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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재부, 산은·수은 출연 - 한은, 현금출자 가능성

    기업 구조조정의 큰 틀이 마련되면서 정부가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실탄’ 확보에 나섰다. 기업을 죽이든 살리든 돈이 들어가게 마련인데 이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금융 당국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을 쳐다본다. 하지만 기재부는 나라 곳간 사정이, 한은은 발권력 동원 논란이 부담스럽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직후 “기재부와 한은에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며 “유동성 확보를 위한 양적완화가 아니라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선 직전 새누리당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국판 양적완화’(한은의 산은 채권 매입)와는 다른 것이라며 선을 그은 셈이다. 가능한 방법은 직접 출자와 발권력 동원이다. 출자는 기재부가 갖고 있는 공기업 주식 등을 산은과 수은에 출연하는 것이다. 기재부가 수은의 자본 확충을 위해 1조 1300억원(현금 1300억원+현물 1조원)을 출연한 것이 불과 지난해 연말이다. 같은 시점 산은이 수은의 자본 확충을 위해 약속한 현물 출자(5000억원)는 법인세 문제 등과 맞물려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산은 역시 지난해 3월 기재부로부터 2조원 현물 출자를 받았다. 정부 관계자는 “잇단 출연으로 기재부의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한은이 현금 출자에 나설 수도 있지만 현행법상 한은은 수은과 주택금융공사 두 곳에만 출자가 가능하다. 산은에 출자하려면 한은법을 고쳐야 한다. 한은 측은 “법 개정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발권력을 동원할 경우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담스러워했다. 재원 조달 규모도 문제다. 금융권은 “올해 연말까지만 따져도 막대한 규모의 추가 자금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빅 3’ 조선사(현대·삼성·대우중공업)만 해도 올 들어 수주 실적이 ‘0’에 가깝다. 연말까지 수주 목표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운용 자금 부족분만 최소 8조원에서 최대 17조원으로 추산된다. 기재부와 한은의 출자 동의를 이끌어 내더라도 ‘규모’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외과수술이든 응급수술이든 성공하려면 피(구조조정을 뒷받침할 자금)가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실패 시 법정관리… STX조선은 회생 절차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실패 시 법정관리… STX조선은 회생 절차

    조선·해운 채권단 앞세워 적극 개입… 철강·유화는 자율적 구조조정 방침 부실 징후 신용위험기업 상시 정리… 건설업은 아예 빠져 정부 의지 의문 26일 정부가 내놓은 ‘3트랙 구조조정’은 조선·해운업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두 업종은 개별 기업 여건에 따라 추가 인력 감축 등 자구 계획 수준을 높여야 한다. 철강이나 석유화학과 같이 공급 과잉으로 분류된 업종은 자율 구조조정을 통해 설비를 감축해야 한다. 한마디로 조선·해운은 채권단을 앞세워 구조조정에 적극 개입하고 철강·유화는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감업종이 갑자기 공급과잉업종으로 바뀌는가 하면 건설업은 아예 빠져 있는 등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의심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기민감업종에 포함돼 정부의 ‘관리’를 받는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정상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당초 계획안보다 더 고삐를 조여야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년간의 수주가 예정돼 있어서 인력을 확 줄이긴 어렵지만 인력 감축이 안 되면 인건비라도 100에서 90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과의 협의 아래 자구 계획을 마련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두 회사는 지난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자산을 매각하고 1500명 이상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중소형사도 마찬가지다. STX조선은 올해 하반기 중 경영 정상화를 지속하거나 회생 절차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해운업은 ‘조건부 자율협약’ 방식으로 정상화를 추진한다. 현대상선은 이미 발표된 대로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 조정, 협약채권자의 조건부 자율협약 등 3개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협상 실패 시 사실상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가게 된다. 지난 25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동일한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부실 징후 신용위험기업’은 지금처럼 상시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다. 채권단이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부실 징후 기업을 가려낸 후 살리든가 퇴출하든가 하는 것이다. 철강·유화 등 공급과잉업종은 기업활력제고법에 따라 개별 기업 또는 해당 산업이 자발적으로 인수·합병(M&A)이나 설비 감축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진행토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철강·유화 업종의 경우 지난해 금융위 발표 때까지만 해도 경기민감업종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공급과잉업종으로 바뀌었다. 건설업은 어디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지난해에는 경기민감업종에 들어가 있었다. 이러다 보니 건설업계에서조차 “우리는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진 것이냐”고 문의할 정도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업종 분류 기준도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분류에 따른) 처방도 확실치 않다”며 “정부가 구조조정 안을 발표한다기에 기대를 걸었는데 구체적인 알맹이는 없고 말장난(3트랙)만 있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엄포’도 있긴 했다. 금융위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매각’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의 이해관계자, 특히 대주주의 위법 사실이나 도덕적 해이가 있으면 끝까지 추적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수주절벽 조선업계 ‘감원바람’… 올해 3만명 이상 실업자 될 듯

    ‘수주 절벽’에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가 생존을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다. 지난해 1만 5000여명이 일터를 떠난 데 이어 올해 3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조선사의 구조조정으로 협력업체 줄도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대형 9개 조선사의 조선·해양 인력은 19만 5000여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4년 20만 4635명과 비교해도 1만명가량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1·2차 협력업체 직원 5000여명을 더하면 1만 5000여명이 ‘야드’를 떠났다. 올해 수주난이 더 심각해지면서 실직자 수는 전년 대비 두 배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국내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3000명 이상의 직원을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낼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해양플랜트 17기 중 9기가 인도되면 관련 협력업체 직원 1만 3000명 중 상당수도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특별고용업종 지정’ 구조조정 속도 낸다

    유일호 “법 이외 추가 대책 검토… 현대상선 협상 안 되면 법정관리” 대우조선·현대重 3000명씩 감원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고용지원업종과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필요 시 추가 대책도 검토할 방침이다. 또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상시적으로 야당의 협조를 구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조조정으로 우려되는 실업에 대해 기존 법적 보호 장치가 있지만, 필요하면 법 이외의 추가 대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실업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면 구조조정에 협력할 수 있다고 밝힌 야당 대표들에게 “감사한다”면서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과 관련해 현재 제도상으로도 대책이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야당 대표들의 발언에 화답하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과 노동개혁 4법 등의 19대 국회 통과를 요청한 것이다. 유 부총리는 “서비스법과 노동개혁 4법도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입법이 되면 구조조정에 도움이 된다”면서 “기존 법적 장치로도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에 대응할 수 없다면 새로운 조치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 부총리는 “이르면 다음주 야당을 방문해 협조를 구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관한 고시에 따라 해당 업종의 실업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특별연장급여 지급, 전직·재취업 등을 1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번이 첫 지정 사례가 된다. 고용위기지역은 쌍용차 노조 사태로 경기 평택시(2009년), 중소 조선사 도산 등으로 경남 통영시(2013년)가 지정된 바 있다. 유 부총리는 또 현재 용선료 협상이 진행 중인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유동성 등의 정부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용선료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법정관리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극심한 ‘수주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도 인력 감축에 나선다. 현대중공업은 이르면 다음주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전체 임직원(2만 7000명) 중 10% 이상인 3000여명을 내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상에는 사무직뿐 아니라 생산직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도 1만 3000명의 직원을 2019년까지 1만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한편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삼성, 한진, 한화 등 16개 그룹이 올해 신규 채용 인원을 지난해보다 줄였다. 수출 경기가 부진한 데다 정년 연장 시행 확대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30대 기업의 올해 신규 채용이 12만 6394명으로 지난해(13만 1917명)보다 4.2% 줄었다고 밝혔다.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등이 진행 중인 삼성과 한진, 한화, 금호아시아나, 현대 등 16곳은 지난해보다 신규 채용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서울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서울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현대重, 잇단 산재에 작업 첫 전면 중단·안전 점검

    현대重, 잇단 산재에 작업 첫 전면 중단·안전 점검

    고용부 “모든 지게차 운행 중지”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은 20일 생산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종일 안전점검 및 안전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2월 20일 안전사고로 1명이 숨진 데 이어 3월에도 1명, 이달에는 3명의 인명 사고가 난 탓이다. 1972년 창립 이후 산재 사망 사고 때문에 작업을 전면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작업 중단으로 인건비 83억여원과 생산공정 지연 손실까지 감내했다. 현대중공업과 협력회사는 이날 오전 사업장별 각 팀과 반별로 작업 현장 내의 위험요소를 점검·정리했다. 오후에는 위험요소의 제거 방안과 안전작업에 대해 토론했다. 회사는 안전관리 책임경영을 강화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본부의 성과 평가를 1등급 하향하고 담당 임원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비생산부서 임원과 부서장의 현장 안전활동도 확대 실시한다. 안전에 대한 감사와 징벌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협력회사에도 안전관리 전담자를 배치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계약 해지 등 강도 높은 제재를 하기로 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최근 인명 사고와 관련, 이날부터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내 200여대에 이르는 모든 지게차 운행을 중단하라는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고용부는 현대중공업 현장 근로자의 안전교육과 의식이 제대로 확립되고 개선될 때까지 지게차 운행을 중단시키기로 해 상당 기간 운행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5명 인명사고 난 현대중공업 44년만에 공장 세워, 고용부 상주 등 안전대책 올인

    최근 원·하청 업체 근로자 5명이 근로 중에 사망한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의 지게차 작업이 전면 중지됐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20일부터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내에서 200여대에 이르는 모든 지게차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작업중단은 현대중공업 현장 근로자의 안전교육과 의식이 확립되고, 개선될 때까지다. 이에 따라 상당 기간 지게차 운행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종전에는 고용부의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뒤 사고 난 생산현장의 안전시설이 개선되면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업장 내 안전 교육·문화·의식을 확실히 세우려고 따로 기한을 두지 않았다. 여기에다 고용부 근로감독관 1명이 21일부터 현대중공업에 무기한 상주한다. 근로감독관은 생산 현장의 안전관리 시스템 작동 여부와 회사 임직원의 안전 지시 수행 여부 등을 점검하게 된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이날 전 사업장의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종일 안전점검 및 안전토론회를 열었다. 오전에는 사업장별 각 팀과 반별로 작업 현장 내의 위험요소를 점검·정리했고, 오후에는 위험요소의 제거방안과 안전작업에 대해 토론했다. 앞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본부의 성과 평가를 1등급 하향하고, 담당 임원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협력회사에도 안전관리 전담자를 배치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계약 해지 등 강도 높은 제재를 하기로 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조선왕조 오백년 남긴 ‘정통사극 스승’…‘역사 대중화 기여’ 신봉승 작가 별세

    조선왕조 오백년 남긴 ‘정통사극 스승’…‘역사 대중화 기여’ 신봉승 작가 별세

    대하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의 작가이자 역사 문학자인 신봉승씨가 19일 오전 9시 30분 경기 성남시 분당 자택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83세. 1933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사범,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고인은 현대문학에서 시·문학평론을 추천받아 등단한 이후 우리 역사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정통사극의 틀을 세운 ‘조선왕조 오백년’ 외에 역사에세이 ‘양식과 오만’(1993), ‘신봉승의 조선사 나들이’(1996), ‘연산군 시집’(1987) 등의 저서를 남겼다. 2001년에는 역사 소설 ‘동인의 나라’를 통해 우리 개항사를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12년에는 인수대비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왕을 만든 여자’를 출간하기도 했다. 고인은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장, 대종상·청룡상 심사위원장, 공연윤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추계영상문예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하는 등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로 두루 활동했다. 1998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21일 오전 7시, 장지는 성남영생원 시안공원이다. (02)3410-6917.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일본 대지진/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일본 대지진/강동형 논설위원

    환태평양 지진대를 형성하고 있는 ‘불의 고리’가 요동치고 있다. 일본 규슈지방의 구마모토 인근에서 연이어 발생한 지진은 불의 고리대에 있는 타이완과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발생했다. 17일 에콰도르에서는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 현재 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전인 16일에는 대만에서 규모 4.4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웃 나라 일본은 연이은 지진에다 아소산이 화산 활동을 재개해 공황상태에 빠졌다. 일본은 2000여개의 단층대가 있는데다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있어 크고 작은 지진이 끊일 날이 없다. 2011년 3월 11일 오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몰고 온 쓰나미 영상은 아직도 선명하다. 리히터 규모 9.0으로 일본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을 기록했다. 이는 1960년 발생했던 규모 9.5의 칠레 대지진, 1964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규모 9.2 지진,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발생한 규모 9.1에 이어 지진 규모를 측정한 이후 네 번째로 강력한 지진이다. 사망자 1만 5200여명, 실종자 8400여명이라는 인명피해를 냈다. 이에 앞서 1995년 1월17일에는 고베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나 630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일본 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대지진일 것이다. 우리나라와도 사연이 깊다. 도쿄와 요코하마 일대를 강타한 규모 7.9~8.5의 간토대지진은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실종자를 포함한 사망자 수가 약 16만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자경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불령선인(不逞鮮人·불온한 조선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여 6000여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본인 교수는 2500여명, 일본 정부는 233명이라고 발표하는 등 숫자는 크게 다르지만 있을 수 없는 만행이 발생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이 우경화와 군국주의의 길을 걷는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일본 도쿄는 에도 시대인 1855년 10월 2일에도 대지진이 발생해 도시가 파괴되는 등 재난을 당했다. 지난 14일 규모 6.5, 16일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규슈지방의 구마모토 대지진은 사망자 수만 40여명에 이르고 24만여명이 피난했다고 한다. 아소산이 화산 활동을 시작해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 속에서 보여주는 일본인들의 질서 의식은 이번에도 돋보이는 풍경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지진은 예측하기 어렵고, 천재(天災) 앞에서 인간은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한밤의 지진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남의 나랏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난을 예측할 수 없다면 이를 잘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은 물론 에콰도르에서도 지진 피해자들이 힘든 과정을 잘 이겨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단독]이재용 결심했나…삼성重, 대우조선 인수설 솔솔

    [단독]이재용 결심했나…삼성重, 대우조선 인수설 솔솔

    부실 기업 떼내 정부는 재정 부담 덜고 삼성은 승계 과정서 정부 지원 요청 전망 산업부 “기업끼리 논의할 수는 있을 것” 합병 기대감에 대우조선 주가 4% 급등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삼성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대우조선의 마땅한 인수 적임자가 없는 상황에서 삼성이 대우조선을 사들이면 정부로선 골칫거리를 덜게 된다. 삼성그룹은 대우조선 인수 대가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승계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일(현지시간) 조선업계 권위지인 ‘트레이드윈즈’는 ‘한국 조선업의 위기가 깊어진다’는 제목의 톱기사에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 가능성을 보도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조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통한 회생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경영 정상화 이후 매각’에서 ‘조기 매각’ 방침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매체는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두 조선사가 경남 거제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수 있으며 구매력을 한층 높여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승계를 준비하는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이 나쁠 것 없다고 분석했다. 승계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삼성그룹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은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대가로 정부 측에 (대우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동의를 전제로) 세 감면 및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추진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일단 부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산업부 내부에서는 대형 조선사의 수주 물량이 2년치 일감 이하로 떨어질 경우 도크(선박 건조시설) 효율성이 떨어져 조선사 간 합병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삼성에 대우조선을 인수하라고 제안한 적이 없지만 민간 자율적으로 논의가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은 방위산업 부문도 맡고 있어 매각 과정에서 산업부가 의견을 낼 수 있다”며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실제 조선업계는 내년 말부터 조선소 도크가 비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당분간 수주절벽이 지속될 경우 수주 물량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주 잔고 중 일부는 이미 매출로 인식돼 사실상 2년치 일감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도크가 비는, 상상도 못할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버티다 못한 조선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2000년 이후 12개 조선사가 사라졌다. 업계에서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대우조선을 인수한 뒤 삼성중공업과 합병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10조원에 사들인 것처럼 삼성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인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대우조선 주가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합병 시나리오를 흘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SK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뉴스에 대우조선 주가가 급등했다. 이날도 대우조선 주가(8일 종가 5060원)가 전일 대비 4.44% 오르며 액면가 수준인 5000원대를 회복했다. 서울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부산 미음산단에 LNG선 기자재 연구센터 유치

    부산 미음산업단지에 액화천연가스(LNG)선 조선기자재 연구센터가 조성된다. 부산시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인 LNG 연료 선박 조선기자재 지원센터를 유치했다고 4일 밝혔다. 국비 100억원 등 231억원이 드는 LNG 기자재 시험인증센터는 강서구 미음산단 연구·개발(R&D) 허브단지 내 1만 275㎡ 부지에 2020년 말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LNG를 추진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의 연료공급시스템에 장착되는 각종 기자재의 성능 평가 및 시험인증 지원을 담당하는 등 설계 엔지니어링 기술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원센터 설립으로 국내 LNG 조선기자재 기술이 수출 경쟁력을 갖추면 연간 18조원의 직접 경제효과와 1만 6000여명의 고급인력 고용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선박 해양오염 규제 강화로 LNG 사용 선박수요가 늘고, LNG 가격도 계속 내려가 시장 규모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대형 조선사와 기자재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기술에 대한 시험평가인증 시설이 부족해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조선, 일본에 추격당할라

    조선, 일본에 추격당할라

    조선업계가 일본의 급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소 합병, 엔저, 자국 해운사의 발주 등의 호재에 힘입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 간의 2파전에 예상치 않은 ‘복병’(일본)이 등장하면서 수주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일본에 기술인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 간 점유율 격차는 3.1% 포인트에 불과하다. 2011년 우리나라(40.2%)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았던 일본(12%)이 5년 만에 턱밑까지 추격한 셈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세계 업황이 침체 국면이지만 일본은 자국 해운사를 앞세워 자체 선박 발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면서 “상선 시장에서 일본 위협이 거세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2년 뒤다. 내년까지 국내 ‘빅3’ 조선사가 수주 가뭄에 시달려 일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상당수 기술인력을 일본에 뺏길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 인력 ‘구인난’에 빠진 일본이 경험 많은 우리 인력을 높은 연봉 등을 미끼로 유인해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일본 조선업체들이 자국 정부에 외국인 인력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국내 용접공 등이 일본 조선사의 1순위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더딘 구조조정 ‘고삐’… 3대 악재 풀 사령탑은 안 보인다

    더딘 구조조정 ‘고삐’… 3대 악재 풀 사령탑은 안 보인다

    자본금 잠식·취약 업종 평가 추가… 책임 회피 등 근본 문제는 그대로 “靑 나서든가 금융위에 권한 줘야” 총선에 밀려 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가 “신용위험 평가 대상을 확대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국과 은행 간 책임 떠넘기기, 오너와 노조 저항, 정치권 개입 등 근본적인 걸림돌은 그대로다.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관제탑)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는 9일 ‘기업 구조조정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브리핑에서 올해부터 신용위험평가 대상을 확대하고 평가 방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영업 활동 현금 흐름, 이자보상배율 등을 따져 평가 대상을 선정했으나 앞으로는 자본금을 완전히 까먹은 기업과 취약 업종 기업 등을 평가 대상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5년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금융권 대출·보증 500억원 이상)은 54개로 2010년(65개) 이후 최대 규모다. 3년 내리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부실 기업은 2009년 2698개에서 지난해 3295개로 늘었다. 그런데도 구조조정은 더디기만 하다. 실질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쥐고 있는 정부가 정작 채권단에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해서다. 예정에 없던 이날 브리핑에서도 금융위는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을 잘 아는 채권단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을 오랫동안 담당한 금융권 인사는 “이론적으로야 정부 말이 맞지만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냉소했다. 그는 “시장 원리로만 구조조정이 단행된 역대 사례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 뒤 “기업 하나 정리하려면 일자리 감소에 따른 민심 이탈, 지역경제 타격에 따른 정치권 압력, 오너와 노조 저항 등을 모두 극복해야 하는데 민간에 이를 맡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지적했다. 역대 굵직한 구조조정이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결정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아는 정부가 4월 총선 탓인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인사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확실하게 힘이 실린 것도, 그렇다고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형국”이라면서 “구조조정 속도를 내려면 사령탑부터 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의 자금 조달 경로가 다양해진 것도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로 은행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2금융권 이용과 회사채 발행 등이 늘어나 주채권은행의 입김이 약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부실 기업 퇴출 결정 못지않게 살리는 결정도 매우 중요한데 배임 논란 등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성공했을 경우 (배임 걱정 등을 상쇄할) 인센티브가 확실한 것도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기업금융팀장은 “지난해 대형 조선사들이 수조원대 손실을 냈지만 부실을 털어 내려는 자구 노력이 약했다”면서 “인력 감축, 급여 삭감, 사업부 매각 등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라 오너도, 정부도, 채권단도 누구 하나 선뜻 총대를 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어차피 청와대나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맡을 수밖에 없다”면서 “채권단 면책증서나 워크아웃 성공 인센티브 등(구조조정을 꼭 하겠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바다 위 LNG공장 사상 첫 건조 성공

    바다 위 LNG공장 사상 첫 건조 성공

    새달 말 말레이시아에 인도 대우조선해양이 일명 ‘바다 위의 LNG 공장’으로 불리는 ‘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 선박을 세계 최초로 건조했다. 기존에는 고정식 해양 설비로 심해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해저 파이프를 통해 육상으로 보낸 뒤 별도의 시설에서 액화시켜야 했지만 FLNG는 이 과정을 하나의 선박 안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위기에 빠진 우리 조선업계가 FLNG와 같은 고부가가치 해양 기술을 통해 흑자 전환의 기틀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4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사가 발주한 FLNG에 대한 명명식을 했다고 6일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과 페트로나스사의 완 줄키플리 완 아리핀 회장을 비롯한 100여명이 참석했다. 선박 이름은 페트로나스의 머리글자인 ‘P’를 앞에, 첫 번째란 뜻의 말레이시아어 ‘사투’를 뒤에 붙여 ‘PFLNG 사투’(이하 페트로나스 FLNG)로 정했다. 선박은 2012년 6월 8억 달러(약 1조원)에 수주한 뒤 3년 9개월 만에 완성된 세계 첫 FLNG다. 길이 365m·폭 60m 규모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뉘어 놓은 것보다 길다. 면적은 축구장의 3.6배 규모다. FLNG 상부에 있는 생산구조물 무게만 4만 6000t으로 무게는 총 12만t이다. 액화천연가스 저장량은 국내 전체 1일 평균 사용량의 3배 수준인 18만㎥에 달한다. 오는 4월 말 선주 측에 최종 인도된 뒤 말레이시아 해역 유전에서 연간 290만㎥의 액화천연가스를 생산할 예정이다. FLNG 건조 기술은 우리 조선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3월 현재 세계에서 발주한 FLNG는 모두 국내 조선사들이 만든다. 총 6척 가운데 5척은 삼성중공업이, 1척은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다. 정 사장은 이날 명명식이 직전 기자들과 만나 “FLNG는 기존의 게임을 바꾸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생산 우선, 안전 뒷전… ‘조선 빅3’의 불감증

    생산 우선, 안전 뒷전… ‘조선 빅3’의 불감증

    최근 3년간 근로자 21명 숨져… 전문가 “징벌적 처벌 마련해야” 지난 20일 울산의 현대중공업 해양공사 현장에서 관리자 조모(31)씨가 4t 무게의 철제 구조물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첫 사망사고다. 구조물이 안전하게 버틸 수 있도록 지지대를 규정대로 설치하지 않은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고 발생 3일 전에도 인근 현장에서 1t가량 되는 ‘윌 판넬’ 36장이 밴드가 풀리면서 한꺼번에 넘어졌다. 이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이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쳤다. 조선사들이 겉으로는 ‘안전제일’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무리하게 작업을 추진한 탓에 안타까운 희생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이 29일 고용노동부에 의뢰해 최근 3개년도 ‘빅3’ 조선사의 재해 현황 자료를 받은 결과, 정규직(원청) 4명, 협력업체(하청) 17명 등 총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업체별로는 현대중공업이 12명(원청 3명, 하청 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7명(원청 1명, 하청 6명), 삼성중공업 2명(전부 하청) 순이었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세 차례 발생한 대우조선의 화재 사고는 생산 ‘우선’에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대표 사례다. 세 번 다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내부 마감 작업 중 불이 났다. 용접 과정에서 불꽃이 인화성이 강한 스티로폼(LPG 탱크를 감싼 보냉재)으로 옮겨 붙으면서다. 연이은 사고로 총 4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정상적인 공법이라면 선체에서 각 블록 용접 작업을 마친 뒤 보냉재를 입히지만 회사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블록에 미리 보냉재를 씌운 뒤 용접하는 방식을 취했다. 치명적인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공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이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관리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조선사들이 시스템 구축 등에 수백억원을 쓴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김기식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실장(안전보건정책연구실)은 “사업주가 납기 일정 맞추는 데 급급한 나머지 최소한의 법 규제도 지키지 않는다”면서 “천문학적인 벌금 부과 등 징벌적 처벌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조선은 도덕 내세워 계급정치 유지한 위선의 나라

    조선은 도덕 내세워 계급정치 유지한 위선의 나라

    두 얼굴의 조선사/조윤민 지음/글항아리/368쪽/1만 6000원 조선 500년을 착취계층과 피착취계층의 관점에서 접근, 지배계층의 착취가 수백년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었는지를 파헤쳤다. 조선 지배층의 근본적 성립·유지 조건, 조선의 각종 제도 운영 실태, 조선 후기로 갈수록 심화된 이념과 규제들 저변에 깔린 본래 의도 등을 차례로 짚었다. 저자는 “조선의 지배층은 어떤 지배 전략으로 어떤 통치 방식을 활용해 500여년 동안 조선 사회를 지배할 수 있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나름의 풀이를 찾아나가는 여정”이라고 소개했다. 착취-피착취 관점에서 조선을 고찰한 만큼 지배층의 초상이 지금껏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과는 다르다. 기개와 청렴의 화신인 선비가 아닌, 민생을 돌보는 꼬장꼬장한 경세가도 아닌, 군주를 보필하며 왕도를 드높이려는 사림 관료도 아닌, 자신의 이익과 욕망에 충실한 지배자로서의 얼굴이 부각됐다. 부패와 뇌물이 일상화된 관료 사회, 관직 진출과 부를 독점하고 군역·요역 같은 각종 의무에서 면제를 받은 양반, 수탈과 참혹한 가난에 허덕이는 농민들과 군역을 피해 차라리 노비가 되기를 택하는 양민들 등 조선의 어두운 면모들도 조선왕조실록 등 여러 문헌을 통해 조명했다. 저자는 “조선은 도덕정치로 위장한 철저한 계급정치가 관철되는 위선의 나라였다. 지배층의 이익 확보와 욕망 추구를 이(理)와 도(道) 같은 사상 개념으로 포장해 정당화하고 신분 질서와 사회 위계 구조를 영속시키고자 했다. 조선 지배층의 근본적인 통치 방책은 계급정치 유지를 위해 도덕정치 이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자찬묘지명’ 통해 본 다산과 18세기 조선

    ‘자찬묘지명’ 통해 본 다산과 18세기 조선

    정약용의 고해/신창호 지음/추수밭/256쪽/1만 4000원 조선시대 가장 존경받는 철학자이자 관료이자 과학자인 다산 정약용. 그는 나이 마흔에 지금으로 치면 국무총리의 자리까지 오른 유능한 관료였지만, 정쟁에 휘말려 20년가량 옥살이를 한 뒤에 세상으로 돌아왔다. 갇혀 지낸 생이 삶의 3분의 1이나 차지했다. 유배에서 돌아오고 나서 4년 뒤 회갑을 맞은 정약용이 자신이 직접 쓴 묘지명인 ‘자찬묘지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신창호 고려대 교수의 ‘정약용의 고해’는 ‘자찬묘지명’을 통해 그의 삶과 사상을 돌아본 책이다. 그의 고해는 크게 고백과 연민, 용서 등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살얼음판을 걸으며 생의 한 갑자를 버틴 정약용은 마치 스스로에게 건네는 고해성사처럼 자신의 인생을 진솔하게 반추한다. “내 나이 예순이다. 나의 인생 한 갑자 60년은 모두 죄에 대한 뉘우침으로 지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날을 거두려고 한다. 거두어 정리하고 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자서전도 유언도 아니지만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이 책에서 정약용은 삶의 의미를 간절히 찾으면서도 반생 가까이 갇혀 지냈던 자신의 삶에 용서를 구하며 다독인다. 특히 그의 삶 자체가 격정과 혼돈의 18세기 조선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자찬묘지명에는 당대 인물이 모두 소환되고 화성 행차부터 신유박해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은 크고 작은 사건이 등장인물들과 함께 연결되기 때문에 18세기 조선사도 함께 조망해 볼 수 있다. 자찬묘지명은 무덤에 넣는 간략한 ‘광중본’과 문집에 싣는 자세한 ‘집중본’으로 나뉘는데 이번에 발간된 책은 집중본을 소개했다. 정약용이 쓴 글이지만, 책은 역자인 신 교수를 지은이로 올렸다. 출판사는 “자찬묘지명을 충실히 번역하고자 시작된 글은 어느 순간 지은이와 옮긴이의 목소리가 겹쳐지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해양플랜트로 수조원 잃었지만 설계 기술력 눈뜬 ‘고액 수업료’

    해양플랜트로 수조원 잃었지만 설계 기술력 눈뜬 ‘고액 수업료’

    국내 조선 3사의 수조원대 손실 배경으로 꼽히는 해양플랜트를 놓고 공과(功過)를 따지는 작업이 한창이다. 생산 능력 이상으로 무리하게 수주한 책임이 크다는 자성론부터 발주처의 잦은 설계 변경과 계약상의 불리한 조항 때문에 손실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 그러나 “설계·엔지니어링 기술을 일부 확보한 것은 큰 수확”이라며 ‘전부 잃은 것만은 아니다’는 의견도 많다. ‘수업료’치고는 출혈이 크지만 전무했던 해양 사업 쪽 기술력을 얻게 된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단희수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14일 “플랜트 제작 능력은 우리(조선 3사)를 따라올 자가 없다”면서 “그동안 상세설계 역량을 키웠기 때문에 곧 수익성 있는 사업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세설계는 도면 작성(생산설계) 전의 최종 설계 단계로 기본설계 오류 수정 및 안전성 점검 등의 과정을 말한다. 국내 조선소는 5년 전만 해도 상세설계를 수행할 능력이 없어 외국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에 외주를 맡겼다. 그러나 이제 드릴십과 같은 시추선,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해양 생산설비(선체 부문)의 상세설계는 자체 해결이 가능하다. 한국기계연구원 곽기호 박사는 “상세설계는 학습과 지식 축적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라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과실”이라고 말했다. 대형 해양플랜트의 경우 국내 3사를 제외하고는 제작을 할 만 곳이 없는 점도 강점으로 지목된다. 공급자(발주처) 위주의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의 위상이 예전보다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발주처는 유리한 지위를 활용해 계약서에 ‘독소 조항’ 등을 넣기도 했다. 예를 들어 설계 변경 등의 사유가 발생해 공사 기간이 지연되더라도 책임을 발주처가 아닌 조선소가 떠안는다는 내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본설계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발주처가 일부 또는 전부 책임을 지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을 조선소가 아닌 발주처가 부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유가가 떨어지면서 국산 기자재 활용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기회로 꼽힌다. 과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을 때는 비용 절감에 소극적인 발주처가 핵심 기자재의 대체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산 기자재 탑재율은 20~3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외국에서 모두 조달했다. 그러나 유가가 30달러 밑으로 하락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상철 박사는 “국산 기자재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발주처도 저렴한 국산 기자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내년부터 해양플랜트 시장이 차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올해 인력 충원을 할 방침이다. 국내 조선 3사는 상반기에만 최대 500명의 신입을 뽑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설도 자진 반납… 예전엔 상상 못한 일”

    “설도 자진 반납… 예전엔 상상 못한 일”

    ‘빅3’ 절반 이상 연휴에도 출근 경영진도 워룸서 쪽잠 비상근무 2년치 수주 물량 맞추며 비지땀 “회사가 어려우니까 직원들도 명절을 반납하고 일하겠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죠.” 설 연휴를 앞둔 지난 3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만난 이필순 대우조선해양 중조반장은 “위기 이후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설 연휴가 시작되는 6, 7일에도 절반 이상 출근한다”고 말했다. 인근 고현동의 삼성중공업도 연휴가 시작되는 6일 4만명의 직원 중 1만 5000명이 자진 출근하기로 했다. 지루한 노사 간 갈등을 겪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6일 2만 4000여명을 포함해 총 6만여명이 명절에도 쉬지 않고 근무한다. 지난달 1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해 어느 때보다 위기가 고조된 거제와 울산의 달라진 모습이다. 작업장에는 패배의식보단 다시 일어서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수주 불황에 도크(선박 건조시설)가 텅 비어 있을 것으로 내심 우려했지만 이 또한 기우에 불과했다. 도크는 90% 이상 ‘풀가동’되고 있었고 작업자들은 빡빡한 일정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었다. 현재 국내 ‘빅3’ 조선사의 수주 물량은 상선 부문만 90~140척에 이른다. 대략 2년치 일감이다. 대규모 적자를 안겨 준 해양플랜트 물량도 각 사마다 20척 이상이다. 올해와 내년에 인도가 몰려 있다 보니 해양플랜트 작업장은 거의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실제 긴급 프로젝트에는 ‘워룸’(상황실)이 설치됐다. 지난해 위기를 겪고 나서 조선소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기본’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에는 청소, 청결, 정리, 정돈, 습관화 등 ‘5행 원칙’이 다시 등장했다. 대우조선 현장 책임자들도 “강한 현장을 만들겠다”며 자발적으로 3대 원칙(근무시간 지키기, 능률 10% 올리기, 정리·정돈 청소 잘하기)을 정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 생산직 근로자의 능률(시간당 생산성)은 2014년 74%에서 지난해 79%로 5% 포인트 올랐다. 올해는 100%를 목표로 내세웠다. 현장이 변하자 경영진도 ‘응답’했다. 이상길 대우조선 생산본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청하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위기 이후 고질병이었던 세대 간 갈등이 봉합됐다는 점도 결실 중 하나다. 이 반장은 “40~50대 직원과 20~30대 직원 간에 세대 차이로 인한 보이지 않는 벽이 현장에 만연했는데 지난해 말 이후 세대 간 소통이 훨씬 원활해졌다”며 “위기가 서로의 손을 잡게 했고 모두 똘똘 뭉치게 했다”고 말했다. 울산·거제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납기일 맞추면 수천억 인센티브”… 도크마다 불꽃이 튀다

    “납기일 맞추면 수천억 인센티브”… 도크마다 불꽃이 튀다

    지난 3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3도크(선박 건조 시설) 현장. 축구장 6배 크기에 달하는 이곳에선 5척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과 1척의 유조선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이 중 수문에 가까이 위치한 84K급 LPG 운반선 2척은 5일 진수(바다에 띄우는 작업)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들의 통행로로 쓰인 엔진룸 측면만 덮으면 끝이었다. LPG 탱크를 싣는 배이다 보니 미세한 틈도 용납되지 않는다. 선체에 결함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엑스레이 필름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작업도 거쳤다. 김태협 현대중공업 건조2부 팀장은 “지난 10주간 작업의 끝이 보인다”면서도 “외국 선주로부터 ‘오케이’ 사인을 받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인근. 세계 최초로 건조 중인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야말 1호’가 위용을 드러냈다. 지난달 15일 진수식을 마친 이 배는 북극해 시범 운항을 앞두고 의장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길이 299m에 너비 50m 규모로 배 한 척을 둘러보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선박 앞모습(선수)은 돌고래 모양처럼 생긴 일반 LNG선과 달리 스케이트 날처럼 날카로웠다. 얼음을 직접 깨면서 항해하기에 최적화된 구조였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러시아 시베리아 북단 야말반도에서 생산되는 LNG를 운반하려면 두꺼운 얼음에도 끄떡없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14척의 쇄빙 LNG선을 추가로 건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의 원인으로 꼽히는 해양플랜트 사업장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인도 예정인 모호노르드 부유식 원유·가스 생산설비(FPU), 버가딩 프로젝트(고정식) 완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작업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난해 2월 전남 목포의 현대삼호중공업에서 1만t급 해상 크레인을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 해양 크레인으로 1만t에 달하는 중량물도 들어 올릴 수 있다. ●해양플랜트 내부에 ‘워룸’ 설치 대우조선도 올 상반기 인도가 집중된 해양플랜트 공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매일 저녁 7시부터 일일정산회의를 통해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일부 플랜트 내부에는 자체 ‘워룸’을 설치했다. 해양플랜트는 납기 안에 인도하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넘기면 페널티를 문다. 오는 9월 인도 예정인 인펙스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경우 납기일을 맞추면 3500억원의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다. 부실 요인을 제거하면서 추가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해양플랜트 사업장은 자전거를 타고 바쁘게 어딘가로 이동하는 작업자들과 트럭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여기저기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고 ‘위험 신호’를 알리는 깃발이 나부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올해 9건의 해양플랜트가 예정대로 인도된다면 회사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국내 빅 3가 1개월 내내 수주를 못 한 것은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2001년 10월, 2009년 9월 이렇게 두 차례다. 그래도 두 번 다 곧바로 원년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는 과연 어떨까. 예년처럼 다시 정상적인 수주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지난달부터 강화된 환경규제(Tier3), 저유가로 인한 발주 지연, 최대 해운선사 머스크발 구조조정 여파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수주 환경이 어느 때보다 열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상선, 해양 동반 침체로 2009년 이후 최악의 시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수주 ‘제로’ 실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공격적인 수주 형태도 걸림돌이다. 지난달 전 세계에서 16척이 발주됐는데 이 중 10척을 중국이 싹쓸이했다. ●1980년대 日 실책 반면교사 삼아야 전문가들은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 국내 조선업계가 전열을 정비하고 내실을 다지면 2년 뒤 올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벌크선 등 일부 선종에서 우리나라 기술력을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그 외 LPG·LNG 운반선, 탱커, 초대형 컨테이너선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클라크슨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LNG선 점유율은 68.9%(지난해 말 기준)로 압도적이다. 그러면서 1980년대 일본의 실책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당시 조선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을 때 일본은 대형 조선소를 폐쇄하고 인력 양성을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했다. 표준선형 정책을 도입한 까닭에 설계 인력을 키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전국 대학의 조선해양공학과가 모두 다른 과로 통합되거나 폐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엔저 효과에 힘입어 수주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해외에 ‘SOS’를 청하는 실정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불황이라고 절망감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1990년대 국내 조선사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대형 도크를 더 지은 것처럼 다시 찾아올 호황기에 대비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력 구조조정을 한다 해도 설계 등의 핵심 인재를 계속 키워 ‘인력 단절’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발주가 없는 게 다행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업체들이 기존 해양플랜트 물량을 처리하면서 해양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새롭게 그려 나갈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이렇게까지 어려워진 배경에는 해양플랜트에 대한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설계·구매·시공(EPC) 일괄 도급 계약을 무리하게 맺은 데 있다. 설계 책임마저도 선주가 아닌 조선사가 지는 구조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시공 부문만 수주해 위험을 최소화했던 것처럼 국내 조선사들이 욕심을 내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의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그래도 믿을 구석은 마진이 높은 해양 쪽”이라면서 “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 선을 넘어가게 되면 발주처에서도 본격적인 물량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 유가 전망을 80달러 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발주 물량이 그 전에라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수주 목표 초과 달성할 수도 올해 조선 3사의 수주 목표는 전년 대비 20%가량 줄었지만 모두 1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이 167억 달러로 가장 많고 삼성중공업 125억 달러, 대우조선해양 100억 달러(추정) 순이다. 보수적으로 접근한 목표치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변하면 초과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다만 이제는 수주 과정에서 국내 3사 간 과당 경쟁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고부가가치 선박 등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배 건조 기술은 우리나라를 대체할 수 있는 곳이 없는데도 국내 조선사들이 자기네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통에 저가 수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양종서 연구원은 “국내 조선업의 가장 큰 ‘적’은 외부(중국)가 아닌 내부(빅 3)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올해와 내년을 잘 버티면 국내 조선업의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中 추격 허용 안해” 현대重·두산重 손잡았다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이 해양플랜트 기자재 공동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육상플랜트, 주단조품(금속 소재)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두 회사가 힘을 합쳐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중국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두 회사가 기술 제휴를 맺은 것은 처음이다. 김숙현 현대중공업 해양사업 대표는 4일 “해양 기자재 국산화는 해양플랜트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에서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두 회사는 해양플랜트 설계·생산 기술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부유식 구조 플랫폼(TLP) 등 해양플랜트에 들어가는 핵심 기자재 6종을 공동 개발한다. 2000년대 중반 중국이 급격하게 조선업을 키우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선박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드릴십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2014년 이후 유가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해양플랜트가 ‘골칫덩이’로 바뀌었다. 발주처의 계속되는 설계변경 요청에 납기가 지연된 탓이다.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낮은 국산화 비율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기계연구원에 따르면 2월 현재 해양플랜트 국산화 비율은 20%로 조선 부문(80~90%)에 크게 못 미친다. 단순 기계장비를 뺀 대부분의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낮은 국산화 비율은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두 회사의 기술 제휴는 이런 애로 사항을 일부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휴에는 울산·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도 동참했다. 이 센터는 앞으로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해 기자재 연구·개발(R&D)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2014년부터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각종 기자재(공기압축기, 열 교환기 등)를 해양플랜트에 실제 적용시키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총 38종의 해양기자재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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