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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국제강, 그룹 전면적 사업 혁신 예고

    동국제강, 그룹 전면적 사업 혁신 예고

    “철저히 계획된 변화에 나서야 합니다.”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이 전면적인 사업 혁신을 예고했다. 27일 동국제강에 따르면 장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 모두가 참석한 경영회의에서 “지금은 변화를 줄 수밖에 없고, 또 반드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라며 사업의 ‘슬림화’를 주문했다. 장 회장은 “현재 사업현황이 좋지 못하며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비를 해야 한다.”면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장을 펴고 다각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 없는 지방을 빼고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 “결정한 바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두려워 말고 행동해야 한다.” “지금 동국제강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차피가 아니라 반드시이다.”라는 등 당부의 말을 쏟아냈다. 동국제강은 주력인 봉형강과 후판 부문에서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후판의 경우는 공급과잉 및 조선사들의 연이은 단가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을 내기 힘든 처지이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다음 달 10일자로 포항 1후판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생산중단에 따른 차질액은 5967억 3000만원으로, 생산총액의 11.1%에 해당한다. 동국제강은 생산 중단 이후 관련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는 동시에 2, 3후판 라인의 생산능력을 늘려 사업계획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해양플랜트 시장 선점경쟁 가열

    해양플랜트 시장 선점경쟁 가열

    글로벌 조선업계를 이끌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술 특허를 보유한 해외업체의 인수·합병(M&A)이나 계열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선박이 아닌 해양플랜트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조선업종에서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기자재 국산화율 50%로 높여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업체들의 올해 전체 선박수주 금액은 이날 기준 136억 달러(약 15조 6400억원). 이 중 해양플랜트가 전체의 72.1%인 98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55% 정도였던 플랜트 부문 비중이 더욱 확대됐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전체 수주액 58억 달러의 93.1%인 54억 달러를 해양플랜트에서 따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일반 상선 발주가 줄어든 대신 고유가에 따라 해양에서 원유나 가스를 탐사하는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LNG-FPSO)나 원유를 시추하는 드릴십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중국 업체들은 해양플랜트는 물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특수선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9일 지식경제부는 해양플랜트 산업 발전을 위해 기자재 국산화율을 20%에서 50%로 높이고, 지난해 167억 달러 규모였던 해양플랜트 수주액을 2020년까지 800억 달러로 늘린다는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조선3사 합동으로 심층해양 플랜트 개발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다. 이런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기업이 삼성중공업이다. 지난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상 중심인 삼성엔지니어링과 해양 위주인 삼성중공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라고 지시한 이후 이러한 움직임에 탄력을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모델로 삼고 있는 회사는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 조선, 중장비 등은 물론 항공분야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최초로 중공업(Heavy Industry)이라는 호칭을 붙인 기업답게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져 있다. ●삼성중공업, 유럽 업체 인수 검토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관련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 업체들을 (M&A 대상으로)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과 지상플랜트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해양플랜트 분야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국내 최초로 LNG-FPSO 독자 모델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를 위해 야드를 넓히거나 도크를 새로 건설하는 등의 새로운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다. 그러나 대선 이후인 내년 이후 누가 새로운 인수자가 되느냐에 따라 해양플랜트 분야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내년에도 오일메이저를 중심으로 한 해양플랜트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등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조선업계, 해양플랜트로 ‘세 토끼’ 잡는다

    조선업계, 해양플랜트로 ‘세 토끼’ 잡는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해운경기 침체로 선박수주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 그러나 조선업계는 일반 상선 대신 해양플랜트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 침체에 대응하는 동시에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수익성도 높이는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의 올해 전체 선박 수주 금액은 이날 기준 112억 달러(약 12조 7700억원). 이 중 원유나 가스를 탐사하거나 생산하는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LNG-FPSO), 원유 시추설비(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실적은 전체의 70.5%인 79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빅3 전체 수주액 494억 달러 가운데 55%를 차지했던 플랜트 부문의 비중이 올 들어 더 확대된 것이다. 올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가장 선방하고 있는 회사는 삼성중공업. 이날까지 전체 신규수주액 58억 달러 중 90%가 넘는 54억 달러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올렸다. 지난 2월 일본계 호주 자원개발 업체인 인펙스사와 27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해양가스처리설비(CPF)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등 모두 6척의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이 덕분에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간 수주 목표인 125억 달러의 절반 정도를 이미 달성했다. 대우조선 역시 올해 수주액 39억 달러 중 56.4%인 22억 달러를 해양플랜트로 거둬들였다. 올해 수주 목표인 110억 달러의 3분의1 이상을 벌었다.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신규 수주액이 15억 달러(현대삼호중공업 포함)로 연간 수주목표(240억 달러)의 6%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해양플랜트 실적은 2억 5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다만 현대중공업에 대한 시장에서의 평가는 밝다. 올해 초 국내 최초로 LNG-FPSO 독자 모델을 개발하는 등 해양플랜트 분야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은 나이지리아 FPSO 등 대규모 플랜트 프로젝트의 추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최근 고유가 상황과 관련이 깊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유값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오일 메이저 회사들이 기존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해저 원유나 가스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주문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한때 선박수주량 등에서 우리를 추월했던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분야도 해양플랜트다. 중국업체들은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특수선을 일부 생산하지만 여전히 일반 상선 중심이고,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해양플랜트 생산은 엄두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는 일반 상선에 비해 수익률이 크게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길이 320m 정도의 30만t급 유조선에는 선박용 철강인 후판이 평균 4만t 정도 소요되지만 230m 길이의 드릴십은 1만 7000t 정도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은 드릴십이 5~6배 정도 비싸다. 후판만을 감안했을 때 드릴십의 수익성은 비슷한 크기의 유조선보다 10배 정도 높다는 뜻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이 해양플랜트 분야에 집중하다 보니 과거보다 후판 사용량이 줄어들었지만 철강업체들의 후판 공급은 늘어나면서 후판 가격 역시 하락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8)정도전과 이방원

    [선택! 역사를 갈랐다] (8)정도전과 이방원

    1398년(태조 7) 음력 8월 26일 밤, 정도전은 이방원과 마주하였다. 정도전은 살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방원은 거절했다. 1차 왕자의 난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정도전이 꾸었던 꿈은 뒤틀리고 변하였다. 정도전과 이방원, 두 사람은 조선 초기의 신권과 왕권론을 대표하는 역사적 라이벌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정말 역사적 라이벌로 이해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나이 차이부터 상당했다. 1392년 조선이 만들어질 때 정도전은 50세의 중년, 이방원은 25세의 청년이었다. 당시로는 아버지와 아들뻘 정도의 차이였다. 혹시 1383년(우왕 9) 정도전이 처음 이성계를 만났던 함주 막사에서 보았던 이방원은 16살의 똑똑하고 야심에 찬 아이로 기억했을 수 있다. 그만큼 라이벌 의식을 느끼기 어렵다는 뜻이다. 두 사람이 살아온 길도 조금 달랐다. 정도전은 경상도 향리 집안 출신이고, 어머니의 혈통 문제로 곤란을 겪기도 했다. 귀족 가문이 얽혀 있는 중앙정계에서 그는 과거시험과 자신의 실력만으로 권력의 정글을 헤쳐나가야 했다. 이 때문에 정도전은 유배를 갔다. 그 후에도 노골적으로 차별을 받았다. 자신이 세운 삼각산 아래 학교를 옮겨야 했고, 이사도 여러 차례 했었다. 아마도 그의 성격은 원칙적이고, 때로 과격했던 것 같다. 이방원은 그보다 좋은 주변 환경에서 좋은 조건에서 살았다. 그는 이성계가 중앙 정계에 등장한 이후에 태어났다. 또한, 이성계의 많은 아들 중에서 드물게 과거시험에 합격했다. 벼슬길에서도 크게 어려운 일을 겪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귀족적 나약함보다 정치적 판단력과 추진력이 있었다. 이방원이 정몽주를 살해하는 과정은 그의 냉혹함과 판단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새 술은 새 부대로’ 의견 모은 정도전과 이방원 정도전과 이방원이 당면했던 현실은 국가운영의 문제였다. 고려왕조는 힘들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국제적으로는 새롭게 등장한 명나라와 이전 원나라 사이에서 방황했다. 더구나 홍건적과 왜구의 침입은 견디기 쉽지 않은 시련이었다. 특히 왜구의 침략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고, 바닷가 지역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냈다. 국내 상황은 더 문제였다. 고려의 귀족들은 지배층이면서도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들은 권력과 경제력을 이용해 남의 땅을 삼켰다. 넓어진 땅에 필요한 일손은 백성을 노비로 만들어 보충했다. 이들에겐 법적 소송도 먹히지 않았다. 귀족들은 자신의 수하에 있던 사람들을 관료로 만들었다. 세금을 내야 할 땅과 군대에 가야 할 사람들이 계속 줄어 갔다. 한마디로 국가운영이 파탄나고 있었다. 새로운 질서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공감했다. 여기까지가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정도전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이성계와 손잡았다. 고려말 여러 지식인이 정도전처럼 개혁을 생각했다. 그들은 성리학을 공통된 이념적 무기로 삼아 현실에 적용하려 했다. 자신들의 학문을 실학이라고 불렀다. 그들이 본 불교는 인륜을 해치는 껍데기 학문이었다. 위화도 회군은 이성계와 개혁을 꿈꾸었던 세력이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된 사건이었다. 당시 요동 정벌을 추진했던 우왕과 최영 장군 등은 구세력으로 물러나야 했다. 그렇지만, 개혁세력은 점차 분화되어 갔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고 싶어한 정도전과 조준. 적어도 고려왕조의 틀은 유지하려 한 이색, 권근, 정몽주 등은 대립해야 했다. 정몽주의 죽음은 고려의 가을을 재촉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정도전, 고려 귀족을 관료로 대체를 시도하다 정도전은 정치의 근본이 민(民)이라고 했다. 유교 정치의 원리인 셈이다. 권력이 이곳에서 출발하고, 통치자가 민심을 잃으면 덕(德)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권력을 넘긴다. 그래야만 이성계가 국왕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이 백성에서 선비가 등장해서 관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도전에게 선비와 농민은 둘이 아니었다. 그의 의도는 과거 문벌 귀족들이 차지했던 관료 자리를 더 많은 계층과 지역에 개방하는 것에 있었다. 이를 위해 정도전은 지방관 등의 천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또한, 관료들은 통치를 위한 지식과 능력이 필요했기에 반드시 학교를 거쳐 과거시험을 보도록 했다. 그는 고려시대처럼 과거 시험관과 합격자 사이의 개인적 인맥이 생기는 것을 막고, 이를 위해 사립학교를 약화시켰다. 정도전이 추구한 것은 중앙집권적인 국가운영이다. 그는 중국 고대의 제도인 6부를 원리로 한 중앙 관제를 만들었다. 말하자면 권력이 중앙에 모여 마치 물고기를 잡는 그물처럼 행정망이 펼쳐지는 그런 국가였다. 고려의 행정체계는 마치 벌집처럼 복잡한 자율성을 지녔다. 이 체계가 고려말 국가위기에 대응하는 일에 무기력했다. 국가 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동원을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정도전은 이를 중앙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가문과 개인 등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조선의 중앙집권적인 국가운영방식은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이방원, 고려 귀족문벌 다시 정치로 흡수하다 이성계가 집권한 이후 정도전이 당면한 정치적 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왕의 후계자 문제, 다른 하나는 명과의 외교 문제였다. 후계자 문제는 빨리 정리되었다. 이성계의 둘째 부인인 강씨 소생의 막내가 후계자로 결정된 것이다. 이성계는 첫째 부인인 한씨 소생으로 6명의 아들을 두었고, 이방원이 그중에서 다섯째 아들이었다. 정도전 등은 공로가 있는 아들을 세우자는 의견이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이 문제는 정도전이 죽게 되는 원인이 된다. 또 큰 문제는 명과의 외교 마찰이었다. 명 태조인 주원장은 조선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주원장은 조선이 명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명에 사신으로 왔던 이방원 등에 대해 좋은 대우를 해주었다. 특히 명은 외교 문서의 문구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조선에 문서 작성자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명은 정도전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정도전은 이 문제에 정면 대응하려 했다. 그는 요동 정벌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는 이를 통해 정권에 위협이 될 최대 변수, 즉 왕자와 개국 공신들이 거느린 사병(私兵)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요동 정벌 추진은 조준 등과 같은 개혁파까지 이를 반대하게 한 카드가 되었다. 개국 공신들도 자신의 사병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찬동하지 않았다. 이방원은 이런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1398년(태조 7) 왕자의 난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방원은 일단 형을 국왕의 자리에 앉혔다. 그렇지만, 그는 본인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한편, 수하들을 요직에 포진시켰다. 이방원이 주로 손을 잡았던 세력은 현실 개혁이 아닌 개선을 주장했던 세력들이다. 이들은 보수파는 아니지만, 기득권층의 이해는 나름대로 보존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던 사람들이다. 고려말 이색 아래에서 공부했던 권근, 하륜 등이 그들이었다. 물론 이방원의 뛰어난 정치적 감각은 이를 뛰어넘고 있었다. 그는 숙청이 끝난 이후에는 모든 정치세력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개혁파였던 조준은 영의정으로 내세웠고, 사돈 관계를 맺었다. 또한 자신이 살해한 정몽주를 복권하고, 정도전의 동생과 아들의 벼슬길도 열어 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거 귀족 가문으로 중심을 재편하였다. 단, 이들 가문 간의 결속력을 막고자 종실 세력을 키웠다. 한마디로 이방원은 정도전처럼 중앙 정계에 지방세력을 끌어들이지 않고, 이들의 참여를 막았다. 대신에 이들에게는 군역의 면제나 면세와 같은 특권을 주었다. 이처럼 정도전이 추구했던 개혁의 방향은 이방원에 의해 변질되었다. ●일본 학자의 정치적 방법론이 조선사를 왜곡? 그렇다면, 이방원은 왕권 강화론자, 정도전은 신권론자였을까? 여기에는 국가 권력을 보는 시각의 문제가 전제된다. 원래 왕권과 신권의 대립 구도로 정치사를 이해하려 했던 학자들은 일본 학자들이었다. 그들이 메이지 유신을 겪으면서 천황과 봉건 영주의 대결로 정치사를 이해하려는 방법론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왕권이나 신권 등의 말은 모호하고 피상적이다. 예컨대 외척이나 소수 공신에게 특권을 주는 것은 신권의 강화이면서 국왕권의 강화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오해가 바로 정도전의 경우이다. 그는 총재인 재상이 행정실무를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왕은 도덕적으로 완성된 성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그의 주장은 재상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주장에는 역사적 이유가 있었다. 정도전은 공민왕 이후 여러 고려 국왕들의 파행적인 정치운용과 도덕적 문제를 목격했다. 그는 조선에서 국왕이 소수 귀족가문과 결탁하여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가 재상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측근인 남은과 함께 군사권을 태조 이성계가 장악해야 한다고 건의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비록 그의 개혁구도는 이방원에 의해 변질되었지만, 그가 지향했던 중앙집권체제는 조선 왕조를 규정짓는 설계도가 되었다. 김인호(광운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 “백암은 동양평화와 공존의 세상 꿈꿔 ‘국가’·‘민족’은 한반도에 존재했던 것”

    “백암은 동양평화와 공존의 세상 꿈꿔 ‘국가’·‘민족’은 한반도에 존재했던 것”

    “지구촌에 여전히 나라 간 분쟁과 종교·인종·자원 전쟁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강자의 수탈과 침략에 맞서 약자의 평화를 향한 저항을 밝히고, 공생의 의미를 되새긴 한국통사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한국의 고전일 수밖에 없다.” “백암 박은식을 민족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여론이 최근 형성되고 있는데, 1915년 쓴 ‘한국통사’(韓國痛史)를 제대로 읽어 보면 양명학자인 박은식은 동양평화, 약자나 강자가 공존하는 세상을 꿈꿔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총서’ 시리즈로 나온 ‘한국통사-국망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거울’(아카넷 펴냄)을 번역하고 해제를 붙인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12일 이렇게 논평했다. 서울대 사범대 연구실에 만난 김 교수는 “냉전의 시대가 끝난 지구촌에 여전히 나라 간 분쟁과 종교·인종·자원 전쟁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강자의 수탈과 침략에 맞서 약자의 평화를 향한 저항을 밝히고, 공생의 의미를 되새긴 한국통사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한국의 고전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국가’가 살아있는 현실 인식을 최근 일본의 진보학자들 사이에서 민족주의가 사실상 국가 간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따라서 이를 해체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적지 않지만, 21세기에 ‘국민국가’라는 단위가 엄존하고 해체되지 않는 현실도 인식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는 “유럽은 절대왕정이나 근대국가 형성기에 ‘국민’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발명해 나갔지만 통일신라, 고려, 조선 등 중앙집권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했던 한반도에서 ‘국민’이나 ‘민족’은 만들어진 전통이 아니었다.”면서 “박은식이나 신채호는 근대적 방식으로 역사 서술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반도에 이미 존재하는 민족이나 국민을 발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족이라 칭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민의, 민인, 인민 등 다양한 명칭과 민족의 실체가 있었다.”면서 “고려 태종의 유훈인 훈요십조에서도 우리는 중국과 다르다고 했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면서도 우리는 중국과 다르다고 했던 것에서 우리의 실체를 찾아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한국통사의 중요성을 김 교수는 몇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1910년대의 아픈 현실 속에서 당대사를 어떻게 쓸까를 고민한 최초의 역사 개설서라는 점이다. ●‘생존’을 고민한 최초의 근대적 역사서 지금의 시선으론 근대사지만, 당시에는 현대사였을 그 역사를 편년체(일기체)나 왕과 영웅을 다룬 기전체가 아닌 인과관계를 가진 근대적 역사 서술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후 한국사 서술의 틀은 박은식류를 따르게 됐다고 했다. 둘째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19년 파리 평화회의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한국 독립을 위해 외교 활동을 시도하는데, 이때 주요하게 인용된 자료가 한국통사다. 1905년 을사늑약 등 일제가 대한제국을 얼마나 부당하게 강점했는지를 알리는 사료였던 것이다. 현재는 황현의 ‘매천야록’이나 정교의 ‘대한계년사’ 등이 구한말을 증언하는 자료로 많이 인용되지만, 당시 각 가문에만 존재했을 뿐 공개된 자료가 아니었다. 셋째, 한국통사가 1915년 상하이에서 출판되자 일제는 1910년대까지의 역사 무시라는 소극적 전략에서 역사 왜곡이란 적극적 전략으로 전환했다. 일제는 한국인이 한국통사의 영향을 받아 항일투쟁에 참여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에서 한국인이 이 책을 탐독하거나 전해 들었다. 1917년에 이 책은 한글로 번역 간행돼 재미 한인 학생들의 교재로 사용됐다. 결국 일제는 1916년 1월 조선사편수회라는 어용학회를 만들어 식민사관 형성에 열을 올렸다. 조선반도사 편찬 취지문에서 일제는 “재외 조선인의 저서 같은 것이 지상을 규명하지 않고, 함부로 망설을 드러내…(중략)…인심을 현혹시키는 해독 또한 참으로 크다.”이라며 한국통사를 비난했다. 조선사편수회는 1922년 12월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찬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었고, 식민사관에 바탕한 ‘조선사’와 ‘조선사료총간’(朝鮮史料叢刊), ‘조선사료집진’(朝鮮史料集眞)을 간행했다. ●정신이 멸하지 않으면 형체는 부활 김 교수는 국혼이 살아 있으면 된다는 박은식의 한국통사 서문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박은식은 서문에서 “옛사람이 이르기를 나라를 멸할 수는 있으나 역사는 멸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그것은 나라의 형체이고 역사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형체는 허물어졌으나 정신은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 이것이 통사(痛史)를 짓는 까닭이다. 정신이 보존되어 멸하지 아니하면 형체는 부활할 때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현대重 선박 1억t 세계 첫 달성

    현대重 선박 1억t 세계 첫 달성

    현대중공업이 전 세계 조선사로는 처음으로 선박 인도 1억t(1억GT) 시대를 열었다. 1972년 첫 기공식 이후 40년 만이다. 현대중공업은 8일 울산 본사에서 선박 인도 1억t 달성 기념식을 열고 1972년 3월 23일 첫 기공식을 가진 이후 선박 인도 1억 717만t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GT는 뱃머리부터 배꼬리까지의 선내 전 용적을 환산한 단위로, 통상 조선업계에서는 t으로 사용한다. 2.83㎥가 1GT에 해당한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1986년 12월 1000만t, 2002년 10월 5000만t을 돌파했다. 1억t은 지난해 전 세계 총 선박 건조량(1억 40만t)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내버스 320만대 규모이자, 서울 월드컵경기장 59개에 물을 가득 채운 부피와 같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육상 건조와 기존 도크를 T자 모양으로 변형해 생산력을 2배로 향상시킨 T도크 등 신공법을 개발해 건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고, 현재까지 총 49개국 285개 선주사에 1805척을 인도했다. 국적별로는 독일이 210척으로 가장 많은 데 이어 ▲그리스 209척 ▲일본 116척 등의 순이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 510척, 유조선 351척, 벌크선 342척, 정유제품운반선 124척, 액화석유가스(LPG)선 109척 순으로 많았다. 이번 1억t 인도 기념 선박은 이날 명명식을 가진 캐나다 시스판의 1만 3100TEU급 컨테이너선 ‘코스코 페이스’호다. 현대중공업은 울산과 군산에 11개의 도크를 보유하고 연간 100척이 넘는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연간 최대 건조량은 1300만t으로 역시 세계에서 가장 큰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3월에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십을 건조하는 등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번 1억t 달성은 세계 1위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인하고 한국 조선업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유조선社 “이란 원유 선적 중단”

    미국과 유럽이 핵무기 개발 의혹을 이유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대형 글로벌 유조선 회사들이 이란과의 거래를 속속 중단하고 있다. 당장 유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대의 유조선사인 OSG(Overseas Shipholding Group) 등 7개의 기업으로 구성된 ‘탱커스 인터내셔널’은 유럽연합(EU)의 제재안에 따라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 보도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지난달 23일 이란 정부의 돈줄을 끊기 위해 종전의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를 선박 보험으로까지 확대했다. 때문에 이란과 거래하는 선박은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세계 유조선의 95%가 유럽법의 적용을 받는 보험에 가입해 있다. 탱커스 인터내셔널 소속 유조선사들은 대형 유조선만 45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OSG는 대형 유조선 14척을 비롯해 111척의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또 유럽의 무역업자들과 화물선 업자들도 이란과 맺은 철광석 수입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철광석 수입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제재가 없지만 이란과 거래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현지 업계 관계자는 “이란과 거래하는 업체들은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위험이 있다.”면서 “누구도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란은 세계 6위의 철광석 수출국으로 지난해 수출 물량은 1600만t에 이른다. 유럽 무역업자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란산 철광석 수입을 줄여오기는 했지만 최근 몇 달 사이 이란과의 거래량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선현들의 삶 스토리텔링을 입는다

    [김병일 사람과 향기] 선현들의 삶 스토리텔링을 입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드라마를 많이 보는 국민도 드물다. 많은 시청자들이 사랑하기 때문에 황금시간대는 대부분 드라마로 채워진다. 방송사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시청자들의 흥미를 잘 이끌어 내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 사람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지구촌 가족을 우리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러나 그 가운데 많은 드라마는 흥미 중심으로 제작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복잡한 가족관계와 비정상적인 남녀관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요소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잡고 있다. 드라마 내용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들도 비판은 하면서도 눈길을 쉽게 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니 보는 대로 흉내 내면서 배워 가는 시기에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 드라마들을 보면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를 생각하면 걱정스럽다. 얼마 전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반포 과정을 다루었던 드라마만 해도 그렇다. 드라마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한글창제 반대 세력들을 커다랗게 부각시켰다. 그러니 한글 반포의 위대함이나 고마움보다 그 반대 세력들의 실존 여부와 척결 과정에서의 폭력적인 장면들이 시청자들의 주목을 자연스럽게 더 받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세종대왕의 넘쳐나는 아이디어, 추진력 있는 리더십, 백성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 등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훌륭한 덕목들은 거의 전달되기 어려웠다. 드라마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우리 역사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하고 있는 요즈음은 사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사극이 흥미와 재미도 있어야겠으나 그것을 보고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류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지구촌의 인기몰이에 성공한 대장금을 비롯한 드라마들에는 단순 흥미를 넘어선 감동적인 스토리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왜 사극마저 흥미 위주로 흐르는가? 이렇게 된 책임의 일부는 우리의 역사와 전통이 담겨 있는 기록자료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도 있지 않을까? 창작자들이나 일반 국민들은 한문이라는 언어적 장벽에 부딪혀 전통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기록자료를 다루는 사람들이 흥미도 있으면서 교훈적인 이야기 소재들을 발굴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한국국학진흥원을 포함한 관련 기관들이 이러한 일에 충실하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에 조선 시대 도망친 노비를 추적하는 사람들에 관한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폭력과 갈등이 부각되었다. 과연 조선사회는 그렇게 잔인한 사회였을까? 여기서 관련 기록 하나를 소개한다. 경상도 예안에 살던 노비 주인 김택룡(1547~1627)은 어느 날(1617년 12월 19일) 도망간 노비를 잡았다. 그러나 노비를 무지막지하게 때리고 인두질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 동안 노비 구실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일정 금액의 손해 배상만 받고, 그 가정을 보호하는 쪽으로 해결을 한다. 재산으로서의 ‘노비’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는 선현들이 남긴 많은 기록자료 속의 한 예이다. 우리는 실제 이러한 문화전통 속에서 살아왔다. 그리하여 조선은 가난하고 힘든 세월을 500년 넘게 지속하면서도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도덕 사회를 구현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힘의 원천이 한국국학진흥원에만 해도 34만점이나 되는 고서와 고문서와 같은 기록자료 속에서 숨 쉬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드라마나 영화의 내용을 창작하는 분들이 역사나 전통 기록자료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해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선현들의 아름다운 삶이 드러날 수 있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곧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옛 자료의 스토리텔링화 사업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선현들의 아름다운 삶이 스토리를 입고 현대인들의 삶 속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예의 바르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늘어나길 소망한다.
  • “총선 지역구·비례대표 불출마”… 대선 직행하는 孫

    “총선 지역구·비례대표 불출마”… 대선 직행하는 孫

    한나라당 텃밭 출마와 불출마 사이에서 고민하던 손학규(얼굴) 민주당 전 대표가 불출마 쪽으로 뜻을 굳혔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8일 500여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광주 무등산에 올라 “지난해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출마해 당선돼) 내가 할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4·11 총선에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 후보로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한나라당 초강세 지역에서도 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는 선거혁명을 보여줬다.”며 “이제는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기운을 갖고 분당 같은 곳에서 민주당의 기반을 만드는 일을 돕고 밀어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직을 몇 달 수행하지 못한다. 이는 선거구민에 대한 기본적인 도의나 예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손 전 대표는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 등장한 세종의 리더십을 언급하면서 “사대부는 특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변화를 가로막았지만 세종은 특권층의 저지를 뚫고 백성이 제대로 대접받는, 백성이 조선사회의 한 굳건한 일원임을 보여주는 ‘국민 통합’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선·대선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2013년 체제에서는 사회 통합과 남북 통합, 그리고 이를 위한 정치 통합이 중요하다.”며 “‘3통’의 시대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정상 부근 쉼터에서 야권의 또 다른 유력 대선주자인 김두관 경남지사와 조우했으나 가벼운 안부 인사만 나눴다. 김 지사는 노무현재단 광주지역위원회 초청으로 무등산에 올랐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민주화·통일애국 공헌 기억” 北 조전

    “민주화·통일애국 공헌 기억” 北 조전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별세 나흘째인 2일 북한 측에서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유은혜 장례위원회 홍보위원은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가 고인의 부인 인재근씨 앞으로 조국통일범민족통일연합(범민련) 남측 본부를 통해 오후 2시 15분쯤 조문을 전해왔다.”고 발표했다. 북측은 조전에서 “김근태 선생이 오랜 병환으로 서거한 데 대하여 애석하게 생각하며 고인의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애국의 길에 남긴 공헌은 겨레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도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손숙 전 환경부장관은 조문을 마친 뒤 “(고인은)정말 따뜻하고 다정하셨다. 가슴에 사랑이 많으셨던 분”이라며 “살아 있는 우리가 죄인 같다. 정말 편안하셨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배우 안석환씨 등이 빈소를 찾았다. 시민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강동구 길동에 사는 김병우(53)씨는 “존경하던 분인데 이렇게 돌아가시다니 허무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3만 7000여명의 조문객이 빈소를 다녀갔다고 장례위원회 측은 밝혔다. 빈소 앞 벽면 양쪽에는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겠습니다. 편안하세요.” 등 조문객들이 고인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적힌 형형색색의 접착식 메모지 1100여장이 붙어 있었다. 중구 명동성당 본당에서 이날 오후 5시부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주관으로 고인에 대한 추모미사가 열린 데 이어 오후 7시부터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배우 권해효씨의 사회로 추모문화제가 거행됐다. 발인은 3일 오전 7시로 8시 30분 명동성당 본당에서 영결미사 및 영결식이 엄수된다.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의 운구는 10시 30분부터 청계6가 전태일다리와 동상, 종로5가, 고인이 생전에 머물렀던 민주당 도봉 갑 의원사무실 등을 거쳐 오후 1시 장지인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도착, 안장될 예정이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책꽂이]

    ●코메리칸의 뒤안길(손남우 지음, 그루 펴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생’으로 등단한 작가의 연작 장편. 1부 ‘딱지를 위하여’는 외환위기로 고단한 나날이 연속되던 시기, 순간적 감정에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난 주인공이 불법 체류자로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영주권을 얻어내는 과정을 그렸다. 2부 ‘코메리칸 25시’는 쉰 살이 넘은 늦은 나이에 외국 생활을 시작한 작가가 미국에서 느끼고 보고 겪은 이야기를 각색해 엮은 콩트집. 미국 댈라스에 거주하는 작가는 “삶의 희로애락을 심각하기보다 재미를 더해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9300원. ●프로이트 1, 2권(피터 게이 지음, 정영목 옮김, 교양인 펴냄) 인류에게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치명적인 심리학적 모욕을 한 프로이트. 인간을 정신의 주인이 아니라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노예로 끌어내린 그의 인생을 분석했다. 각 권 3만원. ●10년 후 세상(중앙선데이 미래탐사팀 지음, 청림출판 펴냄) 과학기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 등으로 사회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하고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또 가치관과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전상인 한국미래학회 회장 등이 참여해 10년 후 우리 세상을 진단했다. 1만 6000원. ●키워드로 읽는 동아시아(최원식 등 지음, 이매진 펴냄)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각국을 연구하는 학자 37명이 안중근, 마오쩌둥 사상 등 다양한 분야의 73가지 키워드로 동아시아의 현실과 미래를 진단한다. 1만 2000원. ●영어 단어 기억의 비밀(김윤환 지음, 미르에듀 펴냄) KBS 1TV ‘과학카페’에서 다뤘던 ‘영어 단어 기억의 비밀’이 방송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 나왔다. 단어부터 지배하라, 어원으로 암기하라, 정보를 부호화하라, 기억력의 기술을 개발하라 등 뇌 과학과 심리학까지 동원해 영어 단어 암기의 핵심 비법을 제시한다. 1만 3800원 ●족보와 조선사회(권기석 지음, 태학사 펴냄) 족보를 통해 조선시대 계보의식의 변화와 사회관계망을 고찰한 연구서.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학예연구사인 저자는 족보의 형성 과정과 초기 족보의 특징, 족보의 변화 발전 양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3만 5000원. ●알튀세르 효과(진태원 엮음, 그린비 펴냄) 프랑스의 구조주의 마르크스주의자 루이 알튀세르(1919~90)의 사상을 연구한 논문 모음집. 알튀세르에게서 사사한 마류세 피에르 릴 3대학 명예교수를 비롯한 국내외 연구자 논문 10편이 실려 있다. 3만 8000원.
  • 대기업 현금 끌어모으기 나섰다

    대기업 현금 끌어모으기 나섰다

    올해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과 은행대출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 규모가 사상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경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있어 자금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4일 한국은행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상위 39개 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는 43조 1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 35조 1000억원보다 23.1% 많은 것이며, 지난 2009년 41조 4000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은 24조 5000억원어치에 달한다. 올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난 것이며, 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조선과 건설, 해운업종의 회사채 만기가 5조 2000억원으로 전체의 21.2%를 차지한다. 그룹별로는 LG가 3조 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K(3조 5000억원), 현대차(3조 800억원), 한국전력(3조 100억원) 등이 각각 3조원 이상을 발행했다. 삼성(2조 9000억원)과 포스코(2조 7000억원), KT(2조 4000억원), 한진(2조 3000억원), 두산(2조 2000억원), 롯데(2조원) 등도 회사채 발행으로 2조원 이상 자금을 조달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그룹의 올해 회사채 발행액이 4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은행 대출도 최대 규모다. 올해 10월 말 현재 대기업의 은행 대출잔액은 111조 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었다. 기업어음(CP) 잔액도 11월 말 현재 92조원으로 작년 말(73조원)보다 25%가량 증가했다. 대기업이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내년에도 지속돼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리먼 사태 직후인 2009년 대규모로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집중돼 있는 것도 원인이다. 내년 기업들의 현금흐름 전망도 좋지 않다. 증권사들이 예측치를 내놓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129개 대기업 상장사의 내년 연간 현금흐름(연결재무제표 기준) 추정치는 지난달 말 현재 153조 8000억원으로 7월 말보다 7.1% 줄었다. 대림산업 계열사인 시공능력평가 38위의 중견건설사 고려개발이 최근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을 신청하는 등 유동성 부족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강성부 동양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종의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 물량은 전체의 8.7%에 달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일부 조선사의 경우 만기가 내년 하반기에도 꾸준히 도래하기 때문에 차환이나 상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서남해 풍력단지 원전 2.5개 건설 효과

    서남해 풍력단지 원전 2.5개 건설 효과

    전북과 전남 서해안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된다. 14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최근 ‘서남해 해상 풍력개발계획’을 잠정 확정하고 전북도와 전남도, 전력발전사, 발전설비 개발사 등과 추진협약을 맺었다. 이는 해상풍력의 산업기반을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국가전략사업이다. 이에 따라 전북 부안군 위도~전남 영광군 안마도 해상 일대에 2019년까지 총사업비 10조 2000억원을 투입, 2500㎿ 규모의 초대형 해상풍력단지가 구축된다. 이는 5㎿급 풍력발전기 500개를 바다에 설치하는 것으로, 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업체가 공동 참여하는 이 사업은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 ▲1단계로는 2014년까지 4000억원을 투입해 100㎿ 규모의 ‘실증단지’를 구축한다. 이는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기술개발과 운영 경험을 쌓고 경제성과 부품소재의 수출 가능성 등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1단계 사업에서 타당성이 입증되면 ▲2단계로 1조 6000억원을 들여 400㎿ 규모의 시범단지를 조성한다. ▲3단계로 8조 1934억원을 투입해 2019년까지 2000㎿급 상업용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추가로 구축한다. 생산된 전기는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새만금과 고창변전소를 거쳐 전국에 공급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연간 6525GW로 원자력발전소 2.5개의 생산량과 맞먹는 것이다. 이는 도시민 139만 가구 556만명이 전기를 쓸 수 있는 양이다. 광주광역시, 전남·북 등 3개 자치단체 전체에 공급해도 남아돌고, 대전시 규모의 도시 4곳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아울러 발전 단계에서는 해양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첨단 설비로 구축된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는 한국전력 등 7개 발전회사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굴지의 8개 민간기업도 참여한다. 첨단설비를 구축하면서 향후 부품소재와 플랜트 수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북도는 별도로 5조원을 투자해 해상풍력 연구개발·생산단지를 집적화한 풍력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풍력 클러스터는 새만금지구에 들어선다. 전남도는 기술 공유가 가능한 200여개 조선사들과 함께 서남해안 풍력 클러스터를 조성해 녹색성장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남·북 서해 연안에 초대형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서면 7만 6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누적 매출액이 42조 4000억원에 이르러 호남 서해안 일대가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떠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국내 특수선·수비크 저가선 투트랙 성공이 관건

    국내 특수선·수비크 저가선 투트랙 성공이 관건

    지난 10일 한진중공업 사태가 309일 만에 평화적으로 해결되면서 한진중공업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성공적으로 회생해야 1년 가까이 끌었던 노사 대립이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도조선소는 고부가가치선, 필리핀 수비크조선소는 저가 대량 생산에 주력하는 ‘투트랙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낙관론과 영도조선소는 이미 산업적인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비관론이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노사분규 전부터 사실상 식물조선소”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조선소의 경우 조직 슬림화와 시설 현대화, 기술력 확대 등을 통해 고기술·고부가가치선으로 특화된 조선소로 운영할 계획이다. 대신 필리핀 수비크조선소를 부가가치는 낮지만 대량 수주를 통해 중국 업체에 맞설 수 있는 조선소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배영일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진중공업은 ‘대한민국 1호 조선사’로서의 전통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고부가가치선을 중심으로 하고 수비크에서는 비용 절감을 통해 저가선에 주력하겠다는 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이어 “영도조선소는 특수선을 충분히 건조할 수 있는 300m 길이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어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라면서 “부산 경제를 위해서도 영도조선소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노사 합의를 계기로 지난 7월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컨테이너선 4척의 본계약 체결과 더불어 수주 협상이 진행 중이던 LNG선 2척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면서 “장기적으로 영도와 수비크의 역할 분담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한진중공업, 특히 ‘대한민국 1호 조선사’ 영도조선소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영도조선소는 지난 2008년 9월 이후 수주 실적이 단 한 건도 없었다. 7월 컨테이너선 수주 계약도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건조의향서 단계에 불과하다. 노사분규가 있기 전부터 사실상 ‘식물조선소’였다는 뜻이다. 전체 매출 역시 지난 2008년 3조 8400억원에서 지난해 2조 7558억원까지 줄었다. 국내 주요 조선업체 중 같은 기간 매출이 감소한 것은 한진중공업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수비크조선소에서 나온 실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영도조선소가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는 사이 수비크조선소는 29척의 수주를 따냈다. ●“회사 정상화 1년 이상 걸릴 것” 한진중공업 역시 향후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지난 10일 “한진중공업에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데다 그리스발 금융위기까지 오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회사 정상화에는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 보는 한진중공업과 영도조선소의 미래는 더욱 냉혹하다. 한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등의 건조 경험이 있는 한진중공업은 최근 수년간 수주를 못했다기보다는 안 한 것으로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한진중공업만 겪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일정 정도의 규모를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영도조선소에서 쉽게 만들지 못하고, 대신 인건비가 국내의 10분의1 정도에 불과한 수비크조선소로만 수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수비크에 조선소를 만들 때부터 영도조선소는 어느 정도 포기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고 귀띔했다. 투트랙 전략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최근 영도조선소에 특별한 투자도 하지 않은 데다 노사분규까지 겪으면서 핵심 역량인 설계와 영업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자산매각 등을 통해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수주 실적이 뒷받침돼야 국내외의 불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禮學에 빠진 조선후기, 왕실 저출산 낳았다

    禮學에 빠진 조선후기, 왕실 저출산 낳았다

    조선시대 상소문을 보면 재밌는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자연재해로 농작물 수확이 시원찮을 경우,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노총각, 노처녀를 시집·장가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노총각, 노처녀의 원성이 쌓이다 보니 하늘에 노기가 치밀고, 이 때문에 날이 가물어 농사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자연재해는 하늘의 뜻이니 제왕된 자는 이를 잘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유교적인 해석인데, 정작 이런 유교사상이 왕조의 목을 졸랐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인조이후 왕실자녀 절반 급감 계간지 정신문화연구 가을호에 실린 김지영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의 논문 ‘조선시대 왕실여성의 출산력’에 담긴 내용이다. 왕조시대 왕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자식 생산이다. 그런데 김 연구원이 선원계보기략, 돈녕보첩 같은 왕실 족보를 분석한 결과 조선 후기 들어 왕실의 출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앞서 태종~선조 때까지는 자녀 수가 보통 20~29명에 이르렀으나 인조 이후에는 4~14명에 그쳤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이는 유교 사상 강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유교 사상 강화는 특히 예학(禮學)의 발달을 뜻한다. 강화되다 못해 교조화된 예학은 왕조의 정통성을 오직 ‘정실부인을 통한 맏아들’에게만 줬다. 널리 알려진 ‘예송논쟁’도 결국 적장자냐 아니냐를 따지다 벌어진 일이다. 논란이 어떤 결론으로 치달았는지는 수치상으로도 분명히 드러난다. 조선시대 왕실 자녀 수는 모두 273명이었는데 인조 이전은 183명, 인조 이후는 90명이었다. 왕비에게서 난 자식은 59명에서 34명으로, 후궁에게서 난 자식은 127명에서 53명으로 줄었다. ●적장자에만 정통성·후궁 홀대 왕실 자녀 수 자체가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정실부인보다 후궁에게서 난 자식 수가 더 크게 줄어든 것이 드러난다. 정실부인을 통한 맏아들에게만 권위를 인정하다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실제 조선 전기에는 으레 후궁 3명은 기본적으로 뒀으나, 후기에 들어서면서 후궁은 가급적 줄이고, 들이더라도 정비의 소생이 없을 경우로 한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정비가 일찍 죽더라도 후궁을 승진시키기보다 계비를 맞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후궁을 홀대하니 후궁으로 들이려는 집안도 점점 줄어들었다. ●제사 때도 왕에게 엄격한 금욕 게다가 예학의 발달은 왕에게 엄격한 금욕을 요구했다. 대표적인 것이 3년상이다. 주자가례는 ‘2년이 지나면 침실로 돌아간다.’고 규정짓고 있다. 최소한 2년은 금욕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제사 때도 3일 재계를 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제사기록을 추정치로 만들어본 결과, 조선 후기 제사 대상자가 6명으로 가장 많았던 6월과 8월에는 한달 30일 가운데 18일이 금욕일이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조선사회의 유교화 과정은 출산행위 같은 사적인 일상생활에까지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정리했지만, 사실 왕조시대에서 왕과 출산은 그렇게 사적인 일상이 아니다. 그보다는 조선 후기의 과도한 예학이 어떻게 스스로를 해쳤는지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로 보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용어 클릭] ●예송논쟁(禮訟爭) 효종과 효종비가 1659년과 1674년 차례로 세상을 떠나자 효종 계모인 자의대비가 상복을 얼마 동안 입을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두 차례의 의례 논쟁. 1차 논쟁 때는 효종이 둘째 아들이지만 국왕 자리에 올랐으니 장남 대우를 해야 한다는 주장(3년)과 태생대로 차남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1년)이 맞붙었다.
  • 현대상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 발주

    현대상선이 초대형 선박확보를 위해 1만 31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5척을 건조한다고 10일 공시했다. 자기자본의 23.55%에 달하는 6950억원이 투입되며 대우조선해양에 발주를 맡겨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대형 컨테이너선을 잇따라 발주한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와 경쟁하기 위해 대형 컨테이너선이 필요했다.”면서 “주력 선대를 대형화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재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의 대형 선박 건조는 2006년 이후 5년 만으로, 자금은 장기 저리의 해외선박금융과 내부 자금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1만 3100TEU급 컨테이너선은 길이 365.5m, 폭 48.4m, 높이 29.9m로 축구경기장 4개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이곳에 적재되는 6m 길이의 20피트 컨테이너 1만 3100개를 한 줄로 세우면 경부고속도로 서울 기점에서 천안분기점(약 78㎞)까지 놓인다. 이들 선박은 2014년 ‘아시아-구주항로’(AEX항로)부터 투입될 예정이다. 한편 선박 수주를 위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등 ‘빅4’ 조선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이 가격과 인도 일정 등에서 조건이 나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상선과 첫 거래를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대형 선단 건조의 대부분을 현대중공업에 맡겨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이 불편한 관계를 이뤄온 것이 대우조선해양에 수주가 돌아간 한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조선업계, 올 수주1위 확실…수익성은 ‘급락’

    올 들어 선박 수주에서 중국 업체들을 제치고 글로벌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간 국내 조선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수주 실적은 좋지만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 공백의 여파가 반영되기 시작하면 영업이익률이 급감하는 ‘풍요 속 빈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4월 철강업체들이 단행한 후판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중소 조선사들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 역시 속출하고 있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업체들의 신규 선박 수주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대부분 척당 수천억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조선 및 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5월 세계 선박 수주량 227만 4168CGT(총 t수)의 65.3%인 148만 4140CGT를 수주했다. 지난 2월부터 국가별 순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은 30만 985CGT로 13.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국내 조선업계의 5월 수주 금액 역시 41억 6200만 달러로 중국(4억 5000만 달러)의 9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1~5월 수주량도 세계 수주량(1201만 4143CGT)의 53.9%인 647만 5489CGT로 중국(339만 5520CGT)의 두배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성. 기업신용 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대형 4사에 현대미포조선과 한진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을 포함한 7개 조선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올해 12.6%에서 ▲2012년 7.6% ▲2013년 0.6%로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2009년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선박 수주가 급감했던 영향이 올해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2007년과 2008년에 수주한 선박 건조는 올해 마무리되는 만큼, 앞으로는 장부상 실적은 ‘바닥’을 맴돌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위기 당시 수요 감소에 따라 조선사들이 ‘덤핑 수주’한 부작용도 올해 말부터 가시화된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조선소를 놀릴 수 없어 정상가 대비 20~30% 할인된 가격에 수주한 선박들이 올해 말부터 나오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건조기간 단축, 자동화 설비 확충 등 원가절감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판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후판 가격이 오르면 선박 제조원가의 1~3%가 상승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한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벌크선 등 저부가 선박 제조에 머무르던 세코중공업 등 중소형 조선사들이 최근 중국과의 경쟁 격화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잇따라 부도 처리되고 있다.”면서 “다음 달 이후 복수노조 허용까지 앞두고 있어 한동안 업계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풍력·수소연료… 韓·덴마크 ‘녹색 동맹’

    풍력·수소연료… 韓·덴마크 ‘녹색 동맹’

    한국과 덴마크가 12일(현지시간) 녹색성장 동맹을 맺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코펜하겐 시내 덴마크 외무부에서 녹색성장동맹 출범식을 갖고 양국 정부, 기업, 연구기관 등 모든 분야에서 녹색성장과 관련해 공동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출범식 기조연설에서 “양국이 세계 최초로 녹색성장동맹 관계를 맺는 것은 녹색산업의 성장뿐 아니라 향후 녹색성장이 미래의 글로벌 성장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 동맹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깊은 골을 행동으로 메우겠다는 결단을 표방하는 것으로,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녹색성장은 ‘지구책임적 문명’을 건설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며, 양국이 녹색성장 동맹을 통해 이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면서 “녹색기술의 발달과 함께 기업의 녹색 비즈니스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범식에서는 풍력, 수소연료자동차, 연료전지 등 녹색 산업과 관련한 9개 분야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맺은 MOU는 ▲녹색성장협력(지식경제부-덴마크 기후에너지부) ▲녹색기술협력(KAIST-덴마크공대) ▲수소연료전지차 협력(현대차-코펜하겐 시청) ▲건축부문 녹색기술협력(삼성물산-댄포스) ▲연료전지 사업협력 (SK-탑서 퓨얼 셀) 등이다. 이 대통령은 또 라스무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덴마크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AP 묄러 머스크 그룹의 닐스 앤더슨 회장을 만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사와의 긴밀한 협조관계는 묄러사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벨기에의 글로벌 화학기업인 솔베이그룹의 크리스티앙 주르켕 회장과의 면담에서는 “솔베이 특수화학 부문 글로벌 본부의 한국 이전을 환영한다.”면서 솔베이 그룹의 한국 투자에 대해 최대한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코펜하겐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동해 표기 남북학자 협의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해 남북 연구진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29일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지난 27일 북측의 조선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소장 조희승)가 우리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정재정) 앞으로 팩스를 보내 “동해 표기와 관련해 남북 역사학자들이 공동으로 대처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이 오늘 북측에 통지문을 보내 “5월 중순에 개성에서 동해 표기 관련 남북협의를 하자.”고 제의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다산·추사·초의 통해 본 다도의 진수

    차와 관련해 극히 일반적이고 당연한 일을 뜻하는 항다반(恒茶飯)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평범한 항다반은 종교적 의미에선 심오한 경지에 닿아 있다. 다도(茶道)와 선도(禪道)는 같은 맛이라는 다선일미(茶禪一味). 차를 마시는 행위를 통해 정신을 닦는다면 도(道)를 수행하는 선(禪)과 다를 바 없다니 범상치 않은 함의다. 최근 불교의 다도와 다례를 넘는 일반의 차 문화가 붐을 이룬다. 값비싼 다기를 차린 겉치레의 의식도 난무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런 정신 빠진 허울만의 차 문화 범람을 기본지식의 부재 탓으로 돌린다. 한마디로 무식의 소치라는 말이다. 그런 항간의 지적을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책이 나왔다.‘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정민 지음, 김영사 펴냄). 다산, 추사, 초의 등 17∼18세기 조선사회를 풍미했던 선지식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한국 차 문화 바로보기를 외친 역저다. 저자는 2006년 ‘한국의 다성’ 초의선사의 ‘동다송’에 전하는 ‘동다기’의 지은이를 뒤집어 차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 철석같이 다산의 저서로 알려졌던 동다기의 저자가 진도로 귀양간 이덕리의 것이었음을 사료를 들춰 밝혀낸 인문학자다. 책은 ‘동다기의 오류’말고도 잘못된 한국 차 문화의 실수를 냉정하게 꼬집는다. 다산의 말로 회자되는 ‘차 마시는 민족은 흥하고, 술 마시는 민족은 망한다.’는 ‘음다흥국론’의 허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대표적 차 고전이라는 ‘동다송’의 분절독법 오류 지적도 돋보인다. 각 구절 밑에 해당 전거를 각주로 달아놓은 것을 단락표시로 착각한 탓에 불과 40여구에 불과한 한 편의 시를 수십 토막으로 잘라 읽는 무지의 소통은 지금도 여전하다. 신라, 고려시대에 흥성했던 차 문화는 조선시대 멸절의 수준까지 내몰렸던 역사를 갖는다. 저자는 다산, 추사, 초의등 한국 차문화 중흥조 세 사람에 머문 안목을 겸허히 여긴다. 그러나 일일이 발로 뛰어 뒤져낸 서신이며 시문들을 분석해 새로 쓴 752쪽 분량의 차 문화사는 결코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3만5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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