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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 가던 선비 과거길… 수능 대박 선사할 ‘꽃길’

    한양 가던 선비 과거길… 수능 대박 선사할 ‘꽃길’

    오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마음이 초조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전국 곳곳의 옛 과거길을 찾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들을 위해 다양한 합격기원 행사를 연다. 경북 문경시는 오는 13일 문경새재 일대에서 수험생과 학부모 등이 참가한 가운데 ‘문경새재 합격기원 행사’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수능 준비생 등 5000여명이 참가한 첫 행사에 이어 두 번째다. 이를 위해 시는 문경새재 입구인 특산물판매소와 야외공연장 사이에 합격기원을 상징한 어사화 조형물을 설치한다. 행사 참가자들이 마패 모양으로 제작된 합격기원패에 소원 메시지를 담아 걸 수 있도록 하는 기원패 걸기 행사도 진행된다. 시는 또 참가자들에게 문경새재 과거길과 합격에 얽힌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북을 나눠 주고 어사화 만들기 체험행사도 갖는다. 문경시 관계자는 “해마다 수능을 앞두고 문경새재를 찾는 수험생과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합격기원 명소가 되고 있다”면서 “올해도 수험생들이 합격의 기운을 받아 좋은 결실을 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문경새재는 예로부터 영남을 비롯한 전국의 유생들이 가장 선호했던 한양행 과거길이었다. 문경의 옛 지명인 문희(聞喜)는 ‘(합격의) 기쁜 소식을 듣게 되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유생들이 문경(聞慶)새재를 넘어 한양길에 올랐다고 전해진다. 김천시는 최근 대항면 향천리 직지저수지에서 괘방령(掛榜嶺)까지 약 4㎞ 구간에 총 30억원을 투입해 ‘괘방령 장원급제길’을 조성했다. 괘방령에 5m 높이의 합격 기원 돌탑과 장원급제 스토리보드, 포토존, 괘방령 주막 등을 설치했다. 옛 유생들은 괘방령 주막에서 음식을 먹고, 소원 우물에서 급제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시는 괘방령에 기원패를 달고 싶어하는 방문객들을 고려해 인근 사명대사공원 여행자센터에서 기원패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김천시 대항면에서 충북 영동군 매곡면을 잇는 고갯길인 괘방령도 영남 유생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 넘었던 곳이다. ‘걸 괘(掛)’에 ‘붙일 방(榜)’을 쓰는 괘방은 과거시험 합격자 명단을 써 붙인다는 의미다. 유생들은 추풍령을 넘어가면 ‘추풍낙엽’처럼 낙방하고, 괘방령으로 넘어가면 급제한다고 믿었다. 경기 광주시도 수능일 한양 삼십리 누리길에 있는 합격바위(몽돌바위) 앞에서 합격기원 행사를 연다. 한양 삼십리 누리길은 조선시대 과거시험 길로 아들의 합격을 기원하던 어머니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 대한민국 선비대상에 이배용 이사장

    대한민국 선비대상에 이배용 이사장

    경북 영주시가 10일 영주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한 ‘제3회 대한민국 선비대상’ 시상식에서 이배용(74·전 이화여대 총장)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이 수상했다. 대한민국 선비대상은 영주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비정신을 세계인의 정신문화로 승화시키기 위해 2019년 처음 제정했다. 선비정신 선양 학술연구와 선비사상 구현, 선비정신 실천 등에 큰 공적이 있는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시상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한국의 서원 9곳을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켜 선비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런 공로로 이 이사장은 여성 최초로 초헌관(조선시대에 종묘 제향 때에 첫 잔을 올리는 일을 맡아보던 제관)으로 추대돼 도산서원에서 경자년 추계향사를 이끌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최초의 여성 선비대상 수상자가 돼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며 “성별과 세대를 초월한 선비정신이 포용과 상생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 [서울광장] 양미리 여행을 기다리며/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양미리 여행을 기다리며/서동철 논설위원

    나이를 먹어 가면서 학창 시절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게 된다. 사회적으로 잘나가 얼굴 보기 어려웠던 친구들도 갈수록 우리 모임에 애착을 갖는 눈치다. 아무래도 철없을 때 처음 만나 이런저런 속사정까지 모두 아는 친구들이니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유들이 생겼는지 몇 년 전까지 저녁 7시이던 모임 시간이 갈수록 앞당겨진다. 네 시쯤 만나 일 끝내고 합류하는 친구를 기다리기도 한다. 약속 시간이 주말로 정해지면 한두 시에 만나기도 하는데 당연히 낮술이 뒤따른다. 정년퇴직해서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친구도 있고, 여전히 정력적으로 일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활발해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옛 친구들과의 모임은 다 그렇겠지만,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40년 넘은 기억을 돌리고 또 돌린다. 그런데 지난달엔 한 친구가 “우리도 조선시대 ‘농가월령가’처럼 제철 수산물을 매달 산지에 찾아가서 먹는 여행 모임을 갖는 것이 어떠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이런 ‘기특한’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우리 모두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 경력이 수십 년이니 일 년치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어렵지 않다. 특히 4월은 거저먹기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몇 년 전부터 기장멸치축제가 열리는 4월이 되면 친구를 찾아 부산에 갔다. 생멸치로 만든 무침이며 구이, 튀김, 탕은 그 자체로 별미지만 옛 친구와 함께 먹으니 더 맛있다. KTX를 타고 내려가 점심을 먹은 뒤 경치 좋은 바닷가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 있게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하루 여행이 즐겁다. 서울역에 돌아와 생맥주 한잔을 마시고 헤어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장 11월 행선지를 두고는 한 친구가 “겨울 양미리가 맛있다는데…” 하니 다른 친구가 “도루묵도 제철이야” 한다. 우리는 언젠가 동해안으로 함께 떠나 양양 기사문항 방파제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은 적이 있는데, 도무지 될 것 같지 않던 낚시로 작은 임연수어 두 마리를 잡기도 했다. 기억이 여기까지 미치니 속초나 양양으로 차를 몰아 이 즈음부터 동해바다에서 많이 나는 양미리, 도루묵, 임연수어를 먹기로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값도 싸서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에게 더욱 고마운 물고기들이다. 그런데 해물월령가(海物月令歌)를 주창한 친구가 다시 “이왕에 멀리 가는 거면 그 지역의 문화유산을 더불어 돌아보면 어떻겠느냐”고 추가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이 친구는 기사문항에 갔을 때도 같은 바람을 말했는데 당시에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번에는 뜻밖에 다른 친구들도 좋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친다. 서울에서 서너 시간 달려 곧바로 관광지 식당에 도착한 다음 밤새 숙취에 시달리다 해장국 한 그릇 먹고 돌아오는 여행도 적지 않았다. 나이를 먹어 가니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다들 아깝게 느껴지나 보다. ‘무엇을 보러 갈 것인가’ 하는 대목에서는 다들 문화재기자 노릇을 한 적이 있는 내 얼굴을 쳐다본다. 영동 지방에는 찾아갈 곳이 넘친다. 가장 북쪽으로는 건봉사가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고성 땅이지만 옛날 건봉사라면 곧 금강산의 초입이었다. 6ㆍ25 전쟁의 상처가 깊지만 여전히 볼만한 것이 많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백두대간을 넘어서면 통일신라시대 사찰인 선림원터도 나타난다. 가는 길 중간의 국립춘천박물관에서는 역시 전쟁 당시 불타 버린 선림원 동종의 흔적을 볼 수 있으니 의미 있는 ‘세트 답사’가 될 것이다. 남쪽의 강릉 굴산사터 당간지주도 보여 주고 싶다. 태백산맥이 거칠 것 없이 바라보이는 벌판에 세워진 압도적 스케일의 통일신라시대 돌기둥과 마주하면 친구들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변에는 맛있는 커피 전문점도 있다. 이달에는 도루묵 축제가 열리는 물치항에서 멀지 않은 양양 진전사터로 도의국사 부도와 삼층석탑을 만나러 가자고 제안하려 한다. 이렇게 꼽아 보니 맨 마지막으로 잡아 놓은 낙산사까지 포함해 다섯 해 동안 둘러볼 11월 프로그램이 마련된 셈이다. 어떤 해산물을 찾아가고, 어떤 역사의 흔적을 둘러볼지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 즐겁다. 12월엔 등산을 겸한 변산반도 산중 암자를 제안해 볼까 싶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나라에서 우리 같은 은퇴 언저리 세대 모임은 낮술로 시작해 다투는 것으로 마무리되기 십상이다. 꼭 제철 수산물일 필요도 없고, 문화유산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무엇이라도 함께할 수 있는지 친구들과 지혜를 나눠 보길 권한다.
  • 뼈에 새겨진 진실을 찾아 매일 과거로 가는 사람

    뼈에 새겨진 진실을 찾아 매일 과거로 가는 사람

    자연과학·인문학 교차하는 고고과학출토된 뼈에서 과거의 생활상 밝혀내보존과학연구실·고고연구실 등 운영2000년 이후 다양한 분야서 성과 쌓여그의 연구실은 타임머신이다. 옛사람의 뼈를 통해 매일 과거를 들여다본다. 무엇을 먹고 어떤 공간에서 살았는지 뼈에 새겨진 삶의 기억을 읽는다. 인사혁신처의 도움으로 9일 대전 유성구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만난 신지영 학예연구관은 “문화재청에서 일한 지 어느덧 12년이 됐지만 ‘우리는 매일 어제와 만난다’는 문화재청 홍보 영상의 문구를 볼 때면 여전히 설렌다”고 했다. 그는 발굴조사 중 출토된 옛사람의 뼈를 연구하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의 고고과학자다. 가깝게는 조선시대부터 멀게는 신석기 시대까지 과거의 비밀을 간직한 뼈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옛사람의 뼈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식생활만이 아니다. 신 연구관은 “동위원소 분석, 방사성 탄소연대측정, 디옥시리보핵산(DNA)분석 등으로 뼈의 주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활환경이 어땠고 어디로 이동했는지, 또 어떻게 죽었는지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적지에서 뼈가 출토되면 뼈 전문가와 발굴 담당자가 협력해 매장 위치, 순서, 매장 유구의 종류 등 고고학적 정황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 출토된 뼈를 인계받을 때도 있지만 1년에 열 번 이상은 신 연구관이 직접 현장에 나간다. 뼈가 연구실에 도착하면 이제부터는 과학자의 시간이다. 먼저 염산을 이용해 오염물을 제거하는 탈광화 작업을 하고, 열을 가해 콜라겐 중 산에 녹지 않은 것을 제거하는 젤라틴화와 동결건조 과정을 거쳐 정제된 콜라겐을 추출한다. 이 콜라겐으로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를 분석한다. 신 연구관은 “우리가 섭취하는 식료의 종류에 따라 뼈, 치아, 머리카락 등 인체조직에 특유의 탄소·질소 안정동위원소 정보가 기록되며 이 정보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옛사람 뼈 콜라겐에 기록된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하면 당시에 섭취한 식료의 종류, 비중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탄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으로는 뼈의 주인이 벼·보리·밀·콩 등의 곡물을 주로 섭취했는지, 조·피·기장·수수 등을 주로 먹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으로는 고기, 해양성 어패류, 민물 어패류 섭취 여부와 비중 등을 알 수 있다. 신 연구관은 “경북 경산시 임당 유적(영남대 박물관 발굴조사)의 신라 대형분에서 출토된 주피장자와 순장자의 뼈를 분석했더니 순장자 집단은 곡물 섭취량이, 당시 최상위층으로 짐작되는 주피장자 집단은 단백질 섭취량이 많았다”며 “이는 당시 계층 간에 매우 차별적인 식생활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조선 중기로 넘어오면 신분, 성별이 달라도 안정동위원소 값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신 연구관은 “삼국시대와 달리 조선시대에는 농업생산량이 증가하고 사회경제적 구조가 변화하면서 식량 분배가 비교적 고르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식료 섭취량을 추정할 수 있는 안정동위원소 분석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 고분군(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뼈에선 700~1000도가량의 고온에서 화장이 이뤄진 사실을 밝혀냈다. 신 연구관은 “당시에 이 정도 고온에서 화장하려면 큰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를 통해 석촌동 고분군 피장자 집단이 백제시대에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을 것이란 추정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분석한 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부산 가덕도 장항유적(한국문물연구원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뼈다. 이 유적은 신석기시대 최대 규모의 집단 묘역이다. 전문가들은 신석기시대 고고학적 정황을 고려해 피장자들이 해양성 식료를 주로 섭취했을 것으로 추정했고, 보존과학연구실이 뼈의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이런 가정을 입증했다.현재 국내에선 국립문화재연구소 외에도 고고학·인류학·화학·생물학·해부학·고병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옛사람 뼈를 연구하고 있다. 해외에선 2000년대 들어 옛사람 뼈의 안정동위원소와 유전자 분석 연구가 급증했는데, 우리나라도 2000년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쌓아 가고 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신 연구관이 고고학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영국에서 출판된 ‘고고 화학’이란 책을 읽고 나서였다. 신 연구관은 “‘화학을 옛날의 우리를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몰입했고, 당시 한국에선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영국에서 고고 과학을 전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짜릿함을 느낀다”면서 “전문가들이 각 분야의 장벽을 허물고 한 주제에 대해 여러 시각으로 고민하며 집단 지성으로 문제를 풀어 가고 있다”고 했다. 보존과학연구실의 직원들도 보존과학, 화학, 물리학, 지질학, 생물학, 재료공학, 금속공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이들이다. 바로 옆 건물에는 고고학을 연구하는 고고 연구실이 있어 자연과학과 고고학의 만남이 수시로 이뤄진다고 한다. 올해는 가속질량분석기를 들여와 문화재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연구를 시작했다. 신 연구관은 “생명체는 광합성과 먹이사슬을 통해 대기 중의 방사성탄소를 흡수하고 살아 있을 때는 평행 상태를 유지한다”며 “생명체가 죽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방사성탄소가 줄어드는데 그 반감기가 5730년이다. 따라서 남은 방사성탄소의 양으로 언제 죽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가속질량분석기를 이용하면 극미량의 방사성탄소 동위원소 분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를 언급하며 “밤마다 옛사람들이 살아나는데, 그 영화처럼 우리 연구실에서도 밤이면 옛사람들이 살아나 ‘나는 당시에 이렇게 살았어’라고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면서 “현장에서 옛사람 뼈를 만난다는 것은 예전의 우리를 만나는 과정이기에 늘 경건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 외에도 고고학, 미술사학, 건축학, 자연문화재 등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발굴하는 일,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 한글학자 출신지 경남 김해에 전국 최초 공립 한글박물관 개관

    한글학자 출신지 경남 김해에 전국 최초 공립 한글박물관 개관

    한글을 주제로 한 전국 최초 공립박물관이 경남 김해시에 건립돼 9일 문을 열었다.경남 김해시는 이날 오후 김해시 분성로 김해문화원 옆 김해박물관에서 개관식을 했다. 김해한글박물관은 김해출신 한글학자로 한글 연구에 큰 발자취를 남긴 한뫼 이윤재(1888∼1943) 선생과 눈뫼 허웅(1918∼2004)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우리 민족의 위대한 한글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건립했다. 이윤재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언어학자로 조선어학회 기관지 ‘한글’ 편집 및 발행 책임을 맡아 우리글 지키기에 앞장섰다. 일제 식민사학에 대항해 진단학회(震檀學會) 창립에도 참여했다. 허웅 선생은 한글학회 회장과 이사장을 지냈다. 김해한글박물관은 30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600㎡ 규모로 건립됐다. 1층에는 기획전시실, 2층에는 제1·2전시실과 체험형 영상실·집필실·교실 등이 설치됐다. 박물관 건물 외벽을 비추는 미디어파사드(외벽 영상 장치)도 설치했다. 박물관에는 이윤재·허웅 선생의 한글 연구 업적을 중심으로 한글 유산의 중요성을 알리는 자료 등을 전시했다. 이윤재 선생이 집필한 ‘표준조선말사전’, ‘문예독본’, 허웅 선생의 육필 원고, 만년필, 생전 의복 등을 볼 수 있다. 김해시는 한글박물관 개관을 위해 개인, 기관, 문중 등으로 부터 보물 1점과 4000여점 유물을 기증받았다. 기증 받은 유물 가운데는 ‘조선말 큰사전’, ‘문예독본’을 비롯해 조선시대 순 한글로 작정된 최초의 한글 공문서인 보물 제951호 ‘선조국문유서’(宣祖國文諭書) 등도 포함돼 있다. 선조국문유서는 임진왜란때 의주로 피난 간 선조가 왜군 포로가 된 백성들을 회유해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 내린 한글 교서다. 당시 김해성을 지키던 장수 권탁(1544∼1593)이 이 문서를 가지고 적진에 몰래 들어가 적 수십 명을 죽이고 우리 백성 100여명을 구해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 보물은 지난 6월 안동 권씨 종친회에서 5년 기한으로 기탁해 김해한글박물관 주요 전시품이 됐다. ​김해한글박물관에서는 1980년대 이전 사용됐던 책걸상, 칠판 등 기성세대의 향수를 떠올리는 옛 교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연도별 국어시험을 본 뒤 채점 한 성적표도 받을 수 있다. 이날 김해한글박물관 개관식에는 허성곤 김해시장, 송유인 김해시의회 의장, 황준석 국립한글박물관장, 오세연 국립김해박물관장을 비롯해 유물 기증·기탁자 등이 참석했다. 허성곤 김해시장은 “김해한글박물관이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전승하고 김해 출신 한글학자들의 업적을 기리는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해한글박물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 [씨줄날줄] 샤넬과 호갱민국/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샤넬과 호갱민국/박홍환 논설위원

    조선시대 후기로 접어들면서 세인들의 입을 통해 전해져 온 세태풍자 이야기들이 넘쳤다. ‘봉이 김선달’도 그중 하나다. 평양 출신의 김선달이 어수룩해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호구(虎口)와 같은 뜻을 가진 ‘봉’이라는 별호를 갖게 된 이유는 참으로 기발한 ‘상거래법’ 때문이다. 한양에 행차한 김선달은 상도의가 없기로 유명했던 닭 장수를 골탕 먹일 요량으로 그에게 접근해 큼직한 닭 한 마리를 가리키며 “어디서 저리 좋은 봉황을 구했소. 비싸게 쳐줄 테니 파시오”라고 유인했고, 귀가 솔깃해진 닭 장수는 어수룩하게만 보인 김선달에게 비싼 값을 받고 봉황이라며 닭을 팔아넘겼다. 그 뒤 김선달은 관아로 달려가 “귀한 봉황을 바치겠다”며 그 닭을 사또에게 바쳤고, 사또는 자신을 조롱하는 김선달에게 치도곤을 안겼다. 김선달이 “닭 장수에게 속았을 뿐”이라고 항변해 관아에 끌려온 닭 장수는 결국 애초 받은 돈보다 몇 배나 많은 맷값까지 더해 김선달의 주머니를 채워 준 뒤에야 풀려나올 수 있었다. 그 뒤로 김선달의 별호는 봉이로 굳어졌고, 그는 마침내 주인 없는 대동강물을 호구들에게 비싸게 팔아넘긴 ‘희대의 사기꾼’ 대열에까지 올라섰다. 요즘은 봉이나 호구보다 호갱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인 호갱은 어수룩해 속이기 쉬운 손님을 뜻한다.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르고 물건을 구입했을 때 “호갱됐다”며 자조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곤 한다. 자동차, 정보기술(IT), 명품 업종 등의 글로벌 브랜드 기업들이 유독 한국 시장과 소비자들을 무시하며 상대적 고가 정책을 펼치고 있어 ‘호갱민국’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실제 몇 년 전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폭스바겐은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14개월이나 뒤늦게 리콜과 배상에 착수했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아동들의 피해가 잇따랐던 서랍장과 관련해 한국에서만 리콜 및 배상은커녕 3개월간 배짱 판매를 지속했다. 하자가 어떻든 정부는 제재에 인색하고,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이니 그들이 뭐가 아쉬워 고개를 숙일까.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지난 2월과 7월, 9월에 이어 지난 3일 또다시 일부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고 한다. 인기 제품인 ‘클래식백’ 가격은 1000만원을 넘어섰는데 올 초 대비 인상률이 30%에 달한다. 4년 전보다 무려 88% 급등한 가격에도 너도나도 ‘오픈런’을 벌이며 매장을 찾고 있으니 고객 스스로 샤넬의 호갱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현대판 김선달이라고 할 만한 샤넬 같은 기업들로선 호갱투성이인 호갱민국의 특수를 반기지 않을 리 없다.
  • [씨줄날줄] 피맛골 유물/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피맛골 유물/임병선 논설위원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2번 출구를 나와 의금부터 지나면 ‘열차집’이 보인다. 원래는 지금의 D타워 자리에 있었다. 술꾼들이 빈대떡에 어리굴젓, 굴전을 안주로 막걸리 퍼넘기며 세상을 다 가진 듯 웃고 떠들던 곳이다. 옆에는 생선구이 가게들이 즐비해 피맛(避馬)골에 들어서면 연기가 자욱했다. 조선 태종이 광화문 네거리부터 동대문까지를 육의전 상점 거리로 만들었다. 대로를 다니다 양반 행렬 마주치면 고개를 조아리고 붙들려 있어야 했다. 먹고살기 바쁜 평민들은 말 행차 피하려고 골목에 숨어들었고, 자연스레 허기를 면하게 하는 음식점들이 모여 들었다. 열차집 뒤편 골목에 ‘삼경원’이 있었는데 안주인은 늦은밤 술꾼들이 들이닥쳐 뭘 먹고 싶다고 성화를 해대면 뚝딱 내왔다. 피맛골 안쪽, 현재 그랑서울 자리에 해장국으로 유명한 청진옥과 홍어삼합이 유명한 목포집이 있었다. 청진동이란 이름은 한성 중부 8방 중 징청방(澄淸坊)과 수진방(壽進坊)에서 한 자씩 따붙였다. 연로한 문신들의 친목과 예우를 위해 설치한 기로소(耆老所)가 이 동네에 있었다니 낙원동과 탑골공원에 어르신들이 많은 것에는 오랜 내력이 있는 셈이다. 피맛골 일대는 1980년대 도심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됐고 2003년 서울특별시 건축위원회에서 재개발을 허가했다가 공사터에서 조선시대 유물이 무더기로 나오고, 사람 사는 맛이 밴 전통의 거리를 없앤다는 비판이 거듭 제기돼 종로 2가에서 6가까지 수복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D타워와 르메이에르 빌딩이 들어서 길이 잘렸고, 지금은 서울YMCA 건물 오른편부터 흔적이 남아 있다. 어제 서울 광화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막을 올린 ‘인사동 출토 유물 공개전’을 다녀왔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 6월 종로구 인사동 79번지에서 출토된 세종 때의 금속활자 1632점과 총통, 천문 관측 장비 등이 아주 짜임새 있게 전시돼 있다. 유물들이 쏟아져 나온 항아리를 실제로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전시회장 출구 쪽에서는 동영상이 나오고 있었는데 발굴 관계자들이 도기항아리를 처음 발견했을 때 얼마나 흥분했는지 들려주고 있었다. 항아리 윗부분은 파손돼 있었는데 흙을 걷어내니 총통 조각들, 일정성시의(日星定時儀)와 금속활자들, 물시계 부속품 주전(籌箭)의 일부가 나오더란 것이다. 인쇄본으로만 전해지던 갑인자(甲寅字) 활자가 600년을 견뎌내 오롯이 모습을 드러냈다. 몇몇 활자는 돌인지 흙인지 모를 것들과 뭉쳐 있었다. 구텐베르크가 인쇄하던 시기보다 이른 활자와 인쇄본을 동시에 보유하는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그렇게 자랑하는 고려 때 직지심체요절은 활자도 없고, 인쇄본도 프랑스에 있는 멋쩍음을 조금은 덜게 됐다. 고궁박물관을 나와 인사동 79번지까지 걸었다. 광화문 맞은편 의정부터, YMCA 바로 뒤 승동교회 일대도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79번지는 예전보다 발굴 면적이 한결 넓어져 있었다. 한성 중부 견평방(堅平坊)에 속하던 곳으로 세종의 여덟째 아들 영웅대군의 집, 순조의 딸 명온공주가 머무르던 죽동궁, 어용 상설시장인 시전행랑(市廛行廊)이 있었다. 이렇게 소중한 유물을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이렇게 보관했을까 궁금해지는데 연구자들이 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자본과 재개발의 논리에 힘겹게 맞서며 조상의 얼과 지혜를 찾아내고 있으니 적이 안심이 된다. 이곳에 유물 전시관이 들어설 계획이라니 기대가 되기도 한다.
  • 700년 명맥 끊긴 고려불화…40년 혼 담은 붓으로 환생

    700년 명맥 끊긴 고려불화…40년 혼 담은 붓으로 환생

    부처의 몸을 감싼 하얀 사라가 투명하다. 살결과 피부선은 물론이고 안에 입은 천의(天衣) 색깔이 다 비쳐 보인다. 정교하게 수놓은 금빛 문양은 화려하다. 복사빛 얼굴에 가늘게 뜨고 내려다보는 눈빛과 옅은 수염이 자애롭다. 보는 이의 시선을 자꾸 잡아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보는 위치에 따라 부처의 표정이 살짝살짝 변하는 것도 묘미다.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고 기품 있는 모습은 분명 고려인의 얼굴이다.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제1전시실에서 만난 ‘수월관세음보살도’다. 월제 혜담 스님이 조성한 고려불화(高麗佛畵)로, 스님은 700여년간 명맥이 끊어진 고려불화를 재현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스님의 작품에 대해 세계적인 종교석학 루이스 랭커스터 UC버클리대 명예교수는 고려불화의 “부활”(revive)이라고 평가했다. 혜담 스님은 강원 속초시 노학동 계태사의 주지이자 고려화불연구소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스님은 자신의 작품을 고려불화라고 하지 않고, 고려화불(畵佛)이라고 부른다. 부처를 그린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나투신 부처라는 의미다. -스님은 국내보다 프랑스에 더 많이 알려졌다. “2014년부터 해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어 왔다. 루브르 첫 전시회에 앞서 어느 여름날, 프랑스의 대학 교수와 화가들이 계태사까지 찾아와 작품들을 보고, 내가 직접 그리는 모습까지 보더라. 외형만 따라 그리는 모방화가 아니라 고려불화의 전통 기법과 안료를 그대로 복원해 똑같은 과정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인정받았다. 이런 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았고, 해마다 루브르박물관의 초청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코로나19로 루브르가 문을 닫아 전시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도 전시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한다. 코로나19가 뿌리 뽑히면 갈 생각이다.” 고려불화는 고려 문화의 정수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화려함과 정교함은 세계 미술사에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고려 말기인 1270년부터 약 120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제작됐다. 이때는 몽고의 침략으로 고려 조정이 강화도로 피란 가 있던 시기와 겹친다. 외침이 많아 수많은 살생이 자행되다 보니 그 죄를 참회하고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자 불화를 많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불화 대다수는 왕실과 귀족의 후원 아래 제작됐다. 이 때문에 색채가 화려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아교에 금가루를 개어 섬세한 찬란함을 더하고, 비단 후면에 안료를 두껍게 칠해 앞으로 배어 나오도록 하는 배채법(背彩法)으로 깊이가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한마디로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서양 종교화들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렸지만, 고려불화는 천연 안료인 석채로 비단에 그려 정교하고 은은하다. 700여년 전 고려시대의 그림인 불화를 복원한 것이라는 설명에 관람객들이 ‘어메이징’을 연발하던 것이 기억난다. 고려불화가 서양인에겐 낯선 종교화지만 예술성이 높기 때문에 그들도 공감하더라. 고려불화가 서양의 종교화 절정을 이룬 르네상스보다 200년 이상 앞섰다는 것에도 놀라워한다.” 안경 너머 스님의 얼굴은 해맑았다. 인터뷰 중간중간 스님은 손수건으로 눈을 닦았다. 희뿌연 막이 끼여서 잘 보이지 않는다며 전시회가 끝나면 안과에 가 보겠다고 했다. -현존하는 고려불화 대다수는 일본에 있다. “고려불화는 현재 180여점이 전한다. 이 가운데 국내에 남은 것은 10여점에 불과하다. 160여점이 일본에 있다. 일본은 불교 국가도 아닌데 많이 가져가 고려불화의 예술성과 희소성을 알아보고 국보급 문화재로 지정했다. 처음 루브르에서 전시할 때 서양인들이 고려불화를 일본 문화로 잘못 알고 있더라. 그래서 한국 불교 예술의 정수라는 점을 국제학술대회 등에서 강조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국제행사에서 일본인들이 나를 보면 슬금슬금 피하는 것 같더라.” 스님이 일본 이야기를 할 땐 목소리가 높아졌고, 톤도 빨라졌다. 고려불화는 고려 전에도, 후에도 제작된 적이 없는 미술 사조다. 조선시대엔 억불 정책과 함께 불교 미술이 쇠퇴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산속으로 쫓겨난 절에서조차 불화를 가지고 있을 수 없었는데 민가의 불화는 오죽했을까. 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불화는 불온서적처럼 터부시됐다. 그러면서 조성 기법은 사라졌고, 남아 있는 고려불화는 유실되거나 약탈됐다. -언제부터 고려불화 재현에 나섰나. “스무살 무렵이었을까, 책에서 우연히 수월관음도 사진을 보고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막상 그리려고 하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재료나 자료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당시 절에는 일종의 벽화인 탱화만 보존되고 있을 뿐이었다. 인물화를 잘 그린다는 손재주만 믿고 고려불화에 도전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전복 껍데기와 진사를 개어 간 안료에 아교를 묻혀 비단에 칠했지만 잘 붙지도 않았고, 붙은 것은 안료가 마르면서 덩어리져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스님에겐 일본인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일본 박물관의 부관장이던 오야마 노리오가 수십년간 모았던 고려불화 사진과 복원에 필요한 문헌 자료 등을 보내 줬다. 그 뒤 고려불화는 수십년의 시행착오 끝에 혜담 스님의 손끝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스님이 재현한 고려불화는 단순히 불교 미술을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잊혀진 역사의 단층을 발굴해 낸 것이다.-요즘엔 하루에 얼마나 작업하나. “옛날엔 하루 17~18시간씩 방 안에서 꼼짝 않고 앉아서 그렸다. 붓을 잡으면 일체의 망상이 다 사라진다. 그렇게 한 40년을 그렸다. 요즘엔 체력이 부쳐서 12시간 정도 그리면 어질어질해진다. 고려불화를 조성하는 것이 나에겐 수행이고 기도이자 화두(話頭)를 붙잡고 늘어지는 참선이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5.5m 크기의 대작 ‘오백나한도’는 완성하는 데 2년 6개월이 걸렸다. 수월관음도는 3년이 걸렸다. 그동안 조성한 작품은 300여점이다. 불화 조성이 완성되면 내 손으로 그린 것이라고 믿기지도 않고, 희열이 넘쳐난다. 방 안을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기쁘다.” -그림은 누구에게 배웠나. “사실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예닐곱살 때 어머니에게 화가가 되겠다고 했다가 ‘여자 환쟁이는 안 된다’며 반대하셨다.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출가 이전 소녀 시절에 기독교의 성화 등을 따라 그리기도 했다. 출가한 초심자 시절 토굴에서 수행 정진하던 어느 날 참선 자세로 맞은 일출 속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고려불화 재현에 매달려 왔다. 고려불화는 배워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전생에서 하던 습성대로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스님은 스스로를 고려화불 계승자로 여긴다. -700년간 단절된 문화유산을 복원했다. 이젠 후학 양성도 중요하다. “제자들을 10여년 전에 모두 돌려보냈다. 당시로선 30여년간 고려불화 재현에만 매달린 나도 먹고살기 힘들더라. 그래서 스님으로서 젊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라고 했다. 월급도 못 주는데 시간도 뺏고, 신세도 망치는 것 같아서…. 목숨 바쳐서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제자는 두지 않고 있다. 여망이 있다면 불화를 공부하는 이들을 위해 작품을 전시할 작은 전각을 하나 마련했으면 한다.” -요즘 고려불화 붐이 일고 있다. 대학에서도 가르치고, 시내의 사찰에서도 고려불화반이 있다. “학생들이 전시회에서 와서 사진을 많이 찍어 간다. 그대로 따라 그려 어느 전시회에 출품했다가 입선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도 좋다. 그림은 훌륭하게 잘 그렸지만 혼이 담기지 않으면 불화가 될 수 없다. 혼이 담기려면 그리는 내내 세상 사람들을 위하겠다는 부처가 돼야 하고, 보살이 돼야 한다. 학생들에겐 어질게 살아야 혼이 담긴 그림이 나올 수 있다고 한마디 해 준다.”
  • [서울포토]조선시대 전기 금속활자 ‘갑인자’

    [서울포토]조선시대 전기 금속활자 ‘갑인자’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에 조선시대 전기 금속활자 ‘갑인자’가 전시돼있다. 지난 6월 서울 인사동에서 무더기로 출토된 조선시대 전기 금속활자와 과학 유물 1천755점은 전시를 통해 오는 3일부터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1434년에 만든 갑인자(甲寅字), 1455년에 주조한 을해자(乙亥字), 과학사 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한 유물로 평가되는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등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2021.11.2
  •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국가장과 국장, 그리고 과거의 국상/전 국립고궁박물관장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국가장과 국장, 그리고 과거의 국상/전 국립고궁박물관장

    지난 10월 26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우여곡절 끝에 5일장 형식의 국가장(國家葬)으로 치러졌다. 국가장은 전현직 대통령,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사망한 경우 나라에서 치르는 장례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국장과 국민장 두 가지로 구분해 행했다. 국민장이 국장과 다른 점은 국가 명의가 아닌 국민 전체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고, 장례비용도 국장은 전액 국비인 데 비해 국민장은 일부를 국가에서 보조한다는 것이다. 장례 기간도 국장은 최고 9일장인 데 비해 국민장은 7일 이내다. 국장의 경우 장례 기간 내내 조기를 게양하고, 영결식 당일에는 모든 관공서가 휴무에 들어간다. 국민장은 조기를 장사 기간 내내 게양할 수도 있지만 장삿날 하루를 원칙으로 하고, 관공서 휴무는 없다. 역대 국민장 및 국장은 모두 15회를 치렀다. 국민장은 임시정부 주석 김구, 이시영 전 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 이방자 영친왕비를 비롯해 2006년 최규하 전 대통령,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등 13회를 치렀다. 그런데 같은 대통령인데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서거해 1979년 11월 법정 최고 기간인 9일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서거해 임시 공휴일 지정과 형평성 문제로 인해 2009년 8월 6일장으로 치러졌다. 두 분 다 국민장이 아닌 국장이었다. 이처럼 국장과 국민장의 구분과 대상자의 선정, 장삿날 휴무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모호한 데다 형평성 문제로 인해 2011년 5월 30일 국장 및 국민장을 국가장으로 통합 개정했다. 법 개정 이후 첫 국가장은 2015년 11월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두 번째다. 이와 달리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정부, 재야 단체, 4ㆍ19 관련 단체들의 반목 때문에 가족장으로, 윤보선 전 대통령도 가족의 의견을 존중해 가족장으로 치렀다. 오늘날 국가장의 연원은 조선시대 국상 의례에서 찾을 수 있다. 국상이란 국왕과 왕비의 죽음으로 치러지는 의례를 이르나, 넓게는 예장으로 치르는 왕세자, 왕세자빈, 왕세손, 왕세손비를 포함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장은 왕과 왕비만의 장례를 이른다. 또한 시신의 안장까지의 절차가 국장이라면 매장 후 소상(사망 1년), 대상(사망 2년) 등 삼년상을 마칠 때까지의 의례가 국상이다. 국왕이 죽으면 그날로 왕을 뵙는 조회를 폐하고 시장을 5일 동안 철시했다. 국장을 마칠 때까지 크고 작은 제사, 서울과 지방에서 음악을 금지하며 백성들의 혼인과 도살을 금했다. 해당 관청에 계령을 보내고 임시 관청인 도감을 설치해 국상과 산릉 조성의 일을 담당토록 했다. 국장의 총책임자는 총호사라 하여 영의정이나 좌의정이 맡았다. 신분에 따라 장례 기간을 달리해 왕과 왕비는 5개월장을 행했다. 이 기간 동안 시신을 모신 곳을 빈전이라 했는데, 국왕은 국장을 마칠 때까지 빈전 옆에 지은 여막에 거처하면서 수시로 찾아가 곡을 하며 자식의 도리를 다했다. 국상 기간에는 모든 백성이 흰옷을 입고 애도했다. 죽음을 지칭하는 명칭도 왕은 훙(薨), 일반인은 사(死)로 구분했다. 특히 국장은 왕권의 계승, 왕실의 권위와 직접 관련됐기 때문에 어느 의식보다 장엄하고 중요하게 다루었다. 후세에 참고토록 하기 위해 일의 전말, 소요 경비, 참가 인원, 의식 절차, 행사 모습, 건축물의 설계도, 행사 관련 논공행상 등을 글과 그림으로 작성한 의궤를 제작했다. 또한 국장은 한정된 기간에 많은 인력과 물자를 동원하므로 사회·경제적 의미가 컸다. 뿐만 아니라 국장은 예의 범주를 넘어 유교적 정부의 표방과 통치 능력의 과시, 도구 개발과 토목 기술의 축적은 물론 국가 운영의 검증 기회가 되기도 했다.
  •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10월 다섯번째 주말 전시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10월 다섯번째 주말 전시

    서울신문이 운영하는 미술전문 아트플랫폼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는 10월 다섯번째 주말을 맞아 주변의 가볼 만한 미술 전시를 추천한다. 서울신문·서울갤러리 특별전시장에서 11월 5일까지 김진아 작가의 ‘Comma - 점으로부터 시작된 유기체들의 연속성’전이 개최된다. 김진아 작가는 다양한 선을 반복시키고 동적인 움직임들로 무의식의 풍경을 재현한다. 자율적인 이미지와 내적인 생명력 등을 표현한 색들이 서로 중첩된 추상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강동아트센터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추진한 「2021 신진‧중견작가 전시 지원 공모」에 선정된 강병섭 작가의 개인전 ‘Utopia, 상상의 리얼리티’전이 11월 7일까지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나가는 신진‧중견작가 중 신진작가로 선정된 강병섭 작가는 동시대적 유토피아(Utopia)의 세계를 회화와 설치 작품으로 구현해오고 있다. 갑빠오 작가의 개인전 ‘Hand in Hand’전이 경기 광명시 호반아트리움 아트살롱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갑빠오 작가는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 사이에서 교류한 감정이나 기억들을 회화, 도자 매체 등으로 유머러스하게 구현한다. 전시 관계자는 본 전시를 통해 작가 갑빠오의 대표작부터 근작까지 총망라한 확장된 세계를 살피고, 이를 통해 관객과 작가가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전했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두 가지 소소한 감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민율 작가의 개인전 ‘민율의 소소한 이야기 둘 <상상, 나무>’전이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 엄에서 열리고 있다. 어릴 적 꿈꾸던 상상들에 대한 이야기인 <상상씨앗>과 나만의 사색 공간인 <나무의자>를 통해 잊고 있었던 내 안의 작은 감성들을 꺼내어 볼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전시는 11월 11일까지 개최된다. 조각가 송필의 기획초대전 ‘Beyond the Withered’전이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 & 아이프라운지에서 개최된다. 전시명 ‘Beyond the Withered’은 ‘말라죽은, 혹은 시든 저 너머의 새로운 희망’이란 의미를 담고 있으며 끝없이 순환하는 자연, 그 생명의 무한성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송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매화를 상징적 모티브로 삼은 신작 25점 선보이고 있다. 권구희, 이이정은, 하지훈 3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장소의 기억’전이 서울 강남구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11월 18일까지 개최된다. 3인의 작가들은 기존 풍경화의 정형화된 스타일에서 벗어나 공간을 해체하고 작가의 감정을 투영하는 방식을 통해 풍경화의 재해석을 시도하며 관람객을 특이한 경험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서울 종로구 JJ중정갤러리에서 11월 20일까지 박찬우 작가의 개인전 ‘Frame’을 개최한다. 박찬욱 작가는 이번 작품이 본래의 이미지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물리적으로 만들어내는 점에서 지난 작품들과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프레임의 안과 밖을 모두 포섭하는 ‘완전한’ 프레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서로 단절되어 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유미정 작가의 ‘시간의 말’전이 서울 강서구 갤러리 블라썸에서 개최된다. ‘말’을 통해 꿈을 꾸는 유미정 작가는 캔버스 위에 유화와 그 외 여러 혼합 재료를 더해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도 말을 타고 행복했던 유년 시절로,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품으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먼 미지의 장소로 시간여 행을 떠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11월 21일까지. 한지의 격조 있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성경희 초대전 : 종이정원’전이 서울 서초구 흰물결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성경희 작가는 캔버스에 종이를 오려 붙이고 그 위에 채색을 하고 다시 종이를 떼어낸 흔적을 만들면서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캔버스와 장지라는 재료가 어우러지면서 서양의 종이와는 또 다른 질감과 조직감을 보여줘 관람객들은 한지의 결과 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11월 26일까지 열린다. 김근태, 김기린, 변용국,송광익, 스가 키시오, 윤희창 작가가 참여하는 ‘색면추상’전이 서울 종로구 통인화랑에서 11월 28일까지 개최된다. 형상의 추상성을 넘어 색채 자체가 지니는 의미와 시각의 순수성을 염원하는 색면추상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화면 전체를 압도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조선에서 11월 30일까지 표민홍 작가의 개인전 ‘Nothing here was ours’전을 개최한다. 어느 호텔에서 촬영된 단편 영화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언어’와 ‘장소’, 이 두 가지 요소의 ‘완전한 점유의 불가능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근현대를 대표하는 전각가이자 서예가로 알려진 철농 이기우 작가의 ‘철필휘지鐵筆揮之: 철농 이기우의 글씨와 새김’전이 경기 이천시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전각, 서예, 석각, 탁본, 목각, 도각 작품 1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으며 전시는 12월 19일까지 이어진다. 서울 종로구 다보성 갤러리는 개관 40주년을 맞이하여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한·중 문화유산의 재발견’ 특별전을 개최한다.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한국과 중국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공개되는 이번 특별전은 한국과 중국의 문화재 감상과 더불어 양국의 역사 및 문화를 이해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고, 나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께 희망을 드리는 전시가 될 것이라 전했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경남 창원시 경남도립미술관은 내년 2월 6일까지 ‘각인(刻印)-한국근현대목판화 100년’전시를 개최한다. 20세기 한국 근대기의 출판미술과 목판화를 포함해,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실험적 판화와 1980년대 민중미술목판화를 전시하며, 최근 동시대 미술현장에서 목판화를 독립 장르로 개척하고 있는 작가까지 선보이는 대형 기획전이다. 더불어 조선시대 책표지를 제작하기 위해 사용했던 능화판(한국국학진흥원 제공)을 특별전 형식으로 선보인다. 이러한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 본 전시는 총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국내에서 최초로 소개되는 휴 크레슈머의 사진전이 호반아트리움에서 내년 5월 15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1990년대 발표한 초기작 시리즈부터 대표작인 ‘Blustery Day’ 시리즈, 페미니즘과 노동 사회 이슈를 담은, ‘Odd Jobs’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전작들이 다양하게 전시된다. 상업사진작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광고 사진과 매거진 작업,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Korea Project’도 함께 선보인다. 또한 작업 구상에 사용된 스케치, 촬영 현장이 담긴 영상 등의 자료들도 함께 볼 수 있어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놓치기 아쉬운 이번 주 종료되는 전시들을 소개한다. 원희수 작가의 제3회 개인전 ‘WATER’전이 서울 도봉구 평화문화진지 5동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원희수 작가는 회화 작품 27점과 4점의 오브제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작품별로 각기 다른 화풍을 가지며 각각 가상의 작가명을 부여해 단체전 같은 개인전을 선보인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보랏빛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이우현 작가의 ‘풍경을 상상하다’전이 서울 종로구 갤러리 마롱에서 이번 주 일요일 10월 31일까지 개최된다. 김우현 작가는 한 작품에서 물과 기름이라는 두 이질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보수적인 유화기법을 사용하는 듯하면서도 보랏빛 수채화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아련한 보랏빛 숲과 희미한 안개가 자아내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 주에 시작되는 기대되는 예정 전시를 소개한다. 서희원 작가의 개인전 ‘story of the broken ones’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전 작품 시리즈였던 ‘Suspicious being’의 연장선에 있다. 정확히는 작품 ‘REQ 30’의 작은 손짓에 숨겨둔 이야기에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파생되어 진행되어 가고 있는 중간 과정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서울 중구 충무로갤러리에서 11월 3일부터 11월 12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 통인화랑에서 ‘자울림 전, 열두 번째’전이 11월 3일부터 11월 14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자울림은 도자기로 아름다운 세상을 꾸미는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도예가 모임으로 김명희, 김호섭, 박동기, 백정호, 이규열, 이종성, 조현숙 작가가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많은 전시가 열리고 있으며 보다 자세하고 더 많은 전시 소식은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 사이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 휴관 혹은 예약제로 운영하는 전시장이 다수 있으니 방문하기 전, 전시장 운영정보를 꼭 한번 확인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바란다. 서울컬처 culture@seoul.co.kr
  • [씨줄날줄] 17세기 조각승 색난/서동철 논설위원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불교 조각이라면 누구나 국립중앙박물관의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으뜸으로 꼽을 것 같다. 통일신라시대로 내려오면 아무래도 본존불을 비롯한 일련의 경주 석굴암 조각이 먼저 생각난다. 공통점은 작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양지(良志)라는 통일신라시대 조각승의 이름이 남아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연이 ‘삼국유사’에 “양지가 영묘사 장륙삼존상·천왕상·전탑 기와와 천왕사탑 아래 팔부신장, 법림사 주불 및 삼존과 좌우금강신을 만들었다”고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679년(문무왕 19) 창건된 천왕사, 곧 사천왕사는 일제강점기 동해남부선 철길이 절터를 관통하면서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다. 목탑지에서 소조 파편이 많이 나왔는데, 그것을 복원한 것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양지의 녹유신장상이다. 반면 고려시대 이후 나무로 만든 불상 가운데는 조각가를 알 수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목조 불상의 배 부분에 공간을 만들어 불경 등을 넣는 복장(腹藏)이 일반화되었는데 누가 발원하고 누가 조각했는지를 기록한 조상기(造像記)를 남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불교 조각가로 기억해야 할 인물이 색난(色難)이다. 1640년 전후 태어나 1660년대 수련기를 거치고 1680년 이후 조각가 그룹의 우두머리인 수조각승(首彫刻僧)이 되어 전라도와 경상도 일대에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유명 조각승이 10건 안팎의 작품을 남긴 반면 색난의 작품은 알려진 것만 해도 20건에 이르는데, 불상 조각가로 활동한 기간이 40년이 넘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미술사학자들은 색난 작품의 특징을 세부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대 조각 양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여래상과 보살상에서 ‘작가의식’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아마도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을 나한상과 시왕상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점에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가섭존자상이 매력적이고, 16나한상으로 세트를 이루어 메트로폴리탄 것과 함께 조성했다는 영암 축성암 나반존자상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 짓게 한다. 색난이 제작을 주도한 불상 가운데 4건이 보물로 지정됐다. 광주 덕림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고흥 능가사 목조석가여래삼존상 및 십육나한상, 김해 은하사 명부전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 구례 화엄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이다. 그의 작품은 시도 지정문화재도 13건에 이른다. 이제 ‘색난 조각을 따라가는 문화유산 탐방’ 같은 주제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 “조선시대 과학기기 보러 청주 오세요”

    “조선시대 과학기기 보러 청주 오세요”

    충북 청주시는 측우기 등 조선시대 대표 천문과학기기 8종을 실물크기로 복원했다고 21일 밝혔다. 과학기기들은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 일원에 조성된 초정행궁 내 야외 공간에 배치됐다. 초정행궁은 1444년 세종대왕이 121일간 초정지역에 머무르며 안질치료와 훈민정음 창제를 마무리했던 곳으로 시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조성해 지난해 6월 개방했다. 시는 초정행궁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초정행궁 2단계 사업’을 추진하며 이번에 과학기기를 복원했다. 총 사업비는 1억7000만원이다. 복원작업에 걸린 시간은 3개월정도다. 행궁에 설치된 천문과학기기는 세계 최초의 강수량 측정기구인 ‘측우기’,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천평일구’, 풍향을 관측하는 ‘풍기대’, 청계천 수위를 측정하던 ‘수표’, 조선 실정에 맞는 천문관측을 위해 제작된 ‘혼천의’와 ‘소간의’, 낮에는 태양, 밤에는 별자리를 관측해 낮과 밤 시간을 모두 측정할 수 있는 ‘일성정시의’ 등이다. ‘일성정시의’는 올해 6월 서울 인사동에서 최초로 실제 부품이 발굴돼 그 모양을 복원·제작한 첫 사례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초정행궁 실내에도 과학, 훈민정음 등을 주제로 교육·전시 콘텐츠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를 연계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놀면서 공부할 수 있는 교육·체험형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문화마당] 수원 축제 지킴이 ‘조선방역단’에 박수를/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문화마당] 수원 축제 지킴이 ‘조선방역단’에 박수를/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지금 수원 화성에 가면 흰 방역 마스크를 낀 조선시대 의녀들이 제일 먼저 관객을 맞는다. 상냥한 목소리로 “손소독 한번 하실까요?” 하니 두 손이 절로 나간다. 200년 전 지어진 성벽의 위용이 근사한 병풍 역할을 하고, 성벽 아래 낮게 드리워진 가을 햇살이 여행자를 절로 걷게 만든다. 수원시민 십여 명이 코로나19 방역을 책임지겠다며 나섰는데, 이름하여 ‘조선방역단’이다. 현재 수원에는 58년 전통의 수원화성문화제를 비롯해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세계유산축전, 미디어아트 등 4개의 큰 축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축제를 임시로 통합해 ‘힐링폴링 수원화성’으로 만들었다. 집객보다 분산이 중요한 시기에 가장 애매한 것이 ‘시민 참여’, 그러니까 시민들의 축제 참여 문제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코로나를 구실 삼아 무작정 손을 놓기 마련인데 올해 수원시는 재미있는 꾀를 냈다. 행정이 시민에게 방역 협조를 기계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시민에게 ‘함께 방역하자’며 권하는 것이다. 흥미를 돋우기 위해 전문 연극단체의 도움을 받아 방역을 마치 퍼포먼스 공연처럼 익살스럽게 살렸다. 조선시대 의녀와 포졸을 성 안팎에 등장시키면서 방문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한편 방역단이 된 수원시민들은 그 자체로 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재미있는 건 조선방역단의 평균 연령이 65세가 넘고 예술가, 문화해설사, 자원봉사자 등 평소에도 시민활동에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수원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있는 방역’ 때문이 아니다. 대다수 지역 축제에서 종종 민낯을 드러내는 억지스러운 시민 참여, 사실상 반강제적인 시민 동원이 아니라 규모는 작지만 완성도가 높고 참여 방식이 매우 능동적이어서다. 시민의 역할이 명확해 문화 행사뿐 아니라 다양한 도시정책의 주민 참여 과정에서도 참고가 될 좋은 모델, 건강한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큰 축제들도 결국은 ‘시민 참여’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다소 정치적인 목적으로 ‘시민 참여’, ‘시민 거버넌스’, ‘라운드 테이블’ 등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지역만의 특징과 개성에 맞는 독립적인 시민 참여의 틀을 내놓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대규모의 시민 참여를 개성 있게 선보인 곳은 강릉시 정도를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강릉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강릉 시내 447개 상점 주들이 자기만의 참여 방식으로 동참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화장실이 급한 외국인에게 무료로 화장실을 쓰게 해 주거나 카페에선 무선인터넷과 충전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작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실행했다. 올해 수원시가 선보인 시민 주도 ‘조선방역단’의 역할과 형식은 매우 고무적이며, 코로나19라는 시의적 이슈에도 걸맞은 최고의 기획이라 칭찬할 만하다. 거기다 수원 화성 안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 입장에선 아무리 즐거운 축제라도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는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한 ‘성안 사람들’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에서 기대가 크다. 코로나19 탓에 전 세계가 발목 잡혔던 지난 2년의 시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무작정 손을 놓았던 도시가 있는가 하면 미래를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야무지게 활용한 도시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감염병 아니라 그 어떤 시련이 와도 시민이 스스로 주체가 됐던 축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축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손소독을 네 번이나 하게 만든 수원의 흰머리 조선방역단에 박수를 보낸다.
  • 궁궐 체험, 내일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 대상 재개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던 궁궐 체험 행사가 재개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20일부터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궁궐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난 이를 가리키며, 현장 참여 시 증빙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우선 대표적 궁궐 체험 행사인 ‘창덕궁 달빛기행’과 ‘경복궁 별빛야행’이 오는 21일 다시 열린다. 달빛이 비치는 창덕궁의 야경과 공연을 감상하는 창덕궁 달빛기행은 한 조 인원을 기존 25명에서 20명으로 줄여 운영한다. 경복궁 별빛야행은 흥례문, 외소주방, 교태전, 집경당, 경회루 순이었던 탐방 경로를 복궁 북측 공간 중심인 국립민속박물관, 외소주방, 장고, 집옥재, 건청궁, 향원정으로 변경했다. 특히 향원정은 4년에 걸친 해체·보수 공사를 마치고 최근 새로운 모습을 공개했다. 수궁에서 펼쳐지는 ‘밤의 석조전’과 창경궁을 무대로 하는 ‘창경궁 야연(夜宴), 악가삼장’은 이번에 첫선을 보인다. 20일부터 시작하는 밤의 석조전은 대한제국이 황궁 정전으로 지은 서양식 건축물인 석조전에서 야간 공연을 감상하고, 다과를 맛보는 행사다. 창경궁 야연은 조선시대 세자가 국왕을 위해 준비한 잔치를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신청자가 부모를 위해 예약하면 부모는 각각 연로한 신하인 기로대신과 그의 부인인 정경부인 복장을 착용하고 잔치에 참여해 전통음식을 즐기고 공연을 관람한다. 2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진행된다. 이 밖에 궁중 병과와 차를 즐기는 ‘경복궁 생과방’도 20일부터 예약제로 진행한다. 참가 예약은 네이버 예약 사이트나 11번가 티켓에서 하면 된다.
  • [길섶에서] 진주 비빔국수집/서동철 논설위원

    지난주 경남 진주에 다녀왔다. KTX표를 예매해 두기는 했지만, 먼 곳까지 가서 잠깐 일만 보고 오는 것이 아까웠다. 기차표를 취소하고 차를 몰고 가야겠다 싶었다. 진주대첩 현장인 진주성 내부에 자리잡은 국립진주박물관에서는 마침 ‘화력조선’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고려 말 등장한 화약무기가 조선시대 전략무기가 됐고 임진왜란 때는 왜군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다. 왜군을 이 땅에서 몰아낸 것이 결코 요행수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다. 좋은 전시다. 냉면과 비빔밥이 진주 대표 음식이지만 몇 차례 먹어봤으니 절실하지는 않다. 좋아하는 비빔국수 사진이 걸린 작은 분식집이 눈에 띄었다. 음식을 기다리자니 전동휠체어가 식당에 들어선다. 휠체어 손님은 익숙하게 우동을 주문하는데 주인 부부는 그저 무심하게 응대한다. 그런데 세상 편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 휠체어 손님을 바라보면서 주인 부부를 다시 보게 됐다. 수많은 식당을 드나들었지만 휠체어 손님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주인 부부의 응대법도 장애 손님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계산된 무관심’이 아닐까. 이 식당에 문턱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비빔밥보다, 냉면보다 더 맛있는 진주 여행이었다.
  • 탁현민, 사또 옷 입고 국무회의 등장한 이유는? [이슈픽]

    탁현민, 사또 옷 입고 국무회의 등장한 이유는? [이슈픽]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국군 전통의장대 복장으로 등장해 화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가을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들이 모두 한복을 입었다. 탁 비서관은 조선시대 사또·무관이 입던 구군복을 택했다. 국무위원들이 비교적 차분한 색상의 한복을 선택한 가운데 알록달록한 구군복에 커다란 전립까지 쓴 탁 비서관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탁 비서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군복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께서 한복을 입으셨는데 의전비서관이 안 입기도 그랬다”며 “그렇다고 그냥 입는 것보다는 제가 의전비서관이니까 국군 전통의장대 복장을 빌려서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역사·개성·젊음, 아이디어 축제… 가을 ‘영화 축제’

    역사·개성·젊음, 아이디어 축제… 가을 ‘영화 축제’

    가을을 맞아 전국에서 각종 영화제가 잇달아 열리는 가운데 차별성을 내세운 행사나 프로그램이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3회째를 맞은 강릉국제영화제(giff.kr)는 강릉 대표 문화재와 손을 잡았다. 사적 제388호로 지정된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영화제 시작일인 22일부터 주요 행사를 진행한다. 이곳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중앙 관리들이 머물던 건물터로, 특히 공민왕이 쓴 ‘임영관’ 현판이 걸려 있는 임영관 삼문은 국보 제51호이기도 하다. 영화제 측은 이곳에서 관아극장을 열어 매일 1~2회 무료 야외상영을 할 예정이다. 강릉을 배경으로 한 영화 ‘봄날은 간다’ 20주년을 맞아 허진호 감독과 배우 유지태, 조성우 음악 감독이 함께 토크쇼도 벌인다. 이 밖에 강릉 출신 음악가들이 펼치는 관아 STAGE를 비롯해 강릉 출신 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강릉의 숨은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전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영화제 관계자는 “강릉대도호부관아는 시내 한가운데에 자리해 강릉 시민들에게는 굉장히 친숙한 곳이자, 영화를 즐기러 강릉을 찾는 이들에겐 색다른 느낌을 줄 장소라 올해 처음으로 기획했다”며 “영화제와 문화재의 만남이 관객들에게 독특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2일부터 열리는 충무로영화제(thecmr.kr)는 단편경쟁부문 선정작을 고르면서 올해 처음으로 ‘8인의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예심 심사위원단이 추천한 100여편의 본심작 중 허정, 한준희, 임선애 등 8명의 감독에게 영화 선정을 맡겼다. 여러 명이 점수를 매기거나 합의를 거쳐 영화를 선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감독들에게 모두 일임한 게 특징이다. 감독들은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리스트를 구성했다. 예컨대 넷플릭스 드라마 ‘D.P.’로 호평을 받은 한준희 감독은 ‘나의 방’, ‘드라이빙 스쿨’, ‘목화토금수’, ‘조지아’ 등을 고르고 부제로 ‘영화관에서’라고 붙였다. 이렇게 감독당 4~5편씩 모두 37편의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제 측은 “감독의 시선이 곧 장르이고 한국 영화의 힘은 감독의 개성을 존중할 때 나온다는 영화제의 철학을 구현했다”며 “감독의 취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서울시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은 대학생들의 단편영화만을 선보이는 성북청춘불패영화제(sbff.co.kr)를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다. 다음달 11일부터 엿새 동안 진행하는 영화제는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린다. 다소 투박하더라도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작품만 내건 게 특징이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영화제지만 출품작이 모두 865편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젊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30편의 본선작을 선보인다. 영화제 측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젊은 영화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지하고자 올해 처음 청춘영화제를 시작하게 됐다”며 “다양한 장르와 신선한 이야기로 무장한 영화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씨줄날줄] 프랑스 가톨릭의 성학대/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프랑스 가톨릭의 성학대/서동철 논설위원

    가톨릭 교회는 성욕을 금욕의 첫 번째 대상으로 삼는 만큼 성직자의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결혼조차 피했다. 하지만 15세기 마지막 10명의 교황은 타락의 끝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리를 초월해 살았다. 율리우스 2세는 교황에 오르기 이전 이미 3명의 자식이 있었고, 이노켄타우스르 8세는 유부녀들에게서 낳은 자녀가 16명이었다. 알렉산더 6세는 공식적인 정부(情婦)만 3명이었다. 결국 가톨릭 성직자의 직무유기와 성범죄 같은 타락이 종교개혁의 무시할 수 없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성직자의 성적 타락이 근본적으로 성직자의 독신서약에서 비롯된 것임을 간파하고 가장 먼저 독신 제도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한 종교개혁자가 마르틴 루터다. ‘목회와 신학’ 10월호에 실린 황대우 고신대 교수 글의 일부 내용이다. 가톨릭 성직자의 성적 일탈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는 교회가 젊은 사제들이 정부를 두고 자녀를 생산하는 것 같은 행위에 대해 경중에 따라 벌금을 책정했던 데서도 알 수 있다. 마르틴 루터의 영향으로 취리히에서 종교개혁에 나선 스위스의 종교개혁자 울리히 츠빙글리도 사제로 목회하던 시절 여자들과 사통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가톨릭의 성적 타락이 종교개혁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지만 그렇게 탄생한 개신교도 성적 타락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불교도 다르지 않다. 조선시대 ‘부녀자가 절에 올라가 공공연히 음행을 저지르고 절개를 잃는 것’을 한탄하는 목소리는 벌써 태종실록에 보인다. 혜원 신윤복이 그린 ‘이승영기’(尼僧迎妓)는 ‘여승이 기생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미술사학자 최순우는 ‘여인의 아랫도리 흰 속곳을 훔쳐 보고 있는 승려’라고 했다. 타락한 승려와 유부녀 혹은 기생의 부도덕한 관계를 암시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승과 여염집 아낙의 동성애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적 타락은 해당 종교의 교리 위반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세속의 법률로 단죄하기는 쉽지 않다. 프랑스에서 1950~2020년까지 가톨릭 사제와 교회 관계자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아동이 33만명에 이른다는 조사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가해자는 최소 3000명으로 피해자의 80%는 10∼13세 소년이었다. 가중처벌해야 할 중범죄임에도 기소는커녕 내부 징계조차 받지 않은 사례가 수두룩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금은 치욕의 순간”이라며 사과했다. 오늘날 도덕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가톨릭이기에 그나마 숨기고 싶은 문제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가톨릭이 자신들뿐 아니라 세상 모든 종교의 성직자들에게 평생의 화두를 던졌다고 본다.
  • 인간에 대한 그 ‘리움’

    인간에 대한 그 ‘리움’

    미술관의 첫인상인 로비부터 확 달라졌다. 둥근 유리 천장이 있는 로툰다 주변에 검은 기둥과 의자들이 조형 작품처럼 간결하게 놓여 있고, 한쪽 벽면에는 가로 11m, 세로 3m의 초대형 미디어 월이 자리했다. 안내데스크, 사물함, 카페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해 격조와 세련미가 한층 두드러졌다.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이 8일 다시 문을 연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은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2017년 홍라희 관장이 물러나면서 소장품 상설전만 운영해 오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3월 휴관했다. 1년 7개월 사이 미술관은 로고를 교체하고 로비 공간을 리뉴얼하는 등 ‘제2의 개관’에 준하는 대대적인 변신을 꾀했다. 전시 변화도 획기적이다. 한국 고미술과 현대미술 상설전을 7년 만에 전면 개편했다. 고미술 상설전은 ‘푸른빛 문양 한 점’, ‘흰빛의 여정’, ‘감상의 취향’, ‘권위와 위엄, 화려함의 세계’ 네 가지 주제로 나눠 각각 청자, 분청사기·백자, 조선시대 그림·글씨, 금속공예·불교미술을 선보인다. 국보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주자’, 김홍도 ‘군선도’ 등 국보 6점을 포함한 고미술 154점을 펼쳤다. 사각형 고려청자 향로, 흥선대원군의 ‘석란도 대련’처럼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세계 거장들의 명작을 모은 현대미술 상설전도 대폭 바뀌었다. 동서양 미술에 자주 등장하는 검은색에 집중한 ‘검은 공백’, 빛과 움직임 등 비물질 영역으로 확장시킨 ‘중력의 역방향’, 현실 너머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상한 행성’을 주제로 회화, 조각, 설치 작품 76점을 전시했다. 2004년 개관 이후 리움의 기획전은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 미술계의 각별한 주목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4년 만에 귀환하는 기획전에 쏠리는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리움은 ‘인간’이란 거대 담론을 택했다. 태현선 학예연구실장은 “광범위하고 어려운 주제이긴 하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화시킨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 등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피해 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간-일곱 개의 질문’은 20세기 중반 전후 미술을 시작으로 반세기에 걸친 인간에 대한 예술적 탐색의 결과물들을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거장 세 명의 조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평소에 보기 힘든 걸작들이지만 맥락을 갖춘 배치로 인해 전시의 흐름을 미리 보여 주는 예고편의 구실을 한다. 골격만 앙상하게 남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1960)은 인간의 실존적 고민을 드러내고, 신체를 단순하게 묘사한 앤터니 곰리의 ‘표현’(2014)은 몸이 품고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하게 한다. 무표정한 얼굴의 도시인 여섯 군상을 조각한 조지 시걸의 ‘러시 아워’(1983)는 공존해야 하는 인류의 숙명을 암시한다. 전시장에선 7개 질문별로 국내외 51명 작가의 작품 1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소주제에 따른 작품 특성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동어반복이 되는 듯한 점은 아쉽다. 김성원 리움 부관장은 “재개관을 계기로 열린 미술관, 소통하는 미술관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상설전 무료 운영은 문턱을 낮추는 변화의 하나다. 기획전도 연말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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