경남 고성군 회화농공단지에 있는 S업체는 거제 지역의 한 대형 조선소에서 배관제품을 수주받아 납품하는 설립 15년 된 소규모 조선 기자재업체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수주물량이 없어 공장 가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했다. 20여명이던 현장 근로자는 4명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이 몇 달 더 지속되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고성군 지역에는 STX고성조선소와 삼강엠앤티㈜, 고성조선해양㈜을 비롯한 크고 작은 조선산업업체 70여곳이 있다. 고성군은 조선산업이 호황을 누릴 당시 조선업체가 있는 동해면 해안도로에 ‘조선특구로’라고 이름을 붙이는 등 조선산업 육성을 지원했지만 언제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소조선업체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주문이 없는 상태에서 하청업체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력 유지를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부산 녹산공단과 경북 경주시, 포항시, 전남 영암군 등 조선 기자재업체들이 밀집한 다른 지역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거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 jhp@seoul.co.kr
  • [서울포토] 조선산업 구조조정 긴급현안 간담회

    [서울포토] 조선산업 구조조정 긴급현안 간담회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주재로 열린 조선산업 구조조정 긴급현안 간담회에 참석한 조선업계 노조 간부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발언내용을 듣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서울광장] 구조조정 성공, 정부 하기에 달렸다/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구조조정 성공, 정부 하기에 달렸다/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팔 게 있고 안 팔 게 있는 것처럼 지금 구조조정 한복판에 있는 조선과 해운 역시 상황이 나쁘더라도 결코 버리거나 내다 팔아서는 안 될 우리 산업의 근간이다. 조선 3사를 2개로 통폐합하느니, 국적 해운사가 꼭 2개 있을 필요가 있냐느니 하는 별의별 소리가 나도는 가운데 정부 구조조정협의체가 “M&A는 없다”고 못 박았다. M&A 대신 채권단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이다. 정부의 이런 결정에 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된 것도 그렇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고, 어떻게 위기를 넘기느냐에 따라 향후 20~30년을 향유할 수 있는 산업의 명줄을 끊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M&A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아는 사실이다. 지금부터 뼈를 깎는 고통과 마주해야 한다. 누구는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하고, 어떤 협력사는 파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우리 스스로 자신의 살점을 떼내는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 때문일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지금부터 정부 하기에 달려 있다. 해운·조선 업종은 말할 것도 없고 산업계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시급성은 더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제 비로소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총론이 나온 만큼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채권단과 기업에만 맡겨 두고 뒤로 빠져서는 안 되며, 정부가 할 수 있거나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적극적인 ‘개입’이 이번 구조조정 국면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한진해운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신청서를 반려하면서 용선료(傭船料)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 방향과 3개월을 버틸 수 있는 단기 운영자금 조달 방안을 가져오도록 했다고 한다. 알다시피 해운은 사람 몸으로 치면 핏줄과도 같다. 국적 해운사가 있고 없고가 우리 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연계돼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아무리 어려워도 내다 팔거나 포기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에 따른 자율협약 신청을 전적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호황이라는 이유로 고가에 선박을 대량 구입하고, 용선에 열을 올려 부채비율 1400%, 영업적자 3000억원에 이르는 부실 기업으로 만든 전임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 구원투수를 자청한 조 회장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고통을 분담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보면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 역시 용선료 협상을 한진에만 맡겨 두지 말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를 찾아봐야 한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덴마크,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자국의 해운사를 보호하기 위해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 일로 여겨선 안 된다. 후견인 못지않게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제어하는 일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질질 끌면 독(毒)이 된다는 사실은 조선사 해외 영업이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3개 회사를 2개 회사로 줄인다는 소문이 돌자 해외 선주들이 “문 닫고 폐쇄될 회사에 일을 주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사실 조선업계의 인력과 설비는 피크 때인 2008년에 맞춰져 있는 데다 세계 경기가 그때처럼 커질 가능성이 매우 적어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조선사들이 자체적으로 줄이고는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컨트롤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은 조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채권단, 업계가 모여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각론에 대한 지혜를 짜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은 세계 조선 빅3라는 위상에 걸맞은 특화 제품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최적화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 고통의 씨앗으로 희망의 꽃을 피워 내는 일이 구조조정이다. ykchoi@seoul.co.kr
  • “지금은 총론 아닌 각론으로 들어갈 때… 시간 지체하면 기아車 전철 밟게 될 것”

    “기대보다 미흡하고 구체성 떨어져… 내년 대선 고려 신속 구조조정 해야… 정무적 판단 앞서면 후유증만 남아” 3트랙 구조조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기대보다 미흡하고 구체성도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지금은 각론으로 바로 들어갈 때인데 한가롭게 각오나 총론을 논하고 있다는 신랄한 지적도 나온다. 이러다가는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경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발표는 실제 구조조정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 단계 수준의 계획과 의지를 밝힌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금융당국이 진정으로 구조조정의 의지가 있다면 하루속히 방향성과 데드라인을 제시해야 적시에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성 교수는 “생각처럼 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을 더 지체하면 정책 당국이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1997년 구조조정에 실패한 기아자동차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선업의 경우 지금의 3사 체제를 그대로 갖고 가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3사 체제가 과연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듀폰과 다우케미컬이 최근 합병한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주인 없는 회사가 스스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조직을 추스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내년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몇 개월밖에 없는데 정부가 구체적인 액션플랜과 로드맵 없이 원론만 논해 안타깝다”면서 “제2트랙인 상시 구조조정만 해도 지난해 말 이미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합쳐 229개 대상 기업을 선정했음에도 진척 상황이 없다면 근본 원인을 밝혀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여전히 올해 안에 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구조조정은 근로자, 채권자 등 기존 이해관계를 모두 건드리는 사안이기 때문에 누가 의사 결정을 어떤 권한으로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게다가 조선과 해운은 규모가 워낙 커 채권단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거나 방향을 정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의 큰 틀을 정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여야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구조조정 방향과 실업 대책 등을 원칙 없이 흔들 가능성이 높다”며 “큰 방향과 원칙을 세웠다면 외부 입김에 개의치 말고 앞만 보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후유증만 남을 것이라는 경고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미적지근한 정부 안이 나온 데 대해 “부실 파악이 덜 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반면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어디가 부실이고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정부가) 모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지금의 의지대로 얼마나 공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지가 결국 구조조정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조선·해운 인위적 합병·빅딜 없다”… 채권단에 칼날 넘긴 정부

    “조선·해운 인위적 합병·빅딜 없다”… 채권단에 칼날 넘긴 정부

    뒤숭숭했던 조선·해운업계 “정부 간섭 땐 비효율… 다행” “자칫 골든타임 놓칠 것” 우려도 현대·삼성重 경영 점검 나서자 일부 “관치금융” 날 선 비판도 정부가 26일 조선·해운업종 강제 합병을 공식 부인하고 채권단이 앞장서 개별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산업계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측에서는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구조적인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채권단 손에만 맡길 경우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근 조선소 방산 부문 ‘빅딜’, 해양사업 부문 통폐합, 해운업계 합병 등의 소문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조선·해운업계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그럴 일 없다”고 공식 표명한 데 대해 환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부분에 정부가 간섭하면 비효율만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방산 부문 통합은 (야드 중심의) 조선소 특징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면서 “1980년대 조선업 합리화 정책을 현시점에 똑같이 적용할 경우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종사자도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협상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정부가 합병 의사를 밝힐 경우 오히려 협상을 그르칠 수 있다”며 내심 반겼다. 업계는 정부가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 등을 정교하게 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중국, 일본의 추격, 글로벌 업황 장기화 등으로 우리 산업의 구조 개편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가 또다시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자 “실기(失機)할 수 있다”는 반응도 엿보였다. 조선업은 수주 절벽, 해운업은 세계 해운동맹 재편으로 퇴출 위기에 처했는데 정부가 안일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한진해운이 속한 ‘CKYHE’ 동맹은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조선업도 대우조선 추가 자구 계획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산업 전반의 큰 그림을 그려 줬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협회 차원에서 외부 컨설팅 업체에 조선업 경영 진단을 받아 보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논의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이렇게 시간을 끌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주채권은행을 통해 경영 개선 자체 계획을 받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나선 부분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가 스스로 ‘관치금융’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시중은행을 동원해 민간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에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44조원 규모 호주 잠수함사업 최종 승자는 프랑스

    44조원 규모 호주 잠수함사업 최종 승자는 프랑스

     44조원 규모의 호주 차세대 잠수함사업이 치열한 국제 경쟁 끝에 프랑스의 손에 돌아갔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26일 총 500억 호주달러(약 44조원) 규모의 잠수함사업 최종 낙찰자로 프랑스 DCNS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을 놓고 프랑스 국영 방산업체인 DCNS 외에 독일 티센크루프(TKMS)와 일본 미쓰비시-가와사키 컨소시엄 등 3파전을 벌여왔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턴불 총리는 앞으로 차기 잠수함 12척이 건조될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한 TV 연설을 통해 “프랑스의 제안이 호주의 특별한 요구사항을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12척의 새 잠수함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해군 함정이 될 것”이라며 “호주 노동자들이 호주의 철강으로 호주의 잠수함을 건조할 예정”이라고 자신했다.  잠수함 수주전은 당초 유력 후보로 꼽혔던 일본 컨소시엄이 가장 먼저 경쟁에서 탈락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지난주 보도한 이후 프랑스와 독일의 사실상 양자대결로 좁혀진 상태였다.  티센크루프는 2000t 규모의 214급 잠수함을 제안한 반면, DCNS는 4500t 규모의 바라쿠다 핵잠수함 모델을 제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는 2026년 퇴역 예정인 콜린스급 잠수함을 대체할 12척의 차기 잠수함 건조를 추진 중인 호주 정부는 이날 최종 발표를 앞두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리 결정을 통보했다. 프랑스는 장 이브 르 드리앙 국방장관이 지난 2월 일주일간 호주를 방문하고 올랑드 대통령이 최근 호주 총독을 국빈 만찬에 초대하는 등 이 사업 수주에 공을 들여왔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수주 발표 후 낸 성명에서 “앞으로 50년 동안 프랑스와 호주 양국이 맺을 전략적 파트너십을 결정적으로 진전시켰다”고 환영했다.  르 드리앙 국방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유럽1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주로 프랑스에 수천 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면서 “호주와 50년간 결혼하는 장기 계약이다”라고 이번 사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르 드리앙 장관은 조만간 호주를 방문해 계약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논의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이번 호주 차세대 잠수함사업 수주까지 최근 들어 무기 수출에 잇달아 성공했다.  프랑스는 작년 이집트와 카타르에 처음으로 라팔 전투기를 판매했으며 최근 인도와도 라팔 전투기 36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방위산업 수출 촉진은 물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맞서 호주와의 관계 강화를 도모하던 일본 정부로서는 수주 실패가 이중의 타격이 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호주의 차기 잠수함 사업자 선정은 연말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턴불 총리가 7월2일 총선 이전으로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잠수함 사업은 호주 남부의 조선업계 일자리 수천 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턴불 내각의 재선 가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호주 연방경찰은 일본이 잠수함 수주전에서 탈락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미리 유출된 것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한진·현대 대주주가 먼저 책임지는 자세 보여라

    정부가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분야 등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칼을 빼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오늘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조조정 방향을 밝힌다. 이에 앞서 그저께에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주형환 산업통상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정부 경제부처 수장들이 청와대에서 경제현안회의를 열고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우선 대상 업종은 해운업과 조선업이다. 현대상선은 이미 한 달 전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현대상선의 자율협약 과정에서 300억원을 출연하는 등 경영 악화에 따른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에 앞서 경영권 포기를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 또 전 경영진인 최은영 유수홀딩스회장과 두 딸이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해 현대상선과 비교되고 있다. 모럴해저드가 아닐 수 없다. 금융 당국은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위법 사항이 드러나면 엄벌해야 마땅하다. 구조조정에는 필연적으로 혈세가 투입되고, 대규모 실업이 발생한다. 대주주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사재 출연 등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며, 노조원들도 고통 분담을 감내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실업대책 마련, 대주주의 고통분담, 인력 구조조정, 혈세 지원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야권에서는 특별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인력 감축보다는 임금 삭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어떤 방식이 됐든 노조의 동의 없이는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노조도 인력 감축이나 임금 삭감 등 고통 분담을 반대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양대 해운사의 구조조정은 전체로 보면 시작에 불과하다. 조선업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조선업에서만 1만 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 들어서도 현대중공업은 물론 대우조선해양 등 모든 업체가 구조조정과 인원 감축을 진행 중이다. 협력업체 상황은 더욱 어렵다. 협력업체 노동자 2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한다. 해운과 조선은 기간산업이다. 해운업 부실에는 역대 정부의 정책 실패도 한몫했다. 이번에는 실패를 거울삼아 기업 통폐합을 포함한 근본적인 구조조정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 “기술자 우대해 정년 없는 일자리 만들었죠”

    “기술자 우대해 정년 없는 일자리 만들었죠”

    40년간 선박 벤딩기술 투자·연구 개발60세 이상 직원 전체 11%… 숙련인 육성“직원들 미래 스트레스 없애려고 애써” “기술로 먹고사는 회사로서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을 아껴 줘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년 없는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4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에 선정된 공경열(56) 기득산업 대표는 25일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행사다. 공 대표는 40년간 선박용 철판의 곡면을 만드는 벤딩 기술 투자와 연구개발에 몰두해 국내 조선업계 기자재 국산화에 기여한 숙련 기술인이다. 그는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하자마자 삼성중공업 창원공장에 들어가 10년간 몸담은 생산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1987년 벤딩 전문기업 ‘경원벤딩공업사’를 세웠다. 낮에는 영업, 밤에는 생산에 매달린 열매는 달았다. 창업 13년 만에 경원벤딩, 기득산업, 경원벤텍, 기득산기, 기득산업거제 등 5개의 벤딩 전문기업을 일궈 냈다. 5개사의 직원 수는 240명을 넘는다. 기득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298억원이나 된다. 그는 회사 연매출의 7%를 기술개발에 투자해 조선 및 해양플랜트 기자재 가공기술 분야에서 특허 14건 등 지식재산권 18건을 확보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중소기업인대회 대통령상(2011년), IR52장영실상(2015년)도 수상했다. 숙련인 육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정년 없는 일자리를 제공해 240명의 직원 중 60세를 넘어서도 일하는 직원이 28명에 이른다. 82세로 최고령이던 직원은 얼마 전 본인의 의사에 따라 퇴직했다. 공 대표는 “철판 부위의 불꽃 세기를 조절하고 가열 지점에 대한 수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에 걸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며 “100세 시대를 맞아 정년을 넘겨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고 다닐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 직원들 스스로가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려고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별 없는 일자리 제공’이라는 공 대표의 경영 철학은 한국에서 흔히 차별을 느끼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적용됐다. 모기업인 경원벤딩에 입사한 외국인 근로자의 대부분이 이런 뜻을 헤아려 연장 근무를 자처하고 있을 정도다. 공 대표는 “운이 정말 좋아서 회사를 잘 일궈 낼 수 있었을 뿐 난 누구보다도 평범한 사람”이라며 “받은 만큼 주변에 베풀어 다 같이 행복한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게 내 인생의 오랜 목표”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국책은행 자본 여력 늘려 ‘실탄’ 마련… 현금출자 방식이 유력

    한은이 산은 등에 직접 출자 거론대규모 실업 따른 대책도 담길 듯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 여력을 늘리기로 했다. 정부가 현금출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런 가운데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부터 대우조선 일부 매각, 조선업계 방산 부문 빅딜까지 정부의 한계산업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설(說)도 무성하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합병·매각 등)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함구하고 있다. 26일 발표될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에는 구조조정 자금 조달 방안과 대규모 실업에 따른 고용안정 대책 등이 담길 예정이다. 2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산업·기업 구조조정협의체’를 소집해 기업 구조조정 추진상황과 실무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한다. 특히 현재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에 출자를 해 자본금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직접 산업·수출입은행에 출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 코코펀드도 있지만 현금 출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면서 “출자를 어떤 방식으로 누가 할 것인지를 앞으로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원 마련을 우선적으로 보는 것은 기업 구조조정의 성패가 신속한 구조조정 과정에 달려 있고, 이를 지원하려면 여유 있는 재원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그동안 거론된 합병이나 매각, 빅딜설 등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검토 계획이 없다”는 게 당국 기류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두 회사의 부채 규모와 경제상황을 봤을 때 (합병, 빅딜 등은)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합병의 경우 현대상선의 용선료(선박 임차비용) 인하 추진과 출자전환, 회사채 만기연장 등 삼박자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한진해운 역시 비슷한 채무 재조정 과정을 거쳐야 공평하게 논의할 수 있는데 두 곳 다 거론할 단계조차 접어들지 않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대우조선의 일부 매각이나 방산 부문만을 따로 떼 방산전문 기업을 새로 세우는 방안 역시 지금껏 ‘임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현실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결국 26일 회의에서는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주도해 알아서 할 사항이지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조조정이 더디고 사령탑이 없다는 여론을 의식해 당국과 기업의 ‘노력’을 강조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는 2013년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회사채 차환발행을 지원했고 해운펀드를 통해 선박건조 지원 계획을 세우는 등 그사이 구조조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운사가 위기에 빠진 것은 경쟁이 치열한 노선에만 집중하는 등 경영 실패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 또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정부의 유동성 지원 역시 기업 재무제표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킨 게 아니라 위기를 뒤로 밀쳐놓은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52%가 제조업

    벌어들인 돈으로 부채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만성적 한계기업’ 50% 이상이 제조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계기업 특성과 고용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 3년 이상 100%를 넘지 못한 만성적 한계기업 가운데 제조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52.2%로 가장 높았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분석하는 지표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금이나 회사채 이자 지급도 못한다는 뜻이다. 고용정보원은 기업 1만 7841곳의 2005~2014년 재무정보를 분석했다.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특히 높은 제조업 업종은 디스플레이(31.9%), 반도체(23.7%), 가전(19.1%), 철강(17.2%) 등이었다. 제조업 다음으로 만성적 한계기업이 많은 업종은 운수업(17.3%)이었고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7.0%), 도·소매업(5.8%)이 뒤를 이었다. 한계기업이 무너지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 해 동안 늘어난 취업자 가운데 제조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2%에 불과했지만 2013년 20.4%, 2014년 27.4%, 2015년 46.3%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용정보원 분석 결과 2013~2014년 고용을 10% 이상 줄인 한계기업 비율은 23.5%로 정상기업(10.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조선업과 섬유업종 한계기업은 고용을 10% 이상 줄인 기업 비중이 정상기업보다 20~24% 포인트 높았다. 정한나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제조업의 높은 한계기업 비중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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