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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X, 대한조선 인수추진

    STX그룹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중견 조선사 대한조선 인수전에 나섰다. STX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16일 마감한 대한조선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제안서를 냈다고 17일 밝혔다. 대한조선의 본입찰에는 STX와 함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해운사 등 2~3곳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이들 후보와 채무조정 및 출자전환 등의 조건을 놓고 한 달 동안 개별 협상을 벌이게 된다. STX 관계자는 “채권단이 대한조선 부채를 상당부분 출자전환해 주기로 해 자금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조선소 도크 규모 등이 우리 조선소보다 훨씬 커 인수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STX는 중국의 STX대련과 STX유럽에 대규모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진해에 100만㎡(30만평) 규모, 부산에 2만㎡(6000여평) 규모의 작은 조선소만 갖고 있다. 대한조선은 전남 해남에 1개 도크를 두고 있고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포함하면 총 67만 5000평의 부지에 대한 인·허가를 획득해 놓고 있다. 수주잔량 기준으로는 세계 35위이며 지난해 매출 3073억원, 영업적자 233억원을 기록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기업 구조조정 버티면 지원 중단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버티는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여신 중단이나 기존 대출금 회수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기업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은행에 대해서는 문책할 계획이다.7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여신 500억원 이상으로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뒤 채권단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건설·조선·해운사와 대기업 29개사 중 4개사를 대상으로 채권단이 대출금 회수 절차에 착수했다.워크아웃 무산 기업은 모두 12개사(6개 건설사, 2개 조선사, 1개 해운사, 3개 대기업)다. 하지만 이들 4개사는 워크아웃은 물론 법정관리도 신청하지 않아 사실상 구조조정을 거부했다. 나머지 8개사는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무상환을 유예받지만, 워크아웃과 달리 신규 대출은 받을 수 없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하려고 실사를 하다 보니 부실이 너무 커 법정관리로 간 사례도 있고, 기업 측이 자구노력을 거부해 대출을 회수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구조조정을 안 하고 버티는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경매 등을 통해 담보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또 지난 7월 1차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여신 규모 50억~500억원)에서 C등급을 받은 77개사 중에서는 9개사의 워크아웃이 무산됐다. 이들 9개사 중 2개사만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은행별로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여신을 회수하게 된다.이와 함께 지난 9월 2차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여신 규모 30억원 이상 외부감사법인)에서는 모두 108개사가 C등급을 받았으며, 10월 말 현재 10개사만 워크아웃에 착수한 상황이다.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가운데 일부는 구조조정을 안 하려는 기업도 있다.”면서 “특별한 사유 없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기업에는 일단 신규 여신을 중단하고 추이를 지켜보며 추가 조치를 한다.”고 설명했다.금융당국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불확실한 만큼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내년 1월부터 차례로 이뤄지는 은행 검사 때 기업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소극적인 구조조정으로 손실을 안는 은행은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현대重사장 오병욱·이재성씨

    현대중공업그룹은 19일 최길선 대표이사 사장이 사임함에 따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오병욱(부사장·62) 해양·플랜트 사업본부장과 이재성(부사장·57) 경영지원본부장을 공동으로 내정했다. 송재병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도 최 사장과 함께 퇴임하기로 했으며, 후임자는 최원길(부사장·59)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장으로 정해졌다. 최 사장과 송 사장은 퇴임 후에도 상담역으로 남아 자문을 해주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은행 외화안전자산 2% 보유 의무화

    은행 외화안전자산 2% 보유 의무화

    국내 은행들은 외화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하고, 수출업체는 실물거래를 과도하게 넘는 선물환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촉발된 국내 은행들의 ‘달러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같은 내용의 ‘외환 건전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외화자산의 2% 이상을 언제든지 유동화할 수 있는 미국 국공채 등 신용도 A등급 이상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가 증폭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또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 단기보다 중장기 외채를 더 많이 조달해야 한다. 현재 80%인 중장기 재원조달비율을 연내 90%, 내년 상반기에는 10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단기와 중장기를 구분하는 기준도 현행 ‘1년 이상’에서 ‘1년 초과’로 강화된다. 예를 들어 은행이 100억달러 중장기 대출을 해주려면 지금은 80억달러만 중장기 외채로 조달했지만, 앞으로는 100억달러 모두를 중장기로 차입해야 한다. 아울러 은행들의 무리한 외화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외화자산을 외화부채로 나눈 외화 유동성 비율을 산정할 때 적용되는 가중치가 외화자산별로 35~100%로 차등화된다. 이와 함께 과도한 선물환거래를 막기 위해 조선사 등 수출업체들의 선물환거래는 실물거래의 125% 이내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수출기업의 연간 수출물량이 1억달러라면 같은 기간 1억 2500만달러까지만 은행과 선물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선물환거래와 함께 은행권 단기 외채 증가의 원인으로 꼽혀 왔던 자산운용사의 해외펀드 판매 시 필요 이상의 환헤지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금융당국은 환헤지를 하면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추경호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국책은행을 제외한 모든 국내 은행에 적용된다.”면서 “내년 초 시행하되, 유동화 가중치 부여와 외화 안전자산 보유는 적응기간을 감안해 내년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부실 조선업체 상시 구조조정 추진

    부실 조선업체 상시 구조조정 추진

    정부가 조선과 해운업계에 채찍과 당근을 들었다. 선박수주 중단과 글로벌 해운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확대되면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우선 부실 조선·해운사에 대한 상시 구조조정과 수리 조선소 전환이 함께 추진된다. 또 우량 조선사와 해운사의 금융 지원도 강화된다.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조선·해운산업 동향 및 대응방안’을 보고했던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는 9일 업계의 건의사항 등을 보완해 이 같은 최종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8개 부실 조선사와 관련해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이들을 수리 조선소나 블록공장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우량 중견 조선사를 포함해 일부 업체를 해양레저 장비 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해운업계의 구조조정도 추진된다. 유동성 우려가 있는 대형 업체에 대해서는 계열사 정리와 선박 매각 등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통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 지원은 확대된다. 수출입은행의 ‘네트워크 대출’ 미집행액 5000억원을 선박제작 금융으로 전환해 지원하기로 했다. 수출보험공사의 현금결제보증 조건을 완화하고, 필요하면 조선사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제작 금융의 지원 한도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또 수출입은행의 직접 대출과 수출보험공사의 중장기 수출보험을 함께 지원하는 ‘패키지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선박 가격이 떨어져 추가로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 수출입은행이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고 수출입보험에서 일부 보험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추가 담보제공액의 일정 부분을 분담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여기에 수출보험공사의 조선사에 대한 ‘부보율(부도 위험을 보험으로 줄여주는 비율)’을 현행 95%에서 한시적으로 100%까지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해운업계 지원을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참여하는 선박펀드에 구조조정기금을 현재 40%에서 60%로 높이고, 건조 중인 선박도 선박펀드 매입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선박 추가 매입을 위해 구조조정기금을 1조원 정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조석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지난 9월까지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향후 5년간 호황기 수준의 발주물량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윤설영기자 golders@seoul.co.kr
  • 나를 비워 세상 담고 천년 깨워 만년 잇고

    나를 비워 세상 담고 천년 깨워 만년 잇고

    다완(茶碗)이라고 부르는 그릇의 정겨운 다른 이름은 찻사발(沙鉢)이다. 한국인에겐 다완보다 사발이 더 익숙하다.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에는 아름다운 순수 한글 이름도 있다. 남자 밥그릇은 사발이라고 불렀지만 뚜껑이 달린 여자 밥그릇은 ‘옴파리’라고 불렀다. 김치를 담거나 찬그릇으로 사용하는 사발보다 조금 작은 그릇은 ‘보시기’라고 하고, 간장 등 장종류를 담는 그릇은 ‘종지’라고 한다. 목이 긴 호리병으로 못생긴 술병의 이름은 ‘멍텅구리’다. 생김새보다 술이나 물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기그릇의 깨진 조각은 ‘사금파리’. ●조선사발 선구자 故 신정희 선생 장남 사기장 신한균(49)은 이렇게 한국 도자기와 관련된 아름다운 이름들이 생명력을 잃고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한국의 도자기가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하고 사양길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흔히 도자기 만드는 사람을 예술가라는 의미로, 격조를 높여 도예가라고 부르지만 신 사기장은 그런 명칭을 사양한다. 전통 조선사발의 선구자인 고(故) 신정희 선생의 장남인 그는 “나는 장인의 아들로 태어나 사기 장인으로 살아왔고, 죽을 때도 장인으로 죽을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신정희 선생은 전통의 맥이 끊어지고 있던 조선의 사발을 완전히 재현해 낸 최초의 사기장이다. 어려서 흙을 조물락거리고 15살에 물레질을 시작한 신 사기장은 젊어서는 명지대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연세대에서 MBA를 마친 뒤 28살부터 본격적으로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 사기장이 오는 10월6~18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갤러리에서 ‘천년을 이어온 그릇’전을 연다. 우리 그릇의 원류를 복원·계승한 명품 다기와 사발을 전시한다. 한국인의 인식 속에 한국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자기의 나라’다. 고려 때는 비색의 청자로, 조선시대 때는 순결한 백자로 이름을 날렸고 일본은 두 차례의 왜란을 통해 조선의 도공들을 납치해야 할 만큼, 지금으로 치면 반도체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세라믹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신 사기장이 거듭 강조하듯 16세기 이전에 섭씨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유약을 바른 표면이 매끄러운 자기를 만들어낸 나라는 중국과 한국이 거의 유일했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주부들은 생활 도자기나 명품 도자기로 서구의 브랜드인 포트메리온·로열덜튼(영국)이나 로열 코펜하겐(덴마크), 빌레로이앤보흐·마이센(독일), 리모지 하빌랜드(프랑스) 등을 사랑한다. 토기를 만들던 그들이 중국 본차이나에 자극을 받아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자기를 굽는 법을 익혀 현재는 세계를 주름잡게 됐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일본의 노리야케의 탄생도, 막부에서 정책적으로 도자기를 국부의 원천으로 삼아 수출을 주도해 나가면서 일본 도자기가 한국 도자기를 추월해 나간 흔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 한국 도자기의 현실은 신 사기장이 우려하고 걱정할 정도로 초라하지 않나 싶다. 국내 대기업에서 나오는 생활 도자기의 디자인은 독창적이고 한국적이라기보다는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이 적지 않다. 반면 경기 이천과 광주 등 전통가마에서 나오는 전통 도자기는 현대적 해석 없이 답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전통적인 도자기 기법을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신 사기장도 답습이란 비판을 비껴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는 청자의 비색을 재현하거나 조선의 달항아리를 베껴내는 데만 애쓰지는 않는다. 전통을 복원하는 가운데, 자신의 예술적 감성과 새로운 발견을 고스란히 작품으로 담아보려고 노력한다. 이번 전시에 나타나는 달항아리는 유약과 불의 사용을 통해 빚는 일반적인 달항아리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 국보급 도자기 원류는 모두 한국” 비오는 날 산에 가서 발자국을 남기고, 그 발자국이 또렷하게 남아 있는 흙을 파서 그릇을 만든다든지, 유약으로 억새풀 재를 발굴해 낸다든지, 그릇의 굽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굽는 함경도식 도자기 제작법을 발굴하는 등은 그의 몫이었다. 우리가 흔히 일본식 자기 제작기법이라고 평가하는, 유약을 흘러내리게 하는 방식도 조선 도공들이 흔히 쓰던 제작기법이라고 한다. 신 사기장은 “일본 국보 기자에몽 이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쳤다는 일화가 있는 일본 중요 문화재 쓰쓰이쓰쓰 이도 등의 원산지가 모두 한국”이라면서 “그러나 한국에서 이도는 그저 막사발로 불리며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사발,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아우라 펴냄)는 책도 펴냈다. 이 책은 조선사발의 가치와 아름다움, 쓰임새, 종류, 일화를 담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이도다완을 ‘황도사발’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일본 다도문화학회장 다니 아키라가 함께 썼는데, 다니는 이 책에서 “일본에서 쓰이는 조선사발은 조선 사기장들이 만들었으나 일본 사기장들의 미의식이 덧대어진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했다. (02)310-1921 문소영 홍지민기자 symun@seoul.co.kr
  • [금융위기 1년 지금 세계는] 금융위기 키운 국내외 3대 악재

    ■ 美FRB 모기지론 과소평가 “집값 거품 아닌 포말” 2007년 9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CBS방송에 나왔다. 미국 내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업체 ‘뉴 센트리 파이낸셜’이 파산한 직후여서 위기감이 잔뜩 고조돼 있던 상황. 그러나 그린스펀은 “주택시장에 낀 것이 큰 거품이 아닌 자그마한 포말들이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벤 버냉키 현 FRB 의장도 지난해 12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과 관련된 주택 문제와 금융시스템 간 인과 관계가 워낙 복잡해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시인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론(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높은 이자로 제공된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의 과열과 부실화는 금융위기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FRB는 글로벌 경기침체 조짐이 나타나자 2001년부터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렸다. 2000년 말 연 6.5%이던 금리는 2003년 6월 1.0%로 떨어졌다. 그러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택 구입에 나섰고 집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 최하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해 2006년에는 전체 주택담보 대출의 5분의1을 차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 FRB가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2006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관련 부실채권이 폭발적으로 늘어 2007년 여름 이후 미국 금융시장은 사실상 통제하기 힘든 국면으로 치닫고 있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리먼 파산직전 금리인상 “유동성 위기 가능성 낮다” 지난해 8월7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 몇몇 금통위원이 물었다. “최근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여건이 악화되는 등 9월 위기설이 시중에 나도는데 한은 집행부의 판단은 무엇이냐.” 대답은 이랬다. “유동외채 등 각종 지표들이 양호하고 9월 만기 도래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의 이탈 규모도 크지 않아 외화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고 나서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의사봉을 두드렸다. 그 달 기준금리를 연 5.0%에서 5.2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고, 우리나라는 ‘씨가 말라버린 달러’ 앞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지독한 위기를 겪어야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회사의 투자전략부장은 “당시 이미 9월 위기설이 팽배했음에도 한은은 금리를 올리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명백한 판단착오였다.”고 비판했다. 1년간 동결 상태이던 금리를, 글로벌 금융위기 코앞에서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결과’를 놓고 한은은 지금도 무참한 표정이다. 그렇다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시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한은 간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게 시급했다.”고 항변했다. 실제 지난해 5월 5%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그 해 7월 5.9%까지 치솟았다. 정부 추천의 한 금통위원만 “경기 둔화 우려”를 들어 금리 동결을 주장했을 뿐, 다른 위원들은 한은 집행부의 판단에 동조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부동산 광풍이 몰아쳤던 2005년 10월의 금리 인상이 너무 늦었다면 2008년 8월의 금리 인상은 너무 성급했다.”면서 “한은이 과거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아니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지는 이번 출구전략이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일단 연내 금리 인상 신호를 던져놓은 상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대기업들 무리한 M&A…9곳 재무개선약정·4곳 위기 “외환위기 때 ‘건전성’을 배웠다면, 이번 금융위기에서는 ‘유동성’을 배운 것 같다.” 지난 1년을 지켜본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 퇴출이 이어지자 대기업들은 빚 줄이기에 총력을 다했다. 한때 300~400%대에 이르렀던 10대 그룹 상장사 부채비율은 2007년 말 84.3%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금융위기 와중에서 대기업들은 흔들렸다.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을 집어삼켰다가 오너 갈등 사태로 번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이다. 자신보다 덩치가 더 큰 하이마트를 인수했던 그룹과 세계적인 건설중장비 제조업체 밥캣을 사들인 그룹 등도 한때 휘청거렸다. 결국 지난 5월 45대 대기업그룹 가운데 9개 그룹은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체결해야만 했다. 최근에는 이들 그룹 외에 4개 그룹이 추가 MOU 체결 위기에 몰렸다. 채권단이 올 6월 말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재심사한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은 그룹들이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조선사 1곳과 항공이 주력인 그룹 1곳,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조선사 2곳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기업별로 힘쓸 곳과 힘뺄 곳을 명확히 해 합리적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진실’ 잃어버린 한국史

    역사 기술이 객관성을 의심받을 때가 더러 있다. 당대의 권력자나 역사가의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에 따라 쓰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역사를 바라볼 때 비판의식이 필요하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한국사를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이 시기에 우리 역사가 심각하게 왜곡된 데다 당시 역사학자-일제 식민사관에 근거한-의 줄기가 지금까지 질기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인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우리의 역사는 조선 후기 노론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철학으로 주류 역사학의 오류를 꼬집는다.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조선왕 독살사건’, ‘세상을 바꾼 여인들’ 등 30여권의 저서를 내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온 그는 신작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역사의아침 펴냄)에서 고대사, 삼국사기, 조선후기사, 항일투쟁사 등 4대 한국사의 왜곡을 집중 분석한다. ●한국 고대사 복원이 왜곡 시정의 출발 한국사 왜곡에는 일제 식민사관과 노론사관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두 사관의 뿌리는 하나다. 조선 후기 집권당이었던 노론의 상당수 인사는 일제의 대한제국 점령에 협력한 대가로 작위와 은사금을 받고, 지배층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런 가문 출신의 일부가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 식민사관 전파에 일조했고, 해방 후에도 사학계 주류를 장악한 결과 노론사관과 식민사관이 한국사를 구성하는 주요 관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가 “역사를 연구하기에 앞서 우선 역사가를 연구하라.”고 했던 것은 한국 주류 사학계에 가장 잘 들어맞는 말이다. 저자는 한국사의 4대 왜곡을 바로잡는 출발점을 본래 고조선의 역사적 위치를 복원하는 지점에 둔다. 보통 우리는 고조선에 대해 ‘청동기문화를 바탕으로 성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라고 배운다. 그러나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단군조선이 기원전 24세기에 건국됐다.’고 말한다. 청동기시대는 만주지역에서는 기원전 15~13세기에, 한반도에서 기원전 10세기에 전개됐다. 일연에 따르면 단군조선은 만주까지의 광대한 지역을 통치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식민사관에서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조선을 신화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사군(漢四郡)’도 논란거리다. 중국 고대 한나라 무제(BC 141~87)는 고조선 우거왕과 조한전쟁을 벌여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그 지역에 4개의 행정구역 ‘한사군’을 만들었다는 게 중국 동북공정의 핵심이다. 사마천은 ‘사기’의 조선열전에 조한전쟁을 적으면서도 ‘한사군’이 주둔했던 지역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는다. 후세에 ‘사기’ 본문 뒤에 덧붙인 주석에 구체적으로 한사군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기’의 조선열전에는 ‘사군’으로, 흉노열전에서는 ‘이군’으로 나와 기록이 서로 맞지 않는다. 한사군의 명칭 자체가 수수께끼인 것이다. 그런데 동북공정에 맞서기 위해 정부가 세운 동북아역사재단(옛 고구려연구재단)의 ‘낙랑문화연구’에서 “제7차 교과 과정의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한사군의) 존재 자체와 의미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서술…삼한 등과 같은 주변 집단들의 역사적 변화 발전 양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적었다. 정부 연구기관이 존재여부가 불투명한 한사군의 존재를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했다. ●식민지배 정당화를 위한 역사가 한국사 주류? 저자는 고대사 왜곡의 원인을 일제 조선총독부 등이 1907년부터 한반도와 만주 전역을 점령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에서 찾는다. 일제 식민사학자 쓰다 소우키치와 이케우치 히로시, 도리이 류조, 세키노, 이마니시 류 등이 이 연구에 뛰어들어 조선 역사를 만주 역사의 한 부분으로 만들고, 고구려 유적을 한사군의 중심인 낙랑군 유적으로 재창조했다. 한국사를 식민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도록 해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삼국사기’가 김부식이 조작한 가짜라는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도 그무렵 나왔다. 쓰다는 ‘조선역사지리’ 등의 저서에서 고대 한반도 북부에는 낙랑군을 비롯한 한사군이 있었고 한강 남쪽에 78개 소국들이 우글거렸다고 적었다. 그래야 소국들을 통합할 ‘임나일본부’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에는 이 시기 한반도 남부에 신라와 백제라는 강한 고대 국가를 언급하고 있으니 삼국사기가 조작됐다고 주장해야만 하는 이유다. 주류역사학계의 고대사 인식체계가 일본 식민사관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면, 조선 후기사에는 노론사관이 있다. 저자는 노론사관은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을 조작해 내고, 효종의 북벌에 시종일관 발목을 잡은 송시열이 북벌의 화신이며 실학의 이용후생학파(중상학파)를 노론이 주도한 것처럼 서술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일제 식민사관에 경도된 역사학자들이 독립군의 항일무장투쟁사까지 소멸되도록 한 이유 등을 조목조목 짚어 내며 흔히 알려진 역사의 정설을 뒤집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 연구기관의 실태도 샅샅이 파헤친다. ●한국사 바로잡기는 동북아 평화의 시작 이런 주장은 주류 사학계를 비난하거나 분열을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저자는 “한 세기 전 일제 식민사학에 의해 공격받았던 한국사는 지금 그 식민사학을 토대로 한 중화 패권주의 사학에 의해 다시 공격받고 있다.”면서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는 침략적 역사관을 상호 호혜적인 평화적 역사관으로 전환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제 식민사관을 극복하면 동북공정은 자연히 무력화되며, 이러기 위해서는 한국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면 그의 역사관 역시 편향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 저자가 내놓은 광범위한 자료와 섬세한 분석은, 학창시절 무조건 외운 한국사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seoul.co.kr
  • [도시와 산] (22) 청양 칠갑산

    [도시와 산] (22) 청양 칠갑산

    ‘충남의 알프스’를 아시나요. 계룡산, 가야산, 오서산, 충남하면 선뜻 떠오르는 산이 이 정도여서 혹 헷갈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라는 가수 주병선이 부른 가요는 아시는지요. 그렇습니다. 칠갑산입니다. 국민이 애창하는 가요이다 보니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산입니다. 백제의 얼과 혼이 담긴 천년 사적지로 유래가 깊은 산이기도 합니다. 백제의 얼과 혼이 담긴 천년 사적지 청양의 칠갑산(561m)은 백제가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하늘과 산악을 숭앙해 왔다. 산 끝자락이 백제의 옛 도읍지인 공주의 서쪽과 부여의 북쪽과 맞닿아 있다. 칠갑산은 우주 만물의 근원이 되는 일곱가지 ‘지수화풍공견식(知水火風空見識)’을 뜻하는 ‘칠(七)’자와 천체 운행의 원리가 시작되는 ‘갑(甲)’자를 써 이름이 지어진 영산으로 알려졌다. 백제 때 서북방의 요새로 나·당연합군과 36일간 전투가 벌어진 백제 부흥의 근거지였다. 또 금강 상류의 지천을 굽어보는 산세가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라 칠갑산이 됐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칠갑산 남쪽 기슭에는 850년 통일신라 문성왕 때 보조선사 체징(體澄)이 창건한 ‘천년고찰’ 장곡사가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중건되고 보수된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웅전이 2개인 절이다. 장곡사의 목조문화재지킴이 노재관(67)씨는 “상대웅전은 신라, 하대웅전은 조선 중기 때 각각 지어졌다.”면서 “각기 다른 시대의 건축 양식을 띤 대웅전이 한 사찰에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상대웅전 바닥이 마루가 아닌 연꽃 모양의 벽돌로 깔린 것도 특이하다. 이 절에는 국보 58호인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 등 2개의 국보와 보물 162호, 181호인 상하대웅전 등 4개의 보물이 있다. 유형문화재 151호 설선당 등 전국적으로 보기 드물게 많은 문화재를 갖고 있다. 코끼리 가죽으로 만든 지름 1.5m의 큰북도 있고, 스님들이 밥통으로 쓰던 길이 7m의 통나무 그릇도 있다. 옛날에는 상당히 큰 사찰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주지스님 1명뿐이다. 험한 길 부드러운 길, 색깔 다른 등산로들 충남의 산이 으레 그렇듯 완만해 보인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정상에서 만난 길성묵(46·충남 홍성)씨는 “예로부터 ‘지리산에 들어간 간첩은 잡아도 칠갑산에 들어온 간첩은 못 잡는다.’는 얘기가 전해온다.”면서 “산세가 순하지만 무척 깊다.”고 말했다. 칠갑산은 7개 등산 코스가 있다. 문화해설사 김명숙(45·군의원)씨는 “험한 길 부드러운 길, 코스마다 색깔이 다르다.”면서 “장곡사 주차장~지천로~삼형제봉~정상을 거쳐 사찰로로 내려오다 중간에서 휴양림으로 빠지면 5시간 이상이 걸려 등산하는 맛을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짧게는 2시간여짜리도 있다. 가장 타기 좋은 코스는 옛길에 있는 칠갑광장에서 산장로를 타고 정상을 거쳐 사찰로를 통해 장곡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광장 위쪽에 면암 최익현(1833~1906) 선생의 동상이 서 있다. 대원군 정책을 비판하다가 제주도로 유배되고, 의병활동을 하다 잡혀 쓰시마에서 단식 중에 순절한 그의 기개가 오롯이 서린 듯하다. 이 거대한 동상은 1973년 세워졌다. 칠갑산 정상을 쳐다본다. ‘콩밭 매는 아낙네상’은 군에서 건립한 것은 없고, 작가 등 개인이 만들어 세워놓은 것들이 있다. 1㎞쯤 올라가면 지난달 28일 문을 연 천문대가 있다. 가상 우주체험을 할 수 있고, 돔형 입체 영상관은 천체 속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이현배 천문대 대장은 “국내 최대 304㎜ 굴절 망원경을 갖추고 있다.”면서 “낮에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정상에서는 남동쪽에 계룡산, 서쪽으로 오서산이 아득히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 산들이 모두 발아래에 엎드려 있다. 문화해설사 김씨는 “칠갑산이 주변 산들을 거느리는 듯해 봄철이면 많은 등산객이 몰려와 시산제를 지낸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는 “칠갑산은 육산이다. 큰 바위가 드물고 흙과 자갈로 이뤄져 있다.”면서 “겨울에 눈이 오면 또렷한 산등성이와 상고대가 아름답다. 봄에는 새싹이 꽃보다 예쁘고, 여름에 등산로마다 나무 그늘이 드리운다.”고 치켜세웠다. 길씨는 “높지 않고 가파르지도 않아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귀띔했다. 산 정상 숲 속의 밤나무에는 탁구공 크기만 한 밤송이들이 매달려 있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남편, 아들과 함께 장곡사에서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던 김경(58·서울 일원동)씨는 “처음 칠갑산을 찾았는데 흙이 많아 걷기가 좋다. 길이 부드러워 여자들도 등산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칠갑산 옛길의 정취 물 좋고 땅 좋고 출렁다리 재미있고… 충남 청양의 칠갑산에도 옛길이 있다. 1981년 청양~공주간 3번 국도에 대치터널이 뚫린 뒤 폐도된 한티고개이다. 사람들은 이를 ‘칠갑산 옛길’이라고 부른다. 길이는 3㎞쯤 된다. 숲이 우거져 하늘이 잘 보이지 않고, 경치가 아름답다. 길은 차 한대 지날 정도로 좁고, 매우 구불구불해 옛길다운 정취가 풍긴다. 데이트를 하거나 오붓하게 걷기에 그만이다. 이 속에 조그만 한티마을과 샬레호텔이 있다. 좀더 가면 작은 터널처럼 생긴 칠갑문이 나온다. 칠갑문 위가 등산길인 산장로 초입 칠갑광장이다. 이 문은 당초 광장 옆 최익현 선생 동상을 구경하고 등산하는 데 쉽도록 고갯길 위에 만든 다리였으나 지금의 성문 형태로 개축됐다. 칠갑문을 지나 내려가는 옛길 옆에 ‘칠갑산 맑은물’ 공장이 있다. 유신준 청양군 칠갑산맑은물 계장은 “예로부터 칠갑산 물이 맛 있기로 소문이 나 2000년부터 생수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면서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m의 관정을 뚫어 뽑는 것으로 현재 충남과 서울에서 판매 중이다. 칠갑광장·천문대와 인접한 옛길과 10여분 떨어진 출렁다리 사이에는 오는 1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하루 10차례 오간다. 출렁다리는 지난달 28일 인공호수인 천장호 위에 설치됐다. 길이 207m로 출렁다리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다. 평일에도 관광객이 몰려 북적댄다. 걸을 때마다 물 위에서 다리가 출렁거려 좀 어지럽다. 명헌상 군 교통행정계장은 “셔틀버스가 없어도 옛길이나 출렁다리로 가는 시내·외 버스가 30분마다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테마 스토리 서울] (10) 관광특구 이태원

    [테마 스토리 서울] (10) 관광특구 이태원

    서울 최초의 국제적 관광특구이자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찾고 싶어하는 곳. 행인의 70%가 외국인인 데다 한국인이 들어갈 수 없는 외국인 전용 바도 30여곳이나 되는 곳. 우리가 되레 이방인이 되는 이태원(梨泰院)은 슬프고도 다양한 역사를 지녔다. 이태원은 외세의 침략이 있을 때마다 외국군의 주둔지 역할을 했다. 한양의 중심인 사대문 밖에 위치하고 있어 외국 군대가 조선의 왕과 종묘사직을 압박하는데 좋은 ‘길목’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임오군란때 청나라 부대 주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주둔하며 한양 전역에 대한 약탈과 노략질을 일삼았다. 전쟁이 끝난 뒤 조선에 귀화한 왜인들과 조선인 부인들이 이곳에 터를 잡자 ‘태(배)가 다른 곳’이라는 이름의 ‘異胎院’으로 부르기도 했다. 1882년 조선의 구식 군대가 처우에 불만을 품고 폭동을 일으킨 임오군란 때도 이를 진압하러 조선에 온 청나라 부대가 주둔한 곳이 바로 여기다. 1910년 일본이 한국의 식민 지배를 시작하자 이곳에 일본군 조선사령부를 세웠고, 1945년 해방 후에는 미8군이 사령부를 설립,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미군 주둔지라는 배경 덕분에 오히려 반세기 넘게 우리에게 문화적 개방성을 불어 넣어 준 ‘개항지’ 역할을 해 왔다. 6·25전쟁 직후부터 2000여개가 넘는 외국인 관련 시설이 자리잡으면서 외국인에게 서울에 오면 가장 먼저 찾고 싶은 명소로 자리잡았다. 조용필, 신중현 등 한국 대중가요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이들 대부분이 이곳의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일한 덕분에 서양의 대중음악을 접목시킨 독창적 음악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다. 우리 민족 특유의 배타적 정서 속에서도 국내 유일의 이슬람 사원이 이곳에 터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곳만의 독특한 개방성을 잘 말해 준다. 지금 이태원은 반포 서래마을, 동부이촌동 등과 함께 ‘서울 속 외국인 거리’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연간 170만명의 외국인이 찾는 한국의 대표 관광코스이자, 최근에는 내국인들도 즐겨 찾는 맛집거리로 재탄생하고 있다. ●500여곳 맛집거리 성업 특히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 ‘각국 레스토랑의 경연장’으로도 불리는 해밀턴호텔 뒷골목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500여개로 추정되는 이런 맛집들은 육군 중앙경리단 골목과 해방촌 쪽으로 점차 넓어지고 있다. 100여개의 고가구 판매점이 즐비한 이태원 가구거리도 유럽식 가구를 사려는 이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가을마다 ‘지구촌축제’가 열리는 등 이태원은 서울 속 ‘코스모폴리탄’ 문화지대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에도 펴질줄 모르는 인생…서글픈 밥줄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에도 펴질줄 모르는 인생…서글픈 밥줄

    소설가 황순원은 그의 장편소설 ‘일월’에서 봉건시대였던 조선시대의 천민계층인 백정들이 일제시대 전후로 벌였던 ‘형평운동’ 등 신분해방운동 문제를 다뤘다. 훌륭한 집안이었으나 주인공이 백정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쌓아올렸던 부와 명성, 평판은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소설가 홍명희는 백정 ‘임꺽정’을 풍운아로 그렸지만 실제 백정은 조선시대에 온갖 천대와 멸시의 대상으로, 짐승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해방으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지만, 도축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피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역사학자 이영화가 쓴 ‘조선시대 조선사람들’(1998년, 가람기획 펴냄)에 따르면 조선초 백정은 원래 양인신분으로, 자영농민을 일컬었다. 이들은 고려시대 양수척이나 화척이라 불렸는데, 근본은 혼란기 한반도에 유입된 말갈인·거란인 등 북방 유목민족들이었다. 한반도에 살면서도 유목민족의 습속을 버리지 못한 이들은 수렵과 목축에 종사하고 유랑생활을 했다. 그러다 조선 세종때 세수확대의 일환으로 양인 확대정책을 진행했는데, 이들 양수척과 화척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이들을 백정이라 칭했다. 그 결과 백정들은 농경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최소한 일정 지역에 정착해 특수분야에 종사하는 직업인이 됐다. 그러던 것이 조선중기 이후 백정에 대한 차별정책들이 펼쳐지면서 백정=도축자=최하위층 천민으로 전락하게 됐다고 한다. 조선 초기 도축업자는 거골장이었다. 따라서 조선시대 백정의 계층추락은 그 시대 백정 자체의 문제였다기보다는 국가 정책의 변화가 한 계층을 편견과 외면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우리가 꺼려하거나 외면하는 직업군들이 있다. 과거 백정으로 부르던 도축업자뿐 아니라 때밀이, 누드모델, 바텐더, 밴드마스터, 무당, 로프공(고층빌딩 외관청소부), 모텔 종사자, 캐디 등등. ‘밥줄 이야기’(이동권 지음, 알다 펴냄)는 우리 사회에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저자는 대학에서 미술과 북한학을 전공한 뒤 상업미술시장과 대기업을 거치고, 시사월간 잡지에서 기자로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3년 동안 알음알음, 또는 소개로, 또는 완전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을 취재했다. 그 결과 편견에 가득찬 특정 직종의 특징과 애환, 시대적인 질곡 등에 접근했다. 이 책에 나오는 직종은 모두 26개. 어느 직종도 딱히 자녀들에게 권해주고 싶지는 않다. 우리 사회가 부여한 편견의 무게는 그만큼 깊고 단단하다. 이 책에서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모두 부지런히 자신의 몸을 놀려 먹고 살아간다. ‘부지런하게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1960~70년대식 사회인식에 따르면 이들 모두는 벌써 부자가 되고도 남았어야 한다. 그러나 하루하루의 힘겨운 노동에도 구겨진 종이 같은 그들의 인생은 펴질 줄 모른다. 이들의 탄식 소리를 들어보자. 맛있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밥상에 올려주기 위해 궂은 일을 하는 숙련된 도부의 평균월급은 180만원이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지출이 가장 많을 시기인 50대라는 점, 2009년 도시가구의 평균임금이 320만원(세전)인 점을 감안하면 그들의 생활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귤 바나나를 싣고 트럭 노점을 시작한 지 6년이 된 이승복씨. “처음 트럭 노점을 시작했을 땐 하루에 바나나 25상자를, 3년전에는 귤 20~30상자를 팔았는데, 요즘은 3일에 10상자를 판다.”고 말한다. 외줄에 매달려 하루 종일 대형빌딩의 외관을 세척하는 로프공들의 초봉은 일당 5만~7만원, 기술자가 되면 13만~15만원을 받는다. 장마철과 한겨울에는 일이 없기 때문에 연간 3000만원의 수입을 만들려면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한달 27일을 일해야 한다. 변두리 남탕 때밀이의 월 수입은 150만~250만원. 목욕탕에 보증금으로 1억~2억원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돈이 아니다. 때밀이 경력 20년의 김현승씨는 자신의 수입만으로는 아들 대학 등록금을 대기도 힘들어 아내를 돈벌이에 내보내기도 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하얗게 밤을 새우며 남대문 시장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손님들을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 빼앗긴 재래시장과 운명을 같이하며 한산한 시장에 하염없는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누드모델이나 모텔 종업원, 바텐더, 성인주점의 밴드마스터들은 성적으로 만만하거나 문란하다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들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땀흘리며 돈을 벌고 있다. 일부 모텔이나 술집에서 문란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직업상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닌가. 밥줄이야기는 서글프고, 속상하다. 세상살이 어느 구석에 만만한 것이 있겠는가. 하루 세끼 음식을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목구멍으로 넘기게 하려면 뼈와 살을 훑어내리는 노동이 필요하지 않은가. 책의 내용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감성적으로 또는 감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기피하는 일을 해내야 하는 노동자가 필요하다. 꼭대기 없는 바닥은 있을 수 있어도, 바닥 없는 꼭대기는 존재할 수 없지 않겠는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낮은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잠시나마 감사한 생각이 든다. 1만 3000원. 나라는 부자지만 그 나라에 소속된 국민들은 가난해지는 일본의 이야기를 다룬 ‘르포, 절망의 일본열도’(가마타 사토니 지음, 김승일 옮김, 산지니 펴냄)는 아주 똑같은 소재는 아니지만 ‘밥줄이야기’의 일본판 버전으로 읽힌다. 분석적으로 기업프렌들리 정책, 민영화의 폐해, 파견직이나 비정규직의 문제 등에 일본 사회의 하위층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1만 4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新아시아시대-한국의 도약] “한국의 재도약 시대이념 재창조에 달려 있어”

    [新아시아시대-한국의 도약] “한국의 재도약 시대이념 재창조에 달려 있어”

    “‘화혼양재(和魂洋才)’와 ‘중체서용(中體西用)’, ‘동도서기(東道西器)’ 중 최고의 가치는 동도서기입니다.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한(韓)’을 내세우지 않고도 정체성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에서 마주한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傳史·61) 교수는 투박한 한국어로 또렷하게 의사를 전달했다. 대학에서 동양사를 전공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40년 넘게 한국과 동아시아에 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지한파(知韓派)답게 “현재의 한국사회는 16세기에 형성된 500년 주기의 역사순환과 19세기 말 형성된 100~150년 주기의 순환이 모두 생을 마감하는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며 “동도동기(東道東器)와 같은 새로운 시대이념을 만들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지식인이 방향성을 잃으면서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지식인과 민중의 활발한 현실참여는 유교적 전통의 하나로 한국사회의 발전동력”이라고 분석했다. →구한말 일본은 성공, 중국은 절반의 실패, 한국은 낙오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형만 놓고 풀이한 단선적 해석이다. 조선은 중립국가 변신 등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한국은 선진문명 수용의 오랜 역사를 지녔다. 19세기 유럽문명이 왔을 때 잠시 움츠렸지만 조선 초기만 해도 당시 최첨단이던 중국문명을 200~300년간 점진적으로 꾸준히 받아들여 재창조했다.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 이런 약점이 오히려 19세기 유럽문명을 받아들일 때 발빠른 대응을 낳았다. 오늘날 중국이나 한국을 실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19세기 말과 유사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근대 이행기를 재점검해 답을 얻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일부 학자마저 역사적 유추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단선적 이해는 오히려 역사의 오용을 가져온다. 역사학은 어떻게 시대를 이해하느냐에 대해 여러 얘기를 한다.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려면 사회과학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19세기 조선이 중국 중심 조공체제를 버리고 ‘만국공법적’ 질서를 수용했다. 21세기 한국은 냉전질서가 쇠퇴하며 ‘신자유주의적’ 정치·경제 질서를 수용하고 있다. -오늘날과 19세기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19세기에는 신문명을 받아들이면 부국강병할 수 있다는 벤치마킹 모델과 희망이 존재했다. 반면 오늘날 신자유주의라는 시장만능주의는 희망이 없다. 사회가 어떻게 된다는 분명한 목표도 없고, 소수만 성취하고 다수가 패배자가 되는 무한경쟁 상황이다. 19세기 유럽문명이 가졌던 의미와 신자유주의의 비전은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비참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해법은. -새로운 시대 이념이 필요하다. 16세기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역사주기가 시작된 것은 사회혼란과 관련이 깊다. 앞서 당나라가 멸망하면서 생긴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자학이 생겼다. 원나라가 등장하며 세계 규모의 경제활동도 이뤄졌다. 고대 진·한 시대 이후 두 번째 중국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답은 주자학의 부활인가. -(웃음) 복고는 아니다. 주자학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인간의 평등성을 전제로 사회질서를 잡으려던 주자학은 적어도 18세기 말까지 가장 합리적 사상이었다. 이에 입각한 국가·사회체제도 선진적이었다. 그런데 주자학은 동아시아에서 내재적으로 극복되지 않고 버려졌다.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치부됐지만 근대 이후 오히려 주자학적 뿌리가 깊게 되살아났다. 주자학의 진짜 극복은 미완의 과제이다. 주자학적 전통의 형성과정까지 소급해 선조가 이루지 못한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게 21세기 동아시아의 공통된 과제이다. →신아시아적 질서는 무엇인가. -주자학은 신아시아적 질서가 될 수 없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나도 새로운 차원에서 공동선이나 인간관계 재창조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자학적 사회구조가 500년 생을 마감하는 요즘 새 이념이 나오지 않으면 사회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일본에선 과거 생각지 못했던 끔찍한 범죄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희망을 주는 역사적 유산을 자주 접했다. 이 유산을 제대로 인식하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한다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자긍심을 갖고 발전시킬 자산을 기르지 않고, 자산이 아닌 부분을 오히려 과대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발전전략은. -구한말 일본의 화혼양재, 중국의 중체서용, 조선의 동도서기 가운데 동도서기를 최고의 가치로 본다. 이는 유연한 주체성으로, 국민국가 건설의 표어로는 다소 약하지만 매개적 정체성으로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동도서기라는 구호를 새로운 각도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도서기가 오늘날 적용가능한가. -동도(東道)란 관념은 16세기 전환기 때 생긴 것이다. 19세기 후반 동도라는 것도 유교·주자학을 중심으로 한 국가사회 체제이다. 조선사회가 갖고 있던 이념을 기초로 국가사회체제를 유지하면서 유럽의 기술문명에 대응하자는 내용이다. 이런 면에서 21세기 한국은 새로운 단계의 동도동기라고 할까, 가장 동양적이며 한국적인 새로운 정신·기술문명을 구성해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성을 찾자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강점을 주변국과 비교하면. -19세기 후반까지 보편적 이념을 갖지 못한 일본과 달리 조선은 주자학 등 보편적 문명을 활용, 국가체계를 완성한 경험을 지녔다. 역사적 경험의 차이라고 할까, 한국은 문명주의적 사고방식이 일본보다 강하다. 영어교육이나 유학열풍 등 한국사회는 ‘문명화 신앙’마저 지녔다. 중국의 경우 문명의 중심에 오래 서있어 자아관이 너무 강하다. 중국이 더 팽창해 국제질서에 혼란을 초래할 때 오랜 관계를 맺어온 한국만이 이를 통제할 수 있다. →한국 사회운동을 어떻게 보나. -구한말에도 개화파와 독립협회, 동학운동까지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한국은 지금도 (사회운동이) 활발하다. 경험을 지닌 만큼 앞으로도 (긍정적 방향으로) 계속될 것이다. 반면 일본은 거의 사라졌다. 왜 그런 차이가 생겼을까. 한국은 광복 이후 4·19혁명부터 최근 촛불집회까지 시민 스스로 움직였고, 정치를 변화시켰다. 반면 일본은 메이지유신 직후 자유민권운동이 있었지만, 이후 100년간 경험하지 못했다. →한국 지식인의 역할은. -영향력이 예전보다 약해졌다. 자신감 자체도 상실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헤매고 있다. 특히 뉴라이트 지식인들이 그렇다. 진보진영 연구자도 마찬가지로 근시안적 현실만 보고 있다. 이전 지식인들은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일면 유교적 전통의 영향으로, 유교적 정치제도와 과거제가 자리잡지 못한 일본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다. 또 동남아에선 지식인의 무게감과 운동의 방향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 동남아의 민중운동 자체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느낌마저 든다. →국내 정책결정 과정에서 바뀌어야 할 점은. -앞서 말한 대로 너무 단기적으로 보고 있다. 당면과제만 바라본다. 장기적 마스터플랜 없이 단기적 처방만 찾으면 답이 안 나온다. →역사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나. -그렇다. 역사의 사이클은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몇 가지 추이를 보인다. 공교롭게도 요즘은 그런 복잡한 사이클이 모두 겹치는 중대한 변화의 시기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19세기 후반은 물론 16세기도 동아시아 역사에 큰 전환기였다. 전자가 100~150년 주기라면 후자는 500~600년 주기이다. 이 생명주기 곡선이 요즘 모두 쇠퇴기에 놓였다. 단적 사례로 동아시아 친족제도를 들 수 있다. 500여년 전 주자학적 통치구조와 함께 형성된 친족제는 사회·문화적 요인과 함께 인구감소로 사라지고 있다. 인구 재생산이 불가능한 탓이다. 전쟁이나 재해를 포함해도 역사상 이처럼 장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기는 처음이다. 사회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외부에서 노동력과 인구를 충원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 교토대에서 동양사를 전공했다. 한국사와 동아시아비교사로 교토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카이(東海)대, 도쿄도립대 교수를 거쳐 1983년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로 발탁됐다. 동양문화연구소 최초의 비도쿄대 출신 교수다.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다 2002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치와 된장국을 좋아하는 지한파로, 부인도 한국인이다. 저서로 ‘양반’, ‘조선과 중국:근세 오백년을 가다’, ‘동아시아 근대 이행의 세 갈래’ 등이 있다.
  • 차세대 명창의 6人6色 무대

    차세대 명창의 6人6色 무대

    우리 고유의 성악에 색다른 멋을 덧씌운 공연이 새달에 나란히 열린다. 경기도와 서도의 소리 계보를 잇는 차세대 명창들의 ‘6인 6색’과 가곡(歌曲)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한 노래의 삶과 죽음’이다. 보통 ‘소리’를 말할 때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남도 소리를 떠올린다. 새달 5일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리는 ‘6인 6색’은 경서도소리계에도 멋진 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공연이다. 경서도소리포럼 김문성 회장은 “이번 공연은 민요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명창 6명의 소리를 들려주며 관객에게는 한단계 정제된 경서도 민요를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 경서도소리의 부흥과 발전을 꾀하기 위해 마련한 시간”이라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무대에 오르는 젊은 소리꾼은 묵계월·안비취·이은주·김옥심·이창배 등 경서도 소리꾼의 계보를 잇는 이들이다. 2007년 전주대사습놀이 민요부에서 장원하며 “오랜만에 제대로 된 남자 명창을 만났다.”는 평을 들은 이희문이 경기잡가 변강쇠타령을, 인천 부평서여중 음악교사로 재직하다 이 공연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소리꾼의 길로 나선 박진선이 12잡가 중 집장가를 부른다. 전국경서도소리 경연대회, KBS국악경연대회 등에서 장원을 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공윤주를 비롯해 민요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이나현과 김다미가 각각 송서 추풍감별곡, 가야금병창 제비가, 아리랑연곡을 들려준다. 여자들은 좀처럼 하기 힘들다는 재담소리를 전승하는 김혜영이 2인극인 장대장타령을 1인극으로 선보인다. 신민요연구회 한윤정 회장이 사회를 맡고, 조유순(장구)·김영정(피리)·김종환(대금)·전미선(해금)이 연주에 나선다. 016-278-6051. 앞서 1~4일에는 음악동인고물이 우리의 가곡을 새롭게 조명한 ‘한 노래의 삶과 죽음’을 서울 역삼동 LIG아트홀 무대에 올린다. 여기서 가곡은, ‘그리운 금강산’이나 ‘보리밭’ 등 서양식 음악이 아니라, 시조를 토대로 가락을 덧붙여 시작하고 500여년 조선사를 거슬러오면서 양반부터 기생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노래를 의미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본류의 맥이 끊기고 이제는 접근하기 어렵고 인식이 모호해진 가곡의 흐름을 노래와 영상으로 보여줄 예정. 0번 서곡부터 8번 종곡에 이르는 9개 장면에는 기다림, 고통, 반복, 흔들림, 이탈, 환희, 사라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장면마다 만대엽, 수심가, 박연폭포, 사설시조, 휘모리시조 등을 재즈피아노, 타악, 내레이션 등으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이태원 음악감독은 “멀리는 시조가 발생했던 시기의 음악과 문학, 가깝게는 현재진행형인 경서도 소리 등으로 가곡에 접근해간다. 여러가지 양식을 전통음악의 기본적 편성 위에 어떻게 용해시키는지 지켜보는 것을 공연 감상 포인트로 삼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070-8227-3143.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대우조선 30년 우정 덕에 올 첫 수주

    올해 ‘수주실적 제로’에 묶였던 대우조선해양이 첫 신고식을 치렀다. 수주 선박은 호황 시절에 종종 퇴짜를 놓았던 해상 구조물 운송선인 ‘바지선’이다. 수주 사연도 눈물겹다. 30년 지기(知己)가 ‘친구를 돕는다’는 심정으로 발주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세계 조선시장이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대우조선해양은 4일 네덜란드의 히레마사로부터 진수 바지선 1척을 4500만달러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길이 180m, 너비 46m, 무게 1만 9100t급으로 2010년에 인도된다.이번 바지선 입찰엔 중국 조선사들이 참여해 더 낮은 입찰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히레마사가 대우조선해양에 선박 건조를 맡겼다. 여기엔 양사의 ‘30년 우정’이 한몫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히레마사는 1980년대부터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해상구조물의 운송 설치와 해체 분야에 글로벌 전문업체인 히레마사는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로서 선박·해양 사업에 참여했다. 이번 수주는 1987년 히레마사로부터 바지선을 수주한 이후 무려 22년만이다.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의 어려움을 보고 측면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시장 침체로 장기간 수주가 없었지만 이번 계약을 계기로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조만간 북유럽 선주와 해양 프로젝트의 발주의향서(LOI) 체결을 비롯해 다수의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부실 우려 9개그룹 자산매각 본격화

    부채비율이 높은 9개 대기업집단(그룹)이 31일까지 주채권은행과 재무개선 약정(MOU) 체결을 완료함에 따라 계열사 및 자산의 매각 등 기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번에 MOU 체결 유예판정을 받은 2개 그룹은 6월 말에 나올 반기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평가를 다시 받기로 했다.MOU 체결 대상인 9개 그룹은 부채규모 기준으로 10위권이 1곳, 11~20위권 1곳, 21~30위권 2곳, 31~40위권 3곳, 41~45위 2곳이다. 채권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이 6곳으로 가장 많고 외환은행, 하나은행, 농협이 각 1곳씩이다.약정체결 대상 중 5~6개 그룹은 채권단에 계열사 매각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A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핵심 건설회사 매각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재계의 부러움을 산 지 채 2년도 못돼 기쁨을 안겨준 새 계열사가 ‘승자의 저주’를 건넨 셈이다.산업은행과 약정한 B그룹도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채무를 상환하기로 약속했다. 농협과 MOU를 맺은 C그룹도 계열사 지분 매각과 공장부지 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부채비율을 낮추기로 했다. D그룹(하나은행)은 주력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계열사의 매각을, D그룹(외환은행)은 자산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른 그룹들도 증자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주채권은행에 제시했다.이런 가운데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금융권 차입금이 500억원 이상인 430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늦어도 6월 초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달 말까지 모두 끝낼 방침이었으나 평가 대상이 많아 늦어졌다.”면서 “지금까진 300여개 기업에 대한 평가를 완료했다.”고 말했다.한편 금융감독원은 1차 및 2차 건설·조선사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29개사 중 18개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MOU만은 피하자”

    ‘제발 재무개선약정(MOU)만은 피하자.’ 재무상태 불합격 판정을 받은 14개 대기업 그룹의 솔직한 속내다. ‘합격’ ‘불합격’ 여부는 좀 망신스러우면 그만이지만 약정체결로 이어지면 계열사 매각,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현재 11곳 정도가 살생부 명단(MOU)에 오르내린다. 이 때문인지 MOU는 피하려는 기업과 ‘원칙은 원칙’이라는 은행의 막판 기(氣)싸움도 치열하다. ●11곳 정도 살생부 명단 오르내려 희비는 간발의 차다. 실제 MOU가 유력시되는 기업들 가운데는 그럴듯해 보이는 곳이 많다. 최근 무리한 인수·합병(M&A)을 한 탓에 외부에서 보기엔 오히려 사세(社勢)가 확장된 곳이다. 하지만, 꼼꼼히 둘러보면 M&A 이후 쇼핑 후유증을 앓는 곳이다. D사와 K사가 대표적이다. D사는 재무구조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지난해 무리하게 회사를 인수하는 바람에 재무 상태가 한때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자체 노력으로 한고비는 넘겼지만 결과적으로 재무평가에서는 합격점을 받고도 MOU를 맺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9월과 올 1월 알토란 같은 계열사를 매각해 그나마 급한 불을 끈 상태로 안다.”면서 “하지만 추가로 계열사를 처분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건설사와 물류회사 등을 인수하며 단숨에 재계 10위권 안으로 도약한 K사도 차입금에 발목이 잡혀 망신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계열사 유상 감자(減資)와 회사채 등을 발행해 현금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MOU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최근 몇 년간 유통사에 증권사까지 인수해 기업들의 부러움을 산 Y사도 외형 확장에 따른 후유증을 심하게 겪고 있다. 이미 자체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자구노력을 인정받아 가까스로 막판에 MOU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알토란을 챙겼다고 좋아할 때가 엊그제인데, 현금 마련을 위해 도로 알짜회사들을 뱉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토록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를 실감케 한 때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일단 MOU 피한 조선사는 후폭풍 대비 반면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MOU는 맺지 않아도 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기엔 이르다. 예뻐서 봐준 게 아닌 탓이다. 조선업체가 대표적이다. 조선업은 별도의 합리화 계획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일단 MOU 대상에서 제외했다. 부채 비율이 600%가 넘는 D사가 수혜 대상이다. 그러나 또 다른 D사는 조선 부분 핵심 계열사가 워크아웃 중인데 자칫 그룹 전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유로 약정 체결 대상에 포함됐다. 단기 성적이 좋아 약정을 피한 곳도 있다. H사는 불합격판정이 났지만 업황 전망과 올해 1·4분기 성적이 모두 좋다는 이유로 MOU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증자를 통해 재무 구조가 호전된 것도 한몫했다. 또 다른 H사도 환율 변화로 최근 영업 실적과 현금 유동성이 몰라보게 좋아졌고, 사업 현황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 간발의 차로 MOU를 피했다는 후문이다. MOU를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원해 줄 자금도 있고 경제 여건도 그나마 괜찮을 때가 기회”라면서 “기업 입장에선 아플 수 있지만 아프다고 모두 독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우량 조선업체에 9조 5000억 지원

    우량 조선업체에 9조 5000억 지원

    ‘한계·부실기업은 솎아내고, 우량기업에 대한 지원은 대폭 늘리고’ 정부가 ‘위기의 조선업계’를 살리기 위한 정책방향을 이렇게 잡았다. 부실 조선사에 대해서는 추가로 구조조정을 하되 우량 조선사와 협력업체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2배 넘게 늘리기로 했다. 우량 조선사와 협력업체에 대한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의 제작금융 지원금액을 종전 4조 7000억원에서 9조 5000억원으로 늘렸다. 9조 5000억원 중 중소 협력업체 및 우량 중소 조선사에 대한 지원금액을 7조원으로 배정해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신용위험이 적은 우량기업이 수출입은행의 신용공여한도 제한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 특별승인을 통해 제한을 완화해줄 방침이다. 국내외 우량 선주에 대해서는 약 11조 5000억원의 선박금융을 지원해 신규 선박 발주를 유도하고 기존 건조계약에 차질이 없도록 돕기로 했다. 세계 조선시장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서다. 더구나 선박건조대금을 조달하지 못한 선주들이 조선사와 이미 맺었던 건조계약의 변경을 요청하는 일도 빈번해 국내 조선사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량 조선사와 중소협력업체에는 유동성을 적극 지원하되 한계·부실 조선사에는 지원을 제한함으로써 가용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조선업계가 최근 자체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직원 임금 동결에 나서는 등 자구노력에 나서고 있는 것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문화마당] 살아서 꽃피는 정조의 꿈/김동언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경희대 교수

    [문화마당] 살아서 꽃피는 정조의 꿈/김동언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경희대 교수

    어젯밤 꿈속에서 돌아가신 어머님을 뵈었다. 나쁜 꿈은 아니었다. 꿈을 깨고 하루의 일상이 시작되면서 꿈의 내용은 점차로 가물가물해졌다. 그래도 어머님을 꿈에서나마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조선을 대표하는 여인 중의 한 사람인 황진이는 ‘꿈’이라는 시에서 보고픈 임을 만나기 위해 꿈길을 선택한다. 꿈길에서도 만나지 못하고 자꾸만 어긋나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내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을 꿈에서라도 볼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꿈에 해당한다. 꿈을 왜 꾸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가 않은 것 같은데,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라는 책에서 꿈이 인간의 무의식적인 소망을 충족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하며, 이것을 활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려고 시도했다. 사전에서는 꿈을, 첫째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둘째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셋째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잠을 자고 비현실적이더라도 바라고 싶은 희망과 이상이 있다. 그래서 사람은 잠을 자면서도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난 일상의 영역에서도 꿈을 꾼다. 여간해서 꿈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꿈을 이루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인류 역사를 발전시키는 큰 힘이 되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꿈들을 발견하게 된다. 미국의 신학자이자 흑인해방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의 1963년 8월28일 워싱턴 평화행진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는 현대 미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꿈으로 기록된다.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그런 나라에 살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그의 꿈은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 유효하다. ‘우리 역사에서도 위대한 꿈을 꾼 사례가 많이 있다. ‘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의 저자 김준혁 박사는 정조가 세운 수원의 화성을 꿈의 도시라고 했다. 조선사회 개혁을 위해서는 국왕과 함께 개혁을 주도할 선진적 인물과 도시가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정조를 설명하는 핵심 단어는 개혁이다. 정조가 추구한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비제도를 없애고 신분해방을 통한 평등사회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당시가 봉건군주 사회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혁명이다. 정조의 꿈이었다. 실제로 정조는 화성을 건설하면서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방법들을 동원하였고,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와 낙성잔치에서도 왕실문화와 광대들의 평민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대동의 문화를 추구하였다. 정조는 자신의 꿈을 수원 화성에서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꿈은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기 때문에 정조의 꿈 역시 당대에는 이루지 못하고 역사의 한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정조가 꿈꾸었던 백성을 위한 정치철학과 대동의 문화는 문화의 세기와 문화 민주주의로 대변되는 오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화성 축성 2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문화예술축제다. 올해로 수원시는 시승격 60주년이 되는 해다. 수원시의 회갑잔치다. 정조가 했던 것처럼 오늘날 다시 예술을 하는 사람들과 시민들이 함께 신명난 대동의 잔치마당을 벌이는 꿈을 꾼다. 정조의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조의 꿈은 살아서 이 시대의 문화를 더욱 꽃피우는 동력이 되고 있다.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꿈이란 꾸어 볼 만한 것이다. 김동언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경희대 교수
  • [경제플러스] 대기업 중 14곳 재무구조평가 불합격

    대기업에 대한 채권 금융기관의 재무구조평가 결과 45개 그룹 가운데 3분의1에 가까운 14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10여개 그룹은 다음달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체결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들은 2008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45개 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를 평가해 14곳에 대해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14곳 가운데 단순히 부채비율이 높아 불합격 판정을 받은 일부 조선업체 등은 MOU 체결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합격 판정을 받았더라도 유동성이 좋지 않은 그룹은 체결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재무 구조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조선사 등은 약정을 체결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해운업체들 중에서는 회생이 불가능한 4곳이 퇴출(D등급)되고 3곳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C등급) 절차를 밟게 된다.
  • [기고]국부의 원천 헐값 매각 없어야/노주혁 한국자산관리공사 투자사업본부장·행정학 박사

    [기고]국부의 원천 헐값 매각 없어야/노주혁 한국자산관리공사 투자사업본부장·행정학 박사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은 수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소한 국토, 유한한 자원, 높은 인구밀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시야를 바다 밖으로 돌렸다. 2008년 기준의 세계 10대 조선업 순위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1위부터 7위까지 휩쓸었고 우리 손으로 만든 수출품을 선적한 수만t급의 화물선은 오대양을 누볐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를 호령하던 우리의 조선업과 해운업에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해운업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84년 제2차 석유파동 이후 세계 해운경기의 불황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부에 의해 합리화조치 대상으로 선정돼 조세 감면, 금융지원조건 개선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 합병에 의한 해운사의 구조조정은 부실규모 증가 및 해운업체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에는 막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해운업체가 부도를 면하기 위해 선박 125척을 외국자본에 헐값에 매각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는 해운경기 회복 후 선박의 고가 재매입으로 외화 유출 및 해운업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 해운업은 발틱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 급등으로 중소형사 중심의 외형성장을 지속해 왔다. 2004년 말 해운사가 73개사·보유 선박 471척에서 2008년 말 177개사·819척으로 성장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해상운임이 단기간에 급락함에 따라 운항중단, 지급불이행이 증가하는 등 업계전반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일부 해운사 부실이 복잡한 용대선계약으로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조선 및 금융 부문으로 전이돼 조선사 및 금융회사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실정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난 2월 ‘기업구조조정 추진방향과 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3월에는 ‘해운업 구조조정 추진방향’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구체적인 추진방향은 첫째, ‘부실징후 해운사에 대한 상시 구조조정’ 추진이다. 주채권은행 주도의 상시 신용위험평가를 추진하고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채권은행이 매년 6월까지 신용위험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산업정책적 측면을 고려한 정책적·제도적 지원’으로 용대선 계약 및 선박거래의 투명성·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공사에 조성되는 구조조정기금 중 최대 4조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하여 경영난에 처한 해운사의 선박을 인수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IMF 외환위기 때처럼 선박이 헐값에 외국자본에 팔려나가거나 경기 회복시 비싸게 되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선박이 우리나라처럼 수출주도 국가에 있어 경제의 동맥이라면 부동산은 기업활동의 기초이자 모든 국민의 삶의 터전이다. 외환위기시 론스타, 골드만삭스 등 국제적 투기자본은 헐값에 우리의 부동산을 인수해 막대한 매각차익을 거두었고, 우리 기업은 다시 비싸게 되사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더이상 그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선박이나 부동산은 기업활동의 근간이자 국부(國富)의 원천이고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국가자산이다. 어려운 시기에 국가적 과업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우리의 땀과 기술로 만든 선박이 다시 오대양을 누비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노주혁 한국자산관리공사 투자사업본부장·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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