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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국토기행] 경남 남해군

    [新국토기행] 경남 남해군

    경남 남해군은 남해안의 중심에 있는 섬으로 이뤄졌다. 남해도와 창선도를 비롯해 크고 작은 올망졸망한 섬과 높고 낮은 산, 아름다운 해안선 등 한려수도의 비경과 어우러진 풍광이 보석처럼 아름다워 보물섬으로 불린다. 본섬인 남해도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이다. 주민 대부분이 남해도와 창선도에 산다. 두 섬에 딸린 작은 유·무인도는 모두 79개다. 1973년 6월 남해대교가 건설돼 육지인 하동군과 연결됐다. 고려~조선시대에는 남도의 유배 섬 가운데 한 곳이었다. 절해고도에 갇혀 유배생활을 했던 선비들은 귀양살이의 아픔과 외로움을 글을 쓰며 견뎠다. 자암 김구의 ‘화전(남해 옛 이름)별곡’,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 유의양의 ‘남해견문록’ 등이 탄생했다. 김만중은 노도에서 1689년부터 3년간 유배생활을 하다 1692년 55세로 생을 마쳤다. 남해대교 양편에는 노량(梁)리라는 같은 지명이 있다. 귀양 온 선비들에게 남해와 하동 사이를 갈라 놓은 바다 물결은 이슬방울로 이뤄진 다리처럼 보여 더욱 향수에 젖게 했다. 그래서 노량으로 불리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1980년에 남해도와 창선도를 잇는 창선교가, 2003년 창선도와 삼천포를 잇는 창선·삼천포 대교가 건설되면서 남해안 관광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 >>볼거리 ●기암괴석 즐비한 금산… 원효대사가 꼭대기에 ‘보리암’ 창건 기암괴석이 곳곳에 솟아 있는 금산(해발 705m)의 절경을 직접 보면 소금강이나 남해의 금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게 된다. 하나하나 전설을 간직한 천태만상의 기묘한 바위군과 남쪽으로 펼쳐진 바다가 어우러진 비경은 장관이다. 원래 이름은 보광산이었다. 원효대사가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산꼭대기 부근에 보광사(현 보리암)를 창건하면서 유래됐다. 금산이란 이름은 이성계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하기 전 보광산을 찾아 임금이 되게 해달라고 100일 기도를 하면서 뜻이 이뤄지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왕이 된 이성계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 이름을 비단 금(錦)자를 써 금산으로 지었다. 금산에는 제1경인 쌍홍문을 비롯해 38경이 있다. 꼭대기에서 보는 일출은 장엄하고 환상적이지만 변화무쌍한 날씨가 구경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3년 동안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한다. 정상에 있는 보리암은 강화도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3대 기도처로 꼽힌다. ● 육지 관광객들 발길이 절로~ 남해대교와 창선·삼천포대교 설천면 노량리와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를 잇는 남해대교는 길이 660m로 1973년 6월 22일 개통됐다. 건설 당시 동양 최대 현수교로 1968년 착공해 5년여 만에 완공됐다. 남해군은 육지에서 접근이 편리해지면서 관광지로 빠르게 발전했다. 개통된 뒤 한동안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줄을 이었다. 1983년에는 미스코리아 수영복 사진을 남해대교를 배경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당시 미스코리아 진에 뽑힌 임미숙씨는 “남해대교에서 수영복을 입고 사진 찍다 감기에 걸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왕복 2차로인 남해대교는 늘어나는 교통량을 소화하지 못해 옆에 새로운 대교가 건설되고 있다. 남해 창선도와 삼천포 사이 바다에도 길이 3.4㎞의 창선·삼천포 대교가 건설돼 2003년 4월 28일 개통됐다. 단항교, 창선대교, 늑도대교, 초양대교, 삼천포대교 등 각기 다른 모양의 교량 5개가 늑도, 초량섬, 모개섬 등 3개의 섬을 이어주고 있다. 이 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하얗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울창한 송림 품은 상주은모래비치 반달형으로 생긴 백사장 길이가 2㎞에 이른다. 수심이 얕고 완만한 데다 물이 깨끗하고 따듯해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모래가 하얗고 부드럽다. 뒤쪽으로 금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울창한 송림이 모래밭을 감싸고 있다. 앞쪽 먼바다에 있는 나무섬과 돌섬이 파도를 막아 주기 때문에 해수욕장 물결이 천연호수처럼 잔잔하다. 여름에는 100만명 이상이 찾는다. 겨울에는 전지훈련 온 선수들의 운동 장소로 이용된다. ●비탈진 급경사 100여층 계단을 보는 듯… 가천마을 다랑이 논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 앞 바닷가 비탈 급경사지에 계단처럼 층층이 조성된 논이다. 구불구불하게 생긴 논이 바다에 닿는 곳까지 100여층을 이룬다. 주민들이 한 뼘의 땅도 놀리지 않고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아 농사를 짓는지 보여 주는 농업 현장이다. 2005년 1월 명승 제15호로 지정됐다. 다랑이 논 뒤쪽으로 설흘산과 응봉산이 둘러싸여 있고 앞쪽으론 바다가 펼쳐진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바닷가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생긴 것으로 꼽히는 암수 미륵바위(경남도 민속자료 제13호)가 있다. ●이순신 장군의 혼이 서린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지 고현면 차면리 관음포 앞바다는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이 순국한 곳이라고 해 이락파(李落波)라고 불린다.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왜군이 쏜 유탄에 맞아 숨을 거두면서 아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적의 기세가 오를 것을 걱정해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유언했다.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최초로 육지에 오른 관음포에는 장군의 우국충정을 기리기 위한 유적지(사적 제232호)가 조성됐다. 제사를 지내는 사당 이락사가 있고 충무공유허비와 충무공묘비각 등이 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안식처로 삼은 독일마을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를 하다 은퇴한 교포들을 위해 군이 삼동면 물건리에 독일풍으로 조성한 마을이다. 교포들은 독일에서 건축자재를 들여와 독일건축 양식으로 빨간 지붕에 하얀 벽으로 된 주택을 지었다. 물건항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34채가 있다. 1960~70년대 가난했던 시절 돈을 벌기 위해 독일로 갔던 광부와 간호사 출신 60~80대 주민 18가구 20여명이 산다. 마을 뒤쪽에는 지난해 6월 문을 연 남해파독전시관이 있다. ●김만중 등 남해 유배객 6명의 작품을 소개한 유배문학관 유배와 유배문학에 관한 자료를 전시해 놓은 국내 최초의 전시관이다. 남해읍에 있다. 향토역사실, 유배문학실, 유배체험실, 남해유배문학실 등으로 꾸며졌다. 유배문학실에서는 세계 유배의 역사와 문학을 살펴볼 수 있고 남해유배문학실에는 김만중을 비롯한 남해 유배객 6명과 주요 작품 등을 소개해놨다. >>먹거리 ●단단한 육질에 비린내 없는 남해 죽방렴 멸치 바다물살이 센 삼동면과 창선면 사이 지족해협에서 원시어업 방식인 죽방렴을 이용해 잡는 멸치다. 우리나라 최고급 멸치로 생산량이 많지 않아 구하기 어렵다. 죽방렴은 수심이 얕은 바다에 참나무로 된 기둥을 ‘V’자 모양으로 박은 뒤 대나무를 그물처럼 엮어 놓은 고정 어로시설이다. 중간에 설치한 통발 속으로 밀물 때 고기가 들어가고 썰물 때는 입구가 막혀 들어간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한다. 지족해협에 수십개가 설치돼 있다. 명승 제71호다. 죽방렴 어장은 시설과 면허가 제한된다. 죽방으로 잡는 멸치는 그물로 잡는 멸치보다 비늘이나 몸체에 상처가 없어 신선하다. 물살이 센 곳에서 자라 육질이 단단하며 기름기가 적고 비린내가 없다. 삼동면과 미조면 주변에는 멸치회와 멸치쌈밥, 멸치구이 전문 음식점들이 많다. 청정바다 남해에서 갓 잡은 멸치로 요리한 회, 통멸치로 찌개를 끓여 쌈을 싸서 먹는 쌈밥 등을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 ●최적의 바닷바람과 햇살 속에서 자라 고품질 자랑하는 남해 마늘 남해군은 대표적인 항암식품으로 꼽히는 마늘의 주산지다. 마늘은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하여 일해백리(一害百利) 식품으로도 부른다. 하루에 마늘 한 쪽을 꾸준히 먹으면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늘을 구워도 영양가에는 변화가 없어 먹기에 좋고 소화와 흡수도 잘된다. 남해군 토질은 물이 잘 빠지는 사암이 많고 토양 무기질 가운데 칼슘과 칼륨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아 마늘을 재배하는 데 알맞다. 토양 산도도 적합해 바닷바람과 햇살 속에서 자란 남해 마늘은 전국 최고 품질로 인정받는다. 남해 마늘은 칼륨과 칼슘, 당도가 높고 조직이 치밀하다. 씨알도 굵고 오래 저장할 수 있다. 남해 마늘로 만든 흑마늘과 흑마늘 엑기스도 인기가 있다. ●부드러운 육질에 지방산·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남해 한우 남해군은 오염원이 없는 섬 지역으로 산소량이 많고 오존층이 두껍다. 한우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이다. 남해한우는 철저한 족보 관리로 태어난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송아지를 사육한다. 남해축산업협동조합과 남해한우영농조합법인은 한우혈통번식우 단지를 운영해 송아지를 생산한다. 수송아지는 거세해 2년간 사육한 뒤 체중 600㎏이 넘으면 출하한다. 고기가 부드럽고 지방산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남해한우는 전국 각종 품평회에서 최고급 한우로 인정받고 있다. ●짙은 맛과 향기 품은 남해 유자, 입맛 돋우고 숙취 해소까지 남해군에선 최고 품질의 유자가 생산된다. 맛과 향기가 짙고 당도가 높다. 가격이 높지만 품질이 뛰어나 인기가 있다. 7300여 농가에서 600여㏊에 유자를 재배, 1년에 700여t을 생산한다. 유자는 비타민C가 레몬보다 3배 많다. 헤스페리딘 성분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식욕을 돕고 숙취를 풀어주며 기침을 삭이는 효과가 있다. 몸의 노폐물도 내보낸다. 술과 차 원료로 널리 쓰인다. 남해 유자는 11월에 수확한다. 잘게 썰어 설탕에 재어 유자청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인기를 끌면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유자가 남해 유자로 둔갑하는 사례도 있다. 남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배비장의 숨겨진 욕망 애랑의 치명적인 매력 역동적 몸짓에 담았죠”

    “배비장의 숨겨진 욕망 애랑의 치명적인 매력 역동적 몸짓에 담았죠”

    ●정동극장 무용수 발탁 4년 만에 ‘배비장전’ 안무가로 변신 정동극장 기획공연 ‘배비장전’이 확 달라졌다. 더 역동적이고 더 빨라졌다. 전통창작무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규운(37) 정동극장 안무감독의 힘이다. 이 감독은 공공예술단체 최초로 30대에 안무를 총괄하는 사령탑을 맡았다. 19일 서울 중구 정동 정동극장에서 이 감독을 만났다. 그는 “이른 나이에 감독 기회가 찾아온 데다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어깨도 무겁고 책임감도 막중하다”면서도 인터뷰 내내 당당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3일 막을 올린 뒤 연말까지 640회 공연이 계획됐다. ‘배비장전’은 조선시대 풍자문학의 대표작이다. 양반들의 위선을 조소하는 해학이 돋보인다. 정동극장의 두 번째 기획공연으로 지난해 첫선을 보였다. 원전을 굿거리·자진모리·휘모리장단 등 우리의 전통 장단과 음악, 몸짓으로 새롭게 창작했다. 내용이야 익히 알려졌다. 배 비장은 신임 사또와 함께 제주에 도착한다. 신임 사또 환영식에서 다른 사람들과 달리 홀로 깨끗한 척하며 기생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사또는 배 비장을 유혹하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제안한다. 제주 기생 ‘애랑’이 나서서 배 비장의 위선을 벗겨낸다. “지난해보다 볼거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움직임도 전체적으로 더 다이내믹하게 하고 해학적으로 꾸몄고요. 지난해 아쉬웠던 부분을 대폭 보완하고 제 색깔이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말춤’·‘물허벅춤’ 등 제주 정취 춤으로 구현… ‘러브신’ 새로 추가 주 배경인 제주의 특색을 제대로 구현했다. 물동이 소품을 이용한 여자무용수들의 물허벅춤 등 제주의 독특한 정취를 풀어냈다. 여자무용수들이 치마를 이용해 파도를 연출하는 군무, 신임 사또와 배 비장이 제주로 부임해 가는 뱃길 장면에서 배꾼들이 펼치는 역동적인 동작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올해 새롭게 선보인 ‘말춤 장면’은 백미다. 말을 형상화한 특수 의상을 입고 휘모리장단에 맞춰 남성무용수들이 추는 군무다. 돌하르방도 살아 움직이게 하고 동물들도 절로 춤추게 하는 제주 최고의 기생 애랑의 매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감독은 이 장면을 위해 제주 조랑말의 특징을 주도면밀하게 연구했다. 큰 움직임에서부터 꼬리털을 흔드는 등 세세한 동작까지 관찰했다. 지난해엔 없었던 배 비장과 애랑의 ‘러브신’도 추가했다. 위선을 떨던 배 비장이 상사병에 걸려 잠이 든 뒤 꾸는 꿈에서 애랑을 안는 장면을 둘의 2인무로 표현했다. ●예술성·재미 등 두루 갖춰… “대사 최소화하고 움직임으로 메시지 전달” 이 감독은 한국무용을 늦게 시작했다. 고3 때 무용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자존심이 세 남들에게 지는 게 싫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1996년 충남대 무용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4년 내내 연습실에서 살았다. “국제통화기금 사태 때 아버지 사업이 힘들어져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살 집이 없어 연습실에 딸린 탈의실에서 지냈어요. 잠이 안 올 때면 밤새 연습하곤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 시절이 지금의 제가 있도록 한 최고의 시절이었습니다.” 졸업 후 국립무용단에 입단했다. 학자의 길을 걷고 싶어 무용단 생활을 중도에 접었다. 후진 양성의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국제바뇰레콩쿠르, 부산 젊은춤안무가전, 부산국제무용제 등 여러 무대에 직접 안무한 작품들을 올렸다. APEC 정상회담에서 축하공연도 했다. 안무가로서의 자질을 발휘하는 나날이 이어질수록 2%가 아쉬웠다. 무용수로서의 경험 부족이 마음에 걸렸다. 2010년 오디션을 거쳐 정동극장 무용수로 발탁된 뒤 4년여 만에 다시 안무가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미 노련한 안무가이기에 처음 내놓은 작품이건만 자부심이 뚝뚝 묻어난다. “배비장전은 그동안 판소리, 뮤지컬, 창극 등 여러 형태로 공연됐습니다. 정동극장 배비장전은 대사를 최소화하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배비장전 가운데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신라문화 중심지’ 호암산성 2029년까지 복원

    ‘신라문화 중심지’ 호암산성 2029년까지 복원

    금천구는 국가 사적인 호암산성이 한강 유역 신라문화 중심지로 확인됨에 따라 내년부터 2029년까지 복원·정비하겠다고 18일 밝혔다. 구는 1차로 호암산성 복원과 주변 건물지, 제2한우물 발굴 조사 등을 위해 문화재청에 8억 5천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신청했다. 호암산성은 통일신라 때 테뫼식(산 정상부를 둘러가며 쌓은 건축형식) 산성으로 둘레는 1250m다. 현재 300m 구간에 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호암산 정상에 있는 한우물은 ‘큰 우물’ 또는 ‘하늘 못’이라는 뜻으로 길이 22m, 폭 12m 규모로 주변이 화강암으로 쌓여 있다. 구 관계자는 “가뭄 때에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전쟁 때는 군용으로도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우물 아래에서는 신라시대 설출지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우물과 함께 발견된 다른 우물지에서는 ‘잉벌내력지내미(仍伐內力只內未)’라는 글이 있는 청동 숟가락이 나왔다. 구 관계자는 “우물지 근처에서 개 모양의 동물상(석수상)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조선시대 서울에 화재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웠다는 설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신라시대는 물론 조선시대에도 호암산성이 상당히 신성한 곳으로 여겨졌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구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호암산성의 축성 시기가 삼국시대이고 한강 유역 신라 유적의 중심지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구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호암산성의 전체 규모와 성격, 구조 등이 파악되면 제1한우물, 제2한우물, 석구상, 성터, 집터 등 문화재 복원과 정비에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전통이 살아 숨쉬는 6월 축제 ‘제26회 한산모시문화제’ 주목

    전통이 살아 숨쉬는 6월 축제 ‘제26회 한산모시문화제’ 주목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의 초입,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충남 서천으로 떠나자. 대한민국 최고의 6월의 축제, 행사로 손꼽히는 한산모시문화제가 열린다. 올해로 26년의 역사를 맞이하는 전통이 살아 숨쉬는 한산모시문화제는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한산모시관 일대에서 개최된다. 한산모시문화제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년 연속 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검증받은 행사로, 매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제26회 한산모시문화제는 예년보다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 축제의 품격을 한 차원 높였다. 지역주민과 다양한 사회단체가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 문헌서원, 춘장대해수욕장, 남당이색체험마을, 국립생태원 등 서천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에서 문화제와 연계된 행사도 다채롭게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토리텔링이 녹아있는 12개의 큰 마당은 그 어떤 축제에서도 만날 수 없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제1마당인 모시전시체험마당에서는 한산모시의 역사와 모시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공부하고 모시 제조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관광객은 모시로 만든 전통 혼례복을 입고 사진촬영을 할 수 있고, 격을 갖춘 전통 혼례의식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모시홍보체험마당에서는 모시 한지공예체험을 통해 머리핀과 브로치 등의 공예품을 만들 수 있고, 모시옷을 직접 입는 시간을 통해 모시옷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제3마당인 모시문화마당에서는 전통 농경 문화 놀이인 저산팔읍 길쌈놀이와 들풍장, 풍물패 공연을 실시하고, 관람객과 함께하는 모시 진기록 게임 및 전통차를 마시며 예를 배우는 서천 다례체험이 진행된다. 제4마당인 모시전통체험마당에서는 모시 탄생의 설화를 마당극과 각종 재주를 통해 재연하는 백일간의 기도 마당극과 한산의 특산물인 소곡주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는 소곡주 카페가 운영된다. 대장간 체험, 떡메치기 체험, 모시 엿치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모시체험마당에서는 모시 천연염색, 모시 음식체험, 모시 소망등 달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서천 특산물&향토음식마당에서는 김, 쌀, 장아찌 등의 특산물 및 향토음식 전시를 실시하며, 서천문화마당에서는 폐막식을 비롯해 전국규모의 가요제가 펼쳐진다. 또한 임벽당 김씨 생가지인 남당리 행복마을에서는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제2회 임벽당 김씨 전국자수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서천군 출신의 조선시대 여성문인 임벽당 김씨를 기리는 전국 유일의 자수대회로, 김씨 생가지, 신성리 갈대밭 등 투어형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자수대회라는 딱딱함에서 탈피하여 자수도 즐기고 서천 관광도 함께하는 축제형식으로 운영돼 더욱 기대를 모은다. 해당 대회 참가 신청은 5월 18일부터 6월 5일까지며, 상세 정보는 한산모시문화제 홈페이지(www.hansanmosi.kr)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외에도 개막식 축하공연으로 한산모시 패션쇼와 걸그룹의 축하공연이 열리고, 문화제 곳곳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기구가 설치된다. 또한 관광객에게 이색적인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모시캠핑장을 마련하고, 글로벌 축제의 일환으로 각종 민속 공예품을 전시하는 세계풍물시장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산모시문화제 관계자는 “충남 서천은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숲과 습지를 간직한 곳으로 이번 한산모시문화제는 모시문화의 전통과 자연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우수축제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이번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국 유학파 지식인의 두 얼굴

    미국 유학파 지식인의 두 얼굴

    지배받는 지배자/김종영 지음/돌베개/318쪽/1만 6000원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계층이론을 내놓으며 지식인을 ‘지배받는 지배자’로 규정했다. 지식인들은 문화적 영역의 지배자이면서 그것조차 아우르는 경제적 영역을 담당하는 자본가 계층의 지배를 받는다는 의미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가 칭하는 ‘지배받는 지배자’는 지식공동체, 특히 한국 대학사회 속 ‘미국 유학파’들을 특정한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적·문화적 헤게모니를 갖고 있지만, 미국 대학의 글로벌 헤게모니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김 교수는 단순한 한국 사회 ‘엘리트 지식인’이라는 담론이 아닌, 지식 생산의 글로벌 위계를 통해 그 생성과 발전의 과정을 분석했다. 기실 역사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면 늘 선진국에서 배워 오는 지식인들이 존재했다. 신라시대에는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고, 조선시대에는 실학을 배우러 명나라·청나라를 향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근대화를 배우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을 택했다. 그리고 결국 이들이 세상을 차지해 왔다. 미국 유학파들은 ‘영어’라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방법과 유학을 통해 다진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구 학계의 선진 연구 결과를 맨 먼저 받아들였다. 뒤에서는 ‘지식 수입상’이라는 수군거림과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지만 국내 학계에서 엄연히 주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데 따른 루저들의 질시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미국 유학파를 모두 삐딱하게 볼 수만은 없다. 글로벌 문화자본의 축적을 통한 사회적 지위 상승의 욕망뿐 아니라 국내 대학의 폐쇄성, 봉건성으로부터 탈출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의 열망 등도 주요한 요인이다. 실제 이들 중 일부는 미국 대학의 자유로운 연구 풍토, 개방성, 공정성 등을 배워 와 한국 대학의 비민주성을 개혁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김 교수는 1999~2005년, 2011~2014년 두 번에 걸쳐 미국·한국 곳곳을 찾아가 심층면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발과 가슴으로 담아 낸 연구 결과임을 방증하고 있다. 덕분에 언어와 학비 문제, 연구조교 생활, 학위 취득 뒤 취업 과정 등 미국 유학을 둘러싼 긍정적 경험과 부정적 경험까지 포함해 생생한 사례들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저자의 목적은 분명하다. 국내 대학 풍토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미국 대학의 글로벌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커닝/김성수 논설위원

    ‘커닝’이라는 말을 들으면 중학교 3학년 때 한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분이 시험 감독으로 들어오면 아이들이 쾌재를 불렀다. 시험지를 나눠 준 뒤 곧바로 책을 보기 시작해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책에서 한 번도 눈길을 떼지 않았다. 아이들로서는 커닝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답안지 쪽지가 여기저기서 날아다녔다.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연합고사 대비 참고서를 버젓이 무릎에 펼쳐 놓고 답을 찾는 대담한 녀석도 있었다. 그 선생님이 감독한 과목의 반평균이 다른 반에 비해 너무 높아서 문제가 됐다는 얘기도 나중에 들은 것 같다. 죄의식 없이 집단 커닝을 한 아이들의 잘못이 크지만 ‘감독 소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시험 때 부정행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을 만큼 뿌리가 깊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장에서도 부정행위가 만연했다. 순조 18년인 1818년 성균관에서 유학을 가르치던 이형하는 과거시험에 부정이 많아 이를 고쳐야 한다고 상소를 올렸다. 그가 지적한 부정행위는 8가지로 ‘과거팔폐’(科擧八弊)다. 남의 답안을 보고 쓰는 ‘차술차작’(借述借作), 책을 시험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수종협책’(隨從挾冊), 시험지를 바꿔서 내는 ‘정권분답’(呈券紛遝), 시험장에 다른 이가 대신 들어가는 ‘입문유린’(入門蹂躪) 등이다. 지금과 부정행위 수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는 최근 중간고사 때 부정행위가 잇따라 발생해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교양 과목 ‘성(性)의 철학과 성윤리’ 시험에서는 시험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던 학생이 밖으로 나가서 스마트폰에 찍어 온 교재를 보고 답을 썼다. 통계학과 전공 필수인 ‘확률의 개념 및 응용’에 응시한 한 학생은 성적 이의제기 기간에 채점된 답안지를 몰래 고쳐서 제출한 뒤 성적 정정을 요구했다. 부정행위가 잇따르자 서울대는 그제 ‘시험관리지침’이라는 걸 새로 만들어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시험 감독은 교수나 강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며, 커닝을 못 하게 좌석 간 거리를 넓히고 시험 때 스마트폰을 회수한다는 내용이다. 규정이 없어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뒤늦게 지침까지 만들며 호들갑을 떠는 게 오히려 코미디다. ‘서울대 커닝’ 파문 와중에 연세대 로스쿨에서도 민사소송법 시험을 치르던 학생이 커닝페이퍼를 보고 베끼다 걸려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연세대 로스쿨에서는 2013년 한 학생이 교수 연구실 컴퓨터를 해킹해 시험지를 빼돌린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커닝은 반칙이다. 남보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어떤 짓을 해도 된다는 비뚤어진 이기심에서 비롯됐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비리에 휩싸일 가능성이 더 높다. 시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 반칙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대학생들이 커닝의 유혹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 [新국토기행] (27) 경기 연천군

    [新국토기행] (27) 경기 연천군

    경기 연천군은 최전방 접경지역 정도로만 알려졌다. 30만년 전 전곡리 유적지, 주먹도끼, 매서운 추위, 군부대…. 연천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이미지다. 그러나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과 평화, 생명이 공존하는 ‘한반도의 허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연천은 서울 광화문에서 60㎞ 남짓한 거리에 있다. 전쟁 통에 잃어버린 ‘고향’처럼 기억에서 잠시 사라졌을 뿐 한국전쟁 전만 해도 원산~서울을 잇는 주요 길목 도시였다. 전후에도 한탄강과 임진강 두 강줄기가 흐르는 곡창지대였다. 한반도 첫 인류가 살았고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의 요충지였을 뿐만 아니라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뱃길로, 일제강점기에는 기찻길로 번화했던 고장이다. 지형상으론 남북을 나누는 추가령지구대가 지나는 곳이다. 추가령지구대는 서울~원산을 연결하는 좁고 길며 낮은 골짜기로, 원산 쪽에서 한강 하류로 연결되는 교통로를 제공한다. 과거 임진강 뱃길이나 경원선 철도 역시 이 추가령지구대를 따라 났다. 하지만 뱃길이 쇠퇴하고 경원선이 단절되면서 쇠락했다. 해방 이후 38선이 그어지고 일부 지역은 북측에 속했다가 한국전쟁으로 다시 남측에 속하는 파란을 겪으며 고향과 가족을 잃은 사람도 생겨났다. 전쟁 후에는 갈 곳 잃은 피란민 등이 정착하기도 했다. 이 오랜 시간 속에서 연천은 묵묵히 자신만의 얘기를 만들어 왔다. [볼거리] ●고려에 귀부한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릉’ 경순왕릉은 신라의 여러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경주를 벗어나 있다. 고랑포 나루터 뒤편의 남방한계선과 인접한 나지막한 구릉의 정상부에 홀로 위치했다. 경순왕은 신라 56대의 마지막 왕으로 성은 김, 휘는 부(傅)이다. 신라 문성왕의 6대손으로 927년 경애왕이 후백제 견훤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 후 왕위에 올랐다. 경순왕이 왕위에 오를 당시에는 나라가 후백제·고려·통일신라로 분열돼 있었고 후백제의 잦은 침공과 각 지방 호족들의 할거로 국가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다. 결국 경순왕은 무고한 백성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막고자 신하들과 큰아들 마의태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려에 스스로 와서 복종했다. 경순왕은 정승공에 봉해지는 한편 유화궁을 하사받고 경주를 식읍(나라에서 공신에게 내려 조세를 개인이 받아 쓰게 하던 고을)으로 받아 최초의 사심관으로 임명됐다. 태조 왕건의 딸 낙랑공주와 결혼해 여러 자녀를 뒀으며 고려 경종 3년(978년)에 세상을 떠났다. 해마다 봄가을이면 이곳에서 벌어지는 제사 때는 2000여명의 자손이 찾는다. ●고려 4왕·고려조 16공신 모신 고려 종묘 숭의전 숭의전은 조선시대에 고려 4왕과 고려조 16공신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고려의 실질적인 종묘다. 역성혁명을 통해 왕조를 찬탈한 조선왕조는 연천의 마전에 고려의 종묘를 건립했다. 이어 국조오례의의 구분상 중사에 해당하는 역대시조제로서 숭의전 전례를 치렀는데, 숭의전 전례는 왕이 직접 축문을 내리고 관리를 파견하는 국가의 중요 행사였다. 왕조 전환 후 전조의 흔적을 지워 없애는 전례에 비춰 상생과 화합의 정신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임진강·한탄강 절경 한눈에… 고구려 3대 성 남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고구려 유적을 감상하고 절벽 위에서 임진강과 한탄강 조망이 가능한 코스다. 성에 오르면 이 지역이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시원하고 탁 트인 전망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이 가운데 당포성은 임진강 중류의 절벽 위에 조성된 고구려 성이다. 임진강과 소하천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삼각형 모양의 현무암 대지에 축조됐다. 임진강과 소하천에 면한 남쪽과 북쪽은 15m 이상 절벽으로 이뤄져 있어 성벽 역할을 한다. 적의 침입이 가능한 동쪽 방면에는 인공적인 성벽을 쌓아 올리기도 했다. 당포성의 동벽은 고구려 축성기술이 집약된 과학적인 구조로서 중국 집안과 평양 등지에서 확인되는 고구려만의 독특한 성곽 구조와 같다. 당포성이 위치한 당개나루의 임진강은 서울에서 양주를 거쳐 연천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해당하는 요충지다. 이곳을 통과하면 개성이 지척이기 때문에 군사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소다. 은대리성은 한탄강과 차탄천이 합류하는 곳에 만들어진 성이다. 연천 고구려 3대 성 중 가장 크지만 성곽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성 내부의 면적은 23만여㎡로, 일부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이 숲의 끝에는 전망대가 있어 한탄강과 차탄천의 합류 지점과 삼형제 바위를 볼 수 있다. 신비한 느낌을 주는 빼어난 관광코스 중 한 곳이다. 호로고루성은 개성의 유명한 경치 8곳을 일컫는 송도팔경 중 하나로 장단석벽 위에 조성된 성터다. 성 아래 강은 썰물의 영향을 받아 배를 타지 않고도 건널 수 있는 임진강 최초의 여울목이 있다. 대규모로 병력 이동이 가능한 이 길목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치열한 전투지였다. 군사분계선 가까이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다. ●한국전쟁 아픔 고스란히 담긴 유엔군 화장장 한국전쟁 당시 영국군이 처음 만들었다. 감악산 전투가 벌어진 연천의 마전과 파주 적성은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격전지였다. 그만큼 전사자들이 속출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 수많은 유엔군 참전 용사가 이곳에서 한 줌의 재로 화해 고국으로 돌아간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용암이 빚은 절벽… 동이리 주상절리 임진강(동이리) 주상절리는 미산면 동이리 67-1 일대에 있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에서 임진강 쪽으로 길게 직벽 주상절리가 형성돼 있다. 주상절리는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지표면에 흘러내리면서 만들어진 기둥 같은 절벽을 말한다. 서서히 식는 과정에서 규칙적인 균열이 생겨 마치 기둥처럼 갈라진 절벽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이 지역 직벽 주상절리는 고원생대부터 신생대 4기까지 오랜 지질학적 시간 동안 형성된 지층이다. 임진강과 직벽 주상절리에 형성된 폭포, 담쟁이와 단풍나무가 절경을 연출한다. 예부터 장단석벽이라 해 송도팔경에 속한다. 이 밖에 한탄강 강변에 조성된 캠핑장과 인접한 전곡선사유적지,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에 만들어진 평화누리길도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50만년 전 분출된 용암과 시간이 만든 재인폭포 연천읍 고문리에 있는 높이 18m의 폭포다. 높은 절벽에서 물이 쏟아지는 비경은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50만여년 전 분출된 용암이 한탄강과 임진강의 물길을 형성해 그 용암이 식으면서 지금의 그림 같은 풍광을 만들어 냈다. 재인폭포에는 이름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인근 마을에 금실 좋기로 소문난 광대인 재인과 아름다운 부인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재인의 부인을 탐낸 마을 원님이 재인을 없애기 위해 폭포 위에서 줄을 타라는 명을 내렸다고 한다. 줄을 타던 재인은 원님이 줄을 끊어 버리는 바람에 폭포 아래로 떨어져 숨을 거두고 만다. 원님의 수청을 들게 된 재인의 부인은 원님의 코를 물어 버리고 자결하게 되는데 이후 사람들이 이 마을을 ‘코를 문 마을’이라 했다고 한다. 이후 ‘코문리’라 부르게 되었고 지금의 ‘고문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재인폭포 전망시설에는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현무암 협곡에 수줍은 듯 숨은 재인폭포의 아름다운 모습을 안전하게 볼 수 있는 스카이 워크 형태의 전망대(높이 27m)가 있다. [먹거리] ●야생 산야초로 입맛 돋우는 ‘고대산 금수강산’ 신서면 대광리 고대산 초입에 있는 음식점이다. 각종 산야초는 연천 여행에서 필수 ‘섭취 코스’다. 금수강산에서는 주인이 직접 채취한 야생 산야초로 담은 반찬이 입맛을 자극한다. 능이버섯과 더덕 등 약재를 넣은 백숙은 단골 등산객들에게 잘 알려졌다. 국물이 일품인 ‘산야초한방능이버섯백숙’도 대표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백숙에 넣어 주는 능이버섯의 크기와 양이 놀랍기만 하다. 동충하초를 넣은 보양 백숙도 유명하다. 애주가들은 식당 한쪽에 진열된 밀랍주와 산삼주 등 각종 약초주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031)834-1399 ●얼큰한 맛에 빠져드는 ‘아우라지 매운탕’ 아우라지는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곳을 이르는 전곡읍의 한 지명이다. 30년 전통을 자랑한다. 국물은 맹물이나 쌀뜨물을 이용하고, 주로 냇물에 사는 물고기를 이용하는데 메기·쏘가리를 으뜸으로 친다. 얼큰하고 시원한 맛을 위해 조개류·굴류, 각종 계절 향채 등을 넣는다. 주인이 한탄강에서 직접 잡은 참게, 메기, 빠가사리, 쏘가리 등 제철에 맞는 신선한 재료를 쓴다. 음식점 앞에는 주상절리가 있어 그 경치 또한 일품이다. (031)832-1513 ●붉은빛의 오묘한 즐거움 ‘청산막국수 초계탕’ 연천 3번 국도 초성리역에서 열두개울 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간판이 보인다. 반찬으로 나오는 새콤한 물김치가 식욕을 돋게 한다. 이곳 초계탕은 다른 곳과 달리 약간 불그스름한 색을 띤다. 퓨전 형태지만 동치미 국물과 닭육수에 닭고기살과 각종 샐러드용 채소, 새싹채소, 밤, 도토리묵 등이 어우러지면서 오묘한 맛을 낸다. 건더기를 다 먹고 난 뒤 말아 먹는 막국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찬 음식을 싫어하면 닭곰탕을 추천한다. 누룽지가 들어 있어 흡사 인절미를 먹는 것 같다. (031)835-6447 ●매콤 달콤 ‘한탄강오두막골 가물치구이’ 연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으로 가물치구이가 있다. 탕이나 즙을 내 보양식으로 먹는 가물치를 주인의 재치 있는 손맛으로 구워 먹도록 개발한 음식이다. 주인은 가물치가 한탄강에서 많이 잡히지만 마땅한 조리법이 없어 궁리하다 고추장 양념에 재운 뒤 굽는 방식을 생각해 냈다. 채 썬 듯한 고기를 양파와 섞어 구우면 상당히 많은 양의 기름이 흘러나온다. 키조개 관자 비슷한 식감에 고추장불고기처럼 달고 매콤한 맛이 난다. 비린 맛이 없어 쌀밥과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031)832-4177 ●계속 찾게되는 매운맛 ‘망향비빔국수 본점’ 전국에 국수 열풍을 불게 한 음식점이다. 연천군 청산면 궁평리 5사단 신병교육대 정문 앞에 있다. 상당히 맵지만 며칠 지나면 또 군침이 돈다. 매운 걸 못 먹는 어린이들을 위한 아기국수도 있다. 비벼 나오는 정갈한 국수 위에 배 고물 등이 올라가 있다. (031)835-3575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정선의 예술혼’을 만나다

    강서구는 오는 15일부터 3일간 가양동 궁산 일대를 배경으로 ‘겸재문화예술제’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겸재 정선의 작품 활동지인 궁산이 진경산수화의 중심지임을 알리고 주민과 함께 겸재의 발자취를 느끼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첫날 오후 1시 겸재정선미술관에서는 ‘겸재 정선, 현대에 다시 태어난다면’ 특별전이 열린다. 현대 미술작가 19명의 작품을 통해 겸재 정선의 정신을 재조명한다. ‘조선시대 화원’을 주제로 학술심포지엄도 열린다. 16일 오전 10시 30분에는 겸재사생대회가 열린다. 전국 초·중·고교생이 한국화와 서양화, 수채화 등 부문에서 고성지와 소악루 일대의 풍경을 사생한다. 오전 11시 궁산근린공원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안숙선 명창의 공연 등 전통 국악과 클래식이 어우러진 음악회가 펼쳐진다. 오후 2시부터는 대형 그림판에 겸재 정선의 대표작 ‘인왕제색도’를 참가자들이 직접 그려 완성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고산 윤선도 漢詩 한눈에…375수 첫 해설서

    고산 윤선도 漢詩 한눈에…375수 첫 해설서

    고산 윤선도가 남긴 한시 전수에 대한 해설서가 최초로 나왔다. ‘고산 윤선도 한시의 역주와 해설 1’(월인)이다.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용창선 시조시인과 양현승 국민대 국문과 교수의 합작품이다. 둘은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발췌해서 해설을 단 건 있어도 고산의 모든 한시에 대해 해설을 쓴 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고산은 14세 때부터 85세를 일기로 별세할 때까지 한시 375수를 남겼다. 문집 ‘고산유고’(孤山遺稿)에 수록돼 있다. 이번에 나온 1권엔 14세부터 과거를 통해 정식으로 벼슬길에 오르기 전인 42세까지 지은 150수가 실렸다. 2권은 43~65세에 지은 126수를 다룬다. 별시 초시에 장원 급제해 왕자(인평·봉림대군)의 사부를 지내다 보길도에 은거하며 ‘어부사시사’ 40수를 창작하던 시기다. 3권은 제자였던 봉림대군(효종)이 임금이 된 이후 성균관사예와 동부승지를 제수받아 관직 생활을 하던 때부터 보길도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한시 97수와 ‘고산유고’에 실린 상소문·서간문 등 산문을 번역, 해설한다. 용 시인은 “3권까지 작업을 모두 마쳤다”며 “고산의 생애와 시상의 단서를 두루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번역·주석·해설을 통해 독자들의 감상을 도왔다. 해설엔 작가 연보를 통해 작가가 처한 창작 당시의 시대 상황과 현실, 가족 관계, 교우 관계, 조정의 정국 현황 등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주석은 원문에 나오는 지명(地名)·인명(人名)·전고(典故)를 중심으로 출전을 밝히고, 난해한 어구는 본문의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의미를 풀었다. 용 시인은 2004년 윤선도 한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윤선도의 한시와 보길도 시원연구’라는 책도 냈다. 그는 “대학원 다닐 때 풍자문학 논문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관련 논문을 봤는데 보길도에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이 썼다”며 “이론과 현실이 맞지 않는 걸 보고 윤선도 관련 연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시인의 고향은 어부사시사의 무대인 전남 완도다. 한시 전수 해설은 1년 전 대학 선배인 양 교수와 시작했다. 양 교수는 “고산의 한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조선시대에도 요즘처럼 당동벌이(黨同伐異)의 당파 싸움이 심각했다. 하지만 정의를 왜곡시키는 의롭지 못한 일에는 호되게 질책했고 자신이 연루된 일에는 과감하게 물러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었다. 오늘날 정치인들이나 우리들이 꼭 배워야 할 자세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기담 새 역사소설…‘인간 박문수’ 재조명

    이기담 새 역사소설…‘인간 박문수’ 재조명

    ‘소설 광해군’ ‘선덕여왕’ 등 역사 속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탄생시켜 온 작가 이기담이 새 역사소설을 냈다. 어사 박문수를 주인공으로 한 ‘나, 박문수’(옥당)다. 작가는 학문이 깊고 진중한 성격으로 알려져 온 기존 ‘어사 박문수’와는 완전히 다른 ‘인간 박문수’를 되살렸다. 진짜 박문수의 모습을 조명하고 그의 꿈과 민생철학을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냈다. 작품 속 박문수는 정해진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임금에게도 거침없이 할 말을 한다. 백성을 생각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울분이 치솟으면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모두 터트려버려야 직성이 풀린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이중 구조로 짜여져 있다. 과거에 죽었으나 현재를 사는 박문수를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과 조선시대를 이야기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경제 블로그] 경남기업 사태 겪고도… 성동조선 지원 압박하는 정치권

    [경제 블로그] 경남기업 사태 겪고도… 성동조선 지원 압박하는 정치권

    지난 7일입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엔 오전 일찍부터 검찰 수십 명이 압수수색을 나왔습니다. 경남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과정에서 금융 당국의 외압 논란, 특혜 지원 여부와 관련된 수사가 하루 종일 진행됐습니다. “올 것이 왔다”는 신한 임직원들의 탄식이 쏟아졌죠.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관리의 신한’ 이미지에는 치명타를 입은 것이 사실입니다. 신한은 철저한 여신 관리로 “1억원짜리 기업 대출도 허투루 나가지 않는다”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 신한의 이러한 위험관리 시스템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농협금융 회장 시절 ‘벤치 마킹’을 지시할 정도였죠. 그런 신한의 ‘물 샐 틈 없던 시스템’도 외풍(정치금융)에는 맥없이 흔들렸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 국회에선 성동조선 채권단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경남 통영·고성이 지역구인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이 긴급 소집한 간담회입니다. “성동조선 문제를 논의하자”던 간담회는 “지역 경제를 위해 채권단이 지원해 달라”는 이 의원의 당부로 끝을 맺었습니다. 이날 간담회를 두고 금융권에선 “(경남기업 사태를 겪고도) 정치인들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채권단은 성동조선 정상화가 더이상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1조 9000억원이나 지원했지만 지난해에도 3395억원의 영업손실이 났으니까요. 정치권 압력에 못 이겨 추가 지원을 해봤자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대놓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추가 지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합니다.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실상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지역 표심(票心) 잡기로 보입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한국 금융산업의 현실이 마치 조선시대 여성의 처지처럼 억눌려 있다”며 금융권 안팎의 ‘정치금융’ 자정을 촉구했습니다. 시어머니(정치권)와 시누이(금융 당국) 눈치를 보며 기(氣)를 펴지 못하는 금융권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금융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같습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夜~ 떠나자 정동으로

    夜~ 떠나자 정동으로

    오후 10시까지 덕수궁·美 대사관저 등 20개 시설 개방 “정동 일대는 박물관과 전시관, 미술관 등이 즐비한 근대문화유산의 보고이지만 아는 사람이 적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정동을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밤길을 거닐며 역사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최창식 중구청장이 11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정동 야행’(貞洞夜行) 축제를 직접 소개했다. 중구는 오는 29~30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정동야행 축제’를 연다. 낮의 모습이 익숙했던 정동 거리를 밤늦도록 체험할 수 있는 행사다. 덕수궁과 성공회서울대성당, 시립미술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경찰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조선일보미술관, 농업박물관 등 20개 기관이 밤늦게까지 문을 연다. 평소 개방하지 않았던 주한 미국대사관저도 일부 공개한다. ‘중구의 역사를 보다’와 ‘정동의 밤을 거닐다’라는 주제로 야사(夜史), 야설(夜設), 야로(夜路), 야화(夜花) 등 4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야사는 조선시대 시장과 관청이 몰려 있던 중구의 역사를 다양한 체험으로 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가령 한양에 약을 공급한다고 해서 약현이라 불린 중림동을 떠올리며 야광 한약향첩을 만들고, 신당동에 신당이 많았던 점에 착안해 점괘를 봐 준다. 이 외에도 대장간 체험, 도량형 체험, 조판 맞추기 체험과 활자 인쇄, 조선시대 포졸들이 순찰할 때 쓰던 조족등 만들기, 엿장수와 가위바위보 등의 행사가 열린다. 야설은 밤에 펼쳐지는 공연 프로그램으로, 덕수궁 돌담길에서 마당극이 펼쳐진다. 돌담길을 따라 곳곳에서 저글링, 외발자전거, 코믹 마임, 어쿠스틱, 재즈와 팝, 힙합 등 다양한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야로는 정동의 아름다운 밤길을 즐기는 것이다. 평일 낮에 하던 ‘다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29일 오후 7시, 30일 오후 1시 30분과 오후 7시에 운영된다. 참여하려면 문화유산국민신탁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참가비는 무료다. 덕수궁을 시작으로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구세군역사박물관, 성공회성당, NH아트홀, 시청 별관 정동전망대 등이 종점인 5개 도보 탐방 코스를 선보인다. 야화는 정동에 있는 20개 기관이 밤 10시까지 개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청 별관 정동전망대에서는 덕수궁 야경을 볼 수 있다. 30일 오후 7시 덕수궁 중화전 앞에선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열린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구세군브라스밴드를, 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서울대성당에서는 파이프오르간 연주회를 만날 수 있다. 구는 관람객 편의를 위해 중국어, 영어, 일본어가 가능한 안내도우미를 배치하기로 했다. 홍보물과 시설물에 외국어 표기를 병기했다. 최 구청장은 “정동에서 밤늦도록 멋과 추억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 정동 야행 축제를 중구의 대표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일제 잔재 ‘국세청 별관’ 철거…서울시 역사문화광장 만든다

    일제 잔재 ‘국세청 별관’ 철거…서울시 역사문화광장 만든다

    서울 덕수궁 옆 국세청 남대문 별관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광장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이 공간의 지하를 개발해 장기적으로 광화문광장과 연결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세종대로 일대 역사문화 특화공간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국세청 별관은 1937년 일제가 조선총독부 체신청 청사로 지은 건물이다. 본래 고종의 후궁이자 영친왕의 생모였던 귀비 엄씨의 사당 덕안궁터가 있던 자리다. 시는 국세청 별관 중 기둥이나 벽면 일부는 기념물로 남긴 채 이 터의 역사적 가치를 살린 역사문화광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1978년 증축됐던 신관 지하실은 근대역사 아카이브공간으로 리모델링된다. 시는 설계공모를 통해 올 상반기에 국세청 별관 지하공간에 대한 구상을 정리하고 광복 70주년인 8월에는 임시광장이 조성되게 할 예정이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일단 광장 조성과 지하실 리모델링이 끝나면 논의를 거쳐 현재 복도식으로 돼 있는 덕수궁 지하보도와 1호선 시청역을 연결해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이번 사업이 덕수궁과 성공회성당, 서울시의회의 역사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 공간은 멀게는 조선시대와 일제, 가깝게는 4·19와 2002년 월드컵 등과 관련돼 광장과 지하공간의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현재 죽어 있는 공간인 덕수궁 지하보도도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국세청 남대문 별관 철거와 지하공간 개발은 서울시의 지하도시 개발과도 연결된다. 시는 현재 종각과 광화문을 연결하는 지하보도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교통 안전성에 대한 평가 등이 진행돼야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광화문 지하광장과 시청의 지하공간을 연결할 필요성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사업으로 시민청을 중심으로 한 지하공간이 좀 더 확장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어린이 책꽂이]

    경주로 보는 신라(안미연 지음, 정경아 그림, 현암사 펴냄) 월성, 대릉원, 황룡사터, 첨성대 등 현재와 신라시대 경주를 비교하며 신라의 건국 설화부터 신분, 국가 제도, 인물, 과학 기술, 문화, 외교 등을 살펴보는 역사 그림책. 48쪽. 1만 5000원. 산아가 오고 있어(최은규 지음, 이승주 그림, 푸른영토주니어 펴냄) 조선시대 정유재란 속에 피어난 전남 순천 억만골 두 소녀의 슬프고도 가슴 아픈 내용을 담았다. 조현범이 1708년(정조 8년)에 순천의 풍물과 사적 등을 기록한 ‘강남악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188쪽. 1만 1000원.
  • 그림이 되고, 갤러리가 된 운현궁…조서영 화백 전시회

    그림이 되고, 갤러리가 된 운현궁…조서영 화백 전시회

    조선의 역사 끝자락 한 대목을 묵묵히 부여잡고 있던 비운의 운현궁은 이제 미술작품이 됐고, 또 그 자체로 갤러리가 됐다. 서양화가 조서영 화백은 오는 17일까지 서울시 운니동 운현궁 내 갤러리에서 생애 세 번째 개인전인 ‘인연, 아름다운 동행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 미술의 소중함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운현궁 주최로 마련됐으며, 조 화백이 지난 1년간 운현궁의 뜰을 거닐고, 단풍나무 우듬지에 매달린 잎사귀, 돌담 틈에 자라는 이끼를 지켜본 봄, 여름, 가을,겨울이 담겨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운현궁의 봄’, ‘오! 단풍들었네’, ‘비밀의 문’ 등 운현궁의 풍경과 기와, 문고리를 담은 총 16점의 창작품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인다. 운현궁은 고종이 태어나 12살 때까지 살며 뛰놀던 곳이며,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흥선대원군이 권력 암투를 펼치면서도 훗날 쇄국정책의 장본인이라는 역사적 불명예를 감수하면서도 청나라, 일본 등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독한 결단을 내렸던 공간이다. 비감 어린 곳에서 감상하는 미술 작품들은 자기네들의 아름다움을 무심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비운의 역사적 기억을 담고 있는 공간이기에 그저 외따로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조 화백은 “작품들은 모두 운현궁을 소재로 했고, 선조의 예술적 가치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면서 “특히 조선시대의 운현궁을 건축한 도공들의 예술적인 손맛을 캔버스에 옮기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조 화백은 한양예술대전, 대한민국 공예예술대전 초대작가와 남북 통일 세계미술대전(서양화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 한양예술대전(서양화부문) 대상,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상,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특선, 국토환경미술대전 몽골대사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불로장생 묘약’ 참깨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불로장생 묘약’ 참깨

    기름 작물 중에서 재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참깨는 주로 열대 지방에서 분포하는 한해살이풀로 아프리카가 원산지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불리며 힘과 에너지의 원천, 젊음을 유지해 주는 식품으로 전해졌다. 조선시대에도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문종실록과 성종실록에는 참깨를 뇌물로 받은 사람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참깨와 이름이 비슷한 들깨는 식물학적으로 관계가 없다. 열매의 모양만 비슷한 식물로 예로부터 그냥 깨라고 하면 참깨를 뜻했다. 참깨는 기원전 3000년쯤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서 육로와 해로를 통해 아라비아와 인도, 중국 등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참깨는 식용유와 소스, 음식의 부재료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중동에서는 음식의 변질을 막아주는 참깨의 항산화 성분을 활용한 식품들이 발달했다. 터키에서는 참깨가 전통 소스의 맛을 내는 중요한 재료로 쓰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찰떡, 두부, 나물 등에 참깨를 쓰는데 오니기리(주먹밥)와 후리카케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간편 음식이다. 규슈 명물인 ‘참깨 두부’는 일본에서 인기가 많아 연간 5t가량의 참깨가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가공 제품들이 개발돼 수출까지 이뤄지고 있다. 참깨를 이용한 국내 브랜드로는 전통 방식으로 가공한 해뜰원의 ‘손가네 손맛’, 안동시온재단이 운영하는 ‘안동 참기름’이 있다. 또 참기름이 들어간 대한항공의 기내식 ‘비빔밥’은 2011년 ‘월드 트래블 어워드’에서 최고의 기내식으로 선정됐다. 오뚜기의 ‘참깨라면’은 고소하고 얼큰한 맛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 밖에 참깨 두유, 참깨 드레싱, 검은깨 죽, 참깨 아이스크림, 참깨 스낵류 등 참깨를 원료로 한 다양한 가공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예로부터 약으로 이용되던 참깨에는 노화를 방지해 주는 항산화 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다. 참깨 섬유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리그난’ 성분 중에는 세사민과 세사몰린, 세사미놀 등이 있다.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히 세사민은 악성 콜레스테롤(LDL)을 억제하는 데 뛰어난 효능이 있어 고혈압 예방에 좋다. 세사미놀은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촉진시키고, 기억력 손상 예방과 개선에 효능이 있다. 올레산과 리놀레산 등 불포화지방산과 시스틴, 메티오닌 등 필수 아미노산도 많아 혈관계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깨(흑임자)에 풍부한 ‘레시틴’은 두뇌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포도당과 산소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또 비타민(B1, B2, E), 칼슘(Ca), 셀레늄(Se) 등 기능성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비타민 B1과 B2는 신진대사 활동에 관여하며, 희귀 원소인 셀레늄은 세포의 노화를 방지한다. 칼슘은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천연 방부제로 이용된 참깨는 의약과 산업용 소재로, 그 부산물은 사료와 비료로 사용됐다. 참기름에서 항산화물질을 추출해 의약용으로 쓰고, 볶지 않고 눌러서 짜낸 기름은 완화제, 연고, 해독제로 이용된다. 참깨의 항산화 성분은 화장품의 보습제로 활용되고, 비타민E는 깨끗하고 윤기 있는 피부를 만들어 준다. 비타민E는 피부를 건강하게 해주며 까칠한 피부의 원인인 변비를 해결해줘 맑은 피부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외국에서는 참깨 종자가 새의 먹이로도 이용된다. 깻묵에는 단백질, 칼슘, 인이 풍부해 가축 사료와 유기질 비료로 활용된다. 참깨는 유채와 땅콩 다음으로 올레인산의 함량이 높고, 가공 비용도 비교적 싸서 바이오디젤 생산에도 활용된다. 인도는 50만㏊ 규모의 바이오디젤용 참깨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그 외에도 공업용으로 비누와 양초의 제조 원료, 선박 기관의 냉각제, 등화용 기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참깨는 북미에서 생산이 거의 되지 않는다. 다른 작물과 달리 주요 생산국이 개발도상국인 것이 특징이다. 인도(23.4%)와 미얀마(20.8%), 수단(16.2%), 중국(6.1%), 에티오피아(4.0%) 등 상위 5개국의 생산량이 전 세계 생산량의 66.5%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재배면적 규모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0.8%가량 늘어나고 있다. 한 해 787만㏊에서 500만t 안팎의 참깨가 생산되고 있다. 참깨 수출이 개도국 중심으로 이뤄지는 반면 가공 식품인 참기름은 일본 등 경제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많이 수출된다. 참깨 수출은 인도와 에티오피아, 니제르, 수단, 탄자니아 등이 대표 국가다. 주요 수입국은 중국(29.3%)과 일본(12.6%), 터키(7.7%), 한국(6.4%), 미국(4.1%) 등이다. 참기름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으로 세계 수입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참깨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2011년 2만 5000㏊에서 9515t을 생산했다. 참깨는 수확과 건조기 때 날씨에 따라 작황 변동이 심하고, 일손이 많이 가는 단점 때문에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참깨 수입은 일반 참깨와 참기름의 형태로 나뉜다. 일반 참깨로 수입되는 양은 국내 생산량의 8.6배에 이른다. 심강보 농촌진흥청 재배환경과 농업연구관 ■ 문의 golders@seoul.co.kr
  •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중국 하나라와 상나라의 청동 예기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중국 하나라와 상나라의 청동 예기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우리나라에는 고려청자를 만들면서 중국 고대의 청동 예기(禮器)를 모방한 작품이 많다. 조선시대 궁궐에서 쓰던 금속제 예기에도 관련된 작품이 많으며 분청사기와 백자에도 많다. 그러므로 중국의 초기 청동기부터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황제나 왕, 청동기와 용, 이 세 가지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므로 깊이 연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공자가 없다. 하(夏)나라는 기록상의 중국 고대 왕조(BC 2070년 ~ BC 1600년)로 중국 최초의 왕조이다. 하 왕조를 허구로 여기는 시각이 있지만 갑골문과 최근 이리두(二里頭) 유적 등의 발견에 따라 지금은 대체로(商)나라를 건국한 집단과 문화적 연관성을 지닌다고 보고 있다. 필자도 영기화생론으로 그 관련성을 찾아볼 것이다. 그러면 먼저 하남성 이리두(二里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초기의 청동기(①)를 살펴보자. 높이 19㎝의 고졸(古拙)한 솜씨를 보이는 작은 솥이다. 하나라 말기의 청동기로 중국학자는 ‘운문정’(雲文鼎)이라 부른다. 중국학자의 말처럼 단지 구름무늬라면 절대적 권력을 상징하는 예기에 왜 이것을 새겼을까? ‘알 수 없는 무늬’를 가는 선으로 돋을새김을 하였는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자세히 살펴보면 중심에 보주 모양의 둥근 모양이 있고 보주에서 양쪽으로 제2영기싹 영기문이 길게 뻗어나가되 보주를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보주를 위아래로 감싸고 있다. BC 1500년경에 만들어진 예기, 하늘에 제사 지내던 성스러운 그릇에 새겨진 영기문이다! 게다가 중간에서 작은 영기싹(생명의 싹)이 돋아나고 있지 않는가. 더욱 간략화하면 ②의 위에 그린 것이 되는데, 우주의 대생명력의 대순환을 이렇게 일찍부터 표현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청동기에 처음으로 새겼음직한 최초의 영기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만감에 휩싸인다. 필자가 제1, 제2, 제3영기싹이라는 영기문의 최소 단위 세 가지를 찾아내고 이들은 보주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해 낸 것이 10년 전이다. 무수히 많은 조형을 보고 찾은 것이 아니라 고구려 벽화를 연구하다가 직감적으로 찾아내어 확신을 가졌던 원리가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채색분석하면서 진리임을 점점 확신하게 되어 감개가 무량할 뿐만 아니라 숙연해진다. 만물생성의 근원이 새겨져 있으니 신성한 예기에 어울리지 않는가. 하 왕조 다음의 상 왕조(BC 1600년 경~BC 1046년) 역시 19세기 말까지 전설상의 왕조로만 취급되었으나 20세기 초에 은허(殷墟)가 발굴되고 고고학적 증거들이 나타나면서 실재하는 왕조였음이 밝혀지게 되었다. 최후로 이전한 도읍이 은(殷 · 현재의 하남 안양(河南 安?) 부근)으로, 20세기 초 농민이 우연한 기회에 얻은 거북이 등과 짐승 뼈를 약재로 팔려고 하던 중, 한 학자가 그 위에 새겨진 고대 문자를 발견했다. 상(商)의 문자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 뒤 갑골문자가 발견된 소둔촌(小屯村)이 바로 상(商)의 도성 유적인 은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28년 최초 발굴 이래 이곳에서는 16만여 점의 갑골문과, 우수한 제련기술로 만들어진 수많은 제례용(祭禮用) 청동기가 수천 점 출토되어서 상의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의 상황에 대한 대체적 이해가 가능하였다. 청동기는 예기로서의 지위를 가진 동시에 국가의 군주나 대신 등의 절대적 권력의 상징으로서 이용되었다. 상 시대에 들어오면 초기에 처음으로 얼굴의 정면을 표현하는 조형이 나타나는데 ‘수면문편족정’(獸面文扁足鼎)이라 부른다(③). 역시 높이 14㎝의 작은 솥이다. 편족이란 납작한 다리를 말한다. 중국학자들은 이렇게 얼굴을 정면으로 보면 모두 수면(獸面)이라 부른다. 막연히 짐승얼굴이란 명칭은 얼마나 무책임한 용어인가. 상해박물관 소장 청동기 전집에서는 가장 중요한 위아래의 연이은 보주들은 무시하여 탁본하지 않았다. 이들 보주들을 필자가 그려 넣었는데 바로 이 보주들이야 말로 얼굴이 용 얼굴 정면을 표현한 것이라는 증거로, 용의 입에서 나온 무량한 보주들이다(④). 짐승얼굴이라 하면, 상 나라의 초기 청동기에 용이 처음으로 출현하기 시작한다는 진실도 모르게 되니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앞서 그 이전 하나라 말기의 보주와 보주를 위아래로 둘러싸며 순환하는 제2영기싹이 더 놀라운 조형으로 서로 연관성이 있다. 무릇 초기의 우주관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조형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처음부터 완벽하다. 그런 조형에 잇대어 나타난 상나라의 용의 정면 얼굴을 자세히 보면 하나라 말기에 보이는 보주와 제2영기싹들의 조합과 다르지 않다. 상나라 초기의 용의 얼굴은 두 개의 보주와 갖가지로 변형된 제2영기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조형을 선으로 간략화시켜 보니, 눈은 물론 코가 보이지 않는가. 학자들은 용을 정면으로 본 용의 얼굴만 있으며 몸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채색분석해 보면 몸 역시 다양하게 변형시킨 제2영기싹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용을 항상 옆으로 본 긴 모양을 뇌리에 입력해 두었으므로 좌우의 조형을 측면으로 보아 옆에서 본 용이 서로 마주 본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용은 정면으로 우리를 향해 보고 있는 것이며, 몸은 좌우로 같은 모습으로 표현된 것이다. 어쩌면 용의 얼굴에서 좌우로 뻗어나가는 영기문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구조인류학’에서 아시아와 아메리카의 예술에 있어서의 도상 표현의 분할성(Split Representation in the Art of Asia and America)을 언급하면서, 아메리카 북서안의 예술과 고대 중국의 예술에서 볼 수 있는 유사성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두 개의 좌우대칭 측면상으로 하나의 정면상을 표현하는 방법이라 했는데 올바른 파악이 아니다. ‘Split Representation’은 분할묘사(分割描寫)를 말하는데 그릇된 시각파악이다. 그동안 사람들이 몸이 없는 용이라고 말하길래, 용을 정면으로 표현할 때 단축법(短縮法 · 사물을 정면에서 보아 표현하는 방법)으로 표현하면 얼굴만 보이고 몸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해왔지만, 상 나라 때에는 용의 정면 얼굴을 두고 양쪽으로 몸을 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러면 상 나라의 청동기에서는 용을 왜 정면상으로 표현했던 것일까? 측면상으로 표현하면 용의 얼굴을 완벽히 표현할 수 없어서 굳이 표현하기 어려운 정면상을 택한 것이다. 신성한 청동기에 최고신(最高神)을 측면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여래처럼 신이란 항상 정면으로 표현해야 하며 그래야 압도적일 수 있다. 몸은 양쪽으로 표현하면 된다. 분할묘사가 아니다. 만일 황제가 천제(天帝)에게 제사 지낼 때 쓰던 예기라면, 그 표면에 범상치 않은 조형을 새겼으리라. 또 하나의 상나라 초기 수면문작(獸面文爵 · 술 바치는 잔)도 마찬가지다(⑤, ⑥). 얼굴은 신석기 이래 표현되어 온 용 얼굴 이외에는 다른 명칭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 왜 용이어야 하는가?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한식의 마침표’ 참기름 신라 땐 폐백 품목 꼽혀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한식의 마침표’ 참기름 신라 땐 폐백 품목 꼽혀

    참기름은 적은 양으로도 고소한 맛을 내 입맛을 살려 주는 전통 향신료다. 신라시대부터 폐백 품목에 들어갈 만큼 역사가 깊다. 참기름이 들어간 음식보다 빠진 음식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우리 식탁에서 빼 놓을 수 없다. 참기름이 가장 많이 쓰이는 음식은 나물이다. 채소를 데친 뒤 다른 양념을 먼저 넣고 마지막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려 고소한 맛을 낸다. 참기름은 생나물을 무칠 때, 들기름은 묵거나 말린 나물을 무칠 때 쓴다. 참기름은 나물에 있는 비타민A가 몸속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 효과도 있다. 고기 요리에도 참기름이 빠지지 않는다. 불고기, 갈비찜 등에 쓰이는 양념 간장에는 설탕, 다진 파, 마늘, 후추와 함께 참기름이 들어간다. 소의 콩팥, 천엽, 간류 등을 먹을 때도 참기름에 소금을 넣은 장에 찍어 먹는다. 제주 옥돔구이처럼 생선에도 참기름을 발라 굽고 동태전을 지질 때도 쓴다. 한과, 약과, 강정 등을 만들 때도 참기름을 넣는다. 찹쌀밥에 참기름과 꿀을 넣어 쪄내면 약밥이 된다. 참기름은 전달래전 등 화전(花煎)을 부칠 때도 사용했다. 몸이 약한 환자에게 먹였던 흰죽은 참기름을 부어 볶은 쌀로 쑨다. 미역국도 미역과 소고기를 참기름으로 볶은 뒤에 끓인다. 된장이나 고추장을 넣은 찌개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소금이나 새우젓으로 간을 한 맑은 찌개는 참기름 한 방울로 마무리한다. 감자, 고추, 깻잎, 김 등을 튀겨서 버무린 부각은 참기름으로 일단 양념한 뒤에 다른 기름으로 튀긴다. 김이나 더덕구이는 참기름을 발라 굽고 육포도 잘 발라진 살에 간장, 꿀, 후추 등 양념을 바르고 참기름을 바른다. 예로부터 향유(香油), 진유(眞油), 지마유(芝麻油) 등으로 불렸던 참기름은 고려시대에 한과를 만드는 데 쓰였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한과 금지령도 내려졌다. 고려 명종 때 각종 행사에 한과가 너무 많이 쓰여서 왕실의 참기름이 바닥나자 백성들로부터 참기름을 쥐어 짜내는 등 폐단이 심해지기도 했다. 매우 귀한 기름이라서 이때부터 가짜 참기름이 등장했다. 조선시대 초기에도 연회나 사대부 잔치에 참기름 사용을 금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참기름 생산량은 연간 100만t가량이다. 전체 식물성 기름 생산량의 0.7%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간 생산량 증가율은 3.9%로 식물성 기름 13개 중 4위에 오를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참기름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일본으로 20.1%를 차지한다.
  • 당현천 밝히는 등불 속 시간여행

    노원구는 조선시대 역사적 인물과 조상들의 생활상을 담은 각종 등(燈)을 전시하는 ‘노원구 등축제’를 당현천에서 다음달 1일부터 10일간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우선 1일 오후 7시 20분에는 당현3교 부근 어린이교통공원 당현천 무대에서 ‘개막 점등식’을 연다. 이후 당현1교~당현3교의 400여m 구간에서 매일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축제를 진행한다. 축제에는 전통 등 50점이 전시된다. 세종대왕, 허준, 이순신 등 조선시대 인물과 역사적 유물 등 24점을 공개하고 달밤의 밀회, 수문장, 김장문화 등 생활상을 담은 12점을 전시한다. 어린이를 위한 등도 14점 마련된다. 부대행사도 준비돼 있다. 중계 2, 3동 자치회관 및 장미수공방 수강생들이 만든 등을 축제 기간에 전시하고 한지 등과 전통 연, 대나무 활, 전통 팽이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주민들이 추억을 쌓을 수 있게 큐피트 화살, 천사 날개 등 빛 포토존도 설치한다. 다음달 1일에는 초등학생들이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은 동화 ‘달님은 알지요’를 읽고 동시를 짓는 행사도 열린다. 이외에 지역 예술단체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김성환 구청장은 “등축제가 누구나 편히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게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친환경 생태하천인 당현천에서 전시되는 각종 등을 보며 여유로운 5월을 즐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新 국토기행] <25> 강원 강릉시

    [新 국토기행] <25> 강원 강릉시

    천년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고 청정한 자연자원, 풍성한 먹거리가 어우러진 강원 강릉시는 사람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간직한 고장이다. 동쪽으론 푸른 동해를 끼고 서쪽으론 장엄한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둘러 관동팔경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빼어난 자연을 품고 있어서일까,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를 비롯해 김시습, 허균, 허난설헌 등 예부터 지금까지 뛰어난 문인 등 인재 배출이 끊이지 않는다. 아흔아홉 구비의 전설이 깃든 대관령과 대한민국 명승 1호인 소금강, 국내 첫 모자 화폐로 등장한 신사임당과 율곡의 오죽헌,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인 경포대,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정동진역,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 등 유구한 역사 흔적과 전통문화가 살아 있다. 최근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도시로 변혁을 꾀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과 1시간대의 복선전철이 놓인다. 세계인들의 축제인 올림픽이 열리면 세계 속의 도시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된다. 30분 거리의 양양국제공항까지 활성화되면 22만명에 머무르고 있는 인구도 급증할 전망이다. 전철 길과 비행기 길을 따라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힐링 도시가 될 강릉의 속살을 들여다본다.[볼거리] ●시심 자극하는 관동팔경 중 으뜸 ‘경포호·경포대’ 바다와 맞닿은 잔잔한 경포호수는 경포대와 함께 많은 일화를 간직한 최고의 명승지다. 경포대 누각에 앉으면 낮에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물새들의 오가는 모습이 호수에 비쳐 신선들의 세계를 맛보게 하고 밤에는 달빛이 하늘과 바다, 호수, 술잔, 임의 눈동자에 비치며 시심(詩心)을 자극한다는 명소로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이다. 호수 안에 외딴섬으로 떠 있는 월파정과 물 위로 꽃비를 내리는 아름드리 벚나무도 운치를 더한다. 경포호 둘레를 따라 조성된 4㎞ 남짓의 걷는길과 자전거길에는 언제나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2012년 조성을 끝낸 호수변 경포가시연습지는 또 다른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특수한 지역의 생물서식지를 보호하고 관광자원화한 습지에는 희귀종인 가시연 군락지가 조성돼 생태탐방지로 인기다. 호수를 따라 잘 보존된 방해정 등 정자와 경포대 인근 참소리 축음기·에디슨박물관도 가 볼 만하다. ●신사임당·율곡의 흔적 고스란히 간직한 ‘오죽헌’ 우리나라 대표 어머니상인 신사임당과 율곡이 살았던 오죽헌(보물 제165호)을 빼고 강릉을 얘기할 수 없다. 당대 최고의 학자 율곡이 탄생한 집 주변에 까마귀처럼 검은 대나무가 많아 오죽헌이라 이름 붙였다. 건물은 바깥채와 안채, 어제각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조선 초기 건축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관심을 더한다. 오죽헌 남쪽에는 강릉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박물관이 있고 동쪽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강릉예술창작인촌이 있다. 주변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통 기와집촌까지 만들어진다. 오죽헌과 지척에서 마주한 곳에는 조선시대 아흔아홉 칸 전통한옥인 선교장이 잘 보존돼 있다. 아름드리 노송들이 빼곡히 둘러선 선교장은 300년 전통을 간직한 곳으로 족제비 무리를 쫓다가 이곳에 이르러 집을 지어 번창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경포해변 쪽으로 좀 더 가다 보면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 여류시인 허난설헌 생가도 만날 수 있다. ●고려 숨결 배인 ‘강릉대도호부관아·강릉향교’ 고려 때 창건한 강릉대도호부관아(임영관)는 왕의 전패를 모시고 의례를 치르기도 하고 중앙 관료들이 강릉으로 내려오면 머물던 객사로 유명하다. 현존하는 목조건축물로는 가장 크고 배흘림 기둥양식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기둥과 지붕이 만나는 곳의 세련된 조각 솜씨는 고려 말, 조선시대 초기의 건축물 솜씨가 살아 돋보인다. 지금은 국보(51호)로 보존된다. 1908년 일제에 의해 고등보통학교로 쓰이다 일부 철거된 것을 2012년 전대청, 중대청, 동대청 등 현재의 웅장한 모습으로 다시 복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강릉향교(보물 제214호)도 가 볼 만하다. 고려시대 세워진 강릉향교는 완벽한 규모와 기능을 갖춘 유교식 건축물로 분묘대성전을 비롯해 명륜당이 옛 그대로 남아 봄·가을 석전제를 지내며 문화적,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나주향교, 장수향교와 함께 3대 향교로 꼽힌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 ‘정동진역’ ‘최고 동쪽 나루터’라는 뜻의 정동진역은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고 해돋이 명소,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금도 청량리역에서 정동진을 잇는 기차가 해돋이 시각에 맞춰 운행되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추억의 여행지로 찾는다. 특히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모래시계공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시계를 만날 수 있다. 해마다 새해 첫날 일출과 함께 열리는 모래시계 회전행사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모래시계공원에는 기차를 활용해 동서양의 다양한 시계 관련 유물을 선보이는 정동진 박물관이 있다. 주변에는 5.1㎞에 이르는 폐철로 위를 달릴 수 있는 정동진 레일핸드바이크가 있고 산 위에 떠 있는 육상 유람선 모양의 썬쿠르즈리조트도 명물이다. 그닥 멀지 않은 곳에는 신라시대 수로부인의 전설을 간직한 헌화로가 있어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를 느끼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북한 무장공비 잠수함 보존된 ‘통일공원’ 1996년 바다로 침투한 북한잠수함과 해군 퇴역함(4000t급)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통일공원이 주변의 임해자연휴양림과 함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시내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다 강동면 바닷가에 이르면 바닷가 쪽으로 함정과 잠수함이 전시돼 있고 산 쪽 언덕에는 각종 항공기 등이 전시돼 있다. 잠수함 내부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체험전시관으로 개방된 이곳에는 국난극복사, 6·25전쟁, 이산가족 찾기, 통일환경 변화 등을 주제로 한 전시시설을 갖추고 있다. 통일공원에서 임해자연휴양림으로 가다 보면 바다를 마주하며 새벽 일출을 보기에 좋은 등명락가사가 있다. 신라 때부터 이어져 왔다는 고찰로 오백나한상을 모신 영산전 등이 있어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등명락가사 인근에는 또 자연환경을 이용한 10만여㎡ 넓이의 하슬라아트월드(피노키오미술관)가 있어 산책 코스로 인기다. ●천년 역사의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단오제’ 천년을 이어져 오는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해마다 음력 5월 5일을 전후해 풍성한 전통행사가 펼쳐진다. 예부터 영동지역 사람들은 높은 대관령 고개의 신이 주민들 삶을 보호해 준다는 믿음에서 출발해 천년이 넘게 원형을 잘 보전하며 지역축제로 면면히 이어 오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단오 한 달 전 신에게 올릴 술을 담그는 신주빚기행사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이어 대관령 산신에게 행사를 알린 뒤 대관령 국사성황신을 여성황신이 있는 사당으로 모신다. 분위기는 행사 전날 성황신 부부를 남대천 임시제단으로 모시는 영신행차가 시작되면서 한껏 고조된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제례, 무당굿, 관노가면극, 씨름, 그네, 창포 머리감기 등 다채로운 행사와 공연을 만날 수 있어 인류학, 민속학, 역사학적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 전통축제로 자리 잡았다.[먹거리] ●‘강릉의 상징’ 감자옹심이 음식문화가 발달된 강릉지역에서 가장 대표음식으로 꼽히며 유명세를 타는 음식이 감자옹심이다. 다양한 감자요리 가운데 단연 으뜸으로 먹거리에 앞서 독특하고 재밌는 이름부터 사람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자극한다. 감자를 갈아 물기를 짜낸 뒤 가라앉은 녹말가루와 섞어 새알처럼 작고 동글동글하게 감자수제비로 빚어 끓여 낸 음식이 감자옹심이다. 삶아 낼 때 감자 전분을 적당히 섞어 만들어 쫄깃하고 씹는 맛이 일품이다. 메밀로 밀어 낸 메밀 손칼국수나 일반 칼국수를 넣어 함께 끓여도 좋다. ●바닷물로 간 맞춘 초당순부두 가장 자연에 가깝고 신선한 웰빙 두부하면 강릉 초당순두부가 떠오른다. 조선 광해군 때 강릉지역 삼척부사로 부임한 허엽이 집 앞의 맛 좋은 샘물로 콩을 갈고 깨끗한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들게 한 게 초당두부의 기원으로 알려진다. 이때 만든 두부의 맛이 좋아 소문이 나자 허엽이 자신의 호인 ‘초당’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혀끝에 감기는 부드러운 초당두부는 지금도 바닷물로 간수를 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강릉 경포해변 인근 초당마을에는 순두부, 모두부, 두부전골 등의 두부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초당두부 전문 음식마을이 성업 중이다. ●전통방식으로 정성 가득 ‘사천과줄’ 청정지역 사천마을에서 재배한 사천쌀과 조청 등으로 만들어 내는 사천과줄은 1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과줄은 쌀가루로 만들어 말린 얇은 바탕을 기름에 튀겨낸 뒤 꿀이나 조청을 발라 튀긴 쌀이나 깨알 등 온갖 영양 곡식을 붙여 만들어낸 달콤하며 영양이 풍부한 전통과자다. 워낙 정성과 시간이 많이 가는 과정을 겪어야 하기에 전통 기법 그대로 과줄을 만들어 내는 곳은 강릉 사천마을이 유일하다. 명절 등 수요가 많을 때 전통방식으로 한정 수량만을 생산한다. 사천마을에는 집집마다 과줄 생산이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술꾼 유혹하는 문어 숙회·오징어 물회 주문진항과 사천항 등 항구를 끼고 있는 마을에는 싱싱한 횟감이 넘쳐난다. 오징어, 문어, 가자미, 가리비, 멍게, 해삼 등 동해안에서 나는 횟감은 모두 올라온다. 특히 오징어 철에는 쫀듯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오징어회와 오징어 물회 등이 술꾼들의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제사상에 반드시 올리는 문어는 숙회로 만들어 술안주로 안성맞춤이다. 뼈째 썰어 먹는 가자미회도 달짝지근하며 꼬득꼬득 씹히는 맛에 마니아까지 생겨날 정도다. 동해안 양식으로 제법 물량이 많아진 가리비와 해삼, 멍게도 동해안의 빼놓을 수 없는 횟감이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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