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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지하교회, 종교자유 보장 입법 촉구

    중국의 미등록 지하 가정교회 지도자 20여명이 최근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에게 ‘종교자유’ 보장 입법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냈다. 지하교회 지도자들이 집단으로 종교자유와 관련한 청원서를 전인대에 제출한 것은 처음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13일 중국의 마이크로블로그 등을 통해 전해진 청원서는 ▲지하교회 목회활동 탄압 중지 ▲헌법 제71조 규정에 따른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특별조사 개시 ▲종교자유 특별조사위원회 설립 ▲현행 종교 관련 조례의 위헌 여부 조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0일부터 5주째 베이징 서우왕(守望)교회의 옥외집회를 당국이 막고 신도들을 탄압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이번 사건이 청원서 제출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교회 지도자들이 집단으로 정부의 종교정책에 항거했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대치 국면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번 청원이 더욱 강력한 탄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원칙적으로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는 정부 통제하에 있는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나 중국천주교애국회 소속 교회와 성당에서 열리는 예배와 미사에만 참여할 수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오늘의 눈] 카이스트 vs 쌍용차, 죽음의 귀천/강주리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카이스트 vs 쌍용차, 죽음의 귀천/강주리 정치부 기자

    죽음에도 귀천(貴賤)이 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최근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자살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사태는 사회를 뜨겁게 달군 ‘핫이슈’였다. 정치권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회의장.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학사운영을 질타했다. 원인과 해법도 제시했다. 정두언 의원은 학생들의 목숨을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생명”에 비유했다. 조전혁 의원은 “자살을 권장하는 사회”라며 근본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호통쳤다. 배은희 의원은 “목숨을 버릴 만큼 힘든 건 공감해 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같은 시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 14명의 근로자들이 목숨을 끊은 쌍용차 사태 등 4대 노동 현안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상정안은 한나라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백혈병으로 47명이 숨진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의 산재처리 여부를 논의할 ‘산재 소위원회 구성’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한나라당 간사 신영수 의원은 진상조사위 구성에 대해 “2월에 충분히 다뤘으며 재판 중이거나 노(勞)-노(勞)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은 산재소위 구성이 실체적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똑같은 자살사건이지만 사회적 관심은 크게 다른 느낌이다. 과학고를 나온 젊은 인재들의 죽음은 안타까워하면서도 한 가정의 해체, 나아가 우리 사회의 해체로 이어지는 한 가장의 죽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냉담하거나 때로는 냉소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9일 현재, 카이스트 관련 기사 건수는 무려 2100건이 넘는다. 반면 지난 1년 동안 13명이 목숨을 잃은 쌍용차 사태의 보도 건수는 5분의1(450건) 수준이다. 올해 한진중공업·현대차 노사문제, 전북 버스파업 등 5대 노동 현안 기사도 280건이 전부다. 언론이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죽음의 경중을 어떻게 따질 수 있겠는가. 기득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죽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결국 죽음마저 귀천이 나뉘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jurik@seoul.co.kr
  • 광명역 KTX 탈선 직원 2명 해임·파면

    코레일이 지난 2월 11일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에서 발생한 KTX-산천 탈선사고와 관련해 직원 2명을 파면·해임하는 등 14명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단일 사고로는 사상 최대 징계다. 앞서 사고 책임을 지고 기술본부장이 사퇴하고, 전기단장이 인사조치된 데 이어 거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2~13일 광명역 탈선 사고와 관련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결과를 의결, 개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에는 지난 5일 발표된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자체 조사 결과에 근거해 14명이 회부됐다. 탈선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된 선로전환기를 조작한 오송고속철도전기사무소 소속 4급 직원 L씨는 파면됐다. 현장 상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임시 조치 방안으로 선로전환기 직결을 지시한 관제센터 신호담당 직원 K씨는 해임 조치했다. 또한 전기 직원들의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당시 전기사무소장 S씨에 대해 감봉 처분을 내렸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올해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 분석해 보니

    올해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 분석해 보니

    지난 9일 올해 9급 공무원 시험 중 첫 관문인 국가직 필기시험이 전국 164개 시험장에서 진행됐다. 전체 93.3대1이라는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번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영어가 지난해보다 어려웠지만 그 외 과목이 대체로 쉽게 나와 합격선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들도 아직 예상 합격점수를 분석 중이지만 지난해보다는 다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험생 절반 “예년 비해 쉬워” 서울신문이 공무원 시험 전문 에듀스파와 인터넷 카페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cafe.daum.net/9glade)과 공동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13일 현재 응답자의 50%인 1584명이 이번 시험이 예년보다 쉬웠다고 대답했다. 이중 39%(1223명)는 ‘다소 쉬웠다’고 답했고 11%(361명)는 ‘매우 쉬웠다’고 답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반면 14%(436명)는 ‘다소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고 ‘매우 어려웠다’를 택한 수험생은 3%(122명)에 불과했다.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는 응답자 4053명의 53%인 2154명이 영어를 선택, 영어가 올해 필기시험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 최선우(26)씨는 “모르거나, 헷갈리는 단어가 많이 나와 매우 당황스러웠다.”면서 “같이 공부한 친구들도 영어 때문에 좌절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두형호 남부행정고시학원 영어 강사는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준이었지만 상당수의 수험생이 생활영어와 혼동하기 쉬운 단어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상식퀴즈’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사는 대체로 쉬운 수준을 유지하며 응답자 16%(686명)만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지난해 한국사는 역사의 큰 맥락보다는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관련 법조항’ 문제 등 사소한 상식 수준의 문제가 주를 이루면서 수험생과 학원가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선우빈 한국사 강사는 “사실 지난해 시험도 전체 난도는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일부 문제가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공무원 시험에서 크게 다루지 않아도 될 부분을 제시해 수험생들을 괴롭혔다.”면서 “올해는 전반적으로 쉽게 나와 시대별 기본개념만 제대로 정리했다면 80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행정직 기준으로 85점대에서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어 독해 지문은 짧아져 수험생들은 가장 쉬웠던 과목으로 국어(51%)를 꼽았다. 유두선 국어 강사는 “출제 분야별로 문학 4문제, 독해와 쓰기 5문제, 문법과 어휘 9문제, 한자 2문제 등 전 영역에서 골고루 출제됐으며 난도도 무난했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던 독해 지문이 짧게 출제되면서 많은 수험생들이 시간 부담을 덜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될 지방직과 서울시는 국가직보다 어렵게 출제되는 편이기 때문에 시험 감각이 어느 정도 오른 지금부터 독해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반응이다. 두 과목이 어려웠다고 답한 수험생은 각각 9%에 그쳤다. 방성은 행정학 강사는 “정책 창 모형과 정책 옹호연합 모형 문제가 다소 까다로울 수 있었겠지만, 전체적으로 기본개념과 중요내용만 알면 쉽게 풀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6월 23일 합격자를 발표해 8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이힐 감독관’ 또 도마에 한편 시험 감독관에 대한 성토는 올해도 이어졌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 임모(26)씨는 “여성 감독관이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녀 또각거리는 소리 때문에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다.”면서 “지난해에도 같은 경우가 있었는데 행안부는 제발 시험 감독관은 운동화나 굽 낮은 구두를 신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하이힐뿐만 아니라 향수를 너무 짙게 뿌리는 것도 규제해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년간 준비한 수험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걸고 소수점 점수의 경쟁을 벌이는 자리인 만큼 감독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느끼는 불편사항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에 협조공문을 보내 시험 감독관에 대한 사전 교육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연천서 민간헬기 추락 기장·부기장 2명 사망

    연천서 민간헬기 추락 기장·부기장 2명 사망

    4일 오후 6시 5분쯤 경기 연천군 전곡읍 양원리의 야산에서 민간헬기가 추락해 기장 이모(61)씨와 부기장 권모(49)씨 등 두 명이 숨졌다. 당시 헬기에는 숨진 두 명만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헬기는 화물운반·산불 진화용으로 주로 쓰이는 러시아제 KA 32T 카모프 헬기로, 당시 산 밑에서 정상까지 송전철탑 건설 자재를 운반 중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헬기가 난기류를 만나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5일 오전 현장에서 사고 경위와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장충식기자 zzang@seoul.co.kr
  • [황성기 에디터 도쿄 프리즘] 원전 사태, 사람이 키웠다

    3·11 대지진으로부터 열나흘이 흘렀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소강 국면에 들어갔으나 불안감은 여전하다. 쓰나미로 끊겼던 전기 공급이 일부 회복돼 최악의 사태는 면하는가 싶더니 일부 원자로 내부의 압력과 온도가 상승했다. 공포의 터널을 언제쯤 빠져나갈 수 있을지 그 끝이 안 보인다. 일본 열도를 위기에 빠뜨린 원전 사태, 과연 인재(人災)일까, 천재(天災)일까. 책임 소재를 찾기엔 아직 이르지만 재해 초기 천재로 보였던 일이 시간이 흐를수록 인재의 개연성이 커지는 듯하다. 쓰나미로 원전 시설이 바닷물에 휩쓸려 나간 현상만을 보면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다. “상상도 못 한 쓰나미가 올 줄 누가 알았냐.”는 건데 자연의 재앙으로 슬쩍 넘기기엔 어딘가 옹색하다. 후쿠시마 제1원전 건설에 참여했던 기술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규모 9.0의 지진을 상정해야 한다고 상부에 건의했으나 묵살당했다. 쓰나미 높이도 도쿄전력의 예상은 5.5m였지만 이번에는 2배가 넘는 14m였다. 만일 초대형 쓰나미에 대비한 설계였다면 전기시설이 물에 잠겨 원자로 냉각을 못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터이다.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위원회는 진즉부터 미야기 대지진이 30년 내에 찾아올 확률이 99%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이 대지진도 규모 8.0으로 설정돼 있다. 지진이라 정확히 예보를 할 순 없었겠지만 이번의 9.0과는 차이가 크다. 지진조사위의 예측이 아무리 안이하다 해도 도쿄전력이 99%의 확률을 믿고 방파제를 높이 쌓거나 침수 방지를 위해 높은 곳으로 옮기거나 비상 시설을 보강했더라면 어땠을까. 설마설마 하다가 사태를 키운 것은 아닌지. 후쿠시마가 아닌 지진과 쓰나미가 비교적 덜한 동해 쪽에 건설을 했으면 어땠을까. 동해 쪽업다는 태평양 쪽에 사람이 많이 산다는 정치적 이유가 안전을 능가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역 발전을 위해 1960년대 후반 원전을 자청해 유치한 지자체, 주민들은 또 어떤가. 다시 3·11 전후로 돌아와 보자. 후쿠시마 1~6호기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가장 위험하다고 보고 있는 1호기의 사용 연장을 안 했더라면 어땠을까. 경제산업성은 수명 40년의 연한이 다한 1호기의 10년 추가 사용을 허가했다. 도쿄전력 입장에서 보면 1호기는 감가상각이 모두 끝났기 때문에 ‘황금알을 낳는 원전’이었다. 안전보단 경영이 우선이었을까. 인재의 개연성은 더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바닷물에 의한 냉각을 늦췄다는 의혹도 있다. 한번 바닷물을 주입하면 원자로 재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18년간 후쿠시마현 지사(1988~2006년)를 지낸 사토 에이사쿠는 자신 있게 “천재가 아닌 인재”라고 단언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우리에게도 여러모로 교훈을 준다. marry04@seoul.co.kr
  • 예멘대통령 내전 촉발 경고… 권력이양 거부?

    핵심 지지세력의 잇따른 이탈로 벼랑 끝에 몰린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22일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내전 촉발을 경고하며 시위대편에 선 장교와 군인들의 귀환을 촉구했다. 당초 대통령의 연내 퇴진 발표 소문이 있었지만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순순히 물러가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의 의중을 놓고 추측만이 무성하다. 당초 아흐메드 알 수피 예멘 대통령 대변인은 21일 “살레 대통령이 연말까지 퇴진할 의사를 밝혔고 이러한 뜻을 정부 관리와 군 간부, 부족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는 AP통신 보도가 나왔지만 이어 현지 매체들은 이를 부인했다. 살레 대통령은 최근 며칠 동안 야권 등과 권력 이양 방식을 협의 중이었다. 그러나 당장의 사임이나 권력을 군부에 이양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앞서 CNN은 예멘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토대로 “살레 대통령이 현재 군부와 다섯 가지 평화적 정권 이양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섯 가지 항목에는 ▲살레 대통령의 올해 중 퇴진 ▲국민의 시위권 보장 ▲시위대 유혈진압에 대한 조사위원회 구성 ▲죽거나 다친 시위대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 ▲정부 주요 보직을 맡은 살레 대통령 친·인척 사퇴를 포함한 헌법 및 선거제도 개혁 추진 등이 포함됐다. 국내외 퇴진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을 지지해 온 군부의 이탈이 가속화됨에 따라 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의 버티기가 어디까지 갈지가 관심사다. 예멘 군부가 정국의 열쇠로 떠오른 상황에서 민주화 시위가 불붙은 아랍국가 중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 실현이 다시 기로에 선 셈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리비아전 이끄는 정상 3인 속내는

    리비아전 이끄는 정상 3인 속내는

    19일 ‘오디세이의 새벽’을 가장 먼저 열어젖힌 정상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다. 그는 대(對)리비아 군사행동 관련 주요국 회의를 주재했고 개전 선언을 했다. 프랑스 전투기들은 앞장서 리비아 영공 안으로 진입했다. 2003년 이라크전 때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전쟁에 반대하며 뒤로 빠져 있었던 그림과 확연히 대조된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앞장서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개전 사실을 워싱턴이 아닌 브라질에서 발표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경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사르코지의 발표가 있은 지 한참 뒤에 따로 카메라 앞에 섰다. 이라크전 선언을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나란히 서서 했던 모습과 대비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인 데는 북아프리카에서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영향력을 지키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튀니지와 이집트 민주화 시위 때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다 스타일만 구겼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번 전쟁을 연임을 위한 지지율 견인의 기회로 삼았을 법하다. 사르코지 개인의 친미적 성향이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문서에 따르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라크전에서 미국 병력을 대체할 국제 연합군의 파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르코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미국에 우호적인 대통령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 ‘과감하게’ 이라크전에 반대하면서부터 전국적 정치인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또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아랍권에 우호적 메시지를 보냈다. 개인적으로 반전(反戰)과 반미(反美) 정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이어 ‘제3의 전선’까지 도맡기는 벅차다. 그래서인지 미국 정부는 리비아 공습이 정식 전쟁은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애쓰는 느낌이다. 오바마가 워싱턴을 비운 것도 그렇고, 1991년 걸프전 개전 때 미 국방부 건물이 북새통을 이룬 데 반해 지금은 썰렁한 것도 미국이 이번 전쟁에 거리를 두려는 기류로 읽힌다. 실제 미 정부 당국자들은 “미군의 개입은 초기 며칠 동안만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브리핑에 나선 미군 관계자도 ‘미군’이라는 말대신 ‘연합군’이라는 단어를 애써 사용하는 모습이다. 캐머런 영국 총리가 ‘조연’을 자처하는 것은 그동안 영국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너무 퍼준 것 아니냐는 여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안 그래도 지난 1월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전 진상조사위원회에 불려나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미 언론들은 “그래도 캐머런으로서는 참전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덜 잃는 게임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日 대지진 특징 살펴보니

    日 대지진 특징 살펴보니

    일본 기상청이 3·11 도호쿠 대지진의 규모를 9.0이라고 13일 수정 발표했다. 이는 1960년 발생했던 규모 9.5의 칠레 대지진, 1964년 9.2의 알래스카 지진 등에 이어 역대 4번째 규모이다. 이번 지진은 이와테현에서 이바라키현에 이르는 일본 열도 태평양 바다의 해저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진원을 1개 지점으로 하는 보통 지진과는 달리 복수의 진원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 추정이다. 지진의 직접 영향 아래 놓여 한바탕 들썩인 해저도 남북으로 500㎞, 동서로 200㎞에 이르는 방대한 범위였다. 일본 열도 부근을 지나는 복수의 단층이 연동해서 지진활동을 일으킨 이른바 ‘연동형’이어서 지진 규모가 커졌는데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미야기현 앞바다 지진’과 ‘산리쿠 앞바다 지진’ 등이 한꺼번에 닥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지진 발생으로 지구가 1차례 자전하는 시간이 1000만분의 16초 줄어들었을 정도다. 지각이 크게 움직여 지축이 약간 뒤틀렸기 때문이다. 미야기현 앞바다 지진은 대략 40년마다 발생하는데 1978년에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위원회는 이 지역에서 30년 이내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이미 99%로 상정하고 대비를 해 왔다. 하지만 일본이 예상했던 지진 규모는 7.5~8.0이어서 이번의 초강력 지진과 쓰나미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교토대학교 방재연구소의 하시모토 교수는 “400~500㎞에 이르는 해저 단층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칠레의 8.8 지진에서도 800㎞ 이상의 단층이 움직였다고 하는데 이번 도호쿠 지진도 그와 유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동형 지진에서는 여진이 길게는 한달 이상 지속되는 것도 특징이다. 도호쿠 지방 일대 진도 3 이상의 지진은 여진에 속한다. 하지만 인접한 내륙지방인 나가노현이나 니가타현에서의 지진은 여진과는 구분된다. 도호쿠 지진이 워낙 큰 규모로 발생, 지하에서 힘의 균형이 깨짐에 따라 인근 지층에서 힘의 균형을 잡기 위한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 지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각 지역에는 변형된 단층이 존재했는데 이번 지진에 의해 일본 열도에 가해지는 힘의 변화가 생겼고 각 단층에 뒤틀림이 생겨, 동시다발적인 지진 즉 ‘유발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쓰나미의 집중 피해를 본 센다이시의 나토리 주변 등에는 물이 빠져나간 다른 곳과 달리 아직도 바닷물이 남아 있는데 이미 1~2m의 지반침하가 이뤄졌다고 일본 국토지리원은 분석했다.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이슈 인터뷰] ‘한국 테크노크라트 효시’ 오원철 前 경제2수석

    [이슈 인터뷰] ‘한국 테크노크라트 효시’ 오원철 前 경제2수석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방위산업부터 중화학공업까지 경제계획을 입안, 집행했던 오원철(83) 전 청와대 경제2수석은 1977년 발행된 미국 뉴스위크지를 보 관하고 있다. ‘한국인이 몰려온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국의 수출·중화학공업 위주의 성장을 다뤘다. 이 잡지는 지난해 9월에는 ‘한국은 진정한 기술강국이 됐다’는 특집기사를 다시 내보냈다. 기술을 해외에 전수해 먹고살 수 있는 나라. 오 전 수석이 팔십평생 꿈꾸던 나라가 실현된 셈이다. 10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오 전 수석은 그래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정략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 대신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가 과학기술 정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대담 박선화 경제에디터·정리 홍희경기자 →지난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이 그러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이라는 열매를 맺었는데. -원전 수출은 사실상 40년 전에 기획된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동족을 죽이는 병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었다. 원자폭탄꽃 대신 산업성장의 기반이 되는 값싼 전기 생산과 원전 수출이라는 ‘무궁화 꽃’을 마침내 피워냈다. 당시 우리는 일본처럼 필요할 때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고, 10·26 이전에 박 전 대통령에게 우라늄농축용 분말인 ‘옐로 케이크’를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군부가 들어선 뒤 국내 원자력 기술개발은 사실상 중단됐다. →수출 위주 중화학공업 정책은 이제 개발도상국에 경제개발 교과서처럼 되었다. 핵심분야 가운데 가장 애착이 남는 부분은. -철강·석유화학·기계·조선 등 6대 분야 가운데 하나라도 빠졌다면 중화학공업 성장 역사는 없었다. 여기에 기초과학을 연구할 대덕연구단지까지 모두 7개 분야를 집중육성했다. 오로지 국토의 균형발전과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제대로 입지를 잡아 성공적으로 육성했다고 자부한다. 산업정책을 펴는 데 있어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따르면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과학벨트 유치 경쟁이 한창인데. -지금 정부에는 전문 기술관료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과학벨트 논쟁에서도 과학기술자들은 소외됐다. 만일 1960~70년대 이렇게 했다면, 경제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조선업을 육성하려면 수심이 깊은 바다라는 입지를 찾아야지, 정치적인 표심을 계산해서는 안 된다. 과학벨트 선정은 과학기술자 집단에게 맡겨 놓으면 된다. 설령 그들이 싸우더라도 그 속에서 제대로 된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결정은 정치인인 대통령의 몫이 아닌가. -지휘관과 참모의 역할은 구분되어야 한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중화학공업 육성자금으로 100억달러를 빌려야 한다고 하자 재무부 쪽이 난색을 표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내가 전쟁을 하자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라고 설득해 정책을 강행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국민들은 전쟁에도 따라줬는데, 후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에 돈을 핑계로 주저하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지휘관은 전체를 파악해서 방향을 정해야 한다. 물론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당시 박 대통령 집무실에는 대형 한반도 지도에 북한군과 우리군의 전력이 표시되어 있었다. 하루는 박 대통령이 불러 “적기가 뜬 뒤에는 이미 늦으니, 단추 하나로 적을 제압할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미사일 개발을 할 수 있었다. 만일 이 기술이 계속 유지발전됐다면, 북한은 연평도 도발을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지휘관이 방향을 제시하면, 참모인 기술관료는 계획서를 만들고 집행을 하며 지휘관의 머리와 손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에 힘이 실린다. 지휘관도 과학기술자를 우대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야한다. →테크노크라트가 역량을 발휘할 방법은. -정부에 테크노크라트가 들어가 국가계획을 세울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지금은 과학기술부도 없고, 청와대에도 과학기술자를 대변할 인물이 없는 같다. 새롭게 생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는 정책을 집행할 권한이 없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동타격대처럼 정책을 세우고 집행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팀 같은 조직이 필요한데, 오히려 그런 팀이 너무 많고 컨트롤타워는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의 압축성장 과정이 끝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가. -흔히 한국의 성장방식을 ‘압축성장’이라고 한다. 일본 학자가 개발한 용어를 국내 정치권에서 사용했다. 그런데 ‘압축’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우리는 산업혁명을 이뤄냈다. 영국이 수공업인 방직공장에서 시작해 증기 동력을 통해 산업혁명 단계를 밟았듯이, 우리도 수출을 해야겠다는 인식을 갖게 된 뒤부터 산업혁명 단계를 밟았다. 1963년까지만 해도 생선·김·돼지털·인모 같은 것을 닥치는 대로 수출했다. 그러다가 교육도 못 받고 형편도 어려워 3~4명씩 좁은 방에 합숙하며 살던 여공들이 수출산업의 주역이 됐다. 다음에는 남성 기능사가 나섰다. 월남전 이후 미군 하청을 통해 경험을 쌓은 인력이 생기며, 중동 건설현장이라는 시장에 투입됐다. 당시 영어로 된 도면을 읽을 수 있는 인력을 키우려고 공고 3학년생 2000명을 교육시켰다. 이들을 소년병이라고 불렀다. 용접은 어른들이 해도, 도면을 읽고 지시하는 일은 소년병이 했다. 이들이 점차 성장해 경제발전의 역군이 됐다. →최근 공학한림원에서 받은 대상 상금을 기탁했는데. -여공들과 남성 기능사·기술자는 그야말로 한국 산업혁명의 주역이었다. 관료들도 열심히 했지만, 현장의 공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상금을 전부 기탁했다. →앞으로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나. -한국 사람은 끈기가 부족하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러일전쟁 때 전쟁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연구에 매진했다는 과학자의 일화가 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도 같은 얘기를 했다. 집적회로(IC) 기술을 들여오기 위해 한국 연구진에게 맡겼더니, 안 되는 이유만 설명하고 연구비를 더 달라고 요구했단다. 타이완 연구자에게 다시 일을 맡기자 근성 있게 매진하더니 6개월 만에 만들어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젊은 세대는 끈기와 창의력이 뛰어난 것 같다. 최근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과 비보이를 보면,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성공하려는 끈기를 발견할 수 있다. 다만 기능사·과학기술자들은 국익을 위한 사명감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saloo@seoul.co.kr ■ 그는…박 前대통령이 국보라 부른 사나이 1970년대 후반 어느 날 저녁 서울 프라자호텔. 박정희 대통령이 창원공단 순시를 마친 뒤 오원철 청와대 경제2수석을 가리키며 “임자는 국보야, 국보.”라고 불렀다. 일순 오 수석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김정렴 비서실장 등 주변에는 침묵이 흘렀다. 오 수석은 우리나라 중화학정책을 입안하고 주도한 전문 기술관료의 대표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공군 소령을 거쳐 국내 최초 자동차회사인 시발자동차와 국산자동차의 공장장을 지낸다. 이듬해인 1961년 5·16이 일어나 국가재건최고회의 기획조사위원회 조사과장을 맡은 이래 상공부 화학과장, 공업1국장을 맡으며 1차 5개년 개발계획과 수출제일주의 정책을 실행했다. 1970년에 차관보로 승진해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고, 1971~79년 10·26이 날 때까지 청와대 경제2수석으로 일했다. 이때 조선, 원자력, 대덕단지 등 7개 중화학공업 정책을 주도하고 방위산업 육성을 총괄했다. 율곡사업 진행 시 깐깐한 결재 때문에 12·12 이후 신군부에 미운털이 박혀 13년간 은둔생활을 하기도 했다. 요즘도 백선엽 장군 등 지인들과 어울리며 과학기술 강국을 강조한다고. 팔순을 비켜가듯 젊은이를 혼내며 박장대소하는 게 건강 유지의 비결이란다.
  • 예멘 평화적 정권교체 되나

    정권퇴진 시위가 불붙은 예멘에서 야권이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연내 퇴진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평화적 권력이양 방안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만약 살레 대통령 측이 야권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중동의 민주화 도미노 과정에서 처음 합의에 의한 정권이양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예멘 야권 연합체인 ‘공동회합당’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연말 이전까지 대통령의 퇴진 일정과 부자세습 금지 당위성 등을 담은 제안서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면서 “살레 대통령은 이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야권과 성직자들이 함께 채택한 제안서에는 평화적 집회 허용, 시위대 강경 진압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강경진압 책임자 처벌, 시위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보상책 마련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살레 대통령이 야권의 요구를 받아들여 퇴진한다면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에 이어 중동 시위사태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는 세 번째 대통령이 된다. 하지만 최고권력자가 떠밀리듯 하야하거나 망명하는 것이 아니라 반정부 세력과 합의해 평화적으로 퇴진하는 첫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33년째 장기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은 현재의 7년 임기가 끝나는 2013년 이전에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야권의 평화적 권력이양 제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美 개입땐 이라크보다 끔찍한 피바다 될 것”

    “美 개입땐 이라크보다 끔찍한 피바다 될 것”

    이번엔 150분이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장광설은 8일 전보다 정확히 2배 늘어났다. 뻔뻔한 태도는 여전했다. 그는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진압한 것은 정당하며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구세력이 군사 개입을 하면 리비아 전역이 피바다가 될 것이라는 원색적인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정유시설이 국가의 통제 하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반군이 장악한 유전지대를 탈환하기 위해 전투를 계속할 것임을 암시했다. 카다피는 2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한 건물 강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이슬람 전통 복장에 트레이드 마크인 갈색 터번을 머리에 두른 차림이었다. 지지자들과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2시간 30분간 계속된 그의 연설은 리비아 국영TV를 통해 방송됐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15일 이후 3번째 TV 출연이었다. 카다피는 외세 개입을 비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영국 등이 비행금지구역(NFZ) 설정 등 군사 개입을 추진하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는 “미국과 서구세력이 리비아에 들어오길 원한다면 이라크보다 더 끔찍한 지옥과 피바다가 될 것임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과 나토군이 들어오면 수천만명이 죽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패배했던 베트남 전쟁을 들먹이며 “100만~300만명에게 무기를 나눠 줄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석유에 대한 집념도 드러냈다. 카다피는 “정유시설은 안전하다. 해외 정유회사들이 겁을 먹은 것 같다.”면서 “만약 서양 회사들이 리비아를 나간다면 중국, 인도, 대한민국, 브라질 등의 회사와 경제협력을 맺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내전 장기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카다피의 해외 자산을 동결한 상황에서 돈을 조달할 유일한 수단이 유전지대 탈환 및 석유 수출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카다피는 “그들이 리비아의 자산에 손대는 것은 ‘해적질’”이라면서 “내 재산은 인도적인 가치, 조국, 역사처럼 영원무궁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는 시위대 진압이 정당했다고 거듭 항변했다. 그는 “미국, 프랑스도 군대를 공격하고 무기를 훔치는 사람들에게 총을 쏠 것”이라면서 “국제 기구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서 방문해도 좋다. 숨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자기애로 가득 찬 발언도 쏟아졌다. 카다피는 자신을 3인칭으로 표현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는 사임할 수 있는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해산할 의회도 없다.”며 물러날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42년째 리비아를 철권통치 중인 카다피가 장시간 연설한 것은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지자들의 환호성과 지지가 끊이지 않아 카다피의 연설이 중단될 정도였고 카다피가 마이크를 두드리며 조용히 해달라고 자제를 호소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리비아 내전] “나토군 개입땐 수천명 죽게될 것 ”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일(현지시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대가 리비아에 들어 온다면 ‘피의 전쟁’을 벌일 것이며 리비아인 수천명이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 논의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국영 TV를 통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힌 뒤 자신에게는 “넘겨줄 권력이 없다.”며 퇴진 거부 의사를 거듭 밝혔다. 카다피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비롯한 국제적인 제재 조치 논의를 의식한 듯 “유엔과 국제사회가 100% 거짓된 뉴스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알카에다와 관련해 “나는 그들 누구와도, 또 그들이 파견한 대표 누구와도 논쟁할 자세가 되어 있지만 그들은 논쟁하지 않을 것이며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비폭력적으로 헌법과 법률 개혁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카다피는 국제 사회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손에 있는 리비아 정치체제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연설은 카다피가 1977년 도입한 ‘자마히리야 체제’ 34주년을 맞아 이뤄졌다. 자마히리야 체제는 인민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사회주의와 이슬람주의를 융합한 정치형태다. 카다피는 연설에서 “리비아를 식민지화하고 석유를 차지하려는 음모가 있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절대로 불가능하고 우리는 동에서 서, 남에서 북까지 리비아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미국이나 프랑스가 군수물자를 공격하고 이를 탈취하려 한다면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다피는 이번 반정부 시위의 배후에 알카에다가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리비아에서 실제로 몇 명이 죽었는지를 규명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다피는 지난달 28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은 나를 사랑한다. 그들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지청천 ‘자유일기’] “외조부는 극우 아닌 민족주의자”

    [지청천 ‘자유일기’] “외조부는 극우 아닌 민족주의자”

    백산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인 이준식(55) 전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위원은 외조부를 “강직한 군인”이라고 회고했다. 해방 이후 대동청년단의 설립에 관여해 극우적인 성향이 강했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도 “(외조부는) 넓은 의미에서 사회주의자들과도 생각을 나눌 만큼 열린 민족주의자였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지난해까지 친일재산조사위 활동을 하며 3대째 나라 바로 세우기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외손자로서 기억하는 지청천 장군의 모습은? -내가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아 돌아가셔서 직접적으로 기억하는 모습은 없다. 대부분 어머니를 통해 들었는데 강직하고 약속을 중히 여기는 분이셨다. 일본 육사에 들어가 독립운동에 헌신할 것을 결의하면서 육사 내 동지들과 ‘아오야마의 맹세’라는 것을 하셨다고 들었다. 이후 김경천 장군과 외조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하지만 홍사익이란 분은 일본군 중장까지 지내다 전범으로 처형되기도 했다. →지 장군이 독립운동을 하면서 겪은 일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외조부가 항일투쟁을 위해 만주로 가려 했는데 이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식음을 전폐해 몸을 초췌하게 해 일제의 감시를 피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 뒤 요양을 한다며 귀국했다가 만주로 넘어가셨다. 이후 제일 먼저 찾아가신 곳이 신흥무관학교였다. →외조부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대동청년단 창립 등에 관여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외조부는 사회주의자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분이셨다. 이번에 공개한 자유일기를 봐도 전면적인 자유시장경제보다 계획경제가 1950년대 상황에 더 맞다는 의견을 피력하셨다. 극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어머니 지복영 여사도 독립운동을 하셨는데. -어머니도 광복군에 입대를 하셨다. 초창기 멤버인데, 심순호·오광심 여사 등 5~6명 정도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1930년대 중국 관내로 이동하면서 광복군의 모병업무를 맡으셨다고 들었다. 특히 중국 방송국을 빌려 대적방송을 할 때는 일본군들의 타깃이 돼 경호원을 서너명씩 대동하고 다닐 정도였다고 들었다. →최근 친일 문제가 사회적으로 많이 잊히고 있는데. -걱정이 많다. 특히 올해는 신흥무관학교 설립 100주년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한·일 군사협정을 추진한다고 하는데도 사회적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논의 과정 없이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지청천 광복군 총사령관 ‘자유일기’ 첫 공개

    지청천 광복군 총사령관 ‘자유일기’ 첫 공개

    임시정부의 광복군 총사령관을 지낸 백산 지청천(1888~1957) 장군이 직접 쓴 ‘자유일기’(自由日記)의 내용이 최초로 공개됐다. 일기에는 광복 전후 격동의 삶을 산 독립운동가의 고뇌가 절절히 배어 있다. 27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백산 지청천의 자유일기는 1951년 5월부터 백산이 타계하기 한달 전인 1956년 12월까지의 육필 기록이며, 국한문 혼용체로 되어 있다. 백산의 외손자인 이준식(55) 전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위원은 “독립운동을 위해 1919년 만주로 건너가면서부터 일기를 쓰셨는데 한국전쟁 당시 피란 가는 과정에서 분실했다.”며 “1951년부터 다시 쓰신 광복 후의 기록으로 총 7권으로 되어 있다.”고 밝혔다. 자유일기는 백산 사망 이후 막내딸인 지복영 여사가 관리해 왔으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많아 살아 생전 공개를 하지 않다가 지 여사 사망 후 서울신문을 통해 공개됐다. 자유일기에는 당시 이승만 정부에 비판적인 백산의 모습이 잘 투영돼 있다. 경회루에서 열린 제2대 대통령 취임식 연회에 불참한 이유를 ‘만민이 기아 지경인데 30억원(圓) 비용을 들여서 (연회를) 거행함은 찬성할 수 없으며, 호화롭다(1952년 5월 2일 자유일기).’고 지적했다. 우당(이승만의 호)의 용인술도 가차 없이 비판했다. ‘국정감사 보고를 보면 법망이 해이돼 제2의 장개석 정부를 답습하는 것 같다. 이는 애국자, 혁명가를 기피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용인법 때문(1951년 5월 1일 자유일기)’이라고 질타했다. 제헌의원과 2대 의원을 지낸 백산은 3대 의원 선거에 불참한 이유로 ‘모략과 협잡의 정치에 염증이 났고’ ‘솔직히 고백해 선거비용 조달이 막연하기 때문(19 54년 5월 1일 자유일기)’이라고 털어놓았다. 대표적인 우파 독립운동가였던 백산이 1954년 전면적 자유시장 경제 도입을 위한 헌법 개정에 반대했고, 노동문제·노동자의 복리보호를 세계 평화의 관건이라며 진보적 시각을 보인 점도 눈길을 끈다. 김좌진, 홍범도, 이동녕, 이시영, 김백범 등 함께 독립운동을 한 동지들을 그리워하던 백산은 1956년 12월 11일 조선혁명총사령으로 있을 때 자신의 직계 부하였던 정이형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애국자를 애지중지할 줄 모르는 세태를 한탄했다. 백산은 한달 후인 1957년 1월 15일 숨을 거뒀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KTX탈선의 진실은] 업무상 과실… 관련자 형사입건 방안도 검토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산천’이 지난 11일 광명역사 인근에서 사고를 일으키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조사결과에 따라 향후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최대 관심사는 KTX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도 사고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KTX산천은 현대로템이 세계 네 번째 국내 독자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고속열차다.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아 왔던 차종으로 브라질·미국 등과의 수출 협상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해외 고속철 사업은 향후 10년간 1200조원에 달하는 거대시장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獨·佛 등 선진 기술국과 경쟁 발등에 떨어진 불은 24조원 규모의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 수주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상파울루와 캄피나스를 연결하는 511㎞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하는 브라질은 오는 4월쯤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과 일본, 프랑스, 독일 등 고속철도 기술을 보유한 나라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기 브라질 고속철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술력과 기술이전, 가격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왔다. 그러나 해외 수출 실적이 없는 데다 이번 일로 안전문제까지 불거지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4월 브라질 고속철 수주 ‘비상’ 미국 정부도 오는 2020년까지 완공 예정인 1만 3700여㎞의 고속철 건설 사업을 최근 발표했다. 이 중 캘리포니아주는 새크라멘토에서 로스앤젤레스(LA)를 거쳐 샌디에이고에 이르는 1250㎞를 추진하기로 하고 올해 말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건설비만 50조원으로,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해 국산 기술로 제작된 KTX산천을 시승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을 따낼 경우 천문학적인 고속철도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면서 “정부와 민간이 총력전을 벌여 왔는데 이제는 총체적인 운영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KTX산천이나 노반기술의 문제가 아닌 현장인력의 단순실수로 추정되지만, 중국 등 경쟁국에서는 이를 호재로 활용한다.”면서 “코레일 등도 이번 사고원인을 소상히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 책임자 징계도 언급되고 있다. 국토부는 사고의 원인과 관련, 코레일 내부 직원들을 업무상 과실 혐의 등으로 형사입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문책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박향규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사무국장은 “철도사고는 원인을 밝혀내기까지 통상 7~8개월, 최대 1년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나사 빠진 KTX… 관리 총체적 부실

    지난 11일 광명역 인근 터널에서 발생한 KTX산천의 탈선 사고는 유지 보수에서부터 철도 운행정보 관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관리 시스템 부재가 빚은 인재(人災)로 확인됐다.<서울신문 2월 14일자 1, 10면> 그러나 정부는 이번 사고가 현장 작업자의 단순 실수로 인해 생긴 것이라며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고속철도 운영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재점검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공식사고조사기구인 국토해양부 산하 항공·철도조사위원회가 사고 열차인 KTX산천 차량 자체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국토해양부의 내부 문건인 ‘열차탈선사고 원인 및 대책보고’에 따르면 국토부는 사고 원인을 선로전환기를 보수한 용역업체의 실수와 코레일의 정비 부실로 성급하게 결론내렸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 “언론이 선로전환기 및 차량 등 시스템 결함은 아니며 정비불량 등 인적과실로 인한 사고라고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코레일이 정부대전청사에서 가진 KTX 탈선 사고와 관련한 현황 브리핑도 맥을 같이했다. 김흥성 코레일 대변인은 “작업 과실과 매뉴얼상 업무 수칙을 어긴 현장 근무자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1시 10분부터 4시 30분까지 노후케이블을 교체하는 전기공사가 있었는데 당시 작업자가 선로전환기 내 5번 단자 너트를 끼우지 않았던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열차운행이 시작된 오전 6시부터 7시 22분 사이 3차례의 불일치 장애가 감지됐다. 그러나 장애 감지 이후 현장으로 간 코레일 직원은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빠진 너트를 발견하지 못한 채 선로전환기의 조절단자함 표시회로를 직진만 가능하도록 임시 조치했다. 하지만 이 작업자는 이 같은 작업 내용을 생략한 채 구로에 있는 코레일 교통관제센터에 “열차 운행에 지장 없도록 임시 조치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뉴얼대로라면 장애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과 현장에서 선로전환기를 직진으로 가능하도록 조치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관제센터도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 관제센터에서는 더 이상 장애가 감지되지 않자 낮 12시 53분 사고열차의 선로를 우측으로 전환했지만 불일치로 표시되자 긴급히 직진으로 전환시켰다. 하지만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서울방향으로 가야 하는 열차가 우측선으로 진입했고 열차는 이탈했다. 코레일 측은 사고 이후 국토부에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사위는 조만간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 산천’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서울 오상도기자 skpark@seoul.co.kr
  • KTX 탈선 수시간 前에 선로 보수했다

    KTX 탈선 수시간 前에 선로 보수했다

    지난 11일 광명역 인근 터널에서 KTX 산천 열차 탈선 사고<서울신문 2월 12일자 1, 3면>가 나기 전 선로 이상이 감지됐고 임시 보수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가 코레일이 추정하는 것처럼 ‘선로전환기 오작동’에 의한 사고가 아닌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코레일에 따르면 11일 오전 7시쯤 사고가 난 일직터널 내(서울기점 22.8㎞)에서 ‘선로불일치 현상’이 발생해 유지보수 직원이 보수작업을 벌였다. 코레일 관계자는 “당일 오전 오송고속철도전기사무소에서 선로 이상감지 신호가 감지돼 유지보수 작업이 이뤄졌던 것으로 사고 후 보고를 받았다.”면서 “이로 인해 선로전환기에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선로불일치 현상이란 선로에 있는 신호등과 선로 상태가 맞지 않아 발생하는 장애다. 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장애 감지 후 현장에서 이뤄진 조치내용이 이번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로 보고 현장 보수 직원을 상대로 구체적인 보수내용과 보수 이후 보고 여부 등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조사위 측은 이와 관련, 보수선로는 상행선이며 보수가 이뤄진 시간대는 오전 11시 10분부터 오후 1시 5분 사이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9분 부산발 광명행 열차가 사고가 난 제224호 KTX 산천의 경우처럼 상행선에서 하행선으로 선로를 변경해 광명역에 도착한 뒤, 낮 12시 20분 하행선을 이용해 부산으로 운행했고 사고는 오후 1시 5분쯤 발생해서다. 한 관계자는 보수 수준과 관련해 “열차 운행 시간대인 만큼 야간에 작업을 하기 위해 응급조치만 해 놨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구로에 있는 코레일 교통관제센터에 임시보수 조치 내역을 통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선로전환기 오작동 희박, 관리시스템 부실 드러나”

    “선로전환기 오작동 희박, 관리시스템 부실 드러나”

    지난 11일 KTX 탈선 사고 직전, 선로전환기 유지보수 작업이 있었고 이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허술한 보고체계 등으로 이 같은 사실을 광명역에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고속열차 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간 보수 위한 응급조치만 한듯 한 철도 전문가는 13일 “사고 형태만 보면 열차 선로를 전환하면서 후미가 레일에서 이탈한 ‘도중전환’된 형태”라며 “선로전환기는 각종 안전장치가 있어서 열차가 일정거리 내에 들어오면 작동하지 않기에 오작동될 가능성은 낮다.”고 코레일 측의 사고원인 추정과는 다른 지적을 했다. 이로 인해 탈선사고 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로전환기 보수작업이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상행선으로 운행 중인 열차들이 많아 완전한 보수를 하지 못한 채 야간 보수를 위한 응급 조치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전까지 상·하행 고속열차가 지장 없이 운행했다는 점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코레일 관계자는 “광명역은 주말에만 임시 열차가 운행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유지보수자가 직선 주행으로 선로를 고정했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선로 유지보수 안전불감증도 선로 유지보수에 대한 코레일의 안전불감증도 드러났다. 광명역에서는 사고 당일 이 같은 작업이 진행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열차 운행을 총괄하는 구로의 코레일 교통관제센터가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았는지도 불분명하다. 구로의 교통관제센터는 고속철도 시설물 관리를 책임지는 오송사무소와 같은 장애점검 시스템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처럼 장애신호가 나왔다가 사라질 경우 보수 여부 등을 교차점검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반선과 달리 고속선은 유지보수 내역을 해당 역에 보고하지 않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터널 및 교각에서의 사고 시 복구 대책도 부실했다. 2005년 경기 시흥과 지난해 10월 금정터널 등에서 열차가 멈춰 섰지만 사고 발생 24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복구가 이뤄지면서 열차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고속열차는 최대 9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우고 300㎞로 운행하기 때문에 사소한 장애나 고장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광명역 탈선 사고는 속력을 크게 낮춘 상태여서 인명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또 10량인 KTX 산천이 아니라 20량으로 편성된 KTX였다면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국토부 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전반적인 개선·보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탈선사고까지 낸 KTX 수출할 수 있겠나

    KTX산천 열차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3월 운행을 시작한 이래 끊임없이 안전사고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광명역 인근에서 탈선사고까지 냈다. KTX 탈선 사고는 2004년 고속철도 개통 이후 처음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열차가 선로를 바꿀 때 작동하는 선로전환기에 문제가 생겨 탈선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차량 자체 결함으로 인한 이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KTX산천 사고가 대부분 차량 결함에 원인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불과 일주일 전에도 서울행 열차가 출발 직전 배터리 고장으로 제 시간에 떠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 차원의 ‘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해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음에도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을 거듭해 비슷한 화를 자초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레일 측은 KTX산천이 도입된 지 아직 1년도 안 돼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한 사고에 대한 설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근본적인 차량 결함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KTX산천은 현대로템이 세계 네 번째 국내 독자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고속철로 안팎의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런데 운행 첫 단계에서부터 ‘사고철’이란 비난을 사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공신력 추락으로 인해 KTX산천 수출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장 진행 중인 브라질·미국 등과의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획기적인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 KTX 선로의 침목에 금이 가는 등 그동안 부실공사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차제에 이에 대한 문제점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고속철 안전에 대한 전방위적인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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