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조선대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반덤핑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총파업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살인죄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임종석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491
  • [안도현 시인 특별기고]평양은 멀지 않다

    [안도현 시인 특별기고]평양은 멀지 않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당시 수행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안도현 시인이 서울신문에 당시 감동을 담은 기행문을 보내오셨습니다. 안 시인이 보고 느꼈던, 그리고 언론 매체에선 볼 수 없었던 정상회담 이면의 이야기들을 원문 그대로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한 북한의 풍경들을 함께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 그리고 기자단을 태운 공군 1호기는 ‘ㄷ’자의 서해 직항로의 경로를 좌석 앞 모니터에 정확하게 펼쳐보였다. 이른 새벽 해 뜨기 전에 잠을 자지 못하고 나선 길이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비행기의 머리가 항로를 따라 시시각각 순조롭게 순항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공항에서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봄에 평양 근교 역포구역에 어린이사과농장을 만들기 위해 다녀온 뒤로 10년 만의 방북이었다. 순안비행장이라 불리던 평양국제비행장 청사는 현대식 건물로 면모를 완전히 바꿨고, 의장대와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의 함성이 귓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차범근도, 유홍준도…벅찬 감동에 “왜 이렇게 눈물이” 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길가에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이 어마어마한 사람의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가도 가도 끝없이 늘어서서 손을 흔들고 깃발을 흔들고 발을 구르고 있었다. 10만 명이 넘을 거라고 했다. 남녀가 따로 없었고 노소가 따로 없었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천천히 움직였고 우리는 시민들의 진심 어린 표정 하나하나를 가까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버스 바깥도 버스 안도 만남의 감격의 출렁거렸다. 선두에서 남북 정상은 정상끼리, 행렬 뒤쪽에서 같은 동포인 우리는 우리끼리 만나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차범근 감독이 유홍준 교수를 보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죠?” 차 감독의 눈자위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물이 나야 정상이지. 울고 싶을 때는 실컷 울어버려요. 아무 걱정 말고 울어버려요.” 이렇게 말하면서 유 교수도 눈가를 훔쳤다. 서로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는 남과 북의 시민들이 썬팅 처리된 버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우는 것으로 만남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울어볼 일이 없는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밥을 버느라, 통장의 잔고를 늘리느라, 오로지 내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비즈니스를 위한 일에 매달리느라 울어볼 날이 없었다. 누군가가 눈물 타령한다고, 감상적이라고 또 이죽거린다고 해도 평양에서는 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공식수행원들의 숙소는 백화원초대소, 특별수행원들의 숙소는 고려호텔이었다. 오랜만에 들어선 고려호텔은 별다른 장식 없이 조용히 낡아가고 있었다. 1인 1실로 배정된 방에는 사과, 배, 귤, 바나나로 구성된 과일 한 접시와 과자, 사탕, 껌이 담긴 접시 하나가 ‘당신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팻말과 함께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한 내게 재떨이는 또 반가운 선물이었고. 호텔 창밖으로 평양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희뿌연 연기가 솟아올라 평양 시내 상공을 뒤덮고 있었다. 호텔에서 가까운 평양역 구내로 화물차와 전철이 쉼 없이 오가는 게 보였다.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음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호텔 2층 뷔페식당의 메뉴 중 하나로 나온 돌목어식해는 처음 먹어보는 북쪽 음식이었다. 널리 알려진 가자미식해와 모양과 빛깔은 비슷했는데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돌목어는 도루묵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봤다. 북쪽 접대원에게 물어도 그는 도루룩을 모르고 나는 돌목어를 모르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걸 입에 넣고 씹으면 비리지 않은 쫄깃한 생선회를 씹는 느낌이 났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퀴퀴하고 들척지근한 맛도 없었다. 부드럽고 몰캉한 생선 식해에다 흰 밥을 먹으면서 나는 1930년대 후반 시인 백석을 떠올렸다. ●김정숙 여사 ‘영부인 외교’ 동행한 리설주 여사 ‘깍듯한 환대’ 인상적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하는 김정숙 여사를 수행하는 일이었다. 유홍준 교수, 김형석 작곡가와 같은 문화예술계 인사, 차범근·현정화 감독,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박종아 평창아이스하키남북단일팀 주장 등 체육계 인사, 에일리·알리·지코 같은 가수들, 마술사 최현우는 소형버스 14호차를 함께 타고 다녔다. 14호차 일행이 옥류아동병원에 도착한 직후 북쪽의 리설주 여사가 승용차에서 내렸다. 리설주 여사는 병원 관계자들과 30분 가까이 병원 입구에서 김정숙 여사를 기다렸다. 그녀는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 정장 차림에다 하이힐을 신고 부동자세에 가까운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 일정 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깍듯하게 모시듯 환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 국가의 지도자이기 전에 젊은 부부가 웃어른을 모시는 우리의 전통 예절을 잊지 않으려는 자세가 분명했다. 아동병원에 도착한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에게 특별수행원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가까이에서 악수하면서 잡은 리설주 여사의 손은 연약하고 따뜻했다. 이어서 김원균 음악종합대학을 방문했다. 김원균은 북한의 국가와 ‘김일성장군의 노래’ 등을 작곡한 사람으로 북한 정권 초기 앞장서서 음악으로 ‘혁명과업’을 수행했다. 저녁에 평양대극장에서 ‘2018 평양 수뇌회담 환영공연’이 열렸다.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할 때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함께 ‘만세’ ‘만세’를 입 모아 외쳤다. 김 위원장이 손짓으로 제재를 해도 그 웅장한 소리는 끝이 없었다. 최고 지도자를 향한 그 존경심의 표현은 머리끝이 곤두설 정도로 극적이었다. 공연은 우리도 잘 아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북쪽 노래와 남쪽의 노래를 섞어 진행되었다. 남쪽 가요 중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아침이슬’ ‘흑산도 아가씨’ ‘그대 없이는 못 살아’와 같은 노래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북한식 편곡과 연주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던져주었다. 남쪽의 대중가요를 선곡한 것도 모두 남쪽 손님들에게 예를 갖추기 위한 거라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그렇지만 나는 귀에 익숙한 노래를 들으면서도 왠지 불편했다. 낯간지러운 가사와 트로트풍의 가요를 내가 모두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외국에 나가 북한 식당을 들렀을 때 점점 남쪽 사람들의 입맛대로 음식들이 변화하는 것을 볼 때 느끼는 불편함과 유사한 것이다. ●‘홀로아리랑’에 눈물…“어떤 난관도 아리랑 고개 넘듯 헤쳐 가야” 환영공연에 등장한 인민배우들의 한복 디자인도 현재 남쪽의 한복 디자인과 거의 비슷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원래의 것을 놓치고 남쪽을 흉내 내는 일로 남쪽을 배려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진행될 모든 남북 관계에서 북한은 원래의 북한을 유지해야만 화해와 협력도 대등한 관계 속에서 진전될 것이 아닌가. 공연의 절정 부분에 한돌이 작사하고 작곡한 ‘홀로아리랑’이 배치되었다. 가사 뒷부분은 이렇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평화와 번영을 향해 가는 길이 순조롭고 반듯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남북을 가로막기도 하고 우리의 운행을 방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1980년대 후반에 남쪽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가 2018년 평양에서 울려 퍼진다는 것은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평양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시내를 걸어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밝고 자신감이 넘쳤고, 여성들의 옷차림도 전보다 훨씬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어떤 젊은 여성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휴대폰(손전화)을 계속 들여다보며 걸어가기도 하였다.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분의 평양 방문을 환영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은 동지와 부인 리설주 녀사께서 주최하는 연회”가 목란관에서 열렸다. 이 연회의 차림표를 여기 북한 표기대로 적는 것으로 나는 평양 방문을 한 것에 대해 우쭐거려 보려고 한다. 백설기, 약밥, 칠면조말이랭찜, 해산물 물회, 과일남새생채, 상어날개야자탕, 백화대구찜, 자신소심옥구이, 송이버섯 편구이와 볶음, 흰 쌀밥, 송어국, 도라지 장아찌, 오이숙장과, 수정과, 유자고, 강령록차 이에 화답하듯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첫날 환영만찬에서 ‘동무생각’을 불러 왕년의 솜씨를 뽐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당중앙위 조용원 부부장은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금지의 언어가 아니라 소통의 언어로 말하고자 하였다. 우리 14호차의 안내를 맡은 여성 두 사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일하는 젊은 엄마들이었다. 탁아소에 아기들을 맡기고 나온 이들은 찡그린 얼굴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한 한 사람은 소월과 육사의 시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을 한번 들여다봤다. 뒷면에 ‘평양’이라고 적혀 있는 이 핸드폰의 앱에는 체계관리(설정), 조선대백과사전을 비롯해 류경바둑, 별찌까기와 같은 게임이 들어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북한에서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용자가 5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양에서 가장 현대화한 지역은 미래과학거리 구역이었다. 여기에는 전에 없던 현대식 고층빌딩과 아파트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곳에는 과학자, 연구자, 교육자들이 주로 거주한다고 했다. 이 거리의 가로수들은 대부분 메타세쿼이아였다. 북에서는 이걸 수삼나무라고 부른다. 이밖에 평양의 가로수로 많이 심어진 나무들은 살구나무와 버드나무가 있다. 봄이 되어도 평양 거리에 벚나무들이 벚꽃을 휘날리는 일은 없다.9월 19일 이튿날 일정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점심 때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장에 도착하자 남북공동선언 합의문이 만들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큰 숙제를 끝낸 듯 표정이 밝아 보였다. 이번 평양 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기록될 공동선언은 남쪽에 생중계 되었다. 평양을 방문한 수행단보다 남쪽의 국민들이 더 빨리, 더 생생하게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웅장한 집단체조…남북 정상을 향한 15만 환호는 ‘지축 진동’ 평양 방문은 휴대폰으로부터 해방된 여행이었다. 혹시나 진동이 울리나 싶어 무의식적으로 양복 안주머니 쪽으로 손이 간다는 분도 있었다. 옥류관 오찬으로 나온 음식은 평양냉면뿐만이 아니었다. 잉어달래초장무침, 자라탕, 송이버섯볶음 등이 맛있었고, 나는 냉면을 한 그릇 먹고 나서 반 그릇을 더 먹었다. 모두 300g이었다. 평양교원대학은 우리의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합친 교육기관이다. “어린이들에게 한 컵의 물을 주기 위해 한 동이의 물을 들이키는 심정으로 가르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평양 방문 때 각 장르의 미술가들이 창작하고 그 창작물을 전시, 판매하는 만수대창작사를 들르는 일은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감자꽃 필 때’라는 제목의 유색판화 한 점을 구입했다. 큰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림 값을 깎는 ‘가격투쟁’에는 실패했다. 집에 그 판화를 가져와 펼쳐 놓고 다시 보아도 내 선택이 현명했던 건 분명하다.대동강의 능라도에 있는 5·1경기장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 보는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가슴이 자꾸 두근거렸다. 카드섹션에 참여하는 경기장 반대편 ‘배경대’는 1만 7490명의 중학생들로 구성되었다고 했다. 남과 북의 양 정상들이 경기장에 막 도착했을 때 15만명이 하나의 목소리로 환호하는 소리를 상상해 보라. 지축을 울린다는 그 상투적인 표현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수사일 것이다.대규모 평양 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거의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집단체조 ‘아리랑’의 일부와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특별공연이 수만 명의 청년학생과 예술가들에 의해 펼쳐졌다. 공연은 북한식 집단주의가 역사적 경험과 만나면서 어떠한 예술적 영향력을 생산하는지 웅장하게 보여주었다. 다들 하나같이 말했다. “남쪽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공연이지. 아이들을 저렇게 동원해서 연습 시키면 가만히 있을 엄마가 한 사람도 없을 걸.” 씁쓸했지만 그게 또 우리의 현실이었다. 1970년대 중반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중학생이었던 나도 마스게임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 어린 우리는 뙤약볕 속에서 살을 태워가며 연습을 해야 했다. 개인은 없고 집단만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북쪽 안내원이 말했다. “여기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엄마는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한답니다.”평양 방문단이 백두산을 간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19일 저녁 9시경이었다. 20일 새벽 4시에 출발한다는 갑작스런 통보가 전해졌다. 평양 방문 내내 우리는 그 다음 일정을 알지 못해 궁금해 하였다. 일정이 정해진다고 해도 남과 북의 안내원 말이 다를 때가 있었다.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면서 실무적으로 삐걱거리는 일도 있었던 것 같다. 백두산을 간다는 말에 특별수행원들은 들뜨기 시작했다. 방한복을 싣고 공군2호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온다는 말도 들렸다. 공군1호기 조종사는 삼지연비행장의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미리 떠났다고도 했다. 백두산은 밤에 영하의 기온으로 내려간다는 말도 들렸다. 어쨌든 젊은 가수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대박!” 9월 20일 새벽 1시까지 큰 짐들을 호텔 로비에 내려놓으라는 전갈이 왔다. 1시쯤 잠이 든 나는 4시에 모닝콜을 받았다. 평양 거리는 불을 켠 곳이 별로 없었다. 5시 30분 비행장으로 가는 길은 어두웠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그때 버스 창문으로 우리를 환송하러 나온 평양 시민들이 보였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은 손을 흔들면서 연도에 줄지어 서 있었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환송 열기는 그에 못지않아 보였다. ‘뭉클하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이다. 비행장에서는 남쪽에서 급히 공수해온 방한복이 두 벌씩 지급되었다. 기자도, 그룹 총수도, 노동자도, 학생도, 성직자도, 교수도,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모두 하나같이 점퍼로 중무장을 마쳤다. 백두산으로 가는 비행기까지 따로 수속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석표도 없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고려항공에 탑승해서 빈 자리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가듯이 말이다.●남북을 위한 백두산의 환대, 이젠 평양도 백두산도 멀지 않더라 7시 40분, 평양에서 한 시간을 날아가 삼지연비행장에 도착했다. 2005년 남북작가대회 때 삼지연에 가본 이후 13년 만이었다. 해발 13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삼지연의 공기는 서늘한 가을의 공기였다. 우리는 한두 달 앞당겨 가을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마음껏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어디 보자기에도 싸갈 수 없는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만약에 할 수만 있다면 삼지연의 공기를 팔아 돈을 벌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지연비행장과 그 주변은 말끔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다. 새로운 터미널이 신축되었고, 활주로는 깨끗하였다. 백두산으로 가는 포장도로도 손색이 없었다. 이깔나무(냑엽송), 가문비나무, 자작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길을 운전하는 운전기사가 말했다. “남쪽에서 오신 나이 드신 손님들을 위해 속도를 80㎞ 이하로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삼지연에서 백두산까지의 길은 32㎞다. 모든 길의 양쪽 갓길에 이끼를 깔아 남과 북의 양 정상을 맞이하려는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백두산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의 테두리도 대리석으로 새로 단장했고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케이블카)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장군봉 정상까지 SUV 차량으로 올라간 수행원들도 있었고, 두 정상과 함께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삭도를 타고 생전 처음 천지 물을 손에 적시는 행운을 누렸다. 백두산과 천지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로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1920년대에 육당 최남선이 쓴 ‘백두산근참기’를 나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꽃은 졌지만 잎은 푸르게 남아 있는 만병초 잎사귀 하나를 따서 수첩에 끼워 넣는 일이었다. 두메양귀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구절초로 짐작되는 식물의 씨앗을 봉투에 넣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이었다. 백두산과 천지 주변을 마음껏 걸으며 둘러보고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잎사귀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것으로 나의 ‘백두산근참기’는 완결편을 갖게 되었다. 평양도 백두산도 이제 먼 길이 아니다.
  • 1만2000여가구 미니신도시 중심 ‘광주 계림3차 두산위브’ 분양

    1만2000여가구 미니신도시 중심 ‘광주 계림3차 두산위브’ 분양

    지방 분양시장에서는 광역교통망을 잘 갖추고 교육·생활 인프라가 조성된 알짜 입지에서 공급되는 단지가 주목받는다. 이들 지역 청약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광주의 경우 하반기 분양한 4개 단지를 비롯해 8월까지 총 6개 단지가 분양을 마쳤다. 북구 각화동 ‘센트럴파크 서희스타힐스’(3.96대1), 남구 백운동 ‘광주 백운 코아루 아팰리스힐’(평균 10.63대1), 남구 주월동 ‘주월 양우내안애’(97.08대1), 서구 마륵동 ‘상무 양우내안애’(105.83대1) 등은 모두 높은 청약 경쟁률로 분양을 마쳤다. 특히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로운 주거타운으로 탈바꿈하는 재개발구역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재개발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입지가 좋고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어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조합원이 아니면 당첨되더라도 로열층을 받기가 어렵다. 따라서 일반분양 비중이 높은 재개발 단지가 로열층 당첨 가능성이 높아 이를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올 하반기에 가장 주목받는 아파트가 있다. 두산건설이 10월 분양예정인 광주시 계림동 ‘광주 계림3차 두산위브’이다. 광주 계림동 재개발사업(7구역)으로 개발되는 이 아파트는 최고 지상 24층 10개동 총 908가구 규모다. 이 중 59~84㎡ 562가구가 일반 분양 몫이다. 로열층 당첨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광주시 동구 계림동은 재개발사업을 비롯해 대규모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어서 사업이 마무리되면 1만2,000여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변신하게 된다. 웬만한 택지지구보다 규모가 크다. 더구나 구도심지역으로 생활 인프라가 이미 풍부하게 갖춰져 있다. 특히 광주 계림3차는 2007년 2월 입주한 계림 두산위브, 2015년 12월 분양한 광주 계림2차 두산위브에 이은 세 번째 아파트로 총 2200여 가구 두산위브 브랜드 타운을 형성할 예정이다. 광주 계림3차 두산위브는 구도심과의 경계에 있는 타 단지에 비해 택지지구 규모의 쾌적하고 편리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여기에 먼저 공급되었던 산수1구역 대광건설과 계림8구역 중흥·호반, 입주를 마친 계림 5-2 두산위브에는 이미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어있어 명품 아파트로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광주의 9월 3.3㎡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706만원으로 4월보다 36만원 상승했으며, ‘광주의 중심’이라 불리는 동구 계림동은 3.3㎡당 808만원대를 기록, 광주 평균치를 휠씬 웃돌았다. 이 단지는 광주 전역으로 이동이 쉬운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광주 지하철 1호선인 금남로4가역을 이용 가능하며, 2호선 개통시 수혜가 예상된다. 필문대로가 가깝고 동광주 IC를 이용해 호남고속도로 이용이 수월하다. 또한 각화 IC를 이용해 제2순환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호남고속도로와 제2순환도로가 만나는 문흥JC에 인접해 있다. . 풍부한 인프라는 단지의 최대 강점이다. 인근 1㎞ 이내에 롯데백화점, NC백화점과 홈플러스·이마트 등이 위치하고 있으며 광주 최대 도심 상권인 충장로도 인접해 있다. 대인시장, 전자상가도 가깝다. 단지 바로 옆에는 푸른길 공원 산책로도 조성돼 있으며 콘텐츠 창작, 공연, 전시 유통이 모두 이뤄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인접해 있다. 전남대학병원, 조선대학병원 등 광주 최대 규모의 의료시설도 인접해 있다. 교육 인프라도 수요자들의 눈길을 잡는다. 반경 1km 이내 계림초, 광주교대 부설초, 충장중, 전남여고, 광주고 등이 단지 인근에 밀집돼 있으며 시립 산수도서관도 가깝다. 또한 광주교대, 조선대, 전남대, 동강대 등도 주변에 위치한다. 단지는 모든 세대가 84㎡ 이하로만 구성된 인기 높은 중소형 단지이다. 남향 위주로 배치돼 일조권과 조망권을 극대화시켰으며 내부에 어린이 놀이터와 주민운동시설·휴게소가 각각 조성될 계획이다. 여기에 다용도실과 펜트리 등 수납기능을 강화한 혁신설계 평면을 적용할 예정이다.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는 쾌적한 조경과 설계로 수요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지상 주차공간을 최소화한 공원화 아파트, 단지 내 잔디마당과 산책로를 따라 조성한 운동시설, 입주민 전용 배드민턴장과 체력단련장 등 운동, 놀이, 휴식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테마 공간이 마련된다. 견본주택은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부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는 1일 오후 3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9.13 부동산 대책이후 시장전망과 광주 계림3차 두산위브’를 소개하는 사업설명회가 열린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족 이야기/황영성 · 가족/고이케 마사요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족 이야기/황영성 · 가족/고이케 마사요

    가족 이야기/황영성캔버스에 아크릴, 97x162㎝ 조선대 명예교수. 국전 문공부 장관상·이인성 미술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가족/고이케 마사요 여자가 부엌에서 혼자 조용히 콩깍지를 까고 있다 블랙아이드피라는 이름의 콩이다 프라이팬에 볶아 먹는다 이름 그대로 검은 눈 같은 작은 콩이다 딸이 그 옆을 지나간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딸도 콩깍지를 깐다 심심한 손녀가 부엌에 들어온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손녀도 콩깍지를 깐다 남편이 출장지에서 지쳐 돌아온다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남편도 콩깍지를 간다 아들이 애인을 데리고 돌아온다 네 사람의 모습을 보고 그들도 콩깍지를 깐다 정신이 들자 조용히 콩깍지를 까고 있는 여섯 명의 가족 테이블 위에는 조용한 콩깍지의 산 “우리가 왜 콩깍지를 까는 거지?” 그리고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가장 조용한 의문 하나가 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살짝 테이블 앞에 앉는다 어릴 적 마을의 이발소에는 엄마 젖을 빠는 새끼 돼지들을 그린 그림이 있었다. 판화가 이철수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네 그림이 이발소 돼지 그림만큼 쉬웠으면 좋겠구나라고 말했다 한다. 아들은 평생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작업을 했다. 좋은 시는 아주 쉬운 언어로 쓰여야 한다. 이발소 그림처럼 누구든지 한눈에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쉬운데 읽을수록 깊이가 느껴진다면 그 시는 진짜 시라 할 수 있다. 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동주의 ‘별 헤는 밤’ 같은 시가 모범이라 할 것이다. 6명의 가족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콩깍지를 깐다. 오랜 세월 인간이 꿈꾼 평화와 사랑이 이곳에 있다. 곽재구 시인
  • 1만2000여가구 미니신도시 중심 ‘광주 계림3차 두산위브’ 분양

    1만2000여가구 미니신도시 중심 ‘광주 계림3차 두산위브’ 분양

    지방 분양시장 열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 특히 광역교통망을 잘 갖추고 교육·생활 인프라가 조성된 알짜 입지에서 공급되는 단지가 주목받는다. 이들 지역 청약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광주의 경우 하반기 분양한 4개 단지를 비롯해 8월까지 총 6개 단지가 분양을 마쳤다. 북구 각화동 ‘센트럴파크 서희스타힐스’(3.96대1), 남구 백운동 ‘광주 백운 코아루 아팰리스힐’(평균 10.63대1), 남구 주월동 ‘주월 양우내안애’(97.08대1), 서구 마륵동 ‘상무 양우내안애’(105.83대1) 등은 모두 높은 청약 경쟁률로 분양을 마쳤다. 특히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로운 주거타운으로 탈바꿈하는 재개발구역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재개발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입지가 좋고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어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조합원이 아니면 당첨되더라도 로열층을 받기가 어렵다. 따라서 일반분양 비중이 높은 재개발 단지가 로열층 당첨 가능성이 높아 이를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올 하반기에 가장 주목받는 아파트가 있다. 두산건설이 10월 분양예정인 광주시 계림동 ‘광주 계림3차 두산위브’이다. 광주 계림동 재개발사업(7구역)으로 개발되는 이 아파트는 최고 지상 24층 10개동 총 908가구 규모다. 이 중 59~84㎡ 562가구가 일반 분양 몫이다. 로열층 당첨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광주시 동구 계림동은 재개발사업을 비롯해 대규모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어서 사업이 마무리되면 1만2,000여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변신하게 된다. 웬만한 택지지구보다 규모가 크다. 더구나 구도심지역으로 생활 인프라가 이미 풍부하게 갖춰져 있다. 특히 광주 계림3차는 2007년 2월 입주한 계림 두산위브, 2015년 12월 분양한 광주 계림2차 두산위브에 이은 세 번째 아파트로 총 2200여 가구 두산위브 브랜드 타운을 형성할 예정이다. 광주 계림3차 두산위브는 구도심과의 경계에 있는 타 단지에 비해 택지지구 규모의 쾌적하고 편리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여기에 먼저 공급되었던 산수1구역 대광건설과 계림8구역 중흥·호반, 입주를 마친 계림 5-2 두산위브에는 이미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어있어 명품 아파트로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광주의 9월 3.3㎡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706만원으로 4월보다 36만원 상승했으며, ‘광주의 중심’이라 불리는 동구 계림동은 3.3㎡당 808만원대를 기록, 광주 평균치를 휠씬 웃돌았다. 이 단지는 광주 전역으로 이동이 쉬운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광주 지하철 1호선인 금남로4가역을 이용 가능하며, 2호선 개통시 수혜가 예상된다. 필문대로가 가깝고 동광주 IC를 이용해 호남고속도로 이용이 수월하다. 또한 각화 IC를 이용해 제2순환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호남고속도로와 제2순환도로가 만나는 문흥JC에 인접해 있다. . 풍부한 인프라는 단지의 최대 강점이다. 인근 1㎞ 이내에 롯데백화점, NC백화점과 홈플러스·이마트 등이 위치하고 있으며 광주 최대 도심 상권인 충장로도 인접해 있다. 대인시장, 전자상가도 가깝다. 단지 바로 옆에는 푸른길 공원 산책로도 조성돼 있으며 콘텐츠 창작, 공연, 전시 유통이 모두 이뤄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인접해 있다. 전남대학병원, 조선대학병원 등 광주 최대 규모의 의료시설도 인접해 있다. 교육 인프라도 수요자들의 눈길을 잡는다. 반경 1km 이내 계림초, 광주교대 부설초, 충장중, 전남여고, 광주고 등이 단지 인근에 밀집돼 있으며 시립 산수도서관도 가깝다. 또한 광주교대, 조선대, 전남대, 동강대 등도 주변에 위치한다. 단지는 모든 세대가 84㎡ 이하로만 구성된 인기 높은 중소형 단지이다. 남향 위주로 배치돼 일조권과 조망권을 극대화시켰으며 내부에 어린이 놀이터와 주민운동시설·휴게소가 각각 조성될 계획이다. 여기에 다용도실과 펜트리 등 수납기능을 강화한 혁신설계 평면을 적용할 예정이다.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는 쾌적한 조경과 설계로 수요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지상 주차공간을 최소화한 공원화 아파트, 단지 내 잔디마당과 산책로를 따라 조성한 운동시설, 입주민 전용 배드민턴장과 체력단련장 등 운동, 놀이, 휴식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테마 공간이 마련된다. 견본주택은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621-3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광주도시철도2호선 공론화위 출범,본격 활동 시작

    광주 도시철도2호선 공론화위원회가 오는 17일 출범했다. 지난 16년간 갈등과 논란을 빚어온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이 최종 결정될 지 주목된다. 광주시는 이날 “시민단체와 중립적 인사 등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는 ?최영태 시민권익위원회 위원장(공론화위원장) ?박강회 변호사(법률) ?홍기학 동신대 교수(조사통계) ?김기태 호남대 교수·김은희 전남대 교수(소통) ?김미경 조선대 교수·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갈등관리) 등 7명으로 구성됐다.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 준비를 위한 설계작업, 시민에 대한 홍보, 공론화 추진을 위한 업체 선정, 여론조사, 배심원단 추출 등을 맡는다. 배심원단은 지역과 연령, 지하철 찬·반 의사 등을 고려해 300여명을 선정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홍보물 배부 등 각종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이어 11월 초 1박 2일 합숙을 통해 종합적인 정보 전달과 토론 등을 거쳐 투표로 지하철 건설 여부와 방식 등을 결정하게 된다. 최영태 위원장은 “공론화 설계와 홍보 등에 1개월, 여론조사부터 최종 숙의조사까지 1개월 등 2개월 동안 도시철도 건설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고 11월 10일쯤 이를 광주시장에게 권고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광주시와 공론화를 준비했던 광주시민단체협의회(대표 정영일)도 “원칙적으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반대하지만 더 이상의 갈등이 확대되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를 통해 지혜와 지성으로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광주시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시 가 추진 중인 ‘저심도 지하철’에 반대해온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파행적인 공론화위 구성에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시민모임은 앞서 ?7+4(중립인사+이해당사자) 공론화위 구성합의안 파기에 대한 시의 공식 사과 ?신고리 원전 5·6호기와 같은 방식의 숙의형 조사인 지 명확히 할 것 ?공론화 의제가 도시철도인 지,도시철도 찬반인 지 명확히 할 것 등 3개 방안을 공론화위 참여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단독]중국 베이징 한복판서 북한 건국 기념행사 열려

    [단독]중국 베이징 한복판서 북한 건국 기념행사 열려

    7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 한복판에서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베이징 798예술지구에서는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경축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성립 70주년 문화관람전’ 개막식이 조선만수대창작사미술관에서 개최됐다. 전날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연회는 초대된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비공개 행사였다면 이날 열린 문화관람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공개행사였다. 북한에서는 만수대창작사 유화창작단 미술가 등 5명이 문화전 행사를 위해 중국으로 왔으며 약 200여명이 문화전 개막식에 참여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김일성과 김정일 배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번 문화전에는 북한의 1급 미술가들이 모인 미술분야 집단 창작 단체인 만수대창작사의 유화와 조선화 및 조각작품, 국가 지도자들의 사진과 북한의 우표, 북한의 대외선전 인쇄물 등이 전시됐다. 798예술구는 1961년 798연합공장으로 불릴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이 직접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옛 공장지대가 미술관, 화랑, 카페 등이 밀집한 곳으로 변모한 798예술구는 서울의 인사동과 비슷한 유명 관광지로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많이 찾는 베이징의 대표 명소다. 이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북한이 문화 행사를 연 것은 북한의 건국 기념일인 9·9절을 앞두고 양국의 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중국 측 인사로 기념사를 한 798예술구 당 서기 등은 “조(북)·중 우의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만수대창작사 및 주중 북한대사관과 함께 문화관람전을 주최한 조선대외전람총국은 김일성의 사진 앞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란 리본을 단 화환을 전시했다.개막식에는 일본언론뿐 아니라 시나닷컴 등 중국 언론사들도 대거 참석해 취재 경쟁을 벌였다. 기자들과의 공개 인터뷰에 응한 김훈(50) 만수대창작사 미술가는 “9·9절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지 않아 아쉽지만 답방을 약속한 만큼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798예술구에서 많이 전시되는 현대미술과 달리 북한의 사회주의 미술은 머리 아픈 것이 없다”며 “특히 대규모 회화 작품에 북한 미술의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주)지엔티파마, 뇌졸중 치료제 국내외 임상 2상 300명 돌파

    (주)지엔티파마, 뇌졸중 치료제 국내외 임상 2상 300명 돌파

    국내 신약개발 업체인 (주)지엔티파마가 개발한 뇌졸중 치료제에 대한 국내외 임상 2상이 환자 300명을 돌파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또 함께 개발한 뇌세포 보호 치매 치료제도 반려견 치매 예비 임상시험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남인순 국회의원(보건복지위)이 주최하고 (가칭)한국뇌질환연구협회와 (주)지엔티파마가 주관한 ‘제2회 뇌과학 발전 포럼’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 (주)지엔티파마의 곽병주 박사는 ‘노령화 시대 4차 산업혁명의 과제(치매와 뇌졸중)’란 주제발표를 통해 “과학기술부와 경기도의 예산을 지원받아 개발한 뇌졸중 치료제 ‘Neu 2000’은 급성 뇌졸중후 발생하는 뇌세포 손상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위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다중표적약물로, 글루타메이트 신경독성과 활성산소 독성을 동시에 억제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곽 박사는 “그동안 제약사에서 뇌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과도하게 방출되는 것을 억제하는데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세계 빅파마들이 뇌졸중 치료제 개발에 나서 임상만 250여차례 진행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Neu 2000’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중국에서는 204명(목표 236명), 국내에서는 108명(목표 210명)의 뇌졸중 환자에 대한 임상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뇌졸중 임상 2상에 300명이 넘는 환자가 참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은 올해 안에. 국내는 내년 상반기중 임상 2상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뇌졸중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500만여명이 발생해 600만여명이 사망하고 500만명이 영구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박사는 “뇌졸중과 치매 알츠하이머 등 뇌신경질환의 진단및 예방, 치료 기술 개발을 실용화 하기위해서는 뇌신경과학, 정보전자통신, 뇌관련 의료기관이 한곳에 결집해 협력할수 있는 클러스터 조성과 정부의 지원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 첫 세션의 좌장을 맡은 연세대학교 생명 시스템대학 오영준 교수도 “의료관련 클러스터 조성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데 이를 한쪽이 책임지기에는 부담스러울수도 있다. 정부와 민간이 서로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번째 세션에서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김연희 교수는 ’치매의 인지재활’ 주제 발표에서 “치매 발병전 또는 발병 초기에 뇌가소성을 증진할수 있는 인지재활 치료와 약물, 운동 등 복합 치료를 진행하면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고 밝혔다. 지엔티마파의 이진환 수석연구원은 ‘알츠하이머병 신약 로페살라진의 중개연구에서 만난 반려견 치매’ 발표를 통해 “인지기능장애증후군(치매)을 앓고 있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뇌세포 보호 치매치료제 ‘로페살라진’을 8주간 투여한후 주인을 몰라봤던 반려견이 주인에게 꼬리치며 안기는 등 인지 기능이 확연히 개선됐다”면서 “약물을 끊은후 4주 이상이 지나도 그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미뤄, 증상 완화제가 아니라 근원적인 치료제임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포럼에서는 이밖에 보건복지부 김주영 보건산업진흥과장(첨단의료복합단지 의료클러스터 육성방안), 서울대학교 김상윤 교수(치매,알츠하이머병, 그리고 AD control), 조선대학교 이건호교수(치매국책연구단장),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김영수 교수 등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한편 포럼에 앞서 남인순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뇌질환 가운데 특히 치매 연구개발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 가이드라인을 연구하고 약물관리 등의 예방방법을 포함한 임상연구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北 집필정지 명령·교도소 수감설… 최근엔 월북보다 납북설 유력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北 집필정지 명령·교도소 수감설… 최근엔 월북보다 납북설 유력

    여운형 계열 좌우 합작 노선에 가까워 자본주의적 퇴폐풍조 모더니즘 작품 함께 월남한 가족들 두고 홀로 北으로김기림은 해방 공간에 북한으로 간 것으로 돼 있다. ‘간 것으로 돼 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1908년 함경북도 성진에서 태어난 그가 해방 이후 스스로 북행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인민군에 의해 납치돼 북으로 끌려갔다는 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납북설이 유력하다. 그는 해방 직후 ‘조선문학가동맹’ 가입 건으로 좌익으로 분류되면서 초·중·고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해금된 1988년 이전까지는 자진 월북한 문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김기림 연구자인 서울대 국문과 김유중 교수는 “최근 여러 증언과 자료들을 종합해 볼 때 월북이 아닌 납북이라는 게 다수 의견”이라는 학계 분위기를 전한다. 좌익단체에 몸담은 것은 사실이나 순수 좌익이라기보다는 여운형 계열의 좌우 합작 노선에 가까웠던 점, 가족과 더불어 월남했고 북으로 갈 때도 가족과 동행하지 않은 점, 이미 북한에서 지주 계급이라는 이유 등으로 옥고를 치렀다는 점, 북에서의 행적을 확인할 길이 없고 다른 월북 문인들과는 달리 조금이라도 대우받은 흔적조차 없는 점, 결정적으로 임화나 김남천 등 좌익 문인들이 남로당 불법화 이후 북행길에 올랐을 때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는데도 월북하지 않았던 점 등이 그 이유라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김 교수는 신문 보도, 탈북자 정보, 김기림을 아는 지인의 얘기 등을 종합할 때 그의 북한 행적에 관한 두 가지 설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가 1958년 한국일보에 보도된 내용으로 간첩죄로 체포된 북한군 정치부사단장 출신의 증언이다. 증언에 따르면 김기림, 정지용은 북한에 가자마자 당국으로부터 집필활동 정지 명령을 받았다. 김 교수는 이 내용이 현재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신빙성 있다고 본다”고 했다. 북한 출신으로 해방 후 월남했으며, 자본주의적 퇴폐풍조로 분류되는 모더니즘 계열의 시 창작활동을 한 그를 북한 당국이 좋게 봤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가 김기림이 북한에 가자마자 교도소 수감 생활을 했는데 친척, 지인, 제자들이 탄원서를 내 풀려났다는 설이다. 그렇지만 한 차례 숙청을 당한 몸이라 좋은 보직을 얻지 못하고 평양에 있는 극장의 말단 직원으로 허드렛일을 했다고 한다. 이때 남편과 별거 중인 극장 아나운서와 눈이 맞아 연애를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자숙해도 못마땅할 놈이 부화뇌동해서 연애질이나 한다”고 당국의 눈총을 받고 재수감되었다는 그럴 듯한 스토리까지 붙어 있다. 김기림은 7살 때인 1915년 임명 보통학교에 입학, 서울로 와서 보성고등보통학교에 들어갔다가 중퇴한 뒤 1930년 일본의 니혼대학 문학예술과를 졸업했다. 귀국 후 조선일보 사회부에서 기자 활동을 하였으며, 이 시기에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시와 시론들을 집중 발표했다. 문인과 기자로서 한창 명성을 얻던 1936년, 신문사를 휴직한 그는 28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홀연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도호쿠제국대학 영문과에 들어갔다. 깊이 있는 학문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그를 그렇게 이끌었을 것이다. 졸업 이후 조선일보에 복직한 그는 학예부로 소속을 옮겨 보다 왕성한 활동을 한다. 그러나 태평양전쟁 개시를 전후하여 신문사가 폐간되고, 총독부의 감시와 억압이 심해지자 그는 고향인 성진으로 가 한동안 인근의 경성(鏡城)고보에서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한편 ‘무곡원’(武谷園)이라는 과수원을 운영하며 간간이 지면을 통해 작품을 발표한다. 해방과 더불어 문단에 복귀한 그는 모더니즘의 실질적인 청산을 선언하며 근대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주장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감행한다. 서울대, 중앙대, 연세대, 조선대 등에서 강의했다. 1930년 ‘가거라 새로운 생활로’를 신문에 발표하면서 시단에 진출하였고, 시집 ‘기상도’(1936), ‘태양의 풍속’(1939), ‘바다와 나비’(1946), ‘새노래’(1948)와 수필집 ‘바다와 육체’(1948), 시론집 ‘시론’(1947)과 ‘시의 이해’(1949) 등을 냈다. 상당 기간에 한국에서는 ‘월북’이라는 딱지가 붙어서 그의 시집의 소지조차 금기시됐으나 1988년 해금 조치되면서 출간이 잇따르고 연구도 활발하게 됐다.
  • ‘대학 살생부’ 확정…조선대 등 116곳 1만명 정원 감축

    덕성여대와 조선대 등 116개 대학의 구조조정이 최종 확정됐다. 최대 1만명가량 정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최근 발표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놓고 이의신청을 받았으나 심의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어 진단 결과를 최종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대 19곳, 전문대 10곳이 이의신청을 했지만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대학 187곳과 전문대학 136곳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기본역량 진단은 각 대학의 교육 역량을 평가해 정원감축 유도 대상을 추리는 사업이다. 정원감축 권고 없이 사용처 제한이 크지 않은 일반재정지원을 받는 ‘자율개선대학’은 207개 대학(일반대 120개·전문대 87개)으로 확정됐다. 정원감축(일반대 10%·전문대 7%) 권고만 받는 ‘역량강화대학’에는 덕성여대와 조선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수원대, 명지전문대 등 66개 대학이 포함됐다. 정원감축(일반대 15%·전문대 10%)에다 일부 재정지원 제한을 받는 재정지원제한대학Ⅰ유형은 상지대 등 9개 대학이 확정됐다. 현재 소송 중인 상지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의 신·편입생은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지 못하며 학자금 대출도 50%만 받을 수 있다. 정원감축(일반대 35%·전문대 30%) 권고를 받고 재정지원이 전면 제한되며 신·편입생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을 전혀 받지 못하는 Ⅱ유형에는 신경대 등 11개 대학이 포함됐다. 종교·예체능계열 등의 이유로 진단 대상에서 빠진 30개 대학도 정원감축(일반대 10%·전문대 7%) 권고를 받고 재정지원이 제한된다. 한편 이번 진단 결과에 따른 정원감축 권고와 재정지원 제한은 원칙적으로 내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적용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규제, 규제, 규제… 신제품 만들고 테스트도 못한 140여건

    규제, 규제, 규제… 신제품 만들고 테스트도 못한 140여건

    규제개혁은 중앙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가뜩이나 수도권보다 열악한 지방에서는 거쳐야 할 단계와 보고가 중앙정부보다 더 많다. 하루라도 빨리 불합리한 규제를 깨뜨려 지역마다 차별화된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제 현장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개선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앞선 정부들이 ‘규제 전봇대’와 ‘규제 단두대’ 등으로 대대적인 규제개혁에 나섰지만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이제라도 안전, 환경과 직결되지 않은 규제는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과감히 풀어 지방의 먹을거리를 지역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충북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김모(28)씨는 너무도 자질구레한 것까지 통제하는 중앙정부 규제에 불만이 적지 않다. 요즘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기업가를 위한 사무 공간으로 ‘공유 오피스’가 뜨고 있다. 공유 오피스는 별도 자본금이 없어도 노트북만 있으면 카페처럼 찾아와 일할 수 있는 사무 공간이다.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구글과 아마존 등 세계적 기업들도 사업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김씨는 “우리 지역에도 공유 오피스를 설치해 달라”고 지자체에 민원을 냈다. 해당 지자체도 김씨를 비롯한 다수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려고 검토했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애초 사람이 많이 찾고 접근성이 좋은 도시공원 안에 오피스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현행 ‘도시공원법’이 가로막았다. 공원 이용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어 건설이 불가능했다.주민을 위한 공간을 지으려는데 주민에게 불편을 끼쳐선 안 된다는 논리가 김씨에겐 이해 불가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조차 “시민의 통행이나 휴식에 방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시민 삶에 도움을 준다. 이런 건물은 공원에도 지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부산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1)씨도 각종 전기차 규제가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전기자동차에 관심이 커졌다. 미래 가능성을 보고 이씨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생각지 못한 규제로 난감해하고 있다. 전기차 부품을 개발하려면 다 쓴 배터리 케이스나 모듈이 반드시 필요한데, B씨가 이런 소재를 구할 길이 없다. ‘대기환경보전법’에 전기차를 마음대로 분해할 수 없도록 정해 놔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고압이 흐르는 제품이어서 (임의로 분해하거나 방치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전문가들은 부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전기차 부품에 대한 사후활용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일 정부가 제공하는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중앙부처 소관 규제법령은 법률 기준으로 800~900건 정도다. 법에 따라 소관부처가 겹치기도 하지만 법률 아래 시행령까지 포함하면 개수는 더 늘어난다. 국무조정실 측은 “중앙부처 규제의 정확한 양적 현황을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지역별로 조례·규칙으로 정한 규제는 3만 7128개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와 합동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 기업이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도 규제 때문에 테스트나 상용화를 하지 못하는 건수는 140여건이나 됐다. 법으로 정하는 규제는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필요하다고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과거엔 예상하지 못했던 신산업이 속속 등장하면서 맞지 않는 규제들도 많아지고 있다. 기존 법의 테두리가 아니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규제 프리존’과는 별도로 행안부가 ‘찾아가는 지방규제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업의 어려움이 ‘원샷 원킬’로 해결되진 않는다. 대다수 규제가 행안부가 아닌 다른 부처 소관이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알아도 이를 다른 부처 공무원에게 일일이 공감대를 얻고 설득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시행령 수준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법 개정까지 필요한 사안이면 국회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하세월이다. 마구잡이로 규제를 풀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당장 어려움을 겪는 기업 입장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으로 규제 개선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례도 잦다.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C씨는 건축물 용도변경 관련 인허가 업무를 도와주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고 토로했다.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용도는 정해져 있는데 기존의 틀로 정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가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공무원이 혼자 고민하다 보니 인허가가 늦어진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어 결정을 미루고 소관 부서를 넘기는 이른바 ‘핑퐁 게임’이 시작되기도 한다. 규제를 개선하는 쪽으로 법률이 바뀌었어도 이전에 만들어진 조례·규칙이 바뀌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도 많다. 공무원의 소극적인 행정으로 인한 ‘규제 아닌 규제’를 일컬어 ‘행태 규제’라는 말이 붙었다. ‘사전 컨설팅 감사’과 ‘적극행정 면책제도’라는 대책이 있지만 과거부터 쌓인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이 하루아침에 개선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대표는 “공무원 개인이 나쁘다기보단 법에서 정한 권한·성과평가 방식이 엮인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관행적인 사고에 얽매였는데 이를 없애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의 대표적인 지방 규제혁신 사례로 스웨덴이 자주 거론된다. 스웨덴은 1984년 ‘자유자치단체 제도’를 도입했다.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계획을 중앙정부에 내면 자유자치단체로 지정된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권한을 지자체에 과감하게 이양한다. 과거 주력 산업이었던 조선업의 쇠퇴로 함께 몰락의 길을 걸었던 스웨덴의 제2도시 예테보리는 자유자치단체 제도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었다. 이 때문에 고용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스웨덴처럼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환경과 안전 등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규제를 적극적으로 없애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자체가 수행하는 사업의 애로사항을 없애는 걸 넘어서 지역주민이나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발굴하고 없애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안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현장을 다니며 지역기업의 어려움을 듣고 해소하고 있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절차가 아예 제도화돼 빠른 속도로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규제학회장인 이민창 조선대 행정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시스템에선 규제로 인한 지역 기업의 어려움이 행안부로 접수되면 처리 과정에서 다시 지자체 공무원에게 내려오고 이로 인해 난처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규제개혁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해 신고한 민원인을 보호하거나 사례를 중립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획일적인 규제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지역에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며 “상황에 맞는 개선책을 찾아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국지성 폭우 전국 강타…경남 창녕 360㎜·함안 300㎜

    국지성 폭우 전국 강타…경남 창녕 360㎜·함안 300㎜

    28일 쏟아진 폭우로 한때 낙동강 하류가 범람했다. 경찰은 북구 덕천배수장 앞 도로 50m, 강변대로 화명생태공원 진입로 60m, 삼락생태공원 입구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낙동강 하굿둑을 활짝 열고 만약의 사태에 대응했다. 이날 낙동강 상류인 경남 창녕에 360㎜, 함안 300㎜, 거창 276㎜, 울산엔 170㎜가 내렸다. 또 전남 담양 봉산면에는 시간당 73㎜나 되는 비를 뿌렸고, 광주 조선대 일대엔 시간당 65㎜가 내리면서 광주 도심에 피해를 집중시켰다. 광주시에 따르면 도로 침수 132건, 상가 침수 91건, 주택 침수 46건, 차량 침수 34건, 토사 유실 10건 등 326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낙과 128㏊, 농경지 침수 248㏊, 벼 쓰러짐 49㏊ 등 농작물 피해도 적잖다. 광주시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5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이날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 강원 지역에도 영서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0∼30㎜의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이날 오후 6시 30분까지 원주 부론 141.5㎜, 영월 상동 136.5㎜, 원주 문막 103.5㎜, 영월 112.8㎜, 태백 47.9㎜ 춘천 18.7㎜를 기록했다. 오후 3시쯤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에서는 벌초하러 온 김모(57)씨 부부가 계곡에 고립됐다가 소방대원에 무사히 구조됐다. 충북 북부권엔 시간당 최대 30㎜를 웃도는 강한 비가 내리면서 주택 침수와 하천 범람 등 피해를 낳았다.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단양 영춘면 215㎜, 제천 백운 189㎜, 단양 172㎜, 충주 130.7㎜, 제천 124㎜, 음성 90㎜, 보은 66.5㎜, 증평 59㎜다. 서울에서도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서울시는 이날 저녁 8시 30분 중랑교 일대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시 재해대책본부는 “서울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돼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폭우는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해 간 뒤 북쪽에서 찬 고기압이 내려와 남해안과 일본 남쪽에 걸쳐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을 만나면서 비구름을 만들어 생긴 것으로 기온과 습도 등 성질이 전혀 다른 두 고기압이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힘겨루기를 하며 오르락내리락하는 형세”라고 말했다. 이번 비는 내륙 지방의 경우 31일까지, 제주도엔 다음달 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광주 침수 피해 속출…빗물 들이닥친 식당

    광주 침수 피해 속출…빗물 들이닥친 식당

    27일 광주와 전남에 시간당 최고 62㎜의 많은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2시 현재 담양·무안·신안(흑산면 제외)·함평에 호우경보가 발효 중이고, 구례·영광·장성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광주·전남에 30~8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오전 10시쯤 광주 남구 주월동 백운고가도로 하부도로가 침수됐다가 배수작업을 마쳤고 인근 주택가 골목길에서도 빗물이 역류하면서 차량 수십대와 상가,주택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오후 2시까지 일 강수량은 담양 봉산 140.5㎜를 최고로 함평 월야 140.0㎜, 나주 120.5㎜, 담양 116.0㎜, 광주 조선대 99.5㎜, 광주 풍암 98.0㎜, 신안 지도 92.0㎜, 무안 해제 90.5㎜, 광주 78.2㎜, 장성 67.0㎜ 등을 기록하고 있다. 신안 지도에서는 이날 오전 11시38분부터 1시간 동안 70.5㎜ 폭우가 쏟아졌고, 광주 조선대와 풍암동에서도 오전 9시23분부터 1시간 동안 각각 65.0㎜와 60.0㎜ 폭우가 관측됐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사설] 대학 구조조정 추진하되 지역사회·교육은 활성화해야

    조선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등 86개 대학이 학생 정원을 줄여야 하는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86곳 가운데 4년제 일반대학 10곳, 전문대학 10곳 등 20개 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는 물론 내년 신입생부터 국가장학금 지원이나 학자금대출 등 재정 지원이 일부 또는 전면 제한된다.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학생들은 다음달 10일 시작하는 수시모집 지원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제 교육부가 밝힌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다. 정부 재정 지원 제한, 정원 감축 등 진단 결과에 따른 조치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이행해야 한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내년도 대학 입학 정원은 55만명이지만, 고교 졸업자는 50만명이다. 게다가 최고 80% 선이던 대학진학률은 60% 선으로 떨어졌다. 국내에서 학생 충원을 못 해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이름뿐인 대학도 적지 않다.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악인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이름뿐인 대학 운영을 방치할 일은 아니다. 정부는 정원 감축 이행 실적과 계획을 철저히 챙기기 바란다. 특히 캠퍼스가 비수도권에도 있는 경우 지방 캠퍼스 정원만 줄일 수 있는 만큼 캠퍼스별 정원 비중에 따른 감축을 하는지 챙길 일이다. 아울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붕괴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이번 재정 지원 제한 대학 20곳 중 비수도권이 일반대 9곳과 전문대 7곳 등 16곳이다. 지방대 위기는 해당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 실직, 학교 주변 공동화 등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다. 해산 법인 청산지원 등 부실 대학 관리라는 단기적 대책은 물론 지역특성화 대학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놓고 해당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능력 중심의 사회를 만드는 데 진력해야 대학 구조조정의 취지가 성과를 볼 것이다.
  • ‘낙제점’ 지방대 뿔났다…“수도권과 일률적용 불공정”

    재정지원 뚝 끊겨…대부분 이의신청 계획 “폐교 불안” 재학생·지역민 달래기 안간힘 조선대 총장·보직 교수 “책임 통감”사퇴 교육부가 사실상 대학 구조조정 명단인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결과를 23일 발표하자 각 지역 대학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6월 발표된 진단평가 1단계 잠정결과에 대해 반발했던 학교들은 2단계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게 나오자 공식적인 대응 준비에 나섰다. 이의신청 기한인 오는 28일까지 적지 않은 대학이 이의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대학들은 수년째 계속되는 학생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이 지방대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에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부정·비리 제재가 적용되면서 정원감축이 권고되는 역량강화대학에 포함된 수원대는 이날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수원대 관계자는 “부정·비리에 대한 교육부 처분에 행정법원에 효력정지 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이번 평가는 부당하다”면서 이의신청을 예고했다. 이번 진단평가 결과 재정지원제한대학Ⅱ 유형에 포함된 한 대학 관계자도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라면서 “교수가 포함된 학교 운영진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재정지원제한대학Ⅱ에 포함된 대학은 정원 감축과 함께 재정지원이 전면 제한되고 신·편입생들도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사실상 국가로부터 모든 재정지원이 끊겨 학생수가 급격히 줄 수밖에 없다. 이번 평가 결과 정원감축이 권고된 구조조정 대상 대학 116곳 중 지방대가 73곳으로 62.9%에 달한다. 재정지원은 받을 수 있지만 정원 감축을 해야 하는 ‘역량강화대학’에 포함된 대학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이번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한 조선대는 학생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원이 감축되고 정부 지원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학자금 대출 등은 그대로 받을 수 있으니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입장자료를 냈다. 이원복 덕성여대·정연주 건양대 총장은 지난 6월 1단계 잠정결과 이후 이미 사퇴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덕성여대와 건양대 모두 잠정결과에 이어 이번 2단계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대학의 장점과 약점을 다시 한 번 파악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덕성여대·조선대 등 116곳 최대 35% 정원감축

    덕성여대·조선대 등 116곳 최대 35% 정원감축

    20개大는 3년간 정부 재정지원 못 받아 두원공대 등 11곳 학자금 대출도 제한 새달 신입생 모집 앞두고 혼란 불가피서울의 덕성여대와 광주의 조선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등 116개 대학이 교육부로부터 정원을 감축해야 할 ‘부실 대학’으로 평가받았다. 이 대학들은 3년 안에 학생 정원을 총 1만명(학교별 현 정원의 7~35%)가량 줄여야 한다. 이 가운데 20개 대학은 내년부터 3년간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 참여와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도 제한된다. 당장 올해 말 진행될 신입생 모집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전국 323개교(전문대 포함)를 대상으로 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평가는 각 대학의 발전 계획·성과, 교육 여건, 수업·교육과정 운영,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전체 대학 중 64%(207개교)가 포함된 자율개선대학은 정원 감축을 권고받지 않고 내년부터 모든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한 단계 아래인 역량강화대학에는 66개 대학이 포함됐다. 덕성여대와 조선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등이다. 교육부는 이 대학들에 “2021학년도까지 정원의 10%(전문대 7%)를 감축하라”고 권고했다. 또 산학협력지원사업 등 특수목적재정지원사업에는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지만, 일반재정지원은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일부 이뤄진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재정지원제한Ⅰ·Ⅱ 유형에 포함된 대학들이다. 가야대 등 Ⅰ유형 9개 대학은 3년 내 정원의 15%(전문대 10%)를 줄여야 하고, 최하 등급인 Ⅱ 유형 대학 11곳은 정원의 35%(전문대 30%)를 감축해야 한다. Ⅰ·Ⅱ 유형 모두 재정지원사업이 전면 제한되며, 이 대학의 신·편입생들은 내년부터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일부 또는 전부 받을 수 없다. 종교·예체능 계열이라는 이유 등으로 이번 진단 대상에서 빠진 30개교는 정원의 10% 감축(전문대는 7%)을 권고받았다. 교육부로부터 결과를 통보받은 대학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정원 감축을 해야 하는 역량강화대학에 포함된 조선대에서는 강동완 총장과 주요 보직 교수들이 결과에 책임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관련기사 5면
  • 김영길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김영길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국립국악원은 민속악단 예술감독에 김영길(56) 전 민속악단 악장을 임명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신임 예술감독은 조선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학사와 용인대 예술대학원 국악과 석사를 마친 뒤 국립창극단 단원, 국립국악관현악단 수석단원을 거쳐 1999년부터 국립국악원 아쟁연주자로 연주 활동을 해 왔다. 김 예술감독은 “민속악단의 주요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게 소리극, 굿 음악과 유네스코 지정 세계 인류무형유산 중 강강술래, 제주 해녀 문화,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등을 무대예술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가 취임 후 선보이는 민속악단 첫 정기공연 ‘우리가 사랑하는 민간풍류’는 8월 31일~9월 1일 국악원 우면당에서 선보인다. 김 예술감독의 임기는 2020년 8월 20일까지 2년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펠프스·쑨양 ‘빛고을’ 물살 가른다…北 참가 땐 ‘흥행 보증’

    펠프스·쑨양 ‘빛고을’ 물살 가른다…北 참가 땐 ‘흥행 보증’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0여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광주가 처음이다. 수영선수권대회는 하계·동계올림픽, 월드컵, 육상선수권대회와 더불어 세계 5대 메가스포츠로 꼽힌다. 이번 광주 대회에는 200여개국, 1만 5000여명이 참가한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우리나라는 독일·이탈리아·일본에 이어 세계 5대 스포츠 축전을 모두 치른 네 번째 나라가 된다. 광주 대회는 내년 7월 12~28일 17일간 열린다. 이어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마스터스대회가 8월 5~18일 14일간 진행된다. 대회조직위원회는 ‘DIVE INTO PEACE’(평화의 물결 속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남북화해 무드를 타고 남북단일팀 구성과 응원단 참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이미 북한 참가를 지원키로 한 만큼 성사 가능성도 엿보인다. 흥행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새달부터 경기시설 확충·준비 한창 21일 광주시 곳곳에서 수영장 개·보수가 이뤄지고, 선수촌 아파트가 건립되는 등 대회 준비가 한창이다. 대회는 경영·다이빙·아티스틱수영·수구·하이다이빙·오픈워터수영 등 6개 종목, 76개 경기로 진행된다. 자유형, 평형 등 기록경기인 경영을 비롯해 물속 배구경기인 수구, 음악에 맞춰 안무를 연기하는 아티스틱수영, 다이빙과 장거리 수영인 오픈워터 등이다. 경영과 다이빙 경기는 주경기장인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다.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때 썼던 곳이다. 관람석은 3290석에서 1만 1000석으로 늘리고 대회운영실도 3886㎡에서 8797㎡로 확장한다. 아티스틱수영은 염주체육관, 수구는 남부대 축구장, 하이다이빙은 조선대 운동장에서 개최된다.수영의 마라톤인 오픈워터수영은 여수엑스포해양공원에서 진행된다.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제외하곤 대부분 임시 수조를 설치해 운영한다. 대부분 다음달부터 차례로 착공한다. 선수촌은 광산구 우산동의 30년 이상 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건립된다. 총 9만 4000여㎡의 부지에 15~25층 아파트 25개 동 1660가구를 짓는다. 현재 공정률은 64%이다. 이곳에는 선수와 임원 4000명과 미디어 종사자 2000명 등 모두 6000여명이 입촌한다. 병원, 식당, 은행, 피트니스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도 갖췄다. 안정적인 대회 관리와 경기운영을 위한 정보·통신시스템 구축도 진행 중이다. ●자원봉사자 8400여명 모집과 붐 조성 경기시설 못지않게 자원봉사자는 대회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조직위는 최근까지 자원봉사자 8400여명을 모집했다. 경기진행, 통·번역, 의무·도핑 등 6개 분야, 31개 직종이다. 조직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기본소양과 직무내용 등 기초교육을 거쳐 5000명을 선발한 뒤 내년 3월 배치한다.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권 통역은 추가로 모집한다. 국내외 홍보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언론과 대회 홈페이지, 블로그 기자단, 온라인서포터스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해외는 영문뉴스레터 제작, 배포를 비롯해 페이스북·트위터, 국제수영연맹 주최 스포츠행사 현장방문 등을 활용하고 있다. 다음달 슬로베니아의 유럽마스터스대회와 12월 중국에서 예정된 25m 수영선수권대회에도 직원을 파견, 광주대회를 널리 알린다.●다양한 문화행사 통한 도시마케팅 주력 광주시와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인권·민주·평화’를 상징하는 광주의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도시마케팅 기회로 활용한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는 177개국 6000여명의 선수와 임원 등이 참여했다. 마스터스대회 등록자 수는 1만 2000명에 달했고, 대회 기간 48만여명이 경기를 관람했다.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에는 181개국 25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209개국이 대회를 TV 중계했고, 누적 시청자는 5억 1000여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파급력이 큰 만큼 광주를 지구촌에 알릴 호기라는 판단이다. 그 방안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디자인비엔날레, 김치축제, 충장축제 등의 지역 문화행사와 인근 농어촌의 관광 자원 등을 연계한 관광프로그램 개발을 꾀하고 있다. ●남북교류 확대 및 기대효과 남북 단일팀 구성과 북한의 참여는 스포츠가 지향하는 평화정신과도 맞닿고, 대회 흥행에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조직위는 정치권 등과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북한팀 참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 FINA도 관련 경비를 대고, 방송중계권을 무상으로 인도키로 하는 등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유엔의 대북 제재가 걸림돌이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가 가져다주는 유·무형의 파급 효과 역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은 생산유발 효과가 전국 2조 4000억원, 광주 1조 4000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전국 1조원, 광주 6500억원으로 추산했다. 고용 효과도 광주 1만 8000명을 포함해 전국 2만 4000명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펠프스, 박태환, 쑨양 등 스타선수들 출전으로 전 세계 언론과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회 기간 수억명이 TV 화면을 통해 광주라는 도시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무형의 효과로 기대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우리 문화재, 우리 손으로 파괴한 것 많아 통탄스러워”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우리 문화재, 우리 손으로 파괴한 것 많아 통탄스러워”

    문화재 수난사 연구하는 정규홍씨가 말하는 ‘문화재’“우리 문화재의 과거사를 정리하다보면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가슴 아픈 일이 많아요. 예를 들면 일제 강점기 골동품상 이희섭(李禧燮)은 1934년부터 1941년까지 일본에서 조선대공예전람회를 7차례 엽니다. 전람회 한 번에 우리 문화재 1500점에서 3000점을 도쿄와 오사카에서 전시하고 모조리 팔아치웁니다. 이희섭은 도록을 7권 만들었지요. 도록에 실린 문화재 일부가 일본 국보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7차례 전람회에 진열된 문화재가 1만 4516점입니다. 이뿐 아니라 이희섭은 서울에 ‘문명상회’라는 본점을 두고 도쿄와 오사카에 지점을 개설해 우리 문화재를 상설 전시해 팔아먹었습니다. 이렇게 일본으로 팔려나간 문화재가 최소 3만점에서 5만점에 이를 겁니다. 한 나라의 문화재가 통째로 옮겨진 것인데요, 한 개인이나 상인이 그렇게 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습니다. 통탄할 일이지요.” ●“조씨 문중, 가전 서적 700여권 일본에 스스로 갖다바쳐” 우리 문화재 수난사를 30년째 연구해 정리하는 정규홍(62)씨는 광복절 다음날인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알아본 일본이 빼앗아 간 것도 있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스스로 갖다바친 것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완용(1858~1926)은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갑옷과 투구를 바쳤다는 기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어느 조씨 가문에서는 일본 도쿄대박물관에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서적 700여권을 아주 싼 값에 넘겼다는 기사가 고고학 잡지에 나옵니다.” 어느 문중이냐고 묻자 정씨는 “기사에서 그것은 언급되어 있지 않고, 한자로 조나라 조(趙)가 적혀 있더라.”고 소개했다.정규홍씨는 1981년 교직 연수를 받으면서 석굴암에 대한 일본인들의 참담한 취급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 헌책방 등을 돌아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문화재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 문화재 수난일지와 우리문화재 수난사, 유랑의 문화재 등을 펴낸 수난 문화재 전문가다. 문화재 수난사를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해 중학교 교사직도 그만뒀다. 그동안 정부나 관계당국의 지원은 전혀 없었다. 경북지역 문화재 수난사를 쓰면서 용역 의뢰받은 것이 당국의 지원 전부였다. - ‘돈 안 되는’ 우리 문화재 역경사를 정리하는 이유는.☞ 무슨 엄청난 사명감이나 그런 것이 있어 하는 건 아닙니다. 이 일이라는 게 희한하게도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희열감도 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자존감이랄까 자존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측면도 있고···. 일종의 중독성이 있어요. 한번 빠져들면 잠자면서도 술마시면서도 그 생각이 들고, 꼬투리가 잡히면 잊으려해도 그게 안돼요. 강단에 있는 사람들은 강의 때문에 중도에 끊기는데, 난 그런 것도 없기에 이것 하나만 파고 들어갑니다. ●“문화재 수난사 정리 이유?···중독성에 희열감이죠”- 많이 힘들겠다.☞ 돈 안되는 일을 하니깐 무엇보다 집사람에게 미안하죠. 교직에 있을 때 월급받아 상당액을 이것 연구에 쏟아부었으니깐. 지방에 한번씩 현지 조사 다니면 교통비에 숙박비도 만만찮죠. 책도 사고, 도서관에서 자료 복사도 엄청 합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때 복사비가 한장에 3원이었는데 이젠 50원으로 16배가 됐어요. 문화재 수난사에 관한 책을 냈는데, 잘 팔리는 분야가 아니라서···.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책 몇 권 주고 그걸로 끝이예요. 그래도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하니 시간은 잘 갑니다. - 그만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이번에 ‘요것만 정리하고 손 떼야지’하는 생각이 들 때도 가끔 있지요. 그런데 한 건을 정리하다 보면 다른 게 파생되어 나오고, 그기에서 또 다른 게 파생되어 나오고···. 그러다보면 숙제처럼 이만치 쌓입니다. 그러니깐 계속 손을 놓지 못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수난 문화재가 그동안 왜 공식적으로 정리가 안 됐나.☞ 1945년 해방 직후에 박물관 관계자들이 우리 문화재에 대해 정리해 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이 우리 문화재와 관련된 고적조사와 유적연구 등에 한국인의 근접을 못하게 했어요. 일본인들이 독점했거든. 해방 이후 이 분야에 관한 지식을 가진 한국 사람이 없었어요. 일본이 떠나고 나니깐 총독부박물관과 경주박물관에 남은 고적조사, 발굴보고서 등의 정리를 전혀 못한 채 박물관에 쳐박혀 있었던거지요. 아직도 다 정리가 안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유물 목록과 실물과의 대조가 정확하게 안 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인력 부족 탓이지만 국가적으로 재원을 투입해서라도 빨리 했어야 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예요. ●“일제시대 한국인 유적연구 차단···유몰 목록과 사료 대조 못 해”- 문화재 수난 분야, 처음 연구는 어떻게 했나.☞ 처음엔 마땅한 자료가 없으니 헌책방을 많이 기웃거렸죠. 1981년 이후 헌책방에 다니면서 문화재 관련 책을 사모았죠. 그리고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 축쇄본을 돋보기로 보면서 자료를 모았죠. 또 일본인이 남긴 조사자료와 잡지 이런 것을 위주로 연관지어 보죠. 연관성이 있으면 메모를 해두는 거죠. 예컨대 발굴사업 보고서가 나오면 이게 당시 신문 기사에도 나옵니다. 기사와 고적조사 보고서가 약간 차이가 날 경우가 있거든요. 무덤 발굴의 경우 일본인들이 1차적으로 유물명을 기록하고 바로 박물관에 수장시키지 않고 1년간은 걔네들이 연구를 해요. 그 기간 유물이 분실될 수가 있어요. 실제로 분실이나 망실 그런 문헌이나 문서가 나와 있어요. 이를 비교해서 불법적인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 당시 일본이 얼마나 우리 문화재에 혈안이 됐나.☞ 일본의 각 대학이 잔치를 벌이듯이 우리문화재를 진열해 놓고 경쟁적으로 전람회도 가졌지요. 낙랑 유물부터 그때까지. 도쿄대 공과대와 문과대가 별도로 진열할 정도였으니. 당시 전람회 도록이나 기록들이 감춘 게 없이 매우 정확해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영구 통치할 줄 알았던 게지. 식민지 정착을 위한 하나의 사료로 삼기 위해 우리 문화재를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수집해 가져갔지. 그때 조선에는 1908년 설립된 ‘이왕가박물관’ 뿐이었거든. 1915년 12월에서야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생기면서 법으로 유물 반출이 금지돼 있었지만 자신들이 보고서 작성을 핑계로 얼마든지 일본으로 가져갔지. 이런 단체로는 조선고적연구회가 대표적이지요. 당시 일본 도굴꾼들이 대거 몰려들어 우리나라 무덤을 다 파헤쳤죠. 1908년 이전에 고려 무덤의 경우 거의 다 파괴됐다고 보면 됩니다. 조선실록을 보면 수시로 어느 무덤이 파괴되고, 어떤 무덤은 4~5회에 걸쳐 도굴됐지요. 심지어 대낮에 총칼을 갖다놓고 후손들이 보는 앞에서 도굴하고···. ●“고려 무덤 마구 도굴···日대학들, 우리 문화재 진열 경쟁도”- 해방이 되면서 문화재 수난이 줄었나.☞ 1945년 9월8일 미군이 인천에 진주합니다. 그리고 9월20일 미군 300명이 부산항에 들어오지요. 미군은 가장 먼저 일본 군인의 무장해제와 퇴출이예요. 미군이 부산에 들어오기 전에 눈치빠른 일본인들이 문화재를 잔득 가지고 일본으로 나갔던 거죠. 미군이 10월 말쯤부터 일본 민간인을 퇴출시키죠. 그때 귀국 일본인에게 돈 1000원과 작은 옷보따리 정도만 허용하고 귀중품은 모두 압수했든거죠. 그러니깐 일본인들은 어선같은 것을 빌려서 밀항을 합니다.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와 이치다 지로(市田次郞), 공주에 있던 가루베 지온(輕部慈恩) 같은 이들이 어마어마한 유물을 가져간 것이지요. 이들에 빌붙어 밀한을 도운 게 한국사림이예요. - 미군에 의한 문화재 유출도 있었나.☞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귀국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세화인회(世話人會)’이라는 것을 만들었죠. 일본인들의 물품 같은 것을 맡아서 일본으로 보내는 일을 맡은거지요. 당시 서울역에서 화물을 부산으로 보내면 중간인 대전역에서 미군이 화물을 압수해 물자영단(物資營團)에 넘겨버리는 것이지. 그 물자영단 창고를 미군이 관리했는데, ‘우리 문화재나 귀중품은 박물관에 넘기고 나머지는 P.X에 넘긴다’고 말하지만 미군들이 마음대로 가져가거나 처분해버린 경우도 많았죠. 해방전후 골동계에서 유명한 이영섭이 부산에서 미군들과 친하게 지내며 물자영단에 있는 그림 1000점 이상을 싼 값에 샀지. 그가 샀던 그림들이 어떻게 흩어졌는지 알 수 가 없어. 또 한때 현재 심사정(1707~1769)의 그림으로 잘못 알려진 ‘맹호도’ 출처는 흥미롭지. 1946년 한 미군이 골동품 상인 두명을 일본인 창고로 데려갔지요. 골동품 상인들에게 감정을 요청해 감정해 주니 미군이 그 댓가로 주었던 게 맹호도이지요. 나중이 국립중앙박물관이 거금을 주고 사들였지만 미군에 의해 흩어진 문화재도 부지기수예요. ●“미군정기와 6·25 전쟁서 문화재 수난도 어머어마”- 6·25 한국전쟁 때도 문화재가 많이 파괴·유출되었다.☞ 6·25 때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파괴됐지. 성보문화재(불교문화재) 파괴가 가장 심했지요. 유엔군이 주민 소개령을 내리고 초토화작전을 펼쳤던거죠. 소개령이 떨어지니 사찰에선 중요 유물들을 갖고 나옵니다. 작전이 끝나고 돌아가보면 절은 없어지고 재만 남은 거예요. 그러면 그 유물들이 절로 들어가지 못하고 흩어진 것이죠. 전국을 돌아다녀보면 오래된 절인데 건물만 새로 짓고, 유물이 없는 사찰이 많아요. 또 부산으로 피난 간 문화재는 극히 일부인데, 이마저도 용두산 대화재로 많이 불타버렸지요. 미처 피난하지 못한 우리 문화재는 미군들이 찾아내 저희들끼리 나눠 가졌습니다. 예를 들면 종묘에 있는 옥새와 금보(金寶·선왕이나 선비에게 올리는 추상존호를 새긴 도장) 이런 것이 상당히 분실됐지요. 1952년 신문을 보면 미군들이 옥새와 금보를 금은방에 가져와 감정해달라고 하다가 다른 미군에 의해 검거되는 그런 기사가 몇건 나옵니다. - 그 이후엔 문화재 수난이 더 없었나.☞ 1960~70년대에는 왠 도굴이 그렇게 많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때, 일본인 밑에 따라다니면서 도굴을 배운 기술자들이 그렇게 많이 도굴을 해요. 일재 잔재지요. 심지어는 집 짓는다하고 장막을 두르고 밤에 도굴을 하기도 했어요. 이런 유물은 1970년대엔 이삿짐으로 위장해 미국에 갖다나르다 적발된 경우가 많지요. 유물을 모조품처럼 가장해서 밀수출하다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 밀수전문가들과 한국의 중간 브로커들하고 짜고 가져간 것도 감당을 못할 정도로 많지요.- 지금까지 수난당한 문화재는 몇 점이 되나.☞ 1981년부터 올 4월까지 조사해 파악한 국외유출 문화재는 17만 2300여점에 이릅니다. 이것은 관공서·도서관·박물관 등 공식기록을 비교 조사한 것입니다. 임진왜란 당시를 포함한 것으로 낙랑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유물입니다. 제 조사는 관공서 위주여서 개인소장은 거의 포함돼 있지 않거든요. 오구라가 반출한 문화재의 경우에는 극히 일부인 1100여점만 도쿄박물관에 기증됐고, 나머지 수천점은 일본 전역에 흩어져 있어요. 이런 식으로 개인이 소장한 것을 포함하면 100만점이 해외에 떠돌고 있지 않겠느냐고 추산합니다. ●“파악된 수난 문화재 17만 2300여점···실제론 100만점 넘을듯”- 국외 유출 문화재를 환수하려면 어떻게.☞ 현재 파악된 17만 2300여점은 물론이고 앞으로 소재가 확인되는 문화재에 대해 정부와 민간단체가 합심하여 경로 추적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개인이 하기엔 너무 벅차지요. 어떤 과정을 거쳐 발굴해 소장했느냐는 경로 파악을 위해 고적 조사자료, 잡지에 실린 논문, 신문기사 한 줄까지도 축적해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계속 쌓아나가다 보면 불법성 드러날 것입니다. 불법성이 드러난 것은 환수 운동을 펼칠 수가 있는 것이지요. 한일협정 때의 ‘청구권 포기 규정’ 때문에 정부가 일본에 공식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 환수 부분은 민간단체가 적극 나서야지요. 정씨는 “문화재는 미래 세대에 전해야 할 귀중한 유산”이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혼이자 공동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남아 있는 문화재 가운데 우리 손으로 파괴하는 것 즉, 함부로 관리하고 방치한 것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AI 원전관리·폐로 기술 등 탈원전 인력 800명 키운다

    우리 정부가 탈원전 기조에 발맞춰 새로운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21년까지 노후 원전 해체,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 ‘탈원전’ 전문 인력 800명을 양성키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원자력연구개발(R&D)사업 추진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사람 없이 인공지능(AI)으로 원자력발전소 상태를 진단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AI 원전관리 기술, 방사성 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노후 원전을 효과적으로 해체하는 폐로 기술 등은 최근 원전 선진국들이 관심을 갖고 육성하는 분야다. 과기부는 지난해 말 수립한 ‘미래원자력기술 발전전략’에 따라 원자력 안전, 원전해체 기술, 방사선기술 등 탈원전 분야 지원을 확대하고 차세대 소형원전을 비롯한 각종 원자력 기술의 해외 수출 등을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원자력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과 대학원, 관련 산업체와 연구기관 등 5곳을 선정해 현장 맞춤형 안전연구 인력을 양성한다. 그동안 발전 분야에 치우쳐 있던 원자력의 다양한 활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원자력 안전과 AI 기술을 결합한 융합 교육과정은 물론 인문학과 원자력을 융합한 특성화 대학원도 신설한다. 이를 위해 우선 올 하반기에 1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과기부는 세계적 수준의 원자력 연구자 양성을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구와 선진국 원자력 연구기관에 공동연구를 위한 학생과 연구원 파견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 안전, 제염해체, 폐기물 관리 등을 위한 산학연 공동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총 11개 연구센터에 올해만 51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올해는 경희대가 중심이 된 ‘고방사성시설 제염 및 환경복원 선진기술 연구센터’와 조선대를 중심으로 한 ‘AI 기반 원전 비정상 운전지원 기술 개발센터’ 2곳을 새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원호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안전, 해체, 타 분야와의 융합연구 등에 초점을 맞춘 원자력 R&D 지원을 통해 우수한 전문인력을 육성해 미래 원자력기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전철 32만㎞ 무사고… 김두열 광주 기관사 ‘은장’ 배지

    전철 32만㎞ 무사고… 김두열 광주 기관사 ‘은장’ 배지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란 생각으로 운행과 정비 등에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최근 32만㎞ 무사고 운행으로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수여하는 은장 배지를 받은 김두열(42) 기관사는 15일 “열차 운행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안전이 제일”이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안전한 승객 운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공사가 실시한 ‘으뜸기관사 선발대회’에 출전해 1등인 ‘으뜸기관사’의 영예를 차지했다. 으뜸기관사가 되려면 각종 이론 숙지와 운전기량은 물론 고장 같은 응급 상황 대처 능력 등 전문적인 업무능력을 갖춰야 한다. 1차 평가에 이어 주관식 필기 평가 등을 거쳐 수상했다. 2013년 무사고 20만㎞를 넘어선 그는 올해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사기 진작을 위해 주는 휘장인 은장 배지도 받았다. 올해부터 무사고 20만㎞ 달성 기관사에게 은장 배지를, 무사고 40만㎞ 달성자에게 금장 배지를 수여한다. 광주 도시철도는 2004년 개통, 아직 무사고 운행 40만㎞ 달성자가 없다. 그는 “사고는 보통 큰 결함보다 작은 부주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을 생활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매일 하는 일이더라도 마치 오늘 처음 배운 일인 듯 원칙대로 해 나가는 게 무사고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 기관사는 조선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광주도시철도공사에 입사해 광주 도시철도가 개통한 2004년부터 기관사로 근무하고 있다. 평소 차량 재원 등 기계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아 기관사 길을 걷게 됐다. 한가한 시간에는 테니스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그는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해 아쉽다고 한다. 그는 “휴일과 야간 등 불규칙한 근무가 잦은 탓에 11살, 8살짜리 두 아들과 놀아 주는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김 기관사는 2021년 하반기에는 무사고 40만㎞를 달성하고 금장 배지를 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기관사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늘 초심의 자세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