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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끔찍한 범죄 가해자 또는 피해자…中 6000만 ‘남겨진 아이들’을 어쩌나

    끔찍한 범죄 가해자 또는 피해자…中 6000만 ‘남겨진 아이들’을 어쩌나

    중국에는 ‘리우셔우얼통’(留守儿童)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아이들은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겨지기도 하고, 집안에 홀로 남겨져 생활하기도 한다. 현재 중국 당국은 리우셔우얼통 수가 6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남겨진 아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며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후난성(湖南省) 샤오둥현(邵东县)에 살고 있는 10대 소년 3명이 초등학교 여교사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들은 게임방에 갈 푼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숙사 당직 여교사를 불러내 몽둥이로 내려치고, 입과 코를 걸레로 막아 숨지게 했다. 이들의 나이는 불과 11살, 12살, 13살이었고, 사람을 죽이고 훔친 돈은 2000위안(한화 36만원)이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나가면서 할머니와 친척에게 맡겨진 리우셔우얼통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꾸이저우시(贵州市) 비지에시(毕节市)에 사는 남매 4명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1남 3녀, 아이들의 부모는 타지에 나가 일을 했고, 아이들만 덩그러니 집안에 남아 생활해왔다. 장남은 13살, 막내는 5살에 불과했지만 아무도 이들을 돌보는 이는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않고, 아빠가 두고 간 은행카드로 돈을 찾아 먹을 것을 사러 잡화점에 들르는 것이 외출 전부였다. 한 번도 동네 친구들과 바깥세상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4남매는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외로운 생활을 견뎌오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8월 꾸이저우시 비지에시에서 또다시 리우셔우얼통 참극 사건이 발생했다. 15살 여아와 12살 남아가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여아는 두 차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다름 아닌 17살, 20살 된 친척 오빠들이었다. 이들은 여아를 강간, 살해한 뒤 남동생이 경찰에 신고할까 두려워 남동생까지 살해했다. 남매가 집안에서 처참히 살해당하는 순간까지 이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2014년 1월에는 광시성(广西省)의 13세 여아가 마을 남성 16명으로부터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20대에서 70대 이르는 남성들은 10~30위안(한화 5500원)으로 순진한 아이를 꼬신 뒤 위협해 성폭행을 일삼았다. 아이의 나이 불과 11살부터 2년간 두려움 속에 떨면서 홀로 고통을 견뎌야 했다. 리우셔우얼통의 사회문제는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간다. 중국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월 리커창(李克强) 총리 상무회의에서 “리우셔우얼통을 보호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2월 국무원은 ‘농촌 리우셔우얼통의 관심보호 공작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농촌의 리우셔우얼통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조국의 희망이며,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올해 중국 양회(两会)에서도 리우셔우얼통을 주요 사안으로 다루며, 지역별 대표의원들은 관련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선부론’(先富论)을 외치며 개혁, 개방과 더불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은 높아졌지만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라는 후유증 또한 남았다. 농민공들은 '우리도 잘살아 보겠다’며 도시로 몰려갔고, 농민공의 아이들은 그렇게 ‘남겨진 아이들’이 되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잃어버린 ‘남겨진 아이들’은 사회악에 물들거나, 사회악의 희생양이 되었다. 부모들은 “내 새끼 부족하지 않게 키우겠다”며 도시로 떠났지만, 정작 아이들은 헐벗은 마음에 ‘부모 있는 고아’가 된 채 세상에 남겨졌다.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와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는 리우셔우얼통의 아픔이 가려져 있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라고 했던가? ‘G2’로 부상한 중국의 미래, 이대로 괜찮은지 모르겠다. 이종실 상하이(중국) 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중국에 ‘부모 있는 고아’ 6000만 명

    중국에 ‘부모 있는 고아’ 6000만 명

    중국에는 ‘리우셔우얼통’(留守儿童)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아이들은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겨지기도 하고, 집안에 홀로 남겨져 생활하기도 한다. 현재 중국 당국은 리우셔우얼통 수가 6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남겨진 아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며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후난성(湖南省) 샤오둥현(邵东县)에 살고 있는 10대 소년 3명이 초등학교 여교사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들은 게임방에 갈 푼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숙사 당직 여교사를 불러내 몽둥이로 내려치고, 입과 코를 걸레로 막아 숨지게 했다. 이들의 나이는 불과 11살, 12살, 13살이었고, 사람을 죽이고 훔친 돈은 2000위안(한화 36만원)이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나가면서 할머니와 친척에게 맡겨진 리우셔우얼통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꾸이저우시(贵州市) 비지에시(毕节市)에 사는 남매 4명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1남 3녀, 아이들의 부모는 타지에 나가 일을 했고, 아이들만 덩그러니 집안에 남아 생활해왔다. 장남은 13살, 막내는 5살에 불과했지만 아무도 이들을 돌보는 이는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않고, 아빠가 두고 간 은행카드로 돈을 찾아 먹을 것을 사러 잡화점에 들르는 것이 외출 전부였다. 한 번도 동네 친구들과 바깥세상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4남매는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외로운 생활을 견뎌오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8월 꾸이저우시 비지에시에서 또다시 리우셔우얼통 참극 사건이 발생했다. 15살 여아와 12살 남아가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여아는 두 차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다름 아닌 17살, 20살 된 친척 오빠들이었다. 이들은 여아를 강간, 살해한 뒤 남동생이 경찰에 신고할까 두려워 남동생까지 살해했다. 남매가 집안에서 처참히 살해당하는 순간까지 이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2014년 1월에는 광시성(广西省)의 13세 여아가 마을 남성 16명으로부터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20대에서 70대 이르는 남성들은 10~30위안(한화 5500원)으로 순진한 아이를 꼬신 뒤 위협해 성폭행을 일삼았다. 아이의 나이 불과 11살부터 2년간 두려움 속에 떨면서 홀로 고통을 견뎌야 했다. 리우셔우얼통의 사회문제는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간다. 중국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월 리커창(李克强) 총리 상무회의에서 “리우셔우얼통을 보호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2월 국무원은 ‘농촌 리우셔우얼통의 관심보호 공작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농촌의 리우셔우얼통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조국의 희망이며,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올해 중국 양회(两会)에서도 리우셔우얼통을 주요 사안으로 다루며, 지역별 대표의원들은 관련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선부론’(先富论)을 외치며 개혁, 개방과 더불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은 높아졌지만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라는 후유증 또한 남았다. 농민공들은 '우리도 잘살아 보겠다’며 도시로 몰려갔고, 농민공의 아이들은 그렇게 ‘남겨진 아이들’이 되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잃어버린 ‘남겨진 아이들’은 사회악에 물들거나, 사회악의 희생양이 되었다. 부모들은 “내 새끼 부족하지 않게 키우겠다”며 도시로 떠났지만, 정작 아이들은 헐벗은 마음에 ‘부모 있는 고아’가 된 채 세상에 남겨졌다.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와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는 리우셔우얼통의 아픔이 가려져 있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라고 했던가? ‘G2’로 부상한 중국의 미래, 이대로 괜찮은지 모르겠다. 이종실 상하이(중국) 통신원 jongsil74@naver.com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日, 아동·노인 연계된 복지시설 확산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日, 아동·노인 연계된 복지시설 확산

    싱가포르 3代동거 가구 주택지원 中, 시설보다 조부모 양육 의존 ‘할마’(할머니+엄마), ‘할빠’(할아버지+아빠)의 등장은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족·가문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맞벌이 부부가 급격하게 늘면서 일본은 노인·아동 연계 교육을 실험 중이고, 싱가포르는 조부모에게 양육비를 지원하는 등 각국이 조부모 육아를 안정된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동아시아 국가 가족정책 비교 연구’(2014년)에 따르면 중국, 일본, 싱가포르, 한국 중 조부모 및 친·인척 양육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국(40.7%)이었다. 이어 싱가포르(38%), 한국(35.1%), 일본(27.4%) 순이었다. 이를 맞벌이 부부 가구로만 한정해 보면 비중이 크게 뛰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기준으로 49.3%였다. 일본은 2000년대부터 어린이와 노인이 소통하는 사회복지 시설을 만들었다. 1987년에 도쿄에 들어선 ‘고토인’이 첫 사례다. 2003년 ‘닛포리 커뮤니티’, 2007년 ‘시바우라 아일랜드’, 2010년 ‘신주쿠 고고’, ‘가라광장’ 등 도쿄에만 5곳 이상의 노인·아동 복합시설이 들어섰다. 이곳에서 노인과 아이가 함께 체육행사를 하거나 일주일에 두세 번씩 모여 밥을 먹는다. 아이들은 식사예절 등을 배우고, 노인은 아이가 등·하원 때 보호자 역할을 해 준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의 유혜미 연구위원은 “도시의 경우 비싼 땅값으로 공공시설을 위한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도 아동·노인 시설의 결합이 효율적”이라며 “정서적 교감, 세대 교류 등 조부모 양육의 장점을 보육시설에서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조부모가 손주를 돌볼 수 있도록 3세대 동거 세대에 대한 주택 정비를 지원키로 했다. 중국은 조부모 양육 자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국의 여성 취업률(18~64세)은 70%에 육박하지만 0~2세 아동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4.6%(2010년 기준)에 불과하다. 싱가포르는 급격하게 출산율이 떨어지고 젊은 층이 결혼을 기피하는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으로만 따지면 부부 중 한편이 직접 아이를 보는 게 효율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싱가포르 총리실 국가인구인재부의 설문(복수 응답)에 따르면 부모가 양육하는 비율은 45%였고, 조부모 양육(38%), 보육시설(21%), 외국인 도우미(20%) 순이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양육을 위해 3대가 함께 사는 가구에게 주택을 제공하고, 손주를 양육하는 조부모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공보육 시설이 발달해 조부모 양육 비율이 10% 미만인 북유럽 국가나 민간 베이비시터 등을 주로 고용하는 영미권 국가와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유교의 영향으로 보육시설보다 조부모 양육을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는 성향이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도 조부모 양육에 대한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양육수당 조부모에 직접 지원…보조인력 운영 방안도 고려를”

    맞벌이 부부의 입장에서 조부모의 자녀 양육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들은 체력적인 문제와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돌봄 사각지대를 줄이고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인 조부모 양육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희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0~2세 영아를 보육하는 어린이집에 정부가 제공하는 ‘양육수당’ 중 최대 50% 정도를 떼어내, 어린이집에 손주를 보내지 않고 직접 돌보는 조부모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보조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경기도는 ‘가정보육교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공인자격증인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 중 출산·양육 경험이 있거나 2년 이상의 보육 경력이 있는 보육교사가 가정으로 직접 찾아가 1대1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백선정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와 조부모가 가정보육교사의 방문 요일을 달리 신청해서 조부모가 쉴 수 있는 틈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조부모 육아교실’에 육아상담 프로그램, 조부모 양육모임 지원 등을 추가해 ‘원스톱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금은 서울 강남구 등 일부에서만 영유아 성장·발달 교육, 조부모 육아 교실, 조부모 양육 모임(조부모 상담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두고 있다. 한 지자체 유아센터 관계자는 “조부모들은 양육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며느리나 딸의 눈치도 봐야 하고 육아 자체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많이 노출된다”며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0~2세는 보육시설 이용 비율이 28.6%에 불과한 반면, 3~5세는 94.5%에 이른다는 점도 조부모 지원대책 마련에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손주 돌보고 살림 돕고… 애보는 ‘할빠’도 늘고 있다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손주 돌보고 살림 돕고… 애보는 ‘할빠’도 늘고 있다

    딸에게 배운 대로 아침밥 차려… 손녀 학원 간 사이 취미 생활 “은퇴한 남성 우울증은 남말… 힘들지만 육아에 재미 붙여” “이제 할아버지가 문제를 내 주세요. 제가 맞혀 볼게요.” 전영철(64)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전민동 집에서 ‘어린이 속담사전·수수께끼’ 책을 펴 놓고 외손녀 한서현(7)양에게 문제를 냈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항상 칭찬을 해 주죠. 할아버지도 정말 몰랐는데 서현이는 아는구나 하는 거예요. 그래야 아이도 재미있어 하고 성취감을 느낄수 있어요.” 이날 아침 식사는 딸에게 배운 에그 스크램블로 해결했다. 6년째 손녀를 돌봤기 때문에 요리 실력도 제법 늘었다. “에그 스크램블은 우유와 달걀만 있으면 간편하게 만들 수 있죠. 그래도 서현이가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서인지 두부나 나물도 잘 먹습니다. 편식은 안 해요.” 지방의 한 대학에서 VR게임개발과 교수를 했던 전씨는 2010년 명예퇴직을 했다. 2009년 손녀가 태어나면서 그의 노후는 자연스레 손녀 육아로 이어졌다. “어떤 사람은 나이 먹어서까지 자식에게 희생당한다고 하는데, 저는 제가 먼저 애를 봐주겠다고 한 겁니다. 아이 부모가 바쁘니까 퇴근 때까지 봐주면 손녀딸 정서 발달에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죠.” 유치원을 다닐 때는 오후 시간만 봐주지만 서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 이날은 온종일 함께 있었다. 오전 11시 간식 시간이 되자 전씨는 부엌에서 사과를 가져왔다. 손녀가 먹기 쉽게 강판에 사과를 갈아 주는 사이에 서현이는 할아버지에 대한 질문 공세를 이어 갔다. “할아버지, 사과가 끝에 조금만 남으면 어떻게 해요?”, “그럼 집게를 가져와서 집어도 되는 거예요?” 첫 외출지는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관평도서관이었다. 이곳에서 서현이는 1시간 동안 독서를 이어 갔다. 전씨는 서현이에게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우면 어른 중심이 되기 쉬워요.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일찍 자’와 같은 말을 하죠. 저는 새벽 1시에도 책을 읽어 달라면 읽어 줘요. 같이 늦잠 자면 되니까. 생활 리듬을 아이에게 맞추는 거죠.” 도서관 인근에서 점심을 먹은 후에 서현이가 2년째 다니고 있는 미술학원에 오후 1시 30분에 도착했다. 곧이어 옆에 있는 피아노 학원까지 다녀오면 3시간 정도가 휴식 시간이다. 전씨는 서현이의 학원 종료 시간에 맞춰 휴대전화 알람을 설정했다. 인근의 카페에서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을 하는 시간이다. “아이를 잠시 보면 즐겁지만 하루 종일 함께하면 스트레스가 생기죠. 양육 도중에 자기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는 이 시간을 활용해 6년째 육아일기를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며 ‘격대교육’(隔代敎育·조부모의 손주 양육)의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격대교육이 오바마를 만들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 네가 살아갈 인생’ 등 책도 2권 썼다.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리던 전씨에게 아이의 피아노 학원에서 수업이 끝나기 30분 전 전화가 걸려왔다. 교사는 서현이가 눈이 가렵다고 한다면서 안과를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이렇게 당장 곁으로 가는 것도 할아버지니까 가능한 거 아니겠어요?” 인근 안과에서 알레르기 안약을 처방받은 서현이는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블록방으로 향했다. 오후 5시쯤 전씨는 서현이 엄마에게서 아이를 데리러 오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이 엄마가 오면 취침 시간까지는 휴식이죠. 남자들이 은퇴하고 나면 심한 경우 우울증까지 온다는데 저는 그럴 틈이 없네요. 힘들어도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다른 사람은 모릅니다.” 전씨는 마음의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조부모는 어디까지나 보조 양육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부모 양육은 아이와 부모의 유대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멈춰야 합니다. 언제나 서현이에게 저녁 시간은 ‘부모와의 시간’이라고 부르고, 휴가도 가족끼리 가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옛날처럼 무작정 안 키워”… 막내 손주 업고 육아법 다시 배운다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옛날처럼 무작정 안 키워”… 막내 손주 업고 육아법 다시 배운다

    지자체 육아교실 다니는 할마들… ‘자격증’ 따고 손주 돌보면 지원금 율동·종이접기·대화법 등 배워… 4년간 교육 이수자 11배 늘어나 ‘모유는 백혈구 때문에 8시간까지는 유지되지만, 분유는 1시간만 있으면 부패된다.’ ‘담대한 아이가 세상을 바꾼다.’ ‘말리면 창의력이 없어진다. 통제하지 말 것.’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열린육아나눔터 강의실에서는 올해 첫 손주돌보미 교육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에서 만난 김옥준(71·여)씨의 노트에는 건강상식, 교육방식 등 다양한 육아 지식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나이가 먹어 손이 느려져서요. 정말 중요한 것만 받아 적었어요. 요즘엔 옛날 할머니처럼 무작정 애를 안고 기르면 안 돼요. 할머니들도 배워야지.” 김씨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첫째 손녀, 여덟 살인 둘째 손녀, 생후 6개월 손자까지 외손주 3명을 돌본다. 이날은 막내 손자를 등에 업고 50분 정도 늦게 강의실에 들어섰다. 막내 손자를 맡아 줄 사람이 없었지만 결석을 하기 싫어 아이를 업고 달려왔다고 했다. 김씨는 허리가 아픈 듯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도 강사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손주돌보미 교육’은 평일 5일간 25시간의 교육 시간을 이수한 조모·외조모에게 ‘돌보미 자격증’을 준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월 40시간 손주를 돌보면 구청에서 최대 월 24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다만 15개월 이하의 영유아 한 명을 포함해 손주가 2명 이상이어야 한다. 수업은 짝수월에 열린다. 이날 2월 수업에는 신청자 30명이 모두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이날 수업은 실습 위주로 진행됐다. 오전에는 이경희(48·여) 강사가 종이접기와 구연동화를 접목한 ‘스토리텔링 종이접기’를 가르쳤다. “아이에게 창의력을 키워 주려면 절대 답을 줘서는 안 돼요. ‘이거 꽃 같지 않니?’가 아니라 ‘이게 무엇으로 보이니?’라고 묻는 게 올바른 접근입니다.” 이 강사는 간단한 동화나 동요를 부르며 종이 접는 시범을 보였고, 틈틈이 교육적인 대화법을 설명했다. 할머니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고 메모를 하는 사람도 간혹 눈에 띄었다. 할머니들은 쉬는 시간에 서너 명씩 모여 앉아 스마트폰에 저장한 손주의 동영상과 사진을 자랑했다. 각각 생후 24개월, 6개월 된 외손녀 2명을 돌보는 이정민(65·여)씨도 스마트폰의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여자 아이라 그런지 눈도 동그랗고, 이목구비도 여성스럽죠. 손녀가 내가 춤추는 모습만 보면 자지러지며 좋아해요. 집에 가자마자 오늘 배운 노래와 율동을 보여 줄 겁니다.” 오후 2시부터 동화 구연 수업이 이어졌다. 하루 종일 총 6시간의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할머니들에게는 꽤 강행군이었지만 오히려 “선생님, 한 번만 더 시범을 보여 주세요”라는 요구가 이어지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이어 시작된 율동 수업에서 김경옥(43·여) 국제한마루교육연구소 대표가 동요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자 뒷자리의 할머니들은 금세 일어서서 따라하며 익혔다. “집에서 보고 연습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 대표는 “내 손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전문 아이 돌보미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보다 참여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교육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참여율도 높아졌다. 2011년 25명이던 교육 이수자는 지난해 288명으로 약 11배가 됐다. 서초구 외에도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조부모 육아교실을 열거나 조부모 양육 모임을 알선한다. 하지만 1년에 1~2번 정도만 일시적으로 조부모 육아교실을 여는 곳도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육아 포털 홈페이지 등을 통해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조부모 모임·교육 프로그램 지원 필요

    서울신문이 지난달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 50명과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긴 부모 50명 등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외가의 조부모가 손주를 보는 경우가 66%였고, 친가에서 돌보는 경우가 34%였다. 외가에서 봐야 아이 엄마가 편하게 육아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모(34·여)씨는 “처음에는 아이를 시댁에서 키웠는데 손자는 막 키워야 한다는 시부모님의 양육 방식에 반대하지 못해 답답했다”며 “하지만 친정으로 옮긴 후에는 분유부터 기저귀의 상표까지 정해준다”고 말했다. 조부모 양육 형태는 평일만 보는 경우가 66%로 가장 많았다. 매일 보는 경우와 필요할 때마다 봐주는 경우는 각각 17%였다. 돌보는 장소는 ‘조부모 집’이 49%로 가장 많았고 ‘자녀의 집 출퇴근’ 31%, ‘자녀와 동거’ 20% 순이었다. 손주 1명을 돌보는 경우가 72%, 2명을 돌보는 경우는 24%였다. 10명 중 8명은 조부모 양육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부모 양육을 부모 양육이나 어린이집처럼 하나의 보육 방식으로 인정하고 체계적인 조부모 교육 시스템, 보육비 지원 등을 해달라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의 사례를 들어 양육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있었다. 서초구는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가 24∼25시간의 육아교육을 이수하면 손주를 돌보는 시간에 따라 최대 월 24만원을 지급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조부모 육아가 아이의 문제 행동 줄여”

    2~5세 영유아 36명 심층 관찰… 맞벌이 부모 육아보다 정서 안정 “20년간 어린이집 교사를 하면서 조부모가 키운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버릇도 없고 의존성도 높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조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문제 되는 행동을 적게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 양천구 A어린이집 최복경(42) 원장은 대학원 석사논문을 쓰기 위해 2014년 9월부터 2개월간 2~5세 영유아 원생 36명에 대한 ‘행동 관찰일지’를 기록했다. 36명 중 21명은 조부모가 돌봐주지 않는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이었고, 15명은 조부모가 보살펴주는 맞벌이 부부 아이들이었다. 최 원장은 이 2개 그룹을 대상으로 ▲기본 생활습관 ▲의사 소통 ▲사회정서 발달 등을 비교 관찰했다. 규칙 지키기, 청결, 식사 태도 등 기본 생활습관의 경우 맞벌이 부모 육아그룹은 21명 중 24%(5명)에서 문제행동이 나타났다. 반면 조부모 육아그룹에서는 15명 중 1명만 문제행동을 일으켰다. 최 원장은 “부모 육아그룹의 아이는 혼자 있을 때 식사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물건을 챙기지 못했고, 신발 신기나 옷 입기를 할 때 어른들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아이 스스로 행동하도록 여유롭게 기다리는 조부모와 달리 항상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부부는 무엇이든 빠르게 해주기에 바빠 아이의 자립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소통에서도 맞벌이 부모 육아그룹의 아이는 단어만으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21명 중 4명으로 5분의1을 차지했다. 조부모 육아그룹에서는 15명 중 1명만 말을 더듬었다. 그는 “젊은 엄마들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해 아이가 생각을 밝힐 기회가 적지만, 시간적 여유가 더 있고 느긋한 조부모들은 아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하려는 특성이 좀더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사회정서 발달 측면에서도 맞벌이 부모 육아그룹은 21명 중 4명에게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거나 집중하지 못해 몸을 꼬는 등 행동이 나타났다. 조부모 육아그룹은 이런 경우가 2명이었다. 최 원장은 조부모 육아와 맞벌이 부모 육아는 정서적 안정감 때문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육 경험이 있는 조부모의 보살핌은 일하는 아이의 부모들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어 아이가 세상에 대해 신뢰감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두살 된 손녀 가르치려 영어학원 다니는 ‘할마’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두살 된 손녀 가르치려 영어학원 다니는 ‘할마’

    10명 중 7명 “내 생활도 활력” 대구 중구에 사는 안모(57·여)씨는 얼마 전부터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한 건 그가 돌보고 있는 15개월 된 손녀 때문이다. “아이가 얼마 후면 말을 하기 시작할 텐데, 그때부터 제가 직접 영어를 가르칠 생각이에요. 일차적으로는 아이를 위한 것이지만, 저 또한 아이 덕에 삶에 활력을 찾았죠.” 서울 용산구의 최모(65·여)씨는 손자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자주 간다. “회사 일로 바쁜 며느리를 대신해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려고 애를 씁니다. 여기서 손자를 좋은 체육모임에 넣어 주고, 좋은 학습지를 추천받고, 담임교사가 어떤 분인지에 대한 정보도 얻는 거죠.”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부모 대신 돌봐 주는 집이 전체 맞벌이 가구의 절반에 이른 지는 이미 여러 해가 지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에 그 비율이 49.3%에 달했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아이들을 본가나 처가 또는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러한 ‘할마(할머니 엄마)·할빠(할아버지 아빠) 양육’에 최근 들어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자녀들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하지 못해 떠밀리듯 손주들을 맡았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양육에 참여하는 ‘신개념 할마·할빠’다. 이들은 대부분 억척스럽게 자녀들을 키우며 한국의 교육 열풍을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다. 손주들을 단순히 돌봐 주는 차원을 넘어서 교육 자체에 열성을 보이는 이유다. ‘신(新)치맛바람’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맞벌이 가정의 절반이 조부모 양육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육아교육기관들은 대부분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서울신문은 새로운 할마·할빠 시대를 조명하는 기획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를 위해 손주를 키우는 조부모 50명과 부모에게 아이를 맡긴 부모 50명 등 100명을 상대로 지난달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10명 중 9명 정도가 미취학 영유아의 조부모 교육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79%는 ‘조부모 양육이 적어도 어린이집보다는 낫다’고 답했다. ‘조부모 양육이 부모보다 낫다’는 8%였다. 12%는 ‘좋지 않다’고 답했다. 조부모 응답자 50명의 72%는 ‘손주 양육이 내게도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77%(조부모 37명, 부모 40명)는 양육 대가로 용돈을 주고받는다고 답했다. 월 평균 금액은 87만 6623원이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영·수에 한자까지 가르쳐… 베이비부머가 만든 ‘新치맛바람’

    [新 할마할빠 육아시대] 영·수에 한자까지 가르쳐… 베이비부머가 만든 ‘新치맛바람’

    자녀 키우며 교육열풍 주도 경험… 이전 세대보다 재력 있고 고학력 학습지·교사 등 최신 정보 수집… 모르는 문제 해결 선생님 역할 손주 가르치려고 영어 공부도 “엄마·아빠가 바쁘셔서 할머니·할아버지가 돌봐주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저요 저요, 저는 이 세상에서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어린이집. 갑작스런 아이들 함성으로 교실이 떠나갈 지경이다. 옆자리 친구에게 뒤질세라 팔을 번쩍 들고, 소리도 지른다. 전체 55명(5~7세) 중에 21명이 손을 들었다. 그중 한 명인 최모(7)군은 조부모, 부모, 삼촌 내외까지 모두가 한집에 산다. 할머니가 최군, 최군의 동생, 사촌동생 등 3명을 보살핀다. 할머니는 어린이집 등·하교 및 식사뿐 아니라 학습지 교사가 내준 숙제를 착실히 하는지 감독한다. 모르는 문제도 척척 알려주는 선생님 역할도 한다. 이모(7)양의 할머니는 교육열이 높다. 1년 전 이곳으로 전학을 왔을 때만 해도 이양은 한글도 제대로 몰랐다. 이양의 담임교사 고모(41·여)씨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졸업 전에 한자능력검정시험 7~8급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더니, 할머니가 7급을 따도록 시키겠다고 해서 놀랐다”며 “이후 6개월간 이양은 한글도 떼고, 한자시험 7급에도 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가 매일 공부시간을 정해서 꼼꼼히 이끌어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손녀가 집안을 어질러놔도 못하게 하기보다는 충분히 놀도록 기다려줍니다. 칭찬도 많이 해주죠. 예전에 우리들 아이 키울 땐 왜 그렇게 엄했는지….”(3세 손녀를 키우는 인천 연수구 거주 58세 여성) 베이비부머(53~61세)가 은퇴 후 손주 돌보기에 나서면서 육아교육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고학력이고 재력을 갖춘 이들이 많으며, 이미 자녀를 키우면서 우리나라의 교육 열풍을 주도한 경험도 있다. 이들은 손주 돌보미 학교에 참여하고 최신 교육 정보를 습득하며, 손주를 가르치기 위해 영어 등의 재교육에 나선다. 일각에서는 ‘신(新)치맛바람’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맞벌이 가정의 절반 이상이 조부모 양육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육아교육기관들은 긍정적인 형태의 ‘신(新)양육 시스템’으로 보고 있다. A어린이집 원장 임모(47·여)씨는 “최근 몇년 사이에 손주의 학습에 대한 조부모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며 “특히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 영어, 수학 등을 미리 가르치는 등 조기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전했다. 1일 오후 1시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만난 이호승(66)씨는 손자(4)와 30분간 놀아주고 집에 들어와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10분 만에 싫증을 낸 손자의 손은 이내 블록에 갔다. 이씨는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놀 수 있도록 참을성을 갖고 지켜봐 주는 게 새로운 육아 트렌드”라고 말했다. 다른 어린이집의 교사 정모(43·여)씨는 “과거에는 조부모들이 아이를 외부에 맡기기보다 무조건 자신의 품에 두려고 했지만 요즘 60대 할머니들은 교육기관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오히려 적극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조부모가 양육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어린이집 등 교육기관은 부모와 조부모 모두와 ‘이중 상담’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교육 상담은 조부모와 하고 금전적인 부분은 부모와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의 부모도 조부모의 교육 경험을 존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인터뷰②] 네오나또 퓨로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 제품에 그대로 녹였다”

    [인터뷰②] 네오나또 퓨로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 제품에 그대로 녹였다”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유모차 브랜드 네오나또 퓨로가 18일 열린 베페 베이비페어를 시작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CAMSPA(네오나또 퓨로 제작사) 브랜드 개발부터 운영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는 CEO Gianfranco Rho(이하 ‘G’), 그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아들 Simone Rho(이하 ‘S’)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제품 퓨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퓨로’를 개발하게 된 계기 및 브랜드 이름을 짓게 된 이유는.S : ‘퓨로’라는 말이 이탈리아어로 ‘순수함, 깨끗함’이라는 뜻이다. 이태리 사람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퓨로’도 군더더기를 빼되,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멋을 강조시켰다. 음식을 예로 들자면, 이탈리아 음식들은 원재료의 맛을 가장 살리기 위해 부재료들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편이다. 즉, 필요 없는 것들은 제거하고 가장 필요하면서도 중요한 부분들만 살린다. 퓨로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군더더기를 뺐다고 필요한 기능을 다 없앤 것은 절대 아니다. 3년간 엄마와 아기들에게 필요한 기능들을 유모차에 접목시켜 심플하면서도 고효율적인 유모차를 만들었다. 퓨로는 아기 용품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엄마들의 편리함을 돕기 위해 탄생됐다. 필요한 기능은 모두 첨부가 되면서 디자인 적인 부분도 동시에 살렸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모든 기능이 다 들어가려고 하면 디자인 부분이 무너질 수 있는데, ‘퓨로’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Q. 주목해야 할 퓨로의 기술적인 기능들이 있다면.S : 무엇보다 유모차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는 유아의 안전과 주행감을 모두 충족시킨다. 어떤 지형에서도 안전한 형태의 26cm 와이드 바퀴와 진동 및 소음을 줄여주는 더블 메탈 볼 베어링, 충격을 흡수해 아이에게 안정적인 승차감을 주는 충격 흡수 독립 서스펜션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또한 네오나또 퓨로는 가벼운 알루미늄 프레임, 누구나 다루기 쉬운 폴딩 시스템과 양방향 전환 기능으로 엄마 혼자 아이를 케어하거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 한국 육아의 특성에도 적합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많은 연구를 거쳐 완성된 폴딩 기술을 적용, 유모차를 접으면 세단형 차량의 트렁크에 2대까지 실을 수 있어 아이가 둘 이상일 경우에도 보관이나 이동의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다. 유모차로서의 기능이 전부가 아니다. 요람과 카시트, 유모차 기능을 한 번에 구현하는 3 in 1 시스템으로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것. 9kg 이하의 어린 아기의 경우, 시트 아래에 위치해 있는 지퍼를 열어 요람으로 사용하거나 유모차의 양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 시트를 분리해 카시트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첫돌 이전에만 사용할 수 있는 바구니형 카시트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잠든 아이를 깨우지 않고도 이동하거나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감각적인 이탈리아 제품답게 7가지 컬러로 선택의 폭을 높이고 에코 레더 핸들로 고급스러움을 더해 스타일리쉬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퓨로가 엄마들에게서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다. Q. ‘네오나또 퓨로’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S : 단순함. 사용 방법이 간단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작동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기능들이 제품 안 쪽으로 숨어 있어 디자인이 심플하고 세련됐다. 이전 ‘네오나또 퓨로’를 음식에 비유했다면, 이번에는 패션에 비유하고 싶다. 이탈리아 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바로 거추장스러운 장식들이 없는 깔끔한 느낌의 디자인 덕분이다. 보완해줄 디테일이 없어 의상만으로 매력을 표출시켜야 하기 때문에 몇 개 안 되는 의상의 라인을 완벽하게 만든다. 약간 거창하게 보일 수 있지만, 회사가 추구하는 제품의 형태는 바로 패션이나 음식처럼 이태리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된 단순함’이 ‘네오나또 퓨로’의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Q. 제29회 베이비페어로 국내에 선 보이게 된 소감과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G : 4년째 ‘㈜아벤트코리아’와 일을 하면서 ‘이렇게 열정적인 회사에 우리 기업을 맡겨도 되겠다’라고 생각해서 한국 내 론칭을 준비했다. 또한 유아용품 업계에서는 베이비페어가 무척이나 중요한 박람회라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물론 이번 페어에 참여하게 돼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S : 현재 네오나또 퓨로는 패키징 1, 2, 3 BOX로 나눠져 있어 주부들의 입맛에 맞게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 원하는 색깔에 맞게 연출할 수 있다. 이렇게 디자인한 이유는 개성을 표출하기 위해 매일 입는 옷이 달라야 한다는 여성성의 상징을 나타냈다. 색깔 조합을 여러 가지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는 블랙 컬러의 프레임만 론칭하였으며, 앞으로 순차적으로 론칭할 예정이다. 현재 퓨로는 CJ몰, 롯데닷컴과 전국 백화점 압소바 매장에서 구매 가능하다. 앞으로 방한 이후로도 퓨로의 옵션 관련해서 다양하게 제작할 계획이다. 특히 색상, 액세서리 등에 대해 확장하고 싶다. ‘네오나또 퓨로’를 구매하는 이들이 자신의 개성에 맞게끔 커스터마이징 해 ‘자신만의 명품’을 창조하길 원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식 잃고 기른 손자…법원, 조부모 면접권 첫 인정

     친자식처럼 손자를 길렀다면 조부모에게도 면접교섭권을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2단독 제갈창 판사는 딸이 죽고 나서 3년 가까이 외손자를 기른 A(60·여)씨가 사위를 상대로 “손자를 정기적으로 만나게 해달라”며 낸 면접교섭권 허가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의 딸은 2012년 아이를 출산하다 숨졌다. A씨는 사위와 손자를 자신의 집에 살게 하며 손자를 정성껏 길렀다. 그러다 사위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하겠다며 떠났다. A씨는 사위를 피해 손자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가 지난해 1월 사위에게 데려다 줬다. 이후 손자를 보지 못하자 면접교섭권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사위는 아이가 새엄마에게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시점에 외할머니를 만나고 친모가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민법 837조는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한쪽과 자녀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법의 취지는 가정 해체에 따른 애착 관계 단절이 아동의 복리와 건전한 성장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기반을 뒀다”며 “숨진 친모 대신 외조모가 3년 가까이 양육하며 깊은 유대와 애착 관계를 형성했을 때 이를 끊는 게 아이의 복리에 부합한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다. 사위 쪽에서 항소한다면 1심 판결이 유지될지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기도 저소득 조손가정 대학신입생에게 학비 지원

    경기도가 도내 저소득 조손가족의 대학신입생 손주에게 학비를 지원한다. 23일 도에 따르면 도는 올해 신규사업으로 1억 5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저소득 조손가정 손자녀 대학교 등록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시·군 주민센터에서 대상자를 추천받는다. 지원 대상은 주민등록상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부모가족지원법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조손가족 손자와 손녀 가운데 올해 대학교 신입생이다. 저소득 소존가족 손자와 손녀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달 현재 한부모가족지원법상 지원대상인 경기도 내 저소득 조손가족은 모두 222가구(549명)다. 지원금액은 2016년도 입학금과 1학기 등록금 총액 중 국가장학금 등 지원금액을 제외한 차액으로 1인당 500만원 이내다. 추천자 중 중복지원 여부를 심사한 뒤 상반기에 학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저소득 조손가족의 경우 조부모의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빈곤이 심각하다”며 “조손가정 손자 손녀에 대한 교육기회 제공과 자립기반 마련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손목 위 아이 지킴이 ‘키즈폰’

    손목 위 아이 지킴이 ‘키즈폰’

    교육 콘텐츠 제공하고 수업 시간엔 사용 제한 가능 직장인 김모(37)씨는 다음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에게 어린이 전용 스마트워치인 키즈폰을 사 줬다. 학교 수업을 마친 딸이 발레학원과 수영학원에 데려다줄 도우미 ‘이모’와 회사에 있는 자신과 연락할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5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어린 자녀를 조부모나 돌보미에게 맡기는 워킹맘 가운데 키즈폰을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14년 7월 스마트워치 형태의 키즈폰을 처음 내놓은 SK텔레콤의 경우 누적 가입자가 26만명에 이른다. 특히 7세 이하 미취학 아동 가입자의 60%가 생애 첫 휴대전화로 키즈폰을 골랐다. 초기 키즈폰은 GPS(위성항법장치)를 내장해 아이의 실시간 위치를 알리는 안심 기능을 주로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키즈폰과 연동해 교육 및 오락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부가 서비스가 다양하게 개발됐다. 키즈폰은 부모의 스마트폰에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제어한다. 부모가 가입한 이동통신사와 다른 회사의 키즈폰도 연동해 쓸 수 있다. SK텔레콤의 ‘T키즈폰 준2’는 안전, 교육, 쇼핑 등 부모용 케어 서비스 플랫폼과 놀이 중심의 아이용 또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구성된 ‘클럽T키즈’를 운영한다. 앱에서 체험 학습 프로그램 정보를 확인하고 참여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어린이 전용 메신저인 ‘그룹톡’을 통해 아이가 친구들과 소통하거나 또봇, 쥬쥬, 포켓몬을 활용한 퀴즈게임을 즐길 수 있다. T키즈폰 준2는 공시지원금 혜택으로 7만 57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KT의 ‘올레똑똑’은 아이 손목에 무리가 없는 31g의 무게로 밴드와 목걸이 2가지 형태로 착용할 수 있다. 응급 상황에 홈버튼을 3초간 길게 누르면 경보음이 울리고 보호자 휴대전화로 통화가 자동 연결된다. 사전에 지정한 20명과 음성 통화 및 문자, 이모티콘을 주고받을 수 있다. ‘올레똑똑 안심케어’ 요금제에 가입하면 단말기 할부 원금(25만 4000원)이 무료다. 월 요금은 8000원(부가세 별도)이고 KT에 가입한 부모 한 사람과는 음성 통화 및 문자메시지가 무한 제공된다. 음성 통화 50분과 문자메시지 250건, 데이터 100MB를 이용할 수 있다. 키위플러스가 지난해 말 출시한 ‘라인 키즈폰 키위워치’는 캐릭터 ‘라인프렌즈’를 디자인에 활용했다.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도록 ‘집중 모드’를 설정하고 음성을 문자메시지로 변환해 발송한다. 알뜰폰 업체인 세종텔레콤을 통해 선불 충전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 단말기 가격은 37만 2000원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임종기 환자란 회복 불가능해 수개월 내 사망 예상자”

    말기 환자·식물인간과는 달라 19세 이상 사전의향서 가능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웰다잉법’이 3일 공포돼 2018년 2월 시행된다. 연명의료 중단 범위와 대상, 판단 절차를 문답으로 정리했다. Q. 말기 환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와 어떻게 다른가. A. 말기 환자와 달리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는 암, 에이즈 등의 질병에 걸린 뒤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를 의미한다. Q. 연명의료 중단은 특정 질병에 걸린 경우에만 가능한가. A.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은 죽기 전에 임종 과정에 이르므로, 질병이나 사고 등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가능한 치료를 다 해 본 뒤에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인지를 판단한다. Q.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도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나. A. 단순히 식물인간 상태라고 연명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다만, 식물인간 상태가 지속되다가 해당 환자의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해당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다’고 판단한다면 연명의료 중단 대상 환자가 될 수 있다. Q. 평소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자신의 뜻을 밝혀 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19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자신의 연명의료 시행 또는 중단에 관한 사항, 호스피스 선택 및 이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자신의 의사를 문서로 작성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반드시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기관을 통해 작성해야 한다. Q. 한번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고칠 수 없나. A.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기관에 요청하면 언제든지 작성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Q. 환자의 의사를 대신 밝힐 수 있는 가족에는 누가 해당되나. A. 환자 가족에는 배우자, 아들·딸·손자·손녀·증손자·증손녀 등의 직계비속, 부모·조부모 등의 직계존속이 해당된다. 만약 환자에게 해당하는 가족이 아무도 없다면 형제자매도 포함시킬 수 있다. 단, 환자 가족은 19세 이상이어야 한다. Q. 지금 환자가 의식이 없이 오래 투병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먼저 담당 의사에게 해당 환자의 의학적 상태에 대한 판단을 요청해야 한다. 말기 환자로 진단됐다면 가족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신청할 수 있으며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로 진단됐다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 연명의료 결정을 할 수 있다. Q.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무엇인가. A.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를 포함해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다. 관련 법에 따라 호스피스 전문 기관으로 지정받은 곳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Q. 호스피스·완화의료 신청은 어떻게 하나. A. 말기 또는 임종기로 진단된 환자가 서비스와 관련된 충분한 설명을 듣고 호스피스 이용 동의서를 작성해 호스피스 전문 기관에 신청하면 된다. 의료 대상자임을 의미하는 담당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며 환자의 의사 결정 능력이 없을 때는 미리 지정한 대리인이 신청할 수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자녀 세뱃돈은 ‘맘테크’ 통장…부모님 선물은 ‘효테크’ 보험

    자녀 세뱃돈은 ‘맘테크’ 통장…부모님 선물은 ‘효테크’ 보험

    -세뱃돈 대신 아이통장 가족들 실적 따라 금리…학자금 연계 보험 인기 손자 위한 증여예금 땐 절세·재테크 일석이조 -설 선물 대신 건강보험 90~100세까지 보장…병 있어도 가입 가능 부모님 위해 가입 땐 보험료 1.5% 할인도 주부 유영미(34)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지난해 추석 때 받은 용돈 10만원으로 KB국민은행에서 주니어라이프적금 통장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이 적힌 통장을 갖게 된 아들은 용돈을 모아 매달 1일 유씨와 은행으로 향한다. 부족한 부분은 엄마가 채워 주기도 한다. 아들은 이번 설에도 세뱃돈을 받으면 제일 먼저 저금을 하겠다고 말한다. 유씨는 “나중에 대학 등록금이나 어학연수 등 아이가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스스로 저축한 돈이 유용하게 쓰이는 걸 보여 주고 싶다”고 밝혔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설 선물을 고민하다가 부모님을 위한 보험상품에 가입하기로 했다. 올해 70대에 들어선 어머니가 좀 더 일찍 보험을 더 들어 놓았으면 좋았겠다고 얘기한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병이 있어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고 평생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도 많이 있다고 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설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시기다. 나가는 돈이 많지만 계획만 잘 세우면 재테크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먼저 자녀들을 위한 ‘맘테크’다. 자녀에게 세뱃돈 대신 어린이통장을 만들어 주거나 자녀가 받은 세뱃돈으로 함께 예·적금이나 어린이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아이가 받은 세뱃돈을 무조건 아이에게 맡기는 것도, 부모가 일방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교육적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와 함께 아이의 이름으로 된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주체적으로 돈을 모으는 습관도 길러 주고 자녀의 학자금이나 결혼 자금의 종잣돈을 만들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통장 이름에 자녀 이름을 넣을 수 있도록 한 ‘(아이) 사랑해 적금’을 출시했다. 부모, 조부모 등 가족의 거래 실적에 따라 최대 연 1.0%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가족 중에 아무나 ‘통합 하나멤버스 주거래 우대적금’에 가입하면 ‘효도금리쿠폰’ 연 0.1% 포인트도 얹어 준다. 자녀가 각종 국내외 교육캠프에 참여하면 참가비의 10%를 깎아 준다. 씨티은행의 ‘원더풀 산타 적금’은 명절, 어린이날, 생일 전후로 5영업일 이내에 입금하면 넣은 돈에 대해 연 0.1% 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준다. SC은행의 ‘자녀사랑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으로 평균 50만원 이상 예치 때 연 1.05%, 100만원 이상 예치 때 연 1.55% 이자를 준다. 학교생활과 일상생활 사고에 대비해 종합상해보험 혜택도 무료로 얹어 준다. KB국민은행은 18세 미만을 위한 ‘KB주니어라이프 컬렉션’(증여·예금·적금)을 갖추고 있다. 조부모가 증여예금 상품에 손자 명의로 가입해 사전 증여하면 절세 효과와 재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보험상품 중에서는 학자금 마련과 연계한 어린이 연금상품이 인기다. 저축성 연금상품은 지속적인 저금리 상황 속에서 안정적으로 목돈을 불려 나갈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신한생명 ‘아이행복연금보험’에서 학자금 플랜형을 선택하면 33세까지 시기별로 입학, 영어캠프, 대학 등록, 어학연수, 취업 준비 등에 필요한 보험금이 지급된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e에듀케어저축보험’은 가입자가 인터넷으로 자녀의 교육 자금 목표와 만기 인출 시점을 설계할 수 있다. 부모님을 위한 ‘효테크’ 상품으로는 ‘실버’가 붙은 보장성 건강보험이 강세다. 지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도 90~100세까지 보장해 주는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화생명의 ‘시니어종합보험’은 78세까지 가입 가능하다. 치매·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 등 노인성 질환을 보장한다. 최저보험료는 2만원이다. 삼성생명의 ‘실버암보험’은 61세부터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고 당뇨나 고혈압이 있어도 상관없다. 신한생명의 ‘참좋은실버보험’은 자녀가 부모님 앞으로 보험을 들면 보험료를 1.5% 할인해 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노후 대비 건강보험은 의료비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65세 이전에 가입하는 것이 좋고 보험 가입 때 만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면서 “지금 들어 놓은 질병·건강보험의 만기가 너무 짧다면 갈아타는 것도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조손가정 챙길 ‘착한 스승’ 찾아요

    관악구 난곡동의 민우(12)군은 부모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는 조손가정에서 살고 있다. 조부모의 사랑에 부족함은 없지만 학교 숙제를 하거나 친구들과의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는 부모의 빈자리를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집을 방문하는 배움지도사의 도움으로 이런 문제도 해결했다. 관악구는 2014년부터 조손가정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자 ‘두근두근 멘토링’을 한다고 26일 밝혔다. 중위 소득 72% 이하 취약계층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생까지 배움지도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35명이 혜택을 받았다. 교육을 받은 배움지도사가 아동의 가정을 찾아가거나 ‘건가다가 통합센터’(건강가정지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교육실에서 일대일로 학습 지도를 한다. 관악구는 조부모의 건강 악화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아동의 생활을 지원하는 ‘키움보듬이’와 배움지도사를 모집한다. 키움보듬이는 긴급 일시 돌봄, 가사 활동, 개인 활동 지원, 정서 지원 서비스 등을 맡는다. 배움지도사와 키움보듬이로 일하려면 29일까지 참여 신청을 하면 된다. 19세 이상 성인으로 1년 이상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키움보듬이는 16시간 양성교육을 받은 뒤 시간당 1만원의 활동비와 교통비를 받고 일한다. 노인요양보호사, 아이돌보미는 양성교육을 10시간 받으면 되는 등 키움보듬이 모집 과정에서 우대한다. 배움지도사는 초·중등학생 학습 지도가 가능해야 한다. 관련 학과 전공자, 교원자격 소지자, 학습 지도 관련 경력자를 우대한다. 배움지도사, 키움보듬이 모집에 대한 안내는 건가다가 통합센터(883-9391)에서 받을 수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글의 제목을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라고 적고 보니 왠지 느낌이 이상합니다. 자살을 미화하려는 것도 아니고, 권장하려는 건 더더욱 아닌데, 그런 나라의 이야기라니 이상하게 여길 법도 합니다. 세상 일 다 보고, 생각하기 나름이듯 이 글도 ‘노인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 쯤으로 하면 좋으련만 그런 식상한 접근이야 우리 사회에서 다른 주제로도 이미 일반화 돼있고, 또 사회적으로 수도 없이 다뤄져 온 자살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냥 처음 생각 대로 가려 합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니까요.  모든 생명이 희구하는 본원적인 가치는 삶입니다. 삶이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본질적이고 천부적 권리인 생존권의 실체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한 사회의 법과 제도, 윤리와 관행이 망라된 모든 역량이 개개의 삶을 지지하고, 보호하고, 신장해야 합니다. 이는 중세 이후 인본주의의 태동으로 인간 자체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비로소 시작된 가치체계이지만, 그렇다고 그 전에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종교라고 생각됩니다. 서양의 기독교는 물론 동양의 불교와 유교 등 거의 모든 종교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근본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역사학자들이 암흑기라고 말하는 그런 시대에 비하면 확실히 지금은 인본주의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상, 어떤 이념도 인간이라는 주체적 가치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인간의 의미는 절대적입니다. 누구도 훼손할 수 없고,변질시킬 수도 없습니다. 이전의 시대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이지만, 아무도 놀라워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사례는 늘어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비단 자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100년 전, 200년 전, 그보다 더 오래 전에 비해 지금이 비자연적인 사망자가 더 많습니다. 물론 시대마다 절대 인구가 달라서 단선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 개인이 태어나 천수를 다하고 죽는 것을 자연적인 사망이라고 한다면, 자살이나 전쟁 등으로 죽는 소위 비자연적인 죽음이 많다고 여겨지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옛날에 비하면 정말 살기 좋다”고들 말하는 세상인데 말이지요. ●더는 ‘사람의 것’이 아닌 세상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인간 소외를 꼽습니다. 자살이란 절망의 극단적인 표현 방법입니다. 절망이란 더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절망을 느끼는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의 상황입니다. 예전에 비해 국부는 엄청나게 늘었고, 시민 권익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아동이든, 노인이든, 여성이든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복지정책이 준비돼 있습니다. 살려고 하면 어떻게든 살 방법이 있는 세상이지요.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그 절망을 이겨내지 못해 무참하게 스러지고 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울증 등 신경정신 분야의 질병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죽음을 죄악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믿는 사회문화적 풍조를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 소외가 자살을 부른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모두 다 맞는 진단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자살의 원인을 중요도에 따라 서수화할 수 있다면 저는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람 사이에 형성된 관계의 해체와 새로운 관계의 재구성이 주는 문제를 가장 앞머리에 두고 싶습니다. 관계의 해체란 레고를 재조립하듯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일종의 변혁입니다. 나이가 한 사오십 쯤 된 사람이 어떤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을 중심으로 형성된 모든 인간관계를 해체, 정리한다고 생각해 보면 거기에서 오는 파장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관계란 아무리 개인적이라도 사회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왜냐고요? 개인이란 혼자를 말하지만, 그런 개인과 개인이 어떤 형태로든 관계망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사회를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고, 또 사회라는 게 관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런 개개인의 관계가 확장된 단위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앞뒤 세대들이 바로 이런 관계의 해체에 직면하게 됩니다. 대가족제도의 해체에 따른 가족의 분화, 여기에서 비롯된 부양체계의 붕괴와 노후 소득의 중단, 도시화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 등은 필연적으로 부적응의 문제를 낳고, 전통적인 삶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몰아 넣습니다. 이 세대에게 세상은 예전처럼 외로울 때 누군가가 보듬어 주고, 힘들 때 누군가가 부축해 주는 생활공동체, 운명공동체가 아니라 걸핏하면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거나 진흙 구덩이에서 짓밟히고 마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먹고 자고 입고 쉬고 노는 일이 모두 자신이 체득해 왔던 그런 일들이 아니게 되었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이 모두 벽에 막히게 되었습니다. 그 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지요.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는 격언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 예전에는 ‘사람의 세상’이었지만, 어느 새 ‘세상의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삶의 주체와 객체가 바뀐 세상에서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이 외길로 내몰리게 됐지요. 그래서 그들은 가장 극단적이이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자살공화국’의 실상 필자는 시골에서 낳고 자랐습니다. 시골이라도 100호쯤 되는 제법 큰 동네였는데, 당시는 대가족이 대세여서 한 집당 식구가 보통은 5∼6명, 많은 집은 10명도 넘었으니 어림잡아도 족히 수백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어우러져 함께 살았지요.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조부모, 부모, 자식 등 3대는 보통이었고, 더러는 자녀들이 결혼해 애를 낳은 4대 집안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별별 일들이 많았지요. 더러는 다투기도 했고, 그러다 화가 받쳐 목을 매거나 농약을 들이키는 ‘아주 놀랍고 특별한’ 사단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만, 살림살이가 어려워 먹고 사는 일에 지쳤다고, 의지가지가 없어서 외롭다고, 술이나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했다고 함부로 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제가끔 받아서 태어난 명(命)은 다 하고 가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들 여겼고, 사는 일 바빠서 그럴 짬이 없었는지 우울증처럼 자칫 죽음을 부르는 병을 가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 우리나라가 최근 10년이 넘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인원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나 됩니다. 세계 평균인 12.4명을 두 배나 넘는 규모이지요. 이 중에서 노인 자살률만 따로 떼어서 보면 더 놀랍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70세 이상 노인 10만 명당 116.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더군요. 이런 자살 규모는 최소 5.8명에서 최대 42.3명에 그치고 있는 다른 나라의 노인 자살률과 비교하면 최대 20배가 넘습니다. 필자가 왜 ‘노인이 자살하는 나라’를 제목으로 특정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입니다.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그래서 노후를 고립된 상태로 맞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노인의 자살은 치명적이라는 특성도 갖고 있지요. 젊은 층과 달리 노인들은 첫 자살 시도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노인자살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사회적 관심사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자살공화국’이라고 말하면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죽기에…”라거나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르겠어?”라고 말하기 쉽지만, 앞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젊은 층이라도 막연하나마 위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 자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 자살에는 나름의 사회적 함의가 응축돼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제는 원인을 찾아 방책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노후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또 어떤 생각이 들까요?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이 이런 조사를 했습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노인 자살 문제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호트(cohort)조사를 통한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코호트 조사란, 특정 집단(코호트)을 미리 정한 뒤 이후의 경과와 결과를 조사해 미래에 발생할 현상을 예측하는 전향적 조사방법을 말합니다. 예컨대, 한 마을을 조사 대상으로 정한 뒤 이 마을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종합적으로 취합, 분석해 향후 일어날 일들을 예측해 내는 방식이지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실린 이 조사 결과에는 주목할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연구팀은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655명을 대상으로 2010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국제신경정신분석도구(Mini-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를 이용해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노인의 자살 성향, 자살 시도 등의 문제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였지요. 인터뷰에는 숙련된 간호사를 투입, 노인별로 1개월에 걸쳐 자살 행동경향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일상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연령·성별 보정과정을 거쳐 표준화한 결과, 한 달 간 자살 충동을 느낀 노인을 연간으로 환산하니 1000명당 70.7명이나 됐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실제 자살을 시도한 노인이 연간 1000명 당 13.1명에 달했고, 자살을 시도한 노인 9명 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길거리에서 또는 공원이나 지하철에서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많은 노인들이 실은 남모르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래서 그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노인 자살이 갖는 사회적 함의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들도 국민인데, 왜 국가는 그들의 죽음을 거의 방치 수준으로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나름대로 많은 노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좋은 정책이란 선거 때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나중에 적당히 물을 타서 생색만 내거나, 결국 흐지부지 되는 그런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을 껴안을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정부가 ‘그래도 주어진 여건 하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거나 ‘재정 여건이 그런데 어쩌라는 말이냐’고 항변하는 건 후안무치한 일입니다. 사람의 목숨과 무관한 일에는 아까운 줄 모르고 돈을 펑펑 써대는 정부가 한다는 변명이 이 정도라면, 이는 정책이 노인복지의 최소한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니까요. 물론 아무리 잘 해도 자살 없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부끄러운 오명에서는 벗어날 수 있고, 오명의 문제보다 더 값진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자살률이라는 게 많은 사회지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이 입에 달고 사는 국격의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노인들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자살은 무서운 일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통째로 지우고 없애려 한다는 것은 아픔입니다. 사회적 또는 경제적 관점의 ‘손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더는 살아낼 수가 없다’거나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해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은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충격이고 상실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실체적으로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이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자살로 야기되는 충격과 상실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기웅 교수팀의 조사 결과, 자살 성향의 발생은 우울증이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자살의 상당 부분이 실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셈이지요. 우울증에 대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료인들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우울증 환자가 상시로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한 개인을 삶보다 죽음 쪽으로 내모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이완의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1989년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에서 드러나는 비인간적인 도시화의 한 단면이기도 할텐데, 여기에서 중요한 요인이 바로 경제적으로 자활 능력이 없다는 점과 자신이 구축해 온 관계의 해체입니다. 관계의 해체야 익히 아는 일이지만, 경제적 요인이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 역시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은 일단 자살 성향이 발생하면 만성화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으며, 자살 성향이 있는 노인들 중 혼자 살거나 알코올 남용에 빠진 경우 자살 시도의 위험이 무려 6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책이 없지는 않습니다. 먼저, 자살에 취약한 노인 계층의 빈곤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꼭 노인이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일에 지치면 누구나 죽음을 생각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한 사회관계망 형성도 중요한 숙제입니다. 자살은 자기 곁에 아무도 없다거나 의지처가 없다고 느낄 때 주로 결행하니까요. 고독한 노후의 외로움을 술로 달래는 노인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도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적절한 운동이 이런 자살 성향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개별 노인들의 신상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있는 자살 예방책이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선거 때만 되면 난무하는 노인정책 공약이 실은 푼돈으로 노인문제를 덮겠다는 방식이라면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다시, 김기웅 교수의 제언을 듣습니다.“안타깝게도 높은 노인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홀로 사는 노인과 빈곤한 노인의 증가와 이에 따라 발현율이 점점 더 높아지는 우울증에 대한 소극적 대처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의 상실이 주요인이다. 따라서, 노인에 대한 경제·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함께 일상적으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노인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jeshim@seoul.co.kr
  • [현장 블로그] 자녀가 부모 살해 땐 존속 살해, 부모가 자녀 살해 땐 일반 살인?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 부천에서 한 아버지가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훼손해 일부를 3년 넘게 냉동 보관한 사건은 세상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놀라움이 가시기도 전에 한 40대 가장이 아내와 자녀들을 살해하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7개월 아기를 바닥에 집어던지고 폭행해 두개골 골절을 일으킨 어머니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부모의 자녀 살해 범죄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卑屬) 살해’ 사건에 대해 살인죄가 적용되는 경우가 드물 뿐 아니라 살인죄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별도의 가중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입니다. 먼저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 살해’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형법 제250조 제1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항에서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따로 조항이 마련돼 있습니다. ‘직계존속’(直系尊屬)은 부모나 친·외가 조부모 등을 일컫습니다. 친부모나 양가 할아버지·할머니를 살해하는 살인 행위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을 살해한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벌을 주겠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최근에는 비속 살해에 대해서도 존속 살해처럼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같은 가족을 살해했는데 부모냐 자식이냐에 따라서 형량 적용이 다르다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존속에 비해 비속 살해에 대한 처벌이 관대한 것은 아직도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전근대적 발상이 남아 있는 탓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변호사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에 대해 여전히 ‘자녀 살해 뒤 자살’이 아닌 ‘동반자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 자식 내 맘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형벌의 수위만 높이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자녀 살해 범죄는 중형에 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회적 논란이 되는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가중처벌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재테크 단신]

    [재테크 단신]

    ●KEB하나은행 ‘아이 사랑해 적금’ 출시 KEB하나은행은 가족 거래 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최대 연 1.0%까지 제공하는 ‘(아이) 사랑해 적금’을 판매 중이다. 만 14세 이하 자녀가 가입 대상이다. 1년 만기 정기적립식 상품의 경우 기본금리가 연 1.6%이며 부모나 조부모 등 가족의 각종 은행거래 실적에 따라 최대 연 1.0%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로 제공한다. ●신한카드 여성 전용 ‘레이디 클래식 카드’ 신한카드가 30대·50대 알뜰 여성고객을 겨냥한 ‘레이디 클래식’ 카드를 출시했다. 주부들의 소비심리 트렌드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내놓은 맞춤형 상품이다. 백화점, 할인점,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3%, 학원, 서점, 병원, 약국은 5%, 유기농 전문매장 결제 시 7% 캐시백이 가능(사용실적 30만원 초과 시)하다. 연회비는 비자카드 기준 10만 5000원이다. ●롯데손보, 업계 최초 ‘웨딩보험’ 선보여 롯데손해보험이 업계 최초로 결혼 준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보장하는 ‘롯데 웨딩보험’을 출시했다. 결혼식장 파손, 결혼당사자 사망, 전염병 등으로 결혼식이 취소되는 경우 최대 500만원을 보장한다. 결혼 의상이나 예물이 화재로 파손되거나 도난당했을 경우 최대 200만원을, 신혼여행을 못 가거나 여행이 중단되면 숙박 비용을 최대 100만원까지 보장한다. 웨딩서비스 업체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대신증권, 거래 재개하면 수수료 면제 대신증권은 재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2년간 온라인 주식·파생상품 등 거래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월컴홈 2016’ 행사를 진행한다. 작년에 주식거래가 없던 자사 고객 등이 대상이다. 매월 일정금액 이상 거래를 하면 추첨을 통해 1만~3만원 등 총 100만원 상당의 펀드쿠폰 또는 현금을 준다. 홈페이지(daishin.com) 등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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