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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년 이어온 한 마을의 약속

    우리 조상들은 좋은 일은 권하고 힘든 일은 서로 도우며 한 마을을 꾸려 왔다. 이러한 마을공동체의 약속은 15세기 무렵 향약(鄕約)이라는 자치규약으로 만들어졌고, 그 전통은 아직도 우리 생활에서 여러 흔적으로 발견된다. 살기 좋은 공동체를 위한 조상들의 슬기가 담긴 향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7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상설전시실에서 개최하는 테마전 ‘500여년의 마을 약속 - 태인 고현동 향약’에는 태인 고현동 지역의 향약 관련 자료 84점이 공개된다. 현재 전북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무성리 일대인 고현동 지역은 이례적으로 조선시대부터 최근까지 500여 년간 향약이 지켜져 오고 있다. 최초의 가사작품 ‘상춘곡(賞春曲)’으로 유명한 정극인(1401~1481)이 1475년(성종 6년) 처음 시행한 고현동 향약은 1977년까지 관련 내용이 기록돼 문서로 남아 있다. 그 기록인 ‘태인 고현동 향약(보물 1181호)’에는 “상례나 혼례 때는 서로 부조를 해야 한다.”, “가난하거나 병든 회원에게는 향약의 기금을 보조해 줄 수 있다.” 등 구체적인 규약이 회원 명부와 함께 쓰여 있어 향촌 사회 모습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 외에도 전시에는 태인현 성황사(城隍祠)에 모셔져 있던 조선 후기 신상(神像·전라북도 민속자료 제4호), 광해군의 인목대비 폐비로 인해 세상을 등진 고현동 일곱 선비를 그린 ‘칠광도(七狂圖)’ 등 향촌 사회의 자치규약에 관한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역사부의 ‘역사문화유산 조사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이효종 학예연구사는 “대여 형태가 아닌 유물들에 대한 철저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한 전시라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함흥 지역 유물전, 충남 노성 유물전 등 전국 각지의 숨은 유물들을 차례로 전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도시와 산] 통영 미륵산

    [도시와 산] 통영 미륵산

    미륵산(彌勒山)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경남 통영시, 경북 울릉군, 전북 익산시, 강원도 원주시 등 전국에 4곳이 있다. 통영 미륵산(461m)은 통영시 육지 쪽과 2개의 다리로 연결된 산양읍 미륵도 중앙에 우뚝 솟아 있다. 높지 않은 산임에도 산림청이 선정한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당당히 이름이 올라 있다. 남해안 중앙에 있어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비경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 탁월한 조망이 빼어나다. 정상에 올라보면 통영항 일대를 왜 동양의 나폴리로 부르고, 미륵산이 명산의 반열에 들게 됐는지 그 이유를 보고 느낄 수 있다. 케이블카가 설치돼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미륵산을 찾는 관광객이 사계절 줄을 잇고 있다. ●명산 조건 고루 갖춘 산 1억 2000여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에 화산 폭발로 이뤄진 산으로 알려진 미륵산은 울창한 산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기암괴석, 오래된 절 등 명산의 요건도 고루 갖췄다. 미래의 부처인 미륵존불이 내려오는 산이라고 해서 미륵산으로 불린다. 산 북쪽에 용화사라는 오래된 절이 있어 용화산이라고도 불린다. 불교와 인연이 깊은 산으로 용화사를 비롯해 고려 태조 때 도솔선사가 창건한 도솔암, 조선 영조 때 창건된 관음암, 고승 효봉(1888~1966년)이 머물렀던 효봉 문중의 발상지인 미래사 등의 사찰이 있다. 용화사는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때 은점 선사가 지금의 관음전 자리에 정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623년 동안 계승되다 1260년에 산사태가 나면서 무너져 3년뒤 미륵산 제3봉 아래로 절을 옮겨 짓고 천택사라 불렀다. 천택사도 1628년 화재로 폐허가 돼 1724년 벽담 선사가 현재의 용화사 자리에 천택사의 보광전 기둥을 비롯해 남은 건물을 옮겨 새로 중창했다. 당시 벽담 선사는 천택사 중창을 앞두고 미륵산 봉우리에서 7일 동안 밤낮 기도를 올리던 중에 한 신인(神人)으로부터 “이 산은 미래세계에 미륵불이 내려와 용화회상이 될 도량이니 이곳에 절을 세워 용화사라고 부르면 만세기에 전하게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용화사는 조선시대 수군막사로도 이용됐다. 미래사는 효봉 스님의 상좌였던 구산 스님이 석두·효봉 두 큰 스님의 안거를 위해 1954년 세웠다. 주변의 울창한 편백숲이 산사 주변의 호젓한 분위기를 더한다. 미륵산 정상 부근 제2봉에는 고려 말~조선 초에 설치된 것으로 전해지는 봉수대 터가 있다. 봉수대 터 주변에서는 조선시대 기왓조각과 통일신라시대 도장무늬토기 조각도 출토된다. ●날마다 수천명 등정 미륵산은 어느 산행길에서 출발하더라도 1시간 남짓이면 정상에 닿는다. 케이블카가 설치된 뒤에도 걸어서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객들은 여전하다. 미래사 쪽에서 오르는 산길이 정상까지 30여분으로 가장 빠르다. 용화사와 미래사를 잇는 산길은 통영시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길이다. 미륵산 정상은 바위로 이뤄져 있다. 케이블카가 설치된 뒤 하루 수천명씩 몰리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미륵산 정상에 목재로 데크 시설을 하는 바람에 산 정상의 자연스런 모습이 가려졌다. 정상에 이르면 호수처럼 고요하고 평온한 한려해상 국립공원 다도해의 그림 같은 풍광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해질 무렵 낙조로 붉게 물든 서쪽 바다 위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의 자태가 눈길을 붙든다. 정상에서 직선거리로 90㎞쯤 떨어져 있는 대마도는 일년에 30여일, 105㎞ 떨어진 지리산 천왕봉은 일년에 절반쯤은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예술·문학 영감의 원천 정지용 시인은 한국전쟁 직전에 통영을 둘러보고 ‘통영1’에서 ‘통영6’까지 6편의 기행문을 남겼다. 그는 미륵산 정상에서 통영과 바다 풍경을 보고 쓴 기행문 ‘통영5’에서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 우리가 미륵도 미륵산 상봉에 올라 한려수도 일대를 부감할 때 특별히 통영포구와 한산도 일폭의 천연미는 다시 있을 수 없는 것이라 단언할 뿐이다.”라고 예찬했다. 통영시는 정지용 시인의 통영예찬을 기리는 문학비를 오는 12월 미륵산 정상에 세운다. 말과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시인조차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하는 한려수도의 천연미와 천혜의 자연 전망대인 미륵산은 통영을 예향으로 만든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고 문인들은 말한다. 극작가 유치진과 시인 유치환 형제를 비롯해 시인 김춘수, 김상옥, 작곡가 윤이상, 소설가 박경리, 화가 전혁림 등 통영 출신의 걸출한 문학·예술인이 미륵산에서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굽어보며 문학·예술적 영감을 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이상은 통영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주 찾았던 미륵산과 용화사에서 보고 들었던 숲과 바다 갈매기, 스님들의 염불소리 등이 음악적 영감의 원천이 됐다면서 생전에 미륵산에 애착을 보였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는 그의 바람대로 한려수도가 내려다보이는 미륵산 양지바른 자락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다. 통영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케이블카 타고 꿈의 하늘로 경남 통영 미륵산의 케이블카가 인기다. 정상까지 빠르고 편하게 이동시켜 주기 때문이다. 아래 하부역에서 정상 턱밑인 상부역까지 10여분 만에 도착한다. 특히 통영항과 한려수도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모습도 하늘에서 감상할 수 있다. 통영관광개발공사에서 운영하는 이 케이블카는 하부역에서 상부역 사이 선로길이가 1975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2가닥으로 된 선로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선로에 달린 8인승 곤돌라 47대가 초속 6m 속도로 상·하부역을 오르내린다. 시간당 1000여명을 수송한다. 미륵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2002년 12월 사업비 173억원으로 착공됐으나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4월18일 개통됐다. 통영관광개발공사측은 미륵산 케이블카는 ‘그린 케이블카’에 역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하부역 사이에 1개의 지주만을 설치했고 많은 사람이 지나다녀 환경 훼손 우려가 있는 구간에는 나무데크로 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미륵산 케이블카는 누적 이용객이 지난 3일 100만명을 넘어 통영관광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지난여름 휴가철에는 평일 5000명, 휴일에는 9000여명이 몰렸다. 2~3시간씩 기다려야 탈 수 있었다. 8월1일에는 하루 이용객 최고인 1만 96명을 기록했다. 요즘에도 하루 평균 2000여명에 이른다. 통영관광개발공사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미륵산 케이블카 관광객 한 사람이 통영 지역에서 5만~10만원을 쓰는 것으로 계산할 때 케이블카에 따른 관광수익은 700억~8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통영시 1년 세수규모인 1100억원의 70%에 이르는 금액이다. 신경철 통영관광개발공사 사장은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미륵산 정상에서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케이블카 안전 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통영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남양주에 실학박물관 개관

    조선 후기 개혁·실천의 학문인 실학이 경기도에서 부활한다. 경기도가 실학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180억원을 들여 건립한 실학박물관이 23일 문을 열었다. 박물관은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다산 유적지 바로 옆 4075㎡에 연면적 2038㎡ 규모로, 상설전시실 3곳과 기획전시실, 80석 규모의 강당, 부대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제1전시실에는 조선 후기 실학의 형성 과정, 제2전시실에는 실학의 전개 과정, 제3전시실에는 천문관측 기구나 책력·지도류 등이 정리돼 있으며 별자리 찾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상설전시실에는 실학의 대표적 저서인 유형원의 ‘반계수록’, 정약용의 ‘경세유표’, 박제가의 ‘북학의’, 조선시대 아라비아식 휴대용 천문기기인 ‘아스트로라베(Astrolabe)’, 근대적 지도학에 영향을 끼친 ‘곤여전도’ 등 130여점이 전시돼 있다. 특별전시실에는 개관을 기념해 조선 후기 최대 개혁정책 중 하나로 평가되는 대동법과 이를 주창한 김육의 저서인 ‘잠곡유고’, ‘김육초상’, ‘갑회첩’, ‘십전통보’ 등 관련 유물 50여점을 선보인다. 실학박물관은 실학 자료의 집대성과 체계화 등 실학연구원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교육·체험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조선 후기의 개혁과 변화를 주도한 실학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도는 밝혔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날 실학박물관 개관식을 갖고 한·중·일의 전통 화포인 총통, 홍이포, 조총 발사 시연회를 열었다. 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30∼31일 서울 프레스센터와 실학박물관에서 국제실학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실학박물관장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관람객들은 박물관에서 실학사상을 발견하고, 실학적 가치를 체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실학정신을 현대에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학박물관이 들어선 다산유적지에는 생태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실학연구의 중심기능과 함께 문화 휴식공간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팔관회는 불교의례? 그 왜곡과 진실 찾기

    팔관회는 불교의례? 그 왜곡과 진실 찾기

    “고려시대는 조선왕조에 의해 배척되고 왜곡된 상처와 흔적을 안고 있다. 그 상처가 지금까지 유산으로 남아있고, 흔적은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 상처를 기억하고 흔적을 규명해 고려시대의 진실을 밝히고 복원하는 것이 고려인의 후예라면 피할 수 없는 흥미로운 책무이다.” ●조선 성리학적 사대주의의 오류 한흥섭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이런 ‘책무’를 고대부터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아우르는 역사 속에 녹아든 음악사상에서 찾는 것으로 실현한다. ‘한국의 음악사상’, ‘우리 음악의 멋 풍류도’, ‘한국 고대 음악사상’ 등을 집필한 한 교수는 신작 ‘고려시대 음악사상’(소명출판 펴냄)에서 고려시대의 문화사 복원의 하나로 국가제전인 ‘팔관회’와 궁중음악 ‘아악’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한 교수는 “고려에는 드높은 위상과 문화의 다양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음악적 유산이 있었지만 조선왕조에 들어와 철저히 배제되고 왜곡됐으며, 이런 관점이 무비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왜곡의 바탕에는 너무나 견고한 조선 성리학자들의 사대주의적 시각이 있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신라에서 이어져 고려왕실의 공식행사 중 하나가 된 팔관회로, 고려 문화의 결집체이자 상징이었다. 신라시대에는 위령제적 성격이 짙은 불교의례였지만 고려시대에는 천령과 명산대천 등에 제사하고 복을 비는 토속의례의 성격이 강해진다. 팔관회의 핵심 의례인 ‘백희가무’에는 국선, 선가, 선랑, 화랑 등 춤추고 노래하며 토속신령에 기원하는 가무단이 행사를 이끈 것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또 왕의 사찰방문과 환궁 행렬이 이어지면서 축제적 성격도 띤다. 결국 팔관회는 유교적 의례와 신선이나 장생불사를 추구하는 도교적 취향, 사찰 방문이라는 불교적 행사, 백희가무에서 드러나는 토속신에 대한 신앙 등이 총체적으로 연출된 종합행사다. 그러나 팔관회는 조선시대에 들어와 고려 전통을 인정하지 않는 부류들과 배불정책에 따라 철폐된다. 팔관회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 없이 단지 이런 일련의 과정을 두고 팔관회가 불교의례라고 단정짓는 것에 대해 저자는 “피상적인 시각에서 비롯한 오류에 불과하다.”면서 “팔관회의 본질적 성격을 제대로 규명하는 작업은 고려문화의 실제에 접근하기 위해 필수적이고 중대한 절차”라고 강조한다. ‘궁중음악의 총칭’으로 정의되는 아악에 대해서도 저자는 문제를 제기한다. 아악이 고려 예종 11년(1116년)에 중국 송나라에서 들어왔다는 한국국악계의 지배학설도 시대착오에 불과하다는 것. ‘고려사’를 통해 국가제사를 진행하고 문물제도를 정비한 성종(982~997년) 때 이미 아악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성종은 원구에서 풍년을 기도하고, 태묘를 건축해 친히 제향을 치뤘다. ‘고려사’의 ‘예지’에 나온 의례절차를 보면 이들 의례에는 반드시 악()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성종 때에 이미 아악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아악은 삼국시대부터 존재 아악기의 구성을 따지면 아악이 삼국시대에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궁중에서 연주되는 아악과 당악, 향악에는 각기 고유의 악기로 연주한다. 예컨대 생, 우, 훈, 편종, 편경 등 아악기는 철저히 아악에만 사용했다. ‘삼국사기’의 ‘악지’에는 고구려악을 소개하면서 생, 소, 지 등의 악기를 거론한다. 당나라 역사서인 ‘북사’에 백제의 아악기 우와 지가 소개돼 있고, 신라 눌지왕 때 만든 ‘우식악’에는 훈과 지 등의 악기 연주가 묘사돼 있다. 당시 일반인들은 악기를 쉽게 접하기 어려웠다는 점, 또 외국 문헌에는 보통 한 국가의 궁중에서 사용하는 것들이 전해진다는 점을 종합하면 이미 그 전에도 궁중음악인 아악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사전에는 ‘현존하는 아악을 문묘제례악 한 곡 뿐’이라고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도 엄연히 궁중음악인데, 이를 제외하는 오류도 범한다고 지적한다.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너무 많은 부침을 겪은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은 음악사상 분야도 벗어날 수 없다. “고려시대 음악문화의 실상에 대한 논의나 상상력이 더욱 풍요롭고 다양해지기를 기대한다.”는 말에서 저자가 풍부한 자료를 근거로 들어 말하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해진다. 2만 6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문화마당] 전족과 ‘초정상 자극’/양세욱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화마당] 전족과 ‘초정상 자극’/양세욱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상하이 인근의 수향 우전(烏鎭)에는 ‘삼촌금련관’(三寸金蓮館)이라는 박물관이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이곳은 중국 최대 규모의 전족 전문 전시관으로, ‘세 치의 황금 연꽃’은 전족의 다른 이름이다. 지난 주말 상하이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가 주최 측의 안내로 이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박물관 측의 설명에 따르면, 1000여년 전인 중국 오대(五代) 시기에 무희들이 발끝으로 추는 춤에서 유래된 전족은 시간이 지나면서 궁중에서 귀족 계층으로, 다시 기방과 민간으로 퍼져나갔다. 최고 전성기인 청대 중·후기에는 중국 전체 여성 인구의 80% 이상이 전족을 할 정도로 크게 유행하기에 이른다. 발의 크기는 점점 작아져 “세 치는 금 연꽃, 네 치는 은 연꽃, 다섯 치는 철 연꽃”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세 치는 대략 10cm이다. 전족한 발은 신부가 마련해가는 최고의 예물이었고, 여성의 제3의 성기로까지 여겨졌다. “남자들의 질펀한 연회를 위해 마련한 한 접시의 안주”라는 설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뼈가 너무 무르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은 다섯 살에서 여덟 살 무렵의 여아에게 시술되는 전족이 끔찍한 고통을 수반하는 행위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오죽하면 “작은 발 한 쌍에 눈물 한 항아리”라는 속담까지 나왔을까. 박물관을 둘러보고 상하이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인류 역사에서 최장 시간 동안 최대 규모로 유행한 이 여성 신체의 개조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전족이라는 행위가 사실은 생물계에서 보편적인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us)의 한 사례이다. 생물계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선호되는 자극과 신호들은 흔히 평균치를 멀리 벗어난다. 생물계의 수컷들은 암컷들을 인식하는 자극들에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번식기에 이른 큰흰줄표범나비 수컷들은 독특한 빛깔과 날갯짓으로 자기 종의 암컷을 감지하고 좇는다. 생물학자들은 기계적으로 날개를 퍼덕이는 플라스틱 모형들로 수컷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욱 놀라운 현상은 수컷들이 진짜 암컷들을 외면하고 가장 크고 밝고 빠른 모형 암컷들을 좇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초정상의 암컷들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어놀리 도마뱀의 수컷들이 동종의 다른 도마뱀 사진들을, 심지어 작은 자동차 정도로 큰 이미지들을 선호한다거나, 재갈매기에게 색칠이 잘 되고 덩치가 큰 나무 갈매기 모형을 보여 주면 자기 알도 내팽개친다거나 하는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의 초정상 자극은 인간 사회, 특히 여성들이 신체적 매력을 발산하는 방식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 조선시대에 여성들의 머리에 얹는 가채의 크기가 점점 커져 목이 부러지는 일이 빈번했다거나, 중국에서 점점 가는 허리가 선호되면서 굶어죽는 이들이 속출한 것 등이 두드러진 사례이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통찰대로, 미용 산업 전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초정상 자극들의 제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아이섀도와 마스카라는 눈을 크게 보이게 해주고, 립스틱은 입술을 도톰하고 밝게 만들며, 매니큐어는 혈액 순환이 손끝까지 이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런 행위들은 젊음과 생식 능력이라는 자연적인 생리 신호들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을 넘어 초정상적인 자극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작고 가늘고 뾰족한 발에 대한 선호는 어느 정도 문화 보편적인 현상이다. 현대 여성들이 발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신는 하이힐이 이를 상징한다. 전족은 작고 가늘고 뾰족한 발에 대한 이런 선호가 정상을 넘어선 방식으로 실현된 문화 현상인 셈이다. 이제 전족의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전족을 만들어낸 초정상 자극에 대한 선호는 문화 유전자의 일부이다. 양세욱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여행가방]

    ●고창의 성곽 밟으며 느끼는 옛 사람 기운 전북 고창에서 24~26일 제36회 고창 모양성제가 열린다. 모양성은 조선시대 왜군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으로 이 곳에 올라 무병장수를 비는 답성놀이는 차분하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 수문장 교대식, 전통무예 재현, 조선시대 병영5종 체험, 전통활 만들기, 모양성 탁본체험, 솟대 장승 만들기, 한지공예체험, 고창 옛 장터 재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고창 모양성제를 돌아본 뒤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선운산 단풍을 즐겨보는 것도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문의 고창모양성제제전위원회(063-56 2-2999) ●63빌딩, 온갖 것이 무료 한화63시티가 1985년 문을 연 이후 누적 관람객 수 6300만명 돌파를 기념해 23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매주 금요일 63시티의 아이맥스, 스카이아트, 씨월드, 왁스뮤지엄 등 4대 관람장을 돌아가며 무료로 개방한다. 23일에는 아이맥스 영화 ‘옐로우스톤’을, 30일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 ‘63스카이아트’를, 다음달 6일에는 ‘63씨월드’, 13일에는 국내·외 저명인사들의 밀랍인형을 전시한 ‘63왁스뮤지엄’을 입장료 없이 즐길 수 있다. 무료 관람을 원하는 고객은 홈페이지(www.63.co.kr)에서 쿠폰을 다운로드 받아, 관람 당일 티켓박스에서 관람권으로 교환하면 된다. 문의 (02)789-5663. ●찬바람 불면 역시 냄비 요리 밀레니엄 서울힐튼 일식당 겐지에서는 11월, 12월 두달 동안 ‘홋가이도 나베모노 특선’을 선보인다. 게 냄비 세트(6만 8000원), 해산물 모둠 냄비 세트(8만 5000원), 연어 냄비 세트(6만원), 오리냄비 세트(6만원) 의 4가지가 마련됐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일식 뷔페에서 비교적 괜찮은 가격(점심 5만 5000원, 저녁 5만 8000원)으로 40여가지의 깔끔하고 다양한 일식 요리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세금 및 봉사료 별도. 예약 및 문의 (02)317-3240. ●남해바다로 가을이 스며들다 남해를 바라보고 있는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에서는 다음달 14일까지 ‘개관 3주년 기념 패키지’로 디럭스 스위트(45평형)에서의 1박, 탁 트인 남해 바다를 보며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 브리즈에서의 조식, ‘더 스파 오아시스’의 테라피 10% 할인, ‘3주년 기념 와인’과 1인 무료 세트 메뉴 등을 포함한 상품을 준비했다. 가격은 33만 3000원(2인기준, 세금 및 봉사료 별도)부터다. 문의 (055)860-0100.
  • [HAPPY KOREA] 강원 영월군 장릉마을

    [HAPPY KOREA] 강원 영월군 장릉마을

    충절의 고장 영월을 대표하는 것이 단종 유적이다. 단종의 무덤인 장릉 바로 옆에 위치한 강원도 영월군 영흥12리 장릉마을은 자손 대대로 주민들이 함께한 자연부락이다. 고작 1㎢ 정도의 면적에 주민 400여명이 어울려 살다 보니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서로 알 정도다. 장릉마을에선 별도의 평생 개발 프로그램이 필요 없다. 주민들의 생활 자체가 ‘상부상조’하는 선조들의 옛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도깨비 놀이는 물론이고 한달에 2번씩 개최하는 마을회의야말로 살아있는 주민교육의 장이다. 장릉마을을 대표하는 ‘도깨비놀이’는 단종을 지킨 도깨비 설화를 연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단종의 죽음, 주검을 지킨 도깨비, 도깨비를 만난 노인, 노인의 꿈 이야기, 제사과정, 떠나가는 도깨비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500년 동안 마을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표 송대훈(46)씨는 “매년 날씨가 추워질 때쯤이면 사랑방에 모여 연습을 한다.”며 “6~7년 전부터 연극의 형식과 방법을 체계화해서 단종문화제에서 공연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주민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회의와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한달에 2회, 마을주민 50여명이 모여 마을의 현안을 두고 논의하는 자리다. 전문가를 초청한 건강 교육도 겸하고 있다. 살기좋은마을에 선정된 후 가졌던 회의에서 식사, 빨래 등 노인들의 가사 일을 대신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자 ‘돌봄센터’를 만들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국내외 지역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답사도 주민들의 자랑거리다. 파주 프로방스 마을, 고창 함평축제 등 국내 유명지역과 일본 규슈지역의 유후인을 다녀왔다. 영월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구로구에 수목원… 도심속 삼림욕장

    구로구에 수목원… 도심속 삼림욕장

    2011년 ‘디지털도시’ 구로에 생태습지를 갖춘 대형 수목원이 들어선다. 서울 도심에 개장하는 첫 수목원으로, 시민들이 계절에 상관없이 청량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로구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항동에서 ‘푸른수목원’의 착공식을 연다고 20일 밝혔다. 회색빛 공단에서 디지털도시로, 다시 친환경도시로 변화하는 구로의 변화상을 잘 보여주는 일이다. ● 491억여원 들여 2011년 12월 준공 2011년 12월 준공 예정인 푸른수목원은 10만 809㎡ 규모이다. 여의도공원(22만 9539㎡)의 절반 크기에 불과하지만 500여종 나무와 습지, 계류생태원과 산림생태원 등을 갖추게 된다. 나무를 산림과 도랑, 습지, 초지 등 지형별로 다양하게 심어 독특한 자연체험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구로구는 2003년부터 도시계획시설 결정,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승인, 투자심사, 설계 등을 진행해 왔다. 애초 서울시는 2003년 수목원 조성을 위한 사업계획을 마무리하고, 사업에 속도를 냈지만 예산 배정이 늦어지면서 수목원 착공도 미뤄졌다. 사업비는 토지보상비를 포함해 491억여원으로, 서울시가 전액 지원한다. 순수 공사비는 100억여원이며 토지보상은 75%가량 이뤄졌다. 올 들어 토지보상 협상이 진척됐고, 착공 날짜가 잡혔다. 구로구는 수목원 완공과 함께 지하철1호선 오류동역에서 수목원까지 철길 자전거를 운행할 방침이다. 또 조선시대 제물포(인천)와 한양(서울)을 오가던 사람들의 휴식처였던 오류동 ‘주막거리객사’를 복원하는 등 수목원 일대를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꿔놓을 계획이다. ●수목원 예정지에서 산촌문화제 구로구는 착공식이 열리는 23일부터 주말인 25일까지 수목원 예정지에서 산촌문화제를 개최한다. 코스모스 밭에서 철로자전거를 타고, 벼가 누렇게 익은 들녘에서 벼베기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 축제다. 수목원 예정지는 서울 도심에선 보기 드물게 산과 논, 철길, 저수지 등이 어우러진 뛰어난 풍광을 지니고 있다. 앞서 구는 지난 6월 한시적으로 산촌문화체험장을 조성, 모심기와 유채꽃밭 걷기 등의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2만 4420㎡의 황금색 벌판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영근 벼들이 널려 있다. 벌판은 토지보상 전까지 주민들이 벼농사를 짓던 곳으로 이후 구에서 관리해 왔다. 구는 이중 1000㎡의 논에서 수확한 20㎏ 쌀 400포대를 불우이웃에게 전달한다. 소떼가 한가로이 노니는 3만 5000㎡의 코스모스 꽃밭에선 초등학생 150여명이 참가하는 사생대회가 열린다. 풍차, 허수아비, 꽃지게, 바람개비 등이 설치된 포토존이 마련되며, 떡메치기 등 행사도 진행된다. 양대웅 구청장은 “수목원이 조성되면 시민들이 자연을 찾아 서울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이 사라지고 도심에서 정취를 즐길 수 있다.”면서 “수목원 주변을 재정비해 서울의 대표적 자연명소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한국인은 모두 무교인들”

    “한국인은 모두 무교인들”

    스님을 모셔다가 길흉을 점치고, 하느님 앞에 건강과 부(富)를 비는 사회. 한국인의 종교생활은 거의가 ‘습합(習合)’의 결과물이다. 순수한 교리의 불교나 기독교 대신 신자들의 신앙은 대부분이 무교(巫敎)의 기복(祈福)과 결합해 있다. 역사 속에서 불교와 성리학이 나라를 지배할 때, 무교는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민중들과 함께 웃고 울었다. 하지만 한국 종교의 저층을 이루고 있는 무교가 여전히 미신으로만 치부되는 이유는 뭘까. 최근 ‘무교-권력에 밀린 한국인의 근본신앙’(모시는사람들 펴냄)을 출간한 이화여대 최준식(한국학) 교수는 “우리 스스로가 자꾸 타자의 시각으로 우리 문화를 봐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19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시각으로,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시각으로, 또 지금은 미국의 시각으로 우리는 전통 문화를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우리 시각으로 무교의 존재를 인정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사학과 종교학을 공부하다가 대부분 국학이 무교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끼고 무교를 전공해 온 최 교수. 그는 “하느님, 부처님에게도 세속적 행복을 빌고, 급한 일이 있으면 점을 보는 것처럼 한국인의 무의식에는 여전히 무교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은 모두 다 무교인들”이라고 했다. 그가 이번에 출간한 책도 이런 사실을 공론화시키기 위한 움직임. 책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읽을 수 있는 대중서를 지향했고, 무교·굿·한국인의 종교·현대의 무교에 대한 설명에 흥미로운 사진을 덧붙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무교는 한국 문화의 특색을 결정하는 종교다. 유교·불교는 한·중·일이 공유하는 종교이기에, 각자 문화의 색을 입힌 것은 바로 도교, 신도, 무교 같은 각 민족 토착의 종교라는 것이다. 특히 샤머니즘은 시베리아 등 동북아 넓은 지역에 존재했었지만 “한국 무교는 고대의 순수한 의례가 비교적 온전히 남은 경우”라고 최 교수는 한국 무교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당굿이나 단오제 등 무교 의례의 많은 수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이런 의례들은 “무교의 핵심이 빠져 있다.”고 아쉬움을 전한다. 주로 축제적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 그는 “무교에는 ‘엑스터시’라는 종교적 특색부터 춤, 노래, 문학, 연극, 디자인, 인류학, 정신의학 등 무궁무진한 문화 요소가 숨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연구하고 무교의 복권을 논의해 한국의 정신문화를 한 차원 더 비약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서울시 피맛길 옛 정취 살리면서 재개발한다

    서울시 피맛길 옛 정취 살리면서 재개발한다

    서울시가 철거 후 재개발이 진행 중인 종로구 피맛길(피맛골) 가운데 아직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구간을 원래 모습대로 보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종로~돈화문로 3.1㎞의 피맛길 중 재개발이 이미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교보빌딩~종로2가 0.9㎞를 제외한 나머지 종로2가~종로6가 2.2㎞ 구간을 ‘수복 재개발 구간’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수복 재개발은 해당 지역이 고유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철거 재개발’을 최대한 자제하고 지저분한 곳만 손보는 방식으로 재개발하는 방식이다. 시는 85억여원을 투입해 내년에 종로2가~종로3가 750m 구간, 2011년에는 종묘~종로6가 750m 구간과 돈화문 700m 구간의 보도·하수도·가로등·전신주·광고물 등을 정비하고 구간별 특성에 맞게 분위기를 연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피맛길 정비방안 용역을 내년 3월까지 완료하고, 민·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철거 재개발 구간도 골목길만은 최대한 원래 모습에 가깝게 유지하도록 원설계자와 협의해 지구별 건축계획에 반영하게 할 방침이다. 피맛길은 조선시대 일반 백성이 고관들을 피해 돌아다니던 뒷골목으로 민선3기인 2000년대 초반 본격적인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서울의 전통을 말살하는 ‘막무가내식’ 재개발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규모 철거 후 들어선 점포들의 규모가 크고 전통 분위기를 잃어 한계가 있었다.”면서 “미개발 피맛길도 시설물이 무질서하게 난립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상권이 침체됐다는 점을 감안해 절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고령백자 전승자 백영규씨 고령 최초 무형문화재 지정

    고령백자 전승자 백영규씨 고령 최초 무형문화재 지정

    조선 초·중기(15~16세기)에 제작됐던 고령백자 전승자가 경북도 무형문화재 백자장으로 지정됐다. 경북 고령군은 19일 운수면 신간리 ‘고령요’ 대표 백영규(72)씨가 경북도 무형 문화재 백자장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백씨의 이번 백자장 지정은 가야 토기로 유명했던 대가야의 도읍지이자 도자기의 원료인 고령토가 생산되는 고령 최초의 무형문화재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자신의 조부와 부친에 이어 3대째 고령백자를 빚고 있는 백씨는 올해로 56년째 백자의 옛 모습 재현과 전통 방식의 도예를 고집한 것을 인정받아 무형문화재가 됐다. 고령백자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순백 색깔의 백자에 비해 독특한 전통 유약 처리로 다소 검푸른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또 주병, 항아리 위주의 다른 백자와는 달리 사발, 대접 등 주로 밥상에서 쓸 수 있는 그릇류가 주류를 이루었다. 고령백자는 조선시대 때 우수성을 인정받아 임금에게 진상됐고, 김종직(金宗直)의 ‘이존록(彛尊錄)’에는 1445년 순찰사 김종서(1390∼1453년)가 경상도 고령에 들렀을 때 당시 현감이었던 김숙자(1389∼1456년)에게 ‘귀현(貴縣)의 사기는 매우 아름답다.’고 칭찬했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백씨는 “고령백자는 물론 우리 전통 백자의 계승·발전을 위해 더욱 힘써 달라는 격려로 알고 앞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각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고령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책꽂이]

    ●필드가이드 새·필드가이드 나비(김성수·허필욱/이기섭·이종렬 지음, 필드가이드 펴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와 나비에 대한 모든 것을 포켓북에 담은 자연탐사의 안내서. ‘나비’에서는 한국에 기록된 226종의 나비 중 224종의 사진과 생태를, ‘새’는 한국의 대표적인 새 320종의 사진과 380종의 설명을 실었다. 각 1만 2500원. ●서울풍경화첩(임형남·노은주 지음, 사문난적 펴냄) 좋은 집에 대한 생각과 건축 철학을 풀어낸 책을 써온 건축가 부부가 지난 10년간 만난 서울 속살을 글로 쓰고 섬세한 그림으로 소개한다. 사라지는 것에는 아쉬워하고, 자신의 삶의 배경이 된 곳에서 희망을 들려준다. 시차를 두고 찍은 작은 사진에서 서울의 변화 속도를 짐작해본다. 1만 3000원. ●바보사장의 머릿속(사이토 구니유키 지음, 천재정 옮김, 더숲 펴냄) 혼다, 파나소닉 등 일본 최고 기업들을 컨설팅한 경영평론가가 말하는 역발상의 사장학. “회사에서 가장 멍청한 것은 경영인으로서 임무를 다하지 않는 사장”이라는 도발로 시작해 사장이 자신을 개혁하고 성장시키는 방법을 들려준다. 1만 2900원.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진회숙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식민지배, 가난, 전쟁, 이데올로기 갈등, 분단 등 한국사 격동의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의 치열한 예술혼을 엿본다. 작곡가 김순남과 안익태, 소프라노 김자경, 영화감독 나운규, 화가 이중섭, 극작가 임선규, 아동문학가 윤석중, 무용가 최승희 등 15인의 예술가를 조명한다. 1만 5000원. ●조선전기 교환경제와 상인연구(박평식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사·농·공·상의 통념이 퍼져 있던 조선시대 전기에도 상업정책과 교환경제가 엄연히 존재했으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전했음을 밝히는 연구서. 1부 교환경제의 성장과 도성상업, 2부 상인의 활동과 유통체계, 3부 상품의 유통과 상인으로 나눠 조선 전기 교환경제의 실상을 정리했다. 2만 8000원. ●안나푸르나 그만 가자!(진주 지음, 북극곰 펴냄) 인간은 경외심을 가졌던 위대한 자연을 정복하며, 자신의 발자국으로 자연을 황폐하게 한다. 네팔 정부에는 엄청난 관광 수입을 안겨주는 안나푸르나를 보며 환경과 인간의 위기를 논한다. 한때 평범한 관광객이던 저자는 ‘가지 말자.’라기보다는, 갈 거면 ‘친환경적인 모범 관광객’이 되라고 말한다. 1만 3000원.
  • 강서구 평생학습도시 최우수상

    강서구가 우리나라에서 으뜸 ‘평생학습도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그동안 지역문화센터,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진행한 다양한 인문·문화 강좌가 높은 주민 참여도, 수업의 질적 향상 등 전국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강서구는 지난 12일 제8회 전국평생학습축제 우수 홍보·체험관 경진대회에서 평생학습도시 최우수상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전국평생학습축제는 전국의 평생학습기관이 우수학습활동에 대해 서로 정보를 나누고 공감하며, 우수사례는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 강서구는 ‘겸재 정선이 숨쉬는 전통의 향기, 평생학습도시 강서’라는 주제로 겸재가 양천현의 현령을 지내며 조선시대 강서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작품들과 구의 상징나무인 은행나무 조형물 등으로 전통의 멋이 은은하게 풍기는 홍보 체험관 부스를 제작했다. 또 홍보체험관에서는 겸재의 일대기를 재미나게 꾸민 영상물과 그의 작품인 ‘양천팔경첩 그림이 들어간 전통 한지등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독특한 주제와 체험 프로그램이 매회 매진되는 등 관람객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제8회 전국평생학습축제는 ‘행복의 반올림, 희망의 어울림-2009 구리’라는 주제로 지난 9~12일 구리한강시민공원과 구리시 일원에서 펼쳐졌다.최남덕 교육담당관은 “이번 상은 이번 축제에 참가한 76개 평생학습도시와 16개 지역정보센터 담당자들의 투표로 받은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주민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문화의 향기를 누릴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내 직업을 바꾼 한국어… 한국 알리는 보람 커”

    “내 직업을 바꾼 한국어… 한국 알리는 보람 커”

    │도쿄 박홍기특파원│‘한국어가 나의 직업을 바꿨다.’ 한국어전문번역가 요네즈 도쿠야(50)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최근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삶을 그린 소설 ‘바람의 화원’을 번역했다. 본격적으로 번역에 뛰어든 이래 7년 동안 일본어로 옮긴 작품은 황진이·대장금·서동요·주몽 등 20여권에 달한다. 한류붐을 탄 역사물이 많다. 요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을 번역하고 있다. ●한국 알고 싶어 한국어 배우기 시작 “한국을 알기 위해 한국어를 배웠는데 직업이 될 줄은…. 책으로 한국을 알리고 있다는 데 보람과 재미를 느낍니다.”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었다. “와세다대 정치학과 3학년 재학 때 기숙사에서 TV뉴스를 통해 ‘광주사건’과 또래 젊은이들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죽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엄청난 충격이었죠. 그리고 이웃나라인데도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답니다.” 그 후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학원에도 다니고 한국관련 모임에 참여하면서 한국어를 익혔다. “1980년대만 해도 지하철에서 한국 신문을 읽으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절이었습니다. 한국 책도 많지 않았고요.” 아사히신문 영업부에 근무하던 1996년 홍세화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를 읽고 혼자 보기에는 너무 재미있고 아깝다는 생각에 번역을 결심했다. 이듬해 번역본을 냈다. 첫 작품이다. 출판기념회 땐 프랑스에 체류하던 홍씨도 참석했다. 당시 재일한국인 등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언론의 관심도 컸다. 2003년 신문사를 그만뒀다. 번역이 직업이 됐다. 소설 황진이의 경우 김택환씨의 황진이와 북한 작가 홍석중의 황진이를 모두 일본어로 옮겼다. “홍석중 소설은 사투리도 많고 한시도 많아 적잖게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북한에서 사온 3권짜리 조선말대사전의 도움이 컸죠.” ●“기회 된다면 송두율교수 책 번역” 기회가 된다면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의 책을 번역하고 싶어했다. 일본도 한반도의 분단에 책임이 큰 만큼 분단의 역사와 아픔, 통일의 노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번역은 상대의 언어를 확실히 읽고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가장 알기 쉬운 문장으로 쓰는 일입니다. 특히 누구보다 먼저 작품을 깊이 파고들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랍니다.” 글 사진 hkpark@seoul.co.kr
  • “기록은 민족의 자부심… 후손 위해서라도 소중히”

    “기록은 민족의 자부심… 후손 위해서라도 소중히”

    역사는 기록이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고, 역사 없는 민족은 존재할 수 없다.우리의 기록문화 전통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찬란하다. 지난 7월 세계기록유산에 새로 등재된 동의보감을 비롯해 조선시대 대표 기록유산인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 총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근현대로 넘어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록문화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정부든 민간이든 기록의 가치를 무시하고 외면해 왔다. ●생생한 증언 통해 기록하는 ‘구술사’ 방식 선택 국내 첫 현대사 기록연구 분야 사단법인인 현대사기록연구원이 지난 9일 창립 1주년을 맞았다. 현대사기록연구원은 민간 차원에서 현대사를 기록해 사료화하고, 기록문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넓히기 위해 설립됐다. 13일 서울 교남동 사무실에서 만난 송철원(67) 이사장은 “해방 직후에는 생활이 곤궁해서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할 겨를이 없었고, 1970년대 이후엔 군사독재 정치로 인해 통치자들이 기록을 두려워한 측면이 컸던 것 같다.”면서 “기록은 장기적으로 민족의 자부심인 만큼 미래 후손을 위해서라도 소홀히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송 이사장의 신념은 그의 개인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는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시절 6·3 항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당시 서울시립병원장이었던 부친 송상근(97)옹은 아들이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가담한 1964년 3월24일부터 1971년 11월13일까지 6·3항쟁에 관한 각종 보도문과 선언문, 재판기록, 서신 등을 빠짐없이 스크랩했다. 그렇게 모은 자료가 무려 42권이다. 송 이사장은 40년 넘게 보관해온 이 자료를 지난해 국가기록원에 기증했다. 그리고 국가기록원으로부터 6·3항쟁에 대한 기록을 위임받으면서 현대사기록연구원을 설립했다. 현대사기록연구원은 다양한 기록방식 가운데 구술사 연구를 택했다. 6·3항쟁 주도자들이 대부분 생존해 있는 지금,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당대를 기록하는 것에 의미를 둔 것이다. 구술사 연구는 ▲기록 대상 사건 선정 ▲기록물 현황 및 관련자 생존 여부 조사 ▲증언채록 인물 선정 ▲증언 녹화· 녹취 ▲정리·해제 등의 과정을 거친다. 녹취 후 교정과 검수는 필수이며, 검색을 쉽게 하기 위한 색인 작업도 병행한다. 송 이사장은 “연구원은 객관적인 자료 수집과 기록에만 매진할 뿐 가치 평가는 후대 사학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개인 기록까지 사료화하는 사업 추진 설립 1년 만에 제법 굵직한 연구 용역 사업도 여러 건 따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10년 프로젝트인 ‘1945~2002년 한국정당정치사’ 구술연구 사업을 비롯해 ‘60·70년대 경제 고위관료’ ‘70·80년대 해직언론인’구술 자료 수집(국사편찬위원회), ‘역대 대통령 관련 구술채록’ ‘경부고속도로 건설 관련 구술’(국가기록원)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송 이사장은 “올초만해도 돈은 안 되고, 빚만 늘어나는 상황이라 사무실을 접을 생각까지 했는데 다행히 공개 입찰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현대사기록연구원은 기록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개인의 기록까지 사료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송 이사장은 “영웅이 없는 현대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역동적일 수 있다.”면서 “누구의 삶이든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알뜰주부라면 꼭한번!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알뜰주부라면 꼭한번!

    ‘실물크기로 제작한 5척의 황포돛배, 옛 모습대로 재현한 난전과 주막, 뱃사공 등 조선시대 복장을 한 인물들까지….’ 15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이 옛 마포나루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축제 한마당으로 변신한다. ‘제2회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를 맞아 전국 유명 산지에서 올라온 새우젓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서울 마포구는 마포나루의 옛 모습을 감상하고 강경, 광천, 신안, 소래 등 전국 유명 산지에서 올라온 품질 좋은 새우젓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새우젓 축제를 17일까지 3일간 연다고 12일 밝혔다. ●김장철 앞두고 전국 유명 새우젓 염가판매 마포구가 주최하고 마포문화원이 주관한 이 축제는 특히 김장철 필수품목인 새우젓을 산지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알뜰주부라면 꼭 한번 들러 볼만하다. 강화새우젓영어조합, 소래포구 젓갈상인회, 강경맛깔젓상인협동조합, 광천특산물토굴새우젓재래맛김영어조합, 신안군 등 15개 업체가 참여해 지역의 명예를 걸고 새우젓 판매에 나선다. 15일과 16일엔 하루 한번씩 새우젓 경매행사도 열린다. 마포구청 앞 광장에서는 11개 지역의 특산물 판매장도 운영된다.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는 마포나루의 옛 모습을 고증해 만든 난전과 주막, 실물크기의 황포돛배가 선을 보인다. 전통 캐노피 천막 50여채가 들어서는 난전에는 옛 복장을 한 뱃사공, 보부상, 주모 등이 나와 조선시대 서민들의 생활상과 풍물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전통문화 체험장에서 떡메치기·새끼 꼬기·홀태·베틀·다듬이질 등 101가지에 이르는 옛 물건들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다. 과거와 우리것에 대한 향수가 자극된다. 옛 마포나루의 풍경을 소개하는 희귀 사진전도 열린다. 옛 마포나루 전경을 비롯해 석재운반을 담은 모습, 소를 태운 나룻배 등 당시의 현장을 담은 희귀 사진들이 대거 전시된다. ●풍성해진 문화공연 등 볼거리 다양 올해 2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첫해에 비해 문화공연이 한층 풍성해진 것이 특징이다. 신명나는 강강술래와 흥겨운 춤사위가 어우러지는 북놀이 등 전통민속놀이가 강릉, 진도 등지에서 올라온 마을공동체의 참여로 펼쳐진다. 특히 16일 평화광장에서 펼쳐질 강강술래는 관람객과 진도 소포리 주민이 하나가 돼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연출할 것이다. 새우젓 축제 개막 축하공연 ‘tbs 교통방송 한마음 콘서트’가 15일 저녁 평화광장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16일에는 ‘한전과 함께하는 희망사랑 나눔콘서트’가 마련된다. 신영섭 마포구청장은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는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 황포돛배라는 콘텐츠를 소재로 마포의 전통성을 복원한 축제”라며 “100년 전 경제 항구였던 마포가 21세기에 문화 포구로 거듭나게 되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초충도 한은경 초대전

    초충도 한은경 초대전

    조선시대 세밀한 채색 화조법을 계승한 화훼·초충도(그림)를 추구하는 한은경 작가의 초대전이 14일 오후 5시 서울 관훈동 예당갤러리에서 열린다. 예당 창립 30주년 기념 기획전이다. 송대(宋代)의 원체화조화를 비롯해 조선 후기의 정선, 김홍도, 변상벽 등의 채색화조화를 본떠 그리면서 꽃과 나무, 새와 곤충 등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일까지. (02)732-5364.
  • “선덕여왕 패션쇼 보세요”

    ‘2009 한복사랑 페스티벌’이 오는 23~24일 서울 덕수궁에서 모델센터인터내셔널(회장 도신우)의 주관으로 열린다. 이 행사는 전통문화를 세계화하려는 취지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온 ‘한(韓) 스타일’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여의도공원에서 첫 행사를 열었다. ‘한복, 바람에 누비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중견 디자이너들의 한복을 보여주는 ‘한복 디자이너 컬렉션’과 신진 디자이너들의 한복을 선보이는 ‘온누리 한복 디자인 공모전 패션쇼’, 전통매듭 만들기 및 천연염색 체험 행사, 한국 전통머리 전시 등으로 꾸며진다. 고조선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복의 변천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드라마 ‘주몽’과 ‘선덕여왕’, ‘천추태후’, ‘황진이’ 등에 등장한 의상들로 꾸미는 ‘TV 드라마 한복 패션쇼’, 부부의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고유의 잔치인 회혼례복 패션쇼, ‘이리자 한복 패션쇼’가 특별 및 부대 행사로 펼쳐진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조선시대 그림속 잔칫집 구경갈까

    조선시대 그림속 잔칫집 구경갈까

    신하가 70세가 넘으면 조선의 임금은 궤장(几杖·의자와 지팡이)을 내리며 잔치를 베풀어준다. 이 장면을 그려 모은 것이 사궤장연회도첩(賜?杖宴會圖帖)이다. 또 굽이굽이 흐르는 대동강에 배를 띄우고 부임을 환영하기 위해 일반 백성과 양반들이 모두 모여 으리으리하게 연회를 연다. 이는 평양감사향연도(平壤監司饗宴圖)가 고스란히 보여준다. 평양감사를 마다하지 않은 이유가 짐작된다. 이뿐인가.회혼례(回婚禮)를 치르는 할머니·할아버지는 60년 전 설렘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 연지곤지 찍고, 사모관대를 썼다. 자식, 손자, 증손자들까지 모두 모여 치르는 흥겨운 한판 잔치다. 회혼례첩(回婚禮帖 ·작은 사진)의 노부부, 그 옛날 그 첫날밤처럼 가슴 콩닥거렸을까. 국립중앙박물관이 ‘잔치풍경-조선시대 향연과 의례’를 주제로 그림 및 공예품을 12월6일까지 전시한다. 역사기록화들로, 수 백년 전 언감생심이었을 조선의 궁궐 안에서 벌어졌던 잔치는 물론 사대부 집안의 떠들썩한 잔치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와 2부는 왕실의 축하의례와 향연문화를 중심으로, 3부와 4부는 사대부 및 민간의 잔치 문화를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원자의 탄생, 왕세자 입학, 왕의 등극과 같은 왕실의 축하 의례와 관련된 그림은 물론 보인(寶印)·교명(敎命) 등과 같은 각종 상징물, 잔치에 사용됐던 왕실 공예품 등을 선보인다. 또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의궤(儀軌)도 특별히 출품됐다. 특히 궁중 잔치의 모습을 그린 ‘진찬도(進饌圖)’와 잔치의 전말을 기록한 ‘진연의궤(進宴儀軌)’ 등은 왕실 잔치의 풍경을 여실히 설명해준다. 4부 ‘벼슬길의 기념잔치’에서는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관직 생활 중 열렸던 각종 축하의식과 기념 잔치의 모습을 소개한다. 과거에 급제한 후 벌이는 일종의 시가행진 격인 ‘삼일유가(三日遊街)’, 시와 술과 자연을 즐기던 문인들의 모임을 그린 ‘계회도(契會圖)’ 등 다양한 모습이 보여진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조선시대 모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고 화합하는 잔치의 분위기를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흥이 넘치면서도 방탕하지 않은 우리네 전통 잔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어린이 눈높이로 쓴 한글과 우리문화 가치

    농사꾼 막쇠가 관아로 끌려왔다. 산에 있는 나무를 함부로 베다가 붙잡힌 것이다. 사또는 며칠 전 산길 어귀에 ‘伐木禁止’ 팻말을 세워놓았다며, 나라의 명을 어긴 죄로 곤장 10대를 치라고 했다. 막쇠도 그러나 할 말이 있다. ‘伐木禁止’ 가 뭔지 몰랐다는 것이다. 읽지도 못하고, 그 뜻을 해석하지도 못한다는 거다. 이것은 조선시대 나졸정도나 되야 떠듬떠듬 뜯어볼 수 있는 한자어기 때문이다. 독음해 보면 ‘벌목금지-나무를 베지 말라.’는 뜻이다. 막쇠는 억울했겠다. 조선은 중국과 다른 말을 사용했지만, 글자가 없었기 때문에 중국어로 쓰고 표현해 왔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차용해 글자 표현을 하듯이 신라 때에는 한자를 이용해 이두나 향찰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세종대왕이 1446년 집현전 학자과 함께 한글을 ‘발명’했다. ‘한글 피어나다’(정해왕 외 글, 이수진 그림, 해와나무 펴냄)는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한글과 우리 문화의 참된 가치를 알려준다. 조선시대에는 한자를 익혀야 하는 문제로 고통을 받았고, 현재는 영어를 배워야 하는 고통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이 한글의 귀중함을 깨닫는 것은 자존감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지엄한 임금이 한글을 만들었지만, 당시 지식인이나 벼슬아치들은 한글 사용을 반대했다. 한글은 그 이후 핍박을 받다가 16세기 한글 문학이 태동하면서 개화했고, 18세기 조선의 한글문학 전성기를 거쳐 국가의 공식언어가 된 것은 1894년 갑오개혁 때다. ‘한글’이란 이름은 일본 강점이 시작되던 1910년 주시경 선생이 고쳐 부르게 됐다. 세종은 한글을 훈민정음이라고 불렀고, 당시 지식인들은 언문이라고 비하했다. 한글날(10월 9일)을 전후로 5000년 역사에 빛나는 우리 최대의 발명품인 한글이 만들어진 계기, 과학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 등을 살펴볼 수 있겠다. 1만3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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